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류산2024-06-13 08:50:25
오묘하게 맛난 영화
영화 <프렌치 수프> 리뷰
* 대략적인 줄거리 포함.
영화 <프렌치 수프>는 만화 원작을 바탕으로 미식의 세계를 그린 영화다. 연출은 베트남계 프랑스 영화감독 트란 안 홍이 맡았다. 트란 안 홍은 장편 데뷔작 <그린 파파야 향기>로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씨클로>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영화 <프렌치 수프>로 감독상을 받아 칸영화제에서 다시 한번 선택을 받았다.
영화는 사계절의 자연 속에서 음식을 만드는 <리틀 포레스트>처럼 음식이 만들어지는 주변 환경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채소가 가득한 정원, 요리에 쓰일 재료를 솜씨 좋게 채취하는 장면, 보랏빛으로 무성한 들꽃과 녹음이 우거진 아름다운 숲, 넘실대는 물살에 햇빛을 반사하며 흐르는 강물......
줄리엣 비노쉬(외제니 역)와 브누아 마지멜(도댕 역)은 각각 당대 최고의 요리사와 미식 연구가로 출연한다. “맛있고 좋은 요리를 발견하는 일은 새로운 별을 발견하는 일보다 인류에게 더 많은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음식을 향한 도댕의 자부심. 급이 다른 창의적인 음식을 만들기 위해 재료 준비부터 요리 과정까지 모든 절차를 섬세히 다루며 두 인물의 심리와 미묘한 관계를 영화는 세심하게 담아낸다.
20년간 최고의 요리를 함께 탄생시킨 외제니와 도댕. 그들은 함께 요리를 만들면서 서로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키워나갔다. 인생의 가을에 다다른 두 사람. 도댕은 기어이 외제니에게 청혼을 한다. “결혼은 코스 요리 중 디저트를 먼저 먹는 거와 같다.”라고 생각해서 그랬을까. 자유를 누리며 온전히 두 사람의 사랑이 깃든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즐기기 위해 외제니는 요리사가 아닌 아내가 되기를 거절한다.
그녀가 쓰러져 눕게 되자, 도댕은 오직 그녀만을 위한 요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도댕은 모든 정성으로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외제니에게 맛보게 하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고민하여 만든 최상의 음식은 지극한 사랑의 풀코스 선물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요리하는 행위는 달콤한 사랑의 언어보다 더 강렬한 시적 표현이었다.
실제 부부였고 칸 영화제에서 각각 남녀 주연상을 받은 두 사람의 연기 호흡과 존재감은 화면에 빨려 들어가게 했다. 다만, 대화 중에 나오는 19세기 후반의 갖가지 프랑스 요리나 다양한 와인 브랜드만으로 맛이나 향취를 상상하기 어려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책이나 원작인 만화로 보았으면 구글을 검색했으리라.
극장을 나서면서 영화의 원제가 ‘The Taste of Things’라는 게 가슴에 와닿았다. 사물, 혹은 인생의 맛이 달콤(sweet)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쓰라린(bitter) 고통을 주기도 하지 않는가. 두 남녀 주인공의 운명이 그랬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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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 20세기 폭스, 마브 스튜디오, 클라우디 프로덕션
배급사: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모션 픽처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장르: 액션, 스릴러
감독: 매튜 본
제작: 매튜 본, 데이빗 리드, 애덤 볼링
각본: 매튜 본, 칼 가이듀섹
원안: 매튜 본
출연진: 해리스 디킨슨, 레이프 파인스, 젬마 아터튼, 다니엘 브륄, 자이먼 혼수, 스탠리 투치 외
음악: 헨리 잭맨
개봉일자: 2020년 9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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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년 런던의 빈민가 라임하우스에서 세상을 발칵 뒤집은 끔찍한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언론사들이 이 사건의 반인륜적인 잔인함과 극악무도함에 대해 '골렘'의 소행이라고 연일 기사를 쏟아내는 가운데, 사건을 맡게 된 '킬데어' 경위(빌 나이)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극작가 '존 크리'가 사건과 연관이 있음을 직감하고 '골렘'의 흔적을 추적하며 점차 베일에 감춰진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 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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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본 대만 로맨스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나의 소녀시대’, ‘안녕, 나의 소녀’, ‘나의 청춘은 너의 것’까지 연달아 대만 하이틴 로맨스에서 매력적인 여주인공을 연기하며
자국의 인기는 물론, 국내에서도 첫사랑 이미지로 인지도를 쌓은 송운화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그 놈, 그녀를 만나다’로
승승장구하다 2014년 모종의 사건으로 잠시 자숙의 시간을 보내던 청춘스타 가진동이 함께 출연한
구파도 감독의 신작 대만 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리뷰입니다.
재미있게도 두 배우 모두 감독과 데뷔작으로 인연이 있는데, 가진동과는 대표작이기도 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서 연출과 각본을,
송운화와는 데뷔작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에서 각본(원작 소설)을 맡아 함께했었죠.
자신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했던 히트작 이후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구파도 감독과 청춘 로맨스라면 빠질 수 없는 두 사람,
그리고 구 감독이 직접 쓴 ‘월노’라는 베스트셀러 소설을 옮겼다기에 더욱 기다려졌던 작품입니다.
운 좋게 화요일 시사회를 통해서 미리 접할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복잡한 심경이라 이제서야 후기를 남깁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간단 줄거리
넌 1초면 충분해. 난 만년을 줄게
자기소개를 하는 전학생 소녀에게 한눈에 반해버린 소년, 별안간 자리에서 자신과 결혼해달라고 합니다.
황당한 고백에 거절한 소녀, 하지만 그 뒤로 소년의 정주행 직진 청혼은 이어지고,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 졸업, 대학 시절까지 가장 친한 친구로 성장합니다.
이제는 어엿한 청년이 된 샤오룬은 여전했고 하나뿐인 사랑 샤오미의 철벽 또한 그대로였지만,
긴 시간의 진심 때문인지 이제 마음을 받아들이기로 하죠. 하지만, 하늘의 장난일까요? 농구장에서 비를 피해 청혼을 하려던 순간,
갑작스럽게 떨어진 벼락을 맞고 샤오룬은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사고로 인해 기억을 잃은 채 저승으로 온 그, 환생 위해서 붉은 실로 커플 매칭에 성공해 업보를 씻어야 하는 월하노인 업무를 맡으며
억지로 파트너가 된 핑키와 찰떡 호흡으로 시험을 통과한 후 이승에서의 업무를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핑키의 도움으로 기억을 되찾기 위해 자신이 살던 동네로 가게 되는데...
예고편│ Trailer
원제 : 月老, 영제 : Till We Meet Again│감독·각본 : 구파도│원작 : 2001년 구파도 소설 月老 │
출연진 : 송운화, 가진동, 왕정 외 多│장르 : 드라마, 판타지, 로맨스│상영 시간 : 128분│개봉일 : 2022년 2월 9일│
국가 : 대만│등급 : 12세 관람가│평점 : 관람객 6.54, 네티즌 7.14, 기자·평론가 5.0, 왓챠피디아 2.9, IMDB 7.0│시청 가능 서비스 : 현재 극장 상영 중
# 보고나서...
월노가 다음 생에 우릴 안이어주면 어쩌지?
걱정 마, 내가 널 찾을게
처음 15분에서 20분가량은 당황스러운 장르의 전개로 내가 다른 걸 보러 온 것인가 착각이 들었지만,
반려견 아루의 등장과 함께 과거로 플래시백이 이루어지며 기대했던 인물들의 서사가 펼쳐져 다시금 몰입을 할 수 있었습니다.
두 주인공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로맨스 관계에 이해되게끔 해주는 부분으로
감독 특유의 만화 같은 오버액션과 개그는 존재했지만, 장면에 맞춘 OST가 적절히 녹아들어 감성을 촉촉이 적셔주었죠.
샤오룬의 쾌활하고 거침없는 성격과 더불어 순정적이며 순애보적 사랑은 관객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고,
똑똑하고 털털한 샤오미의 존재는 사랑스럽기 그지없으니
왜 이들이 대만 로맨스를 대표하는 스타인지 확인시켜주기에 충분한 케미를 보여주었습니다.
솔직히 클리셰적인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기대하게 만드는 감독의 연출과 장면들은 장난스럽지만 슬프기도 한 묘한 기분을 들게 만들었죠.
하지만, 악역 귀두성의 등장에서 스토리가 설득력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갑자기 나오는 잔인한 부분들로 인해 장르의 혼합이 이루어지는데
후반부 갈수록 전작 ‘몬몬몬 몬스터’의 호러 향기가 강해지면서 주가 될 줄 알았던 로맨스와 동떨어지게 됩니다.
만년 중에 1초면 충분하다는 말을 남기긴 했지만, 우리는 달콤하고 애절한 사랑을 보러 온 것인데
대만의 사후세계에 대한 생각이 더해진 ‘신과 함께’와 호러가 펼쳐지니 감정선이 뚝 끊기고 흐름이 이어지지 않게 됩니다.
여기에 과하게 많은 과거 회상은 이들의 간절한 마음을 보여주긴 하지만 온갖 장르가 뒤섞이다 보니 이것도 몰입감을 떨어뜨리게 되죠.
그럼에도 여자 주인공 송운화가 해맑게 웃는 얼굴을 보면 한없이 사랑에 빠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배우는 확실히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말이 절로 느껴지는 게 개연성이 삼천포로 빠지든 말든
그녀의 미소와 애틋한 마음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장면들에선 다시금 로맨스를 보러 왔음을 정신 차리게 만들어주거든요.
가진동 역시 개구쟁이이자, 순정남으로 분해 나름대로 선방해 주었는데,
혼합된 장르에서 본인들도 연기함에 있어서 분명 당황스러울 만도 했을텐데
둘의 애정신만큼은 기억에 남을만큼 작품에서 얼마나 존재감이 있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아시리라 봅니다.
반면, ‘반교: 디텐션’, ‘폭포’로 얼굴을 알린 왕정의 핑키는 솔직히 캐릭터 활용도가 떨어져서 메인이라기보다는 제3자 관찰자의 느낌이 강했네요.
물론, 흔히 생각하는 저승의 모습과는 달리 컴퓨터로 서류를 정리하고 바코드도 찍고 인생을 보여주는 것이
하나의 영상처럼 꾸며져 신선한 느낌이 있었고, 우리나라에도 인연을 맺어주는 월하노인이라는 존재를 통해
대만의 사후세계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염주라는 개념도 재미있었습니다.
선한 일을 많이 했을수록 흰색 구슬이 많아 환생할 수 있는 동물들이 다르다는 점과 가장 많은 선인이 고양이로 환생한다는 점도 흥미로웠고요.
그럼에도 로맨스를 기대하고 감상했었기에 갈 피를 못 잡는 스토리는 혼선을 줄 수 있었고
그 부분이 다수 분들에게 아쉬움으로 남았으리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과 배우들을 선호하신다면 관람을 추천드리지만, 단순히 사랑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한 번쯤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네요.
PS. 신과 함께를 보고 작품을 결심해서 그런지 영상에서 좀 느껴지네요. 쿠키는 하나 있어요.
지극히 개인적인 평점 : ★★◐☆☆
한 줄 평 : 호불호 강한 구파도식 판타지 호러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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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트이어의 이름만 남은 영화
버즈 라이트이어 (Lightyear , 2022)
"라이트이어의 이름만 남은 영화"
개봉일 : 2022.06.15.
등급 : 전체 관람가
장르 : 애니메이션, 액션, 모험
러닝타임 : 105분
감독 : 앤거스 맥클레인
출연 : 크리스 에반스, 타이카 와이티티, 피터 손
개인적인 평점 : 3.5/5
쿠키영상 : 3개
버즈 라이트이어 줄거리
우주 저 너머 운명을 건 미션, 무한한 모험이 시작된다!
미션 #1
나, 버즈 라이트이어.
인류 구원에 필요한 자원을 감지하고 현재 수많은 과학자들과 미지의 행성으로 향하고 있다.
이번 미션은 인류의 역사를 새롭게 쓸 것이라 확신한다.
미션 #2
잘못된 신호였다.
이곳은 삭막하고 거대한 외계 생물만이 살고 있는 폐허의 땅이다.
나의 실수로 모두가 이곳에 고립되고 말았다.
모두를 구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놔야 한다.
미션 #3
실수를 바로잡기 위한 탈출 미션을 위해 1년의 준비를 마쳤다.
어쩌다 한 팀이 된 정예 부대와 이 미션을 수행할 예정이다.
우주를 집어삼킬 ‘저그’와 대규모 로봇 군사의 위협이 계속되지만
나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
그런데… 여긴 또 어디지? 시간 속에 갇힌 건가?
To Infinity and Beyond!
용감히 우주를 누비는 우주탐사 대원 버즈 라이트이어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버즈 라이트이어>가 개봉했다. <토이스토리> 시리즈를 좋아하는 어른이로서, 그중에서도 버즈 라이트이어를 가장 좋아하는 덕후로서,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를 통해 마블에 처음 입문했던 덕후로서! 크리스 에반스가 연기하는 버즈 라이트이어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토이스토리>에서 어느 정도 손때가 탄 앤디의 장난감들 사이에 새롭게 등장한 버즈 라이트이어는 멋진 최신식 장난감이었고, 오래된 카우보이 인형 우디의 가장 좋은 파트너였으며 책임감과 용기가 넘치는 친구였다. 앤디는 버즈를 좋아했고, 나 또한 버즈를 정말 좋아했다. 지금은 공간 확보를 위해 장난감을 많이 정리했지만, 1-2년 전까지만 해도 색색깔의 버즈 피규어가 책장 한층을 모두 차지하고 있었을 만큼.
영화 <버즈 라이트이어>는 장난감 버즈 라이트이어의 이야기가 아닌 앤디가 본, 앤디가 좋아하는 캐릭터 버즈 라이트이어의 이야기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토이스토리> 속 버즈를 기대하고 영화를 본다면 약간 실망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정의롭고 책임감 있는 버즈의 모습이 닮긴 했지만, 당연하게도 토이스토리 시리즈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영화의 장점
<버즈 라이트이어>의 장점은 대략 버즈가 나온다는 것, 크리스 에반스가 버즈를 연기한다는 것, 시각적인 재미가 있다는 것 정도가 있겠다.
개인적으론 이 영화에 나오는 버즈를 통해 지구에 머물고 있는 장난감 버즈 라이트이어가 우주에선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저그와 버즈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항상 상상만 해오던 우주인 버즈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고 할까. <토이스토리 4> 이후로 왠지 다신 버즈를 만날 수 없을 것 같아 아쉬웠는데 그 아쉬움이 조금이나마 풀린 것 같다. 영화의 오프닝에 '앤디가 본 영화’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토이스토리 1>이 개봉한 당시(1995년)에 앤디가 본 영화라기엔 조금 괴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버즈니까!…
두 번째 장점은 크리스 에반스가 버즈를 연기한다는 것이다. 크리스 에반스의 연기력을 의심했던 건 아니지만 크리스가 얼마나 버즈와 어울릴지 궁금증 반, 의심 반…이었다고 할까? 하지만 처음으로 크리스의 목소리가 들어간 영상을 보고 그를 믿게 되었고, 캐릭터를 계속 보다 보니 크리스와 버즈가 서로 너무 닮아있어서 슬쩍 웃기기도 했다. 더빙은 정말 기대 이상으로 자연스럽고 훌륭했고, 이전 작품들에선 크게 느끼지 못했던 크리스 에반스의 목소리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시각적인 재미! 는 애니메이션의 명가로 불리는 픽사답게 볼거리가 많다. '우주’라는 무한한 소재를 100% 활용했다고 말하기엔 슬쩍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지만 작화의 디테일은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우주복과 삭스의 질감, 우주복 유리에 비치는 얼굴, 광활하게 펼쳐진 우주와 빛나는 별. 첫 관람을 커다란 스크린(용아맥)에서 했기 때문에 더 극적으로 느낀 걸 지도 모르겠지만, 눈이 지루할 틈은 없었다. 참고로 <버즈 라이트이어>는 확장비로 상영되는 화면(1.43:1)의 비율이 꽤 높으니 기회가 된다면 꼭 아이맥스관에서, 아니면 밝고 커다란 화면에서 보시길 추천한다.
아, 그리고 이를 제외하고 <버즈 라이트이어>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새로운 버즈의 파트너 삭스가 나온다는 점이다. 가장 귀엽고 가장 유능한 신스틸러… 이 영화를 보고 삭스에게 빠지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대했던 픽사 영화와의 거리감
픽사와 디즈니가 합병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팬들이 픽사 영화가 예전 같지 않다는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팬들은 픽사의 대표작 <토이스토리>와 <업>, <코코>, <인사이드 아웃>과 같은 영화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며 픽사에 대해 실망을 하면서도, 또 픽사라는 이름에 다시 기대를 걸며 픽사의 신작을 기다려왔다. 그래도 작년에 공개되었던 <루카> 같은 경우엔 꽤 괜찮은 픽사 영화라는 평을 많이 봤는데, <버즈 라이트이어>는 평이 영 좋지 않다. 물론 <버즈 라이트이어>가 훌륭한 퀄리티의 애니메이션 영화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이 영화엔 우리가 '픽사’라는 이름에 기대하는, 마음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없다.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명확하게 보이지만 그 과정이 다소 답답하기도 하고 너무 노골적이기도 하다. 이 부분은 전체 관람가라는 관람 등급을 감안해도 어딘가 아쉽다. 이 정도면 이제 이전의 픽사를 기대하기보단, 팬들이 스스로 '픽사’라는 이름에 기대하는 이미지를 바꿔야 할 차례가 아닐까 싶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미지의 행성에서 찾아가는 적절한 무게의 책임감
영화의 주인공 버즈는 인류 구원에 필요한 자원을 찾기 위해 새로운 행성으로 향한다. 그는 유능한 탐사대원으로 뛰어난 능력과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있다. 항상 자신의 능력을 믿고 최선을 다하던 버즈는 임무를 완료하기 위해 확신을 갖고 비행을 감행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가 생기고, 버즈를 포함한 탐사 대원과 동료들은 삭막해 보이는 행성에 고립된다. 버즈는 모든 것을 되돌려놓고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욕심과 책임감으로 시험 비행을 반복하고, 그의 동료들은 행성에 남아 새로운 삶을 꾸린다.
아무것도 없었던 삭막한 행성에 하나 둘, 건물과 기지가 만들어지고 동료들은 그곳에 적응하고 있지만 버즈는 여전히 나 혼자 짊어져야 할 과거의 실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버즈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탐사 대원이지만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르고 단 한 번의 실수를 되돌리기 위해 시험 비행을 반복한다.
60여 년의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임무를 완수하나 싶었는데, 저그의 등장으로 버즈의 계획은 또 한 번 틀어지고 만다. 방어벽 밖에서 함께 싸울 인력이라곤 앨리샤의 손녀인 이지와 훈련도 제대로 받아본 적 없는 모, 집행유예 중인 다비뿐이다. 어리바리한 신입의 실수 하나도 용납하지 않았던 깐깐한 버즈인데, 신입조차도 안 되는 팀원들과 함께하는 임무라니. 한숨이 푹푹 나온다.
버즈와 다르게 작전 경험도 없고, 전투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이지, 모, 다비는 얼렁뚱땅 어떻게든 버즈와 함께 발걸음을 맞춘다. 이들은 이마를 탁 짚게 만드는 실수를 하고, 일을 더 크게 벌리기도 하고, 타이밍을 잘 못 맞추는 부족한 팀원이지만 그 대신 버즈에게 작은 여유를 선물한다. 혼자서 임무를 완수하고, 모두를 구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에 시달리던 버즈는 팀원들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영화의 후반부에 들어선 직접 도움을 청하며 팀원들에게 의지하게 된다.
누구든 실수할 수 있다
우리는 이름값이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 특정 이름에 쌓인 이름값은 직접 쌓아온 명성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가족이라는, 가족이 쌓은 명성일 수도 있다. <버즈 라이트이어>에는 두 개의 유명한 이름이 있는데, 그건 바로 주인공 '라이트이어’와 '호손’이라는 이름(성)이다.
버즈는 라이트이어라는 이름에 유능한 탐사대원이라는 명성을 쌓았고, 앨리사는 호손이라는 이름에 훌륭한 사령관이라는 명성이 쌓았다. 버즈는 라이트이어 답게 실수 없이 임무를 완수하고 싶어 하고, 이지는 호손 답게 멋지게 적들과 맞서고 싶어 한다. 두 사람은 실수 하나에도 크게 절망하며 이 이름을 쓸 자격이 없다는 듯 우주복에 붙은 이름표를 뗀다. 하지만 누구든 실수를 할 수 있다. 업계의 저명한 인사여도, 전설로 남은 인물이라 해도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실수를 인정하고 흘려보내는 방법을 모르는 채로 명예와 지나간 실수에만 집착하다 보면 자신을 깎아먹을 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실수 한번 한적 없는 완벽한 명예를 바라던 나이 든 버즈(저그)가 잘못된 길로 들어선 것처럼 말이다. 실험 비행을 성공한 시점에서 이지와 모, 다비를 만나지 못한 저그는 팀원과 함께 위기를 헤쳐나갈 기회도, 위로를 받을 기회도 없었기에 실수에만 집착하다 결국 이기적인 빌런이 되어버린 게 아닐까.
얼렁뚱땅 굴러가는 완벽하지 않은 팀이지만 버즈는 이 팀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새로운 행성에 적응하는 데 성공한다. 실수를 만회하겠다며 무한한 우주를 붕붕 떠다니는 대신 마침내 땅에 발을 붙이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다.
쿠키 영상을 보면 아마도 이 얼렁뚱땅 우주 탐험대의 뒷 이야기가 더 있는 듯한데, 후속편이 진짜 제작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만일 제작된다면 버즈에 대한 의리로 한 번쯤은 더 볼 것 같다. 버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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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넷플릭스 신작
넷플릭스 2022년 4월!
신작 추천5편
안나라수마나라
버려진 유원지에 사는 마술사
힘겨운 현실 속에서 너무 빨리 어른이 돼버린 고등학생에게 마법 같은 위로를 건넨다
절망적인 현실이 사라지고 희망이 다시 샘솟는 특별한 마술이 시작되는데...
크리에이터: 김성윤, 김민정
출연: 지창욱, 최성은, 황인엽, 지혜원 등
장르: 웹툰 원작, 드라마, 뮤지컬
공개: 5월6일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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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성착취물을 제작하여 끔찍한 범죄를 일삼은 익명의 온라인 채팅방
그 운영자들을 끌어내리기 위한 추적
'N번방’ 사건을 맞닥뜨리게 된 기자, PD, 경찰 등
24명의 인터뷰를 통해 범죄의 실체를 밝혀나간다
감독: 최진성
장르: 다큐멘터리
공개: 5월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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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을 달려봐
대학 입학을 앞둔 여름,
미스터리한 소년 일라이를 만난 모범생 오든
밤마다 일라이와 함께 이곳저곳을 누비며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자유분방한 10대의 삶을 맛보게 되는데...
감독: 소피아 앨버레즈
출연: 에마 파사로, 벨몬트 카멜리, 케이트 보즈워스, 앤디 맥다월 등
장르:드라마, 로맨스, 도서원작
공개: 5월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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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캅스 인 파리: 더 테이크다운
절대 상극인 두 형사가 10년 만에 콤비가 된다
분열된 프랑스의 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수사를 위해
다시 손을 잡은 두 남자
그곳에 도사리던 거대한 음모와 만나게 되는데...
감독: 루이 르테리에
출연: 오마르 시, 로랑 라피트, 이지아 이즐랭 등
장르: 액션, 코미디
공개: 5월6일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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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릿
새 동네로 이사 온 말썽쟁이 소녀
야생마 한 마리와 친해진 소녀는 말타기 공연자였던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공통점을 발견하는데...
감독: 일레인 보건, 에니오 토레산
출연: 이사벨라 메르세드, 마세이 마틴, 매케나 그레이스, 월턴 고긴스, 안드레 브라우어 등
장르: 애니메이션
공개: 5월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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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끝날 일들에 대한 작은 낙관, <해피엔드>
그래서 음악 연구 동아리 친구들은 졸업 이후에도 만났을까, 아니 만나게 될 수 있을까. 코우(히다카 유키토)가 아타(하야시 유타)와 밍(시나 펭)에게는 “우리 가게에 가서 저녁을 먹자”고 제안했지만 유타(쿠리하라 하야토)에게는 애써 그 문장을 내뱉지 않았던 이유는 무얼까.
우리는 애써 알려고 하지 않아도 무언가 알게 되는 순간들을 마주한다. 인간관계에서도 그렇다. 친구 사이에서도 시간에 따라 자연스레 변화하는 미묘함을 우리는 분명히 느낀다. 그 감각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우리 마음에 스며든다. ‘이제 이 관계는 끝을 향해 가고 있다’라는 어렴풋한 감각은 우리가 그 관계를 언제든지 정리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기도 한다.
코우가 노란 보도블럭을 사이에 두고 유타에게 마지막 손길을 내밀지 못했던 것은, 어쩌면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우리의 관계가 완전히 소모됐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관계가 그 힘을 다했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더는 상대가 나에게 기대를 하고 있다는 생각조차도 접어두게 된다. 친구가 언제든지 내가 손을 내밀면 그 손을 다시 잡을 것이라는 희망을 묻어두게 된다.
우리는 그 일종의 ‘포기’와도 같은 감정을 유효하다고 할 수 있을까. <해피엔드>는 관계의 끝에서 생기는 감정에 관해 그다지 부정적인 평가를 시도하지는 않는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풀리기 시작한 관계의 실타래를 강제로 다시 엮으려는, 애써 추스르려는 마음보다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영화의 제목이 ‘해피엔드’인 이유도 어쩌면 그 마음에서부터 왔을지도 모른다. 그런 끝맺음이 ‘새드엔드’라고 생각하는 사람인 사람들이 많겠지만, 사실은 ‘해피엔드’일 것이라고.
네오 소라의 <해피엔드>는 이런 이유에서 ‘작별에 관한 낙관’을 보이는 작품이다. 우리는 결국 헤어질 인연이기에, 다시 볼 일이 언제 있을지 모르는 것이기에 서로에게 함부로 말하고 대해도 문제 될 일 없다는 사고를 경계한다. 오히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시절 인연’이래도, 서로에게 연대를 남기고 좋은 추억을 남기자는 인식을 보인다. 어쩌면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더 삶에 활기를 주고, 미래를 긍정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좋게 끝나는 것’은 언젠가 다시 돌아 만나게 될 우리를, 그 막연한 미래를 축복하는 일과 같을 테다. 그래서 후미(이노리 카라라)가 앞장서서 학교의 통제 시스템에 저항하는 것은 인상적인 부분이다. 후미가 선봉장이 돼 교장실 점거 농성을 벌일 때, 교장은 후미에게 묻는다. “어차피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너희의 일이 아니’게 되는데 왜 힘들여 이런 일을 벌이느냐”고. 결국, 그 저항의 이유는 ‘해피엔드’에 있는 것이다. 우리 세대에서 부조리한 규율과 통제를 끝내지 않으면 ‘행복하게 끝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해결되지 않은 찜찜한 마음은 현세대에 남고, 해결되지 않은 통제는 다음 세대가 해결할 몫이 된다. 이 마음은 앞서 말한 ‘포기와도 같은 감정’에 보이는 낙관적인 태도가 되기도 한다. 다음 세대가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를 포기하는 것일 테니까.
‘해피엔드’는 두 가지 방식의 형태와 의미가 있다. 지진으로부터의 안전을 빌미로 한, 사실상 ‘비상계엄 조치’인 긴급사태 조항 발령과 교내의 ‘판옵티’ 시스템 도입에 대한 저항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왜 저항하는가. 부조리하다고 생각되거나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느끼는 상황에 대해 저항할 의지는 어떤 마음에서 발현되는가. 나는 어쩌면 그 마음이 ‘저항의 효용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서 온다고 본다. 올곧은 저항은 언젠가 그 부조리한 규율을 성공적으로 밀어낼 수 있을 테니까. 일종의 미래를 향한 낙관이다.
다른 하나는 타인을 위한 낙관이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저항해야 하는가. 저항이 왜 효용을 가져야 하는가. 그 본질에는 이타적인 마음이 있다. 다른 이들이 저항하지 않더라도, 나만이 그 저항과 운동에 참여한다더라도 그 행위는 나 자신뿐만 아니라 함께 억압받을 이들의 훗날 행복을 위한 것이다. 그것이 끝으로부터 올 행복에 관한 낙관, 넘어서 타인을 위한 낙관이다. 투쟁하고 쟁취함으로써 찾아올 그 모두의 효용을 위한 것이다. 그래서 <해피엔드>의 인물들은 서로에게 연대한다. 그렇기에 코우, 후미와 함께 자습실로 이동하던 학급 친구들이, 학생 투표에서 교장의 차를 세운 사람이 자신임을 밝히는 유타가 해낸 일종의 연대의 행위들은 ‘나’를 넘어선 ‘모두’를 위한 것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두 의미를 모두 갖는 이야기들이 결국 우정으로 수렴되며 마무리된다. 한때는 함께 음악을 향한 꿈을 꾸면서 우정을 쌓아왔던 코우와 유타가, 졸업 이후에도 계속 함께하자고 했던 음악 연구 동아리 멤버들이 서서히 우정보다 자신의 삶과 새로운 지향점을 찾아 나간다. 이야기가 끝나면 그들의 관계도 끝날 것이다. 연극의 한 챕터가 막을 내리듯, 학창시절에서의 우정은 한동안 휴지기를 보내게 된다. 당연히 이 우정이 끝을 향해 간다는 데에서 속상하고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서로를 늘 그래왔듯 지지한다. 어느 순간부터 바라보는 곳이 달라진 우리를 그 자체로 바라보는 과정이 우리를 위한 길이니까. 저항하고 투쟁하는 친구의 곁에 서서 항상 도울 수는 없어도, 중요한 순간에 손을 포개어주는 일이 우리의 미래를 위한 길이니까.
끝난 우정이 영원히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가끔 생각날 것이고, “언제 한번 보자”라는 연락을 주고받을지도 모른다. 그 모든 추억과 그리움, 그 저변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한때의 연대를 위해 <해피엔드>의 인물들은 서로를 그 자체로 위해준다. 그래서 영화 초반부의 유타는 반대 방향으로 내려가는 코우에게 시답잖은 농담을 던지며 관심을 끌었겠지만, 영화 종반부에서는 각자의 방향을 굳이 미련 가지지 않은 채로 간다. 그게 정녕 우리의 끝이더라도, 완전히 끝나 돌아오지 않을 것은 아니라는 일종의 ‘해피엔드’이니까. 아타와 밍, 톰(아라지)에게도 애달픈 미련을 던지지 않았던 것도, 결국은 우리의 해피엔드와 다시 만나게 될 훗날의 순간이 있을 것을 믿는 서로 간의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해피엔드>는 일말의 낙관을 초점화하는 영화다. 미래를 바라보는 낙관과 우리를 바라보는 낙관이 합쳐진다. 우리 국가가 결국 서로를 위하는 길로 나아갈 것이라는, 우리 학교가 학생을 위하는 길로 나아갈 것이라는, 우리 관계가 서로를 위하는 길로 나아갈 것이라는 희망을 본다. 놀랍게도 우리는 그 낙관 덕에 살아가고, 그 희망 덕에 미래를 꿈꿀 수 있다. 형태는 작아도 그 의미는 국가적 규모를 넘어서 세계적 규모로까지 퍼질 희망의 메시지가 <해피엔드>에 있다. 네오 소라의 <해피엔드>는 그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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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수함의 이름으로 내리는 형벌
* <더 메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더 메뉴 (2022)
감독: 마크 미로드
출연: 랄프 파인즈, 안야 테일러 조이, 니콜라스 홀트
장르: 스릴러
상영시간: 107분
개봉일: 2022.12.07
순수함의 이름으로 내리는 형벌
참가비만 1250달러, 하루에 오직 12명의 고객만을 대접하는 외딴 섬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호손’. 그곳을이끄는 셰프 ‘슬로윅(랄프 파인스)’을 동경하던 미식가 ‘타일러(니콜라스 홀트)’는 연인 ‘마고(안야 테일러 조이)’와 함께 은밀하고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 초대받게 된다. ‘슬로윅’이 유명해지는데 일조한 음식 평론가, 레스토랑에는 크게 관심 없어 보이는 유명 배우, 호손의 단골손님과 사업가 친구 무리들 등 공통분모라고는 상류층이라는 것 밖에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특별한 코스 요리를 즐기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외딴 섬에서 함께 합숙하며 새벽부터 출근해서 밤까지 일하는 직원들은 ‘슬로윅’에게 충성을 바친 듯 일사분란하게 움직였고, ‘슬로윅’은 까탈스러운 고객들이 기대했던 음식들을 그만의 스토리와 함께 차례로 대접한다. 각자의 방식대로 음식을 즐기던 찰나 마치 하나의 쇼처럼 진행되는 코스 요리에는 섬뜩하거나 기이한 일들이 하나둘씩 동반되고, 레스토랑과 ‘슬로윅’ 셰프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순식간에 모두를 공포에 빠드린다.
시종일관 음침하고, 꺼림칙하며 극의 중반부부터는 소름이 돋는 순간의 연속이다.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과 천재 셰프라는 소재만으로 불쾌한 장면들과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생생하게 연출할 줄이야. 아무리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더라도 유능한 셰프가 아니라면 맛 좋은 요리를 만들 수 없는 것처럼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지 보다는 어떻게 요리하는 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영화 자체적으로도 증명해주는 듯하다. 외딴 섬의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마치 ‘미드 소마’ 같은 광기 어린 스릴러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은 퍽 신선했다. 하지만 맛이 궁금할 정도로 화려함을 수놓은 요리들과 호손 레스토랑의 셰프와 직원들이 조성하는 서스펜스는 극에 내포된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기도 했다.
호손 레스토랑의 음습한 코스 요리는 내면의 순수함을 잃어버린 사람들에 대한 감독과 ‘슬로윅’의 날카로운 일침과도 같다. 셰프는 자신의 음식을 맛보며 즐거워할 고객들을 생각하며 정성을 다해 요리하지만,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셰프로 이름을 날리기 위해서는 소수의 상류층 고객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춰야 하고 평론가들에게 깎이지 않기 위한 압박감을 견뎌야 한다. 그리고 성공한 셰프의 요리를 맛보러 온 돈 많은 고객들은 계급상의 특별함에 한껏 취해 권력을 뽐내려 하고, 음식의 흠을 찾기 위해 안달이 난 사람처럼 씹고 뜯으며 요리를 분석하려 든다. 일명 음식 평론가라는 사람은 자신의 글 몇 자에 문을 닫은 레스토랑이 수 십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이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는 셰프는 어느덧 요리하는 걸 순수하게 사랑했던 과거의 자신을 잊어버렸다.
‘슬로윅’은 자신의 순수성을 무너뜨린 사람들에게 날릴 마지막 일갈을 준비했다. 자신이 공들여 만든 요리가 무엇인지도 기억도 못하면서 열 번도 넘게 방문한 단골 손님, 요리라고는 할 줄도 모르면서 음식을 분석하는데 혈안이 된 남자, 권세에 취해 있는 음식 평론가와 같은 사람들은 그에게 있어 충분히 죽어 마땅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최대한으로 만족할 만한, 그리고 과오를 뼈저리게 느낄 만한 최후의 만찬을 준비했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맛을 평가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블랙 코미디가 따로 없다. 반면 완벽한 코스 요리를 완성하기 위해 죽임까지도 불사하는 ‘슬로윅’의 요리는 하나의 예술을 감상하는 듯하며 계급론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은 그가 단지 그럴싸한 비주얼로 포장할 줄만 아는 스타 셰프가 아님을 뒷받침한다. 그 중에서도 역사적으로 빈민들의 주식이었던 빵을 ‘보통(Common)’ 사람들이 아닌 손님들에겐 대접할 수 없다며 ‘빵 없는 곁들임’을 내놓고, 그 마저도 예술이라며 떠받드는 고객들의 태도는 실소를 불러일으킬 정도다.
하지만 완벽한 계획에도 언제나 변수가 발생하듯 ‘슬로윅’이 촘촘하게 짜 놓은 판에도 제멋대로 굴러가는 장기 말 하나가 상황을 뒤흔들어 놓는다. ‘타일러’가 데려온 ‘마고’는 원래 초대 받지 않았던 손님이고, 그에 대한 정보가 없던 ‘슬로윅’은 이 정체불명의 여성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잠깐 곤혹스러워 한다. 확실히 ‘마고’는 식당에 초대받은 상류층 사람들과는 다른 부류의 인물이다. 편하게 식사해야 할 공간을 긴장감과 섬뜩함으로 채우는 ‘슬로윅’에게 당당하게 불쾌함을 표출하고, 무지성으로 그를 추앙하는 ‘타일러’와 달리 원치 않는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는다. 이런 ‘마고’의 독단적인 행동을 보며 ‘슬로윅’은 그가 남들처럼 추악함으로 뒤덮인 인간이 아님을 곧바로 알아본다. 초대 받은 손님들의 운명은 이미 바뀔 수 없도록 정해져 있지만, 마치 생존게임 속 깍두기와도 같은 ‘마고’만큼은 유일하게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키를 쥐고 있었다. ‘슬로윅’의 집에 몰래 잠입해 그의 과거를 들여다 본 ‘마고’는 영리하게도 정통 치즈버거를 주문하며 그의 상실된 순수성을 일깨운다.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법한 주문에 잠시 당황했던 ‘슬로윅’도 치즈버거를 만드는 동안 눈시울이 살짝 붉어지며 과거 순수하게 음식을 사랑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 듯 하다. 고급진 코스 요리에 시종일관 인상을 찌푸렸던 ‘마고’는 그제서야 허기짐을 달랠 수 있었고, 패스트푸드라 할지라도 음식을 순수하게 즐길 줄 아는 그는 그곳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그 때문일까. 온갖 산해진미를 내놓았던 그 어떤 고급 코스 요리보다도 ‘마고’가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던 치즈버거가 가장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음식을 즐길 줄 모르고, 평가하고 분석하는데 꽂혀 있는 사람들을 향한 풍자는 곧 예술을 순수하게 즐기려 들지를 않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감독은 단지 가벼운 오락의 목적으로 영화를 만들었을 뿐인데, 눈에 불을 켜고 흠집을 찾아내고 구조를 해체하여 분석하는데 열중하는 시네필들은 언제나 순수함과는 가장 거리가 먼 태도로 작품을 대하기 때문이다. 물론 각자가 돈을 내고 소비를 한 것이기 때문에 음식이건 영화이건 평가를 하는 것도 그들의 자유다. 다만 분명 비평하는 자신의 모습에 도취되어 있는 사람들이 많고, 영화를 볼 줄 안다는 혹은 비싼 요리를 즐기며 서슴없이 유명 셰프의 음식을 평가할 수 있다는 일종의 과시 욕구를 누리고자 한다. 예술가들의 언저리에서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는 것도 이들이지만, 동시에 예술가들에게 가장 해로운 것 또한 그들이라는 모순적인 생태계를 거침 없이 돌려 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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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찰라와는 달랐던 슈리의 블랙 팬서
아수라장
오래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걸. 의지하고 있었다. 오빠가 세상을 떠났다. 슈리는 어느 때와 다름없는 큰 빈자리를 체감하고 있다. 오빠 트찰라는 한없이 다정한 사람이었다. 좋은 오빠였고 멘토였으며 훌륭한 국왕이었다. 그리고 둘도 없는 슈퍼히어로였다. 타노스와의 전투 이후에 병이 생겨 건강이 위독해진 것이 계기가 됐다. 온갖 방식으로 발달한 와칸다의 기술이었지만 트찰라의 병을 치료하는 건 불가능했다. 좌절하는 슈리. 블랙 팬서는 현재 공석이다.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에 왕이 두 명이나 세상을 떠났다. 빈자리인 국왕은 슈리의 어머니 라몬다가 통치하기로 했다. 갑작스러운 라몬다의 등장에 혼란스러운 와칸다. 와칸다에는 비브라늄이라는 특수 물질이 있다. 혼란스러운 와칸다를 공략해 비브라늄의 활용법에 제약을 두고 싶어 하지만 온 세상의 간섭을 피하는 건 사실 현실적으로 어렵다. UN 청문회장에 불려 나가 와칸다에 간섭하지 말라고 맞서는 라몬다. 내외적으로 빗발치는 침략 시도에 와칸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리고 어떤 날의 저녁에 이르렀다. 비브라늄 채굴선이 대서양에 갑자기 덩그러니 나타났다. 채굴선에서 두 사람이 배에서 내린다. 잠수복을 입고 비브라늄 근처로 다가가는 두 사람. 갑자기 두 사람의 연락이 끊긴다. 무슨 일이지? 두 사람과 교신하려뎐 채굴선. 채굴선은 군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이 채굴선에 정체불명의 굉음이 들려온다. 귀를 막는 채굴선 안의 사람들. 잠시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이 자기 발로 직접 바다에 빠진다. 끔찍한 광경. 채굴선의 책임자였던 두 사람은 헬기로 탈출 계획을 세운다. 헬기가 이륙해 공중에 떴다. 그런데 갑자기 무언가가 튀어 오르더니 헬기를 집어던져 바다에 빠트렸다. 수십 명이 바다에서 참혹하게 살해당한 것이다. 소식을 듣는 에버렛 로스. 와칸다와 직접 접촉해서 무슨 일이지 묻는다. 당연히 바다 위의 살인사건은 와칸다와 관련이 없다. 그럼 뭐가 문제지? 에버렛 로스와 슈리, 라몬다는 비브라늄을 갖고 대립을 벌이는 집단이 하나 더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집단의 위치는 땅 아래 바다였다. 터전인 발로칸에 비브라늄이 있었다. 그리고 그 나라의 수장 네이머는 터전을 지키기 위해 미국인 과학자, 리리 윌리엄스를 찾고 있었다. 와칸다와 네이머는 이 과학자의 거취, 그리고 나라를 지도하는 방향성에 대해 대립하며 전투를 벌인다. 과연 슈리와 라몬다는 와칸다를 지킬 수 있을까?
벌써 11월
올해 개봉한 세 번째 마블 영화다. 작년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의 두 번째 쿠키영상을 보고 '오오' 하던 때가 어느새 1년이 지났다. 5월에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마지막으로 이번 <블랙 팬서 : 와칸다 포에버>가 이번 22년을 장식한다. 사실 올해 마블의 타율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 저번 <토르 : 러브 앤 썬더>의 평가가 좀 많이 별로였다. 글쓴이의 기억 상으로 마블에서 '스피드 쿠폰' 같이 선착순 할인 이벤트를 연 적이 없다. 아마 <토르 : 러브 앤 썬더>가 처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에서도 알 수 있듯 마블의 타율은 솔직히 최근 들어서 많이 낮은 편이다. 체감상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이 없다. 특히 이 낮은 평가는 드라마에서 더 명확해진다. <미즈 마블>은 3화 보고 접었다. 왜냐하면 이 이 히어로가 다른 슈퍼히어로와의 차별성이 그렇게 안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드라마 <변호사 쉬헐크>는 초중반까지 쭉 잘 만들다가 엔딩에서 전부 부숴 버렸다. 내가 좋아하는 ‘데어데블’을 가볍게 만든 것 까지는 좋다. 그런데 엔딩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했던 주제 ‘헐크의 거취’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헛스윙이었다. 마블의 헛스윙은 왠지 글쓴이만 느끼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블랙 위도우>는 엔딩을 알고 영화를 본다는 한계, <샹치 : 텐 링즈의 전설>과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빌런의 존재감이 컸던 것, <토르 : 러브 앤 썬더>는 ‘뇌절’의 향연이었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완다비전>과 <로키> <문나이트> <호크아이>가 좋은 평을 받긴 했지만 이 드라마들이 마블의 악평을 덮어주지는 못했다.
이 정도면 괜찮았지
그도 그럴 것이 요즘의 MCU는 무엇을 목표로 생각하고 만드는지 잘 모르겠다.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는 스릴러와 전쟁영웅, 시간여행이라는 뚜렷한 키워드가 있었다. <아이언맨> 시리즈는 전쟁 무기 매출 업자의 개과천선이라는 것, <스파이더맨>은 소년 히어로 피터 파커의 성장담 등등. 잘하고 있던 굳이 반복시켜 지루하게 만드는 선택이나 ‘히어로를 조명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 건가’ 싶은 것들이 과거의 명성에 누가 되고 있다. 최근 <블랙 아담>에 대한 호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액션 신에서 더 락의 캐릭터를 잘 살릴 만큼 좋은 묘사가 들어갔다는 칭찬이 적지 않았다.
이런 지점에서 이 <블랙 팬서 : 와칸다 포에버>는 글쓴이의 생각에 선택과 집중이 잘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전면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포스터에서 대놓고 스포 하고 있듯) 슈리가 어떻게 블랙 팬서를 승계하냐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부터 트찰라를 떠나보낸 슈리의 감정연기에 힘을 주고 시작한다. 이 감정선은 진중한 영화의 톤에 힘이 실리며 엔딩부까지 이르러 진한 감정적인 여운을 남기는데 효과적이다. 이 처음부터 엔딩까지의 단적인 장면 연출뿐만 아니라 요소요소마다 슈리가 어떤 계기 때문에 블랙 팬서가 됐고, 네이머와의 차별점은 어느 지점에서 생기는가? 는 극에서 대놓고 임팩트를 주고 있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 전반적으로 유럽인들의 아프리카 침략에 대해 감독 라이언 쿠글러가 코멘트하는 듯한 느낌도 있다. 뾰족하게 다가오는 것이 없는 것 같았던 마블의 영화들과는 차이점이 있는 것이다. 훨씬 더 진중해진 느낌?
가볍지 않은 분위기
이 진중해진 분위기에는 슈리, 라몬다, 네이머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가 두드러진다. 물론 나머지 배우들도 연기는 다들 잘했지만 이 세 배우의 호연은 어마어마하다. 먼저 슈리 역을 맡은 레티샤 테이트는 깊은 감정연기를 보여줬다. 초반부 트찰라와의 이별 직전 받아들일 수 없어 애써 부정하는 모습을 기점 찍고 영화의 중심 서사인 슈리의 성장기를 무리 없이 전개한다. 이 인물에게 가장 중요했던 정서는 혼란과 분노다. 후자는 영화에서 후반부에 굉장히 중요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쓰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분노가 글쓴이 입장에서 선명하게 느꼈던 점은 레티샤 테이트가 감정연기를 능수능란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극에서 이 사람이 화를 내야 할 이유가 명확하니 이게 다른 블랙 팬서와의 차이점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초대 블랙 팬서의 부재라는 안타까운 상황에 누가 되지 않는 가볍지 않은 템포가 필요했다. 영화는 이를 슈리의 연기로 메꾼다. 혼란이라는 정서는 후반부의 분노와도 연관이 있다. 내가 블랙 팬서를 승계받아도 되는지. '미국인 과학자'를 어떻게 해야 할지. 와칸다는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 같은 실존적인 고민을 러닝타임 동안 반복하다 후반부에 감정을 터트린다.
또 슈리의 어머니 역을 맡은 라몬다의 연기도 훌륭했다. 라몬다는 사실 모순된 과제를 안고 있다. 평화를 유지하고 싶어 하면서 네이머는 견제한다. 혼자 남은 유일한 가족 슈리를 지키고 싶어 하지만 그녀가 블랙 팬서를 승계하길 원한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여러 역할과 갈등 사이에서 단단하게 버텨야 하는 라몬다. 단단하게 버틸 땐 믿음직스럽게,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무너져 내릴 때는 무너지는 감정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극에서 중후반부까지 굉장히 중요했던 인물 중 하나였다. 주요 터닝포인트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강약 조절의 능수능란함으로 러닝타임을 돌파한다. MCU의 조연들 중에서 이 영화의 라몬다를 기억할 분이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네이머 캐릭터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이 캐릭터가 영화화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은 극에서 중용될 것이며, 후에 어벤저스의 일원이 될 수도 있지만 뒤통수 칠 여지도 있다는 걸 캐릭터의 퍼포먼스로 보여준다. 액션 연기도 후술하겠지만 슈리 쪽이 아쉬운 부분이 큰 반면에 네이머의 전투는 시원시원한 맛이 있어 좋다. 상의 탈의한 캐릭터의 콘셉트도 이를 덧붙이는 좋은 설정이었다.
색다른 블랙 팬서
그러나 이러나저러나 해도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블랙 팬서'의 재해석이다. 영화 전반적으로 어떻게 그녀가 슈퍼히어로가 됐는지를 조명하고 있다. 이는 전 블랙 팬서 채드윅 보스먼이 맡았던 트찰라는 너무 숭고한 존재였다. 제모 남작이 아버지를 살해했지만 정작 남작을 죽이지는 않았다. 이는 인피니티 사가에서 캐릭터들이 맡았던 희생과도 연관이 있다. 아이언맨은 결국 버키의 행방을 끝까지 찾지 않았고, 캡틴 아메리카는 자기 삶을 포기해 전설적인 군인이 됐으며 토르는 아스가르드를 지키려다가 가족들을 잃었다. 블랙 위도우는 타노스를 제지하기 위해서 자기 목숨을 던졌다. 이런 맥락에서 트찰라가 왜 어벤저스의 일원이 됐는지를 설명하는 공통점이 됐다. 어찌 보면 다 비슷비슷한 사건 같은데 캐릭터만의 개성이 살았던 이유도 이런 섬세한 설정의 차이에서 온다고 생각했다.
인피니티 사가 이후 MCU는 다른 방식으로 히어로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블랙 팬서 : 와칸다 포에버>는 더 특별하다. 트찰라가 했던 희생을 어느 정도는 승계하며 반대 측면에서 슈리의 분노를 구석구석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 '블랙 팬서'의 차후 행보에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감정적으로 슈리가 어떤 상태인지 설명하는 영화의 수는 유효했다. 이 설명을 위해 전편의 설정을 갖고 오는데, 입체적인 캐릭터 설정을 위한 좋은 차용이었다고 생각한다. 네이머와의 공통점도 부각하면서 이를 뒤집는 반대 기능도 실현한다. 어느 정도는 '토니 스타크'가 생각나는 인물의 감정선이었다.
팥이 별로 없는 찐빵
그렇게 드라마를 잘 충족한 영화라고 생각했지만 당연히 단점은 있다. 영화에서 액션이 약하다는 것은 분명히 단점으로 작용할 것 같다. 드라마를 보고 가서 좋았다는 것은 글쓴이 입장이다. 기존에 마블(을 비롯한) 슈퍼히어로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분들 중 화려한 액션 연기를 기대하고 가시는 분이 많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게 장르적인 특성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주인공 슈리의 액션은 낙폭이 크다. 멋있을 땐 검은색의 색감과 함께 빠른 톤으로 액션을 보여준다. 이는 최후반부 가장 마지막 전투에서 두드러진다. 영화의 가치 중 1/5를 차지한다고 생각할 정도다. 얼핏 보면 이게 가능한가? 싶은 액션이 이 사람의 몸 쓰는 방식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이 영화 내내 이런 액션만 반복되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다. 하이라이트 신의 초반부, 어떤 장소에서 아크로바틱 하게 몸을 움직이며 전투를 한다. 여기서 몸은 유연한데 카메라는 그렇지 못하다. 이 각도에서 찍고 저 각도에서 찍어서 계속 흔들린다. 편집의 템포도 살짝씩 끊긴다. 이러다 보니 감독이 분명히 장르적인 특성을 부여하기 위해 액션 시퀀스를 넣었을 텐데 전투 신만 나오면 정신없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이는 슈리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코예와 와칸다 군인들에게도 성립하는 이야기다. <캡틴 아메리카>의 루소 형제가 이 액션을 맡았다면 훨씬 더 멋있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아쉬움은 '리리 윌리엄스'라는 캐릭터에게도 이어진다. 리리 윌리엄스가 등장하는 계기나 캐릭터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살짝 생각해보면 이 인물이 굉장한 트롤링을 하고 있다고 느껴지기 쉽다. 하지만 글쓴이는 리리에게 잘못이 없다고 본다. 가령 내가 우리가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다고 해보자. 내가 쓰는 글이 어느 나라 정부의 허점을 찌르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이걸 의도하고 쓸 수는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 불가능하다. 또 이 인물의 거취가 어떤 사람의 입장과 큰 관련이 있다는 부분은 절대 그냥 만든 점이 아닐 것이다. 이 인물관계는 또 다른 영화의 키워드인 '과거 유럽인들의 식민지배'와도 연관이 있으니 기능적으로 캐릭터를 설정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리리 윌리엄스'와 관련한 큰 단점은 슈트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난 모르겠다. 너무 전형적인 슈퍼히어로처럼 만들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인물이 슈트를 입고 하는 행동이 멋이 없다. 판은 잘 깔아줬는데 이상한 시각화 때문에 히어로의 이미지 전달에 어느 정도 손해를 보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사람이 왜 등장했는지는 기억에 남았는데 '아이언 하트'의 비주얼은 전혀 기억에 남지 않았다.
또 부분 부분 시각화에서 아쉬운 부분이 돋보인다. 위 문단과 마찬가지로 영화에서 시각화가 강점으로 작용한 부분은 있다. 바로 와칸다와 발로칸의 시각화다. 와칸다의 시각화는 이미 전작에서 묘사가 됐다. <블랙 팬서>와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에서 볼 수 있던 와칸다 묘사가 이번 영화에서 더 업그레이드된 채로 묘사된다. 와칸다는 문명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경한 나라다. 이를 섬세한 방식으로 빼놓지 않게 구현해서 슈리의 활동이 어색하지 않게 보여준다. 반대로 발로칸의 묘사도 훌륭했다. 해양 도시 발로칸. 바닷속에 생긴 왕국은 얼핏 보면 식상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왕관 묘사나 거기 사는 사람들의 집 터나 하나하나 사실적으로 설계를 짜서 구현한 티가 난다. <아바타> 시리즈의 네이티리 족이 사는 곳이 생각나는 묘사다. 물론 바다와 육지라는 공간적 배경이 대비되기는 하지만 익숙한 것에서 살짝만 틀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생길 것이다. 이 영화를 지루하다고 볼 분들은 많을 것이다. 어느 정도 그런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니까. 그런데 발로칸 묘사 하나만큼은 많은 분들의 머릿속에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전체적으로 파란색 톤으로 빼면서도 그 안에 있는 세부적인 장치들, 요소들을 주제적인 것과 잘 어울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시각화에서 아쉬운 것을 빼먹을 수 없다. 가령 슈리는 극에서 와칸다 산 비행기를 여러 번 탄다. 당연히 극에서 중요하게 쓰인다. 이 비행기를 탈 때 굉장히 어색하다. 잘 만들어진 긴장감이 깨질 정도다. 이는 많은 분들이 완성도로 지적할 만큼 조악하다. 또 초반부 트찰라가 사망하고 시체가 운구되는 신이 있다. 여기서도 트찰라의 관이 너무 지나치게 클로즈업되어있어서 이질감이 크다. 아이언 하트가 슈트를 입고 전투하는 신이 있다. 여기에 <아이언맨>의 삽입곡이 쓰이면서 토니 스타크를 오마주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슈트 퀄리티는 절망적이다. 영화를 보면서도 아이언맨을 좋아하는 분들이 불쾌하다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꼈다. 단순히 컴퓨터를 이용한 시각화만 문제인 건 아니다. 물리적으로도 구현할 수 있는 시각화도 아쉬웠다. 단 한 부분에서. 바로 슈리의 체형이다. 슈리가 너무 말랐다. 액션 할 때는 그게 티가 잘 안 나지만 와칸다를 지휘할 때는 단점이 두드러진다. 그래서 카리스마가 느껴지지 않는다. 라몬다나 트찰라, 음바쿠는 큰 체구로 보이는데 슈리는 그 반대다. 슈퍼파워가 없었다면 블랙 팬서 라고 느끼기 어려울 정도였다. 어느 정도 벌크업을 생각하고 영화를 찍을 수는 없었던 걸까? 감독의 선택에 아쉬움이 생긴다.
좋은 영화
아마 이 영화를 좋게 평가할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다. 최근 마블의 아쉬운 행보 속에서 국면전환을 시킬 만큼 잘 만든 영화는 아니기 때문이다.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액션이 부실하다는 건 또 다른 단점이 될 수밖에 없다. 드라마적으로 잘 만들었기 때문에 부분 부분 보이는 슬로우모션은 영화를 더더욱 아쉽게 만든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올해 개봉했던 마블의 영화들 중에서든 돋보이며 입체적인 슈퍼히어로가 나왔다는 점은 분명하게 주장(?)하고 싶다. 이 히어로는 우리가 알던 히어로들과는 아주 살짝 다르다. 또 시각화가 아쉽긴 하지만 강점으로 발현되는 부분은 엄청나다. <아바타 : 물의 길>을 앞두고 CG 맛보기를 하고 싶다면 이 영화도 좋은 선택이다. 아. 이 영화가 이렇게 아름다운 시각화를 보여주기 위해서 차용한 영화가 몇 편 있다. 글쓴이는 <문라이트>라고 생각했고 같이 갔던 일행은 <아바타>라고 느꼈다. 이 영화들에서 사용했던 연출이나 시각화가 마음에 들었다면 <블랙 팬서 : 와칸다 포에버>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또 영화에서 사회적인 문제를 다룬 방식도 마냥 깊지는 않았지만 옅지도 않았다는 문장을 쓰고 싶다. 페이즈 4가 되고 나서 개봉했던 마블 영화들 중에서는 가장 탄탄한 이야기를 구성한 느낌이다. 풍부한 이야기를 시도해서 하고 싶은 것을 전달하는 데에는 좋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는 그런 영화였다. 아. 쿠키 영상 엄청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꼭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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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 20세기 폭스, 마브 스튜디오, 클라우디 프로덕션
배급사: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모션 픽처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장르: 액션, 스릴러
감독: 매튜 본
제작: 매튜 본, 데이빗 리드, 애덤 볼링
각본: 매튜 본, 칼 가이듀섹
원안: 매튜 본
출연진: 해리스 디킨슨, 레이프 파인스, 젬마 아터튼, 다니엘 브륄, 자이먼 혼수, 스탠리 투치 외
음악: 헨리 잭맨
개봉일자: 2020년 9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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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함과 극악무도의 끝, '골렘'이 런던에 나타났다
1880년 런던의 빈민가 라임하우스에서 세상을 발칵 뒤집은 끔찍한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언론사들이 이 사건의 반인륜적인 잔인함과 극악무도함에 대해 '골렘'의 소행이라고 연일 기사를 쏟아내는 가운데, 사건을 맡게 된 '킬데어' 경위(빌 나이)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극작가 '존 크리'가 사건과 연관이 있음을 직감하고 '골렘'의 흔적을 추적하며 점차 베일에 감춰진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 지는데...
살육과 욕망의 무대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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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킬링 로맨스> 메인 예고편
YESSSS! 스껄하고 힙한 그 영화! 예고편의 새로운 바람을 불고 올 그 이름도 '죽여주는' [킬링 로맨스] 메인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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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본 대만 로맨스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나의 소녀시대’, ‘안녕, 나의 소녀’, ‘나의 청춘은 너의 것’까지 연달아 대만 하이틴 로맨스에서 매력적인 여주인공을 연기하며
자국의 인기는 물론, 국내에서도 첫사랑 이미지로 인지도를 쌓은 송운화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그 놈, 그녀를 만나다’로
승승장구하다 2014년 모종의 사건으로 잠시 자숙의 시간을 보내던 청춘스타 가진동이 함께 출연한
구파도 감독의 신작 대만 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리뷰입니다.
재미있게도 두 배우 모두 감독과 데뷔작으로 인연이 있는데, 가진동과는 대표작이기도 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서 연출과 각본을,
송운화와는 데뷔작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에서 각본(원작 소설)을 맡아 함께했었죠.
자신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했던 히트작 이후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구파도 감독과 청춘 로맨스라면 빠질 수 없는 두 사람,
그리고 구 감독이 직접 쓴 ‘월노’라는 베스트셀러 소설을 옮겼다기에 더욱 기다려졌던 작품입니다.
운 좋게 화요일 시사회를 통해서 미리 접할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복잡한 심경이라 이제서야 후기를 남깁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간단 줄거리
넌 1초면 충분해. 난 만년을 줄게
자기소개를 하는 전학생 소녀에게 한눈에 반해버린 소년, 별안간 자리에서 자신과 결혼해달라고 합니다.
황당한 고백에 거절한 소녀, 하지만 그 뒤로 소년의 정주행 직진 청혼은 이어지고,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 졸업, 대학 시절까지 가장 친한 친구로 성장합니다.
이제는 어엿한 청년이 된 샤오룬은 여전했고 하나뿐인 사랑 샤오미의 철벽 또한 그대로였지만,
긴 시간의 진심 때문인지 이제 마음을 받아들이기로 하죠. 하지만, 하늘의 장난일까요? 농구장에서 비를 피해 청혼을 하려던 순간,
갑작스럽게 떨어진 벼락을 맞고 샤오룬은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사고로 인해 기억을 잃은 채 저승으로 온 그, 환생 위해서 붉은 실로 커플 매칭에 성공해 업보를 씻어야 하는 월하노인 업무를 맡으며
억지로 파트너가 된 핑키와 찰떡 호흡으로 시험을 통과한 후 이승에서의 업무를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핑키의 도움으로 기억을 되찾기 위해 자신이 살던 동네로 가게 되는데...
예고편│ Trailer
원제 : 月老, 영제 : Till We Meet Again│감독·각본 : 구파도│원작 : 2001년 구파도 소설 月老 │
출연진 : 송운화, 가진동, 왕정 외 多│장르 : 드라마, 판타지, 로맨스│상영 시간 : 128분│개봉일 : 2022년 2월 9일│
국가 : 대만│등급 : 12세 관람가│평점 : 관람객 6.54, 네티즌 7.14, 기자·평론가 5.0, 왓챠피디아 2.9, IMDB 7.0│시청 가능 서비스 : 현재 극장 상영 중
# 보고나서...
월노가 다음 생에 우릴 안이어주면 어쩌지?
걱정 마, 내가 널 찾을게
처음 15분에서 20분가량은 당황스러운 장르의 전개로 내가 다른 걸 보러 온 것인가 착각이 들었지만,
반려견 아루의 등장과 함께 과거로 플래시백이 이루어지며 기대했던 인물들의 서사가 펼쳐져 다시금 몰입을 할 수 있었습니다.
두 주인공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로맨스 관계에 이해되게끔 해주는 부분으로
감독 특유의 만화 같은 오버액션과 개그는 존재했지만, 장면에 맞춘 OST가 적절히 녹아들어 감성을 촉촉이 적셔주었죠.
샤오룬의 쾌활하고 거침없는 성격과 더불어 순정적이며 순애보적 사랑은 관객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고,
똑똑하고 털털한 샤오미의 존재는 사랑스럽기 그지없으니
왜 이들이 대만 로맨스를 대표하는 스타인지 확인시켜주기에 충분한 케미를 보여주었습니다.
솔직히 클리셰적인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기대하게 만드는 감독의 연출과 장면들은 장난스럽지만 슬프기도 한 묘한 기분을 들게 만들었죠.
하지만, 악역 귀두성의 등장에서 스토리가 설득력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갑자기 나오는 잔인한 부분들로 인해 장르의 혼합이 이루어지는데
후반부 갈수록 전작 ‘몬몬몬 몬스터’의 호러 향기가 강해지면서 주가 될 줄 알았던 로맨스와 동떨어지게 됩니다.
만년 중에 1초면 충분하다는 말을 남기긴 했지만, 우리는 달콤하고 애절한 사랑을 보러 온 것인데
대만의 사후세계에 대한 생각이 더해진 ‘신과 함께’와 호러가 펼쳐지니 감정선이 뚝 끊기고 흐름이 이어지지 않게 됩니다.
여기에 과하게 많은 과거 회상은 이들의 간절한 마음을 보여주긴 하지만 온갖 장르가 뒤섞이다 보니 이것도 몰입감을 떨어뜨리게 되죠.
그럼에도 여자 주인공 송운화가 해맑게 웃는 얼굴을 보면 한없이 사랑에 빠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배우는 확실히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말이 절로 느껴지는 게 개연성이 삼천포로 빠지든 말든
그녀의 미소와 애틋한 마음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장면들에선 다시금 로맨스를 보러 왔음을 정신 차리게 만들어주거든요.
가진동 역시 개구쟁이이자, 순정남으로 분해 나름대로 선방해 주었는데,
혼합된 장르에서 본인들도 연기함에 있어서 분명 당황스러울 만도 했을텐데
둘의 애정신만큼은 기억에 남을만큼 작품에서 얼마나 존재감이 있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아시리라 봅니다.
반면, ‘반교: 디텐션’, ‘폭포’로 얼굴을 알린 왕정의 핑키는 솔직히 캐릭터 활용도가 떨어져서 메인이라기보다는 제3자 관찰자의 느낌이 강했네요.
물론, 흔히 생각하는 저승의 모습과는 달리 컴퓨터로 서류를 정리하고 바코드도 찍고 인생을 보여주는 것이
하나의 영상처럼 꾸며져 신선한 느낌이 있었고, 우리나라에도 인연을 맺어주는 월하노인이라는 존재를 통해
대만의 사후세계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염주라는 개념도 재미있었습니다.
선한 일을 많이 했을수록 흰색 구슬이 많아 환생할 수 있는 동물들이 다르다는 점과 가장 많은 선인이 고양이로 환생한다는 점도 흥미로웠고요.
그럼에도 로맨스를 기대하고 감상했었기에 갈 피를 못 잡는 스토리는 혼선을 줄 수 있었고
그 부분이 다수 분들에게 아쉬움으로 남았으리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과 배우들을 선호하신다면 관람을 추천드리지만, 단순히 사랑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한 번쯤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네요.
PS. 신과 함께를 보고 작품을 결심해서 그런지 영상에서 좀 느껴지네요. 쿠키는 하나 있어요.
지극히 개인적인 평점 : ★★◐☆☆
한 줄 평 : 호불호 강한 구파도식 판타지 호러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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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트이어의 이름만 남은 영화
버즈 라이트이어 (Lightyear , 2022)
"라이트이어의 이름만 남은 영화"
개봉일 : 2022.06.15.
등급 : 전체 관람가
장르 : 애니메이션, 액션, 모험
러닝타임 : 105분
감독 : 앤거스 맥클레인
출연 : 크리스 에반스, 타이카 와이티티, 피터 손
개인적인 평점 : 3.5/5
쿠키영상 : 3개
버즈 라이트이어 줄거리
우주 저 너머 운명을 건 미션, 무한한 모험이 시작된다!
미션 #1
나, 버즈 라이트이어.
인류 구원에 필요한 자원을 감지하고 현재 수많은 과학자들과 미지의 행성으로 향하고 있다.
이번 미션은 인류의 역사를 새롭게 쓸 것이라 확신한다.
미션 #2
잘못된 신호였다.
이곳은 삭막하고 거대한 외계 생물만이 살고 있는 폐허의 땅이다.
나의 실수로 모두가 이곳에 고립되고 말았다.
모두를 구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놔야 한다.
미션 #3
실수를 바로잡기 위한 탈출 미션을 위해 1년의 준비를 마쳤다.
어쩌다 한 팀이 된 정예 부대와 이 미션을 수행할 예정이다.
우주를 집어삼킬 ‘저그’와 대규모 로봇 군사의 위협이 계속되지만
나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
그런데… 여긴 또 어디지? 시간 속에 갇힌 건가?
To Infinity and Beyond!
용감히 우주를 누비는 우주탐사 대원 버즈 라이트이어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버즈 라이트이어>가 개봉했다. <토이스토리> 시리즈를 좋아하는 어른이로서, 그중에서도 버즈 라이트이어를 가장 좋아하는 덕후로서,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를 통해 마블에 처음 입문했던 덕후로서! 크리스 에반스가 연기하는 버즈 라이트이어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토이스토리>에서 어느 정도 손때가 탄 앤디의 장난감들 사이에 새롭게 등장한 버즈 라이트이어는 멋진 최신식 장난감이었고, 오래된 카우보이 인형 우디의 가장 좋은 파트너였으며 책임감과 용기가 넘치는 친구였다. 앤디는 버즈를 좋아했고, 나 또한 버즈를 정말 좋아했다. 지금은 공간 확보를 위해 장난감을 많이 정리했지만, 1-2년 전까지만 해도 색색깔의 버즈 피규어가 책장 한층을 모두 차지하고 있었을 만큼.
영화 <버즈 라이트이어>는 장난감 버즈 라이트이어의 이야기가 아닌 앤디가 본, 앤디가 좋아하는 캐릭터 버즈 라이트이어의 이야기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토이스토리> 속 버즈를 기대하고 영화를 본다면 약간 실망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정의롭고 책임감 있는 버즈의 모습이 닮긴 했지만, 당연하게도 토이스토리 시리즈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영화의 장점
<버즈 라이트이어>의 장점은 대략 버즈가 나온다는 것, 크리스 에반스가 버즈를 연기한다는 것, 시각적인 재미가 있다는 것 정도가 있겠다.
개인적으론 이 영화에 나오는 버즈를 통해 지구에 머물고 있는 장난감 버즈 라이트이어가 우주에선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저그와 버즈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항상 상상만 해오던 우주인 버즈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고 할까. <토이스토리 4> 이후로 왠지 다신 버즈를 만날 수 없을 것 같아 아쉬웠는데 그 아쉬움이 조금이나마 풀린 것 같다. 영화의 오프닝에 '앤디가 본 영화’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토이스토리 1>이 개봉한 당시(1995년)에 앤디가 본 영화라기엔 조금 괴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버즈니까!…
두 번째 장점은 크리스 에반스가 버즈를 연기한다는 것이다. 크리스 에반스의 연기력을 의심했던 건 아니지만 크리스가 얼마나 버즈와 어울릴지 궁금증 반, 의심 반…이었다고 할까? 하지만 처음으로 크리스의 목소리가 들어간 영상을 보고 그를 믿게 되었고, 캐릭터를 계속 보다 보니 크리스와 버즈가 서로 너무 닮아있어서 슬쩍 웃기기도 했다. 더빙은 정말 기대 이상으로 자연스럽고 훌륭했고, 이전 작품들에선 크게 느끼지 못했던 크리스 에반스의 목소리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시각적인 재미! 는 애니메이션의 명가로 불리는 픽사답게 볼거리가 많다. '우주’라는 무한한 소재를 100% 활용했다고 말하기엔 슬쩍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지만 작화의 디테일은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우주복과 삭스의 질감, 우주복 유리에 비치는 얼굴, 광활하게 펼쳐진 우주와 빛나는 별. 첫 관람을 커다란 스크린(용아맥)에서 했기 때문에 더 극적으로 느낀 걸 지도 모르겠지만, 눈이 지루할 틈은 없었다. 참고로 <버즈 라이트이어>는 확장비로 상영되는 화면(1.43:1)의 비율이 꽤 높으니 기회가 된다면 꼭 아이맥스관에서, 아니면 밝고 커다란 화면에서 보시길 추천한다.
아, 그리고 이를 제외하고 <버즈 라이트이어>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새로운 버즈의 파트너 삭스가 나온다는 점이다. 가장 귀엽고 가장 유능한 신스틸러… 이 영화를 보고 삭스에게 빠지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대했던 픽사 영화와의 거리감
픽사와 디즈니가 합병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팬들이 픽사 영화가 예전 같지 않다는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팬들은 픽사의 대표작 <토이스토리>와 <업>, <코코>, <인사이드 아웃>과 같은 영화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며 픽사에 대해 실망을 하면서도, 또 픽사라는 이름에 다시 기대를 걸며 픽사의 신작을 기다려왔다. 그래도 작년에 공개되었던 <루카> 같은 경우엔 꽤 괜찮은 픽사 영화라는 평을 많이 봤는데, <버즈 라이트이어>는 평이 영 좋지 않다. 물론 <버즈 라이트이어>가 훌륭한 퀄리티의 애니메이션 영화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이 영화엔 우리가 '픽사’라는 이름에 기대하는, 마음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없다.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명확하게 보이지만 그 과정이 다소 답답하기도 하고 너무 노골적이기도 하다. 이 부분은 전체 관람가라는 관람 등급을 감안해도 어딘가 아쉽다. 이 정도면 이제 이전의 픽사를 기대하기보단, 팬들이 스스로 '픽사’라는 이름에 기대하는 이미지를 바꿔야 할 차례가 아닐까 싶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미지의 행성에서 찾아가는 적절한 무게의 책임감
영화의 주인공 버즈는 인류 구원에 필요한 자원을 찾기 위해 새로운 행성으로 향한다. 그는 유능한 탐사대원으로 뛰어난 능력과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있다. 항상 자신의 능력을 믿고 최선을 다하던 버즈는 임무를 완료하기 위해 확신을 갖고 비행을 감행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가 생기고, 버즈를 포함한 탐사 대원과 동료들은 삭막해 보이는 행성에 고립된다. 버즈는 모든 것을 되돌려놓고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욕심과 책임감으로 시험 비행을 반복하고, 그의 동료들은 행성에 남아 새로운 삶을 꾸린다.
아무것도 없었던 삭막한 행성에 하나 둘, 건물과 기지가 만들어지고 동료들은 그곳에 적응하고 있지만 버즈는 여전히 나 혼자 짊어져야 할 과거의 실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버즈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탐사 대원이지만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르고 단 한 번의 실수를 되돌리기 위해 시험 비행을 반복한다.
60여 년의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임무를 완수하나 싶었는데, 저그의 등장으로 버즈의 계획은 또 한 번 틀어지고 만다. 방어벽 밖에서 함께 싸울 인력이라곤 앨리샤의 손녀인 이지와 훈련도 제대로 받아본 적 없는 모, 집행유예 중인 다비뿐이다. 어리바리한 신입의 실수 하나도 용납하지 않았던 깐깐한 버즈인데, 신입조차도 안 되는 팀원들과 함께하는 임무라니. 한숨이 푹푹 나온다.
버즈와 다르게 작전 경험도 없고, 전투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이지, 모, 다비는 얼렁뚱땅 어떻게든 버즈와 함께 발걸음을 맞춘다. 이들은 이마를 탁 짚게 만드는 실수를 하고, 일을 더 크게 벌리기도 하고, 타이밍을 잘 못 맞추는 부족한 팀원이지만 그 대신 버즈에게 작은 여유를 선물한다. 혼자서 임무를 완수하고, 모두를 구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에 시달리던 버즈는 팀원들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영화의 후반부에 들어선 직접 도움을 청하며 팀원들에게 의지하게 된다.
누구든 실수할 수 있다
우리는 이름값이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 특정 이름에 쌓인 이름값은 직접 쌓아온 명성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가족이라는, 가족이 쌓은 명성일 수도 있다. <버즈 라이트이어>에는 두 개의 유명한 이름이 있는데, 그건 바로 주인공 '라이트이어’와 '호손’이라는 이름(성)이다.
버즈는 라이트이어라는 이름에 유능한 탐사대원이라는 명성을 쌓았고, 앨리사는 호손이라는 이름에 훌륭한 사령관이라는 명성이 쌓았다. 버즈는 라이트이어 답게 실수 없이 임무를 완수하고 싶어 하고, 이지는 호손 답게 멋지게 적들과 맞서고 싶어 한다. 두 사람은 실수 하나에도 크게 절망하며 이 이름을 쓸 자격이 없다는 듯 우주복에 붙은 이름표를 뗀다. 하지만 누구든 실수를 할 수 있다. 업계의 저명한 인사여도, 전설로 남은 인물이라 해도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실수를 인정하고 흘려보내는 방법을 모르는 채로 명예와 지나간 실수에만 집착하다 보면 자신을 깎아먹을 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실수 한번 한적 없는 완벽한 명예를 바라던 나이 든 버즈(저그)가 잘못된 길로 들어선 것처럼 말이다. 실험 비행을 성공한 시점에서 이지와 모, 다비를 만나지 못한 저그는 팀원과 함께 위기를 헤쳐나갈 기회도, 위로를 받을 기회도 없었기에 실수에만 집착하다 결국 이기적인 빌런이 되어버린 게 아닐까.
얼렁뚱땅 굴러가는 완벽하지 않은 팀이지만 버즈는 이 팀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새로운 행성에 적응하는 데 성공한다. 실수를 만회하겠다며 무한한 우주를 붕붕 떠다니는 대신 마침내 땅에 발을 붙이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다.
쿠키 영상을 보면 아마도 이 얼렁뚱땅 우주 탐험대의 뒷 이야기가 더 있는 듯한데, 후속편이 진짜 제작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만일 제작된다면 버즈에 대한 의리로 한 번쯤은 더 볼 것 같다. 버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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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넷플릭스 신작
넷플릭스 2022년 4월!
신작 추천5편
안나라수마나라
버려진 유원지에 사는 마술사
힘겨운 현실 속에서 너무 빨리 어른이 돼버린 고등학생에게 마법 같은 위로를 건넨다
절망적인 현실이 사라지고 희망이 다시 샘솟는 특별한 마술이 시작되는데...
크리에이터: 김성윤, 김민정
출연: 지창욱, 최성은, 황인엽, 지혜원 등
장르: 웹툰 원작, 드라마, 뮤지컬
공개: 5월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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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성착취물을 제작하여 끔찍한 범죄를 일삼은 익명의 온라인 채팅방
그 운영자들을 끌어내리기 위한 추적
'N번방’ 사건을 맞닥뜨리게 된 기자, PD, 경찰 등
24명의 인터뷰를 통해 범죄의 실체를 밝혀나간다
감독: 최진성
장르: 다큐멘터리
공개: 5월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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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을 달려봐
대학 입학을 앞둔 여름,
미스터리한 소년 일라이를 만난 모범생 오든
밤마다 일라이와 함께 이곳저곳을 누비며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자유분방한 10대의 삶을 맛보게 되는데...
감독: 소피아 앨버레즈
출연: 에마 파사로, 벨몬트 카멜리, 케이트 보즈워스, 앤디 맥다월 등
장르:드라마, 로맨스, 도서원작
공개: 5월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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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캅스 인 파리: 더 테이크다운
절대 상극인 두 형사가 10년 만에 콤비가 된다
분열된 프랑스의 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수사를 위해
다시 손을 잡은 두 남자
그곳에 도사리던 거대한 음모와 만나게 되는데...
감독: 루이 르테리에
출연: 오마르 시, 로랑 라피트, 이지아 이즐랭 등
장르: 액션, 코미디
공개: 5월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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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릿
새 동네로 이사 온 말썽쟁이 소녀
야생마 한 마리와 친해진 소녀는 말타기 공연자였던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공통점을 발견하는데...
감독: 일레인 보건, 에니오 토레산
출연: 이사벨라 메르세드, 마세이 마틴, 매케나 그레이스, 월턴 고긴스, 안드레 브라우어 등
장르: 애니메이션
공개: 5월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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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끝날 일들에 대한 작은 낙관, <해피엔드>
그래서 음악 연구 동아리 친구들은 졸업 이후에도 만났을까, 아니 만나게 될 수 있을까. 코우(히다카 유키토)가 아타(하야시 유타)와 밍(시나 펭)에게는 “우리 가게에 가서 저녁을 먹자”고 제안했지만 유타(쿠리하라 하야토)에게는 애써 그 문장을 내뱉지 않았던 이유는 무얼까.
우리는 애써 알려고 하지 않아도 무언가 알게 되는 순간들을 마주한다. 인간관계에서도 그렇다. 친구 사이에서도 시간에 따라 자연스레 변화하는 미묘함을 우리는 분명히 느낀다. 그 감각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우리 마음에 스며든다. ‘이제 이 관계는 끝을 향해 가고 있다’라는 어렴풋한 감각은 우리가 그 관계를 언제든지 정리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기도 한다.
코우가 노란 보도블럭을 사이에 두고 유타에게 마지막 손길을 내밀지 못했던 것은, 어쩌면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우리의 관계가 완전히 소모됐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관계가 그 힘을 다했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더는 상대가 나에게 기대를 하고 있다는 생각조차도 접어두게 된다. 친구가 언제든지 내가 손을 내밀면 그 손을 다시 잡을 것이라는 희망을 묻어두게 된다.
우리는 그 일종의 ‘포기’와도 같은 감정을 유효하다고 할 수 있을까. <해피엔드>는 관계의 끝에서 생기는 감정에 관해 그다지 부정적인 평가를 시도하지는 않는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풀리기 시작한 관계의 실타래를 강제로 다시 엮으려는, 애써 추스르려는 마음보다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영화의 제목이 ‘해피엔드’인 이유도 어쩌면 그 마음에서부터 왔을지도 모른다. 그런 끝맺음이 ‘새드엔드’라고 생각하는 사람인 사람들이 많겠지만, 사실은 ‘해피엔드’일 것이라고.
네오 소라의 <해피엔드>는 이런 이유에서 ‘작별에 관한 낙관’을 보이는 작품이다. 우리는 결국 헤어질 인연이기에, 다시 볼 일이 언제 있을지 모르는 것이기에 서로에게 함부로 말하고 대해도 문제 될 일 없다는 사고를 경계한다. 오히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시절 인연’이래도, 서로에게 연대를 남기고 좋은 추억을 남기자는 인식을 보인다. 어쩌면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더 삶에 활기를 주고, 미래를 긍정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좋게 끝나는 것’은 언젠가 다시 돌아 만나게 될 우리를, 그 막연한 미래를 축복하는 일과 같을 테다. 그래서 후미(이노리 카라라)가 앞장서서 학교의 통제 시스템에 저항하는 것은 인상적인 부분이다. 후미가 선봉장이 돼 교장실 점거 농성을 벌일 때, 교장은 후미에게 묻는다. “어차피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너희의 일이 아니’게 되는데 왜 힘들여 이런 일을 벌이느냐”고. 결국, 그 저항의 이유는 ‘해피엔드’에 있는 것이다. 우리 세대에서 부조리한 규율과 통제를 끝내지 않으면 ‘행복하게 끝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해결되지 않은 찜찜한 마음은 현세대에 남고, 해결되지 않은 통제는 다음 세대가 해결할 몫이 된다. 이 마음은 앞서 말한 ‘포기와도 같은 감정’에 보이는 낙관적인 태도가 되기도 한다. 다음 세대가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를 포기하는 것일 테니까.
‘해피엔드’는 두 가지 방식의 형태와 의미가 있다. 지진으로부터의 안전을 빌미로 한, 사실상 ‘비상계엄 조치’인 긴급사태 조항 발령과 교내의 ‘판옵티’ 시스템 도입에 대한 저항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왜 저항하는가. 부조리하다고 생각되거나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느끼는 상황에 대해 저항할 의지는 어떤 마음에서 발현되는가. 나는 어쩌면 그 마음이 ‘저항의 효용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서 온다고 본다. 올곧은 저항은 언젠가 그 부조리한 규율을 성공적으로 밀어낼 수 있을 테니까. 일종의 미래를 향한 낙관이다.
다른 하나는 타인을 위한 낙관이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저항해야 하는가. 저항이 왜 효용을 가져야 하는가. 그 본질에는 이타적인 마음이 있다. 다른 이들이 저항하지 않더라도, 나만이 그 저항과 운동에 참여한다더라도 그 행위는 나 자신뿐만 아니라 함께 억압받을 이들의 훗날 행복을 위한 것이다. 그것이 끝으로부터 올 행복에 관한 낙관, 넘어서 타인을 위한 낙관이다. 투쟁하고 쟁취함으로써 찾아올 그 모두의 효용을 위한 것이다. 그래서 <해피엔드>의 인물들은 서로에게 연대한다. 그렇기에 코우, 후미와 함께 자습실로 이동하던 학급 친구들이, 학생 투표에서 교장의 차를 세운 사람이 자신임을 밝히는 유타가 해낸 일종의 연대의 행위들은 ‘나’를 넘어선 ‘모두’를 위한 것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두 의미를 모두 갖는 이야기들이 결국 우정으로 수렴되며 마무리된다. 한때는 함께 음악을 향한 꿈을 꾸면서 우정을 쌓아왔던 코우와 유타가, 졸업 이후에도 계속 함께하자고 했던 음악 연구 동아리 멤버들이 서서히 우정보다 자신의 삶과 새로운 지향점을 찾아 나간다. 이야기가 끝나면 그들의 관계도 끝날 것이다. 연극의 한 챕터가 막을 내리듯, 학창시절에서의 우정은 한동안 휴지기를 보내게 된다. 당연히 이 우정이 끝을 향해 간다는 데에서 속상하고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서로를 늘 그래왔듯 지지한다. 어느 순간부터 바라보는 곳이 달라진 우리를 그 자체로 바라보는 과정이 우리를 위한 길이니까. 저항하고 투쟁하는 친구의 곁에 서서 항상 도울 수는 없어도, 중요한 순간에 손을 포개어주는 일이 우리의 미래를 위한 길이니까.
끝난 우정이 영원히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가끔 생각날 것이고, “언제 한번 보자”라는 연락을 주고받을지도 모른다. 그 모든 추억과 그리움, 그 저변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한때의 연대를 위해 <해피엔드>의 인물들은 서로를 그 자체로 위해준다. 그래서 영화 초반부의 유타는 반대 방향으로 내려가는 코우에게 시답잖은 농담을 던지며 관심을 끌었겠지만, 영화 종반부에서는 각자의 방향을 굳이 미련 가지지 않은 채로 간다. 그게 정녕 우리의 끝이더라도, 완전히 끝나 돌아오지 않을 것은 아니라는 일종의 ‘해피엔드’이니까. 아타와 밍, 톰(아라지)에게도 애달픈 미련을 던지지 않았던 것도, 결국은 우리의 해피엔드와 다시 만나게 될 훗날의 순간이 있을 것을 믿는 서로 간의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해피엔드>는 일말의 낙관을 초점화하는 영화다. 미래를 바라보는 낙관과 우리를 바라보는 낙관이 합쳐진다. 우리 국가가 결국 서로를 위하는 길로 나아갈 것이라는, 우리 학교가 학생을 위하는 길로 나아갈 것이라는, 우리 관계가 서로를 위하는 길로 나아갈 것이라는 희망을 본다. 놀랍게도 우리는 그 낙관 덕에 살아가고, 그 희망 덕에 미래를 꿈꿀 수 있다. 형태는 작아도 그 의미는 국가적 규모를 넘어서 세계적 규모로까지 퍼질 희망의 메시지가 <해피엔드>에 있다. 네오 소라의 <해피엔드>는 그런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