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2024-10-22 23:20:15
평범한 하루를 음미하는 미식가와 그 하루만을 원하는 결식자 사이
영화 <퍼펙트 데이즈> 리뷰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퍼펙트한 미식가가 아닌 퍼펙트함을 간절히 원하는 결식자
- 카세트테이프, 필름 카메라, 소설책의 의미
- 히라야마가 화장실 청소, 집 정돈을 깔끔하게 하는 이유
- 니코, 여사장의 남편. 그림자 밟기의 의미
- 엔딩 결말 해석
퍼펙트 데이즈 (Perfect Days, 2024)
평범한 하루를 음미하는 미식가와 그 하루만을 원하는 결식자 사이
개봉일 : 2024.07.03.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러닝타임 : 124분
감독 : 빔 벤더스
출연 : 야쿠쇼 코지, 에모토 토키오, 나카노 아리사, 다나카 민, 미우라 토모카즈, 이시카와 사유리
개인적인 평점 : 4.5 / 5
쿠키 영상 : 없음
도쿄 시부야의 공공시설 청소부인 히라야마는 부지런하고 구김 없는 사람이다. 히라야마는 해가 뜨기 전에 이불에서 일어나 집과 몸을 단장하고 일터로 나선다. 그는 커피 한 캔, 좋아하는 노래가 담긴 카세트테이프로 출근길을 채우며 행복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밤새 더럽혀진 화장실을 최선을 다해 치우고 점심을 먹으며 살랑이는 바람과 햇살을 느끼고, 퇴근 후엔 따끈한 온욕. 마지막으론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인사를 건네는 단골 식당에서 반주를 하고 나면 그의 하루는 끝이 난다. 히라야마는 아침에 단정하게 게어 놨던 이불을 그대로 다시 펼치고 책을 읽다 잠에 든다. 그리고 또 비슷한 하루를 살아간다.
<퍼펙트 데이즈>는 평범하지만 충만한 히라야마의 일상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과묵한 그는 이런저런 말 대신 깊은 눈을 통해 감정을 표현한다. 햇살을 볼 때, 신호등을 건너는 작은 아이들을 볼 때, 아이가 손을 흔들어 줄 때, 나무 사이로 바람이 스칠 때. 히라야마는 부드러운 웃음을 보인다. 흔히 잘났다고, 내가 주인공이라고 말하는 삶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는 매일 작은 행복을 찾으며 충만한 삶을 살아간다.
가끔씩 히라야마의 일상에 끼어드는 주변인들은 아름답고 평온해 보이는 그의 삶에 궁금증을 가진다. 청소부일을 왜 이렇게 열심히 하는지, 왜 청소부 일을 하고 있는지, 그 나이에 혼자 살면 외롭지 않은지, ‘다음’이란 어떤 의미인지. 히라야마는 이에 정확히 답하지 않는다. 그가 남긴 공란은 이야기에 작은 틈을 만들었고 나는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여러 상상을 해보았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퍼펙트한 미식가가 아닌 퍼펙트함을 간절히 원하는 결식자
카세트테이프, 필름 카메라, 소설책의 의미
<퍼펙트 데이즈>는 소소하고 평범한 하루를 완벽하게 음미하는 미식가 히라야마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런데 나에겐 히라야마가 미식가임과 동시에 그 완벽한 하루만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 배고픈 결식자처럼 느껴졌다.
히라야마는 건강한 삶의 루틴을 가진 사람이다. 처음 이 하루를 봤을 땐 평범하면서 아름다운 하루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히라야마의 동료와 가족들이 그의 일상에 몇 개의 질문을 던지고 그의 일상이 바뀌기 시작한 이후엔 내 감상도 조금씩 생각이 바뀌었다.
히라야마는 자연스레 반복되는 삶을 완벽하게 즐기는 사람이라기보단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어떠한 상처를 받고 그걸 외면하기 위해 시간을 돌려 자신이 생각하는 ‘완벽한 하루’에 안착하여 버티고 있는 사람 같다.
히라야마가 어떤 아픔을 겪었고 어떤 시절을 그리워했는진 알 수 없다.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히라야마가 아이들을 눈에 담고 예뻐하던 모습, 다카시가 결혼, 가족에 대해 물어보던 대사. 그가 7-80년대가 깃든 물건들(카세트테이프, 20세기 중후반부 소설들)을 애용하는 걸 보면 사고로 가족(아내나 자식)을 잃었거나 모종의 이유로 가족(아버지와 여동생)에서 제외되고 그걸 부정하기 위해 문제가 생기기 전, 그가 젊었던 시절로 돌아가려 한 건 아닐까 싶다.
어제의 흔적을 지워내고 오늘을 사는 히라야마
히라야마가 화장실 청소, 집 정돈을 깔끔하게 하는 이유
그는 카세트테이프를 되감듯 시간을 되감아 자신의 완벽한 하루에 안착한다. 그리고 그 하루가 어제가 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반복적인 삶을 살다 보면 가끔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어제 출근길에 본 것이 오늘 출근길에 본 건지 어제 본 건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고 시간의 흐름이 헷갈리는 그런 순간. 히라야마는 이런 착각을 통해 자신이 현재 즐기고 있는 완벽한 하루. 그 하루에만 머문다.
히라야마의 하루는 새 파일을 여는 느낌보단 똑같은 백업 파일을 다시 여는 느낌에 가깝다. 그는 눈을 뜨자마자 자신이 누워있던 이부자리 주변을 정리하고 간밤에 자란 수염을 깎고, 화장실을 깨끗이 청소하며 어제가 남긴 흔적을 지워낸다. (이때 다카시는 ‘어차피 더러워질 건데 왜 그렇게 열심히 청소하냐’고 묻는다. 젊은 그는 히라야마와 반대로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인다. 그는 미래를 위해 일을 그만두고 미래의 여자친구가 될 아야를 위해 수중에 있는 돈을 탈탈 턴다.)
세월의 흐름을 외면했던 히라야마
니코, 여사장의 남편, 다카시가 깨놓은 히라야마의 하루. 그림자의 의미
히라야마는 변화와 새로운 날을 받아들일 마음이 없다. 그는 오래된 카세트테이프가 큰돈이 될 거라는 다카시의 제안도 거절하고 ‘다음 약속이 언제냐’는 니코의 물음에 그저 ‘다음은 다음’이라고 흥얼거리며 답을 피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큰 변화가 생겼을 때 크게 흔들리거나 분노한다. 갑자기 조카 니코와 동생이 찾아왔을 때, 다카시가 일을 그만두며 자신의 하루 루틴이 깨졌을 때, 주말마다 들리던 가게가 갑자기 사라졌을 때, 단골 술집의 여사장이 장사를 쉬고 헤어진 남편을 만나는 모습을 목격했을 때. 이 변화들은 히라야마에게 세월의 흐름이라는 커다란 충격을 선사한다.
니코의 성장, 아버지와 술집 여사장 남편이 겪는 노화와 병, 오래된 건물의 철거, 평소보다 길게 일한 탓에 확실하게 느껴진 어제와 오늘이라는 차이. 초침만 달린 아날로그시계를 고집했던 히라야마에게 24시간 그 이상의 흐름은 낯설고 무거운 것이다.
여러 변화가 생긴 하루. 히라야마는 단골 술집에서 술을 먹는 것 대신 강가에서 담배를 피우는 걸 선택한다. 그때 술집 여사장의 남편이 다가온다. 그리고 이어지는 삶을 대화로 한 주제들. 그러다 여사장의 남편이 히라야마에게 묻는다. “그림자는 겹치면 더 어두워질까요?” 히라야마는 바로 직접 그림자를 겹쳐보면 알 거라며 남편을 이끈다. 그리고 촉촉해진 눈으로 이렇게 말한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그림자 두 개가 겹쳐지면 더 진해지듯 하루에 또 다른 하루가 겹쳐지면 이틀이고 그것이 모이면 세월과 인생이 된다. 지금까지 세월의 흐름을 외면해왔던 그가 드디어 모든 걸 인정하는 순간이다. 히라야마는 그다음날, 어제와 같은 하루가 아닌 새로운 하루를 맞이한다. 두려움, 회한, 떨림이 뒤섞인 눈으로.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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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처스 라운지> | 학교에 비친 사회를 보라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도난 사건이 빈번한 학교에 부임한 신임 교사 ‘카를라’(레오니 베네쉬). 그녀는 이민자 출신 학생이 범인으로 몰리자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교무실에서 예상치 못한 일에 휘말린다. 노트북 카메라를 켜 둔 채 지갑을 옷에 두고 수업에 들어갔다 온 사이, 돈을 가져간 사람의 블라우스가 카메라에 찍힌 것.
카를라는 범인을 찾으러 나서고, 이내 용의자를 발견한다. 학교 직원 '쿤'(에바 로에보)'이 문제의 블라우스를 입은 것. 이에 학교는 쿤의 출근을 금지하고, 쿤의 아들이자 카를라의 학생인 '오스카'(레오나르드 슈테트니쉬)는 카를라에게 적개심을 품기 시작한다. 그 이후, 카를라는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로 큰 시련을 마주한다.
학교와 교사를 빌려 사회를 이야기하다
<티처스 라운지>는 '독일영화상'에서 최고의 영화상, 감독상, 시나리오상, 여우주연상 등 5관왕을 달성한 영화다. 화려한 수상경력과 교무실이라는 의미의 제목을 조합하면 이 작품의 소재를 쉽게 눈치챌 수 있다. 교권이다.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갈등을 통해 교권 문제를 다루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실제로도 그렇다. 카를라는 어떻게든 교내 도난 사건을 해결하려 든다. 하지만 그녀의 노력은 예상치 못한 곳으로 불똥이 튄다. 편견과 선입견, 오해가 겹치면서 학부모는 교사를 비난한다. 학교와 교사는 권위를 내세워 비난을 막으려 한다. 학생들도 교내 언론 같은 스피커를 활용해 목소리를 높인다. 그렇게 학교는, 특히 교무실 안은 아수라장이 된다. 마치 최근 한국의 교실을 들여다보는 듯한 광경이 스크린 위에 펼쳐진다.
이 광경은 최근에 개봉한 영화 한 편을 연상시킨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괴물>이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두 작품은 우연히도 비슷한 사회적 갈등을 다룬다. 교내에서 발생한 사건을 두고 학생, 학부모, 교사의 관점이 엇갈리는 파국을 다룬다. 단순히 교권의 추락만 지적하는 게 아니라, 거시적인 관점에서 본질적인 원인, 사회 전체의 책임을 지적하는 점도 공통점이다.
단,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장르의 차이다. 괴물이 비극 섞인 판타지를 지향한다면, 티처스 라운지는 강렬한 스릴러로 나아간다. 이 차이는 비슷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두 작품의 끝도 상이하게 만든다. 그 덕분에 <티처스 라운지>는 <괴물>과 공유한 여러 공통점에서 불구하고, 차별화된 톤과 메시지로 관객을 휘어잡는다.
<괴물>을 닮았다
<티처스 라운지>와 <괴물>의 가장 큰 공통점은 교권 이슈를 불쏘시개로 쓴다는 점이다. 두 작품은 교권 이슈를 활용해 더 시급한 문제를 지적한다. 소통의 단절이다. 방식은 다르다. <괴물>은 관객을 현혹하는 방식을 택했다. 학부모, 교사의 시점에서 사건의 편린만 먼저 보여준 후에 학생의 관점에서 진상을 보여줬다. 학부모나 교사에게 동조한 관객 스스로가 편견과 선입견에 빠져 있었음을 자각하도록 만들면서 문제점을 체감시켰다.
반면에 <티처스 라운지>는 소통이 단절된 상황 속에 관객을 던져 놓는다. 핵심은 모두들 눈을 가린 채로 코끼리를 만지기 바쁘다는 것. 모든 주인공은 각자의 사실만 믿는다. 카를라는 블라우스의 문양에만 꽂혀 다른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카를라의 인터뷰 중 입맛에 맞는 대목만 기사화한다. 학부모들은 카를라의 변명을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 갈등의 시발점인 카를라가 뒤늦게 진실을 찾으려 고군분투하나 여의치 않다.
결국 <티처스 라운지>는 철저히 학교 내의 이야기만 다루는 것 같지만, 실상은 사회 전체를 다룬다.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는 관용의 부재, 그들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견과 선입견의 존재. 이들이 교권 자체의 하락보다도 더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말에 정확히 부합하는 작품인 셈이다.
<괴물>과는 다른 학교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면 <티처스 라운지>와 <괴물>의 공통점은 생각보다 눈에 잘 안 띈다. 포장 방법이 퍽 다르기 때문.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학교를 활용하는 방법에서 비롯된다. <괴물>에서 학교는 여러 배경 중 하나에 불과했다. 또 문제가 발생한 공간일 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을 어루만지는 공간이기도 했다. 일례로 미나토는 교장 선생에게 트롬본을 배우면서 위안을 찾았다.
<티처스 라운지>는 정반대다. 철저히 학교 안에서의 상황만 다룬다. 학교 내부를 보여주는 방식도 억압적이다. 1.31:1의 좁은 화면 비율을 활용해 학교를 꽤 폐쇄적인 공간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살렸다. 이에 더해 학부모, 교사, 학생의 시점을 교차한 <괴물>과 달리 <티처스 라운지>는 카를라에게만 집중한다. 그녀는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의 중심에 있고, 관객은 그녀의 시점에서 모든 사건을 본다.
그 덕분에 <티처스 라운지>는 스릴러 영화의 재미를 전면에 내세울 수 있다. 학생들은 서로 주먹을 휘두르고, 교사에게 욕을 한다. 교사들은 해결법을 두고 서로에게 고함을 질러댄다. 간담회에 참석한 부모들은 법적조치를 들먹이며 교사를 비난한다. 오해와 편견이 쌓이는 서스펜스, 갈등이 일제히 분출되는 폭발력은 좁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한층 강렬해진다. 여기에 신경을 자극하는 음악까지 더해지면 교내 갈등은 한 층 첨예해진다.
다른 학교, 다른 결론
스릴러의 미덕에 충실한 결과 <티처스 라운지>의 결론 역시 <괴물>에 비해 더 날카롭다. 사회적 문제를 보다 직접적으로 묘사하고 비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기 때문. 예를 들어 영화는 정체성 정치의 부작용을 자연스럽게 지적한다. 폴란드 출신이라는 카를라의 개인적 배경을 꼬투리잡거나, 교사들을 인종차별주의자로 몰아가는 교내 언론의 행태는 단순히 학교 내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학교의 도난 사건 대응 역시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학교를 일종의 감옥으로 묘사하면서 학교의 역할에 대해 다시 질문하기 때문. 학교는 학칙을 어겼다고 의심되는 학생을 처벌하고, 통제하고, 다른 피의자를 찾아내기 위해 학생들이 서로를 감시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교정, 감시, 처벌은 감옥의 생리와 다를 게 없다. 학교의 존재의의와 목적에 대해 다시금 고찰하게 만드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티처스 라운지>가 <괴물>과 전혀 다른 결로 마무리되는 이유다. 두 작품은 모두 '교권의 위기' 혹은 '소통과 관용의 부재'처럼 같은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괴물>은 그 끝을 비극적인 판타지로 마무리했다. 이상적인 사회를 구현하기를 바라는 한 줌의 기대와 희망을 품어 관객에게 날려 보냈다. 반면에 <티처스 라운지>는 더 직접적이고 명확한 대안을 제시한다. 전자가 시라면, 후자는 에세이에 가깝다.
큐브에 새겨진 결론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티처스 라운지>의 결론은 카를라가 오스카에게 건넨 큐브에 담겨 있다. 학교는 오스카에게 강제 전학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그는 학교 밖으로 나가기를 거부한 채 교실에 계속 남아 있는다. 동료 교사들이 경찰을 부를지 고민하는 사이 카를라는 오스카 옆 책상에 앉는다. 마지막 순간까지 담임교사로서 그의 옆을 지킨다.
그러자 오스카는 카를라가 건넸던 큐브를 조용히 맞추기 시작한다. 오스카와 갈등을 빚기 시작할 때 그녀는 큐브를 건넸다. 알고리즘에 맞춰 순서대로 풀어내야 하는 큐브처럼 다른 문제들도 원칙을 따를 때만 풀 수 있다는 말과 함께. 그들 사이에 숱한 오해와 편견이 쌓인다 해도, 차분하게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나란히 앉은 카를라와 오스카의 모습에서 그들이 99분 간 이어진 갈등의 탈출구를 마침내 찾은 듯 보이는 이유다.
물론 카를라는 이상적인 교사가 아니다. 학칙을 어겼고, 섣부른 추측으로 일을 키웠다. 하지만 그녀는 실수를 인정했고, 마지막까지 교사로서의 원칙을 지켰으며, 의무를 다했다. <티처스 라운지>를 단순한 스릴러 영화로 취급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추측과 선동이 난무하고 신뢰를 찾기 힘든 사회라면 더욱 그렇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학교가 이렇게 폭발적인 공간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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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과 악이라는 종이 한 장에 불어오는 바람
반야심경 마지막 구절에 등장하는 '사바하'는 불교에서 '원만하게 이룬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주문의 마지막에 붙인다는 특징으로 보자면 기독교의 아멘과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포스터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검은 사제들'의 장재현 감독이 제작한 영화로,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최근 한국 오컬트 영화 중 하나이다.
(이후 스포일러)
출처: 넷플릭스
이 영화는 이전에 두 번 본 적이 있는 영화인데, 최근 다른 오컬트 영화를 보고 감상을 쓰던 차에 생각이 나서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왜 개봉 당시에 영화관에서 보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고, 그럼에도 혼자서 멈추고 생각해가며 볼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내가 생각했을 때 보통 종교 영화라고 하면 특정 종교에 대해 깊이 파고드는 영화들만을 알고 있었는데,
사바하 속에는 불교와 기독교적 세계관이 공존한다는 점에서(거의 불교가 주된 세계관이긴 하지만) 더욱 흥미로웠다.
출처: 넷플릭스
오컬트 영화는 시청 시 상징과 해석의 재미가 크다고들 말하곤 하는데, 이 영화 속에도 정말 상징이 많았다.
하지만 상징을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의 대사로 해설해주거나 촬영으로 보여주는 등 상대적으로 관객에게 친절한 영화라 머리 싸매지 않고 보기가 편했다.
이 영화에서도 다루는 '진짜 신이 존재할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무신론자였던 학창 시절의 내가 항상 부정해 왔지만,
성인이 된 이후를 생각해보면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그런 능력을 가진 존재가 있다면 꼭 보고 싶다는 궁금증만이 남아있는 것 같다.
출처: 넷플릭스
여기서 더 나아가서 이 영화는 '어디에 계시나이까'라는 대사를 통해 땅에 발을 딛고 아등바등 살고 있는 인간들을 굽어살피지 않는 것만 같은 신에게 원망의 질문을 던진다.
영화 속에서 깊게 묘사되고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주인공 박 목사의 가족을 죽인 13살 무슬림 소년병의 '신의 뜻이다'라는 말은,
또 다른 주인공 나한의 맹목적 믿음과 악행에 대치되고 있으며 기독교인인 감독이 관객에게 가장 전하고 싶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또 주인공 나한이 악행을 저지르고 가위에 눌리며 잠에 들 때 그를 위로해주는 것은 풍사 김제석도, 벽에 그려진 사천왕도 아닌 어머니의 자장가라는 점 역시 인상 깊다.
이런 주제의식만 있었다면 영화가 너무 진지하거나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겠지만, 개인적으로 불교적 세계관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는 영화가 된 것 같다.
출처: 넷플릭스
이 영화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명확한 선악은 없다'이다. 영화 속의 표현'만'빌리자면 기독교적 세계관은 선악이 뚜렷한 이분법적 세계관이라고 볼 수 있는데,
불교적 세계관 속에서는 집착과 욕망이라는 개념만이 악한 것으로 표현될 뿐 행위자의 선악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각자가 서있는 위치와 행동에 따라 계속 변하는 것이다.
악한 행동을 하나 했다고 부처가 될 수 없는 것이 아니며, 선한 행동을 100년 가까이 한 생불도 짐승으로 전락할 수 있다. 작중 살아있는 미륵불, 육체와 시간을 극복한 영생의 존재로 묘사되는 김제석은 성불의 직전에 삶에 대한 집착이 생겨 용에서 뱀이 되었다. 반면 태어나면서부터 악성을 타고났다고 여겨진 '그것'은 뱀이 된 김제석을 죽이기 위한 무언가로 거듭나게 된다. 이러한 설정은 맹목적인 믿음의 허망함을 보여줌과 동시에 영화 속에서 관객이 긴장감을 놓지 않게 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출처: 넷플릭스
또 영화에서 유독 강조되는 것은 '연기(緣起)'이다. 생활과 윤리 과목에서 얼핏 배웠던 것 같은 이 개념은 작중에서 '이것이 있기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태어나기에 저것이 태어나며, 이것이 멸하기에 저것이 멸한다'라는 대사로 표현된다. 풍사 김제석은 티베트 고승의 예언을 들었기 때문에 삶에 대한 집착이 생겼고, 삶에 대한 집착이 생겼기 때문에 뱀이 되었다. 악이 된 김제석을 멸하기 위해 '그것'이 태어났고, 김제석이 번뇌를 끝내고 집착을 버렸다면 끝까지 악성을 유지했을 '그것'은 김제석이 끝내 뱀으로 전락함으로써 오히려 부처(혹은 무언가)가 된다. 김제석이 멸하니 '그것'도 멸하며 하늘은 땅이 되고 땅은 하늘이 된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과관계는 결국 우리가 영화 밖에서도 볼 수 있는 많은 일들을 설명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출처: 넷플릭스
결국 우리는 진짜 신적인 존재를 목도하더라도 그것이 선을 향해 있는지 악을 향해 있는지 판단할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주어진 위치에서 최소한의 양심을 중심에 세우고 나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생각해보며 사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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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감정들이 불타지 않고 사그러든다
디즈니의 대표적인 고전 애니메이션을 꼽을 때, <백설공주>를 빼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1937년에 만들어진 이 애니메이션은 전 세계 관객들에게 ‘하얀 피부에 순수함을 지닌 공주’와 ‘거울 앞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미모를 확인하는 여왕’이라는 대비를 각인시켰다. 이 이야기는 사실 독일의 그림 형제 동화를 기반으로 하며, 옛날부터 ‘권선징악’과 ‘진정한 아름다움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장치로 활용되어 왔다.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버전으로 재탄생된 <백설공주>는 디즈니 고유의 색채와 어우러져, 뮤지컬적 요소와 마법같은 판타지가 더해져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최근 디즈니가 과거 애니메이션들의 실사화를 적극 추진함에 따라, 이번에는 <백설공주>가 그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이미 다양한 논란이 있었듯, 원작과 달리 백인이 아닌 라틴계 배우(레이첼 지글러)가 백설공주 역을 맡았고, 마녀 여왕은 기존과는 다른 이미지의 갤 가돗으로 캐스팅되었다. 디즈니의 ‘새로운 시도’라 설명하고 있지만, 정작 관객들은 “이 캐스팅이 과연 어울릴까?”라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다. 무엇보다 <백설공주>라는 고전 서사가 가진 익숙함이 이미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어서, 이 실사화가 얼마나 설득력 있게 감정을 전달하는지가 관건이 됐다.
[첫번째 감정] 여왕의 욕심
이번 영화에서 백설공주(레이첼 지글러)는 새로 등장한 여왕(갤 가돗)과 대립 구도를 이룬다. 그러나 과거 애니메이션에서 여왕이 가진 욕망이 ‘왕국을 넘어 더 큰 세상까지 지배하겠다’는 식으로 느껴졌다면, 이번 실사판에서 여왕의 욕심은 의외로 꽤나 좁게, 사적인 영역에 머무른다. 여왕은 왕에게 접근해 미모를 무기 삼아 결혼에 성공하고, 결국 왕을 죽음에 이르게하고 왕국을 쥐락펴락한다. 표면적으로는 “정말 사악한 인물”이란 인상을 주지만, 커다란 비전을 가지기보다는 지금 손에 쥔 왕국과 아름다움만을 지키려는 데 급급하다.
이 때문에 여왕의 행동은 치졸하고 쪼잔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백설공주가 조금 더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죽이려 든다든가, 성에서 내쫓는 장면은 ‘저게 전부인가?’ 싶은 의문을 남긴다. 물론 동화 속 원전 역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가 되고 싶은” 여왕의 욕망을 보여주지만, 영화 속에서 조금 더 깊은 내면이나 거대한 야망이 드러났다면 훨씬 설득력 있는 캐릭터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갤 가돗처럼 강인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가 맡았기에, 여왕의 욕망을 좀 더 웅장하게 그려줄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 전반에서 여왕은 끈질긴 악의를 유지하긴 하지만, 전체적인 스케일이나 동기에 있어 확장성이 부족하다. 미모 유지에만 집착하고, 백설공주를 질투하는 모습은 너무 전형적으로 묘사된다. 이러한 캐릭터성이 관객에게 통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 채,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하는 의문만 남기고 만다. 조금만 더 과감한 설정이나 다른 인물들과의 역학을 보여줬더라면, 여왕이 가진 욕심이 제대로 살아났을 텐데 말이다.
[두번째 감정] 조나단의 당당함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왕자가 백설공주를 구하는 존재로 그려진다면, 이번 실사판에서는 조금 다른 감정적 구도가 펼쳐진다. 백설공주의 호감을 얻는 인물은 조나단(앤드류 버냅)이라는, 다소 의외의 캐릭터다. 그는 기본적으로 두려움이 없는 인물로, 더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기 위해 여왕의 음식을 훔칠 정도로 소신 있고 선량하다. 용기와 선함을 겸비했지만, 그를 따르는 사람은 많지 않고 자신도 산 속에서 도적 생활을 하는 처지이다 보니, ‘진정한 리더’로 나아가기엔 장애가 많은 캐릭터다.
백설공주가 조나단에게 호감을 느끼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그의 ‘당당함’ 때문이다. 이는 기존 원작에 비해 변화된 지점이기도 하다. 원작 속 왕자는 다소 수동적으로 백설공주와 ‘운명적 사랑’을 맺었지만, 실사판의 조나단은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가며 필요한 이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줄 안다. 그래서 백설공주가 힘들어할 때도 말없이 곁에서 지탱해주며, 사실상 그가 ‘동화 속 왕자’의 역할을 대체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당당한 성격 덕분에 조나단은 백설공주가 힘겨운 상황에 처했을 때 결정적인 활약을 보인다. 여왕의 위협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 태도는, 기존 ‘백마 탄 왕자’ 서사를 약간은 새롭게 변주해 낸다. 다만, 도적 신분이라는 설정 때문에 “과연 그가 왕이나 귀족에 비해 충분히 매력적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영화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당당함과 선함으로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새로운 ‘남성 캐릭터상’을 제시한다.
[세번째 감정] 백설공주의 배려심
이번 실사판의 핵심은 역시 백설공주라는 캐릭터다. 과거 작품들에서 백설공주는 순수하고 착한 인물로만 부각되었다면, 이번에는 주위 사람들을 기억하고 세심하게 배려한다는 점이 크게 강조된다. 일곱 난쟁이는 물론이고, 마을 주민들, 심지어 적대적인 존재에게도 “네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해볼게” 같은 시선을 보이니, 그 선함의 폭이 훨씬 확장된 셈이다. 사실상 백설공주가 지닌 가장 큰 무기는 ‘배려심’이며, 주변 인물들이 그녀를 좋아하게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영화 후반부를 보면, 백설공주는 여왕과 대결 구도에 서게 된다. 다만 힘이나 마법으로 압도하기보다는, 그녀의 배려심과 공감 능력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다. 의외로 여왕이 허망하게 무너지는 계기가 되는데, 이를 보고 있으면 “정말 이 정도로 끝나나?” 하는 허전함도 없지 않다. 그러나 동화적 감수성을 생각하면, 백설공주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선함이 “정의로운 벌” 못지않은 힘으로 여왕을 몰아붙인다는 설정을 납득할 수 있다.
문제는 배우 레이첼 지글러가 이 배역에 완전히 어울리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영화는 그녀의 얼굴을 자주 클로즈업으로 비추며 감정선에 집중하려고 노력하지만, 워낙 백설공주의 ‘백인 이미지’가 우리 머릿속에 뿌리 깊게 박혀 있어 거부감을 느끼는 관객이 많을 듯하다. 레이첼 지글러가 나쁜 연기를 펼친 건 아니지만, 캐릭터 해석과 비주얼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 인상을 준다. 이는 어디까지나 관객 개개인의 선입견과 기대치가 크게 작용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결국 애니메이션 원작을 완전히 뛰어넘진 못하는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실사화도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번 <백설공주> 실사판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보여주려 했을까. 기본 줄거리는 애니메이션과 동일하다 보니, 관객 입장에서는 뻔한 전개를 다시 보게 된 느낌이 강하다. 그나마 다른 점이라면 캐릭터 설정이 조금 바뀌었고, 뮤지컬 영화라는 점에서 새로운 노래들이 추가되었다는 정도다. 하지만 디즈니가 의도한 혁신적 변화라고 하기엔, 이야기 자체가 이미 너무 익숙해 긴장감이나 신선함을 크게 찾기 어렵다.
이번 캐스팅에 대해 반감이 있는 사람들은 “백설공주가 왜 백인이 아니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일곱 난쟁이가 실사로 표현된 어색함까지 지적한다. 실제로 난쟁이들이 전부 ‘작은 키를 가진 배우들’로만 구성되지 않았고,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오가는 모습에서 몰입이 깨진다는 반응도 꽤 많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 조합이 어색한 지점이 존재하는 건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연출을 맡은 마크 웹 감독은 과거 <500일의 썸머> 같은 작품에서 아름다운 화면과 섬세한 감정선을 잘 살려낸 바 있다. 이번에도 화사한 색감과 동화적 분위기를 적절히 배치해, 시각적으로는 꽤 매력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시각적 아름다움’에 머문다. 영화 전체의 매력을 완전히 끌어올리기에는 이야기가 너무 고루하고, 캐릭터 간 호흡 역시 매끄럽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백설공주> 실사판은 디즈니가 최근 시도해온 실사화 프로젝트 중에서도 “성공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원작을 사랑했던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흥을 주기엔 부족하고, 캐스팅 논란이나 난쟁이 표현 문제로 인해 호불호도 극명해질 듯하다. 물론 뮤지컬적 요소나 화려한 색채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어느 정도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겠지만, 굳이 추천하고 싶을 만큼 눈부신 성취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오래된 감정들로 가득한 이 동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불타오르지 못하고 사그라져버린 느낌이 짙다.
따라서 이 작품을 보러 갈지 고민 중인 사람들에게, “거창한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전한다. 디즈니의 과거 명작을 실사로 다시 만나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다면, 혹은 백설공주에 대한 향수를 느끼고 싶다면 시도해볼 만하겠지만, 그 이상의 특별한 놀라움은 찾기 힘들다. 일상의 무거움을 잠시 내려놓고, 화려한 색감과 노래가 있는 동화 한 편을 보고 싶을 때 정도에나 가볍게 즐기길 바란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통해 “오래된 감정들은 더는 뜨겁게 타오르지 않는다”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확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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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도 프로야구 선수가 될 수 있을까?
"여자 중에 그렇게 던지는 선수 전 세계에 몇 명 안 될걸?"
어릴 때부터 야구 신동으로 유명했던 주수인. 그는 청소년이 되면 야구를 할 수 없을 거란 편견을 깨고 고등학교 야구부까지 진학했다. 하지만 재능과 노력을 다 갖추었다고 해도, 신체 조건에서 남성 선수들에게 밀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주수인에게 “여자 중에 그렇게 던지는 선수 전 세계에 몇 명 안 될걸?”이라는 감독의 말은 칭찬이 아니다. 그는 ‘여자 야구’가 아닌 그냥 야구가 하고 싶은 것이기에.
"내가 130 던지는 게 대단한 거야? 그게 왜 대단한 건데?"
주수인과 함께 야구를 시작한 이정호. 그는 프로팀의 지명을 받아 프로 선수가 되었다. 같은 곳에 있었던 두 친구 사이의 위치가 달라진 것이다. 상심한 주수인에게 이정호가 구속 130이면 대단한 것이라 말한다. 그러자 주수인이 응수한다. “내가 130 던지는 게 대단한 거야? 그게 왜 대단한 건데?” 주수인이 화가 난 건 이정호의 말에 ‘여자 선수 치고는’이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주수인은 ‘여자 야구’가 아닌 그냥 야구가 하고 싶다.
"나처럼 못 가면? 포기하는 게 맞는 걸 수도 있어."
주수인의 야구팀에 새로 코치로 온 최진태. 그 역시 프로 야구선수를 꿈꿨으나 이를 이루지 못했다. 그는 주수인에게 냉정한 현실을 일깨워준다. 주수인이 왜 코치님도 프로에 도전했으면서 나는 못 하게 하냐고 따지자 최진태가 말한다. “네가 여자라서 내가 이러는 거 같아?", "나처럼 못 가면? 포기하는 게 맞는 걸 수도 있어.”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라는 건 있다. 최진태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수인인 지금부터가 더 힘들 겁니다."
하지만 주수인은 야구를 향한 진심과 집념으로 최진태를 감동시키고, 최진태는 주수인이 프로팀에서 뛸 수 있도록 돕는다. 최진태는 주수인에게 남자 선수를 따라 하지 말고 자신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고 코칭한다. 투수를 평가하는 일반적인 기준인 강속구가 아닌, 볼 회전이 좋은 주수인의 강점을 살린 너클볼로 승부를 보자는 것이다. 결국 주수인은 한 프로팀 2군에서 선수로 활동할 기회를 얻는다. 단장은 꿈에 그리던 프로선수가 되어 기뻐하는 주수인의 어머니에게 말한다. “수인인 지금부터가 더 힘들 겁니다.”
결국 우리 삶을 빛내는 것은…
영화는 주수인이 2군 팀과 계약하며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서, 주수인에게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진 않다. 여자인 주수인이 마초적 남성성이 헤게모니를 쥔 곳에서, 신체적 ‘한계’를 딛고 장밋빛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 건 너무 순진한 일이다. 하지만 합리성 너머의 무언가에 도전하는 주수인은 큰 울림을 준다. 주수인의 ‘비합리적’ 열정을 내내 조명하는 영화는 이런 것들이야말로 오히려 우리 삶을 빛내줄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인다. 결과와 숫자 너머에, 우리 삶을 빛내는 무언가가 있다.
덧. 네이버 영화 평점을 보면, 이 영화가 '현실'도 모르면서 여성 서사를 억지로 야구에 끼워 맞췄다는 이유로 혹평한 것들이 많다. 그러나 아래 기사에서 보듯, 현실을 모르는 건 〈야구소녀〉가 아닌 영화에 혹평을 가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변화를 마주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010901280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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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10월 첫 주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조커: 폴리 아 되>가 차지했지만,
개봉 수익은 4,000만 달러에 그치며 1억 9천만 달러의 막대한 제작비에 비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로튼 토마토에서 사용자 평점 37%, 평론가 평점 33%를 받았고,
IMDb에서도 5.4/10의 점수를 기록하는 등 관객과 평론가 모두에게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반응은 향후 흥행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에서는 어느새 700만 관객을 돌파한 <베테랑 2>가 10월에도 1위를 지키며
여전한 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위인 <조커: 폴리 아 되>는 누적 관객 수 약 45만 명을 돌파하며,
국내에서도 전작에 비해 다소 아쉬운 성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파묘> 김고은, <파친코> 노상현의 호연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대도시의 사랑법>이
박스오피스 3위에 등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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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개봉 기대작.zip
안녕하세요!
목요일 잘 보내고 계신가요?
어제는 3월 다섯째 주 개봉 예정 영화를 다뤘었죠.
오늘은 아직 개봉일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올해 개봉이 예상되는, 그리고 그중 기대가 되는 작품을 모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٩( ᐛ )و
파리, 13구
출처: 네이버 영화
SYNOPSIS
화려함 속에 가려진 외로운 도시, 파리 13구. 낭만을 잃었다 생각한 그곳에서 불현듯 사랑을 만났다.
CINE PICK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과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감독 '자크 오디아르'의 신작이다.
또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감독 셀린 시아마의 각본 참여와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주연을 맡은 노에미 메를랑의 출연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비상선언
출처: 네이버 영화
SYNOPSIS
사상 초유의 재난상황에 직면해 무조건적인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를 두고 벌어지는 리얼리티 항공 재난 영화
CINE PICK
'캐스팅만으로도 천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화려한 배우진이 한자리에 모였다.
제74회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비상선언'이 선정되면서 해외에서 먼저 공개가 됐는데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외계+인
출처: 네이버 영화
SYNOPSIS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외계인이 출몰하는 2021년 현재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CINE PICK
<전우치> <도둑들> <암살> 등 여러 영화의 흥행을 성공시킨 최동훈 감독의 신작이다.
한국 영화에서 흔하지 않은 '외계인'을 주제로 삼은 영화이다.
배우 김우빈의 영화 복귀작이자, <리틀 포레스트>의 배우 김태리, 류준열이 다시 만나는 작품이라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드림
출처: 네이버 영화
SYNOPSIS
선수생활 최대 위기에 놓인 축구선수 ‘홍대’와 생전 처음 공을 잡아본 특별(?)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홈리스 월드컵 도전을 그린 유쾌한 드라마
CINE PICK
탄탄한 팬층을 보유한 드라마 <멜로가 체질>, 1600만 관객 영화 <극한직업>의 감독인 이병헌 감독의 신작이다.
코미디 영화로는 워낙 유명한 감독이기에 이번 <드림>에서 어떠한 재미를 관객에게 선사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오노다, 정글에서 보낸 10 000일
출처: 네이버 영화
CINE PICK
<오노다, 정글에서 보낸 10 000일>은 제2차 세계대전의 마지막 군인 중 한 명인
오노다에 대한 실화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165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흡입력이 강한 영화라는 평이 많아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바타 2
출처: Rotten Tomatoes
CINE PICK
2009년, 엄청난 흥행을 일으킨 <아바타>. 6번이나 개봉이 연기되며, 뜻하지 않게 팬들의 기다림이 길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신선한 주제를 관객들에게 선사할지 궁금하다.
또 한번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2
출처: Rotten Tomatoes
CINE PICK
개봉 당시 센세이션을 불러왔던 소니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본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말을 깰 수 있는 속편이 되기를 기대한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출처: 네이버 영화
SYNOPSIS
내일 모레면 서른이 되는 줄리는 옷을 갈아입듯이 직업과 애인을 바꾼다. 연애의 고충에 대해 쓴 글이 인터넷에서 화제를 얻자 작가에 도전해 볼까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줄리는 점점 초조해지고 임박한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한다.
CINE PICK
배우 르나트 라인제브의 첫 주연작이자,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오슬로 트릴로지'의 마지막 작품이다.
지금까지 총 84번 노미네이트가 되며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현재 로튼 토마토의 신선도는 94%로 매우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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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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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이어트 플레이스 2' 관람 전 필히 숙지해야 할 리뷰
영화 흥신소 - 알고보면 쓸데없이 재밌는 영화리뷰
입도 뻥끗 못하는 가족들의 생존기 '콰이어트 플레이스'를 알아보자
'낮말도 괴물이 밤말도 괴물이 듣는다는 마을'
자그마한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예민보스 덕분에
사는게 사는게 아니라는 가족과연 이들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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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이상존재> 티저 예고편
인기 개그맨 유세윤은 14살의 어느 날 이상한 동작을 반복하거나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 등 기이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 행동은 점점 사라졌지만 그 당시 세윤을 목격한 가족들과 그의 지인들에겐 여전히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제는 한 가정의 가장이 된 세윤에게 또다시 정체불명의 소리가 들려오고... '그것'은 점점 더 그를 괴롭히기 시작하는데... 인기 개그맨 유세윤을 둘러싼 15일간의 기록! '그것'의 충격적 정체가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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