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09-18 23:30:17
[SICFF 데일리] 기울어진 세상을 헤엄쳐
영화 <나의 수호신>
SYNOPSIS.
위험에 빠진 아이, 이상하고 귀여운 수호 동물과 마주치다
PROGRAM NOTE.
절친 타이스와 함께 수영 대회를 준비 중인 열한 살 소녀 아마. 아마는 스스로 네덜란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세네갈 출신인 아마의 부모님은 망명 신청을 거절당해 더이상 합법적으로 네덜란드에 거주할 수가 없다. 어느 날 남동생과 엄마가 불시에 잡혀가고, 도망친 아마는 아빠를 찾아 헤매던 중 거대한 호저가 자신을 따라오고 있음을 알게 된다. <나의 수호신>은 네덜란드에 있는 수많은 불법 이민자들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현실에서 착안한 판타지 영화다. <나의 수호신>은 자신의 집이라 생각했던 곳에서 쫓겨나는 상황에 직면한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집의 의미’를 묻는다. 이민자 이슈는 현대 사회에서 가장 큰 논란 중 하나이지만, <나의 수호신>은 인권이라는 큰 틀 안에서 우정과 연민의 힘으로 해피엔딩을 맞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기를 소망하는 작품이다. (최은영)

우리가 사는 도시를 집어들고 가방 털 듯 탈탈 털면, 거기서 후두둑 떨어지는 동물들은 개, 고양이, 햄스터… 같은 것만이 아닐 거라는 이야기를 어디에서 읽었더라. 생각지 못한 동물들이 후두둑 떨어질 거라는, 정글에서나 볼 거라고 생각했던 동물들이 실은 우리와 같은 도시에 살고 있다는 그 말을.
그렇다면 사람은 어떨까. 나와 비슷한, 아주 닮지는 않았어도 대충 엇비슷한, 그리고 나와 다르지만 대충 예상했던 사람의 범위, 그 바깥의 누군가를 분명 마주하게 되지 않을까.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도시 한복판에서 마주칠 거라 생각하지 않듯이.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익숙한지 아닌지 고작 그 문제다. 누군가의 상상력 하나로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진 것처럼.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그려 본다면, 우리 모두 똑같이 그릴 수 있을 것처럼.
우리의 주인공 아마는 그렇게 도시를 탈탈 뒤집으면 조금 당혹스러울 법적 지위를 가진 채로,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살고 있다. 성격도 밝고, 공부도 잘하고, 네덜란드 최고의 수영 선수를 보며 꿈을 무럭무럭 키우고 있는 될성부른 수영 유망주 어린이이기도 한데, 대회 하나를 나가려고 해도 ‘써도 될 것’과 ‘써서는 안될 것’을 신중하게 골라내야 하는 처지에 있다.
아마가 사는 집은 그 자체로 하나의 마을 같다. 아이들을 씻기고 자신도 씻기를 즐겨 하는 이웃이 샤워기를 틀면 계단참으로 물이 주르륵 흐르는, 그만큼 연결되어 있는. 그러나 아마의 가족은 이런 상황에 불평을 일삼기보다 자연스러운 생활의 풍경으로 받아들이면서 살고 있다. 아빠와 장난칠 때나 썼던 소금 통 하나를 사러, 그 심부름 하나로 아마의 생활이 영영 달라질 때까지는.
집에 있던 아마의 어머니와 동생은 “불법 이민자”여서 잡혀 가고, 아마는 놀이터에 숨어서 일을 나가신 아빠를 기다린다.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아마의 세상이 전체적으로 기울어 있음을 관객은 이내 깨닫게 된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앵글이 항상 기울어 있다. 학교도, 경찰서도, 집 바깥도, 전부 다 기울어 있다. 아마가 아빠를 찾아 들어간 “드 로테르담” 건물, 아빠의 일터 또한.
이 기울기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것이다. “불법 이민자”에 대한 편견은 말할 것도 없고, 아마는 스스로가 네덜란드 사람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자랐기 때문에, 자신이 불법 이민자이고 그 편견 속에 살아가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사무직과 청소 일에 대한 편견도 가지고 있다. 아버지가 일한 업체의 이름은 Sunshine services이지만, 역설적으로 선샤인이라고는 전혀 빛나지 않는 밤에만 일하고, 밤으로 취급받는다. 세계가 기울어 있는 것이 사실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 서글픈 현실에 갑자기 거대한 호저가 나타난다. 영화 자막에서는 고슴도치로 번역되었지만, 호저는 고슴도치와 다르다. 꿀벌과 말벌 정도의 차이랄까. 고슴도치가 가시를 있는 힘껏 세워도 멀리서 (그러니까 그 가시가 나를 공격하기 않을 거리에서) 보면 귀엽겠지만, 호저가 가시를 세우는 모습을 멀리서 보면… 그로테스크하다.
나는 호저라는 생물이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호저를 처음 봤는데, 심지어 인도의 동물원에서 야행성 동물들을 모아 놓겠다고 조명을 있는 대로 침침하게 해 둔 어둠 속에서 그 가시가 파르르 서는 모습으로 처음 보았다. 뭔데 저거. 뭐야. 왜 무서워. 무서움을 익히 아는 다른 동물보다, 전혀 모르는 생물의 가시가 더 무서웠다. 알고 보니 호저는 정말 만만치 않은 생물이었다. 호저의 가시에 공격을 받으면 맹수도 배겨낼 재간이 없다.
그러나 이 영화, <나의 수호신> 원제인 ‘토템’답게, 이 영화 속 거대한 호저는 귀엽기만 하다. 도시 속의 사람은 내지 못한 위로의 울음소리를 호저가 낸다. 제목이 <나의 수호신>인데 자막에는 ‘토템’으로 나와, 수많은 어린이 관객들이 엄마에게 “토템이 뭐야?”를 물어야 했음은 아쉬운 포인트지만… (참고로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토템은 “부족 또는 씨족과 특별한 혈연관계가 있다고 믿어 신성하게 여기는 특정한 동식물 또는 자연물. 각 부족 및 씨족 사회 집단의 상징물이 되기도 한다.”)
커피 머신도 사랑이 필요하다며 쓰다듬는 사람이 있는 도시에서, 아마는 그저 호저와 함께 걷는다. ‘상상 속의’ 존재가 아니라면 같이 걸을 상대도 없는, 대도시 속 외로운 아이의 삶. 집이었던 곳은 경찰과 개의 손에 마치 범죄자의 소굴처럼 취급되며 서슴 없는 수색의 대상이 되지만, 호저는 깡통 차기 놀이 상대가 되어 준다. 마치 전통 속 여우 사냥의 한 장면처럼, 아마가, 사람이, 개에게 쫓기는 장면이 현실에서는 연출되지만 호저는 파르르 가시를 세워 아마를 지켜준다.
극중에서 호저를 볼 수 있는 인물은, 아마와 마음의 결을 같이 하는 이들뿐이다. 애초에 아마의 옆에 서 있었던 이들을 제외하면, ‘그리오grio’ 그러니까 가수이자 시인인, 노래로 이야기를 전해 이야기가 사라지지 않게 하는 일을 사명으로 품은 이들밖에 없다. 이는 영화를 포함한 예술의 기능 중 주요한 한 지점을 짚는다. 기울어진 세상에서도 노래는 계속되어야 함을.
‘온 세계가 당신의 조국’이라는 네온사인이 무의미하게 빛나는 거대한 도시에서, 정작 도시 안에서 평생을 자란 사람을 밀어내는 도시에서, 아마는 호저의 등에 올라 기울어진 세상을 걷는다. 이 차가운 현실에, 이야기 하나를 놓는다. 그 순간 세상은 변한다.

기울어진 세상에서도 ‘상자 바깥에서, 틀을 깨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쩌면 그들이 그리오grio의 후예, 그러니까 이야기가 잊히지 않도록 하는 이들인지 모르겠다. 아마가 외로운 여정을 걷는 내내 곳곳에서 아마를 먹이는 손길이 있었듯이, 이 외로운 도시를 가방 뒤집듯 탈탈 털면, 생각지도 못한 동물들이나 사람들과 함께, 환대의 손길 또한 함께 후두둑 떨어질 것이다.
아마는 앞으로도 기울어진 세상을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아마의 정체성은 ‘네덜란드인’에서 ‘경계인’으로 달라졌을 것이다. 사실은 우리 모두 경계인임을 우리는 언제 깨달을 수 있을까. 여기 계속 사는 거냐는 질문, 아마와 타이스 두 아이의 물음에 부모님의 대답은 동일했다. “그래, 당분간은.” 이사를 가든 추방을 가든, 결말이 어떻든 우리 여기서 당분간은 살아갈 존재들임은 동일하다. 도시를 뒤집어 탈탈 털면 후두둑 떨어질 존재들이라는 사실만큼은 동일하다.
그게 다르게 취급되는, 기울어진 세상을 우리 살아가지만, 이 기울어진 세상에서 노래와 환대의 손길은 계속되니, 새처럼 날아드는 그 손길과 멜로디를 따라 계속 헤엄쳐갈 일이다. 씩씩하게!
9월 15일 20:00-21:37 롯데시네마 은평 5관
9월 17일 16:00-17:37 롯데시네마 은평 6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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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황스럽지만 결국 빨려들게 되는 그들의 우주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Doctor Strange in the Multiverse of Madness , 2022)
“당황스럽지만 결국 빨려들게 되는 그들의 우주”
등급 : 12세 관람가
장르 : 액션, 판타지, 모험
러닝타임 : 126분
감독 : 샘 레이미
출연 : 베네딕트 컴버배치, 엘리자베스 올슨, 베네딕트 웡, 레이첼 맥아담스, 치웨텔 에지오프, 소치틀 고메즈
개인적인 평점 : 3.5/5
쿠키 영상 : 2개 (엔딩 크레딧 중간에 1개, 엔딩크레딧 후 1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줄거리
끝없이 균열되는 차원과 뒤엉킨 시공간의 멀티버스가 열리며 오랜 동료들, 그리고 차원을 넘어 들어온 새로운 존재들을 맞닥뜨리게 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 속, 그는 예상치 못한 극한의 적과 맞서 싸워야만 하는데….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타임라인에서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 뉴욕에 남아있던 스티븐(닥터 스트레인지)은 전 연인 크리스틴의 결혼식에 참여하게 된다. 스티븐은 아직 크리스틴에 대한 미련과 후회가 남아있지만 크리스틴의 “행복하지?”라는 질문에 애써 괜찮은척, 행복한 척을 해 보인다. 그가 아주 지독한 후회를 느끼고 있는 찰나, 포탈이 열리며 괴물과 함께 멀티버스의 키를 쥐고 있는 소녀, ‘아메리카 차베즈’가 등장한다. 차베즈와 대화를 나눠본 결과, 여러 우주가 위험에 빠져있다는 걸 알게 된 닥터 스트레인지는 어벤져스 중 가장 유능한 마법사였던 완다에게 찾아간다. 그리고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와 다른 세계를 구하기 위해 여러 우주를 떠돌게 된다.
작년 12월 멀티버스의 시작을 알렸던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개봉 이후 5달 만에 <닥터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개봉했다. 제목부터 “우리는 이제 본격적으로 멀티버스를 팔 거야!”라고 선언한 이 영화는 말 그대로 혼란스러운 멀티버스 이야기였다. 영화를 보며 이 캐릭터들을 더 사랑하게 됐고, 2시간 동안 아주 즐겁게 즐겼다. 영화 안에 이것저것 차려진 메뉴가 참 많아 음미하기에 바빴다. 근데 정리가 덜된 밥상을 마음껏 즐기려다 보니 조금은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닥터 스트레인지다운 눈호강
2016년 <닥터 스트레인지>가 개봉했을 때, 새로운 유형의 히어로 닥터 스트레인지에 크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 지금껏 보지 못한 신선한 스티븐의 능력과 서사, 베네딕트 컴버배치 배우가 뿜어내는 매력. 그리고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영화가 보여준 웅장한 시각적 효과, 흔히 말하는 눈뽕! 그 눈뽕에 머리가 다 어질어질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개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실 ‘멀티버스’라는 키워드보다는 스티븐의 능력을 어떻게 사용할지, 이번엔 어떤 공간들을 보여줄지가 가장 기대됐다. <노 웨이 홈>에서도 스티븐이 만들어낸 공간을 볼 수 있었지만 다소 어색한 CG에 실망했던지라.. 그래도, 이번엔 닥터 스트레인지의 2번째 솔로 영화인데! 괜찮겠지!! 하며 희망 회로를 불타게 돌렸다. 그리고 희망 회로를 불태운 만큼 이 영화는 내가 만족할만한 퀄리티의 시각효과를 보여주었다. 첫 관람은 꼭 왕왕 큰 용아맥에서!!를 외친 보람이 있을 정도로 말이다. 캐릭터의 색을 잘 살린 디자인과 다양한 우주의 모습, 반사의 활용, 영화의 메인 컬러 빨간색을 잘 활용해 시각적인 공포를 높인 부분, 역동적임과 동시에 긴장감을 높여주는 화면 연출까지 마음에 쏙 들었다.
지금껏 본적 없는 어둡고 잔인한 마블 영화
마블 영화라고 하면 보통 생각하는 이미지가 있다.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이 봐도 괜찮은 영화, 슈퍼히어로 영화. 많은 관객들이 생각하는 마블의 이미지다. 하지만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좀 다르다. 영화가 개봉하기 전부터 배우들이 ‘새로운 마블 영화’,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라고 여러 번 언급하기도 했고, 예고편을 봐도 어느 정도 예상을 할 수 있듯이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매우 어두운 톤을 갖고 있는 영화다.
분위기가 전보다 진중해지기도 했고, 어둡고 공포스러운 장면들이 꽤 많다. B급 공포 영화의 명인으로 불리는 ‘샘 레이미’ 감독 특유의 역동적인 화면과 ‘마블 영화’라는 틀을 깨며 가감 없이 집어넣은 점프 스퀘어, 다소 잔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상처와 액션 신들, 좀비물처럼 느껴지는 요소들도 꽤 많기에 ‘아이들과 함께 보는 마블 영화’라는 이미지는 잠깐 접어두는 게 좋을 것 같다.
‘마블 영화’라는 거대한 타이틀을 달고 있음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색을 지켜낸 샘 레이미 감독의 능력에 감탄했다. 모 영화 같은 경우엔 마블 영화지만 너무 자신의 색을 지키는 바람에 말아먹은 경우도 있었는데…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정체성을 어느 정도 지키며 감독의 개성을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닥터 스트레인지, 마블 영화로 이런 걸 한다고?
영화 개봉 전 공개된 홍보 영상 속, 샘 레이미 감독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이 영화 정말 멋있다!’고 느꼈으면 한다”라고 이야기했었는데, ‘아 이 영화 정말 멋있다!’ 150번도 더 말해 드릴 수 있다.
영화의 개봉일이 어린이날 전날이어서 그런지 ‘어린이날을 노리고 개봉한 마블 영화’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예고편을 안 보고 그 어린이날 연휴 개봉이 주는 느낌에 속은(?) 관객들이 꽤 많은 듯 보인다. 추가로 <스파이더맨 트릴로지>를 생각하고 간다면 꽤 놀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마블이라고 이런 걸 안 하고 못해야 할 이유는 없다. 이렇게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건 언제나 환영이다.
인간적인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이전에 개봉했던 <블랙 위도우>와 <노 웨이 홈>처럼 꽤나 인간적인 영화였다. 개인적으론 <엔드게임> 이후로 마블이 1대 히어로들의 상처를 하나둘 내놓고, 그것을 회복시키며 이들의 은퇴 수순을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블랙 위도우>, <노 웨이 홈>, <호크아이>, 그리고 최근 예고편을 공개한 <토르: 러브 앤 썬더>와 이 영화까지. 커다란 전투를 마친 히어로들의 내면에 남은 아픔과 미련을 툭 까놓으며 그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안정감을 쥐어주고 있는 느낌이다.
아무리 강인한 히어로여도 이들도 사람이기에 상처를 받고, 사랑을 하고, 아파하기도 한다. 스티븐의 경우는 능력을 얻고 칼자루를 쥐게 된 이후 연인 크리스틴과 헤어지게 됐고, 완다는 원치 않는 능력을 얻은 후 전투를 치르다 오빠 퀵실버와 연인 비전을 잃는다. 어디에도 풀어놓을 수 없었던 이들의 슬픔과 분노는 멀티버스의 문을 열게 되고, 스티븐과 완다는 멀티버스 속에서 새로운 희망과 깨우침을 얻는다.
사랑하는 모든 걸 잃은 완다, 어벤져스에게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쳤을 때 언제나 이성적으로 결정을 해야 했던 스티븐. 큰 힘을 가졌기에 많은걸 희생한, 아픈 손가락이었던 두 사람이 한 영화에 나와 세상과 자신을 구해가는 과정이 개인적으론 다소 안쓰럽고 슬프기도 했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멀티버스를 꿰뚫는 단 하나의 키워드 ‘사랑’
이들의 이야기는 모두 사랑으로부터 시작된다. 스티븐은 사랑을 지키기 위해 이별했고, 완다는 사랑을 지키지 못해 결국 악에 현혹된다. 얻지 못한 사랑을 마무리 짓기 위해 시작된 멀티버스 이야기는 돌고 돌다 결국 제자리를 찾는다. 스티븐은 깨진 시계의 알판을 고치며 마음을 단단히 다지고, 아이들을 지키고 싶다며 이기적으로 행동하던 완다는 아이들을 통해 자신의 죄를 알게 되고 또 다른 완다를 통해 위로를 받고 스스로를 희생하며 상황을 정리한다.
사랑은 사람을 미치게도 하고, 아프게도 하고, 지켜주기도 하고, 위로해주기도 한다. 각자 다른 우주에 살고 있는 인물들은 조금씩 다른 인생을 살아가지만, 그들을 한 번에 관통하는 키워드는 ‘사랑’이다. <노 웨이 홈>에서 앤드류의 피터 파커가 그러했듯 스티븐 또한 또 다른 우주를 통해 사랑으로부터 받았던 상처를 위로받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닥터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에서 아쉬웠던 점
영화 자체는 정말 재밌었고, 타고난 과몰입러로서 온갖 감정을 다 동원하며 감상했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이 없진 않았다. 개인적으론 완다를 100% 이해하기엔 어려움이 있었고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 차베즈에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으며 다른 우주에 깜짝 등장한 캐릭터들이 그저 ‘작은 보너스’ 같은 느낌으로 반짝 빛났다 사라지는 것이 정말 아쉬웠다.
<완다 비전>을 본 관객이라면 완다가 왜 다크홀드에 손을 댔는지, 왜 드림 워킹을 하게됐는지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겠지만, <완다 비전>을 보지 않고 영화 속 완다의 설명만 들은 관객이라면 그가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급발진을 한 빌런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완다의 마지막이 상당히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대로라면 멀티버스 속 완다와 협력을 하는 스토리가 나오지 않는 이상, 사실상 완다는 은퇴 수순을 밟게 될 텐데 이 캐릭터의 마지막을 이렇게 장식한 게 못내 아쉬웠다. 매번 아픈 모습만 보였던 캐릭터인데 해방의 절차도 이렇게 어렵고 가슴 아프게 만들어버리다니… 속상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멀티버스의 문을 여는 새로운 능력자 차베즈는 배우의 매력, 서사와는 별개로 별다른 반짝임이 느껴지지 않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이제 첫 등장이기도 하고, 멀티버스가 확장되며 차후에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갈수도 있다는 희망은 버리지 않기로 했다.
깜짝 등장한 캐릭터들은, 긴말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 영화에 프로페서가?!’하고 놀랐지만 별다른 의미 없이 지나쳐갔을 뿐… 아, ‘너를 믿는다’는 아주 중요한 말을 하나 남기긴 했다…
최근 마블 영화를 보며 느낀 아쉬움들
마블이라는 프랜차이즈는 가히 독보적이고 거대하다. 마블 이전에도 마블 이후에도 여러 히어로 영화들이 제작되었지만 마블의 히어로들과 이들의 세계관을 이길 프랜차이즈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나 DC 히어로 같은 크고 훌륭한 다른 히어로 프랜차이즈도 존재하지만 대중들이 가장 많이 떠올리는 ‘히어로 영화’를 만들어온 곳은 마블이 아닌가. 마블은 마블만의 영화를 만들어냈고 그로 인해 관객들의 취향, 극장가의 풍경이 함께 바뀌기도 했다.
누군가는 이런 히어로 영화를 유치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이들의 거대한 자본력과 제작 형태를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마블 영화가 스크린을 독점하거나 무조건적인 흥행 공식을 따르고 있는 건 팩트니까). 전세계적인 팬덤을 이끌고 있는 프랜차이즈인 만큼 마블을 바라보는 시선은 정말 다양하다. 실제로 2019년,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마블은 시네마가 아닌 테마파크에 가깝다.”는 한 마디는 여전히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으며 국내 팬들이 바라보는 마블의 이미지 또한 가지각색이다.
이번에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보고 퇴장로에서 들은 이야기와 개봉 전, 후 SNS의 반응을 보면… 최근 마블의 이미지가 꽤 하락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가장 눈에 띄는 불만들은 크게 <엔드게임> 이후 은퇴한 캐릭터들에 대한 아쉬움 / 예, 복습에 대한 부담 / 개연성의 실종, 캐릭터들의 매력 부재 등이 있다. <엔드게임> 이후 1세대 히어로들의 은퇴는 당연한 수순이었고,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치고 다른 아쉬움들을 짧게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마블이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프랜차이즈이다 보니 새로운 히어로가 등장한다 해도 이전의 캐릭터나 세계관을 알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상태에서 디즈니 플러스가 런칭되었고, 그 부담은 배로 늘어났다. 이번 영화만 해도 꼭 <완다 비전>을 봐야한다, <로키>, <왓이프>도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디즈니 플러스 역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보기 전, 디즈니 플러스에서 <완다 비전>을 만나보라며 광고를 하기도 했다.
다른 시리즈를 모르면 새로운 영화도 온전히 즐길 수 없을지 모른다는 걱정에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를 공부하고 가야 하다니. 상당히 부담스럽고 피곤한 상황이다. 물론 실제로 ‘이걸 안 보면 이해 못 함!’ 정도의 상황이 나오지 않도록 어느 정도 설명을 해주긴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다음에도 디즈니 플러스 예, 복습에 신경 써야 할지… 걱정되기도 한다.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어느 정도 재밌게 즐길 순 있지만 ‘알고 가야 더 보이는 영화’라고 한다면, 결국 이전 것들을 보지 않으면 100% 즐길 수 없다는 걱정을 떨쳐버릴 수 없다. 이러다 정말 ‘고인물들만 볼 수 있는 영화’가 되는 건 아닐까?
오래된 프랜차이즈 영화를 보며 느낄 수 있는 그만의 특별한 감동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커다란 세계관 안에서 뛰노는 것도 정말 즐거운 일이란 건 부정할 수 없지만 적어도 영화와 드라마 시리즈 사이의 구분은 지어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계속 이렇게 장벽을 높여간다면 자칭 덕후가 아닌 사람은 더 이상의 접근을 피하게 될 수밖에 없으니.
그리고 최근 들어 느낀 가장 큰 아쉬움은 개연성의 실종이다. 활활 타오르는 덕심을 잠깐 내려놓고 말하자면, 영화는 분명 재미는 있는데… 가끔 개연성을 잃는다. 지금은 “왜 이렇게 되는 거지?” “왜 이건 이유를 말 안 해주지?”라는 질문이 떠올라도 배우들을 보며 어느 정도 흐린 눈을 하고 있지만 이 흐린 눈 필터를 언제까지 장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쉬워도 다시 티켓을 끊게 되는 테마파크
전체적으로 아쉬운 부분들도 있고, 어떤 영화는 나를 크게 실망시키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당분간 이 환상적인 테마파크 안에 머물 것 같다. 적어도 오래 함께해온 1세대 히어로들이 남아있는 한은 말이다. 이만큼 나를 즐겁고 슬프고 설레게 하는 프랜차이즈가, 이렇게 성공한 테마 파크가 또 없기 때문이다. 이래서 아쉽고 저래서 아쉽다고 말하면서도 토르가 개봉하면 당장 달려갈 내 모습이 벌써 눈에 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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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 더 하이츠> 북미 박스오피스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까?
린-마누엘 미란다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각색한 <인 더 하이츠>가 미국 박스오피스에 불을 지필 예정입니다. 이번 주말 약 3,400개의 영화관에서 개봉하는 워너 브라더스 제작 영화 <인 더 하이츠>는, 개봉을 하자마자 약 2천만 달러(한화 약 220억 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최종 집계액은 1600만 달러에서 3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죠.
영화 <인 더 하이츠>는 또한 6월 10일 목요일, ‘HBO 맥스’에도 개봉을 할 예정이기에 주말 흥행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조용했던 극장가는 최근 백신 접종으로 인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관객들이 다시 모여들고 있습니다. 지난 몇 주 동안 <컨저링3: 악마가 시켰다>와 <콰이어트 플레이스 2>가 주목할 만한 티켓 판매량을 기록했는데, 할리우드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와 <블랙 위도우>와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들로 이러한 현상이 여름 내내 지속되기를 바라고 있죠.
<인 더 하이츠>의 관람객 예측이 어려운 한 가지 이유는,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박스오피스에서 얼만큼의 위력을 과시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인 더 하이츠>는 골든 글로브 주제가상을 수상한 <위대한 쇼맨>이나, <해밀턴> 그리고 <캣츠>만큼 잘 알려져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인 더 하이츠>는 해외 영화 평론가로부터 좋은 리뷰를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로튼 토마토 96%의 평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 전문 매체 Variety(버라이어티)의 수석 영화 평론가 eter Debruge (피터 데브루지)는 이 영화를 본 뒤 “대박”이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인 더 하이츠>는 <나우 유 씨 미>와 <지.아이.조> 그리고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연출한 존 추 감독이 감독을 맡았으며, 토니상 11관왕을 달성한 린-미누엘 미란다가 영화의 음악을 맡았습니다. 특히, 린-마누엘 미란다는 21세기 최고의 천재 예술가로 손꼽히고 있으며, <인 더 하이츠>는 그가 19살이었던 대학교 2학년 때 초고를 완성했고, 2008년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해 약 1200회 공연된 바 있습니다.
<인 더 하이츠>가 박스오피스 차트를 이끌 것으로 예상하나, 미국 전역에서 유일하게 개봉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소니의 <피터 래빗 2: 런 어웨이>가 3,300개 영화관에서 개봉할 예정이죠. 이 애니메이션은 개봉 3일 만에 박스오피스 판매량이 1,700만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추정이 나와, 주말 동안에만 약 1,000만 달러의 수입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피터 래빗 2: 런 어웨이>는 정원 생활에 싫증을 느낀 피터가 대도시로 가서 벌어진 내용을 담은 작품입니다.
공포 영화 <컨저링3: 악마가 시켰다>부터 스릴러 <콰이어트 플레이스 2>, 가족 애니메이션 <피터래빗 2: 런 어웨이> 그리고 뮤지컬 영화 <인 더 하이츠>까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는 미국 극장가의 모습인데요. 앞으로의 박스오피스 행보는 어떻게 될까요?
씨네랩 에디터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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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 너머 샹그릴라까지
어른이 된다는 건 뭘까.
부모님의 집을 떠난 지 십년도 더 지났고, 밥벌이를 하며 살고 있지만, 아직도 스스로가 어른이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가끔 부모님의 집을 찾을 때, (이제는 개념조차 희미한) ‘집 전화’의 수화기를 집어들 때가 있다. 낯선 목소리가 “집에 어른 계시니?” 할 때면, 습관처럼 안 계신다고 대답하고 나서는 끊긴 전화기 앞에서 잠시 상념에 빠진다. 내게 나는 어른이 아닌가? 문득 내 나이를 깨달은 자의, ‘어른이란 무엇인가’ 하는 근원적 질문에 빠진다.
어른이 된다는 건 뭘까.
그 질문에 대한 어느 아름다운 답안을 이 영화, <벨파스트>에서 찾았다.
영화 <벨파스트>는 동명의 도시 벨파스트를 배경으로 한다. 우리에게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록허트 교수, <오리엔트 특급 살인> 포와로의 배우로도 익숙한 감독 케네스 브래너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소재로 만든, 반쯤 자전적인 영화다. 케네스 브래너가 녹아든 주인공 꼬마 ‘버디’는 벨파스트의 한 골목에 살고 있다. 저녁 나절이 되면 밥 먹으라고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를 이웃들이 끝말잇기처럼 줄줄이 전달해줄 만큼 서로가 서로를 빤히 아는 동네. 그곳에서 쓰레기통 뚜껑을 들고 상상 속의 용을 무찌르면서 놀던 꼬마의 평화로운 세상은, 이내 깨진다.
용을 무찌르는 데 쓰던 방패는, 어느새 실제적으로 눈 앞에 튀는 벽돌 조각을 막아내는 방패가 되고 만다. 아이들이 꿈꾸어야 할 시간을 현실에 매어두는 것, 그게 분쟁이다. 아직 어린 버디에게 더없이 정겨운 고향이었던 벨파스트는, 동시에 폭력과 긴장에 묶인 지역이기도 했던 것이다.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사이의 종교 갈등인 동시에, 아일랜드 독립주의 계열과 친영 계열의 갈등까지 뒤섞여 유독 복잡한 분쟁의 양상을 굳이 여기서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영화도 분쟁의 내용을 그리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상황은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방송을 통해 요약 서술되고 넘어가며, 그나마도 속도가 매우 빠르게 처리된다. 텔레비전에서 군대를 보낸다는 소식이 발표되는 동시에 창밖으로 군인들의 발소리가 들리는 식이다.
현대사의 가장 어두운 얼룩들이 아주 최근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정치적인 관점에서 아주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거기에 방점을 찍은 영화는 아니다. 관객으로서 나 또한 그보다는 한 가족의 이야기, 한 사람의 이야기로 주목하고 싶다.
#. 정답은 있는가
‘어른’과 유사하게 되어 가면서 점점 느끼는 게 하나 있다면, 거대하고 거창한 하나의 정답을 맹목적으로 외치는 사람 중에는 가짜의 비율이 높다는 것. 목청만 높이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직접 사유하고 살아낸 것만이 내게 남지만, 그렇게 삶으로 배운 것조차도 하나의 고정된 정답일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생각도 언제 깨지고 바뀔지 모른다.
이건 꽤나 속이 복잡해지고 불안해지는 생각이어서, 가끔은 이 마음 끝에서 툭 큰소리를 내게 되기도 한다. 목청만 높이지 말자는 생각 끝에서 목청이 높아지다니 역설적이지만. 허장성세는 결핍에서 나오는 게 맞는 것 같다.
이 영화 속에는 ‘하나의 정답’을 외치는 사람들이, 자신의 정답을 종용하기 위해 물리적으로 맞부딪치는 일도 서슴지 않는 세계가 그려져 있다. 실제 북아일랜드의 정치적 상황을 떠나, 세계 보편적으로 익숙한 상황이 아닌가.
이 문제에 대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나름의 방법을 갖고 있다. 할아버지는 어려운 수학 문제를 놓고 끙끙대는 버디에게 “숫자를 애매하게 쓰라”고 하며, 이를 “애매하게 맞추기spread betting”라고 한다. 하나 뿐인 정답을 콕 짚는 대신,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것이다.
할아버지의 조언을 따른 버디가 반쪽의 성공만 거두고 돌아왔을 때, 할머니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같이 하기do the project together”. 경계를 흩는 것도 좋지만, 궁극적으로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서 눈을 맞추고 함께하는 것이 해결의 열쇠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나와 너의 경계를 흐릿하게 하고, 나란히 연대하기. 이것은 정답이 아니다. 다만 정답으로 가는 길일 것이다.
#. 변화보다 기억
구불구불해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길처럼, 상황은 계속 바뀐다. 한때 데이트가 끝나고 자신이 집에 데려다 주었을 ‘갈색 스타킹 소녀’가 이제는 평생을 함께한 노년의 여성이 되어, 자신의 노구를 ‘집에 데려와 주겠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잠시 할아버지가 멍해지듯이. "고향을 떠나는leaving home" 행동이 "살아가는moving on" 행위로 해석되는 세상이 되어버렸듯이. 주부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효소 세제가 한 주부에게 전혀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되듯이.
자꾸 모양을 바꾸는 세상에서 변치 않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할아버지는 “벨파스트 출신의 버디”라는 정체성을 명확하게 기억하라고 이야기한다. 더불어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계속 묻는다. 버디는 그때그때 구체적인 대답을 꺼내는 아이다.
할아버지의 질문들은 버디의 뿌리를 세우는 힘이 될 것이다. 오늘의 버디도 할아버지의 사랑을 풍성하게 느끼지만, 먼 훗날 뒤채고 흔들리는 날에 더욱 느낄 것이다. 이 사랑은 대를 이어 내려온다. 손자의 수학 문제 푸는 법은 도와줄 수 있었지만, 자식의 성장 과정을 옆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할아버지의 사랑이, 그 자식의 마음에 “많이 도와주셨지”라는 아릿한 사랑으로 남아 있듯이. “가라. 돌아보지 마라.”고 말하는 할머니의 단호한 얼굴에서 끈끈한 마음이 묻어나듯이.
“돌아보지 마라”는 할머니의 말을 듣기라도 한 듯이, 버디는 뒤를 돌아본다. 뒤를 돌아보는 마음, 결국 그것이 영화를 만드는 마음일 것이다. 기억하고 재구성하는 마음. 구불구불하고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길을 걸어가면서도, 앞만 바라보지 않는 마음. 그 마음만이 우리를 바라는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 달까지 가자
우리가 바라는 곳은 어디인가. 영화에서는 계속해서 ‘달’이 언급된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1969년 7월) 직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보니, 광활한 우주를 소재로 한 텔레비전 방송을 보는 장면도 나오고, 버디와 캐서린이 함께 하는 과제도 달 착륙에 관한 것이다. 달 착륙 숙제를 했는지, 함께하고 싶은지 묻는 문장도 의미심장하다. “Have you gone to the moon yet?” 달에 가보았는지 묻고, “Do you want to, with me?” 같이 하겠는지 묻는 문장에도 ‘숙제’라는 목적어는 없다. 숙제를 마치고 최고점을 받은 아이들에게 아빠가 묻는 말 또한, 달까지 가는 방법이다.
할아버지와 아빠의 대화에서는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달로 가라Get yourself to the moon”는 말을 한 뒤 할아버지는 “런던은 오직 작은 한 걸음일 뿐”이라며 “벨파스트는 언제든 뒤돌아보면 여기에 있을 것”이라고 말하니까.
케네스 브래너 감독은 벨파스트를 갑자기 떠나야 했던 어린 시절이 자신에게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뿌리를 뽑혀 옮겨 심기는 감각은, 정도와 상황의 차이가 있지만 누구에게나 트라우마로 남는 기억이니까. 그러나 트라우마는 트라우마로만 끝나지 않는다. 순진무구한 버디의 시선을 필터 삼아 걸러진 다음, 이야기에 응집된다.
인류가 처음 달을 밟은 것만큼이나, 벨파스트를 벗어난 삶 또한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을 것이다. 달을 밟기까지 우주비행사와 과학자들이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듯, 버디의 가족 또한 상당한 역경을 겪었다. 그렇게 도달한 자리는 그전까지 있던 곳과 중력부터 다른 곳, 완전히 다른 법칙이 작용하는 곳이었을 것이다.
그 시간을 다 넘어서서, 이제 반자전적인 영화로 트라우마를 다독인다. 현대사의 얼룩과 다사다난한 개인사를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잘 엮어낸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잘 만든 이야기가 얼마나 힘이 있는지 주목하게 한다.
영화 속 할머니가 서글프게 내뱉은, “벨파스트에는 샹그릴라로 가는 길이 없단다”는 말에 배인 기억을 분명히 인지하면서도, 벨파스트의 기억을 달 너머 샹그릴라에 마침내 이르게 한다. 흑백의 날들에 유일하게 생생한 색채로 그려진 세상에 그 길을 만든다. 이제 벨파스트에는 샹그릴라로 가는 길이 놓였다. 샹그릴라는 스크린 속에 있다는 할머니의 말은, 360도 돌아 맞는 말이다. 스크린 속 샹그릴라로 우리를 데려다주는 힘은, 영화에 있다.
이 영화는 불시착처럼 느껴졌을 어떤 순간을 연착륙시킨다. 기억의 재구성에는 그런 힘이 있다. 스웨터를 풀어 그 털실로 다시 뜨개질을 시작하듯, 같은 재료로 새로운 꿈을 그릴 수 있다.
#. 어른이 된다는 건
어른이 된다는 게 뭘까. 정답 없는 질문을 몇 번이고 읊조린다. 매번 다른 답안을 써낼 수밖에 없는 질문, 그때그때 달라질 답안을 아무도 평가해줄 수 없음에도 이게 최선인지 더 나은 답안이 없는지 계속 고민해야 하는 질문.
그래도 <벨파스트>에서 끌어낸 하나의 답안이, 지금은 꽤나 마음에 든다. 어른이 된다는 건, 불시착처럼 느껴지는 과거의 어떤 순간을 연착륙의 기억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힘을 갖는다는 것. 그렇게 이야기의 힘으로 나를 지킬 수 있게 된다는 것. 시간의 한 마디를 건너온 사람만이, 분절된 지점을 지나 뒤를 돌아볼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란 재료를 얻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위니까.
그렇게 달까지 가자. 나의 샹그릴라로. 각자의 기억과 재구성은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아폴로 11호 같은 (그리고 누리호 같은) 성공적 발사체를 놓아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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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넷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디즈니의 실사 영화를 향한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2002년에 개봉해 제75회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올랐던 애니메이션을
23년 만에 실사 영화로 재탄생시켰다고 하는데요.
오는 6월, 드림웍스 역시 동명의 인기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의 실사영화가 개봉하는 가운데,
과연 누가 웃고 울게 될까요?
릴로 & 스티치
Lilo & Stitch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108분
감독: 딘 플레이셔-캠프
주연: 크리스 샌더스, 마이아 케알로하, 시드니 아구동
개봉: 2025.05.21.
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줄거리
보송보송한 파란 솜털, 호기심 가득한 큰 눈,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가졌지만..!
가장 위험한 실험체 취급을 받던 ‘스티치’는 우주에서 도망쳐 지구의 하와이 섬에 불시착하게 된다.
단짝 친구를 원하던 외톨이 소녀 ‘릴로’는 별똥별과 함께 나타난 귀여운 파란색 강아지(?) ‘스티치’와 소중한 친구이자,
하나의 가족이 되어가며 외로웠던 일상이 유쾌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스티치’를 잡아 우주로 되돌아가려는 정체불명의 요원들이 등장하고
‘릴로’와 ‘스티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데…!
완벽하진 않지만 가장 사랑스러운 가족 외톨이 소녀 ‘릴로’와 금쪽이 ‘스티치’의 버라이어티한 모험을 확인하라!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
My Beloved Stranger
개요: 멜로/로맨스 | 일본 | 122분
감독: 미키 타카히로
주연: 나카지마 켄토, 미레이
개봉: 2025.05.22.
배급: 와이드 릴리즈㈜
줄거리
어느 날, 눈을 뜨자 우리가 사랑한 모든 시간이 사라졌다.
베스트셀러 작가 ‘리쿠’는 8년을 함께한 첫사랑 ‘미나미’와 모르는 사이가 되어버린 낯선 세계에서 깨어난다.
너였기에, 빛나던 우리의 세계. 너였기에, 난 사랑을 할 수 있었어...
잃고 싶지 않는 그녀를 다시 되찾기 위해 시간을 넘어 여기, 다시 시작되는 우리의 평행세계 로맨스
로데오
RODEO
개요: 드라마 | 프랑스 | 106분
감독: 롤라 퀴보롱
주연: 줄리 레드루
개봉: 2025.05.21.
배급: 필름다빈
줄거리
다혈질에 독립심 강한 성격의 줄리아는 모터사이클을 향한 열정과 혈기 넘치는 불법 집회 ‘로데오’의 세계를 쫓으며 해방감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줄리아는 은밀하고 변덕스러운 패거리와 우연히 엮이고, 그들의 보스는 줄리아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게 되는데…
분리수거
The Erase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94분
감독: 이소민
주연: 박보경, 윤혁진, 태항호
개봉: 2025.05.21.
배급: (주)이놀미디어
줄거리
제때 정리하지 못한 가슴 속 찌꺼기. 마음도 분리수거가 필요해!
남자친구의 배신에 충격을 받은 ‘재연’. 돌연, 제주도로 떠난다. 과거를 숨긴 게스트하우스 주인 ‘재화’,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이별을 택한 ‘범주’와 원치 않는 사랑을 받고 있는 뷰티 유튜버 ‘채원’,
마지막 이별 여행을 온 연인 ‘진석’과 ‘다혜’까지 여행에서 만난 각양각색의 연애담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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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가 젊은이를 몰아세우는 법
야간 청소부 일을 하며 엄마를 돌보는 취준생 케일라.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 아이작의 집에 처박혀있던 '커서(curser)'라는 80년대 비디오게임을 찾게 된다.
아직 이 게임의 상금을 받은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두 친구는 함께 게임을 해보기로 하는데...
Choose or Die?
감상 포인트
선택지가 나올 때의 긴박감이 보는 사람마저도 초조하게 함
자꾸만 주인공에게 고나리질 하게 되는 몰입감
공포 영화라기보단 오컬트+스릴러에 가까움
감상평볼 거 없나, 하고 뒤지다가 우연히 찾은 공포영화.
넷플릭스에서 '스릴러'라고 분류를 하고 있는데 귀신이 나오는 공포물이라기보단 정말 긴박함을 조성하는 스릴러에 훨씬 가깝다는 생각이다. 뒤로 갈수록 오컬트적인 성향이 두드러지는데, 그런 부분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주인공이 게임을 플레이하며 겪는 일들에 완전 몰입할 수 있게 긴박감을 조성한다.
사실 허무하게 끝났다는 감도 없잖아 있다. 하지만 가볍게 즐기는 팝콘무비라고 생각하면 꽤 괜찮았다고 본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케일라의 상황은 암담하다. 어린 동생은 자신의 부주의로 죽었고, 동생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엄마는 약에 취해 집주인에게 휘둘리는 상황. 벗어나려고 발버둥쳐봐도 취업은 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야간 청소부 일밖에 없다. 자신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건, 히키코모리처럼 집에 처박혀 있는 괴짜 친구 아이작 뿐.
하지만 케일라는 시궁창 같은 현실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함께 청소하는 임신한 직원에게 상사가 심한 말을 하면 나서서 변호하고, 약에 취해서 헤롱거리는 엄마에게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취업이 되지 않아도 틈틈이 친구의 게임 프로그래밍을 손봐주는 등. 그녀는 남들이라면 신경쓰지 않는 일에도 신경쓰고 짜증낼 법한 일에도 자신의 역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어찌보면 답답한 면모도 있다.
커서라는 게임은 이러한 케일라의 가려운 부분들을 자꾸만 긁으며 그녀를 부추킨다.
"여기서 벗어나고 싶지?
다 짓밟고 너 혼자 살아남으면 되잖아!"
첫 번째 저주 대상은 밤새 일을 하는 카페 종업원이다. 종업원 역시 케일라처럼 불안정한 고동 형태를 취하고 있다. 영화 시작 부분에서 케일라가 임신한 직원을 위해 한 마디 했던 걸 생각해보면, 종업원도 케일라와 크게 다른 처지가 아니다. 그런 종업원을 공격하도록 프로그래밍 된 게임은, 항상 남들만 챙기는 케일라에게 '네 밥그릇 뺏기지 말고 짓밟고 일어서라'는 말을 하는 것 같다.
두 번째 저주 대상은 엄마다. 케일라의 엄마는 아들 리키를 잃은 슬픔에 빠져있다. 그는 벽에 사는 쥐들이 굶주렸다고 말한다. 어쩌면 그건 이 집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일지도 모른다. 게임은 케일라에게 엄마를 공허함과 굶주림 속에 던져버리라고 말한다.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엄마를 버리면 훨씬 편할 거라는 유혹을 제시하는 것이다.
마지막 저주 대상은 아이작이다. 게임은 영리하게도 케일라가 리키와 아이작 중에서 한 명을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동생을 죽였다는 죄책감 때문에 괴로워하는 케일라에게 현실을 잊고 도피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케일라는 아이작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 때 빨간문과 파란문은 영화 #매트릭스 의 빨간약과 파란약을 생각나게 한다.
"때로는 저주가 선물일 수도 있다."
케일라 대사 중
이 끔찍한 '커서'라는 게임은 이 게임의 플레이어가 상대방에게 저주를 내리면 혜택을 얻는다는 설정이다.
마지막 게임에서 살아남은 케일라는 이 게임을 최초로 개발한 '벡'에게 전화를 받는다. 그가 케일라에게 다음엔 누가 괴로울지를 묻자, 케일라는 "괴로워도 싼 인간들만요."하고 대답한다. 결국 이 잔인한 게임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줄곧 지켜오던 자신의 신념을 깨버린다. 이 저주로 인해 자신도 혜택을 얻었기 때문이다.
오컬트와 스릴러의 탈을 썼지만,
젊은이들이 사회에서 자신을 잃고 변질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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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워진 사과
박성훈, 김소은, 임나영 배우가 나오는 <유포자들>은 영화 <바다에서>를 감독하고 <해운대>, <시선>, <새해전야> 등을 각색한 정우철 감독의 각본과 TV 드라마 <골든 크로스>, <완벽한 아내>, <오! 삼광빌라!>를 연출한 홍석구 PD가 감독을 맡는다. 또한, KBS 드라마 스페셜 2022-TV 시네마 작품으로써 CGV에서 2022년 11월 23일 단독 개봉하며 Wavve에서 선공개한 뒤 2022년 12월 22일에 KBS2TV를 통해 방송할 예정인 작품이다.
VIP시사회로 영화 상영 전 감독과 출연진들의 무대인사가 있었다. 범인이 누군지 말하지 말아 달라는 감독님의 요청에 범인이 궁금해졌지만 영화가 시작하고 범인이 궁금해지지 않았다. 범인은 어차피 등장인물 중 한 명이기에,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범인이 아니라 이 사건을 ‘어떻게’ 보여주는지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KBS 드라마?
위에서 말했듯, 이 영화는 KBS 드라마 스페셜 작품이다. 영화가 시작하고 제작 등 KBS라는 이름이 많이 나온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렇게 쓰지 않아도 알만큼 영화는 100분짜리 드라마 같다.
이 드라마는 영화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친절하다. 주인공은 자신의 상황을 구구절절 대사로 전하고 인물들은 극단적이며 평면적이다. 더욱이 여성 캐릭터의 역할은 단순 그 자체이다. 이렇게 역할부터 대사까지 친절한데도 불구하고 영화의 짜임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뒤에서 설명하겠다.
히치콕? 맥거핀?
영화에는 서스펜스의 거장으로 불리는 감독 히치콕이 과할 정도로 직접적이고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히치콕또한 이용당했다. 히치콕하면 쉽게 ‘1)스릴러, 2)맥거핀, 3)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주인공이 갑자기 사건에 휘말리는 일’을 떠올릴 수 있다. 이 영화가 스릴러임은 알겠다. ‘맥거핀’은 영화 등의 줄거리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을 마치 중요한 것처럼 위장해서 관객의 주의를 끄는 일종의 속임수 기술이다. 하지만 맥거핀이 맥거핀으로 작용하려면 그 외의 이야기들은 결국 하나로 맞물리며 촘촘한 짜임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초반에 뿌린 떡밥들이 후반부에 회수가 안되기에 이야기가 연결되는 것이 아니고 듬성듬성 비어있는 엉성한 장치들로 여겨질 뿐이다.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냐고 하기에 경호원을 대동하며 극존칭의 대화가 오고 가는 부녀지간의 부잣집 딸과의 결혼으로 차와 집까지 바꾼 남성에게는 플롯이 시작하기 전에 이미 플롯을 시작되었어야 할 ‘주인공의 행동변화’가 일어난 셈이다.
전도유망한 남교사
‘전도유망한’은 2016년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벌어진 성추문 사건에 대해 가해자를 ‘촉망받는 젊은 청년(promising young man)’으로 부르며 죄를 덮으려 했던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유포자들> 또한 서울대를 가려는 학생의 불법 촬영에 대해 교사인 주인공은 이를 옹호하며 영화는 이를 비판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새 주인공을 전도유망한 교사인 피해자로 그리며 그의 잘못은 살포시 덮는다.
결론적으로 영화에는 묘하게도 피해자들은 없어지고 가해자들만 남는다. 주인공이 사과해야 할 사람들은 화면에서 사라지고 주인공이 범인을 마주하며 자신의 모습을 투영할 때, 주인공은 용서해야하는 자리에 서게 된다. 그 자리를 체감하게 되는 것은 좋은 시도지만 사과 없이 주인공을 그 자리에 앉히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아무리봐도 있어서는 안 될 영상이 담긴 핸드폰을 가진 자보다 그 영상을 유포시키는 자에게만 초점이 맞춰지는 이 영화를 몰카 탐지 스티커를 나눠주며 홍보하는 것은 ‘불법 촬영’은 소재 그 미만의 도구로 쓰고 있다는 생각이다. ‘전도유망한’ 교사의 n번방 피해자썰은 꽤나 불쾌하다.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초청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promising young man 관련 영화에 대한 글 더보기
=> https://brunch.co.kr/@1-ido/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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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나는 누가 책임져?
김태용 감독이 연출한 최우식 주연 영화 거인입니다.
너무 좋은 영화라 더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Music
Levity – Johny Grimes#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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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임씨를 부탁해 리뷰 - 국민 엄마 김영옥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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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리뷰영상은 홍보마케팅사를 통해 저작권 협의가 진행되어 제작된 영상입니다!
남 같은 가족, 가족 같은 남
85세 정말임 여사의 선택은?
85세 대구의 꼬장 할매 정말임 여사는 자식 도움 1도 필요 없다며
인생 2막을 내돈내산 나홀로라이프로 즐기려 했건만 이놈의 몸이 말썽!
오랜만에 외아들 종욱의 방문 탓에 팔이 부러지고,
이 사고로 요양보호사 미선을 들이게 된다.
엄마 걱정에 CCTV까지 들이는 아들과는 마음과 다르게 모진 말만 오가고,
요양보호사는 어쩐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아 영 맘에 안 든다.
그렇게 마찰과 화해를 반복하던 중 종욱 가족이 불쑥 찾아온 명절날,
묻어두었던 관계의 갈등이 터져버리는데….
가족이 뭐 별거야? 이제 함께 살 테니 “우리 말임씨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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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고마워요, 판타스틱4! 영상
우주로 갔다 완전히 달라져서 돌아온 판타스틱한 우주비행사 ④명 고마워요, 판타스틱④!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7월 극장 대개봉 #판타스틱4_새로운출발 #TheFantasticFourFirstStep #판타스틱4 #마블 #Marvel #7월대개봉 #페드로파스칼 #바네사커비 #조셉퀸 #에본모스바크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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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3차 예고편 - 현실 편
“시작은 막차였다”
집으로 가는 막차를 놓친 스물한 살 대학생 ’무기’와 ‘키누’는
첫차를 기다리며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좋아하는 책부터 영화, 신고 있는 신발까지 모든 게 꼭 닮은 두 사람은
수줍은 고백과 함께 연애를 시작하고 매일매일 행복한 시간을 쌓아간다.
“내 인생의 목표는 너와의 현상 유지야!”
하지만 대학 졸업과 함께 취업 준비에 나선 두 사람은 점점 서로에게 소원해지고
꿈과 현실 사이의 거리 만큼 마음의 거리도 멀어지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