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하늘2023-10-12 23:09:34
해방을 원하는 시대와 세대
넷플릭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경기도에 살았던 나. 어릴적 동대문 두산타워를 밤늦게 올라가 밤새서 돌아다녔던 수많은 나날들. 여자친구와 데이트 한다고 청계천에, 인사동에, 뮤지컬을 보러 올라가던 그때. 수원은 서울에서 가깝지만 멀었다. 그나마 화서역이란 곳은 아주 오래전부터 정차할수 있었기에 논 밭이 가득했던 그때 나는 발에 땀나도록 서울을 놀러다녔다. 그러나 경기도에 사는 사람들이 놀러 서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보내야하는 일터라면 그것은 이해의 판도가 달라진다. 그렇게 오가는 길의 멀고먼 거리속에서 사람들과 마주해야하는 상황. 능동적이고, 외향적이고, 밝고, 에너지틱한 사람들을 좋아하는 세상. 그곳에서 함께 해야하는 직장 동료들과의 모임들. 그러면서 점점 힘이 빠져가는 사람들.
그런 가운데 하루를 그저 견디듯 하는 염미정. 그녀는 어느날 구씨를 향해 절규하듯 몰아붙이며 말한다. “나를 추앙해요. 그 추앙함을 통해서 다음 봄에는 새로운 사람이 되는 거에요.” 술에 중독되어,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술로 채우던 구씨. 그러나 그녀의 그 말은 해방을 꿈꾸게 한다. 그리고 철옹성 같이 변하지 않던 구씨의 세미한 추앙의 모습들이 그녀에게도 해방 틈을 벌여준다. 누군가를 추앙했더니 삶이 견딜수 있게 되고, 작은 소망들이 솟아난다. 드라마에서 등장인물들이 살아가는 동네는 경기도. 서울이 노른자라면, 주위를 감싸는 흰자같은 동네. 그나며 경기도가 흰자라면 지방의 소도시들은 계란을 튀길수 있게 만드는 배경같은 카놀라유 정도 되는 걸까?
거기까지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저 염미정의 하루가, 구씨의 하루가 버겁다. 아주 오래되고 버석거리고 딱딱해 입천장 까지게 만드는 바게뜨 같은 삶을 살아가는 청춘들. 거기에 해방이란 단어는 모두에게 시선을 돌리게 만든다. 무표정하다가도 사람이 들어오면 미소짓게 되어버린 굳은 가면들 속을 쓰고 조직과 마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에게 해방은 생각만해도 좋은 사람이란 것을 드라마는 꾸준하고 치열하게 우리에게 알려준다. 하루살이가 버거운 이 상황에 결국이 모두들 그리워하고, 동경하는 것은 해방이 아닐까. 그리고 산포라는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동경하는 그들 역시 무엇인가로부터 해방을 계속해서 갈구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나의 해방일지>는 계속해서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무엇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가? 그리고 당신은 어떻게 해방될수 있는가? 그리고 드라마를 보는 우리도 계속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가? 나는 어떻게 해방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지쳐갈 때 즈음 이 드라마는 그들을 생각나게 만든다. 부담 스럽고 버거운 부모님. 시끄럽고 귀찮은 언니 오빠, 심지어 술에 중독되어 그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가는 구씨. 그리고 다시 묻는다. 당신은 어떻게 해방될수 있겠는가? 그리고 답하지 않는다.
나는 이 시대에 그리고 이 시대에 질문하고 싶다. "무엇으로 부터 해방되고 싶은가? 그리고 어떻게 해방 할수 있는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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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비교적 낮은 스코어로 1위에 올라선 <더 마블스> 최근 몇 년간 지지부진한 흥행 성적에 기를 못 피고 있는데요. 젊은 감독과 뉴페이스 배우들의 활약을 기대했지만 아쉬운 수치입니다.
과연 마블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국내 박스오피스]
마블 스튜디오 신작 <더 마블스>가 개봉 이후 첫 주말을 맞아 3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며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습니다. 영화는 지난 8일 개봉 이후 5일째 1위를 달리며 누적 관객 수
44만6천여명을 기록 중인데요.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긴 했으나 마블 영화로서는 실패라고 할 수
있는 수치로 현재 추세라면 100만 관객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보고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더 마블스>는 10~12일 4700만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마블이 지난 15년 간 내놓은 영화 33편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더 마블스> 이전엔 2008년에 나온 <인크레더블 헐크>가 가진 5540만 달러가 최저였지만 올해 나온 마블 영화 중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가
개봉 첫 주말 성적도 1억600만 달러인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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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하지만 기괴한, 기괴하지만 평범한
경고: 스포일러 주의!
이 영화 속에서 누구를 괴인이라 생각해야 할까. 주인공 기홍(박기홍)은 감정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인물이긴 하다. 그러나 목수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돈이 입금이 안 되면 화가 나고, 자신의 마음에 드는 여자가 고맙다 이야기하면 설레기도 하고. 기홍이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그런데 그런 사소한 말, 행동 하나하나가 타인의 일상을 어떻게 침범해가는가. 일상과 비일상이 얽힌 기묘함을 괴인은 훌륭하게 잡아낸다. 독특하지만 밸런스가 미쳤다.
처음 영화는 기홍의 일상을 보여준다. 그런 와중에 자기가 세들어 사는 집 주인 정환(안주민)과 친해진다. 정환이 먼저 다가선 게 살짝 이상하긴 하지만. 그런데 어느 날 기홍의 차가 누군가로 인해 찌그러진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정환이 자기가 같이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건 현장에 같이 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전혀 몰랐다. 이 사고는 주인공과 그 주변의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를 침범했는지 더 명확히 드러낸 장치에 불과했단 것을.
괴인의 동력은 처음부터 사건이 아니었던 것이다. 대신 인물들 간의 일상적인, 말을 통해 영화를 훌륭하게 이끌어간다. 자극적인 장면, 말도 전혀 동원하지 않고 긴장감을 만들어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놀라운 점은 그것을 표현하는 배우들이 대부분 전문 배우가 아니었던 점이다. 주인공부터 감독의 친구 목수고, 정환 역할을 맡았던 안주민은 피자 굽는 셰프다. 그런데 연기가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일반인을 쓰니 괴인 속 이야기가 더욱 일상처럼 느껴졌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괴인 속 세계에선 누가 괴인일까. 내 생각에는 모든 사람이 괴인이라고 생각한다. 지독하게 일상적인 말, 행동이 언제든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일상까지 뒤흔드는 사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배후에 등장인물 각자가 지니고 있는 결핍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잔잔함을 유지하는 이유는 영화 속 기괴한 모습이 영화 바깥의 인간관계에서도 맞닥뜨릴 일상적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씨네랩의 시사회 초청을 받은 뒤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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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4주 차, 위클리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지난 한 주, 국내외 영화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정리해 보는 '위클리 뉴스' 차례가 왔습니다!그럼, 지난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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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CGV, '신작의 발견' 기획 상영전
ⓒ '이상한 나라의 아빠' 인스타그램
CGV에서 연극, 뮤지컬, 무용, 전통예술 등 국내 창작 초연 공연을 영화관에서 선보인다.
'신작의 발견' 기획 상영전은 5개의 작품을 매주 수요일마다 1편씩 만나볼 수 있다.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설경구 특별전 개최
ⓒ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배우 특별전의 주인공은 배우 설경구이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박하사탕>, <오아시스> <공공의 적> 등 설경구 배우가 직접 선택한
7편의 대표작을 상영할 예정이다.
<소년비행>, 2주간 전편 무료 공개
ⓒ 시즌
<소년비행>의 두 번째 시즌 공개에 앞서 첫 번째 시즌을 2주간 무료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시즌에 가입하기만 한다면 25일부터 6월 7일까지 무료로 시청 가능하다.
SK브로드밴드,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우수 작품 무료 상영
ⓒ 서울국제환경영화제
SK브로드밴드가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개최 기간에 맞춰 B tv와 모바일 B tv에서 영화제 우수 작품을
단독으로 무료 상영한다고 밝혔다.
국내 OTT 티빙과 시즌, 내달 통합
ⓒ 티빙 홈페이지 캡쳐
티빙과 시즌에 따르면 다음 달쯤 티빙과 시즌이 통합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상당 부분이 조율된 상태'라고 한다.
박찬욱 <헤어질 결심>, 평점 최종 1위
ⓒ 네이버 영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스크린 데일리 최종 평점 1위를 기록했다.
<헤어질 결심>은 4점 만점에서 최종 평점 3.2점을 받았다.
21개의 경쟁 부문 초청작 중 유일한 3점대이자 최고 점수이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사전 예매율 40% 돌파
ⓒ 네이버 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30일 기준, 예매율을 44.5%를 돌파하였다.
탄탄한 팬층, 전작보다 더 커진 스케일, 스티븐 스필버그의 총괄 제작을 맡았기에
흥행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한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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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레니엄의 환희와 청춘의 질감에 관한 인상적인 스케치
술 냄새가 난다. 담배 냄새가 난다. 땀 냄새가 난다. 정돈되지 않은 지저분한 집에서 날 법한 냄새가 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마약 냄새가 난다. 제대로 닦아내지 않은 정액 냄새도 문득 코를 찌르고 들어오는 것 같다. 시끄럽다. 클럽 음악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진동이 내내 쿵쾅거린다. 싸우는 소리가 난다. 불평하는 소리가 난다. 서로를 원망하는 소리가 난다. 홀로 신세를 한탄하는 소리가 난다. 물건을 집어 던지는 소리가 난다. 저주하며 울부짖는 소리가 난다. 청춘의 냄새, 청춘의 소리다. 이 지독한 냄새와 소리 속에서, 여성 청년 비키는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한다.
2001년의 대만, 고등학교를 중퇴한 비키는 남자친구 하오하오와 동거 중이다. 하오하오는 ‘예술적 퇴폐’를 지향하는 남성이 갖고 있는 쓰레기 같은 전형성을 고루 갖추었다. 돈을 벌지 않고 여성의 노동에 의존한다. 아버지의 롤렉스 시계를 훔쳐 경찰 조사를 받을지언정 결코 직접 노동하는 법은 없다. 하오하오는 두 사람이 함께 사는 집의 월세를 마련하기 위해 스트립 클럽에서 일하는 비키를 의심한다. 그녀가 바람을 피운다는 망상이다. 자신이 노동하면 비키가 다른 곳에서 일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고상한’ 하오하오는 이런 가능성을 감히 상상하지 못한다. 하오하오는 클럽 음악을 만들고 친구들과 술 마실 때만 생기가 돈다. 가끔 욕구가 일어 다짜고짜 비키에게 관계를 요구할 때만 다정해진다. 자기 신세의 비참함에 심취해 마약을 하고 이를 말리는 비키를 경멸한다. 그렇다. 하오하오는 자신의 자발적, 의도적 비루함을 예술가의 고난으로 오독한다. 비키의 몸과 돌봄, 노동에 극단적으로 기생하면서도 그녀에게 군림하려 든다. 치가 떨릴 만큼 익숙한 인물이다(이상의 〈날개〉를 떠올려보라).
소란 끝에 비키는 하오하오를 떨쳐낸다. 그러고는 클럽 관리자 격인 잭에게 의지하는 마음을 갖기 시작한다. 잭은 책임감이 있고 점잖다. 하오하오가 갖추지 못한 것을 가졌다. 그는 비키에게 안정감을 준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일본으로 떠난다. 비키는 그가 남긴 흔적을 쫓아 일본에 따라간다. 잭은 그녀를 위해 숙소를 잡아주었고, 편지를 남겼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비키는 끝내 잭의 비밀에 다가가지 못한 채 혼자 남는다. 잭에게는 비키와의 관계보다 남자들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음지의 일을 처리하고 관리하는 게 더 중요하다. 두 남자가 떠나간 후, 비키는 그제야 홀로 선다.
비키를 비난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도대체 왜 저런 남자들이랑 붙어 있냐’라는 책망은 그 욕망의 소유자도 적당한 답을 내놓을 수 없는 물음이다. 우리 모두는 종종 알 수 없는 동기로 이해 못 할 선택을 내린다. 문제는 선택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의 혼란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지다. 욕망과 충동의 완전한 통제는 불가능하다. 그 후과를 알맞게 갈무리하는 것이 성인의 자격이다.
불쾌한 냄새와 소음으로 가득 찬 비키의 2001년은 지극한 성장통의 시기였다. 하오하오는 비키가 자신을 떠나려 할 때마다 애원하며 그녀를 붙든다. 그는 자신이 쓰레기인 것을 안다. 만에 하나 ‘예술가’로 성공하면 미련 없이 비키를 버리겠지만, 그 희박한 가능성이 현실로 도래하기까지는 기생할 상대가 필요하다. 그런 자신을 품어줄 여자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아는 하오하오는 그래서 비키에게 더더욱 매달린다. 비키는 이를 관계의 특별함으로 착각했다. 그래서 하오하오의 곁에 머물렀다. 잭은 상대적으로 비키에게 안정감을 주지만 그녀와 자신의 비밀을 공유하지는 않는다. 비키는 잭에게 사랑의 대상이 아닌 친밀한 타자일 뿐이다.
세상의 떠들썩한 환호와 함께 맞이한 새로운 밀레니엄은 비키에게 지리멸렬한 현실의 연장에 불과했다. 오히려 모두가 희망적인 미래만을 말했기에 비키가 살아가는 현재의 형편없음이 더욱 극화되었다. 2001년 겨울, 비키는 하오하오와 잭을 거친 후에야 자신만의 뒤늦은 밀레니엄을 마주한다.
영화는 내내 명멸하듯 깜빡거리는 불빛과 뿌옇게 번진 빛의 이미지로 가득하다. 카메라에 담긴 대상의 경계를 명확하게 인식하기 어렵게 만드는, 많은 것을 뒤엉켜 보이게 하는 이 이미지들은 청춘의 열악한 삶을 환기하는 시청각적, 후각적 자극과 맞물려 비키가 살아가는 현실의 혼탁함을 구체화한다. 비키가 문제적 남성들을 떨쳐내고 하얗게 눈 덮인 일본의 한 마을에서 마침내 혼자가 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곳곳에 쌓인 하얀 눈은 어둡고 음습한 방의 뿌옇고 경계가 불분명한 혼탁한 이미지들을 단번에 무력하게 만든다. 일상적 장소에서의 이탈은 종종 시공간의 감각을 새로이 배열하여 기존의 감각을 성찰할 자원이 되어주고는 한다. 자기 자신의 욕망으로 두 남자에게 연루되어 고통받던 비키는 이 극명한 빛의 대비와 일상적 시공간에서의 이탈을 통해 자신을 객관화할 계기를 마련한다. 두 남자로 상징되는 벗어날 수 없는 폭력적 수수께끼를 뒤로하고 밀레니엄의 환희에 뒤늦게나마 동참하는 것이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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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로소 진짜 자신의 운전대를 잡게 된 모든 이들에게.
*스포일러가 포함된 리뷰이니 원치 않으시거나 관람 전이신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 주세요
하마구치 류스케가 돌아왔다. 이번 12월은 그의 달이라고 해도 될 만큼, 두 작품이 국내 관객들에게 무사히 안착했다. 바로 <해피 아워>와 <드라이브 마이 카>이다. 먼저 개봉한 <해피 아워>는 사실 2015년에 현지에서 개봉했지만, 한국에는 무려 6년이나 흐른 지금 개봉을 한 것이다. <해피 아워>가 개봉 후 몇 주 뒤 바로 <드라이브 마이 카>가 개봉을 하는데, 이렇게 같은 감독의 작품 더군다나 해외 감독의 작품이 연달아 개봉하는 것은 국내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또한 러닝 타임도 어마어마하다. <해피 아워>는 328분, 무려 5시간 반 그리고 <드라이브 마이 카>는 179분, 약 3시간이다. 그만큼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을 찾는 국내 관객들이 많아졌다는 뜻도 되겠지만, 동시에 두 작품을 만날 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도 되지 않을까.
본격적으로 국내에는 지난 2019년 개봉한 <아사코>로 이름을 날렸다.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이 생긴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멜로 영화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영화를 본격적으로 파헤쳐보면 일본의 대지진과 쓰나미의 흔적 속에서 방황하는 청춘의 목소리가 숨겨져 있었다. 장르와 플롯의 틀 속에서 완전한 류스케의 해석을 한 번에 읽어내기는 어렵지만, 개봉 당시 국내 씨네필들에게서 아주 열렬한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나 또한 <아사코>를 관람하고 난 후의 나의 주관적인 감상과 다른 관객들의 깊이 있는 해석을 비교하는 재미가 아주 컸었는데 이번 <드라이브 마이 카> 또한 어떤 매력이 있을지 매우 기대가 되었다. 지난 제 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단숨에 매진을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제 74회 칸 영화제 각본상 그리고 최근 LA 비평가 협회 최우수 작품상까지 수상하면서 전 세계가 주목을 한 번에 받고 있는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를 개봉 전 프리미어 상영으로 미리 만나볼 수 있었다.
영화는 겉보기에는 정말 아름다운 부부 가후쿠와 오토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지만, 이내 남편 가후쿠는 아내 오토의 외도를 목격하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내 오토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게 된다. 2년 후, 히로시마의 연극제에 초청을 받아 작품의 연출을 맡게 된 가후쿠가 그곳에서 자신의 전속 운전사 ‘미사키’를 만나게 되고, <드라이브 마이 카>는 그저 건조했던 둘 사이에 깊은 공감의 연대가 피어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줄거리가 명확하게 한 줄로 요약되지 않는 영화다. 그만큼 러닝타임이 길기도 하고 (약 179분) 한번에 영화적인 재미를 찾는 작품이기보다 천천히 그리고 묵묵하게 영화가 제시하는 텍스트를 해석해야 하는 작품이다.
영화는 단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차’ 그리고 ‘연극’ 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다 시피, 영화의 주요 소재는 바로 ‘차’이다. 그리고 당연히 가후쿠와 미사키 두 사람은 차에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후쿠는 우선 ‘차’라는 공간이 그의 최적의 연극 연습 공간이었다. 가후쿠는 상대 배우의 대사를 녹음해 준 아내 오토의 테이프를 매일 틀며 대사를 외운다. 그에게 있어 ‘차’는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자 누구에게로부터 방해 받지 않는 사적인 공간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집에서 아내 오토의 외도를 목격한 뒤로부터는 이런 성질이 더욱 강해진다. 어떻게 보면 그 이후에는 ‘연극 연습’이라는 틀 안에 그의 상처를 애써 외면하는 공간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미사키에게 ‘차’란 상처가 가득한 공간이다. 미사키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에게 학대를 받고 자랐으며, 새벽에 일찍 출근하는 어머니를 차에 태우면서 아주 섬세한 운전을 강요받았다. 그 덕에 운전 실력이 아주 뛰어난 미사키는 운전사라는 직업을 가졌지만 어릴 적 그녀의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이렇게 ‘차’라는 공간에서 각자 나름의 상처와 좌절감을 각자만의 방식으로 다뤄왔던 가후쿠와 미사키. 매일 운전을 하면서 목적지를 향해 달려도 마음속에서 그들은 수없이 방황하고 멈춤을 반복한다. 무미건조한 일상을 달려 왔던 이 둘이 마침내 만났을 때, 그들은 진짜 목적지를 향해 달려갈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키워드는 바로 ‘연극’이다. 영화의 8할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러시아의 유명 극작가 안톤 체홉의 「바냐 아저씨」라는 연극이 영화에서 대단한 지분을 가지고 있다. 가후쿠가 수도 없이 연습했던 연극 그리고 연출자로서 연극제에 출품하는 연극이 「바냐 아저씨」이고, 영화에서 자주 가후쿠와 배우들이 이 「바냐 아저씨」 대본 연습을 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영화 초반에는 이 극본의 대사가 무작정 흘러나오기 때문에 무슨 의미이지하고 의문이 들 수 있는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대사들의 의미가 또렷해진다. 「바냐 아저씨」의 설명을 가져 오자면, ‘개인의 고립과 소통의 단절 속에서 반복되는 절망과 후회를 보여주며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나와 있다. 영화를 다 본 후, 이 연극의 설명을 읽었을 때 정말 소름이 돋았다. 저 설명이 바로 <드라이브 마이 카>가 시사하는 바와 정확히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 수도 없이 연습해온 대사들과 연기, 아주 가까이 있었지만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익숙해져버린 모든 것이 다 자신을 향해 있었던 것이다. 배우들이 읊기도 하고 본인이 읊기도 했었던 대사들 하나하나가 결국 자신을 향하는 메시지였다. 단순히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던지는 화법보다, 모든 것이 ‘연극’으로 통하는 전체적인 구성을 통해 인물들에게 그리고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이 매우 고급스럽고 아릅답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감정을 끌어올려주는 류스케의 화법은 관객들에게 또 하나의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영화에서 다루는 연극 <바냐 아저씨>에는 매우 독특한 특징이 하나 있다. 바로 배우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배우들이 연기를 하는 동안 뒤편 스크린에서는 모든 대사가 각국의 언어로 번역된 자막이 나온다. 영화 전반적으로 이 연극의 대본 연습을 하는 과정들이 나온다. 배우들은 각자 맡은 역할의 대사가 끝나면 책상을 가볍게 노크한다. 각 배역의 대사가 모두 다른 언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차례가 끝났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다. 어떻게 보면 심오해 보일 수도 있고 긴 러닝 타임을 생각하면 다소 친절한 설정은 아니다. 개인적인 감상과는 별개로 영화를 보고난 뒤 왜 류스케 감독이 이런 설정을 넣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직관적으로 바라봤을 때, 배우들은 언어를 초월한 연대 속에서 연기한다. ‘언어’는 비록 다르지만 모두 같은 감정과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이 점이 핵심이다. 「바냐 아저씨」는 물론 주인공 가후쿠와 미사키를 향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기는 하지만 동시에 ‘살아 가야 한다.’는 것이 보편적으로 어떤 위로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도 보여준다. 언어를 초월한 연대에서 외치는 ‘살아가야 한다.’라는 말은 어떠한 위로의 방식보다도 강력하다. 살면서 다른 언어로 위로 받아 본 경험이 있는가. 나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없었지만, 각자 다른 언어의 형태로 와닿는 이 메시지는 같은 언어 열 마디보다 훨씬 압도적이고 생생했다. 류스케가 만들어낸 섬세하고 정교한 이 위로는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도 못할 것이고, 그리고 앞으로도 따라하지도 못할 것이다.
두 가지 특징을 모두 다 훑어 봤을 때, 영화가 정확하고 깔끔하게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해석과 리뷰들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느낀 바는 이렇다. 결국,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차’란 가후쿠와 미사키의 주체성을 나타낸다. 매일 똑같은 길을 반복해서 돌고 있는 가후쿠와 미사키. 동시에 그들 내면의 깊은 상처도 오랜 시간 쳇바퀴 도는 듯 반복된다. 종이와 펜을 생각해보자. 펜을 들고 종이에 원을 그린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린다. 그 원들이 반복되면, 점점 원 안이 채워지면서 진해지고 이내 점이 된다. 그리고 이내 그 농도를 버티지 못한 종이에 구멍이 생긴다. 그 구멍을 통해 그 원은 비로소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가후쿠와 미사키도 마찬가지다. 같은 곳을 수도 없이 빙빙 맴돌다 비로소 만나게 된 서로는 앞으로 나아가게 할 원동력이 된다.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린 운전처럼, 매일 같은 곳을 덤덤히 맴돌았던 서로는 마침내 진짜 자신의 ‘차’를 운전할 수 있게 된다. 즉, 자신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또렷하게 들여다보게 된 그들 사이로 새하얀 눈이 내린다. 새카맣게 타버린 그들의 마음을 새롭게 녹여주듯이. 비로소 진짜 자신의 운전대를 잡게 된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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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비한 동물사전>사랑과 연대로 아웃사이더들을 치유하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검은 괴생명체 옵스큐러스가 거리를 쑥대밭으로 만든 1926년 뉴욕. 미국 마법 의회 MACUSA의 피쿼리 대통령과 오러인 '퍼시발 그레이브스(콜린 파렐)'가 옵스큐러스를 추적하는 사이, 영국인 마법사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매인)'가 뉴욕에 도착한다. 자신이 마법의 가방 안에서 돌보던 천둥새를 본래 집에 풀어주기 위해 미국을 찾은 뉴트. 그러나 은행을 지나던 중 금은보화를 좋아하는 동물인 니플러가 가방을 탈출한다. 그 와중에 뉴트와 노마지 ‘제이콥(댄 포글러)’의 가방이 뒤바뀌면서 신비한 동물들이 대거 탈출하자 그들은 동물들을 찾기 위해 뉴욕 곳곳을 누비기 시작하고, 전직 오러 ‘티나(캐서린 워터스턴)’와 마법 의회 직원이자 자매인 ‘퀴니(앨리슨 수돌)'와 그들은 엮이게 된다. 한편, 옵스큐러스의 횡포가 점점 거세지는 가운데 마법 사회와 노마지 사회를 모두 혼란에 빠트리는 테러가 발생하고, 이방인인 뉴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년 '크레덴스(에즈라 밀러)'와 함께 예기치 못한 혼란의 중심에 선다.
2016년에 개봉한 <신비한 동물사전>은 <해리 포터> 세계관 속 프리퀄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작품으로, 시리즈의 3편인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의 4월 개봉을 앞두고 재개봉했다. 개봉한 지 5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신비한 동물사전>은 속편인 <그린델왈드의 범죄>가 혹평을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재평가되고 있으며, 원작자이자 각본가인 조앤 롤링이 혐오 논란에 휩싸이면서 역설적으로 주목받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딱히 영웅이라 보기 힘든 아웃사이더들을 전면에 내세워서 <해리 포터> 시리즈로부터 이어지는 ‘사랑’이라는 주제 의식을 스크린 위에 인상적으로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비한 동물사전>에 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려면, <해리 포터> 시리즈를 되짚어보고 넘어가야만 한다. 이때 <해리 포터> 시리즈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그 단어는 ‘사랑’이 될 것이다. 당장 사랑이라는 감정과 그 힘을 아는 해리와 알지 못하는 볼드모트의 갈등이 시리즈의 중심에 있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실제로 시리즈 속 해리는 부모님과 선생님, 동료, 그리고 친구들의 사랑과 우정 덕분에 볼드모트의 위협으로부터 몇 번이고 생존하고 탈출할 수 있었다. 반대 양상도 나타난다. 마지막 호그와트 전투에서 볼드모트의 저주가 호그와트를 지키려는 이들을 헤칠 수 없었던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해리가 자신을 보호해준 수많은 이들처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결과 모두에게 보호 마법을 걸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반면에 볼드모트에게는 연인도, 친구도, 동료, 가족도 없었다. 그는 죽을 때까지 사랑을 이해하지도, 느끼지도 못했다. 그래서 그는 덤블도어와 해리의 계획과 선택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자신의 영혼이 불구가 될 때까지 영혼을 잘라내는 어둠의 마법인 호크룩스를 연달아 만들면서 파멸을 자초했다. 그래서 <해리 포터> 시리즈는 알버스 덤블도어는 사랑이 모든 마법 중에서 가장 강력하며 마법의 기초가 되는 근원적인 고대 마법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해리 포터>는 철저히 예수의 사랑과 희생을 강조하는 기독교 신약의 알레고리로 무장한 작품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는 <신비한 동물사전>도 마찬가지다. <해리 포터>의 프리퀄 영화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본인만의 방식으로 녹여낸다. 그 중심에는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들, 뉴트 스캐맨더, 티나 골드스틴, 퀴니 골드스틴, 제이콥 코왈스키가 있다. 이들은 모두 '아웃사이더'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동물과의 소통이 더 편한 마법사인 뉴트는 대인관계에 굉장히 서투르다. 티 나는 자신이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미국 마법 의회에서 배척받는 인물이다. 그녀의 여동생인 퀴니는 선천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지닌 강력한 레질리먼스라서 주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미움을 산다. 제이콥 또한 변화한 미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제1차 세계 대전의 참전용사로 묘사된다.
영화는 이 네 아웃사이더의 선택을 통해 사랑이라는 주제를 전달하고 있다. 옵스큐러스를 둘러싼 혼란과 뉴트의 가방에서 튀어나온 신비한 동물들로 인해 의심과 두려움이 가득한 관계였던 네 주인공. 그들은 뉴트를 돕는 일련의 여정을 통해 우정과 로맨스를 쌓고,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해가면서 서로에게 필요했던 위로를 얻는다. 퀴니는 뉴트에게 마음을 받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마음을 주는 사람을 만나보는 것이 어떻겠냐며 그의 아픔을 어루만진다. 티나와 뉴트는 서로의 길을 응원하며, 뉴트는 빵집을 차리려는 제이콥의 꿈을 이루어 줄
지렛대를 놓아준다. 또 제이콥은 늘 외롭게 살아왔던 퀴니에게 따뜻함을 선사한다. 이렇게 영화는 소외받는 이들이 서로 어떻게 힘이 되어주고 치유해 줄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이때 네 아웃사이더의 연대는 그 안에 속하지 못하는 다른 아웃사이더들의 존재 덕분에 더욱 강한 인상을 남기는 듯 보인다. 크레덴스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어머니라고 생각한 사람에게 학대당한다. 그가 조력자이자 구원자로 믿었던 그레이브스는 이용가치가 떨어지자 크레덴스를 가차 없이 버린다. 이렇게 마법사 사회와 머글(노마지) 사회로부터 모두 버림받은 존재인 그는 네 주인공과 달리 자신을 보듬어줄 공동체를 발견하지 못하고, 끝내 혼자 남는다. 이러한 대조는 개인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 이들이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에 더해 영화의 최종 흑막인 '그린델왈드(조니 뎁)' 역시 아웃사이더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아웃사이더라는 개념은 개인의 주관적 인식에 의해 결정된다. 자신이 공동체와 사회로부터 배제당하고 소외당한다는 서사를 가진다면 누구나 자신을 아웃사이더로 여길 수 있다. 이는 그린델왈드가 마법사 사회를 향해 자행한 자신의 테러를 합리화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는 마법사들의 존재를 비밀에 부치는 법률을 두고 “이 법은 대체 누굴 위한 거지? 우리? 아니면 저들? 난 더 이상 이 법을 따르지 않겠다”라고 말한다. 마법사들이야 말로 마법사가 아닌 노마지(머글)에 의해 차별과 공격을 당하고 있으니 자신도 아웃사이더이고, 따라서 그들에게 반격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스스로에게 피해자 서사를 부여하고, 실재하든 아니든 외부의 적을 가정하여 공격성을 표출하는 것은 그린델왈드의 모티브인 히틀러와 나치의 서사임이 분명해 보인다. 동시에 혐오와 증오가 점점 더 중요한 정치적 개념으로 떠오르는 현대 사회에서 경계해야 할 서사이기도 하다. 즉, <신비한 동물사전>은 아웃사이더라는 틀을 깨고 나와 다른 이들과 공존할 것인지, 아니면 그 틀 안에 갇혀서 반목할 것인지 그 선택에 대해 묻는 영화인 것이다. 이는 2020년에 트랜스젠더 혐오 논란에 휩싸였고, 그 결과 해리포터 20주년 다큐멘터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원작자 조앤 롤링의 태도가 더욱 실망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신비한 동물사전>은 사랑, 구체적으로는 아웃사이더들의 연대라는 테마를 인간 사이에서만 국한시키지는 않는다. 덕분에 영화의 메시지와 주제의식은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그 중심에는 신비한 동물들이 위치한다. 본작에서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살짝 모습을 비추고 존재를 암시했던 여러 동물들이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니플러, 스노잉 이블, 보우트러클과 천둥새 등이 뉴트와 맺는 유대 관계는 마법사와 노마지(머글) 간의 갈등과 함께 영화의 두 축을 나눠 맡는다.
뉴트는 각 개체에 알맞은 소통 방식을 정확히 알고 있으며 각 동물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좋아하는지를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는 동물들을 자신의 소유가 아닌 동등한 생명체로써 존중할 수 있고, 그들이 없어졌을 때도 더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신속히 되찾을 수 있었다. 역으로 보면, 뉴트가 신비한 동물들을 자신과 동등한 개체로 대했기에 그들도 뉴트가 필요로 할 때마다 도움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옵스큐러스와 그린델왈드가 초래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서 신비한 동물들도 자연스레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신비한 동물사전>은 주류 마법사 사회에서 배제당한 아웃사이더뿐만 아니라, 마법사와 동물들 간의 유대감에도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며 그들이 함께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공들여 묘사한다. 그러니 이 영화를 보고서 남녀, 부모와 자식 간의 개인적 사랑을 넘어서는 공동체적, 사회적 차원의 사랑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신비한 동물사전>은 거대한 상업 영화이자 판타지 영화이기 이전에 왜 사회적으로 소외되는 이가 없는 그런 공동체가 필요한지, 왜 다양성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한지를 자연스럽게 환기하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신비한 동물사전>에는 아쉬움도 적지 않다. 뜻깊은 주제와는 별개로 장단점이 뚜렷한 스토리텔링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불사조 기사단>부터 계속해서 해리 포터 시리즈의 메가폰을 잡고 있는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옵스큐러스의 정체와 관련된 맥거핀을 중요한 영화적 장치로 활용한다. 이는 <쿠쿠스 콜링>이라는 추리소설을 집필하기도 한 조앤 롤링의 영향도 있어 보인다.
실제로 이 맥거핀은 극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영화의 리듬감을 조절하며 서로 다른 두 개의 플롯을 연결한다. 크레덴스가 등장하는 스릴러 내지는 미스터리 호러 장르와 뉴트가 등장하는 어드벤처 장르를 오가며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이 맥거핀은 192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과 어우러지면서 호그와트를 배경으로 한 <해리 포터>의 밝고 동화적인 분위기가 아닌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만의 어둡고 중후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도 성공한다.
그러나 맥거핀이 주는 반전을 맛보기 전까지 과정이 다소 늘어지는 점은 명백한 단점이다. 주요 인물들과 신비한 동물들을 소개하고 <해리 포터> 시리즈와의 연결점을 소개하는 단계에서 딱히 필요치 않은 장면이 끼어들어 극의 진행을 방해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는 전체적으로는 실보다는 득이 많았기 때문에, 기존 시리즈와 차별점을 두기 위해 충분히 시도해 볼 만했던 연출과 편집 상의 도전처럼 보이기는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여러 측면으로 자신만의 매력을 구축해 관객들을 만족시킨 <신비한 동물사전>은 몇 가지 단점이 있다 하더라도 충분히 성공적인 시리즈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A(Acceptable, 무난함)
사랑과 연대로 분노와 혐오를 극복하려는 아웃사이더들의 안정적인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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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흩어진 밤 리뷰 -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가족의 해체
#흩어진밤 #가족 #독립영화
[공지?]해당 영상은 배급사 '씨네소파'의 저작권이용 허락을 받아 제작된 영상입니다 :)?
작품 "흩어진 밤"은 오는 24일 개봉합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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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같이 살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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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집에 찾아드는 낯선 사람들.
엄마와 함께 공부에 집중하는 오빠.
일주일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아빠.
그리고 원치 않게 떠맡게 된 힘든 선택.
어둠 속에서 흩어지는 마음들을 바라보는 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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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흩어진 밤]은 10살 수민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가족의 해체와 원치 않는 선택을
사실적이면서도 담백하게 그려낸 웰메이드 영화입니다.
관객들을 천천히 그 상황에 데려다 놓으면서 어떤 기억에 한 켠에 있던
지난 날을 다시 마주하게 하는데요.
과연 수민이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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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25]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 자산어보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가 지난 주 개봉했습니다.
흑백영화로 촬영된 영화는 정약전이 흑산도 유배시절 쓴 자산어보의 서문의 내용을 바탕으로 상상을 가미하여 만들어낸 영화입니다.
매우 아름답게 촬영이 되어서 하나의 수묵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줍니다.
정약전은 기본적으로 평등주의적이고 평화주의적인 열린 사고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반면 창대는 성리학을 따르는 것이 진정한 진리라고 생각하고 그 길로 향하려 하죠.
서로 관계가 처음에는 좋지 않지만 정약전은 창대에게 책에 대해 알려주고 창대는 정약전에게 어류에 대한 정보를 알려줍니다. 서로 교환으로 시작한 이 관계는 점점 깊어지죠.
결국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영화에요.
배우들의 연기도 좋구요자세한 내용은 리뷰를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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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에선 기세가 8할이야" 매 순간 사활을 건 그들의 이야기 3월, 레전드X레전드 조합으로 극장에서 '승부' 본다 [승부] 공식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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