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5-01-22 07:36:55
〈타인의 삶〉에서 이어지는 한 방울의 눈물
영화 〈카라바조의 그림자〉

〈타인의 삶〉(2007)에서, 동독의 비밀경찰 비즐러는 극작가와 배우 커플을 도청하며 감시하다 어느새 그들의 예술에 감화되어 남몰래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두 사람이 위기에서 탈출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영화에서, 비즐러가 흘린 한 방울의 눈물은 시대의 지배적 담론과 그에 부착된 권력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결코 인간 내면을 완전히 잠식할 수는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가장 결정적인 근거로 제시된다. 비즐러가 반체제 인사를 감시하는, 사상이 투철한 인물이라는 점은 그 눈물 한 방울의 가치를 더욱 극화한다. 어둡고 칙칙한 공간에서 도청하던 그가 홀로 전율하며 흐르는 한 방울의 눈물은 체제에 속한 사람의 내면에조차 잠식당하지 않은 공간이 있음을 폭로하고, 우리가 ‘인간다움’이라 부를 만한 것이 바로 그 공간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카라바조의 그림자〉는 비즐러의 눈물을 16세기의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에게 헌사한다. 교황의 명령을 받은 한 남자가 있다. ‘그림자’로 불리는 그는 카라바조가 일으킨 파문을 객관적으로 조사할 임무를 명받는다. 난폭한 성격의 카라바조는 살인죄를 저지르고 도피하다 사면을 기다리는 중이다. 한편에서는 신성을 모독하고 실정법을 위반한 카라바조를 빨리 처형하라는 요구가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카라바조의 재능을 알아본 몇몇 귀족, 심지어 추기경까지 교황에게 카라바조의 사면을 청하고 있다. 그림자는 이 상황에서 카라바조 사건을 면밀히 추적한다. ‘객관적’ 진실에 가 닿가 위해서다.


카라바조는 고통받는 자들에게서 예술을 길어왔다. 수감자, 가난하고 병든 자, 창녀를 종교화의 모델로 썼다. 그의 모델이 된 ‘비천한’ 사람들은 자신도 신성할 수 있는 존재라는 가능성에 고무되고 여기에 자부심을 느낀다. 동시에 카라바조는 난폭하고 ‘저속’하다. 향락에 젖은 파티를 일삼고 소년과 남색을 벌인다는 혐의도 받는다. 반대자들은 카라바조를 ‘악마’라고 부르고, 그를 지지하는 추기경이 ‘타락’했다며 비난한다.
‘객관적’ 조사를 명받기는 했으나, 그림자는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인물이다. 가톨릭교회의 권위가 지엄해야 한다고 믿고, 도덕적 정결이 그 권위를 지탱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짐작 가능하듯, 그림자는 카라바조의 삶과 예술에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메스꺼움과 매혹을 동시에 느낀다. 메스꺼움은 카라바조가 예술로 묶어낸 ‘빈자들의 교회’라는 집단 감각이 로마 교회를 위협할지 모른다는 본능적 위기감에서 나온다. 카라바조가 기존의 미술 학교, 아카데미 소속 인물과 그들의 화풍에 반기를 드는 것도 카라바조의 반체제성에 대한 그림자의 의혹을 돋운다. 반면 매혹은 자기 신념과 반대될지라도 도저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예술적 재능과 그 재능이 그림자의 마음을 파고드는 과정에서 나온다.
모든 조사를 마친 그림자는 카라바조와 대면한 최후의 장면에서, 자신의 신념과 마음을 저울질한 후 나름의 결단을 내리고, 이후 눈물 한 방울을 흘린다. 후회의 눈물일까? 감동의 눈물일까? 그림자는 비즐러와 같은 것을 느꼈으나 다른 선택을 내렸다. 이렇게 예술과 체제, 권력과 인간의 딜레마에 관한 그럴듯한 드라마가 완성된다.

다른 한편, 카라바조가 예술가로 이름을 남길 수 있었던 건 21세기가 아니라 16세기에 태어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예술가의 인품, 생활을 작품성과 깊이 연계하는 오늘날을 살았다면 어땠을까? 그를 둘러싼 스캔들은 더 뜨겁고 격렬했거나 아니면 애초에 예술가로서 자격을 상실해 점화조차 되지 않았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느낀 장면은 대개 난폭한 난동꾼인 그가 밑바닥 사람들과 애정 어린 관계를 맺고, 그들에게 깃든 성령을 포착한 후, 모델로 세우기까지의 몇몇 과정에 대한 묘사였다. 바로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카라바조의 작품이 여전히 빛나는 것일 터다. 그래서 더더욱 헷갈렸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과거의 인물을 재단하고 평가하는 일은 지양되어야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에 그와 같은 인물이 다시 등장한다면 어디에 초점을 두고 그를 평가할 것인지에 관해서 말이다. 수 세기 전 그림자가 마주한 고민은 다른 방식으로 계승되어 우리에게 나름의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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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절한 그리움의 고백, 진해지는 사랑의 향기
얼마 전 영화 파이란(감독 송해성)을 봤다. 20년 만의 재개봉. 평일 낮 시간이라 관객은 많지 않았지만 그때 그 시절의 기억과 추억을 소환하려는 분위기가 극장 내에는 돌고 있었다.
파이란. 뭔가 푸른빛이 돌 것만 같은 제목의 이 영화는 굉장히 기묘하면서도 절절했다. 참 애틋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기분이 든 건 아니다.
질퍽한 폭력의 세계에서 출발하는 이 영화는 차츰 방향을 튼다. 거친 폭풍 같았던 영화는 말 그대로 푸른빛이 돌기 시작한다. 그런데 아주 아프다. 보는 사람을 울릴 정도로. 어딘가 집요할 만큼, 어딘가 무모할 만큼 마음을 녹여내는 마음이, 한 여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강재(최민식)는 이리저리 치인다. 후배들에게 무시받는 건달이다. 친구이자 조직 보스 용식(손병호) 앞에서는 눈칫밥만 먹는다. 어느 날 용식이 예상치 못한 사건을 일으킨다. 강재는 용식 대신 감옥에 들어가기로 한다. 그런 강재 앞에 갑작스러운 부고가 전해진다. 그것도 아내의 부고(!). 아내의 이름은 파이란(장백지). 강재가 예전에 위장 결혼을 해준 중국 여성이었다. 강재는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그녀의 장례식장이 있는 강원도로 떠난다. 가는 길에 강재는 파이란이 오래전 보낸 편지를 읽는다.
인생이 바닥으로 침몰하기 직전인 건달과 그런 그를 향해 일방적인 연정을 품은 여성의 사랑. 다소 뻔한 외피를 두른 이 영화는 사실 찬 얼음을 녹이는 훈풍 같다. 요즘 말로 하면 ‘겉바속촉’이라고나 할까. 파이란의 편지 내용이 강재에게 닿고 변화하는 강재를 보며 내내 긴장했던 관객의 마음도 조금씩 풀어진다.
‘모두 친절하지만 강재 씨가 가장 친절합니다. 잊어버리지 않도록 보고 있는 사이에 강재 씨를 좋아하게 됐습니다. 당신의 아내로 죽는다는 것 괜찮습니까?’
강재에게 도착한 파이란의 편지는 애틋함이라는 단어를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한 글자 한 글자에 담긴 진심. 가족은커녕 친구 한 명 없는 낯선 이국땅에서, 파이란을 구해준 건 우연하게도 깡패 강재였다. 고마움을 넘어 사랑을 편지로 마음을 전하는 파이란의 모습에 이 영화는 우아한 곡선을 타기 시작한다.
사실 이 영화가 더 절절한 건 강재와 파이란이 만나는 장면이 딱 두 번 밖에 등장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둘의 대화는 단 한 차례도 등장한다. 마주 보는 장면은 딱 한 번 나오는데, 이마저도 강재는 파이란을 알아보지 못한다. 살아서 교감하지 못한 이 둘은 결국 한 명이 죽어 마음으로 교감한다. 오히려 영화 속 사랑의 향기는 진해진다.
인생에는 여러 굴곡의 일들이 펼쳐진다. 이 세계에서 사랑하는 이를 살아 만나지 못하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이 있을까. 이 영화 같은 이야기에 우리는 완전히 강재가 되어 파이란을 그리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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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임루프를 통해 진화한 로맨스
소설과는 달리 시각적으로 관객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영화 매체에서 타임루프는 매력적인 소재다. 같은 하루가 반복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는 시각적인 묘사만한 게 없다. 두번 이상 반복되는 시간, 위치, 인물, 대사는 보는 즉시 관객에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주는 동시에 코믹 요소로도 더할 나위 없다. 최근에는 액션 장르나 심지어 공포 장르에까지 타임루프 소재가 확산되었지만 타임루프를 가장 많이 사용해온 장르는 멜로 혹은 로맨틱 코미디다. 특히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이프 온리>는 반복되는 타임 루프는 아니지만 반복된 단 하루를 통해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멜로를 선사하면서 관객의 눈물을 자극했다. 일반적으로 타임루프는 같은 시간(일반적으로 하루)이 영화 내에서 수십 수백번씩 반복되는데 이 반복 자체가 재미 요소가 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특히 매일 반복되는 단조로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반복 자체가 영화의 백미가 된다는 건 아이러니하다. 이는 반복되는 일상, 그날이 그날같은 하루라고 하지만 실제 관객은 매일 조금씩 다른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때문이다. 즉 일반적인 관객이 겪는 반복은 실제로는 반복이 아닌 셈이다. 마치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매일 조금씩 다른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 반복을 통해 달라지는 무언가를 성취하고 그 성취감으로 인생을 살아간다.
반면 타임루프에 갇힌 우리의 주인공들은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루동안 무언가를 쌓아 놓는다고 해도 다음 날이면 리셋되기 때문이다. 이 리셋은 인간관계에도 적용된다. 단 한 명만 하루가 반복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의 인간관계는 얼마나 처참해질까. 타임루프라는 소재를 멜로와 섞어 인간관계에 대한 성찰을 그린 <팜 스프링스>는 멜로의 요소 또한 살짝 비튼다. 누군가와 친해지더라도 하루가 지나면 리셋, 그리고 타임루프에 말려들기 전 사이가 나빴던 누군가와는 영영 화해할 수 없다. 홀로 타임루프를 반복하며 살고 있었던 나일스(앤디 샘버그 분)의 삶은 이 타임루프에 또 다른 주인공 세라(크리스틴 밀리오티 분)가 끼어들며 달라진다. 매일이 리셋인 나일스에게 세라와의 관계는 유일하게 성취할 수 있는 무언가가 된다. 타임루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나일스는 세라와의 관계에서 에너지를 얻고, 그저 하루하루를 즐겁게 사는 데 치중하지만 세라는 타임루프를 통해 삶에 대한 애정을 키운다. 반복되는 사람들의 행동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매일을 다르게 사는 나일스와 세라를 통해 웃음을 자아내던 서사는 여기서 로맨틱 코미디의 결을 달리한다. 나일스는 세라와 사랑에 빠지지만 세라는 삶과 사랑에 빠진다.
관객들은 죽고 못사는 연애 서사에 오랫동안 시달려 왔다. 로맨틱 코미디의 90% 이상은 순정으로 마무리한다. 현실적인 연애를 그렸다는 <연애의 온도>도 결말은 순정이었고(연애 하이퍼 리얼리즘의 끝판왕은 오히려 레즈비언 연애를 그린 <연애담>쪽이다
감독병크는잠시무시) 로맨틱 코미디 장인이라 할 수 있는 낸시 마이어스 감독조차 서사에서 사랑을 쉽게 놓지 못한다. 환상을 믿는 관객에게는 안됐지만 누군가 없이 살 수 없는 삶은 심리적으로 건강한 삶이 아니다. 정말 서로 죽고 못사는 커플들도 있기야 하겠지만 대부분의 커플들은 적당히 만나서 적당히 연애하다가 결혼하고 적당히 살다가 죽는다. <이프 온리>가 한국 관객에게 소구했던 건 권태기가 온 커플에게 비현실적인 사랑 서사를 선사함으로써 개봉 당시 관객 지분율의 절대 다수를 차지했던 20대 여성들에게 스스로가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는 점을 일깨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은 흘렀고 현대 관객은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며 너보다 나를 더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사만다의 대사에 열광하는 주체적인 존재로 성장했다. 이제는 타임루프건 뭐건 지고지순한 로맨스 서사는 관객에게 더 이상 소구하지 못한다. <노트북>에 열광했던 관객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조부모님의 이야기를 실제 모델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감독이 이혼했다는 뒷이야기를 들으며 씁쓸해한다.<팜 스프링스>는 그래서 서사의 중심을 연애가 아닌 삶으로 옮겨온다. 세라와 나일스의 공통점은 타임루프에 말려들기 전에도 그닥 의미없어 보이는 삶을 살았다는 점이다. 나일스는 타임루프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이전의 삶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반복되는 하루에서 어떻게든 의미를 찾고 빠져나가려는 세라를 보며 고통은 진짜라고 설파하고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면 되지 않겠냐고 말한다. 하지만 세라에게 반복되는 하루는 현실이 아니다. 반복되는 하루를 고통으로 시작해야 했던 세라는 더 이상 그 고통을 감내할 수 없다. 타임루프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본 세라는 나일스와 사랑에 빠지지만 자신의 삶이 더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초반부 남성 캐릭터를 이성적으로, 여성 캐릭터를 감정적으로 그리는 것만 같던 <팜 스프링스>는 후반부에 이르러 이를 반전시킨다. 반복되는 삶에 안주한 나일스는 그냥 여기서 매일 재밌게 지내면 안되겠냐며 이제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세라를 붙잡지만 세라는 단호하게 나일스가 아닌 삶을 선택한다. 세라는 나일스와는 달리 삶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철저하게 준비하기 시작하며 하루하루를 방탕하게 사는 나일스와 대비된다.
<팜 스프링스>의 특이점은 하필 반복되는 하루가 세라의 동생 탈라(카밀라 멘데스 분)의 결혼식 날이라는 점이다.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결혼식은 세라에게는 모종의 이유로 떨떠름할 뿐이다. 한편 반복되는 결혼식에 지친 나일스는 이제 정장조차 입지 않고 참석한다. 그 자신이 의미없는 연애를 이어가고 있는 나일스 또한 결혼식이 허상일 뿐이라는 점을 짐작하고 있다. 연애라는 환상에 지친 나일스와 세라는 사랑을 믿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를 만나면서 사랑이 가진 의미를 깨닫는다. 나일스와 세라를 제외한 이들은 사랑이라는 환상에 매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나일스의 여자친구 미스티(메레디스 하그너 분)는 나일스를 사랑하지 않지만 남자친구가 필요하기에 나일스와 헤어지지 못한다. 미스티에게는 타인의 결혼식조차도 한껏 꾸미고 나가야 하며 땀조차 나서는 안되는 중대 행사다. 아름다운 결혼식에 환장해 자기 자신을 꾸미는 데 집착하면서도 연애를 놓지 못하는 여성 캐릭터 자체는 시대착오적이지만 결혼식 이전에 연애조차도 어쩌면 크게 의미가 없을 수 있음을 미스티는 코믹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자신을 구해준 나일스에게 끌렸던 세라는 이제 자기 자신을 구하며 삶과 사랑에 빠진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나일스에게 당신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는 한 마디를 날리는 세라는 현대 로맨틱 코미디 사에 길이 남을 대사를 뱉은 셈이다. 죽고 못사는 연애만이 정답인 것처럼 그려지던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는 이제 남성 없이도 생존하는 여성을 당당하게 서사의 주체로 내세우며 스스로를 구원하는 구원자이자 구원받는 객체로 이원화한다. 세라는 타임루프 안에서든 밖에서든 삶을 영위할 것이며, 나일스와 함께이든 아니든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연애에 구속되지 않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탈라의 결혼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축복을 빌어주는 세라는 결혼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세라를 고작 축사로부터 구해주고 생색을 냈던 나일스는 이제 세라를 믿고 따르는 객체로 변한다. 나일스의 서사인 것처럼 시작했던 <팜 스프링스>는 제목 그대로 손바닥 뒤집듯이 세라를 입체적인 존재로 그려내며 현대적인 연애 서사를 관객에게 보여준다. 이제 현대 관객들은 연애가 삶의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며 운명의 짝 같은 건 없을지라도 때로 삶의 동반자가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지 않을까.
*이미지 출처는 모두 네이버영화입니다.
*본 리뷰는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 초청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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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객이 전도된 마블의 쿠키 인질극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혼자서도 거뜬히 은하계를 수호하는 히어로 '캡틴 마블/캐럴 댄버스'(브리 라슨). 어느 날, 우주선에서 이상한 신호를 감지한 후 정찰을 떠난 그녀는 평소와 달리 계속해서 열려 있는 '점프 포인트'를 발견한다.
그런데 점프 포인트에 손을 댄 바로 그 순간부터 캐럴에게는 이상한 일이 생긴다.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캡틴 마블의 광팬이자 고등학생 히어로인 '미즈 마블/카말라 칸'(이만 벨라)과 빛의 파장을 조작하는 히어로 ‘모니카 램보’(티오나 패리스)와 위치가 바뀌기 시작한 것.
'닉 퓨리'(새뮤얼 L. 잭슨)의 도움을 받아 우여곡절 끝에 크리족 리더 '다르-베'(자웨 애쉬튼)의 음모로 인해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셋. 그렇게 팀 '마블스'는 캡틴 마블에게 복수하고 지구를 비롯한 여러 행성을 파괴하려는 다르-벤을 저지하기 위한 모험에 나선다.
똑 닮은 자매, <캡틴 마블>과 <더 마블스>
2019년에 개봉한 <캡틴 마블>은 큰 성공을 거뒀다. 국내 관객 500만 명을 돌파했고, 전 세계에서 11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다만 비평적으로 호평받지는 못했다. 히어로 영화 1편의 기본 소양이 부족했기 때문. 슈퍼히어로는 자기 능력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뇌한다. 아이언맨도, 캡틴 아메리카도, 토르도 예외는 없었다. 반면에 <캡틴 마블>은 캐럴 댄버스의 책임감을 어필하지 못했다.
주인공의 서사가 빈약하니 보조 플롯도 조명받지 못했다. 예를 들어 <캡틴 마블>에서는 여성 서사 못지않게 의외로 강조된 이야기가 있었다. 난민이다. 전쟁으로 고향을 잃은 우주 난민 스크럴 종족의 이야기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를 통해 <캡틴 마블>은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는 지중해 난민 이슈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드라마 <시크릿 인베이젼>의 틀을 깔 수 있었다. 주목받지 못했을 뿐이다.
<캡틴 마블>의 속편이자 캡틴 마블, 미즈 마블, 모니카 램보의 팀업 무비인 <더 마블스>는 1편의 행보를 따라간다. 의외의 선택은 있다. 굵직하고 민감한 사회적 이슈를 건드린다. 세 히어로의 능력도 확실하게 각인시킨다. 하지만 캡틴 마블을 비롯한 주요 인물의 서사와 캐릭터성은 여전히 완성도가 높지 않다. 결국 차기작을 예고하는 쿠키 영상만 뇌리에 남는다. 이조차도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기대감만 키운 전편 행보를 따른다.
캡틴 마블의 성장기
물론 1편의 단점을 극복하려는 시도는 곳곳에 있다. 특히 캡틴 마블의 내적인 성장을 보여주고, 캐릭터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인상적이다. <캡틴 마블>과 <엔드게임>에 이어 이번 영화 초반부까지 캐럴 댄버스는 독선적인 행동을 일삼는다. 누구보다도 강력하기에 그녀는 옳다고 믿는 일을 저지르는 데 망설임이 없다.
그러다 보니 그녀는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크리의 모성인 '할라'를 급습해 행성을 관리하는 A.I. '슈프림 인텔리전스'를 파괴했다. 관리 체계가 없어진 할라는 내전에 휩싸이고, 대기, 물, 태양광 같은 자원이 없어졌다. 이로 인해 캐럴에게는 '말살자'라는 이명이 붙었다. 또 이 오명을 혼자 힘으로 씻어내기로 결심하고 지구로의 귀환도 차일피일 미룬다. 그 때문에 어릴 때 캐럴을 가족처럼 따르던 모니카와의 관계도 엉망이 된다.
<더 마블스>는 캐럴 댄버스가 자기 독선과 오만으로 인한 과오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다룬다. 빌런 ‘다르-벤’과의 대결을 통해서는 본인이 초래한 참극을 직시하고 자기 힘으로 할라의 문제를 해결한다. 특히 자기 광팬인 고등학생 히어로 미즈 마블, 절친의 딸 모니카와 팀으로 활동한 대목이 주효했다. 부끄러운 과거와 고민도 마음껏 털어놓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러워졌고, 독선적인 면모도 내려놓을 수 있었으므로.
우주 경찰 캡틴 마블, 지구 경찰 미국
MCU 속 캡틴 마블의 독특한 위상을 고려하면 그녀의 변화는 꽤 흥미로운 은유이기도 하다. 캡틴 마블은 압도적인 히어로다. 광속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고, 크리 족이나 타노스의 함선을 단신으로 파괴하는 힘을 지녔다. 타노스와 일신으로 대적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이를 현실의 지구에 대입하면 꽤 의미심장한 비유가 된다.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지위를 보여주기 때문. 캡틴 마블이 우주를 마음껏 넘나들듯이 미국은 지구의 바다와 공중을 넘나드는 유일한 국가다. 마음만 먹으면 나라 하나를 풍비백산할 수 있는 군사력을 투영할 수 있는 국제적 위상도 캡틴 마블의 존재감과 유사하다.
그런데 <더 마블스>는 캡틴 마블의 힘을 부정한다. 간신히 보금자리를 만든 후 크리와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는 스크럴. 그러나 그들은 협정 체결 직전에 캡틴 마블 때문에 다시금 행성을 잃는다. 그들은 캡틴 마블을 비난한다. 힘이 얼마나 강한 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일침을 놓는다. 설사 크리가 진심으로 평화를 원한 게 아니라 해도, 그녀 때문에 다시 한번 피해를 입었다면서.
이는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를 비롯해 미국이 개입한 수많은 국제분쟁을 연상시키기에 안성맞춤이다. 또 그간 MCU 속 영웅들의 서사와도 일맥상통한다. 미국 군수산업의 모순을 지적한 아이언맨,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판한 캡틴 아메리카와 유사한 국제관계 관점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사건만 남고 주인공은 사라지는 마법
문제는 1편처럼 엉성한 플롯이다. 부실한 완성도 때문에 영웅의 성장담도, 비유도 부분적으로만 드러난다. 배경을 쌓아 올릴 충분한 분량이 쌓이기도 전에 일단 사건 속으로 주인공을 던져 놓는다. 실제로 <더 마블스>는 시작과 동시에 점프 포인트 때문에 파괴된 행성과 세 주인공의 위치가 뒤바뀌는 문제를 보여준다. 이후 해결법을 찾고, 한 팀이 되어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좋게 보면 짧은 러닝타임에 걸맞은 시원한 전개다. 하지만 <더 마블스>의 핵심이 캡틴 마블의 성장과 팀업이라는 걸 고려하면 적절한 스토리텔링이라 할 수 없다.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할 여유를 충분히 주지 않은 채로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관객은 쏟아지는 정보를 받아들이기에 바쁘다. 그 과정에서 주인들의 갈등도 날림으로 해결되기 때문에 그들이 한 팀을 만드는 과정에 몰입하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 캐럴과 모니카의 갈등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캐럴의 절친이자 모니카의 어머니인 '마리아'(러샤나 린치)의 부고를 지키지 못한 일을 포함해 수십 년의 앙금이 쌓인 문제니까. 그런데 영화는 둘 사이에 활달한 제삼자 카말라를 완충지대로 투입해 10분도 되지 않은 사이에 모든 감정의 골을 메워 버린다. 캐럴이 자기 독선과 과오를 깨닫는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정작 그 변화를 체감할 수가 없다.
즉, 영웅이 성장할 방향은 알려주지만, 사건에 캐릭터가 묻혀 버린 형국이다. 현란한 CG, 더 귀여워진 구스와 다른 아기 플러큰의 활약이 지나가고 나면 정작 주인공이 뭘 했고, 어떻게 변했고, 어떻게 성장했고,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파악할 수가 없다. 이는 <토르: 러브 앤 썬더>, <앤트맨 앤 와스프: 퀀텀매니아>에서 목도한 문제와 똑같다.
조연도, 빌런도 함께 실종된다
다른 캐릭터도 존재감을 보여줄 수가 없다. 주인공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바쁜데 다른 조연들의 서사에 투자할 시간이 있을 리 만무하다. 자연히 <더 마블스>는 불친절해진다. 일단 모니카와 미스 마블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이 없다. 디즈니+에서 <완다비전>과 <미스 마블>을 보지 않으면 두 히어로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는 스쳐 지나가는 플래시백 외에 전무하다.
그러니 '마블스'라는 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기도 어렵다. 세 여성 히어로의 연대를 그려낸 여성 영화라지만, 정작 셋의 연대감이 느껴지지 않으니 여성 서사 관련 논쟁도 무의미하다. 그나마 능력을 쓸 때마다 서로 위치가 바뀐다는 점을 살려낸 초반부 액션씬이 눈을 사로잡지만, 그조차 점점 매력을 잃는다. 액션의 절대적인 양도, 스턴트 액션의 박력도 부족하기 때문. 관객이 MCU에 기대하는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다.
빌런도 마찬가지다. 사실 다르-벤은 꽤 입체적인 인물이다. 캡틴 마블이 미국에 대한 은유라면, 그녀는 개발도상국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다르-벤은 캡틴 마블 때문에 파괴된 할라를 복구하기 위해 악행을 저지르기 때문. 즉, 그녀의 행적은 환경이라는 더 큰 선을 위해 개발도상국도 희생을 감내하라는 선진국 논리에 대한 비판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크리 제국이 빌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맥락이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지만.
하지만 <더 마블스>는 다르-벤에게 뱅글과 코스미 로드(망치)로 점프 포인트를 열어 위기를 조성하는 역할 그 이상을 맡기지 않는다. 그녀가 캡틴 마블과 적대하게 되는 계기에 대한 설명도 딱 한 장면뿐이다. 그녀의 최후 역시 히어로와 대립한 결과보다는 자멸에 가깝기 때문에 임팩트가 크지 않다. 타노스, 로키, 제모 남작, 웬우 등 과거 MCU의 빌런을 돌이켜보면 MCU가 빌런 레시피를 잃어버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쿠키 영상을 보기 위한 100분
결국 남는 것은 쿠키 영상뿐이다. 본편 끝에는 카말라가 드라마 <호크아이>의 주인공 케이트 비숍을 만나며
'영 어벤저스(Young Avengers)'의 등장을 암시하는 장면이 나온다. 엔딩 크레디트 후에는 멀티버스를 매개로 MCU와 기존 20세기 폭의 엑스맨 시리즈의 만남을 예고하는 쿠키 영상이 있다.
두 장면 모두 마블 팬의 심장을 뛰게 하기는 충분하다. 특히 엑스맨과 MCU의 만남은 디즈니가 20세기 폭스 스튜디오를 인수한 이후로 팬들이 오매불망 기다린 이벤트다. MCU의 다음 작품이 <데드풀 3>인 점도 팬들의 기대감을 키우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 기대감도 마냥 좋은 일은 아니다. 상업적으로는 훌륭한 전략일지 몰라도, 본편 완성도를 고려하면 MCU 영화가 일종의 '쿠키 영상 인질극'으로 변질된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더 커진다. 특히 한국 관객은 기대보다 실망이 커도 놀랍지 않다. 마블 코리아가 적극적으로 홍보한 '얀 왕자', 박서준의 출연 분량이 카말라의 가족이나 구스보다도 적기 때문.
Dreadful 끔찍한
멀티버스와 팀업이라는 강박. MCU의 엑스맨마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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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실황 영화 모음.zip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코로나 이후로 주춤했던 공연들이 다시 활기를 찾아가고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각종 SNS에서 대학교 축제부터 음악 페스티벌까지!
공연과 관련된 다양한 게시물이 많이 업로드되며, 사람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아직 공연을 못 즐기시는 분들을 위해
집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영화를 추천해보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공연실황' 영화 모음집!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2021 스웨그 에이지: 외쳐, 조선!
Swag Age: Shout Out, Joseon!, 2021
ⓒ 네이버 영화
synopsis
삶의 고단함과 역경을 시조 속에 담아 훌훌 털어버렸던 백성들은 역모 사건으로
시조 활동이 금지되면서 자유도 행복도 잊은 채 살아간다.
그러던 중 15년 만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조선시조자랑이 열리게 되고,
탈 속에 정체를 감추고 양반들의 악행을 파헤쳐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자 조직된
비밀시조단 ‘골빈당’은 이것을 기회 삼아 조선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한편, 왕의 비선실세이자 시조대판서인 홍국은 자신에 대한 악덕한 소문을 퍼트리고 다닌다는 이유를 들어골빈당을 잡으려는 음모를 꾸미는데…
cine pick!
서울예대 학생의 학사 창작 뮤지컬이었던 <외쳐, 조선!>으로 처음 시작되었고,
학교 공연 중 이례적으로 재연과 삼연까지 한 작품이다.
게다가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작품상, 안무상, 남자신인상을 수상하면 3관왕에 오른 작품이다.
팬텀: 더 뮤지컬 라이브
Phantom: The Musical Live, 2021
ⓒ 네이버 영화
synopsis
파리 오페라 하우스의 어둠만이 가득한 지하,
그곳에는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흉측한 얼굴 탓에 숨어 지내는 오페라의 유령이 있다.오페라 하우스를 지배하는 그는 ‘팬텀’이라고만 알려져 있을 뿐 그 누구도 그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그는 우연히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크리스틴 다에의 목소리를 듣고 단번에 매료되고,그녀를 오페라 극장의 새로운 디바로 만들기 위한 비밀스러운 레슨을 시작한다.오페라의 유령의 도움으로 크리스틴의 실력은 나날이 향상되고 기다려왔던 데뷔 무대를 치르지만,열등감과 질투에 사로잡힌 오페라 극장의 디바 카를로타의 사악한 음모에크리스틴의 데뷔는 엉망이 되고 만다.이에 분노한 오페라의 유령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크리스틴을 지키기로 다짐하게 되는데…cine pick!
색다른 앵글과 촬영 방식을 통해 입체적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게 제작된 영화.
클로즈업샷을 통해 디테일한 부분까지 감상할 수 있게 만들어 몰입도를 높였다.
몬테크리스토: 더 뮤지컬 라이브
Montecristo, 2021
ⓒ 네이버 영화
synopsis
젊은 선원 에드몬드 단테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악명 높은 샤토 디지프 섬의 감옥에서 14년을 보낸다.
에드몬드는 자신의 인생을 망친 사람들의 정체를 깨닫고 복수를 결심한다.
cine pick!
8K 시네마틱 카메라와 14대의 온-스테이지 밀착 촬영으로 담아낸
역동적인 관람 뷰와 영화관 최적의 사운드로 생생하게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Musical Daddy Long Legs, 2017
ⓒ 네이버 영화
synopsis
고아원 밖의 세상을 꿈꾸던 제류샤. 어느 날 수수께끼의 남자가 그의 정제를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제루샤의 대학 공부를 후원해 주겠다고 하고,
제루샤는 그를 키다리 아저씨라 부르며 매일 편지를 보낸다.
cine pick!
사랑스러운 넘버와 귀엽고 재치있는 각본.
소극장 2인극이지만, 무대를 완벽하게 채워낸 두 배우와 연출.
해밀턴
Hamilton, 2020
ⓒ 네이버 영화
synopsis
미국 건국의 아버지 알렉산더 해밀턴의 이야기를 담은 공연.
cine pick!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힙합 뮤지컬의 만남!
역사를 알고 보면 더 재밌겠지만, 없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힙합' 뮤지컬이다.
빌리 엘리어트 뮤지컬 라이브
BILLY ELLIOT THE MUSICAL LIVE, 2014
ⓒ 네이버 영화
synopsis
소년 ‘빌리’는 아버지의 강요로 하게 된 권투 수업 중 중 우연히 본
발레 교실을 통해 본능적으로 춤에 이끌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cine pick!
전 세게 81개 어워드를 수상한 최고의 뮤지컬이다.
원작 <빌리 엘리어트>를 원작으로 한 이 뮤지컬은 원작과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블랙핑크 더 무비
BLACKPINK THE MOVIE, 2021
ⓒ 네이버 영화
synopsis
숨 가쁘게 달려온 5년 동안, 지나온 시간만큼 차곡차곡 쌓인 추억들,
그리고 무대에서의 기쁨. 가장 빛나는 순간들을 언제나 함께했던 팬들과 나누는 영화.
cine pick!
블랙핑크의 무대뿐만 아니라 공연을 준비하는 모습부터 리허설 과정까지 모든 부분을 볼 수 있다.
게다가 블랙핑크의 미공개 스페셜 인터뷰 또한 담아져 있다.
미스터트롯 더 무비
Mr.Trot The Movie, 2020
ⓒ 네이버 영화
synopsis
‘내일은 미스터트롯 대국민 감사콘서트’ 서울 공연의 뜨거웠던 무대 실황과
그 너머, TOP6의 매력적인 일상이 선물처럼 찾아온다.cine pick!
35.7%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내일은 미스터트롯'에서 TOP6을 기록한 6명의 콘서트.
<미스터트롯: 더 무비>는 15만 명이 넘는 관객들을 동원하며,
그 해 멀티플렉스 3사 단독 개봉작 중 최고 스코어를 달성하기까지 하였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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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키 17>: 돌아온 이야기꾼 봉테일.
지구 밖 낙원은 가능한가.
미키는 지구에서 티모와 영끌한 마카롱 사업을 시원하게 말아먹고 사채업자를 피해 지구를 뜬다. 파일럿 기술로 한자리 꿰차는 티모와 달리 미키는 아무런 기술이 없어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익스펜더블 프로그램을 신청한다. 이름부터 노골적이다. 익스펜더블, 소모품으로 우주 식민지 개척을 위한 실험체가 된다. 미키는 임상 실험체로서 쓰이고 지워지길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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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프린팅의 반복이다. 극 초반에는 미키의 내레이션 목소리 때문인지 봉준호의 연출 터치 때문인지 미키의 상황이 덜 비극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미키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놓고 보면 굉장히 비인간적이고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있음이 확실하다. 빚쟁이를 피해 고향 지구를 떠났지만 우주에서는 임상 실험체로서 죽고 다시 태어나길 반복 인생이니까.
미키에게 우주는 새로운 공간이지만 이곳에서의 처지는 더 나빠졌지 좋아지진 않았다. 노동의 신성함은 허울 좋은 미끼에 불과하다. 미키에게 남겨진 것은 죽음뿐인 노동이다. 이는 현실과 연관 지어 생각할 포인트가 된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류의 노동을 줄여 준다고 하지만, 인간의 노동보다 더 비싼 비용이 필요한 순간에서 인간의 노동이 줄어들 수 있을까?
오히려 값싼 인건비를 이용해 로봇 대신 위험한 일에 계속 투입시키지 않을까. 외국인 노동자의 사례만 봐도 쉽게 이해 가능하다. 우주 방사선과 바이러스 확인을 위해 소모되는 미키를 보고 있자니, 로봇 유지 보수 비용보다 값싼 노동이 미래에도 끊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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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 신성한 것이라는 말에 엿이나 먹으라고. 미키를 보라고, 값싼 노동이 얼마나 위험한 곳에 투입되는지 당신들은 모르지 않냐는 봉준호 감독의 생각이 살짝 묻어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프린팅되는 미키를 대하는 모습과 멀티플이라는 개념을 보고 있으면, 인간의 윤리와 법이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 생긴다.
죽고 나서 프린팅되는 미키 17을 보고, 그의 삶에 관심을 가지기보단 미키가 어떤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존재인지, 그는 죽음을 어떻게 느끼는지에만 관심을 가지니까. 대부분은 그의 죽음과 삶을 단순한 하나의 절차와 호기심의 대상으로만 인식한다.(죽음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는 것이 본능적인 것 같기도 하지만.)
하나의 육체에 하나의 영혼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멀티플 현상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든다. 만약, 멀티플이 발생하게 되면 그 즉시 죽여서 삭제한다는 단서 조항도 만든다. 미키에게 행해지는 것과 모순적이다. 미키는 반복적으로 죽임을 당하고 재생당한다. 그러면서 동일한 기억이 심어진다. 자연의 섭리를 따지지만 인간을 프린팅 해서 자기들 입맛에 맛게 사용하고 죽이고 다시 살려내는 비인간적인 행위는 서슴지 않고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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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심어지는 것도 생각해 볼 포인트다. 누군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일부 기억을 삭제한 뒤 심을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이다. 기술과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미키와 같은 처지의 사람을 자유자재로 통제할 수 있다. 코에 걸면 코 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격이다. 내로남불. 이런 상황이면, 법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지구에서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돌아가지만 제한된 자원과 극한의 환경인 우주에서는 어떤 사회 시스템이 작동할까?라는 의문도 생긴다. 우주형 자본주의가 새롭게 생겨나거나, 제한된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전체주의가 들어설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신기술을 가진 새로운 기득권이 전체주의 독재를 펼치게 된다면 마샬이 집권하는 사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마당에 우주로 공간이 바뀐다 해서 인류가 파라다이스를 건설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오히려 인간의 비인간적인 잔혹성이 커질 수 있지 않을까. 미키의 서사와 세계관을 살펴보면 심각하게 생각해 볼만한 내용이 많다. 이런 포인트를 넣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만 함몰되지 않고 극의 재미를 이끌어 가는 봉준호의 터치는 매우 좋았다. 물론, 로버트 패틴슨과 다른 배우들의 연기가 없었다면 완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성장과 사랑
나샤와 미키 18의 등장으로 미키 17은 변화를 맞이한다. 죽음과 프린팅밖에 없는 일상에 사랑과 질투의 감정이 새로 스며든다. 미키 17은 18과 나샤를 두고 경쟁(?)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미키 18은 17보다 더 적극적이고 때론 공격적이다. 미키 18은 미키 17의 다른 자아이자 봉준호 감독 자신처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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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17은 지구에서부터 니플하임까지 오게 된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한다. 엄마와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눌렀던 빨간 버튼으로 인생을 망친 벌을 받고 있다고 말이다. 여기에 대고 봉준호 감독이 미키 18을 빌려, “네 잘못이 아냐”라고 말하며 위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여기서의 미키 17은 일반의 삶을 살아가는 모두를 의미한다 해도 무방하다.
미키 18은 미키 17과 달리 인생이 꼬여버려 불행한 이유를 외부에서 찾는다. 지구에서 불의의 사고로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자동차의 기계 결함이고, 니플하임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은 스스로의 벌이 아니라 마샬 때문이라고 말이다. 봉준호 감독은 전작에서, 구조적 문제에 봉착해 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인물들을 그렸었다.
여기서는 문제의 원인을 바로잡고자 적극적으로 행동에 옮기는 인물을 미키 18을 통해 보여준다. 설국열차에서 기차의 벽을 터뜨리는 남궁민수와 비슷하다. 종국에는 미키 17이 자신의 손으로 비인간적인 시스템을 부숴버리며 당당히 극복하는 모습도 그려낸다. 미키 17에게 미키 18은 미키 스스로의 내적, 외적 성장을 촉진하는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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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극복의 과정에는 미키에 대한 나샤의 무조건적인 사랑도 한몫했음을 그려낸다.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바로, 나샤가 미키 17과 18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장면과 나샤와 카일이 미키 17과 18을 두고 경쟁하는 장면이다. 이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권력이 바뀌는 분기점이 된다. 결말로 향할수록 모계 사회에 대한 그림을 넣은 것으로 보인다. 짐작 가는 여러 장면이 더 있다. 멀티플 법안을 만드는 위원회에서 지구 측 발언자가 여성인 점. 독재 권력자인 마샬이 아내의 말을 잘 듣는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나샤의 신분이 변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정치적 올바름의 활용.
일부에서는 PC 주의를 버리지 못했다는 의견을 비추기도 한다.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구체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과거보다 현재 여성의 사회 진출은 늘었고 그에 따라 여성의 사회적 권력도 커졌다. 숫자는 적지만 여성 지도자를 배출한 국가도 있다. 앞으로도 인종과 성별에 따른 사회의 모습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현실이 이러한데 영화의 배경은 우주다. 행성을 개척하려는 인류는 함선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더불어 인간을 프린팅하고 기억을 심는 기술을 보유한 인류다. 종합적으로 생각해 보면, 극 중에서 인종과 출신 그리고 사회적 구조를 창의적으로 구성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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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오브 맨>의 주인공처럼, 베이비 크리퍼를 안고 살리기 위해 달려가는 나샤를 보면 나샤의 결말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니플하임에서 다음 세대를 책임지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이 어색하진 않다. 소설 원작의 작품이고 극중 인물과 사회적 배경에 대한 각색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다. 무작정 PC가 점철된 영화라고 비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런 상황도 충분히 있을 수 있겠다는 자연스러운 전개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미키 17은 PC 요소를 적절히 활용한 영화라고 보는 게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PC를 적절히 활용한 것과 그저 이용만 한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라서 구별하기 어렵다. 백설 공주와 인어공주 그리고 마블의 사례를 따져보자. 백설 공주와 인어공주 원작 주인공은 백인이다. 아주 오랜 시간 백인 주인공으로 모두의 뇌리에 박혀있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이런 부분을 간과하고, 굳이 라틴계와 흑인 배우를 섭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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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원작과 팬들에 대한 각색을 터무니없는 방향으로 했다고 봐야 한다. 조선시대 장군이 백인으로 등장하거나 타 인종으로 등장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봐야 한다. 원작의 특징을 무시하고 PC를 잘못 활용하면 이렇게 된다. 마블에는 대표적으로 아이언하트가 있다. 아이언맨과 아이언하트 사이에는 어떠한 개연성이나 연관성이 없다. 아이언맨은 전형적이지만 완벽한 영웅 서사를 가졌다. 반면, 아이언 하트의 서사는 그 자체로 빈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웅 바운더리에 포함되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아이언맨 3에 등장했던, 차세대 아이언맨이 되지 않을까 모두의 기대를 받았던 캐릭터는 사라지고 뜬금없이 어린 흑인 배우가 아이언맨인 양 등장해서 PC 비판만 받았다. 차라리 캡틴 아메리카와 팔콘의 서사처럼 흘러갔다면 PC 비판을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이언 하트의 경우는, 서사를 무시하고 PC 요소를 잘못 활용한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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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PC를 활용하는 방법이 구린 것이 문제다. 백설 공주와 인어공주 그리고 마블의 일부 영화는 이 부분에서 처참히 실패했다. PC 요소에 대한 비판보다는 이를 활용하는 방법의 적절성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정확한 지적이라 생각한다. 결론적으로는, 위의 영화들과 달리 미키 17은 PC 요소를 적절히 활용한 완성도 좋은 상업 영화다. PC를 덕지덕지 묻힌 영화라는 비난과 비판을 받기엔 서사의 완성도가 높고 비난 의견에 대한 근거는 빈약하다.
통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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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에서 등장했던 통역기가 여기서도 나왔다. 통역기 사용 전에는 미키와 나샤는 크리퍼가 미키를 살려준 것이라는 합리적 추측으로 결론짓는다. 마샬은 벌레의 소리를 들을 필요는 없다며 식민지 개척을 목표로 크리퍼 몰살을 계획한다. 모두 각자의 상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판단해 행동한다. 이 상황에서 통역기가 개발된다. 통역기를 통해 처음으로 크리퍼와 소통을 시도하는 인물이 미키다. 그는 왜 자신을 살려줬는지 크리퍼에게 물어본다. 프린팅 인간이라 맛이 없어서 그러냐고 말한다. 이때, 별것 아닌 크리퍼의 대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럼, 죽여?”
인간이 얼마나 자기중심적 사고를 가진 존재인지 돌아보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자신과는 다른 존재기 때문에 자신을 해하려고 하는 위협적인 존재라고 빠른 판단을 하는 것도 인간의 속성이라는 것을. 영화를 보는 관객들조차 크리퍼가 위협적인 행동을 하진 않을까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고 이는 극 중의 인물들과 마찬가지라고 깨닫게 해주는 대사였다. 백인의 미대륙 원주민 침략 역사를 반추하게 한다. 넓게는 인류의 침략 역사도 떠올려진다.
여자어와 남자어가 있듯이 사람과 사람끼리의 오해도 쉬운 세상이다. 오해가 켜켜이 쌓여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던가. 만약, 역사의 여러 부분에서 서로의 입장과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통역기가 있었더라면 인류의 역사는 지금과 다른 방향으로 펼쳐지지 않았을까. 이는, 나샤가 언급하는 원주민의 역사와도 관련된다.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마샬처럼 원주민을 약탈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변했을까. 무기를 개발하는 것보다 좋은 통역기를 개발하는 게 시급하겠다 싶더라. 이런 게 봉준호식 스토리텔링이구나 감탄했다.
그 외 이야기들미키의 과거 서사가 부족했다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자동차 버튼을 눌러서 미키의 가족과 인생이 어떻게 변했고 이후로 이 사건이 미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키가 지구에서 사업도 말아먹고, 자신의 인생을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아 그의 과거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크게 필요하진 않겠다 싶었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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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에서도 기택 가족의 구체적인 서사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인물들이 어떤 특징과 사연을 가졌었는지 대사로 짧게 설명하고 만다. 이번 영화에서도 미키17이 내레이션으로 자신의 서사를 간략하지만 충분히 설명한다. 이러한 이유로 미키의 서사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미키 17과 18처럼, 생김새는 같지만 각자 이름을 가진 루코와 조코를 통해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름이 있고 가족이 있듯이 말이다. 인간이 얼마나 자신들의 세상만 생각하는지, 역지사지의 태도는 가지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비슷한 맥락으로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듯, 이들도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마지막 장면을 통해 알 수 있는데.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러니까, 배척하지 말라고.
복제인간을 다룬 영화는 많다. 대부분의 경우 주인공과 주인공 복제 인간이 대립하면서 한쪽이 죽는 이야기로 끝나는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미키 17과 18은 살짝의 갈등이 있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들이 지배받는 시스템을 향해 그들이 처한 문제의 원인을 돌린다. 전형적인 복제인간 서사를 살짝 틀었다고 생각은 들지만 2009년에 개봉한 영화 <MOON>의 서사와 굉장히 유사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샤와 카일 그리고 티모와 일파까지 추가해 서사를 더 풍성하게 만든 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마크 러팔로의 케네스 마샬은 트럼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봉준호 감독은 인터뷰에서 특정 정치인을 이야기했다고 말하긴 했다. 그리고 마크 러팔로가 트럼프가 양 팔을 허리 위로 들어 트위스트 비슷하게 두둠칫하는 춤사위를 따라 하는 장면도 나온다. 어느 장면에서는 마샬이 말할 때 실룩이는 입술 모양으로 트럼프를 묘사한 것 같았다.
또한, 트럼프가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을 손가락으로 지목하며 질문을 받는 모습과도 유사한 장면이 있다. 더불어 One and Only가 적힌 빨간 모자와 카페 간판만 봐도 트럼프를 묘사했다는 게 명확하다. 트럼프가 총격을 당했었는데, 마샬 얼굴에 총알 스치는 장면이 나온다. 흥미로운 사실은 미키 17의 촬영은 2022년 12월에 끝났다고 한다. 트럼프가 등장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또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대통령직을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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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샬의 이름 자체가 권위주의적이다. 마샬이라는 영문 성은 군사적 지도자를 의미한다고 한다. 극 후반에는 사실상 군사적 지도자에 가까운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마크 러팔로가 악역 연기에 처음 도전했다는 말이 있던데, 작년에 개봉한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가여운 것들>에서 악역에 가까운 던컨 웨더번을 연기한 모습도 떠올랐다. 물론, 사악한 정도의 캐릭터는 아니긴 했지만.
일파는 왜 소스에 집착했을까? 아직까지 정확히 모르겠다. 굳이 엮어 보자면. 미키와 같은 노동 계급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손에 흙먼지 하나 묻히지 않고 쏘옥 빨아먹는 권력자의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보였다. 노동자들을 갈아 넣은 그들에겐 의미 있는 어떤 결과물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 소스는 다채로운 맛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근데, 마샬 부부를 제외하면 함선의 사람들은 맛없는 밥만 조금씩 배식 받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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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샬은 넉넉한 음식들에 소스를 껴얹어 먹고. 이런 비교를 위해 설정한 부분 아닌가 싶기도 하다.(우주에서 향신료나 소스가 얼마나 귀하겠나.) 크리퍼의 꼬리를 자르고 갈아 마시는 행위와 미키 악몽에 등장하는 마샬 복제 장면을 연결 지어보면 복제 인간이 가능한 시기에는 장기 매매 같은 것도 성행하게 되리라는 상징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앞서 미키17 세계관을 먼저 설명해야 했지만 글의 마지막에서야 언급한다. 미키가 간 곳의 행성 이름은 니플하임이다. 이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세계 중 하나의 이름이라고 한다. 얼음과 안개의 세계. 실제 극에서 크레바스가 등장하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행성으로 그려진다. 니플하임은 죽음의 신인 헬이 통치하는 세계로 알려져 있다 한다. 죽은 자들이 가는 장소로도 여겨진다고 한다. 그러니까, 여기서는 지구에서 활용될 만큼 활용된 빈 껍데기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소모시키기 위한 장소라고 볼 수 있어 보인다.
봉테일의 귀환봉준호 감독은 인터뷰에서 미키가 화력발전소와 구의역에서 숨진 청년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미키가 우주에 나가서 시설을 정비하는 모습이나 사이클러 불구덩이로 미키의 시체가 던져지는 장면을 보면 봉준호 감독의 말이 쉽게 설득된다. 결과적으로, 미키에게는 죽음의 장소였지만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곳이다. 나샤라는 사랑도 만났잖나. 어둡게 생각하면 한계 없이 침울해질 영화지만, 동시에 아기자기한 희망이 담겨 있는 영화기도 하다.
<기생충>과 비교하면 복부를 푹 찌르는 날카로운 느낌은 줄었지만, 그럼에도 봉준호의 영화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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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영화는 엔딩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 아들이 본다면 어쩔 수 없지. 아빠는 넷플릭스를 껐다. 난 지금 <오징어 게임>을 보고 있다. 난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데도 이건 보고 있다. 난 범죄물이나 스릴러물을 좋아한다. 예고에서 내 취향의 느낌이 나서 넷플릭스를 켜 재생을 시작했다. 나는 어쩔 때 취향이 넓은 사람인 척 하지만 사실 등장인물끼리 피 튀기는 걸 좋아한다. 단적으로 피 튀기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것이 아니다. 집중하기 좋은 작품들을 좋아한다. 내가 평소에 산만한 사람이라 그런 것 같다. 지금도 영상편집하다 느닷없이 FM을 켜서 게임을 하다가 <오징어 게임>을 동시에 보며 이 글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산만함. 이건 누가 와도 못 고칠 습관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습관. 습관은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는 것일까? 일단 우리 엄마도 내 습관 전부를 고치지는 못했다. 아니 사실 나 스스로도 내 습관을 고치지는 못한 것 같다. 예를 들어 밤에 뭘 먹는 습관은 무슨 짓을 해도 고쳐지지 않는다. 소화기약을 먹고 자면 잠에 일찍 들 수 있는데 이것마저도 조금 부족한 것 같기도 하다. 잘 보일 사람이 있다면 고칠 수도 있지 않을까? 글 쓰다 말고 밤새 딴짓을 하는 뭐 같은 습관도, 언제부턴가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으면 잠이 안 오는 습관도 다 고쳐질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실제로 그랬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독히 산만한 인간이라 습관과 싸우는 게 유독 힘들다. 이런 나에게도 나를 바꾼 에피소드가 있다. 난 잘 보일 사람이 있었다. 무의식에 욕지거리를 한 두 마디 하던 나는 비속어를 쓰지 않게 되었다. 고마웠다. 이 말 빼고는 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그렇게 고맙다는 말 많이 했었는데도 말이다. 이 사람을 만날 것이라고 생각해서 한 행동도 아닌데, 사실 걸핏 보기엔 우연에 불과한데도 나는 참 많은 것들을 얻은 셈이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운명과 우연을 빗댄 영화다. 올해 <랑종>이 핫할 때 같이 상영관이 걸렸었던 작품이다. 일본 내에서는 <귀멸의 칼날>을 누르고 얼마 동안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사실 이건 그렇게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일본산 로맨스 영화를 신뢰하는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나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같은 영화 나는 좀 별로였다. 몰입이 안 되는 느낌? 그런데 <아사코>는 좋았다. 그런데 난 솔직히 아사코는 로맨스 영화긴 한데 그것보다 철학적인 색이 짙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나는 일본의 로맨스 영화에 대해서는 취향이 확실했던 셈이다. 이건 필연이었다. 내가 그만큼 일본 영화에 실패를 해 봤으니 이런 판단이 들어간 것이겠지?
내 확실했던 취향만큼이나 영화는 분명한 설정을 보여준다. 아직도 이 영화를 처음 볼 때가 생각난다. 이 영화의 시작은 우연이었다. 우연처럼 취향이 비슷한 동갑내기 둘이 만나게 된다. 막차가 끊겨 처음 만나게 된 주인공. 카페에서 취향에 대해 이야기하다 대화가 잘 통한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이를 기점으로 서로 같이 전시회와 노래방을 가며 서로 잘 맞는다는 걸 확인한다. 단기간에 깊게 친해진 둘은 언제 고백해야 할지 전전긍긍하다, 결국 사랑에 성공한다. 스물하나라는 나이에 가슴 뛰는 사랑을 시작한 것이다. (극 중 안에는 평범남, 녀로 나오는 듯 하지만) 스다 미사키와 아리무라 카스미의 훈훈한 비주얼이 이 고백하는 장면에서의 두근거림을 더 키운다. 달달한 로맨스를 살릴 수 있는 배우들의 캐스팅이 빛난 셈이다. 영화로 돌아가서, 취향이 맞는 걸 확인한 두 주인공은 매일매일이 행복하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서로 고양이도 키우고 동거도 하며 일상을 즐겁게 보냈다.
근데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두 가지의 사건이 분기점이 돼서 둘은 소원해진다. 처음은 남자 주인공 무기의 일러스트레이터 일이었다. 벌이가 예전 같지 않게 되자 회사에 취업하게 된 무기. 야근에 야근이 겁쳐 XBOX로 게임도 못하고 미라 전시회도 못 가며 그림 그릴 일은 거의 없다시피 해 둘의 사이는 소원해진다. 다른 사건은 키누의 '하고 싶은 일'에 관한 것이었다. 선배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벤트 기획업체에 취업하게 된 키누. 안정적인 원 직장을 버리고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곳에서 돈을 벌기 시작한 키누를 무기는 못마땅해한다. 이런 것들이 모이고 모여, 첫사랑이 이어지고 4년이 지나자 둘은 이별을 결심한다. 우연처럼 시작했던 두 사람이지만 필연을 피하지 못하고 현실에 부딪혔다. 헤어진 둘은 서로를 저주하지 않고 환하게 웃으며 축복한다. 우연과 운명으로 시작했던 사랑이 결국 이를 부정하며 끝났다. 원래 영원한 건 없다. 시작이 있다면 끝도 있는 것이다. 무슨 달콤한 말을 해도 영화의 엔딩은 정해져 있었다. 난 이 둘이 실존인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난 이 기분이 뭔지 알 것 같았다. 왠지 모를 시원섭섭함이었다. 가령 영화의 한 장소에서 둘이 껴안는 엔딩신이 있다. 이 영화에 300% 몰입하며 본 나는 무기의 관점에서 이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느꼈다. 난 이 영화의 러닝타임이 끝나질 않길 바라고 있었다는 걸. 그런데 끝났다. 무기는 키누와 마주치지 않는 손인사를 건네고 그렇게 각자의 새로운 연인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 러닝타임도 끝났다. 마지막 막이 내려가는 순간에도 사실 상영관 밖을 못 나왔던 것 같다. 이건 당연한 것인데도 말이다. 당연한 사랑이야기에 참 깊게도 몰입했다. 영화는 러닝타임이란 게 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인간관계도 그렇다. 취향이 같다고 해서 영원한 사랑이 될리는 없으며 결국 둘 중 한 명은 서로를 떠나야 한다. 내가 이 영화 상영관에서 버틴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될 리가 없는 것처럼.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생각을 딱 붙잡고 일어섰다. 그래. 영화건 소설이건 드라마건 좋다고 생각한 것에 여운이 오래 남을 수도 있지. 문을 열어서 밖을 나섰다. 길거리에 마스크 낀 수많은 커플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턱을 괴고 땅바닥에 앉아 가만히 바라봤다. 많은 사람들이 내 앞을 지나갔다. 내가 봤던 CGV 옆에는 꽃집이 없다. 이발소와 옷가게가 있다. 어차피 나는 저기서 평소에 머리 안 자른다. 그리고 저기 옷가게들은 여자 옷을 판다. 맞은편에는 피부과가 있다. 바라보기 좋은 공간이었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나는 아무 이유 없이 세상을 바라봤다. 어차피 내 인생에서 시작과 끝은 영원히 반복될 것이다. 인생은 꽃다발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확 아름답게 피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시들기 때문이다. 내가 지나쳐온 개화기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고 알았다. 갑자기 드는 생각 때문이었다. 다시 집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며 느낀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내가 느낀 것? 나에게 꽃다발이 되어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는 것이다. 난 정말 많이 변했다. 피고 지는 걸 반복했다. 세상에 어떤 인간이 N 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정신상태가 비슷하길 원한단 말인가. 이건 다들 똑같을 것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 나는 항상 끝이 분명하다는 걸 알면서도 꽃같이 아름다운 사람에게 많은걸 받으면서 살았다. 이 과정이 아름다웠냐. 아니다. 나는 추해지고 멍청했던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이불을 세게 찰 만큼 창피한 뭐 그런 기억 말이다. 심지어 무엇이든 끝이 있으니 우리 인생은 참으로 심심한 셈이다. 그래도 정말 중요한 건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당연히 매일이 즐겁지는 않았다. 마찬가지로 무기와 키누가 정말 매일매일 행복했을까. 아닐 것이다. 언제는 싸우기도 했겠지. 당연한 사실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에게 남는 건 꽃다발같이 아름다웠던 시간이다. 질 때도 필 때도 있는 게 사람이다. 무엇이든 받아들인다면 편할지도 모른다. 나에게 있어 습관이라고 하는 것도 이런 느낌이다. 꽃을 이쁘게 전시하려고 화분을 직접 만들어 낸 느낌인 셈이다. 시들면 어때. 난 여기서 풍기는 향기 때문에 언제는 하루하루가 즐거웠는걸. 잘 보이고 싶어 비속어를 섞지 않게 됐는걸.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게 사람이다. 그걸 위해서 사람은 물도 주고 햇빛도 줘야 한다. 끝이 있지만 나와 여러분들이 기억하는 건 이렇게 꽃이 피고 지는것처럼 아름다운 시간이다. 어차피 이거 이 글을 읽는 몇 안 되는 독자들이라면 다 안다. 그럼에도 우리가 불구하고 유념해야 하는 건, 분명한 끝이 있다면 이들에게 웃는 모습으로 안녕이라고 말할 수 있으면 참으로 다행일 것이라는, 뭐 그런 거다. 웃으며 기억하자. 그리고 보내주며 스스로에게 되뇌자.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아름답게 활짝 피어날만큼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났다. 난 과거의 내 사진을 보며 기적이라고 생각할 만큼 변했다. 이런 나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하며 산 셈이다. 이 글의 주인공이 되어준 이들이 이 글을 볼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의 해피엔딩이 되어줘 참 고마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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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들의 그림자에서 마블 최강의 마녀까지 간 소녀
#산돌구름 #엘리자베스올슨 #완다비전
"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2021. 03. 04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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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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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어바웃올슨?!
01:03 슈퍼스타 언니들의 그림자
03:58 스스로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고 싶었던 배우
06:35 Road to 스칼렛 위치
08:42 마블의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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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비우스, 이게 최선인가? , 제작사 소니의 또다른 실수
소니가 영화 판권을 가지고 있는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의 악당 캐릭터인 모비우스의
단독영화가 개봉하였습니다.
개봉 전 꽤 기대를 불러왔던 영화였는데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영화였습니다.
배우 자레드 레토의 재능이 또 한 번 소비되어버리고 마는 작품입니다.
캐릭터의 매력도, 액션 장면의 매력도, 이야기의 재미도 잡지 못한 영화네요.
아마도 앞으로 소니에서 제작될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에서 계속 보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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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마일 2> 1차 예고편
곧 다시 웃게 될 거야... 올가을, 다시 공포가 전염된다 [스마일 2] 10월 극장 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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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쿨 오브 락(樂)> 메인 예고편
뛰는 ‘문제아’ 위에 나는 ‘교장’ 있다!
꿈도, 배우고자 하는 열의도 없던 학생들이 모인
그곳에 날라리 교장선생님이 부임했다!
이상한 탈을 쓰고 등교하는 건 기본이요,
점심시간마다 학교를 가득 채우는 버스킹에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리는 교장실까지!
“공부를 포기했다고 인생도 포기한 건 아니야!”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선생님과
그 안에서 인생의 목표를 찾아가는 아이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날라리 교장쌤의 특별한 ‘인생수업’이 시작된다!
공부보다 중요한 ‘진짜 인생’은 지금부터!
오늘도 신나게 학교 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