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란2024-12-06 21:19:36
아니지만 결코 아니라고 말하지 않으니까, <나의 서른에게>
<나의 서른에게> 팽수혜 감독 작품, 당신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든.
* 본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의 서른에게 29+1 (2016)
홍콩 | 드라마 | 15세 이상 관람가 | 105분
감독: 팽수혜
아니지만 결코 아니라고 말하지 않으니까, <나의 서른에게>
서른이란 나이는 내게 어른의 증표였다. 대학교 입학하자마자 서른을 바라보는 선배들을 보며 동경 대신 늙음의 웃음을 봤었던 게 엊그제였던 거다. 막연히 '어른'을 '늙음'으로 치부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나라고 예외는 아니었기에, 인제 와서야 그 당시 내가 얼마나 한심스러웠는지 뼈저리게 깨닫는 중이다. 군대를 다녀온 남동생이 신입생들에게, 청소년들에게 '아저씨'로 불릴 생각을 하면 뒷골부터 당기지 않겠는가? 그 와중에 내 학번이 남동생 학번 친구들에겐 몇백 년 된 유물과 동급으로 여겨진다는 사실은 또 얼마나 웃기는가.
아주 끝없이 웃음을 유발하는 게 나이인 듯싶다.
<나의 서른에게>를 접한 건 그만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젊음과 늙음의 양극단에서 저울질하는 것만큼 의미 없는 짓이 없음을 안 순간부터, 내게 '어른'은 참 다양한 의미를 가져다줬다. 무엇을 가슴에 품고 있는지부터, 어떤 목적이 있고, 갖고 있는 꿈은 무엇이며, 또 그 미래를 위해 현재를 사는 방식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정말 앞자리가 바뀌는 날이 오면 내 세상이 천지개벽하여 엄청난 반전이 일어날까, 하는 호기심까지 아주 스펙터클 했다. 결론은 없었다. 완벽한 세상에 사는 내가 아니라서, 완벽한 내가 있을 수 없고, 그렇기에 모든 고민이 기가 막히게 해결되지도 않았다. 그저 나이 앞자리가 +1로 인해 소리 없이 바뀐다는 것 말고는 속 시원한 진실을 알 수 없었다.
<나의 서른에게> 역시 답답한 가슴을 뻥 뚫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내 옆에 앉아 홀로 사색에 잠긴 또래의 삶을 엿보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
그러나 그만큼 의미 있는 건 없었다.

서로 다른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서른을 맞이하는 여성들을 바라보는 수많은 이들의 관점 속에 고군분투하는 첫 번째 주인공, 임약군은 자신마저 같은 매너리즘에 빠져있음을 자각하지 못한다. 마치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정해진 법칙인 것처럼 서른을 맞이하는 데 온갖 힘을 쏟는다. 서른이 되면, 지금보다는 덜 힘들겠지, 덜 어렵겠지, 덜 아프겠지,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그런 관점에서 나아가지 못해, 결국 우울함에 빠져버린다. 유일한 탈출구인 남자 친구와의 관계가 위태로운 마당에, 사랑하는 아버지가 떠나고, 승진했지만, 집주인의 횡포에 새로 집을 구해야 할 상황에 놓인다. 그야말로 파도가 급물살에 그녀를 예고도 없이 덮쳐버렸다.
지금까지 자신 있게 열정적으로 살아왔다고 믿었던 그녀는 파도에 휩쓸린 모래성처럼 초토화가 된다. 그대로 주저앉은 그녀에게 이제 남은 건 고독이다. 단 한 번도 자신의 공허함을 마주 본 적 없었던 그녀는 황천락의 집에 들어가 살면서 새로운 삶을 경험하게 된다. 자신과 같은 나이이지만, 전혀 다른 이의 삶의 방식을 엿보게 되는 그녀. 임약군은 황천락의 일기장을 통해, 가슴 깊이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본다.

황천락은 음반가게에서 일하는 해맑은 친구다. 자신이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 지를 아는 그런 사람. 이빨을 다 내보이며 세상을 향해 방긋 웃는 그녀의 미소가 보일 때마다 덩달아 미소가 지어지는 건 엄청난 힘이다. 고된 하루만을 보내던 임약군에게는 볼 수 없었던 즐거움과 행복이었다. 또한, '현실'이란 말 아래 스스로를 조금씩 죽이고 있는 우리가 제일 염원하는 것이기도 했다. 일상에서, 평범한 하루 속에서 찾는 소소한 행복이 쌓여 지금의 황천락의 삶을 만들었으나, 그녀 역시 지독한 현실을 살고 있었다. 암에 걸렸다는 통보를 받은 순간, 황천락은 더 이상 나이를 생각할 수 없었다 고백한다. '죽음으로 가는 길'에 서 있을 뿐이라는 말과 함께, 오랫동안 꿈만 꾸던 파리 여행을 떠나겠다 선포하는 그녀. 두렵고 복잡한 심경을 담담히 일기장에 써 내려가던 황천락의 글과 무수히 찍힌 사진들을 통해 임약군은 그동안 자신이 무엇을 버려둔 채 미친 듯이 달려왔는지 깨닫는다.
서른이라 부르는 말에, 어른이 되면 나아질 거란 충고에, 프로페셔널한 여성이 되면 모든 고민이 없을 거란 농담에, 다 알면서 남들에게 튀지 않기 위해 수긍하며 살아온 나를 발견하는 임약군. 의미 없는 날이 모여도 괜찮고, 한 번쯤은 쓸데없는 말들에 휘둘려도 좋은 날들 속에서 '나'를 위한 쉼터 하나조차 만들지 않았던 그녀였다. 그제야 임약군은 자신에게 말을 건다.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되겠냐고, 버틸 수 있냐고, 아니 버틴다고 착각하는 게 아니냐고.
황천락의 이야기에 유방암을 넣어 삶을 다시 꿰뚫어 본다는 점이 허무하고 텁텁한 뒤끝을 남기는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자극적이진 않았지만, 뻔한 설정이란 평가는 흘려들을 수 없겠다. 인물들에게 주어진 한계 역시 배우만 다르게 나오는 주말 연속극(드라마)에 사용되는 소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예측이 쉬운 만큼, 긴장감이 결말에 다다를수록 떨어지는 점도 명확하게 느껴진다.
그런데도 <나의 서른에게>를 가벼운 영화라 말할 수가 없었다. 주말마다 연속극을 보며 힐링하는 게 바로 나다. 결말이 무엇인지 알아도 또 보고 싶어 웃고 울면서 텔레비전 앞에 앉아있으니까. 솔직히 그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 않은가? <나의 서른에게>는 진정한 '나'를 찾자는 게 아니라, '현재의 나'를 보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함을 말해준다. 그래서 거창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확실한 감동을 선사한다. 서른을 바라보고 있는 자도, 훌쩍 넘긴 자도, 한참 기다려야 하는 자도 결국 에펠탑 앞에 서 있는 두 인물을 보고 웃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직 오지 않았지만, 분명 아니지만, 절대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 게, 우리가 가져야 할, 삶을 바라보는 가장 기본적인 태도가 틀림없다. 카메라를 들고 자기 인생 일분일초를 찍으며 그 순간을 기록하고 남기는 황천락의 습관처럼, 우리에게도 나만이 갖고 있는, 세상을 해쳐나가는 비법 하나쯤은 있지 않은가. 그거면 된다. 서로에게서 주고받는 영향은 딱 그 정도면 된다는 소리다. 그 이상은 정말 무의미한 짓이니까.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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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을 기억하고 삶을 사랑하고 시간을 간직하라
“여자의 일생을 단 하루를 통해서 보여준다.”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영화 <디 아워스>(2002)는 마이클 커닝햄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소설이든 영화든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한 작가에게서 출발한다. 바로 18세기의 현대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1882~1941)다.
<디 아워스>는 버지니아 울프가 1925년에 발표한 소설 <댈러웨이 부인>의 세계관을 확장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댈러웨이 부인>이 클라리사 댈러웨이가 파티를 준비하는 하루를 그렸다면 <디 아워스>는 다른 시대의 세 여성이 보내는 각기 다른 하루를 보여준다. 다른 공간, 다른 시대를 살고 있지만 세 여성의 삶은 만나고 겹쳐지며 하나의 이야기로 흘러간다. 각자의 하루를 다루고 있지만 사실 한 세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각 여성의 시간은 한 세대로 확장되어 보편성의 범위를 넓힌다.
소설 <댈러웨이 부인>을 읽지 않았다면 먼저 소설을 읽은 뒤 영화 <디 아워스>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영화는 소설을 읽은 이들을 전제로 만들어져서 소설 속 요소들이 영화에 어떻게 녹아있나를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소설이 클라리사 댈러웨이의 '삶'에 조금 더 집중되어 있다면 영화는 버지니아 울프 혹은 리처드의 '죽음'에 더 많은 무게가 실려있기 때문에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한다. 다만 '자살'이라는 키워드에 민감하거나 현재 심정적으로 좋지 않은 분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디 아워스
1923년 영국 리치먼드에서 버지니아 울프(니콜 키드먼)는 소설 <댈러웨이 부인>을 집필하고 있다. 그는 런던의 거친 생활을 그리워 하지만, 정신병 때문에 한적한 시골에서 요양을 해야 하는 처지다. 언니와 조카들을 맞이할 준비는 고용인에게 맡겨 둔 채 버지니아는 글을 쓰느라 여념이 없다. 195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로라 브라운(줄리안 무어)은 <댈러웨이 부인>을 읽고 있다. 로라와 어린 아들은 남편 댄의 생일을 맞아 함께 케이크를 만든다. 케이크 만들기를 실패한 로라는 못생긴 케이크를 쓰레기통에 버린다. 이웃에 사는 친구인 키티가 자궁에 문제가 생겨 입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로라는 가슴이 답답해진다. 2001년 뉴욕에 사는 편집자인 클라리사 본(메릴 스트립)은 친구 리처드를 위해 소설 속 댈러웨이 부인처럼 아침부터 축하 파티 준비를 한다. 작가인 리처드는 에이즈로 인해 몸이 매우 쇠약해졌고, 삶을 지속하고자 하는 의지를 잃었다. 그렇지만 클라리사는 그가 살아주었으면 한다.
본문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닮은 듯 다른, 각자의 감옥
로라 브라운은 둘째 아이의 출산을 앞두고 있다. 아빠가 아들의 아침식사도 챙겨주는 모습이 화목한 가정처럼 보인다. 하지만 로라의 미소는 깨질 듯 불안하고, 댄이 보지 않을 때면 무기력하고 우울한 모습을 보인다. 어린 아들은 그런 로라의 눈치를 조심스럽게 살핀다.
누구나 케이크를 굽는 일이 어렵지 않다고 말하지만 로라에게는 쉽지 않다. 댄을 사랑하고 결혼 생활을 함께 하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로라는 아마 댄을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다. 케이크를 만들고 사랑스러운 아내를 연기하며 살고 있을 뿐이다. 누군가에게는 쉽고 당연한 일이 어떤 이에게는 죽을 만큼 어려운 일이 되기도 한다. 로라는 가정에서 아내와 엄마의 역할이 그러했다.
이웃에 사는 친구인 사교적인 성격의 키티는 아이를 원하지만 자궁에 문제가 있어 입원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키티를 향한 로라의 감정은 아마 사랑일 것이다. 로라는 남자를 사랑하지 않지만, 그들이 힘든 전쟁을 치르고 돌아왔기 때문에 아내, 여성, 가정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남자들의 희생에 대한 보답이 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로라의 행복은 어디에도 없다. 로라가 꿈꿔왔던 생활은 댄이 꿈꾸던 생활과 달랐을 것이다. 로라의 삶은 댄의 꿈을 위해 사라져야만 했다.
버지니아는 언제나 글에 몰두해 있어 주방 일에 소홀했다. 고용인들은 그런 버지니아에게 불만이 많다. 버지니아 역시 고용인들이 불편하고 무섭다. 남편인 레너드는 한가하게 산책이나 하는 버지니아가 부럽다고 하지만, 버지니아는 답답한 시골 생활에 숨이 막혀 죽기 직전이다. 분주한 런던의 거친 생활이 그립다. 버지니아는 그가 느끼는 삶과 죽음의 강렬한 대비를 소설에 담아낸다.
"당신을 만족시키는 게 내 유일한 생존 목적 같아"
클라리사는 리처드의 파티를 열어주려 하지만 시상식과 축하 파티는 리처드에게 아무 의미도 없다. 아침이 오는 것, 햇빛을 쬐는 일, 약을 먹는 일, 자부심과 용기를 연기하는 일은 리처드를 비참하게 만들 뿐이다. 자신의 병과 살아남은 몸을 강조하면 할수록 리처드는 죽음에 강하게 이끌린다.병에 걸린 리처드를 수년간 간호한 사람은 클라리사 본이었다. 그는 리처드가 부르는 '댈러웨이 부인'이라는 호칭에 갇혀 버렸다. 댈러웨이 부인이 되어버린 클라리사는 리처드를 떠날 수 없었다. 리처드가 싫어해도 파티를 열어야 했고, 그가 살도록 만들어야 했다. 클라리사는 리처드와 있을 때에만 비로소 살아있는 기분을 느꼈다.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속 첫 문장처럼 세 가정의 하루는 꽃과 함께 시작된다. 꽃은 집에 활기를 불어넣지만, 화병에 꽂힌 아름다운 모습은 오래가지 못한다. 좁은 화병에서 며칠, 운이 좋다면 그보다 조금 더 살다 시들어 버린다. 그 유한한 활기와 생명력은 인간의 그것과 흡사하다. 클라리사는 인간의 꺼져가는 생명력을 꽃이 대신 채워주기라도 할 것처럼 리처드의 방을 꽃으로 채운다.
버지니아는 레너드를 위해 살았고, 로라는 가정을 위해 살았고, 리처드는 클라리사를 위해 살았다. '서로를 위해 산다'는 말은 서로를 에워싸는 감옥이 되기도 한다.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빛나는 삶
영화의 가장 첫 장면은 1941년 영국에서 시작된다. 버지니아 울프의 병세는 점점 더 악화되었고, 결국 최선의 선택을 한다. 레너드는 좋은 남편이었고, 이들은 많은 역경을 넘어온 끈끈한 부부이자 동료였다. 버지니아는 자신 때문에 레너드의 삶이 힘들어지는 것을 더 이상 원치 않았다. 그는 레너드에게 편지를 남긴 채 강가로 향한다. 편지에 죽음을 선택하는 이유 같은 것은 적혀 있지 않았다. 얼마나 사랑했고, 행복했었는지만 남아 있을 뿐이다. 버지니아의 죽음과 편지는 영화의 처음과 끝에서 영화의 메시지를 강조한다.로라가 자살을 결심하고 이웃에게 리처드를 맡겼을 때 아이는 알았다. 어쩌면 그 이전부터 짐작하고 있던 진실은 엄마가 자신을 떠나리라는 것이다. 로라는 결국 삶을 선택했다. 하지만 가족을 떠났다. 삶을 선택한 로라와 죽음을 택한 아들 리처드는 더욱 강렬한 대조를 이룬다.
영화의 리처드는 소설 <댈러웨이 부인> 속 셉티머스와 가장 흡사한 인물이다. 전쟁의 후유증과 의사들에게 고통받던 그는 아내 레치아 앞에서 창문으로 몸을 던진다. 리처드가 클라리사 앞에서 창문으로 몸을 던졌듯이 말이다. 자신이 느끼는 모든 감상을 쓰려는 작가로서 리처드의 모습은 버지니아와 비슷하다.
반면 클라리사는 삶을 사랑한다. 세 명의 여성 중 소설 속 클라리사 댈러웨이와 가장 비슷한 인물이다. 리처드의 죽음은 벅차다. 그렇지만 곁에 있어 주는 샐리와 딸이 있어 버틸 수 있다. 죽음으로 인해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들은 선명해진다.
로라와 클라리사는 어떻게든 삶을 선택하기로 마음먹은 인물들이다. 로라는 엄마이기를 포기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감내해야 할 선택으로 받아들인다. 누구도 용서해 주지 않겠지만 로라는 삶을 선택했다. 리처드의 죽음은 로라에게 죄책감과 책임감이다. 클라리사와는 다른 방식으로 삶을 선명하게 느끼게 한다.
버지니아의 죽음으로 시작해 인물들의 삶을 관통하고 다시 그 모든 이야기의 시작인 작가의 죽음으로 끝나는 영화의 구성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라고. 죽음 속에서 빛나는 삶의 소중함을 느끼라고 말한다.
결국 1800년 대 여성의 이야기는 2000년대 여성에게도 전해져 함께 흘러간다. 이는 <댈러웨이 부인>이 가진 메시지가 가진 보편성을 증명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시대가 지나도 빛이 바래지지 않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기나긴 소설의 생명력은 짧디 짧은 작가의 삶과도 대비된다. 버지니아는 죽었지만 <댈러웨이 부인>은 살아남았다.
영화 속 레너드가 '왜 누가 죽어야 하느냐'라고 묻자 버지니아는 '죽은 이들로 인해 살아남은 이들이 삶의 소중함을 깨닫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는 건 시인이자 선지자'라고 대답한다. 위대한 시인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그의 빛나는 메시지는 앞으로 100년은 더 남아 많은 이들의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것이다. 클라리사이자 리처드이자 셉티머스이자 로라인 버지니아 울프는 삶을 사랑했다. 삶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 뒤 영원히 그 시간을 간직했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코두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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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사람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면 웃음이 나온다."
Cast
Walter ASMUS
Director
Declan CLARKE
시놉시스
20세기 연극의 지형을 뒤흔든 혁신가라는 평을 듣는 부조리극의 대표작가 사무엘 베케트와 그의 대표작 <고도를 기다리며>를 가장 잘 연출하는 연출가로 알려진 발터 아스무스와의 깊은 동료애와 우정을 보여준다.
들어가며
최악의 상황에서 어떻게 웃음이 나올까? 말이 안되는 말이지만 어쩌면 누구나 경험해본 적이 있는 상황일 것이다. 기쁠 때 눈물이 나듯, 절망할 때 인생의 놀라움에(negative) 웃음이 터져본 사람만이 인생을 입체로 바라볼 수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영화는 ‘부조리’는 단순하게 말이 안 되는 상황이 아니라 세상의 다채로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설 수 있는 인간이 가진 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현존하는 영화중 가장 ‘베케트적’ 영화
<내가 넘어져도 내버려둬>는 극적인 재미가 있는 영화는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관습대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어떤 사건에 휘말리고 그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진짜 초목표를 찾고 갈등을 해결하는 류의 드라마가 없다. 거기다 영화엔 그 흔한 음향효과도 없고 줌인이나 줌아웃도 없으며 대사도 없다. 설명은 최소한의 나레이션과 자막으로 대신하는 것으로 인위적 연출을 최소화했다. 오직 영화에 쓰인 모든 편지, 대본자료를 제공한 ‘발터 아스무스’를 제외하고는 움직이는 인물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렇다보니 이걸 영화라고 부를 수 있나 의문이 들때쯤 문득 기시감이 들었다. 그렇다. 이 모든 반응은 내가 ‘부조리극’을 처음 보았을 때 그 느낌과 정확히 일치했다.
재미는 없어도 의미는 있을 수 있잖아?
부조리극은 극도의 미니멀리즘, 형식을 파괴함으로써 형식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는 연극의 사조다. 역사적으로는 2차 세계대전이후 등장하여 우리가 상실한 인간성, 소통의 가능성, 세계와의 관계에 주목하며 실존주의와 함께 다뤄지곤 한다. 영화의 모든 관습을 거부하고 아카이브의 힘으로 재현된 데클란 클라크의 <내가 넘어져도 내버려둬>는 베케트와 아스무스의 오랜 우정을 다룰 뿐만 아니라 형식적으로도 우리가 익숙하게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모두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부조리 사조의 특징을 계승하고 있었다.
영화가 이어붙이는 베케트와 아스무스의 편지와 사실에 근거한 자료들을 보고 있다보면 사실 편집과 연출을 거친 영화야 말로 인위적인 진실을 만들어내는 장치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자연이 그러하듯 가장 자연스러운 것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삶의 이면을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은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사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것은 우리가 ‘아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들이라는 깨달음에 도착하게 된다. 화려한 편집과 각색 대신 고도로 절제된 효과, 침묵, 리듬, 존재의 본질을 살린 미니멀리즘으로 말이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 안에 딱딱하게 자리잡고 있던 부조리극 사조의 정의 역시 바뀐다.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기 위한 마음먹기였다. 동시에 이 작품의 제목에 대해 가지고 있던 오해도 풀린다.
“내가 넘어져도 내버려둬.”는 넘어져도 타인의 도움을 거부하는 꼬장꼬장한 예술가의 아집이 아니다. 매번 넘어지지만 스스로 일어나는 힘이 사실 우리 인간이 가진 위대함이라는 묵묵한 응원에 가깝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최악의 상황에서 웃을 수 있는 우리는 사실 얼마나 강한 존재인가?
[Schedule in JIFF]
2025.05.01(목) 13:30 메가박스 전주객사 10관 [상영코드 140]
2025.05.04(일) 10:30 메가박스 전주객사 4관 [상영코드 414] GV
2025.05.06.(화) 17:00 메가박스 전주객사 10관 [상영코드 656] GV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 2025.04.30 ~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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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9월 첫째 주도 잘 보내셨나요?추석 연휴 동안 편히 쉬셨길 바랍니다!씨네픽과 함께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공조 2>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그럼 시작해 볼까요?...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공조2: 인터내셔날> (NEW)▶ <공조 2>가 개봉과 동시에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개봉 주에 추석 연휴가 있었기 때문에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관객 수를 모았는데요.
개봉 주에 벌써 200만 관객을 돌파하였습니다.
주말 동안 (9월 9일- 9월 11일) 관객 수 208만 9,148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260만 1,674명을 돌파하였습니다.
| 줄거리남한으로 숨어든 글로벌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새로운 공조 수사에 투입된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
수사 중의 실수로 사이버수사대로 전출됐던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는
광수대 복귀를 위해 모두가 기피하는 ‘철령’의 파트너를 자청한다.
이렇게 다시 공조하게 된 ‘철령’과 ‘진태’!
‘철령’과 재회한 ‘민영’(임윤아)의 마음도 불타오르는 가운데,
‘철령’과 ‘진태’는 여전히 서로의 속내를 의심하면서도 나름 그럴싸한 공조 수사를 펼친다.
드디어 범죄 조직 리더인 ‘장명준’(진선규)의 은신처를 찾아내려는 찰나,
미국에서 날아온 FBI 소속 ‘잭’(다니엘 헤니)이 그들 앞에 나타나는데…!2. <육사오> (▼1)▶ 지난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했던 <육사오>가 공조의 개봉으로 2위로 떨어졌습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영화라 추석 연휴에 많은 관객이 찾은 것 같습니다.
주말 동안 (9월 9일- 9월 11일) 관객 수 30만 3,180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56만 6,664명을
돌파하였습니다.
3. <헌트> (▼1)▶ 개봉 이후 계속 1,2위를 차지했던 <헌트>가 9월 둘째 주에 3위로 하락하였습니다.
관객 수가 지난 주와 비교했을 때 약 2.5배 하락하였지만,
이번 주에 개봉하는 화제 작품이 없기에 비슷한 관객 수를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말 동안 (9월 9일- 9월 11일) 관객 수 8만 5,806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426만 3,791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117회 예측 이벤트는 <공조2: 인터내셔날> 주말 스코어 예측 이벤트입니다.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공조2: 인터내셔날>의 스코어 예측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공조2: 인터내셔날>의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 추이를 보겠습니다.
남성 46%, 여성 54%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령대 별로는 30대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고 그다음으로 20대, 40대, 50대, 10대 순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습니다.
▶한 주 동안 씨네픽 이벤트의 참가자분들 중 <공조2: 인터내셔날> 주말 관객 스코어에 가장 근접한 예측치를 보인 건
10대 후반 남성과(1,257,460명)과 30대 후반 여성(1,057,054명)이었습니다.
또한 <공조2: 인터내셔날> 주말 관객 수 스코어 예측의 정답자 비율은 (오차범위 +-10,000) 전체 참가자의 0%에 해당합니다.
추석 연휴가 변수가 되어 예측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공조2: 인터내셔날> 주말 스코어 예측 이벤트에 참여한 20/30대 비율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4. <극장판 엄마 까투리: 도시로 간 까투리 가족> (NEW)▶ 추석 연휴에 영향으로 아이들을 겨냥한 애니메이션 영화 <극장판 엄마 까투리: 도시로 간 까투리 가족>이
4위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박스오피스에서 4위를 차지했던 <탑건: 매버릭>과 비슷한 관객 수를 보이고 있습니다.
주말 동안 (9월 9일~9월 11일) 관객 수 5만 4,843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6만 1,233명을 돌파하였습니다.
5. <한산: 용의 출현> (▼2)▶ 한 달 넘게 박스오피스 TOP5를 유지한 <한산: 용의 출현>이 9월 둘째 주에 5위를 차지하였습니다.
<한산: 용의 출현> 역시 위에 말했던 것처럼 화제 작품이 없기에 5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말 동안 (9월 9일- 9월 11일) 관객 수 4만 3,623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722만 5,885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주말 동안(9월 9일- 9월 11일) <Barbarian>의 매출액은 10,000,000 (한화 약 138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총 누적 매출액 역시 동일합니다.<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9월 9일 ~ 2022년 9월 11일)1. <바바리안> 1000만 달러 (누적 1000만 달러)2. <브라흐마스트라 파트 원: 시바> 440만 달러 (누적 440만 달러)3. <불릿 트레인> 325만 달러 (누적 9254만 달러)4. <탑건: 매버릭> 317만 달러 (누적 7,056만 달러)5. <DC 리그 오브 슈퍼 펫> 283만 달러 (누적 8,542만 달러)...씨네픽의 9월 둘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감사합니다!-!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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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미장센 빼고는 모두 실망스러운 영화
일제 강점기에는 수많은 독립 운동가들이 암암리에 활동했다. 하지만 정치적인 상황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일반인들의 입장에선 이름이 알려진 유명한 독립투사를 제외하면 그 외의 운동가들을 알기 어려웠다. 어쩌면 그렇게 독립 운동가들은 자신들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활동해야 좀 더 많은 정보를 얻어내고 일본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중국 상해 같은 도시 중심부에서 활동하던 독립 운동가들이 어떤 처지에 있었고, 의심받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는 그저 추정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영화 <유령>은 일제 강점기 독립 운동가들이 겪었음직한 일을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해 보여준다. 영화의 처음부터 정체를 알려주는 인물은 박차경(이하늬)이다. 그는 상해의 한 극장에서 티켓이나 포스터를 통해 암호화 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활동하는 흑색단의 스파이다. 영화에서 벌어지는 첫 암살 시도 장면은 박차경과 친분이 있는 난영(이솜)이 주도하는 작전이다. 이 작전은 실패로 끝나고 그 이후 박차경은 주변의 몇몇 한국인과 함께 외딴 호텔에 갇히게 된다. 일본인 카이토(박해수)가 이끄는 일본군은 그 호텔에 모인 천계장(서현우), 무라야마(설경구), 유리코(박소담), 백호(김동희) 등의 한국인들을 모아 놓고 숨어있는 스파이인 유령을 색출하기 시작한다.
일제 강점기 스파이 유령의 존재를 다루는 영화
영화는 시작하면서 한 명의 유령을 공개했다. 바로 박차경이다. 영화에서 초점을 맞추는 건, 박차경의 정체가 밝혀지는지와 또 다른 유령이 존재하는 지다. 악랄해 보이는 카이토와 함께 등장하는 일본군 소속의 무라야마는 한국계라는 이유로 의심받지만 그 역시 일본 조직 내에 스며든 유령을 찾으려 노력한다. 박해수가 연기하는 카이토는 무시무시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의 진짜 목적이 뻔히 보이는 일차원적인 인물이다. 그래서 좀 더 복합적인 과거와 목적을 가지고 있는 무라야마가 더 영화 속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인물이다. 무라야마의 등장은 유령을 찾는 과정을 조금은 더 흥미롭게 만든다.
한정된 공간인 호텔 안에서 서로를 의심하며 유령을 찾는 과정은 아주 치밀하게 짜여 있지는 않다. 배경은 호텔과 각 방에 구성된 미장센은 아름답고 깨끗하지만 각 인물들의 행동은 그렇게 설득력 있게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일단 모든 인물들이 호텔 내외부를 꽤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많은 일본군이 건물 내외부에 배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차경을 비롯한 대부분의 인물들은 호텔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누가 유령인지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한 인물과 관련하여 관객들을 헷갈리게 하는 함정을 던지지만 그것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을 만한 것이다. 또한 영화에는 불필요하게 보이는 인물도 등장한다. 천계장은 관객을 혼란스럽게 하지도 않고 자신의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놓는 이상한 인물이다. 이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영화는 스파이를 찾아내는데 필요한 긴장감을 없애버린다. 영화는 중반에 박차경 이외에 또 다른 유령이 공개된 이후 액션 장르로 완전히 전환된다. 그러니까 추리 서스펜스를 주려하던 영화는 엉거주춤하게 긴장감을 주려다가 완전한 액션영화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추리 장르에서 액션 장르로 바뀐 영화는 조금 더 힘 있고 과장된 액션을 통해 통쾌함을 전달하려 한다. 여기에 여성 중심의 서사와 액션이 추가되면서 힘을 잃어간다. 이건 꼭 여성 서사가 중심이 되어서가 아니다. 이야기의 전개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나오게 되는데, 예를 들면 두 인물이 탈출 계획을 급하게 이야기하고 나서 갑자기 한 인물이 아주 쉽게 일본군에 잡혀버린다. 그 이후 남은 인물인 박차경은 도망가지 않고 다시 동료를 구하기 위해 호텔에 삽입하게 된다. 굳이 붙잡히지 않고 두 인물이 같이 탈출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각 인물들은 스스로를 위험한 상황에 밀어 넣는다. 그래서 영화 속 액션이 주는 통쾌함이 많이 사라져 버린다.
이쁜 미장센만 기억에 남는 실망스러운 영화
영화 후반부에 한 강당에서 펼쳐지는 액션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과장된 것처럼 보인다.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 흑색단 단원들과 그 대장을 구하려는 박차경의 액션이 계속 이어지는데 그저 멋진 액션 장면들의 나열이 이어진다. 이런 과장된 액션은 전반부의 오밀조밀한 추리의 재미를 완전히 날려버리고, 일제 강점기에 있을법한 독립 운동가들이 겪었음직한 일들일 거라는 이야기의 강점도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영화 속 독립 운동가들의 노력에 어떤 현실감도 느낄 수 없다. 그런 점들이 영화 속 인물들에 공감하기 어렵게 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아름다운 미장센이다. 특히 호텔에서 보이는 배경과 배치가 무척 세련된 느낌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이해영 감독은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에서 비슷한 시대 배경을 다룬 적이 있다. <경성학교>가 학교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영화였는데, <유령>도 호텔에서 벌어진다는 측면에서 비슷한 느낌을 준다. 또한 직전 연출작인 <독전>처럼 누가 스파이이고 범인인지를 추리하게 만드는 느낌도 있다. 그런데 <유령>은 전작들에서 활용했던 점들을 끌어와 만들어낸 영화이기 때문인지 이 영화만의 독창적인 완성도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비슷하게 흉내만 내다가 어영부영 멋을 부리며 마무리한다.
영화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무라야마 역의 설경구와 카이토 역의 박해수가 보여주는 연기는 인상적이다. 다른 인물들보다는 이 두 인물의 연기가 극의 흐름을 바꾸고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상대적으로 주인공 박차경 역의 이하늬는 이 배역에서 특별한 그만의 느낌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액션에 강점을 드러내고 있지만 영화 전반을 끌어나가는 힘은 약한 편이다. 유리코 역의 박소담이 오히려 좀 더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전반부의 연기와 후반부의 연기톤이 완전히 바뀌는데 이 영화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유령>은 중국영화 <바람의 소리>를 원작으로 한다. 비슷한 시대 배경을 한국식으로 변주했지만 성공적인 리메이크라고 하기 어렵다. 시각적으로 무척 훌륭해 보이지만 이야기 전개나 캐릭터들의 특성 그리고 다소 과장된 액션 장면이 실망스럽게 느껴진다. 오히려 전반부 호텔에서 벌어지는 추리극에 집중하여 연출했으면 어땠을까. 유령이라고 불렸던 이름 없는 항일 독립 운동가들을 떠올리게 하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영화는 그저 그런 액션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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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레오의 세계] 보모와 부모는 다르다
클레오의 세계
해변
영화는 고요한 지중해 바닷가를 보는 것 같았다. 평화롭고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는 고향 같은 해변이었다. 그러나 언제 폭풍이 몰아치고, 너울이 들이닥쳐 해변을 쑥대밭으로 만들지 모르는 불안감도 있었다. 처음과 끝이 극명하게 대비될 정도로 주인공 ‘클레오’의 세상은 너무나 넓기만 하다.모래 위에서 안아주는 엄마, 누나, 남동생이 있지 않았다면 아마도 폭풍에 휩쓸리지 않았을까? 2023년 극장에 개봉해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은 ‘애프터 썬’과 비슷하게 여행지에서 느낄 수 있는 색다른 배움과 가족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한국 사람으로서 흑인들의 해변은 낯설었고, 그래서 놀라웠다. ‘클레오’와 함께, 영화와 함께 살아생전 한 번도 가지 않을 이국땅을 밟은 기분이었다. 바다는 아름다웠으며, 영리했고, 오래된 전통으로 뭉쳐 있었다. 서울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두 영화를 기억하며
티켓 부스에서 표와 작은 포스터를 하나 받았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과 ‘쁘띠 마망’ 제작진이 만든 작품이라고 쓰여 있었다. 두 영화 모두 극장에서 재밌게 관람했지만, 감독님이 아니라, 제작진이기에 부푼 기대감을 잠시 내려 두려고 노력했다.
엔딩 크레딧이 끝나며 ‘클레오의 세계’는 위에서 말한 두 영화의 장점들을 오묘하게 잘 섞었다고 생각했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서 어딘지 계속해서 불안이 담긴 시선 주인공을 따라가는 기분을 다시 느꼈다. 영화 ‘쁘띠 마망’처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티끌 없이 밝은 모성애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두 영화에만 너무 의존하는 것이 아니어서 더 좋았다. 영화는 인물들의 표정과 행동들을 화면 3분의 2까지 클로즈업해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최근 확대한 피사체 비율을 즐기고 있어, 시각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잔잔한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가 할 수 있는 과감하고 격정적인 기술이라 생각한다.
보모와 엄마
분명 성선설과 성악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지 모르겠다. 순수 악은 악함이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조용하던 영화가 새로운 미래에 대한 도전을 맞이하자 급격하게 심각해졌다. 정확히는 주인공 ‘클레오’의 한 마디가 화를 돋웠다. 돌이켜보니 나 또한 사랑을 갈구하다 오히려 다른 이를 해친 순간이 있지 않는지 반성했다.
더욱 확실해진 것도 존재한다.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라기 위해서는, 결국 아이들을 돌보고 키우는 보호자의 역할이 중요하단 것이다. 병으로 엄마를 잃은 ‘클레오’의 곁에는 보모가 있었고, 보모의 자식들 곁에는 엄마가 없었다. 영화는 시간이 흘러 ‘클레오’가 보모의 고향을 방문하자, 그 결과가 얼마나 다른지 잘 보여준다.
엄마가 곁에 없던 소녀와 소년은 확실히 엇나간 행보를 보인다. 반대로 보모의 곁에서 사랑을 듬뿍 받은 ‘클레오’는 친구들과 사이가 원만하며 웃음과 슬픔에 대한 감정이 잘 발달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사랑에 있어서는 반대다. ‘클레오’는 끝없는 사랑을 갈구하며 악한 마음을 갖는다. 반대로 남매는 그런 ‘클레오’를 안아주고 용서하며 돌봐주고 함께 웃어준다.
사람은 어떻게 사랑을 받아야 하는가? 사랑받는 것은 당연한가? 사랑은 물건처럼 독차지할 수 있는가? 왜 인간은 끝없이 사랑을 갈구하는가?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랑 때문에 악 해지는가? 어머니의 정 말고 사랑은 악한 것인가?
같은 무수히 많은 고민이 귀갓길에 제 머릿속에서 아우성쳤습니다. 집에 도착해 바로 후기를 작성하기 어려울 정도로 긴 여운을 주는 영화였습니다. 이래서 깊은 고민과 생각을 던져주는 영화는 언제나 관람이 즐거운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개봉 전에 초청해 주신 씨네랩 관계자분들께 감사 인사 여러 번 올립니다.
시사회도 관객 문제나 영상 사고가 전혀 없이 무탈했습니다. 다른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어떻게 느끼시고, 어떤 이야기를 보여주실지 기대가 되네요. ‘클레오의 세계’는 2024년 1월 3일에 개봉 예정입니다. 연초부터 따뜻한 감성과 사랑에 대한 고민을 원하신다면… 이 영화가 제격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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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평범해질대로 평범해진 디즈니
영화 <스트레인지 월드>는 자사의 61번째 작품이자 "디즈니 100주년"을 기념하여 나온 작품이다.
이를 맡은 사람으로는 <빅 히어로, 2014>의 감독 "돈 홀"과 함께 전작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2021>과 합을 맞추었던 "퀴 응우옌"이 이름을 올렸고, "제이크 질렌할 - 데니스 퀘이드 - 루시 리우"가 출연하였다.
근데, 언제부터 였을까? -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이렇게나 기대를 안 되는 것이 말이다!전설적인 모험가 "아서 클레이드"의 아들. "서처"는 자신의 아내와 아들과 함께 농장을 운영하며 평화로운 일상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에 자신과 함께 모험을 했던 동료 "칼리스토"가 도움을 청하고 "서처"는 이에 못 이기는 척 모험을 떠나게 된다.
근데, 오래전에 실종되었던 아버지 "아서"와 재회하게 되는데...1. 익숙해도 좋아할 수밖에 없는 모험들
영화 <스트레인지 월드>의 이야기에서도 직접적으로 "모험"이 제시되는 것으로 해당 작품이 "어드벤처"라는 건 두말하면 입만 아프겠지? - 하물며, 포스터의 폰트는 <인디아나 존스, 1982-2008>시리즈를 연상케한다!
이외에도 <미이라, 1999-2008>와 <캐리비안의 해적, 2003-17>시리즈 등. 여러 작품들로 파생되었을 만큼 본 작품이 관객들에게 보여줄 장면들과 시퀀스들은 어느 정도 예상이 간다.
그런 점에서 맞이하는 <스트레인지 월드>의 볼거리들은 관객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데에 부족함이 없다!해당 작품을 보기에 앞서 "모험"을 대하는 두 종류의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좋아하는지? 혹은 싫어하는지?'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지만, 영화와 같은 보이는 매체인 만큼 '기대감과 공포라는 이중적인 감정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에 시각적인 효과는 필수이다!
앞선 작품들이 비슷했음에도 각기 다른 작품으로 기억하는 데에는 "청소년 관람불가"가 아닌 것이 의아할 만큼 살벌한 비주얼들이 있기 때문이다. - 살 속으로 파고드는 벌레와 얼굴에 달려있는 문어 다리들을 기억하라!2. 가까워질 수 없는 관계?
그런 점에서 <스트레인지 월드>, 역시 살벌한 비주얼을 뽐내는 데에 성공한다.
물론, "디즈니"와 "애니메이션"인 만큼 과격하진 않지만 각인시키는 데에는 충분한 징그러움이 아닐까?
여기, 우당당탕거리는 추격전까지 "어드벤처 영화"가 갖춰야 하는 미덕은 다 있으니 영화를 즐기는 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만, 캐릭터들과 이야기 형성에 있어 아쉬운 점들을 노출된다.영화 <스트레인지 월드>의 주인공 "아서"와 "서처", 그리고 "이든"까지 이들을 한데 묶어내는 주제는 부자(父子) 관계이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에 자신과 같은 성의 부모의 행동들을 따라 하며, 사회성을 익히기에 그 누구보다 친할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남자아이들이 엄마를 두고서, 아빠와 경쟁은 펼치는데 이런 이유에는 자신이 아빠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여자는 "엘렉트라 콤플렉스"가 있다.이런 모습을 극 중. 자신의 아들 "이든"에게 아버지 "아서"의 모습을 수시로 겹쳐 보이게 함으로 경쟁을 넘어 혐오의 감정을 일깨우게 만든다.
3.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한계가 보인다. 보여!
이렇듯이 영화 <스트레인지 월드>는 "가족의 화합"으로 이야기를 가져온다.
그러나, 영화에서 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발암캐"라고 정리될 만큼 답답한 감정만을 가져오며, "악당"의 존재에서도 이어진다.
앞서 "이모텝"과 "데비 존스"가 무서운 비주얼만으로 기억되는 건 아닌 것처럼 "부활"과 "사랑"이라는 저마다 확실한 동기들이 있었다.
본 작품에서도 "공리주의"라는 시점에서 동기는 확실했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라는 기준에 금방 정리되고 만다.물론, 이후 야심 차게 준비한 "반전"도 있지만 이미 김이 빠질 대로 빠져서 크게 감흥이 오지 않는다.
· tmi. 1 -극 중. "이든"은 "게이"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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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노매드랜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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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역사, 체육, 음악, 심리학을 가르치는 같은 고등학교 교사 니콜라이, 마르틴, 페테르, 톰뮈는 의욕 없는 학생들을 상대하며 열정마저 사라지고 매일이 우울하기만 하다. 니콜라이의 40번째 생일 축하 자리에서 “인간에게 결핍된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유지하면 적당히 창의적이고 활발해진다”는 흥미로운 가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마르틴이 실험에 들어간다. 인기 없던 수업에 웃음이 넘치고 가족들과의 관계에도 활기가 생긴 마르틴의 후일담에 친구들 모두 동참하면서 두 가지 조건을 정한다.
[언제나 최소 0.05%의 혈중 알코올 농도 유지할 것! 밤 8시 이후엔 술에 손대지 않을 것!]
지루한 교사, 매력 없는 남편, 따분한 아빠, 최적의 직업적, 사회적 성과를 위해 점차 알코올 농도를 올리며 실험은 계속되는데… 과연 술은 인간을 더 나은 상태로 만들 수 있을지, 도전의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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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 메인 예고편
3년 전 엄마가 살해된 후, 소녀 ‘자허’와 아빠의 삶은 엉망이다.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아빠와도 마음 속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된 소녀,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자신의 엄마를 죽인 소년 ‘유레이’와 마주치게 된다.
예상보다 빨리 석방된 그를 보고 소녀는 분노에 휩싸이고,
복수하고 싶은 마음으로 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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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미래일기> 공식 예고편
《미래 일기》는 미래에 일어날 일들이 담긴 러브 다이어리다. 이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던 두 사람에게 건네진 다이어리. 드라마처럼 짜여진 이벤트지만, 그 안의 대사는 두 사람의 몫이다. 다이어리에 적힌 대로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며 점점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는 두 사람. 정해진 미래가 있는데도, 둘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20년 전 방영된 전설의 연애 리얼리티 시리즈가 다시 돌아온다. MC: 다이고 / 스튜디오 패널: 사토 타이키(EXILE/EXILE TRIBE의 FANTASTICS 멤버), 사야(LALANDE), 스미 레이나, 나쓰나 테마송: SEKAI NO OWARI "Di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