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1-02 16:36:10
다가온 2025년을 위한 영화 대사 모음 zip.
그러니까... 그냥 하면 돼요 해요 해요 해요!

그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바로 2025년 1월 1일이요!
아직 2024년을 떠나보낼 준비가 안된 사람들을 위해
다가온 2025년을 힘차게 보낼 수 있는 영화 대사들을 모아보았습니다.
그럼 저희는 용감하게, 씩씩하게 2025년에서 만나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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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잉 인 스타일
고잉 인 스타일
세 명의 노인이 은행을 턴다는 이야기로, 코미디 영화다. 가볍게 볼 수 있고, 해피엔딩이어서 보는 내내 즐겁고 마음이 편하지만, 이 영화는 겉으로 드러난 코미디 서사의 이면에 무시무시한 미국 사회의 공포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조, 윌리, 앨 세 노인은 오랜 친구다. 이들은 철강공장에서 40년을 노동자로 함께 일하며 우정을 쌓았고, 퇴직한 지금도 이웃에 살며 날마다 만나서 어울린다. 이들은 가족이 없거나(앨), 멀리 떨어져 있거나(윌리) 이혼한 딸과 손녀를 돌보며 살아야 하는(조) 노인이다.
사건의 발단은 조의 집과 관련한 모기지 대출 이자의 급등이다. 저금리 대출이자의 만기가 끝나자 곧바로 고금리 대출이자 상품으로 연동되면서 조의 모기지 대출 이자가 몇 배로 뛰자 조는 졸지에 앉아서 집을 빼앗길 처지가 되고 만다. 이 상황은 미국에서 2007년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배경으로 한다.
미국 정부는 2000년 초부터 금융 이자를 낮게 유지하는 정책을 펼쳤다. 가라앉은 경기를 띄우기 위한 것이 목표였고, 저금리 정책으로 중산층 이하 서민의 주택 구입이 늘어나면서 주택 가격이 올라갔다. 금융권에서는 여기에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는데,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주택 담보로 집값의 100%까지도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이때는 집값이 더 오를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고, 실제 한동안 부동산 시장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다 2004년 이후 미국 정부는 저금리 정책을 포기하고 금리를 올렸는데, 바로 이 금리의 인상이 이 영화의 앞부분에서 조가 은행의 대출담당 직원과 나누는 이야기의 핵심이다. 은행직원은 모기지 대출을 해주면서 대출 이자가 높아질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그건 고객을 우롱하는 짓이었다.
조는 대출 이자를 내지 못하면 집을 뺐길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분노가 끓어오르는 상황에서 갑자기 은행에 강도들이 난입해 총을 난사하고 불과 2분만에 은행의 돈을 털어 사라지는 걸 보게 된다.
집을 뺐기게 된 조가 두 친구에게 은행을 털자고 말하지만, 윌리와 앨은 말도 안 되는 소리는 하지 말라며 거절한다. 당연하게도 세 명의 노인은 모두 일흔 살이 넘은 늙은이고 몸도 잘 움직이지 못하는 처지에 은행강도라는 건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은행을 털자고 합의하게 되는 결정적 사건이 발생한다. 그건 바로 그들이 40년 동안 다니던 공장에서 더 이상 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결정이었다. 세 명의 노인은 40년 - 사실상 한 사람의 평생이나 다름 없는 시간 -을 철강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했다. 이들은 뼈빠지게 일했고, 그렇게 열심히 살아서 퇴직을 하고 이제 연금을 받으며 살 수 있다고 기대했는데, 회사에서는 연금을 중단한 것이다.
그 이유가 더 기막히다. 철강회사는 다른 회사와 합병을 할 것이고, 합병하면서 기존의 채무를 노동자들의 연금으로 갚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세 노인은 분노가 폭발한다. 그리고 세 노인은 남아 있는 생애에 연금 금액을 곱해서 거래 은행에서 가지고 나와야 할 돈을 계산한다.
하지만 마음만 청춘일 뿐, 평생 노동자로만 살아왔던 노인들이라 세상 물정도 잘 모르고, 행동도 꿈떠서 은행은 커녕 동네 마트에서 연습삼아 한 도둑질도 들켜 마트 매니저에게 훈계만 듣고 풀려난다. 예행 연습에서 실패한 뒤, 조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딸과 이혼해 혼자 살고 있는 사위를 찾아간다. 사위는 대마초 사업 - 캘리포니아에서는 합법이다 -을 하고 있는데, 전문가를 소개해 달라고 말한다.
그렇게 만난 전문가와 함께 세 노인은 은행을 털기 위한 사전 준비를 철저하게 한다. 이쯤에서 영화는 '노인 재활 특별 프로그램'으로 보일 정도로 세 노인은 운동도 열심히 하고, 마치 '오션스 일레븐'의 주인공처럼 은행을 사전 답사해 폐쇄회로 카메라의 위치를 확인하고, 출입부터 내부 동선을 점검하며, 범행에 필요한 2분의 시간을 맞추기 위해 꾸준히 연습한다.
디데이. 세 노인은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축제 장소에서 자신들이 각자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정해진 시간에 은행을 턴다. 이들은 2백만 달러의 현금을 가지고 사라졌으며, 작전은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불과 며칠 만에 세 노인은 FBI에게 체포된다. 예행 연습을 했던 마트의 매니저가 앨의 움직임이 은행강도와 똑같다고 제보했고, 그것을 단서로 세 명 모두 체포된 것이다.
하지만 물증은 없고, 세 노인의 알리바이를 초 단위로 추적하기 시작하지만, 세 노인의 알리바이는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FBI와 경찰은 범인을 지목하지 못한다. 영화에서 백미는 세 노인의 알리바이가 톱니바퀴처럼 매끄럽게 맞아들어가는 장면이다. FBI와 경찰은 세 노인이 범인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물증이 없어 석방할 수밖에 없고, 세 노인은 자유로운 몸이 된다.
자기들의 연금만큼의 돈을 제외하고, 세 노인은 남은 돈을 노인단체에 기부한다. 그리고 항상 다니는 레스토랑의 웨이트리스 마지에게도 한 묶음의 돈을 몰래 건넨다. 앨은 윌리에게 신장을 기증하고, 앤과 결혼한다. 세 사람은 건강한 모습으로 앨의 결혼식에서 샴페인을 부딪치며 건배한다.
이 영화는 같은 제목으로 1979년에 발표한 것을 리메이크한 영화인데, 1979년판이 세 명의 노인 모두 백인이었다면, 2017년판은 흑인(모건 프리먼)이 있다는 것이 다르다. 미국 사회에서 노인들이 은행강도를 해야 할 정도로 보편적 복지 수준이 열악하다는 사실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 건 심각한 사회문제이면서, 그걸 또한 코미디로, 해피엔딩으로 끝내야 하는 것 역시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비극적이다.
한국영화에도 이와 비슷한 영화가 있다. '육혈포 강도단'은 세 명의 할머니가 은행을 털기로 작정하고, 역시 전문가(임창정)의 도움을 받는다는 점에서 '고잉 인 스타일'의 기본 모티프를 가져 온 것으로 보인다. '고잉 인 스타일'이 미국 서민의 복지 문제를 건드려 사회 비판적 시각을 내재하고 있다면, '육혈포 강도단'은 세 노인이 하와이로 여행할 비용을 뺐긴 것에 대한 복수로 은행강도를 실행한다는 점에서 개인적 일탈로 그려지고 있다.
노인도 작정하면 완전범죄를 저지를 수 있고, 노인들이 은행을 털어 큰 돈을 가져가는 것은 서민의 돈이 아닌, 자본가와 부르주아의 돈이어서 죄책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여기에 세 노인은 은행에서 뺐은 돈으로 비슷한 처지의 노인들이 머무는 양로원에 기부하는 것으로 이들이 서양의 홍길동인 '로빗훗'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부조리한 사회에서 '로빈훗'은 정의로운 인물이고, 부자의 돈을 빼앗는 건 범죄가 아닌, 정의의 실천이라고 바라보는 시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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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똥파리' 이후 15년, 그리고 '화란'
7★/10★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한 고등학교의 운동장. 한 학생이 제 손에 주먹만 한 돌을 들고 운동장을 가로지른다. 그러고는 동급생의 머리에 그 돌을 냅다 내리꽂는다. 가격당한 학생은 쓰러진 후 소리를 지르고, 저 멀리서는 선생님으로 보이는 사람이 달려온다. 연규의 손에 들려 있던 돌은 운동장의 조그만 물웅덩이에 떨어진다. 돌에는 피가 묻어 있다. 물웅덩이의 흙탕물 사이로 붉은 색 피가 조금씩 퍼져나간다. 영화 〈화란〉의 시작이다.
〈화란〉의 오프닝은 이 영화가 출구 없는 폭력의 연쇄를 다룰 것임을 암시한다. 연규는 가난한 재혼 가정의 고등학생 아이로, 새아빠의 딸이자 이복 여동생 하얀을 괴롭히는 동급생을 응징하기 위해 돌을 손에 들었다. 연규가 하얀을 특별히 아껴서는 아니다. 연규는 엄마에게 자신의 행동을 변명하며 ‘그래도 같이 사는 사람’인데 그냥 지켜만 볼 수는 없었다고 말한다. 문제는 정작 연규가 ‘같이 사는’ 새아빠에게 수도 없이 구타당한다는 점이다. 새아빠는 발소리, 숨소리만으로 연규를 얼어붙게 만든다. 오랫동안 마음에 새겨진 폭력은 그렇게 작동한다.
하얀을 위하는 연규의 마음은 그럴듯하다. 하지만 그것과 현실의 합의금은 별개의 문제다. 연규는 당장 300만 원을 마련해야만 한다. 엄마는 돈이 없다. 새아빠에게 말했다가는 또다시 죽을 듯 맞을 것이 뻔하다. 300만 원은 아르바이트 비용을 가불해 지급하기에는 터무니없이 큰 금액이다. 궁지에 몰린 연규에게 구원자가 나타난다. 연규의 사정을 알게 된 동네 조직 폭력배 중간 보스인 치건이 부하를 시켜 돈을 전달한 것이다. 연규와 비슷한 환경에서 성장한 치건은 연규에게서 자신을 보았고, 그래서 연규를 도왔다. 그러나 치건의 호의가 마냥 선의의 발현인 것만은 아니다. 치건이 연규에게 건넨 ‘구원’은 그의 세계에 들어오라는 암묵적 초대이기도 하다. 합의금을 손쉽게 마련한 것으로 끝낼지, 아니면 치건의 초대에 응할지는 연규의 몫이다.
짐작 가능하듯, 연규는 치건의 길을 따른다. 치건은 연규와 같은 환경에서 자랐지만 연규가 결코 갖지 못할 힘과 돈을 가졌다. 연규는 빠르게 치건의 조직에 적응하고, 그들과 ‘같이 살며’ 가족이 된다. 처음부터 글러먹은 도시, 탈출할 수 없는 절망으로 가득찬 도시에서 자란 치건과 연규는 빠르게 유대를 형성한다. 그러나 동시에 연규는 하얀을 지켜주고자 한 선한 마음을 완전히 저버리지는 않는다. 조직의 냉혹한 문법과 기존 마음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지만, 연규는 기지와 수완을 발휘해 위기를 모면한다. 그리고 연규가 어떻게든 지켜내고자 한 그 무엇이 그가 영화의 마지막에 하얀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도시 밖으로 나가는 밑절미가 되어준다.
치건을 연기한 송중기 배우는 한 인터뷰에서 〈화란〉 시나리오를 보고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가 떠올랐다고 했다. 나 역시 그랬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력이 도무지 해결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게 엉켜 영속되는 상황. 그리고 그 안에서 서서히 질식되어가는 사람들. 그 적나라한 폭력의 현시에서 우리는 눈을 질끔 감고 고개를 돌리고만 싶다. 그러나 연규를 연기한 홍사빈 배우의 얼굴이 우리의 고개를 다시 스크린으로 돌린다. 절망 속에서 피어난 비천한 희망을 담아내는 그의 연기가 주는 흡인력은 관객으로 하여금 괴로울지라도 영화(그리고 영화가 그려내는 현실)를 응시하도록 붙잡아둔다. 나아가 그가 겪어내는 폭력의 파편을 관객의 몸과 마음에도 새겨 넣는다. 송중기 역시 기존 출연작이 잘 떠오르지 않는 묵직한 연기로 연규가 마주한 구원과 고난의 엄숙함을 증폭시킨다.
〈화란〉은 영화 말미에 아주 자그마한 숨구멍을 뚫어 놓는다. 희망이라고 말하기에는 터무니없고, 연규와 하얀이 그럴싸한 미래를 마주할 것 같지도 않지만, 어쨌든 둘은 폐쇄적 폭력의 연쇄의 바깥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이 결말은 연규의 ‘선함’에 대한 보상이 아니다. 연규가 마냥 선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직의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치건과 오해가 생겨 갈등이 극에 달한 장면에서, 두려움에 질린 연규는 하얀을 담보로 치건과 협상을 벌인다. 즉, 연규는 ‘같이 사는 사람’인 하얀을 하나의 화폐로써 치건에게 지급한다. 연규가 적당한 선함을 가진 건 맞지만, 그가 절대적 선함의 담지자는 아니란 소리다. 사람을 화폐로 제시하는 연규의 이 비겁함은 사회에서 소외된 자를 재현할 때 종종 발생하는 ‘약자는 완벽히 선해야 한다’는 요구를 비틀며 그의 캐릭터에 입체성을 부여한다. 〈똥파리〉 이후 15년, 〈화란〉은 사회와 폭력에 대한 영화적 재현은 얼마나 다르고 같은지를 질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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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서부시대 어떤 이들의 우정
제86회 뉴욕 비평가 협회상(NYFCC) 작품상 수상과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후보를 포함, 세계 유수 시상식에서 24회 수상 및 143회 노미네이트를 했고 봉준호 감독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답고 시적이다”라는 찬사를 보내며 강력 추천했던 영화 〈퍼스트 카우〉 리뷰입니다. 국내에는 인지도가 낮은 편이지만 정적인 스타일로 자연과 인물을 관찰하며 페미니즘적인 주제의식과 노동자 계급 등 비주류 사회를 주목해 온 미국 독립영화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켈리 라이카트의 7번째 장편 연출작이죠. 그녀의 작품 중 처음으로 국내 개봉을 앞두고 지난 제26회 BIFF에 초청되어 특유의 소박하고 따뜻한 분위기로 좋은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저 또한 시사회를 통해 미리 접했는데, 기존 19세기 서부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과 사뭇 다른 분위기에 흥미롭게 볼 수 있어 색다른 느낌을 찾으신다면 추천드리고 싶네요.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퍼스트 카우〉 줄거리 정보
쿠키에게는 우유를, 인간에겐 우정을
“새에겐 새집이, 거미에겐 거미집이, 인간에겐 우정이(The bird a nest, the spider a web, man friendship)”라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구와 함께 화면이 밝아지고, 커다란 증기선 한 척이 허드슨강을 지나가며 시작됩니다. 그 옆으로 강아지와 함께 강변을 산책 중이던 한 소녀, 진흙으로 뒤덮인 땅에서 나란히 누워있는 두 개의 유골을 발견하게 되고 시간은 그들이 살았던 1820년대로 전환됩니다.
모피 사냥꾼들의 식량 배급을 담당하며 어느 마을을 향해가던 요리사 쿠키는 여느 날과 똑같이 주변 식재료를 수집하던 중 벌거벗은 채 추위에 벌벌 떠는 중국인 킹 루를 만나 일행 몰래 먹을 것과 잠자리를 제공해 줍니다. 이후 마을에 도착하고 우연치 않게 다시 마주한 두 사람, 지낼 집이 없는 쿠키에게 루는 자신의 허름하고 좁은 집에서 지낼 것을 권하고 그렇게 함께 지내게 되죠. 그리고 곧이어 그의 베이킹 실력을 확인한 루는 마을의 권력자 팩터 대령이 소유한 유일한 젖소로 부터 우유를 몰래 짜 빵을 만들어 팔자는 계획을 제안하는데...
예고편│ Trailer
영제 : First Cow│감독 : 켈리 라이카트│원작 : 조나단 레이먼드의 2004년 단편 소설 〈The Half Life〉│각본 : 조나단 레이몬드, 켈리 라이카트│출연진 : 존 마가로, 오리온 리, 토비 존스 외 多│장르 : 드라마│상영 시간 : 122분│개봉일 : 2021년 11월 4일│국가 : 미국│등급 : 12세 관람가│평점 : 기자·평론가 8.5, 왓챠피디아 예상 3.8, 로톤 토마토 신선도 96% 팝콘 63%, IMDB 7.1, 메타 스코어 89점│수상 내역 : 85회 뉴욕 비평가 협회상(작품상)│시청 가능 서비스 : 11월 4일 극장 개봉
감독의 세계관
마초적인 남성들이 서로 총구를 겨누며 혈투를 벌이는 야만적인 19세기 서부극을 흔히 떠올릴 수 있지만, 여기에서는 같은 시대가 배경이지만 전혀 다른 결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주로 여성들의 비주류 사회를 비추던 감독이 이번에는 확실한 남성 중심의 시대를 선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고정된 사고를 깨부수는 변주를 보여주고 있죠. 백인이지만 언제나 사회로부터 떨어져 있던 유대인, 그저 생존이라는 위대한 도전을 이어온 중국인, 이렇게 힘의 논리로 지배되던 사회의 약자에 속한 그들을 통해 기존의 사고를 무너뜨립니다. 그렇게 옛날 서부극의 공식을 뒤엎는 평범한 일상 속 두 인물 사이의 대화만큼이나 견고해가는 우정과 연대에 대한 서사를 잔잔한 강물처럼 보여줍니다.
# 〈퍼스트 카우〉는 이러합니다.
예술 영화의 잔잔함
백인 주류의 서부 세계에서 두 사람은 바깥에 존재하면서도 서로를 의심하기보다는 우정이라는 따뜻하고 포근한 감정으로 더욱 가까워집니다. 벌거벗은 채 쫓기는 자신을 감싸준 친절에 혼자 지내기도 좁은 집으로 불러 함께 살기를 마다하지 않는 그들의 존재는 미약할지언정 결코 불안하거나 외롭거나 흔들리지는 않죠. 그렇기에 폭력이 난무하며 자본주의로 치닫는 사회에서 그들의 관계는 어쩌면 목숨이 오가는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강렬함이 느껴지는 연기도, 속도감 넘치는 전개도, 드라마틱한 액션도 없고, 기존과 다른 1.37:1 화면비의 35㎜ 필름으로 프레임은 작고, 카메라는 고정돼 있으니 동적인 분위기는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이로 인해 어쩌면 지루함을 느끼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사람은 오래 바라보아야 가치를 알 수 있다는 말처럼, 이 작품 역시 두 인물의 인종을 넘어선 우정에 집중하다면 “우리들의 집은 우정이 있는 곳이다"라는 감독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을 듯 합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인간의 가치에 대한 잔잔한 드라마를 찾으신다면 추천드리며, 이상 글쓰는 식팔이 모모파로였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한 줄 평 :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서부시대 어떤 이들의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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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문세의 노래가 무서워지는 영화
그 당시 개봉작이었던 세븐데이즈와 고민하다가 고른 '우리 동네'. 나름 기대가 있는 영화였다.
뮤지컬배우 출신인 오만석과 개인적으로 목소리를 정말 사랑하고 있는 이선균, 그리고 그때의 기대주 류덕환.
특히 휴덕환이 기대가 됐던 것은 이 영화에서 역할인 살인자를 연기하기위해서, 그 느낌을 받기 위해서 머리맡에 칼까지 두고 잤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충무로의 기대주가 될 수 있을까? 에 대한 기대랄까?
영화가 시작되면 긴장의 연속이다. 하지만 실제로 놀라는 부분보다는 잔인한 부분이 많다고 해야겠다.
더 얘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테니 잠시 접어두고...
보고 나와서 이해를 잘 못했던 친구를 위해서 세 사람의 관계, 집의 관계에 대해서 얼마나 샅샅이 이야기 해 주었는지, 영화를 보고 나서 분석하고 있던 나 자신이 조금은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냥 감탄사로 표현하자면 "역시 류덕환!"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아 이제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은 밤에 부르는 섬집아기처럼 섬뜩한 노래가 되겠구나 하는 것이다.
특히 "그대 나를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합니다"라는 가사는 효이(류덕환)와 경주(오만석)와의 관계를 대변해주는 듯 했다.
영화를 직접 보신다면 무슨 뜻인지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 이문세 - 사랑이 지나가면 ♪
그사람 나를 보아도
나는 그사람을 몰라요
두근거리는
마음은 아파도
이제 그대를 몰라요
그대 나를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합니다
목이 메어와
눈물이 흘러도
사랑이 지나가면
그렇게 보고싶던
그얼굴을
그저 스쳐~ 지나면
그대의 허탈한
모습속에~
나 이젠 후회없으니
그대~ 나를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합니다
목이 메어와
눈물이 흘러도
사랑이 지나가면@그렇게 보고싶던
그얼굴을
그저 스쳐~ 지나면
그대의 허탈한
모습속에~
나 이젠 후회없으니
그대~ 나를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합니다
목이 메어와
눈물이 흘러도
사랑이 지나가면
사랑이 지나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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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와 영화 사이에서 허우적대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블립 이후 PTSD에 시달리기 시작하자 '닉 퓨리'(새뮤얼 L. 잭슨)는 우주 방공 시스템 'S.A.B.E.R.'로 숨는다. 하지만 그가 우주에서 마음을 달래는 사이, 지구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퓨리가 새 집을 찾아주겠다는 30년 전 약속을 배신했다고 판단한 스크럴이 인류를 위협하기 시작했기 때문.
새로이 스크럴 저항군의 리더가 된 '그래빅'(킹슬리 벤아디르)은 인류를 절멸할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하고, 지구는 제3차 세계 대전 직전에 빠진다. 그 사이 퓨리의 절친 '탈로스'(벤 멘델슨), 아내 '프리실라'(샬레인 우더드), 그리고 탈로스의 딸 '가이아'(에밀리아 클라크)는 목숨을 위협받는다. 이에 퓨리는 마침내 지구로 돌아온다. MI6 국장 '소냐'(올리비아 콜먼)의 도움을 받아 그래빅을 막기 위해서.
닉 퓨리도 구하지 못한 MCU
MCU가 위기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정도를 제외하면 '마블'이라는 이름값에 걸맞은 흥행도, 비평도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앤트맨: 퀀터매니아>로 막을 올린 페이즈 5도 표류 중이다.
디즈니+ 드라마도 반응이 안 좋다. <완다비전>, <호크아이>, <팔콘과 윈터솔져> 등 익숙한 히어로가 등장한 작품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변호사 쉬헐크>, <미스 마블> 등 새로운 캐릭터를 소개하는 작품은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영화와 드라마의 연계도 악수가 됐다. 드라마를 보지 않으니 시리즈에 연계된 영화 역시 자연히 흥미가 떨어진다.
MCU는 여전히 두 리더,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한 셈이다. 이에 마블은 아끼던 카드를 꺼냈다. <엔드게임> 이후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만 잠시 모습을 비춘 닉 퓨리가 첩보 드라마 <시크릿 인베이젼>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어벤져스 프로젝트의 기획자도 MCU의 구세주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시크릿 인베이젼>이 드라마와 영화 사이에서 길을 잃어버린 까닭이다.
인간 닉 퓨리를 보다
<시크릿 인베이젼>을 <변호사 쉬헐크>, <미스 마블>과 같이 분류하면 닉 퓨리 기분이 꽤 나쁠지 모른다. '닉 퓨리'가 주인공이라는 개성과 재미만큼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퓨리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나 <캡틴 마블> 정도를 제외하면 언제나 조연이었다. 그의 이야기는 항상 베일에 가려 있었다. <시크릿 인베이젼>은 MCU가 10년이 넘도록 감춘 인간 닉 퓨리를 보여준다.
퓨리는 그 어느 때보다 약하다. 동료들을 잃고, 나이가 들었다. 그는 지키지 못한 30년 전 약속에 짓눌린다. 자기가 초래한 위기의 한가운데에서 도통 갈피를 못 잡는다. 그는 아내와 친구 등 그에게 가장 중요한 인물들을 찾아가 도움을 구한다. 이 지점에서 드라마는 그의 결점과 인간적인 면모를 들려줄 기회를 잡는다.
각 에피소드는 퓨리와 특정 인물과의 관계를 강조한다. 마리아 힐과의 동료애. 탈로스와의 애증 섞인 신뢰. 그래빅과의 갈등. 사랑하는 이를 잃은 가이아와 퓨리의 동병상련. 퓨리를 중심으로 각각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문학적인 대사가 곁들여져 품격이 느껴지기도 한다. 레이먼드 카버의 시 '마지막 단편'을 인용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결국 <시크릿 인베이젼>은 외관이 첩보물일 뿐, 퓨리의 인생을 들려주는 드라마에 가깝다.
이민자는 어떻게 살아남는가
물론 퓨리만 있지는 않다. <시크릿 인베이젼>은 퓨리를 중심으로 다른 주인공들의 이야기도 함께 풀어나간다. 그중 가장 중심이 되는 서사는 탈로스와 그래빅의 대립이다. 퓨리가 새로운 집을 마련해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자 종족의 생존을 위한 길을 선택해야 했던 둘. 그러나 그들이 생각한 방식은 달랐다.
드라마는 이들의 갈등을 단순한 선악으로 가르지 않는다. 그래빅이 빌런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신념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자세히 살핀다. 그래빅에게 퓨리가 얼마나 큰 존재였는지. 탈로스는 퓨리를 얼마나 신뢰했는지. 퓨리의 배신이 얼마나 큰 상처였는지. 그래빅이 인간을 얕보는 이유와 탈로스가 믿는 인간의 강점까지. 퓨리와의 관계 안에서 그들의 신념이 만들어진 과정을 들여다본다.
그러다 보니 둘의 대립은 마치 <엑스맨> 시리즈 속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의 갈등 같다. 탈로스는 인간과 돌연변이가 공존할 수 있다는 프로페서 X와 같은 의견이다. 그는 그래빅을 막고, 지구를 구한 대가로 인간과 함께 살 수 있도록 요청하려 한다. 반면에 그래빅은 매그니토에 가깝다. 인간을 모두 죽이고 지구를 차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혐오를 선동하는 지도자가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을 전쟁터로 내모는 역사가 반복된다.
최근 멀티버스에 집중하는 MCU에 지친 팬들에게 이 대목은 퍽 반갑다. 잠시 과거의 마블이 보이기 때문. 현실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며 세계관을 확장한 덕분이다. <캡틴 마블>이 스크럴을 난민에 비유해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시크릿 인베이젼>은 스크럴을 이미 한 사회에 녹아든 이민자로 대한다. 드라마의 주된 배경이 미국이 아닌 유럽인 점도 무게감을 더해준다.
드라마와 영화의 차이를 간과하다
여기까지만 보면 <시크릿 인베이젼>은 꽤 만족스럽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다. 각 인물의 서사는 잘 쌓아 올렸지만 정작 첩보물로서의 재미가 부족하다. 케빈 파이기가 이 드라마를 두고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의 정신적 후속작이라고 밝힌 것에 비하면 성에 차지 않는다. 미국 대통령까지 등장했지만 첩보물다운 서스펜스는 부족하다.
이유는 명백하다. 마블 스튜디오가 드라마와 영화의 차이를 간과했기 때문이다. 드라마와 영화의 가장 큰 차이는 연속성이다. 영화는 한 편의 완결성만 갖추면 된다. 속편 예고는 선택사항이다. 드라마는 다르다. 다음 화를 기대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회별로 기승전결을 가지되 전 회차 역시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드라마에 이중 플롯이 필요한 이유다.
이 작업은 정교한 계산을 필요로 한다. 각 에피소드에 어떤 이야기를 분배할지, 각 회의 핵심 사건은 뭔지, 다음 화를 보고 싶게 만드는 엔딩은 뭘지, 전 회차를 아우르는 이야기는 어떻게 풀어낼지. 이 모든 작업이 이뤄져야 드라마의 이중 플롯이 안정적으로 완성된다.
모아 놓고 보면 부실한 이유
그런데 <시크릿 인베이젼>은 이중 플롯을 살리지 못했고, 첩보물로서의 연속성도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시도는 했고, 편린이 보이기도 한다. 동료도 조직도 잃은 채 그래빅의 음모에 대응하지 못하는 퓨리. 그 빈자리는 MI6 국장 소냐가 채운다. 그녀는 영국 정부에 침투한 스크럴을 하나하나 제거하면서 그래빅을 추적하고, 그의 계획을 조금씩 알아챈다.
하지만 그녀의 활약은 피상적이고, 부분적이다. 극의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활용될 뿐이다. 적은 아니지만 친구도 아닌 퓨리와의 팽팽한 줄다리기도 그리 자연스럽지는 않다. 그뿐만이 아니다. 자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말을 지키지 못한 퓨리부터 헛되이 희생한 셈인 탈로스, 어벤져스를 모두 합친 것보다 다 강해진 가이아와 허망하게 퇴장한 그래빅까지. 여러 캐릭터의 마지막 행보는 이해하기 어렵다.
당연한 일이다. 드라마라고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첫 두 에피소드의 러닝타임은 50분 남짓이다. 이후 나머지 4개 에피소드는 40분 분량도 채우기 힘들어한다. 약 4시간짜리 영화 한 편을 6개로 나눈 셈이다. 그러니 각 화의 플롯은 챙겨도 전체 에피소드를 연결할 플롯까지 온전히 챙길 여유가 없다. 주인공인 퓨리만 적극적으로 부각하고 나머지 캐릭터와 이야기를 희생한 격이다.
물론 퓨리의 뒷이야기를 감상하고, MCU의 확장을 본다는 점은 여전히 만족스럽다. 그러나 이 작품에게 기대한 첩보물의 성격이 옅어진 이상 주객전도라는 인상을 지울 수는 없다. 특히 누구로든 변할 수 있는 스크럴 종족의 특성, 곧 첩보물에 가장 걸맞은 능력도 온전히 살리지 못했으니 더더욱. 결국 드라마를 제작한 기획부터 의문이 남는다. 6개 에피소드로 쪼개기보다 과감히 편집해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게 낫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을 떨칠 수 없다.
<시크릿 인베이젼>은 마블의 현재를 요약해 준다. 마블은 디즈니+ 출범과 맞물려서 드라마 제작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드라마라는 형식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도통 감을 못 잡는 듯 보인다.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었다가 영화로 제작하기로 변경된 <아머워즈>가 방증하듯. 이는 스타워즈 시리즈가 <만달로리안>과 <안도르> 등의 드라마를 영리하게 활용해 프랜차이즈를 확장하는 것과 자연히 대비를 이룬다.
그렇다고 플랫폼을 포기할 수도 없으니 이런 딜레마도 따로 없다. 이미 <로키> 시즌 2, <에코>, <아이언하트>, <데어데블: 본 어게인> 등 8개 드라마가 공개 예정인 가운데, 과연 마블은 이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을까? 지켜볼 일이지만, 낙관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Poor 형편없음
디즈니+, MCU의 계륵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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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해지는 과정을 설명하는 데 걸리는 시간 318분
행복이 뭘까?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같이 있으면 행복해질까? 아니면 맛있는 걸 먹으면? 요기요로 치킨 시켜 먹으면 행복해질까? 사고 싶은 것들을 사면 행복할까? 26년 인생 전부를 고민해서 결론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동분서주해본 바 난 아직도 잘 모르겠다. 넷플릭스를 통해 보고 있는 <퍼니셔>에서는 주인공이 '행복이란 치명타를 날리기 위해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또 어제 2년 만에 만난 여사친과의 대화에서의 나는 "'이만하면 됐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인생의 업보가 굴러들어 온다"라고 말했다. 이 두 정의를 다른 말로 한다면 '행복이란 있다가도 없는 것'이나 '행복하면 그에 맞게 좌절이 따라올 수밖에 없는 것'이 될 것이다.
이런 결론을 내기까지의 나는 사람에게 있어 행복은 극히 드물다는 염세주의 때문에 이런 생각을 가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고등학생 땐 버거운 학교 스케줄 때문에 힘들고. 대학생 때는 '왜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재미를 찾지 못했지' 싶어 괴롭고. 사회인이 되기 전 지금 순간은 공부하는 게 어려워서 짜증 난다. 행복한 순간이 과연 나에게 언제 찾아오나 싶다. 아니, 사실 내가 쓴 글에 의하면 인생은 절대 완벽하게 모든 걸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 애초부터 행복하다는 것은 살아있는 동안 전부 느끼기는 어려운 게 아닐까? 만족하다가도 어떤 것에 싫증이 나면 불행에 빠지기 쉬우니까. 내가 뭘 대단하게 성장해서 인격이 성숙해져도 갈등, 좌절, 실패, 불안, 뭐 그런 것들은 항상 나를 따라왔다. 행복한 인간이란 어쩌면 불가능한 꿈을 꾸는 게 아닐까. 그럴 때마다 영화를 튼다. 내 삶의 행복했던 순간을 투영하고 또 돌아보기 위해서다. 이런 우리에게, 또 나에게 5시간 18분짜리 작품이 기다리고 있다. 포스트 고레에다 히로카츠, 아니 '제1의 하마구치 류스케'의 데뷔작을 찾아 나서보자.
1) 어떤 것에 대한 영화인가요?
네 명의 친구가 있다. 사쿠라코. 후미코. 준. 아카리다. 이들은 사회에서 만난 친구로 여느 때처럼 호호 수다를 떨고 있다. 마음이 잘 맞았기 때문에 각자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넷. 즐거운 소풍을 마치고 후미는 자기가 아는 워크숍에 넷이 참석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다. 워크숍에 참석한 친구들. 그렇게 워크숍 강사의 프로그램을 끝마치고 뒤풀이 자리에 합류한다. 그곳에서 친구들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준이 폭탄선언을 한다. 나. 이혼을 준비 중이야. 심지어 바람도 피웠어. 네 명의 친구 중에는 불륜에 아픈 기억이 있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리액션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물론 굳이 이것 때문이 아니더라도 깜짝 놀란 반응을 선보이는 친구들. 준은 친구 네 명에게 이혼소송 재판에 오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그 재판에서 왜 준이 불륜을 해서라도 현재의 남편과 결별할 수밖에 없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그렇게 준에 대한 이해가 분기점이 되어 세명은 각자가 처해있는 상황과 결혼생활을 돌아보게 된다.
영화는 이 '돌아봄'을 소재로 삼았다. 돌아봄으로써 각자의 인간관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기도 하고, 사랑의 시작과 끝이 관찰되기도 하며 누구끼리는 싸우기도 한다. 소통하기 위해서는 어떤 태도를 견지해야 하는지도 알게 되고, 타인을 받아들인다는 건 무슨 뜻인지도 제시하기도 한다. 사실 이것들을 지켜보며, 주인공들이 본연의 돌아보면서 알 수 있는 건 이들의 삶이 죄다 불행함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알게 된다. 318분의 마음이 움직이는 과정을 관찰하고 보이는 엔딩신에서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이들의 인생은 불행한 순간들의 연속인데, 엔딩신에서 왠지 모를 따뜻함을 경험할 수 있다.
2) 어떤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이는 왜 이 영화가 '러닝타임이 318분인가?'와도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시간에 관한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다 보는데 드는 소요시간이 318분이라서 그렇게 정의했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주 예'다. 감독이 바보도 아니고 아무 이유 없이 영화를 5시간 넘게 설정 할리는 없겠지? 영화는 얼핏 보면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영화는 보통 경제적이다. 2시간 동안 한 사람에게 일어난 사건을 요약하거나, 누군가의 일대기를 축약하는 등 정해진 시간 안에 어떤 것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홍상수의 <북촌방향>이나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만 봐도 그렇다. 전자는 한 장소에서 반복해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였고 후자는 무려 다른 평행세계에서 악당들이 침입하는 영화였던 것 다들 기억할 것이다. 근데 이 영화는 다르다. 2시간을 뛰어넘어 5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이 나왔다. 이것은 의도가 분명하다. 천천히 감정이입의 빌드업을 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친구가 되어 함께 일상을 견디는 효과를 주고 싶어 그랬던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왜,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 우리는 마음을 더 주지 않는가. 그렇게 사람들의 일상을 같이 지나며 관객들에게 똑같이 공허하고, 똑같이 외롭고, 똑같이 괴로운 일과를 더 잘 느끼게 도와준다. 그리고 단 한순간을 보여주며 완벽하진 않더라도 좋은 매개체가 될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준다. 난 이 엔딩부로 달려가는 메시지의 힘이 마음이 변하는 시간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3) 이 영화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2번의 질문과 비슷한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의 장점 역시 '318분'이라는 러닝타임이다. 천천히 친구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이 영화. 영화는 시간을 길게 늘였기 때문에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이혼소송을 준비 중인 준의 심리상태를 이입할 수 있게 해 준다. 준뿐만이 아니다. 다른 세 친구가 느끼는 외로움을 또 느끼게 하기 위해 역시 1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할애했다. 근데 1시간만 할애하다 끝나는 게 아니고, 그 각자의 사연마다 얽히고설킨 게 있어 집중하는데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4) 난이도가 있는 영화인가요?
대사가 많긴 하다. 집중하지 않으면 후다닥 넘어갈 수도 있다. 또 장점이라고 언급했던 '러닝타임 318분' 역시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근데 '해피 아워'를 보는 분들이라면 영화에 관심 있지 않을까? 지금 당장 왓챠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이해가 어려우면 되감기를 하거나 끊었다가 다시 보는 방식을 택하면 될 듯.
5) 배우들의 연기들은 어떠한가요?
여기에 나오는 배우들은 전문 배우가 아니라고 한다. 일본의 한 도시에서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가 워크숍을 열어 배우들을 모았다고 한다. 정말 솔직히 말하면 그런 티가 좀 난다.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무뚝뚝한 가 후쿠와 미사키는 뭔가 자연스러운 느낌이 있지 않았나? 여기 나오는 사람들은 좀 어색한 부분이 있다. 특히 준 역의 남편 역할 뭔가 국어책 읽는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뭐 보는데 지장이 있거나 그러진 않다. 무난한 디렉팅이었다.
6)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사실이 있나요?
없다. 무슨 사전 지식이 필요한 작품은 아니다. 아, 인물 간의 행보와 직업에 대해 염두하고 영화를 보면 감상하는 데 있어 폭 넓게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몇몇 주인공은 자기들의 욕망을 투영하고 있다. 또 엔딩신에서 두 주인공이 '무슨 소재로 대화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자. 그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개같은 인생에서 이것이야 말로 일상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지는 않을까 뭐 그런 기분이 들지 않을까.
7)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간단하다.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 외로운 사람. 공허한 사람. 본질적인 치유가 어려운게 사람의 상처고 또 관계 아닌가. 영화는 이들의 속내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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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발신제한 후기 / 조우진 원톱 / 부산을 배경으로 펼치는 추격전 / 로드무비 / 한국에도 폭발물 처리반이?! / 김창주 감독님 데뷔작 축하합니다!!!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발신제한”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네요~#스릴러, #드라마, #로드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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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방법: 재차의> 30초 예고편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在此矣)가 살인을 저질렀다!
살인사건 현장에서 피해자와 함께 용의자도 사체로 발견된다.
그러나 용의자의 시신은 이미 3개월 전 사망한 것으로 밝혀져 경찰은 혼란에 빠진다.
한편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기자 임진희는 라디오 출연 중
자신이 바로 그 살인사건의 진범이며 생방송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다는 전화를 받게 된다.
경찰과 네티즌은 임진희 기자의 온라인 생방송을 일제히 주목하고
인터뷰 당일 그 곳에 나타난 범인은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에 의한 3번의 살인을 예고하는데…
첫 번째 살인이 예고된 날,
엄청난 수의 ‘재차의’ 군단이 나타나 무차별 습격을 시작하고
총력 방어에 나선 경찰 당국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과연 이들을 조종하고 있는 배후는 누구일까?
이들을 막아낼 유일한 ‘방법'(謗法)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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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쿠오바디스, 아이다> 메인 예고편
전 세계가 눈 감아버린 그 날의 이야기
1995년, 세르비아군이 마을을 공격하자 보스니아 사람들은 안전지역인 UN 캠프로 피신한다.
UN군 통역관으로 일하는 아이다는 남편과 아들이 캠프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자
그들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