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08-29 21:25:42
[SIWFF 데일리] 인간에서 인간까지
영화 <카메라를 든 사람>
SYNOPSIS
다큐멘터리 촬영 감독 커스틴 존슨이 25년간의 촬영 경력 동안 포착해 낸 푸티지 영상을 직조하듯 풀어 낸다. 영상 제작자와 대상들 사이의 관계, 카메라의 객관성과 개입 사이의 긴장, 그리고 날것의 현실과 가공된 이야기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영화.
PROGRAM NOTE
감독으로서 영화는 곧 ‘이야기’로 정의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감독은 이야기 안에서 배제된 촬영 현장의 목소리에 대해 늘 아쉬움과 한계를 느끼고는 한다. 바로 이 점에서 영화 〈카메라를 든 사람〉은 무엇보다 예외적이며 뛰어난 작품이다. 이는 25년 동안 촬영감독으로 활동한 커스틴 존슨만이 가지는, 감독과는 다른 시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영화는 오랜 기간 촬영 현장에서 카메라를 통해 만난 사람과 감정을 주고받았던 순간을 엮어서 만든 커스틴 존슨만의 자서전이다. 마치 잘려진 천 조각들이 ‘퀼트’라는 하나의 예술품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본 듯하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 5년 만에 다시 찾은 보스니아의 한 가족과의 대화와 ‘작은 상영회’는 이야기에서 놓쳐버린 현장의 순간들이 어떻게 환생되고 의미화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장면이다.
다큐멘터리를 하다 보면 감독의 그릇만큼 세상이 보일 때가 많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에 대한 깊은 탐색과 교감이 쌓여 결국 자신의 아이들과 치매를 가진 어머니에게로 카메라가 향할 때, 어떻게 카메라가 한 개인에게 역사가 되어 성숙한 시선을 갖게 하는지, 또한 그것이 관객에게 어떠한 울림을 주는지, 이번 영화제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권우정]

일전에 넷플릭스에서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주변에서 알음알음 추천을 받고, 왓챠피디아도 내가 4.1점을 줄 거라고 했으므로. 역시나 좋았다. 딕 존슨의 죽음을 다룬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딕 존슨의 딸이자, 다큐멘터리 촬영 감독으로 25년을 살아온 감독 커스틴 존슨의 작품이 상영된다고 해서,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첫 영화로 냉큼 골랐다. 그리고 역시나, 좋았다.
이 작품은 25년 동안 수많은 작품에 참여하면서 그가 촬영한 풋티지 영상을 모아모아 새로이 편집한 것이다. 커스틴 존슨 감독은 이것을 자신의 회고록처럼 여겨 달라고 했다. 타이틀이 떠오르기 직전 보이는 장면은 도로만이 펼쳐진 넓은 평원에 번개가 치는 순간과 우렁찬 천둥 소리가 포착되는 것, 그리고 관객인 나와 동시에 깜짝 놀란 숨을 들이켜는 촬영자의 소리. 기둥 뒤에 공간 있듯, 카메라 뒤에 인간 있음을 감추지 않는다.
굉장히 다양한 영상이 조각조각 모여 있다. 스레브레니차 집단 살해의 기억이 남아 있는 보스니아처럼 역사의 어떤 순간도 들어 있고, 복싱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담는 장면도 들어 있다. 복싱 코치는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가까이서 찍는 게 진리라고 말한다. 복싱도 촬영도 가까운 데서만 가할 수 있는 일격이 있는 것 같다. 이 영화는 그 가까운 촬영의 일격을 연타로 날리는 걸작이다.

얼핏 평이해 보이는 장소에서도 ‘흥미로운 요소’를 찾는 것이 카메라의 힘임을 느끼게 한다. 얼핏 단조로워 보이는 도시의 풍경에서, 벽의 포탄 자국이, 93-94년 사이에 사망한 사람들의 묘비가, 스레브레니차를 잊지 말라는 그라피티가, 카메라에 점점이 담기면 그곳은 더 이상 평이한 도시가 아니게 된다.
세계 곳곳, 각기 다른 세계를 걸어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성실히 따르며, 카메라는 다양한 것을 담는다. 삶의 ‘흥미로운’, ‘독특한’ 이야기가 있는 단면마다 커스틴 존슨의 카메라가 있다. 그러나 그 다양한 조각조각들이 모인 곳, 소실점에 있는 것은 결국 인간이다. 바로 인간을 담기 위해 그의 카메라는 그토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유리창을 깨끗이 닦아 차창 너머로 찍을 수밖에 없는 나라들도 있다. 알 자지라 주요 인물들이 수감된 예멘의 감옥 앞이나 카불처럼 위험한 곳들이 있다. 그러나 거기서도 유리창을 닦는 손이 흥미롭게 담겼다고 말하는 ‘기술 전문가’인 동시에, 자신이 무엇을 담고 있는지 잊지 않는 ‘예술가’가 있다.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의 익명성을 위해, 머뭇거리며 움직이는 손과 목소리만 담은 인터뷰 영상도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전해진다. 인터뷰의 가장 앞 단어를 건네주면서, 공감하고 경청한다. 카메라의 역할은 결코 응시에만 그치지 않는 것이다. 기술과 예술을 동원하여, 담고 전달하는 것이다.

알츠하이머를 앓는 어머니의 모습도, 집단 살해의 기억 이후에 살던 곳으로 돌아온 가족들이 거둔 알알이 보석 같은 열매도, 눈을 다쳤지만 똑똑한 소년으로만 보였던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증언도… 촬영자에게나 감상자에게나 뚜렷하게 각인되는 이런 영상들은, 카메라의 역할이 응시에만 그쳤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피가 흘렀던 역사의 기억들과, 그 자리들이 오늘날은 평화로워진 장면을 대조해서 보여주는 것도 카메라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편집한 손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영화의 보여주기는 사실 적극적인 말하기이다. 무수한 이들의 피가 흘렀던 초원에 오늘날 얼마나 햇살이 곱고 들꽃이 살랑거리고 있는지, 단지 고운 들판을 보여줄 뿐인데 왜 우리는 참담해지는지. 이 적극적인 말하기가 없다면, 다시 말해 기록의 행위가 없다면 우리 눈에 그저 예쁜 초원으로만 보였을 것이다. 그토록 거대한 기억도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기록하고 전달하는 한, 조각도 이야기가 된다.
커스틴 존슨의 작업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쩌면 이것이 팩트와 기록이 모여 역사가 되는 과정과도 비슷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각조각 모인 이야기들이 새로운 진실을 그려내고, 풋티지 영상이 모여 새로운 작품이 되는 과정이다.

영화는 이런 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고민도 함께 담았다. 현장 프로듀서 겸 통역으로 보스니아에서 내내 동행한 이의 말처럼. 우리의 선택이지만, 더 오래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해소도 필요하다는 것을.
때로는 몰랐던 이야기 앞에서 눈물이 나기도 하고, 때로는 대답을 회피하는 인터뷰이에게 다른 주제로—이를 테면 옷 같은 얘기로— 말을 돌리기도 하는 커스틴 존슨의 모습을 보며… 전문가가 된다는 건 단순히 기존 하던 일에 노련해지는 일일 뿐만 아니라, 자기 하는 일 안에서 자기 감정을 정확하게 직면하는 일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흔히 전문가가 된다고 하면, 마치 감정은 무디게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감정을 잘 해소하고 정돈하는 것이 오히려 필요한 것 같다. 꼭 영화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배우나 소위 ‘감정 노동’으로 일컬어지는 일들이 아니어도, 우리는 인간이기에 대부분 감정을 사용하며 일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인간의 시선에서, 시선 끝의 인간까지. 다큐멘터리는 결국 그런 작업이 아닐까. 다큐멘터리뿐 아니라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일들도 그래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나의 경계를 넘어서서, 보여지지 않는 그 너머까지, 그 소실점에 있는 인간에까지 시선이 미친다면 그 사람이 어느 직군에 있든 전문가 소리를 들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때 나의 조각 모음은 어떤 회고록의 모양이 되어 있을까. 커스틴 존슨의 인생 thanks to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은 엔딩 크레디트가 쭉 올라가는 동안 생각했다. 나의 크레디트에 남기고 싶은 이름과 마음들을. 이 영화에서 보고 배운 아름다운 시선이 거기에도 한 자락 묻어나 있다면 참 좋겠다.
2023.08.25. 14:00-15:43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6관
2023.08.28. 19:30-21:13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8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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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두 멍청한 놈들이 만든 영화'라고?
7★/10★
괴상하고, 황당하고, 어이없게 웃기고, 그럼에도 감동적인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본격적으로 논하기 전에 언급할 내용이 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는 영화만큼이나 흥미로운 뒷이야기가 넘쳐난다.
•-제작사가 ‘A24’다. 〈문라이트〉, 〈킬링 디어〉, 〈더 랍스터〉, 〈미나리〉, 〈애프터 양〉을 제작한 바로 그 제작사 말이다. A24가 역량 있는 제작사인 건 분명하지만 기존 포트폴리오의 연장에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논하면 곤란하다. 이전 영화와는 결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2022년 3월에 미국의 단 10개 극장에서만 개봉했다. 그런데 극장 당 5만 달러의 수익을 냈다. 역대 극장 당 수입 기준 전체 3위에 해당하는 무시무시한 기록이다. 관객의 성원에 힘입어 3,000개 극장으로 상영을 확대했고,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냈다.
•-〈어벤져스〉 시리즈를 연출한 루소 형제가 제작했다. 멀티버스 소재를 활용한다는 점은 공통적이지만 결이 완전히 다르다. '정통 블록버스터' 멀티버스와 'B급 코미디' 멀티버스를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화양연화〉, 〈라따뚜이〉 등을 오마주한 장면은 덤이다.
•-양자경이 할리우드 진출 20년 만에 단독 주연을 맡았다. 원래 성룡을 주인공으로 낙점한 후 양자경을 그 부인 역에 캐스팅하려 했으나 각본 과정에서 서사를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여성 주인공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씨네필이 주로 활동하는 영화 평론 사이트 레터박스에서 ‘올타임 베스트 250’ 1위에 올랐다. 이전에는 〈대부〉, 〈기생충〉이 차지했던 왕좌다.
이제 영화 이야기. 그러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매력을 글로 설명하기는 영 어렵다. 줄거리가 있고, 설정이 있고, 웃음과 감동 포인트도 있지만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은 직접 봤을 때만 확인 가능하다. 블록버스터의 소재인 양자역학과 멀티버스를 B급 감성 가득한 코미디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거창한 설정 속에서 조금씩 웃음 타율을 높여나가다가 장대한 드라마로 결론 짓는 식이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중국계 여성 에블린은 여러 모로 퍽퍽한 삶을 살아간다. 깐깐한 아버지와 유약하기만 한 남편, 레즈비언 반항아 딸만으로도 괴로운데 세무당국의 강도 높은 조사로 그나마 운영해오던 세탁소마저 문을 닫을 판이다. 심지어 자기가 먹여 살린다고 여겼던 남편이 이혼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스트레스가 절정에 다다른 순간 멀티버스가 열린다. 무한한 다중 우주에는 절대 악 조부 투파키가 있고, 에블린이 그에 대항할 유일한 인물이란다. 그녀가 최후의 희망인 이유가 가관이다. 그녀는 멀티버스의 수많은 에블린 중 가장 불행한 에블린, 즉 최악의 에블린이라는 이유로 저항의 아이콘이 된다. 더는 물러설 곳 없는 엉망진창 현실이 에블린에게 준 ‘깡’이 그녀의 무기인 셈이다. 그러나 아직 최악은 아니다. 조부 투파키가 사실은 에블린의 딸 조이라는 사실이 남았기 때문. 에블린이 딸 조이에게 권위적으로 굴며 윽박질렀기에 조이가 흑화해 조부 투파키로 변했단다. 이제 에블린은 선택해야만 한다. 우주의 운명을 위해 딸을 무찌를 것인가, 형편없는 엄마였지만 뒤늦게나마 제대로 된 ‘엄마 노릇’을 하며 다른 미래를 만들 것인가.
에블린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B급 코미디 요소도 폭발한다. 딜도와 애널 플러그, 장난감 눈깔, 베이글, 쇼킹한데 고급스러운 비주얼 등등이 적극 활용된다. 여기에 심각하고 진지한 의미는 ‘없다.’ 영화를 연출한 다니엘스의 말마따나 “농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나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에블린의 싸움은 진지하고, 그녀가 가족과 우주 중 그 무엇도 포기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우당탕탕 대모험 끝에 에블린이 도달한 그곳에서는 마침내 감동이 피어난다. 억척스런 사업가이자 가장이었던 에블린은 웃음을 되찾고 주변 사람과 이를 함께 나눈다. 무한히 넓은 멀티버스의 모든 것(에브리씽)과 모든 장소(에브리웨어)가 모두 함께(올 앳 원스) 어우러진다.
만약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코드가 자신과 맞을지가 고민이라면, 2016 선댄스영화제 감독상을 차지한 다니엘스의 전작 〈스위스 아미 맨〉으로 취향 테스트를 해봐도 좋다.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방귀만 뀌는 언데드로 나오는 이 황당한 영화는 B급 웃음과 감동이라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공식을 그대로 갖고 있다. 두 영화 모두 호불호가 갈릴 영화임은 분명하지만, 누군가의 가슴에 꽂힐 영화임도 분명하다. 모든 진지함은 잠시 내려놓고 다니엘스의 상상력을 따라가보시기를.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두 멍청한 놈들이 만든 영화"일 뿐이라는 다니엘스(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의 말은 다소 과한 겸손이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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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히어로에게도 행복과 일상을 묻다.
이 글은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목이 너무 길어서 아래의 글들에서는 모두 닥스 2로 줄여서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Phase4로 향하는 마블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새로운 히어로를 앞세운 영화들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익숙한 히어로들의 빈자리는 새삼 크게만 느껴졌다. 모든 영화가 다음 편을 위한 징검다리에 불과하다는 마블 시리즈의 최대 불만은 적시타를 맞은 공처럼 튀어 올라 마블 관계자들이 하늘만 쳐다보게 하기 충분한 것만 같았다. 게임이 끝난 것 마냥 허망한 눈으로.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처럼 살얼음판 같던 마블의 명성은 스파이더맨의 거미줄로 겨우 현상 유지를 할 수 있었다. 갖은 방법을 동원해 리셋해놓은 판이었지만. 이 판의 우세한 승자가 마블이 될 것이라는 것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는 마블의 구원투수가 되어야 한다는 중압감과 동시에, 코로나로 인해 거리 두기까지 끝난(?) 시점에 침체된 영화계의 부흥이라는 기대까지도 어깨에 얹은 채 5월의 징검다리 휴일에 개봉했다.
그가 부리는 마법이 이번에도 모든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 만큼의 위력을 발휘했을지는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공포 영화의 형식을 접목한 접근법도 꽤나 신선하고, 멀티 버스라는 장점을 십분 살려 볼거리도 가득하다.
마블 유니버스에서 닥스의 어깨에 놓인 책임감.;다시 생각해도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명배우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역은 마치 캐스팅부터 마블의 운명을 짊어진 것만 같다. Phase3까지는 아이언맨 등의 걸출한 영웅들에 가려져 할당된 분량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능력이 출중한 캐릭터임을 드러냈을 때 이 점을 관객들이 받아들이기에 큰 무리가 없어야 하는 아이러니가 존재했다.
제작진은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베네딕트 컴버배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모든 촬영 일정 등을 그에게 맞추는 등의 공을 들인 덕에 그를 캐스팅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여태 배우가 쌓아온 커리어 덕에 솔로 영화 한 편만으로도 관객들에게는 충분히 강한 힘을 가진 히어로로 각인될 수 있었던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새로운 마블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해내야 함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런 히어로에게도 마블의 현재 상황은 꽤나 큰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멀티 유니버스라는 특성상 1인 다역을 소화해야 하는 것도 경험과 부담을 동시에 가진 작업이었을 테고.
그러나 영화 속 베니를 보고 있자면.
제작진의 직감이 절대 틀리지 않았음에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그는 멀티버스에 존재하는 각각의 도플갱어들을 완벽히 다른 인물들로 재연해 내고. 피터 파커에 이은 아메리카의 훈육(?)도 완벽하게 해 낸다. 자신이 애써 피했던 사랑에 대한 두려움을 인정하고 일상생활의 불안함을 즐기는 연기까지 보고 나면. 다시 한번 그가 얼마나 위대한 배우였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
어마어마한 중압감에 눌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배우의 모습은 언제 봐도 응원하고 싶을 뿐이다.
왜 하필 공포인가;남은 자들에 집중하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제작 단계에서부터. 마블은 이번 작품이 공포영화가 될 것이라 말해왔다. 대형 프랜차이즈 히어로 영화에 공포라는 장르가 언뜻 매치가 되지 않을 듯 보이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마블이 취하는(혹은 바뀐) 자세와 공포가 그 어떤 때보다도 잘 맞아떨어진 선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마블 영화에서 가장 큰 사건은 누가 뭐라 해도 타노스의 블립이었다."5년전 그 일"이라는 단어로 불리며 제대로 이름조차 부르지 못하는 인물들이 늘 존재했고. 떠난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장면들을 매 영화마다 넣어 희생자들에 대한 생각으로 고개를 떨구는 히어로들을 그리곤 했다. 하지만 이 "의식"은 마블의 침체기와 맞물리면서 팬들에게 떠난 영웅들에 대한 아쉬움을 계속해서 불러일으키는 효과도 가져왔다.
그러나 마블은 이제. 혹은 "드디어". 남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남은 자들은 여전히 누군가의 부재로 가끔 긴 한숨을 몰래 쉬어야 하고. 다시는 누구를 잃지 않겠다는 마음과 지키겠다는 마음이 뒤엉켜 늘 불안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일상으로 돌아와 내 몸 하나 있을 자리를 겨우 유지해야만 했다.
이 불안함과 공포는 히어로들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수많은 희생 위에 쌓아올린, 아직은 위태로운 평화를 위해 각자 다른 목표를 가진 인물들이 영화에서 충돌하지만. 모든 히어로 영화에서 그렇듯 반드시 한 쪽은 패하게 되어 있고, 그들의 염원이 한 쪽으로 기울어지는 순간들에서 공포를 느끼기 충분한 장면들이 만들어진다.
생소하다고 생각한 공포는 요소는 영화에서 크게 겉돌지 않는다. 가끔 이게 진짜 마블 영화가 맞을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들도 만들어 낸다. 공포를 순수한 무서움이라는 좁은 의미보다 두려움이라는 의미로 해석한다면. 영화는 정말 성공적인 시도를 해낸 셈이고. 마블이라는 이름 하에 조금은 격하되었던 영화의 "격"도 함께 올라갔음을 느낄 수 있다.
히어로에게도 행복은 존재한다.;행복은 환상이 아닌 현실에 존재한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케이크는 한 조각만 먹을 때 제일 맛있는 거예요.
스쿼트를 몇백 개(?) 하고, 울기 직전의 상태로 주저앉아있는 내게 트레이너 선생님이 해준 말이었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하지만 인바디를 측정할 때마다 그 말이 조금씩 마음에 와닿았다. 고난이 없으면 케이크가 달게 느껴질 리가 없고. 그 감정을 느껴보지 못하면 고난을 견딜 수 없다는 것을 돌려 말해주신 것이었다.
완다는 케이크 한 판을 한 번에 먹는 것이 행복이라고 착각했다. 그녀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우주에 있는 것이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이라고 부르는 것은 늘 케이크보다는 쓰디쓴 맛들로 가득하다는 것을 완다는 인정할 수 없었다. 애초에 이뤄질 수 없는 꿈을 꾼 셈이다.
영화는 완다의 행복을 향한 불가능한 여정을 보여줌과 동시에 히어로들에게도 행복하냐는 질문을 던진다.
예전의 마블 영화들은 정체성과 하늘을 찌를 듯한 의무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Phase 4에 다다른 마블은 이제 히어로에게도 능력에 대한 질문보다는 일상에서의 삶과 행복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던진다.
불안함과 두려움을 가지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딛어야 하는 삶이지만. 그럼에도 행복하냐고 묻는 것을 보니. 이제 진정으로 마블이 새로운 세대를 열 준비가 되었나 보다.
마치면서
마블 관계자들은 이제서야 안도의 한숨이라 부르는 것을 내쉴 수 있을 것 같다.
보는 내내 케빈 파이기와 샘 레이미 감독을 향한 찬사를 멈출 수 없을 만큼 즐거운 영화였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 야 뭐 당연하고.) 애써 되찾은 마블의 명성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이기적으로 바라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 영화의 최애 장면]
단연코 자비에 교수가 완다의 의식을 구해내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샘 레이미 감독을 썼던 이유에 대해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음. 그 장면 때문에 영화를 두 번 세 번은 다시 보고 싶을 정도.
[이 글의 TMI]
1. 오이 오빠 소처럼 일해줘서 고마워요.
2. 오이 오빠 제발 내 시간과 돈과 사랑을 받아.
3. 우리나라 사람들 마블에 진짜 진심임. 개봉날 조조영화가 매진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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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못 설계해서 대참사가 났네
'설계자'에서 빛나는 건 강동원의 '비주얼'이다. 이 말은 즉슨, 영화의 매력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설계부터 잘못해서 결국 대참사가 난 꼴이다.
'설계자'는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강동원)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요즘 개봉한 영화들에 비해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99분)인데 배우 라인업은 꽤나 화려하다. 강동원을 비롯해 이미숙, 이무생, 이현욱, 김신록, 탕준상, 이동휘 등 연기로는 날고 긴다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탄탄한 배우진이지만, 이 영화의 서사와 소재가 문제다. 팀플레이를 예상하긴 했지만, '선수 입장' 급의 구성으로 '영화 제작 시 하지 말아야 할 요소'를 저지르고 말았다. 소재도 마찬가지다. 부패한 공직자, 영혼을 판 기자, 비자금 논란 등 다른 작품에서 숱하게 다뤘던 소재이기에 기시감이 강하다. 그래도 살인 청부업자로 등장하는 강동원은 그나마 신선하긴 했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스릴러 장르의 생명인 긴장감이 점점 느슨해지고 지루함이 짙어진다. 의뢰받은 건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같은 패턴이 계속 반복되는 데다, 받아들여야 하는 정보값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 그래서인지 대사도 투머치하고, 어느 시점부턴 극 중 유튜버들이 전기수처럼 전달한다. 심지어 이들은 비중 있는 것처럼 등장했지만, 막상 기능적 역할에 불과했다.
고증(?) 면에서도 허점이 많다. 초반에 제법 그럴싸하게 설계했던 살인과 달리 뒤에 벌어지는 일들은 우연이 일어나야만 성립되는 허술함이 드러난다. 그래서 반전을 주어도 크게 터지지 못하고, 결말 또한 허망하다. 이걸 보려고 99분이라는 시간을 할애했나 싶을 정도로 현타를 느낀다.
서사가 부실하니 캐릭터들도 크게 도드라지지 않는다. 쏟아지는 정보값에 비해 인물 간 관계성 또한 매력적으로 비치지 않는 속 빈 '깡통' 케미를 그릴뿐이다. 여러 질문과 의문점을 남기려 애쓰지만, 관객들에게 크게 와닿진 못한다.
'설계자'를 이끌어 갈 주연 배우 강동원의 장악력 또한 아쉽다. 영화 장르나 설정상 주인공에게 몰입해 그가 보고 믿는 것들을 따라가게 만들어야 했으나, 영화 속 영일의 생각과 반응을 따라가기엔 쉽지 않다. 맞지 않은 옷을 입어서인지 좀처럼 몰입할 수 없다. 그나마 이무생, 김신록만 눈에 띄었을 뿐, 다른 배우들도 존재감을 피력하진 못했다.
결국 '설계자'는 설계를 잘못한 바람에 부실한 공사로 인해 와르르 무너지는 대참사를 일으켰다. 게다가 음모론만 잔뜩 늘어놓고는 극을 마무리해 갑론을박만 일으켰다. 여기서 '갑론을박'은 좋은 의미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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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다니고 싶은 학교는?
다들 개학, 개강 잘 맞이하셨나요?
비대면 수업이 대면으로 전환되면서,
거리에 학생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를 봐서 반갑기도 하고,
또 새로운 친구를 사귀면서 설렘 가득한 시간을 보내고 계실 것 같아요.
그래서 개학, 개강을 맞이해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추천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클래식
(The Classic, 2003)
synopsis
엄마의 젊은 시절 편지와 일기장을 발견했다.
읽어갈수록 엄마의 옛사랑과 나의 지금 사랑이 닮았다고 느끼는 건 착각일까.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 속으로, 함께 떠나볼까요?
cine pick!
제목처럼 한국 로맨스의 '클래식'인 영화.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이야기와 너무 예쁜 주인공,
그리고 듣기만 해도 설레고 아련한 OST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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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퀸카로 살아남는 법
(Mean Girls, 2004)
synopsis
케이디는 전학 간 고등학교에서 퀸카 집단에 들어가지만,
퀸카들의 리더의 전 남자친구가 케이디에게 호감을 느끼면서 전쟁이 시작된다.
cine pick!
하이틴의 정석 영화이자 가볍게 볼 수 있는 팝콘 무비입니다.
린제이 로한, 레이첼 맥아담스, 아만다 사이프리드
세 배우의 리즈 시절을 볼 수 있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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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비밀
(Secret, 2007)
synopsis
예고로 전학 온 첫날, 교정에서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들린다.
소리에 이끌려 문을 연 음악실. 거기 한 여학생이 있다.
첫눈에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는 홀연히 사라진다.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그녀. 그녀에게 더 다가가고 싶다.
cine pick!
영화를 안 본 사람도 알 정도로 유명한 피아노 배틀 장면.
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 주연 배우, OST에 빠질 수밖에 없다.
몇 번을 봐도 똑같이 감동을 주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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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
(Architecture 101, 2012)
synopsis
서연과 승민은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었다.
서연이 승민을 찾아와 꿈에 그리던 집을 지어 달라 하고
둘 사이엔 다시 사랑이 싹튼다.
cine pick!
아련하고 풋풋했던 첫사랑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영화.
조정석 배우의 인생 캐릭터 '납득이'가 탄생하고,
수지 배우에게 '국민 첫사랑'이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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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나의 소녀시대
(Our Times, 2015)
synopsis
1994년 대책 없이 용감했던 고등학생 시절, 유덕화 마누라가 꿈인 평범한 소녀 ‘린전신’과
학교를 주름잡는 비범한 소년 ‘쉬타이위’의 첫사랑 밀어주기 작전
cine pick!
사랑할 수밖에 없는 대만 청춘 영화.
유치하면서도 순수한, 그리고 사랑스러운 주인공의
매력의 흠뻑 빠져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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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왓챠
히로인 실격
(Heroine Disqualified, 2015)
synopsis
하토리는 자신과 소꿉친구 리타를 사랑의 '히로인’과 '히어로'라 여기며
언젠가는 연인이 될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리타에게 여자친구가 생긴다.
cine pick!
코다 모모코의 만화 '헤로인 실격'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유쾌하고, 통통 튀고, 사랑스러움으로 가득한 영화입니다.
많은 이들의 사카구치 켄타로 입덕작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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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티빙, 왓챠
싱 스트리트
(Sing Street, 2016)
synopsis
전학 간 학교에서 만난 라피나에게 첫눈에 반한 코너. 잘
보이고 싶어서 밴드를 하고 있다는 거짓말을 한 코너는 덜컥 라피나를 뮤직비디오에 섭외하고,
그날부터 코너는 급하게 밴드 멤버를 모으기 시작한다.
cine pick!
영화를 다 보면, 영화 OST를 찾아
플레이리스트에 담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OST도, 배우도, 메시지도 너무 좋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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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여름날 우리
(My love, 2021)
synopsis
너에게 풍덩 빠져버렸던 17살의 여름.
너를 두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21살의 여름.
그리고 몇 번의 여름이 지나고 다시 만난 너, 이젠 놓치지 않을 거야.
cine pick!
싱그러운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었다.
두 배우의 감정선이 돋보이고, 케미가 좋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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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티빙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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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의 색을 말하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포스터
플로리다 프로젝트 (The Florida Project, 2017)
제작 : 미국, 드라마 │ 감독 : 션 베이커
출연 : 브루클린 프린스(무니), 브리아 비나이트(핼리), 윌렘 대포(바비)
등급 : 15세 관람가 │ 러닝타임 : 111분" 꿈과 환상의 나라 옆에는 빈민가가 있다네 "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스틸컷
미국의 남동쪽 플로리다 주에는 꿈과 환상의 나라, 디즈니월드가 있다. 여느 관광지나 그렇겠지만 디즈니월드의 주변에도 관광특수효과를 노리며 화려한 외양의 숙박시설들이 지어졌다. 예닐곱 살쯤 된 아이 '무니'가 사는 곳도 그런 곳의 일부다. 이름하야 '매직캐슬'. 몽환적인 연보라색 페인트로 뒤덮인 이곳은 동화 같은 분위기나 이름과는 달리, 홈리스(homeless)들이 모여 장기투숙을 하는 싸구려 모텔이다. 무니는 스물두 살 엄마 '핼리'와 함께 그곳에서 살고 있다.
아이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영양가 없는 와플이나 피자로 끼니를 때우고, 길거리에서 향수를 팔아 힘겹게 방세를 치르는 등, 무니의 엄마 '핼리'는 아이를 키우기에 너무나 무지하고 가벼워 보인다. 무니를 둘러싼 열악한 환경도 문제다. 방세를 못 내면 언제라도 쫓겨날 수 있는 허름한 모텔에는 투숙자들의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고, 공용으로 쓰는 수영장에서 가슴을 내놓고 선탠을 하는 할머니가 사는가 하면, 아이들 곁에 얼쩡거리며 성범죄의 기회를 노리는 남성도 있다. 하지만 무니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한 아이이므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 이곳에서의 하루하루가 그저 즐겁고 흥미로울 뿐이다.
" 관여하지 않고 보여주어 드러내는 휴머니즘 "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스틸컷
사실 영화 초반부까지만 해도 '핼리'에게 엄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저런 엄마와 함께 저런 환경에서 쭉 큰다면 어쩌면 아이의 미래는 정해져 있다고, 교육이나 복지의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한 채 엄마처럼 길거리를 전전하며 사는 빈민층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니 모녀의 이 미래 없는 삶에도 그들 나름의 일상과 사랑이 있다는 걸 서서히 영화를 보며 느낄 수 있었다.
핼리는 정기적 일거리가 없지만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 방세를 내려고 노력하고, 스물둘 한창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이를 거부하는 남자와는 데이트하지 않는 엄마이다. 아무리 자격이 없다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핼리는 핼리 나름대로 딸 무니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었다. 매직캐슬의 매니저 '바비'도 그런 의외성을 느끼게 하는 인물이었다. 바비는 겉으로는 방세를 내지 않으면 쫓아낼 듯 구는 딱딱한 관리인이지만, 실제로는 무니와 핼리가 처한 상황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도우려고 하는 따뜻한 사람이다. 알게 모르게 그에게 의존하는 무니와 핼리는, 마찬가지로 겉으로는 무심한 척 하지만 바비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아무리 생각 없이 사는 사람들의 막장 라이프인 듯해도, 카메라는 그 안에 우리가 모르는 구석을 샅샅이 들추어 따스함을 발견한다. 그런 카메라의 시선에는 섣부른 동정이나 비난이 없다. 그저 매직캐슬의 투숙자들이 겪는 사실만을 보여줄 뿐이다. 하지만 영화 중반부를 넘어서자 나는 이 무심한 듯 비추는 이 휴머니즘적인 이야기에 완전히 젖어들었다.
" 그 엄마가 틀렸다고 어떻게 확신하는가 "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스틸컷
이런저런 사정으로 더 이상 방세를 내기 힘들어진 핼리가 결국 성매매에 발을 들였을 때에도, 마냥 그녀를 욕할 수 없었던 건 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방세를 내야만 무니와 함께 살 수 있고 밥을 먹일 수 있다는, 엄마 핼리의 일념이 느껴졌으니까. 단칸방인 그곳에서 몸을 팔며 돈을 받는 동안, 무니는 엄마가 크게 틀어놓은 힙합을 들으며 오랜 목욕을 한다. 욕실 밖에서 엄마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른 채, 매일 그렇게 목욕이 반복된다. 핼리는 잘못된 일을 하고 있으며, 어린 무니는 아무것도 모르고, 카메라는 모녀의 삶을 우리에게 알리되 관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눈물이 흘렀다.
누군가의 신고로 아동보호국에서 결국 무니를 데리러 왔을 때, 그 복잡한 심경은 피크를 쳤다. 절대로 아이를 뺏기지 않으려는 핼리의 발악과, 마찬가지로 절대로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겠다는 무니의 몸부림은 너무도 슬펐다. 그러나 이 열악한 환경에서는 아이가 분리되는 게 맞다는 어른으로서의 판단도 내 안에 존재했다. 핼리가 나쁜 엄마여서가 아니라, 핼리가 처한 환경이 아이를 해칠 것을 알기에. 이 모든 감정이 얽기고 설켜 마음속에서 싸움이 일었다. 이런 환경에서라도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와 두는 게 맞는가, 아니면 더 좋은 환경으로 아이를 보내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답은, 그래서 영화가 끝난 뒤에도 쉽게 내려지지 않았다.
영화가 어느 한쪽의 태도를 취하지 않고 사실만을 비추는 까닭은 아마도 그런 이유였을 테다. 자본주의의 가난이란 애초에 그런 것이기 때문에. 어린 딸을 두고 성매매를 하는 핼리에게 잘못이 있음을 알면서도, 가난한 모녀에게 별다른 구제의 손길을 내밀지 못했던 사회를 탓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단지 개인의 무능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는 홈리스 현상 역시 같은 선상의 문제다. 그러니 동정을 하면 핼리의 잘못된 선택을 지지하는 꼴이 되고, 비난을 하면 사회의 불평등을 외면하는 꼴이 된다. 영화는 그저 적절한 리얼리즘을 통해 관객이 이 양가감정을 충분히 느끼게 하고 싶었으리라.
" 수많은 '무니'와 '핼리'가 진짜 퓨처랜드에 이르기를 "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스틸컷
영화의 마지막. 아동보호국으로부터 분리되기를 거부하며, 무니는 단짝 '젠시'에게 찾아간다. 젠시는 근처의 모텔 '퓨처랜드'에 살며 무니와 매일매일을 함께했던, 마찬가지로 홈리스의 딸이다. 가난을 대물림받을 미국 극빈층의 아이들. "이제 너를 못 볼지도 몰라"하며 무니가 울먹이자, 젠시는 무니의 손을 와락 잡고 있는 힘껏 뛰어 디즈니월드로 향했더랬다. 디즈니월드 옆에 살면서도 가난해서 정작 한 번도 가본 적 없던 그곳에, 숨기 위해 뛰어들어간 아이들. 그 모습은 너무나 귀엽고 발랄했지만, 한편으론 슬프고 미안했다. 아이들에게 펼쳐질 현실이 동화가 아니란 걸 알고 있기에.
눈부신 연보라색 건물 외벽, 매직캐슬이니 퓨처랜드니 하는 웅장한 이름들. 그러나 그 안에는 당장 이번 주 방세로 걱정하는 여러 삶들이 모여있다.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르는, 막연한 동정이나 막연한 비난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삶이. 이런 영화를 보고 나면 다소 무력해지는 기분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세상이 좋아질 거라는 희망은 가져봐야 되겠지. 아이들이 디즈니월드로 뛰어들었던 것처럼.
플로리다에 있는, 또는 어느 나라에나 있을, 수많은 무니와 핼리들의 안녕을 막연하게나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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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얼빈 | 자욱한 담배 연기로 써 내려간 참회록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08년, 함경북도 신아산. 대한의군은 일본군을 기습해 승리를 거두지만, '안중근'(현빈) 장군은 일본군 소좌 '모리 다쓰오'(박훈)를 비롯해 사로잡은 포로를 풀어주라고 명령한다. 만국공법에 따른 의로운 선택이었으나 이 결정은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 풀려난 모리가 곧바로 일본군을 이끌고 역습을 가해 안중근의 부대원을 전멸시킨 것. 그로 인해 안중근은 대한의군 동료들에게도 의심받고, 본인도 자책감에 시달린다.
하지만 안중근은 좌절하지 않고 두만강을 건너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다. '우덕순'(박정민), '김상현'(조우진), '공부인'(전여빈), '최재형'(유재명), '이창섭'(이동욱) 등 각자의 이유로 독립운동을 포기하지 못한 동료들도 모은다.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릴리 프랭키)를 사살해 먼저 죽은 동료들의 몫까지 해내기 위해. 하지만 일본군은 밀정을 통해 의거 계획을 입수하고, 모리 소좌가 안중근을 필사적으로 추격하기 시작한다.
안중근의 참회록
독립운동과 참회. 두 단어를 합치면 한 인물이 떠오른다. 윤동주 시인이다. 흔히 그의 시는 자기반성과 성찰의 시로 불린다. 일제 강점기에 평범한 소시민으로서 적극 항거하지 못하는 자기 모습에 대한 부끄러움과 더 떳떳한 삶을 향한 열망으로 가득하니까. '참회록'의 끝이 대표적이다.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슬픈 사람의 뒷모양이/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사실 두 단어는 연관성이 곧바로 보이는 조합이 아니다. 독립운동은 보통 뜨겁게 느껴진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자기 목숨을 희생할 준비가 된 의사와 열사의 용기로 가득한 단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윤동주 시인의 참회록은 오히려 공감하기 쉽다. 다른 독립운동가들이 선망의 대상일 때, 그는 그들처럼 되지 못한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기 때문. 때로는 슈퍼맨보다 스파이더맨 같은 히어로가 더 필요한 것과 비슷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우민호 감독의 신작 <하얼빈>은 일반적이지 않다. 가장 유명한 독립운동가인 안중근 장군이 주인공인데, 애국심을 고취하거나 뜨겁게 달아오르지 않는다. 안중근을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윤동주 시인처럼 약점이 많은 인간으로 묘사한다. 그의 내면에 가득한 부끄러움과, 부끄러움을 원동력 삼은 의거를 쫓는다. 그렇기에 <하얼빈>은 연말 상업영화로서는 다소 의아하면서도, 쉬이 잊지 못해 곱씹어 볼 영화다.
뭉게뭉게 피어나는 참회
참회. 윤동주의 <참회록>처럼 <하얼빈>을 관통하는 감정선이다. 모든 캐릭터는 각자 뼈 깊숙이 후회하는 순간이 있다. 우덕순은 어릴 적 자기 자신의 언행을 되돌리고 싶어 한다. '박점출'(정우성)과 공부인은 동생, 남편 대신 전사하지 못한 자기 자신에 대한 후회가 있다. 김상현은 눈앞의 쾌락을 이기지 못한 스스로가 한스럽다. 마지막으로 안중근은 누구도 지키지 않는 국제법을 따른 대가로 동료들을 죽게 만들었다는 회한이 있다.
<하얼빈>은 크고 작은 서로 다른 후회와 회한이 모여 어떻게 독립운동의 밑거름이 되었는지를 밝힌다. 전반부에서는 제각기 연해주와 만주의 추위만큼 뼈아픈 한을 토해낸다. 후반부에서는 그들이 어떻게 일본군과 일제에게 그 한을 되갚아 주는 지를 보여준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죽일 때, 다른 인물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총성을 울린다.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러울수록, 독립운동가들에게 더 크고 중요한 일을 해낸다.
이러한 참회의 서사는 한 소품에 집약되어 있다. 바로 담배다. 정확히는 담배의 연기라고 할 수 있다. 극 중 독립운동가들은 끝없이 담배를 피운다. 두 명 이상이 실내에서 모이면 그 순간 바로 라이터나 담뱃불부터 찾는다. 기차 1등석에서도, 회의실에서도, 안가에서도, 기차역에 숨어서도 그들은 연달아 담배를 피운다. 4D 영화가 아닌데도 스크린에서 담배 냄새가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카메라는 흡연하는 사람보다 담배 연기 그 자체에 집중한다. 실내 공간에서는 햇빛, 전등 같은 광원을 카메라 정면에 위치시킨다. 자연히 배우 얼굴은 잘 안 보인다. 모자도 쓰고, 머리도 길다 보니 대부분 검은 실루엣처럼 보일 뿐이다. 이때 어두운 배경과 여러 실루엣 사이로 담배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마치 지난 전투에서, 지난 임무에서 남은 후회와 반성을 담배에 담아 태워 날려 보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려는 듯이.
인간 안중근과 장군 안중근
담배 연기처럼 인물들 사이를 떠도는 참회는 때로는 답답하지만, 그만큼 절절하고, 또 뭉클하다. 참회가 모이고 모여 인간 안중근의 진면목을 보여주기 때문. 신아산 전투가 끝난 직후, 안중근은 대한 의군 동료들 사이에서 밀정으로 의심받는다. 승전 후 사로잡은 일본 소좌 모리를 포함해 전쟁포로 모두를 만국공법에 따라 석방했기 때문. 모리는 풀려나자마자 안중근 부대의 은신처를 기습해 독립군을 학살해 버린다.
겉보기에 안중근의 선택은 이상적이거나, 순진하거나, 어리석다. 힘겹게 찾아낸 밀정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는 밀정을 처결하지 않는다. 대신 그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이창섭의 말마따나 고결하다. 그의 신념이 결국 이토 히로부미 저격이라는 나비효과를 낳았기 때문.
안중근 덕분에 목숨을 건진 모리는 군인답게 죽지 못했다는 수치심에 시달린다. 또 민간인을 학살한 자신과 다른 안중근을 보면서 더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 결과 모리는 안중근 추격에만 열을 올리고, 결국 이토를 제때 지키지 못한다. 밀정에게 베푼 자비도 일견 지나치게 순진해 보이지만, 종국에는 이 선택이 또 다른 독립운동가의 목숨을 구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즉, 인간 안중근이 선택이 장군 겸 독립운동가 안중근을 돕는 셈이다.
이처럼 안중근의 신념이 끝내 보상받는 전개는 그의 삶을 압축해 보여주는 듯하다. 후대가 보기에 그는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고결하다. 수감생활 중 일부 집필한 '동양평화론'에서 한중일 3국이 상호 주권을 존중하며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정도다. 하지만 <하얼빈>은 그의 일생 중 가장 중요한 참회의 시기를 살펴보면서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그의 사상과 신념까지도 감정적으로 감싸 안는다.
차갑게, 관찰하듯이
이처럼 이야기의 주제부터가 참회이다 보니, <하얼빈>은 타오르지 않고 냉정하다. 시작만 보더라도 차갑다. 안중근은 얼어붙은 두만강 위를 걸어서 연해주로 넘어가던 중, 얼음 위에 쓰러져서 못 일어날 정도로 고통스러워한다. <하얼빈>은 이런 안중근을 그저 관찰한다. 별다른 부연 없이, 두만강 위에서 마치 삶의 의지를 잃은 듯한 안중근을 비춘다. 그런 후에야 비로소 앞뒤 상황을 설명해 준다.
달리 말해 <하얼빈>은 관객이 주인공에게 몰입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그들의 선택과 임무를 따라가기를 원한다. 그렇기에 영화는 정적이고, 멀게 느껴진다. 우선 한번 구도를 잡은 카메라는 웬만해서 위치를 바꾸지 않는다. 고정된 구도 안에서 인물의 동선을 담아낸다. 일본군과 추격을 벌일 때도, 만주 벌판을 누빌 때도 컷의 전환이 빠르지도, 많지도 않다.
또 멀리서 관찰한다. 때때로 클로즈업도 활용하지만, 감정적인 대목마다 일부러 한 발씩 뺀다. 절대 관객이 주인공과 함께 불타오르도록 만들지 않는다. 죽은 동료들 사이에서 안중근이 통곡하면서 괴로워할 때도, 마침내 이토를 쏴 죽이는 순간에도 카메라는 거리감을 유지한다. 원거리에서,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앵글로 안중근을 관찰할 뿐이다. 이는 과거 회상을 흑백으로 처리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냉정하게 타오르다
그 결과 <하얼빈>은 특유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인물의 감정과 서사를 곱씹게 하는 힘이 여기에서 비롯된다. 일본군과의 전투 시퀀스만 봐도 그렇다. 독립군과 일본군의 육박전을 관찰하면서 승리의 쾌감보다는 생존을 위한 처절함을 느끼게 한다. 이는 결국 자기 선택 때문에 겨우 살아남은 동료들이 모두 죽었다는 안중근의 죄책감, 속죄와 참회로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겠다는 결심 모두에 강력한 설득력과 당위를 불어넣는다.
이는 장르와도 조화를 이룬다. <하얼빈>은 액션이 강렬한 <007>, <제이슨 본> 시리즈보다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같은 클래식한 첩보물에 가깝다. 속마음을 파악하기 어려운 여러 인물의 관계 속에서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아리송하게 만들며 서스펜스를 쌓는다. 기차 안에서 밀정을 찾아내고, 그를 역이용해서 이토 히로부미 저격을 막으려는 일본군을 떨쳐내는 순간이 대표적이다.
이는 김지운 감독의 <밀정>을 연상시키는 시퀀스이면서도, 참회라는 모티브를 장르적으로 영리하게 풀어낸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밀정은 누구인지. 그 배신자는 어떤 이유로 동료들을 버렸는지. 그리고 과연 그는 다른 동료들처럼 참회할 수 있을지. <밀정>에 비하면 투박한 듯 우직한 연출 곁들여지면서 이 장면은 강렬한 서스펜스와 반전을 동시에 선사한다.
그렇기에 관객 입장에서는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다. 같은 위인과 사건을 영상화한 <영웅>과는 정반대 되는 경험이다. <영웅>이 당장 안중근과 함께 하얼빈역으로 떠나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주고자 했다면, <하얼빈>은 나라면 안중근처럼 선택할 수 있었을까 하고 고민하게 만든다. 혹여 밀정이 된 인물처럼 행동하지는 않았을까 하고 곱씹게 만드는 힘이 있다.
모난 영화의 매력
위 장점이 모두 더해진 결과 <하얼빈>은 2시간 동안 힘 빠지거나 지루한 순간 없이 긴장감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고 나간다. 먹먹할 때도, 엄청난 흡입력을 뽐내는 순간도 있다. 다만 이는 상업영화로서 마냥 장점이라고 하기 어렵다. 달리 말하자면 순간적으로 터져 나오는 힘이 부족하다는 의미이기 때문.
감독의 전작과도 대조적이다. <남산의 부장들>은 1시간 반 넘게 쌓아 올린 긴장감을 박 대통령 시해 시퀀스에서 모두 터뜨린다. 그에 반해 <하얼빈>은 그 긴장감을 터뜨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끌고 가면서 가슴에 응어리지게 만드는 식으로 마무리한다. 이토를 죽인 후 곧바로 사형 집행 장면으로 넘어간다. 죽음은 두렵지만, 내심 홀가분한 안중근이 참회록에 마침표를 찍는듯한 인상을 남긴다.
배우들의 연기도 도드라지는 작품은 아니다. 눈에 띄는 캐릭터도 부족하다. 그나마 박정민의 우덕순 정도가 생동감 있다. 나머지 인물들은 예상할 수 있는 독립운동가와 일본군 캐릭터의 전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즉, 배우들이 이야기 전개에 필요한 역할 그 이상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하얼빈>의 흥행 성적은 더 궁금해진다. 의도한 분위기와 메시지를 살리기 위해 익숙한 클리셰나 흥행 공식은 과감히 내려놓은 영화이니까. 겨울을 배경으로 유사한 화법과 톤을 구사한 <남한산성>이 극찬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했던 사례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오징어 게임 2>와 거의 동시에 개봉되는 <하얼빈>은 과연 관객들을 집밖으로 이끌 수 있을까?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어둠 속 담배 연기가 총구에서 피어오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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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루엘라」리뷰ㅣ디즈니가 조커, 할리퀸을 탄생시키는 방법ㅣ101마리 달마시안 결말포함 영화리뷰ㅣ크루엘라 예고편 리뷰ㅣ크루엘라 원작 애니메이션ㅣ
? "크루엘라" 영화리뷰 1부(*스포없음)
- '크루엘라' 영화 예고편 분석
- 원작 애니메이션 '101마리 달마시안' 결말포함 영화리뷰
- 디즈니 빌런 유니버스
- 영화정보
감독: 크레이그 길레스피
제작: 크리스틴 버, 앤드루 군, 맥 프랫
각본: 스티브 지시스, 토니 맥나마라, 켈리 마르셀, 도나 폭스, 제즈 버터워스, 엘린 브로쉬 맥켄나
장르: 범죄, 코미디
출연: 엠마 스톤, 엠마 톰슨 외
음악: 니콜라스 브리텔
개봉일: 미국 2021년 5월 28일 대한민국 2021년 5월 26일
독점 스트리밍: Disney+ 로고 DISNEY+ PREMIER
제작사: 미국 국기 월트 디즈니 픽처스
수입사: 대한민국 국기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배급사: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모션 픽처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상영시간: 134분- 101마리 달마시안 영화리뷰 정보
감독: 볼프강 라이더맨, 헤밀턴 러스크, 클라이드 제로니미
제작: 월트 디즈니
각본: 빌 피트
출연: 로드 테일러, 케이트 바우어 외
음악: 조지 브런스
장르: 애니메이션, 가족, 어드벤처, 코미디
개봉일: 1961년 1월 25일
상영 시간: 79분
제작사: 미국 월트 디즈니 프로덕션
배급사: 미국 브에나 비스타 픽처스 디스트리뷰션
제작비: $3,600,000
북미 박스오피스: $144,880,014
월드 박스오피스: $215,88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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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라스트 나잇 인 소호> 티저 예고편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안고 런던 소호로 온 '엘리'는 매일 밤 꿈에서 1960년대 소호의 매혹적인 가수 '샌디'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매료된다. '엘리'는 '샌디'에게 화려한 삶이 펼쳐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꿈은 점점 악몽이 되어가고 '샌디'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유일한 목격자가 된 '엘리'. '샌디'를 죽인 범인은 '엘리'의 시간 속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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