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징2023-09-28 12:22:51
연기력 미친 사극 영화 추천 '사도' 후기
사도
15.09.16 개봉
드라마, 12세 관람가
한국 ,125분
감독: 이준익
출연: 유아인, 송강호 등
실화, 심지어 역사를 다룬 일인 만큼 리뷰를 쓰는 것도 쉽지 않네요
부끄럽지만 저는 역사에 무지하고 관심이 없었거든요
연모, 백일의 낭군님을 제외하고는
사극 드라마 영화를 본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저를 사극의 세계로 이끈 '사도'!
도전했다 하차하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었는데
참고 보길 잘한 것 같아요
역사 공부를 해야겠다 생각한 계기를 만들어 준 영화입니다
영화 '사도'는 '임오화변'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임오화변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 드리자면
영조가 자신의 아들 사도세자를 서인(평민)으로 폐위시킨 뒤
뒤주에 8일간 가두고 굶겨 죽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파국을 맞이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왕위를 대한 영조와 사도세자의 태도 차이 때문입니다
영조는 당쟁 속에서 간신히 왕이 되었기 때문에
세력의 균형을 맞추는 데 집중하던 반면
세자는 눈앞의 개혁해야할 문제들을 따지기 바빴습니다
세력 갈등은 겪어 본 적도 관심도 없는 사도세자였기에
둘의 갈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나 세자가 대리청정을 하던 시기 갈등이 더욱 깊어졌겠죠
게다가 세자는 공부보다 그림, 소설, 무예를 더 즐겼습니다
어릴 때부터 왕위를 물려주기 위해
누구보다 세자에게 힘을 기울였던 아빠 영조로서는
이를 납득하기 힘들었던 거죠
그래서 "나를 자식으로 생각했소!"라는 말이 나온 것 아닐까 싶습니다
이걸 요즘 말로 하면 극성부모라고 하려나요
실제 영조는 감정 기복이 심해서
웃으며 대화하다가도 세자에게 돌연 화를 내는 일이 잦았고
이로 인해 세자가 20대가 된 후에는
옷 입기를 꺼리거나 특정 옷감을 거부하는 의대증이 생겼다고 해요
의복을 갖춰 입으면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날이기 때문이죠
영화는 병렬적 구조,
즉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는 8일간의 시간과
그렇게 되기까지 어떤 과거가 있었는지를
두 개의 에피소드를 교차하며 보여 줍니다
역사를 알리고자 하는 의도는 분명 있지만
대중문화인 영화이기에 관객을 끌어모으는 것도 물론 중요하잖아요?
그런 면에 있어서 구성을 잘 선택했다고 봅니다
세자가 태어났을 때부터 죽는 날까지
직렬적 구조로 진행했다면 사실 지루했을지도 몰라요
근데 처음부터 뒤주에 갇히는 사도세자를 보여 주고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됐는지 궁금하게 만든 후
엔딩 부분에선 눈물이 나오게 만들거든요
사실 눈물이 나오게 만든 건
유아인 님의 열연 덕이 아닐까 싶지만요
이렇게까지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지 정말 몰랐습니다...
혹 아직 '사도'를 보지 않으신 분들이 있다면
정말 꼭 보시길 강추합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사도'는 픽션이 거의 없이 역사를 많이 반영한
최고의 영화라고 극찬한 바 있다네요~
*스토리: 5/5점
*연출: 5/5점
*영상미: 5/5점
*OST: 1/5점
*연기: 5/5점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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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호〉, 신파가 죽어야 한국영화가 산다
암울한 모습의 2092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승리호〉는 나쁘지 않은 오락 영화다. UTS라는 거대 기업이 주도하여 환경오염으로 황폐해진 지구를 버리고 화성 이주를 시도한다는 게 영화의 큰 얼개다. 여기에 우주 쓰레기 청소부가 UTS의 음모를 발견하고 쫓는다는 설정이 더해진다. 캐릭터들은 적당한 매력을 갖췄고 비주얼은 ‘한국형 우주영화’라는 수식어를 빼고 봐도 어색함이 없을 만큼 빼어나다. 〈승리호〉는 적당한 교훈과 재미, 시각적 쾌감이 어우러진 영화다.
하지만 나쁜 점도 있다. 〈승리호〉의 이야기 동력은 신파다. 태호(송중기 배우)의 부성애가 없으면 영화는 전개되지 못한다. 부성애가 언제나 신파인 것은 아니지만, 〈승리호〉의 부성애는 신파가 맞다. 부성애에 대한 ‘보편적’인 이미지에 기대 그 어떤 새로운 감정선도 만들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신파를 욕함에도 왜 신파는 상업영화에서 걷어지지 않는 걸까?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 스틸컷 ⓒ넷플릭스
신파가 보편적 정서를 대변한다고 가정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신파는 주로 가족적 감정에 기반을 둔다. 가족이 주는 평온함, 안온함을 기본 전제로 삼는다. 많은 상업영화는 이 안온함·평온함이 어떻게 깨지고 복원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관객의 몰입을 유도한다. 문제는 여기에 몰입하지 못하는 관객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데 있다.
한국형 신파가 가족주의를 당연한 감동의 코드로 삼을 때 상상되는 대중의 범주는 지나치게 협소하다. ‘정상가족’으로 포괄할 수 없는 다양한 가족 실천 혹은 가족이라는 개념으로 해석할 수 없는 다양한 삶이 여기저기서 가시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가족주의적 신파가 ‘보편적 정서’의 구체적 내용으로 상상될 때, 이들은 ‘대중’의 범주에서 배제된다. 가족주의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은 대중으로 인정받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대중의 바깥으로 밀려난다. 언젠가부터 한국영화는 상업성을 들먹이며 규범적 정상성의 경계를 확정짓는 판관 역할을 하고 있다. 누구도 한국영화에 그런 권한을 부여한 적이 없음에도 말이다.
그러나 어쩌면, 가족주의 신파는 보편적이라서 선택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상업영화에 선택됨으로써 보편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 선택의 이유는 창작자의 무능(혹은 게으름)이다. 변화를 마주하길 거부하고 익숙한 상상력을 아무 고민 없이 끌어다 쓰는 것이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설령 한때 가족주의적 신파가 ‘보편’ 정서였다 하더라도, 이제는 변화한 현실에 맞는 다양한 감정선이 영화의 전면에 드러날 필요가 있다.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무책임한 자기복제를 반복하며 철 지난 상상력을 재생산하는 한국영화의 가족주의적 신파는 폐기되어야 한다.
〈승리호〉가 ‘한국형 SF의 시작’이 아닌 ‘한국형 신파의 게으른 반복’으로 평가되어야 하는 이유다. 신파의 폐기는 상업영화가 사는 길이다. 상업영화가 관객 수를 이유로 낡고 보수적인 습관을 반복하는 한, 기민한 감각으로 무장하여 새로운 상상력을 펼쳐내는 영화는 영원히 '독립영화', '예술영화'의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더 좋은 미래를 꿈꿀 자격이 있다. 〈승리호〉도 같은 꿈을 꾸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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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영화/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셨나요?
오늘은 5월 첫째 주 주말 동안의 박스오피스 분석 결과를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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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4월 넷째 주에 주말 관객 수 약 151만 5천 명으로 기록하며 관객 수 상승세를 보였던 극장가! 화제작이 많은 5월 첫째 주 역시 주말 관객 수 284만 6천 명을 기록하며 높은 주말 관객 수를 기록하였습니다. 두터운 팬층을 가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r 3>가 1위를 차지하였고, 이에 따라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2위로 하락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3주째 상위권을 유지했던 <존 윅4>가 아쉽게도 주말 관객 수 TOP 5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옥수역 귀신> 역시 7위로 하락하였습니다.
1.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Volume 3> (NEW)
가.오.갤 시리즈의 완벽한 피날레를 알리는 작품으로 언론부터 실관람객까지 폭발적인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가 주말 관객 수 126만 5천 명을 기록하며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역대급 스케일, 압도적 액션, 탄탄한 스토리로 CGV 골든에그지수 98% 기록한 것을 비롯하여 지난 5월 2일(화) 이후 전체 예매율 1위를 꾸준히 유지하며 앞으로의 흥행에 더욱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2.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1)
<가.오.갤> 시리즈의 개봉으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순위가 한 단계 낮아졌지만,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극장가를 찾은 관객들이 많아 주말 관객 수 자체는 4월 넷째 주보다 높아졌습니다. 또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기존에 어린이날 최대 관객 수를 동원한 애니메이션 영화 <보스 베이비>의 관객 수를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3.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동물소환 닌자 배꼽수비대>(NEW)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동물소환 닌자 배꼽수비대>가 개봉 첫 주말 누적 관객수 34만 명을 동원하며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 사상 가장 빠른 흥행 속도를 보였습니다. 또한, 입소문에 힘입어 전체 좌석판매율 1위를 기록하기도 하였습니다.
4. <드림> (⬇︎2)
개성 넘치는 캐릭터 군단의 활약, 꿈을 향한 멈추지 않는 도전을 담은 유쾌한 스토리로 뜨거운 호평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영화 <드림>은 약 20만 관객을 기록하였습니다. 가족과 보기 좋은 영화로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순위권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5. <스즈메의 문단속>(⬇︎1)
<스즈메의 문단속>이 관객들의 압도적인 호평을 얻으며, 2023년 개봉작 흥행 1위에 올라섰습니다. 3월에 개봉했던 <스즈메의 문단속>은 여전히 뜨거운 인기를 끌며 나날이 새로운 기록을 경신 중입니다.
(2)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5월 첫째 주 북미 박스오피스 역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가 개봉 첫 주에 1위를 차지하며 4월 넷째 주 박스오피스에서 모두 한 단계씩 하락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재개봉을 하며 TOP 5에 올라섰던 <스타워즈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가 순위권 밖으로 하락하게 되었습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의 개봉 첫 주 주말 매출액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개봉 첫 주 주말 매출액보다 낮게 나타났지만, 두터운 팬층이 있는 만큼 장기흥행이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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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4월 넷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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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두 번째 미래
7★/10★
〈썸머 필름을 타고!〉는 청년/성장영화에 SF 요소를 곁들인 영화다. 고등학교 영화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주인공 ‘맨발’은 심혈을 기울여 시나리오를 집필한 사무라이 영화 〈무사의 청춘〉이 촬영 지원작 심사에서 탈락해 매우 우울한 상태다. 맨발은 자신의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 타령만 하는, 이름부터 맘에 안 드는 낯 간지러운 영화 〈사랑한단 말밖에 할 수 없잖아〉에 밀렸다는 게 영 불만이다.
그래서 결심한다. 학교에서 지원받지 못하더라도 자신만의 걸작을 만들어내기로. 맨발은 아르바이트로 촬영 예산을 모은다. 동시에 “너희들의 청춘을 내가 좀 살게”라는 멋들어진 대사로 절친한 친구 ‘킥보드’, ‘블루 하와이’를 비롯한 영화 스태프도 꾸린다. 소리만 들어도 투수의 구질을 알아채는 야구팬 소년은 음향감독, 바이크에 요란한 조명을 달고 다니는 반항아는 조명감독이 되는 식이다. 이렇게 자신만의 분명한 애호하는 마음을 가진 청춘의 한 순간이 맨발의 영화로 모이기 시작한다.
마지막은 배우다. 맨발은 허름한 소극장에서 열린 사무라이 영화제에서 만난 린타로라는 남자를 주연으로 점찍는다. 린타로는 영화 출연을 완강히 거부하지만 맨발의 끈질긴 설득 끝에 팀에 합류한다. 드디어 시작된 촬영. 그러나 현장은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의 연속이다. 열정 충만한 아마추어들이 어설프게나마 어려움을 하나하나 극복해나가는 과정은 이 영화의 큰 재미 요소다. 맨발은 이 모든 순간이 행복하기만 하다.
하지만 마냥 행복에 젖어 있을 수만은 없다. 린타로가 엉겁결에 들려준 이야기 때문이다. 사실 린타로가 맨발의 부탁을 거절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린타로는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서 왔다. 그가 증언하는 미래는 맨발에게 기쁨과 절망을 함께 안긴다. 기쁨은 맨발이 미래에 영화계 거장이 되었다는 데서 온다. 고등학고 영화 동아리에서조차 예산을 지원받지 못했던 맨발이 영화계 거장으로 성장했다니 엄청난 소식이다. 그러나 이 기쁨은 오래가지 않는다. 맨발이 거장이 된 미래는 영화가 사라진 시대다. 남의 이야기를 들어줄 시간이 없는 미래 사람들은 2시간이나 되는 영화를 감상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1분짜리 영상조차 너무 길다. 그래서 몇 초 분량의 쇼츠 영상이 영화를 대체한다. 린타로의 과거 여행은 여기서 시작된다. 영화가 사라진 시대, 거장이 된 맨발의 팬인 린타로는 상영기록은 있으나 필름은 남아 있지 않은 맨발의 첫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 시간 여행을 떠나온 것이다.
영화 촬영이 결국 폐기될 장르의 역사를 쌓는 일일 뿐이라는 데서 오는 허무한 아릿함에 맨발의 고뇌는 점점 깊어진다. 그러던 중 첫 번째 변곡점이 찾아온다. 맨발의 팀이 공유하는 정서가 있다. 사무라이 영화가 경쟁작인 멜로 영화보다 ‘우월하다’는 생각, 즉 자신들만이 ‘진짜’ 영화를 찍고 있다는 자의식이 그것이다(이것은 열등감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그런데 맨발의 절친한 친구인 블루 하와이에게는 말 못 할 비밀이 있다. 사실 그녀의 진짜 취향은 멜로 영화다. 맨발과의 우정 때문에 촬영을 돕고 있기는 하지만 그녀는 몰래 로맨스 만화를 보고, 〈사랑한단 말밖에 할 수 없잖아〉 촬영 현장을 궁금해한다. 맨발과 그의 팀이 공유했던 팀 스피릿이 정작 팀원의 실재하는 욕망을 억누르고 있던 셈이다.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블루 하와이의 솔직한 마음을 알게 된 맨발은 불의의 사고로 촬영에 위기를 맞은 〈사랑한단 말밖에 할 수 없잖아〉 팀에 블루 하와이의 출연을 제안한다. 맨발이 블루 하와이 사건을 계기로 ‘진짜’ 영화, 더 ‘우월한’ 영화 따위는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맨발은 블루 하와이와 〈사랑한단 말밖에 할 수 없잖아〉의 감독에게서 멜로 영화 역시 승부를 다룬다는 사실을 배운다. 어떤 스토리와 장르에 담아내는지가 다를 뿐, 사무라이 영화와 멜로 영화는 승부라는 공통의 주제에 천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맨발은 현실의 경험으로 영화 세계를 확장한다. 그리고 또다시 영화적 깨달음을 현실의 실천으로 전환한다. 한층 성장한 맨발 앞에 두 가지 최종 승부가 기다리고 있다. 첫째는 사라질 운명의 영화를 위한 승부고, 둘째는 린타로를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에 관한 승부다.
맨발에게 영화와 현실은 분리할 수 없는 것이기에, 이 두 승부는 하나의 승부로 결합된다. 맨발은 동아리 발표회에서 한창 무르익은 〈무사의 청춘〉 상영을 중단한다(이 장면은 〈썸머 필름을 타고!〉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다). 그러고는 즉석에서 배우들을 불러 모아 디렉팅하며 기존 결말과는 다른 새로운 결말의 영화를 연출한다. 두 사무라이가 적당히 화합하며 공존하는 결말 대신 모든 것을 걸고 결투하는 결말, 즉 진정한 승부로 영화를 마무리하고자 하는 것이다.
맨발의 지시에 따라 즉석에서 바뀐 결말을 연기하는 배우들 그리고 그 과정에 동참하는 관객으로 인해 영화와 현실의 경계에 이어 영화와 연극의 경계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여기가 바로 맨발의 승부처다. 영화가 사라지는 미래를 바꿔보겠다는 다짐,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 영화가 있다면 영화는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 그리고 이를 버무려내는 영화의 연극적 연출 말이다. 맨발과 린타로가 검 대신 빗자루를 들고 무대에서 즉석으로 펼쳐내는 연기와 그들의 눈빛은 말한다. 영화가 그리 호락호락하게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많은 이들이 극장가의 부활을 이끌 주요 키워드로 4D, 4DX, 스크린X, 아이맥스, 돌비시네마 등의 특수 상영관을 꼽았다. 실제로 화려한 스펙터클을 선보인 영화의 특수 상영관 관람이 고사 직전인 극장의 희망이라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쇼츠 플랫폼 성장으로 영화의 자리가 위협받고, OTT 플랫폼의 대중화로 ‘극장에서 볼 영화’를 고르는 관객의 기준이 까다로워진 시대에 위기를 맞은 영화 산업이 나아갈 ‘첫 번째 미래’로 화려한 스펙터클을 극대화하는 특수 상영관을 꼽는 분석에는 합당한 데가 있다.
그러나 단일한 미래는 늘 균열의 가능성을 품는다. 모두의 욕망을 충족해주지도 않는다. 마츠모토 소우시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썸머 필름을 타고〉를 기획하던 해에 5분, 1분짜리 짧은 드라마 작품 의뢰를 여럿 받았다고 밝혔다. 영화를 찍고 싶었던 감독은 자신의 욕망이 ‘시대에 역행’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했다. 하지만 시대의 요구에 발맞추는 대신 영화의 ‘또 다른 미래’에 천착하기로 마음먹었다. 맨발과 마찬가지로 연극적 방법론을 차용함으로써 말이다. 〈썸머 필름을 타고!〉 촬영은 배우, 스태프에게 대략적인 설정만 전달한 후 이후의 전개는 모두 현장의 즉흥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진행됐다고 하는데, 이는 영화보다는 연극에 더 어울리는 현장성과 그로 인한 생생한 감정선이 이 영화를 해석하는 키워드일 수 있음을 가늠케 한다.
마츠모토 소우시 감독의 방법론과 메시지에는 스펙터클의 극대화라는 영화의 첫 번째 미래가 품지 못한 ‘두 번째 미래’가 잉태되어 있다. 쇼츠 영상이 대세가 되고, OTT로 개봉 영화를 곧바로 즐길 수 있는 시대일수록 ‘독립영화’, ‘예술영화’ 등 이른바 비(非)상업영화의 영화관 상영은 중요해진다. 이들 영화는 인물의 감정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등을 긴 호흡으로 전한다. 줄거리만 봐서는 뻔해 보이는 영화라도 숨 죽여 2시간 동안 영화를 따라가고 나면 마치 내가 그 인물이 된 것 같은 진한 감동이 묻어나 ‘평온하고 안전한 세계’에 자그마한 파문이 인다. 즉 이들 영화는 관객에게 자신의 세계관을 설득하기 위해 ‘승부’를 건다. 뉴스의 단신으로 접한다면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괴상한’ 존재와 사건들이 인식 가능한 세계 ‘내부’로 진입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쇼츠 영상과 OTT에서 맛보기는 어렵다. 우리의 영상 경험이 쇼츠에 익숙해지고, 언제든 끊어 볼 수 있는 OTT에 맞춰질수록 ‘이해하기 어려운 삶’을 느린 호흡으로 담아내는 영화를 감상하는 일이 더욱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나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존재가 사실은 우리의 이웃임을, 우리와 같은 세계를 살아가는 존재임을 자각하게끔 해주는 영화를 포기할 수 없다. 영화관에서만 가능한 2시간의 ‘강제된 감상’이 필요한 이유다. 〈썸머 필름을 타고!〉가 보여준 길, 즉 위기를 맞은 영화에 대한 다소 낭만적인 ‘구닥다리’ 믿음과 연극의 현장성 차용, 그리고 이로써 가능해지는 세밀한 감정 전달은 영화의 두 번째 미래를 위한 최적의 길이다. 10초로 줄이기가 불가능한, 중간에 끊어 봐서는 그 감동을 온전히 느끼기 어려운, 상업영화가 포괄하지 못하는 낯선 울림을 담아내는 영화가 가야 할 길이 여기에 있다.
마츠모토 소우시 감독과 〈썸머 필름을 타고!〉가 보여준 영화의 두 번째 미래는 결코 첫 번째 미래를 대체하지 못할 것이다. 세 번째, 네 번째 미래로 밀리는 일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고 오래된 미래’는 영화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비관적 전망에 저항하는 든든한 토대가 되어 영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 곁에 오래도록 머물 것이다. 이것이 언젠가 거장이 될 맨발의 첫 영화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김소미, “‘썸머 필름을 타고!’ 마쓰모토 소우시 감독 “좋아하는 마음의 힘!””, 《씨네21》, 2022. 0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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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미로운 제목의 영화 모음.zip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여러분들께 또 어떤 영화를 추천드릴까 하다가
최근에 봤던 흥미로운 제목의 영화가 있어, 흥미로운 제목을 가진 영화를 추천드려볼까 합니다!
흥미로운 제목의 영화! 이 영화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한번 살펴볼까요?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흥미로운 제목의 영화 모음집!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The Guernsey Literary and Potato Peel Pie Society, 2018
ⓒ 네이버 영화
synopsis
전쟁 중에 결성된 외딴 섬의 북클럽. 런던의 작가가 그들을 찾아 떠난다.
유쾌하고 용감하게 나치의 점령을 견딘 사람들. 그들을 통해, 그녀의 삶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cine pick!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영 인디아나 존스>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해리포터와 불의 잔>을 연출한 마이크 뉴웰이 감독을 맡은 작품입니다. 원작보다 로맨스에 조금 더 중점을 뒀으며, 영화 속에 나오는 풍경이 매우 매력적이다.
런던시계탑 밑에서 사랑을 찾을 확률
Man Up, 2015
ⓒ 네이버 영화
synopsis
매번 실패하는 연애에 어느덧 연애지수 제로가 되어버린 ‘낸시’는
부모님 결혼기념일 파티에 가던 중 우연히 만난 ‘잭’에게 묘한 끌림을 느끼게 된다.
낸시는 얼떨결에 잭의 가짜 소개팅녀 행세를 하게 되고,
두 사람은 런던에서 생애 최고의 유쾌한 데이트를 즐긴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낸시 앞에 나타난 옛 친구덕분에
거짓말로 시작된 데이트는 위기를 맞게 되는데..cine pick!
판타지에 가까운 사랑 이야기를 담았고, 사운드트랙이 무척 매력적인 영화이다.
대사 보는 재미가 있으며, 뻔하지만 사랑스러운 영화이다.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
When I Get Home, My Wife Always Pretends to be Dead, 2018
ⓒ 네이버 영화
synopsis
어느 날부턴가 ‘준’이 집에 돌아오면 항상 ‘치에’가 죽어 있다.
어제는 악어에게 잡아먹혔고, 오늘은 외계인에게 납치당했고,
내일은 공동묘지를 떠도는 귀신이 될 예정이다.
도대체 왜! 치에는 매일 죽어 있는 걸까?cine pick!
조금은 당황스러운 제목을 가진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매일 죽은 척을 하는 아내를
맞이하는 남편의 이야기를 담은 굉장히 신선한 소재의 영화이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2021
ⓒ 네이버 영화
synopsis
의학을 공부하던 스물아홉 율리에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걸 찾아 세상으로 나온다.
파티에서 만난 만화가 악셀과 사랑에 빠진 율리에,
하지만 삶의 다른 단계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각자 다른 걸 원했고 조금씩 어긋난다.
“내 삶에서 조연 역할을 하는 것 같아…” 율리에는 인생의 다음 챕터로 달려나간다.cine pick!
원제와 번역된 제목 모두 굉장히 흥미를 자아내는 제목이다. 일반적인 사랑 이야기라기보다는
주인공의 성장에 조금 더 초점을 둔 영화이다. 작품성과 흥행을 모두 잡으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작품이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Let Me Eat Your Pancreas , 2017
ⓒ 네이버 영화
synopsis
스스로를 외톨이로 만드는 ‘나’, 학교 최고의 인기인 ‘그녀’
어느 날, 우연히 주운 [공병문고]를 통해 나는 그녀와 비밀을 공유하게 되었다.
“너 말이야, 정말 죽어?” “...응, 죽어”
그날 이후, 너의 무언가가 조금씩 내게로 옮겨오고 있다.cine pick!
2016년 일본 서점에서 2위를 하고, 연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당시에도 파격적인 제목으로 화제를 모았는데, 제목과 상반된 따뜻한 이야기를 담아
진한 감동을 선사한 작품이다.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The Tokyo Night Sky Is Always the Densest Shade of Blue , 2017
ⓒ 네이버 영화
synopsis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낮에는 간호사, 밤에는 술집에서 일하는 ‘미카’.
일용노동직으로 일하며 넉넉하지 않은 삶을 살지만 막연한 희망을 꿈꾸는 ‘신지’.
이들은 화려함과 고독함이 한 데 섞인 도쿄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서로를 이해하는 진정한 사랑은 없을 것 같던 도쿄의 밤하늘 아래,
방황하던 두 사람은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며
삶에 대한 희망을 함께 품기 시작한다.cine pick!
원작은 시집으로, 시의 내용을 재구성한 영화이다.
일본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영화 전문 잡지인 키네마 준보에서
선정한 2017년 일본 영화 1위이다.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Turtles Swim Faster Than Expected, 2005
ⓒ 네이버 영화
synopsis
평범하다 못해 어중간한 삶을 살고 있는 주부 스즈메는 무서울 정도로 단순한 일상 속에서
어느 날, ‘스파이 모집’ 광고를 발견한다. 무심코 전화를 해버린 그녀는 뻔한 일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cine pick!
일본 특유의 감성과 개그 코드가 가득 담긴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평범했던 일상을 조금은 특별하게 보내게 될지도...?!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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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속도로로 무작정 달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듯
잔인한 세상
고개를 숙인다. 어이구. 감사합니다. 오늘도 가장 기우는 바쁘다. 열일중인 기우. 가장의 책임감은 그런 것이다. 오늘도 사회생활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이 사회생활은 다른 것과는 좀 다르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제가 장모님 댁에 가는 길인데, 지갑을 잃어버려서요. 혹시 2만 원만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집에 도착하면 바로 이체해 드리겠습니다." 돈을 빌리는 기우. 아니, 사실 기우는 돈을 구걸하고 있다. 지나가는 행인을 유심히 관찰해서 선해 보이는 사람에게 접근하는 것이다. "카카오페이 쓰시죠?"라는 질문은 휴대전화가 안 된다는 말로 넘어간다. 또 "고향이 어디예요?"라고 묻는 질문에는 "마산"이라고 얼렁뚱땅 대답한다. 사기를 칠 거면 똑똑하게 쳐야 한다는 말이 저절로 생각난다. 하지만 기우와 지숙 가족에게 그런 건 없다. 생존은 당장 내일 걸려있는 문제기 때문에. 집도 없고 휴대전화도 없다. 옷은 당연히 없다. 의류수거함에서 아무거나 주워 입을 뿐이다. 당장 받은 2만 원으로 사는 건 컵라면이다. 짜파게티, 신라면, 뭐 그런 것들로 일상을 보내는 기우네 가족. 아내 지숙은 위태로운 일상 속에서 희망 없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눈앞에 있었는데. 영선은 꿈속에서 깨어난 것 같다. "아들! 그 옷 별로야. 엄마가 셔츠 사놨으니까 그거 입고 가." "아냐. 싫어. 나 이거 입고 갈래" "야! 어디가!" 영선은 아들이 떠난 집에서 혼자 앉아 있었다. 분명히 다시 올 것이라고 믿었다. 없구나. 아니었구나. 아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사실 해주지 못했던 것이 해준 것보다 훨씬 더 많았다. 그렇게 막연하게 기다리고 있으면 돌아올 거라고 믿었다. 소리 없이 우는 영선. 아들을 기억할 수 있는 돌산에 올라 먼 곳에 시선을 옮긴다. 눈을 감는다. 떠오르는 건 일 생각뿐이다. 가구점으로 출근하는 영선. 영선은 중고 가구점을 운영하고 있는 CEO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다른 지역으로 원정을 나서는 영선. 한 휴게소에 도착했다. 어딘가에 앉아서 음식을 주문한다. 갑자기 어느 곳에서 따가운 눈빛이 느껴진다. 뭐지? 음식점 출구 유리문 앞에서 아이들이 눈 빠져라 영선을 구경하고 있었다. 뭐지? 아이들의 눈빛에 마음이 가는 영선. 자리를 정리하고 다시 차 문 앞으로 간다. 어떤 남자가 말을 걸었다. 머리는 길었고 수염도 제멋대로다. "선생님! 제가 사실 지갑을 잃어버려서요. 2만 원만 빌려주시면 집 간 다음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남자의 곁에는 아까 봤던 아이들이 있다. "아빠! 우리 배고파. 아무것도 못 먹었잖아." 아. 쟤들 아무것도 못 먹었구나. 시선이 가는 영선. 남자의 손에 2만 원을 쥐어주고 5만 원까지 줬다. 계좌번호 필요 없어요. 애들 맛있는 거 먹여요. 그렇게 잊고 집으로 가는 차를 탄다. 다음번에 만날 거라고 생각 못 했다. 마음에 담아눴던 응어리를 남자에게 푼 것뿐이니까. 그리고 머지않은 미래에 기우와 지숙 가족, 영선은 다시 만난다. 다시 고개를 드는 희망. 채워지지 않던 마음속 구멍에 조금이라도 닿을 것 같은 인연이다. 이 가족(들)의 행방은 어떻게 될까?
좋은 스타트
일단 영화 초반부가 훌륭했다. 기우가 지나가는 행인 아무나 붙잡는다. 근데 머리카락이 아주 길어서 눈앞을 찌른다. 또 의상도 여름에 입는 린넨 셋업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행인의 리액션을 카메라가 보여준다. '이거 뭐야'하는 눈빛. '빨리 드리고 오자'하는 말투까지. 이 가족의 과거 행적이 영화 후반부에 제시되기는 한다. 그런데 영화는 구구절절이 설명하지 않는다. '왜 알바를 안 구하고 저러고 있지?' '어떤 사연이 있어서 저럴까?'의 질문을 굳이 하지 않아도 깔끔한 설정으로 모든 이해를 구한다. 감독의 캐릭터 이해도가 빛난 부분이다.
또 라미란 배우가 맡은 영선 캐릭터도 적지 않은 분량을 줘야 하는 캐릭터다. 초중반부를 넘어서 극을 이끌어야 하는 인물이니 만큼 이 사람의 동기부여를 보여줘야 한다. 잠깐잠깐의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이 인물의 뒷배경을 보여주는 영화. 이 사람의 회한만큼이나 중요한 건 현재의 부부관계가 어떤가?라는 질문이다. 뻔해 보이지만 사실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영화의 개성을 부여한다. 이를 위해 라미란 배우가 연기를 엄-청 잘했다. 어떤 산에서 아들을 그리워하며 슬퍼하는 장면이 있다. 여기서 라미란 배우는 스크린관을 장악하며 왜 이 사람의 후의 행보가 합리적일 수밖에 없는가를 보여준다. 이 인물 영선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어두운 인물이다. 그동안의 세월 동안 아들을 잃었다는 미안함과 미련을 영화로 보여줄 수는 없을 것이다. 당연하지. 그러면 러닝타임이 한 6개월쯤 될 것이다. 감정적인 깊이가 느껴지는 건 전적으로 이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가 얼마나 이 감정을 드러낼 것인가? 에 달려 있을 것이다. 이 산에서 슬퍼하는 장면, 살짝 어두워 보이는 내면, 중후반부 특정 인물과의 하이라이트 신까지 라미란 배우는 영화의 설득력이라는 굉장히 중요한 과제를 아주 잘 소화했다. 구체적으로 쓰자면, 영화 전체적으로 '굳이..?' 싶은 인물의 행보가 반복된다. 이 부분에 균열이 가면 영화의 전체적인 몰입감이 전부 떨어질 것이다. 이를 먼길로 안 돌아도 각본의 흐름과 연기로 구현한 감독의 똑똑함이 돋보였다.
이 사람이 이 정도였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두 배우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첫 번째는 정일우 배우다. 내 기억 속 정일우 배우는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연기하던 모습이 가장 마지막이다. 이 분이 드라마에서는 굵직한 필모그래피를 유지하며 경력을 이어간 것 같다. 솔직히 윤시윤 배우와 얼굴 헷갈렸다. 그 말은 즉슨 이 배우 얼굴을 오랜만에 봤다는 뜻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느꼈던 점은 앞으로 정일우 배우를 선명하게 기억할 것 같다는 것이다. 정일우 배우는 많은 분들이 좋아할 것 같은 연기를 보여줬다. 이 캐릭터의 특징은 아동학대를 가하는 사기범죄자라는 점과 극에서 보여주는 굉장히 큰 단점이다. 전자의 경우를 생각하면, 이 인물의 사기 행적이 절대 똑똑해서 벌이는 행동이 아니라는 것이 중요한 특징이다. 그러려면 뭔가 엉성한 행동이나 표정이 돋보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정일우 배우는 말투 하나하나 나사 빠진 느낌을 보여준다. 그리고 후반부 이 인물의 행보는 이야기 전개에서 핵심 키포인트가 된다. 화려한 연기를 보여주며 이상한 후반부 전개에 기름을 붓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뭔가 마음에 안 들었던 이야기 전개지만 이 배우의 연기 하나만으로도 조조할인 티켓 값이 충분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김슬기 배우다. 초반부. 이 배우는 말을 그렇게 많이 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가장 기우가 이끄는 가족이다. 지숙은 수동적인 입장에서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다. 게다가 가장 기우는 '어떤 특징'으로 인해 휘청거린다. 남편이 막 나가는 사기꾼이 되고 아이들이 끼니로 라면을 때워도 싫은 말 하나 안 하는 지숙. 이 지숙의 유약함은 초반부에 천천히 보여주다가 중반부가 되고 나서 특정 계기를 통해 변한다. 이 이후부터 세상의 따뜻한 손길에 감회 되며 안에 품고 있었던 단단한 내면을 세상에게 보여준다. 전반부의 연기를 후반부가 반박하는 듯한 퍼포먼스가 필요했다. 이 김슬기 배우는 중반부 이후부터, 소심하면서도 선한 내면으로 깊은 인간이자 어머니로서의 힘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지숙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중요성은 영화의 메시지와도 관련이 있다. 여기서 인물이 관객과 극 중 다른 캐릭터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영화의 몰입감이 떨어질 텐데, 이 배우는 모든 감정적인 비틀기를 설명하는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글쓴이는 하이라이트 신에서 소름 돋았다.
넓고 탁 트인 감옥
영화의 중요한 소재 중 하나인 고속도로는 영화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공간이다. 고속도로는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곳이다. 당연히 자유롭다. 그런데 공간이 열려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다 자유를 느낄 리는 없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기우 가족은 이 범주에 속한다. 사실 이 고속도로 휴게소가 마음에 안 들면 딴 데 가면 그만이다. 차비가 없어도 두 다리가 있으니 걸어갈 수 있다. 그렇게 위치를 자주 바꿀 수 있는 인물들이지만 역설적으로 이 세팅은 인물들에게 갑갑함을 강조한다. '고속도로'에서만 먹고 잘 수 있다는 것이 인물이 처한 입장을 부각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인물 내면에 속속들이 박혀있는 심리 묘사가 더 두드러지는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영선이 뭔가를 먹는데 기우의 아이들이 눈이 빠질 것 같이 쳐다본다. 이런 묘사는 이 인물들이 자유롭기 때문에 더 답답한 게 두드러지는 설정이다. 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휴게실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는 장면이 있다. 또 어떤 장면에는 드넓은 주차장에 텐트 하나 덩그러니 있다. 이런 공간 세팅이 가장 강화되는 부분은 기우 가족이 휴게실 화장실에서 무언가를 하는 장면이다. 이런 고속도로 휴게실이란 설정은 구걸이라는 행동을 묘사하는 선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내면까지 묘사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런 공간의 대비는 영선의 가구점으로 치환된다. 영선의 가구점은 당연히 고속도로 휴게실보다 좁다. 또 한 장소에 중고 가구들도 다닥다닥 붙어있으니 뭔가 촘촘해 보인다. 또한 영선의 가구점의 어떤 공간에서 인물들이 굉장히 중요한 행동을 한다. 이 방도 그렇게 넓어 보이지 않는 곳이다. 그럼 당연히 답답해진다. 그러나 영화에서 고속도로 휴게실이 인물의 처지를 옥죄어오던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는 오히려 캐릭터들의 입장을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소재가 된다. 사람들이 어떤 공간에서 무얼 하는지를 보면 인간의 본능적인 부분과도 닿아있다. 이런 좁고 넓음의 아이러니는 영화의 주제적인 측면과도 닿아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혈연만큼이나 정서적인 유대감이 우리가 살면서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두 가족의 대비되는 상황이나 이미지가 계속 반복되는데, 영화에서 이를 빼먹지 않고 본다면 쉽게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닿지 않을까 하는 글쓴이의 생각이다.
그게 왜 거기서 나와
이렇게 좋은 점도 뚜렷한 영화지만 사실 아쉬운 부분이 더 크다. 일단 기우 캐릭터다. 이 기우 캐릭터는 특정 계기를 지점 찍고 1,2부로 나뉘었을 때, 첫 번째 장의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다. 이 1부까지 이어지는 캐릭터 세팅은 좋았다. 겉으로 센 척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대놓고 약한 인물의 대사와 서사로 잘 넘어간다. 중반부가 된다. 이 인물은 캐릭터에게 응당 정해진 섭리를 따라가는 듯하다. 그런데 갑자기 이를 거부한다. 이 거부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방식이 아무리 영화라도 그렇지 좀 너무했다. 핍진성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런 문화예술매체에서, 아무리 가상의 세계라도 수용자가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에 대한 단어다. 이 핍진성이 아예 무너지는 정도였다. 그렇게 인물은 어떤 행동을 여러 장소에서 돌아다니면서 계속한다. 그런데 이를 제지하는 시도 자체가 없다. 영화에서 특정 집단이 무능력하게 묘사되는 건 흔한 클리셰지만 이 정도면 뻔한 정도를 넘어서 단체로 태업하나? 같은 느낌이다. 아니 그렇게 전반부에서 온갖 방식을 보여줬으면서 이런 건 그냥 넘어가면 어떡해?
이 인물의 서사가 영화의 흐름을 깨는 건 후반부에 특히 그렇다. 인물들의 사정이 변하면서 각자 입장을 보여주는 선택을 한다. 여기까지는 굉장히 합리적이다. 또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보면 '그럴 수 있겠다' 싶다. 그렇게 영화가 같은 피만큼 끈끈한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았을 걸 괜히 사족을 붙인다. 영화 형식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신이 있다. 이 신에서 한 인물이 벌이는 모든 행동이 다 이상하다. 그냥 단지 그 이미지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영화의 모든 이야기를 깔아뭉갠 것이다. 영화 사건의 인과관계도 어긋난다. 동선도 이상하다. 앞에서 썼던 핍진성의 측면에서도 아예 어긋난다. 영화 전개뿐만 아니라 주제적인 측면인 '유대감'이라는 것과도 잘 안 맞는다. 영화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볼 때 여러 답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가지각색으로 갈리는 영화의 역할이지만 분명한 것은 기우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설정해야 우리 사회에 더 도움이 될까?라는 부분이다. 글쓴이는 이 글을 쓰면서도 다시 생각해봤다. 이 기우 같은 사람이 우리 현대사회에 있을 때, 과연 이 영화의 방식이 합리적일까?를. 캐릭터를 가학적으로 사용한 것과는 다른 문제다. 정일우 배우의 호연으로 더 두드러지지 않았다 뿐이지 굉장히 과한 시선이 돋보였다.
가족의 의미를 되묻다
이 글을 쓰는 글쓴이나 독자분들이나 가족만큼 소중한 존재가 있을 것이다. 글쓴이도 있다. 오늘 특별한 초대장을 받은 것도 그 영향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들에게 애정을 갈구하고, 또 그만큼 이 마음들을 베푸려고 한다. 반대 측면에서도 이를 바라볼 수 있다. 가족에게 굉장히 큰 상처를 받게 되면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특정 인물에게 깊은 신뢰를 보내게 된다. '영원한 인간관계는 없다'라는 말은 사실 내적으로 모순을 품고 있다. 그 마저도 영원한 명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인간관계에 대해 영화는 여러 번 생각하게 만든다. 내가 가진 상처는 무엇인지. 이 상처가 나의 어떤 행동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그 상처가 좀 더 나은 내가 되어 타인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따뜻한 손을 내민다는 것이 이 사회에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지. 약한 사람들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볼지. 영화는 두 가족을 병치시키며 관객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든다. 이에 김슬기, 라미란, 정일우, 백현진 네 배우의 뛰어난 호연으로 사람들을 몰입시킨다. 그러나 이 영화가 새롭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았다. 올해 개봉한 <브로커>에서도 상현, 동수 캐릭터의 인과응보가 철저했고, 소영 캐릭터에 입체감을 부여하면서 유사 가족으로서의 유대감을 묘사한 것이 기억에 선명하다. 이 뿐인가? <매그놀리아>의 OST를 차용해서 용서와 회한에 대해 다룬 것도 영리한 선택지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브로커>가 과연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보여줬던 클래스를 볼 수 있는가? 에 대한 의문이 있다. 이상한 연기 디렉팅. 몇몇 지나치게 자극적인 대사들, 막내 동생은 영화에서 하는 일이 무엇인가? 까지 그가 <어느 가족>에서 우리가 봤던 인물 세팅이라고 볼 수 없는 그런 조악함이 영화에서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쓴이는 <브로커>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가학적인 캐릭터 세팅이 아니더라도 영화는 하고자 하는 말을 더 전달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후반부를 들어내도 전체적인 흐름에 어떤 지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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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키드 | 뮤지컬보다 더 화려하게, 풍성하게, 날카롭게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남들과 다른 초록색 피부와 마력을 타고난 마녀, '엘파바'(신시아 에리보). 그녀는 아버지를 비롯한 모든 동네 사람들에게 따돌림과 차별 대우를 당하며 어린 시절을 보낸다. 시간이 흘러 여동생 '네사로즈'(마리사 보데)가 오즈의 마법 학교인 쉬즈 대학에 입학하고, 다리가 불편한 동생을 돕기 위해 입학식에 동행했던 엘파바는 뜻하지 않게 교장 '마담 모리블'(양자경)의 눈에 띄어 같이 학교에 입학한다.
학교에서도 이상한 눈초리를 받으며 외톨이로 지내던 엘파바. 하지만 그녀는 룸메이트가 된 것을 계기로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와 우정을 쌓아 나가고, 마담 모리블과의 마법 수업에 열중하며 마력을 갈고닦는다. 그러던 어느 날, 엘파바는 어릴 적부터 롤모델이었던 '마법사'(제프 골드블룸)의 초대를 받아 글린다와 함께 에메랄드 시티로 향하고,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서 두 친구는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다.
뮤지컬과 영화 사이의 중용
2012년 겨울에 개봉한 <레미제라블>이 4억 달러가 넘는 흥행을 기록하자 유니버설 픽처스는 본격적으로 유명 뮤지컬 영화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콘텐츠를 찾아 헤매는 할리우드에서는 정해진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성공한 애니메이션 영화를 뮤지컬로 만들어 무대에 올리는 작업은 오래전부터 이뤄졌으니, 그 반대로 접근하자는 아이디어는 어렵지 않게 떠올랐을 테니까.
다만 유니버설 픽처스의 프로젝트는 뜻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레미제라블> 다음 주자들은 영화와 뮤지컬이라는 매체의 차이점을 극복하지 못한 나머지 줄줄이 혹평을 피하지 못했기 때문. <캣츠>는 뮤지컬 무대를 스크린으로 똑같이 옮기려고 배우에게 CG로 고양이 분장을 덧입혔다가 기괴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몇몇 뮤지컬 넘버를 삭제한 <디어 에반 핸슨>은 원작과 달리 스토리 개연성 문제를 노출하고 말았다.
동명 뮤지컬을 영화화한 <위키드>는 앞선 실패를 확실히 반면교사로 삼은 듯하다. 원작 팬과 영화 관객 모두의 니즈를 충족시키려는 노력이 곳곳에 드러나기 때문. 뮤지컬 넘버를 줄이지 않는 대신 영화를 두 편으로 나눴고, 뮤지컬보다는 판타지 장르를 강조하면서 일반 관객에게 어필했다. 이 노력은 보답을 받았다.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2부를 기대케 하는 결말의 카타르시스만으로도 <위키드>는 목적을 충분히 이뤘다.
청각 대신 시각, 뮤지컬 대신 판타지
<위키드>는 뮤지컬의 1막 내용을 다루며, 그중 가장 유명한 노래는 엘파바가 서쪽 마녀로 거듭나는 'Defying Gravity'다. 문제는 이 노래가 1막 끝에 나온다는 것. 그러다 보니 <위키드>는 뮤지컬 영화인데도 노래만으로 영화 관객을 매료하는 데 한계가 있다. 상대적으로 인지도 높은 넘버가 부족하기에 'Dream' 같은 노래로 중간중간 분위기를 환기한 <레미제라블>과 같은 방식을 활용할 여지 자체가 없다.
그래서일까? <나우 유 씨 미> 시리즈 및 <스텝 업> 시리즈 연출 및 제작을 맡았던 존 추 감독은 노래보다는 노래를 보여주는 방식에 힘을 줬다. 특히 판타지 분위기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눈에 띈다. 존 추는 <인 더 하이츠>와 같은 작품에서 진하고 다양한 색감, 선명한 영상, 리드미컬한 편집과 같은 특징을 선보였다. 이러한 기교는 불가해한 현상을 신비하고 경이롭게 보여줘야 하는 판타지 장르에 최적화되어 있다.
존 추의 기교는 엘파바와 글린다가 에메랄드 시티를 구경하는 'One Short Day' 시퀀스에서 빛을 발한다. 두 주인공의 시점에서 에메랄드 시티의 거리와 전경을 자유롭게 오가며 비현실적인 장면을 더욱 과장해 흥미롭게 풀어낸다. 원형으로 움직이는 도서관을 배경으로 한 'Dancing Through Life' 시퀀스도 마찬가지다. <나유 유 씨 미 2> 속 카드 마술 시퀀스처럼 등장인물과 카메라의 다채로운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무엇보다도 1부의 대미를 장식하는 'Defying Gravity' 시퀀스의 연출을 보면 <위키드>가 뮤지컬의 청각적인 즐거움보다는 판타지 영화의 시각적 쾌감에 주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명확해진다. <맨 오브 스틸>처럼 상하 움직임과 속도감을 강조한 엘파바의 활공 장면이 오즈의 화려한 산과 숲을 배경으로 펼쳐질 때, 노래와 가사 자체의 감동도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현실을 후벼 파는 판타지
이처럼 뮤지컬보다는 판타지라는 정체성을 강조한 선택은 스토리와 메시지도 더 명확하게 만든다. <위키드>는 사람이 원래부터 악하게 태어나는지, 아니면 자라면서 악하게 되는지에 관한 오래된 논쟁을 다룬다. 이때 판타지라는 형식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덕분에 차별과 분리주의에 대한 <위크드>의 풍자와 비판은 현실의 숨은 체계와 구조를 부드럽게 드러내는 데 성공한다.
<위키드>에는 크게 두 종류의 차별이 있다. 피부색과 동물 차별이다. 둘은 얼핏 보기에 다른 유형의 차별 같다. 전자는 사람들의 인식에 기반한 반면, 후자는 동물이 교수직을 맡지 못하게 하는 등 정책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 실제로 극 중에서도 엘파바가 동물 차별에 의문을 제기하기 전까지는 두 종류의 차별은 별개로 자행된다. 그전까지 엘파바는 다르게 생겼을 뿐, 서쪽 마녀처럼 잔악한 인물로까지는 여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마법사와 마담 모리블이 엘파바를 마녀로 규정하며 수배를 내리는 장면을 곱씹어 보면 두 차별은 결국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동물 차별과 엘파바 수배 모두 마녀 사냥의 일환이기 때문. 특히 중세 유럽에서 자행된 마녀사냥은 진짜 마녀보다는 주류 질서를 거부하는 이들에 대한 공격, 탄압이라고 할 수 있다. 소수 집단을 악마화하면서 공동체 질서를 강화하고 결집을 도모하는 전략적인 접근인 셈이다.
즉, <위키드>는 판타지 세상에서 마녀 사냥을 재현하면서 권력의 선택에 따라 누구든 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엘파바는 그저 피부색만 달랐지만, 인간 중심 질서를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녀는 동물보다 더 악한 존재로 공표된다. 이처럼 동물과 엘파바 같은 사회적 소수자를 악인으로 낙인찍고 탄압하는 마법사와 마담 모리블은 유대인과 집시를 절멸시키려 한 히틀러를 비롯해 여러 권력자들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구조를 넘어서는 개인의 힘
현실의 구조를 지적할 뿐만 아니라 희망의 끈도 놓치지 않기에 <위키드>가 들려주는 서쪽 마녀 이야기는 더 인상적이다. 그 중심에는 엘파바와 글린다의 우정이 있다. 극 중 글린다는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피부색을 비롯한 여러 이유로 소수자를 차별하면서도 그 행동이 차별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즉, 그녀는 일반적인 집단, 사회적 다수에 속하는 이들을 단적으로 상징하는 캐릭터다.
그렇지만 <위키드>는 개인의 양심이 깨어나면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차별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엘파바를 놀리려고 마녀 모자를 선물하면서 파티에 초대한 글린다. 하지만 사람들의 경멸 어린 시선에 에워 쌓인 엘파바를 보면서 그녀는 자기 잘못을 깨닫고, 용서를 구하며, 엘파바의 유일한 친구가 된다. 또 설령 본인은 마법사나 마담 모리블에 못 맞서도, 엘파바에게 망토를 둘러주며 그녀의 비행을 돕는 용기도 보여준다.
마법사의 성에서 추락하던 엘파바가 마침내 날아오르는 순간은 글린다의 응원과 조력 덕분에 단순한 쾌감 이상의 카타르시스로 가득하다. 마치 히틀러와 나치에 대놓고 저항은 못해도 남몰래 유대인을 돕던 사연을 보는 듯하기 때문. 특히 두 여성의 관계가 2부 내용 전개의 핵심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풍성해진 그들의 우정은 <위키드: 파트 2>에 대한 기대를 더욱 돋운다.
여전한 매체의 한계
다만 <위키드>가 뮤지컬과 영화라는 매체의 간극을 완전히 메우지는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원작의 구조를 유지하며 판타지 색채를 덧칠한 선택이 영화적 관점에서는 종종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기 때문. 당장 연결이 어색한 시퀀스가 적지 않다. 2부에서 '오즈의 마법사' 속 도로시, 사자, 양철인간, 허수아비 등으로 이어지는 중요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맛보기처럼 보여주는 대목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2부 전개를 위해서는 필수적인 장면이지만, 1부의 중심 내용인 엘파바의 성장 서사와 직접적으로 얽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뮤지컬은 근본적으로 세밀한 스토리텔링이 어려운 장르이기에 엘파바와 '닥터 딜라몬드'(피터 딘클리지), 엘파바와 '피예로(조나단 베일리)' 간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풀어내기 어렵다. 따라서 이들의 서사를 보여주며 복선을 쌓는 과정은 곁가지이자 수박 겉핥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
1부와 2부로 나눈 구성의 한계도 숨겨지지 않는다. '기승전결' 중 '승'까지 다루고 있으니 '기'의 단계가 특히 지루해진다. 물론 다양한 시도로 한계를 극복하려고는 한다. 엘파바의 학교 생활, 엘파바와 글린다가 친구가 되는 과정을 묘사할 때는 <해리포터> 같은 마법학교 배경의 판타지처럼 주인공들의 에피소드를 여럿 풀어놓는다. 여기에 노래가 더해지다 보니 마치 <하이스쿨 뮤지컬> 같은 분위기도 조성된다.
하지만 엘파바가 겪을 차별 대우나 사건이 예상 가능한 지라, 원작 넘버를 다 살리려고 분량을 줄이지 않은 선택은 중반까지의 흐름이 늘어진다는 인상을 준다. <레미제라블>이 '아베쎄의 벗들' 분량을 줄였듯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의문이 남는 지점이다. 그 결과 160분이라는 러닝타임은 절대적으로도 길지만, 체감상 더 길게 느껴질 여지가 충분하다.
마지막으로는 몇몇 기술적 단점이 눈에 띈다. 80년대 분위기가 나는 오프닝 자막은 <위키드>라는 작품의 위상과 규모에 비하면 성의 없어 보일 정도로 당황스럽다. 또 라이선스 공연의 가사를 참조하며 한국어판 가사에 맞추려 한 것은 알겠으나, 'Popular'나 'Unlimited' 같은 단어를 음역한 자막은 영화 관객을 배려하지 않는 듯 느껴진다. '뮤지컬' 영화가 아닌 뮤지컬 '영화'라는 관점에서 가사를 번역하면 어땠을까 싶다.
Acceptable 무난함
판타지로써 뮤지컬 영화의 장단점을 기묘하게 상쇄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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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29] 실망스러운 리메이크 액션영화-모탈컴뱃
영화 모탈컴뱃이 리메이크 되어 개봉했어요.
9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1편과 2편은 그 당시 먼저 등장했던 격투게임을 기반으로 했는데요.
실사로 찍어 표현했던 게임 상의 액션 모습이 사실감이 있어 인기를 끌었죠.
영화는 CG로 게임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해서 이야기는 매력이 없었죠.
그 당시에도 신인 감독과 신인 배우들늘 주로 기용해 만들었었는데 이번 리메이크도 신인 감독과 신인 배우들을 내세워 비슷한 전략을 가지고 돌아왔어요.
그런데 그렇게 성공적인것 같지는 않네요. 근래 본 영화 중 가장 좋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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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 끝장리뷰 | 인간탐구 | 홍상수의 인간들 해석 | 자연이란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2025)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그 자연
Chapter 2 인간탐구
00:00 홍상수 신작
01:05 그자연이란
06:02 인간탐구
11:17 별점 및 한 줄 평
11:36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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