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란2024-12-06 21:19:36
아니지만 결코 아니라고 말하지 않으니까, <나의 서른에게>
<나의 서른에게> 팽수혜 감독 작품, 당신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든.
* 본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의 서른에게 29+1 (2016)
홍콩 | 드라마 | 15세 이상 관람가 | 105분
감독: 팽수혜
아니지만 결코 아니라고 말하지 않으니까, <나의 서른에게>
서른이란 나이는 내게 어른의 증표였다. 대학교 입학하자마자 서른을 바라보는 선배들을 보며 동경 대신 늙음의 웃음을 봤었던 게 엊그제였던 거다. 막연히 '어른'을 '늙음'으로 치부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나라고 예외는 아니었기에, 인제 와서야 그 당시 내가 얼마나 한심스러웠는지 뼈저리게 깨닫는 중이다. 군대를 다녀온 남동생이 신입생들에게, 청소년들에게 '아저씨'로 불릴 생각을 하면 뒷골부터 당기지 않겠는가? 그 와중에 내 학번이 남동생 학번 친구들에겐 몇백 년 된 유물과 동급으로 여겨진다는 사실은 또 얼마나 웃기는가.
아주 끝없이 웃음을 유발하는 게 나이인 듯싶다.
<나의 서른에게>를 접한 건 그만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젊음과 늙음의 양극단에서 저울질하는 것만큼 의미 없는 짓이 없음을 안 순간부터, 내게 '어른'은 참 다양한 의미를 가져다줬다. 무엇을 가슴에 품고 있는지부터, 어떤 목적이 있고, 갖고 있는 꿈은 무엇이며, 또 그 미래를 위해 현재를 사는 방식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정말 앞자리가 바뀌는 날이 오면 내 세상이 천지개벽하여 엄청난 반전이 일어날까, 하는 호기심까지 아주 스펙터클 했다. 결론은 없었다. 완벽한 세상에 사는 내가 아니라서, 완벽한 내가 있을 수 없고, 그렇기에 모든 고민이 기가 막히게 해결되지도 않았다. 그저 나이 앞자리가 +1로 인해 소리 없이 바뀐다는 것 말고는 속 시원한 진실을 알 수 없었다.
<나의 서른에게> 역시 답답한 가슴을 뻥 뚫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내 옆에 앉아 홀로 사색에 잠긴 또래의 삶을 엿보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
그러나 그만큼 의미 있는 건 없었다.

서로 다른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서른을 맞이하는 여성들을 바라보는 수많은 이들의 관점 속에 고군분투하는 첫 번째 주인공, 임약군은 자신마저 같은 매너리즘에 빠져있음을 자각하지 못한다. 마치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정해진 법칙인 것처럼 서른을 맞이하는 데 온갖 힘을 쏟는다. 서른이 되면, 지금보다는 덜 힘들겠지, 덜 어렵겠지, 덜 아프겠지,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그런 관점에서 나아가지 못해, 결국 우울함에 빠져버린다. 유일한 탈출구인 남자 친구와의 관계가 위태로운 마당에, 사랑하는 아버지가 떠나고, 승진했지만, 집주인의 횡포에 새로 집을 구해야 할 상황에 놓인다. 그야말로 파도가 급물살에 그녀를 예고도 없이 덮쳐버렸다.
지금까지 자신 있게 열정적으로 살아왔다고 믿었던 그녀는 파도에 휩쓸린 모래성처럼 초토화가 된다. 그대로 주저앉은 그녀에게 이제 남은 건 고독이다. 단 한 번도 자신의 공허함을 마주 본 적 없었던 그녀는 황천락의 집에 들어가 살면서 새로운 삶을 경험하게 된다. 자신과 같은 나이이지만, 전혀 다른 이의 삶의 방식을 엿보게 되는 그녀. 임약군은 황천락의 일기장을 통해, 가슴 깊이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본다.

황천락은 음반가게에서 일하는 해맑은 친구다. 자신이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 지를 아는 그런 사람. 이빨을 다 내보이며 세상을 향해 방긋 웃는 그녀의 미소가 보일 때마다 덩달아 미소가 지어지는 건 엄청난 힘이다. 고된 하루만을 보내던 임약군에게는 볼 수 없었던 즐거움과 행복이었다. 또한, '현실'이란 말 아래 스스로를 조금씩 죽이고 있는 우리가 제일 염원하는 것이기도 했다. 일상에서, 평범한 하루 속에서 찾는 소소한 행복이 쌓여 지금의 황천락의 삶을 만들었으나, 그녀 역시 지독한 현실을 살고 있었다. 암에 걸렸다는 통보를 받은 순간, 황천락은 더 이상 나이를 생각할 수 없었다 고백한다. '죽음으로 가는 길'에 서 있을 뿐이라는 말과 함께, 오랫동안 꿈만 꾸던 파리 여행을 떠나겠다 선포하는 그녀. 두렵고 복잡한 심경을 담담히 일기장에 써 내려가던 황천락의 글과 무수히 찍힌 사진들을 통해 임약군은 그동안 자신이 무엇을 버려둔 채 미친 듯이 달려왔는지 깨닫는다.
서른이라 부르는 말에, 어른이 되면 나아질 거란 충고에, 프로페셔널한 여성이 되면 모든 고민이 없을 거란 농담에, 다 알면서 남들에게 튀지 않기 위해 수긍하며 살아온 나를 발견하는 임약군. 의미 없는 날이 모여도 괜찮고, 한 번쯤은 쓸데없는 말들에 휘둘려도 좋은 날들 속에서 '나'를 위한 쉼터 하나조차 만들지 않았던 그녀였다. 그제야 임약군은 자신에게 말을 건다.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되겠냐고, 버틸 수 있냐고, 아니 버틴다고 착각하는 게 아니냐고.
황천락의 이야기에 유방암을 넣어 삶을 다시 꿰뚫어 본다는 점이 허무하고 텁텁한 뒤끝을 남기는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자극적이진 않았지만, 뻔한 설정이란 평가는 흘려들을 수 없겠다. 인물들에게 주어진 한계 역시 배우만 다르게 나오는 주말 연속극(드라마)에 사용되는 소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예측이 쉬운 만큼, 긴장감이 결말에 다다를수록 떨어지는 점도 명확하게 느껴진다.
그런데도 <나의 서른에게>를 가벼운 영화라 말할 수가 없었다. 주말마다 연속극을 보며 힐링하는 게 바로 나다. 결말이 무엇인지 알아도 또 보고 싶어 웃고 울면서 텔레비전 앞에 앉아있으니까. 솔직히 그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 않은가? <나의 서른에게>는 진정한 '나'를 찾자는 게 아니라, '현재의 나'를 보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함을 말해준다. 그래서 거창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확실한 감동을 선사한다. 서른을 바라보고 있는 자도, 훌쩍 넘긴 자도, 한참 기다려야 하는 자도 결국 에펠탑 앞에 서 있는 두 인물을 보고 웃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직 오지 않았지만, 분명 아니지만, 절대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 게, 우리가 가져야 할, 삶을 바라보는 가장 기본적인 태도가 틀림없다. 카메라를 들고 자기 인생 일분일초를 찍으며 그 순간을 기록하고 남기는 황천락의 습관처럼, 우리에게도 나만이 갖고 있는, 세상을 해쳐나가는 비법 하나쯤은 있지 않은가. 그거면 된다. 서로에게서 주고받는 영향은 딱 그 정도면 된다는 소리다. 그 이상은 정말 무의미한 짓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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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4주 최신 개봉영화!
12월의 마지막! 4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12월 4주 개봉영화 5편!
해피 뉴 이어 A YEAR-END MEDLEY , 2021
한지민, 이동욱, 강하늘, 임윤아, 원진아, 이혜영, 정진영, 김영광, 서강준, 이광수, 고성희, 이진욱, 조준영, 원지안
영화 "해피 뉴 이어"는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호텔 엠로스를 찾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인연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입니다.
세대 불문 각기 다른 개성과 매력으로 무장한 배우들이 총 출동합니다.
14인 14색 조화로운 연기 앙상블이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비 오는 날 수채화','엽기적인 그녀', '클래식'까지. 탄탄한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
아름다운 영상미로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선사하며 한국 로맨스 영화에 한 획을 그은 곽재용 감독이 로맨스 영화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공감백배 풋풋한 첫사랑부터 가슴 아픈 짝사랑, 아련한 옛사랑까지!
첫번째 추천영화 "해피뉴이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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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웨어스페셜 Nowhere Special , 2020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감동 드라마
영화 '노웨어 스페셜'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창문 청소부 ‘존’이 혼자 세상에 남겨질 4살짜리 아들 ‘마이클’을 위해
특별한 부모를 찾는 여정을 그린 드라마 입니다.
'스틸 라이프'로 베니스국제영화제 4관왕의 영예를 안은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의 신작으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아내는 마이클 생후 6개월 무렵 연락처도 남기지 않고 떠났고.
존은 친부모 없이 살아야 할 아들에게 가장 완벽한 위탁 가정을 찾는 데 혼신을 다합니다.
두 사람은 담담하게 추억을 만들어가죠 죽음과
입양에 대해 깊은 감동을 선사할
두번째 추천영화 "노웨어 스페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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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 Nowhere Special , 2020
제94회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예비후보
영화 '램'은 양 목장에서 태어난 신비한 아이를 얻은 '마리아' 부부에게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는 호러 영화입니다.
아이슬란드 외진 시골 마을에 사는 마리아와 잉그바르는 유산의 아픔을 지닌 부부입니다.
양떼를 치고, 감자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두 사람은 외부와 단절을 선택하고 무거운 침묵이 이어지는 일상에서 신비한 존재가 다가옵니다.
다름 아닌 키우던 양이 낳은 반인반수의 아이죠
과연 부부에게 축복의 존재일지 비극의 존재일지 반전이 있는 영화
세번째 추천영화 "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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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조작살인 Nowhere Special , 2020
제94회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예비후보
영화 "메모리: 조작살인"은 남편의 실종 사건 후, 계속해서 이상한 사건이 일어나는 여자 ‘수연’과
그런 그녀를 치료하기 위해 ‘수연’의 기억 속 진짜 사실을 보기위해 노력하는 의사 ‘정우’사이의 진실게임을 그린 미스터리 추적극입니다.
김현우 감독이 2020년 단편으로 제작해 ‘제12회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에서 후보에 오르는 등 큰 호응을 받은 소재로 만든 영화 인데요
배우 ‘김윤서’와 정은우의 연기 호흡으로 영화를 완성했습니다.
두 남녀의 숨막히는 진실게임!
네번째 추천영화 "메모리: 조작살인"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긴 하루 Nowhere Special , 2020
국내 영화 최초로 NFT 접목
영화 "긴 하루" 는 문득 기억 하나가 마음을 흐트러뜨리는 어느 날,
꿈 같은 하루를 우연히 떠돌게 되며 만나고 헤어지는 남녀의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입니다.
'내가 고백을 하면', '두 개의 연애', '늦여름' 등 독특한 감성 드라마를 선보였던 조성규 감독의 신작이죠
남녀가 만나서, 헤어지고, 그리워하고, 다시 재회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하루 동안 그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담아냈습니다
김동완,남보라,신소율,정연주,서준영 등 배우들의 연기앙상블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NFT가 블록체인의 산업적용 사례로 손꼽히며 게임, 패션, 미술 등 다양한 산업계에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는 가운데,
영화 '긴 하루'는 국내 영화 최초로 NFT 접목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한국영화 최초 NFT 접목!
다섯번째 추천영화 "긴 하루"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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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명하지 않는 <그레타 툰베리>
오는 6월 17일 개봉을 앞둔 <그레타 툰베리>는 제77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를 시작으로 해외 다수의 영화제뿐만 아니라 전주국제영화제, 서울환경영화제, 서울구로국제어린이영화제 등 국내 영화제들에서도 상영된 스웨덴의 15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현존하는 인물을 다룬 다큐멘터리인 만큼, 이 다큐멘터리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그레타의 모습은 어떤 부분이었을까. 2019년, 유엔 본부에서 열린 기후 행동 정상회의에서 연설을 하며 국내에도 잘 알려진 그레타 툰베리는 역대 타임지 올해의 인물 최연소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녀가 스웨덴의 환경운동가인 줄은 알았지만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그녀의 명확한 행보는 알지 못했었다. 영화는 기후 변화 법안 마련 촉구를 위해 금요일마다 의회 앞에서 홀로 결석 시위를 하며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 For Feature)’을 외치던 평범한 소녀부터 시작한다. 이때부터 그녀를 향한 반응은 갈리기 시작한다. '어떻게 이런 문제를 생각하게 되었니?'부터 '그래도 학교는 가야지'라는 차가운 시선까지. 만약 그녀가 후자의 말대로 결석 시위를 그만두고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면 기후변화 대응 촉구 시위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31만 명이 캐나다 몬트리올에 모이고 전 세계 106개국에서 청소년 기후 활동가들을 움직이도록 할 수 있었을까.
영화에서 나의 눈에 가장 돋보였던 점은 그레타의 집요함과 섬세함이었다. 일정의 압박과 우호적이지 못한 여론 속에서도 자신의 소신을 지키는 모습, 때로는 아버지와의 갈등을 일으킬 정도로 가족들의 마음을 어렵게 만들지만 본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서 포기하지 않는 그레타의 모습에선 여느 전문가과 다름없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영화는 그레타를 둘러싼 논란에 해명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그레타 툰베리의 외침, 그리고 그녀의 명성을 뒷받침해줄 전문성을 보여줄 뿐이다.영화에서 나의 눈에 가장 돋보였던 점은 그레타의 집요함과 섬세함이었다. 일정의 압박과 우호적이지 못한 여론 속에서도 자신의 소신을 지키는 모습, 때로는 아버지와의 갈등을 일으킬 정도로 가족들의 마음을 어렵게 만들지만 본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서 포기하지 않는 그레타의 모습에선 여느 전문가과 다름없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영화는 그레타를 둘러싼 논란에 해명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그레타 툰베리의 외침, 그리고 그녀의 명성을 뒷받침해줄 전문성을 보여줄 뿐이다.
'유능한 환경운동가가 되려면 남들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하고 보기 싫어하는 행위를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요. 풍파를 일으키고 사람들을 열 받게 해야 되죠. 그러지 않으면 제 역할을 못하는 거예요.' 그린피스의 공동 창립자이자 시셰퍼드의 창립자인 폴 왓슨 선장의 말처럼 세상을 바꾸기 위한 그레타 툰베리의 외침이 다수에게 불편한 소리가 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녀에 대한 이 기록물은, 환경을 생각하지 못했던 이들부터 자신만의 외침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에게까지 귀감이 되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그레타의 행동들이 설사 퍼포먼스라 할지라도 그 행동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화를 일으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생각만 많고 용기 없는 어른들보다 먼저 소리를 낸 그레타 툰베리에게 찬사를 보내며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하다.
**사진출처: 다음영화,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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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셸 공드리, 이런 사람이었어?
몇 달 전, '미셸 공드리가 좋은 5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영화 리뷰를 쓴 적이 있습니다. 영화감독 미셸 공드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쓴 글이었지요. 그리고 이번에는 미셸 공드리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극 영화를 보았습니다.
<공드리의 솔루션북>은 제작자와의 의견 충돌로 숙모 집으로 도망친 영화감독 '마크'의 이야기입니다. '마크'는 그곳에서 자신의 스태프들과 함께 영화를 더 창의적이고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실행하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에 관한 책을 좋아하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영화에 관한 영화를 좋아하는 법입니다. 게다가 그걸 미셸 공드리가 만들었다면? 보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공드리의 솔루션북>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공드리의 솔루션북>은 2024년 8월 14일 국내 개봉작입니다.
공드리의 솔루션북
The Book of Solution
Summary
영화감독 '마크'는 자신의 새로운 걸작이 제작자들 때문에 망할 위기에 처하자 컴퓨터를 통째로 들고 숙모가 있는 마을로 탈출한다. 머릿속에 쏟아지는 아이디어들을 하나씩 실행하기 시작하는 '마크'. 세계가 인정한 천재 감독과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감독을 동시에 해내는 그는 영화의 완성이 늦어지자,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는 ‘솔루션북’을 꺼낸다. (출처: 씨네21)
Cast
감독: 미셸 공드리
출연: 피에르 니네, 블랑슈 가르댕 외
자기 조롱을 잔뜩 묻혀 만든 캐릭터
미셸 공드리 다큐멘터리를 보고 저는 이렇게 썼습니다.
<미셸 공드리: 스스로 해라>는 영화감독 미셸 공드리와 10년간 함께한 조감독 출신 프랑소와 네메타 감독의 작품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는 미셸 공드리를 향한 애정이 잔뜩 묻어있습니다.
프랑소와 네메타 감독이 담아낸 미셸 공드리를 보며, '장점이 많다, 창작을 사랑한다, 비상하다, 결단력이 있다, 귀엽다'라는 저만의 '미셸 공드리가 좋은 5가지 이유'를 추려내기도 했지요.
<미셸 공드리: 스스로 해라>가 주변인이 바라본 미셸 공드리를 담은 영화였다면, 이번 작품은 미셸 공드리 자신이 바라본 미셸 공드리를 담은 영화입니다. 자기 자신이 생각하는 성격과 주변인이 생각하는 성격이 다르다는 말이 있지요. 그래서일까요? 누가 봐도 미셸 공드리를 떠올리게 하는 주인공 ‘마크’는 누구보다 창작을 사랑하고, 비상하며, 결단력 있는 사람이긴 하나, 장점이 많고, 귀여운 사람인지는 영 아리송합니다.
미셸 공드리, 아니 ‘마크’는 기분대로 행동하고, 오만하고, 변덕스럽고, 이기적이고, 속 좁은 인물입니다. 천재인 건 분명해 보이나, 그만의 예술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은 기행에 가깝죠. 잠자고 있는 사람을 깨워서 녹음실을 예약해달라고 하지 않나, 기껏 만든 편집본은 죽어도 안 보겠다고 징징거리지 않나. 제가 ‘마크’의 스태프였다면, 언제나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살았을 겁니다. 아니, 이게 미셸 공드리의 본모습이라니요.
그런데 마음속에서 영화를 숙성하며 곰곰이 반추해 보니, 문득 이것만큼 대단한 시도가 없다는 생각에 미치더군요. 자기의 흠을 있는 그대로, 혹은 더 과장하여 드러내는 것. 저는 아무렇게나 끄적여도 상관없는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쓸 때도 과하게 자기 검열을 합니다. 혹시 나의 흠이 드러나지는 않을까, 얼마나 많은 되새김질을 하는지 모릅니다. 하물며 일기장에도 아무렇게나 마구 써대는 것을 쉬이 용납하지 못합니다. 내 마음에 차지 않는 걸 써내고 만들 바에야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는 걸 택하기도 합니다. 누구에게나 결함은 있는 건데 말입니다.
미셸 공드리는 ‘마크’를 “자기 조롱”의 방식으로 표현했다고 밝혔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멋지고 대단한 일인지 몇 개의 글을 썼다 지우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 ⊙ ⊙
미셸 공드리가 못남을 드러낸 이유
<공드리의 솔루션북>은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마크‘가 자신만의 해결 방법으로 헤쳐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그 해결 방법들은 자신만의 ‘솔루션북’에 차곡차곡 쌓여가죠. 영화 속에 등장하는 해결 방법들은 미셸 공드리의 실제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에서도 여러 번 등장한 적이 있는 원칙들입니다.
‘계획을 실행하라’, ‘하면서 배워라’, ‘남의 말을 듣지 마라’로 흘러가던 천상천하 유아독존 해결 방법은 예상치 못하게도 ‘남의 말을 들어라’로 끝을 맺습니다. 미셸 공드리가 기분대로 행동하고, 오만하고, 변덕스럽고, 이기적이고, 속 좁은 예술가의 기행에 서사를 부여하려고 이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는 지점이지요. 기행을 부리는 사람이 ‘예술가’로서 박수받으려면 결국 곁에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 또한 그러했다는 것이고요.
어쩌면 그는 자기 조롱으로 가득한 이 영화를 통해 ‘미셸 공드리’라는 이름에 쏟아지는 영광도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했던 것이라며, 주변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미셸 공드리의 스태프였다면, 아마도 이 영화를 보고 사직서를 갈기갈기 찢어버렸을 것 같습니다.
⊙ ⊙ ⊙
미셸 공드리가 자신을 투영한 영화감독의 이야기를 만드는데, 그만의 독특한 크리에이티브를 빼놓았을 리 없지요. <공드리의 솔루션북>에도 역시 내러티브에 에너지와 웃음을 더하는 참신한 영화적 장치들이 속속 들어 있습니다. 특히 좋았던 건, 부끄러워 땅굴 속에 숨어버리고 싶다는 은유적 표현을 냅다 현실에 구현해 버린 엔딩과 영화 중간에 삽입된 여우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입니다. 미셸 공드리는 이름난 영화감독이 되고 나서도 여전히 종이를 오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걸 즐긴다고 하지요. ‘마크’의 모습으로나마 그 과정과 결과를 볼 수 있어, 공드리 팬으로서 참 좋았습니다.
One-Liner
기발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얼마나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져야 하는지 기발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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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너의 결혼식 추천드립니다.
혹시 로맨스 영화 좋아하시나요?!
그렇다면?! '너의 결혼식' 보셨나요?!
많은 분들이 이미 봤을 거라고 생각은 들지만?!
혹시, 아직 안 보신 분이 있다면 제가 영업 좀 하겠습니다!
영화 '너의 결혼식' 재미있어요! 보세요!
첫사랑의 그리움과 설렘을 한곳에 모아 향수를 느끼게 해준 작품
'너의 결혼식'리뷰 시작합니다!
기본정보
장르 : 로맨스, 드라마
감독 / 각본 : 이석근
출연진 : 박보영, 김영광
개봉일 : 2018년 8월 22일
평점 : 9.01
스트리밍 : tvN , NETFLIX, 웨이브, 왓챠
기획의도
"기억하나요? 당신의 첫사랑?"
고3 여름, 전학생 '승희 (박보영)'를 보고 첫눈에 반한 '우연 (김영광)'
승희를 졸졸 쫓아다닌 끝에 마침내 공식 커플로 거듭나려던 그 때!
잘 지내라는 전화 한 통만 남긴 채 승희는 사라져 버리고,
우연의 첫사랑은 그렇게 막을 내리는 듯 했다.
1년 뒤, 승희의 흔적을 쫓아 끈질긴 노력으로 같은 대학에 합격한 우연.
그런데 그의 앞을 가로막은 건... 다름 아닌 그녀의 남자친구!
예술로 빗나가는 타이밍 속, 다사다난한 그들의 첫사랑 연대기
등장인물
한승희 (박보영)
3초의 운명을 믿는 여자
"이 사람이구나 느낌이 오는 시간이 3초래"
황우연 (김영광)
승희만을 바라보는 순정 직진남
"사랑은 타이밍이다. 근데, 그건 정말 극복이 안 되는 걸까?"
여담
중국에서 <니적혼례>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리메이크 되었다.
너의 결혼식 주인공으로 김영광이 아닌 강하늘이 남자 주인공으로 물망에 올랐으나
다른 작품과 촬영시기에 맞물리면서 최종 김영광으로 낙점이 되었다고 한다.
(강하늘도 정말 잘 어울릴것같지만! 그래도 난 김영광!)
후기 및 결말
결말부터 살펴보자면
사랑에 타이밍이 있다는 말을 믿으시나요?!
못 믿으신다면 영화에서 승희와 우연의 자꾸 엇갈리는 타이밍 속에 한탄하고 안타까워하지만
결국 운명을 이기지 못해 서로는 헤어지며 서로 응원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역시... 처사랑의 불변의 법칙인가....)
영화 '너의 결혼식'은 첫사랑과의 추억을 한껏 끄집어 내면서
너,나, 우리, 모두에게 있었던 첫사랑의 향수와 기억을 끄집어 내주는 영화였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역할의 최적화된 박보영의 사랑스러움과 김영광의 어리숙하지만
한여자만 바라보는 듬직함이 만나 더욱더 재미있게 봤던 작품 입니다.
영화는 9점대로 높은 평점을 유지하며 믿음과 어디하나 모진곳이 없는 완벽한
향수를 그리던 영화라 저는 추천합니다!
오늘밤..
학창시절의 달콤한 로맨스를 끄집어내며
"너의 결혼식" 영화 한편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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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키 17: 나는 몇번째 '실패작'인가?
< 미키 17>
나는 몇번째 '실패작'인가?
“당신은 몇 번째 미키입니까?” 친구 ‘티모’와 함께 차린 마카롱 가게가 쫄딱 망해 거액의 빚을 지고 못 갚으면 죽이겠다는 사채업자를 피해 지구를 떠나야 하는 ‘미키’. 기술이 없는 그는, 정치인 ‘마셜’의 얼음행성 개척단에서 위험한 일을 도맡고,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익스펜더블로 지원한다. 4년의 항해와 얼음행성 니플하임에 도착한 뒤에도 늘 ‘미키’를 지켜준 여자친구 ‘나샤’. 그와 함께, ‘미키’는 반복되는 죽음과 출력의 사이클에도 익숙해진다. 그러나 ‘미키 17’이 얼음행성의 생명체인 ‘크리퍼’와 만난 후 죽을 위기에서 돌아와 보니 이미 ‘미키 18’이 프린트되어 있다. 행성 당 1명만 허용된 익스펜더블이 둘이 된 ‘멀티플’ 상황.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하는 현실 속에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자알 죽고, 내일 만나”
-네이버 영화 소개-
도망치듯 떠나온 곳에 파라다이스는 있을리 만무하다.
미키는 자신이 어떤 판단을 한지도 모른채, 우주에서 '실패작'으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우주세계의 '미키'에게는 성공이란 없다.
실패를 위해 태어난, 삶의 목적이 실패 그 자체인 삶이다.
이곳이 지옥과 다를 것이 뭔가?
불교의 지옥에서는 사람이 죽지도 않고, 끝없는 고통과 형벌이 계속된다.
끝이 없는 고통의 연속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우주도 미키에는 곧 지옥과 같았으리라.
너는 나, 나는 너.
운 좋게 살아남은 미키 17이 돌아온 곳에는 미키 18이 있었다.
분명 나인데, 내가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아니것도 아니다.
미키 18과 미키 17 중 어느 미키가 진짜 미키라고 할 수 있을까?
'나'를 정의할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인가?
단순히 먼저 태어났다고 해서 미키 17이 진짜인가?
이와 비슷한 물음을 하는 재밌는 만화가 있다.
바로,
'오억년 버튼'
사진 출처: https://www.inven.co.kr/board/webzine/2097/149552
지금 당장 버튼을 누르면 오억년간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서 버텨야하고, 오억년을 다 버틴 후에는 버튼을 누른 내가 큰 돈을 벌게되는 간단하지만 복잡한 게임이다.
현재의 내가 오억년을 버틴 기억을 잃었다고해서 내가 오억년을 버텼던게 사라지나?
돈을 받은 내가, 오억년을 버틴 나랑 같은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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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해도 머리가 복잡해지는 문제이다.
이 만화와 미키들의 문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존재하는 하는 한, '진짜'를 정의한다는 것은 정말 해결하지 못할 난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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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나 모두 '나'라면, 그 둘을 어느정도 구분할 기준이 필요하다.
여기서 미키가 선택한 새로운 기준은
'주체성'과 '이타성'
이다.
사람은 주체적이며, 그 어떤 동물들보다 관계적이다.
독재자의 무조건 적인 명령에 굴복하지 않고, 내 삶을 이끌어나가는 주체성과 타인과의 관계, 더 나아가, 이종과의 관계까지 고려하는 이타성이 더 강한 미키가 '진짜' 미키에 조금 더 가깝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래서 우리가 느끼기에는 미키 17이 더 '진짜'답다라고 느끼는 것 아닐까.
(이 부분에서는 감독이 주인공을 '미키 17'로 잡은 것은 언급하지 않겠다. 영화의 모든 구조적 장치들이 미키 17을 주인공으로 보이게끔 했기 떄문에 관객이 그를 진짜라고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위의 설명은 이러한 연출 부분을 제외하고 말한다.)자유와 공존.
미키를 끝까지 쫓아오던 빚쟁이, 끝없는 복종을 강요한 독재자 그리고 평생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실패작'으로서의 삶.
이 모든 것들을 떠나보내고 마침내 마주한 자유는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자유'야 말로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하는 마지막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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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영화 '미키 17'은 인간에서 더 나아가 '공존'을 말한다.
우리는 혐오의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사람대 사람의 혐오.
더 나아가 사람대 동물의 혐오.
심지어 동물은 일방적으로 혐오를 받아내고 있다.
이 영화는 다양한 생명체의 공존과 생태계의 평화를 기저에 강조한다.
우리는 현재 우주로 나아갈 방법을 찾아보기 전에,
지금 당장 맞닥뜨린 지구에서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공존이 곧 인간으로서 가장 존중받으며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영화 자체만으로는 내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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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원이 대체 뭐길래
200kg의 거구를 이끌고 오늘도 살아가는 찰리, 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자신의 몸을 주체하지 못한다. 마음껏 일어나지도 못하고 물건이 떨어져도 그냥 다른 사람들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담당 간호사인 리즈에게 이제 정말 더 있으면 큰일난다는 사실을 통보받아도 그는 자신의 식욕을 통제하지 않고 병원에도 가지 않는다. 그에게 남은 시간은 일주일 남짓, 그 일주일 동안 그의 삶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1. 구원이란 무엇인가
하느님이 계신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난 그저 널 이해하고 맘대로 평가하지 않는 걸로 널 구원할게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가 있다. 바로 종교인데, 토마스라는 열혈 선도사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선교사들은 하느님을 믿으라고 하며 주님을 믿으면 구원은 따놓은 당상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종교 선도가 가진 위선을 꼬집는다. 하지만 구원은 있다고 말한다.
종교는 구원의 수단으로 쓰일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전도 대상에 대한 이해 없이 하느님만을 끼워넣어 인도하려는 것은 결국 전도 대상이 아닌 자신의 자존감을 위해 그를 이용하는 위선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토마스의 선도가 잘못된 것은 찰리의 게이 성향을 성경의 잣대로 평가하며 고쳐야할 문제라고 보았기 때문이고 찰리의 거구의 몸을 역겨워하고 있음을 숨겼기 때문이다. 솔직한 마음을 그에게 보이지 않고 찰리가 왜 그렇게 된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은 채 크리스천의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없는 찰리와 그의 연인 앨런의 자살을 해석한다. 그는 '나는 구원받을 종교인'이라는 잘난 척에 빠져 찰리의 상처를 쑤신 것이다.
그렇기에 찰리와 간호사 리즈의 관계가 소중하다. 찰리의 건강에 독이 될 것을 알면서도 그에게 피자를 시켜주는 리즈의 모습을 통해 찰리의 삶은 겉은 망가졌어도 이미 구원받은 삶임을 보여준다. 리즈는 그를 가슴 깊이 이해하고 그의 자기학대에 아무런 평가도 내리지 않고 그저 그와 함께할 뿐이다. 내 사람들에게 솔직하고 그들을 사랑하고 사랑받으면서 매순간 우린 구원받는 것이다. 구원은 종교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이들을 가슴 깊이 이해하고 사랑만 해도 가능하다. 거대한 종교 담론까지 끌고 올 필요가 없다.
2. 그의 인생의 구원자, 엘리
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그는 이혼으로 8년 넘게 소식을 들을 수 없었던 엘리에게 별안간 연락한다. 반항이 가득해 보이는 모습으로 나타난 엘리는 부정적인 어투로 그에게 비난의 화살을 날린다. 하지만 그에게 엘리의 말은 분명 상처가 될 텐데도 자신의 딸의 장점만을 바라보려고 한다. 처음에는 '참 긍정적인 인물인데 왜 자신을 학대했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처가 그 아이는 손댈 수 없을 만큼 사악하다며 돈을 보태준 것만으로도 아빠 도리를 다했다고 위로해도 자신이 만들어낸 작품이 자신이 없어도 잘 살아갈 수 있을지 확신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모습을 통해 엘리를 자신의 성공적인 삶의 증표로 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엘리가 더이상 엇나가지 않도록 엘리가 어렸을 적 써낸 에세이가 가장 잘 쓴 에세이라고 칭찬하며 자신의 장기인 '솔직함이 돋보이는 글쓰기'로 자신의 진심을 전한다. 엘리와의 관계 개선 노력은 어쩌면 행복한 죽음을 맞기 위한 노력인지도 모른다. 내세울 것 없는 자신의 인생의 구원으로 보기 때문이다.
자식은 그런 존재인가 보다. 꼭 엘리와 같은 엇나간 자식이 아니더라도 자식은 부모의 인생의 성공을 가늠하는 지표와 같은 존재라서 부모는 자식이 원하는대로만 가도록 용납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아빠가 게이여도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로서의 마음까지 저버린 것은 아니기에 엘리에게 바른 길을 인도함으로써 망가진 자신과 자신의 삶에 용서를 구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새에게 애정을 쏟던 행위도 엘리의 옆에 있어주지 못한 죄책감에 보인 행동은 아니었을까, 엘리를 새에 동일시하면서 말이다.
3. 찰리의 자기학대
그는 게이고 자신의 연인 앨런과 함께 살기 위해 처자식을 버렸다. 그렇게 호기롭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앨런은 자살하고야 만다. 이 모든 시련들이 겹쳐 거구의 찰리를 만들어냈다.
세상 사람들은 비만을 굉장히 쉽게 말하기도 한다. 비만은 체질일 수도 있지만 자기학대일 수도 있다. 폭식이 원인인데, 세상을 살아내기에 마음이 지친 사람들이 보이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별것도 아닌걸로 절망하지 말라고들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절망은 당한 일의 크기와 상관없이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그 때부터 시작이다. 찰리도 자신을 지탱하던 앨런이 사라지자, 참을 수 없는 외로움과 절망에 몸부림친 것이다. 그것이 식욕으로 터진 것일 뿐이다. 마음이 아파 폭식하는 분들에게 그만 폭식하시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면 그걸 조용히 가져다주는 리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4. 총평
나는 인간은 대체로 혼자 사는 법을 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에게 의존하고 사는 것은 민폐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 내게서 나오는 행동들이 사람과 동떨어져서 사는 사람에게서 나오기 힘든 행동일 때가 있다. 아까처럼 리즈같은 되고 싶다는 말처럼 말이다. 배려와 오지랖, 의존과 도움의 그 언저리에서 해매는 듯하다. 그래서 찰리의 말에 공감이 갔다. '인간은 다른 사람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는 그 말이 결국 독립적이되 사람에 대한 애정은 잃지 말자는 다짐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나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솔직한 표현을 하려고 했던 내게 조그마한 용기를 주기도 했다. '내가 이상한 건 아니구나', 오히려 내가 막 밝진 않아도 우울에 빠지지 않았던 건 최소한 난 모든 상황에서 솔직했기 때문이 아닐까.
* 해당 영화의 시사회는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참석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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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몸값> 메인 예고편
왓챠 익스클루시브 〈몸값〉 예고편 공개! "제가 XX가 아니라서 그런 거예요?" 10분의 흥정, 4분의 충격! 〈몸값〉은 3월 30일(수) 17시, 왓챠에서 독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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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주피터스 레거시>
[2021년 5월 7일, 넷플릭스 공개]
그 어떤 유산도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100년 가까이 세상을 수호한 1세대 슈퍼히어로들. 이제는 그 아이들의 시대가 도래했다.
그들이 물려받은 전설과 이상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영웅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은 첫 번째 세대의 슈퍼히어로.이제 그 아이들의 세대가 세상을 밝혀온 횃불을 이어야 한다.
하지만 세상은 조금이라도 나아지긴 했을까.
높아지는 긴장 속에, 오랜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