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9-11 14:33:01
9월 2주차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유재선 감독의 입봉작 <잠> 개봉 첫주 1위,<오펜하이머>는 300만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북미박스오피스에선 더 잔인하고 무섭게 돌아온 <더 넌2>가 1위를차지했다고 합니다.
9월 2주차 주말 박스오피스 누적관객수와 분석까지 함께하실까요?✍�
[국내 박스오피스]
유재선 감독의 영화 <잠>이 개봉 첫 주 주말에 39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을 몰고 있는데요.누적 관객 수 53만 명으로 주말 관객 수 13만 명을 모은<오펜하이머>를 밀어내고 1위에 올라서는데 성공하였습니다.<오펜하이머>는 누적 관객 수 299만 명으로 3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 뒤로 <콘크리트 유토피아>와<달짝지근해: 7510>은 각각 3위와 4위에 올라섰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스크린 테스트 이후 추가 촬영으로 더 자극적이고 폭력적으로 바뀐 <더 넌2>이 매출액 3260만 달러를 기록하며 <이퀄라이저3>를 밀어내고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섰습니다. <컨저링3>를 연출한 마이클 차베즈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1956년 프랑스 한 성당에서 신부가 죽은 채 발견되고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아이린 수녀가 의문의 사건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국내 개봉은 오는 27일에 공개됩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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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일어날 일 따위는없다
이 영화를 보긴했는데, 리뷰를 쓸까 말까 고민했던 이유는 내가 이 영화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이 영화가 던진 떡밥에 대한 글은 충분히 많으니까, 이 글은 그저 어려운 영화 좀 봤다고 누군가가 주절주절 떠드는 것을 글로 옮겨온 거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이 영화의 시작은 미국의 특수부대 요원들이 한 남자를 구하는 임무를 맡고, 임무 수행 중 밀고를 한 사람에 의해 임무가 발각되고, 고문을 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 모든 고문들을 견뎌낸 남주는 테넷 작전에 합류하게 되고, 그 때, 인버전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닐을 소개받는다. 두 사람은 미래를 보는 기계를 가졌다는 한 남자, 사토르의 행방을 찾고, 그가 시간의 흐름을 뒤집는 능력을 이용해 세상을 멸망하게 하려는 계획을 막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과연 그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악당 사토르의 계획을 저지할 수 있을까?
영웅과 조력자 포맷
이 영화는 세상을 지켜내는 영웅 남주와 인버전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그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닐의 버디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두 캐릭터의 차이점이 있다면, 남주는 임무수행에 있어서 인버전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움직여야 하는데, 본인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본인의 행동이 인버전된 상황에서 어떤 영향을 끼칠까에 대해서 깊게 고민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면 불가능해보여도 정면돌파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에 반해, 닐은 인버전에 대한 지식이 해박(물리학 박사랬나)하기 때문에 현재에 행한 일들이 인버전된 상황에서 어떻게 작용해 현재에 어떤 결론을 도달하게 할지 이성적으로 판단한다. 둘의 관계는 흡사 유비와 제갈공량 혹은 아이언맨과 자비스 정도의 관계라고 할 수 있겠다. 스토리 포맷에서 조력자들은 이성적인 판단에 의해, 통계적으로 확률이 높은 선택을 리더에게 제시하지만 리더는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선택, 위험 가능성이 높은 선택들을 하고, 결론적으로 그 선택들을 성공시켰을 때, 비로소 그 리더는 영웅이 되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남주는 현재에서 가장 불리했던 상황(인버전에 대한 지식 전무, 사토르에 대한 정보 전무, 사토르의 계획과 그를 잡으려고 하는 단체의 존재 여부에 대한 지식 전무)에서 시작했지만 닐과 그 외 수많은 조력자들의 도움으로 위험한 선택들을 했음에도 그 선택들을 모두 성공시켜 다가올 미래에 테넷 작전의 주도자가 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미래의 남주가 과거의 남주에게 닐을 보내서 테넷 작전을 성공시키는 데에 그를 잘 인도하도록 명령한 것을 암시하는 대사가 마지막에 나온다.
"내 우정은 여기서 끝이지만 자네의 우정은 이제 시작이야"
이 대사는 닐이 주인공과 같은 시간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서 주인공에 의해 인버전되어 과거로 온. 인물이 아닐까 예상해 볼 수 있는 대사였다. 닐은 미래에서 과거로 온 사람이기 때문에 마지막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주인공이 사토르 일당과 최후의 싸움을 하던 그 상황에 주인공의 눈을 사로잡은 가방고리는 그 상황 속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닐의 가방 고리임이 밝혀지며, 닐이 작전 도중 인버전해서 주인공을 도왔고, 끝까지 주인공을 무지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유도해서 최종적인 작전 성공의 키를 쥐고 있던 캐릭터였음을 증명해냈다.
"무지가 우리의 무기야."라고 믿었던 그의 대사처럼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미스터리한 닐의 대사 중에
"또다른 과거를 구하러 가야지."는 닐에게 있어서 이 여정의 끝이 주인공 시점에서 바라본다면, 닐과 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인도에서의 첫 만남 씬이 되겠구나 예상해볼 수 있게 한다.
테넷과 비슷하지만 비슷하지만 아주 다른 포맷의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일본 영화 중에서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장르가 로맨스인만큼 테넷과는 연관없는 영화같아 보이지만 이 영화의 여주인공도 테넷의 관점에서 보면, 인버전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남자 주인공이 과거에서 미래로 향해 가는 사람일 때, 여주인공은 미래에서 과거로 향해가는 시점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원리를 가지고도 이렇게 다른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비교하자면, 테넷에서 닐의 역할이 일본 영화에서는 여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같고, 일본 영화 속 남자 주인공은 테넷 속 주인공과 같은 시간 차원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일본 영화에서는 이런 시간 차원의 뒤바뀜이 애절한 사랑의 기폭제가 되지만 테넷에서는 악당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 일본 영화에서 인물들의 시간 차원이 뒤바뀌는 설정은 일반적인 러브 스토리 포맷에 시간 차원만 비틀었는데도 주인공들 사이의 사랑의 애절함의 크기가 커지는 효과를 보여주고, 테넷의 경우는 일반적인 어벤져스 영화같이 영웅이 악당이 해치우는 스토리 포맷에 시간 차원이 자유자재로 뒤바뀌게 만드는 설정은 영화의 결말을 위한 도구로 이용된 것이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인버전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인물들도 각기 다른 차원에 시간에 살고 있고, 그 시간 차원을 필요에 따라 바꾸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뇌피셜)
이미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 뿐이야.
영화 속 주인공은 인버전하는 능력과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캣을 이용해 미래를 바꾸려고 하는 사토르의 계략에 당한다. 그 결과, 캣은 중상을 입고, 작전은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한다. 그러면서 닐과 했던 대화 중에서 닐은 "이미 일어난 일이 일어난 것이다."라며, 미래를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주인공은 이미 일어날 일도 과거를 어떻게 바꾸냐에 따라서 충분히 바뀔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닐의 주장은 시간을 뒤바꿔서 과거-미래 순이 아니라 미래-과거 순으로 시간이 바뀌어서 과거를 바꿀 수 있다고 해도 결국 똑같은 결말이었을 거라고 이야기하는 반면, 주인공은 인버전되어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미래도 바뀔거라고 믿었기 때문에 영화의 결말로 미루어보아, 두 사람 중에서 주인공의 말이 이긴 것이 아닐까 예상해본다. 이 영화는 결국 테넷 작전을 주도한 최종보스는 주인공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미래도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우리에게 희망을 전하는 것만 같았다. 물론 끊임없이 그에게 반론을 제시하며, 그의 행동을 제어하려고 한 닐의 행동이 있었지만 아마 닐은 그에게 위험하다고 말려도 자신의 뜻대로 강행했을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그렇게 해야 테넷 작전이 성공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 테니, 어차피 발생할 운명이라면 어떻게든 바꿔보려고 발버둥쳐도 일어날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결국 주인공의 미래를 바꾸고자 하는 의지를 더 다지고, 그게 과거를 바꾸는 것에 박차를 가하도록 묘하게 자극한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주인공이 테넷 작전의 주도자였다면, 닐은 이 테넷 작전이 무사히 마칠 수 있게 중도를 지키며, 성공을 향해 항로를 조종하는 항해사, 설계자 같은 존재라고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결국 이 영화가 어려운 과학적 개념들까지 동원해 가며 말하고자 했던 바는 아마도 발생할 일은 발생할 거다라는 운명론 같은 건 믿지 말고, 당신이 지금 현재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따라 미래는 충분히 바뀔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운명의 개척자가 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우리는 영화에서처럼 인버전할 수는 없지만 미래에 뭐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현재를 충실히 살아놔야 한다는 미션을 안고 살아가는 것만이 우리가 가진 정답이 아닐까. 그러니 모두들 하루하루 너무 우울하지도 않고, 적당히 행복하게, 그리고 하루를 알차게 보내시라는 말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오늘이 쌓여 마일리지가 되면 그 마일리지들이 쌓여 다른 내일을 만들 거라고 이 영화가 보여주고 있으니, 혹시라도 나쁜 버릇을 가지고 있다면 고치려는 노력을 한다든지 새로이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배워보는 것도 내일을 변화시키는 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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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스 어픈 어 타임 타미 페이 인 아메리카
착하게 사는게 맞나? 아니면 그냥 나쁜 놈으로 죽는게 맞나? 인생에 정답은 없는거 나도 알지. 그런데 사실 살다보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되지 않나? 진짜 100:0의 과실이 나에게 벌어졌다고 치자. 그럼 상대에게 욕 시원하게 할 수도 있다. 멀쩡히 걸어가는데 갑자기 누가 주먹질을 하면 당연히 기분 나쁘다. 그럴 때 참으면 그게 더 신기하다. 이런거 생각하면 적당히 나쁜 놈이 좋은게 아닐까 싶다. 이 검은 머리 짐승을 다 참고 이해해주면 내 속만 열불난다. 근데 또 악하게 사는건 별로인 것 같다. 어제 엄마랑 TV보다 오은영 박사가 '남을 지적하는 것은 우월감, 그러니까 열등감에 의한 것'이란 말을 하시는 걸 봤다. 내가 열등감에 찌든 놈이라는 걸 드러내기는 당연히 싫으니 그냥 좋은게 좋은거다~ 식으로 넘기는게 생을 사는 현명한 방식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로 삶은 A거나 B로 나뉘어지지 않는다. 그게 방법이 다 있으면 다 그쪽만 따라 갔을 것이다. 살면서 중요한 것은 역시 내가 힘들 때 기댈 사람만 있으면 이 세상은 내가 나쁘건 좋건 신경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왕에 사람들 등쳐먹으며 사는건 좀 아니다. 사람 신뢰라는 것이 정말 큰 의미일 때가 있다. 그 신뢰는 힘들 때 기댈 존재가 되서 보내는 것도 있다. 근데 그걸 이용해서 착한 척을 하며 남 등골 뽑아먹으면 그게 뭔 의미가 있어? 어차피 시간 지나면 다 들통날 일일텐데. 금새 대통령 선거에 나왔던 어떤 아저씨가 생각이 난다. 모두가 아는 결말을 혼자서만 누리고 사는 그 아저씨 말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지구 반대편에 이런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이미 있었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타미 페이의 눈>이 그 사람에 대한 영화다.
여러모로 하느님이 점지해준 운명
타미 페이는 미국 어느 곳에 사는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던 그녀. 대학도 종교 관련한 학교에 갔다. 어느 날 한 목사가 설교하는 곳으로 가게 되는데, 거기서 운명적인 사랑을 만난다. 그 목사와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다. 남자의 이름은 짐 베이커다. 내면의 깊은 이야기도 할 정도로 친구가 된 짐과 타미 페이. 같은 학교에서 연애를 하면 안 된다는 룰을 어기고 연애에 결혼까지 골인하게 된다. 개신교 신자인 둘은 그동안의 행보를 살려 목사로 일하게 된다.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커플이자 팀인 두 사람. 짐 베이커는 훤칠한 외모와 청산유수 화술로, 아내 타미 페이는 인형극과 긍정적인 에너지로 큰 인기를 누리게 된다. 선풍적인 지지를 받았던 둘. 당시에는 작은 방송국이었던 CBN이지만 어쨌든 CEO 패트 로버트슨에게 '자니 카슨 쇼'와 비슷한 프로그램의 호스트 제의를 받게 된다. 이때 CBN에서 만든 프로그램 이름은 <700 클럽>. 이 TV 프로그램을 기점으로 짐과 타미 페이 부부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분출하며 종교적으로 성공한 전도사가 되는데, 이 둘의 흥망성쇠를 다룬 것이 영화의 소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예 추천을 못할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는 전체적으로 짐 베이커와 타미 페이의 설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 사건들을 영화로 삼았기 때문에 당연히 그 당시의 시대상을 묘사하는 장면들이 구석구석 보인다. 이런 디테일의 승리는 분명히 눈에 띈다. 예를 들어 타미 페이와 짐 베이커의 첫 만남을 묘사하는 신이 있다. 이때 만났던 장소가 아마 개신교 대학으로 보이는데, 이때 폰트를 60~80년대 미국 TV에서 볼 법한 걸 사용했다. 또 이 영화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분장상을 받기도 했는데, 이 상의 가치가 충분했다. 당시에 유행했을 법한 화장법과 원래 타미 페이가 갖고 있었던 과한 비주얼까지 매일 4~7시간 분장한 보람이 있다. 그 이외에도 PTL에서 방영됐던 광교의 묘사나 카메라 워킹까지 섬세한 장면 구성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어렸을 때 TV에서 봤던 동화처럼
영화를 보고 먼저 떠올랐던 것은 <흥부전>이었다. 흥부전과 이야기가 유사하다는 뜻이 아니다. 흥부전의 이야기는 평이하다. 착한 흥부는 제비를 도와줘서 부자가 되고, 나쁜 놀부는 제비를 이용해서 망한다. 지금 2022년에 보면 이런 비슷한 이야기가 전 세계에 한 5억 개쯤 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사람이 좋은 일을 해서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그렇게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타미 페이의 눈> 역시 그런 느낌으로 안정적이기만 하다. 인물의 내면을 깊게 묘사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쉽다. 사실 이 영화를 보는 분들이라면 이 작품의 엔딩을 아마 재생 누르기도 전에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타미 페이와 짐 베이커라는 이름이 현재까지 유명한 게 아니므로 이 사람들이 어떤 선택지를 골라 전락했는지는 그렇게 유추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렇게 좀 예상이 가는 엔딩을 가진 영화라면 '어떻게 전락하나'와 '왜 그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나'를 자세하게 묘사해야 극을 보는 사람 입장에서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기 쉬울 것이라 생각한다. 인간이 무슨 중요한 행동을 할 때 즉흥적으로 하는 경우도 분명 있지만 거의 대부분 각자의 생활환경과 성장과정을 반영하게 되지 않나. 영화는 그런 묘사가 좀 부족하다. 이러다 보니 그냥 평범하게만 극이 진행된다. <서프라이즈>에서 볼 수 있는 자료화면 같은 느낌이었다. 어차피 영화화시켜 이야기로 만들 것이면, 더 자세하게 묘사하는 것이 극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에 최적화된 게 아닌가 싶다.
가령 <나이트메어 앨리>에서는 후반부 주인공이 '제발 날 떠나지 마'라는 말을 아내에게 전한다. 매번 떠나기만 했던 그의 내면의 공허함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대사였다. 이런 공허함의 모티브는 영화 내내 이어진다. 항상 사람들에게 관심받아야 하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반복하기 싫고. 그런 '밑바닥에서 왔다'는 절실함이 극 전체를 이끄는 것이다. 반면 이 작품은 '독실한 개신교인 타미 페이'로 시작해서 실화에 기반한 엔딩으로 끝난다. 기껏해야 어머니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던 유년시절만 제시될 뿐, '왜 타미 페이가 그런 선택을 하는가' '짐 베이커는 왜 그래야만 했는가' '극 중 동성애에 대한 대립이 갈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등 흥미롭게 팠다면 더 깊게 느껴질 이야기를 그냥 '그땐 그랬다' 식으로 쓱 넘겨버린다. 이런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이야기들을 생략하니 짐 베이커와 제리가 '굳이?'싶은 구석이 생기는 것이다. 뭐 나름 연출 의도라고 볼 수는 있겠으나 좀 뜬금없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또 <타미 페이의 눈>이라고 제목을 지을 거면 타미 페이가 포착한 삶의 굴곡을 묘사하는 것이 좋았을 것 같다. 사실 극에서 '타미 페이가 보는 눈'이 극에서 주요하게 작용한 지점이 거의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 독특한 화장법만 눈에 띄었지 극의 차별점이나 개성이 도드라지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원작 다큐멘터리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꼭 무조건 <타미 페이의 눈>이 제목이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극 전체의 플롯이 제목을 받쳐주질 못하니 각자가 따로 노는 느낌이 짙다.
배우들의 변신은 찐이야
다 따로 노는 듯한 영화여도 배우들은 배역과 혼연일체가 되었다. 일단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위너가 된 제시카 차스테인은 어마어마했다. 난 오리지널 한국인이라 타미 페이가 뭐하는 인간인지 모른다. 그래서 억양을 사전에 듣고 간 게 아니다. 그리고 실제로 배우가 인터뷰같이 실제로 대화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직접 들은 건 이번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고 수상소감을 발표할 때가 처음이었다. 이 수상소감의 제시카 차스테인과 <타미 페이의 눈>에서의 배우는 그냥 다른 사람이다. 또 분장도 있으니 '이 사람 제시카 차 스테 인임'이란 생각이 단 조금도 들지 않는다. 극 자체의 무난함과 평이함을 차스테인의 감정연기 하나만으로 이끌어 가는 느낌이 들 정도다. 파트너 앤드류 가필드 역시 좋았다. 좀 비실비실한 비주얼이나 당시 미국의 스탠딩 코미디에 나올 법한 화술까지 아마 이 작품으로서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가 충분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직업이 특성상 매일 방긋방긋 웃어야 하는 첫인상의 선함을 후반부까지 잘 이끈다. 다른 배우 빈센트 도노프리오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이 아저씨는 뭘 하든 (<데어데블> 시리즈의) 킹핀으로 보인다. 머리를 기른 채로 출연했지만 말하는 억양이나 눈빛이 난데없이 옆의 사람 두들겨 팰 것 같은 뉘앙스가 느껴졌다. 아마 나만 그럴 테니 난 빨리 <데어데블> 시리즈를 지워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아. 영화를 보시고 난 다음 포털 사이트에 '타미 페이'라고 검색하면 뭐 안 나온다!
'짐 베이커'로 검색하시길 바란다!
이왕에 보신다면 영화를 이해하는데 후자가 더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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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모두 설 잘 보내셨나요?
24일까지는 공휴일이니 모두 푹 쉬시길 바라며,
1월 넷째 주도 힘차게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씨네픽과 함께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1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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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교섭> (NEW)
▶ <교섭>은 5일 연속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리틀 포레스트> 임순례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 호흡이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주말 동안 (1월 20일 - 1월 22일) 관객 수 48만 6,710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66만 698명을 돌파하였습니다.
2. <더 퍼스트 슬램덩크> (-)
▶ 2023년 새해 첫 번째로 100만 명을 돌파한 의미 있는 기록을 세운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관객들의 입소문 열풍으로 관객 수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흥행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주말 동안 (1월 20일 - 1월 22일) 관객 수 26만 5,930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35만 1,365명을 돌파하였습니다.
3. <아바타: 물의 길> (▼2)
▶ <교섭>의 개봉과 예상치 못한 입소문 열풍으로 흥행을 일으킨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영향으로 <아바타: 물의 길>이 5주 연속 차지했던 1위에서 3위로 내려가게 되었다.
주말 동안 (1월 20일 - 1월 22일) 관객 수 25만 6,804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982만 2,026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136회 예측 이벤트는 1월 3주차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입니다.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씨네픽 유저 예측 결과
정답자 비율(%)
▶ 한 주 동안 많은 씨네픽 유저분들이 박스오피스 순위를 예측해 주셨는데요.
그래프를 살펴 보면, 많은 분들이 1위로 <교섭>을 예측하셨고, 예측에 성공하였습니다.
2위와 3위는 많은 분들의 예상과 다른 작품이 차지한 것을 알 수 있는데요.
강력한 1위 후보라 예측했던 <아바타: 물의 길>이 3위를 차지하였고, 예상치 못했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2위를 차지하며 낮은 예측률을 보인 것으로 보인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137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 <유령> (NEW)
▶ 항일 조직 스파이 영화 <유령>은 개성과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들의 연기 변신으로 기대를
모았다. 첩보로 시작해 추리극의 장르를 깨부수고 달려나가며 복합 장르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였다.
주말 동안 (1월 20일 - 1월 22일) 관객 수 16만 3,905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24만 5,751명을 돌파하였습니다.
5. <영웅> (▼2)
▶ 한 달 넘게 박스오피스 TOP5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영웅>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노래로 높은 몰입감과 감동을 선사하며 호평을 받았다.
주말 동안 (1월 20일 - 1월 22일) 관객 수 12만 7,186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281만 6,885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는 <Missing>이 새롭게 박스오피스에 등장하며 <Plane> 순위권 밖으로
하락하였다.
<Avatar: The Way of Water>는 주말 동안(1월 20일 - 1월 22일) 매출액은
20,000,000 (한화 약 247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총 누적 매출액은 598,276,353
달러 (한화 약 7,388억)를 달성하였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5>
1. <아바타: 물의 길> 2,000만 달러 (누적 5억 9,827만 달러)
2. <장화신은 고양이> 115만 달러 (누적 1억 2,646만 달러)
3. <메간> 980만 달러 (누적 7,328만 달러)
4. <서치2> 930만 달러 (누적 930만 달러)
5. <오토라는 남자> 900만 달러 (누적 3,534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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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1월 셋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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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잘 알아요 <별의 아이>
*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오프라인상영작)
* 본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별의 아이 Under the Stars(2020)
일본, 드라마, 110분
감독: 오모리 다츠시
네, 잘 알아요 <별의 아이>
일본 한 가정집에서 아기가 자지러지게 운다. 미숙아로 태어나 약한 면역력 탓에 잦은 구토, 발진, 두드러기를 계속 달고 살았던 치히로. 부모는 딸을 위해 시도해보지 않은 의학적 치료방법이 없었고, 더 이상 해 줄게 없는 현실에 우는 자식을 바라보며 매일 밤 숨죽여 울어야 했다. 어린 언니까지 치히로의 뺨에 핀 붉은 연꽃이 사라지기만을 기도했지만 그들의 간절한 바람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어두운 동굴에 갇혀버린 그들을 구원한 건, 의료기술이 아닌 '금성의 은총'이었다. 우주의 기운을 담은 물 한 병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아기를 뒤덮은 붉은 연꽃을 사라지게 했고, 부모에게 다시금 희망과 행복을 선물했다. 이후, 치히로는 '금성의 은총' 외에 수많은 제품을 파는 '우주 에너지' 매거진에 "우주의 은총이 구한 생명"으로 당당히 소개된다.
언니가 빠진 가족사진, 별의 아이는 그렇게 탄생했다.
출처: 영화 <별의 아이> 스틸컷(다음)
치히로를 낫게 해 준 금성의 은총은 사이비 종교가 가진 정교한 톱니바퀴 중 하나다. '우주 에너지'에 실린 수만 가지의 제품이 각각의 톱니바퀴로 우주의 무한한 공간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대놓고 맞물려 움직인다. 본래 믿음의 시초를 복기하는 건, 믿기로 한 '개인'에게 한정된, 하지만 무한하게 누릴 수 있는 기쁨이다. 적어도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부모는 현재 자신들이 원하는 삶고 살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우린 금성의 은총으로 시작된 그들의 '우주 에너지'를 향한 굳건한 믿음이 쉬지 않고 타오르고 있다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 치히로가 그 강한 믿음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새 중학생 소녀가 된 치히로는 여전히 금성의 은총을 가방에 넣고 다닌다. 어릴 적엔 미남을 보고 자신은 물론 가족들의 얼굴까지 흉측하게 보인단 이유로 금성의 안경과 안약을 갖고 다니기도 했다. 부모는 작은 딸에게 생긴 문제의 답을 늘 '우주 에너지'에 찾았고, 문제의 작고 큰 차이점을 고려하지 않았다. 치히로는 이런 부모님의 요구를 지금까지 군말 없이 따랐으나, 그녀의 언니는 거부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집을 떠나 홀로 생활한 언니, 치히로는 언니의 부재를 인정하면서도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입 밖으로 "언니는 가출한 거야."라고 내뱉는 순간 현실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생은 늘 "언니는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은 것뿐이야."라 얘기한다.
사건의 긴장감을 높이는 존재는 치히로의 언니 말고도 또 있다. 미나미 선생님, 어릴 적 에드워드 팔롱에 빠졌던 치히로의 가슴을 다시 뛰게 한 장본인. 치히로는 미나미에게 빠져 수업 내내 그의 얼굴을 그리며 영락없는 10대 소녀처럼, 다들 한 번쯤은 빠지는 지독한 짝사랑을 경험한다.
출처: 영화 <별의 아이> 스틸컷(다음)
미나미는 그동안 암암리에 숨겨왔던 사이비 종교에 대한 치히로의 의문을 폭발시키는 촉매로 등장한다. 가출한 언니의 기억과 미나미를 향한 짝사랑이 맞물리는 일은 치히로에게 언젠가는 일어나야 할, 예정된 길이었다. 운동장에서 초록색 운동복 차림에 흰 수건을 머리 위에 올려놓고 금성의 은총을 뿌리며 나쁜 기운을 없애는 부모를 향해 "뭐하는 짓이야? 완전히 돌았네."라 일갈하는 미나미. 자신의 부모를 향해 조롱과 멸시를 주저하지 않는 짝사랑남을 지켜보던 치히로는 집에 들어가지 않고 무작정 어두운 도로를 달리기 시작한다.
"너 때문이야. 맨날 아팠잖아."
언니는 초등학생의 치히로에게 마지막으로 찾아와 별의 기운을 막는 커피를 마시며 '사랑'에 대해 털어놓는다. 별 볼 일 없는 남자를 선택한 건 그의 한숨 때문이라면서, 그의 한숨을 통해 나른한 안정감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가족의 울타리에서 충분히 느꼈어야 했던 걸, 언니는 커피만 마시는, 통칭 '쓰레기'에서 찾은 것이다. 치히로는 다신 돌아오지 않을 거란 쪽지를 남긴 언니와의 마지막 대화를 떠올리며 계속 달린다. 그리고 묻는다, 하늘로 붕 떠올라 소리 내 불러도 더는 볼 수도, 찾을 수도 없는 존재에게.
"어떡하지? 어떡하면 좋지? 언니! 이 모든 게 아팠던 나 때문이야? 언니!!"
평상시처럼 의식을 치르고 온 부모는 밥을 안 먹는다는 딸의 말에 만병통치, 흰 수건과 금성의 은총을 준비한다. 단 한 번도 저항한 적 없던 치히로는 그날 처음으로 격렬하게 거부한다. 머리에 얹어진 흰 수건을 악착같이 끌어내리며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당황한 엄마와 아빠의 눈을 차마 바라보지 못했으나, 치히로는 그날을 기점으로 자신이 반드시 선택해야 함을 깨닫는다.
출처: 영화 <별의 아이> 스틸컷(다음)
'나는 무엇을 받아들일 것인가?'
사실 치히로에게 우주 에너지의 균열은 어렸을 때부터 보였다. 그 작은 틈에 손가락을 넣고 크게 만들기 시작한 것도 치히로였다. 금성의 안경을 쓴 채, 그녀는 아픈 게 아니라 외모지상주의에 빠져있다는 뼈 때리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아니 그전에 금성의 은총을 공원 수돗물로 바꿔치기 한 삼촌과 언니의 만행을 알았을 때부터 이미 금이 간 믿음의 실체를 알고 있었다. 엄마와 아빠가 사이비 종교에 빠져 재산을 탕진하고 있다는 친구의 우스갯소리도, 다른 사람들이 금성의 힘을 믿는 부모와 자신을 어떤 눈길로 보고 있는지도 전부 다 알지만, 조용히 숨죽이고 있었을 뿐이었다. 어떠한 때를 기다려서? 아니, 자식을 위해 사이비 종교를 믿는 부모를 외면할 수도, 가만히 이렇게 숨죽여 살 수도 없기 때문이다. 사춘기 소녀의 마음에 자리한 두 갈래 길에서 치히로는 계속 도망치는 중이었다.
<별의 아이>는 고요하면서도 날카롭다. '사이비 종교'를 숨기거나, 볼드모트의 이름처럼 공포스럽게 포장하지 않는다. 부모가 사이비 종교에 빠지게 된 이유를 '딸을 향한 사랑이었다' 밝히는 동시에, 금성의 은총을 지금까지도 맹신하는 것 역시 같은 이유임을 친철히 설명한다. 표면적으로 익숙하게 소비해왔던 사이비 종교의 민낯을 밝히는 일보다 더 중요하게 다룬 건 치히로의 마음이었다. 지금 사건 한가운데에 서 있는 소녀의 마음은 어떤가. 스토리가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다가오는 건, 그녀가 금성의 은총 덕에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주장이 허무맹랑한 사실을 알고서도 제삼자에게 확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의 어리석음을 확실히 결론 내지도 않으면서 주인공의 심리를 천천히 풀어내는 점이, <별의 아이>가 사이비 종교가 아닌 인생의 중대한 선택을 앞둔 소녀의 성장을 주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우린 담담해 보여, 애처롭게 느껴지는 치히로 때문에 치히로 부모를 보며 강렬한 혐오와 멸시보단, 답답함을 느끼는 동시에 모든 인물을 이해하게 된다.
치히로는 미나미에게 놀이터에 있던 이상한 사람이 자신의 부모님이라 고백한다. 하지만 미나미는 이미 잔뜩 화가 나 있다. 학교 내에 치히로와 자신이 사귄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고, 결국 그는 학생들 앞에서 치히로를 대놓고 저격한다. 그림에 몰두해 수업을 듣지 않고, 이상한 물을 마시는 치히로를 꾸짖는다. 그의 폭발로 인해 치히로는 사이비 종교에 빠진, 가까이는 하고 싶은 않은 동급생이 되어버린다. 미나미의 불같은 화에 심장이 멎을 듯 얼어버린 치히로. 그녀는 자신을 위로하는 두 친구에게 억울한 듯, 정말 부모님은 한 번도 감기에 걸린 적이 없다고 말한다. 항상 품었던 물음에 친구는 멋쩍게 웃으며 "나도 감기 한 번도 걸린 적 없는데..."라며 대화를 끝맺는다.
이렇게 <별의 아이>는 계속 치히로가 바라보는 사이비 종교의 허점을, 그 틈을 그녀의 주변인들의 입술을 통해 폭로한다. 앞서 말했듯, 아주 고요하면서도 날카롭게 관객의 비난할 기회를 순식간에 앗아간다.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지 않았던 사이비 교주가 돌연 치히로의 눈을 통해 등장하는 순간, <별의 아이는> 달라졌을 거다.
출처: 영화 <별의 아이> 스틸컷(다음)
엄마와 아빠 몰래 외조부의 장례식장에 홀로 나타난 치히로. 커피를 마시는 치히로에 놀란 삼촌은 조카만이라도 사이비 종교에서 구출하고자 마음먹는다. 치히로에게 고등학교를 삼촌네 집에서 다녀도 좋다는 말과 함께, 너는 다르게 살아야 한다고 설득한다. 하지만, 소녀의 선택은 단호하다. 집에 돌아가서 부모님과 함께 살겠다는 것.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음에도 두 눈을 힘 있게 뜬 채, 치히로는 부모님을 선택한다.
"네 알아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긴 고민 끝에 치히로가 받아들인 건, 자신을 위해 금성에 헌신하는 부모님이었다. 금성의 기운도, 은총도, 에너지도 아닌 이 모든 걸 신의 뜻으로 여기는 아빠와 엄마. 친구들과는 다른, 너무나 이질적인 삶에 회의를 느끼기도 했으나 아이는 자신을 향한 가족의 사랑을 외면할 수 없었다. 동시에 더는 아팠던 자신의 탓으로 돌릴 수도 없었다. 이미 시간은 흘러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부모님을 만들었으니까. 현실을 부정하는 일은 바보 같은 짓이다. 언니가 언젠가는 찾아올 거란 확신은 어리석고, 부모님에게서 도망치려는 건 무책임한 일임을 이젠 인정한다.
마지막, 치히로는 부모님을 따라 사이비 종교 예배에 참석한다. 사이비 종교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니 믿길 정도로 엄청난 수의 신도와 함께 예배를 드리는 치히로. 신도들 사이에서 서로를 애타게 찾던 치히로와 그녀의 부모는 늦은 밤, 숲 속으로 들어간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을 함께 보기 위해. 금방이라도 별이 쏟아질 것 같은 하늘 아래, 하나로 똘똘 뭉친 치히로의 가족. 아기를 낳았다고 연락을 해온 언니의 소식을 전하면서 "참 잘 된 일이지?"라 말하는 엄마의 얼굴엔 행복만 보인다. 그녀의 얼굴을 보며 소름이 돋지 않는 건 왜였을까. 그들은 다 같이 별똥별이 떨어지는 걸 보기 위해 오랜 시간 그 자리에서 떠나지 않을 거다.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야만 볼 수 있는 별똥별이 치히로와 부모에겐 다른 의미로 다가오겠지만,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사촌 오빠에게 "내 걱정은 하지 마."라고 웃으며 말하던, 삼촌 가족을 만난 뒤 홀로 해변에 서서 바다를 응시하던 치히로가 떠오른다. 가만히 넘실거리는 파도를 보며, 자신의 길을 생각했겠지. 받아들이는 순간, 다른 길이 보인다는 걸 알았을 거다. 물론 그들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 그러나 치히로는 달라졌다. 영화가 내놓은 건 객관식 보기가 딱 하나인 문제였고, 우린 답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그럼, <별의 아이>의 마지막 장면이 아름답게 보일 거다.
그리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혼란스럽겠지, 치히로는 모든 걸 알면서도 '선택'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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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북유럽 복수극의 창조적 파괴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중동으로 파견되어 가족과 떨어져 지내던 덴마크군 군인 '마르쿠스(매즈 미켈슨)'. 그는 아내와 딸 '마틸드(안드레아 하이크 가데버그)'가 열차 충돌 사고에 휘말렸고, 아내가 끝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한다. 좀처럼 아내와의 사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실의에 빠져 지내던 그의 앞에 어느 날 아내와 같은 열차 칸에 탔던 통계학자 '오토(니콜라이 리 카스)'가 등장한다. 그는 데이터 분석가 '에멘할러(니콜라스 브로)', 해커 '렌나르트(라르스 브리그만)'와 함께 분석한 자료를 근거로 열차 충돌 사고가 계획된 범죄였음을 알려준다. 이에 분노로 가득 찬 마르쿠스는 직접 범인들을 심판해 아내의 복수를 이루려 한다.
여기까지가 덴마크의 국민배우 매즈 미켈슨이 주연을 맡은 앤더스 토마스 옌센 감독의 영화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의 줄거리다. 사실 줄거리만 보면 이 작품은 리암 니슨의 대표작인 <테이큰> 시리즈나 최근에 개봉한 <캐시트럭>을 연상시키는 전형적인 복수극이다. 이들 영화 속 주인공은 자신 혹은 사랑하는 이의 신체나 정신을 파괴할 정도로 강력한 범죄를 경험한다. 이후 주인공은 자신의 피해를 되갚아 주기 위해서 범인을 추적하고 계획을 세운다. 마지막으로 그는 범인과 대결하고 피비린내 나는 계획을 실천에 옮긴다.
하지만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를 앞서 언급한 예시들과 동일한 범주에 놓는 것은 부적절하다. 영화의 궁극적인 목표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는 복수의 결과를 보여주기보다는 일반적인 상업 영화 속 복수극의 단계를 뒤틀어 복수의 이면과 본질을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이를 위해 옌센 감독은 복수극의 공식을 파괴하는 네 장의 카드를 꺼내 보인다.
첫 번째 카드는 복수극의 단축과 서스펜스의 실종이다. 작중 복수의 계획과 범인의 추적은 막힘 없이 진행된다. 마르쿠스는 직접적인 범인으로 판단한 이를 이렇다 할 저항 없이 죽인다. 범인이 속한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라는 이름의 갱단 구성원과 보스가 누구인지, 그들의 집합 장소와 시간을 알아내는 작업도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궁극적인 범인이라고 할 수 있는 갱단 보스와의 대결도 총알이 그의 머리에 꽂히는 속도만큼이나 빠르고 깔끔하게 끝난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숙명의 대결은 없다. 그 결과 영화는 러닝타임을 30분가량 남겨둔 상태에서 이미 마르쿠스의 복수를 일단락시킨다.
두 번째 카드로 영화는 일단 복수가 끝난 극의 전개를 해피엔딩과 새드엔딩 중 어느 것에도 도달하지 못한 충격과 혼란 속에 빠트리면서 복수의 이면과 의미에 대한 고찰을 풀어놓는다. 성공적인 복수를 자축하던 찰나에 마르쿠스와 동료들은 지나치게 수월히 진행된 복수가 열차 충돌 사건과 무관한 이를 죽이고, 관련 없는 갱단을 공격하는 것으로 귀결되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들의 복수는 완벽한 헛발질이었고, 더 나아가 그들의 위치를 복수의 주체로부터 아무 이유 없이 봉변을 당한 갱단의 복수 대상으로 뒤바꿨을 뿐이다.
그 순간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마르쿠스의 반응이다. 그는 누구보다도 깊이 절망한다. 단지 자신이 잃은 것을 되갚아 주지 못해서가 아니다. 그에게 복수는 구원을 얻기 위한 속죄 행위이기 때문이다. 중동 파견 군인이라서 아내와 딸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미안함, 그리고 그들이 사고가 발생할 기차를 타는 원인을 직간접적으로 제공했다는 죄책감을 떨치지 못하던 그. 그의 입장에서 성공한 복수의 아이러니한 실패는 아내와 딸에게 사죄하고 스스로 구원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길이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더해 그가 복수만을 바라보며 아등바등한 모든 시간이 무의미하다는 진실도 그의 절규를 더 비참하게 만든다. 사실 마르쿠스의 복수극은 명백한 팩트(fact)가 아닌 한 가지 전제 위에서 이루어진다. 바로 모든 사건에는 우연이 아닌 인과관계가 존재하며, 그 인과관계를 파악하면 특정 사건을 예측할 수 있고 동시에 특정 사건의 원인도 밝혀낼 수 있다는 가설이다. 그래서 오토, 렌나르트, 에멘할러는 마르쿠스에게 수상한 탑승객의 행적이나 갱단의 보스와 관련된 이슈 등을 근거로 내밀며 단순한 사고로 보이는 열차 충돌 사건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정되었던 테러라고 주장할 수 있었고, 이는 그가 복수에 나서는 방아쇠가 된다.
따라서 그들의 총알이 과녁을 완전히 벗어난 것을 깨닫는 순간, 열차 충돌 사건이 테러가 아니라 의도가 섞이지 않은 우연이 낳은 사고라는 것을 알아챈 순간 복수는 역으로 그 어떤 의미도 가질 수 없다. 복수는 본질적으로 과거에 일어난 사건을 현재에 전복하는 행위이기에 과거의 사건들이 현재 상황에 영향을 끼쳤다는 근거가 있어야만 복수의 대상이 특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는 마르쿠스의 절규를 통해 복수극을 지탱하는 전제를 파괴하고 기존 복수극의 전개와 구성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다. 의미심장하게 연출되었던 자전거 도둑 사건이나 값비싼 샌드위치를 그냥 버려버리던 수상한 남자 등도 이 시점부터는 전부 아무 의미 없는 맥거핀이 되어버린다.
대신 옌센 감독은 복수극의 의미가 없어진 자리에 한 편의 힐링 드라마를 채워 넣는 세 번째 카드를 꺼낸다. 그 중심에는 마르쿠스와 함께 복수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오토, 렌나르트, 에멘할러 삼인방이 위치한다. 그들은 마르쿠스와 계획을 세우고 범인을 찾아다니는 동안 예상치 못한 기행을 하나씩 저지르면서 자신들의 어두운 과거를 마주한다. 원하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신체적 콤플렉스에 시달린 이, 헛간에서 가정폭력을 경험한 피해자, 자신의 실수로 가족을 떠나보낸 아버지까지. 여기까지만 보면 그들이 처한 상황은 아내와 딸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분노로 삭히지 못해 폭력을 자제하지 못하는 마르쿠스와 그리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들은 아픔을 숨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르쿠스와 결정적으로 다르다. 그들은 서로에게, 또 한 팀을 이룬 마르쿠스와도 자신들의 상처를 공유한다.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고, 아닌 척 서로 신경 써주며 웃음과 유머로 고통과 상처를 보듬어 안으며 마치 가족과도 관계를 이룬다. 이는 삼인방 서로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렌나르트와 에멘할러는 자신들이 받은 심리치료를 바탕으로 아버지 마르쿠스와의 관계가 무너지진 마틸드의 콤플렉스를 발견하고 치유해주며, 오토는 엄마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그녀의 죄책감을 덜어준다.
영화에서도 언급된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의 '슬픔의 5단계' 안에서 삼인방과 마르크스의 차이는 더 분명해진다. 삼인방은 상실과 슬픔을 받아들이고 현실을 새롭게 살아가는 법, 즉 고통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보듬어주는 방법을 깨우치고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중 마지막인 '수용' 단계로 넘어가 있다. 반면에 마르쿠스는 여전히 절망과 슬픔 같은 강렬한 감정을 느끼며 다른 사람들과의 거리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우울' 단계에 머무르는 데 그친다. 다만 그 역시 마지막에는 오토에게 안겨 울면서 자신이 외면하던 과거와 진실을 받아들이고, 서로가 서로의 목숨을 구해주면서 온전히 상처와 고통을 나누고 서로 보호하는 관계에까지 이른다. 이는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가 이미 지나간 과거를 붙잡고 형체 없는 대상을 쫓는 복수극 대신, 현실의 아픔을 수긍하고 받아들이면서 보다 나은 미래를 다짐하는 힐링 드라마로 거듭나려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카드로 영화는 덴마크, 곧 북유럽권의 고유한 정서를 부각하며 분량의 절반 가량을 맥거핀으로 만드는 플롯을 매끄럽게 다듬는다. 그 독특한 분위기는 비장함과 황량함, 그리고 이를 버텨내는 일상의 반복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뛰어난 북유럽 범죄소설에 주는 유리열쇠상을 '해리 홀레' 시리즈로 수상한 노르웨이 작가 요 네스뵈가 2014년 방한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작품이 "북유럽 특유의 슬픈 감성"을 담고 있으며, 그 감성은 "커다란 재난이 일어나서 겪게 되는 슬픔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축적된 슬픔"이고, 사람들이 "그 슬픔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소설에 주로 담는다고 밝힌 것이 단적인 예시다. 이러한 북유럽 고유의 감성은 일 년 내내 춥고 거친 황량한 환경에서 생존해야만 했던 사람들의 심성적 측면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동일한 정서는 북유럽 신화에서도 느낄 수 있다. 북유럽 신화는 신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끝내 극복할 수 없는 세계의 종말인 라그나로크에서 대부분의 신이 사망하는 결말을 맺는다. 신보다 운명이 더 우위에 있고, 신이라 해도 세계의 운명을 극복할 힘은 없다. 단지 운명과 현재를 받아들이면서 견뎌낼 뿐이다. 다만 북유럽 신화는 일말의 희망을 놓지 않는다. 라그나로크를 피한 몇몇의 신과 단 한 쌍의 인간이 새롭게 황금시대를 만들 것이라고 노래하며 종말 그 너머에 있을 미래에 대한 작은 희망만큼은 간직한다. 이처럼 운명에의 순응과 실낱같은 기대가 담긴 신화는 신과 운명에 저항하는 영웅을 사랑하는 그리스 신화 및 비극의 전통과 뚜렷이 구분된다.
영화는 이러한 감정들을 주인공들의 서사에 깊숙이 녹여낸다. 성당 장례식에서 모든 비극은 우연이라는 추모사를 모두 부정하며, 신과 산타클로스 따위는 없다던 마르쿠스가 태도를 바꾸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피에타 상처럼 동료의 품에 안기는 그는 아내의 죽음을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우연에 가까운 확률이 빚어내는 현실과 운명에 순응한다. 그러면서도 세계의 멸망 속에서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희망과 낙관을 버리지 않는 신화처럼, 마르쿠스와 동료들은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날에 프렌치 호른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각자의 슬픔과 아픔을 딛고 지금보다 따뜻한 미래를 다짐한다. 이처럼 북유럽만의 감성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마무리와 함께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는 복수극이라는 껍질을 깨부수면서 한 편의 진중하고 따뜻한 힐링 드라마로 온전히 탈바꿈한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플롯의 공식과 장르의 관습을 깨부수는 노르딕 복수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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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린을 넘어 폭발하는 상상매직
대중문화에서 'N차 관람'은 흥행을 판가름하는 주요 척도 중 하나다. 요즘 공개되는 새 영화, 뮤지컬, 연극 등 홍보문구에서 너도나도 'N차 관람' 워딩을 사용하지만, 이 중 진짜배기는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이 가운데 찐 N차 관람 욕구를 샘솟게 만드는 신작이 등판했다. 바로 영화 '위키드'다.
영화 '위키드'는 유명 소설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서쪽 마녀를 주인공의 과거 이야기로 자신의 진정한 힘을 발견하지 못한 엘파바(신시아 에리보)와 자신의 진정한 본성을 발견하지 못한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의 우정을 그린다.
'위키드'의 명성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만든 뮤지컬은 미국 브로드웨이 역대 흥행 2위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한국에서는 이미 4차례(내한 1회, 한국 라이선스 3회) 무대에 올렸을 정도로 두터운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고려해 한국어 더빙판은 뮤지컬에 출연했던 배우들(박혜나, 정선아, 고은성, 남경주 등)이 참여할 정도.
영화는 동명 뮤지컬의 이야기 및 주요 넘버를 따라간다. 뮤지컬과 마찬가지로 서쪽 마녀의 죽음을 기뻐하는 오즈 시민들의 축제와 함께 '악한 자, 넌 위키드(No One Mourns the Wicked)'로 오프닝을 장식한다. 이후 오즈 세계의 통치자가 된 착한 마녀 글린다와 사악한 마녀 엘파바의 과거 이야기로 회상한다. 원작 뮤지컬 극본가 위니 홀츠먼이 영화 각본에 참여해 원작의 색을 유지하면서 적절한 각색으로 영화만의 특색을 잘 살렸다.
원작 있는 작품을 영화로 각색할 시, 원작을 어떻게 재현할지가 관건인데 뮤지컬 팬들의 걱정을 단번에 불식시킨다. 900만 송이의 형형색색 튤립을 직접 심어 구현한 먼치킨 랜드와 58톤에 달하는 동심 가득한 에메랄드 시티행 기차, 그리고 놀이공원 광고를 연상케 하는 에메랄드 시티 내부 등 흡사 '해리포터' 시리즈에 비견될 환상적인 비주얼과 영상미를 자랑하기 때문. 그중 피예로 왕자(조나단 베일리)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돌아가는 학교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함께 선보인 군무 넘버 '춤추듯 인생을(Dancing Through)'은 '위키드'에서 손에 꼽을 만하다.
특히 주인공 엘파바, 글린다 역을 맡은 신시아 에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가 선보이는 연기와 노래, 춤은 압권이다. 신시아 에리보는 짙은 내면 연기와 감탄사를 연발케 하는 가창력을 바탕으로 초록 마녀 엘파바 그 자체가 됐다. '위키드'를 발판으로 글로벌 '파퓰러' 배우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 세계적인 팝스타로 사랑받아온 아리아나 그란데 역시 폭발적인 가창력과 사랑스럽고 유머 넘치는 연기로 글린다 캐릭터를 소화하며 '인간 파퓰러'로 자신을 뽐낸다.
두 사람의 케미가 정점을 찍은 마지막 시퀀스이자 대표 넘버 '중력을 벗어나(Defying Gravity)'는 '위키드'의 화룡정점이다. 적절한 슬로모션과 관객들을 압도하는 가창력이 더해지니 마치 엘파바가 무대의 한계를 뛰어넘어 스크린 밖으로 날아오르는 듯한 전율을 선사한다. 그야말로 "오즈메이징"하다.
두 주연 배우 외에도 조나단 베일리, 에단 슬레이터(보크 역), 양자경(마담 모러블 역), 제프 골드브럼, 피터 딘클리지(염소 딜라몬드 교수 목소리 역) 등이 신스틸러를 완벽하게 수행하며 자기 몫을 해낸다. 또 뮤지컬 '위키드' 초연 당시 엘파바&글린다를 연기한 이디아 멘젤&크리스틴 체노워스까지 카메오로 깜짝 출연해 보는 재미를 더한다. 160분 러닝타임이 순삭되는 걸 경험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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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그냥 풀이 아니었다 - 높은 풀 속에서
흥해라 이 영화
높은 풀 속에서 (2019)
- 차로 먼 거리를 이동하다 잠깐 정차한 남매
낯선 그 곳에서 꼬마아이의 구조요청을 듣고 높은 풀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시공간이 뒤틀린 풀숲에서 빠져나와야 하는 극한의 탈출미션 '높은 풀 속에서' 이 영화 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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