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5-14 09:50:00
[JIFF 데일리] 상영작 100편의 포스터를 한눈에
2024 100 Films 100 Posters 전시 행사 취재
2024 100 Films 100 Posters 전시2015년 시작된 ‘100 Films 100 Posters’는 매해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100편에 대해 100명의 그래픽디자이너가 고유의 포스터를 디자인하는 대규모 기획전시로 국내외 영화계뿐아니라 한국 시각디자인분야에서도많은 관심을 모으는 전시로 인정받고있습니다.
이 행사에서만들어지는 영화 포스터들은,영화 포스터의 관습과 상업적압력이배제된, 영화의핵심을 그래픽 디자이너가 자유롭게해석한 것으로
전주국제영화제에서만볼수있는유일무이한창작물이라는 특성을 가집니다.
행사는 팔복예술공장에서는매해 진행했던방식대로 제25회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100편을 선정, 100명의 그래픽디자이너가각자만의 포스터를만들어 전시하는 ‘제10회100 Films 100 Posters’ 전시를 진행했습니다.
올해 전주남부시장에서새롭게조성된문화공판장 작당에서 10년동안 제작된1,000장의 포스터를 전시·판매하는 대대적인 아카이브전시 이벤트가 진행되며, 완판본문화관(한옥마을),인후도서관, 영화의거리 등 관광거점도시 전주시만의특징적인 공간에서도 특색있는 전시겸이벤트로도만나볼수있습니다.
또한, 역대 ‘100 Films 100 Posters’에참여했던디자이너들을초청, 행사의 의미와기록을되짚는 디자이너토크와간담회및그래픽 디자인에 관심있는 일반인이나전공생,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한 원데이 포스터만들기워크숍등 다채로운 이벤트도 진행한다고 합니다.
디자이너, 전공생이라면 한번쯤 들려보면 좋을만한 공간이었습니다. 많은 인원이 들어와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넓찍한 공간과 체험존들이 있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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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WFF 데일리] 우리가 무심결에 내뱉은 말이 가부장적인 편견은 아닐까?
우리가 무심결에 내뱉은 말이 가부장적인 편견은 아닐까?
지금 여기 풍경 부문 <경아의 딸> 리뷰
감독] 김정은
시놉시스] 홀로 살아가는 경아에게 힘이 되어 주는 유일한 존재인 딸 연수는 독립한 뒤로 얼굴조차 보기 어렵다. 그러던 어느 날, 헤어진 남자 친구가 유출한 동영상 하나에 연수의 평범한 일상이 무너져 버리고 이 사건은 잔잔했던 모녀의 삶에 걷잡을 수 없는 파동을 일으킨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급지원상을 받으면서 주목을 받았던 영화 <경아의 딸>. 전주국제영화제 다녀왔었지만 그때는 시간이 맞지 않아 보지 못했었는데 이렇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만나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게다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최수연 변호사로 봄날의 햇살같은 캐릭터를 잘 소화해낸 하윤경 배우를 다시 볼 수 있어 기뻤다.
세상의 편견 속에서 더 상처를 받는 피해자사별 후 홀로 살아가는 경아에게 힘이 되어주는 딸 연수. 교사로 취직하면서 독립한 뒤 연수는 얼굴조차 보기 어렵다. 학교 생활에 바쁘게 적응해나가던 차 전남친의 집착어린 전화가 부담스럽고 거북스럽기만 하다. 그렇게 계속해서 전화를 피하고 만나주지 않자 앙심을 품은 전남친은 연수의 지인을 비롯한 연수의 엄마에게까지 자신과의 성관계 영상을 보내버리고, 이에 연수의 일상은 처참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자신이 가장 믿었던 존재인 엄마에게서 마저도 ‘걸레’라는 소리를 들으며 의지할 곳이 사라진 연수는 혼자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간다. 원래 살던 오피스텔의 보증금을 인터넷에 퍼진 영상을 지우는 데 모조리 사용하고, 원룸텔로 이사를 가며 이 일이 교직계에도 소문이 날까 두려웠던 연수는 그렇게 고생해서 된 선생님이라는 직업마저 포기하고 만다. 한 번은 바꾼 자신의 전화번호로 영상을 보고 팬이 됐다며 전화를 오는 상황까지 찾아오면서 사람들이 많이 타는 대중교통 역시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볼까 두려워 이용하지 못하고, 자주 만나던 친구들과의 연락도 거의 끊어버리게 된다. 연수가 가장 두려웠던 것은 사람 속을 알 수 없었던 점이다. 이 사람이 나의 동영상을 봤는지, 봐놓고도 내 앞에서 안 본 척 천연덕스럽게 행동하면서 속으로는 또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기에 연수는 거의 대인기피증에 가까운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전남친이 경찰에 붙잡히고 재판까지 가지만 정작 연수의 일상은 경제적인 것부터 사회적인 삶까지 모두 파괴가 됐다. 연수는 불법 촬영에 있어서 피해자지만 사회의 모든 사람들은 게다가 가장 믿었던 가족에게서 마저도 ‘여성’이 정조를 지키지 못했다며 손가락질을 받는다. 같은 관계를 맺은 남성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이 이러한 동영상이 유출됐을 때 여성에 대한 비판만 이뤄지고, 결국 무너지는 것은 여성일 뿐이라는 점을 너무나도 잘 드러낸 작품이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거의 살인과 비슷한 수준의 충격임에도 왜 ‘성’에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입에 더 오르내리는 것일까? 의문이 들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가부장이라는 그늘에서 벗어나는 그들
불법촬영 동영상 유포로 인해 가장 힘들었던 인물은 그 어느누구도 아닌 연수일 것이다. 피해자 본인이면서 그 고통을 혼자 감내해야 하고, 문제를 본인이 다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연수는 가장 의지를 하고 싶었던 엄마에게서 마저도 들어서는 안되는 말까지 듣는 상황에 놓이고 그렇게 상처를 받은 연수는 엄마와의 연을 끊어 놓는 수준으로 연락을 피하고 수단을 막아버린다.
이 영화는 모녀 사이의 ‘선’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대부분의 딸이라면 느낄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다 말할 수 있지만 절대 엄마에게 만큼은 말을 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 왜 그럴까? 왜 ‘성’에 관련된 문제가 등장할 때만큼은 그토록 엄마의 눈치를 봐야하고 거짓말을 해서라도 그러한 일이 없었던 것처럼 행동을 하는 딸들이 많은 것일까. 이러한 이유에 대해 영화 <경아의 딸>은 경아의 집과 직업을 통해 설명을 하고 있다. 경아는 아주 오래전 남편과 사별했지만 여전히 남편의 그늘 아래에서 살아가고 있다. 남편이 물려준 집에서 살아가고, 돌봄노동을 하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밤이 늦어지면 술먹고 밖을 돌아다녀서는 안되고, 옷을 입을 때 속옷이 조금이라도 비치면 안되고, 밤늦게 택시는 혼자 타서는 안되고 여성들이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줄줄 읊어댄다. 그런 엄마에게 연수는 그럼 ‘집에서만 살아?’하고 일침을 놓는다. 이렇게 가부장적인 것을 체화한 엄마에게 연수는 자신이 누구와 만나는지, 어떠한 관계인지에 대해 털어놓을 수 없었을 것이다. 털어놓는 순간 이제 이 분쟁이 될 것이 뻔한 이 폭탄을 선뜻 엄마에게 말할 수 있는 자녀가 어디있을까?
하지만 불법촬영이라는 사건을 겪은 경아와 연수는 이를 계기로 사회 속에서 숨어버리는 대신 다시 전진한다. 경아는 자신이 남편의 그늘 속에서 너무 남성주의적인 시각 속에서 자신의 딸을 대해왔다는 것을 깨닫고, 남편이 물려준 집을 떠나 새로운 곳을 향해,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향해 떠난다. 그리고 다시 복직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학교에 원서를 내러가는 연수의 모습을 통해 그저 피해자로 남기보다 일상을 살아내고 그들과 맞서 당당한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임을 보여주며 영화는 마무리된다.우리가 욕을 하고 비난을 해야할 사람은 가해자다. 피해자를 우리 사회 속에서 낙인이 찍힌 채 살아가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영화 <경아의 딸>을 보는 내내 들었다. 우리가 무심결에 한 말이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그들이 ‘피해자’라는 굴레 속에 갇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시간표
2022-08-28 10:00
메가박스 상업월드컵경기장 6관
3062022-08-30 19:30
메가박스 상업월드컵경기장 5관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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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주 차 개봉작,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이번 주에는 지상 최대 블록버스터의 피날레부터 많은 어른이와 어린이가 좋아하는 포켓몬스터 극장판 등
다양한 극장 개봉작부터 OTT 공개 예정작이 기다리고 있는데요.
그럼 6월 첫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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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미국 | 147분
감독: 콜린 트레보로우
출연: 크리스 프랫,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등
개봉: 2022.06.01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줄거리
공룡들의 터전이었던 이슬라 누블라 섬이 파괴된 후, 마침내 공룡들은 섬을 벗어나 세상 밖으로 출몰한다.
지상에 함께 존재해선 안 될 위협적 생명체인 공룡의 등장으로
인류 역사상 겪어보지 못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이한 인간들.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 자리를 걸고 인간과 공룡의 최후의 사투가 펼쳐진다.관전 포인트
쥬라기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만큼 압도적인 스케일과 극강의 액션을 담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게다가 북미보다 무려 9일 이상 빠르게 개봉해 전 세계 최초로 대한민국에서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을 즐길 수 있다.
영화는 쥬라기 월드의 스토리의 결말뿐만 아니라 쥬라기 공원의 결말도 담고 있다고 한다.
극장판 포켓몬스터DP: 기라티나와 하늘의 꽃다발 쉐이미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96분
감독: 유야마 쿠니히코
출연: 이선호, 김영선, 마츠모토 리카 등
개봉: 2022.06.01
배급: (주)NEW
줄거리
끝나지 않은 전설의 포켓몬들의 배틀로
위험에 빠진 반전 세계와 현실 세계를 구하기 위해
감사포켓몬 ‘쉐이미’와 ‘지우’, ‘피카츄’가 나서면서 시작되는 모험 이야기관전 포인트
화제의 포켓몬 띠부띠부씰에서 알 수 있듯이 나이 불문하고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는 '포켓몬스터'
DP 극장판 중 유일하게 미개봉 극장판이었지만, 개봉이 확정되면서 아르세우스 3부작 모두 국내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카시오페아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02분
감독: 신연식
출연: 안성기, 서현진, 주예림 등
개봉: 2022.06.01
배급: (주)트리플픽쳐스
줄거리
이혼 후 변호사, 엄마로 완벽한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수진은 하나뿐인 딸 지나의 미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정신없이 바쁜 수진을 위해 아빠 인우가 손녀를 돌보게 되면서 세 사람은 함께 살게 된다.
얼마 후 수진은 교통사고를 당하고, 병원에서 알츠하이머라는 뜻밖의 결과를 듣게 된다.
사랑하는 딸을 잊을까 봐 두려워하는 수진을 위해 아빠 인우는 수진의 곁을 지키고,
기억을 잊어도 살아갈 수 있도록 이들 부녀만의 애틋한 동행이 시작된다.
관전 포인트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넘나들며 매 작품 섬세한 연출력으로 이목을 끈 신연식 감독이
<카시오페아>의 감독을 맡으며 기대를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 매번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는 안성기 배우와 서현진 배우가 출연을 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애프터 양
개요: 드라마 | 미국 | 96분
감독: 코고나다
출연: 콜린 파렐, 조디 터너 스미스, 저스틴 H.민 등
개봉: 2022.06.01
배급: (주)영화특별시SMC, (주)왓챠
줄거리
함께 살던 안드로이드 인간 ‘양’이 어느 날 작동을 멈추자 제이크 가족은 그를 수리할 방법을 찾는다.
그러던 중, ‘양’에게서 특별한 메모리 뱅크를 발견하고 그의 기억을 탐험하기 시작하는데…관전 포인트
애플 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를 공동 연출한 코고나다 감독이 선보이는 SF 드라마라는 점에서
기대를 높인 작품이다. 또한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되어 예매 오픈 3분 만에 매진을
기록하며 화제작으로 등극한 작품이다.
OTT 공개 예정작
오션스 8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미국 | 110분
감독: 게리 로스
출연: 산드라 블록, 케이트 블란쳇, 앤 해서웨이 등
공개: 2022.06.01
스트리밍: 넷플릭스
줄거리
전 애인의 배신으로 5년간 감옥에서 썩은 ‘데비 오션’(산드라 블록)은 가석방되자마자
믿음직한 동료 ‘루’(케이트 블란쳇)와 함께 새로운 작전을 계획한다.
그들의 목표는 바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리는 미국 최대 패션 행사인
메트 갈라에 참석하는 톱스타 ‘다프네’(앤 해서웨이)의 목에 걸린 1천 5백억 원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훔치는 것!
디자이너부터 보석전문가, 소매치기와 해커까지, 전격 결성된 각 분야 전문가들이 마침내 실행에 나서는데…관전 포인트
오션스 트릴로지의 스핀오프 작품인 <오션스 8>은 파격적인 라인업으로 화제를 모았다.
무엇보다 역대 오션스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첫 주 성적을 거둔 작품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미국 | 140분
감독: 스티븐 스필버스
출연: 마크 라이런스, 사이먼 페그, 올리비아 쿡
개봉: 2022.06.01
스트리밍: 넷플릭스
줄거리
2045년, 암울한 현실과 달리 가상현실 오아시스(OASIS)에서는
누구든 원하는 캐릭터로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뭐든지 할 수 있고 상상하는 모든 게 가능하다.
웨이드 와츠(타이 쉐리던) 역시 유일한 낙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를 보내는 오아시스에 접속하는 것이다.
어느 날 오아시스의 창시자인 괴짜 천재 제임스 할리데이(마크 라이런스)는 자신이 가상현실 속에 숨겨둔
3개의 미션에서 우승하는 사람에게 오아시스의 소유권과 막대한 유산을 상속한다는 유언을 남기고,
그가 사랑했던 80년대 대중문화 속에 힌트가 있음을 알린다.
제임스 할리데이를 선망했던 소년 ‘웨이드 와츠’가 첫 번째 수수께끼를 푸는 데 성공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현실에서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IOI’라는 거대 기업이 뛰어든다.
모두의 꿈과 희망이 되는 오아시스를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
그리고 우승을 위해서는 가상현실이 아닌 현실세계의 우정과 사랑의 힘이 필요하기만 한데…관전 포인트
어니스트 클라인이 쓴 동명의 소설 [레디 플레이어 원]을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을 맡으며 기대작으로 꼽힌 작품이다.
56개 부문에서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11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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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없는 천사> 일제 당시 영화는 ‘역사’ 없이 말할 수 없다.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최인규 감독의 영화 <집없는 천사>는 겉보기에는 고아를 구제하고 새로운 삶으로 이끄는 계몽적 드라마처럼 보인다. 그러나 영화를 본 후, 그 역사적 맥락을 되짚어본 뒤에야 비로소 깨달았다. 이는 고아들의 ‘개인적’ 구제를 국가 이데올로기의 ‘집단적 교화’로 치환하는 식민지 파시즘의 내면화 과정을 치밀하게 그려낸 영화였다.
용길, 일남이 등 조선 아이들은 조선 민중을 상징적으로 대변해 제도 밖에서 무질서하고 이기적인 상태로 묘사돼 방 선생으로부터 ‘가르쳐야 할 존재’, ‘국가적 교화의 대상’으로 치환된다. 이때 일본 역사적 정치 방법인 스스로 일본의 규율과 질서를 내면화 당하는 ‘황국신민’의 정치적 방법이 담겨있다. 이때, 방선생이 세운 고아원은 제국이 설계한 새로운 인간을 양성하는 ‘교화의 장’으로 조선의 ‘미성숙한 국민성’을 제거하고 일본적 가치로 뱌꿔놓는 정신적 공장이다. 실제로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들은 일장기 앞에 모여 일본어로 맹세문을 낭독하며 자연스럽게 일본 제국의 규율을 익히고 일본 제국의 충성까지 이어지는 결말로 끝이 난다. 이렇게 어린 아이들을 계속 교화시켜 국가의 충성까지 이어지는 국가 이데올로기의 내면화까지 연결되게 만들었다.
1930년대와 40년대 초반은 한국 영화 산업이 아직 기술적으로 기초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던 시기였다. 그래서 <집없는 천사>를 시청하는 내내 음향의 불안정성과 촬영 기술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장면 곳곳에서 들리는 기계음, 세트장보다는 자연 배경을 그대로 담은 화면 등은 당시 영화 제작 환경의 제약을 여실히 보여줬지만, 그 한계 속에서도 감정선과 서사를 최대한 진실되게 담아내려는 노력이 곳곳에 배어 있었다. 특히 인물의 내면을 표현할 때 자주 사용된 클로즈업, 과장되지 않은 절제된 감정 연기, 꾸며내지 않은 듯한 장면 구성은 영화 전반에 사실주의적 미학을 부여했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관객으로 하여금 등장인물들의 고통과 순수함을 더 깊이 공감하게 만들었고, 바로 그 사실성 덕분에 아이들이 황국신민으로 변화해 가는 장면은 더 불편하게 다가왔다.
나는 이 영화가 식민지 시대의 고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떠올리면서 식민지 시기 예술이 어떻게 당시의 억압과 이데올로기를 표현했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저항의 틈을 어떻게 찾아내었는지에 대한 분석이 영화 내내 나를 사로잡았다. 겉으로는 철저히 황민화 이데올로기를 따르며 만들어진 영화 같았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조선인의 상처와 구제의 욕망, 공동체 회복에 대한 희망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일본 당국은 그 영화 속에서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들의 계획 속에서조차 조선인의 자율성과 연대의 기억이 억제할 수 없는 형태로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그런 미세한 저항의 흔적이 위험으로 다가왔을 것 같아 한편으로는 통쾌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식민지 시기의 영화가 항상 그 역사적 배경과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고아들이 모여 앉아 국수와 엿을 만들고, 도색을 하는 평범하고도 행복해 보이는 장면 속에서 나는 그들이 그저 순수와 평온함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평화로운 순간들 속에서도 ‘일본 제국‘이라는 배경은 그들 하나하나를 교묘히 타락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나 또한 그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저들처럼 자연스럽게 신민화되었을 것이라는 죄책감이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그들의 일상에서 피어나는 순수함 속에 깃든 어두운 그림자는 바로 제국주의가 어떻게 사람들을 지배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렇게 그들은 어느새 자기 민족의 기억과 자율성을 희생하고, 황국신민으로 거듭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교묘하게 짜여진 억압의 서사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나는 그 시대의 사람들처럼 나 역시 어쩔 수 없이 그 체제 속으로 끌려갔을 것이라는 비극적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영화는 우리 모두에게 여전히 존재하는 위험 속에서 점차 잃어가는 자율성과 연대의 기억에 관해 나에게 질문했고, 그리고 나는 그 질문을 마주하며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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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지난 토요일은 입춘이었죠!
그래서인지 주말 날씨는 비교적 따뜻했는데요,
따뜻한 날씨와 별개로 대기질은 좋지 않으니 외출 시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씨네픽과 함께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결과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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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더 퍼스트 슬램덩크> (-)
▶ 전국 제패를 꿈꾸는 북산고 농구부 5인방의 꿈과 열정, 멈추지 않는 도전을 그린 영화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지난주에 이어 박스오피스 순위 1위를 지켜냈습니다. 누적 관객 수는 234만 8,332명으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218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16만)을 넘어섰으며, 국내에서 개봉한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톱 3에 해당하는 성적입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역대 흥행 1위 일본영화인 ‘너의 이름은.’(379만)과 ‘하울의 움직이는 성’(261만)까지 넘어설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2. <아바타: 물의 길> (▲1)
▶ 신작들에 밀려 순위를 거듭 내줬던 '아바타: 물의 길'은 '교섭'과 '유령' 등 한국 대작들이 힘을 못 쓰며 다시금 2위로 치고 올라왔으며,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2015, 한화 약 2조 5581억 원)의 흥행 기록을 넘어 전 세계 역대 흥행 수익 4위에 오른 것은 물론, 국내에서도 지난해 12월 14일 개봉한 이후 장기 흥행을 이어가며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첫 천만 돌파 외화가 됐습니다.
▶ 주말 동안 (2월 3일 ~ 2월 5일) 관객 수 11만 3,663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055만 2,790명을 돌파하였습니다.
3. <교섭> (▼1)
▶ 한국 영화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교섭'이 장기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으나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아바타: 물의 길'에 밀려 3위까지 내려갔으며, 주말관객 9만 2361명을 동원하며 누적 관객 수 162만 272명을 기록하였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138회 예측 이벤트는 <바빌론>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입니다.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바빌론>의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 추이를 보겠습니다.
남성 65%, 여성 35%로 남성이 여성보다 더 높은 비율을 보였습니다. 연령대 별로는 30대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고, 그 다음으로 20대, 40대, 50대, 10대 순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습니다.
한 주 동안 씨네픽 이벤트의 참가자분들 중 <바빌론> 주말 관객 스코어에 가장 근접한 예측치를 보인 건 17-19세 여성과(65,000명)과 13세 미만 남성(74,242명)이었습니다. 또한 <바빌론> 주말 관객 수 스코어 예측의 정답자 비율은 (오차범위 +-10,000) 전체 참가자의 4%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바빌론> 주말 스코어 예측 이벤트에 참여한 20/30대 비율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4. <바빌론> (▲16)
▶ 지난 1일 개봉한 신작 '바빌론'(감독 데이미언 셔젤)은 지난 3일 동안 6만 5892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습니다. 누적 관객 수는 9만 7212명입니다. '방탄소년단: 옛 투 컴 인 시네마', '애프터썬', '이마 베프' 등의 동시기 개봉작을 모두 제치며 순위에 올랐습니다.
5. <영웅> (▲2)
▶ 5위는 두 계단 올라간 <영웅>으로, 주말에 4만 6천 명을 더해 누적 관객 314만 명을 기록하였습니다. 실관람객의 호평과 함께 장기 흥행 중으로 350만 명 내외로 알려진 손익분기점에 근접 중입니다.
▶ 주말 동안 (1월 13일 - 1월 15일) 관객 수 4만 6,375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314만 658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물의 길’(‘아바타2’)이 북미 지역에서 두 달 가까이 지켜온 박스오피스 1위 자리에서 내려왔습니다. ‘아바타2’가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지 못한 것은 지난해 12월 개봉 이후 8주 만에 처음으로, 이 영화를 1위에서 몰아낸 작품은 ‘식스센스’를 연출한 M 나이트 샤말란의 공포 영화 ‘노크 앳 더 캐빈’(1420만 달러)과 파라마운트사의 코믹 영화 ‘80 포 브래디’(1250만 달러)로,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습니다.
▶ '노크 앳 더 캐빈'은 폴 G 트렘블레이 작가의 소설 ‘세상 끝의 오두막’을 원작으로 하였으며 국내에서는 ‘똑똑똑’이란 이름으로 개봉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슷한 제목의 호러 영화 ‘캐빈 인 더 우즈’를 의식해 제목을 변경한 것으로 보이며, 국내 개봉일은 미정입니다.
▶ 지난 1일 개봉한 그룹 방탄소년단(BTS) 공연 실황을 담은 영화 ‘BTS: 옛 투 컴 인 시네마’(510만 달러)는 이번 주 박스오피스 5위에 올랐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5>
1. <노크 앳 더 캐빈> 1,420만 달러 (누적 1,420만 달러)
2. <80 포 브래디> 1,250만 달러 (누적 1,250만 달러)
3. <아바타: 물의 길> 1,080만 달러 (누적 6억 3,642만 달러)
4.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 7,950만 달러 (누적 1억 5,129만 달러)
5. <BTS: 옛 투 컴 인 시네마> 628만 달러 (누적 912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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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2월 첫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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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2022)> 리뷰
- 다니엘 콴 & 다니엘 쉐이너트 감독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2022)>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할까? 없는 시간을 쥐어짜며 두 차례나 볼 만큼 좋았고, 처음 울었던 것과 똑같은 부분에서 눈물을 흘린 영화인데도 주변 사람들에게 제대로 추천하지 못했다. 물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곳곳에 등장한 매니악한 개그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이 엄청난 영화를 고작 몇 마디의 말로 응축시키는 것이 참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더글라스 애덤스 식으로 요약하자면 '42'에 대한 영화라고 하겠지만.). 플롯을 설명하려 시도할 때마다 나는 항상 대단한 벽에 부딪혔다. 이 영화는 선형적이지도, 순환적이지도 않으며, 오히려 끝나지 않는 하나의 그물망과 같은 영화이므로. 설명하자니 고난 그 자체이지만, 도무지 이야기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나는 오늘 감히 불가능한 일을 시도한다.영화의 주인공인 에블린 콴(양자경)은 일상에 지친 중년 여성이다. 남편 웨이먼드 콴(키 호이 콴)은 다정다감하고 좋은 사람이지만 현실감각은 영 떨어지고, 하나뿐인 딸 조이(스테파니 수)는 대학교를 중퇴한 후 동성 연인 베키(탤리 메델)와 함께 집을 나가 산다. 에블린의 아버지(제임스 홍)는 자신을 떠나 미국에 정착한 에블린을 조금쯤 못마땅하게 여기는 듯 보이는데, 콴 부부는 부유하고 여유롭게 살며 능력을 증명하긴커녕 세무조사로 인해 운영하는 코인세탁소마저 가압류 명령을 받을지도 모를 만큼 위태롭다. 설령 실망으로 가득하다 하더라도 에블린 자신이 거듭 선택하고 판단한 삶이었다. 그렇기 때문일까. 녹록지 않은 일상 속에서 피어날 듯 말 듯 한 상상력조차 에블린은 스스로 차단하며 삶에 책임을 지고자 한다. 그런데 갑자기 듣도 보도 못한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다른 우주를 살던 알파 웨이먼드가 나타나 이렇게 속삭인 것이다. 거대한 악, 조부 투파키를 막아야만 해. 오직 당신만이 할 수 있어.이미지 출처: IMDb가까운 사이가 친밀한 사이와 동의어가 아니라는 건 이미 영화 <레이디 버드(2017)>가 짚었더랬다. 사랑하지만 좋아한다고 말하기엔 어색한 모녀, 그저 딸이 최고의 모습으로 살길 바라는 엄마 마리온(로리 멧칼프)을 떠올려보자.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의 에블린 역시 비슷한(그리고 한국인에게 너무도 익숙한) 캐릭터다. 메인 우주 속 에블린은 딸의 동성 연인을 할아버지에게 제대로 소개하지 않고, 이미 상처 입어 뛰쳐나가는 딸에게 살쪘다는 말을 거침없이 꺼내는 부류의 엄마다. 그렇다면 에블린이 성공한 과학자였던 알파 우주에선 어땠을까? 그는 다중 우주를 넘나들 방법을 개발하던 도중 딸 조이의 정신을 산산이 조각낸다.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던 딸은 그렇게 모든 장소에, 모든 것을 경험하며,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초월적 존재 ‘조부 투파키’가 되었다. 그러니 사건의 진원지는 알파 우주가 틀림없다. 그런데 영화는 에블린이 성공한 과학자였던 알파 우주를 주요 무대로 삼지도 않고, 조부 투파키의 역사를 구구절절 풀지도 않는다. 알파 우주는 순전히 뒷전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누군가의 파멸을 낱낱이 보여주는 게 이 영화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는 파멸처럼 보이는 순간이라 하더라도 기실 완전한 끝은 아니라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 세계의 조이를 조부 투파키가 깃들 수 있는 그릇으로 보지 않고 제 딸로만 바라보는 에블린이 있는 한 낙관적인 희망은 유효하다. 지금까지 에블린이 딸을 사랑한 방식이 지극히도 좁은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 조이를 계속 상처입혔을지라도.흥미로운 건 알파 웨이먼드가 묘사한 조부 투파키와 실제 조부 투파키 사이엔 적지 않은 간극이 있다는 사실이다. 알파 웨이먼드는 조부가 목적도 욕망도 없이 모든 것을 파괴하려 한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조부 투파키가 행하고자 한 건 세계를 멸망시키겠다는 악의에 가득 찬 시도가 아니었다. 조부 투파키는 영화 속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자신을 이해해줄 에블린을 찾고 있다고. 그렇다. 다중 우주라는 특수한 무대가 설정되어 있지만 에블린과 조이는 지상에 발붙인 다른 흔한 모녀와 같이, 정체성이 분리되지 않은 채 하나의 흉터에서 발을 구르는 퍽 평범한 사람들이었다.정체성을 공유한다고 표현하기야 했다지만, 에블린과 조이는 매우 다른 사람들이다. 세대는 물론이요, 사용하는 모국어나 성장한 문화적 환경 역시 판이하지 않은가. 그러나 동시에, 에블린과 조이는 분리된 존재가 아니다. 두 사람은 부모 앞에서 실패한 딸이라는 속성을 공유하고, 이 씨앗은 두 사람의 심연에 항시 똬리를 틀고 있다. 생각해보자. 알파 우주에서 조이가 분열된 까닭은 에블린이 진행한 실험 때문이기도 했지만, 본질적으로는 어머니에게서의 인정욕구를 간절히 바랐던 조이의 욕망에 기인하지 않았나. 하지만 두 사람의 욕망이 충돌하는 순간 알파 에블린은 목숨을 잃고 알파 조이는 조부 투파키로 각성하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했을 뿐 모녀 사이의 교착상태는 조금도 해결되지 않았다. 여러 우주를 전전하지만 조부는 엄마와 딸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실패한다. 자신이 갈 수 있는 ‘모든 곳’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했음에도 상대는 변하지 않고 자신은 거부당한다는 결과패만 바라보게 된다. 실망은 축적되고 절망은 베이글을 통한 자기 파멸로 체현된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상실을 경험했음에도, 그러나, 조부는 여전히 에블린에게로 향한다. 어째서일까.이미지 출처: NY Times여기서 잠시 조부가 구현해낸 새카만 베이글에 관해 이야기 해 보자. 사실 베이글이 아니라 도넛이었어도 상관없다. 그 형태가 어떻든 조부가 말하고자 하는 건 변함없을 테니. 모든 것을 올려놓자 새카맣게 타버렸다는 베이글은 새하얗게 스러진 공허를 둘러싼 검은 한계이다. 조부가 외치는 것은 에블린과 함께 자신이 존속함으로써 계속되는 무의미한 세계를 멈추자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자신의 기대, 새카맣게 타버린 가능성이자 한계를 없애달라는 절박한 요청이었을 것이다.박종천(2020)은 논문을 통해 현상적 불화의 한계에 갇힌 개인이 비가시적인 사랑과 배려를 통해 구원받는 영화적 양상에 관해 이야기한 바 있는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의 조이-에블린의 관계가 제법 유사해 보인다. 방금 언급한 조부의 베이글은 영화 속에서 몇 차례, 마치 거대한 눈동자처럼 연출되는데, 이는 알파 우주의 조이가 조부 투파키가 되던 순간 잃어버린 눈을 대체하는 듯하다. 하지만 제대로 시야를 확보하고 거리를 가늠하기 위해선 두 개의 눈이 필요하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조이의 여정은 자신이 잃어버린 남은 눈을 찾아 다니는 것일 테다. 영화는 조이가 잃어버린 다른 하나의 눈을 제시한다. 바로 에블린이 이마에 붙인 인형 눈이 그 해답이다. 에블린이 갖게 된 제3의 눈은 새로운 가능성을 상징하므로.알파 웨이먼드는 여러 우주를 넘나들고, 이 우주의 에블린을 각성시키는 데에 큰 도움을 준 유능한 남자지만 조이를 이해하는 데엔 철저히 실패했었다. 하지만 여러 실망과 실패가 이끌었다는 우주의 웨이먼드는 조이를 아낌없이 포용한다. 그는 에블린에게 말한다. Be Kind. 유약해 보였던 웨이먼드의 굳건한 강령은 에블린에게 새로운 가능성이 된다. 우주를 넘나드는 싸움을 통해서 해결할 수 없던 교착상태는 웨이먼드 식의 다정함으로 무너진다(사실 이 영화가 불교적 연기론을 상당수 차용한 듯 보이기에 웨이먼드의 대사는 자비를 보이라는 말에 가까우리라 보인다). 갈등이 커지기 직전 역지사지의 자세를 갖추자 세무관인 디어드리 보베어드라(제이미 리 커티스)를 포함한 많은 문제가 싱거우리만큼 부드럽게 해결된다.게다가 Be Kind라는 강령은 비단 타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충분히 적용된다. 무수한 우주를 유영한 에블린은 비로소 자기 자비를 실천하여 스스로를 구원한다–이는 너무도 어린 청년인 조이에겐 허락되지 않았던, 시간이 남긴 자산이다-. 자신이 열망한 이상향에선 오히려 세탁소를 운영하며 징그러울만큼 아등바등한 삶을 꿈꾸기도 하고, 시력을 잃는 끔찍한 사고는 성공의 발판이 되기도 하는 등, 삶과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해 에블린의 시야가 확장되자 그가 평생 품고 살았던 한계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윽고 확장된 ‘모든 곳의 에블린이 가진 모든 것’이 ‘단 한 순간’으로 집중된다. 놀라우리만큼 파괴적인 가능성을 찰나에 집중시키자 에블린이 발견하는 건 단 한 가지다. 가장 순수한 감정. 그러하므로, 한 줌의 시간일지라도 그 시간을 소중히 여길 거라는 에블린의 고백은 시간을 초월하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는, 이런 제목으로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너와 여기서, 언제나.이미지 출처: Daily Sabah브라이언 헤어 & 버네사 우즈가 집필한 책 제목,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처럼, 친절은 우주를 막론하고 강력한 힘이다. 그런데 이 말을 꺼낸 건 우주를 한 번도 건넌 적 없는 웨이먼드였다. 그러니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가 얼마나 낙관적인 영화인지 새삼스럽게 감탄하게 된다. 각자가 가진 단일한 정체성을 유동적인 정체성으로 변환하는 힘, 피를 나눈 모녀관계라 한들 완벽과 거리가 먼 미완의 관계로 남을 수 있음을 성숙한 자세로 선언하는 힘, 전 우주를 구하는 힘은 버스 점프를 익히지 못한 당신 역시 실천이 가능한 '친절, 다정, 자비, 그리고 공감'이란 테제다. 설령 우스꽝스러운 환경에 처해 있다 해도(핫도그 손을 가진 인류 진화 단계에 들어선 건 아닐 테니!)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는 가치이지 않은가. 아주, 아주 약간의 따뜻함만 있다면, 문제투성이인 삶조차 충분히 긍정함으로써 모두는 우주를 나를 그리고 당신을 구할 수 있다.<참고문헌>박종천 "불화와 화해의 영화적 변주곡" 국학연구 41 pp.493-535 (2020) : 493.양대종 "허무주의를 대하는 마음의 자세 - 니체 철학을 중심으로" 철학탐구 35 pp.131-161 (2014) :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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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을 극도로 혐오하는 결점투성이 팝스타의 고백록
자신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지구상에 얼마나 있을까?
그룹 '아이브' 소속 장원영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일컫는 '원영적 사고', 즉 "럭키비키(LuckyVicky)"를 우리 삶의 신조로 삼고 산다고 해도 자신이 싫어지는 순간은 분명히 생길 것이다. 유명한 노래 <가시나무>의 가사처럼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타인과의 관계만큼 어려운 것이 나 자신과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재산과 행복은 어느 정도 비례하다가 어떤 임계점을 지나면 재산이 아무리 증가해도 행복이 늘지 않는다고 한다. 명성과 행복의 함수도 비슷하지 않을까?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알 만큼 유명한 사람이 된다고 해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행복은 매우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영화 <베러맨(Better Man)>은 역대 최고의 팝스타 중 한 명인 가수 로비 윌리엄스의 전기 영화다. 영화는 화려한 무대를 뛰노는 그의 모습도 보여주지만 그가 불행했던 순간도 가감 없이 드러낸다. 1974년에 태어나 50대 초반의 청년(?)이고,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그가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는 영화를 직접 제작했다는 것이 좀 의아하기도 하다. 보통 작고했거나 인생의 말년에 이른 인물이어서 일생에 대한 입체적인 평가가 가능한 사람이 전기 영화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아직 살 날이 구만리(?)인 로비 윌리엄스의 전기 영화 <베러맨>은 생뚱맞은 만큼 흥미롭기도 하다. 모션 캡처로 연기한 인물 위에 침팬지 CG를 덧입히고 로비 윌리엄스 본인이 직접 목소리 연기를 했다. 실존 인물의 외모, 말투, 행동거지, 습벽 등을 최대한 비슷하게 따라 하는 주연 배우를 앞세우는 기존 전기 영화의 관습을 과감히 탈피했다. 로비 윌리엄스가 영화 속에서 침팬지의 모습으로 등장하고 영화의 제목이 'Better Man'이라는 사실은 로비 윌리엄스가 가지고 있는 극도의 자기혐오와 경도의 자기 긍정을 잘 보여준다. 태어나 지금까지 결점투성이 침팬지처럼 살아왔지만 매일 조금씩 진화하여 더 나은 사람(Better Man)으로 거듭나는 중이라고 로비 윌리엄스는 웅변하고 있는 듯하다.
영화 <위대한 쇼맨>의 연출을 맡았던 마이클 그레이시 감독의 작품답게 로비 윌리엄스의 명곡과 유려하고 역동적인 춤이 어우러지는 명장면들이 영화를 수놓는다. 영화 포스터에 "<보헤미안 랩소디>와 <위대한 쇼맨>의 만남"이라는 홍보 문구가 있지만 영화 <베러맨>이 주인공을 묘사하는 방식은 <보헤미안 랩소디>와 꽤 다르다. <베러맨>은 <보헤미안 랩소디>보다 훨씬 더 깊게 주인공의 내면을 파고든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절정인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과 유사한 장면일 것으로 기대되는 12만 5천 명이 운집한 넵워스 공연 실황을 충실히 재현하는 것은 이 영화의 목표가 아니다. 넵워스 공연이 로비 윌리엄스가 마음의 평화를 찾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비틀스 이후로 영국에서 '오아시스'와 함께 가장 성공한 보이 그룹이었던 '테이크 댓'에서 탈퇴한 후 로비 윌리엄스를 솔로 가수로 우뚝 서게 한 것은 자신의 마음속 고통을 진솔하게 담아낸 노래였다. 역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그리고 가장 성공적이다.
(끝)
* 씨네랩의 초청으로 3월 20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베러맨> 언론•배급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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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2 / 안보면 후회 / 우리가 사춘기를 지나며 잃어버린 것들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인사이드 아웃 2"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이 캐스팅 소개에 1개, 엔드크레딧 후에 1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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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방법: 재차의> 메인 예고편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在此矣)가 살인을 저질렀다!
살인사건 현장에서 피해자와 함께 용의자도 사체로 발견된다.
그러나 용의자의 시신은 이미 3개월 전 사망한 것으로 밝혀져 경찰은 혼란에 빠진다.
한편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기자 임진희는 라디오 출연 중
자신이 바로 그 살인사건의 진범이며 생방송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다는 전화를 받게 된다.
경찰과 네티즌은 임진희 기자의 온라인 생방송을 일제히 주목하고
인터뷰 당일 그 곳에 나타난 범인은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에 의한 3번의 살인을 예고하는데…
첫 번째 살인이 예고된 날,
엄청난 수의 ‘재차의’ 군단이 나타나 무차별 습격을 시작하고
총력 방어에 나선 경찰 당국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과연 이들을 조종하고 있는 배후는 누구일까?
이들을 막아낼 유일한 ‘방법'(謗法)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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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이상존재> 메인 예고편
인기 개그맨 유세윤은 14살의 어느 날 이상한 동작을 반복하거나 의미를 알 수 없는 말들을 내뱉는 등 기이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 행동은 점점 사라졌지만 그 당시의 세윤을 목격한 가족들과 그의 지인들에겐 여전히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제는 한 가정의 가장이 된 세윤에게 또다시 정체불명의 소리가 들려오고… ‘그것’은 점점 더 그를 괴롭히기 시작하는데… 인기 개그맨 유세윤을 둘러싼 15일간의 기록! ‘그것’의 충격적 정체가 밝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