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4-01-21 16:46:31
만찬 없는 최후의 만찬
영화 <클럽 제로> 리뷰
SYNOPSIS.
STEP 1. 깊게 심호흡하고 눈앞의 음식에만 집중해 보세요
STEP 2. 한 번에 한 가지 종류의 음식만 먹어보세요
STEP 3. 음식을 먹지 않으면 죽는다는 잘못된 생각을 버리세요
모든 단계를 통과한 여러분을 이제 ‘클럽 제로’의 회원으로 임명합니다!
최고급 기숙사 시설에서 학생들에게 일대일 특별 교육을 제공하는 엘리트 학교의 새로운 영양교사로 임명된 ‘미스 노백’. (미아 와시코브시카) 건강을 유지하면서 학습 능력을 키우는 ‘의식적 식사법’을 가르치는 ‘미스 노백’의 다정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수업에 아이들은 점차 빠져들게 되고 더 극단적이고 위험한 식사를 이어가는데…
POINT.
✔️ "유럽의 웨스 앤더슨"이라는 평을 받는 예시카 하우스너 감독이 선보이는 감각
✔️ 다양한 영화제에서 음악상을 수상한 만큼, 음악이 영화 주제를 돋보이게 해요
✔️ 음악과 함께 어우러지는 원색의 미술도 아주 매력적
✔️ 앨리스, 제인 에어, 스토커... 다양한 얼굴을 보여온 배우 미아 바시코프스카의 단단한 연기
✔️ 독특한 소재를 독특하게 풀어가는 전개

스무 살 언저리쯤, 사이비를 만난 적이 있다. 사이비. 작년에 <나는 신이다>로, 그 전에는 코로나19 당시 신천지로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그 이름. 내가 만난 이는 대학 선배의 얼굴을 하고 나에게 밥을 몇 번씩 사주며, 서로가 기독교인임을 확인하고, 별도의 성경 공부 모임을 만들어 나를 데려갔다. “이상한데?” 싶은 말을 들어도 내가 성경을 잘 몰라서 그런 걸까 의구심만 품던 어느 날, 진짜 이건 너무 아니다 싶은 문장을 듣고 나는 그와의 인연을 단숨에 끊었다. 결국 그가 어떤 종류의 사이비였는지도 모르는 채로, 폐해 하나 남기지 않고 무사히 벗어났지만, 그 사건을 통해 분명히 한 가지를 배웠다.
조종은 언제나 상식적이고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방울 한 방울, 원하는 문장을 조금씩 섞으면서 급진적인 곳까지 나아간다는 것. 개구리를 삶아 죽이듯이. 아주 조금씩. 그래서 나는 이후로 <나는 신이다>를 보거나 그 어떤 이야기를 들을 때에도 “아니 저렇게 말도 안되는 소리를 다들 믿었단 말이야?”라고는 할 수 없었다. 이상한 문장을 하루아침에 듣는 사람과, 차곡차곡 거기까지 이끌려 간 사람의 지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사이비만 그럴까? 우리의 세상은 전혀 그렇지 않을까? 우리가 아는 현실은, 이성과 지성으로 견고히 쌓은 것처럼 보이는 이 세계는 어쩌면 매우 취약한지도 모른다. 그 세계를 보여주는 영화, <클럽 제로>가 있다.

#삐딱한 세계에 어서 오세요
영화는 원탁을 치워내고 의자만 움직여 둘러앉은 아이들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아이들은 ‘노박’이라는 교사의 영양학 수업을 듣게 된 이유를 제각각 밝힌다. 듣다 보면 생각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음식에 대한 생각은 어쩌면 그 음식이 연장하는 삶을 대하는 자세와도 닮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해, 삶에 대해 갖고 있는 열망을 아는 것. 그래서 파고들 부분을 찾아내는 것. 그 자리가 조종의 시작점이 된다.
이 영화에서 기묘하게 삐딱한 느낌으로 고정된 샷을 많이 사용하는 카메라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담을 때만큼은 적극적으로 패닝(pan)해 움직인다. 가구의 직선이 강조된, 움직이지 않는 배경을 뒤로 하고, 학교 풍경은 기이하게 삭막하다. 노란색과 파란색 교복을 비롯한 원색들이 기묘하게 튀어 오르고, 강박적으로 울리는 음악이 끈덕지게 우리를 스크린으로 끌어 당긴다.

여기서, 한때 앨리스였고 또 제인 에어였던 배우 미아 바시코브스카는 영양학에 대해 남다른 기준을 가진 독특한 교사 미스 노박으로 분해 낯선 얼굴을 보여준다. 미스 노박은 더없이 맞는 말들을 조합해서, 음식에 대해 기존에 갖고 있는 우리의 통념을 벗겨낸다. 무의식적으로 해온 “먹기”라는 행위를 “의식적”으로 하도록 유도하고, 학생들을 차곡차곡 남다른 세상으로 데려간다.
시놉시스만 들으면 <클럽 제로>는 ‘피리 부는 사나이’ 같은 미스 노박, 그의 손에 의해 괴이한 ‘클럽 제로’의 세계로 넘어간 아이들의 영화처럼도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영화를 보고 그 메시지 하나만을 읽어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클럽 제로>에 등장하는 학교는 그 자체로 매우 기이하다. 다만 우리에게 그 기이함이 익숙할 뿐이다.

학교 표어는 “There’s more in you”와 “We reach up to the stars”다. 학교 이름은 대놓고 talent school, 재능학교다. 너는 더 잘할 수 있고, 네 안에 더 큰 것들이 있고, 그래서 너는 저 별처럼 높은 데까지 자라갈 거라는 말. 이렇게 써놓으면 다소 컬트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익숙한 문장들이 아닌가? 자존심을 너무 중시하느라 지쳐버린 어른들이 강박적으로 쏟아낸 자존감 열풍으로, 작은 거절도 흠집도 감당하지 못할 아이들을 길러낸 수많은 순간들이 떠오르지는 않는지.

#사실과 믿음, 어디까지일까
이 영화는 두말할 나위 없이 믿음에 대한 영화이다. 우리는 사실 관계는 ‘믿음’의 영역이 아니라 ‘앎’의 영역이라고 굳게 “믿는”다. 믿음은 다른 어느 분야보다 종교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종교 같은 영역에만 속하는 단어라고 “믿는” 단어지만, 사실 우리는 많은 사실들을 믿고 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장소를 지도에서 보고 찾아갈 때, 우리는 이 지도를 따라가면 그곳이 나타날 거라고 “믿고” 있다. 아직 내 눈으로 확인해서 앎으로 넘어오지 않은 영역이지만, 이 지도가 맞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것이다. 비록 그 믿음 또한 앎에서 기인한 것이라 해도, 믿음은 그렇게 우리에게 낯선 단어가 아니다. 종교인들만의 단어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앎과 믿음은 자주 비틀린다. 소비주의를 막고 음식이 낭비되지 않는 것을 중요시하던 아이도 미스 노박의 수업을 들으며 멀쩡한 음식을 버리는 아이가 된다. 이미 믿음이 가지를 뻗어 나가는 과정에서 이전의 앎과 믿음을 폐기한 것이다. 우리의 문장들은 그렇게 쉽게 비틀리고, 우리는 그렇게 쉽게 변한다.

이 영화는 미아 바시코프시카의 '확신으로 단단한' 표정을 전면에 내세워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가 믿는 것이 정말, 맞는지? 우리가 이룩한 현실이 정말로 견고하고 탄탄하게 세워진 세계가 맞는지? 어쩌면 우리가 안다고 믿는 것들조차, 근본적으로 뒤집어질 가능성은 없는지?
물론 이 영화를 보고 나와서 딸기와 크림이 가득 얹힌 초콜릿 라테 한 잔을 가득 마신 내가 갑자기 ‘클럽 제로’에 들어갈 일은 없겠고 대부분의 한국인에게도 그렇겠지만, 꼭 그런 극단적 사례까지 가지 않을 뿐 이러한 믿음의 전복은 우리에게 꽤나 흔한 일이다. 오래 전에는 다이어트의 적이 지방이라고 말하던 세상이 요즘은 탄수화물을 주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처럼. 사실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은 3대 영양소일 뿐인데.

#만찬 없는 최후의 만찬
미스 노박만을 탓하기엔 이미 이리저리 부조리하게 삐딱한 세계였다. 애초에 섭식에 ‘유행’이 있다는 것도 우습지만, 유행을 따라 미스 노박을 데려온 학부모 회의는 미스 노박과 학생들에게 일어난 일을 두고 왈가왈부하면서 본질을 전혀 잡지 못한다. “오페라인지 극장인지”를 집요하게 챙기는 그 시선은 아이들에게 닿지 못한다.
어떤 부모도 아이들을 온전히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고, 잘 교육하고 싶지만,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게 당연하다. 어떤 부모도 완벽할 수 없으므로. 사태가 흐를 만큼 흐른 후에도 “오페라인지 극장인지”나 운운하고 있는 다른 부모들뿐 아니라, “조종당했다manipulated”는 말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단 한 사람의 부모 또한 다른 부모들과 같은 엔딩을 맞이했다.

“최후의 만찬” 같은 장면을 한참 들여다보며 생각한다. 이 영화에는 삶에서 만찬을 제한 사람들이 나오는데. 최후의 만찬에서 만찬을 제하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최후 뿐이 아닌가? 무엇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나.
생각해 보면 영화의 모두가, 그리고 현실의 우리 모두가, 다 미련한 존재들이다. 우리는 모두 미련하고, 휩쓸리고, 답답하고, 슬퍼진다. 서로 다른 생각들이 울려 퍼진다. 이 영화 속 “믿음”에 대한 인식은 낯설지 않다. 기후위기를 진심으로 우려하는 사람들과 지구온난화가 거대한 음모라고 믿는 사람들이 같은 지구 상에 살아가고 있는걸. 우리는 결국 각자의 믿음을 얼기설기 엮어 올리며, 구멍 숭숭 난 현실을 살고 있다.
무엇이 만찬을 만찬으로 만드는가? 훌륭한 요리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 시간이 아름답게 기억되려면 애정 어린 눈빛과 따뜻한 대화가 필요할 것이다. 구멍 난 현실 속, 각자의 믿음 아래, 음식이 아닌 삶으로 주어졌어야 했던 해답들은 무엇이었을까?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하여 시사회에 초청받아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영화 개봉일은 1월 24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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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모두 한 번 살고 한 번 죽지
SYNOPSIS.
“가장 낯선 곳에서, 가장 깊은 사랑으로”
파독 간호사로 낯선 나라 독일에 이주한 뒤 지역 사회와 소수자를 위해 목소리 내는 일에 앞장선 ‘수현’. 간호 학교를 졸업하고 신학 연구에 뛰어들며 이주민의 마지막 길을 동행하는 호스피스 리더 ‘인선’.40여 년 전, 재독여신도회에서 운명처럼 만난 ‘두 사람’ 이민 1세대, 이주 노동자, 그리고 레즈비언으로서 서로에게 쉴 곳이 되어주고, 곁에서 여생을 함께하기로 한다. 첫 황혼에서 두 손을 마주 잡은 <두 사람>의 무지갯빛 블루스가 시작됩니다!
POINT.
✔️ 파독 간호사 다시 말해 이민자, 노년의 퀴어 커플. 별다른 설명 없이 그냥 이들의 이야기 자체를 듣고 싶은 사람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 많은 이야기가 사랑이 가장 화려하게 무르익는 시절을 주목하는 세상에서, 이미 무르익고 단단해져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고 노년을 맞이한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를 일상 톤으로 담은 이야기는 늘 귀합니다.
✔️ 짧은 다큐멘터리이지만, 더 깊은 사랑과 더 넓은 돌봄의 영역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참 아름답습니다.
영화는 반박지은 감독이 처음 두 사람을 알게 된, 두 사람이 손을 단단히 맞잡은 사진에서 시작한다. 두 사람은 한때 파독 간호사라는 사회적 호칭으로 묶여 불리며 독일에 당도했고, 지금까지도 베를린에 살고 있다. 서로 사랑하고 있으며, 누구에게나 그렇듯 당사자들에게 처음인 오늘을 살뜰히 함께 보내고 있다.
모든 삶은 일면적이지 않다. 당연한 소리지만, 우리는 삶에서 다양한 역할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딸로서 존재하는 나, 교실에서 학생으로 있는 나, 직장에서도 상사와 있는 나와 후배와 있는 나는 각각 다르다. 다른 역할, 다른 위치의 면면에서 '소수자성'이라는 말도 이따금 교차한다. 어떤 순간 나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배제되면서 불편을 경험하지만, 또 어떤 순간 이성애자여서 사회에서 '정상성'으로 규정되어 아무 불편을 못 느끼고 넘어가는 순간도 있다.
이민자, 노인, 퀴어. 사회에서 너무 쉽게 배제되고 이따금 논리 없는 혐오의 말조차 쏟아지는 단어들이지만, 이 영화는 두 사람을 이 정체성 안에서 규정하기보다 그냥 "두 사람"인 인선과 수현으로 바라보기를 택한다. 물론 두 사람의 삶에 이 단어들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그럼에도 어떤 범주화되는 단어가 아닌, 개인의 삶을 가장 앞에 그려내겠다는 영화의 의지가 분명히 느껴졌다는 것이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인지되는 것은 두 사람의 일상 노동이다. 한 명이 요리를 하는 동안 다른 한 명은 옷을 다리고 있다. 병에 살뜰히 담긴 피클과, 베를린에서도 콩나물을 준비해 간장에 밥을 비벼 먹는 모습. 둘 중 한 명이 더 강단 있는 성격이라는 점은 이내 드러나지만, 그런 성격의 차이가 노동의 불평등을 야기하지는 않는다. 영화 내내 식사를 준비하고 전등을 고쳐 달고 깃발을 수선하며 두 사람은 일상을 일상답게 만든다.
두 사람의 살뜰한 손길은 자신들의 집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은퇴한 간호사의 지식과 실력을 십분 살려 이웃집 노인을 방문해 그의 상처를 돌본다. 타향에서 생을 마감하는 이방인의 삶을 감지하며,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살피고 돕는다. 이들의 삶의 궤적은 계속해서 돌봄이 있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 공간에는 두 사람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깃든다.
두 사람은 서로의 수고를 당연스럽게 여기지 않는다. 일일이 알아주고 고마움을 표한다. 내 마음 같지 않아 서운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의견 차이가 있고, 나는 같이 하고 싶은데 상대는 아닐 때 서운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 마음을 귀엽게 표현할 뿐 상대와 끝내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서 싸움으로 번지지 않는다. 쿨하게 자기 할 일을 한다. 두 사람의 삶을 보며, 성숙한 관계의 일면을 어깨 너머 배운다.
두 사람은 나가서 시위를 하기도 하고, 같이 걷다가 아이스크림을 먹기도 하고, 일을 하기도 하고, 장을 봐서 들어와야겠다며 따로 걷기도 하고, 교회에 따로 가기도 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웃집 노인을 함께 만나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더없이 일상적인 이러한 순간들이 영화에서 올망졸망 예쁘게 맺혀 있다고 느껴지는 건, 이 영화의 영제이기도 한 unrehearsed life, 누구도 연습이 없이 단 한 번 사는 것임을 두 사람이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비슷한 하루하루를 적당히 굴리는 게 아니라, 유일한 하루하루를 알뜰살뜰 채우며 살아가는 것. 그럴 때 일상은 자연스럽게 돌봄과 온기를 품는다. 보라색 부분이 뜯어진 무지개 깃발을 수선하면서, 빨간색과 파란색 실을 엮어 빈 자리를 메운 세심한 마음처럼. 일상은 이러한 모양이어야 할 것이다.
탄생과 죽음 사이, 삶은 하루하루 계속되고 생일은 매년 돌아온다. 그 안에는 모두에게 비슷하게 흘러가는 일상만 있지 않다. 유럽이고 독일이니까 아무래도 우리 나라보다는 편안하려니 싶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미디어의 조명을 받는 것을 여전히 불편해하는 가족이 있고, 손을 잡고 걷는다는 가벼운 행위조차 혹시라도 유별나 보일까봐 조심스러웠던 시간이 있다.
아마 영화에 비추어지지 않은, 더 많은 시간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보면서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했다. 호스피스 리더가 될 만큼 타향에서 맞이하는 죽음을 생각하기까지 인선 씨가 어떤 시간을 보내 왔는지. 두 사람은 교회 신도 모임에서 만났고 지금도 한인교회를 다니고 있는데, 영화에서도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에 많은 번민이 있었음이 암시되는데, 그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 왔는지. 영화가 주목하지 않기로 결정한 뒷단의 시간들에 대해서도 언젠가 더 들을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아쉬운 마음도 있다. 일상을 주목하기로 했다 해도, 두 사람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켜켜이 쌓여야 하는데, 중간중간 당사자들에게는 너무 당연해 관객에게는 듬성듬성 전달되는 정보들이 있었다. 예컨대 두 사람 다 파독 간호사인 것도 자료에서 읽은 것이지, 영화만 보면 앞부분에서는 둘 중 한 사람은 파독 간호사였고 다른 한 사람은 남편을 잘 만나 공부만 하던 사람처럼 오독되기 쉽다. 두 사람이 어디 갈 때 왜 가는지도 모르고 시선으로 따라가는 장면들은 조금 아쉽긴 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보고 나오는 발걸음이 산뜻했던 것은, "아픈 데 약 발라주고 등허리에 로션 발라주"는 이러한 날들을 찬찬히 보여주는 기획 의도가 선명하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여전히 과장과 희화화 없이 동성애를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세상에, 숭늉처럼 깊고 산뜻한 이야기는 얼마나 속을 따뜻하게 하는가. 더 많고 다양한 "두 사람"의 이야기가 필요한 세상에, 또 하나의 이야기가 더해졌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초청받아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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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어떤 상황에도 그 사랑을 결코 놓치지 말 것
인생 역전의 꿈
이 영화의 주인공은 스트립 댄서 애니/아노라(미키 매디슨)다. 영화의 첫 장면은 애니가 춤을 추고 있는 장면이다. 열심히 사는 애니. 감정을 억누르고 손님으로 온 남자들을 응대한다. 현금이 없으면 "ATM기로 가자"라고 말하기도 하고, 그 어떤 상황에도 밝은 얼굴로 사람들을 대한다. 4대 보험 보장 안 되는 직장이더라도 성실하게 사는 애니. 그러던 어느 날 특별한 손님이 나타났다. 딱 봐도 돈 많게 생긴 반야(마르크 예이델시타인). 반야는 애니에게 반했다. 반야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애니. 그 짧은 순간에 서로 사랑에 빠졌다. 결코 그 사랑을 놓쳐선 안 된다. 반야를 놓치기 싫은 애니. 불안함이 가득할 때 장애물이 등장한다. 반야의 부모님들에게 이 소식이 들어갔다. 아니 결혼을 해도 그런 애랑 결혼한단 말이야? 바로 부모의 부하인 토르소(카렌 카리굴런)에게 연락한다. "얘네 결혼한 거 없던 일로 만들어!" 토르소는 이고르(유리 보르소프)와 가닉(바체 토브마샨)과 함께 반야의 집으로 쳐들어간다. 그 어떤 상황에도 이 사랑을 놓쳐선 안 된다. 애니는 인생의 아노라를 만날 수 있을까?
션 베이커
올해 칸 영화제 수상자가 발표됐을 때 글쓴이는 적지 않게 놀랐다. 션 베이커? 션 베이커가 경쟁 부분에 올랐다는 것도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황금종려상까지? 그의 영화 세계 자체가 사회의 주류라고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주인공인 데다 미국사회의 허점을 찌르는 이야기를 소재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바로 전작인 <레드 로켓>에서 백인 남성이라는 전형적인 캐릭터가 ‘난 애국자야!’라고 주장하는 장면은 간단한 비유를 의미하고 있다. 이 인물을 중심으로 미국이라는 나라를 표현하겠다는 야심을 보여준다. 이 야심을 바탕으로 미국 국기가 포장지로 등장하는 장면이나 할리우드라는 장소가 가진 상징성까지 남자 주인공의 전락은 미국사회와 겹쳐진다. 전전작인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도 역시 마찬가지.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무니와 아이들은 세 명이서 몰려다니며 온갖 사고를 다 치고 다닌다. 또 무니의 어머니는 입에 욕을 달고 산다. 이렇게 애정을 가지려야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이 영화 전면에 등장한다. 이 인물들은 단순히 저렴하게 웃기는 캐릭터들이 아닌데, 이렇게 소외계층으로 밀린 사람들이 받아야 할 인간적인 대우(복지)는 어디까지 이뤄져야 하는지를 질문한다. 이 질문을 던지기 위해 션 베이커가 보여준 인물 연출법이 있다. 바로 적당한 거리 두기다. 제삼자 캐릭터 바비를 등장시켜서 이 영화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다. 현실적이지만 이 인물들을 둘러싼 현실이 그렇게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션 베이커는 이런 식으로 얄밉게 영화를 만드는 인물이기도 했다. 따뜻한 시선을 놓치지 않으면서 미국사회에 대한 냉정함을 공박하는데 머무름이 없다. 또 그러면서 영화라는 예술이 보여줄 수 있는 인간 마음의 언저리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 션 베이커는 미국이 얄미워할 만한 필모그래피를 <아노라>에서도 그대로 이었다. <아노라>는 스트립 클럽에서 일하는 애니가 주인공이다. 애니는 욕을 입에 달고 다닌다. 처음 반야를 만났을 때는 뭔가 부끄럽고 쑥스러워하는 기색을 풍긴다. 이 인물이 중반부 찍고 내지르는 대사를 생각해 보면 인물의 입체성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핼리가 무니를 대하는 다층적인 모습이 이 <아노라>에게 애니에게 그대로 옮겨왔다고 볼 수 있다. 또 영화에서 인물의 가장 기본적인 배경이라고 볼 수 있는 성노동자라는 설정이 단순히 자극적인 방식으로 소비되기 위해 사용된 건 아니다. <레드 로켓>에서 미국사회가 그동안 축적해 온 허영심을 드러내기 위해 포르노 배우를 직업으로 삼았다. 또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는 주인공 모녀의 인간관계성을 드러내는 데 있어 성노동자라는 직업적인 특성이 중요했다. <아노라> 역시 마찬가지로 성노동자라는 직업적인 성격이 영화 후반부에 강하게 감정적인 울림을 전달하기 위해 들어갔다. 다만 미국사회의 낡은 부분을 공격하는 건 줄였다. 인물에게 좀 더 집중해 감정적인 여운을 강화시켰다. 다만 이 특징이 션 베이커 필모그래피의 높고 낮음을 드러내는 건 아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강력한 무기에 션 베이커가 더 집중했다는 의미다. 이런 선택과 집중 덕에 션 베이커가 대중적으로도 탄탄한 이야기를 만들고도 남는다는 입증이다. <추락의 해부>에서 쥐스틴 트리에가 법정물의 탈을 쓰고 감정적으로 질척거리는 걸 보여주듯 <아노라>에서 션 베이커는 감정적으로 깊은 구멍에 관객을 초대시킨다.
도파민 폭탄
이 영화를 두 단어로 요약한다면 그중 하나는 ‘도파민’이다. 영화 전면에 직접적으로 나오는 건 아니지만 끊임없이 반복되므로 이 작품을 보는 관객들은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주인공 애니의 직업이 뭐지? 바로 성노동자다. <아노라>의 첫 장면은 애니가 직업인으로서 일을 하는 모습이다. 또 영화 초중반부 애니와 반야를 묘사할 때 등장하는 수많은 성관계 장면이 주인공의 스트립 댄스와 같은 선상에 놓이기도 한다. 이 스트립 댄스를 보여주는 방식도 보면 적당한 거리를 주는 척하면서 별 이상한 제스처를 다 보여준다. 왜 이럴까? 이 영화가 상정하고 있는 성 노동의 의미가 그렇다. 사실 초반부에 영화에서 온갖 자극적인 게 다 나와서 그렇지 주인공 애니에게 그 모든 장면은 그냥 일 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일’에 대한 부분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 토로소의 첫 등장 장면이다. 이고르의 첫 장면도 엄밀히 따지면 이고르가 돈 받은 값을 하는 것 그 자체다. 이 모든 과정을 일로 묶는다면 이 <아노라>에서 베드신은 그냥 일의 한 단면이다.
이렇게 시작한 영화 안의 성관계가 후반부에 이르러 어떤 결론으로 향하는지도 아주 흥미롭다. 영화에서 관계를 하고 나서 반야와 애니가 나누는 대화를 보면 이질적이다. 이 두 인물의 차이점이 서서히 드러난다. 이 차이점은 중반부 기점 찍고 사실상의 진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인물과의 대화와도 두드러진다. 어떤 인물은 누군가와 육체적인, 성적인 호기심으로만 가득 찬 관계를 이어나간다. 하지만 어떤 인물과는 반대다. 이 두드러진 차이가 영화에서 성노동자가 등장하는 게 필연적인 토대가 된다. 어떻게 보면 성노동자에 대한 세상의 혐오가 이 서사의 완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실제로 션 베이커가 그런 부분도 어느 정도 넣은 거 같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중요한 행동들. 모든 자극적인 장면들이 이 영화의 마무리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는 이 영화가 도파민을 활용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전용기를 타면서 온갖 목청을 다 내지만 영화 안에 방점이 찍힌 장면이 어디고. 돈으로 바른 의상들이 나오지만 정작 이 영화에서 온기를 전달하는 방식은 어떻고. 션 베이커가 인간의 욕망을 관객에게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찔렀다는 점에서 일종의 경지에 다다랐다고도 볼 수 있는 점이다.
유명한 영화덕후임
이 영화를 만든 션 베이커는 유명한 영화덕후다. 지금 당장 ‘Sean Baker top’이라고 구글에 검색하면 리스트 10편이 나온다. 그중 글쓴이 눈에 들어오는 영화는 <밀양>이다. 그리고 레터박스에선가 뽑은 ‘최애 영화 탑 4’를 뽑았을 때 <오아시스>가 있었다. 이 사람이 영화 덕후라는 예시는 수많은 인터뷰로 보여줄 수 있지만 글쓴이는 이 두 영화를 근거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이창동 감독이 여러 영화제에서 상도 많이 타서 유명한 인물이긴 하지만 최애 중 하나로 <오아시스>를 뽑는 경우는 유니크하잖아? 심지어 이 션 베이커는 이창동 감독 때문에 한국에 온 적이 있을 정도다. 이 영화 구력(?)을 그대로 구현한 것 같은 플롯을 그대로 보여준다. 영화 곳곳에서 <밀양>과 <오아시스>의 향기가 난다. 어떤 장면에서는 오마주가 들어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밀양>과 이 <아노라>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기 때문에 스포일러를 할 수는 없겠지? 한국영화의 팬이라면 이 영화의 엔딩에서 느껴지는 감동이 익숙하면서도 다른 방식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글쓴이가 <아노라>를 보면서 느꼈던 건 마틴 스코세이지의 향기다. 어떤 인물이 있다. 인물의 일대기를 보여준다. 그 일대기에서 두 가지를 비춘다. 감정적인 여운과 미국사회의 단면이다. 가령 <아이리시맨> 같은 영화가 생각나기도 했다. 남자 주인공이 전문 킬러로 전직하면서 온갖 살인을 저지르고 다닌다. <아노라>의 애니가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건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자기가 상승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영화에서 뒤틀리는지는 스코세이지의 방식이 비슷한 감이 있다. 하지만 마냥 따라 하기만 했다? 그렇지만은 않다. 엔딩에서 확실하게 휘감으며 아노라의 이야기를 마무리지었다.
뭘 보여줄 것인가
이 영화에 대한 글쓴이의 총평. 션 베이커의 차기작에서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까?라는 호기심이다. 초반부와 후반부에서 읽는 로맨스 코미디물로도 흥미롭지만 중반부에서 보여주는 감정적인 질척임이 흥미로웠고, 그 중반부를 위해 초반, 후반부를 장르적으로 엮는 만듦새가 놀라웠다. 이 영화가 구사하고 있는 기술적인 부분이 이야기의 주제와 이어진다는 점에서 훌륭한 세공능력을 보여준 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글쓴이가 글이 아니라 말로 누군가와 대화할 때 나누고 싶은 건 뭐니 뭐니 해도 사랑의 의미다. 예쁘고 잘생기면 좋지. 돈 많으면 좋지. 하지만 그 사람을 이루고 있는 요소에 그런 물질적이고 외적인 것만 있을까. 그게 아니라면 그건 무엇일까. 다른 관점에서, 과연 이런 수많은 좌절에서, 또 한 사회의 밑바닥으로 내몰린 인물에게 내밀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유리 보리소프가 연기하는 묵묵한 울림이 영화의 깊이를 더한다. 황금종려상의 이유를 다시 한번 증명하는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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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벗과 애(愛)를 위해 날아올라라!
지금까지 차례대로 본 지브리 애니메이션 영화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본 영화다. 비행기 곡예 연출은 물론, 지중해 유럽풍 스타일 양식의 건물들과 풍경, 다양한 매력을 뽐내는 캐릭터들은 90분이라는 러닝타임을 9분으로 착각할 듯 만든다. <붉은 돼지>를 보기 전, '내가 왜 주인공이 돼지인걸 봐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돼지를 응원하게 되는 기이한 현상이 돼버린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붉은 돼지> 네이버 스틸컷
전쟁
<붉은 돼지>는 전쟁에 아픔과 전쟁으로 변화된 사회에 대해 표현한다. 가령, 돼지 포르코가 인간이었던 시절, 그의 동료들과 독일 전투기와 공중전을 펼치다 본인만 살아남아 적기를 따돌리기 위해 몇 날 며칠을 쫓기던 중 지친 포르코 눈 앞에 있는 광경은 포르코의 동료 비행기와 적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전투기들이 모여 마치 은하수(milky way)를 떠오르게 만든다. 전쟁으로 인한 피해와 희생에 대한 아픔을 잔잔하게 흘러가는 전투기 은하수로 위로와 평안을 빌게 한다.
반면, 전쟁으로 변한 사회는 조금 유쾌하게 표현한다. 포르코가 미국 용병 도널드 커티스의 공격으로 비행기가 부서져 수리를 맡으러 간 단골 정비 가게에서 전쟁과 일자리로 마을에 없는 남성들 대신에 여성들이 포르코의 비행기를 수리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들은 전투기 몸체를 직접 도면 설계하고, 엔진 화력 검사와 목공까지 도맡으며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로 여성들의 일자리가 생긴 원인도 전쟁으로 인해 남성들이 징병으로 끌려가 부족한 노동력을 대체하기 위해 여성들의 일자리가 생겨난 것이기에 <붉은 돼지>는 이런 시대적 상황을 표현한 작품이다. 그리고 여성의 노동이라는 인식은 못마땅해하는 포르코의 태도를 보면, 당시 여성의 노동력에 대한 인식을 인정하지 못하는 시대상의 인식도 드러낸다.
돼지
주인공 포르코는 돼지다. 그가 왜 돼지가 돼버렸는지는 영화 내용으로도 크게 다루지 않는다. 포르코의 친한 친구 지나에 말에 따르면 저주라고 표현되고, N사 <붉은 돼지> 시놉시스를 보면 포르코가 국가와 애정 사이의 고민 중 국가를 택했지만 동료의 죽음으로 벗어나지 못하는 회의감과 계속되는 고민으로 결국 돼지가 돼버렸다고 설명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포르코가 돼지가 돼버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강한 캐릭터성이다. 다른 캐릭터들은 인간의 형태를 띠지만, 주인공 포르코만 돼지라는 캐릭터성을 가진다면 독창적인 캐릭터로 강한 인상을 받아 영화가 끝나도 기억이 오래가는 효과를 지닌다.
두 번째는 상징성이다. 포르코는 전쟁에 대해 회피하는 염세주의 성향을 보인다. 그가 국가에 대한 희생에 비해 변하지 않는 전쟁 사회에 길 잃은 나그네처럼 유유히 살아간다. 먹고 자는 걸 좋아하는 돼지처럼 포르코가 추구하는 염세주의 성향과 돼지는 비슷한 공통점이 있다. 포르코가 돼지가 된 것은 바로 이런 공통된 상징성이 있어서 아닐까.
액션
지브리 애니메이션 영화 중에서 이만큼 역동적인 모션과 액션이 있는 영화가 있을까. 전투기 곡예 장면은 한 마리의 유연한 용을 보는 듯했고, 커티스와 대결하는 전투기 액션 장면은 백미다. 엄청나게 화려한 전투 장면은 아니더라도 <붉은 돼지> 다운 인상 깊은 전투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신롬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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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헌 감독 축구 영화 '드림' 리뷰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드림
(2023.04.26 개봉)
감독: 이병헌
출연: 박서준, 아이유 등
안녕하세요!
오늘은 극한직업, 스물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의 신작 축구 영화 '드림' 리뷰를 써 보려고 해요!
드림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축구 선수 홍대, 홈리스 풋볼 월드컵 감독으로 나서게 된다.
열정리스 PD 소민이 다큐 제작으로 합류하게 되면서
운동이라고는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특별한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선발된다.
이들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드림> 줄거리
드림은 실화를 각색한 영화거든요!
실제로 2010년에 열린 홈리스 월드컵이 있었는데요
드림처럼 대회 참가에 필요한 돈이 부족해서 참가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대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한 축구 협회 등에서 후원받은 돈으로 겨우 출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네요
2019년부터 코로나로 인해 잠시 중단되었었는데 2023년부터 다시 홈리스 월드컵이 열린다고 하니까요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이병헌 감독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 뚜렷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스물의 치호와 멜로가 체질의 진주가 생각나는데요
겉으론 멀쩡하지만 어딘가 고장나 있는... 돌I 같은 생각을 하는 캐릭터들이죠
드림에서는 소민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많은 분들이 멜로가 체질 영화판 같단 리뷰를 남기셨는데 저 또한 그렇게 생각했고...
그 이유가 모든 캐릭터들의 말투가 비슷해서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본 스물, 극한직업, 멜로가 체질, 드림만 놓고 봐도
캐릭터들이 다 높낮이 없는 일정한 톤으로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팩폭을 말하거든요
물론 그게 웃기긴 하지만 이제는 지겹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같이 들었던 거 같아요
그럼에도 드림이 재미를 놓치지 않을 수 있던 이유는 효봉, 문수 등 새로운 캐릭터를 넣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많은 캐릭터들 각각의 사연을 풀어 주는 데 애썼기 때문이고요
모두가 소민 같은 말투를 구사하는 코믹 영화였다면
사실 2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많이 지루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동진 평론가님의 평을 보았습니다
영화보다 해설가가 해 주는 말이 더 많다였던가??
저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사실 드림에서 우리가 감동받을 수 있는 부분은 한국팀이 1점이라도 따내는 경기 부분이잖아요?
근데 경기 씬 30분...? 정도를 외국인 해설가의 나레이션과 함께하게 되는데요
그렇다 보니 캐릭터들의 감정을 느끼진 못하겠더라고요
해설가가 말하는 상황 자체(지문)를 이해하고 있을 뿐
머리띠를 쓴 인수가 어떤 감정으로 임하고 있는가, 다리까지 다쳤던 환동이 현재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등
캐릭터에 몰입이 안 되는 거예요...
저 진짜 BGM만 깔아 줘도 우는 애인데 그냥 재미있다~뿐이지 감동적이진 않았어요
저는 이병헌 감독님의 개그 코드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예고편을 보고 코믹을 기대했던 것도 있는데
아무래도 실화 기반 스포츠 영화다 보니까 완전히 웃음만으론 갈 수 없겠나 보더라고요...
웃긴 건 정말 예고편으로 보는 장면이 다였고 가끔씩,, 피식거릴뿐
박장대소할 정도로 웃긴 건 없었던 거 같아요
그렇다고 스포츠 영화로 최고였냐? 그건 또 아녜요
사실 스포츠 영화는 깊은 울림과 함께 여운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슬램덩크가 대표적인 예시겠죠?
저 강백호 빼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었는데 막판 1점에선 숨도 못 쉬고 진짜 눈물이 차올랐거든요
그 정도의 감동을 원하고 보는 게 스포츠 영화인데... 그렇게 보았을 땐 아쉬웠습니다
*스토리: ★★★★
*연출: ★★★★
*영상미: ★★
*연기: ★★★★★
*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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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CFF 데일리] 장애인의 미래에 관한 상상력의 개수 +1
빅맨/Bigman
카미엘 스하우베나르 감독/Netherlands, Germany/2022/89min
‘지‧평‧선(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선)’ 세션
딜란과 그의 친구 유스의 머릿속에는 온통 축구 생각뿐이다. 딜란의 아버지가 감독으로 있는 유소년 축구팀에서 함께 운동하는 둘은 종일 축구공과 함께 붙어 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둘의 관심사는 곧 있을 유소년 축구 대회다. 이 대회에서 우승해 프로 팀 스카우터에게 발탁되어 프로 선수로 활동하고자 하는 꿈은 딜란과 유스를 단단히 묶어준다. 그날도 평범한 하루였다. 둘은 축구공을 주고받으며 길을 걷던 중이었다. 그러다 보면 공이 도로로 굴러가는 일도 으레 있는 법이다. 다만 하필 그때 달려오던 자동차가 딜란과 부딪쳤다는 것만 빼면, 평소와 모든 게 같은 평범한 날이었다.
딜란은 척추 신경에 손상을 입고,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재활하면 다시 축구를 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아 열심히 재활 운동에 매진하는 딜란. 그러나 딜란에게 재활은 불가능하다. 신경이 완전히 손상되었기 때문이다. 딜란은 평생 휠체어와 떨어질 수 없다. 딜란이 축구와는 떨어져야만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타고난 스포츠맨십을 가진 딜란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골키퍼 연습을 해보기도 하고, 엎드린 채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며 손으로 축구를 해보기도 한다. 실제로 친구들끼리 하는 조그만 게임에서 딜란의 노력은 빛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딜란이 유소년 대회 수준의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는 건 분명하다. 딜란의 강인한 의지만으로는 돌파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느 날 갑자기 오랫동안 꿈꾸고 노력해온 일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변한 건 내게 장애가 생겼다는 사실뿐인데, 나를 둘러싼 온 세계가 뒤집히는 그런 상황. 좌절감이 들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딜란은 장애 학생 전용 셔틀버스를 타고 등교하는 것이 수치스럽다. 소변이 나오는 것을 느끼지 못해 바지에 실례하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딜란은 그를 가로막는 것들에 매번 좌절하고 실망하면서도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금세 다시금 현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젠 정말 힘들 거야’와 ‘이다음에는 어떻게 행동할까?’라는 두 생각이 순서를 주고받았다. 그러다 보면 딜란의 꺾이지 않는 마음에 어느새 이입된다.
뭐든 계속 해보는 딜란의 마음이 인상깊다. 딜란은 어떤 상황이든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축구를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장애인에게도 비장애인에게도 꿈을 좇는 과정에서 좌절과 실패는 상수다. 장애가 아니라도, 딜란이 무난히 프로 선수로 데뷔했더라도 그에게 매번 새로운 시련과 도전이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영화가 장애를 의지만 있으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문제로 재현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딜란이 계속 축구를 사랑하기로 결심하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마다 장애 정체성을 새겨 넣는다. 딜란은 장애를 ‘극복’하려 하지도 않고, 계속 낙담한 채로 머물지도 않는다. 우리 모두가 그러하듯 자기 몸의 가능성과 한계를 면밀히 점검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장애인의 미래는 줄곧 부정되어왔다. 혹은 비장애인 사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방식으로만 재현되어왔다. 딜란의 여정은 이 둘 사이에 있다. 장애가 생긴 운동선수 지망생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회의에는 아랑곳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초인적 노력을 내세워 비장애인에게 ‘인정’받으려 하지도 않는다. 요컨대, 딜란은 꿈에 대한 확신으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간다. 딜란의 서사, 딜란의 가족과 친구들의 서사, 기존의 장애 재현에 균열을 내는 또 다른 장애인의 서사가 차근히 쌓여 펼쳐질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장애인의 미래에 관한 상상력의 개수’는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열어젖히는 딜란은 여기에 또 하나의 서사를 더했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제11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는 9월 13일부터 9월 20일까지 진행됩니다. 영화 상영 시간표와 상영작 정보는 아래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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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주 최신 개봉영화!
9월 2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9월 2주 개봉영화 5편!
건파우더 밀크셰이크 Gunpowder Milkshake , 2021
자비없는 액션과 강렬한 타격감 + 화려한 미장센과 음악
영화 "건파우더 밀크세이크"는 남다른 유전자와 조기교육으로 완성된
‘샘’과 그녀의 엄마이자 레전드 킬러 ‘스칼렛’ 그리고 비밀스러운 도서관의 ‘킬’사부일체가
자신들의 운명을 찢어 놓은 놈들을 향해 달콤한 복수를 그린 영화입니다.
'늑대들'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총애를 받은 나봇 파푸샤도 감독의 작품으로
전작을 통해 인정 받은 강렬한 액션과 쿨한 유머가 어우러져 쾌감을 선사합니다
'킹스맨' 이 평범한 양장점을 근거지로 활약하는 스파이들의 활약을 통해 호기심을 자극하고 클래식한 매력을 극대화시켰다면
"건파우더 밀크셰이크"는 ‘지식은 곧, 가장 강력한 무기’를 은유하며 정적인 도서관 사서로 위장한 킬러들과
그곳에서의 폭발적 액션으로 이질감을 더한 신선한 매력을 배가시킵니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카렌 길런, '왕좌의 게임' 시리즈의 레나 헤디,
'블랙 팬서'의 안젤라 바셋, '메카닉: 리크루트'의 양자경, '샌 안드레아스'의 칼라 구기노!
한 자리에서 보기 힘든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들이 뭉친 통쾌한 복수서사!
첫번째 추천영화 "건파우더 밀크셰이크"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쇼미더고스트 Show Me the Ghost , 2021
내집 사수 셀프 퇴마 코미디!
영화 "쇼미더고스트"는 집에 귀신이 들린 것을 알게 된 20년 절친 예지와 호두가
귀신보다 무서운 서울 물가에 맞서 귀신 퇴치에 나서는 내집 사수 셀프 퇴마 코미디입니다.
내집 사수 셀프 퇴마 코미디라는 독특한 설정과 예측불가의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매력과 케미로 색다른 매력을 뿜어내는 작품입니다.
카라의 멤버에서 '청춘시대', '학교기담-응보' 등 연기로 활동 영역을 확장하며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여온 한승연,
'어쩌다 발견한 하루', '나빌레라' 등 화제의 드라마에서 활약하며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라이징 스타 김현목,
꼰대인턴, 복수가 돌아왔다, 이판사판 등 다양한 드라마를 통해 다채로운 캐릭터를 소화하며
잠재력과 가능성을 입증한 신예 배우 홍승범
세 배우의 케미와 청춘들의 현실을 담은 영화!
두번째 추천영화 "쇼미더고스트"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리스펙트 Respect , 2021
레전드 뮤지션, 스크린으로 화려한 귀환
영화 "리스펙트"는 소울의 여왕으로 불린 전설의 보컬리스트 아레사 프랭클린의 빛나는 무대와 삶을 그린 영화 입니다.
'18번의 그래미상 수상, 타임지 선정 '20세기 문화예술인 20'’과
롤링스톤지 선정 '역대 가장 위대한 가수 10인'에 이름을 올리며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가수죠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던 재능 많았던 어린 소녀에서 히트곡 하나 내는 것이 꿈이었던 신인 가수 시절을 거쳐
'RESPECT', 'Think' 등 최고의 명곡들로 시대를 위로하며 세계 최고의 디바가 된
아레사 프랭클린의 삶을 따라가며 빛나는 공연과 그 뒤의 진솔한 이야기를 함께 담아냈습니다.
세상을 바꾸고 영혼을 위로한 환상의 디바 아레사 프랭클린!
세번째 추천영화 "쇼미더고스트"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좋은사람 Good Person , 2020
누가 좋은 사람이고, 누가 나쁜 사람인가?
영화 "좋은 사람"은 교실 도난 사건과 딸의 교통사고, 의심받고 있는 한 명의 학생 ‘세익’ 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교사 ‘경석’이 의심과 믿음 속에 갇혀 딜레마에 빠지고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지난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 CGV아트하우스상, 한국영화감독조합상-메가박스상 등 2관왕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입증해 예비 관객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또한
데뷔 20년 차,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60여 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해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여온 김태훈의 복귀작으로 밀도 높은 감정 연기를 선보입니다.
보통의 질문을 통해 공감과 여운을 선사하는 영화
네번째 추천영화 "좋은사람"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내가날부를때 我的姐姐 , Sister , 2021
2021년 중화권을 뒤흔든 흥행 신드롬 무비!
'고질라 VS 콩'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1일 연속 1위!
흥행 수익 1,520억 원과 2,300만 관객 사로잡은 웰메이드 화제작 "내가 날 부를때"가 개봉을 합니다.
영화 "내가 날 부를 때"는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어린 남동생을 맡게 된 ‘안란’이
인생의 두 갈래 길에서 진정한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성장 드라마로,
올해 4월 중국에서 개봉했을 당시 폭발적인 관객 반응을 끌어내며 신드롬을 일으킨 화제작입니다.
그 이유는 국가 차원에서 가족 구성원 수와 출산을 계획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시행되었던
중국의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이 폐지되면서 일어난 사회적 변화와 그로 인한 갈등,
그리고 그 안에서 ‘딸’로 태어난 여성들이 경험해야 했던 암묵적인 차별이 고스란히 영화속에 녹여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과 비슷한 또래인 2030 여성들이 열렬한 지지를 보내며
중국 내에서 젠더 이슈부터 가족 문화, 사회 정책까지 다층적인 논의를 이끌어냈던 영화
다섯번째 추천영화 "내가날부를때"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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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윅에 환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
#존윅4 #키아누리브스 #영화리뷰 #johnwick4 #keanureeves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존윅 챕터4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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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28년 후> 티저 예고편
그날로부터 10,228일. 인류애가 사라지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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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시즌 3> 공식 예고편
이번 학기, 모든 것이 달라진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세 번째 시즌, 9월 17일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