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4-10-09 12:06:19
[BIFF 데일리] 다시 오지 않을 시절에게
영화 <우리들의 교복 시절> 리뷰
DIRECTOR. 촹칭션(CHUANG Ching-Shen)
CAST. 천옌페이(Yan-fei CHEN), 항첩여(Chloe XIANG), 치우이타이(Yitai CHIU) 외
PROGRAM NOTE.
1997년. 제1여고 입학시험에 실패한 아이는 엄마의 강압에 못 이겨, 제1여고의 야간 학생이 된다. 같은 교복을 입지만 명찰의 색이 다른 주야간의 학생들은 교실을 공유하는데, 아이는 주간 학생 민과 책상을 나눠쓰게 되면서 단짝 친구가 된다. 민과 함께 민의 교복을 입고 주간 학생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던 아이는 어느 날, 루커를 만나 미묘한 설렘을 느끼게 된다. 아련한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지만 학업 성취도에 따른 계급 사회의 축소판이기도 했던 그 시절의 학교를 배경으로, <우리들의 교복 시절>은 십 대들의 사랑과 우정, 좌절과 성장의 스토리를 담백하고 솜씨 좋게 풀어 간다. <침묵의 숲>(2020)으로 금마장 신인배우상을 수상한 진연비(천앤페이)를 비롯한 대만의 연기파 신인배우들이 주연을 맡아 풋풋한 성장 드라마를 완성했다. (박선영)

생각해 보면 조금은 이상한 시절이었다. 모두 똑같이 소중하다는 말이 교과서 속 혹은 박물관의 유리벽 속에나 존재하던 시절. 모두 똑같이 소중한 제일여고 학생이라면서 주간반과 야간반 학생들의 명찰 색깔을 다르게 하고, 거기에 굳이 태양과 달이라는 의미까지 부여해 달이 발광체인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만드는 것이 정말로 "똑같은" 것일 리 없다. 역시나 주간반과 야간반에게는 입학 첫 날부터 사뭇 다른 공지사항이 주어진다.
입시를 대하는 1997년 대만 풍경은 한국 사람들에게도 꽤나 익숙하다. 구체적 양상은 조금씩 달라도 큼직한 정서만큼은 같다. 아이의 어머니가 아이에게 한 "여자는 사범대가 제일이야" 같은 말, 당시 훨씬 어린 나이였던 나조차 심심찮게 들었던 말이니까. 어른이 되고, 그 시절 그 분들이 진심으로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 것임을 이따금 실감할 때조차, 내가 아이의 나이가 될 때까지 쭉 이어진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반사적으로 느꼈던 갑갑함을 부정하지 않는다.

어른들은 자꾸 사춘기의 아이들을 채근한다. 어른들의 마음도 이해는 간다. 당시 입시의 중요성이란,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손쉬운 기회로 보였을 테니까. 인생의 가치를 서열화하고, 그 계단에서 조금이라도 더 높은 곳에 올라,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 추후의 노력으로 뒤집기에는 너무 어려운 것. 요즘은 많이 무너지고 있다지만 90년대와 그 이후 꽤 오랜 시간, 학벌은 그런 의미로 많이 받아들여졌으니까.
대입도 아니고 고입 시험에서부터 그런 소외감을 느껴버린 아이는, 투명인간 취급을 받지 않기 위해 거짓을 쌓는다. 그런 아이를 누가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동경하는 친구 민, 자꾸 설레는 대상 루커... 그런 사람들 앞에서 발돋움을 해보려는 마음이었을 뿐인데. 그러나 이런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해도 거짓은 거짓이라, 결국 거짓들은 핑퐁핑퐁 튀어오르고, 누구도 못되게 굴지 않은 상황 속에서 아이들은 제각각의 상처를 받는다.

흔히 '친한 두 (여성) 친구가 동일한 한 남성을 좋아하게 된다'는 설정을 중심에 두는 구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정과 사랑이 서로 경합을 벌여야 하는 게 싫고, 그 과정에서 더 소중한 감정들이 배척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런 설정을 사용하면서도 과하게 중심에 두지 않는다. 우정과 사랑이 서로 경합을 벌이는 대신, 불평등한 현실의 감각과 퉁 부딪힌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나눠듣고 탁구를 치며 90년대 청춘을 아름답게 회상하는 동시에, 그 아름다움보다 평등하지 못하다는 감각이 앞서는 슬픔을 보여주는 식이다.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청춘이 드러난다. 사실 아름답기만 한 청춘이 어디 있나.

우리가 대만 청춘영화에 기대하는 풋풋하고 싱그러운 정서들을 충분히 가진 영화다. 동시에 성인의 시각에서 청소년기를 산뜻하게만 그리며 얄팍해지는 대신, 내면에서 끊임없이 재난 경보가 울리는 시기라는 점도 명확히 짚는다.
"다 너희를 위해서 하는 말"이라는 말을 긍정할 수 있게 된 후에도, 나는 그 시절 내가 느꼈던 갑갑함을 부정하지 않는다. 사춘기가 그런 시기 아닌가. 나도 아직 나를 잘 모르겠는데 남들에게 내가 어떻게 보여야 할지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혼란스러움, 할 일은 많지만 지금 하고 싶은 일은 그게 아닌 것 같은 따분함, 마음의 가장 연약한 속살을 마주할 때마다 남들의 껍질은 참 단단해 보이기만 해서 계속 느끼는 초라함과 질투, 나 스스로도 내가 너무 어리고 서툴러 가끔은 나 자신을 견디는 게 벅차서 폭발할 것 같은 마음들까지.
이 영화는 그 나이의 모든 것을 끌어안는다. 다시 오지 않을 시절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듯이. 재난만 있던 시절도 아니고, 아련함만 있는 시절도 아닌 그 시절에게. 때로는 거짓으로 위로 받은 마음조차 거짓은 아니었다고 끌어안으며, 영화에 나온 대사를 축복처럼 건넨다. May the Force be with you!
10/05 20: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6관 (상영코드 202)
10/06 12: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6관 (상영코드 264)
10/08 17:00 영화의전당 중극장 (상영코드 370)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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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 둘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이번 주 개봉, 공개 예정인 작품들을 소개해드릴 예정인데요.
11번째 한국을 방문한 톰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이 오는 12일 개봉한다고 합니다. 사전 시사회 역시 열기가 뜨거웠는데요. 이번주 개봉작 같이 보실까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Mission: Impossible - Dead Reckoning - PART ONE
ⓒ 네이버영화
개요: 액션, 모험 | 미국 | 163분
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
출연: 톰크루즈, 헤일리 앳웰, 빙 라메스 등
개봉: 2023.07.12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가장 위험한 작전, 그의 마지막 선택 모든 인류를 위협할 새로운 무기를 추적하게 된 에단 헌트(톰 크루즈)와 IMF팀은 이 무기가 인류의 미래를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전 세계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가운데, 이를 추적하던 에단 헌트에게 어둠의 세력까지 접근하고 마침내 미스터리하고 강력한 빌런과 마주하게 된 그는 가장 위험한 작전을 앞두고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의 생명과 중요한 임무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CINE PICK!
영화 ‘미션임파서블: 데드레코닝 파트원’(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이 12일 개봉을 앞두고 압도적인 예매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전 예매량만 16만이 팔렸으며 이전 톰크루즈의 작품 <탑건: 매버릭> <미션임파서블: 폴아웃>을 넘어선 수치입니다. 엘리멘탈 이후 극장가에 또 다른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가 되는 영화입니다.
조디악
Zodiac
ⓒ 네이버영화
개요: 범죄 | 미국 | 157분
감독: 데이비드 핀처
출연: 제이크 질렌할, 마크 러팔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재개봉: 2023.07.12.
배급: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시놉시스
1969년 샌프란시스코의 신문사 앞으로 날아온 연쇄살인범의 편지와 암호문. 그렇게 세상을 공포로 몰아넣고 홀연히 사라져 버린 '조디악 킬러'. 하지만 이 희대의 살인마를 잊지 않은 사람들의 인생을 건 추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CINE PICK!
조디악 사건을 다룬 영화는 꽤 많지만, 실화를 충실히 다루며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은 작품입니다.
2007년 제60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진출했으며, 많은 걸작들이 있지만 조디악은 데이비드 핀처의 영화 중 꼭 봐야 하는 영화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꽤 긴 러닝타임을 하고 있지만 봉준호 감독님은 이에 대해 "느리게 서서히 스며드는 결코 서두르지 않는... 천천히 스며드는 공포감과 무력감 같은 게 있어요. 흔하게 겪을 수 있는 영화적 체험은 아닌 거 같아요"라고 말을 덧붙인 바 있습니다.
디어 마이 러브
My Sailor, My Love
ⓒ 네이버영화
개요: 멜로, 로맨스 | 핀란드, 아일랜드, 벨기에 | 103분
감독: 클라우스 해로
출연: 제임스 코스모, 브리드 브레넌 등
개봉: 2023.07.12.
배급: ㈜뮤제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아일랜드의 바닷가 마을, 딸 ‘그레이스’가 소개한 가사도우미 ‘애니’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 ‘하워드’ 두 사람은 삶도 사랑도 처음인 것처럼 서로에게 빠져든다. 하지만 둘의 관계를 인정할 수 없는 딸 ‘그레이스’는 ‘애니’에게 아버지를 떠나 달라 부탁하는데...
CINE PICK!
은퇴한 선장 그리고 가사도우미로 만난 두 사람이 바닷가 외딴집에서 다시 삶과 사랑을 시작하는 영화 <디어 마이 러브> 핀란드 감독 클라우스 해로가 <원스> <내 사랑> 제작진과 만나 아름다운 아일랜드 바닷가 풍광을 배경으로 애틋한 러브 스토리를 담아내었다고 합니다. 인생 막바지에 찾아온 두 남녀의 순수한 사랑에 로튼토마토 100%를 기록하며 전 세계 관객들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작은 정원
Little Garden
ⓒ 네이버영화
개요: 다큐 | 한국 | 86분
감독: 이마리오
출연: -
개봉: 2023.07.12.
배급: (주)시네마달
시놉시스
“평균 나이 75세, 영화 좀 찍는 언니들이 온다!” 강릉의 대표적인 구도심 명주동의 이웃 모임 ‘작은 정원’ 언니들은 3년간 배워오던 스마트폰 사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영화를 찍기로 마음먹는다. 평균연령 75세,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단편극영화 <우리동네 우체부>가 영화제에 초청이 되고 수상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다큐멘터리 영화 만들기이다! 과연 언니들은 다큐멘터리를 완성할 수 있을까?
CINE PICK!
이마리오 감독이 연출한 이 다큐멘터리는 강원도 강릉시 명주동에 사는 할머니 8명이 단편 극영화 한 편과 장편 다큐 한 편을 제작하는 이야기를 담아내었습니다. 할머니들의 모임 이름인 <작은 정원> 모임은 2011년 텃밭 가꾸기를 함께하며 만들어져 2016년부터 지역 영화인들이 결합하면서 스마트폰 사진 촬영과 영화 제작을 배우는 모임으로 발전했다고 합니다. 이후 제작한 영화들이 서울노인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고, 이마리오 감독은 "노년의 삶을 풍요롭게 하려면 공동체도 필요하다... 영화 제작은 그들이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매개체가 된다"라고 말을 덧붙였습니다.
극장판 피노키오 위대한 모험
Pinocchio: A True Story
ⓒ 네이버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가족, 판타지, 모험 | 헝가리 | 84분
감독: 바실리 로벤스키
출연: -
개봉: 2023.07.13.
배급: 와이드 릴리즈㈜, 태양미디어그룹
시놉시스
외로이 살던 제페토 할아버지가 남자아이 모습의 나무 인형을 만들고 피노키오라는 이름을 붙이고 함께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을 구경하고 싶던 피노키오는 우연한 기회에 서커스단과 함께 공연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벨라’라는 친구를 만나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은 진짜 사람이 아니라 ‘벨라’의 관심을 받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좌절하고 그녀에게 인정받는 진짜 인간이 되기 위해 위대한 모험을 떠난다! 피노키오는 과연 진짜 인간이 되어 ‘벨라’의 사랑을 얻을 수 있을까?
CINE PICK!
피노키오의 위대한 모험을 담아낸 영화 <극장판 피노키오 위대한 모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떠나는 피노키오의 위대한 모험을 그린 작품입니다. 공개된 포스터는 영화의 주인공인 피노키오를 중심으로 각각의 캐릭터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피노키오’는 유쾌하고 즐거운 성격의 사람이 되고 싶어 모험을 떠나는 목각 인형이고 유머러스하고 말이 빠른 말 ‘티볼트’ 그리고 마음에 늘 그늘이 있는 피노키오가 사랑하는 ‘벨라’, 피노키오를 만들어서 아들로 여기는 자상한 ‘제페토’ 할아버지까지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이 모여 만들어낼 이야기는 관객들의 큰 호응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다섯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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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선을 돌리는 순간 조각나는 믿음
좋은 사람 (Good Person, 2020)
개봉일 : 2021.09.09
감독 : 정욱
출연 : 김태훈, 이효제, 김현정, 김종구, 박채은
시선을 돌리는 순간 조각나는 믿음
“나는 너를 믿어.” “너는 그럴 사람 아니잖아.” “걔는 그럴 애 아니야.” 상대의 마음과 입장은 생각하지 않은 채 내 눈에 보인 타인을 평가하는 말들. 이 말에 담긴 믿음은 상대에게 묵직한 무게감과 책임을 떠넘긴다. 그리고 그것들은 우습게도 상대를 보는 시선의 각도가 조금이라도 변하는 순간, 아주 가벼운 휴지조각처럼 휙 뒤집히곤 한다.
<좋은 사람>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영화는 이젠 자신이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좋은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주인공 경석이 그가 가르치는 학생 세익을 바라보는 시선을 생생하게 담아내며 우리에게 질문을 건넨다. “여기서 누가 좋은 사람이고 누가 나쁜 사람 같아?”. 영화를 보는 내내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끝을 보고, 뒤통수를 한대 맞은 것처럼 얼얼한 듯한 느낌을 안고 상영관을 나왔다. 멍한 기분이었다. 믿음이라는 게 말 한마디라는 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이토록 간사하고 얇은 것이었구나. 내가 나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려 노력해도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구나. 싶었다. 사실 나라고 영화 속 경석과 다른 사람인 건 아니다. 나도 완벽히 착하고 좋은 사람이 아닌, 이런 사람이란 걸 아는데, 알면서도 경석을 통해 나를 보고 나니 더 허탈한 느낌이었다.
겨울이라는 계절적 배경을 갖고 있어서 그런진 몰라도 <좋은 사람>은 전체적으로 차가운 느낌이 든다. 딸 윤희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CCTV도 블랙박스도 또 다른 목격자도 없는 상황에서 경석이 믿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사건에 얽힌 트럭 운전사, 세익은 경석에게 사고 당시의 상황을 말하지만 경석은 둘의 말을 믿지 못한다.
지갑 도난 사건에 있어서는 너의 말을 무조건 믿을 것이라고 말하던 착한 선생님이었던 경석은 세익이 자신의 일에 엮이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끝없이 의심하고 분노하며 감정을 토해낸다. 그런 경석 앞에 선 어린 소년 세익은 죄송하다, 억울하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 세익은 이미 자신을 의심하고 있는 경석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도망칠 뿐이다. 죄책감이, 어른들의 압박이 무서웠겠지. 안타깝고 답답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전여빈 배우님 주연의 <죄 많은 소녀>가 함께 떠오르기도 했다. 어떠한 아이인진 잘 알 수 없지만 왠지 상황상 좋은 사람은, 착한 학생은 아닐 것 같다는 상황에 내몰린 인물들. 그리고 휘몰아치다 결국 벽을 무너트려버리는 감정의 소용돌이까지. 두 영화는 어딘가 닮은 것처럼 느껴진다. 이 두 영화를 연달아 보게 된다면.. 아마 마음에 내상이 제대로 생길지도 모르겠다.
<좋은 사람>은 경석 역을 맡은 김태훈 배우님의 곧 갈라져 버릴 것만 같은 위태로운 감정 연기와 세익 역을 맡은 이효제 배우님의 성장이 특히 눈에 띄는 영화였다. 가장 최근에 김태훈 배우님을 본건 드라마 <나빌레라>에서였는데, 은은한 따뜻함을 가진 인물 기승주를 연기하던 그가 이런 퍼석한 인물을 연기하는 모습을 보니 낯설면서도 새로웠다. 죄책감, 분노, 혼란을 한곳에 담아낸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몇 년 사이에 쑥- 성장한 이효제 배우님의 변화가 정말 놀라웠다. 2016년 <가려진 시간>에서 강동원 배우님의 아역으로 출연했던 그 아이가 이렇게 자랐다니.. 처음엔 못 알아보고 시간이 꽤 지나서야 알아봤다. 아이들은 금방 자란다더니만 (나만 모르는 새..) 정말 멋지게 잘 자랐다. 5년 전보다 훨씬 깊어진 배우님의 눈빛을 보고 있으니 앞으로 다가올 그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좋은 사람 시놉시스
고등학교 교사 ‘경석’(김태훈)의 반에서 지갑 도난 사건이 발생하고, 같은 반 학생이 ‘세익’(이효제)이 범인으로 지목된다.
‘경석’은 ‘세익’을 불러 어떤 말을 해도 믿을 테니 진실을 말하라고 하지만, 세익은 무조건 아니라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날 밤, 학교에 데려왔던 ‘경석’의 딸 ‘윤희’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또다시 ‘세익’이 범인으로 지목되는데…
의심하는 순간 모든 것이 흔들렸다. 의심과 믿음 그 사이에 좋은 사람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실수해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어... 잘못을 되돌릴 이 기회 놓치지 말자.”
경석의 반에서 지갑 도난 사건이 발생한다. 아이들은 모두 모른다며 입을 열지 않고, 반에서 가장 말 없는 아이 세익이 목격자인 동규에 의해 범인으로 지목된다.
경석은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고, 돈을 잃어버린 학생 광열에게 대신 돈을 건네며 누가 보기에도 착한 선생님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도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학생들에게 너희들을 믿겠다며, 잘못해도 뉘우치고 되돌리는 과정을 통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근데 나는 그 말이 든든하고 믿음직스럽다기보단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무조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너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니 실수를 모두 되돌려야만 한다고, 이 일은 너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넌 아니라고 하고, 누군 봤다고 하고. 난 둘 다 믿을 거야. 난 네가 여기 쓴 거 다 믿을 거야.”
경석은 조용히 세익을 불러 상황을 묻는다. 새벽에 일하는 부모님에 대해 전할 이야기도, 미래에 대해서도 별생각이 없다며 입을 열지 않는 세익을 앞에 두고 앉아있던 경석은 윤희를 데리러 가야 한다는 초조한 마음에 밀려 세익을 상담실에 방치하고 떠난다.
경석은 세익이 무슨 말을 써내든 다 믿을 거라고 약속했다. 한 사람의 말만 들어선 안되니 범인으로 지목된 네 말도 다 들을 것이라고. 하지만 세익이 딸 윤희의 교통사고에 연관되자 그 믿음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갑자기 아이가 튀어나왔다고 진술하는 트럭 운전자의 말을 들은 경석은 처음엔 “아무 책임 안 지려고 거짓말하는 거야.”라고 반박하며 세익을 당장 만나겠다는 지현을 말리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려 노력한다. 누구를 의심하고 미워한다는 건 의심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의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 믿어주신다고 했잖아요.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해요.”
한번 흔들린 믿음은 세익의 서랍에서 지갑이 발견되자 급속도로 무너져 결국엔 사라져버린다. 자신을 피하고 아르바이트마저 갑자기 관둔 세익의 행동과 서랍에서 나온 도난당한 지갑. 경석의 눈에 세익은 이미 지갑도 훔치고, 윤희를 찻길로 밀고 거짓말하는 범인이다.
하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았다. 세익은 범인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윤희를 몸으로라도 막았어야 했다는 후회와 자신의 잘못을 주장하는 어른들에게 쫓겨 겁에 질린 채 도망치고 있는 아이였다. 도와주고 싶어 데려온 윤희는 “아빠한테 가자”는 세익의 한마디에 싫다며 찻길로 달려나갔고 사고를 당한다. 다 믿는다던 선생님은 이성을 잃고 세익을 내몰아가고, 세익은 정황상 이미 나는 나쁜 사람이 되어있었다. 평소에도 마음에 담긴 이야기를 하지 못했던 아이가 이런 공포스러운 상황에서 어떻게 입을 떼고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을까.
세익은 차라리 자신이 용서받을 수 없는 나쁜 사람으로 남고 모든 상황을 정리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던 법을 모르던 아이는 매번 상황에 맞춘 거짓말로 순간을 모면했고, 진실을 말해도 달라질 건 없으니 차라리 자신을 탓하며 머리를 내려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전하지 못할 말을 흘릴 바엔 피를 흘리며 상황을 정리하는 게 더 빠를 거라고 세익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 모든 상황을 만든 나쁜 사람은 누구일까? 엉킬 대로 엉켜버린 경석과 지현의 사이? 닫혀있던 세익의 입? 윤희 앞에서 경석을 의심하고 미워하는 모습을 보여준 지현의 행동? 모르겠다. 누구도 딱 나쁜 사람이라고 할 순 없었다.
오히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들은 좋은 사람이기도 하다. 경석도 좋은 사람이 되려 나름대로 노력했다. 잘못을 되돌리기 위해 술도 끊었고 학생들에겐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가까이 지내기 위해 노력했다. 지현은 윤희를 키우기 위해 노력했고 윤희는 그런 엄마를 잘 따랐다. 세익은 정황상 경석에게 앙심을 품고 윤희를 데려간 범인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의견을 건네는 방법을 몰랐을 뿐, 나쁜 일을 저지를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오히려 큰엄마에게 신세 지지 않으려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노력했던 착한 아이였다. 그렇다면 세익을 용의자로 올린 사람들이 잘못했느냐. 그 또한 아니다.
대체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은 어떤 사람이란 말인가. 사람은 정말 입체적인 존재다. 한 사람을 오래도록 봐왔고, 잘 안다고 생각해도 언젠가 그의 다른 모습을 목격하고 놀라는 순간이 있지 않은가. 무서울 만큼 입체적인 사람이란 존재를 좋음/나쁨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누며 누군가의 질문에 “그 사람은 착해. 그럴 사람 아니야”라고 표현하는 게 정말 맞는 걸까? 물론 범죄를 저질렀거나 큰 잘못을 저지른 누가 봐도 나쁜 사람은 당연히 존재하지만, 좋은 사람이라.. 참 정의하기 힘든 단어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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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상호의 좀비 영화 두 편 - 서울역, 부산행
서울역 - 좀비보단 사회 비판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무난한 생존극
부모의 집을 나와 남자친구 기웅에게 의존하며 살아가는 혜선은 어느 날, 갑작스럽게 발생한 '좀비' 사태로 인해 모든 것을 집에 두고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한편 혜선을 자신의 딸이라 주장하며 서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석규는 우연히 기웅과 만나 혜선을 구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좀비를 피해 살아남으려는 혜선과 기웅, 석규의 이야기를 그린 연상호 감독의 좀비 아포칼립스 영화다.
일단 은근 재미있게 봤다. 완성도 자체는 조금 부족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의 긴장감과 이야기를 갖추고 있는 평작 정도라고 생각한다. 우선 영화 자체가 조명하는 사회 비판이 굉장히 강한 편이다. 단적인 예로 감염자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최루탄을 쏘는 경찰의 모습이 마치 민주화 운동을 연상시킨 다거나, 노인이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부 방관하는 대다수 사람들의 이기주의, 거기다 '좀비 영화'라는 장르가 담고 있는 메시지까지 더해버리니 사회 비판물로서는 최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랬기 때문에 [부산행] 같은 화끈한 좀비 영화를 기대한 사람이라면 실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일단 좀비가 정말 더럽게 안 나온다. 영화 시작 20분 만에 처음 등장하고, 작화 퀄리티도 프레임 수가 매우 적기 때문에 굉장히 답답한 움직임을 선보인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또 있다.
바로 연기인데, 이게 참 가관이다. 목소리 연기부터가 전문 성우가 아닌 배우들이고, 디렉팅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대사를 들을 때마다 정말 오글거린다. 그냥 단순히 발연기가 아니라 영화의 몰입도를 해칠 정도로 심각했고, 후반부에 벌어지는 깨알 반전도 갑작스럽기 그지없었다. 왜냐하면 이 반전의 내용은 석규가 사실 혜선의 아버지여서 찾아다닌 게 아니라 빚을 갚지 않아서 쫓아다닌 것이라고 하는데, 아무런 복선이나 맥락 없이 튀어나온 탓에 영화의 완성도를 깎아먹는데 일조한다. 물론 메시지의 측면에서 보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서울역]을 '좋아하는 영화'라고 생각하고 있고 재미있게 본 건 사실이니 일단은 추천하는 작품이다.
평점: 6/10부산행 - 현시점으로 가장 잘 만든 한국형 좀비 영화
아내를 만나기 위해 부산행 열차를 탄 석우와 수안은 우연히 들어온 감염자의 습격을 시작으로, 갑작스러운 '좀비' 사태에 휘말려 감염될 위기에 처한다. 그렇게 석우는 수안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게 되고, 상화와 성경 부부는 뱃속에 있는 아이를, 야구부에 참여한 영국과 진희는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이야기를 다룬 연상호 감독의 좀비 아포칼립스 영화다.
일단 정말 재미있게 봤다. 해당 영화의 프리퀄 [서울역]보다 좋은 작품이었고, 현재까지 나온 한국 좀비 영화들 중 최고였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작품의 긴장감이 매우 뛰어나다. 무려 20분이 지난 후에야 등장하는 [서울역]의 좀비와는 다르게 [부산행]은 전개 속도에 부스트를 걸어 좀비의 습격과 좀비로 인해 난장판이 되어버린 열차의 모습을 굉장히 빠르게 보여준다. 거기다 열차라는 한정된 장소를 이용해 서스펜스를 극대화 시켜서 딱히 지루할 틈이 없었고 여기에 배우들의 좋은 연기까지 더해지니 좀비 영화로서는 합격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다 메시지 또한 훌륭했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서울역]의 집단 이기주의와 비슷한데 이를 더욱 길고 자세하게 표현한 동시에 이기주의를 대변하는 캐릭터를 하나 등장시켜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더 깊고 훌륭하게 전달한다.
이렇게 긴장감, 연기, 메시지, 드라마까지 좋으니 크게 비판할 구간은 없었으나 무시하기 힘든 심각한 문제가 두 가지 있었다. 일단 첫 번째로 신파가 너무 과하다. 물론 이야기의 흐름 상 크게 이상하지 않은 정서였지만, 너무 밝고 길게 연출한 탓에 상당히 지겹다는 인상을 남기는 부작용을 일으켰다. 거기다 '아빠!'라는 대사를 수도 없이 외치고 있는 수안의 모습은 흡사 [클레멘타인]의 '아빠 일어나!'가 떠올랐을 정도니 신파가 얼마나 심각한지 대강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결말부에 훌쩍거리며 노래를 부르는 수안의 모습은 아예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작위적이었다고 본다. 그렇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신파라고 할 수 있고 연상호 감독마저 눈물 코인을 이용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외에 두 번째 문제는 첫 번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사소한 문제인데, 바로 중반부 이후부터 영화의 전개가 느려지면서 지루함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열차가 뒤집히고 캐릭터들도 거의 다 사망한 상태라 영화적인 재미가 상당히 부족한 타이밍인데, 아무런 사건 없이 그저 지루함만을 유지시켜버리니 이 부분만큼은 신파 다음으로 정말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영화인 것은 분명하다. 나름 재미있게 봤고, 비교적 최근에 개봉한 [#살아있다]와 [반도]가 그지 같은 완성도로 나왔기 때문에 충분히 재평가 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연상호 감독 역사상 [염력] 다음으로 밝은 분위기이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것도 사실이겠지만 말이다.
평점: 8/10
* 본 콘텐츠는 블로거 콩까기의 종이씹기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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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 게임을 영화에 그대로 옮긴 액션 영화
좀비 게임인 <레지던트 이블>에 빠져있던 시기가 있었다. 중학교 때 <새벽의 저주> 원작을 처음 접했고 꽤 공포스러웠던 그 느낌 때문에 이후 좀비 장르를 종종 챙겨봤다. 19금이었지만 비디오 사장님과의 친분 덕에 그 당시 어렵게 볼 수 있었지만 매번 내가 보고 싶었던 공포영화를 다 볼 수는 없었다. 그런 나의 욕구를 채워주는 게임이 바로 <레지던트 이블>이었고, 시리즈의 3편이었다. 3편의 주인공은 질 밸런타인인데, 실제 영화화된 <레지던트 이블 2>에 처음 등장한다.
즐겨하던 게임이 영화로 나왔을 때 그 기대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2002년 <레지던트 이블> 1편이 개봉했을 때 바로 극장의 표를 예매하고 관람했다. 비록 원작 게인에 등장하지 않던 앨리스(밀라 요보비치)라는 캐릭터가 등장하고 극의 중심이 되었지만 게임의 분위기만큼은 그대로 옮겨졌다. 영화에 등장하는 좀비와 변이 된 괴물들이 멋진 액션과 함께 연출되어 굉장히 만족스럽게 관람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이후 DVD 가 출시되었을 때 구입을 하였고 여전히 지금 집의 어딘가에 보관되어 있다.
폴 WS 앤더슨 감독이 잘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다. 게임 원작을 경험해본 플레이어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를 만들어내는 것. 그의 데뷔작은 <모탈컴뱃>(1995)이다. 이 영화도 아케이드 액션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그리고 그때부터 CG를 활용한 액션 연출에 흥미가 있던 감독이고 그건 그의 필모그래피를 통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는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를 자신이 6편까지 연출함으로써 마무리하고 원작이 없는 영화들을 찍어왔지만 사실 그중에서 성공한 영화가 거의 없다. <데스 레이스>는 그나마 좋은 반응이 있었지만 <삼총사 3D>, <폼페이:최후의 날> 등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이미 지워진 지 오래다.
그래서 그가 다시 게임을 원작으로 한 <몬스터 헌터>를 연출한 것도 그 자신이 가장 잘하는 장르를 하려고 작업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스토리 라인을 거의 없애버렸다. 주인공이 특수한 세계에 빠져 몬스터를 피해 탈출하려고 싸운다는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은 액션으로 채웠다. 대사도 거의 없다. 마치 게임 인트로를 보는 듯하고 보는 재미는 있지만 보고 나면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대사가 없다. 이야기가 없으니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을 리 없다. 아마도 예전처럼 원작 게임을 했다면 느낌이 다를 수 있겠지만, 서사 자체가 없는 영화에 감흥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실제 부부인 배우 밀라 요보비치와 폴 앤더슨은 계속 협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 같이 찍은 영화들은 제목만 바뀌었을 뿐,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다른 버전으로 보인다. 어떤 사람이 이들을 부부 사기단이라는 우스개 소리를 했는데, 그만큼 영화가 사람들의 기대에서 많이 빗겨 나 있는 것 같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고 챙겨보던 감독의 영화들을 이제는 떠나보내야 할 것 같다. 앤더슨 감독이 <몬스터 헌터>의 속편을 연출한다고 해도 더 이상 내 마음을 흔들지는 않을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몬스터 헌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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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CFF 데일리] 소심한 복수로 세탁하다
감독: 김혜진
배우: 문승아 外
러닝타임: 27분
가족사진을 찍는 날, 식구들 모두 흰 셔츠를 입기로 한다. 그런데 빨래 후, 혜수의 셔츠만 줄어들었다. 혜수는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 집을 나선다.
<빨래> 스틸컷
혜수는 학교에서 가족사진을 찍어 오라는 가정통신문을 가져온다. 혜수네 가족은 세탁소를 운영한다. 혜수는 기대한다. 가정통신문을 덧댄 종이 아래 그녀의 가족사진은 그녀가 태어나기도 전에 오빠가 어릴 적 가족과 찍은 사진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혜수는 성장하고 나서 옆에 붙어있는 사진밖에 없었다. 그녀의 가족이 운영하는 ‘백양세탁소’는 작지만, 단골손님도 챙기고, 배달도 다니며 부지런하게 운영하는 세탁소다. 워낙 바쁘게 지내다 보니, 가족들은 혜수에 관심을 쏟을 겨를이 없다. 혜수가 찾을 때마다 그녀의 부모님은 빨래 배달과 세탁 손질로 바쁘고, 오빠는 한창 친구들과 PC방에서 게임을 하느라 그녀의 관심 밖에 있었다. 혜수는 가족들이 사진 찍는 것에 관심이 없다는 걸 알아차린다. 그러던 중, 혜수는 자신이 가족사진 때 찍을 셔츠가 잘못 세탁되어 크기가 작아진 걸 목격한다. 혜수는 가족들을 추궁하지만, 가족들은 다들 서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실망한 혜수는 하나의 아이디어를 떠오른다. 바로, 가족들도 입을 셔츠를 작게 만들어 버리는 것. 혜수가 벌이는 작은 복수는 10대 초반이 가능한 귀여운 복수로 아이의 순수함을 엿볼 수 있다. 이후 사진관에서 단체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가족들은 작아진 셔츠를 불편해한다. 혜수는 자신이 한 작은 복수에 속으로 좋아하며 사진 촬영에 임한다. 불편한 걸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가족들은 결국 꽉 끼는 셔츠를 벗고, 사진관에 대여할 수 있는 의상을 빌린다. 계획이 틀어진 혜수는 계속 셔츠를 입자고 주장하지만, 가족들은 투정으로 인식하고 그녀를 설득한다. 이내 혜수는 촬영 도중 사진관을 도망 나온다. 혜수가 원하는 것은 흰색 셔츠를 입고, 화목하게 찍는 가족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혜수를 비추는 클로즈업은 주로 옆얼굴이다. 옆얼굴은 혜수가 바라보는 피사체에 집중도를 높인다. 그녀가 갖고 있는 관심이 어디에 쏠려 있는지를 집중할 수 있다. 사진관에서 도망친 그녀는 집에서 빨래 바구니를 분풀이로 던져버린다. 그리고 자신의 애착 옷을 챙겨가지만, 이미 사진관은 문을 닫았고, 가족들은 사진관에서 대여한 옷을 입은 사진으로 정한 상태였다. 그녀가 입었던 셔츠를 마지막에 세탁기에 넣고 세탁하는 장면은 셔츠를 다시금 커지길 바라는 마음일까 아니면 점점 작아지며 완전히 사라지게 하고픈 마음일까 그렇지 않으면 오늘 있었던 기억을 지우고픈 마음일까.
상영일정: 9/15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9/13~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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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싹 속은 당신, 다시 제주로, 혼저 옵서예
요즘 어딜 가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이야기를 한다.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과 만났을 때에도 MBTI 다음으로 '혹시 <폭싹 속았수다> 보셨나요?'라는 질문이 왔다. 길에서 통화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엿들어보아도 그랬다. 그동안 다들 너무 폭싹 속아서 이야기가 주는 위로를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인 것 같았다.
여기, 정주행 하느라 폭싹 속은 당신을 다시 제주로 초대할 영화가 있다. 2004년 개봉한 박흥식 감독의 <인어공주>는 전도연이 엄마와 딸의 1인 2역을 한다. 아름다운 제주 풍경을 볼 수 있다. 전도연의 엄마 고두심은 제주에서 해녀 일을 했었다. 엄마와 아빠는 분명히 사랑해서 결혼하였다. 혹시 방금 20년도 더 된 영화를 찾아보는 일은 너무 귀찮다고 생각했는가. 폭싹 속았수다와 같은 플랫폼(그 외 다수)에서도 볼 수 있다. 혹시 또 <폭싹 속았수다> 김원석 감독의 지난 연출작 <나의 아저씨>가 인생 드라마라고 생각했는가. 배우 이선균의 젊은 시절도 볼 수 있다.
영화 <인어공주, 2004> 포스터
엄마랑 아빠는 그럴 거면 왜 결혼했어?
엄마랑 아빠는 만날 싸운다. 서로 말이 곱게 오고 가지 않는다. 딸 나영은 그런 모습을 보는 것도 지친다. 나영도 이제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러니 자신의 삶에 자꾸 부모님의 삶을 겹쳐보게 되는 것이다. 결혼은 분명 서로 사랑해서 했을 텐데 세월이 지나면 다 저절로 저렇게 사랑도 닳고 낡아버리는 것일까. 엄마에게 타박받던 아빠는 훌쩍 집을 떠나 어디론가 가 버린다. 나영은 아빠를 찾으러 아빠가 살던 곳을 찾아간다. 그곳이 제주다.
엄마랑 아빠는 왜 결혼했냐구
진짜 나는 엄마처럼은 안 살 거야!! 진짜!!
엄마는 돈을 좋아한다. 밖에서 누가 쓰다가 내버린 물건도 잘 주워오고, 그걸 또 딸 나영에게 준다. 필요하면 좀 사면되지, 왜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사는지 나영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이미 이해는 하고 있지만, 해녀 출신의 생활력 강한 엄마가 이해된다는 사실이 인정하기 싫다. 그리고 제발 길거리에서 침을 뱉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이것도 엄마의 몸이 바다를 기억하고 있는 것. 인정하기 싫다.
진짜 나는 엄마처럼은 안 살 거야!! 진짜!!
아, 짜증 나게 자꾸 눈물이 나서 더 짜증 나
우리 집의 경제적 위기에 나영은 대학을 포기하는 것으로 값을 치렀다. 엄마가 남의 장례식장에 가서 깽판을 쳐도 해결되는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아빠는 긴 말 대신 담배 연기만 내뿜었다. 엄마는 아빠의 연기 속에 갇혀 답답해 소리만 질렀다. 그러나 시간은 멈추는 법이 없다. 계속 흘러간다. 안쓰럽고 애처롭지만 한없이 대단한 존재. 그래서 짜증이 난다. 나영의 남자친구는 옛날 사진을 보고 엄마 연순과 딸 나영이 똑같이 생겼다고 했다. 또 짜증이 난다.
아, 짜증 나게 자꾸 눈물이 나서 더 짜증 나
20년도 더 된 영화의 흐름이 마치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 시속 70km로 달리는 자동차가 생각날지 모르겠다. 무슨 맛이냐고 물어보면 건강한 맛이라는 대답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제주 우도에서 대부분의 장면을 촬영한 것도 인공적인 맛이 덜한 느낌을 줄 수 있겠다. 지금은 어른이 된 나영의 딸도 나영과 같은 질문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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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매리 연쇄살인사건 범인은?! - 라떼극장 EP.14
영화 흥신소 - 라떼극장 EP.14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영화 "차우"를 보며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려보자
범죄없는 마을로 공인(?)받은 곳 삼매리에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사건을 풀기위해 형사 경찰 포수 생태연구가 등 각계 전문가(?)들이 모이지만
문제 해결은 커녕 피해만 늘어난다.
삼매리는 다시 범죄없는 마을로 거듭날수 있을까?
괴수와의 사투를 벌이는 괴작 '차우(2009)'
신형사가 건강 챙긴다면 몰래챙긴 음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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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전설적인 왕 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결말포함)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킹아더
결말포함된 영상이니 시청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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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레드 아워> 메인 예고편
아동보호국에서 근무하는 카일은 아프가니스탄 파병지에서 동료를 잃었던 끔찍한 기억으로 힘든 나날을 보낸다.
직장 동료와 맥시코 출신 미아 매니와 함께 계부이자 하원의원인 샘이 운영하는 넬슨 매장에 잠시 들렀던 카일은 매장 직원들 및 다른 고객들과 함께 자살폭탄 테러범의 인질이 된다.
카일은 다른 인질들을 구하기 위해 테러범과 목숨을 건 싸움 끝에 테러범들을 제압하고 인질들과 함께 폭파 직전에 매장에서 탈출해야만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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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극장판 주술회전 0> 2차 예고편
어릴 적 소꿉친구인 오리모토 리카를 교통사고로 눈앞에서 잃은 옷코츠 유타.
“약속해, 리카와 유타는 어른이 되면 결혼하기로”
옷코츠는 원령으로 변한 리카의 저주에 괴로워한 나머지, 자신도 죽기를 바라지만 최강의 주술사인 고죠 사토루에 의해 주술고전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동급생인 젠인 마키, 이누마키 토게, 판다를 만나면서 굳은 결심을 한다.
“살아도 된다는 자신감이 필요해”
“나는 주술고전에서 리카의 저주를 풀겠습니다”
한편, 옷코츠와 친구들 앞에 과거에 일반인을 대량으로 학살해서 고전에서 추방된 최악의 주저사인 게토 스구루가 나타난다.
“12월 24일, 우리는 백귀야행을 결행한다”
주술사만의 낙원을 만들려는 게토는 비술사를 섬멸하겠다면서, 신주쿠와 교토에 천의 저주를 내리는데…과연 옷코츠는 게토를 막을 수 있을까? 그리고 리카의 저주를 풀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