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11-24 16:29:11
OTT 최근 공개작 Best & Worst
최근 OTT에 공개된 작품들 재밌게 보셨나요? 특히나 2023 하반기 작품들은 호불호 갈린 평가가 많았는데요.
혹평세례를 받은 작품도 있었죠.... 오늘은 OTT 화제작들의 best & worst 평가를 모아왔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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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까고 쏘고 쑤시는 마블 지저스의 MCU 입성기!
(이 글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단 까고, 쏘고, 쑤신다. 연신 쉬지 않는 구강 액션으로 촌철살인을 날린다. 대상은 바로 마블! 나락 끝까지 곤두박질치고 있는 마블의 현 상황을 이렇게 깔 수 있는 이는 단 한 명, 데드풀은 마블 저격수로 등장해 그 임무를 다한다. 자칭 마블의 메시아이자 마블 지저스라 말하며 이곳을 구원하러 왔다고 하는 그의 모습은 연신 자조적 웃음을 짓게 한다. 하지만 그의 임무는 이게 다가 아니다. 울버린도 데려와야 하고, 폭스 영웅들과 곳곳에 숨겨진 이스터에그도 소개해야 한다. 가끔 관객들과 대화도 하고, 재도약을 준비하는 마블의 빅픽처를 그려야 한다. 그래서 <데드풀과 울버린>은 보는 재미가 있지만, 때로는 그 재미가 반감되기도 한다.
데드풀은 이제 데드풀이 아니다. 어벤져스 면접 낙방 이후 상심이 커진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놀즈)은 슈트를 벗고 중고차 딜러로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을 산다. 여자 친구도 떠나고, 삶의 의욕이 없어진 그에게 남은 건 소중한 친구들. 이들과 생일파티를 즐기던 그는 시간 변동 관리국(TVA)에 끌려간다. 그곳에서 만난 미스터 패러독스(매튜 맥퍼딘)는 울버린(휴 잭맨)이 죽고 난 뒤 신성한 타임라인을 누군가는 구해야 한다며, 웨이드에게 의미 있는 임무를 맡기려 한다. 단, 친구들이 있는 세계는 완전히 파괴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고민에 빠진 데드풀은 시공간을 넘나들 수 있는 타임러퍼를 빼앗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는 살아있는 울버린을 데려오기 위해 타임라인 여행을 하고, 끝내 한 명을 찾는 데 성공한다. 근데 하필, 동료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술만 퍼마시는 최악의 울버린을 데려온 것. 자신의 계획을 바꿀 생각이 없던 패러독스는 TVA로 온 이 둘을 변종들의 쓰레기장이라 불리는 보이드로 보내버린다. 그리고 이들은 프로페서 엑스의 쌍둥이 동생 카산드라 노바(엠마 코린)를 만난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이전 시리즈보다 한층 더 복잡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많다. 이전 <로키> 시리즈를 통해 등장한 TVA와 마블이 지향하는 멀티버스 세계관을 통해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영역은 확장되고, 그로 인해 다뤄야 하는 것들도 많아졌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이야기와 세계관이 더 커지는 건 당연지사지만, 마블에서도 아웃사이더 히어로였던 그에게 이번 확장은 그 자체로 새로움이자 큰 도전이다. 이는 인사이더, 즉 어벤져스의 일원으로서 활약할 수 있는 데드풀의 MCU 입성을 위한 통과의례로도 보인다. 초반에 어벤져스 면접 장면은 이를 증명한다.
이번 여정은 데드풀만 등장하는 게 아니다. 울버린도 동참한다. 울버린의 10번째 스크린 나들이라는 점에서 반가움은 크지만, 한편으로는 <로건>을 통해 장대하고도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한 캐릭터의 재등장은 우려 요소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숀 레비 감독은 과감히 울버린을 합류시킨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이 캐릭터가 곧 20세기 폭스의 마블 히어로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영화는 울버린을 통해 디즈니에 흡수된 20세기 폭스에서 선보였던 히어로를 소환하고 이를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향수와 자극한다. 극 중 울버린은 쟈니(판타스틱 4), 엘렉트라, 블레이드, 갬블, X-23, 퍼니셔, 데어데블 (퍼니셔와 데어데블은 입으로만 전해진다.) 등 <인사이드 아웃>의 ‘기억의 뒤편’과 비슷해 보이는 보이드에서 이들을 마주하며, 데드풀과 함께 안내자 역할을 담당한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카산드라와 최후의 대결을 펼치려는 이들을 도와주며 과거 동료들의 죽음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죄책감을 일부 씻어낸다. 더 나아가 과거 자신이 해내지 못했던 세상의 위기를 몸 바쳐 막아낸다.
울버린과 20세기 폭스의 히어로들이 대거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영화가 히어로를 대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 <리얼 스틸> <프리 가이> 등 중요하고 인기 있는 이들이 아닌 주인공을 내세워 자신만의 영웅담을 만들었던 숀 레비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그 궤를 같이한다. 모든 이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우리의 기억 속에 묻어뒀던 영웅들 또한 어벤져스 못지 않은 이들이었다는 걸 보여준다. 안티히어로 데드풀, 다크히어로이자 뮤턴트인 울버린은 어벤져스가 아니지만,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나름의 최대치 능력을 발휘해 세상을 구하는 이들의 모습은 어벤져스 못지않은 영웅으로 보인다.
데드풀과 울버린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다. <엑스맨 탄생: 울버린>을 통해 이들은 함께 나온 적이 있는 탄생부터 함께할 운명이었다고 볼 수 있다.(휴 잭맨과 라이언 레이놀즈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겉모습은 물론, 성격도 판이하게 다른 데드풀과 울버린은 최적의 파트너다. 아웃사이더이자, 이기적 행동, 힐링 팩터(재생능력), 말 못 할 고통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 아래, 서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연합해 자신들에게 닥친 난관을 헤쳐 나가는 것 자체가 큰 재미로 다가온다.
영화는 세계관 확장과 울버린이라는 캐릭터의 합류도 몸집이 커졌지만 기존 시리즈의 맛을 살리는 데 주력한다. 핏빛 액션과 병맛 코미디, 19금 농담과 욕이 난무하는 콘셉트는 시리즈의 정체성이 되었는데, 감독은 데드풀과 TVA와의 초반 대결 오프닝 장면을 통해 이를 잘 보여준다. 엔싱크의 ‘Bye Bye Bye’에 맞춰 보여주는 버린의 멋진 살육(?) 율동 션은 디즈니에 인수되었어도 그 수위는 예전과 같다고 처음부터 못 박는 것 같다. 이후 보이드에서 설전을 벌이는 데드풀과 울버린의 대결, 카산드라와 한 판 대결을 펼치는 이들의 모습에서도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시리즈의 그 맛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전 시리즈의 쾌감이 이어졌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하다. 울버린의 가세와 멀티버스로 인한 세계관 확장에 따라 정작 데드풀다운 맛은 다소 떨어졌다. 특히 해야 하는 이야기가 많은지라 이번 영화에서 데드풀은 호스트 역할에 충실한 느낌이 강하다. 물론 그의 심리적 고통과 이를 이겨내기 위한 그만의 과정과 노력이 등장하지만, 전편과 비교했을 때 느껴지는 부족함은 채워지지 않는다.
여기에 20세기 폭스 히어로들의 등장도 향수를 자극하지만 <스피어더맨: 노 웨이 홈>에서 느꼈던 감흥까지는 보여주지 못한다. 멀티버스 활용 면에서도 다각도로 머리를 썼지만, 기시감과 피로감은 여전하다. 더불어 알면 알수록 더 재미있는 이스터에그의 높은 진입장벽, 임팩트가 약한 빌런 활용도 등 마블 영화에서 지적되었던 부분이 반복되는 건 아쉬움을 남긴다.
공교롭게도 영화를 본 당일 美 ‘2024 코믹콘’을 통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빌런 닥터 둠 역을 복귀, 루소 형제가 메가폰을 잡고 공개될 <어벤져스>의 새 시리즈가 발표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울버린(20세기 폭스 히어로 포함) 복귀는 단순한 이벤트성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게 되었다. 기존 어벤져스에 데드풀, 울버린 등 뮤턴트들의 합세는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지켜봐야 할 듯. 그러고 보면 일명 마블 심폐소생술 프로젝트의 신호탄을 <데드풀과 울버린>이 한 셈인데, 그럼 별 수 있나! 봐야지! 참고로 쿠키는 두 개다. 하나는 감동 그 자체, 하나는 폭소를 자아낸다. 살신성인의 자세로 참여한 크리스 에반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사진 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평점: 3.0 / 5.0
한줄평: 마블 지저스가 되기 위한 데드풀의 일보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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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구심과 배덕감 사이의 스릴러
*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메이 디셈버'란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커플을 가리키는 영어의 관용구이다. 영화 <메이 디셈버>는 이 관용구를 그대로 가지고 와 실제로 인생에서 초여름에 놓인 남자와, 겨울에 놓인 여자 그리고 그 둘을 관찰하는 제삼자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13살 소년 조와 사랑에 빠진 36살 여자 그레이시는 복역 후 결혼을 하고, 무려 23살이나 차이가 나는 둘의 러브스토리는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다. 이들의 사랑이 영화화가 결정되고 주연을 맡은 엘리자베스는 이들의 삶을 관찰하여 연기에 도움을 얻고자 한다. 엘리자베스는 과연 대중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그들의 사랑을 볼 수 있을까. 아니, 그 들의 사랑을 애초에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23살의 나이차이를 뛰어넘은 사랑의 대상이 아동임을 부정할 수 없기에, 그레이스와 조의 사랑은 이성애로 아무렴 시간이 지나고 둘 사이에 자녀가 있음에도 쉬이 인정받지 못한다. 2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장성한 청년이 된 조와 여전히 아름다운 그레이스를 보자면 그저 나이차이가 나는 커플일 뿐이라 생각되지만 그 들의 시작이 아동성범죄자라는 얄팍한 토대 위에 세워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엘리자베스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그레이스라는 캐릭터를 깊이 탐구해 보고자 하지만, 실제 그녀가 얻은 것은 입체적이라기보단 단편적인 것에 가깝다. 그레이스를 연기한 엘리자베스가 결국 그녀를 고뇌하는 한 명의 인간이 아닌, 색욕을 지닌 인물로 그리니 결국 그녀는 조와 그레이스에게 그저 질문하는 이의 역할만을 하고 떠난 것이다.
그러나 엘라지베스가 던진 질문은 잔잔하게 흘러가는 듯 보이는 조와 그레이스 삶의 큰 파동이 되었기에, 무시할 수 없다. 동년배임에도 불구하고 한 명은 아이를 대학교에 곧 입학시키는 부모이지만 한 명은 이제 결혼을 앞둔 미혼이다. 얼핏 보면 어른의 세계로 진입한 이는 아이를 가진 아버지 쪽에 가까워 보이지만 그는 아들보다도 여리고 어릴 뿐이다. 엘리자베스에게 '제가 원해서 그랬어요'라는 말을 24년이 지나도 똑같이 내뱉는 조의 말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 뿐이다.
그레이스를 변호했던 변호사는 엘리자베스에게 그녀는 스스로를 그저 잘생긴 소년과 사랑에 빠진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정도로만 여겼다고 말했지만 이전에 조에게 보낸 그레이스의 편지에서 이미 그녀가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음을 인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겉으로는 과거를 뒤로하고 현재를 중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레이스이지만 매일밤 불안함에 눈물바람으로 조에게 안긴다. 할머니와 손녀뻘이라는 나이차이를 이기지 못해 자식과의 불화도 겪으니 오히려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반면 조는 성장한 3명의 아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른의 화법을 알지 못한다. 그레이스 몰래 틈틈이 연락을 주고받는 여성과 마치 소꿉놀이에 신난 아이처럼 함께 공통의 관심사인 나비를 보러 가자며 해맑게 묻지만 이내 돌아오는 것은 결혼하지 않았냐는 물음뿐이다. 일반적인 연애를 하고, 관계를 가져본 30대 중반의 기혼남성이라면 자신의 물음이 어떠한 파장을 가지고 올 것임을 알기에 쾌락을 위해 행동하거나, 혹은 자중할 것이다. 조는 그조차도 알지 못한 채로 마치 엄마와 몰래 친구와 약속을 잡는 어린아이처럼 문자를 주고받았을 뿐이다.
그리하여 조와 엘리자베스의 섹스는 이 영화에서 큰 변곡점을 가진다. 자신을 좋아해서 섹스한 줄 알았다는 조의 처연한 질문에 엘리자베스는 그저 어른의 일이었음이라 말한다. 그 의미 없는 섹스를 통하여 조는 자신이 미처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을 확연히 깨달았고, 늦게나마 그레이스에게 그동안 차마 묻지 못한 질문을 건넨다. '어쩌면 당시 나는 어렸고,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을지도 몰라'라는 의구심. 이에 그레이스는 어렸던 조에게 책임을 돌리며 먼저 시작한 사람은 조임을 주입시키지만 알맹이 없는 그 외침은 그레이스의 묵혀둔 배덕감을 채 가리지 못한다. 조는 아이들의 졸업식 날 찬란하게 빛나는 청춘들을 보며 눈물이 고인다. 그 눈물에 담긴 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회한처럼 보인다.
<메이 디셈버>를 굳이 하나의 장르로 분류해야만 한다면 스릴러라고 말하고 싶다. 누구보다도 진실에 대해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이를 애써 마주 보지 않는 이의 배덕감과 자신이 보호받았어야 할 존재였음을 뒤늦게 깨달은 이가 품은 의구심. 그 둘 사이에서 질문하는 자는 그저 어떠한 답도 가져가지 못한다. 평범한 사람의 비도덕적인 면을 깊이 탐구해보고 싶었던 엘리자베스에게 남겨진 것은 혐오일 뿐이다. 애당초 엘리자베스의 질문은 중요하지 않았기에, 영화는 그녀의 물음에는 명쾌한 답을 내린다.
다만 남겨진 이들이 서로의 진실을 외면할지 혹은 마주 볼지에 대해선 오로지 관객의 상상에 맡긴다. 미처 질문하지 못한 진실과 애써 부정하고 싶었던 과거에 사이에서 과연 진실됨이란 존재할 수 있을까. 토드 헤인즈는 <메이 디셈버>를 통해 자극적인 소재 안에 숨긴 철학적인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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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와 마블의 결합, 그 결과는?
꽤나 진입장벽이 높은 영화로 개봉 전부터 소개되었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아주 다행이게도 유튜버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약 30분 전 완다 비전에 대한 압축 설명을 듣고 영화를 봐서 그런지 영화를 따라가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었지만 만약 어떠한 사전 정보가 없었다면 이해하기 힘들었을 작품이었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시놉시스
지금껏 본 적 없는 마블의 극한 상상력! 광기의 멀티버스가 깨어난다. 끝없이 균열되는 차원과 뒤엉킨 시공간의 멀티버스가 열리며 오랜 동료들, 그리고 차원을 넘어 들어온 새로운 존재들을 맞닥뜨리게 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 속, 그는 예상치 못한 극한의 적과 맞서 싸워야만 한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
멀티버스,, 그렇구나!
사람이 여럿 죽어나간다. 멀티버스에 존재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영웅들이 아주 무참히 죽어나간다. 뭔가 실세계였다면 그 영웅들이 죽어나가는 데 있어서 그 서사가 필요했겠지만 멀티버스라는 세계관에서는 필요가 없었다. 강력한 완다에 의해서 휘리릭 날아가고 몸이 잘리고, 이렇게 허망하게 죽을 수가 없다. 아마 본세계에서느 그대로 존재하는 캐릭터이기에 혹은 이미 죽은 캐릭터기에 쉽게 캐릭터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간의 마블 연대기를 따라와던 관객이라면 아마 죽었던 자비에 교수의 등장에 엄청난 반가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마블의 전체 흐름을 파악하지 않고 있었던 나로써는 그저 캐릭터를 소비하는 느낌으로밖에 다가오지 않아서 이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이 작품은 공포영화다
사실 마블과 호러가 결합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영웅 서사를 취하는 마블과 그로테스크한 공포라니.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꽤나 성공적인 조합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공포의 소재를 활용하기 위해서 아마 그토록 많은 캐릭터들을 출연시키고, 소비한 것이 아닐까 싶다. 닥터 스트레인지2에서는 완다가 최강의 빌런으로 등장하면서 완다를 막기 위한 비샨티의 책을 찾으러 가기 위해 멀티버스를 이동하며 가까스로 그 책의 행방을 알아낸다. 그런데 완다는 자신을 막으려는 닥터 스트레인지를 다크 홀드를 통해 집요하게 쫓아가 방해한다. 이렇게 집요하게 쫓아오는데 거의 무슨 살인마가 쫓아오는 줄 알았다. 마버사다 보니 여기저기서 막 등장하고, 다크홀드를 쓰다보니 종잡을 수 없는 등장 시점 덕분에 심장이 아주 고생을 했다. 아마 이것은 샘 레이미 감독의 고어한 성향이 잘 반영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영화 <이블데드>를 셀프 오마주한 장면들도 많이 보이고, 좀비 스트레인지도 등장을 하질 않나 그와중에 B급 코미디도 군데군데 흩뿌려 놓아져 있어서 나름 재밌게 보았던 작품이었다. 이러한 부분들이 과하다기 보다는 마블도 이렇게 공포라는 장르와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잘 증명해낸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이 공포라는 소재 때문에 위에서 언급했던 캐릭터의 소비문제도 이해가 갔으니 말이다.
앞으로의 마블은 어떨까?
영화 <블랙위도우> 이후부터 개봉한 마블들을 순차적으로 봤던 사람으로서, 그리고 그 전 작품들은 아직 따라잡지 못한 사람으로서 작년까지만 해도 영화를 보는 데 있어서 시간을 들여 공부를 할 필요성이 없어서 좋았었다. 하지만 이번 닥스2가 나오면서 여실히 느낀 것은 이제 마블은 새로운 관객층을 유입한다기 보다는 이미 마블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확장된 세계관을 선보인다는 느낌이 강했다. 전작에 비해 너무나도 진입장벽이 높아졌다. 이번 작품을 위해 최소한 닥스1과 완디비전 9부작을 알고 있어야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친절한 유튜버 선생님들이 지속적으로 요약을 해주시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번 작품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달라진 마블의 모습을 잘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영화를 위한 사전지식이 필요함을 알려줌과 동시에 마블페이즈4를 이끌 닥터 스트레인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서 앞으로의 마블이 기대되긴 했던 것 같다. 그전에 일단 그간의 이야기를 빨리 따라잡아야 한다는 숙제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영화를 공부하면서 봐야한다는 것이 참으로 새롭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새로웠던 공포 장르와의 결합과 앞으로의 마블에 대한 기대감을 잘 풀어낸 나름 괜찮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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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닿을 수 없는 두 개의 행성을 구하라
엘리시움 (Elysium, 2013)
개봉일 : 2013.08.29 (한국 기준)
감독 : 닐 블롬캠프
출연 : 맷 데이먼, 조디 포스터, 샬토 코플리, 앨리스 브라가
닿을 수 없는 두 개의 행성을 구하라
손꼽히는 SF 명작 <디스트릭트9>의 ‘닐 블롬캠프’ 감독의 또 다른 작품, <엘리시움>. 많은 관객들은 디스트릭트9의 결말을 보고 속편을 기대했으나 닐 블롬캠프 감독은 속편이 아닌 새로운 이야기 <엘리시움>을 발표했다. 속편을 기대했던 혹자들은 <엘리시움>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디스트릭트9과 다른 느낌이라 실망했다.’보다는 ‘디스트릭트9과는 다른 맛을 봤다’고 표현하고 싶다. <엘리시움>은 지구에 머물던 스케일을 우주를 향해 더 확장했고, 액션 또한 시원하고 대범해졌다. <디스트릭트9>에 비하면 감정을 건드는 힘은 조금 약해졌지만 액션 영화로서의 새로운 힘이 더해졌다.
어릴 땐 'SF‘를 그저 상상 속 이야기를 풀어낸 화려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안에 숨겨진 메시지를 찾기보단 시각적 즐거움을 중시했고, 속을 들여다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SF 영화를 즐겨 본 편은 아니었기에 이 영화를 처음 만났던 날은 오랜만에 다시 마주한 누군가의 공상이 새로운 무게로 다가왔고, 그만큼 많은 생각이 드는 날이었다.
<엘리시움>을 보며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던 영화 <승리호>가 다시 떠오르기도 했다. 황폐화된 지구와 약자들을 남기고 매정하게 지구를 떠나버린 재력가들. 대부분의 것들이 망가진 지구와 항상 푸르른 인공 행성. 뿌리는 같지만 너무도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 <승리호>는 인물들의 다른 삶 속에서 충돌하는 상류층의 욕망과 주인공들의 흔들리지 않는 인간다움에 집중했고, <엘리시움>은 의료기술의 양극화와 우정, 인류애에 집중한다.
부잣집 도련님이어도 가기 힘든 ’엘리시움‘을 바라보고 있는 어린 맥스와 프레이는 시설에서 함께 자란 오래된 친구다. 프레이는 엘리시움을 보며 ’우리 같은 사람들은 못 가는 곳‘이라 칭하고 맥스는 프레이를 꼭 엘리시움에 데려다주겠다고 약속한다.
똑같이 지구에서 태어난 사람들이지만, 사회엔 엄연한 계급이 존재한다. 현 사회에서도 계급을 무시할 수 없지만, <엘리시움>에선 그 계급의 차이가 황폐화된 땅과 푸릇푸릇한 우주 행성의 거리만큼 더욱 크게 멀어져있다.
프레이가 말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부자가 아닌, 특별한 집안사람이 아닌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이다. 황무지에서 후퇴한 의료 기술로 겨우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 평생을 목숨 걸고 일해도 엘리시움 티켓 한 장을 살 수 없는 사람들. 맥스와 프레이는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다.
’언젠간 엘리시움에 가겠다.‘는 목표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맥스는 마음을 다잡고 취직한 공장에서 무리한 작업 지시로 인해 방사능에 노출되는 사고를 당하게 되고, 마지막 희망인 엘리시움으로 가기 위해 위험한 일을 시작한다. 맥스는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 엘리시움으로 갈 마음을 먹지만 차후엔 뿌리인 지구에 있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갈등한다.
지구와 엘리시움의 거리는 걸어서 닿을 수 없을 만큼 멀다. 지구에 남은 사람들과 엘리시움에 사는 사람들의 삶도 그만큼 멀다. 아래에 있는 지구에서 위를 봐도 아름답고 위에서 아래를 봐도 아름답지만 각 행성의 현실은 생각보다 아름답지 못하다.
엘리시움 시놉시스
하나의 인류, 두 개의 세상
버려진 '지구'와 선택받은 1% 세상 '엘리시움'
최후의 시간 5일. 모든 것이 그에게 달렸다!
인류의미래가 걸린 최후의 생존 전쟁이 시작된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지구와 엘리시움으로 나눠진 각자 다른 두 개의 세계가 공존하는 2154년의 로스앤젤레스. 지구엔 여전히 사람들이 남아있지만 지구는 예전처럼 아름답지 않다. 대부분의 일은 로봇들이 맡고 있고,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로봇들이 맡지 않은 일을 하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많은 사람들이 지구에서 병에 걸려 죽느니 마지막 희망이라도 잡아보겠다며 엘리시움으로 향하지만 엘리시움의 장관은 민간인들이 탄 우주선을 미사일로 격추하며 불법 이민자를 잡아들여 처리하라고 명한다. 장관은 ’불법 이민자를 지구로 추방하라‘고 하는데, 엘리시움에서 바라보는 지구란 자신들이 자고 나란 행성이 아닌 뒤떨어진, ’추방당하는 장소‘밖에 되지 않는듯하다.
장관이 ’불법 이민자‘라고 칭하는 지구 사람들은 딸의 부러진 팔을 고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엘리시움에 접근하고, 엘리시움 사람들은 집마다 있는 의료기기를 통해 매일 간편하게 치료를 받는다. 엘리시움의 기술은 맥스의 방사능 피폭도, 폭탄으로 날아가버린 얼굴도 재생시킬 수 있을 만큼 발전했지만 지구에 남은 사람들은 그 혜택을 받지 못한다. 경관 로봇들에게 맞아 팔이 부러진 맥스가 병원에 갔을 때, 지구의 병원은 엘리시움과 다르게 열악한 상황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프레이는 백혈병에 걸린 딸을 살리기 위해 입원을 연장하려고 하나 동료 의사는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말한다. “여긴 엘리시움이 아니야.”라는 의사의 한마디에서 깊은 체념이 배어 나온다. 병에 걸리면 치료와 완치를 바라는 게 아닌 그저 죽는 날만 기다려야 하는 곳. 그게 바로 <엘리시움>속 지구다.
맥스와 스파이더는 맥스의 머리에 엘리시움의 프로토콜을 복사해 ’왕국의 열쇠‘를 손에 쥐게 된다. 장관의 쿠데타 욕망을 위해 생성된 프로토콜은 맥스의 희생을 비료 삼아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릴 열쇠가 된다. 엘리시움의 정권을 뒤엎을 예정이었던 코드는 한 사람에 의해 단단한 계급 사회의 벽을 부수는 바윗돌이 된다. 큰 힘을 가졌을 땐 그것을 선하게 사용해야 하거늘, 끝없이 욕심을 부리던 장관은 크루거의 칼에 찔려 사망하고, 스스로 엘리시움의 벽을 무너트릴 열쇠를 제공한다. 그리고 그 덕분에 맥스는 작은 동물 미어캣처럼 연약한 지구 사람들을 구하는데 성공한다. 프레이의 딸 마틸다가 맥스에게 해줬던 작은 동물 미어캣과 하마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생체 신호가 감지됐음에도 바로 꺼지지 않던 기계와 아무런 감정 없이 약을 토해내던 로봇이 이제는 모두를 ’엘리시움의 주인‘이라고 칭하며 그들을 지킨다. 지구와 엘리시움의 물리적 거리는 여전히 멀지만, 이제 두 행성 간 삶의 간극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물론 엘리시움의 장관처럼 이기심과 욕망으로 가득 차있을지도 모르는 일부 엘리시움의 시민들이 지구의 시민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긴 하겠지만, 이왕이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상상해 보고 싶다. 지구에서 엘리시움을 봐도, 엘리시움에서 지구를 봐도 아름다운 풍경만 보이는 시대가 오기를, 현 사회도 차가운 차별 대신 서로를 생각하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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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 화제작 <듄> 10월 개봉 확정!
전 세계가 기다린 SF 화제작 <듄>이 10월 개봉을 확정지었습니다. <듄>은 공개된 예고편을 통해 <아바타> 이후 가장 혁명적인 프로젝트이자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역사적인 블록버스터의 탄생을 예고했는데요.
영화 <듄>은 생명 유지 자원을 두고 아라키스 모래 행성 <듄>에서 악의 세력과 전쟁을 앞둔 전설의 메시아 '폴'의 위대한 여정을 그린 작품으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작가 '아서 C. 클라크'로부터 "[듄]에게 견줄 수 있는 건 [반지의 제왕] 외에는 없다"는 찬사를 들으며 일찌감치 화제가 되었습니다.
동명의 원작 [듄]은 전 세계 2000만부라는 SF 역사상 최다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BBC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 100선, 독자들이 뽑은 역대 최고의 SF 등에 올랐는데요. 특히, '스타워즈', '에이리언', '매트릭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등의 영화는 물론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이어 게임 '스타 크래프트' 등에 영감을 준, 현대 대중문화사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기념비적인 고전입니다.
영화 <듄>은 <컨택트>, <블레이드 러너 2049> 등을 통해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천재 감독으로 불리는 '드니 빌뇌브'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티모시 샬라메, 레베카 퍼거슨, 오스카 아이삭, 제이슨 모모아, 조슈 브롤린, 하비에르 바르뎀, 젠데이아 등 사상 유래없는 초특급 캐스팅 라인업을 구축하였는데요. 여기에, 영화 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와 '왕자의 게임'의 언어학자 등 화려한 제작진까지 합류하며 역대급 SF 탄생을 예고하였습니다.
<듄> (DUNE, 2021.10)
모험, 드라마, SF | 미국, 헝가리, 캐나다 | 175분 | 2021.10 개봉
감독 : 드니 빌뇌브
출연 : 티모시 샬라메, 레베카 퍼거슨, 오스카 아이삭, 제이슨 모모아, 조슈 브롤린, 젠데이아, 하비에르 바르뎀, 스텔란 스카스가드, 장첸
“위대한 자는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게 아니라, 부름에 응답한다”
10191년,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인 폴(티모시 샬라메)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과거와 미래를 모두 볼 수 있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유일한 구원자인 예지된 자의 운명을 타고났다. 그리고 어떤 계시처럼 매일 꿈에서 아라키스의 행성에 있는 한 여인을 만난다. 아라키스는 우주에서 가장 비싼 물질인 스파이스의 생산지로 대가문 세력들의 음모가 격돌하는 전쟁터. 귀족들이 지지하는 아트레이데스 가문에 대한 황제의 질투는 폴과 그 일족들을 죽음이 기다리는 아라키스로 이끄는데…
두려움에 맞서라,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을 맞이하라! 이것은 위대한 시작이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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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 21세기 최고의 괴수 영화... 가 될 수 있었으나..
서론
2014년 샌프란시스코 사태에 의해 아들을 잃은 엠마 러셀과 마크 러셀 부부는 서로 떨어져 쓸쓸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모나크' 기지에서 테러리스트 집단의 습격으로 인해 엠마와 그녀의 딸 매디슨 러셀이 납치당하게 되고, 괴수와 소통할 수 있는 기계인 '오르카'까지 훔쳐 가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에 마크는 모나크 사람들과 함께 이를 구출하러 가나, 엠마의 갑작스러운 행동으로 인해 얼음 속에 잠들어 있던 괴수인 '킹 기도라'가 깨어나게 되고, 온갖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모나크와 마찬가지로 큰 위협을 감지한 '고질라'는 기도라를 죽이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고, 자신의 적수를 죽여 괴수의 왕으로 각성하는 이야기를 그린 '몬스터버스'의 3번째 영화다. 일단 굉장히 실망했다. 2019년 최고의 기대작이었음에도 완성도가 너무 낮아서 쓸쓸한 감정을 느끼게 만든 작품이었다.
비주얼과 원작 오마주는 인정!
단점을 말하기 전에 우선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인 비주얼에 대해 언급해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비주얼만 놓고 보면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한참 뛰어넘었을 정도로 압도적인 영상미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괴수들 CG는 물론이고, 불을 뿜는 장면이나 날개를 펼치는 장면은 영화의 단점을 잠시나마 가려줬을 정도로 임팩트가 넘치는 시퀀스였다. 거기다 1편과 달리 괴수들의 비중을 굉장히 늘린 덕분에 시종일관 눈이 즐겁고, 원작에 대한 오마주도 빼먹지 않으면서 괴수물 팬들에게는 2시간짜리 선물이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필자는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고질라의 오리지널 테마가 흘러나오는 모든 장면들에선 소름이 제대로 돋았고 중반부부터는 몰입해서 봤으니, 재미의 측면에서만큼은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나쁘지 않았고, 엑스트라 괴수들에게도 나름의 특징을 부여하여 개성을 챙겼다는 점도 그나마 이 영화의 장점 중 하나라고 본다.
캐릭터 묘사는 최악
그러나 위에 장점들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대목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각본이다. 왜냐하면 이 영화의 각본은 '끔찍하다.'라는 표현이 가능할 정도로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냐면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이 그저 괴수들의 액션을 향한 길목일 뿐, 기본적으로 담겨 있어야 할 서사나 심리 묘사는 수박 겉핥기 식으로 흝고 지나가 버린다. 이 때문에 인물들의 행동에 개연성이나 설득력 따위는 전무하다시피 한다. 특히 이 점이 가장 부각된 엠마는 기도라를 풀어준 이유랍시고 내뱉는 말이 '인간은 병균이야.' 따위의 대사고, 심지어 기도라와 같은 괴수들에 의해 아들을 잃었음에도 왜 엠마가 자신의 생각을 고쳐먹고 인간을 혐오하게 되었는지를 묘사해 주질 않으니 관객 입장에서는 고구마 100개 정도는 먹은 듯한 답답함이 느껴지게 된다.
괴수 액션마저 엉망일 줄이야...
심지어 이 정도는 양반인 게, 남편 마크는 초반부에 괴수를 끔찍하게 혐오하다가 어떠한 계기도 없이 갑자기 괴수에게 반하질 않나, 메디슨은 본인 아버지가 같이 도망가자고 손을 뻗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어머니만 바라보다가 괴수들이 깨어난 걸 보고 '엄마는 괴물이야.' 대사를 내뱉는 등 캐릭터 묘사에 완벽하게 실패했다. 주연 캐릭터가 이 정도니 조연 캐릭터는 말할 필요가 없다. 이들은 그저 설명충일 뿐 그 이상의 매력 포인트가 없으니 인간 서사는 굉장히 지루하다. 그렇다면 괴수 액션으로 이 지루함을 해소시켜줘야 하는데, 문제는 이것 또한 제대로 못했다. 그러니까 스케일이 크고, 화려한 장면들이 나오긴 하는데 막상 전투신에 도입하면 시점을 계속 끊어먹어서 괴수들의 깽판을 제대로 즐기기가 힘들다. 개인적으로 이게 이 영화의 최대 단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이 영화를 보러 온 대다수의 관객들은 분명 화끈한 괴수 액션을 기대했을 텐데 결과적으로 그 기대를 처참히 짓밟은 것이니 말이다.
결론
생각 없이 괴수 액션을 보려니 액션신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스토리에 집중하려니 각본이 너무 엉망이고, 배우들을 보려니 캐릭터들이 너무 엉망이고 (특히 샐리 호킨스라는 명배우를 그 따구로 소모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오로지 원작 팬들만을 위한 선물세트. 킬링타임 용으로는 적당히 즐길 만하지만 그 이상의 가치는 없는 졸작이다. 정말 명작이 될 수 있었는데... 너무나 안타까운 작품이었다.
평점: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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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스트 라이브즈 - 셀린 송 감독과 유태오 배우가 그리는 새로운 화양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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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의 어느 날, '해성'의 인생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린 첫 사랑, '나영'. 12년 후, '나영'은 뉴욕에서 작가의 꿈을 안고 살아가다 SNS를 통해 우연히 어린시절 첫 사랑 '해성'이 자신을 찾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 한 번의 12년 후, 인연의 끈을 붙잡기 위해 용기 내어 뉴욕을 찾은 '해성'. 수많은 "만약"의 순간들이 스쳐가며, 끊어질 듯 이어져온 감정들이 다시 교차하게 되는데… 우리는 서로에게 기억일까? 인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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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픈 이별을 겪는 우리가 유령이 된다면 어떨까
* 스포일러에 민감하신 분들은 영화를 보시고 감상해주세요!
작년 말 개봉한 루니 마라와 케이시 애플랙 주연의 '고스트 스토리' 보셨나요?
영화 '고스트 스토리'를 딘의 인스타그램을 시작으로,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 기형도의 '빈집'을 연관시켜 소개해드립니다.
아픈 이별을 겪는 우리는 모두 유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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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스토리 #니체 #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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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트레인저> 예고편
낯선 사람을 구하지 마라!
황량한 시골마을,
청각장애 소년 웨슬리는 학교에서 돌아오던 중
총상을 입은 채 쓰러져 있는 낯선 남자를 발견한다.
그를 집 근처 헛간에 옮긴 후 음식과 약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낯선 남자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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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블러드 레드 스카이> 티저 예고편
[2021년 7월 23일, 넷플릭스 공개]
의문의 병을 앓는 여자.
치료를 위해 어린 아들과 대서양을 가르는 비행기에 오른다.
목적지까지 반쯤 왔을까.
비행기가 테러리스트들에게 점령당하고, 여인은 생존 싸움을 시작한다.
그간 어렵사리 숨겨온 어둠의 힘을 뿜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