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별2023-11-18 22:52:15
흩어진 일기를 모아 그린 우정
영화 <아워 프렌드> 리뷰
흩어진 일기를 모아 그린 우정
영화 <아워 프렌드> 리뷰
감독] 가브리에라 카우퍼스웨이트
출연] 다코타 존슨, 캐시 애플렉, 제이슨 세걸
시놉시스] 두 딸과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니콜과 맷 부부. 어느 날, 니콜이 말기암 선고를 받고 맷은 점점 현실의 벽에 부딪혀 무너져 내리던 중 두 사람의 오랜 절친인 데인이 이들을 돕기 위해 나선다.
#스포일러 유의#
흩어진 일기를 모아보다
영화 아워 프렌드는 일대기적 구성을 보여주지 않는다. 암 진단 1년 전, 2년 후, 4년 전, 1년 후 등 시간대를 이곳저곳 옮겨가며 영화가 진행된다. 그래서 영화 속 주인공들의 감정에 몰입한다기 보다는 관찰자적 시점에서 병마와 함께 하는 가족과 친구의 모습을 관찰자적 시점으로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옆에 있는 사람들의 도움이 얼마나 필요한지 사실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더불어 2시간이라는 긴 러닝 타임 동안 짧은 에피소드 형식이 반복되는 구조로 진행되다 보니 요약된 한 사람의 일기를 한장 한장 넘겨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날짜 순으로 정리되지 않은 낱장의 일기를 하나씩 살펴보며 이들이 얼마나 행복했고, 또 얼마나 힘든 시간을 함께 했는지 영화 속에서 알려주지 않은 시간의 공백을 관객이 알아서 채워가다 보니 훨씬 그 감동과 먹먹함이 와닿을 수 있었다.
사랑이 아닌 우정에 대한 이야기
영화 제목이 아워 프렌드인 이유는 영화 말미에 등장한다. 니콜이 암 진단을 받고 기자 였던 멧은 직장을 정리하고 니콜의 치료에 전념한다. 치료에 전념할수록 점차 두 딸에게는 소홀하게 되고, 집안은 난장판이 되어 간다. 이를 본 데인은 자신의 일도 제쳐두고 멧과 니콜의 집으로 찾아와 세탁실에 짐을 풀더니 멧을 대신해서 아이들을 돌보고 집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멧과 데인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니콜의 상태는 점차 안좋아진다. 더이상 치료는 의미가 없고, 죽을 날만 기다리면서 멧은 점점 무너져가고, 이를 버티게 해주는 이는 데인이었다. 멧과 데인은 마지막 니콜의 버킷리스트를 완성시키기 위해 그녀가 원했던 페스티벌 총감독, 파란색으로 염색하기 등 니콜을 위해 모든 시간과 정성을 쏟는다. 이 과정에서 멧은 사랑하는 니콜을 위해 그녀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자 한다.
결국 니콜은 세상을 떠나고, 두 아이의 아빠인 멧은 빠르게 안정을 찾으며 전에 해주지 못했던 다정한 아빠로서 두 딸에게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데인은 니콜이 세상에서 사라짐과 동시에 가장 소중한 친구를 잃은 상실감에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한다. 이를 지켜보는 멧은 데인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현하고자 책의 주인공을 데인으로 바꿔 그를 향한 위로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다. 그만큼 멧에게는 니콜이라는 사랑하는 부인이 있었지만 자신의 삶을 지탱해 준 것은 데인이라는 친구였음을 이렇게 보여주고 있었다. 멧의 진심을 전해 받은 데인은 기력을 차리고 다시 자신의 삶을 찾아 살아가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영화 아워 프렌드는 이야기의 주제가 연인과의 사랑에서 친구와의 우정으로,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 하는 방식에 대해 잔잔하게 풀어내고 있는 작품이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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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림픽과 전두환을 반추하기에는 너무 얕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불법 운송 사업을 하며 돈을 벌던 레이서 '동욱(유아인)'과 엔지니어 '준기(옹성우)'. 그들은 양손에 큰돈을 쥔 채 올림픽을 앞둔 1988년 서울로 돌아온다. 그러나 절친 '복남(이규형)'을 비롯해 동욱의 여동생인 '윤희(박주현)'과 디제이 '우삼(고경표)'를 만난 반가움도 잠시, 상계동 판자촌을 무단으로 철거하는 등 기대와 다른 서울의 모습에 그들은 실망을 금치 못한다. 그러던 중 동욱과 '상계동 슈프림팀'의 행보를 눈여겨보던 '안 검사(오정세)'는 전두환의 비자금을 추적하는 비공식 작전을 그들에게 제안하고, 일생의 꿈인 아메리칸드림을 이룰 기회를 잡기 위해 상계동 슈프림팀은 서울 도심을 질주하기 시작한다.
상업 영화의 예술성은 대중의 열망이 반영되는 지점에 달려 있다는 말이 있다. 상업 영화는 최대한 많은 관객을 유인해 최고의 수익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때 개봉 당시 다수의 대중이 공유하는 감정과 열망, 환상을 화면에 녹여내면 자연히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고, 그래서 많은 상업 영화는 공동체의 집단적 경험을 비추는 창이 된다. 예를 들어 <터널>, <판도라> 같은 한국의 재난 영화는 세월호 사고를 다양한 방식으로 소환한다. 정부와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불신은 할리우드식 구원자를 기대할 수 없다는 대중적 인식을 스크린 속에 녹여낸다. 최근 흥행에 실패한 <비상선언>의 사례는 세월호 사고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과 열망이 점진적으로 변하고 있는 현실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역으로 의의가 있다.
이러한 상업 영화의 특성은 정치적 맥락에서도 유효하다. 실제 역사 속 정치적 인물이나 사건과는 별개로 해당 사건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반응을 영화는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두환 씨가 대표적이다.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정당성 없는 대통령이자 자국민을 학살한 독재자인 그는 사망 전까지 추징금도 다 갚지 않았고, 광주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사죄의 뜻을 밝힌 적도 없다. 또 이미 사망했기에 그에게 죗값을 물릴 수단도 없다. 영화는 이러한 역사적, 정치적 과오를 심판할 수 있다. 그의 사망 전에 제작된 작품이기는 하나 <26년>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깊은 상처를 입은 이들이 그를 암살하려는 이야기를 다룬다. 최근에 개봉한 <헌트>만 하더라도 그를 처단하는 것이 역사적으로 온당한 처사임을 암시한다.
서울 올림픽과 전두환의 관계를 되짚다
8월 26일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서울대작전>도 같은 맥락 내에 놓여 있는 작품이다. 끝내 환수하지 못한 그의 추징금을 탈취하는 카 레이싱 액션은 판타지 안에서 이루어지는 정의의 심판이나 다름없다. 특히 영화가 88년 서울 올림픽을 배경으로 삼은 것은 영리한 선택으로 보인다. 단지 작품의 핵심 포인트인 레트로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부각하게 적합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서울 올림픽은 전두환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본래 전두환 정부는 쿠데타로 인한 불안한 민심을 수습하고 정권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정권의 2인자인 노태우 전 대통령까지 투입하며 올림픽 유치에 몰두했다. 그러나 정권의 방패막이가 되어야 했던 서울 올림픽은 오히려 전두환 정부를 찌르는 칼이 되어 버렸다. 올림픽을 위해 많은 외신이 서울에 들어와 있던 관계로 87년 항쟁 당시 개최가 취소되거나 개최지가 변경될 것을 우려한 정부는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결국 이는 민주화 개헌과 전두환의 실각으로 이어졌다. 올림픽 유치에 전념했던 전두환이 정작 개회식에도 참석하지 못한 것은 서울 올림픽과 전두환 정부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서울 올림픽 개막을 목전에 둔 시점을 배경으로 비자금을 몰래 빼돌려 피신하려는 전두환을 끝까지 추격해 심판하는 스토리는 합당한 역사적 심판이자, 많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낼 영화적 상상력의 발현이라 할 수 있다. 영화의 중반부가 대체 역사물 같은 인상을 주며, 실제 역사와는 달리 모든 비자금을 잃고 백담사에 갇힌 그의 무력한 모습이 냉소를 자아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음새가 헐거운 스토리텔링
그러나 <서울대작전>은 과거의 무게를 짊어지기에는 부족했던, 깊이가 얕은 액션 영화라는 인상을 지우지 못한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흡입력 있는 소재의 잠재력을 설득력 있게 구체화하는 데 실패한다. 문제는 스토리텔링의 측면과 장르적 관습 두 가지다. 우선 <서울대작전>은 동욱을 비롯한 상계동 슈프림팀의 아메리칸드림과 전두환의 비자금이라는 상이한 이야기의 연결고리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올드카를 사랑하고 카 레이싱을 즐기며 힙합에 빠진 만큼이나 화려한 뉴욕 브롱스 힙합 패션을 입고 다니는 이들. 그들은 필(Feel)과 소울(Soul)이 넘치는 문화의 본거지 미국을 동경하며, 자유와 멋이 가득한 아메리칸드림을 꿈꾼다.
하지만 전두환을 잡아들이려는 야망 가득한 안 검사에게 사우디에서 벌어들인 불법 외화를 비롯한 여러 범죄 행각을 들킨 후 그들은 전두환을 심판하는 비밀 작전에 투입된다. 이때 영화는 머리에 총구가 겨누어지고, 동료가 납치당하는 와중에도 목숨을 걸고 전두환의 비자금을 쫓는 그들의 동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한다. 안 검사에게 코가 꿰였다고 한들, 그들은 이미 당대의 사회적 고찰, 인식, 성찰과는 거리가 먼 행적을 보여주었다. 그런 그들이 돌연 역사에 먹칠한 독재자를 눈 뜨고 볼 수 없다는 정의감을 발산하게 된 계기는 쉬이 납득되지 않는다. 작중 불과 1년 전인 87년 항쟁과 관련해 어떠한 언급도 등장하지 않기에 레이싱 패밀리가 정의의 화신이 되는 전개는 더욱 이해되지 않는다.
이미 갖고 있던 좋은 패를 영화가 활용하지 못했기에 더욱 의아하기도 하다.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정부는 경기장 건설 및 달동네 환경정비 및 재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수많은 주민을 길거리로 내몬 바 있다. 성화 봉송 중 불량주택이 보이면 안 된다는 이유로 판잣집을 무단으로 철거하기도 했으며, 그중에는 상계동 천막촌도 포함된다. 사우디에서 귀국한 동욱과 준기가 자신들의 터전이었던 상계동이 초토화된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는 도입부는 이 사건을 반영한다.
이 장면은 전두환 대 상계동 패밀리의 대립을 더 직관적이고, 감정적이고, 무게감 있게 묘사할 기회였다. 주인공들이 무력한 약자이자 피해자임을 강조해 그들이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절실함을 더 부각할 수 있었다. 올림픽을 이유로 장애인과 노숙자를 탄압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등과 연계해 정의감에 기대는 대신 더 날카롭게 비판을 가할 수도 있다. 이에 더해 라이벌이자 앙숙으로 등장하는 동욱과 '갈치(송민호)'가 협력하게 되는 계기를 더 자연스럽게 풀어낼 윤활유가 될 수도 있었다. 이 기회를 모두 놓쳤기에 <서울대작전>의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이음새가 헐겁다는 인상을 준다.
과해 보이는 장르적 유사성
한편 장르적으로 독창성이나 신선함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특히 레이싱 액션의 대표주자인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그림자가 짙다. 일례로 작중 카 레이싱이나 체이싱 시퀀스 속 장면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와 매우 유사하다. 전두환의 조직에 가담하기 위한 시험으로 등장한 도심을 가로지르는 레이싱 장면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시그니처나 다름없다. 작중 남서울 공항에서의 액션 시퀀스는 시작부터 끝까지 그 구성과 순서가 시리즈의 6편인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의 공항 액션 시퀀스와 흡사하다.
또한 캐릭터의 구성도 <분노의 질주>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한다. 동욱은 단단하고 뜨거운 가족애와 동료애로 무장한 리더 '도미닉 토레토(빈 디젤)'와 역할이 같다. 동욱의 여동생인 윤희는 도미닉의 여동생인 '미아(조다나 브루스터)'를 연상시키며, 그녀가 유달리 오토바이를 애용한다는 점은 토레토 크루의 다른 여성인 '지젤(갤 가돗)'과 닮았다. 동욱의 절친인 복남은 리더 못지않게 뛰어난 레이싱 실력을 바탕으로 그를 충실히 보좌한다는 점에서 <분노의 질주>의 또 다른 진주인공 '브라이언(폴 워커)'과 대동소이하다. 기술자인 준기나 DJ인 우삼은 쉴 틈 없는 개그 콤비인 '로만(타이리스 깁슨)'과 '테즈(루다크리스)'를 보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비공식 수사를 펼치는 안 검사는 작전 기획부터 정보와 차량 지원에 이르기까지 '미스터 노바디(커트 러셀)'를 빼닮았다.
이에 더해 80년대 음악으로 가득한 카세트테이프가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 것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음악과 드라이브의 조화를 강조하는 연출은 또 다른 카 레이싱 액션 영화인 <베이비 드라이버>를 연상시키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할리우드의 장르 영화 속 장면을 배경만 바꾸어 활용하는 연출은 한국 영화의 고질병 중 하나다. <탑건>의 한국판이라 할 수 있는 <R2B: 리턴 투 베이스>, <300>과 <킹덤 오브 헤븐>의 액션 시퀀스를 그대로 가져와 배경만 고구려로 바꾼 <안시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기술력이 좋아졌다 한들 독창성이 느껴지지 않는 문제가 반복된다는 점에서 <서울대작전>의 만듦새와 구성은 자연히 얄팍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서울대작전>은 전반적인 설정과 톤을 잘못 맞춘 듯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작중 동욱과 그의 팀, 갈치와 그의 팀은 제각기 카센터를 운영하는 자동차 마니아들이다. 이는 미국의 차고 문화를 한국에 맞게 현지화한 듯 보인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 차고 문화는 보편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따라서 차를 매개로 맺어진 우정이나 가족 의식, 연대감은 자세한 설명 없이는 온전히 전달되지 않고, 관객의 입장에서 주인공들에게 감정적으로 이입하기도 힘들다.
또한 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조성하더라도 충분히 다루고자 했던 이야기를 소화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프닝부터 엔딩 크레디트에 이르기까지 빼곡히 삽입된 힙합 음악의 분위기처럼 <서울대작전>은 시종일관 유쾌하고 과시적이고 과장된 멋을 빼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에 비해 캐릭터들은 붕 뜨고, 송민호를 위시한 여러 배우의 연기도 부자연스러우며, 특히 '강인숙(문소리)' 회장이나 '이현균(김성균)' 실장처럼 무게감을 잡아야 할 악역들은 우스워진다. 그 결과 전두환에 대한 가상의 심판이 이루어지는 순간의 클라이맥스는 기대에 비해 쾌감이 그리 크지 않다. 이처럼 그럴싸한 아이디어에서 힘차게 출발한 <서울대작전>의 질주는 역사의 무게 앞에서, 그리고 잘못된 튜닝으로 인해 간신히 결승선에 도착하는 데 그치고 만다.
D(Dreadful, 끔찍한)
실패하는 지름길만 골라 달려 나가는 88년도 한국판 <분노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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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혐오스러운 이미지만 나열되는 공포영화
과연 신이 존재할까? 만약 존재한다면 그 신이 선한 존재인지 악한 존재인지 구분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초월된 어떤 존재를 믿는다. 하느님, 부처, 알라 등 다양한 종교 집단의 믿음을 받는 존재들은 이미 인류의 마음속에 선한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이런 비 과학적인 존재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도 꽤 많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각 종교에 헌신하고 믿음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매주 기도를 하고 자신과 가족의 평안을 위해 종교시설에서 시간을 보낸다.
큰 종교들에서 조금 시선을 돌리면 더 다양한 종교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크고 작은 분파들을 비롯해 특정 지역에서 오랜 시간 전해 내려오는 토속 신앙들도 있다. 모두 사람들의 신뢰를 받아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다. 다양한 신은 그 믿음이 대를 이어 계속 전해 내려오고 해당 신의 믿음을 일반 대중에게 연결해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스님, 목사, 신부 등이 대표적이며 지방 신들과 이어주는 무당도 그 영역에 포함될 수 있다. 모두 공통적으로 종교의 가르침이나 선한 존재에 대한 것들을 일반인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일련의 종교들을 현재까지 존재하게 하는 건 바로 믿음이다.
지방 신을 믿는 무당과 그 가족의 이야기
영화 <랑종>은 무당인 님(싸와니 우톰마)과 그의 조카 밍(나릴야 군몽콘켓)의 이야기를 다루는 페이크 다큐영화다. 태국어로 랑종은 무당이라는 의미로 이 영화가 주인공인 님과 그가 모시는 반야 신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영화 속 님은 젊은 시절 반야 신에게 신내림을 받은 것으로 나오는데, 과거 신내림을 받기 전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상으로 몸이 아팠다. 얼마 정도 저항을 했지만 결국 반야 신을 받아들인 그는 대를 이어 반야 신을 섬기는 무당이 되었다.
님은 반야 신을 진정으로 믿고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영화 내내 그는 반야 신의 입장에서 사람들을 바라보고 행동한다. 신내림 직전 님과 그의 언니가 경험했던 신체의 이상한 아픔이 조카 밍에게도 벌어지자 님은 그것을 유심히 관찰하고 그것이 진짜 신내림인지를 판단하려 한다. 영화는 전형적인 다큐의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님이 가진 시각이나 생각을 인터뷰 형식으로 담는다. 그의 인터뷰에는 반야 신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깔려있는데 그것은 결국 반야 신이 선한 신이라는 판단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영화 속 마을의 사람들은 동물, 집, 산, 나무 등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것에 영혼이 있다고 믿는다. 애니미즘(animism)의 시각이 영화에 담겨있는 것인데, 이 애니미즘은 살아있는 생물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사물에 정령이나 혼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주로 원시 문화에서 많이 믿었던 이 개념은 현대까지도 전해 내려오고 있는 문화의 종류라고 할 수 있다. 영화에서는 그런 다양한 혼령이 주변에 있다고 믿는데 특히나 반야 신은 그 모든 것의 균형을 맞추는 존재로 특별히 그를 받아들인 무당 님 또한 특별한 존재로 묘사한다.
사실 영화의 전반부와 중반부는 특별하지 않다. 님의 인터뷰와 생활을 보여주던 카메라는 자연스럽게 님이 형부의 장례식장에서 밍을 만나 관찰하는 시선으로 전환된다. 밍이 보여주는 이상한 행동, 신체의 아픔 등은 그것이 일종의 신내림이라는 것을 모두가 부인하지 않는다. 밍의 엄마가 자신의 딸이 신내림을 받아 무당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지만 영화 내의 다른 등장인물들과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입장에서 결국 밍이 보이지 않는 존재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반야 신에 대한 믿음과 신뢰 흔들릴 때 찾아오는 공포
모든 등장인물들은 대대로 내려오는 반야 신이나 영혼의 존재를 불신하지 않는다. 그 믿음과 신뢰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안정감을 주는데 밍의 이상한 행동들에 불안감이 있지만 무당인 님의 말을 따르면 그런 것들이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이 그 안정감을 만들어낸다. 그러니까 믿음이 곧 사람들을 안심하게 해주는 것인데 그 믿음이 흔들리는 시점부터 영화는 공포의 강도를 높이게 되고 후반부에는 거의 직접적인 이미지로 그 공포를 보여주게 된다.
사실 제작자로 참여하고 있는 나홍진 감독의 영향이 많이 들어갔다고 보여진다. 어떤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과 의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그 점에서 나홍진 감독의 전작인 <곡성>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두 영화 모두 무당이나 퇴마 의식이 진행되기도 하고, 지역의 신인 바얀 신을 향한 믿음이 어느 정도 있는지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나홍진 감독의 색깔이 겹쳐 보이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렇게 나홍진의 색이 입혀진 것까지는 괜찮지만 영화가 나홍진 영화가 가지고 있는 깊이 까지 가지고 있는지를 보면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랑종> 이 <곡성>처럼 보다 근원적인 공포를 효과적으로 보여줬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영화의 중반까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무당인 님의 시각과 설명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야기에 몰입하여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해 예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관객의 입장에서 후반부의 전개와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하는 것도 가능하다. 영화의 중반이 넘어가면 영화는 밍에게 나타나는 이상한 증상들을 중점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공포의 수위를 높인다. 그런데 한 번에 수위를 높인 영화는 그 이후 아주 원초적이고 혐오스러운 공포 이미지를 계속 반복해서 보여준다.
일종의 푸티지 영화인 이 영화는 캠코더로 귀신이나 초자연 현상을 찍은 여러 영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블레어 위치>나 <파라노말 액티비티>, 한국영화인 <곤지암>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처음 몇 장면들은 꽤나 공포스럽지만 영화의 공포스러운 존재의 모습이 계속 반복해서 보여지게 되면서 오히려 무서움이 줄어든다. 아주 직접적으로 공포스러운 장면을 드러내는 후반부는 주인공들의 처절함과 공포심이 화면으로 전달되지만 혐오스럽고 역겨운 장면을 제외하면 영화가 만들고자 하는 공포심이 극대화되지 않는다.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주제가 여러 번 비슷하게 반복되는 이미지에 완전히 파묻혔기 때문이다. 영화가 던진 주제의 힘은 약하지만 그를 뒷받침해주는 이미지들은 너무 강렬해서 주제가 가져오는 공포는 휘발되버리고 만다.
혐오스러운 이미지만 나열되어 아쉬운 영화
영화가 포함하고 있는 특정한 종교나 존재에 대한 믿음이라는 핵심적인 질문은 후반부에는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 후반부 하이라이트 장면인 퇴마 의식 장면은 바얀 신에 대한 믿음이나 무당에 대한 믿음 같은, 영화의 초반부터 던지고 있는 질문에서 한참 멀리 떨어져 있게 된다. 그러니까 영화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저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혐오스러운 공포의 장면들이고 그 이면에 있는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나 주제는 완전히 가려져 버린다. 그래서 영화의 맨 마지막 보여주는 메시지도 큰 울림을 가지기 어렵게 된다.
그만큼 영화는 자신이 가진 메시지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그저 참혹한 영상만을 반복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자신이 파놓은 깊은 우물 밑만 보여줄 뿐 그것을 밖으로 내뿜지 못하고 있다. 나홍진이 제작한 영화이지만 그가 연출한 영화들의 깊이보다는 그가 가진 테크닉과 분위기만 가지고 온 영화라는 한계를 보여준다. 영화는 대부분 신인이나 무명 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있는데 특히 님의 조카 밍 역을 연기한 나릴야 군몽콘켓의 연기가 훌륭하다. 그는 아주 발랄한 젊은 여성의 연기로 시작해 여러 령에 의해 빙의된 괴이한 존재를 그의 얼굴과 몸짓으로 표현해내 영화의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만든다. 그의 기이한 행동과 연기는 <부산행>, <곡성>에 참여한 박재인 안무가에게 연기지도를 받아 훌륭하게 표현되었다. 배우들의 연기와 영화가 가진 분위기 자체는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주제와 공포는 기대했던 것보다는 많이 아쉬운 영화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랑종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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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램덩크' 원작 잘 모르는데 이 영화 봐도 될까요
봄날은 바로 지금
영화의 카메라는 북산고와 산왕고의 토너먼트로 향한다. 땀냄새나는 코트. 10명의 선수들이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 전력적 열세인 북산고. 그렇지만 이번 경기에서 모든 걸 다 걸어야만 한다. 이 관문을 넘지 못하면 다섯 명의 학생들이 오랫동안 바라왔던 전국제패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전력 차를 극복하는 것 같다. 경기 초반, 비등하지만 앞서 나가고 있는 북산고. 의외로 별로 차이 나지 않는 것 같다. 이대로만 가면 되겠는데? 이렇게 가만히 있을 산왕고가 아니다. 산왕고의 벤치가 뭔가 심상치 않다. 전략을 바꾸는 산왕고. 전략을 새롭게 도입하며 경기의 흐름을 바꾸려고 한다. 고전하는 북산고. 특히 강백호와 송태섭은 뭔가 문제가 있는 듯하다. 특히 태섭의 얼굴 표정에는 비장함이 서려있다.
무언가 놓고 온 게 있었나. 다른 선수는 안 그랬나 싶지만 유독 태섭이 승리를 원했던 이유는 색다르다. 태섭은 어린 시절에 아버지를 잃었다. 가장이 없어진 집안. 남은 것이라곤 형 송준섭과 동생 송태섭, 그리고 여동생과 어머니다. 농구선수였던 형 준섭. 준섭이는 농구를 놓을 수 없다. 농구선수로서의 출세를 꿈꾸던 준섭.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에 어선을 탔다. 태섭은 눈물을 흘린다. "나랑 같이 농구 한 판 하기로 했잖아!" 배를 타기 전에 형의 손을 잡을 수 있었지만 화가 난 마음에 거절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준섭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혼자 남은 태섭. 형이 남기고 간 농구공을 잡아, 새로운 무언가를 향한 도전을 꿈꾸려고 한다. 이제 태섭이가 코트에 우뚝 설 일만 남았다. 영화는 태섭의 이야기와 산왕전을 엇갈리게 제시하며 그가 왜 절실할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준다.
원작 보고 가야 되나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보고 가는 것이 좋다. 시간이 없다면 인물이 누구인지 정도는 알고 가는 것이 좋다'다. 글쓴이는 영화 중반부까지는 잘 집중이 됐다. 그러나 중후반부 즈음에 살짝 졸아서 밖에 나갔다 왔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면 '이야기가 흥미롭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다. 글쓴이는 산왕전의 결과가 궁금했다. 송태섭을 처음 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물 서사와 산왕전이 엇갈리는 영화의 형식이 가끔 흐름을 깬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송태섭 서사가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봤던 것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소담한 감성이 중심이긴 하다. 이런 연출 방식을 좋아하는 분들은 송태섭 서사를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이걸 잔잔하게 받아들인다면, '특정 인물'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이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의 템포를 확 바꾸지는 못한다. 이는 영화에서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에서 중후반부 이야기 전개를 통해 '왜 이렇게 영화를 보여줬는지' 다 설명하긴 하지만 어느 정도는 불친절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글쓴이는 사실 원작을 보고 가는 게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면 강백호, 서태웅, 정대만, 채치수, 송태섭, 안 선생님이 누구인지, 산왕고는 극 중 어떤 위치인지 정도는 무조건 알고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솔직히 글쓴이는 90년대생 중에 슬램덩크 짤 단 한 번도 안 본 사람 1만 명도 안 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살짝의 배경지식은 다들 갖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해가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히 원작을 봤던 분들이라면 흥미롭게 받아들일 부분이 많다. 만화에서, 영화 주인공인 송태섭은 존재감이 부족하다고 한다. 이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인물의 특성은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작을 많이 봤던 팬들이라면 송태섭이 다른 북산고 멤버들과 어떤 관계인지 잘 모를 테니 이에 대해 보여주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질 것이다. 또한 강백호와 서태웅이라는 슬램덩크 시그니쳐들과는 다른 이미지에서 극을 시작한다는 점이 아는 이야기를 좀 더 다르게 전달할 수 있다는 강점으로 작용한다. 또 원작 이야기를 모르는 입장에서는 영화가 살짝 뻔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팬들 입장에서야 송태섭 서사가 신선하지 모르는 관객들 입장에선 그냥 다 똑같은 농구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이 송태섭 이야기로 만든 가족드라마와 스포츠 영화는 기존에도 있었다. 글쓴이는 생각을 깊게 하지 않아도 <스텐바이, 웬디>와 <족구왕>이 생각난다. 이뿐인가? 이 두 작품 외에도 이와 유사한 영화들은 수도 없이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비슷한 서사가 많다고 해서 이야기 흐름을 바꾸기엔 위험부담이 있다. 자기가 만든 만화를 뒤엎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극전개에 있어 좀 다른 방식으로 아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주인공을 바꾸는 게 제격이다. 같은 일을 받아들이더라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끼는 인간의 속성을 반영한 것이다.
질감과 운동
영화 전반적으로 '참 따뜻하다' 싶었던 것은 극의 색감이다. 영화 전체적으로 무조건적으로 화사하진 않지만 따뜻한 색감을 잘 활용했다. 가령 이 영화의 가장 첫 번째 시퀀스는 태섭이 형 준섭과 이별하는 장면이다. 처음부터 감정적으로 센 장면을 배치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영화를 보다 보면 '왜 태섭의 이야기를 영화에서 엇갈리게 제시했을까' 의문이 든다. 초반에 이 인물이 이것에 대해서 그렇게 깊은 의미부여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바로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는 뭔가 따로 노는듯한 송태섭의 서사를 고립되어 있는 공간감과 살짝 탁한 색감으로 소화한다. 러닝타임동안 태섭에게 이 상실의 이미지가 가장 중요한데, 이를 연출로 잘 보여준 셈이다. 혼자 있어 외롭고, 어두운 세상을 받아들이는 주인공의 관점을 영화언어로 보여준 것이다. 이는 극후반부 엔딩과 대비된다. 글쓴이는 엔딩 신과 초반부의 장면 색감이 좀 차이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는 첫 장면과 마지막에 등장하는 한 인물의 입장 변화를 색감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이 송태섭 서사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산왕전이다. 살짝 잔잔한 톤으로 전개되는 송태섭 서사와는 반대로 산왕전은 인물들의 농구경기가 중요하다. 그러나 이 중요성과는 반대로 산왕전의 초반부를 볼 때 뭔가 어색하다고 느껴졌다. 약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보는 느낌? 그런데 초중반부를 넘어가면 극 이해에 큰 문제가 없다. 이 영화는 인물들의 운동능력에 대한 큰 동선을 잘 잡았다. 스포츠에 정답은 없다. 공 갖고 하는 운동이면 닥터 스트레인지가 와도 예상할 수 없는 이야기가 흘러간다. 당연히 농구에서도 리바운드나 덩크슛 같은 상황이 매번 다르게 나타난다. 이를 잘 이해하듯 영화 내적인 이야기에서 인물들의 상황에 맞게 움직임을 잘 짰다. 이 덕에 농구경기라는 영화 이야기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생동감이 생긴 것이다. 그중 제일 좋았던 운동 묘사는 산왕고의 전략 변경이다. 산왕고가 경기를 다르게 운영함으로써 북산고 멤버들이 어떻게 느낄지를 잘 표현해서 영화의 생동감을 살렸다.
영화여야만 해
글쓴이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 또래들이 좋아하는 <원피스>나 <나루토> 같은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았다. 당연히 이 <슬램덩크> 시리즈 역시 보지 않았다. '불꽃남자 정대만' '강백호' '포기를 모르는 남자지' '하나도 성장하지 않았어'같은 유행어들은 알았지만 그게 슬램덩크 것이라고는 알지 못했다. 이 영화에 대한 평이 하도 좋아서 표 예매하기 20분 전에 부랴부랴 인물들에 대해 읽어본 게 전부다. 영화 보기 전에 생각했던 것이 '이거 좀 전형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건 아닌가' 싶었다. 금세 티켓값 10000원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냥 원래 계획대로 안 보는 게 나았나?
글쓴이는 영화를 보기 잘했다고 느낀다. 이유는 이 영화는 영화여야만 하는 이유를 잘 보여줬기 때문이다. 원작의 연장선상? 만화를 본 분들이라면 그렇게 느끼실 수도 있다. 그러나 후반부에서 핵심 인물이 다른 인물에게 어떤 대사를 한다. 질문의 형식이다. 이 대사가 영화의 핵심을 드러내는 직접적인 질문이긴 하지만 작품 형식에서 이 문장에 힘을 빡 주는 연출을 보여줬기 때문에 이 작품 자체의 오리지널리티가 된다고 생각한다. 또 영화가 갖고 있는 다른 핵심 소재는 용서와 화해다. 이 영화에서 인물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용서/분노/혐오를 조금씩을 갖고 있는 듯하다. 강백호나 정대만도 양아치였던 시절이 있고, 서태웅과 강백호는 라이벌이다. 이런 식으로 각자가 마음속에 어떤 마음을 품고 있다. 이 마음속의 응어리를 농구경기를 통해 해소한다는 점에서 '왜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가'에 대한 답변이 된다고 생각한다. 왠지 모르게 영화의 엔딩을 보고 나서 내가 농구경기를 다 뛴 느낌이 들었다. 후반부에 많은 분들이 언급하는 '그 청각효과'때도 마찬가지다. 극장이 고요한 느낌이 <드라이브 마이 카> 이후 오랜만이었다.
물론 원작 만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만큼 행복한 기억이 없을 것이다.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에서 이제 '톰스파'가 아닌 다른 두 스파이더맨이 등장한다는 사실은 이제 스포일러가 아니다. 이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짧은 기간에 3명의 주인공을 만들어냈다. <탑건 : 메버릭>이 36년 만의 후속작을 낸 것과는 대비된다. 이렇게 짧은 기간으로 인물들을 찍어냈기 때문에 시리즈 내적으로 다른 스파이더맨과의 차이점을 만들어야 한다. 이 차이점은 관객에게 하여금 '이 스파이더맨을 볼 때 내가 어떤 상태였지' 생각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영화는 이렇게 추억팔이가 갖는 힘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강백호, 서태웅, 정대만, 채치수 등 주요 인물들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봐 농구공을 건네는 듯하다. 어린 시절 만화를 보던 그 때에서 시작해 그동안 잘 지냈구나 싶은 안도감이 드는 것이다. 자, 원작 만화와 영화까지 20여 년이 걸렸다. 긴 시간 동안 품어온 여러분의 미련은 무엇일까? 태섭이가 질문하고 있다. 답할 준비가 됐다면 코트로 달려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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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놓치지 말아야할 명작들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저번주에 9월 넷플릭스 공개작을 알려드렸으니, 이번주는 9월 서비스 종료작을 가지고 왔습니다.
9월 서비스 종료작 중에서도 재밌는 영화들로만 엄선하여 가져왔으니,
모두 놓치지 말고 꼭 챙겨보기로 해요. :)
1. 신비한 동물사전 - 데이빗 예이츠
132분 I 판타지, 모험
21.09.08 종료 예정synopsis
신비한 동물들을 가방에 넣고 다니는 괴짜 마법사 뉴트.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녀석들이 탈출을 감행한다.
덕분에 마법 의회에 쫓기게 된 그는 어둠의 존재 옵스큐러스와 맞닥뜨리는데.
그 존재의 이유는 마법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2. 셔터 아일랜드 - 마틴 스콜세지
138분 I 드라마, 미스터리, 스릴러
21.09.14 종료 예정synopsis
범죄를 저지른 정신병자를 수감하는 치료감호소에서 환자가 실종된다.
연방 보안관이 수사에 나서지만, 계속 떠오르는 환영으로 인해 수사는 난항을 겪는데..3. 슬리피 할로우 - 팀 버튼
111분 I 판타지, 스릴러, 액션, 공포
21.09.14 종료 예정synopsis
뉴욕 수사관 이카보드 크레인이 머리 없는 시체가 발견된
기괴한 연쇄 살인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시골 마을 슬리피 할로우로 파견된다.4. 메이즈 러너 - 웨스 볼
113분 I 액션, 미스터리, SF, 스릴러
21.09.17 종료 예정synopsis
알 수 없는 곳에서, 기억을 잃은 채 무리 지어 살아가는 소년들.
그들이 어디서 온 누군지, 여기는 어딘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단 확실한 건, 이곳에서 탈출하려면 밤마다 괴성이 들리는 거대한 미로를 통과해야 한다는 것!5. 다빈치 코드 - 론 하워드
147분 I 미스터리, 드라마, 스릴러
21.09.19 종료 예정synopsis
루브르 박물관의 큐레이터가 살해됐다.
단서가 있다면 시체 주변에 난해한 암호들.
하버드대 기호학자와 암호 해독가가 힘을 합쳐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을 둘러싼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6. 데이비드 게일 - 앨런 파커
130분 I 드라마, 범죄, 스릴러
21.09.30 종료 예정synopsis
텍사스의 한 대학교수.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던 그가 누명을 쓰고 사형 선고를 받는다.
세상은 그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을까.
무고한 이가 형장의 이슬이 되기 전에, 판결을 뒤집어야 한다.7. 어톤먼트 - 조 라이트
122분 I 드라마, 멜로/로맨스, 전쟁
21.09.30 종료 예정synopsis
영국 상류층 집안의 딸. 의사의 꿈을 키우는 하인의 아들.
한여름 열병처럼 타오른 남녀의 사랑은 둘을 훔쳐보던 소녀의 오해로 갑자기 막을 내린다.
인연은 예고 없이 찾아온 비극을 극복할 수 있을까.
소녀는 진정 속죄할 수 있을까.8. 패치 아담스 - 톰 새디악
115분 I 코미디, 드라마
21.09.30 종료 예정synopsis
자살에 실패한 후 제 발로 정신 병원을 찾아간 남자.
그곳에서 동료 환자들 덕분에 삶의 희망을 찾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로 한다.
한참 늦은 나이에 의대에 입학한 그에게 바람이 있다면,
바로 환자의 마음까지 치료하는 것!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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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면을 알았지만 여전히 모르겠는 ‘가족’
주인공처럼 공부와 연애가 전부이던 10대 시절, 따로 사시는 부모님으로 인해 학교가 끝나면 유치원에 있는 동생을 데리러 가야 했다. 다행히인지 공부에는 별 욕심이 없었지만 친구들이랑 놀 때면 집에 혼자 있는 동생이 마음에 걸려 뭔지 모를 죄책감을 가진 채 핸드폰의 진동모드를 벨소리로 바꾸고 손이 닿는 곳에 둬야 그나마 마음이 좀 놓였다. 가족 간의 역할 분담이 필요한 상황에서, 내가 경제활동을 할 수도 없고 효율적이지도 않은 상황이었기에 반자발적으로 동생을 돌보겠다고 했던 것이다. 나만 힘들지 않을 거란 생각에 굳이 티 내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급하게 연락을 받고 조금 늦게 동생을 데리러 가는 날엔, 텅 빈 놀이방에서 혼자 색종이를 오리고 있던 동생을 볼 때면 마음이 많이 무너졌었다. 10대면 열심히 놀고 공부하고 연애에도 관심을 가지는 때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이상적인 이론에 불과했다. 실상은 매일 가족과, 나의 미래와, 나의 오늘과 균형을 맞추며 고군분투해야 했다. 한 감독님이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어서 어쩐지 마음이 좀 놓였다.’ 가끔은 명확하고 현실적인 대안보다도 ‘나도 그랬어.’라는 말이 위로가 된다. 잊고 있었던, 잊으려 노력했던 그때의 내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위로가 되었던 영화 <코다>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영화는 망망대해 한가운데 작은 어선에서 시작한다. 농인 아빠 프랭크 로시(트로이 코처)와 오빠 레오(다니엘 듀런트), 그리고 청인 루비(에밀리아 존스)가 고기잡이로 생계를 유지한다. 아무도 없는, 다른 언어가 필요하지 않은 바다는, 육지로 돌아와 루시를 통해 청인들과 소통하는 프랭크와 레오에게는 육지와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어 바다로 가는 가족을 두고 노래 연습을 하러 가는 루비의 내적 갈등을 더욱 극대화시키는 요소이기도 하다.
농인 가족의 사이에서 자라고, 수어를 가장 먼저 배웠을 루비는 새로운 언어이자 가족과 소통이 불가한 ‘노래'를 하게 된다. 영화의 기본 로그라인이 되는 이 문장에서 알 수 있듯, 주인공은 자신이 살아오던 패턴을 어긋나는 행위를 하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주제가 ‘CODA(Children Of Deaf Adult)’인 만큼 영화에서 ‘언어'란 기본적인 소통의 수단이자 중요한 요소이다. ‘가족과 소통해오던 언어를 바꾼다(새로 설정한다)’는 말은 가족과의 갈등을 통한 루비의 성장기임을 보여준다. 노래는 수화와 음성어를 쓰던 루비의 새로운 언어이다.
여기에는 음악 선생님 ‘미스터 V’의 역할이 크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미스터 V의 주된 교육 방식은, 음악적 기교들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소리 내고 호흡하며 자신만의 고유한 발성을 찾는 것이었다. 미스터 V는 ‘새로운’ 언어가 아닌 루비가 익힌, 사용하던 언어를 통해 루비만의 언어를 확장시켜준 셈이다. 따라서 노래는 루비에게 단순히 새로운 언어가 아니라 자신을 만들어온 과거의 언어인 수어와 소리의 혼합형 언어인 셈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노래는 루비와 가족을 분리시키는 수단이기에 루비의 자아를 찾는 양면적인 도구가 된다. 덕분에 가족과 소통하기 위해 수화를 구사하고 가족 외의 사회와 소통하는 음성어, 그리고 자신만의 언어를 찾으며 루비의 성장기를 마친다.
‘구름의 양면을 봤지만 구름의 실체를 모르겠어.’ 루비가 영화 후반부, 시험장에서 부르는 노래 <Both Sides Now>의 가사다. 노래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구름을 보며 아이스크림 성, 계곡을 상상했지만 어느새 구름은 태양을 가리고 비를 내려 앞길을 막더라. 다시 생각해보면 모두 구름의 환상일뿐, 여전히 구름을 모르겠다. 동일한 패턴으로 사랑과 인생까지 이어진다. 노래에는 없지만 여기에는 ‘가족'도 넣어볼 수 있겠다. 노래를 듣고 나면 이 영화 한 편을 압축한 것 같았다. 루비 로시의 시선을 통해 가족의 다양한 면을 보여주지만 여전히 가족이란 실체는 모르겠다. 성장 중인 루비에게 가족의 존재는 폭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계속해서 ‘그래도 우린 하나 된 가족'의 뉘앙스만 풍기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갈등들을 아낌없이 보여줬기에, 그저 그 과정에서 루비의 성장을 보여주었기에 단순한 우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깊이를 가지고 공감을 일으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 또한 가족의 일원으로서의 삶과 나의 삶의 저울 위에 서서 끊임없이 균형을 맞췄던 것 같다. 어느 쪽도 답은 없었고 그 균형을 맞추는 자체가 내가 해야 할 일이었고 ‘성장의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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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크하고 영리한 웬즈데이에게 홀리다
* <웬즈데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웬즈데이 (2022)
감독: 팀 버튼
출연: 제나 오르테가, 그웬돌린 크리스티, 크리스티나 리치, 캐서린 제타 존스 등
장르: 미스터리, 범죄, 판타지
공개 회차: 8부작
공개일: 2022.11.23
시크하고 영리한 웬즈데이에게 홀리다
‘내 동생은 나만 괴롭힐 수 있어.’
창백할 정도로 새하얀 피부에 정갈한 양갈래로 땋은 검은색 머리, 고스족을 연상케 하는 우중충한 옷차림의 ‘웬즈데이 아담스(제나 오르테가)’는 남동생을 괴롭힌 수영부 남학생들을 상대로 피라냐를 풀어 잔혹하게 응징한다. 일말의 감정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말투와 독기로 잔뜩 찬 안광을 가진 소녀, ‘웬즈데이’의 첫 등장은 마치 죽음과 복수를 신봉하는 사이코패스처럼 강렬하다. 한바탕 사고를 친 ‘웬즈데이’를 받아줄 학교가 더 이상 없게 되자 그는 부모님의 모교이자 별종들을 모아 놓은 학교 ‘네버모어 아카데미’로 보내진다. 늑대인간, 세이렌, 고르곤, 뱀파이어 등 특별한 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한곳에 모아 둔 이곳은 ‘웬즈데이’ 못지 않게 개성 강한 아이들이 한가득이고, 도무지 평범한 학교로는 봐 줄 수 없는 곳이다. 단체 생활에는 신물이 난 ‘웬즈데이’는 독불장군 같은 태도로 학교에 적응하기를 몸소 거부하지만 그가 가는 곳마다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학교와 자신의 핏줄에 관한 비밀들이 밝혀지면서 네거티브로 가득 찬 ‘웬즈데이’의 두 눈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쇠퇴기에 빠졌던 ‘팀 버튼’의 완벽한 귀환이다. <다크 섀도우>,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등 최근 연출작들은 참신한 스토리의 부재, 몰개성한 캐릭터로 비판을 받았으며 <덤보>에서는 감독 특유의 색채마저 느껴지지 않아 스타 감독으로서의 위력이 하락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독보적인 캐릭터성을 자랑하는 ‘웬즈데이 아담스’라는 인물을 주역으로 내세운 감독 커리어 최초의 드라마를 완성하며 ‘팀 버튼’만의 독특한 판타지 세계관을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물론 이미 1930년대부터 신문 만화,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 여러 차례에 걸쳐 미디어 믹스로 활용된 슈퍼 IP <아담스 패밀리>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라 원작의 인지도를 빌려 온 부분도 일부 존재하나 감독만의 특색을 부여해 원작과는 또다른 매력을 가진 매혹적인 스핀오프 시리즈를 탄생시켰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웬즈데이>는 다크 하이틴과 추리 스릴러로서의 장르를 표방하나 범죄 사건을 추리하는 과정에서의 짜임새 있는 스토리 구조보다는 매력적인 캐릭터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한 마디로, 괴짜나 아웃사이더 같은 캐릭터에 관객이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마성의 존재감을 부여하는데 능한 ‘팀 버튼’의 강점이 확실히 발휘된 작품이다. 시리즈 전체를 홀로 이끌다시피 하는 ‘웬즈데이’는 원작의 캐릭터를 모르는 시청자들까지 이 드라마에 ‘입덕’시키는 일등공신이다. 어떤 어른에게도 지지 않는 강한 언변, 독사처럼 시니컬한 말투, 그리고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줄 아는 지략가로서의 모습까지. 이 고스족 소녀에게 빠져들 매력 포인트가 무궁무진하다. 이는 곧 ‘웬즈데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한 ‘제나 오르테가’의 연기력이 출중했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성격상 시리즈 내내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는 연기를 소화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눈빛과 행동의 미세한 움직임만으로도 희로애락의 순간들을 선명하게 표현해냈다.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으로 구현한 원작 캐릭터와의 완벽한 싱크로율과 더불어 배우의 뛰어난 연기력이 현재 <웬즈데이>의 글로벌 흥행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웬즈데이 아담스’가 전부인 작품은 절대 아니다. ‘웬즈데이’의 룸메이트이자 그와 정반대 되는 성격과 취향을 가진 친구 ‘이니드(엠마 마이어스)’와의 대치 구도를 통한 미장센과 하이틴 작품으로서의 정체성을 담당한 도맡은 ‘엠마 마이어스’의 발랄한 연기력도 극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특히 너무나도 다른 성격 탓에 매사 부딪히는 ‘이니드’와 ‘웬즈데이’의 관계성은 티격태격하던 앙숙과 둘도 없는 친구 사이를 넘나드는 케미스트리를 형성하며 극에 가장 큰 재미를 불어 넣는다. 영락 없는 십대 소녀를 상징하는 알록달록한 색깔의 ‘이니드’와 오직 블랙 앤 화이트만으로 표현되는 ‘웬즈데이’의 색채 대비를 작중 배경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특유의 판타지스러운 미술 연출을 부각한 점도 인상적이다.
캐릭터 메이킹과 주제의식을 전달하는데 집중한 나머지 서스펜스를 보여주는 후반부로 향할수록 스토리의 부족한 완성도가 드러난다. 기숙사 사감 ‘매릴린(크리스티나 리치)’이 최종 빌런일 것이라는 것은 진작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었음에도 ‘웬즈데이’에 대적하는 악인으로 너무 뒤늦게 등장했고, 중반부까지 질질 끌던 미스터리를 후반부에 어물쩍 처리해 버려 긴장감이 반감되었다. 그럼에도 언제나 소외된 이들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던 ‘팀 버튼’의 의도만큼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네버모어 아카데미’에 다니는 학생들은 모두 별종이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격리된 존재들인데, 이들은 곧 주류 사회에 섞이지 못하는 현실 속 소외 계층들을 상징한다. ‘평범이’라고 불리는 학교 밖 사람들은 이들을 경멸하고 혐오하지만, 정작 극중 살인 혹은 잔혹한 범죄를 일삼는 인물들은 ‘매릴린’이나 ‘타일러(헌터 두한)’, ‘조세프 크랙스톤(윌리엄 휴스턴)’ 같은 평범이들이었다. 오히려 ‘네버모어 아카데미’에 속한 인물들은 겉보기에 남들 눈에 띌 뿐 이들이 가진 특별한 능력을 제외하면 사회로부터 분리되어야 할 필요성이 적게 느껴진다. 특히 후반부까지 가장 선한 포지션을 담당하던 ‘타일러’가 사실은 ‘하이드’라는 이면을 가진 괴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악은 가장 평범한 얼굴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소외 계층과 아웃사이더를 향한 사회적 편견을 비판하고, 차별과 혐오를 일삼는 세태를 풍자한다는 점에서 ‘팀 버튼’ 감독이 늘 작품을 통해 강조하던 메시지가 어김없이 등장했음을 알 수 있다.
치밀한 구성의 범죄 스릴러는 아니지만 흔히 말하는 ‘덕후몰이상’이라 할 수 있는 ‘웬즈데이’의 캐릭터성과 배우의 훌륭한 연기력, 개성 뚜렷한 별종 친구들의 등장, 그리고 ‘팀 버튼’의 감성이 충만한 판타지적 세계관과 어둡고 몽환적인 배경 연출만으로 이 작품을 즐길 요소는 충분하다. 감독 특유의 마이너한 색채를 가볍고 통통 튀는 하이틴 장르로 희석시켰다는 점에서 이전 연출작들보다 가볍게 감상하기에도 좋다. 특히 과거 ‘팀 버튼’의 전성기 시절 작품들을 좋아했던 팬들이라면 간만에 폼을 되찾은 이번 시리즈를 통해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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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2주 최신개봉영화(특송, 하우스 오브 구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청춘적니, 클리포드 더 빅 레드 독)
[WEEKEND CHOICE MOVIE] 2022년 1월 2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특송 #하우스오브구찌 #웨스트사이드스토리 #청춘적니 #클리포드더빅레드독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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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노라] 끝장리뷰 | 77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 빨간색과 흰색 | 노동자의 2주 해석 | 성노동자에 대한 견해 | 눈(snow) 상징
[아노라]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노동자의 2주
Chapter 2 이반과 이고르, 빨간색과 하얀색
00:00 황금종려상
00:37 귀여운 여인, 대부
01:51 노동자의 2주
03:46 편견, 자본가
06:34 이반과 이고르
08:01 빨간색 하얀색
09:10 별점 및 한 줄 평
09:28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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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로빈의 소원> 30초 예고편
2014년 8월 11일. 할리우드의 명배우이자 코미디언인 로빈 윌리엄스가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했다.
특유의 익살스러운 연기로 관객을 울고 웃게 하며
꿈과 희망의 아이콘 같았던 배우였기에 전세계 영화 팬들은 충격이 더 컸다.
하지만 언론매체를 통해 알려진 무성한 소문과 다르게
그는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가 바라던 진짜 소원은 무엇이었는지
이제 그의 죽음에 둘러싸인 소문과 진실에 대한 그의 이야기가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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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카우보이 비밥> 공식 예고편
《카우보이 비밥》은 미 서부극 스타일과 SF 영화를 합친 액션 우주 활극이다. 일명 ‘카우보이’로 불리는 세 명의 현상금 사냥꾼들이 아픈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치명적인 것만큼이나 각자 개성이 뚜렷한 스파이크 스피겔(존 조), 제트 블랙(무스타파 샤키어), 페이 발렌타인(다니엘라 피네다)이 태양계에서 가장 위험한 범죄자들을 잡으려 팀을 이룬다. 목적은 단 하나, 고액의 현상금. 비록 정신없고, 제각각인 일당들이지만 일 처리 하나는 깔끔하다. 그러나 티격태격하며 기분 좋게 악당을 잡으러 다니는 것도 잠시뿐. 곧 어두운 과거의 그림자가 덮쳐온다.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실사화한 《카우보이 비밥》은 안드레 네멕, 제프 핑크너, 조시 애플바움(미드나이트 라디오), 스콧 로젠버그(미드나이트 라디오), 마티 아델스타인(투모로우 스튜디오), 베키 클레먼츠(투모로우 스튜디오), 아사누마 마코토, 사사키 신(주식회사 선라이즈), 오자키 마사유키(주식회사 선라이즈), 팀 코딩턴, 후지무라 테츠, 마이클 캐틀먼, 매슈 와인버그, 크리스토퍼 요스트가 총괄 제작했다. 여기에 안드레 네멕은 쇼러너 역할까지 한다. 원작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감독인 와타나베 신이치로가 자문을 맡고, 원작 OST 작곡가 칸노 요코가 실사화의 각색을 맡았다. 이 작품에는 앨릭스 해슬과 엘레나 사틴도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