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4-09-13 11:44:05
베테랑 2 | 전편의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꾼 속편
<베테랑 2> 리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가족 챙길 시간도 없이 현장에서 뛰어다니는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과 강력범죄수사대 형사들. 그들의 다음 목표는 연쇄살인범으로 의심받는 범죄자, 일명 '해치'다. 서도철은 수사 끝에 해치가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를 똑같은 방식으로 살해하는 일종의 자경단임을 파악한다. 때마침, 해치도 인터넷에 새 예고편을 공개한다. 서도철에게 한 번 체포됐었고, 임산부를 죽인 범죄자 '전석우'(정만식)를 다음 살해 대상으로 지목한 것.
이에 형사들은 전석우 보호 작전을 개시하고, 전석우 집 앞에서 분노한 시위대와 대치한다. 그 과정에서 서도철은 칼을 꺼내든 인터넷 방송인을 거침없이 제압하는 순경, '박선우'(정해인)를 만난다. 범죄자에게 무자비한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든 서도철은 박선우를 팀에 합류시킨다. 하지만 그 이후로 해치의 범행이 더 대담해지고 경찰이 그에게 농락당하자, 서도철은 조금씩 의심하기 시작한다. 박선우를 받아들인 선택이 과연 옳았는지를.
<베테랑>의 의문, <베테랑 2>의 대답
2015년 여름,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은 1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연도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흥행의 원인은 여럿이겠지만, '통쾌함'을 빼놓을 수는 없다. 재벌 악역 클리셰의 집합소인 '조태오'(유아인)를 비판하는 전개와 때리는 액션의 타격감은 OST만큼이나 경쾌하고 시원했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선구자라고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베테랑>은 물음표도 남겼다. 주인공 서도철의 행적을 곱씹을수록 그 물음표는 커진다. 그는 사람 패려고 경찰 하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폭력적이다. 먼지를 묻힌 무기를 쥐어준 뒤 정당방위라며 범죄자를 때리는 장면은 코미디이지만, 관점을 바꿔보면 섬뜩하기도 하다. 단지 형사라는 이유로 그 어떤 폭력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암시처럼도 보이니까. 그 폭력이 과연 어느 선까지 용인될 수 있는지는 의문일 수밖에 없다.
9년 만에 돌아온 속편은 통쾌함에 가려진 이 딜레마를 고찰한다. <베테랑 2>는 사적제재라는 프레임 안에서 범죄자를 향한 폭력과 응징이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한다. 그 결과 오락성과 대중성은 전편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잃은 만큼 얻은 것도 확실하다. 전편에서 확립한 성공방정식을 답습하는 대신 도전을 선택한 덕분에 <베테랑 2>는 품격 있는 블록버스터로 거듭났고, 3편까지 기대케 만드는 데 성공했다.
서도철이라는 물음표
사실 <베테랑 2>의 소재는 신선하지 않다. 되려 늦었다. 자경단원의 사적제재를 묘사한 작품은 <열혈사제>, <빈센조>, <빅마우스> 등 차고 넘친다. 자경단원 경찰도 이미 <비질란테>에서 등장했다. 그러다 보니 신입 형사 박선우가 사실 자경단원이고 악역이라는 사실은 스포일러라고 하기에도 민망하다. 예고편이나 포스터만 봐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대신 <베테랑 2>는 관점을 달리하여 뒤늦은 도착, 식상함이라는 한계를 돌파한다. 앞서 언급한 작품들이 자경단원의 이야기와 사연에 집중하는 반면, <베테랑 2>는 자경단원을 관찰하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 중심에는 서도철이 있다. 특히 서도철의 직위와 성향이 서로 어긋나는 모순이 스토리텔링의 핵심이다.
서도철의 언행은 거칠다. 전편에서 체포한 전석우가 주취감경 판결을 받아 이르게 출소하자 그런 범죄자는 때려죽여도 시원찮다고 불평을 늘어놓는다. 해치를 쫓으면서도 내심 그가 왜 더 악독한 범죄자를 죽이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그를 옹호하는 듯한 모습도 보여준다. 마치 자경단이 공권력을 대신하더라도 무방하다는 듯이. 이처럼 경찰답지 않은 언행은 박선우의 범죄를 정당화하는 기제처럼 느껴진다.
전편보다 분량이 늘어난 서도철의 가족 이야기도 그의 모순된 언행을 강조한다. 그의 아들은 꾸준히 교내 폭력 사건에 휘말렸고, 다른 애들에게 맞으며 지내던 피해자였다. 하지만 서도철은 아들의 피해 사실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저 애들은 서로 싸우며 크는 거라며 방관한다. 이는 그의 폭력적인 일면, 더 나아가 그와 박선우가 본성적으로는 결이 다르지 않은 인물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해치 덕분에 찾은 답
하지만 <베테랑 2>는 서도철의 모순을 그대로 두지 않는다. 그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차분히 뒤쫓는다. 서도철은 경찰이 아니라 아버지로서 먼저 변한다. 학교폭력위원회에 출석한 그는 자신이 무시한 '애들 싸움'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사소해 보이는 애들 싸움이 도를 넘어서면 어떻게 되는지 비로소 그 결과를 실감한다. 정당방위라는 명분만 있으면 거리낌 없이 폭력을 휘두르던 그가 마침내 폭력의 위험성에 대해 눈을 뜬다.
그제야 서도철은 박선우에게서 위화감을 느끼고, 그를 의심한다. 이는 영화가 박선우의 정체를 굳이 숨기지 않는 이유다. 그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할 수도 있었고, 그의 정체를 미스터리로 삼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베테랑 2>는 박선우의 정체를 드러내면서 그와 서도철의 관계성에 초점을 맞춘다. 비슷한 결을 지닌 듯 보이던 그들이 대립하게 되는 계기가 등장할 때까지의 긴장감을 스토리텔링의 원동력으로 삼는다.
그러다 보니 몇몇 카메라 구도나 연출은 유달리 눈에 띈다. 일례로 박선우의 옆얼굴과 서도철의 정면 얼굴, 혹은 그 반대를 동시에 한 화면에 잡으면서 그들의 관계성을 부각한다. 직선으로 자르지 않은 화면 분할도 독특하다. 서도철은 검은 마스크를 쓴 박선우의 얼굴 앞에 작게 위치한다. 마치 그가 박선우의 계략에 집어삼켜지는 듯하게. 그 덕분에 차도철이 형사이자 아버지로서 고통받는 이야기는 더 직관적으로 느껴진다.
그 결과 <베테랑 2>는 마치 류승완표 <다크나이트> 같기도 하다. <다크나이트>에서 조커는 배트맨에게 "너와 나는 같다"라고 말한다. 필요하다면 법을 가볍게 어긴다는 점에서 그들의 본성은 다르지 않다는 것. 배트맨 역시 조커를 거울삼아 자기 정체성에 관해 고민한 끝에 '다크나이트'가 된다. 이러한 둘의 관계성은 서도철과 박선우의 관계와 유사하다. 서도철 또한 박선우를 거울삼을 때 성숙한 '베테랑' 형사로 거듭날 수 있으니까.
액션이라는 느낌표
이 지점에서 <베테랑 2>는 액션을 스토리텔링의 도구로써 영리하게 활용한다. 액션은 리트머스 종이 같다. 더 잔혹해진 연출로써 차도철과 관객을 동시에 시험에 빠트린다. 액션의 중심에 박선우를 위치시켜 정의 실현과 사적제재의 선을 넘나드는 불편함을 유발하고, 경찰이라기에는 과한 그의 대응을 어디까지 용인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바로 이 순간 관객과 서도철의 시선은 일치를 이룬다.
액션 시퀀스의 배치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액션만 따라가도 서도철과 박선우의 관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그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도박장을 습격하는 오프닝 시퀀스에서는 전편처럼 경쾌하다. 반면에 자극적으로 연출된 남산과 약쟁이 골목 시퀀스는 질문을 던진다. 박선우의 범죄자 제압 방식을 보다 보면 그가 자기 과라고 확신한 서도철의 판단이 과연 맞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더 나아가 클라이맥스에서는 서도철과 박선우를 가르는 경계선을 보여준다. 뻔할지도 모르지만, 그 선은 살인이다. 다만 살인이라는 선을 넘지 않기 위한 서도철의 노력이 구체적으로 제시되다 보니 자칫 식상할 뻔한 대답에서도 진정성이 느껴진다. 박선우를 제압하는 액션보다 그를 살리려는 액션이 눈에 띄기에 더 독특한 시퀀스라고 할 수 있다.
액션 자체의 질이 상당하기에 액션에 담긴 스토리텔링은 더욱 효과적이다. 특히 공간의 특성을 이용한 장면이 뇌리에 박힌다. 복도처럼 좁은 공간에서의 추격전과 그 이후 갑작스레 등장하는 넓은 공간에서의 격투라는 패턴이 반복된다. 그런데 액션 합의 타격과 속도감이 뛰어나다 보니 넓은 공간에서 액션이 펼쳐질 때 장점은 극대화되고, 부딪히는 인물들의 갈등도 덩달아 극대화될 수 있다.
형보다는 부족한 짜임새
다만 <베테랑 2>의 만듦새는 아쉽게도 전편에 미치지 못한다. 일단 여러 층위의 플롯을 쌓아가는 전개가 매끄럽지 않다. <베테랑 2>는 서도철의 가족사나 해치와의 추격전 등 서로 무관해 보이는 이야기가 클라이맥스에 한 데 모여서 터지는 구조다. 그런데 다른 이야기로의 전환이 툭툭 끊기는 느낌이 들다 보니 전편에서 비해 폭발력은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 원인은 악역의 존재감에서 찾을 수 있다. 영화가 서도철의 서사에 집중하다 보니 박선우의 서사는 빈약하다. 개인적인 동기도 제대로 못 보여주니 매력은 부족하고, 그저 서도철을 각성시키기 위한 도구로 활용될 뿐이다. 결국 선한 마스크와 대비되는 광기 어린 눈빛을 보여준 정해인의 연기와는 별개로, 박선우는 조태오만큼 부각되지 못한다. 자연히 <베테랑 2>는 구심점 하나를 잃은 듯 보일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는 인터넷 개인 방송을 활용하는 방식도 문제다. 물론 개인 방송을 등장시킨 이유는 납득할 수 있다. 이는 사적제재가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온라인상에서의 폭력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치다. 근래에 밀양 성폭행 사건이 재조명되고 새로운 논란을 일으켰듯이, 사적제재가 유발할 수 있는 폐해를 경고하려는 의도인 셈이다.
다만 지금의 방식이 최선인지는 의문이다. 개인 방송의 일부를 스크린에 직접 띄워서 보여주데, 그럴 때마다 분위기가 끊기고 부자연스럽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톤과 매너가 근본적으로 다른 영화와 인터넷 방송이라는 매체 간의 괴리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베테랑 2> 뿐만 아니라 다른 한국 영화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보이기 때문.
시리즈라서 만족스럽다
그렇지만 <베테랑 2>는 여전히 칭찬이 아깝지 않다. 시리즈인데도 1편의 성공 공식을 고집하기보다는 전편의 한계에 대해 고민하고, 전편이 남긴 의문점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는 길을 선택했으니까. 그 과정에서 캐릭터를 더 입체적으로 만들고, 다른 맛과 재미를 갖춘 속편을 만드는 데 성공했기에 그 결단은 더욱 인상적이다. 이는 비슷한 감성을 공유하는 <범죄도시>가 2편부터 4편까지 관성에 의존한 것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그렇기에 관객의 반응도 어떤 작품보다 궁금하다. <베테랑 2>가 천만 관객을 동원할 환경은 이미 만들어졌다. 추석 연휴 동안 경쟁작이 없고, <파묘>와 <범죄도시 4> 이후로 마땅한 작품이 없었으니 관객이 몰릴 여건은 충분하다. 다만 작품성과 메시지를 챙기기 위해 대중성과 상업성을 다소 내려놓았으니, 과연 이 선택이 흥행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미지수일 따름이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이상
9년 만의 속편이 필요했던 이유를 윤리와 액션으로서 증명하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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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6월 셋째 주도 잘 보내셨나요?요즘 많은 기대작들이 개봉을 하면서 영화관이 활기를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또한, 그만큼 치열한 경쟁이 될 것 같은데요.씨네픽과 함께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그럼 시작해 볼까요?...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마녀 ( Part2. The Othe r One> (NEW)▶ 개봉과 동시에 1위를 차지한 <마녀 Part2>.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액션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던 <마녀>의 후속작인만큼 많은 관람객이 찾은 것 같습니다.
주말 동안 (6월 17일~6월 19일) 관객 수 100만 9,280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45만 8,094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줄거리
자윤’이 사라진 뒤, 정체불명의 집단의 무차별 습격으로 마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아크’가 초토화된다.
그곳에서 홀로 살아남은 ‘소녀’는 생애 처음 세상 밖으로 발을 내딛고 우연히 만난 ‘경희’의 도움으로 농장에서 지내며 따뜻한 일상에 적응해간다.
한편, ‘소녀’가 망실되자 행방을 쫓는 책임자 ‘장’과 마녀 프로젝트의 창시자 ‘백총괄’의 지령을 받고 제거에 나선 본사 요원 ‘조현’,‘경희’의 농장 소유권을 노리는 조직의 보스 ‘용두’와 상해에서 온 의문의 4인방까지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소녀’ 안에 숨겨진 본성이 깨어나는데…
2. <범죄도시2> (▼1)▶ <마녀 2>가 개봉하면서 한 단계 떨어진 <범죄도시2>. 다만, 주말 관객 수는 6월 둘째 주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19일 기준, <범죄도시2>의 예매율이 10.8%로 3위를 차지하면서, 6월 넷째 주도 <범죄도시2>가 여전히 순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말 동안 (6월 17일~6월 19일) 관객 수 55만 977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146만 303명을 돌파하였습니다.
3. <버즈 라이트이어> (NEW)▶ <토이스토리> 시리즈의 첫 번째 스핀 오프 작품이자, 크리스 에반스가 보이스로 참여하면서 화제를 모은 <버즈 라이트이어>.
전세계에 수많은 팬을 보유한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버즈가 주인공인만큼 많은 관객이 관람한 것 같습니다.
주말 동안 (6월 17일~6월 19일) 관객 수 15만 8,731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20만 5,758명을 돌파하였습니다.
| 줄거리
미지의 행성에 고립된 인류를 탈출 시키기 위한 ‘버즈’와 그의 정예 부대 요원들의 운명을 건 미션 수행을 그린 작품
▶ 씨네픽의 이번 주 105회 예측 이벤트는 6월 3주 차 박스오피스(순위) 예측입니다. 한 주동안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는데요.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6월 3주 차 박스오피스 순위의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씨네픽 유저 예측 결과
정답자 비율(%)
▶ 한 주 동안 많은 씨네픽 유저분들이 박스오피스 순위를 예측해 주셨는데요. 박스오피스 1위 순위를 가장 많은 분들이 맞혀주셨고,
그다음으로 2위, 3위 순으로 많이 맞춰주셨습니다. 67%의 사람이 <마녀 Part 2>의 1위를 예측 성공하였는데요. 2위와 3위의 경우 조금은 헷갈리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107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 <브로커> (▼2)▶ <브로커>의 경우 화려한 라인업과 거장 감독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것에 비해 조금은 아쉬운 성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기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와 조금은 다른 결의 영화를 보여줘, 기존 감독의 영화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겐 아쉬운 영화가 된 것 같습니다.
주말 동안 (6월 17일~6월 19일) 관객 수 15만 8,429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10만 7,465명을 돌파하였습니다.
5.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2)▶ 기대작들의 개봉으로 두 단계 떨어진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이번 주에 <탑건: 매버릭>이 개봉하기에 6월 넷째 주에는 TOP 5 안에 진입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주말 동안 (6월 17일~6월 19일) 관객 수 8만 1,074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276만 7,627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6월 둘째 주와 동일하게 <Jurassic World Dominion>이 차지했습니다.
6월 셋째 주 박스오피스 역시 지난 번 박스오피스 TOP 5 순위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요.
<Lightyear>가 개봉하면서 <Jurassic World Dominion>를 제외한 모든 영화의 순위가 한 단계씩 하락했습니다.
주말 동안(6월 17일~6월 19일) <Jurassic World Dominion>의 매출액은 58,660,000 (한화 약 759억)의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총 누적 매출액은 249,796,690 (한화 약 3,234억)입니다.<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6월 17일 ~ 2022년 6월 19일)1.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5,866만 달러 (누적 2억 4,979만 달러)2. <버즈 라이트이어> 5,100만 달러 (누적 5,100만 달러)3. <탑건: 매버릭> 4,400만 달러 (누적 4억 6,616만 달러)4.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420만 달러 (누적 4억 508만 달러)5. <밥스버거: 더 무비> 110만 달러 (누적 2,976만 달러)...씨네픽의 6월 셋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감사합니다!-!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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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밌으랬지, 우스우랬나?
이 글은 영화 [토르;러브 앤 썬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토르 시리즈는 마블에서도 조금 독특한 위치에 놓여있다.
어벤저스들 가운데 죽음에 대한 부담감이 상대적으로 적어 그 어떤 위협에도 마지막 믿을 구석이 되어주는 동시에. 인간계의 문화에는 익숙하지 않아 조금은 어리숙해 보이는 토르의 모습이 그가 가진 지위(혹은 위치)에 비해 순수해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 시리즈에서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거의 모든 것을 잃은 토르였지만. 라그나로크를 기점으로 해 밝고 키치 하면서도 조금 더 친근한 위치로 살짝 내려온 것도 주목할 만하다.
그 분위기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이번 영화 [토르;러브 앤 썬더]에서는 옛 연인이었던 제인이 마이티 토르로 등장하기도 하고, 아스가르드의 왕이 된 발키리와 아주 잠깐이지만 등장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까지 합세해 마블 팬들의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켰다.
마블 특유의 시원한 액션과 볼거리들로 앞다투어 개봉하는 큰 영화들 사이에서도 묠니르 만큼이나 확고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팔 하나 정도의 거리는 필요해 보인다.;재밌으랬지 우스우라고 한건 아닌데.
사진출처:다음 영화
기존 토르 시리즈가 가지고 있던 가장 큰 문제는 "무거움"에 있었다.
길고 장황한 대사. 북유럽 신화 속 신(God)을 모티브로 한 특이한 위치와 어두운 설정이 합쳐지면서 토르 시리즈의 시작은 그다지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
또한 신이라는 위치만 빼면 햄릿을 연상시키기도 남을 정도의 기구한 운명을 겪는 토르를 보며. 히어로물에서 기대하는 쾌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또한 이 시리즈에는 약간의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벤저스라는 이름 하에 승승장구하는 다른 히어로들의 솔로 무비에 발맞추고자. 토르는 [라그나로크]에서 여태까지 가졌던 진중함을 약간 벗어던지는 작전을 선택했다. 눈에도 들지 못할 거리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던 토르를 손에 닿을 만큼 친근하게 만든 전략은 성공적이었고. 소위 말하는 대박의 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어쩌면 거기서부터 비극이 시작된 듯하다.
가장 큰 적은 바로 직전에 거둔 승리라는 말을 이번 영화는 잊어버렸다. 승리의 늪에 빠진 채 나올 생각조차 없는 것이 눈에 빤히 보이고. 이로 인해 주인공 토르는 가볍다 못해 경박해 보이기까지 한다.
덕분에 영화 속 토르를 상징하는 모든 것이 가짜, 혹은 장난처럼 보인다. 위엄과 강인함을 대변해야 할 토르의 갑옷마저도. 잘 봐줘야 아동용 완구 코너에서 파는 제품처럼 조잡해 보인다.
재밌으라고 했지, 우스워지라고 한 적은 없는데. 영화는 그 차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웃음을 강요하는 방향으로 제멋대로 흐른다. 영화 대사에도 나오는 것처럼. 팔 하나 정도의 거리는 있었어야 했는데 말이다.
지킬건 지켰어야 했다.;이건 신성 모독 아닌가?
사진출처:다음 영화
그저 막무가내 사이코패스의 살육극이 아닌 이상. 마블 시리즈의 빌런이라면 응당 그에 해당하는 서사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영화는 무려 크리스천 베일에게 메인 빌런인 고르 역을 주고서. 악역에게 당위성을 주는데 완벽히 실패하는 그 어려운 것을 해내고야 만다. 고르가 신에 대한 분노를 축적하는 모든 과정이 잘못되었다.
비록 신화 속에서 제우스가 여색에 집착했던 것은 사실이나. 위엄마저 없지는 않았다. 토르가 제우스에게 썬더 볼트를 날리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가히 신성 모독에 가깝게 느껴질 정도였다.
또한 제우스를 비롯한 거의 모든 신들은 하찮다 못해 없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기 충분하게 그려진다. 이토록 가볍고 엉망인 신(God)이라면. 없어지는 것이 맞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고르가 한 짓이 과연 “나쁜 짓”인가에 대한 의문도 슬며시 들기 시작한다.
고르가 신의 살육자라고 영화에서는 말하지만 정확하게 이로 인해 아스가르드를 포함한 다른 종족들에게 어떤 나쁜 일들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언급도 자세히 없다.
가장 나쁜 짓이라고 해봐야 아이들을 납치했다. 정도가 될 텐데. 신에 대한 분노를 어째서 아이들에게 풀었어야 했는지에 대한 연관 고리도 약하게 느껴진다.
마블 영화에서 이제는 그만큼 일회성 악역이 난립하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히어로의 대중화. 이대로 괜찮은가.;선택받음과 받아들임에 대해서.
사진출처:다음 영화
영웅의 탄생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어떻게 영웅으로 선택받는가. 와 더불어 그 간택의 순간을 당사자는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이다.
배트맨 시리즈, 혹은 (이미 마블에서는 너무 머나먼 과거처럼 느껴지는) 아이언맨 시리즈를 보면 그 두 가지의 고뇌를 몇 편에 걸쳐 맺고 끊고 다시 연결하며 담아냈다.
선택의 과정에 있어 반드시 그 사람이어야만 하는 고결함과. 영웅이 기꺼이 짊어져야 하는 짐에 대한 부담감은 오로지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함께 경험한 관객들만이 알아챌 수 있는 은밀한 비밀 같은 것이다. 이 유대감 이야말로 마블을 지금껏 끌어온 가장 큰 힘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캡틴 아메리카가 엔드 게임에서 묠니르를 자유자재로 다루었을 때 의아해하지 않았다. 그는 토르 정도의 “고귀함”을 가진 사람임에는 틀림없었고. 캡틴 아메리카라는 캐릭터가 가진 성품과 책임감을 관객들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제인의 손에 들린 묠니르는 더더욱 이질적이고 납득할 수 없다. 묠니르가 나를 선택했다.라는 말 한마디로 퉁치기엔 어벤저스가 쌓아올린 그 모든 것들은 비브라늄 만큼이나 견고하다.
그뿐인가. 아스가르드의 미래라는 말로 얼렁뚱땅 뭉뚱그려진 아이들에게 기꺼이 능력을 나눠주는 것이 무슨 뜻인지는 (대충) 알겠으나. 토르가 여태 지켜온 묠니르로 대변되는 고귀함과 주특기가 사라진 이상. 과연 그의 존재 자체가 대체 불가능한 것인가.라고 물었을 때의 답은 그 누구에게 물어도 아니오. 일 것이다.
명품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느끼는 순간은. 학생들이 그것을 소지하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했다. 이 영화의 마지막 전투(?)를 보면서. 이제는 Bring me Thanos를 외치며 묠니르를 내리꽂던 토르는 더 이상 볼 수 없음을 직감했다.
마치면서
햇빛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여름에도 얇은 반팔을 입어야 합니다.
앞서 제작된 모든 마블 Phase 4영화에서 좋지 않은 요소들을 모두 끌어다 놓았다. 다시 말하면 여태 나온 마블 영화를 통틀어 가장 좋지 않은 영화라 말해도 손색이 없는 영화였다.
가벼움이 지나치다 못해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토르를 보며 미소는커녕 실소도 나오지 않았다. 충성심 하나로 버텨온 많은 팬들에게도 이번 영화는 마블과 헤어질 결심을 하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렇게 단호하게 말하면서도. 속이 많이 상한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
[이 글의 TMI]
코로나가 얼마나 길고 힘들었는지를 정말 극명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영화관이다. 집에서 OTT 서비스로 영화를 볼 때나 하던 행동들을 그대로 가지고 영화관으로 나온 사람들이 많다. 덕분에 흔히 말하는 "빌런"들을 최근 한 달 넘게 영화관에 갈 때마다 단 한 번도 빼먹지 않고 만나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지켜야 할 규범을 숙지하는 것을 우리는 사회화라고 부른다. 코로나로 수많은 것이 리셋되었다고 해도 사회화만큼은 리셋 리스트에서 빠져야만 한다.
당신의 무례함을 참아줄 의무 따위는 다른 사람들에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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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겐 이 꼰대가 필요하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목을 매달 밧줄을 산 뒤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집에 들어오던 전기도 끊고, 모든 것을 포기하기로 결심한 '오토’(톰 행크스). 정장을 차려입고 죽을 준비를 다 마친 그. 그러나 세상은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드디어 죽을 수 있겠다 싶은 타이밍마다 이웃들이 그를 방해하기 때문. 새로 이사 온 '마리솔'(마리아나 트레비노)과 '토미'(마누엘 가르시아룰포) 부부는 주차도 제대로 못해서 오토의 속을 뒤집어 놓고, 아무 때나 먹을 걸 가져다준 뒤 오토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오토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 '소냐'(레이첼 켈러)'의 묘비 앞에 앉아 이웃들 때문에 죽고 싶어도 죽지를 못한다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그의 인생 최악의 순간, 원치 않았던 이웃들의 관심 덕분에 그의 삶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마크 포스터 감독의 신작 <오토라는 남자>는 스웨덴 소설 '오베라는 남자'를 영상화한 코미디 작품으로, 인생 최대의 트라우마에 빠진 한 남자가 어떻게 삶의 의지를 되찾는지를 그려낸 착실한 드라마다. 동시에 건실한 가족 영화이기도 하다. 먼저 떠나보낸 가족을 향한 오토의 사랑과 회한이 가슴을 울리기 때문이다. 영화는 코미디로 시작해서 잔잔한 감동으로 마무리되는 교과서적인 전개를 보여준다. 이 정공법은 꽤 성공적이다. 러닝타임 내내 관객석에서는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웃음과 울음이 터져 나온다.
그런데 <오토라는 남자>를 그저 준수한 코미디이자 가족 영화로만 남겨 두자니 아쉬움이 남는다. 주인공 오토를 연기한 배우 톰 행크스의 존재 때문이다. 그는 '가장 미국적인 배우'이자 '미국의 얼굴'이라 불린다. 그의 연기력이나 흥행력을 고려하면 미국의 송강호라고 해도 될 터. 그런 그가 소품이라고 불릴만한 영화에 출연했으니, 한 가지 질문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대체 톰 행크스가 왜 이 영화에 출연했을까?" 물론 이유는 본인만 알겠지만 영화 속에도 짐작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오토라는 남자>는 단순히 한 남자의 이야기로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21세기를 살아가는, 특히 민주주의를 누리는 모두가 곱씹어 봐야 할 이야기에 가깝다.
웃픈 꼰대, 오토
<오토라는 남자>는 코미디로 시작한다. 오토의 괴팍함이 주재료다. 그의 하루 패턴을 훑으면서 그가 얼마나 괴팍한지 보여준다. 매일 같은 시간에 눈을 뜨는 오토. 눈이 오는 날이면 자기 집 앞 인도까지 눈을 치운다. 눈이 오지 않으면 아침을 먹고 바로 동네 순찰에 나선다. 주차장에 주차증이 없는 차가 있는지, 도로와 주차장을 분리하는 문은 잘 잠겨 있는지, 쓰레기장 분리수거는 잘 되어 있는지, 자전거 보관대가 아닌 곳에 자전거를 두고 가지는 않았는지, 신문이나 광고가 동네 미관을 해친 건 아닌지. 일일이 확인한다. 오토의 눈에 거슬리는 일을 하면 그 누구도 독설을 피할 수 없다. 새로 이사 온 이웃도,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낸 친구도, 갈 곳 없는 길고양이도.
하지만 그가 괴벽해진 이유를 알고 나면, 그의 모습은 더 이상 웃기지 않다. 그의 괴팍함은 트라우마를 숨기려는 방어 기제다. 임신한 소냐와 나이아가라 폭포 여행을 떠났던 오토. 행복한 시간을 보낸 그들은 버스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 그런데 오토가 잠시 화장실을 간 사이 버스가 전복되는 사고가 일어난다. 그는 다행히도 무사했지만, 불행하게도 소냐는 그러지 못했다. 그녀는 유산했고, 그녀의 하반신도 마비됐다. 오토는 뒤늦게 버스 회사가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버스를 운행해서 사고가 일어났다는 걸 알았다. 이는 마음속 깊은 흉터가 됐다.
그 후로도 오토는 자꾸 다친다. 장애인이 된 아내를 무시하고, 그녀를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는 점차 마음의 문을 닫기 시작했고, 아내마저 세상을 떠나자 아예 고슴도치처럼 날카로워졌다. 원칙을 어기는 사람을 싫어하고, 비난한다. 마트 직원이 로프 길이와 가격을 잘못 계산하면 크게 화내고, 회사에서 부사수가 상사로 임명되자 곧바로 사직서를 제출한다. 이웃들이 혹시나 잘못된 행동을 한 건 아닌지 감시하면서 매일 순찰을 돈다. 그렇기에 오토는 더 이상 우습지 않다. 웃프다.
오토의 트라우마 극복기
동시에 <오토라는 남자>는 눈물을 자아내는 드라마다. 오토의 병든 내면을 가감 없이 펼쳐 보이고, 삶과 죽음의 경계 사이에서 그가 치유되는 과정을 묘사하기 때문이다. 소냐와 사별한 뒤, 트라우마가 더 심해지자 오토는 결국 죽기로 결심한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무덤에 가서 소냐와 대화를 나눈다. 조만간 당신 옆으로 가겠다고. 당신과 재회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거라고. 오토는 죽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한다. 천장에 목을 매달기도 하고, 차 안에 가스를 채워서 질식사도 시도한다. 전철에 몸을 던지거나 머리에 총을 쏘는 것도 선택지에 있다. 그는 자살을 시도할 때마다 자기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점차 죽어가면서 아내와 행복했던 과거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차에서의 첫 만남, 레스토랑에서의 첫 데이트, 졸업식과 프러포즈, 신혼 생활까지. 오토에게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치유다.
이상한 일이 생긴다.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으로 되돌아가려고 할 때마다 오토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처한다. 하루는 앞집에 이사 온 마리솔이 창문을 고치겠다며 사다리를 빌려 달라고 부탁한다. 하루는 한때 절친한 친구였으나 사이가 멀어진 루벤의 집 라디에이터를 수리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아무 때나 찾아오는 마리솔은 대뜸 운전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한다. 어느 날에는 고등학교 교사였던 소냐의 제자, 말콤이 하룻밤만 재워 달라고 부탁한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아버지에게 쫓겨났다면서. 편견 없이 자기를 대해줬던 선생님이 생각나서 왔다고. 새 가족도 생긴다. 눈 내린 날에 얼어 죽기 직전이었던 고양이를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이 오토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오토는 굳게 닫았던 마음의 문을 연다. 자살하지 않아도 이승에서 죽은 아내와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깨닫는다. 이웃에게 베풀고, 그들과 삶을 공유하면서 소냐의 뜻을 이어가면 된다. 소냐가 말콤에게 그랬고, 마리솔이 자기에게 그랬듯이. 타인을 향한 관심과 이웃과의 협력 덕분에 그는 마침내 트라우마를 극복한다. 죽음을 포기하고 아내의 유품도 정리한다. 그렇게 오토는 자기 삶을 살아간다. 덕분에 그의 장례식에서 동네 이웃들은 슬퍼하기보다는 기쁘게 웃을 수 있다. 자살을 꿈꾸던 그가 편안히 죽음을 마주한 건 그가 트라우마를 완전히 떨쳐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금, 오토 같은 꼰대가 필요한 이유
여기까지만 보면 <오토라는 남자>는 한 노년 남성이 평화를 되찾는 사적인 이야기다. 그런데 오토의 꼰대스러움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영화에 숨어 있는 사회적 함의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루벤의 집 라디에이터를 고치면서 오토는 이렇게 한탄한다. 세상이 예전 같지 않다고. 더 이상 사람들이 이웃들의 일에, 공동체를 관리하는 일에 관심을 갖지 않고 각자 살기 바쁘다고. 실제로 오토가 순찰할 때 다른 이웃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웬 오지랖이냐는 식이다. 파편화된 시민의 모습은 다른 장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자살하기 위해 전철역을 찾은 오토. 그가 선로에 몸을 던지려는 순간, 다른 남성이 먼저 선로에 떨어져 버린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오토. 그러나 그는 주위 승객들의 반응에 더 놀란다. 그들은 하나같이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만 찍을 뿐 아무도 도우려 나서지 않는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교육학자인 존 듀이는 공중의 쇠퇴를 경계했다. 그는 기술의 변화로 인해 다른 산업 구조가 등장하고, 사회가 거대해지고 조직화되면 사람들이 점점 비인격적인 관계를 중시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작중 듀이가 전망한 사회적 관계의 변화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일례로 오토가 퇴사할 때, 같은 부서 직원 한 명은 축하 케이크 위에 그려진 오토의 얼굴을 아무렇지 않게 반으로 잘라버린다. 그 결과 민주주의에 필요한 가치나 조건, 그리고 공동체는 훼손된다. 개인은 많지만 공동체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다. 오토 말고는 아무도 거리에 신경 쓰지 않고, 공동체가 합의한 규칙을 중시하지 않듯이. 중요한 의사결정은 권력과 재력을 지닌 사람에게 넘어간다. 건설 회사가 오토와 이웃들의 집을 불법적으로 매수하려 해도 그들은 권력자를 막을 힘이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오토의 꼰대스러움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거대해진 사회에 대응해 '거대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듀이의 주장과도 궤를 같이한다. 듀이는 이웃 공동체, 지역 공동체처럼 신뢰를 바탕으로 모인 이들끼리 서로 자유롭고 직접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오토와 이웃들은 솔직하게 소통하고 협력해서 루벤의 집을 지켜냈다. 그가 요양원에 들어가게 될 위기도 타개할 수 있었다. 이웃 공동체에 대한 애정은 가지고 있었던 오토의 '순찰'에 힘입은 결과였다. 비록 예민하게 원칙을 따지고 방식이 거칠기는 했지만. 뒤집어 보면 <오토라는 남자>는 상이한 정체성 간에 대화 대신 갈등만 가득한 현재 미국 사회를 겨냥한 영화이기도 하다. 이는 원작 소설과 달리 이웃 주민의 인종이나 성 정체성이 수정된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미국의 얼굴'인 톰 행크스가 오토 역을 맡은 건 꽤 의미심장하다.
물론 <오토라는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원작 소설을 읽었다면 내용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452 페이지에 달하는 원작의 내용 중 잘려나간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책을 스웨덴에서 먼저 영화화한 <오베라는 남자>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도 나올 수 있다. 스웨덴 버전은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 분장상에 노미네이트 될 정도로 호평받은 수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누구와 함께 극장을 찾든 간에 <오토라는 남자>를 보고 나면 옆 사람에게 감사를 전할 일이 생길 거라는 사실이다. 엔딩 크레디트에는 이 영화의 진가가 담겨 있다. 엔딩 크레디트는 오토와 마리솔의 아이들이 등장하는 서툰 그림으로 가득하다. 또 홀로 사는 이들에게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을 하라는 문구가 같이 등장한다. 그러니 영화관을 나설 때 마음이 따뜻해지지 따뜻해지지 않기는 어렵다.
A(Acceptable, 무난함)
오토의 순찰이 계속될 때, 우리 모두는 행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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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위의 삶, <로드무비>
2002년 개봉한 김인식 감독의 <로드무비>는 길 위를 떠도는 사람들의 삶을 그리고 있는 영화이다. 서울역에서 노숙을 하며 지내던 ‘대식(황정민 扮)’은 일자리를 잃고 노숙인이 된 ‘석원(정찬 扮)’을 만난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자살을 하려던 석원을 구해 준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은 함께 떠난다. 뚜렷한 목적지 없이 이곳저곳을 떠돌던 두 사람의 앞에 ‘일주(서린 扮)’라는 여성이 나타나고, 대식을 사랑하게 된 일주는 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여정에 함께하게 된다.
세 사람은 점차 어긋나기 시작한다. 대식은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그리고 석원을 사랑한다는 것을 석원에게 들키게 된다. 석원은 자신의 몸에 손 대지 말아 줬으면 한다며 대식을 거부한다. 일주는 대식이 진짜 여자를 못 만나 봐서 그렇다며 대식의 사랑을 갈구한다.
<로드무비>는 제목처럼, 길 위의 사람들을 다루고 있다. 대식, 석원, 일주는 물론 이들을 데리고 다니던 ‘민석’이나 서울역의 노숙인들 모두 갈 곳이 없는 길 위의 사람들이다. 대식은 누군가에게, 어딘가에 정착하는 것을 거부하고 길 위의 삶을 택했다. 석원에게는 아내가 있지만, 경제적인 위기로 인해 아내에게 돌아가지 못한다. 일주는 자신이 사랑하는 대식을 따라서 함께 방랑한다.
이 영화는 떠도는 사람들의 모습을 아름다운 이미지를 통해 그리고 있다. 다양한 로케이션을 통해 인물들의 방랑을 표현하고, 핸드헬드 촬영은 그들의 거친 삶과 복잡하게 얽힌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또 반복적인 백샷을 통해 인물들의 뒷모습을 보여 주며, 관객들이 그들의 여정을 뒤따라가도록 만든다.
이 영화는 주인공의 성적 지향성, 그리고 그의 동성을 향한 사랑을 전면에 내세운 퀴어 시네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의 깊이가 다소 아쉽다. 극의 초반, 대식은 한 남성과 정사를 갖고 이별을 한다. 길에서 그만 지내고 같이 살자며 애원하는 남성에게, 대식은 ‘사랑 같은 것 하기 싫다’며 소리를 치고 남성의 뺨을 때린다. 또 대식은 낯선 남성과 화장실에서 일회성 만남을 가지기도 한다. 대식의 정체성은 여러 상대(동성)와 관계를 가지면서도 그것을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거부하는, 전형적인 미디어 속 퀴어의 모습을 통해서 표현된다. 그리고 대식은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사랑을 고백하기를 택할 만큼 절절한 사랑을 하지만, 관객은 그저 ‘처음 봤을 때부터’ 첫눈에 반했다는 대사만으로 뒤늦게 납득해야 한다. 인물들의 감정을 전부 소화시키지 못한 채 도달하는 결말은 역시 시각적으로 아름답지만, 반쪽짜리 엔딩이라는 인상을 준다. 퀴어 시네마, 동성 간의 사랑이 ‘로드무비’라는 장르와 함께 이 영화를 지탱하는 주요한 축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영화가 동성애자인 인물을 구축하는 방식이 아쉽지 않을 수 없다. 대식은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떠도는 것이 아니라, 떠돌기 위해 (감독에 의해) 동성애자가 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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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2호
📮 6월 4주차 두 번째 최신 씨네뉴스가 도착했습니다!
📢제임스 딘의 개인적인 삶에 초점을 맞춘 전기영화가 제작된다🎬
‘트루 디텍티브’, ‘13 Reasons Why’의
브랜든 플린이 전설적 아이콘 제임스 딘으로 캐스팅 되었습니다. 영화 <윌리와 지미 딘>은 윌리엄 바스트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제작된다고 하는데요, 과연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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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누벨바그’ 새 프랑스 포스터 공개
❷ 제임스 딘의 연애사 다룬 ‘윌리와 지미 딘’, 영화로 제작된다
❸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편 및 시리즈화 긍정 검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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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라는 수사는 안 하고
이 글은 넷플릭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레퍼런스로 언급할 [사냥의 시간]과 [끝까지 간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을 퍼갈 땐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사진출처:다음 영화한 5분 정도 작품을 감상했을 때, 언뜻 생각나는 두 작품이 있었다.
첫 번째는 그 당시만 해도 신입에 가까웠던 넷플릭스라는 OTT를 마치 휩쓸 것만 같은 분위기를 풍기던. 영화관이 아닌 다른 루트를 통해 개봉하는 것에 대한 새로움과, 청춘을 상징하는 듯한 네 주연 배우의 캐스팅으로 기대감을 모았던 작품인 [사냥의 시간].
두 번째는 짜증 내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경찰이 불시에 자신에게 다가온 사고를 가장한 사건을 해결해 가는 내내 자신의 명줄이 실시간으로 타들어 가는 것을 바라만 보아야 했던, 부패한 경찰들의 이야기를 다룬 [끝까지 간다].
닮았다는 이유로 모든 작품이 아류작이나 나쁜 작품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묘한 기시감에서 불쾌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는, 했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반대로 시행했다는 점에 있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자기들 일당이 대대적으로 카지노를 털 것이라는 계획을 출소하자마자 온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던 네 청년들도 경비 시스템이나 도주로에 대한 계산을 했고. 약소하지만(?) 모의 테스트까지 거쳤다. 그러나 절박함으로 치자면 오히려 더하다 못해서 털려는 장소에 기어 다니는 개미가 몇 마리 인지도 세었어야 할 법한 경찰 셋으로 이뤄진 이 강도단은 동전 던지기를 해서 나온 결과를 따르는 것만도 못한 계획을 세운다.
아무리 조용하게 넘어간다 해도 의심받을 것이 뻔한 멤버의 영입, 그 넓은 공간에 몇 명이 있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강도단 전원이 젠틀하게 걸어 들어가는 막무가내 정신, 그것도 모자라서 사고가 일어난 뒤에 지문하나 닦지 않고 보관하는 살인 흉기까지.
더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과정이 말 몇 마디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마음속 깊이 감춰둔 두려움을 이겨버린 욕망 때문에, 그들 모두는 괜찮을 것이다. 아무 일 없을 것이다.라는 믿고 싶어 의심치 않는 거짓말을 스스로 주섬주섬 주워 입고 방패로 삼는다. 그러나 허술한 방패는 힘없이 찢겨 나갔고. 결국 MBTI가 모조리 P로 이뤄진 것 같은 엉망진창 강도단은 자신들의 카르마를 몸소 겪을 일만 남겨둔 채 덜덜 떨고 있을 뿐이었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이후에 영화는 [끝까지 간다]와 비슷한 길을 걷기 위해 박창민(조진웅)의 닮은 꼴인 승찬(박병은)의 존재를 부각한다. 주인공을 나쁜 놈에서 불쌍한 놈으로 만들기 위해서 더 나쁜 놈을 등장시키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려면 해당 레퍼런스처럼 주인공은 이 흑막이 먼저 저지른 사건에 휘말렸어야 하고 주인공의 잘못은 징계에서 끝나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얼렁뚱땅 강도단과 승찬의 목적은 단 하나로 동일했고, 이 것을 눈치챈 것인지 영화는 넘어서는 안 될 금기를 자신 있고 당당하게 침범하는 어리석은 방법을 선택한다.
바로 악인에게 서사는 없다.라는 암묵적인 룰을 깨버린 다는 것이다. 자신의 아이가 금전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목숨을 담보로 걸어야 하는 병에 걸렸다는 사연이 있다고 해서. 명득(정우)과 동혁(김대명)이 한 일이 덜 나쁜 짓으로 전락할 확률은 0에 가깝다. 심지어 동혁의 경우는 도박빚을 졌다는 설정인데 이 것이 과연 영화의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야 할 정당성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사진 출처:다음 영화영화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도 이 작품은 등장하는 인물들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다. 그렇기에 수사의 치밀함에 발을 동동 구른다거나 하기보다는 그들의 후회와 심정의 변화, 복합적인 상황에서 느끼는 괴리감등을 주로 보여준다. 그만큼 영화는 매우 단편적으로 흘러가고, 따라가기는 쉽지만 깊이를 느낄 수는 없다. 그러니 심리 싸움 자체에서도 칼자루를 빼앗긴 채 그저 눈으로만 훑는 작품으로 전락할 뿐이다.
강도단을 꾸리기 전, 형이 하면 나도 하겠다.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서로의 주먹으로 하이파이브를 할 일이 아니라 주먹으로 서로를 치거나 스스로를 쳤어야 했다.
하라는 수사는 안 하고 이런 거나 하고 있다니.
[이 글의 TMI]
1. 6월엔 재개봉 영화 풍년이라 글을 매우 많이 써야 할 듯
2. 외식메뉴로 햄버거밖에 고를 수 없는 이 헬창의 고충
3. 에어컨을 켜야 할 계절이 벌써 다가왔다니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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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스필버그가 처음 제작한 해적 애니매이션 영화 [영화리뷰/결말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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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은 여러분의 큰 힘입니다https://www.youtube.com/channel/UCNqd...
▼무비워크 먹여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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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라이 대 싸이코 / 변요한 신혜선 / 그녀가 죽었다 / 스토킹 범죄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그녀가 죽었다"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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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드림빌더>
내 꿈을 만드는 누군가가 있다?
모두가 잠든 밤,
상상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꿈의 세계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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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보이스> 메인 예고편
부산 건설현장 직원들을 상대로 걸려온 전화 한 통.
보이스피싱 전화로 인해 딸의 병원비부터 아파트 중도금까지,
당일 현장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 같은 돈을 잃게 된다.
현장작업반장인 전직형사 서준(변요한)은 가족과 동료들의 돈 30억을 되찾기 위해
보이스피싱 조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중국에 위치한 본거지 콜센터 잠입에 성공한 서준,
개인정보확보, 기획실 대본입고, 인출책 섭외, 환전소 작업, 대규모 콜센터까지!
체계적으로 조직화된 보이스피싱의 스케일에 놀라고,
그곳에서 피해자들의 희망과 공포를 파고드는 목소리의 주인공이자 기획실 총책 곽프로(김무열)를 드디어 마주한다.
그리고 그가 300억 규모의 새로운 총력전을 기획하는 것을 알게 되는데..
상상이상으로 치밀하게 조직화된 보이스피싱의 실체!
끝까지 쫓아 반드시 되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