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4-01-21 16:46:31
만찬 없는 최후의 만찬
영화 <클럽 제로> 리뷰
SYNOPSIS.
STEP 1. 깊게 심호흡하고 눈앞의 음식에만 집중해 보세요
STEP 2. 한 번에 한 가지 종류의 음식만 먹어보세요
STEP 3. 음식을 먹지 않으면 죽는다는 잘못된 생각을 버리세요
모든 단계를 통과한 여러분을 이제 ‘클럽 제로’의 회원으로 임명합니다!
최고급 기숙사 시설에서 학생들에게 일대일 특별 교육을 제공하는 엘리트 학교의 새로운 영양교사로 임명된 ‘미스 노백’. (미아 와시코브시카) 건강을 유지하면서 학습 능력을 키우는 ‘의식적 식사법’을 가르치는 ‘미스 노백’의 다정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수업에 아이들은 점차 빠져들게 되고 더 극단적이고 위험한 식사를 이어가는데…
POINT.
✔️ "유럽의 웨스 앤더슨"이라는 평을 받는 예시카 하우스너 감독이 선보이는 감각
✔️ 다양한 영화제에서 음악상을 수상한 만큼, 음악이 영화 주제를 돋보이게 해요
✔️ 음악과 함께 어우러지는 원색의 미술도 아주 매력적
✔️ 앨리스, 제인 에어, 스토커... 다양한 얼굴을 보여온 배우 미아 바시코프스카의 단단한 연기
✔️ 독특한 소재를 독특하게 풀어가는 전개

스무 살 언저리쯤, 사이비를 만난 적이 있다. 사이비. 작년에 <나는 신이다>로, 그 전에는 코로나19 당시 신천지로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그 이름. 내가 만난 이는 대학 선배의 얼굴을 하고 나에게 밥을 몇 번씩 사주며, 서로가 기독교인임을 확인하고, 별도의 성경 공부 모임을 만들어 나를 데려갔다. “이상한데?” 싶은 말을 들어도 내가 성경을 잘 몰라서 그런 걸까 의구심만 품던 어느 날, 진짜 이건 너무 아니다 싶은 문장을 듣고 나는 그와의 인연을 단숨에 끊었다. 결국 그가 어떤 종류의 사이비였는지도 모르는 채로, 폐해 하나 남기지 않고 무사히 벗어났지만, 그 사건을 통해 분명히 한 가지를 배웠다.
조종은 언제나 상식적이고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방울 한 방울, 원하는 문장을 조금씩 섞으면서 급진적인 곳까지 나아간다는 것. 개구리를 삶아 죽이듯이. 아주 조금씩. 그래서 나는 이후로 <나는 신이다>를 보거나 그 어떤 이야기를 들을 때에도 “아니 저렇게 말도 안되는 소리를 다들 믿었단 말이야?”라고는 할 수 없었다. 이상한 문장을 하루아침에 듣는 사람과, 차곡차곡 거기까지 이끌려 간 사람의 지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사이비만 그럴까? 우리의 세상은 전혀 그렇지 않을까? 우리가 아는 현실은, 이성과 지성으로 견고히 쌓은 것처럼 보이는 이 세계는 어쩌면 매우 취약한지도 모른다. 그 세계를 보여주는 영화, <클럽 제로>가 있다.

#삐딱한 세계에 어서 오세요
영화는 원탁을 치워내고 의자만 움직여 둘러앉은 아이들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아이들은 ‘노박’이라는 교사의 영양학 수업을 듣게 된 이유를 제각각 밝힌다. 듣다 보면 생각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음식에 대한 생각은 어쩌면 그 음식이 연장하는 삶을 대하는 자세와도 닮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해, 삶에 대해 갖고 있는 열망을 아는 것. 그래서 파고들 부분을 찾아내는 것. 그 자리가 조종의 시작점이 된다.
이 영화에서 기묘하게 삐딱한 느낌으로 고정된 샷을 많이 사용하는 카메라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담을 때만큼은 적극적으로 패닝(pan)해 움직인다. 가구의 직선이 강조된, 움직이지 않는 배경을 뒤로 하고, 학교 풍경은 기이하게 삭막하다. 노란색과 파란색 교복을 비롯한 원색들이 기묘하게 튀어 오르고, 강박적으로 울리는 음악이 끈덕지게 우리를 스크린으로 끌어 당긴다.

여기서, 한때 앨리스였고 또 제인 에어였던 배우 미아 바시코브스카는 영양학에 대해 남다른 기준을 가진 독특한 교사 미스 노박으로 분해 낯선 얼굴을 보여준다. 미스 노박은 더없이 맞는 말들을 조합해서, 음식에 대해 기존에 갖고 있는 우리의 통념을 벗겨낸다. 무의식적으로 해온 “먹기”라는 행위를 “의식적”으로 하도록 유도하고, 학생들을 차곡차곡 남다른 세상으로 데려간다.
시놉시스만 들으면 <클럽 제로>는 ‘피리 부는 사나이’ 같은 미스 노박, 그의 손에 의해 괴이한 ‘클럽 제로’의 세계로 넘어간 아이들의 영화처럼도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영화를 보고 그 메시지 하나만을 읽어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클럽 제로>에 등장하는 학교는 그 자체로 매우 기이하다. 다만 우리에게 그 기이함이 익숙할 뿐이다.

학교 표어는 “There’s more in you”와 “We reach up to the stars”다. 학교 이름은 대놓고 talent school, 재능학교다. 너는 더 잘할 수 있고, 네 안에 더 큰 것들이 있고, 그래서 너는 저 별처럼 높은 데까지 자라갈 거라는 말. 이렇게 써놓으면 다소 컬트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익숙한 문장들이 아닌가? 자존심을 너무 중시하느라 지쳐버린 어른들이 강박적으로 쏟아낸 자존감 열풍으로, 작은 거절도 흠집도 감당하지 못할 아이들을 길러낸 수많은 순간들이 떠오르지는 않는지.

#사실과 믿음, 어디까지일까
이 영화는 두말할 나위 없이 믿음에 대한 영화이다. 우리는 사실 관계는 ‘믿음’의 영역이 아니라 ‘앎’의 영역이라고 굳게 “믿는”다. 믿음은 다른 어느 분야보다 종교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종교 같은 영역에만 속하는 단어라고 “믿는” 단어지만, 사실 우리는 많은 사실들을 믿고 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장소를 지도에서 보고 찾아갈 때, 우리는 이 지도를 따라가면 그곳이 나타날 거라고 “믿고” 있다. 아직 내 눈으로 확인해서 앎으로 넘어오지 않은 영역이지만, 이 지도가 맞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것이다. 비록 그 믿음 또한 앎에서 기인한 것이라 해도, 믿음은 그렇게 우리에게 낯선 단어가 아니다. 종교인들만의 단어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앎과 믿음은 자주 비틀린다. 소비주의를 막고 음식이 낭비되지 않는 것을 중요시하던 아이도 미스 노박의 수업을 들으며 멀쩡한 음식을 버리는 아이가 된다. 이미 믿음이 가지를 뻗어 나가는 과정에서 이전의 앎과 믿음을 폐기한 것이다. 우리의 문장들은 그렇게 쉽게 비틀리고, 우리는 그렇게 쉽게 변한다.

이 영화는 미아 바시코프시카의 '확신으로 단단한' 표정을 전면에 내세워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가 믿는 것이 정말, 맞는지? 우리가 이룩한 현실이 정말로 견고하고 탄탄하게 세워진 세계가 맞는지? 어쩌면 우리가 안다고 믿는 것들조차, 근본적으로 뒤집어질 가능성은 없는지?
물론 이 영화를 보고 나와서 딸기와 크림이 가득 얹힌 초콜릿 라테 한 잔을 가득 마신 내가 갑자기 ‘클럽 제로’에 들어갈 일은 없겠고 대부분의 한국인에게도 그렇겠지만, 꼭 그런 극단적 사례까지 가지 않을 뿐 이러한 믿음의 전복은 우리에게 꽤나 흔한 일이다. 오래 전에는 다이어트의 적이 지방이라고 말하던 세상이 요즘은 탄수화물을 주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처럼. 사실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은 3대 영양소일 뿐인데.

#만찬 없는 최후의 만찬
미스 노박만을 탓하기엔 이미 이리저리 부조리하게 삐딱한 세계였다. 애초에 섭식에 ‘유행’이 있다는 것도 우습지만, 유행을 따라 미스 노박을 데려온 학부모 회의는 미스 노박과 학생들에게 일어난 일을 두고 왈가왈부하면서 본질을 전혀 잡지 못한다. “오페라인지 극장인지”를 집요하게 챙기는 그 시선은 아이들에게 닿지 못한다.
어떤 부모도 아이들을 온전히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고, 잘 교육하고 싶지만,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게 당연하다. 어떤 부모도 완벽할 수 없으므로. 사태가 흐를 만큼 흐른 후에도 “오페라인지 극장인지”나 운운하고 있는 다른 부모들뿐 아니라, “조종당했다manipulated”는 말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단 한 사람의 부모 또한 다른 부모들과 같은 엔딩을 맞이했다.

“최후의 만찬” 같은 장면을 한참 들여다보며 생각한다. 이 영화에는 삶에서 만찬을 제한 사람들이 나오는데. 최후의 만찬에서 만찬을 제하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최후 뿐이 아닌가? 무엇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나.
생각해 보면 영화의 모두가, 그리고 현실의 우리 모두가, 다 미련한 존재들이다. 우리는 모두 미련하고, 휩쓸리고, 답답하고, 슬퍼진다. 서로 다른 생각들이 울려 퍼진다. 이 영화 속 “믿음”에 대한 인식은 낯설지 않다. 기후위기를 진심으로 우려하는 사람들과 지구온난화가 거대한 음모라고 믿는 사람들이 같은 지구 상에 살아가고 있는걸. 우리는 결국 각자의 믿음을 얼기설기 엮어 올리며, 구멍 숭숭 난 현실을 살고 있다.
무엇이 만찬을 만찬으로 만드는가? 훌륭한 요리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 시간이 아름답게 기억되려면 애정 어린 눈빛과 따뜻한 대화가 필요할 것이다. 구멍 난 현실 속, 각자의 믿음 아래, 음식이 아닌 삶으로 주어졌어야 했던 해답들은 무엇이었을까?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하여 시사회에 초청받아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영화 개봉일은 1월 24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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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두 팔 벌려 이별을 환영하기로 해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금씩 나이가 들고, 이런저런 이유로 작품 속 관계 묘사의 끝을 예감하게 될 때마다 생각한다. ‘새로운 사랑 이야기가 필요해!’ 라고. 아름다운 백인 남녀가 완벽하게 행복한 결말을 선물해 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더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과 사건을 통과하고, 성장하기도 하고 추락하기도 하는 사랑 이야기를 원하게 된다. 성적인 묘사는 덜어내고, 인물 사이의 긴장감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줄 아는 영화를 만나게 되면 오래오래 기억하게 된다. 그리고 올해에는 <로봇 드림>을 만나게 되었다. 애니메이션으로서의 특징과 완성도 덕분이기도 하지만 <로봇 드림>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한가지 목표만을 바라보고 달려가는 듯 하다가도 새로운 가능성을 내보이는 이야기이다.
<로봇 드림>의 이야기는 90년대 뉴욕, 홀로 아파트에 사는 ‘도그’가 로봇을 집에 들이면서 시작된다. 두 사람은 함께 밖으로 나가고, 로봇은 도그를 통해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하지만 바닷가에 놀러 간 어느 날, 로봇은 고장을 일으켜 작동을 멈추고 해변가에 누운 채 꼼짝 못하게 된다. 혼자서는 로봇을 옮길 수 없는 도그는 공구를 들고 해변으로 돌아오지만 그 사이에 해변가는 6월까지 폐쇄된다. 그렇게 로봇은 꼼짝 않고 모래사장에 누운 채, 도그는 다시 혼자가 된 채로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제목처럼 로봇의 이루어질 수 없는 꿈들로 채워진다. 다시 여름이 오기 전까지 로봇은 꿈을 꾸기도 하고, 뜻밖의 비극을 겪기도 하고, 경이로운 경험을 하기도 한다. 도그는 다른 동물을 만나고 공동체에 들어가려고 노력한다. 이미 세상 밖으로 나온 둘은, 가끔씩은 부정적일지언정 새로운 관계와 감정을 겪고 성장한다.
<로봇 드림>은 성애적 사랑을 증명해 보이려는 연출, 인종 묘사, 심지어는 언어까지 걷어내면서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활용하면서도 소수자성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 도그와 로봇은 기다리고 또 기다리지만, 결국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선택해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쌓아올린 관계에서 새로운 삶을 찾게 된다. 그래서 <로봇 드림>은 슬프지만 꼭 필요한 이별, 서로에 의해 시작되었지만 결국은 이루어지는 도약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 단순히 귀엽고 재미있는 장르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관객에게 필요한 새로운 사랑과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영화로서 다가온다.
* 본 리뷰는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에서 초대받아 시사회 참석 및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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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선이였지만 더 나빠지는 순간을 조명하다
우리라는 덩어리 속에 그저 그런 보통의 사람인 아람과 강이, 그들과는 약간 다른 소영이지만 세 명은 마음 맞춰 웃으며 같이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함께한다. 자라온 환경, 성격도 각각 다르지만 떠나고 싶은 마음만큼은 같았던 그들은 ’서울‘로 가출을 감행한다. 바라왔던 일들이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가며 점점 위태해지는 그들의 삶은 눈앞의 최선의 선택할수록 최악으로 치닫게 되고 큰 눈덩이는 그들을 덮친다. 약한 무언가를 계속 주워오는 아람, 풍요로운 삶을 가지고 있지만 일탈하는 소영, 가진 게 많으면서도 많지 않은 강이. 누구보다 친하지만, 누구보다 먼 사이의 그 세 명 감정 안에서 표류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 투박하면서도 섬세한 표현이 잘 와닿아 강이의 그 표정이 내내 생각난다. 같은 감정을 느꼈지만 그 묘한 기분으로 인해 멀어지는 두사람이, 세사람이 단 한 순간에 멀어지는 게 덧없게 느껴진다. 인스턴트처럼 즐겼던 짧았던 행동으로 마주한 책임감은 눈꺼풀이 눌려 눈을 뜰 수조차 없게 만들었다. 앞으로 함께 나아가던 그들이 세 갈래로 나누어진 길로 흩어지며 예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걷는다. 같아진 듯 달라진 강이의 학교생활은 익숙했던 것들이 무섭고 불안감으로 가득 차고 그 덩어리에서 홀로 나와버린 삐쭉거리는 가시가 튀어나와 보호하기 위해 누군가를 상처입힌다. 그런 깨진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주워 담게 만드는 게 최선이라면, 나아지기 위해 나빠진다.
"칼은 누굴 죽이려고 있는 게 아니라 보호하려고 있는 거지.“
강이를 중심으로 펼쳐짐에도 ’자신‘이 중심이 아닌 ’주변‘을 중심으로 하는 강이의 순간들을 투영한다. 그저 웃어 보이는 강이에게도 쥐어지는 선택의 순간들은 다소 충동적이다. 주로 소영과 함께 하는 순간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의 순간들에서 강이가 생각하는 소영에 대한 혼란스러운 마음이 드러났다. 결국에는 피하려고 했던 감정들을 마주하며 꾹 눌러왔던 마음을 자신만의 최선의 선택으로 드러내고 만다. 그때만큼은 최선의 선택이라면 그걸로 된 게 아닐까.10대를 다루는 영화들 대부분이 ’청소년 관람 불가’고 청소년이 주인공이지만 정작 청소년들이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서늘하고 삭막하게 이어지는 영화의 분위기와 배우들이 등장인물에 확실히 스며든 덕분에 아람, 소영, 강이 사이에 펼쳐지는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세세한 그들의 ’사정’을 영화에서 자세히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오히려 그 부분 덕에 그들의 혼란스러움이 영화 속을 유영한다. 영화를 본 후에 만난 소설과 맞닿는 곳이 꽤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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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련된 신파와 영리한 전략이 만나면 생기는 일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걱정을 딛고 일어선 <무빙>의 대성공
지난 2달간 이슈의 중심에 있었던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무빙>. <무빙>은 600억 가량의 제작비, 조인성, 한효주, 류승룡 등 화려한 라인업으로 인해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마냥 긍정적인 기대는 아니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디즈니+가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의 흥행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오리지널 콘텐츠 팀이 없어졌다는 말이 들릴 정도였다.
<무빙>의 장르도 악재였다. 초능력자 히어로물은 더 이상 특별한 소재라 볼 수 없다. 초능력자를 이용하고 팽한 국가와 국가에게 복수하려는 초능력자의 갈등과 비극. 숱한 할리우드 작품에서 이미 여러 번 맛본 이야기다. <엑스맨 시리즈>가 그러했고, 넓은 범주에서 보면 <어벤져스> 시리즈도 비슷한 소재를 다룬 바 있었다.
하지만 <무빙>은 결과로 증명했다. 우려를 넘어서 기대대로 디즈니+의 구세주가 되는 데 성공했다. 구독자 수는 75%가 넘게 늘었고, 시즌 2 추진도 결정됐다. 달리 말해 <무빙>에게는 다른 디즈니+ 작품이 갖지 못한 매력이 있었다.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고,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소재의 매력을 끌어올리는 매력. 그 힘은 명백하다. <무빙>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를, 가능한 세련되게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한국인의 최애, 가족 드라마
<무빙>의 외피는 히어로물이다. 하늘을 날고, 초인적인 오감을 지녔으며, 미친 듯한 회복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빠른 속도로 움직일 줄 아는 초능력자가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화려한 액션은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감추는 포장일뿐이다. 한 꺼풀만 벗겨 봐도 <무빙>이 본질적으로 가족 드라마라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다.
실제로 <무빙>은 세 가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장주원(류승룡)-장희수(고윤정), 김두식(조인성)-이미현(한효주)-김봉석(이정하), 이재만(김성균)-이강훈(김도훈) 가족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마지막 결전을 향해 달려간다. 이들이 어떻게 국정원 요원이 되었고, 사랑에 빠졌으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떤 시련을 겪어야 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그렇기에 <무빙>에서 초능력은 동경의 대상이 아니다. 그저 가족을 비극에 빠뜨리는 트리거다. 액션도 쾌감보다는 애절함이 크다.
후반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북한 측 초능력자 이야기도 맥락이 같다. 남한 측 초능력자와 같은 애환을 공유한다. 국가는 가족을 인질 삼아 초능력자를 강제하고, 조종한다. 초능력자는 자의에 반해서,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국가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다. 이는 후반부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감이 있는 북한 측 인물들의 서사가 비교적 자연스럽게 전체 흐름에 녹아들 수 있는 이유다.
초능력자판 <국제시장>
사실 가족 드라마를 중심에 두는 스토리텔링은 모험수에 가깝다. 근래 트렌드에 역행하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반응이 조금 다르다고 알려져 있지만, 최소한 국내에서는 가족애에 기반한 신파가 환영받는 분위기가 아니다. 김용화 감독의 두 작품, <신과 함께>과 <더 문>의 흥행만 비교해 보더라도 불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달라진 트렌드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무빙>은 달랐다. 다른 작품들이 모두 실패했지만, <무빙>의 가족 드라마, 신파는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뻔한 가족 드라마를 보여주지 않는다. 무작정 울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세대별로 공감하고 이입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했다.
특히 초능력자판 <국제시장>을 보는 듯한 스토리가 핵심이다. 극 중 부모 세대는 시대의 피해자다. 안기부에서 이용당하다가 버려지거나 범죄와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이들. 무장 공비 때문에 인생이 바뀌고 청계천 정비 사업에서 일상을 잃은 이들. 그들이 어떻게 한국의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버텨냈는지를 들려준다. 그러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수많은 주인공과 가족의 서사 중 최소한 하나에는 공감할 수밖에 없다.
부모와 자식의 초능력은 다르다
그렇다고 <무빙>이 과거만 회상하며 눈물샘을 자극하는 드라마는 아니다. <국제시장>과 달리 <무빙>은 신파를 눈물을 자아내는 수단 그 이상으로 활용한다. <무빙>은 과거를 비춘 후, 미래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산업화, 이념 전쟁, 민주화, 노동 인권 투쟁 같은 시대적 과제를 해결한 기성세대의 경험이 어떻게 다음 세대로 이어져야 할지를 고민한다.
그래서 극 중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의 관계는 유독 흥미롭다. 이제 부모와 선생이 된 이들은 각자 나름대로 아이들을 키우려 한다. 그들은 자기 과거에 비추어 미래 세대를 통제하려 한다. 장주원과 이미현은 아이들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이재만은 정시에 아들이 집에 오기를 기다린다. 악역도 마찬가지다. 국정원은 국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아이들의 초능력을 공장식으로 통제하고 길러내려 든다.
하지만 선역, 악역 가리지 않고 부모 세대의 교육은 전부 실패한다. 초능력이라는 유산을 다루는 세대 간의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를 떨치지 못한 이들에게는 초능력이 저주다. 반면에 아이들 눈에 초능력은 상상을 가능케 하는 거대한 가능성이다. 첫사랑을 이루고, 집안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수단이다.
시의성 있는 신파
그렇기에 <무빙>은 망령에 사로잡혀 과거를 답습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부모 세대의 방식을 고집해서는 어느 쪽이든 같은 결말에 도달할 뿐이라고 지적한다. 선생과 학교에서 정한 길을 따라가다가 버려지는 전계도(차태현)의 삶만 있을 뿐이라고. 이는 초능력이라는 소중한 유산을 헛되이 날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각자 알아서 각성한 전계도와 아이들이 없었다면 해피 엔딩도 없었을지 모른다.
이는 <무빙>의 가족애와 신파가 세련된 이유다. 단순히 눈물을 자아내는 게 아니라, 눈물로써 공동체의 고민도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직접적이지는 않아도, <무빙> 속 가족들의 고민은 현재 한국 사회의 불안과 맞닿아 있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오히려 미래 세대의 발목을 붙잡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는 사회가 잘못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무빙> 속 가족애와 자연스레 결부되기 때문이다.
장르는 이렇게 섞는 거야
마지막으로 신파로 시청자로 끌고 가는 장르적 접근도 인상적이다. <무빙>은 처음부터 가족 드라마를 보여주지 않는다. 로맨스로 문을 열고, 액션으로 눈을 사로잡은 후, 눈물을 자아내며 출구를 막는다. 특히 로맨스가 눈에 띈다. 로맨틱 코미디, 정통 멜로, 청춘 로맨스까지 다양한 장르를 종합선물세트로 보여주면서 다방면으로 시청자를 끌어 모으는 1등 공신이기 때문.
특히 청춘 로맨스를 초반부에 배치한 게 신의 한 수로 보인다. 간과될 수 있지만, 근래 극장가에서는 1020 세대 중심으로 청춘 로맨스가 인기를 모은 바 있다. 21년 개봉 당시 관객 약 4만 명에 그쳤지만, 올해 재개봉해서 40만 명을 돌파한 <여름날 우리>가 대표적이다. 즉, 온라인상에서 초반 화제성을 불어 일으키는 데 최적화된 승부수였던 셈이다.
또 청춘 로맨스가 분위기를 돋우고, 이어서 부모 세대의 과거사와 로맨스를 등장시키는 순서도 영리했다. 몰입도와 화제성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볍게 드라마에 유입된 후에는 각 커플의 개성 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이야기를 따라가면 부모-자식 간의 감정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거부할 틈도 없이 비극적인 가족사와 신파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시청자 니즈를 읽은 승부수
강풀 작가와 디즈니+가 선택한 공개 방식도 눈길을 끈다. <무빙>은 7화까지 한 번에 공개한 후 매주 2편씩 공했다. 마치 시즌 1을 몰아본 후, 곧장 시즌 2가 공개되는 듯한 독특한 느낌을 줬다. 이는 넷플릭스와의 차이를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디즈니+ 플랫폼 자체 인지도까지 끌어올리는 일석이조처럼 보인다.
화제성 유지에 유리한 접근법이기 때문이다. <무빙>은 내용이 방대하다. 20화가 부족해 보일 정도로 다룰 내용이 많다. 만약 넷플릭스 스타일대로 시즌을 나눠서 공개했다면 지금만큼의 화제성을 담보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시즌을 기다리면서 답답하거나 감질맛만 났을 테니까. 최근 넷플릭스도 시리즈 한 시즌을 여러 파트로 나누어 공개하면서 화제성을 유지하려 애쓰는 중인데, 디즈니+는 <무빙>으로 한 발 빨리 답을 찾은 듯하다.
물론 단점이 없는 드라마는 아니다. 제작비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지만, CG 완성도는 분명 아쉽다. 특히 비행 장면에서 CG 장면과 일반 장면 간의 연결이 유독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짜임새도 문제다. 마지막 학교 액션 시퀀스는 클라이맥스 치고 맥이 빠지며, 인물들의 행적도 어색하다. 그렇다고 <무빙>의 성공을 평가절하할 이유는 없다. 시즌 2에서 몇몇 아쉬움까지 지워주길 기대케 한다는 점에서 이미 제 몫을 다 했으니까.
Acceptable 무난함
망령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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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은 오-에루입니다.
공사가 다망하여 한동안 삐빼에 들르지 못하였다. 서랍 속에 들어있는 브런치 한 토막의 무게가 늘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생업의 굴레에 갇혀 정신이 피폐해질 때, 옆에 있는 사람을 곤죽으로 만들어버리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업무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무수한 인지부조화의 순간을 이루어질 수 없는 폭력 장면으로 덧씌워 버리면 진정제 같은 효능을 발휘하기도 한다.
영화 <지옥의 화원, 2021>은 스스로를 만화 같다고 정의하는 액션 코미디 장르다. 제목에서 언급한 오-에루는 Office Lady의 일본식 줄임말로 직장 여성을 뜻한다. 사무 보조의 일을 하는 여성 사원들이 무림의 고수처럼 파벌을 만들고, 피 튀기는 대결을 마치 격투 게임처럼 펼치는 것이 영화의 주된 서사다.
영화 <지옥의 화원, 2021> 포스터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넷팩상>
영화 <지옥의 화원>은 2022년 7월에 개최된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비경쟁부문 넷팩상(NETPAC AWARD,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을 수상하였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한국만화박물관이 있는 부천에서 열리며, 두터운 관객층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장르영화를 응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 올해도 49개국의 268편의 작품을 상영하며 영화를 보는 신선하고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였다.
영화 속 '오-에루' 캐릭터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차별화되었고, 생동감이 넘친다. 과장된 표정 연기와 정신없는 자막, 어설픈 동작 연결은 서브 컬처의 매력을 발산한다. 심지어 남자들이 등장해 자신들이 '오-에루'라고 우기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오-에루'들의 결투 장면
<광견, 악마, 괴수>
광견, 악마, 괴수는 미쓰후지 상사 '오-에루'의 이름 앞에 붙는 호다. 먼저, 광견은 영업부 소속으로 아담한 신체에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싸움에서 인정사정없이 덤빈다. 악마는 개발부 소속으로 과거에 폭주족 생활을 했고, 야쿠자의 영입 제안을 받은 적도 있는 실력자다. 제조부 소속의 괴수는 폭력 전과로 교도소에서 징역을 살고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들은 사내에서 자웅을 겨루고, 타 회사에서 결투 신청이 들어오면 이에 응하기도 하면서 각자의 실력을 뽐낸다. 물론 '오-에루'의 무협에서도 우물 안 개구리들이 강자를 만나 좌절하는 내용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악마와 괴수
<병풍은 싫어, 주인공이 될래>
란과 나오코는 미쓰후지 상사의 동료로 성격이 잘 맞아 단짝처럼 지낸다. 업무를 하다가 어려운 것이 있으면 서로 상의하고, 달콤한 디저트를 먹으러 같이 가기도 한다. 그러나 때로는 묘한 경쟁 기류가 포착된다. 친절한 전화 응대, 신속한 문서 복사, 핸드백 조절 등 '오-에루'의 업무 스킬을 향상하면서 싸움 실력에 기품까지 겸비하기 위하여 뼈를 깎는 노력을 해본다. 그러나 노력하는 사람은 원래부터 타고 태어난 사람을 이기기 어렵다. 우리는 모두 인생의 주인공이 되고 싶기에 병풍으로 전락함을 수용하는 것은 정말로 슬픈 일이다. 싸움을 잘하면 정말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나오코와 란
일본 특유의 회사 문화와 '오-에루'가 아닌 다른 동료들의 모습에서 간혹 의아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묵직한 타격 사운드로 스트레스를 날릴 수도 있다. 물론 장르의 특성상 취향이 갈릴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 해당 리뷰는 씨네 랩(CINE LAB) 크리에이터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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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두 맛집인데 뒷맛이 이상해요
어디선가 먹어본 익숙한 만둣국 맛이다. 조금 더 음미하다 보면 새로운 무언가가 추가돼 신선함도 있다. 그런데 계속 곱씹다 보면 이상한 맛도 같이 느껴진다. 이것저것 많은 요소들을 '가족'이라는 만두피로 몽땅 담아내 영화로 빚어서다. 양우석 감독의 신작 '대가족'에 대한 간략 평이다.
'대가족'은 스님이 된 아들 함문석(이승기) 때문에 대가 끊긴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 함무옥(김윤석)에게 세상 본 적 없던 귀여운 손주들이 찾아오면서 생각지도 못한 기막힌 동거 생활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변호인'과 '강철비' 시리즈 등 휴머니즘 성격이 강하고 묵직한 소재를 담은 작품을 선보여왔던 양우석 감독은 '대가족'을 통해 코미디 드라마 장르에 문을 두드렸다. 초반에 코미디, 후반에는 휴먼 드라마를 배치해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주는 2000년대 초중반 유행했던 한국적인 휴먼 코미디 콘셉트로 구성했다.
과거 한 사건을 계기로 서먹하게 지내는 무옥-문석 부자 앞에 짠한 아이들 민국(김시우)-민서(윤채나) 남매가 짠하고 나타난다. 문석의 생물학적 자식이라고 밝히자, 행복을 되찾은 아버지와 당황을 감추지 못한 아들 극과 극 반응을 보인다. 비슷한 장르와 스토리라인으로 흥행했던 영화 '과속스캔들'이나 일일 드라마에서 볼법한 전개다.
다소 뻔해 보이는 스토리라인에 신선함을 곁들여 줄 킥 하나를 집어넣었는데, 바로 민국-민서 남매의 '출생의 비밀'. 알고 보니 함문석이 대학 시절 하게 된 정자기증으로 탄생한 아이들인 것. 심지어 함문석의 정자를 통해 이 세상으로 나온 아이들이 400명 이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단숨에 '정자왕'으로 등극해 웃음을 유발한다. '대가족'은 이 황당무계한 사연을 코미디에 녹여내면서 관객들의 웃음을 저격한다.
정자기증을 무기 삼아 영화는 문석의 생물학적 자녀 찾기를 비롯해 함씨 부자간 이야기, 주변인들과의 관계 등 엉킨 실타래들을 천천히 풀어간다. 그러면서 양우석 감독은 후반부에 '가족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저출산 문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가족에 대한 정의, 대안 가족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준다. 영화 제목인 '대가족'의 '대'가 큰 대(大)가 아닌 대할 대(對)를 쓰는 것이고, 영화 영어 제목을 'About Family'로 작명한 것 또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다만, 화법이 장벽이다. 화두를 담고 있는 이야기인 만큼 세련되게 풀어내야 하는데 투박하고, 후반부에는 너무 교훈적인 느낌이 강하다. 한 예로, 함문석과 큰스님(이순재)이 가족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는 순간이나 보는 이들에 따라 교조적으로 느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정자기증을 활용한 코미디로 에너지를 올렸더니, 올드한 감성을 담은 신파로 맥을 끊는다. 지나친 플래시백과 구구절절한 사연까지 2000년에 개봉한 영화들의 단점을 그대로 답습하니 빚은 만두의 뒷맛이 개운치 못하다.
후반부 구성과 연출이 호불호 갈리긴 하나, 배우들의 역량만큼은 인정할 부분이다. '한국판 스크루지 영감' 함무옥을 연기한 김윤석은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을 주며 웃음을 전한다. 동시에 자타공인 인정받은 연기력으로 핏줄에 집착하는 남자가 변해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또한 김성령, 박수영은 '대가족'에서 뻔한 맛을 진하고 깊은 맛으로 우려내는 역할을 담당한다. 민국-민서 남매로 분한 아역배우 김시우, 윤채나는 힐링과 에너지를 불어넣는 치트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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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그렇게 가족이 된다
감독 : 고란 스톨레프스키 Goran STOLEVSKI
출연 : Anamaria MARINCA, Alina SERBAN, Samson SELIM, Vladmir TINTOR, Mia MUSTAFA, Dzada SELIM, Sara KLIMOSKA, Rozafa CELAJ, Ajse USEINI
시놉시스 : 여기, 한 지붕 아래에 사는 이들이 있다. 애인이 시한부 선고를 받자 여자는 졸지에 어린 딸 둘을 양육하는 어머니가 된다. 그리고 방탕한 나이트 라이프를 즐기던 남자는 운명의 장난처럼 이들의 법적 보호자 역할을 맡게 된다.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 부문 출품작으로 선정된 <가족의 탄생>은 제목 그대로 가족이 탄생하는 이야기, 피를 나눈 가족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새롭게 가족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연대하는 이야기이다. 영화 전체적으로 타이트한 화면비와 핸드헬드 촬영, 빠른 컷 편집과 사운드의 완급 조절이 눈에 띄는데 이러한 구성, 장치들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인물들의 마음과 감정, 정서의 변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더불어 (감독 스스로 GV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중에게 잘 알려진 바흐나 쇼팽의 음악을 사용함으로써 소수자, 이민자들을 다룬 여타의 작품들과는 다른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결을 만들어 낸다.
25편의 단편과 3편의 장편 만에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을 수 있었다는 감독은 (마케도니아, 루마니아 쪽엔 경험 많은 배우가 없어) 연기 경험이 없는 다양한 출신의 배우들을 직접 찾고, 작업하는 과정에서 함께 부대끼며 ‘가족이 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배우, 스태프들과 동료 이상의 관계로 거듭나는 영화적 경험이 작품에, 그리하여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 느낌. 그의 차기작 또한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또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상영 일정 : 10-05 11:00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 10-06 16:00 영화의전당 소극장 / 10-10 17:00 CGV 센텀시티 7관
작성 : 민병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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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영화리뷰들을 한꺼번에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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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학대를 벗어나려 세상에 몸을 던졌다. 모진 역경을 이겨내며 마침내 자신의 가치를 재발견한 어느 싱글맘. 이것은 생존과 포기할 줄 모르는 끈기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다.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선정된 스테퍼니 랜드의 회고록 《조용한 희망》 원작, 《쉐임리스》 《프라미싱 영 우먼》 제작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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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까지 완벽히 계산된 천재 강도단의 마지막 계획! 파트2로 다시 돌아온다, 더 강렬하게. 진짜 협상은 이제부터.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2》 12월 9일,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