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12-04 17:20:21
12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서울의 봄> 흥행열풍 465만 명 돌파
1~3일 동안 <서울의 봄> 주말 관객 수가 무려 17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은
물론 500만을 바라보고 있는 <서울의 봄>! 한편 북미에서는 디즈니 영화의 몰락과 더불어 다큐멘터리
공연 실황이 영화관을 점령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영화관을 즐기는 문화 형태가 달라지고 있는 걸까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듯한 북미 영화관 12월 첫째 주 영화 박스오피스같이 만나보아요.
[국내 박스오피스]
개봉 12일 만에 460만 명을 넘어선 <서울의 봄>이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은 물론 500만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데요. 12월 첫째 주 주말 관객 수만 170만 명을 돌파하고 개봉 이후 1위를 놓치지 않으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편 11월 29일 개봉한 <싱글 인 서울>은 개봉 후 누적 관객 수 22만 명을 기록하며 2위, <프레디의 피자가게>가 3위를 기록하며 누적관객 수 65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팝스타들의 실황 공연 다큐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에 이어 비욘세의 공연 실황 다큐멘터리 <르네상스: 필름 바이 비욘세>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공연에 못 간 이들, 재관람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으면서 공연을 색다른 방법으로 즐기고
있다고 하는데요.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나폴레옹>을 제치고 1위를 한 <르네상스: 필름 바이 비욘세>와 최근 디즈니 영화들의 몰락으로 보아 북미 영화계 또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 같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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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리는 것과 들리지 않는 것 사이의 공기
나에겐 청각장애인 사촌언니가 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낼 만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아빠와 큰아버지는 꽤 나이차이가 큰 편인데다가, 아빠가 당시로써는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한 편이라, 나의 큰아버지의 자녀들(세명의 딸과 한 명의 아들) 과 아빠의 자녀인 우리 남매 또한 나이차이가 많이 났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 막내 언니가 이미 대학생이었으니까. 아빠와 큰아버지는 애틋한 형제지간은 아니었던지, 사촌형제들은 명절에나 겨우 만났다. 차례를 준비하느라 부산했지만, 집 안의 막내였던 어린 나는 언니들의 방에 숨어들어 대학생들이 보는 멋진 책을 펼쳐 놓고 구경했다. 그러면 세상과 동떨어진 듯, 아무말 없이 구석에서 책을 보던 큰 언니가 초등학생도 볼 만한 이런 저런 책을 꺼내 내 옆에 놓아주곤 했다.
유달리 말이 없고, 방에서 책만 보던 큰언니가 청각장애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건 유치원 때 쯤이었다. 어쩌면 더 어렸을 때 이야기를 해줬을 수도 있지만, ‘들을 수 없다’는 것에 대해 내가 정확히 인지한 게 그 즈음일 지도 모르겠다. 후천적인 장애라고 했다. 열병이라고 했던가… 일년에 한 두번 가는 큰 집은, 현실과 다른 공간처럼 느껴지곤 했다. 적막과 무거운 공기가 흐르는 것 같았다. 어린 내가 가늠할 수 없는 어떤 감정들이 공기 속에 쌓여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막연히 눈치를 보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어느 날 갑자기 청력을 잃은 딸을 둔 큰 어머니는 아이들의 작은 일에도 예민한 것 같았고, 상실을 겪은 큰 언니는 슬퍼 보였다. 어쩌면 장애를 가진 사람은 불행할 것이라고 마음대로 생각해 버렸는지도 모른다. 장애를 가진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금기된 것 처럼 입 밖으로 꺼내지 않던 분위기였다. 어느날 막내 언니와 큰 언니가 수화로 격렬하게 (아무 말이 없는데도, 저렇게 격렬할 수 있구나. 하고 엄청 놀랐던 기억이 선명하다) 대화하며 낄낄거리며 웃던 모습을 보고,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지만 나도 모르게 같이 웃었던 기억이 있다. 어쩌면 다음 명절엔 큰언니와 얼굴을 맞대고, 나도 낄낄 웃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음 만남은 오지 않았다. 언니는 그 사이 같은 장애를 가진 형부와 이른 결혼을 했고, 자신의 가정을 이루게 된 것이다. 언니가 큰 집으로 오는 날 나도 외갓댁으로 가니, 언니의 결혼 이 후엔 거의 보지 못하였다. 그러다 몇년 후 큰언니네 가족이야기가 친척들 사이에 화두에 오르게 되었다. 언니는 결혼하고 바로 아이를 낳았는데, 이 아이는 청각 장애가 없었던 이유였다. 둘이서만 아이를 돌보던 때였는데, 이 아기의 말을 어떻게 배우게 할지 온 가족이 모여 고민했다고 한다. 지금 처럼 어린이집이나, 놀이방 같은 기관에 마음껏 보낼 수 있던 시절이 아니었고, 언니네 가족은 많은 시간을 농인들 커뮤니티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큰어머니는 자주 언니네 집에 머물렀고, 가끔 막내 언니가 다니러 갔고, 친가의 가족들이 함께 아이를 돌보았다. 조카는 여러 가족의 도움으로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해 지나지 않아 아이는 영재 판정을 받게 되었다. 아니 거의 천재에 가깝다고 했다. 주변에서 들썩이기 시작했다. 아이를 농인 부모와 계속 살게 하는게 맞나?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에 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지만, 아이와 부모를 떼놓으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쩌면 언니도…조금 고민했을 지도 모른다. ‘내가 이 아이의 미래를 망치는 것은 아닐까?’ ‘누구네가 맡아서 키우면 어떠냐.’ ‘그래도 할머니가 그냥 같이 사는게 낫지 않나?’ 백 가지 경우의 수들이 가족들 간에 논의 되었다.
하지만 이제 겨우 초등학교를 입학한 어린 그 아이는 그냥 엄마아빠와 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말했다. ‘내가 엄마 아빠의 목소리가 되어줄거라고.’
영화 <코다>를 보며, 나는 조카를 생각했다. CODA는 농인 부모 사이에 태어난 청인 자녀를 뜻한다. (Children of deaf adult) 이영화는 베로니카 폴랭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농인인 부모와 역시 농인인 오빠 사이에 유일한 청인인 영화 주인공 루비 로시는 새벽 3시에 아빠와 오빠와 함께 배에 올라타 귀가 들리지 않는 그들의 귀와 입이 되어주며 물고기를 잡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어느 날 루비는 짝사랑 하던 마일스를 따라 자기도 모르게 합창단에 지원한다. 루비가 합창단에 가입 한 후, 음악 선생님은 루비의 재능을 알아보고, 버클리 음대를 목표로 도움을 주지만, 루비는 자신의 부재로 힘들어질 가족때문에 고민한다.
노래를 부른다는 것, 노래를 듣는다는 것의 행복과 기쁨을 모르는 가족. 그리고 가족이 이해 하지 못하는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루비. 아빠를 위해 간절히 노래하는 루비의 목을 손으로 감싸고 노래를 듣는 아빠는 목청의 진동과 떨림으로 , 루비의 노래를 느낀다. 들리는 사람들과 들리지 않는 사람들 사이의 공기와 이해,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 영화를 보며, 각자 나름의 행복을 찾아 살아 가고 있을 나의 먼 가족을 떠올린다. 그리고 생각한다. 누구나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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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선을 바꾼 그 날의 기억 저 끝에 매듭진 모두의 역사
어떤 기억으로부터 멈춰버리는 시간이 있다. 누군가와 행복한 한때였거나, 숨어버리고 싶었던 부끄러운 감정, 슬프지만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한 다짐의 의지, 그 어떤 것이라도 좋다. 우리는 지워버릴 수 없을 감정과 경험을 모조리 쓸어 담아, 일 년이 지나면 다시 돌아오는 숫자에 모아두었다. 여전히 시간은 흐른다. 두 개의 시간 사이 새롭게 만들어진 일들을 차곡히 보관해 둔 상자만이 이정표처럼 멈추어 서 있다. 그곳을 출발점 삼아 우리는 다시 숫자를 세고 기억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2014년 4월 16일. 모두가 하나의 배만을 바라보던 그 날 우리는 또 하나의 상자를 만들었다. 4월에 멈춘 채 많은 일이 담기었던 기억의 날로부터 어느덧 7년이 지났다. 다큐멘터리 영화 〈당신의 사월〉은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세월호의 가족들로부터 시선을 돌려 이제 모두의 세월호가 된 기억에 관해 이야기한다. 아픔의 역사를 가장 개인적인 일상에서 끌어올린 영화는 모두가 경험한 서사의 얼개로 관객의 지난 7년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래서 나 또한 누구도 피할 수 없던 7년 전 그날에 서 있던 자신을 다시 떠올려 보기로 했다.
4월 16일 인천항에서 제주로 가는 여객선이 침몰했다는 포털의 메인 뉴스가 나의 첫 기억이었다. 강의 내내 뉴스 페이지를 몇 번이고 새로 고치며 스마트폰만 들여다보았다. 동아리방의 친구들은 대부분 우려와 안타까움, 그리고 약간의 무관심을 첨가한 자신만의 기분을 안고 분 단위로 변하는 상황에 관해 몇 마디씩 거들었다. 방송사마다 특보를 내보냈고 같은 구도의 항공 사진과 실시간 영상을 틀어주었다. 한결같은 화면에도 은근히 달랐던 목소리 안에는 재난상황의 정확한 전달 대신 피해자의 보험료와 자극적인 인터뷰가 담겨있었다. 생긴 지 불과 3년밖에 안 된 종합편성채널의 존재는 여전히 적응되지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나를 더 무섭게 만들었던 건 전원 구조 자막을 띄운 지 몇 시간도 안 되어 그와 정반대의 소식을 접하고, 탑승자의 숫자가 늘어나고 줄어들기를 반복하는 그 어처구니없던 무지의 혼란, 그리고 점점 해가 지는데도 배 안에 사람들이 갇혀 있다는 뉴스가 지워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SNS에서는 실시간 피드로 현 상황을 평가했고, 사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분노로 타임라인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에도 배는 검은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골든 타임, 민간 잠수부, 컨트롤 타워, 팽목항, 에어포켓. 낯선 단어들이 종일 눈과 귀를 맴돌았다. 누군가의 절규와 분노, 죽음의 절망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비현실적인 일상에 야속한 숫자 카운트만 늘어갔다. 악화일로에 치달은 현장을 바라보는 제삼자의 슬픔과 두려움은 어느새 분노와 무력감이 되었다. 국가와 정부는 신뢰를 잃었고 의심은 쌓여갔다. 죽어가는 이들 앞에서 애써 상황을 축소하고 몰아가려는 노골적인 행태에 평정심을 잃은 피해자들은 거리로 나왔다. 언론은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갔고, ‘피해자다움’이라는 가이드라인에 조금이라도 어긋난다면 언제든지 물어뜯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국가가 손을 놓아버린 현실에 절박한 연대의 외침은 평범한 일상을 앗아간 이들을 반정부 종북 세력으로 몰아갔다. 이념적 갈등을 부추긴 이들은 세월호라는 단어에 수십 겹의 프레임을 덧씌웠고, 생존과 진실을 향한 필사적인 투쟁은 격화되었다. 누군가는 평범한 일상으로 발길을 돌렸지만, 다른 누군가는 가족을 잃고 불의한 사회에 저항하는 운동가가 되어 있었다. 그 악순환의 끝에는 곡기를 끊은 광화문광장의 부모를 향한 증오의 말과 폭식 투쟁. 정치적 공방에 휩쓸려 분열된 피해자들에 가해진 또 다른 상처가 있었다. 그때는 지겹다는 말이 채 일 년도 되지 않아 터져 나온 혐오와 광기의 시대였다. 나는 누군가가 예상치 못한 비극으로 일상이 바뀌는 사회를 바라지 않는다. 삶의 이정표가 바뀌는 순간을 단지 우연과 운명으로 넘어가기에는 그들에게 지워진 짐이 너무도 크고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극과 전진은 너무도 자연스레 수레바퀴의 빗살처럼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불안과 공포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세월호 피해자의 공허한 외침을 들은 이 모두에게 앙금이 되었다. 시간은 지났고 누군가는 처벌을 받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치유가 아니란 사실은 자명했다. 분노는 곧 죄책감과 미안함이 되었고, 사람들은 광장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국정농단 행위는 국가적 참사에서도 예외가 없었고 부당한 권력과 죽음을 끝내기 위해 시민들은 청와대로 향했다. 누구보다 큰 상처를 받았을 세월호 가족들은 시민들에게 도시락과 촛불을 건네며 감사와 응원을 보냈다. 비극으로 송두리째 바뀐 누군가의 삶을 도저히 볼 수 없었던 이들은 함께 기억하고 싸우기로 했다. 100만 명이 모이고, 청와대가 움직였다. 거대하게 보였던 국가권력이 시민의 힘으로 끌려 내려진 순간이었다. 영화를 보며 2018년 추웠던 겨울 광장 앞을 다시 떠올렸다. 모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던 그 공간에는 시민들의 열기와 알 수 없는 해방감이 존재했다. 다 함께 같은 목소리를 냈던 그 연대를 떠올리면 외롭고 그리워졌다. 각자의 목소리가 얽혀 하나로 이어졌던 시간이 어쩌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의 감정에서였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세월호의 오늘은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강력한 명령처럼 우리를 붙잡는다.
출처 | 다음 영화
7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진상규명은 진행 중이다. 세월호 가족들은 자신의 반대편에서 들었던 말을 고스란히 같은 쪽 사람들에게 듣고 있었다. 새로운 권력이 등장한 이후, 세월호 가족들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들이 있던 자리에 이제는 공수가 바뀐 시민단체가 모여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뱉어내는 장면을 바라보았다. 민주주의는 태생적으로 모두에게 같은 크기의 힘을 쥐여준다. 그렇기에 타협과 관철의 시간은 길고 느리게 흘러간다. 변하는 듯 변하지 않는 현실을 직면한 그들에게 지난 4년은 더욱 아프게 다가왔다. 아직 기억의 상자는 채워지고 있고, 그들의 삶도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그리고 영화는 우리에게 물었다. 때로는 뒤로 후퇴하고, 때로는 멈춰있는 진실과 시간 앞에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사회적 참사로 평범한 시민이 투사가 되었다. 그들을 지켜주기 위해 우리는 촛불을 들었다. 모두의 마음에 깊이 들어온 아픈 사월은 자연스럽게 잊히고 있다. 고통을 망각하는 생물학적 반응을 이기는 해답은 끊임없이 기억하고 버티는 것이다. 광장에서 마이크를 잡았던 선생님은 매년 학교에서 세월호를 기억하는 행사를 주최한다. 통인동이 열렸던 그 전율의 순간을 체감했던 카페 사장님은 손님에게 세월호 리본을 건네준다. 진도의 참극을 목전에서 바라본 어부는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해 텐트를 옮겨 놓았다. 각자의 방식대로 끈질기게 버티는 사람들이 있다. 당사자를 제외한 그 누구도 그 사람의 아픔에 온전히 다다를 수 없다. 그래서 영화는 누구도 아닌 당신의 기억 속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한다. 모두의 기억이 된 사월의 세월호는 아직 매듭지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당신의 기억 속 매듭지어 놓은 세월호의 리본은 여전히 단단하게 묶여있을 것이다.
【7주기 기억추모행사】
* 온라인 행사 *
<4월의 기억마스크> 펀딩 : ~4/16
<사이버 추모관> 운영 : 4/5~4/30 (416remember.net)
<기억의 물결> SNS 프로필 '노란 리본' 달기 캠페인 : 4/1~4/30
* 오프라인 행사 *
<기억식> 안산+온라인 : 4/16
<세월호 기억관> 개관(광화문 광장) :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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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 4주차 개봉예정작
안녕하세요, 씨네픽지기입니다 🐥
🎫 6월 4주차 개봉예정작이 도착했습니다!🎬이번 주 큰거 왔습니다…
🏁 <F1: 더 무비>
브래드 피트가 전설의 드라이버 ‘소니 헤이스’로 돌아왔습니다.한때 주목받던 챔피언의 화려한 부활과 천재 신예 루키의 대결,
최하위팀의 드라마를 고속 레이스처럼 그려낸 영화인데요
✈️ <탑건> 감독과 제작진이라니, 더 기대됩니다! 🔥
이번 주에는 영화관에서 시원하게 레이싱 할수 있는 기회! 극장에서 놓치면 후회할 것 같네요 🥹
🎬 6월 4주차 PICK!►<F1 더 무비>
►<네이키드 런치>
►<바다호랑이>
►<후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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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밌는 영화 검색 완료!
사라진 딸을 찾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보여주었던 영화 <서치>의 시놉 자체는 이전 영화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 액션으로 풀어낸다면 바로, <테이큰>시리즈이니까...
근데, 국내 300만명에 가까운 흥행과 더불어 제작비 88만 달러로 약 7천만 달러로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여기에 평가마저 좋았으니 속편 제작은 당연했는데, 전작의 감독과 배우들이 나오지 않는다?여행을 떠났던 엄마를 맞이하려는 딸 "준버그".
근데, 시간이 되었음에도 엄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자 메시지와 전화도 해보지만 수신음만 들리게 된다.
이에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도움이 되지 않아 스스로 정보를 찾게 된다.
그러나, 점점 조사를 할수록 자신도 몰랐던 비밀들이 하나둘씩 나오게 되는데...1. 연출은 그대로, 이야기는 아주 살짝만!
앞서 전작 <서치>의 이야기 구조에 여타 영화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대적인 호평과 흥행을 한 이유에는 영화가 보여주는 방식에 있다!
원제 "Searching"에서도 보듯이 인터넷에 밀접한 소재는 "페이스북"과 "아이폰" 등. 젊은 세대들에게 익숙함으로 이어졌으며, 무수하게 쏟아지는 "링크"는 가려내야 하는 사건의 정보들로 장르적인 재미로 귀결시켰다.
무엇보다 창마다 격리되는 정보의 비대칭성까지 소재만으로 그친 것이 아니었기에 영화 <서치>는 익숙했지만, 가장 신선한 작품이기도 했다.그런 점에서 이번 <서치 2>는 전작의 감독과 배우들이 나오지 않지만, 앞서 말한 호평을 받은 연출 방식을 그대로 가져와 속편임을 증명한다.
물론, 이를 한다고 <서치 2>가 시리즈라는 건 아니다.
예전에는 신선하다고 칭찬을 받았다 해도 속편에서 그대로, 보여주는 건 진부하고 안일하게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치 2>는 이야기에서 전작과 큰 차별화를 시도한다.만약에 "액션"이었다면, <테이큰>시리즈로 소개했을 만큼 이야기가 낯설지 않았던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그 주체를 바꿨다.
<서치 2>에선 딸(자식)이 엄마(부모)를 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현재 디지털 시대에 살아가는 역전된 우리들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 근데, <테이큰 2>에서도 딸이 납치된 아빠와 엄마를 구한다.
2. 우리네 가족과 다를 게 없네?
예를 들면, "키오스크"가 주문을 대신해 받는 요즘 음식점들처럼 사회는 점점 전산화가 되어가고 있다.
물론, 이에 적응하는 윗세대의 모습들도 종종 보이지만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아직도 사람들을 애타게 찾고 있다.
이처럼 영화도 "페이스타임"에 버벅대고, 문자에 오타도 많아 버벅대는 엄마와 다르게 능수능란한 "준"의 모습은 "누가 누굴 지켜줘야 하는지?"라는 부모-자식의 역전된 관계를 보여준다.그렇다면, 이 모습만으로 "준"은 어른인 걸까?
꼭, 자식을 낳아야만 "부모"가 아니지만 그 이름이 있다는 건 남몰래 짊어지고 있는 부담을 마땅히 치러야 할 책임감으로 받아들이는데, 우리는 이걸 "사랑"이라고 부른다.
무언가를 잘한다고 해서 못한다고 해서 어른과 아이가 아니라 어른만 볼 수 있는 것과 아이들만 볼 수 있는 것, 서로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다는 게 "가족"이 아닌가?우리 집만 하더라도, 가족들의 전산 업무는 나 "파천황"이 전부 도맡고 있지만, 엄마의 팔꿈치를 애타게 찾는다!
상투적인 엔딩이지만 상업 영화라면 마땅히 치러야 할 합의점이고, 이래야만 관객들도 <서치 2> 혹은 이 시리즈를 좀 더 사랑할 수 있는 게 아닐까?· tmi. 1 - 이번 <서치 2>의 연출과 각본을 맡은 '윌 메릭 - 닉 존슨'은 전작의 "촬영 - 편집"을 맡았었다. 그리고, 전작의 감독 '아니쉬 차간티'는 "제작'을 맡았다!
· tmi. 2 - 전작의 장면들이 극 중 초반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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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둘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1977년도의 컬러 방송 송출이 시작된지 얼마 안된 시점의 배경,
흑백화면과 컬러화면이 번갈아 진행되며 노이즈와 고르지 못한 화면으로 빈티지한 호러를 느낄수 있는
<악마와의 토크쇼>!항상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는 데이비드 다스트말치안의 주연 영화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극강의 공포를 선사한다고 하는데요. 이번주 개봉예정작 함께해요!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KINGDOM OF THE PLANET OF THE APES
개요: 액션, SF | 미국 | 145분
감독: 웨스 볼
출연: 오웬 티그, 프레이아 앨런, 케빈 두런드 등
개봉: 2024.05.08.
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시놉시스
인류의 시대는 끝났고, 세상의 주인이 바뀌었다! 진화한 유인원과 퇴화된 인간들이 살아가는 땅. 유인원 리더 '프록시무스'는 완전한 군림을 위해 인간들을 사냥하며 자신의 제국을 건설한다. 한편, 또 다른 유인원 '노아'는 우연히 숨겨진 과거의 이야기와 ‘시저’의 가르침을 듣게 되고, 의문의 한 인간 소녀와 함께 자유를 향한 여정을 시작하게 되는데…
악마와의 토크쇼
Late Night with the Devil
개요: 공포 | 오스트레일리아 | 93분
감독: 캐머런 카이네스, 콜린 카이네스
출연: 데이빗 다스트말치안, 잉그리트토렐리, 로라 고든 등
개봉: 2024.05.08.
배급: (주)올랄라스토리
시놉시스
신종 마약 사건 3년 뒤,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와 서울 광수대는 배달앱을 이용한 마약 판매 사건을 수사하던 중 수배 중인 앱 개발자가 필리핀에서 사망한 사건이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아낸다. 필리핀에 거점을 두고 납치, 감금, 폭행, 살인 등으로 대한민국 온라인 불법 도박 시장을 장악한 특수부대 용병 출신의 빌런 ‘백창기’(김무열)와 한국에서 더 큰 판을 짜고 있는 IT업계 천재 CEO ‘장동철’(이동휘). ‘마석도’는 더 커진 판을 잡기 위해 ‘장이수’(박지환)에게 뜻밖의 협력을 제안하고 광역수사대는 물론, 사이버수사대까지 합류해 범죄를 소탕하기 시작하는데… 나쁜 놈 잡는데 국경도 영역도 제한 없다! 업그레이드 소탕 작전! 거침없이 싹 쓸어버린다!
미지수
Unknown
개요: 드라마, 멜로/로맨스, 가족, SF, 판타지 | 한국 | 69분
감독: 허명행
출연: 마동석, 김무열, 박지환, 이동휘 등
개봉: 2024.05.08.
배급: 인디스토리
시놉시스
헤어진 연인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지수’ 실수로 사람을 죽이고 붕괴 직전인 ‘우주’ 우주선 발사 뉴스에 집착하는 ‘기완’ 비가 오면 발작하는 남편 때문에 괴로운 ‘인선’ 베란다에 장총을 두고 살아가는 ‘신애’ “나 혼자 우주를 떠다니고 있어. 나 좀 꺼내줘” 삶의 궤도에서 이탈한 다섯 인물들의 미지의 슬픔 그리고 미지의 시간
목소리의 형태
A Silent Voice : The Movie
개요: 애니메이션, 멜로/로맨스 | 한국 | 130분
감독: 야마다 나오코
더빙: 이리노 미유, 하야미 사오리 등
재개봉: 2024.05.09.
배급: (주)디스테이션
시놉시스
“다시 나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너와 나,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활발한 성격의 ‘이시다 쇼야’의 반에 어느 날 청각장애를 앓는 소녀 ‘니시미야 쇼코’가 전학을 온다. 반 아이들은 청각 장애가 있는 ‘쇼코’를 귀찮게 여겨 따돌리고, 그 주모자로 ‘쇼야’가 지목 된다. 그의 괴롭힘에 ‘쇼코’는 결국 전학을 가고 ‘쇼야’는 일순간 왕따가 된다. 6년 후, 여전히 따돌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고등학생이 된 ‘쇼야’는 사과할 마음으로 ‘쇼코’를 찾아가게 된다. 두 사람의 만남은 ‘쇼야’와 ‘쇼코’의 인생을 바꾸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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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욱신욱신하는 모든 이의 이름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지금 우리의 의학발전은 인정하기 싫게도 과거 사람들에게 행해진 생체실험 덕분이라는 말이었다. 그래, 인정하기 싫게도, 맞는 것도 같다. 수많은 이에게 규칙적으로 바닷물 주사를 투여하지 않았다면 비브리오 패혈증의 존재는 보다 늦게 알려졌을 것이다. 바닷물이 혈액을 대신 할 수 있다는 거짓으로 판명된 가설 대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지금은 인간에겐 하진 않고 실험용 동물을 쓴다. 매정하게 말하자면 과정은 비인간적이었으나 결과는 인간을 위하는 것일 때도 있다. 그 판단을 어떤 사람도, 어떤 시대도 쉽게 내릴 수는 없다. 우리는 시대 아래서 자유롭지 못하다. 시대가 펼쳐놓은 판에, 말이 되어 이리저리 움직인다. 시대가 만약 신이라면 참 체계적인 큰 손이 아닐까. 때맞춰 부딪히는 이념을 널어두고, 갈등을 만들어내면서 사람을 시험한다. 우리는 시험당하고 시험하는 존재이다. 태어날 때도 내 원이 아니었건만 사는 것도 내 원이 아닌 바에야 이게 대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러나 '소용'은 애당초 성립되지 않는 말이다. 쓸모가 있고 득이 되는 것. 살아가는 것은 쓸모와 득으로는 나눌 수 없는 것이다. 영화 <동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게 그 말을 속삭이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말했다. 일제강점기 하에서 윤동주와 송몽규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윤동주는 당대에는 빛을 발하지 못했으나 그의 시는 대대손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오래오래 남아있다. 송몽규는 일제강점기에서 열심히 앞장서 싸웠으나 결국 이름 하나 남기지 못했던 사람이라고. 이준익 감독 또한 윤동주는 과정은 좋지 않지만 결과가 좋았고, 송몽규는 결과는 없지만 과정은 훌륭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윤동주의 아름다운 결과와 함께 과정이 아름다웠던 송몽규를 함께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름을 훗날 길이길이 남기는 것은 누구나 꿈꾸는 일이다. 내 이름이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 칭송을 받는다면야 그보다 좋을 일은 없다. 그러나 동주와 몽규가 그랬을까. 둘이 그 말을 들으면 어떻게 반응할지 상상해보았다. 동주와 몽규에게만은 적어도 과정과 결과, 그런 이분법을 두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의문이다. 그게 영화에서 불편하던 포인트였던 것 같다. 그건 마치 영화 구석구석 드러나던 선택지와 같다. 처음 영화 시작부터 나타났던 신앙과 공산주의에 대한 고민. 일본순사가 교실을 박차고 들어와 내밀던 개인주의냐 전체주의냐, 일본사람이냐 아니냐, 하던 불편한 선택지. 혹은 아버지가 내미는 진로선택의 일침과도 같았다. 이과냐, 문과냐. 문학을 공부하는 것이 무슨 쓸모냐 의사가 되어 사람을 구하는 것이 쓸모지. 마지막 자기 확신에 빠져 있는 일본 취조인의 이야기와도 같다. 야만이냐, 문명이냐. 국제법에 대강 끼워맞춰서 자발적인 듯 보이게 진술서를 받으면 문명이고, 그런 것조차 모르는 무지한 조선인은 야만이고. 이분법은 수많은 경우와 변수를, 이야기의 목을 댕강 잘라버린다. 마찬가지다. 과정과 결과는 그들이 원하지 않았을 이분법이다. 무엇이 과정이고, 무엇이 결과인가. 나에겐 동주와 몽규 모두 과정도 좋았고, 결과도 좋았다. 평생을 애써 자신이 뜻하는 바에 다가가려한 과정이 훌륭하다. 한스럽게 숨을 거뒀지만 이렇게 지금 다시 살아나 남은 우리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게 하는 결과가 훌륭하지 않은가.
아주 확고하게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동주는 몽규의 그림자이자 2인자였다. 마지막엔 무려 동주가 절규하면서 몽규의 그림자인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정말 그런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동주가 수동적이며, 재능이 없고, 목적과 이유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동주는 몽규에 비해 수동적인 것처럼 보인다. 동주가 먼저 몽규를 부르지 않는데 비해 몽규는 영화 내내 '동주야'하면서 그를 부른다. 가장 귀에 많이 익은 대사이기도 하다. 동주가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은 여자에게 쭈뼛쭈뼛하면 몽규는 모르는 척 도와준다. 날 선 대화로 서로에게 흠집이 되는 말을 나눈 직후에도. 먼저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고 기뻐하기는 커녕 동주 상심하지 않게 말할 것을 먼저 고민하는 몽규다. 그는 당선되지 않아 시를 꽁꽁 매어두는 동주에게 직접 잡지를 만들어 시를 발표하자고 제안한다. 원하던 대학에 붙고도 동주가 붙지 않으면 바로 대안을 찾느라 바쁘다. 몽규는 기분이 상한 동주가 좋아하는 정지용, 백석의 시집을 가져다 주면 이윽고 동주가 자신과 눈을 맞추리란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몽규와 동주의 관계는 극단적으로 몽규의 일방적인 적극성과 헌신, 동주의 일방적인 소극성과 고집으로 이뤄진 것인가? 형만한 아우없다더니 역시 동주는 몽규같은 형을 만나 재능을 알아봐주고 뒤늦게 날개를 펴게 된 건가? 아니다. 몽규와 동주는 서로 다른 사람이다. 그 선을 넘지 않으면서 서로를 소중히 하려고 노력한다. 몽규는 시보단 산문의 힘을, 현실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을 중요시하고 동주는 문학, 시 그 자체의 울림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중요시한다. 몽규는 다른 이를 말로 설득하고 총을 들고, 동주는 시를 계속 쓴다.
어느 순간 몽규에게 동주는 동주이면서. '윤 시인'이다. 동주말마따나 시집도 안내고 등단도 안했는데 왜 시인이라고 당당하게 소개할 수 있는걸까. 그건 영화 속에 나온 것처럼 동주가 그림자도 2인자도 아니며, 전혀 수동적인 사람도 아니기 때문이다. 드러나지 않을지언정 시에 대한 그의 뚝심은 영화 내내 흔들리지 않는다. 그가 존경하던 정지용 선생님이 시를 그만 쓰라고 하는데도 그는 꿋꿋하게 내내 우리말로 시를 쓰고 모아둔다.
다카마쓰 교수가 그에게 시를 써보는 게 어떻냐고 물었을 때 그의 기분은 어땠을까. 동주는 사실은 시를 쓰고 있다고 대답했다. 출판을 하지 않아 시인은 아니지만 시를 쓰고 있다고. 그 때 다카마쓰교수는 조선어로 된 시라서 출간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며 한 마디를 날렸다. 그가 쟁여두고 있어서 출간하지 않았던 이유보다도 더 큰 이유는 시대가 정해놓은 한계이기도 했다. 그것을 교수가 지적한 것이다. 당신 잘못이 아니라 시대의 잘못이라고. 출간이 자유로웠다면 그는 아마 못이기는 척, 부끄러워하면서도 출간했을 것이다. 그가 부끄러운 것은 시를 줄곧 써서 현실을 바꾸지 못하고 숨어드는 것 같은 자책이다. 하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자신있게 자신의 생각을 담은 그 시를 선뜻 낼 수 없는 시대때문이다. 다른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울리지 못하고 혼자만의 우물에서 울리는 파장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시대가 막아놓은 둑에서도 물 한방울씩을 알뜰히 모아두고 있었을 뿐인데.
영화에선 쿠미라는 일본인 학생의 도움으로 영어로 시집을 출판하려 했다. 겁이 없이 진행된 해외 출간. 수동적인 이미지의 동주라면 마지막까지 쿠미가 알아서 빨리 출간을 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엔 그 원고를 쿠미가 아니라 동주가 직접 보내겠다고 한다. 그 소심하고 겁많은 사람이. 그걸 하려고 그는 잡힐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몽규와 함께 가지 않고 하루를 꼬박 기다렸다. 그건 수동적인 사람이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 실제로 윤동주는 직접 한정판이나마 출판을 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고, 출판이 실패하고 다른 사람에게 원고를 넘겨두기도 했다. 동주는 학교의 필수적인 교련도 거부하고, 창씨개명도 최대한 늦게 하려한다. 그 거짓부렁이 진술서에도 서명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런 윤동주의 과정이 좋지 않고, 결과만 좋다고 할 수 있을까.
몽규 역시 마찬가지다. 몽규는 결과가 없지만 과정이 좋은 사람인가. 과정과 결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다. 동주와 몽규 사이의 과정과 결과를 생각해보면 의미는 달라진다. 동주를 '대기는 만성이다'하면서 질투에 휩싸이게 할 정도로 이른 나이에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술가락'이 있다. 홀연히 독립군 활동을 하고 돌아오고 공부를 시작하곤 잡지 <문우>를 직접 발간했다. 거기엔 동주의 시도 있지만, 몽규의 우리말 뜻인 꿈별이라는 이름으로 쓰인 시 '밤' 이 있다. 조선일보에 실렸던 <하늘과 더불어>까지. 영화에 나오지 않았으나 영화를 보고 나면 동주의 시만큼 몽규의 작품도 좋고 궁금해져서 나눠본다.
< 술가락 >
- 송한범(송몽규 아명)
우리부부는 인제는 굶을 도리밖에 없엇다.
잡힐 것은 다 잡혀먹고 더잡힐 것조차 없엇다.
「아- 여보! 어디좀 나가 봐요!」 안해는 굶엇것마는 그래도 여자가 특유(特有)한 뾰루퉁한 소리로 고함을 지른다.
「………」 나는 다만 말없이 앉어 잇엇다. 안해는 말없이 앉아 눈만 껌벅이며 한숨만 쉬는 나를 이윽히 바라보더니 말할 나위도 없다는 듯이 얼골을 돌리고 또 눈물을 짜내기 시작한다. 나는 아닌게 아니라 가슴이 아펏다. 그러나 별 수 없었다.
둘 사이에는 다시 침묵이 흘럿다.
「아 여보 조흔수가 생겻소!」 얼마동안 말없이 앉아 잇다가 나는 문득 먼저 침묵을 때트렷다.
「뭐요? 조흔수? 무슨 조흔수란 말에 귀가 띠엿는지 나를 돌아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아니 저 우리 결혼할 때… 그 은술가락말이유」
「아니 여보 그래 그것마저 잡혀먹자는 말이요!」 내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안해는 다시 표독스운 소리로 말하며 또 다시 나를 흘겨본다.
사실 그 술가락을 잡히기도 어려웟다. 우리가 결혼할 때 저- 먼 외국 가잇는 내 안해의 아버지로부터 선물로 온 것이다. 그리고 그때 그 술가락과 함께 써보냇던 글을 나는 생각하여보앗다.
「너히들의 결혼을 축하한다. 머리가 히도록 잘 지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이 술가락을 선물로 보낸다. 이것을 보내는 뜻은 너히가 가정을 이룬뒤에 이술로 쌀죽이라도 떠먹으며 굶지말라는 것이다. 만일 이술에 쌀죽도 띠우지 안흐면 내가 이것을 보내는 뜻은 어글어 지고 만다.」 대개 이러한 뜻이엇다.
그러나 지금 쌀죽도 먹지 못하고 이 술가락마저 잡혀야만할 나의 신세를 생각할 때 하염없는 눈물이 흐를 뿐이다마는 굶은 나는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없이 「여보 어찌 하겟소 할 수 잇소」 나는 다시 무거운 입을 열고 힘없는 말로 안해를 다시 달래보앗다. 안해의 빰으로 눈물이 굴러 떨어지고 잇다.
「굶으면 굶엇지 그것은 못해요.」 안해는 목메인 소리로 말한다.
「아니 그래 어찌겟소. 곧 찾아내오면 그만이 아니오!」 나는 다시 안해의 동정을 살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없이 풀이 죽어 앉어잇다. 이에 힘을 얻은 나는 다시 「여보 갖다 잡히기오 발리 찾어내오면 되지 안겟소」 라고 말하엿다.
「글세 맘대로 해요」 안해는 할 수 없다는 듯이 힘없이 말하나 뺨으로 눈물이 더욱더 흘러내려오고잇다.
사실 우리는 우리의 전재산인 술가락을 잡히기에는 뼈가 아팟다.
그것이 운수저라 해서보다도 우리의 결혼을 심축하면서 멀리 ××로 망명한 안해의 아버지가 남긴 오직 한 예물이엇기 때문이다.
「자 이건 자네 것 이건 자네 안해 것-세상없어도 이것을 없애서 안되네」 이러케 쓰엿던 그 편지의 말이 오히려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런 숟가락이건만 내것만은 잡힌지가 벌서 여러달이다. 술치 뒤에에는 축(祝)지를 좀 크게 쓰고 그 아래는 나와 안해의 이름과 결혼 이라고 해서(楷書)로 똑똑히 쓰여잇다.
나는 그것을 잡혀 쌀, 나무, 고기, 반찬거리를 사들고 집에 돌아왓다.
안해는 말없이 쌀음 받어 밥을 짓기 시작한다. 밥은 가마에서 소리를 내며 끓고잇다. 구수한 밥내음새가 코를 찌른다. 그럴때마다 나는 위가 꿈틀거림을 느끼며 춤을 삼켯다.
밥은 다되엇다. 김이 뭉게뭉게 떠오르는 밥을 가운데노코 우리 두 부부는 맞우 앉엇다.
밥을 막먹으려던 안해는 나를 똑바로 쏘아본다.
「자, 먹읍시다.」 미안해서 이러케 권해도 안해는 못들은체 하고는 나를 쏘아본다. 급기야 두 줄기 눈물이 천천이 안해의 볼을 흘러 나리엇다. 웨 저러고 잇을고? 생각하던 나는 「앗!」하고 외면하엿다. 밥 먹는데 무엇보다도 필요한 안해의 술가락이 없음을 그때서야 깨달앗던 까닭이다.
<밤 >
- 꿈별(송몽규 필명)
고요히 침전(沈澱)된 어둠
만지울듯 무거웁고
밤은 바다보다 깊구나
홀로 헤아리는 이 맘은
험한 산길을 걷고
나의 꿈은 밤보다 깊어
호수군한 물소리를 뒤로
멀-리 별을 쳐다 쉬파람 분다
< 하늘과 더불어>
- 꿈별
하늘-
얽히여 나와 함께 슬픈 쪼각하늘
그래도 네게서 온 하늘을
알 수 있어 알 수 있어..
푸름이 깃들고
태양(太陽)이 지나고
구름이 흐르고
달이 엿보고
너하고만은 너하고만은
아득히 사라진 얘기를 되풀고싶다
오오- 하늘아-
모-든것이
흘러 흘러 갔단다.
꿈보다도 허전히 흘러갔단다.
괴로운 사념(思念)들만 뿌려 주고
미련도 없이 고요히 고요히...
이 가슴엔 의욕(意欲)의 잔재(殘滓)만
쓰디쓴 추억(追憶)의 反(반)추만 남아
그 언덕을
나는 되씹으며 운단다.
그러나
연인(戀人)이 없어 고독(孤獨)스럽지 않아도
고향(故鄕)을 잃어 향수(鄕愁)스럽지 않아도
인제는 오직-
하늘속의 내맘을 잠그고 싶고
내맘속의 하늘을 간직하고 싶어
미풍(微風)이 웃는 아침을 기원(祈願)하련다.
그 아침에
너와 더불어 노래 부르기를
가만히 기원(祈願)하련다.
몽규는 연희전문학교에 들어가 2등으로 졸업했다. 그 때 그는 분노할 때 분노하는 사람이었다. 2등 상이 어이없게도 대동아공영, 일본의 군국주의를 정당화하는 책이었고 받자마자 이따위 것을 상으로 준다며 집어 던져버렸다. 그것이 세상을 바꾸게 하지는 못했더라도, 그 자리에 있던 불편한 사람들의 마음은 아마 세상 속 시원하게 바꿔주었을 것이다. 동주와 일본으로 유학길을 떠날 땐 다시 교토제대에 합격했던 코스를 보면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은 얻을 수 있었던 능력자였다. 다만 동주와 마찬가지로 시대가 관여하는 일, 독립군 활동, 일본 내 유학생을 규합하려던 사건 등은 일이 목적대로 이뤄지는 것이 쉽지 않았을 뿐이다. 몽규는 영화에서 동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딪히고, 싸우고, 도전하며 멋진 형이자 동반자로 등장했다. 끝까지 동주보다 먼저 태어나 조금 늦게 세상을 떠났으니 참 인연은 인연이다. 그의 좋은 결과는 간략하게 설명하려 한다.
이 쯤되면 영화의 제목이 왜 <동주>여야만 했는지는 의문이다. 영화의 포인트 상으론 몽규도 같이 담겼어야 할 텐데 말이다. 게다가 왜 영화는 흑백이었을까. 어느 한 순간도 빠짐없이. 하지만 알 것도 같다. 영화를 보고 나면 동주, 몽규, 이렇게 성을 떼고 부르게 된다. 멀리 있는 분들이 가깝게 느껴진다. 동주는 윤동주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동주야, 하고 부르던 몽규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영화에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살아남아 동주의 시를 같이 고민하고, 동주의 시를 출간해준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동주는 대명사인 것이다. 마음의 색이 흑백으로 강제로 물들고, 모든 선택이 흑백같이 이분법으로 재단되던 시대에 좋은 과정을 보여주려 끊임없이 노력하고도 자신을 부끄러워했던 이들, 우리는 설사 모른다 하더라도 이토록 좋은 결과를 우리에게 이렇듯 감사하게 건네준 수많은 이들의 숨, 눈빛, 목소리, 마음이 담겨 있는 대명사. 들으면, 부르면 마음 한 켠이 욱신욱신해지는 그 모든 이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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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못건드리는 양아치가 탄 버스에 하필 동석이형이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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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타다 :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 티저 예고편
한국의 우버로 불리며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TADA).
출시한 지 9개월 만에 100만 유저를 확보하며 승승장구하던 중 택시업계의 반발로 법적 공방에 휘말린다.
뜨거운 논란 속 치러진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날, 모든 팀원들은 함께 모여 ‘종이컵 와인 파티’로 자축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단 14일 뒤, ‘타다금지법’이 통과됐다는 청천벽력의 소식이 들려오는데...
그들은 이 최악의 위기를 뚫고 타다를 새롭게 부활시킬 수 있을까?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의 이야기로 세상에 공개되는
‘스타트업’에 대한 국내 최초의 다큐멘터리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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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바쿠라우> 메인 예고편
미지의 땅 ‘바쿠라우’.
마을 족장 카르멜리타의 장례식 후,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총격으로 구멍 뚫린 물 수송 차량,
하늘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비행 물체,
마을 곳곳에서 시신까지 발견되며
주민들은 혼란에 빠지는데…
이곳에 절대 발 들이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