주비2025-02-16 18:54:38
한국 학생들의 웃픈 현실을 꼬집은 영화
<수능을 치려면> 리뷰
대학수학능력시험, 줄여서 '수능'이라 불리는 시험은 매년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며, 한국 학생들은 오직 그날을 위해 공부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한마음 한뜻으로 11월 셋째 주 목요일의 수능을 응원한 뒤, 바로 그다음 날부터 내년 수능날을 카운트하는 기묘한 세계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나 여기, 현대 한국 사회보다 더 기묘한 세계가 있다.
주인공 '유리'는 평범한 작은 마을에 사는 고등학교 3학년이다. 재수라는 단어가 들리면 귀를 틀어막는, 그 누구보다 고삼 다운 학생이다. 수능 당일 집을 나서는 유리에게 엄마가 보내는 '좀비 조심해'라는 안부 인사가 이 세계의 기묘함을 슬며시 알려줄 뿐이다.
좀비가 출몰하는 한국에서도 시간은 흐르고 수능날은 온다. 노란 봉고차를 타고 고사장으로 가는 그 시각, '낮에는 좀비가 안 다니니까 괜찮아.'라는 말이 무색하게 하필이면 좀비가 출몰한다. 그 때문에 운전사 아저씨는 좀비가 되었고 수험생 4명은 차에 갇힌 신세가 된다. 봉고차 안에서 안전하게 있으면 뭐 하나. 수능을 보지 못하면 죽는 것과 같다! 좀비를 피해 고사장에 도착하거나, 죽음보다 끔찍한 재수를 하거나. 선택은 하나다.
유리는 결국 운전대를 잡았고 그들은 그렇게 수능장으로 향한다. 츤데레 수지, 엉뚱한 매력의 아리, 시니컬한 미소, 마지막으로 합류한 한별까지. 과연 다섯 여고생들은 무사히 수능을 치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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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좀비가 나오는 영화는 <부산행>이 흥행 반열에 오른 이후 급격하게 양산되었다. 그러나 'K-좀비' 타이틀을 달고 나온 수많은 영화들이 전부 색다를 순 없는 법이었다. 대부분은 식상하고 잔인하게 묘사되었다. 그러나 <수능을 치려면> 속에 등장하는 좀비는 그렇지 않다. 이곳 사람들에겐 '좀비'하면 느껴지는 무서운 감정은 흐려진지 오래고, 오히려 귀찮은 존재로 인식된다. 좀비는 여전히 위험한데도 말이다. 바로 이 모순적인 상황이 영화의 묘미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학생에게 수능은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지만 과연 좀비가 나오는 세상에서도 똑같이 적용될까? 영화를 볼수록 마치 코로나 시기의 우리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초반의 코로나는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며 거리 두기나 백신 맞기 등 예방 절차를 철저히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별문제가 아닌 듯 행동했다. 실제로 김선빈 감독은 인터뷰(하단 링크 첨부)에서 소재의 출처가 코로나19라 밝혔다. 모두를 힘들게 만든 사건조차 시간이 흐르면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일이 되기도 한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유리는 창문을 두드리는 좀비들을 목격한다. 방금 전까지 교문에서 수험생을 응원하던 학생들이 좀비가 되어 시끄럽게 소리치고 있다. 그러나 감독관은 학생들에게 신경 쓰지 말고 수능에 집중하라 말한다. 이 상황에서 유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 더 나아가,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유리가 수능 아침에 들었던 명상 오디오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나에게는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다.' 나는 이 말이 영화의 중심이라 생각한다. 정해진 길을 가든 그 길에서 벗어나든, 자신의 선택이 흔들릴 때마다 되새겨보자.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그 결과를 받아들일 힘이 충분하다면 어떤 도전도 더 이상 두렵지 않을 것이다.
수능을 치지 않아도, 살면서 몇 번 고꾸라지더라도, 유리창을 깨고 달려올 좀비를 피해, 그리고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 받을 따가운 시선에 맞서 힘껏 달려보자.
이상 <수능을 치려면> 리뷰였습니다.
김선빈 감독 인터뷰 링크: https://naver.me/GTn8mPxB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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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르시아어 단어에 아로새긴 2,840개의 이름
외국어 학습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말 하나를 더 배웠을 뿐인데, 삶의 너비가 달라지거든요. 대화하고 교류할 수 있는 사람이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수만큼 늘어나는 기분은 뿌듯함 그 이상입니다. 제가 직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태국어 공부를 몇 년째 계속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 있지요. 그런 제가 어찌 <페르시아어 수업>이라는 제목을 보고 끌리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저는 사유에 깊이를 더하는 영화를 사랑합니다. <페르시아어 수업>은 사랑해 마지않는 올해의 영화 중 하나로 자리 잡았고요. 이 작품은 페르시아어를 배우는 독일군 장교와 살기 위해 페르시아인이 된 유대인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한동안 몇몇 장면들이 불쑥불쑥 떠오르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캐릭터를 이해하고, 장면의 의미를 추론해내려 애썼죠. 지금부터 지난 며칠간 마음속에 묵혀두었던 이 영화에 관한 몇 가지 생각을 나눠보겠습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12월 7일(수)에 진행된 <페르시아어 수업>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페르시아어 수업>은 2022년 12월 15일 국내 개봉 예정작입니다.
페르시아어 수업
Persian Lessons
독일의 패배와 함께 막을 내린 제2차 세계대전, 나치는 수용소의 모든 기록을 불태웠습니다. 하지만 수용소를 거쳐 간 사람들을 기억하는 한 생존자가 있습니다. 그는 무려 2,840명의 이름을 기억합니다.
그의 이야기는 1945년으로부터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유대인 '질'은 강제로 끌려가던 독일군 트럭 안에서 굶주림에 지친 한 유대인에게 샌드위치를 건넵니다. 그는 허겁지겁 샌드위치를 먹어 치우지만, 샌드위치의 효용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군이 트럭 안의 유대인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해 모조리 죽여버렸거든요.
그런데 '질'은 총격 속에서도 운 좋게 살아남습니다. 그의 생존을 눈치챈 독일군은 다시 총을 집어 들죠. 바로 그때, '질'이 샌드위치의 대가로 받은 페르시아어 책을 보여주면서 외칩니다. "저는 유대인이 아니에요. 페르시아인입니다!" 이렇게 '질'은 목숨을 건집니다. 우연히 얻은 페르시아어 책과 우연히 빗나간 총알 덕분에요. 그렇게 그는 페르시아어를 배우길 원하는 독일군 대위 '코흐'와 만납니다. 가짜 페르시아인이 된 '질'은 매일 '코흐'에게 일대일로 페르시아어 단어를 가르치게 됩니다. 전쟁이 끝나는 1945년까지 말이죠.
영화의 초반 십여 분을 글로 정리했을 뿐인데, 앞으로 유대인 '질'이 겪을 고난과 역경에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이렇듯 페르시아어를 배우는 독일군과 가짜 페르시아인이 된 유대인이라는 인물 설정은 시작과 동시에 이야기에 서스펜스를 엮어 넣습니다.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쉬울지 몰라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페르시아어 수업>은 그 어려운 일을 시작부터 훌륭하게 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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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럴싸한 외국어 단어는 쉽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렇게나 뱉어낸 말을 외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죠. 수용자 명부 관리와 식사 배급을 담당한 '질'은 가짜 페르시아어를 암기하기 위해 수용자들의 이름을 차용해 새로운 단어를 만들기로 합니다. 그는 수용자 명부를 사전 삼아 단어를 만들고, 식사 배급을 위해 수용자들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그 뜻을 되새깁니다.
"지겨워서요. 두려운 게요." <페르시아어 수업>에서 제가 꼽는 가장 인상적인 대사입니다. 영화 내내 우리는 '질'의 분투를 목격합니다. '빵'과 '나무'를 같은 단어로 번역해 '코흐'의 의심을 살 때, 자로 교묘하게 가려진 수용자 명부에서 '질'이 만들어낸 가짜 페르시아어 단어가 보일 때, 우리는 '질'이 느끼는 불안감과 긴장감, 그리고 두려움을 함께 경험합니다.
'질'은 저 말을 뱉은 뒤, 다음 날 수용자 학살이 자행되는 수용소로의 이동을 선택합니다. 도대체 얼마나 두려워야 차라리 죽고 싶은 마음이 들까요? <페르시아어 수업>은 단 두 마디의 말로 삶이 죽음보다도 처절했던 그때의 비극을 오롯이 설명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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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 대위 '코흐'는 아마 몰랐을 겁니다. 그들만의 언어가 상상 이상의 유대감을 형성하리라는 것을요. '질'을 향한 '코흐'의 특별 대우는 독일군 내에서도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코흐'는 꿋꿋이 '질'을 보호합니다. 그에게 먹을 것을 주고, 입을 옷을 줍니다.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다른 수용소로의 이동을 막고, 모든 수용인을 총살하라는 명령이 내려졌을 때도 '질'을 구해주죠. 두려움에 하루하루 시들어가는 '질'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고, 자신을 직함 대신 이름으로 부르라고 말하는 장면은 심지어 다정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두 사람만의 언어로 대화하고, 시를 지어 '질'에게 읊어주는 장면 또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요.
'코흐'는 독일군 장교이긴 하지만, 독일군 사이에서도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요리사 출신의 조리병입니다. 그런 그에게 '질'은 둘만의 언어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됩니다. 이렇게 피어난 애정은 결말에 다다라 테헤란 공항에서 맞닥뜨릴 '코흐'의 절망을 극대화합니다. 테헤란 공항에야 비로소 자신이 배운 언어가 페르시아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코흐'는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얼마나 절망스러웠을지는 모르지만, '질'을 비롯한 유대인들이 느꼈을 절망에는 절대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왜 자꾸만 그가 불쌍하게 느껴졌을까요? ‘왜 이런 마음이 들지? 잊지 마, 그는 나치라고!‘ 아무리 되뇌어봐도 밀려드는 동정심을 막기가 어려웠습니다. 원래 요리사였던 '코흐'는 전쟁 이후 테헤란에서 독일 식당을 열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었습니다. 테헤란에 사는 동생을 향한 애정도 가득했죠. 그는 꿈을 위해 밤마다 침상에서 페르시아어 단어를 외웠습니다. 식당을 차리려고 한다는 소박한 꿈도, 동생을 향한 애정도, 열심히 언어를 공부하는 모습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나치군의 모습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런 그가 가혹한 결말을 맞이하니 저도 모르게 동정심이 생겼던 겁니다.
그 밖에도 <페르시아어 수업>에는 나치군의 인간적인 모습이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그들은 우리 주변에 충분히 있을 법한 사람들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함께 소풍을 떠나고, 노래를 부르고, 서로 사랑하고, 헤어지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모함하고, 실수를 저지르고, 사과를 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감정이 없는 사이코패스가 아니었어요. 단지 잘못된 신념이 그들을 악마로 만들었을 뿐이죠. 우리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공포, <페르시아어 수업>은 인간의 보편성을 강조함으로써 유대인을 가차 없이 짓밟는 나치의 잔인함을 부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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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어 수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우리도 어쩌면 악마가 될 수 있습니다. 영화 속 독일군 ‘코흐'도 길거리에 서 있던 나치가 멋져 보여서 입당한 것이라고 고백한 것처럼요. 빠르게 흐르는 강물은 거슬러 올라가기 어렵듯이 시류 역시 거스르기가 힘드니까요. 거센 흐름에도 인간의 도리를 저버리지 않고 굳건히 버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페르시아어 수업>과 같은 영화는 재현의 방식으로 우리를 계속해서 생각하게 합니다. 그 시절의 아픔과 고통을 잊지 않도록, 늦었지만 피해자와 희생자의 안녕을 영원히 기원하도록 말이죠.
Summary
페르시아어를 배우기 원하는 독일군 장교 ‘코흐’. 살기 위해 페르시아인이라고 거짓말을 한 유대인 ‘질’. ‘질’은 살아남기 위해 '코흐'에게 가짜 페르시아어를 가르치고 매일 밤 거짓으로 단어를 만드는데··· (출처: 씨네21)
Cast
감독: 바딤 피얼먼
출연: 나우엘 페레즈 비스카야트, 라르스 아이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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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아씨들> : 이 영화가 왜 다시 만들어져야 하는가?
루이자 메이 올콧의 명작 <작은 아씨들>은 그간 여러 차례 영화화된 작품이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2019년의 <작은 아씨들>을 촬영하며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을 영화화할 때의 압박감만이 아니라 이미 영화로 제작된 작품을 다시 창작한다는 고민 역시 가졌으리라고 예상된다. 나 역시 <작은 아씨들>(2019)에 큰 기대를 가지지 않아야겠다고 속단했었으나, 먼저 영화를 본 관객들의 후기에 다시 약간의 기대를 회복하고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결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고전의 재해석이었다. 어떤 영화를 찍을 때, 특히나 이미 만들어진 영화를 다시 만들 때는 이 영화가 대체 이 시대에 왜 필요한지를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거윅의 <작은 아씨들>은 그 질문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영화이다.
2019년 <작은 아씨들>의 가장 혁신적인 연출은 현재(1868년)를 배경으로 시작해 과거 회상을 삽입한다는 점일 것이다. 조의 뉴욕을 보여주는 현재와 매사추세츠 주의 콩코드를 배경으로 한 과거는 푸른색과 붉은색으로 대조된다. 현재의 조가 베스의 소식을 듣고 콩코드로 돌아간 후에도 이 구분은 유지된다. 이미 다섯 번이나 영화화된 고전을 리메이크하면서 고민되는 지점은 '어떻게 해야 관객의 지루함을 덜면서 신박함을 더할 수 있을지'이다. 과거 삽입이라는 비직선적인 시간의 흐름은 이미 고전을 아는 관객들이 뻔한 전개를 예상하며 영화를 보는 것을 방지하고 몇몇 장면에서는 과거와 현실의 대조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베스의 침대 옆에서 병구완을 하다 잠든 조가 침대가 텅 비어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암스트롱의 <작은 아씨들>은 모두가 아는 <작은 아씨들> 작품의 전개를 그대로 따라가면서도 시간상 한계로 중요한 포인트, 특히 베스와 로렌스 씨의 감정교류 장면을 배제해서 원작을 모르는 관객들은 왜 갑자기 로렌스 씨가 베스에게 피아노를 선물하며 진작 주었어야 했다고 말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반면 거윅의 <작은 아씨들>은 과감한 연출로 원작의 중요한 사건들을 놓치지 않았다.
<작은 아씨들>은 본질적으로 당시 시대상에서 여자가 추구할 수 있는 최선의 사회적 참여를 추구하는 작품이다. 다만 1994년작의 여자주인공 조 마치는 그 한계로 결혼을 해야만 하고 로맨스를 찾아야만 하는 인물로 그려지지만, 2019년작의 조는 너무나도 외롭다고 외치더라도 그 결말이 결혼으로 이어져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동시에 말할 수 있는 인물이다. 편집장의 요구로 결혼하지 않은 여자주인공은 죽거나 결혼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편집장 앞에서 비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진 꼿꼿한 사람이기도 하다. 94년작 <작은 아씨들>을 보기 시작했을 때 사실 초반부터 마미의 여성주의적 발언에 꽤 놀랐다. 암스트롱의 <작은 아씨들>의 마미는 로라 던이 연기한 마미보다 (최소한 말로는) 딸보다도 급진적인 사상가이며 더 오래된 작품인 94년작에서 19년작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는 인권 문제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볼 수 있다. 마미가 딸들이 로리를 썰매개처럼 부리는 것을 보며 브룩 선생에게 여자 아이들을 근본적으로 남자 아이들과 신체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으며 성인 여자가 연약해지는 것은 사회가 그들을 코르셋을 입혀 집안에 가둬두기 때문이라고 대놓고 말한다거나(19년작이든 94년작이든 브룩 선생은 좀 구식으로 맨박스에 갇혀 있어서 이 캐릭터와 메그를 이어주는 올콧의 의도를 의심하게 된다), 메그가 부자 친구의 집에 놀러가서 고급 드레스, 특히 면화 드레스를 사지 않는 이유로 흑인 아이이든 아니든 대부분의 면화 농장은 아이들을 착취하기 때문이라는 발언을 한다거나, 마치 가 아버지가 흑인 노예를 해방시켜야한다는 뚜렷한 소신을 가지고 참전했다는 배경을 보여준다거나 하는 장면이 그렇다. 반면 19년작 <작은 아씨들>은 이러한 직접적이지만 부수적인 무수한 표현 대신, 결말로써 조를 해방시킨다.
거윅의 <작은 아씨들>은 작가 조를 가장 강조하는 버전이다. 영화 초반부, 책 <작은 아씨들>의 표지가 등장하며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데, 사실 그 앞에도 조는 이미 등장해 살아 숨쉬고 있다. 책 표지 등장 전의 조 마치와, 책이 인쇄된 후의 조 마치의 등장은 조가 책 바깥의 작가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이 버전의 <작은 아씨들>은 앞에서도 언급했듯 '현재'로 시작해서 과거가 간헐적으로 플래시백되는 시간의 흐름을 가지는데, 즉 이 영화에서 중요한 시대는 따스하고 아름답고 네 자매가 모두 한 지붕 아래 살았던 행복한 과거가 아니라, 베스가 죽었고 자매는 뿔뿔이 흩어져 차가운 세상에 내던져졌지만 그럼에도 살아가는 현재, 1868년이다. 1868년은 루이자 메이 올콧의 <작은 아씨들>이 출간된 해이기도 하다.
<작은 아씨들>을 집필한 올콧-거윅-조는 남자 편집자 대시우드에게 미혼 여성 주인공은 결혼하든가 죽든가 해야한다(이영도라는 남작가가 쓴, 내가 좋아하는 판타지 소설 <폴라리스 랩소디>의 문장을 빌리자면, 어느 쪽이든 처녀는 죽는 것이다)는 강요에 가까운 조언을 받는다. 결국 작가 조(올콧)는 대시우드에게 '너 좋을대로 하라'는 여유를 보이며 작가로서 납득할 수 없는 결말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성공을 위해 이 정도는 타협할 수 있다는 태도로 조와 베어 교수를 결혼시킨다. 한편 실제 루이자 메이 올콧은 <작은 아씨들>의 대성공으로 가족을 경제적으로 부양하는데 성공해 평생 결혼하지 않고 살았다. 개봉한 직후에 영국에 있었기 때문에(이미 상영이 끝난 후였다) 극장에서 <작은 아씨들>을 보지는 못했지만 당시에 <작은 아씨들> 후기는 꽤 열심히 읽었었는데, 조가 베어와 이어진 것인지 아닌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는 소식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영화를 감상한 지금 내 의견을 말하자면, 비혼 엔딩이다. 극중 중절모를 쓴 작가 조의 입으로, 작가는 일관적인consistent한 주인공heroine을 쓰고 싶으며, 자신의 인물 조는 어렸을 때부터 로리의 청혼을 받은 순간까지 결혼하지 않으리라고 말했으니 결혼을 하지 않는 엔딩이 지당하고 마땅하다고 말한다. 대시우드, 즉 가부장적 헤테로 로맨틱 엔딩(a.k.a. 결혼)을 원하는 사회와 독자의 대변자는 독자들은 일관적인 여주인공이 아닌 결혼을 하는 여주인공을 원한다고 주장한다. 대시우드가 '왜 로리가 조와 결혼하지 않느냐'고 불만을 표하는 대사에서 거윅의 또다른 올콧 해석이 강조되었다고 생각한다. 올콧은 소녀와 소년의 우정은 필연적으로 소꿉친구 헤테로 로맨스 결말을 봐야한다는 사회와 독자의 '압제에 저항'하기 위해 로리를 지조없이 자기가 좋아한다는 조의 동생인 에이미와 결혼해버리는 놈으로 만들어 소꿉친구 헤테로물을 외치는 독자에게 한방을 먹인 것이다. (내 상상일 뿐이다)
원작과 2019년도 작품을 제외한 모든 작품에서 조는 베어와 결혼 엔딩을 보지만 조라는 캐릭터를 구성하는 요소 중 로맨스적 측면을 고찰할 때 로리라는 캐릭터를 떼어놓고 해석할 수는 없다. 우선 19년작과 94년작의 조와 로리 케미에 대해서 말하자면, 거윅 감독의 전작인 <레이디 버드>에서 시얼샤 로넌과 티모시 샬라메가 잠깐 동안 사귀는 사이였음에도 둘 사이에 낭만적 기류는 읽기 어려웠듯이, 2019년작은 1994년작보다 로맨스적 케미스트리가 훨씬 약하다고 생각한다. 거의 없다고 생각해도 된다. 이 차이는 로리 배역의 캐스팅에서 비롯한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알려진 티모시 샬라메가 청초한 소년 이미지의 배우인 반면, 94년작의 로리 크리스천 베일은 <아메리칸 싸이코>나 <다크 나이트>를 찍기도 전이지만 확연히 테스토스테론이 넘치는 배우이다. 샬라메가 1861년 과거 시점에서도, 1868년 현재 시점에서 방탕하게 사는 로리가 되었음에도 변함없이 가련미가 넘치는 소년이라면, 베일은 등장부터 곧 청년이 될 소년이라는 이미지이다. 헤테로 로맨스를 즐기는 주류 여성 관객들은 여주인공보다 아리땁고 가냘픈 남주인공을 원하지 않는다. (특수 니즈 제외, 보편론을 논하는 중) 헤테로 커플 키 차이는 몇 센티미터가 이상적이라느니 하는 헤테로 로맨스 롤플레잉에 적합한 구체적인 수치까지 존재하는 사회에서, 요약하자면 94년작 관객들은 매력적이고 케미 넘치는 처녀총각이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눈이 맞아야 한다는 '자연의 이치'를 거부하는 위노나-조에게 배신감을 느끼도록 유도되지만, 19년작의 관객은 커플적 전망을 보기 어려운 사이의 아름다운 청춘의 우정을 고백으로 파괴하는 샬라메-로리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로맨스물에서 여주인공이 잠시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홀랑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리는 남주인공은 그 순간 실격이다. 허용되는 범위는 집안 사정으로 인해 강요된 약혼까지뿐, 그때는 네 말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이제 네 말이 무엇인지 알겠다, 네 동생에게 느끼는 사랑과 네게 느끼는 사랑은 다른 것이다,라는 말을 하는데 다르다는게 여주에게 느끼는 감정이 우정이고 여주 동생에게 느낀다는 감정이 사랑인 남자 캐릭터는 이미 로맨스 스토리의 남자 주인공이 아니라 여자 주인공의 과거의 장애물일 뿐이며 넘어야 할 흑역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상대가 막내동생인 에이미만 아니었더라면 할리우드 로맨스 기준으로는 허용일지도 모르겠지만, 조의 동생인 에이미에게 청혼한 순간 로리는 아웃이다. 차라리 마치 가에 편입되어 따스한 가정의 정을 느끼고 싶어서 몸부림치던 로리가 맏이 메그와 결혼했으면 눈살 한번 찌푸리고 말았겠지만, 네 자매 중 막내이며 가장 철이 없는 어린 아이로 나오는 에이미와 로리가 결합하는 전개는 소설이 출간되었을 당시에 많은 독자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었으리라고 짐작한다. (94년도 영화의 에이미는 심지어 아역과 성인 배우가 따로 있는데, 어린 에이미에게 그와 비교하면 거대한 성인처럼 보이는 로리가 나중에 크면 결혼해주겠다고 입맞춰주는 장면까지 나와서 이후의 전개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게 만든다.) 이 모든 점을 고려했을 때, 거윅은 올콧이 낸 결말을 표면 그대로 읽는 대신 올콧이 그렇게 밖에 결말을 쓸 수 없었던 배경까지 하나의 작품으로 표현하려고 시도했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결말의 심볼인 디즈니마저도 2010년대 <겨울왕국>과 <말레피센트> 이후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작은 아씨들>의 책과 영화를 본 독자와 관객은 많을 것이나, 당시 루이자 메이 올콧이 어떤 이유로 작품의 결말을 수정했는지 혹은 어떤 이유로 캐릭터들의 결말이 선사되었는지를 각자 상상하는 것과 그 상상을 구체화해 하나의 작품으로 보는 것은 다른 경험일 것이다. 그레타 거윅의 <작은 아씨들>은 조의 운명을, 여자주인공의 결말을 시대의 변화에 걸맞게 재해석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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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P.> - '갈 곳 없는 청춘을 쫓다.'
D.P. (D.P.,2021)
개봉일 : 2021.08.27 (넷플릭스 공개)
감독 : 한준희
출연 :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 손석구, 이준영, 신승호, 조현철
‘갈 곳 없는 청춘을 쫓다.’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D.P.>가 2021년 8월 27일, 높은 기대치와 많은 관심 속에 공개되었다. 주인공 안준호 이병과 한호열 상병 역을 맡은 정해인, 구교환 배우의 신선한 조합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이 높은 작품이었는데, 정반대의 이미지를 가진 두 배우가 각자에게 꼭 알맞은 옷을 입고 내뿜는 케미가 상당해 이야기를 제외하고도 두 캐릭터의 파트너십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었다. 정해인, 구교환 배우를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이 시리즈를 보다 보면 두 배우가 흘리는 매력에 금세 빠져버릴지도 모르겠다. (난 이미 그전부터 허우적대고 있던지라 더 할 말이 없다...)
<D.P.>는 어려운 가정 사정을 뒤로한 채 입대한 후, 헌병대로 차출돼 특유의 눈썰미와 센스로 탈영한 군인을 쫓는 군인. 'D.P'가 된 안준호 이병과 그의 파트너 한호열 상병의 이야기다. '군인을 쫓는 군인'의 이야기라 하여 추격극이 주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D.P.>는 단순한 추격, 액션극이 아니었다.
20살 초반, 갓 성인이 된 우리나라 남자들은 좋든 싫든, 어떻게든 국방의 의무란 것을 지게 된다.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국방부의 시계에 맞춰 청춘의 일부를 헌납하게 되는데, 이 의무에 대해선 항상 논란이 많다. 말도 안 되게 적은 월급, 계급제 아래 잔혹하게 이어지는 가혹행위, 군사 비리, 인권문제, 병사의 현실은 고려하지 않는 불합리한 판단 등등.. 군대란 것이 공개적이기보단 폐쇄적인 집단이다 보니 모두가 알면서도 쉬쉬하고 넘어가는 문제들이 너무도 많다. <D.P.>는 이 문제들을 준호, 호열이 쫓는 탈영병들을 통해 비춰낸다. 그리고 준호와 호열이 가진 트라우마들과 그를 조금씩 극복하는 모습, 타인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보여주며 안준호 이병과 한호열 상병이라는 인물에게 인간성과 입체감을 부여하며 몰입력을 끌어낸다.
탈영병들은 말한다. “더 이상 쫓아오지 마.” “내가 뭘 잘못했어.”
20대 초반의 남자들에겐 국방의 의무가 주어진다.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부대 밖으로 뛰쳐나가는 건 엄연한 군법 위반이다. 탈영병에겐 탈영이라는 죄가 있다. 하지만 탈영병에게만 죄가 있는 걸까?
호열은 이렇게 말한다.
“탈영병 잡아오면 뭐해. 안에서 이러는데 탈영을 안 하고 배겨?”
모두가 쉬쉬하는 가혹행위와 근절되지 않는 군사 비리, 병사들을 가족이라기보단 진급 수단의 하나로 보는 간부. 바뀌지 않는 현실들. 탈영병은 이 문제들에 떠밀려 벼랑 끝에 선, 연약하고 어린 청춘이다. 탈영병을 다시 군대로 끌어다 놓아도 가해자들은 처벌을 받지 않고 다른 곳으로 전입될 뿐이고, 탈영병에겐 상처 위에 ’탈영병‘이라는 딱지가 붙을 뿐, 아무도 그의 상처를 보듬어주지 않는다. 탈영의 결말은 탈영을 하게 만든 문제의 해결이 아닌, 탈영병이란 낙인과 영창뿐이다.
군인이라는 신분에 발 묶인 채로 흔들림을 견디지 못해 탈영병이 된 이들. D.P가 된 준호와 파트너 호열은 탈영병들의 이야기를 파헤쳐 가며 문제를 통감하고 그들의 마음에 공감하며 성장한다. 반듯하고 거침없지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숨기고 사는 인물 준호와 속옷 고무줄을 퉁-튕기며 극의 분위기를 띄우다가도 곧 색다른 얼굴로 돌변해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 호열. 전혀 다른 이미지를 가진 두 인물은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며 달린다. '도망간 군인을 잡는다.'
처음엔 '설렁설렁하다 만약 못잡으면? 또 나와서 잡으면 돼-'(해당 보직을 비하하거나 무시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같은 느낌으로 가볍게 시작된 탈영병 체포는 극이 진행될수록 죄책감, 책임감 같은 감정과 새로운 문제와 무게감이 더해지며 시즌 1의 마지막쯤엔 상당히 묵직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어떤 일을 해도, 어떤 사고를 쳐도 결국 변하는 건 없는 시스템 속에서 끝까지 내몰린 청춘에 공감하며 눈물짓는 건 그들과 똑같이 아픈 청춘뿐이다. 예상보다 훨씬 무겁고 아픈 이야기였다. 이렇게 내쫓긴 탈영병들의 청춘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매화 반복되는 오프닝 영상을 보면서 생각했다. 울음을 토해내는 갓난 아이가 나오고, 아이가 자라나는 순간들이 지나간다. 그리고 어린 시절을 지나 성인이 된 아이(준호)가 입대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는 화면 너머에 앉아있는 우리를 바라보듯 뒤를 돌아 어딘가로 시선을 던진다. 그와 시선을 맞추고 있는 당신은 탈영병들과 같은 아픔을 가진 청춘인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 묵인하거나 그들을 괴롭힌 방관자 또는 가해자인가. 준호의 시선은 <D.P.>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여러분들은 오늘부터 군인입니다.”
술만 마시면 어머니를 폭행하는 아버지와 아버지에게 맞으면서도 가정을 지키는 어머니. 불안한 가정환경 속에서 자란 준호는 무거운 삶의 무게를 지고 있다. 어머니와 동생을 사랑하고 동정하지만 이 가족을 떠나고 싶었기에 더 이상 거리를 좁힐 수 없었던 준호는 가족들을 두고 홀로 연병장으로 향한다.
2014년 선진 병영이 도입되기 전, 지금보다 폭행과 가혹행위가 더욱 심했던 시절. 준호는 군인이 된다. 민간인이 아닌 군인. 민간인에게 'Touch My Body'가 즐거운 노래 가사라면 내무반에서 'Touch My Body'는 말 그대로 폭행 또는 몸을 더듬는 성추행을 의미한다.
준호가 머무는 내무반의 고참 황장수와 류이강은 가까운 기수 몇 명을 제외한 후임들을 심하게 괴롭히는 선임이다. 준호의 가장 가까운 선임 조석봉 일병은 황장수, 류이강과 다르게 후임인 준호를 챙기며 “우린 나중에 애들한테 잘해주자.”고 다짐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가혹행위와 성폭력은 봉디(석봉+간디)라는 별명을 가진 착한 청년마저 미치게 만든다.
모두 알고 있지만 쉬쉬하고 있는 가혹행위들. 석봉과 탈영병들은 이와 같은 이유로 점점 망가지고 끝내 넘어선 안될 선을 넘어 도주한다. 하지만 이들은 잡히면 안 되기에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지옥 같은 군대로 돌아갈 수도 없다. 대부분의 탈영병들은 집이 아닌 길거리 어딘가를 헤매다 다시 군대로 돌아간다. 무슨 짓을 해도 바뀌지 않을 지옥 같은 그곳으로.
언제 잡혀갈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 덜컹거리는 지하철에 앉아있으면서도 “여기가 편하다”고, “갈 곳이 없네요”라고 말하는 탈영병의 한마디에 그간 그가 겪었을 아픔과 고통이 묻어난다. 준호와 호열은 탈영병들을 잡으며 그들의 아픔에 함께 젖어든다. 하지만 준호와 호열은 현실을 바꿀 힘이 없다. 탈영병을 다시 부대로 인도하는 순간, 이들의 영향력은 끝이 나고 윗선에서는 진급에 영향이 간다는 이유로 가혹행위를 최대한 쉬쉬하고 덮으려고만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의 이기심과 잔혹함은 석봉이 탈영한 후 더욱 여과 없이 드러난다. 같이 밥을 먹고 잠을 자던 전우를 가차 없이 쏘라 명령하는 부대장 앞에서 박범구 중사와 임지섭 대위는 서로에 대한 경쟁심을 내려놓고 석봉을 살리려고 노력하지만 이들의 노력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지.”
좁고 폐쇄적인 군대라는 사회에서 하루 종일 같이 지내는 사람이 나에게 선을 넘는 행동과 가혹행위를 반복한다면, 계급제라 반항 한 번 할 수 없다면, 윗 사람들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방관하고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병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목숨을 끊는 것 또는 이 지옥 같은 곳에서 탈출하는 것밖에 없다. 뭐라도 바꾸기 위해, 벗어나기 위해 탈영을 결심한 탈영병 신우석, 허기영, 허치도, 조석봉. 이들의 필사적인 탈출과 죽음은 과연 무엇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가혹 행위로 탈영을 했던 허기영 일병의 어머니가 답답해하며 묻는다. “어떻게 책임지는 사람이 없냐”고. 피해자는 고통에 몸부림치고 가해자도 분명한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시스템. 그리고 수많은 피해자를 봐왔음에도 사라지지 않는 썩은 부분들. 총을 든 석봉 앞에서 “우리가 바꾸면 되지”라고 말하던 호열의 대사가 무색할 만큼 이 문제들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석봉은 수통마저도 6.25 때 쓰던 것인데 어떻게 바뀌냐며, 뭐라도 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자살을 선택한다. 착한 선생님이었던 석봉, 친하고 마음이 잘 맞는 친구였던 석봉, 누군가의 귀한 아들이었던 석봉, 준호에겐 가장 의지가 되던 선임이었던 석봉이란 청년은 이제 없다. 그는 '선임을 납치한 뒤 자살 시도한 탈영병'으로 뉴스에 오르내릴 뿐이다. 사람 때리는 걸 못해서 유망주로 주목받던 유도마저 관뒀다는 선한 마음씨의 석봉이 칼을 휘두르고 미친 듯이 뛰어가는 모습과 자살을 감행하는 모습을 보며 그가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르겠다. 칼과 총을 든 탈영병이기 이전에 그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어린 청년이었을 뿐인데.
석봉의 자살시도와 함께 6화가 끝난 후 나오는 부가 영상은 이 먹먹한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든다. 석봉의 친구가 석봉처럼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지”라고 말하며 자신을 괴롭히는 선임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하는 장면에서 선임들과 변하지 않는 시스템에 대한 분노, 원망이 가득 느껴진다. 결국 총기를 난사한 병사가 되고 자살한 탈영병이 되는 건 피해자들뿐이다. 가해자들은 무사 전역을 하거나 심해야 영창과 전입, 며칠간의 반성. 그게 죗값의 전부다. 돌아갈 곳 없는 지친 청년들의 마지막 선택지 탈영. 그리고 그를 쫓는 또 다른 청춘. 탈영과 일들은 벌어졌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피해자의 눈물과 죽음 앞에서 책임감을 느끼는 건 또 다른 청춘(준호,호열)이 유일하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조금 날카롭게 말하자면 <D.P.>를 보는 시청자들 중에서도 분명 황장수와 류이강처럼 군 시절 누군가에게 가혹행위를 하거나 폭력을 휘두른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들은 오프닝 영상에서 시청자 쪽을 바라보는 준호의 눈빛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황장수처럼 자신의 죄를 전혀 알지 못하고 똑바로 시선을 마주하고 있겠지?
전체적인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줄이고, 이번엔 주인공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D.P.>의 주인공 안준호와 한호열은 겉으론 강하거나 유머러스해 보이지만 각자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준호는 대체적으로 ‘죄책감’과 연관된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그는 영창 근무를 서는 날, 영창 안에 갇힌 죄책감들과 마주한다. 첫 근무 날 구하지 못했던 탈영병 신우석의 환영, 아버지에게 맞고 있는 어머니가 “왜 도와주지 않냐”며 묻는 환영과 같은 것들 말이다.
준호는 술 먹고 가정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가 있는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고, 그런 아버지 밑에서 도망치지 못하고 돈을 빼앗기는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한다. 어머니를 미워하는 건 아니지만 그녀를 돕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갖고 있고 그래서인지 가정을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떠나지 못한다.
준호는 3화에서 탈영병 정현민을 검거하며 만난 자신의 어머니와 비슷한 여자 ‘영옥’을 보며 어머니를 떠올리고 그녀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술 먹고 폭력을 일삼는 남자에게 갖고 있는 모든 걸 다 팔아가며 돈을 바치는 영옥과 어머니. 준호는 영옥을 도우며 어머니를 돕지 못한 죄책감의 일부를 극복하고 뒤이어 ‘밥은 먹었냐’는 시답잖지만 따뜻한 인사를 담은 전화를 한다.
또 하나의 죄책감은 ‘탈영병을 구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이 죄책감은 차후에 ‘구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변한다. 준호는 석봉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끈질기게 석봉의 뒤를 쫓지만 석봉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느끼고 자살한다. 석봉의 죽음 앞에서 가장 크게 비명과 울음을 토해내던 준호의 모습이 마음에 깊이 박힌다. 그는 석봉의 죽음 이후 첫 근무 당시 구하지 못했던 탈영병 우석의 납골당으로 향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일 없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의 누나를 보며 쓰린 표정을 짓는다. 열을 맞춰 걸어가는 병사들과 반대로 걸어가는 준호의 뒷모습엔 이 말도 안 되는 시스템 속에서 죽어간 청춘들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진다.
호열은 준호의 파트너이자 D.P 조장이다. 꽤 오래 D.P 생활을 한듯한 그는 내무반과 크게 엮이지 않으면서도 나름의 영향력을 챙겨온 꽤 센스 있는 인물로 보인다. 국군 병원에서 흡연을 하는 다른 아저씨들에게 페브리즈를 팔며(?) PX 냉동을 뜯어내는 그의 능청스러운 장사 솜씨와 복귀가 결정되자마자 “얘네 담배 피웠어요”라며 모든 걸 폭로해버리는 한마디에서 그의 성격이 단박에 드러난다.
능청스럽고, 유연하면서도 선을 알고 내 몫은 확실하게 챙기는 인물. 굳어있는 준호에게 “네가 내 아들이구나?(아들 군번)”라고 물으며 자연스레 다가가는 모습과 황장수가 후임들을 말도 안 되게 갈구는 걸 발견했을 때, 중간에서 준호를 채간 후 황장수가 만든 상황을 빠르게 정리하는 모습을 보며 그의 따뜻하고 영리한 면을 볼 수 있었다.
호열이 가진 트라우마는 이전 활동에서 만난 칼을 휘두른 탈영병에 대한 공포, 그리고 자세히 나오진 않았지만 무심한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있겠다. 정현민을 잡으러 갈 때 호열은 준호에게 “칼침 놓는 탈영병도 있다”며 가볍게 말을 던지는데, 이후에 마주친 호열의 동기 ‘김규’를 통해 우리는 이 말이 호열의 경험담임을 알게 된다. 호열은 이런 트라우마를 겉으로 전혀 티 내지 않고 준호와 D.P 활동을 하고 있지만, 영화관에서 마주한 칼을 든 석봉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만다. 호열은 시리즈의 초반부에 ‘과호흡과 불안한 상태’ 때문에 병원에 검사를 하러 갔었다고 말하는데, 어쩌면 이 불안감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호열의 다른 트라우마는 ‘무심한 부모님’이다.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지만 호열은 꽤 잘 사는 집안의 외동아들로 보인다. (정현민을 잡을 때 쓴 김규의 300만 원을 바로 이체해 주는 걸 보면) 하지만 호열이 부모님과 통화를 하거나 부모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은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는다. 호열과 준호가 함께 포상 휴가를 나왔을 때, 호열의 집엔 아무도 없었고 전화 한 통 걸려오지 않는다. 라면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던 호열은 이렇게 말한다. “그러게, 부모는 왜 나를 낳았을까?”
이 말과 사진 한 장으로 속단할 순 없지만 교복을 입은 호열과 부모님의 사진에선 왠지 어색한 분위기가 흐른다. 이런 모습을 봐서일까, 호열이 연락을 받지 않는 준호의 집에 찾아가 준호의 어머니, 동생과 함께 삼겹살 파티를 하는 장면에선 왠지 호열이 ‘이런 분위기를 그리워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만일 시즌 2가 제작된다면 한호열 상병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원작 웹툰을 보지 않고 바로 감상했는데, 시리즈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자연스레 원작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원작을 먼저 보고 시리즈를 감상한 시청자들의 의견은 어떨지 궁금해지는 시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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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성적인 씨네필 INFP를 위한 영화.zip
영화를 좋아하는, 그리고 영화를 즐겨 보는 씨네필들에게 가장 많이 나오는 MBTI 유형을 혹시 알고 계신가요?
믿거나 말거나! 본인만의 세계를 꾸리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지만 동시에 공감 능력이 매우 높은 감정적인 유형 , INFP가 바로 그러하다고 하는데요!
영화를 멀찍이 떨어져 하나의 ‘작품’으로 감상하기보다 작품 속 인물의 감정에 이입하거나, 인물 사이 관계의 틈에 들어가 감상하길 즐기는 INFP형은 특히 상상력이 매우 풍부한 유형이기에 영화를 ‘본다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더 나아가 머릿속에서 자신만의 영화를 그려나가는 유형입니다.
주관적이고 감상적이며 공상적이기도 한 INFP형에게 ‘영화’만큼 좋은 탈출구는 없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SF 영화도,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는 로맨스 영화도, 눈물 펑펑 쏟아낼 수 있는 드라마 혹은 다큐멘터리까지 장르 불문하고 다양한 작품을 즐긴다고 합니다.
이처럼, 안 본 영화 없을 것 같은 INFP형에게아예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언제 봐도 좋을 영화를 추천해드리려 합니다.
잇츠 CINE PICK!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2001)판타지, 가족, 모험, 액션 | 영국, 미국 | 152분 | 전체 관람가
감독 : 크리스 콜럼버스 | 출연 : 다니엘 래드클리프, 루퍼트 그린트, 엠마 왓슨Your a wizard, Harry
해리 포터는 갖은 구박을 견디며 계단 밑 벽장에서 생활한다. 11살 생일을 며칠 앞둔 어느 날 해리에게 초록색 잉크로 쓰여진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된다. 전설적인“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 보낸 입학초대장이었다. 그리고 해리의 생일을 축하하러 온 해그리드는 해리의 진정한 정체를 알려주는데. 그것은 바로 해리가 굉장한 능력을 지닌 마법사라는 것!
해리는 이모네 집을 주저없이 떠나 호그와트행을 택한다. 런던의 킹스크로스 역에 있는 비밀의 9와 3/4 승장장에서 호그와트 특급열차를 탄 해리는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와 론 위즐리를 만나 친구가 된다. 이들과 함께 해리는, 놀라운 모험의 세계를 경험하며 갖가지 신기한 마법들을 배워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해리는 호그와트 지하실에 `영원한 생을 가져다주는 마법사의 돌'이 비밀리에 보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해리의 부모님을 죽인 볼드모트가 그 돌을 노린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해리는 볼드모트로부터 마법의 돌과 호그와트 마법학교를 지키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는데...
씨네pick :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이야기들은 우리 안에 영원히 남아 있습니다. 페이지를 넘겨서든, 스크린을 통해서든, 언젠가 당신이 다시 돌아왔을 때, 호그와트는 언제나 그 곳에서 당신을 반겨줄 거예요. 마치 집에 돌아온 것처럼.”이라는 J.K.롤링의 말 만큼이나 이 영화를 잘 설명해주는 말이 또 있을까요? 시리즈 1편이 나온 지도 벌써 20년이 되었지만, 해리포터를 볼 때만큼은 기숙사 배정 모자를 쓴 학생이 되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게 됩니다. 그 누가 알까요? 인간 틈에서 마법사가 함께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다는 걸!500일의 썸머 (2009)코미디, 드라마, 멜로/로맨스 | 미국 | 95분 | 15세 관람가
감독 : 마크 웹 | 출연 : 조셉 고든 레빗, 주이 디샤넬Most days of the year are unremarkable.
운명적 사랑을 믿는 남자 ‘톰’ 모든 것이 특별한 여자 ‘썸머’에 완전히 빠졌다.
사랑은 환상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여자 ‘썸머’ 친구인 듯 연인 같은 ‘톰’과의 부담 없는 썸이 즐겁다.
설렘으로 가득한 시간도 잠시 두 사람에게도 피할 수 없는 선택의 순간이 찾아오는데…
설레는 1일부터 씁쓸한 500일까지 서로 다른 남녀의 극사실주의 하트시그널!
씨네pick : 2010년 국내 개봉 이후, 2016년과 2021년 극장 재개봉은 물론이고, 로맨스 기획전에 빠짐 없이 등장하는 작품 <500일의 썸머>는 볼 때마다 다른 감정이 드는 영화로도 잘 알려져있습니다. ‘썸머’에게 이입되기도, ‘톰’ 그 자체가 되기도 하는 이 극사실주의 로맨스 영화는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매우 섬세한 연출의 영화입니다. 여름을 앞둔 요즘, 특히 더 생각나는 영화이기도 한데요. 감성 가득 음악은 물론, 영상미까지 듣고보고뜯고맛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2001)애니메이션, 판타지, 모험, 가족 | 일본 | 126분 | 전체 관람가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 출연 : 히이라기 루미, 이리노 미유
한번 만난 인연은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잊고 있을 뿐이다.
금지된 세계의 문이 열렸다!
이사 가던 날, 수상한 터널을 지나자 인간에게는 금지된 신들의 세계로 오게 된 치히로..
신들의 음식을 먹은 치히로의 부모님은 돼지로 변해버린다.
겁에 질린 치히로에게 다가온 정체불명의 소년 하쿠.
그의 따뜻한 말에 힘을 얻은 치히로는 인간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사상 초유의 미션을 시작하는데…
씨네pick : 애니메이션의 새 역사를 쓴 작품으로, 아직까지도 이 작품을 뛰어넘는 애니메이션은 없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작품성과 흥행 모두를 잡아낸 영화이다. “일찍이 10살이었던 사람들과 앞으로 10살이 될 사람들에게.” 라는 프레이즈처럼 어느 연령대에 시청하더라도 센과 치히로가 있는 터널 저편으로 빨려들어가게 되는데요. 어느 상황 속에서도 ‘나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으로서, 이 영화를 볼 때만큼은 잠시 환상 속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은 오늘 어떤 하루를 보내셨나요?
오늘 하루의 끝이 영화로울 수 있도록
씨네픽이 여러분을 영화 속으로 두둥실 띄워보내 드릴게요
Wingardium Leviosa!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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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회귀의 시간이 써 내려 간 신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비행을 계속하기 위해 진급을 거부하고 현역 파일럿으로 남은 '피트 매버릭 미첼(톰 크루즈)' 대령. 그는 최신형 전투기 다크스타의 시험 비행 도중 독불장군답게 사고를 저지르고, 자신이 졸업한 탑건 학교의 교관으로 전출을 간다. 오랜만에 도착한 학교에서 우라늄 시설 폭격 작전에 투입될 12명의 파일럿을 훈련시키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그는 옛 연인인 '페니(제니퍼 코넬리)'를 만나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그러나 과거에 순직한 동료의 아들인 '루스터(마일즈 텔러)'가 12명의 파일럿에 속한 것을 알게 된 후 그의 훈련은 난항을 겪기 시작하고, 그 와중에 예상치 못하게 빨라진 작전일자 때문에 매버릭과 그의 파일럿들은 더욱 패닉에 빠진다. 그러나 자신이 가르친 동료들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본인의 목숨을 걸고 그들을 생환시키기 위한 비행에 나선다.
톰 크루즈와 함께 36년 만에 돌아온 <탑건>의 속편 <탑건: 매버릭>. 'Top Gun Anthem'과 케니 로긴스의 'Danger Zone'이 들리는 가운데 함재기들의 이착륙을 비추며 시작한 영화는 곧장 매버릭에게 포커스를 맞춘다. 신형 극초음속 전투기 개발 사업인 '다크스타'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던 매버릭은 마하 10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프로젝트가 폐기될 거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에 독단적으로 마하 10 시험 비행을 하고, 멋지게 성공하며 다크스타 프로그램의 가치를 증명해낸다. 매버릭의 행동에 격노한 '케인(에드 해리스)' 소장은 그를 탑건 학교로 전출시켜버리면서 그의 노력도 무의미하다고 일갈한다. 어차피 드론이 파일럿을 대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매버릭은 이렇게 대답한다. "오늘은 아닙니다."
전편의 오프닝을 고스란히 옮겨 온 오프닝 시퀀스와 뒤따라 나오는 이 짧은 대화는 긴 세월을 기다린 속편이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이고 동시에 단독 작품으로서의 <탑건: 매버릭>을 설명하는 완벽한 도입부라고 할 수 있다. 이 장면에는 아날로그적 액션이 그 어느 때보다 박력 넘치고 강렬한 이유, 그리고 마침내 당도한 속편이 향수와 동시에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드라마로 무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모두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도입부는 매버릭이 처한 상황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본인이 원하면 별도 두 개는 족히 달았을 미 해군의 전설적인 파일럿. 그러나 그는 수많은 훈장이 방증하듯이 과거의 영웅이다. 케인 소장의 지적처럼 명령에 불복하는 파일럿보다 더 충실한 드론이 등장한 시대에 과거의 영웅이 있을 자리는 이제 없다. 그래서 다크스타를 몰고 마하 10에 도달한 것이 전설의 건재함을 보여준다면, 마하 10 이상에 도전했을 때 전투기가 폭발하는 것은 과거의 유산이 서 있을 자리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듯하다.
그런데 매버릭의 위기는 사실 그저 그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래에 뒤처진다는 이유로 존재와 의미를 부정당하는 과거의 유산은 현실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매장에서 직원의 자리는 키오스크가 대신하고, 종이 영수증이 있어야 할 자리는 메신저 알람이 대신한다. 우리의 미래는 현재에서 과거의 모습을 철저히 지우고 새로운 것으로 가득해진다. 이는 사람들이 시간을 선형적으로 이해하기에 벌어지는 일이다. 과거를 폐기할 때 현재가 등장하고, 거기서 한 발짝 더 진보할 때 미래가 모습을 드러낸다고 시간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매버릭과 케인 소장의 충돌은 단지 유인 전투기와 드론 사이의 논쟁과 대립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더 넓은 관점에서 과거와 과거의 유산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이에 <탑건: 매버릭>은 일반적인 통념을 벗어난 답을 내놓는다. 영화는 과거를 폐기할 것이 아니라 과거를 현재로 불러와야 한다고 말한다. 매번 반복되는 과거를 직시할 때 비로소 새로운 미래가 열릴 수 있다는 주제 의식으로 무장한다. 마치 "시간 자체도 하나의 둥근 고리"라며 순환론적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한 니체의 영원회귀 신화처럼. 그래서 영화는 2막의 시작과 동시에 매버릭을 그가 30여 년 전에 졸업한 탑건 학교로 보낸다. 과거로 되돌아가고, 과거를 새로 겪으면서 그가 미래에도 유의미해질 수 있는 길을 찾도록 만든다.
그래서 <탑건: 매버릭>은 전편의 구조, 장면, 상황을 되풀이한다. 시간대만 달라졌을 뿐 사실상 동일한 상황 속에 매버릭을 던져 놓는다. 사고를 친 후 탑건 학교로 좌천되고, 탑건 학교에서 일련의 사건들을 겪고 깊이 좌절하지만, 끝내 극복하고 실전에 투입되는 흐름이었던 전편의 구성을 고스란히 따라가는 것이 대표적이다. 시실 오마주로 가득한 구성은 자칫 영화 전체를 진부한 클리셰 덩어리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탑건: 매버릭>은 전편의 내용과 과거의 사건을 반복하는 이야기를 파일럿으로서의 매버릭, 인간으로서의 매버릭으로 나누어 보여줌으로써 그 함정도 피해 간다.
우선 파일럿으로서의 매버릭은 과거의 사건들을 다시 직면한다. 교관으로 불려 와 적국의 우라늄 원자로를 파괴하는 작전을 12명의 파일럿에게 교육해야 한다는 임무를 알게 된 매버릭. 그는 이 작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건이 본인이 실전에서 직접 경험해 본 사건들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훈련 과정에서도 그는 자신의 과거를 조우한다. 그는 최고 중의 최고만 모인 파일럿들에게 기초적인 도그파이트 훈련부터 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30여 년 전 자신이 그랬듯 윙맨을 희생해 적을 격추하는 전술을 구가하는 파일럿을 오래간만에 상대한다.
한편 그의 훈련은 반복의 연속이기도 하다. 그는 2분 30초라는 시간제한이 있는 작전을 수없이 반복 학습시키며 파일럿들을 숙달시킨다. 실제 작전과 같은 상황 계획 속에 그들을 거듭 던져 놓는다. 이미 겪었던 상황을 다시 출발점에서 경험하도록 만들고, 결승점에서는 이전과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게 훈련시킨다. 누군가는 처참히 실패하고, 누군가는 팀원과의 불화로 실패하고, 누군가는 신체적 한계를 이겨내지 못하지만 같은 훈련을 반복하면서 파일럿들은 조금씩 차이를 만들어낸다. 또 각자의 자존심만 내세우던 파일럿들이 한 팀이 되었음을 강조하기 위해 전편의 비치발리볼 장면을 비치 풋볼로 바꿔서 등장시킨다.
한 인간으로서의 매버릭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돌아올 일이 없을 거로 생각했던 탑건 학교에 귀환한 그는 학교 근처 바에서 ‘페니’ 벤자민을 만난다. 전편에서 헤어진 여자 친구로 언급되었던 그녀와의 사랑을 처음부터 다시 쌓아나간다. 매버릭 특유의 미소를 짓지 말라는 페니와 그런데도 굴하지 않는 매버릭의 모습은 이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 페니는 전편의 여주인공이었던 쿠거가 그랬듯이 좌절에 빠진 매버릭을 수렁에서 구해주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매버릭은 몇십 년째 그를 괴롭히던 트라우마를 루스터의 모습으로 마주한다. 전편에서 전투기를 탈출하던 도중 윙맨이자 절친이었던 구스를 사고로 떠나보내야 했던 매버릭. 그는 구스를 똑 닮은 그의 아들 루스터가 훈련받을 12명의 파일럿 중에 속해 있음을 알게 된다. 페니의 바에서 아버지 구스의 애창곡이었던 "Great Balls of Fire"를 부르는 루스터를 지켜보면서 과거의 트라우마를 생생하게 대면한 매버릭. 그는 오랜 기간 그래 왔듯이 루스터를 보호기로 결심하고, 작전의 성공만큼이나 생존하여 귀환하는 일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그 트라우마가 매버릭에게만 있는 게 아니었다는 것. 아버지를 잃은 루스터는 아버지를 지켜주지 못했던 매버릭에게 적대감을 숨기지 않으며 자신을 지켜주려는 매버릭의 관심을 외면한다. 이렇게 과거의 트라우마 안에 함께 갇힌 이들의 골은 훈련 중 함께 추락하는 듯한 장면만큼이나 깊어진다.
이처럼 수없이 등장하는 오마주, 곧 과거의 사건들은 훈련 교관이었던 매버릭이 끝내 작전의 한가운데에 서는 것에서 눈치챌 수 있듯 영화의 3막인 실제 작전에서 한데 얽히고설킨다. 그래서 <탑건: 매버릭>의 박력 넘치는 액션 시퀀스는 단지 눈 호강일 뿐만 아니라 가슴 벅차오르는 뜨거운 드라마를 만들어 낸다. 물론 20여 분간 쉼 없이 이어지는 액션 시퀀스는 그 자체로도 인상적이다. 줄곧 연습하던 작전을 실제로 실행하는 그 순간의 가슴 멎을 듯한 긴장감, 작전 이후 뒤따르는 지대공 미사일과의 목숨을 건 사투, 그리고 성능의 차이가 큰 전투기 간의 살 떨리는 도그파이트 장면까지. 고막을 때리는 굉음과 눈을 사로잡는 회피 기동과 폭발이 한데 뒤엉키기 시작하면 좀처럼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액션은 화려한 포장지일 뿐, 그 알맹이는 매버릭과 루스터의 트라우마 극복기라고 할 수 있다. 매버릭은 구스처럼 죽을 위기에 빠진 루스터를 구하고, 루스터는 생각하지 말라는 매버릭의 조언을 받아들여 본능적으로 전투기를 비행하고 매버릭을 구한다. 또 생환하기 위해 2인 1조로 전투기를 조종하는 그들의 모습에서는 오래전 매버릭과 구스의 팀플레이가 겹쳐 보인다. 이러한 액션씬은 결국 과거는 반복되기 마련이고 인간은 시간이라는 고리 안에서 특정 순간으로 계속 되돌아오지만, 영원 회귀하는 시간 안에서도 새로운 의미를 갖는 사건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끝없이 되풀이되는 순간의 무게와 책임을 견뎌낼 때, 니체 식으로 말하자면 '초인'이 되어 과거와 트라우마의 늪에서 벗어나 새 미래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과거의 같은 사건을 마주해도 다르게 채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것이 매버릭의 오랜 동료인 아이스맨이 남긴 "과거를 잊을 때가 되었다"라는 충고의 진의일 것이다.
적군의 F-14 톰캣을 탄 채 귀환을 시도하는 둘의 모습은 이러한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해준다. F-14 톰캣은 성능만 놓고 보면 적군의 5세대 전투기를 이길 수 없는 고물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미래에 잠식당할 수밖에 없는 과거의 운명을 암시하는 듯하다. 그러나 시간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가 되풀이되는 시간에 새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처럼 이 도그파이트에서 중요한 것은 전투기가 아니라 파일럿이다. 그렇기에 과거의 늪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한 두 파일럿은 시간의 흐름에 압도되지 않고, 시간의 한계를 넘어서서 최신 전투기와 치열한 싸움을 펼칠 수 있다. 이는 영화의 결말에서도 다시 한번 반복된다. 1950년대에나 쓰던 P-51 머스탱을 함께 타고 노을 지는 현재를 즐기는 매버릭과 페니. 이처럼 다시 만난 옛 연인과 과거의 유산 안에서 미래의 사랑을 꽃피우는 장면은 도입부에서 던진 물음에 대한 완벽한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주제는 단지 주인공인 매버릭뿐만 아니라 영화 자체에도 해당된다. 달리 말해 <탑건: 매버릭>은 자신을 둘러싼 의구심에 맞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먼저 개봉한 미국에서 들려온 극찬 덕분에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사실 제작이 발표됐을 때 이 영화를 둘러싼 걱정은 상당했다. 오마주로 가득한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의 리메이크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나 과거의 명작을 미래에 맞게 일신한다는 목적으로 과거를 부정하다가 결국 실패를 맛본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탑건: 매버릭>은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 굳이 시대에 맞게 무언가를 바꾸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저 과거에 좋았던 점들을 더 멋지게 만들어서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보여줬다. 그래서 영화는 좋아진 기술력을 자랑하는 만큼이나 오래전 감성으로 가득하다. 누르스름한 시각적 묘사와 영화의 느낌을 고스란히 살린 장면들은 80년대의 흐름과 분위기를 그대로 재연해내며, 이는 노을 속에 올라오는 토니 스콧 감독을 향한 추모의 메시지로 완성된다.
대신 과거의 매력을 접하는 이들이 알아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고 즐기도록 유도했다. 그 덕분에 <탑건: 매버릭>은 그저 추억을 되풀이하는, 향수를 자극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보여주는 데 성공한다. 과거를 폐기하지 않는 대신 반복하는 현재가 얼마나 가슴 뜨거울 수 있는지를 증명해 보이며, 다음 이야기는 또 무엇일까 하고 자연히 꿈꾸게 만든다. 이렇게 영원 회귀의 시간 속에서 <탑건: 매버릭>은 할리우드의 힘을 가장 완벽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한 편의 신화를 써 내려간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응축된 과거의 반복이 써 내려간, 전편을 뛰어넘는 속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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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웰컴투 동막골 | 다시보는 추천영화
영화 웰컴투 동막골을 아시나요?!
"꽃을 꽂으면" 돌+아이로 분류되는 순수한
시골마을에서 펼쳐지는 연합작전이 시작된다!
"뱀이 깨물면 마이! 아포~"라는 명대사가 아직도 회자가 되면서!
수류탄으로 팝콘을 만드는 순수한 영화!
지금 봐도 설레고 재미있는 영화 "웰컴투 동막골" 결말까지 볼게요~
"1950년, 지금은 전쟁 중...?"
기본 정보
장르 : 드라마, 전쟁, 시대극, 코미디, 액션
감독 : 박광현
각본 : 장진
출연진 : 정재영, 신하균, 강혜정, 임하룡, 서재경, 류덕환
개봉일 : 2005년 08월 04일
평점 : 8.89
스트리밍 : tvN , NETFLIX, 왓챠, 웨이브
기획 의도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한곳에 모인 그들.
1950년 11월, 한국 전쟁이 한창이던 그때...
태백산맥 줄기를 타고 함백산 절벽들 속에 자리 잡은 마을, 동막골
이곳에 추락한 미 전투기 한 대.
목숨을 걸고 사수하고 있었던 그곳, 동막골.
결코 어울릴 수 없는 세 사람. (국군, 인민군, 연합군.)
총을 본 적도 없는 동막골 사람들 앞에서 수류탄, 총, 철모, 무전기, 이들이 가지고 있던
특수 장비들은 아무런 힘도 못쓰는 신기한 물건에 불과했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 세람은 목숨까지 걸고 동막골을 지키려고 한 것일까?.
여담
영화 웰컴투 동막골은 6.25가 일어났을 때
강원도 여량이라는 동네는 정말 전쟁이 끝날 때 가지 전쟁이 일어났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종종 예능 같은 곳에서 봐도 정말 오지이긴 하다)
실제 "동막"이라는 지명은 있지만
영화 웰컴투 동막골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한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에서 나오는 수류탄이 옥수수 창고가 터지며
옥수수가 팝콘으로 변하는 장면을 예전 스펀지에서 실제 실험을 해봤는데,
결과는 수류탄이 옥수수와 만나면 그냥 타버린다는 결론이 나왔다.
(스펀지... 정말 대단해)
후기 및 결말
영화 웰컴투 동막골 결말을 살펴보자면...
부상당했던 외국인 스미스 대위를 구조하기 위한 공수부대의 파견과 더불어
무차별 폭격이 결정된다.
동막골과 먼 곳에 방공호를 만들어 연합군 전투기와 전투를 벌여
전투 기기를 격추하는데 성공하지만, 이후 다른 전투기들이 급습하면서
살아남아있던 주인공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탄을 허망하게 바라보며 전사한다.
동막골의 순수한 사람들은 산 너머의 폭발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지켜보며
눈에 덮인 총과 방탄모 위에 여섯 마리의 나비가 날아가는 것을 보여주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정말 어렸을 때 봤던 영화 웰컴투 동막골, 정말 우연한 기회로 다시 봤는데도
여전히 재미있게 감동이 그대로 밀려온다.
"뱀에 물리면 마이 아포"
"내레 꽃꼽았습네다"
"하늘에서 팝콘이 떨어지는 장면"
정말 무수한 명대사와 강렬한 장면을 남겼던 "웰컴투 동막골"
안 보셨다면 이 영화 추천드립니다! 정말 재미있거든요~
한줄평 : 띵작 영화는 언제 봐도 띵작인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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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도시2의 베트남 형사, 배우 송요셉님과 함께 범죄도시2 비하인드를 풀어봤습니다! (이제 천만 배우!!)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영화 럭키부터 범죄도시2의 베트남 형사 트란까지!
감초연기 전문가 배우 송요셉님과 함께
범죄도시2 비하인드를 주물러봤습니다~
☑️ License of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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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eople Say - dya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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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Paradise - 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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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Sunny - 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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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Young love - 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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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Summer - Julian Avi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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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Need Someone - dya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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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Free - 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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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Palm Trees (feat. Joey Edwin) - Joakim 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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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Back To Summer - Nekz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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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Luvly - Joakim 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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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Day After Day - Joakim 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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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Blue Sky - 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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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Bay - Vlad Gluschen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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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Nu Island - DayF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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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Road Trip - Joakim 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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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Relax - Peyru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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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Love Life - 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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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Feel - 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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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xplore - 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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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dawn - Vlad Gluschen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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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준호 감독님 단편영화 이렇게 만드는거 맞죠..?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영화를 좋아해서 모인 사람들끼리 결국...!! 영화 제작까지 도전 합니다 ٩(๑• ₃ -๑)۶
많.관.부 ◟( ˘ 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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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언어의 정원> 예고편
사랑보다 훨씬 더 이전의 고독한 사랑의 이야기!
구두 디자이너를 꿈꾸는 고등학생 ‘다카오’는
비가 오는 날이면 도심의 정원으로 구두를 스케치하러 간다.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유키노’라는 여인과 정원에서 만나게 되고,
예상치 못한 만남은 비가 오는 날이면 계속 이어진다.
그리고 비록 이름조차 모르지만 걷는 법을 잊어버린 그녀를 위해
‘다카오’는 구두를 만들어 주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장마가 끝나갈 무렵, 그들 사이에는
뭔가 말하지 못한 것들이 남아 있는 듯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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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나의 끝, 당신의 시작> 티저 예고편
"나의 끝은 너의 시작이야"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떠난 연인, 아론.
그리고 시작된 노라의 낯선 삶, 데자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