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5-30 16:59:12
영화제 휩쓴 NEON 작품 모음
"황금종려상이 궁금하면 네온을 보라"
칸 영화제를 휩쓴 미국의 중소 영화 제작 배급사 [네온]
<기생충>을 기점으로 연속 5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는데요.
"황금종려상이 궁금하면 네온을 보라"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죠.
남성과 여성의 성별관을 뒤집는 충격적인 요소가 상당히
많은 <티탄>부터 대중과 평단을 모두 사로잡은 기념비적인 걸작
<기생충>까지 다양한 영화들을 제작 배급해오고 있는데요.
중소배급사의 기적, 네온의 화제작들을 같이 만나보아요.
경계선
출입국 세관 직원인 '티나'는 후각으로 감정을 읽을 수 있는 기묘한 능력과 남들과는 조금 다른 외모로 세상과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 앞에 수상한 짐을 가득 든 남자 '보레'가 나타나고, 그는 '티나' 자신도 몰랐던 그녀의 특별한 모습을 일깨워주기 시작하는데…
추락의 해부
남편의 추락사로 한순간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명 작가 ‘산드라’. 유일한 목격자는 시각장애가 있는 아들과 안내견뿐. 단순한 사고였을까? 아니면 우발적 자살 혹은 의도된 살인? 사건의 전말을 해부해 가는 제76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슬픔의 삼각형
호화 크루즈에 #협찬 으로 승선한 인플루언서 모델 커플. 각양각색의 부자들과 휴가를 즐기던 사이, 뜻밖의 사건으로 배가 전복되고 8명만이 간신히 무인도에 도착한다. 할 줄 아는 거라곤 구조 대기뿐인 사람들… 이때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여기선 내가 캡틴입니다. 자, 내가 누구라고요?”
티탄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뇌에 티타늄을 심고 살아가던 여성이 기이한 욕망에 사로잡혀 일련의 사건에 휘말리다 10년 전 실종된 아들을 찾던 슬픈 아버지와 조우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
낸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전설적인 사진작가 낸 골딘의 삶, 예술, 투쟁, 그리고 생존 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사진은 나의 유일한 언어였다. 나는 생생하게 반짝이는 뉴욕에서 죽어가는 친구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포착했고, 있는 그대로의 내 얼굴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이제는 내 모든 명성을 걸고 거대 제약회사에 맞서 싸운다. 생존과 투쟁의 기록이 담긴 나의 일기장을 당신에게 펼쳐 보인다.
쁘띠마망
외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엄마 ‘마리옹’과 함께 시골집으로 내려온 ‘넬리’. 어린시절 엄마의 추억이 깃든 그곳에서 ‘넬리’는 엄마와 이름이 같은 동갑내기 ‘마리옹’을 만나게 된다. 단숨에 서로에게 친밀함을 느끼는 ‘넬리’와 ‘마리옹’! 하지만 ‘넬리’는 이 우연한 만남 속에서 반짝이는 비밀을 알게 되는데… “나 비밀이 있어. 내 비밀이면서, 네 비밀이기도 해”
기생충
전원백수로 살 길 막막하지만 사이는 좋은 기택(송강호) 가족. 장남 기우(최우식)에게 명문대생 친구가 연결시켜 준 고액 과외 자리는 모처럼 싹튼 고정수입의 희망이다. 온 가족의 도움과 기대 속에 박사장(이선균) 집으로 향하는 기우. 글로벌 IT기업 CEO인 박사장의 저택에 도착하자 젊고 아름다운 사모님 연교(조여정)가 기우를 맞이한다. 그러나 이렇게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 뒤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브로커
세탁소를 운영하지만 늘 빚에 시달리는 ‘상현’(송강호)과 베이비 박스 시설에서 일하는 보육원 출신의 ‘동수’(강동원). 거센 비가 내리는 어느 날 밤, 그들은 베이비 박스에 놓인 한 아기를 몰래 데려간다. 하지만 이튿날, 생각지 못하게 엄마 ‘소영’(이지은)이 아기 ‘우성’을 찾으러 돌아온다. 아기가 사라진 것을 안 소영이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솔직하게 털어놓는 두 사람. 우성이를 잘 키울 적임자를 찾아 주기 위해서 그랬다는 변명이 기가 막히지만 소영은 우성이의 새 부모를 찾는 여정에 상현, 동수와 함께하기로 한다. 한편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형사 ‘수진’(배두나)과 후배 ‘이형사’(이주영). 이들을 현행범으로 잡고 반 년째 이어온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조용히 뒤를 쫓는다. 베이비 박스, 그곳에서 의도치 않게 만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이 시작된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의학을 공부하던 스물아홉 율리에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걸 찾아 세상으로 나온다. 파티에서 만난 만화가 악셀과 사랑에 빠진 율리에, 하지만 삶의 다른 단계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각자 다른 걸 원했고 조금씩 어긋난다. “내 삶에서 조연 역할을 하는 것 같아…” 율리에는 인생의 다음 챕터로 달려나간다.
스펜서
왕비가 되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찾기로 결심한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새로운 이야기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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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화한 강형욱
"개의 가장 큰 단점은 인간을 믿는다는 거죠"
개는 늑대와 유전적으로 거의 동일하지만, 유전적으로 가장 중요한 특징이 하나 있다. 개는 태어날 때부터 인간을 사랑하는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다. 야생동물을 가축화하는 과정에서 그런 방식으로 인간을 잘 따르는 개체를 선별하고 키우고, 인간과 동일한 탄수화물 식단을 먹게 되면서 그렇게 바뀌었다고 보고 있다. 절대 길들일 수 없다고 생각했던 여우도 그런 방식으로 개처럼 사람을 잘 따르게 만든 사례가 방송에 나온 적도 있다.
뤽 베송의 영화 <도그맨>은 인간에게서 철저히 외면받고 개에게서 위로를 받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뤽 베송의 귀환이라고 해서 <존 윅>같이 개와 함께하는 엄청난 액션을 기대한다거나, 영화 초반의 모습으로 인해 <크루엘라> 혹은 <조커>와 비교하게 되기도 하는데, 사실 이 영화는 예상과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어떤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받는 한 백인 남성이 경찰에게 잡힌다. 그런데 그는 백여 마리의 개를 트럭에 싣고서, 피를 흘리며 여장을 하고 있는 기괴한 모습이다. 무언가 섬뜩한 느낌을 감지한 경찰은 총을 겨누며 내리라 하지만, 그는 태연하게 담배를 꺼내 피운다. 여장을 한 더글라스(케이럽 랜드리 존스)는 그렇게 유치장에 갇혀, 흑인 여성 의사인 에블린(조조 T. 깁스)과 심리 면담을 시작한다.
범죄자와의 면담을 통해 이야기 속의 이야기로 구성된 이 영화는 <데드맨 워킹>이나 <양들의 침묵>을 떠올리게 한다. 이 사람이 범죄자라면, 그 범죄에 서사를 씌우게 되는 영화인가? 범죄자가 미화되는 영화인가? 혹은 광기의 탄생을 그린 영화인가? 하고 관객은 미심쩍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더글라스는 꽤나 흥미로운 사람이다. 아주 신사적이고 당당하다. 그가 두 다리에 보호대를 차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인데도 불구하고, 그가 대체 어떤 범죄를 저질렀으며 왜 이렇게나 자신만만한 모습인지 궁금해진다. 에블린은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폭력과 혐오의 신과 사도
더글라스는 투견을 하기 위해 개를 기르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따르는 형, 아버지에게 맞고 사는 어머니에게서 자랐다. 아버지의 폭력이 지배하는 가정 분위기는 말할 수 없는 긴장감이 돈다. 특히 아버지는 투견에게 먹이나 정을 주는 걸 극도로 꺼린다. 아버지는 개에게 먹이를 주고 정을 주는 더글라스를 개 우리에 가둔다. 형이 일러바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폭력을 이기지 못한 어느 날 어머니는 도망간다.
이 집안에서 아버지가 가장 나빠보일 수 있지만, 더글라스가 가장 안 좋게, 위협적으로 기억하는 것은 그의 형이다. 아버지가 폭력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자식을 개 우리에 몇 년이나 가두고 학대하는 인간 같지 않은 아버지지만, 그래도 그것은 어떻게 보면 아버지 나름의 정당성은 있었다. 하지만 그의 형은 폭력을 즐기는 인간이었고, 동생과 어머니에 대한 일말의 애정도 없었으며 아버지의 폭력성을 존경했다. 아버지는 삐뚤어지긴 했어도 아들을 우리에 가두는 것을 나름 교육이라 여긴 반면 형은 그저 동생이 고통받는 것을 좋아했으니까. 거기에 어떤 이유에서든 아들을 총으로 쐈다는 생각에 멘탈이 붕괴된다. 그런 모습을 본 형은 아버지를 감싸고 또 동생에게 잘못을 돌린다. 이후 감옥에 가자마자 자살까지 한 아버지를 생각하며, 더글라스는 '그는 그냥 그런 사람이었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버지가 그 집에서 폭력의 신이라면 형은 폭력의 사도인 셈이다. 이 세상의 모든 종교는 신을 자처하는 숭배의 대상 그 자체가 자신을 신격화한 것이 아니라, 그의 제자들이 종교를 만들고 제자들이 해당 존재를 신격화시켜 자신들의 세력과 종교를 만든 경우가 많다. 소크라테스를 신격화하고 그의 철학을 정립한 것은 플라톤이었다. 예수를 신격화하고 행적이나 말을 기록한 것은 12사도였으며, 사실상 그리스도교를 정립한 것은 예수를 생전에 본 적이 없는 바울이다. 아버지라는 신은 폭력이라는 교리를 자신만의 합리성으로 행했지만, 형이라는 사도는 폭력이라는 힘에 취한 사도-추종자일 뿐이다. 더글라스가 갇힌 철창에 'In the name of God'이라는 문구를 붙인 것이 그가 폭력의 신인 아버지의 사도역할을 한다는 걸 여실히 드러낸다.
성경에서 개는 하등하거나 나쁜 것으로 종종 묘사된다. 'In the name of God'이라는 문구가, 개 철창 안에서 더글라스가 본 시선으로는 뒤집히고 가려져 'DOG MAN'으로 보인다. 아버지와 형에게 개와 친한 더글라스는 교화해야 할 대상이며 형에겐 단죄해야 할 대상으로까지 변하게 된 것이다. 아버지에게 총맞은 일로 경찰에게 구조되고, 형은 감옥에 갔다. 감옥에 간 형이 출소하면 아버지의 죽음까지 몰아 동생을 죽이려 할 것이 자명했다. 더글라스가 형을 죽인 것은 복수였을 뿐 아니라, 혐오와 폭력에 대항하는 정당방위처럼 그려진다. 이 세상은 폭력과 혐오의 세상이고, 아버지는 폭력의 신이며 형은 폭력의 사도다. 더글라스 역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자신을 신에게 대항하는 적그리스도인 도그맨으로 다시 태어난다.
차별에 대항하는 법
아버지가 자살하고 형도 감옥에 가 있는 가정폭력의 희생자인 더글라스는 이후 청소년 보호소에서 자라게 된다. 애매하게 하반신이 마비된 채, 그곳에서도 폭력과 혐오에 노출되어 있다. 그런 더글라스에게 교사인 샐마(그레이스 팔마)와 연극은 한줄기 빛이었다. 연극 속 세상은 자신을 무엇으로든 만들어줄 수 있었고, 그곳엔 폭력과 혐오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은 차별이 가득했다. 장애인이자 보호소 출신인 더글라스는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고, 개를 돌보는 것이 가장 적성에 맞는 듯했지만 이마저도 국가에 의해 쫓겨난다. 현실은 약자에게 가혹하다. 결국 샐마에게 가졌던 연정마저 짓밟히고 나자, 자신도 자신을 혐오하기에 이른다.
여기에서 더글라스가 자신을 차별하고 혐오했던 이들을 단죄하기 시작했다면 다른 영화 속 범죄자와 다름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차별하고 혐오하던 사람들에게 적대감을 갖지 않는다. 그에겐 그를 위로하는 개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불행이 있는 곳마다, 신은 개를 보낸다"라는 말은 더글라스에게 딱 맞는 말이다. 그는 백여 마리의 개들이 함께하고 있다.
그리고 더글라스가 불행에서 벗어나 자신을 긍정하게 된 계기는 드랙퀸으로서 무대에 서게 된 후다. 드랙퀸은 화려하게 여장을 하고, 립싱크로 노래를 하거나 춤을 추며 무대를 만드는 크로스 드레서들을 말한다. 드랙퀸이 겉보기에는 트랜스젠더나 게이처럼 보일 수도 있고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하기도 하지만, 그냥 이성애자들이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하기도 한다. 드랙퀸으로 유명한 공연은 <헤드윅>이 있고, 유명한 사람은 인어공주의 우르술라의 모티브였던 '디바인'이 있다. 연극을 하면서 남녀역할을 바꾸는 것에 거부감이 없던 더글라스는 드랙퀸의 무대에 푹 빠지게 된다. 그리고 드랙퀸들도 사회에서 차별받는 존재라, 더글라스의 마음을 잘 이해해 줬다. 결국 그는 무대에 서며 불행에서 치유된다.
여기까지 오면, 더글라스 - 도그맨은 크루엘라나 조커와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크루엘라나 조커는 자신의 극악한 범죄를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범죄자의 서사가 들어가 있다. 물론 상처 입은 영혼이라는 점은 비슷하나, 도그맨은 자신의 상처를 너무도 훌륭한 방법으로 극복하고 있지 않은가? 이쯤 되면 도그맨은 대체 어떤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이길래, 기괴한 모습으로 피를 흘린 채 잡히고 정신감정을 받고 있는 걸까.
도그맨은 누구인가
누군가 두려워하는 모습으로 개를 도그맨에게 데려온다. 도그맨은 그 유기견을 받아들이고, 그의 말을 듣는다. 이 지역의 악질적인 조직이 세탁소 아줌마를 못살게 군다는 것이었다. 도그맨은 마치 늘 이런 일이 있던 것처럼, 개들을 이용해 약자들을 보호해 준다. 그 모습이 꽤나 능숙하다. 그리고 부의 재분배라는 명목아래, 부잣집에서 개들을 이용해 몇 보석을 훔쳐낸다. 부의 재분배를 외치면서도, 돈을 벌기 위해 보석을 빨리 팔아치운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도그맨 자신을 죽음으로 위협하는 사람들을 정당방위로 죽였다.
그리고 세탁소 아줌마를 보호하려고 폭력조직을 개로 위협한 일로, 조직이 도그맨을 죽이려고 찾아온다. 도그맨과 개들이 총을 든 조직과 상대하는 모습은 철저하게 준비되었다기 보단, 어설프고 처절하다. 도그맨은 이렇게 될 줄 모르고 세탁소아줌마를 위해 이런 위험한 짓을 했었단 말인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더글라스의 말을 빌리자면, 더글라스 - 도그맨은 빌런도 안티히어로도 아니다. 그저 차별의 사회에서 살려고 몸부림치는 한 장애인이었고, 자기를 따르는 개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도둑질을 좀 하거나 자신과 연결된 사람들을 개로 보호해 주는 일이 전부였다. 도그맨은 자신이 형과 보험조사원을 살해한 것을 담담하게 고백하고 인정한다. 비록 정당방위라고 할지라도. 도그맨의 트럭이 쫓기며 경찰에게 잡히게 된 그 사건도, 사실은 조직이 총을 들고 쳐들어와서 대항한 것뿐이었다. 도그맨은 빌런이라기엔 너무 착하고, 안티히어로라기엔 너무 소박하다. 그런데 우리는 왜 도그맨을 크루엘라나 조커와 같다고 생각했을까? 영화 첫 장면에서 보여준 그 무시무시한 기운, 경찰도 뭔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총을 겨누게 된 그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도그맨에게서 느껴지는 그 기괴함은, 사실 편견과 차별로 관객이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것이다. 현실에서 우리가 가지는 편부 편모가정이나 가정폭력에 노출된 사람에 대한 편견, 장애인에 대한 편견, 성소수자나 크로스 드레서, 드랙퀸에 대한 편견 등 말이다. 특히 그가 잡힌 사건은 그가 무시무시한 가해자라서가 아니라, 사실 피해자에 가까웠다. 경찰도 그걸 알고 그에게 안쓰러운 마음으로 담배를 준다. 엄청나고 기괴한 무서운 범죄잔줄 알았지?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야! 라고 감독은 말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차별받는 소수자가 발버둥 치는 휴먼드라마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전반에 흐르는 신-개-더글라스로 연결되는 기묘한 연출로 인해, 이것이 무언가 다른 말을 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개통령 혹은 개의 신
앞서 말했듯 개는 인간을 사랑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정을 주면 금방 사람을 따른다. 사람을 따르고 애정을 가진 개는 굶주린 야생개보다 살의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 영화에 나오진 않았지만 더글라스의 아버지는 투견을 하기 위해 개들을 따로 훈련시키기도 했을 것이다. 방식은 달랐지만, 더글라스는 애정으로 개들과 소통했고 별다른 훈련이 없이도 원하는 행동을 개에게 부탁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 이런 일이 실제로 가능할까?
10년 전, 동물농장에서 <천재견 호야>의 사연이 나온 적이 있다. 주인 아저씨가 별다른 훈련을 하지 않았는데, 너무 사람처럼 부탁하는 것을 척척 잘 알아듣고 하는 것이다. 수도꼭지를 틀고 닫고, 냉장고에서 음료를 가져오고, 말하지 않아도 일 끝나면 수건과 물을 가져오는 등, 일일이 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천재견 테스트도 최상위권 점수를 받았다. 영화 <도그맨>에서 더글라스가 설탕이나 밀가루를 가져오라고 할 때 개들이 알아서 잘 가져오거나, 눈빛만으로 명령을 내리는 모습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호야도 주인아저씨와의 교감과 사랑으로 그런 일이 가능했고, 더글라스도 개들을 사랑으로 대했기 때문에 그런 일들이 가능했을지 모른다.
아버지가 개들을 함부로 다루는 집에서 자라, 개들을 사랑으로 대하게 된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개통령, 훈련사 강형욱이다. 강형욱은 개공장을 하는 집에서 자랐고,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아버지와 싸우기도 했으며 결국 개를 제대로 행복하게 키우는 일을 하며 살게 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더글라스는 흑화한 강형욱이며, 흑화한 천재견 호야의 주인이다. 더글라스가 흑화했다고는 해도 소소한 동네 로빈훗 느낌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도그맨>은 단순히 상냥한 훈련사, 혹은 애정 어린 개주인을 넘어선다. 이미 자신이 개 철창에 갇혔을 때, 형이 'In the name of God'이라는 문구를 달아주고 그것이 뒤집혀서 DOGMAN이 된 시점부터, 그는 적그리스도가 되기로 작정한 듯하다. 그가 개를 얼마나 사랑으로 대하는지는 사실 그렇게 많이 나오진 않는다. <도그맨>에서 의아한 지점은 이 부분이다. 영화에서 개들이 묘사된 모습이 철저하게 훈련받은 군대처럼 보인다. CG가 아니라 진짜 개들을 훈련시켜 그런 장면들을 찍었다곤 하지만, 교감보단 명령으로 느껴진다.
기독교에서는 신에게 의문을 가지면 안 된다. 신과 인간은 대등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관계가 아니라, 신에게 순종하고 신이 하는 행동은 그것이 인간을 위한 큰 그림이라는 것을 믿고 따라야 한다. 그래서 도그맨은 훈련사나 주인이 아니라, 개의 신인 것이다. 이렇게 신의 자유와 사랑을 순종으로 덧씌우는 것이 서양의 기독교서사에 자주 등장한다. 영화 중간중간, 더글라스는 스스로를 예수에 비유하는 행동을 하거나 행동을 하게 된다.
개 철창에서 손에 아버지가 쏜 총을 맞은 채 십자가 모양으로 쓰러진 더글라스는 그 일로 걷지 못하게 되었지만 아버지에게서 탈출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신에게 버림받은 것인지 구원받은 것인지 혼란스럽다. 그가 세상의 차별로부터 구원받아 드랙퀸으로 구원받는 모습은 앉은뱅이가 일어서는 기적을 연상시킨다. 가난한 더글라스는 자신을 따르는 수많은 무리들을 위해 오병이어의 기적을 도둑질로 일으킨다. 또 조직이 기관총을 들고 쳐들어와 죽음의 문턱에 다다랐을 때, 그는 굳이 걸어가서 포도주를 마시며 최후의 만찬을 한다. 그저 동네 로빈훗에 불과한 사람이 이런 사건을 거치며, 더 스스로를 대단한 존재로 여기게 변해간다고 느끼는 것은 나의 기우일까?
그는 결국 개들을 이용해서 유치장을 탈출한다. 그러나 그는 멀리 도망가지 않고, 하나의 의식을 치르기 위해 걸어간다. 마치 십자가를 진 예수가 힘겹게 십자가에 못 박히기 위해 골고다 언덕을 오르듯, 바로 옆 성당의 십자가 그림자가 비치는 곳으로 간다. 그리고 그 십자가에 정확하게 자신을 맞추려고 발걸음을 조금씩 조절하며 신에게 외친다. 십자가의 그림자는 더글라스에게 드리운다.
기독교의 4대 복음서 중 하나인 <루가의 복음서>와 외경인 <야고보 복음서>에 따르면,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하는 장면을 '성령이 내려오셔서 너에게 그림자를 덮을 것이다(한국번역: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라고 천사가 말하는 장면이 있다. 한국 성경에는 잘못 번역되었지만, 원문에는 성령이 임한다는 것을 그림자가 드리운 것으로 표현했다. 이 장면은 '그림자 수태'라는 모티브가 되어, 마리아의 수태고지 장면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장면의 그림으로 많이 묘사된다.
더글라스는 세상을 지배하는 폭력의 신에게 대항하는 적그리스도로써 더 완전히 새로 태어나려고 한다. 그가 그림자 십자가에 못 박혀 순교하는 것처럼 보이려는 자기 연출은, 그림자로 드리워진 성령의 힘을 받아 더욱더 강한 도그맨이 되려는 의식이다. 단순히 오래 서있다가 쓰러졌다고 해서 더글라스가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더욱 강인하게, 동네 로빈 훗에서 진정한 개의 신 도그맨으로 태어났다. 그러기에 불행이 있는 곳, 자신을 상담해 준 에블린에게 개를 보내지 않았던가. 왜냐하면 바로 자신이 신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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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그맨>은 <크루엘라>나 <조커>, 혹은 <수어사이드 스쿼드>와 같은 빌런 서사 혹은 안티히어로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잔인하고 섬뜩한 장면이나 액션도 없고, 그의 수족이 된 개들은 CG가 아닌 실제 훈련받은 개들이라 살기가 느껴지지 않아 전혀 무섭지 않다. 아니, 오히려 귀엽기까지 하다. 개를 죽이는 장면은 나오지 않고, 귀여운 개들은 천하무적이다. 끔찍한 인물인 줄 알았던 더글라스는 사실 불쌍하고 착한 사람이다. 그런 것들이 영화의 좋은 메시지를 조금 흐린다고 생각한다. 과연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라면서. 오히려 마케팅에서 크루엘라나 조커 언급을 하지 않는 게 좋지 않았을까?
그렇더라도 날것으로 드러내는 뤽 베송 감독의 스타일리시한 감각, 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만들어낸 더글라스의 캐릭터는 살아있다. 별것 아닌 것들을 별것으로 만들어내는 힘, 그리고 그 별것은 사실 우리가 만들어 낸 차별과 혐오에서 나왔다고 귀에 대고 소리치는 힘 말이다.
*여담으로, 주인과 그렇게 사랑으로 교감했던 천재견 호야의 주인아저씨는 4년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작년 <단짝>이라는 방송에서 주인아저씨의 아들이 호야를 아직도 키우고 있는 모습, 아저씨의 생전 목소리를 듣고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이 나와 많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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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회뿐인 삶,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고래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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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청객
어딘가 끙끙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길을 지나가고 있는 선교사 토마스. 어느 외진 곳에서 들리는 소리에 문을 열고 들어가 보기로 한다. 뭐지? 집에 들어가 보니 어떤 남자가 낑낑대고 있다. 그러나 이 남자는 어딘가 좀 특별하다. 엄청난 거구의 남자. 어디선가 퀴퀴한 냄새도 나는 것 같다. 남자의 노트북에선 야한 동영상이 나오고 있다. 황급히 닫는 거구의 남자. 거동이 힘들어 보인다. “제가 도와드릴까요?” 황급히 묻는 토마스. 엄청난 몸무게에 앞가림도 힘들어 보이는 사람이었지만 그는 토마스에게 별 말 하지 않는다. “거기 종이에 써져 있는 몇 문장 보이죠? 그걸 읽어줘요!” 911이 아닌 부탁,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읽는다. 이게 뭔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에세이 같은 글. “이게 뭐죠?”묻지만 “내가 좋아하는 책의 구절이다”란 답만 할 뿐이다. 읽어준다. 금세 침착해진 거구의 남자. 하지만 토마스가 그곳에 간 이유는 분명하다. 선교사 일을 하는 토마스. "도와드릴까요?" 하지만 어림없다. 곧이어 남자의 간호사가 왔기 때문이다. 간호사의 이름은 리즈. 어렵지 않게 거구의 남자 이름이 찰리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200kg도 넘어가는 체중. 지금 바로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지만 이유가 무엇인지 찰리는 버티고 있다. 리즈의 입에서 병원 타령을 반복하기엔 이제 그녀도 지쳤다. 마지막 경고를 전하는 리즈. 이렇게 돼지 취급받고, 또 그렇게 살아가는 삶을 계속하다간 주말 즈음에 고혈압으로 마지막 날을 맞이할 것 같다. 언제 이렇게 와 버렸나. 끝이 두려운 찰리. 어쩌면 생의 마지막 날을 앞둔 오늘, 이제 마지막 끝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딸 엘리와의 마지막을 앞둔 채로.
연극 무대같이
영화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야기를 이끌고 있다. 주인공 찰리가 272kg의 거구이기 때문에 이 특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생긴 이야기의 배경은 찰리와 영화를 설명하는 좋은 특성이 된다. 우선 첫 번째. 영화의 핵심인 구원이다. 이 영화에서 찰리가 움직이는 행동은 결국 어떤 것과 은유된다. 이는 공간을 벗어난다는 것과 관련이 있는데, 영화에서 공간적 배경을 설정한 것이 연출 요소 활용한 것이다. 또 인물의 내면을 묘사하는데도 경제적이다. 방구석이 더럽다. 이런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 공간을 그렇게 설정한 느낌이 좀 있다.
인물들의 리액션에 집중한 영화의 특성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적절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집의 공간적인 특성이 인물과의 대화에 특화된 곳으로 묘사되는 것 같이 보인다. 문이 많은 방문, 부엌과 거실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 그 거실과 집 입구가 근처에 있다는 것이 장면 연출에 있어 특이점을 가질 수 있는 좋은 연결고리가 되었다. 그리고 영화 전체적으로 묘하게 연극 같은 느낌이 있다. 이는 인물이 음식을 먹을 때마다 느껴지는 거리감과 관련이 있는데, 후반부 폭발하는 에너지를 어느 정도는 제어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연극이 원작인 것을 영화화시킨 결과가 돋보인다.
구원에 관한
영화 전체적으로 반복되는 단어는 '구원'이다. 영화는 여러 구원을 묘사하고 있다. 우선 영화를 보다 보면 러닝타임 내내 드는 생각이 있다. '아니 왜 병원을 안 가지? / 왜 음식을 안 끊지?'라는 생각이다. 이 찰리가 지은 원죄는 굉장히 원초적이다. 그냥 폭식을 끊거나 병원에 가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우리 입장에서나 쉬운 말이다. 영화 중 어떤 인물의 입에서 찰리의 위기를 반박하는 것도 그 일부인데, 이를 반영하듯 인물의 욕망이 굉장히 복잡하게 연출된 것이 극에서 하고자 했던 말과 관련이 있다. 사실 영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은 인물의 단면마저도 촘촘하게 묘사되어 있다. 무슨 말이냐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찰리/리즈/엘리/토마스의 속사정이 후반까지 쭉 나온다. 이 중 대표적으로 찰리의 문제는 영화 모든 내용을 관통하며 이어져 있다(나머지 세 명도 마찬가지). 찰리가 왜 혼자가 되었는가? 와 찰리가 왜 음식을 끊지 못하는가? 는 큰 관련이 있는 셈이다. 이는 곧 영화 후반부에서 전반부의 떡밥을 수거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 모든 행동의 원인과 이유는 간단해서 말은 쉬워 보이지만 이것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당연하다. 되돌리기엔 너무 멀리 왔기 때문이다. 이 '너무 멀리 왔다'의 딜레마는 우리 삶 속에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오늘 하는 생각들, 지금 당장 내일 일어나서 안 할 거라고 100% 확신할 수 있을까? 점점 줄어들 순 있어도 완벽하게 싹 낫지는 않을 것이다. 역시 찰리와 같이 어떤 것에 후회하는 일도 지금 당장 내일 없어질 거라는 보장이 없다. 이 깊은 골을 영화는 죽음이라는 소재로 풀어가려고 했던 흔적이 보인다. 영화에서 찰리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 또 리즈가 죽음에 반응하는 방식을 보면 묘한 공통점이 느껴진다. 이 두 사람의 각기 다른 스탠스는 결국 어떤 공통점을 도출한다. 바로 자기 파괴적이라는 속성이다. 자기 파괴적인 태도로 변한 것에 '어?'로 마음이 변해가는 것이 영화의 강점이 된다.
이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어떻게 인물마다 표현하는지가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강점이 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영화의 네 인물이 갖고 있는 모티브는 '그럴 수 있는데 그럴 수가 없다'라는 아이러니다. 이 아이러니를 다른 말로 하면 '타인이 내리는 해결책이 절대 모든 것의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문장은 영화 최후반부 하이라이트 신 연출이나 전반부 주인공이 늘 갖고 사는 에세이, 토마스라는 인물이 내포하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영화가 '구원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를 설명하는 것이다. 이 부분 연출이 어떤 분들에게 좀 무책임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이야기의 끝마무리가 모호한 점은 아쉽다. 그러나 영화가 제시하는 구원의 양태는 관객에게 하여금 감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삶이 서려있는 연기
1999년이었다. 한 남자가 할리우드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 건장한 피지컬에 섹시한 이목구비가 매력이었다. 출연 영화는 <미이라> 시리즈. 그전부터 쌓아 올린 인기가 폭발한 것이다. 연기력. 외모. 스타성 모두 다 인정받은 프레이저. 그에게 위기가 들이닥친다. 누군가의 성희롱과 이혼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크게 다가온 건 <미이라> 시리즈에서 일하다 생긴 신체적인 문제다. 무릎 연골을 죄다 수술해야 했던 프레이저. 악재는 한꺼번에 겹쳤다. 사람이 미웠다. 오랫동안 암흑기가 있었다. 2014년 이후 제대로 된 작품이 없었다.
그리고 현재. 브랜든 프레이저는 <이니셰린의 밴시> 콜린 파렐, <앨비스>의 오스틴 버틀러와 함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로 유력하다. 현재 미국 배우조합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프레이저. BAFTA에서 상을 받은 오스틴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확신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글쓴이는 이 연기가 아카데미를 위시한 여러 시상식에 안성맞춤이었다고 확신한다. 영화에서 봤던 브랜든 프레이저의 연기는 단순히 특수효과를 끼었기 때문에 훌륭한 것이 아니었다. 영화가 품고 있는 딜레마인 자기 파괴라는 속성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것이 중요한지를 잘 알고 보여주는 연기였다. 가령 리즈에게 음식을 달라는 신이 있다. 이 목소리 톤과 시놉시스에 나왔던 "내가 인생에서 잘한 일이 단 하나라도 있단 것을 알아야겠어!"신의 말투는 정말 강약조절에 있어 능수능란한 배우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당연히 이 <더 웨일>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 사람의 연기 하나만으로도 감정을 이입하고 영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이디 싱크나 홍 차우의 퍼포먼스도 좋았지만 이 브랜든 프레이저의 연기가 두드러졌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 것 같다. 심지어 폭식 연기도 잘한다. 감독 의도를 잘 살리면서 먹는다.
뭐 이런 연기를 하는 데 있어 자기의 삶이 투영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 아닐까 싶다. 무의식 중에 이 찰리 캐릭터에 감정이입 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자기와 닮아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브랜든 프레이저. 이 물아일체는 여러분들의 마음속에 '나도 저렇게 이해 안 되고, 깊은 사람이었지' 하는 생각이 들기 충분하다. 또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고래'라는 키워드에 감정이입하게 도와준다. 영화는 살짝 무책임하기도 하다. 또한 영화의 몇몇 설정은 감독의 전작에서 갖고 온 느낌이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전하는 카타르시스는 아는 맛임에도 폭발적이다. 이제는 멍하니 앉아있을 때가 아니다. 다시 한번 더 일어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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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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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공정위, 티빙·시즌 합병 승인
ⓒ 티빙
공정거래위원회에서 OTT 서비스 티빙과 시즌의 합병을 승인했다.
두 회사가 합병되면서 점유율이 18.05% 합쳐져 업계 2위로 부상하게 되었다.
차은우, <데시벨> OST 발매
ⓒ 네이버 영화
아스트로 멤버 겸 배우 차은우가 첫 스크린 주연작인 <데시벨>의 OST '항해'를 부른다고 한다.
배우 차은우는 <데시벨>에서 해군 잠수함 음향 탐지 부사관 역을 맡았다.
윤제균 감독 신작 <영웅>, 12월 개봉 확정
ⓒ 네이버 영화
안중근 의사를 다룬 영화 <영웅>이 12월 개봉을 확정했다. 뮤지컬 <영웅>에서 초연부터 지금까지 총 7번의
시즌에 참여한 정성화가 영화의 주연을 맡았다.
배우 김민하, 고담어워즈 최우수연기상 후보
ⓒ 사람엔터테인먼트
배우 김민하가 고담어워즈에서 애플TV플러스 시리즈 <파친코>로 신작 시리즈 최우수연기상에 후보에 올랐다.
고담어워즈는 오스카 시즌의 개막을 알리는 대표 어워즈로 미국의 권위 있는 행사이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고담어워즈 3개 부문 노미네이션
ⓒ 네이버 영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최우수 작품상, 주연상, 조연상에 후보로 올랐다.
영화는 국내에서 개봉 2주차 주말에 36,639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었으며,
입소문과 N차 관람으로 흥행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옥의 화원>, 12월 개봉 확정
ⓒ 찬란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화제작 <지옥의 화원> 마침내
12월 국내 정식 개봉을 확정하였다. <지옥의 화원>은 압도적 격투 능력만 있다면 최강의 여직원으로
칭송 받는 세계,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나오코가 싸움에 휘말리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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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가 생동감을 살리지만.. 밋밋한 이야기
일상을 살면서 ‘국가’의 힘을 느끼기는 어렵다. 학교를 가고, 회사에 가고, 주변의 장소에 가도 우리 눈에 보이는 건 주변의 사람들과 환경이다. 사실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조직이나 환경들은 국가의 노력이 없었다면 만들어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국가는 개인의 능력을 이용해 그런 환경을 만들어 나가고 더 많은 개인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환경을 같이 누린다. 하지만 그런 상호작용을 우리는 평상시에 느끼기는 어렵다. 그래서 국가는 우리의 일상에 늘 있지만 직접적으로 바로 느끼기는 어렵다.
어떤 순간에는 국가의 절대적인 힘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나 국민이 위기에 처했을 때 그 힘이 절실히 필요하다. 국내외에서 누군가가 다치거나 납치당하는 경우, 기본적으로 공권력이 그 일을 해결하는데 투입된다. 국내에는 경찰이 그 역할을 하지만 해외에서는 한국의 경찰이 개입하기 어렵다. 대신 현지에 있는 대사관과 외교부가 국민이 필요한 일을 대신해준다. 큰 사건사고들이 많이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해외에 있는 국민들은 의지할 수 있는 국가의 힘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국민을 구하려는 국가의 절실한 노력을 담아낸 영화 <교섭>
영화 <교섭>은 국민을 보호하려는 국가의 절실한 노력이 담겨있는 영화다. 과거 샘물교회 피랍 사건을 기본 줄기로 삼고 구체적인 내용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영화는 외교관 재호(황정민)와 국정원 요원 대식(현빈)이 피랍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영화 속 두 사람은 국가의 힘을 대신하여 교섭을 진행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처음에 다른 접근 방식으로 피랍된 사람들을 구하려고 하지만 그 차이는 조금씩 줄어든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테러 조직에게 납치된 사람들을 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탈레반은 인질 석방의 조건으로 감옥의 탈레반 몇 명을 풀어달라는 요청을 하고 현지 주둔 중인 한국군이 철수하는 것을 원한다. 한국의 외교부는 미국의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렵고 아프가니스탄의 도움을 받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인다. 온전히 한국이라는 국가의 능력으로만 진행해야 하는 교섭은 무척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돌파구를 만들어가는 건, 현지에 파견된 외교관들이다.
영화 속 재호는 꽤 유능한 외교관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처음 사건 관련 뉴스를 접하고 나서 그는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하는지 명확히 파악하고 있다. 바로 동료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지시하고 자신도 가장 시급한 일을 해 나아간다. 무엇보다 그는 영화 끝까지 인질이 석방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외교부 안에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했다. 교섭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는 당연하게도 다른 대안들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마련이다.
외교관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외교부 수장과 몇몇 인원들은 군사적인 해결책을 고려하고 실제로 시행하려 한다. 영화가 던지는 흥미로운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군사적인 해결책을 생각한 외교관과 끝까지 교섭을 해야 한다는 외교관 재호의 의견 중 누가 더 옳은 의견일까.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을 때는 무엇이든 선택하고 행동에 옮겨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떤 것이 조금 더 나은 선택이라고 말하기 무척 어렵다. 영화에서는 재호의 선택 과정을 중점적으로 보여주고 그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에 힘을 실어준다. 결과적으로 그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충분히 다른 우울한 결말로 이어질 수 있는 선택이었다.
위기를 풀어나가는 그 상황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다. 고민의 시간을 최대한으로 단축하고 무언가 결정하여 행동해야 한다. 돌아가는 상황의 급박함과 순간적으로 변화되는 상황은 결정을 망설이게 한다. 하지만 결국 선택을 해야 한다. 모든 순간에서 가장 나쁜 건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영화 속 재호는 대식과 함께 중요한 결정을 빠르게 해 간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잘못된 결과는 영화적으로 활용되어 작은 반전을 만들어낸다. 중요한 건 그 두 사람을 비롯한 외교부가, 국가가 그 위험한 줄타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화는 2004년 실제로 있었던 샘물교회 피랍사건의 교섭과정을 모티브 삼아 중간의 작은 사건들을 채우면서 변주해 간다. 피랍된 인원들이 풀려나는 과정은 다소 축소되었지만 실제 사건의 분위기나 과정을 그래도 사실적으로 담으려 노력했다. 무엇보다 외교관들의 노력과 긴장감을 담아내려 했던 것 같다.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에 외교부와 외교관들의 대화를 담는다는 측면에서 이 이야기는 국가의 대리인으로서 외교관들이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에서 가장 위협적인 존재인 탈레반들은 현지 배우들을 캐스팅하면서 무척 실감 나는 연기를 보여준다. 여기에 황정민과 현빈도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 영화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배우들의 생동감 있는 연기가 살리지 못하는 밋밋한 이야기
전반적으로 이야기자체가 조금은 싱겁게 느껴질 수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면서 자극적이거나 신파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배제하고 있기 때문에 강한 맛은 덜하다. 그렇다고 이주 묵직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고 해석될 만큼 강력한 무언가를 전달하고 있지도 않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심심한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화에 약간의 유머가 포함되어 있지만 전반적인 극의 상황과 잘 맞지 않는다.
이 영화를 연출한 임순례 감독은 이 영화를 보다 사실적으로 연출하기 위해 실제 아프가니스탄과 그와 비슷한 곳에서 촬영을 진행했고 현지 배우들을 캐스팅해 사실적인 장면을 이끌어냈다. 또한 영화의 음향과 음악 같은 것을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무난한 영화를 만들어냈다.
이 영화는 이야기 안에서 활약하는 외교관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넓게 보면 국가를 대표하는 그들이 위기에 처한 국민을 어떤 방식으로 구하려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명절에 가족들과 함께 보기에는 좋은 영화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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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서사를 덜 폭파시킨 마이클 베이식 추격전
앰뷸런스 (Ambulance , 2022)
“이번엔 서사를 덜 폭파시킨 마이클 베이식 추격전”
등급 : 15세 관람가
장르 : 액션, 범죄
러닝타임 : 136분
감독 : 마이클 베이
출연 : 제이크 질렌할, 야히아 압둘 마틴 2세, 에이사 곤잘레스
개인적인 평점 : 3,5/5 (저에겐 4점짜린데 취향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앰뷸런스 줄거리
인생 역전을 위해 완벽한 범죄를 설계한 형 ‘대니'와 아내의 수술비를 마련해야만 하는 동생 ‘윌', 함께 자랐지만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두 형제는 각기 다른 목적을 위해 인생을 바꿀 위험한 계획에 뛰어들게 된다.
그러나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모든 계획이 틀어지게 된 두 형제는 구급 대원 '캠'과 부상당한 경찰이 탑승한 앰뷸런스를 탈취해 LA 역사상 가장 위험한 질주를 하게 되는데....
영화 <나쁜 녀석들>로 데뷔해 <트랜스포머 시리즈>, <6 언더 그라운드>등, 거침없는 액션 영화들을 남긴 ‘마이클 베이’감독의 신작 <앰뷸런스>가 개봉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매 작품마다 특유의 쫀득하고 타격감 있는 액션을 보여주며 “제대로 폭파하는 감독”이라는 명성을 얻었지만,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무려 5편이나 끌고 가며 일각에선 ‘개연성도 폭파시킨 영화’라는 아쉬운 평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사실 나는 <앰뷸런스>에 우당탕탕 때려 부수는 액션을 제외하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의외로 이 영화는 내 기대치를 훨씬 웃도는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비하면 확실히 개연성과 폭발. 두 가지를 모두 잡은 느낌이랄까. CG는 S**t이라며 어지간한 건 직접 다 폭발시키는 마이클 베이 감독의 뚝심과 최근 그의 작품에서 찾기 힘들었던 감정선까지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팬데믹으로 인해 예정되었던 차기작 촬영이 미뤄지자 소소하게 찍어보자(폭파시켜보자)는 느낌으로 유니버셜 픽처스의 회장에게 새로운 영화 제작에 대해 어필을 했고, <앰뷸런스>의 연출을 맡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트랜스포머에 비해선 약간 힘을 덜 주고 찍은, 현실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이 영화에 담긴 액션들은 결코 소소하지 않다. 드론이 추가되며 하늘과 땅을 가리지 않게 된 키메리의 움직임과 제이크 질렌할의 아슬아슬 은은하게 돌아있는 눈빛, “언제 터지나” 기다릴 것 없이 시원하게 치고 나가는 전개와 약간의 서사까지 더해지니 콕 집을 큰 단점이 없다.
영화관에서 봐야 할 영화
그냥 하는 말, 농담이 아니라 <앰뷸런스>는 영화관에서 만나봐야 할 영화다. 시원하게 터져나가는 액션을 극장의 화면과 스피커로 만나보는 것만큼 스트레스 풀기에 좋은 것이 또 없다. 개봉 전에는 IMAX와 돌비 외 특별 포맷 상영이 없는 게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오니 왜 이 영화가 4DX 포맷이 없는지 알 것 같았다. 사족 전부 제외하고 최소한의 설명 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영화이기에 거의 2시간 내내 카 체이싱 장면이 이어지는데, 2시간 내내 모션 체어에 앉아 이리저리 후두려 맞을 생각을 해보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리고 굳이 4DX가 아니더라도 화면 자체가 입체적이고 어질어질한 느낌이 있기도 하다. 딱 ‘마이클 베이’다운 액션신들이 가득하기에 이건 기회가 될 때, 극장에서 봐줘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너무 진지하지 않은 마음가짐으로 말이다.
막힘없이, 멈추지 않는 질주
이야기의 구조는 보통 기승전결로 나뉜다. 2시간 정도 되는 영화라면 30분 정도는 배경 설명을 하고, 30분이 넘어갈 때쯤에 제대로 된 사건이 터지기 마련이다. 근데 <앰뷸런스>는 바로 은행 털기! 카 체이싱!!을 외치며 영화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부터 본론으로 들어간다. “요즘 누가 은행을 털어요?”라며 영화의 소재가 식상하다고 툴툴댈 틈도 없이 일단 냅다 달린다. 영화의 주인공들이 몇 번이고 대사로 강조한다. “멈추지 않아.”라고. 정말 이 영화는 멈추지 않고 달린다. 긴 추격전 중간에 잠시 숨을 쉴 수 있는 웃음 포인트를 넣어뒀으니 다행이지, 그마저도 없었으면 어깨가 뻐근했을지도.
LA 곳곳을 터트리는 마이클 베이
은행 강도는 빌드업이었을 뿐, 이 영화에서 실제로 보여주고자 하는 건 LA 곳곳을 훑는 앰뷸런스의 모습이다. 처음엔 추격전에 최적화되었다고 보긴 어려운 커다랗고 눈에 띄는 앰뷸런스를 추격전에 어떻게 활용할지 궁금했다. 영화는 이 외적인 부분을 포기하고 앰뷸런스 안에 탄 사람을 볼모로 잡아 간단하게 끝낼 수 없는 긴 추격전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혈관처럼 뻗어있는 LA의 도로, 골목을 달리며 온갖 것들을 터트리고 부수고 밀어버린다. 이 정도면 마이클 베이 감독이 LA를 좋아해서 이 영화를 연출한 건지, LA를 싫어해서 폭파시키고 싶어 이 영화를 연출한 건지 헷갈릴 정도다.
제이크 질렌할의 두 가지 눈빛
<앰뷸런스>를 무조건 봐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제이크 질렌할’때문에.
이 영화의 주연은 세명이다. 형 대니를 맡은 제이크 질렌할, 동생 윌을 맡은 아히아 압둘 마틴 2세, 구급 대원 캠 역할을 맡은 에이사 곤잘레스. 제이크 질렌할을 제외한 두 배우 역시 최근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인물들이지만, 극의 전체적인 텐션과 분위기를 책임지는 건 당연하게도 ‘제이크 질렌할’과 그의 캐릭터 대니다.
동생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형 대니와 마지막으로 큰 한탕을 노리는 미친 은행 강도, 두 정체성 사이를 재빠르게 넘나드는 그의 연기에 이번에도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특히 제이크 질렌할의 큰 눈은 멜로나 서정적인 연기에도 잘 맞지만 광인 연기에 최적화되어 있는 것 같다. 그가 갑작스레 폭발해 소리를 지르거나 반대로 비정상적으로 침착한 모습을 보일 때면 자연스레 “이 캐릭터 정말 미친놈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트 크롤러>에서 제대로된 잔잔한 미친 연기를 보여주긴 했지만, 제이크 질렌할이 언젠가 <아메리칸 사이코>처럼 진짜 본격적이고 폭발적인 광인 연기를 보여주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은근 괜찮게 다가오는 서사
앞에도 언급했듯 <앰뷸런스>는 개연성까지 부숴버린 영화가 아니다. 이야기는 대니와 윌 형제의 뜨끈한 형제애로부터 시작되고 마무리된다. 위선과 갈등, 진심이 뒤섞이며 누구의 말을 따르는 게 맞을지, 이야기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이리저리 휩쓸리다 보면 2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누군가의 선택에 의문이 생기는 부분도 있지만 이 정도면 나름 괜찮은 서사였다고 생각한다.
거침없이 본론부터 / 이야기의 배경
영화의 주인공인 동생 윌은 해병대에 지원해 나라를 위해 싸웠지만 남은 건 공로 훈장뿐이고 연금도, 제대로 된 의료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윌은 아내 에이미의 수술을 위해 보험금을 받으려 하지만 임상 수술이란 이유로 지원을 거절당한다. 일자리도 구해지지 않고 도저히 돈 나올 구석이 없자 그는 마지막 보루로 형 대니에게 찾아간다. 윌은 백인인 대니의 집안에서 입양아로 자랐다. 대니는 윌을 ‘진짜 동생’이라고 생각하며 진심을 보여준다. 그 덕분에 둘은 끈끈한 우애를 유지해왔지만 아버지와 얽힌 상황 때문에 갈라져 살게 된다.
윌은 돈이 필요했고, 대니는 때마침 큰돈을 벌 마지막 은행 강도를 계획한다. 계획 시작까지 단 5분 만이 남은 상황,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서 대니의 말들이 몰아치고 “가족을 위해서!”라는 커다란 이유에 윌은 차에 함께 올라탄다. 이런 상황에서 휩쓸리지 않고 얌전히 집으로 돌아갈 인물이 몇이나 있을까. <앰뷸런스>는 시작부터 강하고 빠르게 보는 이들을 휘어잡으며 시원하게 전개된다. 가장 거침없다고 느꼈던 건 여러 명으로 시작했던 강도 동료들이 한순간에 떨어져 나갈 때였다. 버켄스탁을 신은 동료와 차를 잘못 댄 동료, 윌을 배척한 동료 등등… 이름조차 거의 기억나지 않을 만큼 빠르게 주변인들을 밀어버릴 줄은 몰랐다. 그 덕분에 딱 추격전에 필요한 인물만 남게 되고, 가벼워진 몸체로 거침없는 액션이 시작된다.
추격전 중간에 삽입되는 잠깐의 쉬는 시간
은행을 벗어난 순간부터 이들의 질주는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는 숨차게 달리는 와중에도 대니의 입과 주변 경찰들을 통해 아주 잠깐의 쉬는 시간을 선사한다. “진정하고 냉정을 찾아”, “아타리 게임기처럼 생겨서 헷갈린단 말이야!”, “이거 캐시미어라고!”라고 윽박지르는 대니의 대사와 플라밍고, 반장의 커다란 개 나이트로, 80년대 음악으로 찾는 잠깐의 힐링 등등… 옅은 웃음이 피식 새어나오는 순간들이 꽤 많다. 여기서 더 재밌었던 건 영화에 나온 그 커다란 개가 마이클 베이 감독의 반려견이라는 사실이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해가 질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반려견이 차에 타주지 않았던 날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마치 반려견의 눈이 “나보고 이 작은 차에 타라는 거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근데 나였어도 그 몸으로 좁은 차에는… 타기 싫었을 것 같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위선과 갈등이 교차하는 앰뷸런스
도로를 거침없이 달리는 듯 보이지만 앰뷸런스 안에선 별일이 다 펼쳐진다.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구급 대원 캠, 형과 예전 같은 삶의 선택지에서 갈등하고 있는 윌, 동생의 탈출과 돈을 모두 챙기고 싶었던 대니. 윌과 대니는 함께 멈추지 않는 질주를 하기도 하고, 인질은 손대지 말아야 한다는 반쪽자리 선의 앞에서 갈등하기도 한다. 대니는 끝까지 형으로서 동생을 감싸고, 윌은 끝내 이해하기 힘든 선택을 한다.
추격전의 끝에서 되새기는 과거의 마음가짐 / 결말 해석
형으로서 보여준 모습과 엔딩 때문인지 희한하게도 대니가 ‘미친 은행 강도’라기보단 왠지 윌과 캠의 초심 찾기를 위한 희생양으로 보이기도 했다. 윌은 오늘 아침 은행 강도가 됐고, 캠은 오랜 구급 대원 생활에 지친 것인지 사건 현장을 떠나자마자 환자들의 이름과 그들의 얼굴을 지워버리는 습관을 가지게 된다. 그 결과 그는 ‘가장 같이 일하기 싫은’ 구급 대원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추격전의 끝자락에서 다시 정의로운 마음가짐과 따뜻한 구급 대원의 시선을 되찾게 된다. 잔인한 은행 강도였던 양아버지를 떠나 자원입대를 결정한 정의로운 과거의 윌과 사람들을 구하고 그들의 손을 잡는 구급 대원 캠의 모습을 말이다. 윌은 대니에게 총을 겨누면서 은행 강도의 피를 이어받은 형으로부터 인질 두 사람을 구해준 사람이 되었고 아내를 위한 돈도 챙기게 된다. 그리고 캠은 자신이 구해준 아이의 병실을 찾아가 조용히 손을 잡는다.
두 사람에겐 이 추격전이 각성의 계기이자 해피엔딩이 되었지만 멀리서 지켜본 이의 시선으로는 대니만 애잔하게 되었다. 대니가 죽는 순간에 지나갔던 어린 시절의 보안관 놀이 장면도 어째 아련함보단 약간의 어이없음을 불러온다. 그럴 거면 쏘지 말든가…!
아니 어쩌면 이 장면을 통해 대니를 나쁘기만 한건 아닌 사람으로 만들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부터 동생에게 무조건적으로 져주던 멋진 형이었던 그의 모습을 보여주며 은행 강도를 하다가 죽은 게 아닌 끝까지 동생을 도와주려다 유명을 달리한 형의 모습으로 아름답게 마무리하려고 한걸 지도.
완벽한 해피엔딩이 되기 어려운 시작이었지만, 언제부턴가 이 형제를 응원하고 있었기에 꽉 닫힌 해피엔딩이 되길 바랐다. 엔딩이 조금 아쉬운 반쪽짜리 해피엔딩이긴 했지만 이만하면 마무리까지 괜찮게 맺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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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뽑은 올해 탑 10 영화
그렇게 한 해가 갔다. 올 한 해 좋은 작품들이 정말 많았다. 코로나19라는 환경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작품을 낸 감독과 배우분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근데 아쉬운 건 우리나라의 개봉 작품 수가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구체적인 근거 있냐?라고 물으면 할 말이 없긴 한데, 뭔가 체감상 그런 느낌이다. 내년에는 코로나19가 종식되어 개봉이 연기되거나 촬영이 중단 된 작품들이 많이들 상영되길 바란다. 기준은 전적으로 내 생각이며, 많은 이들이 이 작품들을 봤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쓴다.
10. <세 자매> / 이승원
문소리-김선영 배우가 청룡영화상 주조연상을 수상한 영화다. 난 문소리 배우하면 생각나는 되게 전형적으로 연기하는 이미지가 있다. 똑순인데 씩씩하게 사는 허당 역할이 머릿속에 제일 먼저 들어오는 느낌? <메기>와 <하하하> <여배우는 오늘도>같은 작품들이 되게 한 갈래같이 느껴졌다. 근데 이 영화에서는 되게 문소리 식 연기를 한 것 같으면서도 속은 곪을대로 곪은 중년 여성의 내면을 완벽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겉으로 드러낼 순 없지만 마음 한 구석에 있는 트라우마를 종교로 귀결 낼 수 없는 인물의 심리상태를 보여주는데, 분출하는 분노와 어머니로서의 역할 괴리를 모두 살리는 괴력을 보여준다.. 이에 못지 않은 카리스마는 김선영 배우였는데, 엄마 연기 달인 다운 면모가 있다. 딸래미한테도 핍박받고, 남편한테도 쿠사리먹고, 온 세상이 함부러 대하는 소심한 어머니상을 손짓 하나 표정 하나로 구현하는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른 자매인 장윤주 배우의 연기나 현봉식 배우의 연기도 다 좋았지만 이 둘의 연기 앙상블을 보는 것 만으로도 나는 코미디로서, 또 드라마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단점도 있다. 후반부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 읭? 스러운 선택지를 고른다는 점이나 전체적인 설정이 좀 과하다는 점은 아쉽긴 한데 보는데 큰 무리는 없을듯. 마음 속의 억눌린 무언가가 있는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 왓챠에 있음.
9. <랑종> / 반종 피산다나쿤
개인적으로 <티탄> 만큼이나 문제작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난 진짜 극장 뛰쳐나오고 싶을 정도로 무서웠는데 반해 몇몇 분들은 재미 없었다고 하니 그 선명한 호불호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페이크다큐라는 장르적인 허점이나 굳이..? 싶은 부분까지 만든건 몰입을 깨는 요소가 맞다고는 생각하나 님 역 배우의 중후반까지 끌고가는 카리스마나 촬영한 장소, 태국 특유의 스산한 분위기가 나홍진식 염세주의의 글로벌화(?)를 이끌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간략하게 더 이야기 하고 싶은 부분은 우리가 영화를 볼 때, 흔한 패턴이 반복되는 것을 클리셰라고 한다. 그 클리셰라고 하는 게 ‘아 또 이 짓거리 하네 뻔하네 ㅋㅋ’ 싶으면 흥미가 떨어지지만 어떤 영화에서는 그게 좋은 쪽으로 발휘가 되곤 하는데, 난 랑종이 그 예라고 생각한다. 정말 여기까지 갈 것인가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며 운명이 주는 두려움과 공포를 잘 표현한 호러영화다. 아시아 공포영화 수작을 찾는 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넷플릭스에 있음.
8. <바쿠라우> / 클로버 멘돈사 필로, 줄리아노 도르넬레스
브라질 영화임. 한 정치인이 있다. 이 사람은 시장직에 도전하는 사람이다. 근데 또 이 인물은 반지성주의자라 책도 지식도 전부 부정한다. 이 인물이 한 마을의 지지를 얻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자, 바쿠라우라는 이 가상의 도시에 보복하고자 하는 내용을 플롯으로 담았다. 올 해 개봉했던 <레 미레자블>의 광기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내내 폭주하다 결국 파국으로 가는 영화였다. 나는 이 <레미레자블> 영화의 에너지가 ‘빨리 달린다’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바쿠라우>는 살짝 다르다. 광기에 씌인 채로 달린다. 자기 앞을 가로막는게 있으면 그걸 다 부숴가며 달리는 느낌인 것이다. 이렇게 현재 브라질이 처해있는 원주민과 개발자들간의 갈등을 이 폭발적인 에너지로 비틀어 영화화 한 작품이다. 슬래셔 호러나 스릴러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 네이버에 있다.
7. <루카> / 에린코 카라로사
난 항상 왕따였던 것 같다. 부모님에게도 내 공감을 오롯이 받지 못했기도 하고. 부족한 사회성 탓에 난 항상 모난 돌이었어서 세상에게 딱 미움 받기 좋은 사람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물론 그런 이유가 있다고 해서 미움을 당연히 받아서는 안되는게 맞고, 왕따의 아픔이 있는 이들에게 모든 축복을 비는 건 여전하지만 난 아픔에서 나아가기 보다 내가 세상을 먼저 따돌리던 쪽에 가깝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더 특별한 사람이 되어 공부하고 노력하는 것도 외로워서 그랬던 거지. 이런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건 정말 중요하다. 그 누구에게 든든한 어깨가 될 수도 있고 푸근한 품이 될수도 있다. 이 <루카>는 든든한 품같은 이야기다. 꿈을 위해 도전하고, 실패하고 그 사이에서 세상에게 손가락질 받더라도 따뜻하게 품는 인생이란 얼마나 멋진 일인지를 보여주는 듯한 영화다. 디즈니플러스에 있음.
6.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 존 왓츠
블랙 위도우 - 샹치 - 이터널스로 올해 좀 심심했던 마블이 힘 좀 준 작품이다. 12월 15일 개봉 이후 스포가 사골국같이 우려졌을 것 같아 굳이 더 이야기를 쓰진 않아도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톰과 파이기가 아카데미 의식을 하지 않아도 MCU가 극장에서 준 전율과 감동을 믿는다. 그건 어디에서도 비교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 이 작품은 그에 걸맞는 훌륭한 3부작 마무리다. 현재 상영관에 걸려있다.
5. <꽃다발같은 사랑을 했다> / 도이 노부히로
사람은 누구와 사랑에 빠질수도 있고 또 헤어질수도 있다. 그건 당연한 것. 근데 그것만큼이나 피할 수 없는게
있는거 같다. 사랑했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사람이라면 겪을 성장통과도 같은 뭐 그런 것이다. 이 <꽃다발같은 사랑을 했다>는 인간이기 때문에 겪어야 할, 또 겪을 수 밖에 없는 감정과 과정을 그린다. 누구 하나 잘못한 것 없이 사랑에 빠져 아름답게 불태운 지나간 시간에 대해 감사함을 표현하는 영화인 셈이다. 보내기 싫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누군가의 품에서 떠날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그게 누군가의 심각하게 상처를 준 일(데이트폭행, 바람 등)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이별이었다면 가끔은 그들에게 고마워할 수도 있지 않을까. ‘향기롭게 시드는 연인들을 위해’라는, 박평식 평론가의 평가가 생각나네. 올 해 나온 로맨스코미디 영화중 단연 최고다. 네이버에 있음.
4. <노매드랜드> / 클로이 자오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다. 영화는 영화같은 일이 일어나서 사람들이 좋아하는거 같다.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라던가, 예전에 썸타던 여자가 1년만에 유학 돌아와서 사귄다는가 하는 이야기는 현실에서 만나기 어려운 것 같다. 이별이라고 하는게 그렇게 쉬운게 아니지 않나. 몇몇의 바람과는 반대로 이별과 재회는 항상 따라오는 것이 아니다. 이 <노매드랜드>는 이 이별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플롯이 영화같지 않은 하루로 가득찼다. 근데 영화는 불가능에 가까운 바람을 이야기한다. 이별, 참 어렵다. 보낸다는 건 그 사람과 행복했던 시간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람을 성장하게 한다. 근데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야 말로 진짜 이별의 가치 아닐까? 그렇게 우리는 보내지 않았기에 사실 헤어진 사람과 다시 만날 수 있다. 영원한 안녕이란 없으니까. 네이버에 있다.
3. <당신얼굴 앞에서> / 홍상수
이동진 평론가의 말처럼 홍상수는 영화에서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을 싫어하던 사람같다. 그래서 인간의 본성을 비꼬는 작품이 많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두가 아는 그 사건 이후 홍상수는 자기의 심리상태를 은연중에 투영한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혼자’라는 제목을 통해 모든게 끝나고 나서의 자기와 김민희 배우의 모습을, <강변호텔>은 삶의 동기부여가 사라진 인물의 욕망 발현을, <풀잎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작을 소망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 세 작품 다 ‘한 사건이 있고 나서 느낄 수 있거나 경험하고 있는 순간’ 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시간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것 같다. 이 <당신얼굴 앞에서>는 이런 태도에서 벗어나 자기혐오가 아닌 순수한 얼굴로 세상을 바라보려 하는, 그런 시도를 그렸다고 생각한다. 이제 홍상수는 더이상 무언가가 끝나고 난 다음이 아니라 얼굴에 보이는 것을 바라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인간의 찌질함을 조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단적으로 보이는 상황에게 신뢰를 주려고 하는게 아닐까. 묘한 위로감에 감사했던 영화다. 네이버에 있다.
2. 소울 / 피트 닥터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난 사실 세상에게 할 말이 없다. 내 동기부여의 본질을 깨달았거든. '정공'이라 사람들을 욕하는 미친 세상에서 군 문제도 공익으로 빼고 1인분 하는 것도, 토익 900점도, 수많은 경험치와 내 능력도 다 사실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였다. 사랑을 주는 법도 받는것도 몰라서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멀어지는게 두려운게 요즘의 나다. 그 덕에 나한테 일어난 일도 아닌데 내 주위의 누군가에게 무례한 어떤 이를 미워하다가 오바하는게 맞는거 같아 실제로 표현하기엔 소심해지고, 어려운 현실에서 잘 개척해냈다는 확신은 있지만 왠지 인스타 좋아요 개수부터 사람들에게 비호감만 사는 것 같다는 느낌에 헤어나오질 못했던 것 같다. 소울은 이런 회의감에 대한 영화다. 과연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무언가를 얻었다고 했을 때, 미래가 달라질까? 내가 친구가 많아진다고 또 돈이 많아진다고 행복해질까? 아닐수도 있다. 사실 중요한 건 그 다음의 순간이다. 정말 삶에서 중요한 건 그런 상황에서도 무언가를 나눌 수 있다는 작은 순간들이 아닐 지. 삶의 동기부여를 잃은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 보다 색다른 접근법을 가졌다고 확신한다. 디즈니 플러스에 있음.
1. <드라이브 마이 카> / 하마구치 류스케
이해. 난 그 사람을 이해 할 수 있을까? 아니 그 전에, 나는 나를 이해하는 사람일까? 확신 할 수 없다. 나는 사실 이제서야 내가 원하는지 깨달은 사람인 듯 하다. 그리고 사실은 알고 있는 것 같다. 이 공허함은 영원히 치유될 수 없다는걸. 난 이제까지 헛걸음을 했다는 걸. 그리고 그게 인생의 전부인 것 같다. 늘 외롭고. 뭘 원하든 그걸 가져다주지 않고. 또 이게 당연한 사실인데 이것을 이해할 수 없어 또 방황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위에 인간이 있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고 본질적인 무언가를 꺼냄으로서 치유받는 것이 아닐까.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구멍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 3시간동안의 운전길을 통해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러닝타임이 끝나고 나서 들었던 애매묘호한 기분은 말로 형언할 수 없다. 올해의 영화.
번외
<해피 투게더> / 왕가위
코시국으로 인해 극장가 재개봉 메타가 불었고, 왕가위 특별전이 열리면서 다시 상영관에 걸린 작품. 헤어짐을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 과연 중요한게 무엇일까? 새로운 걸 얻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내가 나일 수 있는 것들만 찾아 다른 길을 떠나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새 해에는 온 몸을 부딫히며 사랑해야지. 어떤 순간이든 행복한 채로 기억에 남을 수 있게끔. 올해 재개봉 한 작품들 중에서 가장 좋았으며 내 인생영화이기도 하다.
올해의 배우 : 베네딕트 컴버배치
올해 4편의 영화에 주인공으로 나왔다. 이게 사람이냐 소냐? <파워 오브 도그>로 아마 아카데미에 한발 더 다가갔다고 생각한다.
올해의 감독 : 하마구치 류스케
<스파이의 아내> <드라이브 마이 카> <우연과 상상>의 각본을 담당함. 대체 뭘 먹고 살아야 이런 작품들을 만드는 것일까? 단 3편만으로도 포스트 고레에다 히로카츠, 아니 '하마구치 류스케'가 유력하니 그 클래스가 어마어마하다. 시간 나는 분들은 이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정주행 해도 꽤나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끝!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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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이 영화를 공개합니다. 전세계 언론이 극찬한 영화.[결말포함]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 헌터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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