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0932023-10-12 19:05:04
넷플릭스 새콤달콤 영화 결말 등장인물 반전 로맨스 영화| 장기용 채수빈 주연
새콤달콤한 연애가 시작된다
새콤달콤 좋아하시나요?!
그럼, 영화 새콤달콤을 좋아하실 겁니다!
때론 달콤하게, 때론 시큼하게 다가오는
새콤달콤처럼 사랑의 맛을 여러 가지로
표현한 넷플릭스 영화 새콤달콤
장기용과 채수빈의 흐뭇한 커플 이야기와
더불어 반전미가 가득한 영화 새콤달콤!
그럼, 넷플릭스 새콤달콤 영화 리뷰 시작해 보겠습니다.
기본 정보
장르 : 로맨틱 코미디
감독 : 이계벽
각본 : 성다솜
출연진 : 장기용, 채수빈, 정수정
개봉일 : 2021년 06월 04일
평점 : 8.11
스트리밍 : NETFLIX
기획 의도
매번 해도 어려운 연애,
하지만 그 새콤달콤한 연애의 맛에
제대로 빠져버린 달콤한 연인 장혁과 다은,
그리고 새콤한 매력의 보영까지
세 남녀가 그리는 찐 현실 로맨스
등장인물
이장혁 | 장기용
대기업으로 비정규직으로 파견을 나가며
정직원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다은의 남자친구
다은 | 채수빈
병원에서 3교대를 근무하는 간호사,
장혁의 여자친구
보영 | 정수정
같은 대기업으로 파견 나간 비정규직.
여담
영화 새콤달콤의 경우
2020년 개봉을 앞두고 있었으나,
연기가 되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개봉되었다.
넷플릭스 영화의 경우
실망하는 영화가 대부분이지만,
새콤달콤의 경우 평균 8점대라는 높은 점수를
유지하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이누이 구리미 소설
<이니시에이션 러브>를 원작으로 만든 작품이다.
후기 및 결말
영화 새콤달콤 결말
공항에서 다은(채수빈)을 발견한
장혁(장기용)은 다은을 향해 뛰어가지만,
그때 한 남자와 부딪혀 쓰러지게 된다.
부딪힌 남자는 이장혁, 그동안 일에 바쁘다는
핑계로 서운해진 헌 운동화 장혁과는 헤어지고
시들해진 사이에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준
새 운동화 이장혁과 제주도를 떠나는 모습을
보여주며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장혁의
모습을 끝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두 남자배우가 '장혁'이라는 이름을 쓰면서
뭐지?스러우면서 끝까지 봤더니
2명의 장혁이 있을 줄이야...
넷플릭스 킬링타임으로 추천해 주고 싶은
영화 새콤달콤!
여러 가지 맛을 느낄 수 있는 새콤달콤처럼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영화 새콤달콤
추천드립니다~
한줄평 : 넷플릭스 영화가 8점? 그럼 좋은 영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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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시간과 장소, 영화
씨네랩의 초대를 받아 시사회 관람 후 작성된 리뷰입니다. :)
서늘하고 건조한 헬싱키의 풍경이 유머와 사랑으로 따뜻하게 물든다.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낯선 두 사람이 만나 사랑에 빠지는 두말할 나위 없는 로맨스 영화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감정의 진폭은 절제되어 있다. 이름도 모르는 여자와 결혼까지 생각하고 여자는 남자의 연락을 오매불망 기다린다. 카우리스마키 감독 특유의 아주 덤덤한 말투와 무표정한 얼굴로. 설사 감독의 웃음 코드와 맞지 않을지는 몰라도 이 영화가 사랑스럽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안사(알마 포이스티)는 다소 피곤한 표정으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에 스티커를 붙이고 분류한다. 경비원의 눈길은 시종일관 안사를 향한다. 그 눈빛은 애정과 호감이 아닌 감시의 눈이다. 경비원은 직원들이 스티커를 붙이고 제품을 폐기하는 모습을 경직된 모습으로 응시한다. 결국 안사는 폐기 제품을 챙기고 노숙자에게도 음식을 나눠줬다는 이유로 해고당한다. 사회에 만연한 비정규직의 서러움은 동료들과 함께 매니저에게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으로 끝난다. 안사는 곧바로 다른 일을 찾아 나선다. 삶의 어려움은 근무 환경의 팍팍함만이 아니다. 안사는 전기세 고지서를 보다가 콘센트를 뽑고 이내 차단기까지 내려버린다.
홀라파(주시 바타넨)는 우울과 과음의 순환에 빠진 건설 현장 노동자다. 노후된 장비로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한 홀라파는 높은 혈중 알코올 농도를 빌미로 해고당한다. 고독을 좋아하지만 사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홀라파는 술을 통해 우울한 현실을 잊는다. 동료 한네스는 이런 그를 이끌고 가라오케로 향한다. 그곳은 노래를 부르고 들으며 현실의 고단함을 잠시 뒤로 하는 곳이다. 가라오케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된 안사와 홀라파는 슈베르트의 ‘세레나데’가 흘러나오는 동안 사랑에 빠진다. 세레나데와 함께 안사와 홀라파의 얼굴 클로즈업이 짧게 교차되며 서로를 향한 마음을 드러낸다. 삶의 고단함 속에서도 여지없이 사랑은 시작된다.
안사와 홀리파의 사랑은 무미건조하면서도 따뜻하다. 겨우 전달한 번호를 적은 쪽지는 바람에 날아가 버리고 서로의 이름도 모른다. 연락할 방도가 없기에 무작정 영화관 앞에서 상대를 기다린다. 빠른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현실이 무색하게 이 영화의 사랑은 느리다. 안사는 타인을 걱정할 줄 아는 사람이다. 고주망태로 버스 정류장에 잠든 홀리파가 불량 청소년들에게 에워싸인 것을 보고 다가가고, 그의 얼굴을 고쳐주고 쓰다듬어준다. 그의 사랑은 안락사를 당할 뻔한 강아지에게도 이어진다. 하루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내일의 삶이 곤궁해지지만 자신과 다른 존재에게 관심을 쏟고 보살피려는 노력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사랑은 낙엽을 타고>의 시대적 배경은 안사의 새로운 직장인 ’캘리포니아 펍‘에 걸린 달력에서 알 수 있듯이 2024년이다.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80년대 정도로 생각하기 쉬운데, 인물들이 TV는커녕 라디오로 뉴스와 음악을 듣고 유선 전화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디오에서 시종일관 흘러나오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의 속보는 퇴보한 현대를 충분히 설득한다. 감독은 전쟁의 여파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사람들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시간뿐만 아니라 공간마저 뛰어넘으려 한다. 분명 배경은 헬싱키지만 각 가게에는 특정 나라의 도시 이름이 쓰인다. 초점 없는 눈으로 연거푸 맥주만 들이켜는 사람들이 모인 ‘캘리포니아 펍’의 사장은 마약 거래를 하다 적발된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카페’의 음료는 과연 알록달록하다. 두 사람의 첫 데이트 장소인 낡은 극장은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시대의 영화가 모여있는 곳이다. 두 사람은 짐 자무시의 좀비영화 <데드 돈 다이>를 함께 보고 나온다. 극장에는 로베르 브레송과 장 뤽 고다르의 영화 포스터가 걸려 있다. 극장에서 나온 사람들은 브레송과 고다르를 언급하며 소감을 전한다.
무엇보다 영화에 대한 사랑을 말하는 영화인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음악은 사랑의 시간이요, 영화는 사랑의 장소임을 일깨운다. 나라와 나라를 넘나들며, 시간을 초월하여 사랑을 전할 수 있는 것이 영화와 음악임을 유쾌하게 고백한다. ‘채플린’이라는 강아지와 함께 두 사람이 걸어가는 마지막 장면은 <모던 타임즈>가 연상되는 마지막이다. 자본주의의 굴레 속에서 하나의 사랑을 찾는 망명자를 대변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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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영원히 빛날 사운드, 엔니오 모리꼬네
[JIFF 데일리] 영원히 빛날 사운드, 엔니오 모리꼬네
영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리뷰감독] 쥬세페 토르나토레
출연] 엔니오 모리꼬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줄리아노 몬탈로, 마르코 벨로치오
시놉시스] 수많은 작품을 쓰고 엄청난 인기를 누린 20세기의 음악가 엔니오 모리꼬네에 대한 완전무결한 초상이다. 그는 500곡이 넘는 잊을 수 없는 영화 음악을 작곡했으며, 오스카상을 두 차례 수상하고, 전 세계 관객의 가장 큰 사랑을 받았다. 거장과의 긴 인터뷰에 더해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줄리아노 몬탈도, 마르코 벨로치오, 다리오 아르젠토, 타비아니 형제, 카를로 베르도네, 배리 레빈슨, 롤랑 조페, 올리버 스톤, 쿠엔틴 타란티노 같은 여러 아티스트 및 감독들의 증언을 통해 이를 보여 주는 다큐멘터리다. 픽션 장면들과 음악, 아카이브 이미지들을 모았다.
#스포일러 주의#
어떻게 안주하지 않을 수 있을까거의 3시간이 다 되는 시간 동안 작품을 보며 내내 들었던 생각은 저 정도 위치에 저 정도 능력에 저 정도 권위를 가졌다면 안주할 법도 한데 어쩜 저렇게 매번 새로움을 추구할 수 있을까? 였다. 사람이 어느 하나로 성공을 했다면 그와 비슷한 기회가 다시 찾아왔을 때 새로움 보다는 안정적인 기존의 방식을 선택하면서 안전한 성공의 길을 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엔니오 모리꼬네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기존의 관습을 답습하거나 고수하려는 감독을 만나면 열렬히 싸우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나가도록 그들을 이끌었다.
이제는 익숙한 서부극에서의 웅장한 사운드와 휘파람 소리. 너무나도 익숙해서 첫 서부영화가 만들어질 때부터 고정된 레퍼토리처럼 사용되는 bgm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엔니오가 영화음악계로 입성하기 전 서부극에서는 진중한 음악도, 휘파람 소리도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엔니오는 그런 서부극에 오케스트라와 휘파람 소리, 코요테 소리 등 다양한 소리들을 엮어서 우리가 지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서부극의 소리를 창시한 사람이었다. 이처럼 그는 그 장르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일상의 소리들을 영화 음악으로 편입시키면서 계속해서 변주를 했고, 이를 통해 20세기 영화 음악이 다채로워질 수 있는 기반을 닦고, 발전시켰다.
영화 음악은 영화의 심리학이다영화 관상 속 수양대군의 등장씬은 아직도 회자될 만큼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장면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음악이다. 이정재가 그 음악을 자신의 등장씬에 쓰기 위해 개런티 일부를 포기하고, 그 금액으로 음악을 넣을 수 있었다는 풍문이 돌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만큼 현대 영화 속에서 사운드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이를 명확하게 캐치했던 인물이 바로 엔니오 모리꼬네였다.
그가 처음 영화 산업에 발을 들일 무렵, 영화 음악은 영화의 보조적인 수단에 불과했다. 하지만 엔니오는 자신의 음악을 통해서 캐릭터의 감정을 때로는 더 부각시켜 표현을 하거나, 오히려 정반대의 감정을 제시함으로써 관객들이 캐릭터의 감정으로부터 조금 떨어져 객관적인 시각으로 영화를 볼 수 있게끔 영화 음악을 작업했다. 그래서 영화 산업이 막 발전하던 시기 사람들은 엔니오의 음악 때문에 영화가 살았다라는 평이 자자했을 정도였다. 그만큼 엔니오는 모든 영화의 시나리오를 파악하고, 감독과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이 생각한 영화의 분위기를 가장 잘 살려줄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 냈고, 그 결과 그의 500여 편의 영화 음악들은 대부분 박수를 받았고, 장르별로 한 획을 그은 음악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음악의 짧은 도입부만으로도 관객들을 사로잡으면서 그는 영화 속에서는 캐릭터의 심리를, 밖에서는 관객들의 심리를 모두 아우르는 명작들을 창조해냈다.
캐릭터를 분석하고 감정을 담아내는 요소로써 영화 음악의 중요성을 보여준 엔니오가 아니었더라면 과연 21세기 지금의 영화는 이만큼 청각적으로 다채로운 시기를 맞을 수 있었을까 싶다. 영화 음악의 방향성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움을 추구하며 영화 음악의 다채로움을 불어넣던 그의 작업들은 앞으로 영화 음악사에 가장 기본이자 완성된 교과서로 계속해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가 베토벤과 모차르트를 언급하며 클래식의 위대함과 정통성을 찬양하듯, 엔니오 모리꼬네는 영화 음악에서 그들과 같은 존재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영화 엔니오 : 더 마에스트로는 타개한 그를 그리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다시 한 번 그의 열정을 느끼고, 그의 작업들을 돌아보며 그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상영시간표]
2023. 04. 29 16:00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 (238)
2023. 04. 30 16:30 CGV전주고사 1관 (342)
2023. 05. 05 13:30 CGV전주고사 1관 (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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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크리스마스는 12월 21일인 걸로
올해는 유난히 눈이 잦다. 아침에 눈을 뜨면 소복이 내려앉은 흰 풍경을 보기도 했고, 길을 거닐다가 바람에 흩날리는 진눈깨비를 만났으며 우산이나 모자 없이는 한 발 내딛기도 힘든 때도 있었다. 눈. 대부분 어린이가 그러하듯 나 또한 눈을 아주 좋아했는데 어느 때부턴가 골칫거리라고 느꼈다. 희게 날리는 눈발을 보아도 이것들이 쌓여서 생길 질퍽대는 까만 흔적들을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혹 땅이 얼기라도 하면 불편은 가중되었으므로 겨울의 눈 소식만큼 듣고 싶지 않은 소식이 없었다.
그런데 올해엔 무슨 바람이 들었나. 11월 초, 같이 일하던 사람이 튼 크리스마스 캐롤 때문이었을까. 출퇴근 길, 귀에 항상 꽂힌 이어폰에서는 일찌감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흘러나왔다. 특정날을 기다리는 시간이 이렇게 행복하다는 걸 처음 느낀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와서는 크리스마스에 대한 감흥이 없다. 캐롤도 거의 듣지 않고. 아마 이른 크리스마스를 맞이했기 때문이겠지.
12월 21일. 꼭 데칼코마니 같은 이 날은 닮은 듯 다른 캐롤의 두 주인공이 처음으로 약속을 잡고 만난 날이다. 때마침 21일엔 눈이 내리다 못해 쌓였고, 그런 날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볼 수 있단 게 어찌나 행복하던지. 왠지 모를 떨림과 함께 자리에 앉았고, 불이 꺼지며 영화가 시작되었다.
* 아래부터는 영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언젠가 그런 평을 보았다. 이 영화가 감독인 토드 헤인즈의 최고작이라고. 물론 2016년 개봉작임을 감안하면 지금은 또 다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오프닝 시퀀스를 보고 동의했다. 집에서 작은 화면으로 두어 번 보았던 이 영화가 얼마나 위대하게 시작했는지.
녹슨 쇠창살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 벽지 패턴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배우들 이름이 그 위에 하나씩 얹어졌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서정적인 배경음악이 잠시간의 지루할 시간을 달래려는 듯, 영화의 전체 분위기를 들려주려는 듯 이어졌고. 영화 제목이자 주인공 이름인 'carol'이 뜨자 약간 부산스러운 소리가 새로 등장했다. 이윽고 카메라가 위로 올라가더니 문인지 창문인지 모를 그 쇠창살의 정체를 보여준다. 하수구. 이제부터 기나긴 테이크다. 하수구에서부터 도로변,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신호등.
구체적인 위치나 시대는 몰라도, 사람들의 옷차림과 북적한 분위기만으로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다. 여긴 도시이고, 지금보다 1900년 중반쯤을 다루는 듯하고, 미국인 것 같다. 카메라는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거리 전체를 보여주는데 처음으로 배경음악보다 커다란 목소리가 들린다. 가판대에서 책을 사는 남자. 카메라가 다시금 움직이고, 택시를 부르는 또 다른 남성의 음성이 들리는가 싶더니 드디어 다음 컷으로 넘어갔다.
책을 손에 든 남자가 계단을 빠르고 가볍게 오른다. 손에 쥔 책을 보고 관객은 예감한다. 아, 좀 전에 책 샀던 남자구나 하면서. 그는 한 레스토랑에서 바텐더와 대화를 주고받다가 아는 사람을 발견했는지 걸음을 옮긴다. 앞으로의 여정을 함께 할 캐롤이 보인다. 하지만 남자는 캐롤과 마주 보고 있는 뒤통수의 주인공, 테레즈에게 아는 체한다. 둘 사이의 오묘한 분위기는 테레즈의 친구가 끼어들며 자리가 아예 파하는 것으로 끝난다.
궁금증을 한껏 유발하더니 영화는 테레즈의 좀 더 앳된 시절로 전개된다. 백화점 판매원으로 일하는 테레즈.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해 경영진이 필수로 착용하라는 모자를 느지막이 쓰고, 손님을 응대한다. 그러다가 문득 한 곳에 그의 시선이 콕 박혔다. 눈을 떼지 못한다는 표현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이, 눈도 안 깜박이며 뚫어지게 쳐다본다. 시선의 끝엔 캐롤이 있었고.
둘의 눈이 마주치고, 잠깐 손님의 시야로 가려진 캐롤은 사라졌나 싶더니 손에 쥔 장갑을 턱 내려놓으며 테레즈에게 말을 건다. 자신의 딸 린디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려는데 뭘 줘야 할지 모르겠다며. 그에 테레즈가 캐롤이 보고 있던 장난감 기차 세트를 추천한다. 이름, 주소, 연락처를 적은 빌지를 끝으로 둘은 손님과 점원 간의 짤막한 만남으로 끝나는가 싶었다. 그런데 캐롤이 두고 간 장갑. 이 장갑을 기차 세트에 함께 보내며 테레즈는 그 연결을 이어가고자 한다.
분실물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건 점원으로서의 당연한 행동이지만, 캐롤에게 제대로 기차 세트가 도착했는지 거듭 확인하는 그 목소리엔 분명한 기대감이 있었다. 고마움을 표하는 전화가 한 번쯤은 걸려 오지 않을까 하는. 내색하지 않아도 은근히 캐롤을 기다리던 테레즈에게 곧 반가운 목소리가 찾아왔다. 수화선 너머의 캐롤. 고마운 마음에 점심을 사고 싶다며 둘은 약속을 잡는다.
12월 21일 오후 2시.
테레즈는 공책에 캐롤의 이름과 만날 장소, 시간까지 천천히 적어 내려 간다. 한 획을 긋는 그 손길은 조심스러움이 묻어났고, 그게 참 소중해 보였다.
먼저 도착한 테레즈. 캐롤은 약속에 늦어 미안하다는 사과로 첫인사를 건넨다. 곧 메뉴를 고르는데 능숙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주문하는 캐롤과 달리 테레즈는 곁눈질을 하다가 같은 걸로 달라고 한다. 캐롤과 같이 있는 동안 테레즈는 늘 그래 보였다. 캐롤이 "Would you?" 하며 무언가를 제안하고, 테레즈는 넙죽 "Yes"로 답한다. 그렇게 크리스마스이브에 뉴욕 외곽에 있는 캐롤 집에 가게 된 테레즈.
테레즈는 꽤 들떴던 것 같다. 새하얀 눈을 보면 몽글몽글해지는 우리네 마음처럼. 집안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기도 하며, 나름 캐롤을 중심으로 린디, 테레즈가 조용하고도 평화롭게 시간을 보내는 듯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캐롤의 불청객이 찾아온다. 캐롤과 이혼 소송 중인 하비. 분위기는 폭삭 무너진다. 테레즈가 피아노 치던 화기애애한 순간이 한순간에 꿈같은 일로 뒤바뀌고, 캐롤과 하비의 날카로운 음성들을 들으면서도 듣지 않는 체하며 테레즈는 멀찍이 서성였다. 하비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테레즈를 추궁하며 무례하게 묻는다. 캐롤이랑 무슨 관계냐고. 또 무슨 짓을 벌인 거냐며.
하비의 폭주는 테레즈를 당혹스럽게 할 뿐만 아니라 캐롤의 자존심이 다칠 만한 행동이었다. 캐롤은 힘겹게 상황을 수습해 간다. 크리스마스는 절대 양보하고 싶지 않았지만 린디를 하비 품에 보내고, 테레즈 또한 집으로 돌려보낸다.
결국 기차 안에서 눈물을 흘리던 테레즈. 분명한 상처였다. 대신 담배를 사 오겠다는 말에 캐롤이 이 밤에 주위가 얼마나 위험한지 아느냐는 분노 섞인 답변이 그를 아프게 했던 것도 있겠지만, 자기 자신에게서 느끼는 실망감으로도 보였다.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함. 알 수 없는 이야기로 언성을 높이는 두 사람 사이에서 눈치 보다가 하루가 끝났다. 크리스마스트리를 고르던 캐롤을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처음으로 인물 사진을 찍어보기 시작한 변화의 날이 이렇게.
침착함을 되찾은 캐롤이 테레즈에게 사과를 건네고, 테레즈는 이를 받아들였다. 캐롤의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것일지, 혹은 좋아하는 마음으로 상처를 덮어버린 것인지. 린디와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없게 된 캐롤은 접근 금지까지 받게 된다. 크리스마스 기간 동안 자신의 가족들과 보내자는 하비의 말을 완강히 거절한 캐롤에게 벌을 주듯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느낌은 캐롤 또한 똑같이 받는다. 하지만 그는 가만히 있거나 슬퍼하기보다는 뭐라도 말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다. 서부 여행을 가려는데 테레즈에게 동행을 제안한다. 이번에도 역시, YES.
이 말에 엄청난 분노에 휩싸인 남자가 있었으니, 그의 연인 리처드다.
사실 명목상 연인이라고 할 정도로 테레즈와 그 사이엔 별다른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리처드는 유럽 여행을 가자며 오랫동안 테레즈에게 졸랐고, 캐롤의 모든 말에 좋아요를 외치던 테레즈는 대답을 피하기에 급급했다. 그런데 그런 테레즈가 캐롤과 여행을 가겠다니. 자신이 정체 모를 사람에게 밀렸다는 인상을 받은 리처드가 난폭한 말을 퍼붓는다. 2주 뒤면 자신에게 만나달라며 빌게 될 거라는, 바람 섞인 말을 뱉고는 자리를 박차고 나섰다.
여행은 순조로웠다. 캐롤이 운전하고, 중간중간 식사를 하고, 가끔은 차에서 간단히 먹기도 하고. 스탠더드 룸 2개를 쓰던 둘은 할인을 핑계로 스위트룸에 묵으며, 더 가까워졌다. 여행을 하며 점점 확신에 차던 테레즈와 달리 캐롤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하비에게 전화를 걸었다 끊기도 하며. 와중에 테레즈 앞에선 의연하게 굴었다.
그러나 숨긴다고 해서 숨겨질 게 아니다. 서로에게 아주 깊어졌을 무렵 일은 터지고 만다. 호텔에 딸린 카페에서 만난 외판원. 그는 외판원이 아니라 하비가 고용한 사람이었다. 둘의 옆방에서 그들의 음성을 녹음한 테이프를 하비에게 보낸 걸 알자 캐롤은 거의 이성을 잃는다. 총을 그에게 겨눌 정도로.
테레즈는 캐롤이 지닌 불안을 감지했었다. 그의 캐리어 속 총을 이전에 보았기에. 슬쩍 그에게 물어봤지만 캐롤은 두렵지 않다고 답했다. 캐롤이 말하지 않는 이상 이때에도 테레즈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장전하지 않은 총은 빈 탄창 소리만 냈고, 캐롤이 운전하는 차 안은 테레즈의 울음 섞인 말로 뒤덮인다. 이 모든 게 자신 때문이라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조건 좋다고 따라왔다며. 캐롤은 그게 아니라고 테레즈를 달랜다.
그렇게 둘은 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문제는 캐롤이 혼자 정한 마지막이었다는 것. 아침, 잠에서 깬 테레즈를 맞이한 건 캐롤의 오랜 친구이자 한때 만났던 사이인 애비였다. 테레즈는 넋 나간 사람처럼 먹지도 않고 가만히 앉았다. 딱 실연당한 모습으로. 실연이 맞긴 하다. 제 인생을 뒤흔들어 놓고선 어느 날 눈 뜨자마자 홀연히 사라졌다니.
테레즈는 애비 더러 묻는다. 왜 자신을 싫어하냐고. 주어와 목적어가 바뀐 것 같았다. 테레즈는 캐롤이 애비에게는 솔직한 얘기를 하며 의지한다는 걸 충분히 느끼고 있었고, 둘이 만났던 사이란 것도 알기에. 그 마음을 아는지 그게 사실이라면 아침 댓바람에 서쪽까지 비행기 타고 왔겠냐는 말부터 애비가 열 살부터 알고 지낸 소꿉친구라는 이야기까지 덤덤히 들려준다. 그리고 캐롤의 편지를 건넨다.
캐롤은 불같으면서도 물 같다. 화르륵 타올랐다가 금세 차분해지며 자신이 무엇을 할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찬찬히 생각하고 행동한다. 테레즈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불쾌하고 화가 날 테지만, 캐롤이 생각하기에 이건 최선이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최선. 이번에도 테레즈는 아무것도 선택해보지 못한 채로 어떤 상황에 놓였다. 그리고 돌아온 집.
눈에 보이는 건 똑같은데 모든 게 달라졌다.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고, 테레즈는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기 시작한다. 사진. 캐롤이 선물한 최신형 카메라도 있지 않은가. 포트폴리오를 착착 준비해 가며 사진을 엄선한다. 현상한 사진 중에 불쑥 캐롤이 나와서 멈칫하더라도, 동요하지 않고 할 일을 할 뿐이다.
캐롤은 무얼 하고 있는가. 감옥에 갇힌 사람처럼 하비네 가족 틈에 둘러싸였다. 심리 상담사를 꾸준히 만나며 '동성애 치료'를 받는 중이다. 1950년대 뉴욕에서는 동성애가 정신병 취급받았으므로, 그들에겐 당연한 처사이긴 하다. 일련의 노력은 두 사람을 위한 것이다. 린디, 캐롤 자신.
본인은 얼마나 의식할지 모르겠지만, 실은 한 사람 더 있다. 테레즈. 자신이 아닌 사람인 척 연기하는 똑같은 일상에 숨 막혀하는 캐롤에게 애비는 테레즈 얘기를 꺼낸다. 잠시 간의 정적. 소식 뭐 알고 있느냐는 은근한 물음. 퍽이나 진지한 상황인데 이상하게 웃음이 났다. 제 손으로 놓았는데 정작 놓지 못한 사람은 누구인가. 잘 모르겠는데 뉴욕타임스에 입사한 것 같다고 답하는 애비도 참. 서로 어깨동무하며 계단을 내려가던 뒷모습이 힘들 때 의지해가며 버텼을 그들의 세월을 느끼게 해 주었다.
캐롤은 하비와 자신의 변호사들과 만난 공적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모두를 배제한, 자기 자신을 위한 선택을 내린다. 자신의 성 지향성을 인정하고, 테레즈와 있었던 일도 인정하며. 린디 양육권은 포기하되 한 달에 최소 한 번은 만나야겠다고. 여기까지 최대한 양보한 건데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면 법정까지 갈 거고, 그러면 정말 추해질 거라고. 그리고 하비에게 말한다. 우리 그렇게 추한 사람은 아니잖아.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한 테레즈, 자기 자신을 선택한 캐롤. 둘은 알게 모르게 한 뼘 자라난 상태로 만난다. 이번엔 캐롤이 기다린다. 그가 약속 시간에 보이지 않자 전화를 건다. 테레즈가 일하는 곳에 전달한 편지가 제 주인을 잘 찾아갔는지. 그렇다는 답을 듣고 다시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반대편 의자가 찼다. 테레즈가 온 것이다.
캐롤은 가구 바이어로 일하고 있다며 근황 얘기를 늘어놓는가 했더니 집이 꽤 큰데 텅 비었다고. 괜찮으면 함께 살자는 제안을 꽤나 대뜸 던진다. 단숨에 뱉는 그 말이 의아하기도 하면서 지금처럼 디지털로 순식간에 연결되는 세상이 아니니까, 오히려 이 전개가 당연한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테레즈는 생전 캐롤에게 하지 않던 답을 들려준다. NO.
캐롤은 반쯤 예상한 답이 아니었을까. 이따 저녁 약속에 가는데 마음이 바뀌면 와 달라는 말과 함께 분위기는 오묘해진다. 이 오묘한 분위기로 책을 든 남자가 테레즈를 부른다. 맞다, 이제 영화 초반 장면과 맞닿았다. 캐롤과 테레즈는 각자의 모임 장소로 흩어진다. 테레즈는 파티 장소에서 시간을 잘 보내면서도 한 편으로는 계속 고민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캐롤의 시점은 보여주지 않았지만, 그도 똑같지 않았을까. 똑같았을 거다.
어떻게 알 수 있냐 하면, 영화의 마지막. 결국 테레즈는 캐롤을 찾아간다. 테레즈가 멀리서 캐롤을 보고, 서서히 다가선다. 캐롤이 테레즈를 발견한다. 둘의 눈이 짧게 마주쳤던 백화점에서의 첫 만남과 달리 이번엔 서로를 뚫어지게 본다. 그렇게 눈빛이 계속 이어지다가 영화가 먼저 끝난다.
이제 테레즈도, 캐롤도 두렵지 않다.
너무 좋았다. 좋았다는 모호한 표현이 가장 정확하다고 느낄 만큼 좋았다. 끝나고서는 이번 영화를 더욱 특별하게 해 줄 이야기가 이어졌다.
영화 속 소품 등을 굿즈로 만들어 판매하는 '클로저'다. 첫 상영회 기념으로 캐롤과 관련된 몇 가지 선물을 받았다. 테레즈가 사용한 노트를 본떠 만든 수첩, 편지지, 스티커들을 받았다. 은근 묵직한 선물을 품에 안고 완벽한 마무리를 지었다. 12월 21일 오후 2시, 그들의 점심 약속에서 곁들인 마티니를.
뒤에 일정이 있어 음미하고 가진 못했지만, 이런 경험 자체가 좋았다. 사실 12월 21일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며칠 전일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그런데 코끝 시린 겨울과 딱 맞는 영화를, 영화 속 뜻깊은 날짜와 정확히 같은 날에 보며 영화에서 나온 음식을 맛보며 마무리 짓다니. 그들이 담긴 장면들을 다시금 떠올리며 내게도 소중한 날이 하나 더 생겨 기뻤다.
다가올 25일보다 더 좋은 기억이 생긴 것 같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12월 21일이었던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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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오스카 남우주연상 수상 예측 <브래들리 쿠퍼>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전문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할리우드 소식은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배우 브래들리 쿠퍼의 영화 속 베스트 TOP 10 캐릭터입니다.
브래들리 쿠퍼는 기에르모 델 토로 감독의의 최근 신작인 <나이트메어 앨리>에 제작자 중 한명으로 또한 배우로서 출연했는데요.
북미에서는 개봉을 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개봉일자가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2022년에는 상반기에는 개봉을 하지 않을까 예상이 됩니다.
국내 영화팬들에게는 브래들리 쿠퍼는 <웨딩 크래셔>(2005)와 <행오버>(2009) 등 코미디 영화에서 눈에 띄기 시작했는데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2013)과 <아메리칸 허슬>(2014)에서 엄청난 연기로 비평가들의 극찬은 물론
오스카 후보에도 여러번 노미네이트 된 엄연한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았습니다.
어느 덧 20년차가 넘는 할리우드 배우가 된 브래들리 쿠퍼. 이제는 감독으로서도 훌륭한 흔적을 남기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스타 이즈 본>이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행오버>에서 <나이트메어 앨리>까지 브래들리 쿠퍼의 영화 속 베스트 캐릭터를 알아보면서
2022년 오스카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될 것으로 예상되는 <나이트메어 엘리>,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리커리쉬 피자> 속에서의
역할까지 알아보겠습니다.
TOP 10. <조이(JOY)> (2016, 데이비드 O. 러셀 감독)
브래들리 쿠퍼는 '닐 워커'역으로 홈쇼핑 채널 QVC의 경영 이사 역할을 맡았습니다.
또한 2013년작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감독인 데이비드 O. 러셀과 제니퍼 로렌스, 로버트 드니로 배우들이 모두 다시 만난 작품이네요.
TOP 9. <웨딩 크래셔> (2005, 데이빗 돕킨 감독)
'잭 색 로지' 역으로 극중 잘난 척하는 가벼운 캐릭터인데요.
브래들리 쿠퍼는 초창기에는 약간 재수없고 밉상인 캐릭터를 주로 맡았던 것 같습니다.
TOP 8. <행오버> (2009, 토드 필립스 감독)
'필' 역할로 대학동창인 세 친구 중의 한 명인 역할입니다.
친구 '더그'의 결혼을 앞두고 총각파티를 위해 라스베가스로 떠나게 되는데.
잔뜩 술을 마시며 놀다가 아침에 일어나보니 친구 '더그'는 사라지고, '더그'의 결혼식은 당장 내일이고..
'더그'를 찾기 위한 친구들의 좌충우돌, 난장판이 되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코미디 영화입니다.
브래들리 쿠퍼는 이 역할로 코미디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TOP 7. <아메리칸 허슬> (2013, 데이비드 O. 러셀 감독)
2014년 아카데미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작품.
'리치 디마소'역으로 극 중 사기범을 잡는 FBI요원 역을 맡았습니다.
<아메리칸 허슬>은 브래들리 쿠퍼가 제작자 중의 한명으로 참여한 작품이기도 하며,
브래들리 쿠퍼는 이 역할로 아카데미상 남우 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합니다.
TOP 6. <리커리쉬 피자> (2021,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존 피터스' 역으로 분량은 극 중에서 7분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짧다고 합니다.
하지만 파급력만큼은 기억에 충분히 남는 역할을 맡았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스카에서 후보로 지명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고 하니, 과연 그의 연기가 궁금해집니다.
TOP 5.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2012,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
'에이버리 크로스'역으로 극 중 경찰관입니다.
생계를 위해 은행 강도일을 벌인 루크(라이언 고슬링)를 과잉진압하며 죽이게 되며 그에 대한 죄책감으로 매일매일 힘들어하는 역할입니다.
TOP 4.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2012, 데이비드 O. 러셀 감독)
정신병원에서 퇴원했지만 여전히 조울증을 앓고있는 '팻' 역할을 맡았습니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전 세계적으로 2억 3천 5백만 달러 이상의 엄청난 수익을 올렸고,
브래들리 쿠퍼는 오스카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습니다.
TOP 3. <아메리칸 스나이퍼> (2014,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미군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명사수 '크리스 카일' 역을 맡았습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인데요.
전쟁에 참전하는 한 남자의 복잡한 내면 연기를 가슴 아프면서도 순수하게 해석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당시 2014년 북미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영화이면서 브래들리 쿠퍼는 또 다시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TOP 2. <나이트메어 앨리> (2021, 기에르모 델 토로 감독)
카니발 유랑단 '열 가지 쇼'에서 마술 무대를 담당하는 영리하고 잘생기고 야심찬 청년 '스탠턴 칼라일'역을 맡았습니다.
브래들리 쿠퍼는 이 영화의 공동 제작자이면서 또한 이번 2022년 오스카의 남우주연상을 받을만한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고 합니다.
TOP 1. <스타 이즈 본> (2018, 브래들리 쿠퍼 감독)
<스타 이즈 본>의 감독이면서 '잭슨 메인'역으로 참여한 작품.
미국의 컨트리 음악 스타 가수 역할을 맡았으며 극 중 앨리(레이디 가가)와의 운명적인 만남,
그리고 연기호흡과 노래 호흡으로 많은 관객들에게 감동과 스릴을 준 작품입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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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 대신 음식으로 인간의 상실을 따뜻하게 케어해 준다
상실감을 잊기 위한 폭력 대신 이해와 포용, 과거는 과거일 뿐
모든 인간은 본인이 원하건 원치 않건 자신의 무언가를 상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상실이 인간에게 남긴 상처는 몸속에서도 가장 깊숙한 부위에 위치해 있어 쉽게 낫지도 않습니다. 상처가 주는 고통 또한 만만치 않기에 이 고통을 피하고 회피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러다 그 고통에 잠식되어, 어딘가 뒤틀린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합니다. 이때 상실로 인한 고통을 앓고 있는 이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해하지 못할까요? 상실을 다루고 있는 많은 영화들 중에서, 어떤 영화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주먹질을 비롯한 폭력으로 그 고통을 잊으려는 듯한 모습을 비추기도 합니다. 하지만 <피그>는 상실을 경험한 자가 또 다른 상실을 경험한 자에 대해 이해와 더불어 위로를 건네며, 깊은 부위에 숨어 있는 상처를 드러내게 하여 그 고통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영화입니다.
1시간 30분이란 짧은 시간의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는 영화 <피그>는 등장인물들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등장인물이 어떠한 인물인지 알 수 있게 해 주는 나레이션이나 대사는 일절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여러 은유가 담긴 영상을 통해 어렴풋이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 마치 힘겹게 걸린 시동과 함께 잠깐 움직이고 퍼져버린 낡은 트럭과 동일한 듯하게, 롭을 녹슬어버린 존재로 묘사하고 있는 연출이 그 예 중에 하나입니다. 이처럼 좋은 의미로 불친절한 인물 묘사가 이어짐으로써 롭이 과거에 범상치 않은 존재였음을 관객들이 짐작할 수 있지만, <피그>는 과거의 인간관계가 어떠했는지가 중요한 영화가 아닙니다. 상실이란 공통된 공감대를 중심으로 롭과 아미르, 그리고 그의 아버지와의 현재 관계를, 그로 인해 변화하는 본인의 감정을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상실에 대한 따뜻한 우화, <피그>
불친절하지만, 은유로 가득한 캐릭터 소개
상실이 만든 상처와 고통을 안고 가는 법, 이 또한 자신의 일부일 뿐
세 인물 간의 관계 중에서 가장 비중이 큰 롭과 아미르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 만남을 비출 때, 오직 아미르만이 대화를 이어나가고 롭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습니다. 더불어 롭이 자신의 납치된 돼지를 찾으러 아미르의 도움을 받아 도시로 이동할 때에도 그는 아미르의 차 안에서 틀어놓은 클래식을 꺼버리는 등 무례한 행동을 합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에게 할 수 있으리라고 상상하기 힘든 기행을 벌이는 롭, 마치 세상과 담을 쌓고 마음을 닫은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돼지를 찾는 여정을 거치면서 그들 간에 오가는 대화가 점점 길어지고 많아지는, 소통이 오간다는 변화가 발생했습니다. 롭은 아미르에게 자신의 잘못에 대한 사과를 건네며, 요리도 가르쳐 주기까지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마지막에 이르러 롭은 돼지를 찾기 위한 출발점이었던 식당에서 헤어질 때, 처음과 달리 아미르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자신의 오두막으로 복귀하며, 아미르는 본인이 직접 클래식을 꺼버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즉, 이 여행을 통해 둘 사이의 관계가 개선되고 상실이란 공통된 상처로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이를 극복하는 성장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엮어냈습니다.
두 번째로 롭과 아미르의 아버지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겠습니다. 오두막에서 지내면서, 자신의 식사보다 돼지의 식사를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만큼 롭에게 있어서 돼지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존재입니다. 도시의 모든 이들과 연을 끊었음에도 소중한 돼지를 납치한 자를 찾기 위해 그 도시로 다시 발을 들이게 됩니다. 돼지의 소재를 수소문한 끝에, 납치한 장본인은 포틀랜드에서 트러플 사업을 크게 벌이고 있는 롭의 아버지였습니다. 롭의 돼지를 별거 아닌 듯이 말하며 은연중에, 아니 대놓고 그를 무시하는 듯한 언행은 그의 화를 돋우고도 남을 법 합니다. 하지만 롭은 말없이 그의 집을 나오고 아미르와 함께 무언가를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그와 아내에 관한 과거를 아미르를 통해 들었기 때문입니다. 롭 역시 사랑하는 자를 잃은 고통을 피하고 싶은 동질감을 느끼고 있음을 오두막에서 끝까지 재생하지 못하고 중단시켜버리는 씬을 통해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롭은 자신의 소중한 것을 빼앗아 간 자에 대해 폭력 대신, 그와 아내 사이의 소중한 추억을 장식했던 음식을 통해 따뜻한 위로를 건넵니다. 마치 자신 또한 그와 유사한 경험을 하였으며, 소중한 존재를 잃어버린 상실감이 주는 아픔이 어떠한 것인지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말입니다. 더불어, 아미르뿐만 아니라 그의 아버지와의 관계를 통해 롭 또한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바라보며, 그 고통을 안고 가는 듯한 성장한 모습을 마무리에서 보여줍니다. 초반에는 끝까지 재생하지 못했던, 아내의 목소리가 담긴 카세트테이프를 끝까지 재생하는 씬을 통해서 말입니다.
영화는 크게 세 챕터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리고, 세 챕터의 제목은 모두 음식의 이름으로 붙여졌습니다. '시골식 버섯 타르트', '엄마표 프렌치토스트와 해체주의 가리비 요리', '병, 새, 그리고 소금 바게트'와 같이 특이한 음식의 이름들은 각 챕터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음식들이기도 합니다. 마치 음식에 이야기를 담아내어 그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들려주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으로는 음식을 주제로 하는 일반적인 영화들과 달리, <피그>는 음식을 요리하고 식사하는 과정을 의도적으로 비추지 않고, 비추더라도 흐릿하게 비추기만 할 뿐입니다. 마치 이 영화는 음식을 보여주고 그 음식을 즐기는 게 주가 아닌 영화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피그>는 인간관계에 관해, 그리고 상실감을 극복하는 방법에 관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저 한 인물이 치유받는 과정을 멀리서 보여주기만 할 뿐입니다. 이러한 영화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음식을 주로 하지만 음식이 주가 아니라고 말하는 연출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부자를 통한 한 인물의 성장 이야기
그리고 이를 멀리서 바라보기만 할 뿐 각자의 이야기는 각자가 써나가는 법
어두운 기운 가득한 배경과 아쉬운 촬영, 그리고 니콜라스 케이지의 부활
영화 <피그>의 배경이 되는 숲과 포틀랜드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특히 어두운 강물과 광활한 숲을 비추는 오프닝 시퀀스는 평화로운 분위기라기보다는 긴장감이 역력해 있습니다. 영화의 포스터와 첫 시퀀스를 보면 마치 이 영화 역시 피비린내 풍기는 복수극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럽습니다. 물론 극이 진행되면서 복수와는 거리가 먼 영화임을 깨닫게 되지만, 그래도 어두운 분위기는 좀체 가시지 않습니다. 상실이 주는 고통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 여전히 그 상처는 몸에 남아있으며 결코 희망차게 마무리되는 이야기가 아님을 명확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이야기가 담고 있는 치유와 성장의 힘이 그 어두움 속에 따뜻함을 담아내었습니다. 이처럼 모두 모두 행복하게 살게 되었답니다 식의 밝은 분위기가 아닌, 어두움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하는 듯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배경을 영화의 주로 삼고 있는 부분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더불어, <피그>는 니콜라스 케이지의 연기력 역시 녹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 그가 출연했던 영화들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그의 명품 연기의 가치를 알고 있었기에, 최근 파산 위기에 몰려 필모그래피를 신경 쓰지 않는 다작으로 인한 평판의 추락이 무척 안타깝게 느껴졌고 다시 재기할 날이 오기만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피그>는 그 재기의 발판이 되어준 영화였습니다.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지 않고, 모든 이야기가 롭을 중심으로 따라가고 있는 만큼 배우의 역할이 아주 중요한 인물입니다. 상실과 슬픔에 빠진, 회한 가득한 눈빛을 중심으로 니콜라스 케이지가 보여주는 연기는 오랜만에 과거 전성기 시절의 그를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다만, <피그>에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카메라 워킹과 관련된 부분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피그>에서는 유독 핸드헬드로 촬영한 씬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특정 장르의 영화에서 생동감을 주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카메라 기법이 정적이고 가볍지 않은 영화에서 사용되었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 핸드헬드가 어울리는 특정 씬에서 사용되는 경우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영화의 여백을 관객들이 체감하고 채워나갈 수 있도록 가만히 비춰주어야 함에도 화면을 고정시키지 않고 핸드헬드로 느리지만 끊임없이 흔들어대어 집중을 할 수 없게 만듭니다. 한두 번 그런 거라면 차라리 이해라도 하겠다만, 이러한 촬영이 몇 번이고 반복되다 보니 이해를 넘어 짜증을 불러일으키까지 하였습니다. 정말 이러한 촬영 의도가 무엇인지 질문을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가지게 만들었습니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과거 전성기를 맛볼 수 있는 훌륭한 연기의 재림
어둡지만 따뜻함이 숨어 있는 배경, 그리고 그 배경이 가지고 있는 여백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끔찍한 핸드헬드
마이클 사노스키 감독의 <피그>는 여러모로 이전에 리뷰했던 영화 <애플>을 떠오르게 합니다. 두 작품 모두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며, 상실이라는 고통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애플>이 가지고 있는 불합리함을 <피그>는 가지고 있지 않고 오히려 따뜻한 마음을 가지게 해 주며, 처음 보는 배우들보다는 좋아했던 배우의 등장이 더 반갑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아무래도 <피그>에 더 후한 평가를 하고 싶었습니다. 첫 장편 영화 치고는 정말 나쁘지 않았고 흥미로웠던 작품을 탄생시킨 마이클 사노스키, 앞으로의 행보가 무척 궁금합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프랜차이즈>를 마무리하고 어떤 신선한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일지 기다려집니다 :)
당신이 늘 하고 싶다던 가게가 뭐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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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8년의 일본을 그리는 담담한 스케치, 십년(⼗年, 2018)
아시아의 신예 감독들이 모여 제작한 태국, 대만, 일본의 10년 후 이야기들. <십년> 프로젝트 중 일본의 2028년을 다룬 동명의 이 영화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으로 잘 알려진 고레이다 히로카즈 감독이 제작 총괄을 담당했다. 쉽게 말하면 일본판 <블랙 미러>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조금 더 와닿는 가까운 실감 나는 미래를 그려낸다. 총 5개의 옴니버스식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멀고도 가까운 흐름을 따라가 보자.
- 플랜 75 / 하야카와 치에 감독
“당신의 선택을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후생성 인구관리국-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인구 고령화 문제를 날카롭게 짚어낸 작품이다. 플랜 75라는 제목은 인구관리국의 프로젝트 이름이다. 75세 이상부터 가능한 안락사 시스템인데, 붙이는 약을 목 옆에 붙이면 고통 없이 잠드는 방식이라고 소개한다. 말만 들으면 굉장히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가 예상되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슬픈 비밀이 있다. 사실 이곳의 관리자들은 국가에서 많은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단기 체류자나 저소득층,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다시 말해 국가의 복지 예산을 줄이기 위해 사회에 이바지하지 않는 인력을 강제로 줄이는 것이다. 이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잠이 들 수 있고, 100만 엔의 준비금을 지급한다는 사실에 이끌려 이 프로젝트를 자원한다. 결국 타의에 의한 자의인 셈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일하는 주인공의 장모님이 치매에 걸려 주위 가족들이 영향을 받고, 스스로 신청서를 작성하게 되면서 주저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단편의 인상적인 점은 주된 소재는 노인 세대를 다루고 있지만, 카메라의 시선은 젊은 세대의 시점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영화는 시작과 끝은 언제나 같이 존재함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하나의 생명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생명이 탄생한다. 장모님의 상황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생략한 채 주인공은 또 새로 태어난 아이와 함께 그들의 삶을 계속 살아간다. 마치 그것이 아무것도 아닌 순간인 것처럼 말이다. 그 순간에도 하얀 천이 둘러싸여 있는 병실은 가동됨을 보여주면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마지막 장면은 노인을 부정적 이미지로 인식하는 사회에 대한 일침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이를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받아들이는 건 너무 근시안적인 판단이다. 특히 이 주제는 일본뿐만 아니라 고령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 또한 해당이 되기 때문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계기가 충분한 것 같다.
- 장난꾸러기 동맹 / 카노시타 유스케 감독
인공지능 교육 시스템이 만약 학교에서 시행되면 어떻게 될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한 이 단편은 생각보다 다정한 면모가 있다. IT혁신 특구인 한 학교는 ‘프로미스’라고 불리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이는 아이들의 관자놀이 부분에 연결된 통신장치와 동기화되어 아이들에게 학업 성취도와 직업과 같은 미래에 대한 조언을 한다. 미래 세대인 아이들은 학교에서 한정된 자원을 활용하는 법을 배우며, 프로미스는 실수를 피해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말한다. 아이들은 알게 모르게 프로미스의 말에 세뇌되고, 정해진 규칙 속에 살 것이다. 인공지능은 심지어 교직원 회의에서도 의사결정을 내리고, 학생들의 얼굴을 인식해 그릇된 행동을 하는 학생에게는 경고음이 울리는 기능까지 가지고 있다. 평소에는 음성으로만 존재를 드러내던 프로미스는 극 중간마다 모습을 보인다. 마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인공지능 HAL 9000을 연상시키는, 정면을 응시하는 렌즈를 종종 화면에 등장시킨다.
우연한 사고로 잠깐 송신기에 오류가 생기고, 그러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기르는 말을 지키기 위해 갑작스러운 모험을 하게 되면서 점점 틀을 벗어나게 된다. 디지털화와는 상반되는 이미지를 가진, 말과 숲 그리고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들은 마치 판타지같이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짧은 순간이지만 그 장면이 관객에게 선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탁 트인 공간에서의 자유가 아이들에겐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아이다움을 지켜주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와닿게 한다. 잠깐 꺼졌던 프로미스 프로그램이 업데이트되고, 왠지 모를 불안감은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이런 사례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가 접할 수 있는 풍경일 것이다. 인공지능이 이렇게 아이들의 순수함을 지켜주는 선에서 유연한 대처를 한다면 앞으로의 모습이 더 기대된다. 피할 수 없는 디지털화라면, 긍정적인 면들을 잘 활용하여 인간과 공생하는 새로운 바람을 맞게 하자는 의도가 잘 담긴 영상.
- 데이터 / 츠노 메구미 감독
우리는 지금 빅데이터의 시대에 살고 있다. 수없이 많은 정보와 함께 사적인 정보 유출의 위험에 처한 현대인들에게, 일종의 ‘디지털 유산 카드’는 일종의 개인정보를 지키는 디지털 보험과 같은 특이한 구조를 가진다. 누군가가 죽고 난 후, 특정 권한을 가진 사람들(ex-배우자나 가족)만이 그동안 고인이 썼던 전자기기들의 영상, 사진, 쇼핑 정보, 문자 내용과 같은 정보를 열람해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딸이 죽은 엄마의 디지털 유산 카드를 열어보게 되면서 자연스레 그리움과 의문의 발자취들을 따라서 걸어간다.
나와 닮은 점이 많은 엄마에서 숨기고 있던 비밀을 풀어내는 순간, 혼란스러운 엄마에 대한 감정을 받아들이는 모습까지. 짧지만 빨리 전개되는 이 상황은 굉장히 실감 나는 묘사가 이루어진다. 사실 이런 점들이 정보의 빛과 그림자라는 생각이 든다. 알고 싶은 정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예상치 못한 정보를 맞이했을 경우 그 해석을 자신이 오롯이 한다는 점에서 극히 주관적인 판단이 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 걸음에서 발견한 건 아빠와 친구, 내 곁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이다. 예상했던 줄거리보다 굉장히 서정적으로 다가온 결말이어서 의외였고, 알 권리와 사생활 침해의 사이에 놓여있는 윤리적인 문제까지 생각해보게 한다. 여러모로 보는 내내 따스한 색감과 분위기가 느껴지는 단편.
- 그 공기는 보이지 않는다 / 후지무라 아키요 감독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한 이후의 나날들, 방사능이 공기에 퍼져있지만 보이지 않는 상황을 아이들의 눈빛으로 풀어낸다. 사고가 발생한 후 사람들은 지하 벙커에 모여 그들 나름의 규칙에 맞는 생활을 한다. 미즈키와 카에데라는 두 아이가 등장하는데, 미즈키는 과거엔 일상생활을 하다 아래 지하로 내려온 경우이고 카에데는 지하에서만 살아 하늘을 본 적이 없는 아이이다. 미즈키의 엄마는 자꾸 바깥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표현하는 카에데와 어울리지 말라고 하지만, 둘은 계속 우정을 이어간다.
비와 햇빛, 자연의 소리 같이 과거에는 존재했지만, 지금은 경험해 볼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매번 얘기를 하던 둘은 어느덧 카에데가 떠나버리면서 급전환을 맞는다. 그에 이어 미즈키 또한 하늘과 햇빛을 맞이하기 위해 세상의 문을 열어본다. 푸른 하늘 사이로 오묘한 표정을 짓는 미즈키가 본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직접적으로 현실을 보여주지 않는 이런 열린 결말이 더 좋은 것 같다. 이 단편만의 매력은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풍경을 표현하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귀여운 연출들이다. 바깥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연상하는 연출이 톡톡 튀면서 동심을 자극한다. 어두운 소재에 그렇지 않은 인물들의 등장으로 괜히 더 애틋해지는 효과가 있다.
- 아름다운 나라 / 이시카와 케이 감독
한때 일본에서 논란이 되어 꾸준히 말이 오고 갔던 ‘징병제’에 대한 스토리이다. 꽤 간접적인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징병제를 홍보하는 포스터 시안이 거절당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다룬다. 전쟁과 맞닿아 있는 상처를 삼대에 걸쳐서 설명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언뜻 보기엔 회사원의 평범한 일상을 그리지만, 곳곳에 과거, 현재의 전쟁역사가 묻어나온다. 마치 요즘 재난 문자 알림이 뜨는 것처럼 전쟁이 일상화된 곳에는 사이렌과 함께 미사일 발사 경보가 울리는 기묘한 상황이 발생한다. 노인 세대는 어쩌면 지나가 버린, ‘아름다웠을지도 모르는 나라’를 추억하며 이런 말을 한다. “젊은이들의 희생에 의해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나라는 결코 아름답지 않다"고. 마치 바통 터치를 하듯이 그 책임은 이제 온전히 젊은 세대에게 쥐어지고, 방위성의 소름 돋는 문구와 함께 화면은 암전된다. 전쟁에 대한 역사가 있는 일본이 또다시 비슷한 상황을 맞닥뜨린다면 발생할 세대 간의 대물림되는 아픔을 잘 보여준다. 과거와는 또 다른 전쟁의 형태, 이를 대비하는 징병제라는 제도에 의해 고통받는 젊은 세대들과 그들을 또 잇게 되는 다음 세대들. 그들에 대한 우려와 모순적인 사회에 대한 반발이 잘 드러난다.
이렇게 <십년>은 인물 간의 관계를 중요시하게 다루는 일본 작품답게 마냥 차가운 미래가 아닌, 따듯함이 돋보이는 이야기들이 많다. 유난히 인물을 줌인하고, 클로즈업 샷들이 많은 것 또한 현재의 우리들과 맞닿아 있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일까. 곧 다가올 미래, 유토피아일지 디스토피아일지는 지금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던져지는 물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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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싸나희 순정> 메인 예고편
도시를 떠나 마가리에 도착한 시인, 유씨는 동화 작가가 꿈이라는 원보의 집에 묵게 된다. 처음 온 날부터 "유씨를 보니 가슴이 자라고 있다"며 만져보라 하더니, 순정의 세계를 아냐는 둥, 동심의 세계를 아냐는 둥 참견에 잔소리 일색이다. 그런 원보의 꿈은 "어린이들 가슴에 열정을 불지르는 동화작가"라는데. 어쩐지 수상한 말만 늘어놓는 원보와 한 지붕 아래 살게 된 유씨의 적응기, 그리고 '순정'과 '동심' 되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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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노회찬6411> 메인 예고편
시커메진 한국 정치의 판을 바꾸고자 했던 사람
서민의 언어로 그들의 속을 시원하게 대변했던 사람
함께 비를 맞으며 약자와 공감하고자 했던 사람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길 희망했던 사람
누구나 악기 하나 정도는 다룰 수 있는 사회를 꿈꿨던 사람
지금 더욱 그리운 이름
노회찬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