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5-10 13:30:23
[JIFF 데일리] 새로운 감정들이 전주에 등장했다!
픽사 in 전주 with <인사이드 아웃 2> 행사 취재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개봉을 기념하여 픽사 in 전주 이벤트를 개최했습니다.
노은영 전주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애니메이션을 선보인 디즈니,픽사의 다양한 작품과 곧 개봉 예정인 <인사이드 아웃 2>의 풋티지를 국내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특별행사를 전주시에서 진행함으로써 전주를 찾은 방문객들과 시민들에게 관광거점도시 전주의 매력을 알리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이번 픽사 in 전주 with <인사이드 아웃 2> 행사는 영화제 기간 중에서도 5월 2일(목) 부터 10일(금)까지 진행되었습니다.
더불어, 지난 5월 2일(목)에는 국내 최초로 언론 매체를 대상으로 34분 가량의 <인사이드 아웃 2> 풋티지 상영회가 진행되었는데요. 풋티지 상영 이후 화상 기자회견을 통하여 <인사이드 아웃 2>의 연출을 맡은 켈시 만 감독과 마크 닐슨 프로듀서가 참여하여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눴기에 더욱 화제가 되었습니다.
제가 방문한 날짜는 5월 5일 어린이날이었는데요. 영화제에 참석한 분들 뿐만 아니라 많은 전주 주민들이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참석하였습니다. 시네필들을 사로잡은 이벤트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할 체험 이벤트도 진행되었는데요.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OST 오케스트라 공연, 버블 벌룬쇼, 컬러링, 틀린 그림 찾기, 미로, 타투 스티커, 페이스페인팅 체험, <인사이드 아웃 2> 액티비티 북 제공 등의 다양한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새로운 캐릭터(감정)의 출연으로 화제가 된 <인사이드 아웃 2>의 새로운 캐릭터를 먼저 볼 수 있는 행사였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5월 1일(수) ~ 5월 10일(금)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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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의 논리로 선 땅에서 예술의 정수를 쌓아 올리다!
3시간 35분. 극장에서 인터미션 마주할 수 있게 한 <브루탈리스트>는 잊지 못할 영화적 경험을 안긴다. 영화 외적일 뿐만 아니라 영화 내적으로도 잊지 못할 경험을 전한다. 왜 이 영화가 이렇게도 길수밖에 없는지, 긴 시간 동안 왜 우리는 미국으로 간 한 유대인 건축가가 돈의 논리로 선 땅에서 예술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목도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끝내 알게 된다. 마치 기나긴 터널을 묵묵히 버티며 끝내 밝은 빛을 맞는 느낌처럼, 영화는 끈질기게 자유를 갈망하는 라즐로의 고통의 나날을 촘촘하게 쌓아 올린다.
파시즘을 피해 미국행을 택한 건축가 ‘라즐로 토스’(애드리언 브로디). 하지만 그를 기다리는 건 자유의 삶이 아닌 이민자로서 겪는 냉혹한 현실이다. 사촌의 일터에 얹혀살고 가구를 만드는 일을 하지만, 자신의 재능을 100% 발휘하지 못하는 현실은 참기 힘들다. 부유한 사업가인 해리슨(가이 피어스)의 서재를 리모델링하는 일을 맡고 유려한 공간을 만드는 데 성공한 그지만, 결과는 되려 거친 항의를 받는다. 결국 사촌 집에서 쫓겨난 라즐로는 막노동으로 근근이 먹고산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에게 버럭 소리치던 해리슨이 찾아와 과거 일을 사과하며, 자기 집에 초대를 한다. 이에 응한 라즐로는 그에게 건축물 설계 제안을 받는다.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 여긴 라즐로. 하지만 예산, 시대를 앞선 건축 양식 등 장애물을 만나고, 또 다른 시련을 겪는다.
| 자유의 여신상이 거꾸로?
“자유롭다는 착각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노예다”
<브루탈리스트>라는 영화를 설계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건 자유다. 극 중 등장하는 괴테의 말처럼 라즐로는 파시즘의 공포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찾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온다. 그리고 어두컴컴한 배에서 올라와 자유의 공기를 마신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는 건 온전한 자유가 아니라 자본주의라는 깊은 늪이다.
영화 초반을 생각해 보면 라즐로에게 미국은 자유의 나라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자유의 여신상이 거꾸로 비친 것만 봐도 그렇다. 라즐로에게 그리고 더 나아가 아메리칸드림을 이루기 위해 배를 타고 미국으로 온 이민자들에게 자유의 여신상은 온전히 그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 어쩌면 이 여신은 온전히 그리고 똑바로 미국인들에게만 자유를 선사하는 아이콘일 수 있다.
이렇듯 라즐로는 이민자로서 본의 아니게 차별을 받는다. 한 예로 자신을 미국인으로 칭하고, 기독교 신자인 사람을 아내로 맞이한 사촌은 라즐로의 유일한 구원자인 동시에 철저한 배신자로 나온다. 이유는? 돈값을 못 해서다. 의도가 어떻든 그가 설계한 서재를 보고 화가 난 해리슨 때문에 공사비를 못 받은 사촌은 이 모든 잘못을 라즐로에게 돌리고, 그를 쫓아낸다. 아무리 혈연관계라 해도 미국에서는 이용 가치가 없는 이민자를 곁에 둘 이유가 없다. 어찌 보면 전쟁으로 고향을 도망쳐 나왔지만, 결국 돈의 논리로 선 미국에서도 그가 누릴 자유는 없는 것이다.
| 아메리칸드림 속에 숨겨진 이민자의 수난근근이 하루하루를 버텨가던 라즐로에게 산타가 나타난다. 바로 해리슨이다. 라즐로가 만든 서재 덕분에 유명세를 탄 덕분에 해리슨은 라즐로를 곁에 두고 자신에게 특별하고, 사람들에게 영원히 기억에 남을 건축물을 지어달라고 한다. 이를 승낙한 라즐로는 그 즉시 헤어 나올 수 없는 족쇄에 채워진다.
미국과 자본주의의 결정체로 보이는 해리슨은 돈으로 라즐로의 재능을 산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착취한다. 겉으로는 선의를 배푸는 척하지만, 그의 속내는 어떻게든 라즐로의 재능을 빼먹을 궁리만 하는 것. 이런 속내는 시간이 지나면서 수면 위로 올라오는데, 자신이 고용한 이들의 입을 통해 경비 감축 등의 이유로 라즐로를 압박한다. 라즐로의 예술성만큼이나 해리슨에게 중요한 건 돈이다.
생각해보면 해리슨이 이 건축물을 짓는 건 돌아가신 어머니를 기리기 위한 것도, 마을 공동체를 위한 것도,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예술 건축물을 짓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명예 도취. 있어 보이기 위한 과식욕의 매개체를 만드는 것뿐이다. 예산 때문에 단 몇 미터를 줄이는 것에 분노하는 라즐로를 겉으로 이해하지만, 그의 감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해리슨의 모습은 마약 같은 명성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기 위한 수단으로 예술가를 착취하는 자본가들의 모습과 일치한다.
자신이 갖지 못한 그 예술성을 탐닉하고 어떻게든 동경을 넘어 빼앗고 싶어 하는 모습. 해리슨을 연기한 가이 피어스는 ‘록펠러와 살리에리 중간쯤’이라고 묘사할 정도로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한 바 있다. 해리슨의 모습은 유럽의 아름다움을 오로지 돈으로 사서 만들려고 했던 미국의 민낯과도 일치한다. 이를 보여주듯 극 중 해리슨은 라즐로는 정신적으로, 성적으로 착취한다. 결국 미국은 이런 예술가들의 피와 땀, 눈물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1.66:1의 화면비, 비스타비전이 주는 폐쇄성<브루탈리스트>는 현재는 거의 쓰지 않는 비스타비전으로 촬영되었다. 브래디 코베 감독이 이 화면비를 고수한 이유는 무엇일지 생각해보면, 라즐로 등 이민자들이 느끼는 폐쇄성을 오롯이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영화는 조피아의 취조실로부터 시작되고, 이어지는 장면은 짙은 어둠 속 배 안에서 가판으로 올라가는 라즐로의 모습이다. 마치 감옥처럼 느껴지는 통로를 어떻게든 탈출하려는 그의 모습이 보이는 데, 보는 입장에서는 시네마스코프와 달리, 비스타 비전만의 폐쇄성이 느껴진다. 이후, 이 화면비로 보이는 라즐로의 여정 또한 어딘가 모르게 갇힌 듯한 느낌을 전한다.
결국 영화는 이 비율을 통해 미국에 와서도 온전히 자유를 찾지 못하고 감옥에 갇힌 듯한 라즐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비로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각형의 감옥에서 스스로 나오지 못하는 그의 모습. 어떻게 해서도 벗어날 수 없는 그만의 감옥은 그가 마약을 끊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브루탈리즘을 소재로 한 영화는 건축처럼 대칭과 반복 등의 구조적 특징을 오롯이 펼친다. 조피아의 얼굴로 시작해 조피아의 얼굴로 끝내는 영화는 인터미션을 기준으로 1막 ‘도착의 수수께끼’, 2막 ‘아름다움의 견고한 본질’은 수미쌍관 구조를 가져간다. 특히 혼자던(1부), 가족과 함께 하던(2부)는 미국이란 땅에서 그는 자유가 아닌 감옥신세라는 걸 동일하게 보여준다. 극중 에르제벳이 말한 것처럼 이들에게 미국은 썩은 나라이며, 말을 하지 않던 조피아는 결혼과 동시에 약속의 땅이스라엘로 떠난다.
| 중요한 건 과정이 아니라 예술이자 목적지!
끝내 완성한 건축물은 해리슨이 아닌 라즐로의 것이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나라에서 죽어가는 예술혼은 끝내 지난한 여정을 관통하며 우뚝 솟아오른다. 이 건축물은 파시즘으로부터 도망친 이후 보이지 않는 그의 마음속 아픔과 인생이 녹아 있다. 후반부 라즐로를 강간한 사실을 에르제벳의 입을 통해 공개된 이후 해리슨은 이 건물로 도망치는데, 그때 비로소 이 건축물의 내부가 온전히 공개된다. 마치 자신과 에르제벳이 경험했던 감옥이 이 공간에 녹아져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어둡고 폐쇄적이며, 기도 공간에서는 햇빛에 비치는 십자가를 통해 비로소 자유를 느끼게 한다.
라즐로의 내상과 에르제벳의 외상이 합쳐져 완성한 듯한 이 건축물은 결국 이 부부가 겪은 아픔과 인생을 응축한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브루탈리즘은 ‘날것 그대로의 콘크리트’(Béton brut)라는 어원이 말해주듯, 아무런 장식 없이 콘크리트로 구축한 이 건축물은 누군가에게는 흉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누군가에는 시련과 고난을 버텨 끝내 자유를 찾고자 노력한 이들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나이가 든 조피아는 라즐로의 예술을 전시하는 비엔날레 행사장에서 이렇게 말한다. “삶이 아무리 유린당해도 중요한 건 목적지이지 여정이 아닙니다.” 미국의 삶을 접고 예루살렘에 온 라즐로가 조피아에게 했던 이 말은, 고통의 나날을 보냈지만, 어떻게든 삶의 인장을 남긴 라즐로와 에르제벳, 그리고 수많은 이민자를 향한 찬사다. “어떤 격변이 있어도 오래 살아남는 것을 만들기 위해 건축을 한다”는 라즐로의 답은 이민자들의 역사를 바탕으로 세워 올려진 미국의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과연 미국은 누가 세웠는가!
사진제공: 유니버셜 픽쳐스
평점: 4.0 / 5.0
한줄평: 돈의 논리로 선 땅에서 예술의 정수를 쌓아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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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연니버스는 후회 없을 선택
시청했던 작품을 한 패키지로 모아서 간단 리뷰를 하려고 한다. 대상은 '기생수: 더 그레이', '삼체'다.
'기생수: 더 그레이'
연상호 감독이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타고난 이야기꾼인 건 동의하나, 그가 구축한 '연니버스(연상호 유니버스)' 인장이 찍힌 작품들에 대한 관객들의 호불호는 극명하다. 하지만 이와아키 히토시 작가의 '기생수'를 드라마화한 '기생수: 더 그레이'는 후회 없을 선택이 될 것이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설정만 그대로 가져왔을 뿐, 원작 만화와는 다른 방향의 스토리를 들려준다. 판을 키우기보단 충청남도 남일군이라는 가상 지역 내로 의도적으로 축소하면서 동시에 서사, 캐릭터들의 전사 등을 속전속결로 풀어낸다. 여기에 '기생생물과 인간의 공존'이란 주제를 바탕으로 '기생생물을 지키려는 자, 막으려는 자, 공생하는 자'로 단순하게 공식화하면서 '인간성'에 대해 고찰하게 만든다.
'19세 관람가'가 붙었을 만큼, 소름 끼치는 비주얼 재현도 합격점이다. 드라마 전체를 이끌어가는 전소니와 구교환의 합, 시즌 2 여지를 남겼던 마지막 장면 또한 인상적이었다. 만약 시즌 2가 제작된다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는 조금 더 손을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
'삼체'
SF 소설가 류츠신의 동명소설을 드라마화한 넷플릭스 '삼체'는 흥미롭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면서 400년 뒤에 지구에 도착해 폭격을 가하겠다는 낯선 외계 문명을 대처하는 지구인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면서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으니 말이다.
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지우려고 했던 광기의 결정체 문화대혁명의 피해자 예원제(자인 쳉/로잘린드 차오)는 복수를 위해 외계문명을 불러들였으나, 같은 가해자의 길을 걷게 돼 또다시 소중한 이를 잃는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게 인상적이다. 또 과학과 이성이 상상치도 못하게 계속 고꾸라져 절망을 안겨주는 광경도 이목을 끌었다. 거듭된 실패와 절망, 비탄 속에서도 더 나은 해답을 찾아 나서려는 태도의 가치를 역설하면서 비과학적인 인물들까지 과학적 사고를 하는 모습도 매우 신선하다.
여기에 넷플릭스의 거대한 제작비를 쏟아부은 화려한 시각효과 및 스케일도 압권이다. VR 세계관과 우주의 윙크는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기도 하다. 심지어 이것이 원작소설의 초반부를 압축해서 담아냈다는 사실이 놀랍다. 시즌 2가 제작된다면 얼마나 더 대단한 스토리텔링과 SF요소들이 나올까 기대감만 높아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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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이 닿는 그 곳, 전부
여성국극 1세대 배우 명인 '조영숙'
여성국극, 몇 년 전부터 웹툰 <정년이>를 통해 대중들에게 알음알음 인식되기 시작했고 최근 드라마화가 되면서 대대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다. 내가 아는 건 딱 이 정도였다. 정확히 어떻게 발현되었고, 어떤 무대를 보여주는지 왜 인기를 얻었는지 알 턱이 없었다. 문화예술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우리나라에서 오랜 시간동안 예술 분야의 한 주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여성국극이 대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봐야 한다는 일종의 책임감이 있던 차에 <여성국극 :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의 개봉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영화 <여성국극 :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는 다큐멘터리로서, 우리나라 최초의 뮤지컬인 여성국극에 대한 역사적 의의와 현대에 이르러 어떤 실태를 보이고 있는지 낱낱이 파헤친다. 그 중심에서는 3세대 배우 ‘박수빈’님과 ‘황지영’님의 서술이 이루어지며, 두 분의 시야로 작품이 진행된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은 매우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1세대, 2세대를 넘어 3세대로 넘어 온 만큼 지금의 극장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사람들은 모두 3세대 배우들의 입장에서 이입하기가 훨씬 수월할 것이기 때문이다.
작품을 보고 가장 흥미로웠던 정보는 각 배역들마다 부르는 용어가 따로 있었다는 점이다. 보통 특정 등장인물이 인상 깊게 나온다고 하면, 그 배역의 이름을 기억하고 끝이지, 어떠한 통칭되는 용어가 추가적으로 생기지는 않기 마련이다. 희극 조연 ‘삼마이’, 여역, 남역 주연 ’니마이’, 악역 ‘가다끼’ 배역마다 명칭이 생길 정도였으니 그 시절 여성국극의 인기가 어느정도였을지 가늠해볼 수 있다. 새로운 단어가 생길 만큼 의미를 부여한다는 건 보통 많은 애정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는 걸, 소위 ‘덕질’해본 사람들은 분명 알 것이다.
어느 예술 분야든 종사하는 사람들만이 갖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국극에서는 특히나 배우들이 그 무대의 캐릭터로서 존재할 때 갖는 힘, 그 극에 동화될 때 보이는 몸짓들이 다른 곳에서는 경험해볼 수 없는 가치였다. 수없이 해왔기에 거울을 안 보고도 완벽히 해내는 분장, 캐릭터의 옷을 입으면 변하는 표정, 빛나는 눈이 아름답다. 어떤 각도로 팔과 다리를 움직여야 좋을지, 무슨 대사를 추가할지, 어디서 어떻게 음을 꺾어야 여성국극다운 소리인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무대, 그렇기에 더더욱 성별이 의미가 없는, 그저 배우로만 존재할 수 있는 공간, 바로 여성국극이다. 이게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뮤지컬로서 오랜 시간동안 이어진 저력이 아닐까 짐작할 수 있었다.
위 사진이 촬영될 수 있었던 이유는 3세대 배우 박수빈님의 1세대 배우 조영숙님께서 떠나시기 전에 꼭 큰 무대에서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순간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던 덕분이다. 모든 세대의 배우들이 각자의 시대에서 타고난 특징들을 살려 하나의 공연으로 완성해보자는 기획은 지금까지 없었던 스케일이었고, 도전이었다. 수없이 반복하고 몸에 익고 꿈에도 나오는 그 무대를 직접 만들어낸 배우들임에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각 세대의 특징을 조화롭게 한 데 섞는 작업은 보다 섬세한 손길이 필요했을 것이기에 기획부터 제작까지 완벽하게 해낸 배우들, 특히 박수빈님과 황지영님에게 존경을 표한다. 타이트한 시간 속에서 완벽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전 세대 배우들의 모습 중에서도 공연 시작 직전에 잠을 못 자고, 두려워하고, 나 때문에 무대를 망칠까 걱정하는 모습이 여과없이 드러나는 장면에서는 함께 긴장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무대를 사랑하기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불안함이란 사실을 알기 때문에 더더욱 감동을 느꼈다. 특히 작품 중간중간 나오는 옛 자료들이 매우 인상 깊었다. 영상/사진 자료와 함께 나오는 1, 2세대 배우들의 당시 감상과 고뇌를 서술하는 연출 또한 더욱 이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출처 : 시네마달 [여성국극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 스페셜 예고편
아무래도 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성국극이라는 무대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만큼, 무대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라도 분위기를 상상해볼 수 있을 만큼 꽤 많은 노래들이 흘러 나온다. 그 중에서도 3세대 배우 박수빈님의 기획으로 발돋움된 ‘레전드 춘향전’의 에필로그 곡이 나를 … 울렸다. 어떤 특정한 감정이나 생각이 들기도 전에 음악의 선율에 바로 몸이 반응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공통점 중에 기본적으로 DNA에 스며들어 있는 게 바로 ‘한’이라고 지나가듯 들은 적이 있다. 여성국극 또한 ‘한’을 담고 있으며, 그 감각을 내가 오롯이 느끼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해당 노래의 중간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 천 년이 가고, 만 년이 가도, 우리 사랑은 이 순간에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 "
그저 감명 깊은 곡이었을 뿐인데, 영화의 제목 또한 이 부분에서 인용된 걸 보니 더욱 뜻깊었다. 에필로그 곡 ‘민들레’는 한반도 분단으로 인해 헤어진 가족, 연인, 친구 등 모든 이들의 슬픔을 대변하는 ‘박재연’님의 창작곡으로, 춘향이 몽룡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민들레 홀씨에 빗대어 표현하며 춘향의 마음을 그려냈다고 한다. 춘향전의 마지막과 영화의 후반부를 장식하는 곡으로서, 그들의 모든 서사를 알게 된 관객에게 여성국극을 위하는 우리들을 알아주세요, 라고 전하는 메시지가 절절하게 느껴져 더욱 마음에 와닿았다.
여성국극 1세대 배우 명인 '조영숙' 3세대 배우 '박수빈' '황지영'
그래, 우리가 영화를 보며 가장 집중해야 할 부분은, 이러한 예술 분야가 오로지 종사자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간신히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 또한 영화를 사랑하고 창작하는 사람이기에 3세대 배우 황지영님의 '그냥 여성국극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알고 있다. 단 한 명의 관객이 있다면 작은 무대부터 강연까지, 여성국극으로 그곳에 서 있을 수 있다면 어디든지 둘이서 함께 캠핑카로 바삐 돌아다닌다. 전 세대의 배우가 모이는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나서도, 변하지 않은 현실 속에서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고유의 예술을 담고 있는 여성국극이 그 자체로 빛날 수 있도록 고민하고 행동하는 3세대 배우의 모습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현재 여성국극의 상황은 영화 제목 그자체이다.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 반짝였던 과거의 시절에 힘입어 그 가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사라질듯 이어진다. 영화 내내, 우리가 갖는 관심 하나하나가 여성국극의 명맥을 이을 수 있는 단단한 힘이 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주고 있다. 예술은 관객이 없다면 아무것도 될 수 없고, 한 명이라도 바라보는 순간 그 모든 것이 된다.
해당 글은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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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리뷰> <언젠틀 오퍼레이션> 올드하지만 시원하다 , 가이 리치 감독 신작
영화 후기 :
통쾌.상쾌.시원 전형적인 액션영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인만큼 영화가 끝난 뒤 자연스럽게 그 실제 이야기를 검색하게 된다면, 그 자체로 이미 성공한 영화가 아닐까
기본 정보
영화 : 언젠틀 오퍼레이션 (The Ministry of Ungentlemanly Warfare)
감독 : 가이 리치
출연 : 헨리 카빌, 앨런 리치슨, 알렉스 페티퍼
장르 : 액션, 코미디
관람일 : 2025.03.11
개봉일 : 2025.03.19
시놉시스 : 독일의 비밀 병기 잠수함을 막아라! 나치에 대항할 미친 녀석들이 온다! 제2차 세계대전, 나치의 살상 무기 유보트를 막기 위해 ‘처칠’의 지휘 아래 최초의 비밀 특수 부대가 탄생한다. 통제 불능의 미친개, 지옥에서 돌아온 근육질 군인, 냉철한 폭발물 전문가, 암살이 주특기인 미인계 특수 요원까지··· 대장인 ‘거스 마치’를 필두로 막 나가는 그들이 뭉쳤다! 영국군에 잡히면 감옥에, 나치에게 잡히면 죽음뿐! 유보트를 막기 위한 거스 마치 일행의 ‘언젠틀’한 작전이 시작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rEWvKcm5xg0
제2차 세계대전 속 비정통적 작전의 전개 – 영화 『언젠틀 오퍼레이션』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액션 코미디 영화 『언젠틀 오퍼레이션』은 전통적인 전쟁 영화와는 다른 시각에서 전쟁을 조명한다. 영화는 윈스턴 처칠과 훗날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창시자가 되는 이언 플레밍이 주도한 비밀 부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며 기습 공격과 파괴 공작을 통해 나치 독일을 교란시키는 이들의 활약을 그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영국이 나치에 맞서 펼친 비밀 작전을 그리며 60~70년대 전쟁 영화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가이 리치(Guy Ritchie)는 누구인가?
가이 리치(Guy Ritchie, 1968.09.10)는 영국의 영화감독, 각본가, 제작자로 스타일리시한 연출과 독창적인 범죄 영화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의 작품들은 빠른 편집, 개성 넘치는 캐릭터, 위트 있는 대사 그리고 블랙코미디가 특징이다.
가이 리치는 초기작을 통해 ‘영국 갱스터 영화’라는 독특한 장르를 정립한 감독으로 평가받는다. 헐리우드에서 대형 블록버스터 감독으로도 활동했지만 그의 진정한 매력은 여전히 <록 스탁>이나 <스내치>, <젠틀맨> 같은 영국 범죄 영화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최신작 <언젠틀 오퍼레이션>도 이러한 그의 스타일이 반영된 작품으로 액션과 위트의 균형을 맞춘 영화로 평가된다.
포스터와 예고편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을 연상시키지만 실제 영화의 스타일은 <나바론의 요새>와 같은 전통적인 특공대 영화에 더 가깝다. 이른바 '터프가이'들이 등장해 과감한 액션을 펼치며 나치군과 망설임 없이 총격전을 벌이는 모습은 현대적인 감각의 전쟁 영화와 비교할 때 다소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점이 오히려 영화의 매력으로 작용한다. 전형적인 장르적 공식에 충실하면서도 적당한 유머와 가이 리치 특유의 연출이 가미된 덕에 신선함이 살아있다.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로는 거스 마치 필립스(헨리 카빌), 앤더스 라센(앨런 리치슨), 제프리 애플야드(알렉스 페티퍼), 헨리 헤이즈(히어로 파인스 티핀), 그리고 마조리 스튜어트(에이사 곤잘레스)가 있다. 이들은 모두 실제 역사 속 인물들로 처칠의 강경한 반나치 기조에 따라 비밀 작전에 투입된다. 영화는 이들이 작전을 준비하고 수행하는 과정을 그리며 각 캐릭터의 개성이 뚜렷하게 살아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에이사 곤잘레스가 연기한 마조리 스튜어트는 홍일점 캐릭터로서 팜므파탈적인 매력을 발산하며 극의 분위기를 한층 다채롭게 만든다. 나치 악당 역을 맡은 틸 슈바이거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을 연상시키는 캐스팅으로 영화 속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액션의 호쾌함이다. 초반부터 후반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투 장면 속에서 각 캐릭터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무차별적으로 적을 처치한다. 총격, 폭발, 백병전 등 다양한 액션이 펼쳐지며 때로는 잔인할 정도로 과격한 장면들도 등장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통쾌한 쾌감을 선사한다. 영화 속 독일군은 철저히 악당으로 묘사되며 주인공들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적을 소탕하는데, 이러한 단순한 구도 덕분에 영화는 더욱 직관적이고 강렬하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틀 오퍼레이션>은 단순한 ‘난폭한’ 전쟁 영화로 그치지 않는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톤을 유지하며 가이 리치 특유의 위트와 여유를 잃지 않는다. 캐릭터들의 대사나 특정 장면들은 <007> 시리즈나 <카사블랑카> 같은 고전 영화의 분위기를 연상시키며 오마주 요소가 적절히 가미되어 있다.
영화의 결말과 역사적 의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등장인물들의 이후 행보가 몽타주로 펼쳐진다. 거스 마치 필립스는 여러 차례 성공적인 습격 작전을 이끌며 전쟁 영웅으로 기억되었고, 마조리와 결혼해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제프리 애플야드는 그의 공훈이 인정되어 왕실에서도 화제가 되었으며 헨리 헤이스는 1년간 나치의 고문을 견뎌낸 전설적인 스파이로 역사에 남는다. 한편, 앤더스 라센은 여러 작전에 투입되다 1945년 전사하며 조국을 위해 최후를 맞이한다. 그리고 당시 영국 정보부에서 활동했던 이언 플레밍은 이들의 활약에서 영감을 받아 훗날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집필하게 된다.
『언젠틀 오퍼레이션』은 단순한 전쟁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전쟁의 치열함과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특유의 유머 코드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통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만큼 역사적 사실에 충실한 전개가 몰입감을 높이며 기존의 정공법이 아닌 비정통적인 작전 방식이 전쟁의 흐름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특히,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개성과 유머를 잃지 않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또한, 비정규전 부대의 숨겨진 공로를 재조명하며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역사 속 영웅들의 이야기를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결과적으로 <언젠틀 오퍼레이션>은 전통적인 전쟁 영화의 감성을 재해석하며 과격한 액션과 위트를 조화롭게 담아낸 현대적인 블록버스터 전쟁 영화와는 다른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
영화 후기 : 영화적 완성도가 아주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액션과 스타일을 즐기는 관객들에게는 충분한 재미를 제공할 것 같다. 올드한 감성을 개의치 않고 시원한 액션을 원한다면 추천한다.
* 본 글을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청받아 참석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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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버전의 내가 되고 싶어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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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까지도 종종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도 '나'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생각하고 느끼는 내가 모두의 마음속에 하나씩 있다니.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나는 또 '나'라는 것으로 태어나서 지금과 같이 생각하고 느끼고 말하는 무언가가 될까. 지금 나의 이 비루한 영혼(같은 게 있다면)이 다시 태어나도 또 내가 될까.
(이 주제와 관련하여 존 페리,『개인의 동일성과 불멸성에 관한 대화(2017)』를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어릴 적에는 내가 갖지 못하여 소망했던 것들, '피아노를 가진 나'라든지, '공놀이를 잘하는 나'라든지, '가출한 나' 같은 모습들을 상상하곤 했다. 내 상상 속에서는 내가 빛이 들어오는 거실에서 피아노를 땡땡 치고 엄마는 옆에서 책을 읽고, 발야구를 할 때 저 멀리까지 공을 뻥 차고, 밤거리를 헤매는 내가 있었다. 현실의 나는 피아노도 없고 소위 말하는 '개발'이지만.
닥터 스트레인지는 <어벤저스: 엔드게임>에서 수억 가지의 경우의 수를 보고 왔다. 그 이후로 각자의 유니버스에 살고 있던 스파이더맨이 어쩌다 한 자리에 모였고, 로키는 여러 모습의 로키를, 완다는 다른 삶을 사는 완다를 만났다. MCU는 멀티버스가 전 세계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하나씩 있었음을 간파한 듯하다.
그러나 나는 히어로도 아니고 초월적인 힘을 가지지도 않은 평범한 인간이다. 마블의 멀티버스는 특별한 존재들만의 우주이니 나같은 미물과는 관계없는 이야기다. 특별한 존재들이 세상을 구할 때 나는 행인1로 지나갔다가, 우주가 뒤바뀔 때는 또 사라졌다가 하는 NPC에 불과하다.
한편, A24의 영화들은 그 행인1들을 조명한다. MCU에서 우주괴물이 지구를 괴롭힐 때 으악 소리 한번 못지르던 행인1들은 A24의 영화에서 방황하는 레이디 버드가 되기도 하고, 미국으로 이민가서 미나리를 키우기도 하고, 집도 절도 없어 아이를 입양보내야만 하는 플로리다의 미혼모가 되기도 한다.
멀티버스가 이제는 흔한 소재가 되어버린 데다 너무 긴 제목 탓에 큰 기대 없이 영화관에 앉아 있었다. 나는 '이제 울어라!'하는 장치만 나와도 쉽게 울어버리는 울보긴 한데 멀티버스 액션 코믹 영화를 보면서 울 생각은 없었다.
어쩌면 망한 버전의 나
미국에서 코인세탁소를 운영하는 에블린과 웨이먼드 부부가 있다. 이들은 홍콩에서 무작정 이민을 온, 이를테면 <첨밀밀>의 소군과 이요 같은 사람들이다. 에블린의 앞에는 수만 개의 영수증이 펼쳐져 있다. 국세청에서는 이들의 비용처리를 문제삼아 세탁소가 문을 닫을 판이다.
아들을 원했던 에블린의 아버지는 에블린이 태어날 때부터 실망했다. 웨이먼드와 결혼한다 하여 또 실망했다. 이제는 늙고 병들어 그렇게 싫어했던 딸과 함께 살아야 하는 형편이다. 에블린은 언제나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었지만 사업가로 성공한 모습을 보이지도 못하고, 딸 조이는 몸에 문신이 있는 동성애자라 아버지 앞에 떳떳하게 내놓을 수가 없다.
사업은 망하기 직전인데다 딸은 엇나가고, 에블린 혼자서 동분서주하는 마당에 웨이먼드는 왜 이리도 태연한가. 치열하게 사는 에블린의 눈에 허허실실 웃기만 하는 웨이먼드는 한심하기만 하다. 빨래주머니에 장난스럽게 눈알 스티커를 붙이는 것마저도 꼴보기 싫다.
이 부부와 달리 미국에서 나고 자란 딸 조이가 국세청에 따라가 통역을 해주기로 했는데, 할아버지 앞에서 애인과 자신의 관계를 '친한 친구'라고 설명하는 에블린을 보고 조이는 집을 나가버린다. 아버지에게 그렇게 인정받고 싶었으면서 정작 자신도 딸을 인정하지 못하는 도돌이표.
불안한 마음으로 국세청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안. 웨이먼드는 갑자기 에블린의 귀에 이상한 장치를 꽂고 핸드폰으로 뭔가를 설정한다. 이상한 행동을 하라는 쪽지까지 써서 준다. 쪽지를 쓴 종이는 사실 웨이먼드가 준비한 이혼서류였다. 웨이먼드도 에블린에게 상처를 받아 이혼을 준비하고 있었던 거다.
웨이먼드의 알 수 없는 행동, 깐깐하기로 소문난 국세청 직원 디어드리의 으름장, 에블린은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그때, 웨이먼드는 자기가 남편 웨이먼드가 아닌 다른 우주에서 온 웨이먼드, '알파 웨이먼드'라고 밝힌다. 우주에는 수많은 에블린과 웨이먼드가 있고, 다른 우주의 에블린에 의해 흑화된 '조부 투파키'가 우주를 망치고 있으니, 이 세계의 에블린이 조부 투파키를 없애라는 것.
다른 우주의 에블린에게 접속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평소에 하지 않을 이상한 짓을 하는 것. 여러 멀티버스 영화에서 학습하였듯 멀티버스는 선택에 의해 갈라진다. 이후 등장인물들은 평소에는 죽어도 하지 않을 기묘한 짓거리들을 하며 다른 우주의 자신에게 접속한다.
다른 우주의 디어드리는 에블린과 웨이먼드를 공격한다. 알파 웨이먼드는 남편 웨이먼드와는 다르게 싸움도 잘하고 책임감도 있다. 왜 수만 명의 에블린 중 이 에블린이어야 했나. 그 질문에 알파 웨이먼드는 답한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실패만 한 유일한 에블린이기 때문에. 바꿔 말하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선택의 가능성이 너무도 많은 에블린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다른 버전의 수많은 나
노벨문학상을 수상자인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가 쓴 <선택의 가능성들>이라는 시가 있다. '무엇보다 무엇을 더 좋아한다.'라는 구절이 반복되는데, 선택이란 아주 작은 차이들과 아주 짧은 순간의 결정들로 이루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때로 그 찰나의 순간들로 인한 나비효과는 어마어마하다.
에블린이 웨이먼드를 따라 가는 택시를 타지 않았다면?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영화는 에블린이 했을지도 모를 수많은 선택의 가지에서 살아가는 에블린들을 소환한다. 웨이먼드를 따라가지 않은 에블린은 배우가 되고, 가수가 되고, 요리사가 되고 쿵후 마스터가 되고, 피자집 광고판을 돌리는 아르바이트생이 되고, 어떤 물건이 되고... '모든 것(everything)'이 된다.
에블린은 빠르게 다른 에블린이 되는 방법을 습득한다. 이마에 검은 동그라미를 찍고 다니는 디어드리와 싸우며 배운 적도 없는 쿵후로, 요리사의 칼질로 악의 세력들을 무찌른다. 그리고 마침내 조우한 조부 투파키. 조부 투파키는 다름아닌 딸 조이였다.
아시아인인 엄마 에블린은 조부 투파키를 보자마자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 딸이 참 착한데, 나쁜 것이 우리 딸을 조종하는구나!
조부 투파키는 에블린의 혹독한 훈련으로 정신이 분열되면서 순식간에 이 우주, 저 우주로 다니며 모습을 바꾼다. 에블린은 딸의 모습을 한 조부 투파키를 없앨 수가 없다. 그렇다면 싸워보자. 싸워서 설득하자. 원래의 착한 내 딸 조이로 돌아오도록.
에블린은 조부 투파키의 정신이 깨진 방법과 동일하게 수없이 많은 나를 헤집고 다닌다. 정신을 분열하는 데 성공한 에블린은 이제 어떤 버전의 에블린도 될 수 있다. 더 이상 참고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에블린. 요리사 에블린은 부정하게 손님을 끄는 경쟁자를 고발하고, 다른 버전의 웨이먼드에게 상처주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조부 투파키는 에블린을 데리고 '베이글'로 간다. 베이글이란 모든 것을 흡수하는 검은 원이다. 디어드리의 이마에 찍혀있던 검은 원은 베이글의 상징이었다. 조부 투파키가 우주를 어지럽힌 이유는 에블린을 만나서 같이 죽기 위해서였다. 죽고 싶은데 너무 많은 나로 살아가느라 죽지도 못했으니, 같이 사라지자고, 이 무한히 반복되는 우주에서 이제 벗어나자고.
그러나 엄마 에블린은 딸을 보낼 수 없다.
할리우드식 인드라망
다시 원래의 세탁소 에블린. 한창 파티가 열려 흥겨울 때 국세청 직원 디어드리가 찾아온다. 세탁소는 이제 압류될 것이다. 온갖 버전의 에블린이 되어 본 에블린은 모든 것이 환멸스럽다. 야구 배트로 창문을 때려 부수고, 될 대로 돼라 싶다.
웨이먼드는 디어드리와 몇 마디 나누더니 다 해결됐다며 에블린을 위로하는데, 어떻게 했냐고 하니 그냥 부드럽게 말했을 뿐이란다. 디어드리도 그의 방식대로 에블린을 위로한다. 아, 지금까지는 온갖 버전의 에블린이 되어 힘으로, 또는 분노로 일관했는데 싸움에서 이기는 다른 방법도 있었다. 마치 매서운 바람이 아닌 햇볕이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처럼.
그토록 싫어했던 웨이먼드의 눈알 스티커를 이마에 붙인 에블린. 이 눈알 스티커는 '제3의 눈'이 되어 초월적인 힘을 발휘한다. 에블린은 조부 투파키와 함께 모든 우주에서 싸우고 싸운다. 모든 생물 버전의 에블린과 조부 투파키와 다 싸우고 나니 이제 무생물인 돌이 되기에 이른다.
돌이 된 조부 투파키는 절벽 끝에서 굴러 떨어지는 것을 선택한다. 그때 에블린은 조부 투파키가 굴러떨어진 낭떠러지에 같이 떨어지는 것을 선택한다.
그리고 모든 우주의 에블린이 되어 선택한다. 에블린이 상처 준 웨이먼드, 경쟁자였던 요리사, 애인이었던 디어드리... 에블린 없이 혼자서 베이글로 들어가 소멸되고자 하는 조부 투파키.
조부 투파키는 묻는다. 이제 그 어떤 모습의 에블린으로 살 수도 있는데, 속썩이는 딸 조이도, 망하기 직전의 세탁소도, 답답한 웨이먼드도 없는 인생, 화려한 배우, 가수, 요리사, 쿵후 전문가, 무엇도 될 수 있는데 왜 다시 돌아왔냐고. 영화 포스터에 쓰인 문구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 어떤 인생을 살아도 나는 너를 구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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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다라를 형상화한 포스터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는 무척이나 불교적이다. 멀티버스가 우주괴물의 싸움터가 될 수도 있는 한편 무척이나 철학적인 소재이기도 하다. 불교 용어인 인드라망은 우주의 무한한 하늘나라 중 제석천(인드라)에 쳐진 구슬 그물을 말한다. 구슬에는 삼라만상의 모든 것이 비친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에 불교에서 나는 하나의 내가 아니라 모든 것이다. 유일신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것을 부처로 본다.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부처가 되어야 한다. 무아지경이라는 말처럼, 실체가 있는 '나'는 없다. 색깔도 모양도 형식도, 기쁨도 슬픔도 없다. 고로 나의 실체는 없고 세상 모든 것이 '나'이니, 타인에게 친절하고 다정한 것은 결국 나에게 친절하고 다정한 것과 같다.
나는 늘 내가 아니고 싶었지만 나는 내가 아닐 수 없었다. 뭔가를 잘하는 나, 바보같은 나, 칭찬받는 나, 못된 나, 괄시받는 나를 한 사람의 나로 통합하여 받아들이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어떤 모습의 '나'는 갖다 버리고 싶을 정도로 끔찍하다.
그래도 어떤 우주에는 대학을 안 간 버전, 다른 전공을 한 버전, 취업을 한 버전, 결혼을 한 버전, 부자가 된 버전, 뭔가를 이뤄낸 버전, 좋아하는 사람에게 나쁜 말을 하지 않는 버전 등등의 내가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왠지 조금은 덜 외로워진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모든 것, 모든 곳에 동시에 내가 있으니.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감독 :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주연 :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 콴, 제이미 리커티스
상영시간 : 139분
개봉일 : 2022년 10월 12일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시사회에 참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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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욕망이 파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욕망이 있다. 그 욕망은 사람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어떤 물건이나 지위에 관한 것일 수도 있다. ‘욕망’의 사전적 의미는 부족함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이다. 실현하고 싶어 하는 ‘꿈’과는 엄연히 다르다. 삶에서 부족한 무언가는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먹을 것에 대한 욕망이 생기고 자라나면서 장난감을 비롯한 다양한 것을 욕망한다. 그것은 일종의 본능 같은 것이다. 대부분은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그건 인간의 일생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며 때론 괴롭게 하고 또 황홀하게 하기도 한다.
모든 것이 그렇듯, 욕망을 채우는데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분명히 존재한다. 어떤 것을 탐하다가 그것이 채워진 순간, 그 황홀한 기분에 도취되기 쉽다. 그런 성취감은 점점 그 욕망에 집착하게 만들고 더욱 크고 완벽한 것을 취하게 만든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금기의 선을 쉽게 넘게 된다. 한 번 선을 넘으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그저 계속 앞으로만, 욕망에만 이끌려 가게 된다. 사실 주변에서도 그렇게 몰락하는 여러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욕망은 삶을 이끌어가는 동력이 되지만, 자칫 잘못하면 파멸로 이끄는 독약처럼 위험하기도 하다.
한 남자의 욕망의 변화를 따라가는 영화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는 주인공 스탠튼(브래들리 쿠퍼)이 자신의 욕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는다. 스탠튼은 영화 초반 아버지로 보이는 시체를 집에 묻고 불을 낸다. 그만의 장례식처럼 보이는 그 장면에는 어떤 설명도 없다. 영화는 그저 그가 하는 행동을 보여주고 그가 향하는 길을 따라간다. 그리고 그가 우연히 만나게 된 유랑극단을 만나 그곳에서 일하게 된다. 그는 다양한 인물을 만나게 되는데, 특히나 그곳에서 만난 독심술사 지나(토니 콜렛)와 그의 남편 피트(데이비드 스트라탄)는 스탠튼에게 그들의 독심술을 조금씩 알려주게 된다.
독심술은 상대의 생각이나 감정을 알아내는 것이다. 어쩌면 스탠튼은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자 하는 욕망을 이미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지나를 만나기 전까지 스탠튼의 모습은 큰 욕망 없는 떠돌이처럼 보였지만 그가 독심술을 접하고 나서 그는 자신만의 계획을 만들어간다. 그 이후부터 주도적으로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들어가려 애쓴다. 극단에서 만난 몰리(루니 마라)에게 대시를 하고, 그에게 도시로 가서 자신들만의 공연을 하자고 제안하는 등, 스탠튼은 조금씩 대담하게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간다.
영화에는 스탠튼의 과거에 대해서는 자세히 등장하지 않는다. 과거를 미스터리로 두면서 스탠튼이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데, 극단을 떠난 이후 몇 년이 지난 모습을 보여주는 후반부는 그의 욕망이 극단으로 치닫는 모습이 이어진다. 실제로 그는 독심술에 뛰어난 재능이 있었고, 그것을 이용해 심령술까지 영역을 넓히게 된다. 아주 작은 심리 술로 시작한 그의 욕망은 독심술로 사람들을 사로잡고, 그것을 발전시킨 심령술을 이용해 사회에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영향력을 뻗친다.
심리학자 릴리스를 만나면서 더욱 욕망에 집착하는 스탠튼
후반부에는 심리학자인 릴리스(케이트 블란쳇)를 등장시킨다. 스탠튼 역시 다른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는데 재능이 있지만 릴리스는 스탠튼의 심리뿐만 아니라 그가 가진 욕망까지 투영해보게 된다. 사실 이 두 사람이 만난 그 순간은 스탠튼이 가진 욕망의 선이었다. 스탠튼이 그 선을 넘는지 넘지 않는지는 그가 릴리스를 계속 만나는지 아닌지로 알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그것을 아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스탠튼이 술을 거부하다 처음 마신 순간이다. 그 이후 스탠튼은 욕망의 선을 완전히 넘어버린다.
릴리스의 이미지는 무척 고급스럽고 화려하다. 스탠튼이 이전에 만난 어떤 인물보다 화려한 느낌을 가진 인물이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두 인물이 만날 때, 스탠튼의 욕망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스탠튼과 같이 살고 있는 몰리는 사실 그의 욕망을 어느 정도 조절하게 만든 인물이다. 하지만 릴리스는 그가 가진 화려함 때문인지, 스탠튼의 욕망을 강하게 자극시켜 파국으로 이끈다.
영화 초반, 유랑극단에는 이상한 기인이 등장한다. 그 기인은 극단 주인(윌렘 데포)이 어디선가 데려온 술주정뱅이였다. 주인이 술과 마약을 미끼로 데려온 기인은 술을 얻기 위해 주인의 말에 따라 이상한 공연을 하게 된다. 기인은 공연에서 살아있는 닭을 물어뜯고 이상한 공연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기인이 갇혀있는 곳에서 그를 만난 스탠튼은 기인이 하는 혼잣말을 듣는다. “이건 내가 아니야. 난 이렇지 않았어”. 스탠튼은 그 말을 그냥 듣고 흘리지만, 그 말은 결국 스탠튼에게 다시 돌아간다. 영화 속의 그 기인과 관련된 이야기는 수미쌍관처럼 영화의 앞과 뒤에 비슷한 장면이 배치되어 있다. 그래서 영화의 이야기가 완전히 끝나고 나면 그 처음과 끝의 장면들을 곰곰이 떠올릴 수밖에 없다.
아름답고 화려한 파멸의 이야기를 담은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영화에는 소소하고 직접적이지만 아기자기한 유랑극단의 모습이 아름답게 담겨있고, 후반부 스탠튼과 몰리가 고급스러운 무대에서 벌이는 공연도 화려하게 담겨있다. 마치 스탠튼의 욕망이 계속 크고 화려하게 변하는 것처럼 작은 불꽃에서 시작되는 영화는 그 규모와 색감을 넓혀간다. 그러다 파멸의 순간 다시 회색빛이 영화의 중심이 된다. 이렇게 영화의 색감과 분위기, 음악은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나이트메어 앨리>는 윌리엄 린지 그레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1947년에 한 번 영화화된 적이 있지만 이번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연출한 2022년작은 영화판의 리메이크라기보단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다시 재구성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과거 영화들과 달리 괴물 같은 존재가 나오지 않지만 한 남자의 욕망이 괴물처럼 무섭게 변해가는 과정을 고급스러운 화면과 분위기로 담았다.
이 영화는 스탠튼 역을 맡은 브래들리 쿠퍼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다. 그저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가진 남자가 자신만의 욕망을 가지게 되고, 결국 파멸까지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브래들리 쿠퍼는 원초적인 욕망을 가진 인물에서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으면서까지 욕망으로 거칠게 달려가는 인물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케이트 블란쳇이나 루니 마라, 토니 콜렛 같은 좋은 배우들의 연기도 좋지만 이 영화는 브래들리 쿠퍼의 영화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나이트메어 앨리>
https://www.youtube.com/watch?v=KFUGkN-bf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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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웬즈데이 아담스> 공식 티저 예고편
팀 버튼의 상상력으로 탄생한 새로운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의 공식 티저 예고편을 시청하세요. 웬즈데이 역을 맡은 제나 오르테가와 함께 캐서린 제타 존스, 루이스 구스만, 그웬돌린 크리스티, 크리스티나 리치 등이 출연한 시리즈. 네버모어 아카데미에 다니게 된 웬즈데이 아담스의 학교생활은 초자연적 미스터리에 추리까지 더해졌다는데. (feat. 손가락 튕기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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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버릭'마저 긴장시킨 목숨을 건 위험천만한 도전! 상공 위에 몸을 맡기고 한계에 도전하는 #팀탑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