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4-11-27 07:33:21
한국 여성 스포츠 영화의 유의미한 변곡점
영화 〈모래바람〉
근래 개봉한 한국의 여성 스포츠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야구소녀〉였다. 여성 야구 선수가 남성들이 절대 다수인 야구판에서 2군 프로 무대에 데뷔하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영화다. 주인공 수인의 진심과 도전, 그녀를 ‘여성’이 아닌 ‘야구인’으로 대하는 소수의 남성 친구와 코치, 그들과 수인의 관계성 등이 매력적인 영화였다. 〈모래바람〉은 한국 여성 스포츠 영화 계보에서 또 하나의 유의미한 변곡점이 될 만한 영화다. 두 영화를 비교해보면 그사이 프로 여성 선수에 관한 우리 사회의 관념과 지향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감지할 수 있다.
〈야구소녀〉에는 계보가 없다. 수인은 늘 최초고, 혼자다. 그러나 〈모래바람〉에는 계보가 있다. 20년간 여자 씨름 선수로 활약해온 선수가 있고(송송화), 모든 선수가 하나같이 ‘우상’, ‘전설’로 꼽는 절대적 강자(임수정)가 있다. 그리고 이들을 목표로 땀 흘리며 도전하는 후배 선수들(양윤서, 김다혜, 최희화)이 있다. 영화는 1999년 여자 씨름 선수 등록이 가능해진 이후부터 쌓여온 여자 씨름 선수의 계보를 담아낸다. 여성 스포츠 영화에서 계보는 대체로 ‘불가능’한 것이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같은 예외적 선례가 있기는 했지만, 대체로 여성 스포츠 영화는 계보가 없는 상태에서 사회의 편견과 자기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에 몰두하는 선수 한 명에게 주로 카메라의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이제 여성들은 홀로 고군분투하지 않는다. 여성들에게도 롤 모델이 있다. 그것도 끝내주는 커리어를 가진 롤 모델이.
계보 ‘있음’은 땀 흘리는 여자들이 맺는 유대의 근거이기도 하다. 역시 〈야구소녀〉에는 없던 것이다. 동료인 동시에 라이벌인 여자 씨름 선수들은 서로를 격려하면서도 경쟁에는 모든 것을 건다. 다른 수많은 남성중심적 언어와 마찬가지로, 스포츠‘맨’십이라는 표현 역시 새로운 대체 용어를 고민해봐야 한다.
나이가 들어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선수들의 존재도 〈야구소녀〉에는 없고 〈모래바람〉에는 있다. 20년 동안 선수로 활약한 후 은퇴한 송송화는 현재 협회 이사로 활동하며 심판과 코치에 도전하고 있다. 여자 씨름으로의 진입을 꿈꾸는 어린 여성에게 20년간 선수로 활동한 사람의 존재는 그 자체로 용기를 줄 수밖에 없다. 여자 씨름판의 GOAT인 임수정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언제나 당연히 1등이었던 임수정이 후배들의 도전에 왕좌를 빼앗기는 상황에서 그녀가 느끼는 부담과 좌절의 순간을 밀도 있게 담아낸다. 부상과 기량 하락의 악조건 앞에서도 관성에 젖어 운동하기를 거부하고 칠전팔기 끝에 마침내 정상에 다시 오르고 마는 그녀의 이야기는 송송화의 이야기와 어우러져 여성 씨름인들이 꿈꿀 수 있는 다양한 미래의 가능성을 펼쳐낸다.
〈모래바람〉에 〈야구소녀〉에는 없는 요소가 있다는 말이 전자가 후자보다 낫다는 말은 아니다. 각자의 완성도를 갖춘 두 영화는, 다만 그사이에 많은 것이 변했다는 것을 분명하게 실감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핵심은 더는 ‘독고다이’할 필요가 없다는 것. 계보와 동료가 있는 여성 선수들은 서로에게서 자신이 나아갈 길을 가늠해볼 수 있고, 그 과정에서의 고민을 나누며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최근 여성 생활 스포츠인이 크게 늘었다. 〈골 때리는 그녀들〉, 〈무쇠소녀단〉처럼 아마추어 여성 스포츠인들이 동료들과 함께 도전하는 방송도 잇따라 제작되었다. 그러니까, 〈야구소녀〉에서 〈모래바람〉으로의 여정은 여성 스포츠인, 나아가 모든 여성이 함께 만들어온 변화를 대변한다.
송송화는 씨름 선수인 동시에 주부, 엄마, 아내, 며느리였다. 임수정은 지금도 ‘시집은 언제 가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여성이자 씨름 선수로서 이들은 종종 모순된 요구를 동시에 받았지만 동료들과 함께 ‘씨름하며’ 자기 길을 만들었고, 그 길은 이제 모든 여성 씨름 선수의 길이 되었다. 〈모래바람〉은 씨름판에 카메라를 줌인하여 사회 변화의 커다란 흐름을 가늠케 해주는 영화다. 스포츠 영화의 쾌감과 시의성을 고루 갖춘,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감각하게 해주는 영화인 것이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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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장르 얼마나 알고 있어? 내가 좋아하는 장르 알아보자!
영화 장르 얼마나 알고 있어? 내가 좋아하는 장르 알아보자!
안녕하세요. 광남입니다. 여러분은 영화를 볼 때 어떤 걸 가장 중요시하시나요? 영화를 찍은 감독이나 배우? 예고편이나 간단한 소개에 나오는 줄거리? 영화 장르?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겠지만 각자 영화를 선택하는 특정 부분은 있으실 것 같은데요. 그중에서 오늘 제가 소개할 부분은 영화 장르입니다. 공포영화, SF,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로 나누어지는데요. 이 밖에도 많은 장르가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면서 이해하면 조금 더 이해가 빠르실 것 같아요. 다양한 영화 장르가 궁금하시다면 집중해 주세요~
영화 장르 얼마나 알고 있어?
미스터리 영화
첫 번째 영화 장르는 '미스터리'입니다. 비교적 많이들 알고 계신 장르일 텐데요. '신비', '불가사의'라는 뜻을 가진 Mystery에는 추리소설 혹은 탐정물이라는 파생된 뜻이 있는데요. 영화에서 미스터리란 어떤 일이 일어날 듯하면서 일어나지 않거나 일어나더라도 갑작스럽지 않게 계속해서 긴장감을 갖게 하는데요.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불가사의한 부분을 풀어내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르죠.
미스터리 영화들은 앞뒤의 이치를 따져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가지는데요. 영화 <셜록홈즈>와 같이 어떤 사건에 대한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해나가거나 영화 <나이브스 아웃>에서 살인사건이 왜 일어났고, 누가 범죄를 저지른 건지 되짚어보는 등 범죄와 관련된 소재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영화 장르랍니다. 최근 이슈가 되었던 영화 <컨테이젼>도 미스터리 장르인데요. 영화 속에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인해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보여줬던 영화기도 한데요. 결과적으로는 바이러스의 원인이 무엇인지 결말 부분에서 확인이 가능하죠.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감이 지속되는 영화를 좋아한다면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시는 것이랍니다.
영화 장르 얼마나 알고 있어?
공포 영화 - 오컬트
두번째 영화장르는 공포 영화입니다. 그 중에서도 오컬트 영화는 공포영화의 한 종류로, 실제로 벌어졌던 초자연적인 사건이나 악령·악마를 소재로 하는데요. '초자연적인', '주술'이라는 뜻의 Occult는 영화 속에서 다양한 사건들을 포함하고 있어요. 분신사바, 악마 숭배, 외계인, 연금술, 초능력 등이 오컬트에 해당해요.
오컬트 영화의 대표적인 사례는 영화 <엑소시스트>인데요. 조그맣고 귀엽던 레건의 얼굴이 무섭고 흉측한 악령으로 변하거나 변사체로 발견되는 등 악령의 모습과 그와 맞서는 신부의 모습을 그려내 많은 흥행을 했었어요. 국내에서도 영화 <검은사제들>과 <곡성>에서 알 수 없는 악령과 사제, 무당의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특히, 무더운 여름철 많이 나오는 공포영화들은 현실에서 설명하기 힘든 초자연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만약, 이러한 초자연적인 모습에 이끌렸다면 오컬트 영화를 보시는 것 추천드리겠습니다.
영화 장르 얼마나 알고 있어?
다큐멘터리 & 페이크 다큐
다큐멘터리 영화는 드라마나 픽션에 대응하는 영화로 사실의 기록에 입각하여 제작하는 작품을 말해요. 특정한 자료들을 모아 보여줌으로써 문제 의식을 호소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단순한 팩트(Fact)에만 의존 및 모음으로 보여주는 건 아니예요. 그 안에는 주관성에 기초해 배열하고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강조하게 된답니다. 살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생각하면서 본다면 좀 더 집중해서 볼 수 있어요.
다큐멘터리 영화 중에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도 있는데요.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는 다큐멘터리의 형식으로 허구의 사건을 실제 상황처럼 가공해서 보여주는 영화를 말해요.1999년 개봉했던 영화 <블레어 윗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대표적인 영화이기도 해요. 마치 보여지는 화면이 실제 레코드 된 영상을 활용하는 듯 하게 보여주는데,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귀신은 한명도 나오지 않지만, 계속되는 긴장감을 가지고 갑니다. (물론, 지금 본다면 재미없게 볼 수 있어요) 영화가 나왔을 당시에는 '실화'라고 허위 보도가 나 관객수가 많았다고 하네요. 그리고 또 하나의 영화 <파라노말 액티비티> 역시 페이크 다큐멘터리인데요. 역시나 화면 구성을 CCTV가 찍는 듯한 모습으로 보여주면서 공포심이 더 들게끔 했었던 영화랍니다.
영화 장르 얼마나 알고 있어?
스릴러 영화
영화 장르에 스릴러 영화와 공포 영화가 구분되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공포는 'horror'로 공포(감), ~에 대한 공포라는 뜻을 가지는데요. 반대로 스릴러 영화에 'thrill'은 원래 황홀, 흥분, 설렘의 뜻이 담겨져 있어요. 그러나, 관객에 입장에서는 두 영화 장르의 차이를 구분하기 힘든데요. 쉽게 설명하면, 공포 영화는 관객에게 불안과 공포감을 느끼게 하는 영화를 의미하고, 그 안에 사용되는 소재는 주로 죽음, 영적인 세계, 정신 착란 등을 가지고 우리 마음 속 불안을 야기시키는데요. 그러나, 절대 해를 입지 않는다는 마음에 짜릿한 전율만 느끼게 되는것이죠. 스릴러 영화는 공포 심리를 가지게 하는 것인데요.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에게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영화 <애나벨>에서 볼 수 있듯 인형 안에서 악마가 나타나 사람들을 죽이고 갑자기 나타나는 등의 장면들이 반복되는 영화를 공포영화라고 볼 수 있고, 영화 <조커>와 같이 주인공 아서 플렉(조커)의 심리적 변화를 보는 관객에 입장에서 계속해서 긴장되게 하고, 그가 변해가는 모습 속에서 공포 심리를 가지게 하는 것이 스릴러 영화라고 보시면 이해가 빨라요. 스릴러에는 꼭 공포감이 드는 것 외에도 초자연적, 재난, 에로틱(성인) 등의 작품에서도 볼 수 있어요.
오늘은 이렇게 영화 장르에 대해 알아 봤는데요. 이 외에도 액션, 모험,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들이 있는데요. 장르라는 것은 비슷한 특성, 비슷한 성격을 가진 영화들을 구별할 때 쓰는 것이고, 앞서 설명했듯이 각각 영화에서 보여주는 장면적 특징이나 성격들을 의미한답니다. 예를 들면, 액션 영화라고 한다면 주인공이나 기타 인물들이 주먹질을 한다거나 총을 쏜다거나 어딘가 파쿠르를 하면서 뛰어 넘나들거나 하는 장면들이 보여지겠죠? 아무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네요! 조금 더 영화를 재미있게 보기 위해서 내가 주로 찾아보는 영화가 어떤 장르에 속하는지 알아두고 보면 어떨까요? - 광남
* 본 콘텐츠는 블로거 ClownLee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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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운탕도 끓어야 맛이다
이 글은 영화 [대무가]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을 인용하거나 퍼가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표시해주세요.
영화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이 언뜻 본다 해도. 영화만큼 종합 예술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형태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인 연기와 음악, 또 시나리오, 화면의 재현 등이 “어우러져야” 한 편의 “좋은” 영화를 보았다는 포만감을 느끼며 영화관을 나서게 될 것임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표값이 치킨 한 마리 가격만큼이나 상승하는 지금은 다들 익숙하고 어느 정도를 보장하는 프랜차이즈 맛의 영화에 자신을 맡겨 안전한 경험을 하기 쉽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시도로 마니아의 입맛을 한 번쯤은 달래주는 영화가 나온다는 것은 언제나 반가운 일이다.
영화 [대무가]는 오컬트 물의 최전방에 서 있는 무당을 주제로 하고 있으면서도. 신빨이 떨어진 무당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더했다. 다시 전성기를 찾기 위해 피 튀기는 굿을 벌이는 세 무당을 보며 관객들은 과연 떡이나 먹고 있으면 될 것인지. 굿 하기 딱 좋은 날씨에 마침맞게 찾아온 영화가 더 보여줄 것은 무엇인지 궁금해져 이번 주말 극장을 찾았다.
영화는 다채로웠고. 어느 정도 마음에 들었으나.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모든 게 다 들어가 있으니 끓기만 하면 맛은 보장하는 매운탕처럼 보였는데도. 대체 이 매운탕의 어떤 부분이 결국 관객을 아쉽게 했는지를 세 가지 요소를 통해 분석(?)해보려 한다.
재료;이게 다 들어가네.
사진출처:다음 영화
영화를 소재라는 입장에서 보면. 정말 독특하다 못해 탐나는 재료들로 가득하다. 애초에 오컬트 물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입맛을 다시게 하는 재료가 없어 보인다. 무당이라니. 그것도 신빨 떨어진 무당이라니!!! 게다가 그런 무당이 셋이나 된다니!!
그러나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무당이 셋이나 된다는 말은 뒤집어 말하면 영화의 균형감이 자칫 잘못하면 깨지기 쉽다는 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절묘함은 영화에서 칭찬할 만큼 잘 지켜졌다. 세 배우는 각자의 색을 잃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어딘가 한쪽으로 쏠리지도 않았다. 서로의 매력이 완벽하게 살아있는 상태에서 자기주장을 한다.
또한 온화한 배역이 훨씬 더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던 정경호 배우의 악역 연기는 새로움과 함께 영화 속의 긴장감도 잘 챙긴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생기도 불어넣는다.
한국에서만 가능한 소재가 연기자들의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니. 이걸로는 무슨 탕을 끓여도 맛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기는 순간이라 할 수 있다.
향신료;살인사건, 갈등, 성장
사진출처:다음 영화
물론 재료가 좋은 것이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그렇다 해서 이 기본 재료의 맛을 끌어올릴 조미료마저 생략한 것은 아니다.
영화는 절대 빠져서는 안 될 것 같은 소금과 다진 마늘 같은 갈등과 성장의 서사를 가지고 있지만 이 기본적인 요소 위에 큰 두 가지 킥(Kick)을 첨가했다.
첫 번째는 무당들의 노래(대무가)를 랩 배틀처럼 풀어냈다는 점이다. 영화가 기본적으로 고해성사를 통해 발전을 이뤄나간다는 면을 지니고 있기에 이런 선택은 꽤나 탁월해 보인다. 여러 영화에서 보여줬던 굿 장면을 생각해보았을 때. 무당의 노래가 괴이하고 소름 끼치게 들렸던 가장 큰 원인(?)중 하나는 그 노래를 알아들을 수 없음에서 오는 것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당의 노래가 귀에 박히면서 그들에게 관객이 주화입마 하기 쉬울 정도의 리듬을 가진다는 것은 매우 특이하다. 굿을 지켜보기만 한다는 느낌보다 굿에 함께 참여한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니까.
두 번째는 살인사건이다. 무당과 살인사건은 가까우면서도 참 멀어 보이는데. 영화 속에서는 이승과 저승의 존재를 이어주는 것이 바로 무당이다.
또한 정경호는 이 신빨 떨어진 무당들이 반드시 용함을 되찾아야 하는 데 있어 기폭제 같은 역할을 악착같이 해내기에 이 동떨어져 보이는 관계 사이의 유착은 영화 내내 꽤나 잘 유지된다.
그 어떤 비린맛도 생각나지 않을 만큼 신선한 재료와. 끓기만 하면 입에 쩍쩍 달라붙는 맛을 보장할 매운탕 끓일 준비가 어쩌면 완벽하게 다 끝난 셈이다.
불의 문제인가 냄비의 문제인가. 가게의 문제인가.
사진출처:다음 영화
그러나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여기에 있다.
모든 것이 갖춰져 있다. 그러나 끓지 않는다. 이것이 냄비 자체가 작았던 것인지. 혹은 버너의 가스가 모자라 최대 화력을 내지 못하거나 유지하지 못해서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영화는 두 시간 내내 부분적으로만 끓어오르고 가라앉기를 반복한다.
고개를 들어 두리번거리며 주인을 찾아보지만. 그 어디에도 부탄가스를 갈아줄 주인이 보이지 않는 심정이다. 영화의 좋은 요건들을 확인한 관객이기에 괜히 애가 닳아 괜히 아직 끓지도 않은 매운탕에 수저를 집어넣어 휘휘 저어 보지만. 아직 이 매운탕은 여기저기 맛이 다를뿐더러 한쪽은 차갑고 또 다른 쪽은 덜 익어 풋내만 낼뿐이다.
그러니 괜히 수저를 집어넣을 때마다 어쩐지 실망감이 이미 익어 곤죽이 된 쑥갓이나 미나리처럼 숟가락에 붙어 올라온다. 스스로의 성미를 탓해보며 꿍한 얼굴을 하고 가만히 영화가 온 전체가 보글보글 끓어오르기를 기다리지만. 그 알맞은 순간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세 무당의 대무가 중창에도 오지 않는다.
가장 아쉬운 점이 바로 이 “들쑤심”에 있다. 분명 좋은 재료들이었으나 고루 끓지 못해 결국 이 좋은 재료들은 부스러져 매운탕에서 존재감조차 꽤 많이 사라져 버린다. 무엇이 들어갔건 간에 매운탕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결국 펄펄 끓어 온전한 재료의 형상도 갖추지 못한 채. 관객들은 들큼하고 미적지근한 국물만 들이켜다 극장을 나오게 된다.
더 끓었으면 맛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 수밖에 없다.
마치면서
투박한 예고편이었지만. 소재 자체가 매우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말 아쉬웠다. 배우분들의 연기야 뭐 말할 필요도 없었고. 살인 사건과 연루되었음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 아 이거 괜찮다. 는 생각도 들었다. 여기저기 얽혀 있어 풀어낼 이야기가 많은 구조였는데. 잘 살리지 못해서 아쉬움이 많이 컸다.
조금만 더 제대로 미쳤다면 어땠을까. 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다.
[이 글의 TMI]
1. 사랑니 후유증 거의 다 없어짐.
2. 그럼에도 모든 배우들의 연기는 대단하다. 그리고 이런 시도가 많아지길 바란다.
3. 환절기라서 레몬 생강청 담글 준비 하는데 또 손 커서 2킬로씩 살 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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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근대의 질곡, 그리고 근대의 ‘예수’가 된 여자
8★/10★
전근대와 근대 사이의 질곡, 누군가는 이를 끊어내야만 한다. 1838년 독일, 엘렌은 성적 환희에 젖은 표정으로 악마와 교합한다. 이날 이후, 엘렌은 악몽을 꾸고 심신미약에 시달린다. 한편, 엘렌의 남편 토마스는 거액의 부동산 계약을 위해 타지에 있는 올록 백작에게 향한다. 토마스가 떠나자 엘렌의 불안 증세는 점차 심해진다. 의사는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도록 엘렌에게 코르셋을 입으라 권한다. 발작 증세를 억누르기 위한 결박도 권한다. ‘예민한’ 여성에 대한 근대 의학의 일반적인 처방이었다. 그러나 엘렌의 증세는 악화일로다. 의사는 고민 끝에 한때 촉망받는 의료인이었던 미치광이 연금술사에게 엘렌을 데려간다. ‘현대식’을 표방하는 의사의 자기 패배 선언이다.
한편 엘렌의 고통이 점차 가중되는 동안, 토마스 역시 올록 백작과 만나 진이 빠지는 경험을 한다. 내내 그에게 끌려다니던 토마스는 마침내 올록이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깨닫고 도망쳐 나온다. 올록은 그런 토마스를 뒤따른다. 올록은 오랫동안 때를 기다렸다. 엘렌을 비롯한 또 다른 수하가 있는 도시로 향해 자신의 절대적 영향력을 확립할 때를.
올록이 도착하자 도시에는 금세 전염병이 퍼진다. 엘렌의 증세를 처치할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한번 패러다임의 충돌이 발생한다. 누군가는 이 전염병을 악마의 영향력이라 진단하고, 누군가는 그런 해석이 말이 되지 않는다며 거부한다. 그리고 이번에도 ‘현대적’이고 ‘합리적’인 해결책은 죽을 쑨다. 전근대에 대한 근대의 연전연패다.
이제 올록이 온 도시를 지배하기 직전이다. 엘렌이 나선다. 그녀는 내내 자신이 더는 올록을 섬기지 않는다는 점을, 이제는 올록이 아닌 남편을 사랑한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결국 올록의 강요에 무릎을 꿇는다. 그러나 진심은 아니다. 그녀는 자신만이 올록을 전근대의 세계로 완전히 퇴장시켜 봉인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안다. 연금술 대 의학, 악마의 재림 대 전염병. 즉 전근대와 근대의 패러다임 전쟁에서 후자는 번번이 패배했다. 전근대의 질곡으로 표상된 악에 완전히 잡아먹힐 위기다. 그러자 근대적 분류‧인식 체계에서 늘 뒤처져 있다고 모욕당해온 여성인 엘렌이 그 모욕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악마 올록과 성적으로 교합해 해가 떠오르면 올록이 돌아가야만 하는 관을 파괴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번다. ‘마녀(악마에 대한 성욕)’, ‘히스테리(불안하고 신경질적인 여성)’라는 낙인을 기꺼이 자기 것으로 받아들여 악마에게 소멸을 선사해 근대를 온전히 열어젖히는 예수로서 희생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엘렌이 숭고한 희생을 결심하는 결정적 동기가 남편에 대한 사랑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문, 경제적 필요에 얽매이지 않는 두 개인의 사랑이야말로 가장 근대적인 현상이다.
이 영화는 최초로 뱀파이어가 등장한 동명의 영화(〈노스페라투〉(1922))를 리메이크한 것인데, 100여 년이라는 시간이 주는 무게를 넉넉히 견딜 만큼 깊이 있는 상징을 적확하게 활용한다. 클래식한 연출을 동시대적으로 갱신해 몰입감을 유지하는 솜씨도 일품이다. 숨 막히게 몰아붙이거나 옴짝달싹 못 하게 하는 공포영화와는 거리가 있지만, 은근하게 장악하여 곱씹게 한다. 이전에 〈라이트하우스〉에서 본, 로버트 에거스가 그려낸 미지의 것에 대한 열망과 공포의 메타포가 더욱 세련되게 발전해 계승되었다는 데에 대한 반가움도 크다. 가히 ‘걸작’이란 평가를 받을 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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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메이커의 비애
이 영화, 킹 메이커에서 스티븐(라이언 고슬링)은 정말 왕을 만드는 사람이다. 영화에서 그는 유능하고, 잘 생기고, 일 처리가 확실한 민주당 경선 후보 모리스의 캠프 홍보관이다. 영화 초반 그는 자신이 상관으로 모시는 모리스가 도덕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대통령감으로 손색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 소신을 지켜낸다. 하지만 그가 공화당 사무장의 스카웃 제안으로 은밀한 만남을 하게 되고, 그의 인생에 예쁘고, 똑똑한 여자 인턴 몰리라는 여자가 등장하면서 그의 탄탄대로가 한순간에 무너지기 시작한다. 처음에 영화를 보면서 나는 그가 사무장에게 곧바로 상대편 진영 때문에 생기는 오해를 만들었기 때문에 그의 인생이 무지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치명적 단점은 사람을 너무 잘 믿는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상관이 너무도 청렴하고 올곧은 사람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더 언급하면 스포가 되니 여기까지만 하겠다. 이 글이 이해가 안간다면 영화를 보고오라.
이 영화의 장점은 인물들의 캐릭터가 모두 입체적이라는 것이다. 입체적이라는 것은 언제든지 인물들이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고, 그에 따라 내용상 반전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한 거지만 시나리오가 참 탄탄하다.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뭘까 생각해보니가 이거라고 결정내렸다. "정치인들은 거기서 거기다. 당이 무엇이고, 이념이 어떻고, 군사적 입장이 어떻든 간에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속내는 다 거기서 거기니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라. 정치판에서 살아남으려면 참된 인간이 되기 보다는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 영화에서 나오는 대사 중에 "너는 톰 더피를 만나는 자리에 나갔다는 것은 네가 선택한 거야. 네가 그 선택을 한 이유는 호기심이었겠지. 네가 잘 난 것 같고, 거물이라도 된 것 같았겠지." 난 이 대사에서 선택이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췄다. 모든 인생의 길조와 흉조 모두 내 잘못은 하나도 없고, 우연이 몰고간 결과인 것 같겠지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내가 과거엔 한 선택 때문에 고생한다는 것. 그래서 이 영화는 선택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이 선택이라는 키워드는 스티븐이 마지막에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집중하게 한다.
난 라이언 고슬링이라는 배우를 좋아하지 않았었다. 라이언 고슬링 정말 팬이 많이 있는 거 나도 알지만 너무도 단순하게 외모가 너무 가벼워 보였고, 내 개인적 취향으로 얼굴이 너무 날렵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 '어, 쟤 뭐야, 완전 편견덩어리잖아!'라고 한다면 인정한다. 내가 한 배우를 너무나도 주관적인 기준 때문에 평가절하하고 있었다. 이 영화를 보니, 진짜 라이언 고슬링 연기 잘한다. 그리고 심지어 분명 2시간 전까지 나는 나의 외모는 생각지 않고, 그의 외모를 까고 있었는데, 이제 그의 얼굴이 잘생겼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이 영화에서 그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인간적이고, 섹시하기까지 하다.
스포인 것 같지만 난 마지막에 스티븐이 자신의 소신을 버리고, 더러운 길을 가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그는 갈 때까지 간 그의 인생에서 그가 어떤 선택을 해야 진짜 이득일까 고민했던 결과였던 것 같다. 그의 선택에 잘 했다고 박수 쳐줄 수는 없지만 그의 선택의 당위성은 이해가 간다. 그의 선택을 보니, 그는 진정 머리좋은 놈이었다. 감정의 노예가 되느냐, 실리를 따지느냐. 솔직히 그 상황에 내가 있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감이 오지 않는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떨 것 같은가.
아, 이 영화 감독이 조지 클루니던데, 조지 클루니가 영화를 이렇게 잘 만든 게 있는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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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스맨, 긴 여정의 시작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The King's Man, 2020)
개봉일 : 2021.12.22. (한국 기준)
감독 : 매튜 본
출연 : 랄프 파인즈, 해리스 딕킨슨, 리스 이판, 젬마 아터튼, 디몬 하운수, 다니엘 브륄, 매튜 구드, 톰 홀랜더
쿠키 영상 : 1개
관람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성애적 장면은 없음)
킹스맨, 긴 여정의 시작
매너 있는 신사의 거침없는 액션을 보여주며 612만이라는 스코어와 “manners make man.”이라는 명대사를 남긴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상상해 본 적 없었던 콜린 퍼스의 절도 있는 액션과 ‘영국 신사’라는 이미지에 딱 맞아떨어지는 배우들의 멋진 수트핏. 그리고 B급 감성이 물씬 느껴지지만 호쾌하게 터지는 악당들의 머리들.. 아니 액션까지. 잔인하지만 특이하게도 발랄하게 느껴졌던 영화, 킹스맨은 하나의 아이콘이 되어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주인공 에그시가 킹스맨의 요원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1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와 에그시와 해리, 그리고 형제 조직인 스테이츠맨까지 가세해 더욱 활동 범위를 넓힌 2편, <킹스맨: 골든 서클>을 지나 3번째 시리즈로 돌아온 킹스맨은 스파이더맨의 강세에 기죽지 않고 기특할 만큼 꾸준히 스코어를 올리고 있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시리즈의 3번째 편이긴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킹스맨의 첫 번째 이야기 이전에 있었던 프리퀄, 0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최고의 양복점 킹스맨에 자리하고 있는 독립 정보기관 ‘킹스맨’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하게 짚어준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00년대 초반으로, 평화를 바라기 어려웠던 갈등과 전쟁의 시대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이 시기에 실제로 일어난 보어전쟁과 강제수용소, 사라예보 사건, 세계 1차 대전과 같은 사건들과 러시아의 비선 실세였던 그리고리 라스푸틴. 빌헬름, 리콜라이 황제, 여성 스파이 마타하리 등 실존 인물들을 차용해 이야기의 틀을 만든다. 역사를 몰라도 영화를 이해하는데 큰 문제는 없지만, 알고 보면 더 재밌을 것이다. (몇 가지 키워드를 조사한 후 2회차를 했을 때, 몇몇 배우와 실존 인물들의 외적 싱크로율에 감탄했다..)
킹스맨 시리즈인 듯 아닌 듯, 새로운 느낌
개인적으로 킹스맨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가 두 가지 있다. 유연하고 시원한 액션과 찰떡같이 맞아떨어지는 음악, 주연 배우들의 멋진 수트핏. 그리고 커다란 위기 앞에서도 잃지 않는 유쾌한 분위기. 하지만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이전 시리즈들과는 조금 분위기가 다르다. 실제 사건들을 주로 다뤄서인지 유쾌함보단 진중함에 더 무게를 둔듯하고, 일명 킹스맨스러운 액션신도 적다. 수트보다는 활동복이 주가 되면서 주연 배우들이 가진 ‘영국 신사’스러운 고급진 분위기와 수트핏을 엿볼 수 있는 장면들도 이전 시리즈에 비해선 적다. 유쾌한 분위기의 킹스맨 시리즈를 기대했다면 사뭇 다른 분위기에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킹스맨’ 시리즈의 근본을 잃지 않는다. 첫 수트는 1번 재봉실에서 맞춰야 한다는 전통, 스테이츠 온 더 록, 칼날이 장착된 구두와 요긴한 무기가 되는 우산, 요원들의 코드명 등 앞서 공개된 시리즈에서 언급됐던 킹스맨의 흔적들이 눈에 띌 때마다 반가운 마음이 든다.
거기에 얹어지는 킹스맨의 탄생 과정은 이 시리즈를 사랑하는 관객들의 세계관을 한층 넓혀준다. 영화는 신사적인 평화를 이루고, 불필요한 폭력과 희생은 만들지 않는다는 킹스맨의 정신과 평화를 위해 또는 폭력으로 인해 희생된 인물들을 기리는 술잔과 같은 킹스맨의 전통의 시작점을 보여주며 ‘킹스맨’이라는 단체의 정체성을 다시 읊어준다.
사심을 충족해 준 배우들
‘킹스맨’이라는 브랜드의 특징을 빼놓고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의 다른 매력을 찾으라고 한다면, 난 주저 없이 배우들이라고 말하겠다. 독특하고 거대한 존재감을 뽐낸 라스푸틴 역의 리스 이판 배우와 든든한 서포터 폴리, 숄라 역을 맡은 젬마 아터튼, 디몬 하운수 배우. 감쪽같은 3역 연기를 보여준 톰 홀랜더 배우의 활약이 빛났다. 특히 리스 이판 배우가 보여준 광기가 잊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고대했던 주인공 부자 옥스포드 공작과 콘래드 역을 맡은 랄프 파인즈와 해리스 딕킨슨 배우의 케미였다. <해리포터>의 볼드모트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구스타브로 가장 유명하지만, 알고 보면 엄청난 동공 미남 랄프 파인즈와 그의 젊은 시절을 닮은듯한 해리스 딕킨슨의 조합은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절로 난다.
해리스 딕킨슨이 킹스맨에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말레피센트2>를 통해 처음 만나고, <마티아스와 막심>에서 다시 만난 그는 몇 마디 되지 않는 대사와 웃을 때면 은은히 올라가는 입꼬리로 내 마음의 문을 뻥 걷어찼는데,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를 통해 그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 얼마나 기뻤는지 모르겠다. 군복도, 수트도, 사냥 수트도.. 그냥 혼자 다했다.
킹스맨 시리즈 입문자도 부담 갖지 않아도 될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매력적인 배우들과 함께 킹스맨의 시초를 훑어볼 수 있는 영화다. 시리즈물이라 하면 왠지 이전 편을 모두 보고 가야 할 것 같다는 부담감에 관람이 망설여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 영화는 그런 부담감을 내려놓고 관람해도 좋다. 이전 편들과 연결되는 킹스맨의 상징물들이 있긴 하지만, 미리 알고 가지 않아도 괜찮다. 오히려 퍼스트 에이전트를 먼저 보고 시간의 흐름을 따라 시크릿 에이전트, 골든 서클을 관람하며 퍼스트 에이전트에서 본 물건들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시놉시스
역사상 최악의 폭군들과 범죄자들이 모여 수백만 명의 생명을 위협할 전쟁을 모의하는 광기의 시대.
이들을 막으려는 한 사람과 그가 비밀리에 운영 중인 독립 정보기관, ‘킹스맨’의 최초 미션이 시작된다!
베일에 감춰졌던 킹스맨의 탄생을 목격하라!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평화에 대한 두 부자의 신념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의 스토리는 옥스포드 공작과 콘래드 부자의 갈등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직접 전쟁에 참여했던 옥스포드 공작은 거울 속에 비친 잔혹한 자신의 모습에 충격을 받고 평화를 갈망하게 된다. 그는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며, 아들인 콘래드는 전쟁에 휩쓸리지 않기를 바란다. 의미 없는 싸움에 참여하기보단 그것을 외면하길, 그렇게 안전하게 살아가길 말이다.
콘래드는 자신을 지극히 아끼는 아버지, 옥스포드 공작을 사랑하지만 그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진 못한다. 위험을 외면한다면 평화는 오지 않을 것이고, 직접 전쟁에 뛰어들어 평화를 쟁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여러 나라의 관계가 얽히고, 결국 터져버린 전쟁 앞에서 아버지는 아들을 지키고 싶어 하고, 아들은 아버지의 품을 떠나 위험한 세상으로 뛰어든다. 수백만이 무의미하게 죽은 2년간의 전쟁, 평화보다는 적들을 죽이는 것이 먼저인 전쟁. 참혹한 현실을 보게 된 콘래드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총알을 뚫고 귀환하지만 허무하게 죽고 만다.
이 시대의 평화를 위해 신념을 깬 옥스포드
옥스포드는 “조국을 위한 죽음은 감미롭고 명예롭다.”는 거짓말 아래서 죽어간 수많은 청년들을 위해 자신의 평화에 대한 신념을 깬다. 싸움을 외면하고, 누구도 죽이지 않기로 다짐했던, 평화주의자의 오래된 신념을.
옥스포드는 앞서 러시아의 황실을 주무르던 위험 인물 라스푸틴을 죽이고 한참 동안 시름에 빠져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아들 콘래드의 신념을 잇기 위해 잠시 평화주의를 내려놓는다. 옥스포드는 콘래드가 그토록 갖고 싶어 했던 전쟁 영웅의 상징인 빅토리아 훈장을 이용해 모트의 스카프를 끊어 사건을 마무리 짓는다.
그가 일반 칼이 아닌 훈장으로 스카프를 끊는 장면은 옥스포드가 콘래드의 신념을 이었다는 상징이면서도 훈장에 남은 붉은 천 조각을 바람에 흘려보내며 전쟁과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어낸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붉은 스카프를 두른 전쟁의 원흉인 인물들도 함께 끊어내면서 말이다.
이후 옥스포드는 콘래드와 같은 수많은 청년들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비밀 조직 킹스맨 에이전시를 창설한다. 코드명은 콘래드가 애칭처럼 사용했던 아서왕과 기사들의 이름으로 지정하고, 콘래드가 보낸 리드 상병도 함께 요원으로 발탁한다. 그가 높이 치켜든 희생자들을 기리는 술잔은 전통이 되어 <골든서클>에서도 등장한다.
평화를 지키고자 했던 평화주의자이자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가 만든 독립 조직 ‘킹스맨 에이전시’는 이렇게 탄생한다. <퍼스트 에이전시>에서 해리가 슬쩍 흘렸던, 킹스맨은 전쟁과 그 후의 남은 이들의 재력으로 만들어졌다던 탄생의 떡밥이 이제야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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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사전]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가 벌써 개봉 13일차에 접어 들었는데요!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사랑 이야기와 매력적인 캐릭터에 빠져 호평이 연이어 나오고 있습니다.
SNS에서도 많은 관객이 관람한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오늘은 그런 흥행작인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에 대해 톺아볼까 합니다.
그럼,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의 줄거리를 살펴보자면 ‘내 삶의 조연은 그만하고 싶은’ 스물아홉 ‘율리에’가
인생의 다음 챕터로 달려나가기까지, 그 아프지만 반짝이는 여정을 그린 영화이다.
유수한 영화제에서 노미네이트된 영화 <델마><라우더 댄 밤즈>를 연출한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신작이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지난 2021년 제74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올해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올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외에도 다양한 영화제에서 8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그 다음으로 영화의 감상 포인트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네이버 영화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감상 포인트로 연기를 뽑은 관객이 26%,
연출을 뽑은 관객이 25%로 두 요소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또한, 실관람객의 리뷰를 살펴보면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었다. 율리에의 사랑 이야기를 보며,
위로를 받기도 하고 생각의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달달하기만한 사랑 이야기는 아니지만,
씁쓰름함이 달달함과 조화롭게 이루어지며 더욱더 특별한 사랑 이야기가 탄생했다.
이러한 매력으로 관객을 이끈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독립예술영화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놓치지 않았으며, 개봉 10일차에 2만 관객을 돌파하게 되었다.
작년 12월 개봉한 <드라이브 마이 카>와 같은 속도로 관객을 모으고 있다.
침체기를 겪고 있는 다양성 영화 시장에서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뜨거운 입소문을 바탕으로
흥행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차주에는 추석 연휴 등을 앞두고 있어 관객을 더 많이 모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속도의 <드라이브 마이 카>가 최종 스코어 7.7만을 돌파했기에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도
7만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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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살펴볼까요?
한국경쟁 상영작 [오랜만이다]의 방민아 배우님을
하이스트레인저 웹 데일리 팀이 직접 만나보았습니다!
??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8월 25일 대개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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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 요원이 작전 중 총격당하고, PBI 요원들은 대규모 테러를 예감하고 촉각을 곤두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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