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1-10 10:35:51
에디터 PICK! 2025년 개봉이 기다려지는 영화
당신의 취향을 저격한 에디터는?

오늘은 네 명의 에디터가 2025년 개봉이 기다려지는 영화를 각각 2편씩 뽑아보았습니다.
4인 4색! 여러분의 취향과 가장 가까운 에디터는 누구인가요?
여러분의 최대 기대작도 댓글로 알려주세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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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가장 위대한 영화 중 하나,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보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감독 : 상탈 에커만
출연진 : 델핀 세리그
잔느 딜망
이 영화의 주인공은 1970년대의 벨기에 어느 동네에 사는 주부 잔느 딜망이다. 가정주부인 잔느. 하는 일이라곤 정해져 있다. 밥하고. 빨래하고. 요리하고. 아이들 챙기고. 딱히 치열하거나 게으를 것도 없이 하루가 간다. 밖으로는 잘 안 나가는 것 같은 잔느. 하지만 이 모든 게 당연하다는 듯 잔느의 관심사는 집이다. 아들 아들도 딱히 지루해하는 구석이 없는 것 보니 엄마를 좋아하는 것 같다. 평화로운 일상. 겉보기에 잔느의 안분지족 하는 일상은 그녀에게 안성맞춤이다.
이런 그녀에게도 조금씩 균열이 생긴다. 사실 잔느의 집은 집안일과 매춘이 동시에 벌어지는 장소였다. 별다르게 일을 하지 않는 잔느. 이 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같은 일만 계속 반복하려니 지겹다. 갑자기 잘 깎이지 않는 감자. 신경질적으로 감자를 깎는다. 또 아들의 시답잖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무너지는 일상. 잔느는 더 끔찍한 비극을 받아들여야 한다.
No.1
이 영화는 작년 2022년에 발표한 ‘사이트 앤 사운드 선정 역대 최고의 영화’ 1위에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영화가 고전 영화 중 하나로서 좋은 평가를 받는 건 합리적으로 보인다. 사실 영화 러닝타임의 대부분이 주인공 잔느가 집안일하거나 밖에 잠깐 외출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의 이야기가 잔느의 집안일에 기반한 탓에 일반적인 극영화랑은 거리가 있다. 하지만 영화(를 비롯한 모든 창작물)가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작품의 정교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카메라의 구도부터 이 영화는 특별하다. 영화는 지겨울 정도로 특정 구도를 반복한다. 눈높이는 잔느와 비슷하다. 인물 양옆에 물건들이 있다. 영화의 위-아래도 잔느의 움직임을 방해하고 있는 물건들이 배치되어 있다. 영화는 이 구도를 20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전부 적용한다. 심지어 이 구도는 잔느가 외출하는 장면에서 역시 마찬가지다. 전체적인 화면에 비해 인물이 작아 보인다. 외출을 끝내고 잔느가 집으로 돌아올 때 엘리베이터를 탄다. 다시 잔느의 부피가 커진다. 다시 답답해진다. 이 구도는 잔느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더 의미가 명확해진다. 잔느는 마치 철문을 열고 감옥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실내 안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이 영화의 촬영구도는 집 안 / 집 밖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집 밖에선 고립감을, 안에선 폐쇄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영화가 여성들에게 있어 ‘집안일=감옥’과 유사하다는 걸 은유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모든 상황을 통제하듯
잔느가 집안일이라는 감옥에 있기 때문에 서서히 미쳐가는 인물을 묘사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주인공 잔느가 감자를 깎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잔느는 손목이 다쳐도 두렵지 않은 것 같이 감자를 깎는다. 커피를 마시는 장면이 있다. 한 번 마시고 그냥 다 버린다. 후반부에 아이를 돌보는 장면이 있다. 얼굴에 단 조금의 미소도 품지 않고 정색한 채로 아이를 달랜다. 달래려고 하면 할수록 아이는 더 크게 운다. 이젠 아예 아기가 울든 말든 신경조차 쓰지 않는 잔느. 인물에게 누적된 스트레스를 체감하게 한다. 이 감옥은 다른 의미로 치환되기도 한다. 우선 집안일과 성노동이 같은 공간에서 이뤄진다는 점은 가사노동의 본질적인 부분을 표현하고 싶었던 감독의 의도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성노동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식으로 이뤄지는지를 극후반부에서야 그나마 보여주는 편이다. 이 말은 즉슨 성노동이 인물의 생계와도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생략했다는 뜻이다. 이는 여성의 일상이 얼마나 피폐한가를 묘사하는 것과 대치되기 때문에 감독이 고의적으로 분량을 없애버린 것이다. 일상에서 서서히 벌어지는 균열이 후반부의 선택과 이어진다는 것이 플롯의 핵심이다. 그런데 (충분히 자극적인) 잔느가 누구와 잤는지가 영화에서 중요할까? 오히려 잔느의 일상에 더 개입한 변태적인 카메라가 되는 건 아니었을까?
영화에서 물건이 등장하는 방식도 미묘하다. 이 영화는 물건을 일상으로 비유하고 있다. 잔느의 첫째 날은 평화롭다. 두 번째 날부터 이야기에 광기가 서려있다. 아들이 ‘엄마 단추 떨어졌어요!’라고 말한 후부터 잔느가 온 동네를 뒤져 단추를 찾는다. 사건의 선후관계를 생각해 보면 ‘잔느가 집안일하다 밖으로 나오는 것 마저 가사노동의 일부’라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영화에서 누군가가 선물을 보낸다. 집안일과는 다른 무언가가 나올 법도 한데 잠옷이 나온다. 잠옷은 집에서 입는 옷이라는 점에서 ‘일상의 마무리’를 의미하고 있다. 잔느가 구두를 수선하려고 어딘가로 들어간다. 주인장인 남자는 잔느에게 ‘아들 잘 지내고 있나요?’라고 묻는다. 구두가 잔느 본인 것이 아닐뿐더러 주인장이 하는 말까지 아들에 대한 것이다. 영화가 느릿느릿하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단지 지루하게 하려고 이렇게 이야기를 연출한 것이 아니다. 느릿느릿해야, 더 상황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이고 섬세한 부분까지 캐치해야 이 영화 이면의 깔려있는 어마무시한 광기를 이해할 수 있다.
합리적인 엔딩
이 영화의 엔딩은 특별하다.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전 세계의 여성들을 바라보는 방식’이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잔느는 엔딩에서 흰 옷을 입고 있다. 러닝타임 내내 색이 흐린 옷만 입었던 잔느. 잔느는 일상 속에서 깔끔함을 추구한다. 이렇게 강박적인 성격이 강한 잔느이지만 성노동과 가사노동을 거부하듯 살인을 저질렀고 흰 옷에 피가 묻었다. 금기를 어긴 잔느. 표정이 명확하지 않았던 잔느는 200여 분동 안 처음으로 혼자 웃는다. 하지만 이 모습을 찍는 구도가 흥미롭다. 집 안이다. 사실 혼자 멍하니 웃는 장면을 실외에서 찍어도 이야기의 논리관계에는 어떤 악영향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장면을 굳이 실내에서 찍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또 옆에 있는 주전자 던져버릴 수도 있는 건데 그대로 놔뒀다. 이는 잔느가, 그러니까 여성이 스스로 주체성 있게 우뚝 섰다 하더라도 가부장제라는 감옥은 피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감독의 탄식처럼 보인다. 실제로 엔딩 후반부에 러닝타임 중반부쯤에 등장했던 생활소음이 삽입된다. 또 심지어 조명까지 어둡다. 이 두 요소를 굳이 넣었다는 점 역시 촬영 구도와 마찬가지이다. 이 영화가 제기하는 문제의식은 1970년대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사실 2023년을 살아가면서 여전히 가부장제의 무언가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13일까지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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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프링 블라썸(2020)> 리뷰
- 얼마 전 극장에서 영화 <스프링 블라썸>의 예고를 보았다. 내 흥미를 자극한 건 트레일러 속 짧게 스쳐 지나간 안무 영상이었다. 사랑이란 감정을 대사로써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몸짓이라는 은유를 사용한 것이 제법 전위적이지 않은가 생각했던 것이다. <사랑은 부엉부엉(2016)> 등에서 보여준 프랑스 영화 다운 참신함에 대한 기대감도 물론 있었겠지만.일단 영화 외적인 것을 짤막하게 이야기하자면, 이 작품은 수잔 랭동 감독의 데뷔작이다. 하지만 그저 감독이라고 부르고 넘어가기엔 찝찝하다. 만일 <스프링 블라썸>이 하나의 음악이었다면, 수잔 랭동은 원 맨 밴드라는 말을 들었을 테니. 그는 포스터에서도 알 수 있듯 주연배우를 맡았고, 각본을 쓴 사람이기도 하며, 엔딩 크레딧곡마저 직접 불렀다. 그야말로 영화계의 루키다. 다만 영화 각본을 쓰기 시작한 것이 15살이며 자전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 다시 말하자면, <스프링 블라썸>은 결과적으로 첫사랑의 시작과 끝을 다루면서도 첫사랑을 회고하는 데에서 나오는 쌉싸름함이나 약간의 안타까움이 누락되어 있으며, 주인공 수잔(수잔 랭동)이 세상과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한 묘사는 퍽 서툴다. 그래서인지 <스프링 블라썸>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의 라이트한 버전에 가까워보인다.※ 스포일러 주의<스프링 블라썸>이 포착하고자 한 것은 삶의 한 순간이다. 따분한 일상이 급작스레 반짝이게 되는 어떤 순간. 이야기는 학교와 집, 관심사가 맞지 않는 주변인과 같은 일상에 질린 주인공 수잔의 눈에 우연히 연극 배우 라파엘(아르노 발로아)이 들어오는 순간 시작된다. 라파엘이 일하는 극장이 수잔이 좋아하는 하교길에 있다보니 둘의 동선은 거듭 겹친다. 자꾸만 시야에 들어오는 알 수 없는 남자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된 수잔은 점차 그의 영역에 자신을 들여보내고, 안면을 트며,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간다.두 사람의 관심사는 꽤 비슷한 구석이 있지만, 수잔과 라파엘이 가장 크게 공통점을 느낀 부분은 권태로움이다. 다만, 수잔과 라파엘의 권태는 겉으로는 비슷해 보일지언정 속사정이 꽤 다르다. 작품이 재현하는 수잔의 권태는 기실 수잔이라는 인물의 자아/독특함을 부각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예컨대 수잔의 대사, "나는 또래 남자애들이 따분해요"는, 기실, 자신의 특별함을 인지하는 상대의 부재에서 비롯된 불만이다. 그가 말하는 '남자애들'은 보다 정확히 말하면 또래 전체를 뜻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프닝 시퀀스에서부터 그는 여자 친구들과의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파티에서 어울리지 못하며, 수업 시간 중 수준 낮은 질문을 하는 친구에게 큰 애정을 베풀지 않는다. 즉 수잔이 겪는 일상의 무료함은 평균적인 또래 집단과 수잔 본인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영화는 해석한다.반면 라파엘이 겪는 권태로움은 일종의 번아웃으로 보인다. 같은 배역이 반복됨으로써 작품을 계속하고픈 열정이 희미해진 시간만이 지속되고 있다. 넌덜머리가 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가슴을 뛰게 하는 오페라 아리아곡과 같은 작은 요소에 기대어 일상을 이어나간다. 이런 순간 만난 사람이 바로 수잔이다.수잔 랭동 감독은 <스프링 블라썸>을 찍는 동안, '러브 스토리 자체보다 사랑에 빠지는 감정에 더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명확하게 두 사람의 관계가 발전하는 모습을 끊김없이 그리기보단 감각적인 연출을 통해 두 사람의 흔들리는 감정을 충실하게 묘사한다. 속절없이 라파엘에게로 향하는 수잔의 시선이나, 잠들지 못하는 새벽 따위의, 사랑에 휩싸인 선명한 순간을 꾸밈없이 모아둔 것 같단 생각마저 든다.하지만 동시에, 영화의 두 주인공은 (첫)사랑의 열병에 빠져 일상의 리듬을 잃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그토록 지난한 일상이었음에도 그것을 완전히 망가뜨리지 않으며 특별한 순간을 공유한다. 두 사람은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무엇인지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안다. 플라토닉적 관계에 기초한 둘의 감정은 일상을 조금쯤 살 만한 것으로 변화시킨다. 이렇듯 기존의 로맨스와 다른 문법을 사용하기 때문일까. 감독은 두 사람의 교감을 무용 시퀀스를 차용하여 표현하였다. 트레일러에서 보았던 장면이었음에도 영화를 통해서 만난 카페 씬은 두 사람의 감정을 그저 사랑이라는 단어로 재단하기엔 너무 얕지 않은지, 인간이 맺는 무수한 관계를 고작 몇 개의 단어로 가두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해 생각하게 될 만큼 훌륭했다.영화의 모든 장면은 놀라우리만큼 감각적이었으나 이외 부분에 있어선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군데군데 있었다. 자전적인 내용이라 하더라도 수잔을 제외한 주변인은 지나치게 평면적으로 담겨 영화의 설득력이 반감된다는 점이나, 또래 집단과 수잔의 다름을 표현하는 데에 보다 적절한 소재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첫사랑으로 인해 생기는 주인공의 변화는 다소 이율배반적인 면모가 있어 수잔의 스탠스가 흔들릴 만한 상황이었음에도 조금의 고민과 주저함이 없었던 점이 퍽 아쉬웠다. 사랑은 일상을 반짝이게 수놓기도 하지만, 수놓는 사람을 바꾸는 것이기도 하니까. 수잔이 경험한 변화를 한 두 발짝 물러나 깊이 있게 묘사했다면 보다 좋았을 듯 하다.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수잔 랭동을 알게 된 건 분명 큰 기쁨이었다. 그가 펼쳐보일 또다른 시네마를 기대해본다. 그때 즈음엔 <스프링 블라썸>이 내게도 첫사랑처럼 남을 지도 모른다. 어설퍼보이더라도 훗날 돌이켜보았을 때엔 결코 지울 수 없는 역사로 남고야 마는 첫사랑처럼.★★*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한 후, 주관적 견해에 따라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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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비판 영화 추천 '다음 소희' (feat.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 자살사건)
다음 소희
23.02.08 개봉
드라마, 15세 관람가
한국, 138분
감독: 정주리
출연: 김시은, 배두나 등
칸 영화제 국제피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된 '다음 소희'!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 자살사건을 소재로 하였대요
영화관 개봉했을 때부터 너무 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넷플릭스에 떠서 보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실화를 기반으로 하는 것들은,
특히나 이런 가슴 아픈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것들은
재미있다 재미없다 평가하기도 망설여지더라고요
영화를 영화로만 평가해야 하는데도 괜히 마음이 약해져서 ㅠㅠ
냉정하게 말해 보자면 평타는 친 것 같습니다
실화를 소재로 삼는 작품들은 어느 정도 픽션을 가미해서
재미있게 만들거나, 더 슬프고 화나게 만들던데
'다음 소희'는 딱 이야기 자체를 보여 준 느낌이었거든요
담담하고 우악스럽지 않은 영화입니다
이제 사무직 여직원이다?"
춤을 좋아하는 씩씩한 열여덟 고등학생 소희
졸업을 앞두고 현장실습을 나가게 되면서 점차 변하기 시작한다
"막을 수 있었잖아 근데 왜 보고만 있었냐고"
오랜만에 복직한 형사 유진
사건을 조사하던 중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그 자취를 쫓는다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언젠가 마주쳤던 두 사람의 이야기
우리는 모두 그 애를 만난 적이 있다
영화 <다음 소희> 줄거리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 자살사건 먼저 설명 드리자면
2017년 1월 특성화고 졸업을 앞두고 있었던 학생이
인터넷, 휴대전화 계약 해지를 방어하는 'SAVE팀'에서
현장 실습생으로 일하며
우울증과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렸는데요
현장실습 표준 협약서에 적힌 근무 시간 7시간도 지켜지지 않고
160만 5천 원이라는 월급도 지켜지지 않았대요
게다가 할당된 고객 객응대 횟수를 못 채웠다는 이유로
야근하는 일이 잦았다고 합니다
그 결과 근무 4개월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고요
다음 소희의 줄거리도 이와 똑같습니다
추가한 게 있다면 소희가 춤을 좋아한다는 것 정도죠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춤이었던 거 같아요
춤을 추다가 형사인 유진을 만나게 된 거기도 하고요
다만 소희만 유진이 춤추는 걸 지켜봤고
유진은 소희에게 관심이 1도 없던 캐릭터였기 때문에
소희의 사망에 분개하는 게 개연성에 맞나? 싶긴 했어요
유진이 세상에 관심 없는 자신을 자책했기 때문이라면
또 말이 되긴 하지만요?
저는 이런 영화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상에는 차별받는 사람이 너무 많고
또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실습생이라는 이유로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고
유일한 대기업 취업자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그만두지도 못하게 하고......
집은 가난해서 소희가 그만둘 수 있는 상황도 아녔고요
그렇다면 소희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누가 있나요?
(영화 내에선) 오로지 유진뿐이었습니다
유진 역시 너무 늦게 알아 버려서 타이밍을 놓쳤지만
소희의 남자 친구인 태준에게는 자신이 힘이 되어 주죠
어른이 아이에게 꼭 보호자가 돼야 한단 건 아닙니다
그저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눈길 한 번 주는 것만으로도
아픔이 있는 사람들에겐 큰 힘이 될 수가 있잖아요
그리고 그 시작은......
콜센터 직원에게 막말하지 않는 것부터 아닐까요
받을 때 안녕하세요~ 끊을 때 감사합니다~ 하는 것만으로도
그 분들껜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고 하더라고요
다음 소희가 생기지 않도록
관심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하는데
이게 딱!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김시은 님 보니하니 오디션 때부터 봤었는데 ㅋㅋㅋ
이렇게 연기 뛰어난 배우로 성장하셨을 줄은 몰랐어요!
배두나 님 연기력은 당빠 믿고 보는 거였는데
소희 역 김시은 님이 다 이끌어 주신 영화 아닌가 싶습니다
*줄거리: 4/5점
*연출: 2/5점
*영상미: 1/5점
*OST: 1/5점
*연기: 4/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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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장실에 갇힌 정상들의 권력을 파악하다, 영화<강철비2: 정상회담>
강철비를 굉장히 재밌게 봤던 사람으로서 강철비2 역시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이었다. 강철비에 나온 주역이었던 정우성과 곽도원이 그대로 등장해서 그 시놉시스가 그대로 연결되는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어서 초반에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굉장히 재밌게 본 작품이었다.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시놉시스
남북미 정상회담 중, 북한 내 쿠데타로 세 정상이 납치된다.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대한민국 대통령,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위원장과 미국 대통령간의 남북미 정상회담이 북한 원산에서 열린다.
북미 사이 좀처럼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핵무기 포기와 평화체제 수립에 반발하는 북 호위총국장의 쿠데타가 발생하고, 납치된 세 정상은 북한 핵잠수함에 인질로 갇힌다. 좁디 좁은 함장실 안, 예기치 못한 진정한 정상회담이 벌어지게 된다.
동북아시아의 운명이 핵잠수함에 갇혔다. 과연 남북미 세 지도자는 전쟁 위기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조했습니다.
세계 속에서의 한국 위치
같은 시기 봤던 영화 백두산보다 강철비2를 조금 더 좋게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의 위치를 그나마 객관적으로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일이지만 핵무기에 관련된 협약에 있어 남한은 낄 자리가 없이 그저 중재자로만 존재하고 주도권을 북한과 미국이 가지고 있다는 현실을 함장실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함장실에 갇히게 된 세 정상은 가장 먼저 북한이 침대에 남한이 의자에 앉는다. 그런데 갑자기 미국 대통령이 “나보고 화장실 변기에 앉으라고?!?!” 짜증을 내자 남한 대통령은 정처 없이 함장실을 서성이고, 북한 위원장은 의자로, 미국 대통령이 침대로 향한다.
현 상황을 너무나도 잘 표현한 장면이었다. 초반에 등장한 이 한 장면 때문에 강철비2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했다. 패권을 휘두르는 미국과 키를 가지고 있는 북한, 그 사이에 껴서 이도저도 못하고 눈치를 보는 남한의 입장이 너무나도 잘 드러나는 장면이어서 감탄했다.
상황을 이용하려는 정치의 현실어느 나라 정치판이던 마찬가지겠지만 강철비2에서는 특히 어떤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정치계에서는 이 상황이 현재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도움이 되는지 여기서 어떻게 행동을 해야하는지 계산을 하는 장면들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이러한 장면을 미국 정치계에서 많이 보여주고 있었다. 북한은 위원장이 사라지고 나서부터는 본토에서의 상황을 전혀 보여주지 않고, 한국에서 역시 국무총리를 필두로 사건 해결을 위해 단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대통령 납치 사건이 각자의 입장에서 어떠한 의미이고 어떻게 행동해야 유리한지 생각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자주 비춰준다.
이렇게 미국의 경우에만 한정을 지어서 정치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점은 솔직히 아쉬웠다. 특히 미국은 개인주의라는 스테레오타입을 더욱 강화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안타까웠다. 하지만 일부분이라도 정치의 공간이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모든 상황을 이용하는 곳임을 드러낸 점은 괜찮았다.
대통령이 모든 걸 할 수 있는 슈퍼맨은 아니다
대통령이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는 상당하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이기에 대내외적으로 지켜야할 것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생각해보면 굉장히 정갈하고 빈틈이 없어보이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었다.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대통령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강철비2에서 느낀 대통령의 모습은 이에 치여사는 가엾은 직장인 같은 느낌이었다. 늦게 잔다고 아내에게 등짝을 맞고, 집무실에서 졸면서 5분만 더 자겠다고 하고, 부족한 영어 스피킹 실력에 작아지는 자신을 마주하고,,, 가정이 있는 남성이라면 사회생활을 하며 집안에서 한 번씩은 다 겪어본 일일 것이다.
이러한 모습들이 영화 속에서 비춰지면서 약간 대통령을 우러러보기 보다는 아니 어쩌다가 대통령이라는 직업을 만나서 저렇게 개고생을 하고 있나 하는 측은지심이 들었다. 대통령이라는 직책에 대해 영웅화를 하지 않고, 평범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줘서 대통령도 같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점을 잘 드러낸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물론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침착하고 비장하게 대한민국의 안위를 걱정하고 대한민국 해군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모습에서 약간 영웅적인 모습이 보이긴 했다. 그래도 이정도는 대통령이라는 직책에 대한 무게감을 주는 설정이 아니었나 싶다.)
현실성이 조금 떨어지거나 아쉬운 부분이 종종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세계 속의 한국의 위치를 가장 잘 표현한 북한 관련 작품이어서 추천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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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레틱(Heretic, 2025)>, 종교는 거들 뿐인 밀실 탈출 스릴러
A24에서 또 한 번 강렬한 공포 영화를 내놓았다. <유전>, <미드소마>, <톡 투 미>와 같은 특유의 신선한 호러 감각이 이번엔 종교를 만났다. 외딴 집을 찾은 신앙심 깊은 두 소녀의 믿음이 흔들리는 이야기, <헤레틱>이다. *필자는 지난 3월 27일, 씨네렙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를 통해 <헤레틱>을 미리 만날 수 있었다.
'헤레틱'은 영어로 '이단'이라는 뜻이고, 바로 내일(2일)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다.
● 기본 정보
제목: 헤레틱 (2024)
감독: 스콧 벡, 브라이언 우즈
출연: 소피 대처, 클로이 이스트, 휴 그랜트
장르: 공포, 스릴러
러닝타임: 111분
국내 개봉일: 2025년 4월 2일
제작/배급: A24
줄거리: 어느 눈 오는 날, 몰몬 선교사 자매인 반스(소피 대처)와 팩스턴(클로이 이스트)는 전도를 위해 한 남성의 집 초인종을 누른다. 집 주인 리드(휴 그랜트)는 이들을 호의적으로 맞이하며 날씨가 궂으니 잠깐 안으로 들어와 이야기를 나누자고 한다. 규칙상, 여성이 있어야 집에 들어갈 수 있지만 '아내가 있다'는 말에 두 자매는 의심 없이 문을 넘는다. 하지만 아내는 끝내 얼굴을 보이지 않고, 남자의 대화는 점차 묘하게 불편한 질문들로 이어지는데... 자신들이 이 집에 꼼짝없이 갇혔다는 것을 깨달은 두 자매는 탈출을 감행한다.
1. 믿음과 의심 사이의 긴장감
최근 공포 영화는 점프 스케어보다 서스펜스와 심리적 긴장감으로 관객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헤레틱>도 그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낯선 남자의 집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긴장감을 점진적으로 쌓아올린다. 그리고 이야기의 핵심에는 '종교'라는 소재가 있다. "신이 존재한다면 무섭고,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무섭다"는 역설적인 명제를 중심에 두고, 영화는 관객을 믿음과 의심 사이 긴장으로 이끈다. 궤변 같으면서도 논리적인 시험 속에서, 관객은 주인공들과 함께 끊임없이 무엇을 믿어야 할지 시험대에 놓인다.
물론 영화가 처음부터 이 철학적 긴장감만으로 공포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궂은 날씨에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외딴집, 그 안에 두 젊은 여성이 중년 남성과 함께 있다는 상황만으로 관객은 익숙한 불안을 감지한다. 이 상황 속에선 성별에 따른 물리적 힘의 위계가 힘의 비대칭을 만든다. 이는 남성이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라면 끔찍한 일을 겪을 수도 있다는 본능적인 불안을 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두 여성, 그리고 관객이 처음으로 의심하는 것은 바로 남성의 정체이다. 중년 남성 리드가 정말로 겉모습처럼 선한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은 곧 생사를 가를 수도 있는 문제이다. 제작진은 의도적으로 이 역할에 ‘노팅 힐’로 유명한 휴 그랜트를 캐스팅했다. 그는 젠틀하고 따뜻한 미소의 리드를 연기하며, 두 여성이 기꺼이 스스로 낯선 남자의 집 안으로 향하게 만든다. 물론 그들이 의심 없이 안으로 들어간 결정적인 이유는 리드가 ‘집 안에 아내가 있다’고 안심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아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리드는 부인이 낯을 가린다며 계속해서 그녀의 등장을 지연시킨다. 리드라는 인물에 대해 신뢰를 거둘지에 대한 판단은 영화 초반부를 지탱하는 핵심이다.
두 자매는 이러한 의심 속에서도 그들의 본래 목적대로 리드에게 전도를 하려 한다. 하지만 대화의 주도권은 점차 리드에게 넘어간다. 그는 점점 종교적 신념을 정면으로 겨누기 시작하고, 미묘하게 불편한 이야기를 꺼낸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리드는 계속해서 두 여성의 신념을 흔든다. 그리고 두 여성은 점점 그가 만들어낸 심리 게임의 룰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이 모든 과정을 따라가는 관객 역시 자연스럽게 리드의 질문에 동참하게 되고, 함께 시험을 받는 듯한 감각을 체험하게 된다.
이처럼 <헤레틱>은 단순히 종교적 메시지를 전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실존적인 위협에 기반한 상황을 통해 스릴러라는 장르적 재미를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믿음에 관한 심리 게임을 풀어나간다. 영화에서 긴장과 불안을 조성하는 방식은 매우 치밀하며, 배우들의 연기 역시 이 설계 속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한다.
2. 치밀한 설계
영화는 상당히 치밀히 짜여져 있다. 결말에서 치밀한 설계는 단순히 장르의 플롯을 넘어서 주제의식으로 발현된다. 동시에 관객으로서 이 치밀함 덕분에 이야기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즐거움도 준다. 먼저 캐릭터의 균형이 잘 맞춰졌다고 생각했다. 팩스터와 반스는 모두 독실한 몰몬교 신자이다. 그들은 속옷마저 교회가 규정한 의상을 입고, 교회의 공동체에 기반하여 생활한다. 반스는 현실감이 없이 순진한 전형적인 신자처럼 보인다. 반면, 팩스터는 상대적으로 눈치가 빠르고 현실 감각이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팩스터는 리드의 말에 휩쓸리지 않고 반박할 수 있는 논리적 인물이다. 이러한 캐릭터 설정 덕분에 일방적으로 리드에 의해 '이끌려' 가는 것이 아닌, 맞서는 모습을 기대하게 만들고 탈출의 가능성을 상기시킨다.
또한 인물들이 상당히 실행력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의심이 거두어진 순간에 망설임 없이 행동한다. ‘저건 믿으면 안 될 거 같은데’하는 답답함이 들 때쯤, 타이밍 좋게 인물들도 움직여준달까. 그런데 그 순간마다 절묘하게 새로운 변수나 불가항력적 상황이 또 던져진다. 결국 그들이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을 치밀하게 설계한 덕분에 영화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빈틈 없다고 느낀 부분은 대사이다. 감독들의 전작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소리를 내면 죽는다'는 설정 아래 대사를 최소화하며 긴장을 유도했다면, <헤레틱>은 그 정반대 지점에서 대사로만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감독들 역시 이런 극적인 대비를 하나의 창작 실험으로 삼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 대사는 '말맛'이 살아있는 그 자체로 즉흥적인 재미를 주는 것은 아니다. 대신 모든 대사가 계산된 구조 안에 유기적으로 배치되어 있다는 인상이다. 예를 들어, 초반부 리드가 반스에게 "큰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말하자 반스는 ‘스파이더맨’이 말한 것이라고 받아친다. 리드는 이를 ‘볼테르’가 말한 것이라 정정한다. 처음 이 장면에서 이 대사는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흘러갔기 때문에, 자그마한 유머라고 생각하고 웃고 넘겼다. 그러나 이후 영화가 반복적으로 원형과 복제, 신념의 계승과 변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앞선 대사가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처럼 영화는 대화를 통해 서서히 분위기를 조이고, 이후 그 대사들이 퍼즐처럼 맞물려 돌아올 때 강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심지어 음악마저 아무 의미 없이 삽입되지 않고 있다. 이런 지점들이 감상 이후 곱씹을수록 서늘함을 안겨준다.
3. 총평
<헤레틱>은 스릴러 장르 특유의 긴장감을 정교하게 설계한 작품이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오직 대화만으로 긴장을 구축하는 연출이 인상 깊었고, 이야기 자체도 흡입력이 있어 몰입하며 감상할 수 있었다.
다만, 극의 대부분이 대사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일부 장면에서는 다소 과하게 설명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리드라는 인물의 특성상 몇몇 장면은 마치 신학 강의를 듣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 대사의 길이나 논리적 구성이 그러한 인상을 더욱 강화한다. 다시 보면 더 깊이 있는 감상이 가능할 것 같지만, 솔직히 말해 이 ‘강의 장면’들 때문에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
게다가 리드가 주도하는 그 ‘강의’가 실제로는 힘의 위계와 물리적 위협 위에서 작동한다는 점은, 그의 논리에 대한 신뢰를 흔든다. 앞서 언급한 실존적 위협은 장르적으로는 훌륭한 장치지만, 영화가 내세우는 주제적 메시지(믿음과 확신에 대한 탐구)와는 결이 어긋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인물들이 마주하는 상황은 믿음에 대한 철학적 시험이라기보다는, 살기 위한 몸부림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이런 지점 때문에 미묘한 뉘앙스만 주던 초반부에서 다소 노골적인 중후반부로 넘어가면서 영화의 매력이 한풀 꺾인다. 결말 또한 만족스럽다고 하긴 어렵다. 여러 버전의 결말을 놓고 고민하다 최종적으로 덧붙인 듯한 인상을 준다. 믿음이라는 주제에 대한 해답을 끝내 찾지 못한 채, 결국 캐릭터가 가진 ‘선(善)’의 속성에 기대어 마무리한 느낌이기 때문이다. 믿음을 의심하는 리드가 실은 누구보다 믿음을 갈구하는 인물처럼 마무리되는 아이러니도 다소 예측 가능한 부분이다.
배우들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휴 그랜트는 로맨틱 코미디의 상징과도 같던 자신의 이미지를 이번 작품에서 기민하게 비틀었다. 그가 완전히 다른 역할로 변신한 것은 아닌, 기존의 친근하고 젠틀한 이미지를 미묘하게 왜곡해 섬뜩한 설득력을 만들어낸 점이 인상 깊었다. 영화의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당신이 알고 있던 '로맨틱한 휴 그랜트'의 잔상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팩스턴을 연기한 소피 대처는 어딘가 낯익은 인상이다 싶었는데, 제나 오르테가와 안야 테일러 조이를 반씩 섞은 것 같다. 실제로 과거 몰몬교 신자였다고 하는데, 그런 배경이 캐릭터의 미묘한 디테일을 풍부하게 만든 것 같다. 최근 개봉한 <컴패니언>에서도 색다른 연기를 보여줬는데, 배우에 관심이 생겼다면 해당 작품도 꼭 보기를 권한다. 개인적으로는 <컴패니언>에서 더 다채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반스를 연기한 클로이 이스트는 <파벨만스>에서도 얼굴을 비췄던 배우다. 그녀 역시 몰몬교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흥미롭게도 "다른 삶을 살았으면 자매 선교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 소피 대처와 클로이 이스트 모두 2000년생으로 비교적 어린 배우들이다. 실제 나이와 캐릭터가 잘 맞아떨어지며, 두 사람의 호흡도 매우 자연스럽다. 전반적으로 캐스팅이 탁월하게 어우러졌다는 인상을 준다.
아무튼, 재밌게 감상했다. 필자는 종교에 큰 관심이 없어 처음엔 관람을 망설였지만, 막상 보고 나니 종교적 맥락보다는 심리 스릴러로서의 완성도와 장르적 매력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종교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한정된 공간과 인물 간의 긴장감이 주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이다. 반대로 말하면, 종교에 대해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아쉬울 수 있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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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와 비극이 만나 빛나는 속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숱한 모험과 전투를 거듭한 끝에 아홉 개의 목숨 중 단 하나의 목숨만 남은 장화신은 고양이 '푸스(안토니오 반데라스)'. 우유 한 잔의 여유를 즐기던 그는 현상금 사냥꾼 ‘빅 배드 울프(와그너 모라)’에게 기습당한 순간 여태껏 느껴 보지 못한 강력한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이에 푸스는 마지막 남은 목숨을 지키기 위해 전력으로 도망치고, 히어로가 아닌 반려묘로서 살 수 있는 피신처를 찾아낸다. 어느 날, 푸스는 소원을 들어주는 소원별의 위치가 적힌 지도의 행방을 알게 되고, 다시금 여덟 개의 목숨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부푼다. 그러나 소원별로 향하는 여정에서 그는 앙숙 '키티 말랑손(셀마 헤이액)'과 모든 게 행복한 강아지 '페로(하비 길렌)'와 예상치 못하게 동행하기 시작하고, 그들을 위협하는 또 다른 빌런을 마주하며 위험에 빠진다.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제각각의 특징을 지닌다. 일례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에서 제작한 작품은 유서 깊은 라이벌인 디즈니와 픽사의 애니메이션과 상당히 다른 노선을 걷기로 유명하다. 성인 취향의 영화를 선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즈니와 픽사가 고전 동화의 내용을 가급적 충실히 따르되 메시지를 재해석하는 편이라면, 드림웍스는 <슈렉>처럼 동화를 완전히 비틀어버린다.
<슈렉> 시리즈의 스핀오프이자 2011년에 개봉한 <장화신은 고양이>의 속편인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에서도 드림웍스의 성향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영화는 동화 속 주인공인 '장화신은 고양이'를 모티브로 한 고양이 '푸스'의 모험을 그려낸다. 그 과정에서 온갖 동화의 요소를 재조합하고 비틀며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그뿐만 아니라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서도 꽤 진중하고도 비극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도 성공한다.
우선 <슈렉> 시리즈의 스핀오프답게 <장화신은 고양이 2>는 익숙한 동화의 흐름을 과감히 거부하고 파괴할 줄 아는 재해석의 묘미를 자랑한다. 당장 영화는 동화중에서도 가장 원형적인 소재 중 하나로 이야기의 물꼬를 튼다. 소원을 들어주는 별이 지구에 추락했고, 그 소원별을 찾는 고양이의 모험담을 그려낸다. 사실 잭과 콩나무의 이야기를 뒤틀어 버린 전편의 화려한 전적에 비하면, 소원별을 땅으로 추락시키는 각색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그러나 드림웍스의 성향이 진정으로 빛나는 대목은 따로 있다. 바로 빌런의 서사다. 익숙한 동화 속 주인공을 초청하되, 그들의 사연을 조금씩 손보면서 각양각색의 매력을 끌어낸다. 곰 세 마리 가족이 대표적이다. 본래 원전인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서 '골디락스(플로렌스 퓨)'는 곰들 집에 있는 죽을 먹고, 새끼 곰 침대에 누워 잠들었다가 세 마리 곰이 자신을 발견하자 곧바로 도망친다.
하지만 영화는 결말을 바꿔 버린다. 골디락스를 발견한 곰 세 마리는 그녀를 입양해 가족으로 삼는다. 또 골디락스가 두뇌 역할을 하고 곰 세 마리가 행동 대장 역할을 맡은 도둑단이 만들어졌다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에 더해 골디락스의 심경의 변화를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동화 속 인물을 입체화한다. 가족 중 유일하게 인간인 골디락스는 진짜 가족을 찾고 싶어 한다. 그러던 그녀는 별을 찾는 여정 중 곰 세 마리 가족을 진정한 자기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심경의 변화를 겪는다. 이렇게 영화는 예상치 못한 감동을 준다.
또 다른 빌런인 꼬마 '잭 호너(존 멀레이니)'의 등장도 인상적이다. 동요의 원래 가사를 뒤틀어 아이들이 가질법한 잘못된 욕망을 꼬집는다. 동요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꼬마 잭 호너, 구석에 앉아 크리스마스 파이를 먹었지. 엄지손가락을 찔러 넣어 자두를 빼내고 말했지. 난 정말 착한 아이야!" 단순히 보면 그냥 한 아이의 성탄절 모습 같지만, 가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다른 의미가 보인다. 구석에 있는 아이가 관심을 갈구하는 광경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에 상상력을 더해 꼬마 잭 호너를 원하는 게 있으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가져야 하는 악독한 제과 공장의 주인 '거대한 잭 호너'로 성장시킨다. 그래서 그는 여러 동화 속에 등장하는 숱한 마법 도구와 보물들을 수집하고, 세상 모든 마법을 독차지하겠다는 소원을 빌기 위해 땅에 떨어진 별을 찾아 나선다.
<피노키오>와 연결해 잭 호너의 사악함을 부각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피노키오> 속 말하는 귀뚜라미인 '지미니'의 등장이 이를 잘 보여준다. 피노키오의 양심을 대변하고 동시에 그의 멘토로 활동했던 지미니는 이번에도 잭 호너의 양심이 되어주고자 한다. 그러나 어떻게든 잭을 계도하려는 지미니의 기대와 달리 양심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잭은 아무런 가책을 느끼지 않고 사악함을 온전히 표출한다. 지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신데렐라의 호박 마차처럼 자기가 수집한 각종 마법 도구를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식이다. 이 대목은 일종의 블랙 코미디이면서도 본래 동요 가사의 어두운 이면을 극대화한 영리한 재해석으로 읽힌다. 특히 영화가 말하고 싶은 '소원'의 의미가 골디락스와 잭 호너를 대조할 때 명확해지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푸스가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빌런 ‘빅 배드 울프’의 존재가 눈에 띈다. 그의 존재감 덕분에 영화는 동화를 변형하고 비트는 데에서 그치는 대신, 한층 더 깊고 무거운 비극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홉 개나 있던 목숨이 어느새 하나만 남은 것을 깨달은 푸스. 우유 한 잔의 여유를 즐기려던 그는 살면서 처음 느끼는 살기를 접하고 공포에 사로잡힌다. 그를 잡으러 온 현상금 사냥꾼 ‘빅 배드 울프’는 단순한 사냥꾼이 아니라 하나의 목숨만 남은 푸스가 처음 마주한 '죽음'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가 사용하는 낫은 저승사자의 이미지를 더해준다. 결국 죽음이 내뿜는 스산함과 두려움을 이기지 못한 푸스는 모자와 칼도 내버린 채 도망치기 시작한다. 영화는 이처럼 그 어떤 현상금 사냥꾼보다 무서운 '죽음' 그 자체의 추격에 시달리는 한 고양이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하나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삶의 가치를 조명한다.
바로 이 대목에서 <장화신은 고양이 2>는 그리스 비극의 향기를 뿜는다. 그리스 비극 속 인간은 죽어야만 하는 존재다. 인간은 단 하나뿐인 목숨이라는 유한성으로부터 절대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바로 이 유한한 시간 때문에 인간의 삶에는 신이 가질 수 없는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항상 시간이 부족한 인간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마지막처럼 살아야 한다. 그래서 인간의 삶은 간절한 소망과 기대, 패배와 몰락, 위대한 승리와 성취와 같은 가치로 가득하다. 영화 <트로이> 속 아킬레우스의 말을 빌리자면 "인간은 반드시 죽어야 하기에 치열하게 살아야 하고, 그런 이유로 인간은 신보다 아름답다." 늙지도 죽지도 않는 불멸의 신들조차 부러워하는 인간만의 가치가 있는 셈이다.
이는 푸스에게도 해당되는 교훈이다. 마지막 순간 두려움에 빠졌던 푸스는 달라진다. 그는 남은 삶을 지키기 위해 마냥 도망치지 않는다. 이전에 자기가 누린 여덟 번의 다른 삶처럼 불멸이라고 여유를 부리며 인생을 헛되이 낭비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별에게 목숨을 다시 아홉 개로 늘려 달라고 부탁하지도 않는다. 대신 ‘빅 배드 울프’와 당당히 맞서 싸운다. 죽음을 인정하되 두려워하지 않으며, 죽음과의 다음 만남을 약속하면서도 명예롭게 맞서 최선을 다해 싸운다. 언제나 ‘위풍냥냥’하면서도 허세가 잔뜩 섞여 있는 고유의 매력을 되찾는다. 또 앙숙이자 연인인 키티 말랑손과 언제나 해맑은 강아지 페로와의 사랑과 우정도 끝끝내 지켜낸다. 그렇기에 <장화신은 고양이 2>는 단순한 동화 패러디가 아니다. 고전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아름다움이 깃든, 성인들을 위한 우화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독특한 작화 덕분에 <장화신은 고양이 2>의 매력은 배가된다. 마치 손으로 그린 만화를 보는 듯한 작화가 동화적인 느낌을 주다가도 필요한 순간에는 스케일을 실감케 하기 때문이다. 이는 분명한 외곽선과 단순화된 색감과 그림자를 강조하고, 초당 프레임을 의도적으로 조절하는 카툰 렌더링 기법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디즈니나 픽사가 꾸준히 선보인 실사 영화적인 비주얼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화적인 느낌을 강화한 덕분에 오프닝 시퀀스나 클라이맥스에서 푸스의 활약은 유달리 빛이 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그림체를 보는 듯한 강렬한 인상과 몰입도를 선사한다.
이처럼 스토리, 주제의식, 메시지, 볼거리가 모두 한 데 어우러진 결과 <장화신은 고양이 2>는 오랜만에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진수를 알려주는 수작처럼 보인다. 또 영화의 마지막 장면 덕분에 재미와 만족감은 또 하나의 기대감을 심어주기도 한다. 푸스, 키티, 페로가 탄 배가 '머나먼 왕국'으로 향하는 장면은 <슈렉> 시리즈의 부활을 기다리게 만들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의 독특한 매력과 높은 완성도를 고려하면, 그 기다림이 보답받을 것이라는 기대 또한 과하지 않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예상 못 한 겨울철 복병의 등장. 이런 고양이 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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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탕웨이의 연기가 돋보이는 원더랜드 속 감정 🌟 #영화원더랜드 #탕웨이 #영화리뷰
안녕하세요! 레빗구미입니다!
🐰✨ 오늘은 김태용 감독의 신작 '원더랜드'에 담긴 세 가지 감정을 알려드립니다. 🎥🍿
이번 원더랜드의 평가가 좋지는 못한 상황인데요. 😢🔍
영화 속에 담긴 감정은 잘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저와 함께 영화 속에 담긴 감정들을 만나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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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1주 최신개봉영화(경관의 피, 씽2게더, 해탄적일천, 전장의 피아니스트, 원샷)
[WEEKEND CHOICE MOVIE] 2022년 1월 1주차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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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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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죽어도 좋은 경험: 천사여 악녀가 되라> 메인 예고편
남편의 실수로 아이를 잃은 ‘여정’은
우연히 만난 ‘명자’가 남편의 외도로
억울하게 이혼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모든 비밀과 진실을 알고 있는 ‘여정’은
‘명자’와 치밀한 계획 아래
서로 상대방의 남편을 살해한다는 범죄를 공모한다.
독을 품은 두 여자의 광기 어린 복수극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