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3-18 11:28:31
3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파묘> 920만 돌파
<파묘> 1000만은 이번주 주말에 달성할것으로 보입니다.
푸바오는 떠났지만 한국에는 판다 머리띠를 쓴 최민식 배우가, 북미에는 쿵푸팬더가! 장악중.
[국내 박스오피스]
<파묘>가 개봉 4주 차 주말에도 흥행 독주를 이어나갔습니다. 4주차 주말 78만여명 관객을 동원, 누적 관객수 929만 명을 돌파하며 오컬트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추세라면 금주 주말에 천말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쿵푸팬더 4>는 2주 연속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누적 수익 1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전 세계 37개국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한것은 물론 월드와이드 수익 1억 7000만 달러를 돌파하며 2024 개봉 영화 중 전 세계 2번째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와 같은 흥행 추세로 보아 3주 차의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 개봉 전까지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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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 조경의 창조주인 하나님을 닮고 싶어 하는 조경가 정영선!
영화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정다운
개봉 일자: 2024년 04월 17일
출연진: 정영선
시놉시스
조경가 정영선은 대한민국 곳곳의 도시에서 자연 경관을 조경해왔다. 정영선의 작품들 중에는 식물들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게 많다고 한다. 그중에 서울의 도심 속에 있는 선유도 공원부터 국내 최초의 생태공원인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이 있고 서울아산병원 신관 앞에도 조경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가 다녀간 발자취에는 수많은 식물들의 정원이 만들어졌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조경가 장영선의 자연 사랑!
이 영화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장점인 사계절을 토대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컨셉에 따라 정영선이 만든 조경 작품들을 소개한다. 그녀가 가장 아끼는 건 식물인데 식물에게 말을 걸고 식물을 살아있는 존재로 본다. 또한 장영선의 조경 컨셉은 삭막한 도심 속이나 건물들 사이로 식물들이 살아있는 자연의 위대함을 자아낸다.
자연을 감상하며 느낀 영감을 조경 설계도에 색칠하고 그것을 자신의 조경 업체 직원들과 함께 만든다. 굵은 색연필로 칠하는 그녀의 정성 들인 작업에는 조경에 대해 얼마큼 진심인가를 보여준다. 세세하고 꼼꼼한 그녀의 조경 솜씨는 같이 일하는 사람도 10년이 넘어야지 알아듣는다고 할 정도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추구하며 사는 삶이란?
조경가 장영선이 추구하는 건 미래의 아이들에게 병든 지구가 아닌 자연과 함께하는 지구를 선물해 주고 싶다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손자에게도 자연의 소중함을 가르쳐 주기 위해 자신이 일궈놓은 꽃밭에서 놀게 해주고 꽃의 씨앗을 심는 법을 가르쳐 준다. 그녀가 추구하는 건 아파트가 빽빽한 도시 경관이 아닌 자연과 공존하는 도시 경관이다.
정영선은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보고 돌아다니며 옛 선비들이 서로 시를 나누고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생각난다며 자연은 하나님이 만든 위대한 조경 작품이라고 말한다.
이 영화의 메세지는?
정영선은 처음에 자신이 시인이 될 줄 알았다고 한다. 왜냐하면 시를 좋아할 뿐만 아니라 조경 작업에 있어서도 시인들의 시를 인용하기 때문이다. 영화 인트로에서 나오는 김수영 시인의 시 풀은 보는 관객들에게 조경가 정영선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는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어준다.
풀이 눕는다
비를 돌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수영 시인의 풀이라는 시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써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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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 ‘쉽사리 흩어지지 않았던 첫사랑과 구겨진 비밀’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The Reader)
개봉일 : 2009.03.26 (한국 기준)
감독 : 스티븐 달드리
출연 : 케이트 윈슬렛, 랄프 파인즈, 데이빗 크로스, 제넷 하인
‘쉽사리 흩어지지 않았던 첫사랑과 구겨진 비밀’
1945년 5월. 나치 독일이 패망한다. 그리고 1958년의 비 내리던 어느 날, 서독 노이슈타드에서 한 소년과 여성의 운명이 시작된다. 강렬한 첫사랑이었다. 두 사람은 쉼 없이 서로를 탐하고, 갈망했다. 하지만 오래갈 순 없는 운명이었다.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이며, 사회화의 부재로 나치 시절 실수를 저지른 한 여성과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실망감에 흠뻑 젖어버린 소년의 이야기다. 나는 온통 푸른빛으로 가득 찬 시간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두 사람의 감정에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다. 지워낼 수 없는 죄와 그에 대한 실망감. 허공에 붕 뜬 채 쉽사리 흩어지지 않는 첫사랑의 기억. 그리고 구겨진 백지 같은 한나의 모습.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 나를 저 먼 곳으로 밀어냈다.
책을 읽는 것보다 누군가 읽어주는 책을 좋아하는 한나, 한나에게 책을 읽어주며 사랑을 갈망했던 소년 마이클. 두 사람은 서로의 대각선에 서서 상대의 마음을 훔쳐보기 위해 소리 없이 시선을 돌리지만 그 사이엔 거의 다 닫혀버린 문이, 실루엣만 간신히 비치는 커튼이 자리하고 있었다. 결국 말할 수 없던 격동적인 사랑은 시간과 무지 속에 묻혀버린다. 무조건 안타깝다고 이야기할 수도, 무조건 잘못했다고 이야기할 수도 없는 한나의 시간과 오래도록 그것을 앓아온 소년의 마음속에서 풍기는 복잡한 묵은 내에 마음이 바싹 마르는 느낌을 받았다.
(하필 또 어두침침한 비 오는 날에 보는 바람에 더욱 침침한 기분을 받았더랬다.. 하지만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기도..! 개인적으로 맑은 날 보단 어둡거나 비 오는 날에 보는 걸 추천한다.)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시놉시스
10대 소년 마이클은 우연히 30대 여인 한나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마이클이 책을 읽어주는 것을 좋아하던 한나는 어느 날 홀연히 자취를 감춘다. 한나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살아가던 마이클은 법대생이 되어 8년 후 우연히 피의자 신분으로 법정에 선 한나를 보게 된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한나와 또다시 20년의 이별을 맞아야만 한다. 그 후 10년간 한나에게 책을 읽은 녹음테이프를 보내면서 인연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사랑은 너무나 큰 비밀을 감추고 있었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비가 내리던 날, 갑작스러운 구토감과 통증이 쫄딱 젖은 소년을 덮친다. 어쩔 줄 모르는 소년에게 한 여성이 다가온다. 소년과 달리 충분히 농익어 보이는 여성은 침착하게 소년을 도와준다. 소년은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여성에게 빠지게 되고, ‘감사의 표시’라는 핑계를 들고 여성의 집으로 향한다. 여성은 아주 여리고 어린 소년의 존재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 듯 아무렇지 않게 속옷을 다리고 있다. 정말 신경 쓰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그 무심한 행동을 통해 소년의 마음속에서 끓고 있는 것을 끄집어내려 유도하고 있는 건지.. 소년은 쉽게 감을 잡지 못한다. 천천히, 아주 서서히. 여성은 소년의 마음이 벅차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소년의 뒤로 다가간다. 그렇게 둘 사이의 거리가 좁혀진 순간, 사랑의 감정은 한도 없이 타오른다.
소년의 이름은 마이클, 여성의 이름은 한나. 두 사람은 몇 번 더 만남을 가지고 나서야 서로의 이름을 알게 된다. 내가 누구와 함께 있는지 새롭게 인지하는 순간, 두 사람의 사이는 육체적인 사랑을 넘어 정신적인 사랑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네가 읽어줘. 잘 하더라. 책 읽는 거.”
마이클과 한나는 하루의 끝에서 사랑을 나누고, 책을 읽는다. 한나는 마이클의 품에 안겨 마이클이 읽어주는 책 내용을 들으며 울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고,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 한나를 안고 있는 마이클은 첫사랑이란 감정과 잘하는 것 하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새로운 가치를 하나씩 알아간다. 이제 서로의 마음을 흘낏 훔쳐보는 것이 아닌, 서로의 마음을 얽을 일만 남았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현실은 대부분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는 법이다.
마이클은 15살 소년, 한나는 30대 여성이다. 마이클은 한나가 사랑을 표현해 주길 바라고, 한나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어느 날 한나가 말 한마디 없이 사라지고, 마이클은 배신감과 슬픔을 마음에 품은 채 어른이 된다. 법대생이 된 마이클 앞에 첫사랑 그녀가 다시 나타난다. 저 멀리 울타리 너머에 앉아있는 피의자로.
한나는 20여 년 전 수감소에서 감시원으로 일한 경력 때문에 법정에 앉게 된다. 수감소에서 수감자를 관리하고, 그들을 선별해 아우슈비츠로 보내는 일을 했던 그녀는 자신이 저지른 일이 어떤 것인지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듯하다. 아우슈비츠로 가게 된 사람들이 어떤 죽음을 맞이하는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이었는지 말이다. 마이클은 “왜 문을 열어주지 않았죠?”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한나는 “그건 내 업무였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한나의 모습을 보며 괴로워한다.
한나는 다른 피의자들의 모략과 책임 전가로 인해 구석으로 몰린다. 하지만 변명할 증거가 딱히 없기도 했고,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가장 큰 살인죄를 홀로 뒤집어쓰게 된다. 마이클은 여러 상황을 조합해 한나가 문맹인 걸 눈치챘지만, 그녀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진실을 밝히지 않기로 결심한다.
첫사랑과 또다시 이별하게 된 마이클은 한나를 잊고 자신의 삶을 산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한 어른으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한나와 이별한 이후로 누군가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던 마이클은 아내와 이혼을 선택하게 되고, 하나뿐인 딸과도 어색한 사이를 유지한다. 그는 짐을 정리하던 중 한나에게 읽어줬던 오디세이를 발견하고, 그것을 녹음해 한나에게 보내준다.
숫자와 점이 찍힌 여러 개의 테이프가 담긴 박스가 한나에게 도착하고, 한나는 테이프를 들으며 글을 공부한다. 한나는 글씨를 익혀 자신의 이름으로 서명을 하기 시작했고, 나아가 마이클에게 편지를 쓰게 된다. 어른이 된 마이클과 중장년층에 접어든 한나. 한나는 여전히 마이클을 Kid라고 부르지만 두 사람의 사이는 예전과 같지 않다. 두 사람은 아주 오랜 시간을 돌아 다시 만나게 된다. 한나의 가석방이 결정됐을 때쯤이었다. 교도소 내 식당에 앉아있는 한나의 앞에 마이클이 앉는다. 한나는 반가움에 손을 내밀지만 마이클은 한나의 손을 잡지 않는다. 마이클이 한나에게 무언가 배웠느냐고 묻는다. 한나는 글을 배웠다고 답한다.
마이클은 법정에 앉아있는 한나를 보고 큰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끼고 괴로워했다. 수감자들을 관리하고, 그들을 수용소로 보낸 감시원이라니. 거기에 부끄럼 하나 없이 당당하게 그것이 자신의 일이었다고 말하는 모습은 마이클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사실상 마이클의 순수한 첫사랑은 그쯤에서 끝났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마이클은 과거를 회상하고 책을 읽어 보내며 한나가 자신의 죄를 깨닫길 바랐고, 한나는 그것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한나는 뒤늦게 배우게 된 글들이 가득 적혀있는 책들을 밟고 올라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녀는 글을 배우며 자신이 행한 행동의 그릇됨을 깨닫게 되었고, 교도소를 떠나 새로이 살아갈 수 없음을 알게 된다. 가석방을 앞두고 있었지만 짐을 하나도 챙기지 않은 그녀의 방안엔 글을 깨우치기 위해 노력했던 흔적들이 가득하다.
“근데 이젠 끝이겠지.” 마이클이 테이블에서 일어날 때쯤, 한나도 마이클의 마음을 눈치챈 듯 이렇게 말한다. 마이클과 한나는 더 이상 전처럼 사랑하지 않는, 사랑할 수 없는 사이가 되었고 한나는 마이클이 읽어주는 책을 들을 수 없을 것이라는 현실을 인정한다.
“감시원에 지원한 게 죄인가요?”
감시원으로 일했던 한나는 완전한 악인인 걸까? 그녀는 악인이자 필요 이상으로 순수했던, 사회에 휩쓸린 어른이었다. 마이클이 성인이 되어 수업을 듣는 장면에서 강단에 선 교수님이 “법이란 편협한 거야”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다. 법과 법조인들은 한나를 악인으로 지목한다. 그녀가 감시원으로 일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어떤 일을 저지른지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다. 살기 위해 어떤 일에 지원했고, 누군가의 지시를 따랐다. 아우슈비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몰랐다. 한나는 나치 독일이 패망한 후에도 별다른 뜻과 생각 없이 전차에서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녀는 나를 위한 것이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그냥 일만 하는, 겉모습만 커버린 어른이었다. 글씨도 깨우치지 못했으며 그릇됨의 정의조차 몰랐던 사람. 그게 바로 한나였다.
한나가 죽고 난 후, 마이클은 한나가 모아둔 돈과 틴케이스를 들고 피해자의 집을 찾아간다. 당시 어린 소녀였던 피해자는 한나의 틴케이스를 보며 수용소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나에게도 보물을 담아둔 틴케이스가 있었다고 말하던 그녀는 케이스에서 돈을 꺼내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틴케이스는 한 소녀의 어린 시절과 순수함을 상징하는 물건이다. 한나는 장년의 나이가 되어서도 틴케이스에 소중한 것들을 모아 간직하고 있었다. 이 행동은 그녀가 어른으로서 필요 이상의 순수함을 갖고 있었음을, 그녀가 백치에 가까운 상태였음을 의미한다. 한나는 정말 그냥 시켜서 했다- 그뿐이었다.
마이클은 한나를 용서하는 것 같아 돈은 받을 수 없다는 피해자의 말에 돈을 문맹 퇴치 기관에 기부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한나가 글을 공부하고 후회하며 모아온 작은 돈이 문맹 퇴치 기관에 기부된다면 누군가가 글을 깨우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한나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사회에 휩쓸리는 사람이 아닌, 자신의 뜻과 방향성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겠지.. 마이클은 한나의 이름으로 기부를 해도 괜찮겠냐며 피해자의 뜻을 묻고 자리를 뜬다. 그리고 한나의 순수함과 소녀 시절의 시간을 담은 틴케이스는 피해자의 가족사진 옆에 놓인다.
나는 한나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지만, 그녀 또한 백치와 무지함이 만든 비극의 피해자였음을 인정한다. 한나는 자신의 죄를 깨달은 후 목숨을 끊고, 마이클의 첫사랑은 완전히 막을 내린다. 마이클은 여전히 거리감을 느끼고 있는 딸에게 한나를 소개하며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다. 소년의 삶의 한순간을 뒤흔들었던 첫사랑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과 함께 땅에 묻힌다. 이 영화를 보며 한숨을 몇 번 내뱉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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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티리얼리스트 | 당황스러울 만큼 야심 찬 삼각 로맨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야심으로 가득한 당황스러움
당황스럽다. <머티리얼리스트>의 오프닝은 예상과 전혀 다르다. 아직 수렵 단계인 인류가 등장하고, 한 남자가 동굴로 향하는 모습을 비춘다. 동굴 입구에 다다르자 한 여자가 그를 맞이하려 동굴 밖으로 나온다. 수많은 사냥 도구를 정리하던 중에 남자는 잔뜩 가져온 꽃들 중 하나의 줄기를 꺾는다. 그가 반지 모양을 만들어 여자의 손가락에 끼우고, 서로를 그윽하게 바라볼 때 영화는 돌연 현재 시점으로 전환된다.
이 오프닝은 시작 전에 기대했던 로맨스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그다음 장면들도 예상을 벗어난다.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삼각 로맨스를 다루면서도 주인공 '루시'(다코타 존슨)는 딱히 어장 관리를 하지 않는다. 그녀는 두 남자와 관계를 깔끔하게 맺고 끊는다. '해리'(페드로 파스칼)'와 존'(크리스 에반스)이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도 눈에 띄지 않는다. <에밀리, 파리에 가다>나 <트와일라잇> 시리즈에 비하면 뭔가가 빠진, 순한 맛이다.
셀린 송 감독은 그 빈자리를 잔잔하고 긴 호흡의 대화 장면으로 채운다. 주인공들이 대화를 나누며 고찰하는 주제의 무게감 덕분에 이 대화는 절대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대담하다. 오프닝과 주인공들의 대화를 이어 본다면 야심도 엿보인다. 서서히 무너지는 만들어진 믿음, 곧 결혼은 낭만적 사랑의 필연적 결과물이라는 이 믿음을 인류의 본질적 가치로 승화시키려는 시도가 바로 그 야심이다.
낭만적 사랑과 결혼
사랑 없이는 결혼해서는 안 된다는 믿음은 우리의 상식과도 같다. 하지만 이 믿음은 절대적 진리가 아니다. 과거에 결혼은 가문의 결합, 재산의 상속, 사회적 안정과 같은 실용적 목적을 위한 계약이었다. 개인의 감정보다는 집안의 이익이 우선시됐다. 남편이나 아내와 사랑에 빠질 수 있다면 행운이었고, 결혼과 사랑의 상대가 달라도 이상하지 않았다.
계약이었던 결혼은 낭만주의 시대를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숭고한 감정의 결실로 변모했다. 낭만주의자들은 사랑을 통해 '소울메이트', 영혼의 반쪽을 찾아야 한다고 믿었다. 사랑은 태초부터 정해진 운명적인 반쪽을 발견하는 과정이고, 결혼은 한 개인의 실존을 완성하는 필연적 종착지였다. 그렇기에 낭만주의라는 종교에서 손익을 따져 결혼을 결정하는 일은 신성모독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가 도래하자 상황은 또 달라졌다. 대부분의 개념을 금전적 가치로 환산하는 세상에서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개인들이 보기에 결혼 역시 손익 계산의 대상이었으니. 그들은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도 이익이 되면 결혼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결혼이 부담스러우면 안 하기로 결심했다. 애초에 결혼과 사랑이 필연적인 관계가 아니었으니, 계산법이 어렵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2세기 넘게 인류를 지배해 온 낭만주의의 아성이 그대로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사랑이 빠진 결혼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낳기 마련이었다. 이에 사람들은 절충안을 찾아냈다. 결혼정보회사와 커플 매니저의 도움을 받기로.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만 같은 조건을 갖춘 사람을 찾아낼 수 있다면, 낭만적 사랑과 물질적 이득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사랑 없이 결혼하는 신성모독도 피할 수 있을 테니까.
완벽한 부자에게 없는 것
뉴욕의 결혼정보회사에서 가장 날 나가는 커플 매니저 루시(다코타 존슨)도 예외는 아니다. 배우 지망생이었던 과거에는 낭만적 사랑의 추종자였지만, 지금은 정반대로 속물적이다. 그녀는 타인을 만나면 언제나 그 사람의 견적을 재기 시작한다. 키와 외모, 학력과 재력, 나이와 직업 등 물질적인 가치로 평가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줄 세워서 등급을 매기는 게 바로 그녀의 일이니까.
따라서 고객의 결혼식장에서 해리를 만나고, 그가 대시를 해온 순간 루시의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었다. 그의 고백을 받아주고, 행복한 연애를 즐기다가 결혼식을 올리는 것. 해리는 모든 조건이 완벽했으니까. 그는 잘생겼고, 키도 적당히 크고, 억대 연봉을 받는 금융업 종사자이며, 수십억짜리 아파트와 펜트하우스를 가진 데다가, 성격도 매너 있고 돈을 아끼는 구두쇠 기질도 없다.
그런데 정작 그녀는 해리와는 사랑에 빠지지 못한다. 그보다는 해리를 만난 결혼식에서 우연히 재회한 전 남자 친구 존에게 더 마음이 열린다. 그 차이는 루시와 두 사람의 대화 내용에서 엿볼 수 있다. 루시와 해리는 서로의 조건에 관해서만 이야기한다. 각자의 장점이 어떻게 서로를 보완해 줄 것인지, 그들의 연애와 결혼이 더 좋은 투자로 이어질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반면에 그들의 대화에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해리는 루시의 외모, 지적 능력, 공감력은 높게 평가하지만, 그녀라는 사람에게는 정작 관심이 없다. 루시가 근심으로 가득해도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다. 루시도 다르지 않다. 그와 처음으로 섹스하는 순간에도, 그녀의 눈은 해리의 아파트 내부를 둘러보기에 바쁘다. 처음으로 루시가 해리의 다리에 있는 흉터를 궁금해하는 순간 대화를 피하는 모습은 이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상품과 사람의 차이
존과 루시의 대화는 다르다. 그들의 대화 속에는 사람이 존재한다. 존의 연극 뒤풀이에서 둘이 짧게 대화를 나누는 대화만 봐도 알 수 있다. 존은 한두 마디만 주고받아도 그녀가 연극에 집중하지 못했고, 직장에서의 사건 때문에 근심과 걱정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비록 모든 술값을 계산한 해리가 뒤풀이 자리의 주인공이 됐고, 루시의 면도 세워줬지만, 정작 루시와 인간적으로 교감한 사람은 해리가 아니다. 바로 존이다.
이 차이점을 영화는 루시의 시점에서 재해석해서 보여준다. 회사에서 루시는 난관에 부딪힌다. 그녀가 주선한 데이트에 나간 고객, 소피가 폭행과 스토킹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법적 분쟁에 얽힌 것. 루시는 소피에게 사과하려 하지만, 무책임한 말만 되풀이하고 만다. 상대방이 직업도, 키도, 나이도 속인 사실을 속인 것도 모른 채,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조건이 맞는 상품끼리 매칭한 그녀의 책임은 절대 지워지지 않으니까.
그 순간 그녀는 깨닫는다. 물질과 조건은 허상이지만, 그 뒤에 숨어있는 사람은 진상이라는 것. 물질적 조건은 언제든 사라지거나 꾸며낼 수도 있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것. 이 사건을 계기로 루시는 다른 사람이 된다. 이전처럼 데이트 상대방의 조건에 집착하는 고객에게 맞춰주지 않고 그들의 환상을 냉철하게 깨버린다. 소피가 도움을 청하면 즉시 달려가서 그녀를 도와주기도 한다. 고객을 담당하는 매니저가 아니라, 친구로서.
존과 함께 즉흥적으로 떠난 여행 동안 나누는 대화에는 그녀의 변화와 깨달음이 함축되어 있다. 우연히 참석한 결혼식을 지켜보며 루시와 존은 조건만 보면 반대해야 할 결혼에 관해 이야기한다. 결혼과 출산, 육아와 가정이 서로에게 가져다줄 긍정적인 변화와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서 가감 없이 털어놓는다.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서 데이트할 때 해리와 한 번도 나눠 보지 않은 대화다.
그 오프닝이 필요했던 이유
이 대화 끝에 루시는 모든 조건이 완벽한 해리 대신 존에게 마음의 문을 연다. 사랑과 결혼은 사람 간의 일이지, 잘 들어맞는 조건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니까. 현대인들을 위한 경제적 언어로 이 선택의 이유를 한 번 더 번역해 주기도 한다. 결혼을 계약과 투자의 개념으로 본다면, 루시는 언제든 가치가 변동할 수 있는 존의 직업과 가난함보다는 보장되어 있다는 확신을 준 존의 사랑과 사람 됨됨이에 투자를 결심한 셈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영화는 오프닝 장면을 다시 등장시키며 낭만적 사랑의 가치를 찬송한다. 이 가득한 가방을 멘 존이 공원 데이트 도중 나눠 먹을 음식을 잔뜩 사서 루시에게 가져다주는 장면은 원시인이 꽃다발을 사랑하는 여자에게 가져다준 모습과 겹친다. 또 승진하고 연봉도 인상될 거라는 소식을 루시가 전화로 듣는 순간, 존은 꽃을 꺾어 만든 반지를 루시의 손가락에 끼워준다. 원시인이 그랬듯이.
이 장면은 다음과 같이 말하는 듯하다. 방금 루시가 들은 소식처럼 경제적 조건은 더 좋아질 수도 있고, 반대로 더 나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이 반지, 그리고 반지에 담긴 사랑만큼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이는 흥미롭고도 대담한 왜곡이라서 더 인상적이다. 절대적 진리라 할 수 없는 낭만적 사랑이라는 관념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태초의 인류까지 시간을 역행하는 이 시도는 야심 찬 영화적 허용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셀린 송'다운 균형감
마치 망치에 얻어맞듯이 순간적으로 현실감을 부여하는 셀린 송 특유의 작법은 이 야심 찬 시도를 뒷받침한다. 전작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셀린 송은 남녀 주인공이 감동적으로, 운명적으로 재회하거나 관계가 진전해야 할 것 같은 순간마다 갑작스럽게 차가운 현실의 제약을 상기하면서 분위기를 전환하는 연출과 편집을 선보인 바 있다. <머티리얼리스트>에서도 이 독특한 리듬은 제 역할을 해낸다.
우연히 재회한 루시와 존이 미련에 흔들리려는 찰나를 포착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둘의 분위기가 끈적해지려는 순간, 그들이 이별한 날의 모습이 갑자기 삽입된다. 시끄러운 뉴욕의 도로 소음, 주차 비용이 마음에 안 드는 존의 불평, 5주년 기념일에도 어떻게든 돈을 아끼려는 존과 그의 가난함이 서운하고 짜증 난 루시의 이별 통보가 어우러진 덕분에 멜로로 흐를 것 같던 흐름은 단숨에 깨져 버린다.
이처럼 솔직하고도 노골적인 이별 통보와 비슷한 장면이 추가로 등장한 덕분에 <머티리얼리스트>는 최소한의 설득력을 유지한 채 관객을 마지막 장면까지 끌고 가는 데 성공한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사건이 자칫 지나치게 판타지적인 로맨스로 흐를 수 있는 이야기의 균형감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엔딩 크레디트가 마련한 기회
그렇지만 셀린 송의 결론이 모든 관객을 설득하지는 못한다. 관객의 결혼관과 연애관에 따라 감상은 천지 차이기 때문이다. 만약 셀린 송이 제시한 사랑과 결혼의 관념이 본래 본인의 신념과 일치한다면 <머티리얼리스트>는 너무나도 낭만적인 영화다. 반대의 경우라면 이 영화는 너무나도 비현실적이고, 순진하며, 심지어 강적일 수 있다. 물질적인 조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을 가르치려는, 교조적 인상을 남길 테니까.
다만 엔딩 크레디트까지 보고 나면 <머티리얼리스트>의 결말이 마냥 독단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엔딩 크레디트는 화려한 결혼식이 아니라 시청이나 법원에서 간단한 법적 절차만으로 진행되는 '시빌 웨딩(Civil Wedding)'을 치르는 수많은 커플(오프닝의 원시인 커플을 포함해서)을 보여준다. 이는 마치 낭만적 결혼과 물질적 결혼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인 광경을 보면서 영화 내용을 곱씹어 보라는 의도 같기도 하다.
결국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오프닝과 현실적인 엔딩 크레디트의 조합을 보다 보면 이 작품은 과감한 주장을 제시하고 논쟁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결론에 동의하든 안 하든, 시대에 따라 변하는 사랑과 결혼의 관념에 대해 고민할 장을 제공하는 것. 삼각 로맨스 영화에서 마주할 거라 기대하지 않았기에 <머터리얼리스트>의 시도는 더욱 당황스럽고, 야심 차다.
Acceptable 그럭저럭
존을 추천하지만, 해리를 선택해도 그건 당신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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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보면서 커피를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하루하루 바쁘게 시간을 보내는 현대인들에게 ‘영화’가 갖는 의미는 꽤나 크다. 상영시간이 끝날 때까지 외부로부터 단절된 채로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영화와 함께 시간을 흘려보낸다는 부분에서 많은 현대인들은 육체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위로를 받기도 하고, 마모된 감정이 회복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때 좋은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은 꽤나 많은 부분에서 삶의 질을 높여주기도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공간을 향유하며 복합적인 향과 맛을 음미하며 마시는 커피 한 잔 역시 영화 못지않게 높은 만족감을 주는데, 그래서 오늘은 커피 하면 떠오르는 영화 세 가지를 추천해볼까 한다.
<커피 오어 티>
감독 : 데렉 후이 / 출연 : 류호연, 팽욱창, 윤방
줄거리 : 도전하는 스타트업마다 10전 10패! 번아웃 직전의 이과형 창업덕후 ‘웨이 진베이’ 대륙 횡단 새벽 배송을 꿈꾸며 고향으로 컴백한 무한 긍정의 예체능형 배달덕후 ‘펑 시우빙’ 2천 년 보이차 고장에서 나홀로 스X벅X! 마이웨이 바리스타 문과형 커피덕후 ‘리 샤오췬’ 깡시골 윈난에서 의기투합한 극과극 세 청춘의 난리법석 스타트업이 시작된다!
<커피 오어 티>의 배경은 독특하게도 ‘커피’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중국의 깡시골 ‘윈난’이다. ‘잎 차’ 점유율 부동의 1위 중국. 특히 녹차 점유율은 압도적이고, 윈난지역의 ‘보이차’는 최상의 품질로 유명한 고급차이다. 하지만 작품의 주인공(진베이, 시우빙, 샤오췬)들은 이 윈난에서 저마다의 꿈과 열정을 쏟아 청년들이 모두 떠난 윈난의 저물어가던 ‘잎 차 사업’을 ‘커피 사업’으로 탈바꿈시킨다. 스타트업 덕후지만 10전 10패의 진베이,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하고 정이 많지만 정작 사업분석은 전혀 모르는 배달 덕후 시우빙, 자기만족으로 커피를 재배한다고 하지만 커피 농장 사이즈도 남다르고, 누구보다 인정받고 싶어 하는 커피덕후 샤오췬까지. 누군가에게 커피는 하나의 비즈니스 혹은 한 잔의 음료라는 의미에서 그치지만, 이 세 청춘에게 커피는 꾸준한 도전의 첫 수확이고, 성실함을 보상받는 인정이며, 사랑하는 누군가와의 화합이다. 디테일하진 않지만 커피나무를 심고 생두가 익어 수확을 하며 커피 원두가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련의 과정은 마치 청춘과도 닮아있다. 처음엔 큰 가치를 갖지 못하지만, 로스팅을 하면서 점차 깊은 풍미와 향을 지니게 되는 생두.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닌 우리 모두가 아직은 생두이지만 어디서 재배가 되고 어떻게 로스팅되냐에 따라 풍미와 향, 깊이와 무게감이 달라지기에 <커피 오어 티>를 보며 언젠간 내가 원하는 향과 깊이를 가진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담백한 자극을 받아보면 어떨까.
- 추천 -
추천 카페 : 안밀 (낙성대역)
카페 특징 : 처음 카페를 들어가면 직원의 안내를 통해, ‘안밀’이라는 카페 자체를 음미하는 방법을 들을 수 있으며 잔잔한 음악이 어우러져 전시회장에서 커피를 즐기는 기분까지 들게 만든다.
추천 메뉴 : 필터커피 Hot (필터커피 특성상 시즌이나 날씨에 따라 라인업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
<타이페이 카페스토리>
감독 : 허우 샤오시엔 / 출연 : 계륜미, 임진희
줄거리 : 누구나 꿈꿀 법한 따스하고 평화로운 공간인 두얼의 카페가 오픈했다. 그녀의 오랜 바람이 드디어 이루어진 것! 하지만 손님들의 발길은 뜸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카페를 운영하던 여동생 창얼은 개업선물로 받은 잡동사니들의 물물교환을 제안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들의 카페는 타이페이의 명소로 자리잡는다. 처음엔 탐탁지 않아 하던 두얼도 35개의 비누에 담긴 35개의 도시 이야기를 들려주는 한 남자와 마음을 주고 받게 되고, 마침내 36번째 이야기를 찾기 위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하는데…
‘타이베이 영화제작 펀드’로 조성되어 타이베이시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된 영화 <타이베이 스카페타리>. 국내에서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통해 많은 팬이 생겼던 ‘계륜미’가 출연하면서 화제가 되었는데, 작품 속 대부분의 장면이 촬영되었던 두얼과 창얼의 카페는 영화를 위해 지어진 공간이 아닌,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 영춘역 쪽에 실제로 운영되는 카페라는 부분 역시 화제가 되었다. 영화의 시작부터 작품은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하나의 회사원처럼 소개한다. 익숙하게 포터필터를 결합해 샷을 내리고, 커피 퍽을 버린 뒤, 노즐을 한번 닦아주고 스팀을 쳐서 카페라테를 만드는 모습(바리스타의 시선으로 봤을 때 거품양이 라테보단 카푸치노가 맞다고 생각되지만). 마치 회사원이 외부 업체와 컨택하고 미팅을 잡고 보고서를 써서 상사에게 제출하는 모습과 다를 게 없다. 물론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디저트 역시 어떻게 찍어야 먹음직스럽게 보이는지도 넌지시 알려주는, 미래의 카페 창업자에게도 도움이 될법한 장면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간질간질 곁들이는 로맨스, 고즈넉한 공간 다정한 사람들, 자매의 꿈과 사랑이 한데 어우러지는 과정을 보면 금방이라도 커피 향과 달콤한 빵냄새가 가득한 감성카페에 와있는 듯하다. 또한 관객들에게 던지는 몇몇 질문들은 꽤나 달콤한 꿈을 꾸게 만들기도, 조금 씁쓸한 현실을 직시하게도 만드는데, 카페라는 공간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도 닮아있는 부분이 많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손님의 입장에서 카페는 큰 걱정과 문제없이 섬세하게 커피를 내리며 시간을 향유하는 예술가처럼 보인다면,정작 카페업을 하는 이들에게 그 공간은, 재료비와 인건비, 빨리 메뉴를 준비해야 하는데 재료가 떨어지지 않게 발주도 넣으면서 위생도 신경 써야 하는 전쟁터 그 자체. 아, 물론 필자를 포함한 모든 바리스타가 비극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 추천 -
추천 카페 : 아이덴티티커피랩 (합정역)
카페 특징 : 음료를 재주문 시 1000원씩 할인이 들어가서, 처음엔 커피를 즐기다 재주문할 때는 논카페인 메뉴를 즐기는 것 역시 추천한다. 특히 에스프레소와 라떼가 일품이다.
추천 메뉴 : 에스프레소 (쿠키와 곁들이면서 씁쓸함과 달콤함을 같이 즐겨보는 걸 추천한다.)
<퍼펙트 데이즈>
감독 : 빔 벤더스 / 출연 : 야쿠쇼 코지
도쿄 시부야의 공공시설 청소부 ‘히라야마’는 매일 반복되지만 충만한 일상을 살아간다. 오늘도 그는 카세트 테이프로 올드 팝을 듣고, 필름 카메라로 나무 사이에 비치는 햇살을 찍고, 자전거를 타고 단골 식당에 가서 술 한잔을 마시고, 헌책방에서 산 소설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이가 소원한 조카가 찾아오면서 그의 반복되는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긴다.
매일매일을 반복하는 삶 속에서 기뻐하고 설레하며 찰나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도쿄의 청소부 ‘히라야마’. 그의 삶은 매시간 매분 매초마다 계획이 짜여있는 것처럼 촘촘하다. 하루를 보낸다는 표현보다 하루를 해낸다는 표현이 더 가까울 만큼 크고 작은 그만의 루틴을 따라가다 보면 의외로 ‘히라야마’는 사색을 즐기고 여유를 음미할 줄 아는 사람이다. 출근하기 직전엔 어떤 올드팝을 들을지 고민하며 시간도 보내고, 이젠 꽤 비용이 드는 취미인 필름카메라로 햇살을 찍고, 가볍게 술도 즐긴다. 그런 ‘히라야마’가 집 밖을 나와 처음으로 시작하는 루틴은 바로 집 앞 자판기에서 캔커피 뽑아마시기. ‘히라야마’가 항상 마시는 캔커피는 산토리의 캔커피 브랜드 보스의 카페오레. 한국의 레쓰비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카페에서 막 제조된 시원하고 진한 카페라테도 좋지만, 아주 가끔은 적당히 시원하면서 가볍고, 은은한 단맛이 묘하게 계속 찾게 되는 시기가 있다. 생각해 보면 보스의 카페오레는 ‘히라야마’의 삶과도 닮아있는 구석이 꽤나 있다. 특별한 자극으로 가득 차있기보단 은은하고 연한 느낌부터 시작해, 비싼 가격 대신 접근성과 대중성이 높아 꼭 필요한 카페오레는 큰돈을 벌진 못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꼭 필요한 일을 해주는 청소업 종사자 ‘히라야마’의 삶과도 닮아있다. 커다란 프로젝트를 끝낸 하루도 완벽한 하루지만, 커다란 사건 사고 없이 뜨는 해와 저무는 해를 모두 보며 소소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 역시 완벽한 하루이듯, ‘히라야마’에게 카페오레는 일상의 한 순간을 부담스럽지 않게 채워주고, 근무의 시작을 알리는 첫 루틴인 셈이다.
- 추천 -
추천 카페 : 카페 꼬메노 (건대입구역, 어린이대공원역)
카페 특징 : 주택가 골목사이에 작은 간판에 숨어있는 맛집인데, 내부는 은은한 조명에 가득 찬 식물, 고소한 원두향이 가득해서 퍼펙트 데이즈의 ‘히라야마’처럼 잠깐의 여유를 만끽하기에도 좋다.
추천 메뉴 : 카페오트라테 (카페오트라떼는 커피의 쓴 맛을 귀리우유가 고소하고 은은한 달콤함으로 잡아줘서 돌아서면 계속 생각나는 맛이다. 디저트는 많지 않지만 그 대신 퀄리티를 높인 티라미수는 달콤, 촉촉, 쌉싸름함까지 고루 느껴지는 추천 메뉴이다.)
‘좋은 영화’ 한 편은 ‘좋은 스승’ 한 명에게 가르침을 받은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그리고 ‘맛있는 커피’ 한 잔은 ‘날 이해해 주는 친구 한 명’과 대화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이 콘텐츠가 부디 좋은 영화 한 편과 좋은 커피 한잔 같이 작은 여유와 미소를 건네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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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곳에 뿌리내리려는 한 가족의 이야기
먼 이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해외 이민의 길을 떠난다. 고국에서의 미래가 보이지 않거나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선택한 이민의 길은 사실 쉽지 않다.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언어를 배워가면서 조건이 좋지 않은 일부터 시작해야 새로움의 삶을 천천히 익숙한 삶으로 바꿀 수 있다. 그렇게 일을 해나가면서 조금씩 나은 일을 찾고 가족들과 삶을 이어나간다. 새로운 시작을 선택한 가족들은 서로를 의지하면서 그 힘든 이민의 삶을 받아들이고 점점 그곳의 일부분이 되어간다. 어떤 나라에서든 이민자들의 삶은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여전히 그런 과정을 거친다.
사실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것이 꼭 이민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살면서 전혀 새로운 곳에 이사 가게 되어 살게 되거나 다른 환경으로 가게 될 때 우리는 그런 경험들을 한 번쯤은 겪게 된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찾아 다시 삶을 만들어 나가는 장면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렇게 새로운 환경에서 앞으로 나아가려 노력할 때, 그 쉽지 않은 현실을 앞에 두고 가족들은 때론 서로 의견 대립을 하고 싸운다. 그러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손을 잡고 서로를 의지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새로운 곳에 온전히 뿌리내리기 위해 의지할 곳은 바로바로 옆에 있는 가족뿐이다.
영화 <미나리>는 새로운 환경에서 삶의 뿌리를 내리려고 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제이콥(스티븐 연), 모니카(한예리), 딸 앤(노엘 케이트 조), 아들 데이빗(앨런 김) 가족이 알칸소의 새 집에 오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미국 이민자의 삶을 살고 있는 제이콥과 모니카의 가족이 다시 새로운 지역 알칸소로 이주해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제이콥은 바퀴가 달린 집과 그 주변의 땅에 농장을 만들어 생계를 이어나가려고 한다. 모니카는 병아리 감별하는 일을 하며 같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미국 대도시의 삶에 잘 적응하지 못한 듯한 이들은 새로운 곳으로 옮겨 좀 더 나은 삶을 꿈꾼다. 거주 환경과 주변을 본 모니카가 실망감을 토로하지만 여기서 새롭게 시작하자는 남편 제이콥의 말에 일단 그곳에서의 삶을 준비한다.
제이콥이 준비하는 농장은 그의 가족이 좀 더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제이콥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집 주변의 땅에서 물을 찾는 일이다. 물길을 찾는 외부인을 불러와 살펴보거나 자신이 직접 땅을 파서 땅속의 물을 찾아 농사에 활용한다. 제이콥이 늘 물에 신경 쓰는 것처럼, 영화 속에서 물은 꽤 중요하다. 물만 잘 공급된다면 농사를 짓기 수월하고 이들 가족이 큰 불편함 없이 뿌리내려 사는데 도움이 된다. 물이 원활하게 공급되었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물이 끊겼을 때 가족을 압박하는 것은 생활의 불편함 뿐 아니라 경제적인 압박도 포함된다. 그들이 목이 타는 것과 같이 마음속도 타들어가고 부부는 의견 대립으로 충돌한다.
제이콥은 자신의 농장에서 작물을 성공적으로 수확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그는 그것이 자신의 가족들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믿고 부단히 매달린다. 반면 모니카는 실패할 수도 있는 농장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좀 더 안정적인 병아리 감별을 지속적으로 하길 원한다. 그리고 조금은 더 큰 도시로 이주하여 경제적으로 어렵더라도 가족과 함께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기를 원한다. 두 사람 모두 가족을 위하지만 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조금 다르다. 제이콥은 농장의 성공이 가족에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부단히 매달린다. 당장은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환경이 좋지 않더라도 자신이 그리는 안정적인 상황이 그의 눈앞에 보인다. 그래서 그는 그 농장을 포기할 수 없다. 그 농장의 성공이 바로 가족의 안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모니카는 적은 돈을 벌더라도 바로 지금 안정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을 원한다. 그래서 당장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는 농장일에 매달리는 제이콥과 의견 대립을 하게 된다.
그런 작은 대립에도 불구하고 모니카와 제이콥은 서로의 그 마음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모니카는 제이콥이 할 수 있는 환경을 은연중에 만들어준다. 비록 제이콥의 의견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가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말리지는 않는다. 또한 자신의 엄마인 순자(윤여정)를 미국으로 불러와 자신과 남편이 일하는 동안 아이를 돌볼 수 있게 한다. 순자는 이 가족이 좀 더 안정적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윤활유이자 물 같은 존재다. 그리고 가장 한국적인 사람이기도 하다. 그가 미국으로 올 때 가져온 고춧가루, 멸치 등은 밥상에 올라올 음식이 되어 가족들에게 고국의 맛을 선사하고, 그가 가져온 화투는 아이들에게 한국의 놀이가 가진 재미를 알려준다. 비록 아이들은 처음 만나는 외할머니와 데면데면해 하지만 아이들은 곧 그것에 익숙해진다. 그렇게 조금씩 외할머니는 이 가족의 한 구성원이 되어간다.
그 익숙해진다는 것이 곧 친숙해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 완전히 마음을 열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걸린다. 이 영화 속 데이빗과 앤 도 마찬가지다. 대화조차 잘 통하지 않는 외할머니에게 그들이 친숙함을 금방 느끼기는 어렵다. 처음 외할머니를 만난 데이빗은 연신 할머니 같지 않다며 혼자 중얼거리는데, 한국의 할머니를 처음 만났고 기대하던 할머니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님이 일하러 간 시간, 어쩔 수 없이 외할머니와 같이 시간을 보내는 동안 데이빗과 앤은 외할머니와 함께 집에서 조금 떨어진 냇가에 산책을 나간다. 특히 데이빗은 그 산책의 시간을 보내며 순자와 교감하고 그리고 그가 가지고 있던 질병도 서서히 회복해나간다. 그렇게 모든 가족의 마음속에 익숙함이 자리해나갈 때 비로소 그들이 그곳에 정착할 수 있는 기운이 만들어진다.
<미나리> 속 특별한 장면들은 대부분 외할머니 순자와 데이빗이 만들어낸다. 서로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두 사람은 짧은 한국어와 영어를 통해 이야기하는데 냇가 옆에서 데이빗과 부르는 원더풀 미나리 송에서도 정감이 느껴지고 티격태격 장난치는 듯한 두 사람의 행동도 웃음을 짓게 한다. 또한 순자는 데이빗이 눈에 보이는 위험을 보이는 곳에 놓고 관리하게 만드는데 이것은 심장병이 있어 늘 뛰기를 두려워하는 데이빗에게 그 위험을 직면하며 관리할 수 있게 만들기도 한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데이빗은 마음도 몸도 서서히 치유가 되어간다 이 영화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면 외할머니와 손주가 만들어낸 이런 앙상블 때문일 것이다.
순자는 고국에서 가져온 미나리 씨를 냇가에 뿌려 미나리를 키운다. 물만 있으면 잘 자라는 미나리는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니카와 데이빗 가족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가족에게 물만 있으면 농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큰 문제없이 정착할 기회가 만들어진다. 영화 후반 군집을 이루어 아주 잘 자라는 미나리의 모습은 어쩌면 이 가족의 미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영화 속에서는 이들 가족이 잘 정착하여 살게 되는지, 농장 운영은 성공하는지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그곳에 정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어떤 마음인지는 잘 보여준다. 결국 다섯 명의 가족이 결코 떨어질 수는 없고 앞으로도 같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존재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타오르는 농장에 뛰어든 제이콥과 모니카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그들은 싸운 직후였고, 이별의 결심까지 한 후였다. 하지만 남편이 노력하여 얻은 결과물이 타오르자 그것의 일부라도 구하고자 이리저리 물건을 불 밖으로 빼는 모니카의 모습에서 남편의 노력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지고 그들이 결국 같이 그것을 해결해 나갈 것임을 보여준다.
가족의 고난사를 보여주는 것 같지만 전반적으로 영화 <미나리>는 긍정적인 영화다. 잠깐씩 모습을 비추는 알칸소의 이웃과 교회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그들에게 호의적이다. 유일한 동양인이라는 점 때문에 다르게 받아들여지지만 조금은 신기하게 바라보고 친해지려 다가선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폴(윌 패튼)은 특이한 행동을 하는 이웃으로 등장하지만 결코 나쁜 인물이 아니다. 이해 못할 행동을 하지만 그는 진심으로 제이콥의 농사가 잘되길 빌면서 일손을 돕는다. 악의 없이 이 가족이 그 땅에 정착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어쩌면 영화 속 그의 주술이 실제로 가족의 마음이 안정되도록 심리적인 도움을 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덕분에 농작물 수확도 잘할 수 있었고, 집안에 나쁜 일들도 좋은 방향으로 마무리가 되었으니까. 이민자들 주변에 있었던 좋은 이웃들의 모습을 폴이라는 인물이 대표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폴이 이민자인 그들을 이상하게 취급하지 않은 것처럼 가족도 폴을 하나의 이웃으로 대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각기 다른 포인트에서 공감하며 관람할 것 같다. 어떤 사람은 부부의 이야기, 어떤 사람은 외할머니와 손주들의 이야기 그리고 본인이 이민자라면 이민자 자체의 이야기에 더욱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분명 이민자들의 경험이 담겨 있지만 아주 보편적인 가족의 정서를 담고 있어 널리 공감될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미나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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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여서 끝까지 해 볼 수 있는 것
함께여서 끝까지 해 볼 수 있는 것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프라이빗 라이프>
아이를 간절히 바라는 40대 부부 레이첼과 리처드가 있습니다. 이들은 오랫동안 임신을 시도하고, 수술로 할 수 있는 건 모두 해봤지만 다 실패했어요. 고민 끝에 입양을 결정하고 아이를 밴 젊은 여성과 연락이 닿지만, 알고 보니 관심을 받고 싶어 임신 중이라고 거짓말한 사람에게 속은 것이었습니다. 계속되는 실패에 몸과 마음이 지칠 뿐 아니라 이들이 쓰는 비용도 점점 늘어 갑니다. 게다가 이들에게 임신은 더 이상 '프라이빗'하거나 로맨틱한 이슈가 아닙니다. 궁금해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 질문을 받고, 의사에게는 민감한 이야기까지 모두 다 털어놓아야 하죠.
레이첼과 리처드는 임신을 위해서 "애를 납치하는 것만 빼고 다" 했습니다. 그리고 의사로부터 마지막 방법으로 난자 기증을 추천받죠. 처음에 레이첼은 강하게 반대해요. 아이에게 자신의 유전자는 들어 있지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리처드는 '따져 보면 입양보다 난자 기증이 더 합리적이지 않냐, 못할 게 뭐냐'고 설득합니다. 입양아에겐 부부의 유전자가 없지만, 난자 기증을 통해 얻은 아이는 리처드의 유전자는 갖고 있고, 레이첼의 배 속에서 품으니 그가 태내 환경을 제어할 수 있으니까요.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감정적으로 불편한 상황. 결국, 이들은 자신에게 난자를 기증해 줄 사람을 찾기 시작합니다.
<프라이빗 라이프>는 누가 보느냐에 따라 감상이 많이 다를 것 같습니다. 저는 아이를 무척 좋아하고 귀여워하지만, 한 번도 키워 보고 싶었던 적은 없어서 이들이 왜 이렇게 상처를 받으면서 노력하는지 공감하지는 못했거든요. 분명 아이와 가족을 이루어 행복하고 싶은 것일 텐데 그 과정이 무척 고통스러워 보였고, 임신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그 소망의 농도를 재보지 않고 계속 애를 쓰는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리처드는 너무 지쳐서 홧김에 "이젠 아이를 갖고 싶지도 않아"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둘에게 아이가 그만큼 간절하구나 싶었고, 나도 좀 더 나이를 먹고 주변 사람들이 아이를 갖기 시작하면 마음이 바뀔까, 라는 상상도 해 보았습니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원래 살던 뉴욕을 벗어나 타지의 작은 식당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부부의 모습입니다. 사뭇 긴장한 듯 말없이 문 쪽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레이첼의 손을 잡는 리처드. 서로를 보며 살짝 웃고는 다시 긴장한 표정으로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이고 더 이상 기대할 것도 없지만, 함께하는 사람이 옆에 있기 때문에 버틸 수 있다는 것. 이 영화에서 저는 그런 마음을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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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브런치 문소정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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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콘텐츠도 재밌게 시청해주세요!제작지원 : 그린나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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