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필 K2023-05-23 21:35:36
리메이크하며 바뀐건 시대랑 소품, CG뿐?
영화 <파이어스타터> 리뷰
리뷰하기에 앞서, 본 영화는 1984년 영화인 '초능력 소녀의 분노'를 리메이크한 영화이다.
제작사는 블럼하우스인데 1933년 영화 '투명인간'을 리메이크 겸 재해석해 만든 '인비저블맨'이 정말 만족스러운 공포영화였기에 이번 작품을 기대한 부분이 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실제로 감상해보니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우선 리메이크를 하면 팬들은 재해석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사이코'가 혹평을 받은 이유가 말 그대로 원작을 똑같이 따라갔기 때문인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파이어스타터도 필자가 1984년 작품을 안 봤지만 "대체 현대로 리메이크하면서 뭐가 바뀐거지?" 이런 생각이 든다.
원작 줄거리를 보니 캐릭터 일부 추가되고 전개가 좀 바뀌고 했는데, 후술하겠지만 줄거리가 아쉬웠어서 괜히 바꿨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외에 바뀐 거는 솔직히 시대가 바뀜에 따라 추가된 소품들(CCTV가 사용된 연출, 스마트폰 얘기 등), CG가 사용됐다는 거 정도밖에 없어보인다.
그리고 줄거리는 상당히 아쉽다.
등장인물들이 가진 초능력을 너무 편의적으로 전개하는데 남발되고, 특히 마무리는 대체 뭐지 싶을 정도로 주인공과 등장인물의 행동에 납득이 안 간다.
후속작 제작 의사가 있다는 얘기는 이미 알고 있으나, 필자가 생각하기에 개인적으로는 억지로 떡밥 남기는 거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라 아쉬움이 컸다.
그리고 볼거리도 나쁘진 않지만 그렇게까지 훌륭한 것도 아니다.
저예산으로 잘 뽑아내는 블럼하우스 답게 CG는 괜찮게 나와서 보는 맛은 있다.
그런데 영화의 볼거리를 담당하는 방화 능력이라는게, 지금 와서 보면 꽤 진부하다.
공중부양, 변신 같이 현실에서 볼 수 없는 능력과는 다르게 어떻게보면 그냥 불일 뿐이기 때문이다.
막말로 영화에서의 방화 능력을 직접 보고 싶다면 그냥 어따가 기름 좀 붙고 라이터로 불 붙이면 된다.
방화가 무슨 불을 뿜어내고 손에 불이 나오고 그런게 아니라, 그냥 말그대로 소환 시키는 거라, 수많은 초능력물들이 나온 현대에 봐서는 꽤진부하게 느껴진다.
필자의 평을 보면 흔히 말하는 '망작'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사실 이 영화는 그 정도 까지는 아니다.
그래도 가끔씩 선사하는 볼 거리가 괜찮고, 줄거리도 급전개나 편의적인 전개가 보일 뿐이고 마무리가 황당한거지 처참한 수준까지는 아니기 때문에.
러닝타임도 1시간 반 정도로 짧아서 킬링 타임용으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이 든다.
보면서 따분하거나 지루하지는 않다만, 강력히 추천하기는 어렵다.
*이 글은 원글 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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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스 앤더슨의 '빈 곳' 비추기
어느 날, 작은 마을에 쥐가 출연하자 사람들은 설치류 전문가 '쥐잡이 사내'를 불러 쥐를 박멸하려고 한다. 쥐를 잡기 위해 쥐를 닮아버린 '쥐잡이 사내'는 나름의 전문지식을 활용해 쥐를 찾아보려고 하지만, 쥐는 나타나지 않는다(쥐잡이 사내). 맹독을 가진 우산뱀이 이불 안으로 기어들어와 옴짝달싹 못하고 누워있는 남자는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독). 작은 시골 마을, 불량배들에게 쫓기는 약한 소년은 위협을 피해 높은 나무로 올라갔고(백조), 타짜가 되기 위해 초능력을 익히려는 남자는 하루 종일 카지노를 돈다(기상천외한 헨리슈가 이야기).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잘 알려진 영국의 동화 작가 로알드 달의 인물들이 웨스 앤더슨의 카메라로 다시 태어났다. 넷플릭스의 [ 로알드 달 시리즈 ]를 통해서다. 넷플릭스는 2021년 '로알드 달 스토리 컴퍼니'를 9,200억 원을 들여 인수하고, 그 직후 웨스 앤더슨과 함께 4편의 단편소설을 영화화하는 '로알드 달 시리즈' 제작을 결정했다. 적잖은 자본이 투입된 프로젝트인 셈인데, [ 로알드 달 시리즈 ]는 그다지 대중향을 고려한 것 같진 않다. 4편의 단편영화로 구성된 [ 로알드 달 시리즈 ]의 애초 기획은 장편이었다고 하는데, 거의 실험극에 가까운 구성으로 봤을 때 러닝타임을 줄인 건 옳은 선택이었던 듯싶다.
웨스 앤더슨이 이 시리즈를 통해 보이고자 한 것은 어떤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가 출연하는 조건-형식이다. 지금껏 필모그래피에서 다분히 연극적인 내레이션과 미장센을 구사해온 웨스 앤더슨은 '로알드 달 시리즈'를 통해 아예 연극 무대를 영화의 형식으로 통합하는 시도까지 나아간다. 시네마 카메라가 주는 화면의 깊이(Depth)를 배제하고, 평면적인 세트를 갈아끼우는(?) 방식으로 화면을 전환한다. 심지어 세트를 옮기는 스탭들이 공공연하게 화면 안으로 들어오는가 하면 배우들은 그들에게 눈짓을 보내거나 작은 목소리로 지시를 주고받는다. 웨스 앤더슨 특유의 수평/수직적인 카메라 이동(돌리)도 도드라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마임(mime)'이다. [ 로알드 달 시리즈 ]에서 배우들은 어떤 특정한 소품을 마임으로 대체하는데, 예를 들어 허공에 빈손으로 총을 쏜다던가(백조), 보이지 않는 자루에서 보이지 않는 쥐를 꺼내는(쥐잡이 사내) 식이다.
화면 구성뿐만 아니라 서사를 이끌어나가는 축도 남다른데, [ 로알드 달 시리즈 ] 속 캐릭터들은 저 자신의 육성으로 스토리를 읊어댄다. 내레이션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캐릭터들은 자신의 생각이나 상태 등을 진술하는 걸 넘어 제4의 벽을 부수고 영화 전체의 스토리를 직접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소설/대본의 지문을 직접 읽어주는 형식에 가깝다고 할까. 이런 구성이 주는 독특한 위화감은 「기상천외한 헨리슈가 이야기」에서 도드라진다. 「기상천외한 헨리슈가 이야기」는 '헨리슈가'씨가 우연히 발견한 한 기록을 읊으며 이야기가 진행되는 소위 '액자식 구성'을 취하는데, 영화의 중반부가 되면 아예 원작자 로알드 알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읊어주는 헨리슈가씨를 읊어'준다.
웨스 앤더슨이 어마 무시한 대자본이 투입된 프로젝트에서 이런 도전적인 시도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유관자가 아니라면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아마도 아이디어의 시작에는 원작자 로알드 달의 작품 철학이 있을 수도 있겠다. 로알드 달은 자신의 작품이 수정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생전 출판사에 자신의 직접 쓴 원고에 문장 부호 하나 바꾸지 말라고 요구했던 적이 있을 정도. 심지어 그는 자신의 작품 「마녀를 잡아라」를 영화화했던 '니콜라스 뢰그' 감독의 「마녀와 루크」를 보고 결말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시청 금지 캠페인까지 추진했었다.
그런 원작자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텍스트를 이미지로 바꾸는 작업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근거는 없고, 그냥 개인적인 예상이다. 웨스 앤더슨은 이미 「판타스틱 Mr. 폭스」를 통해 로알드 달의 작품을 영화화한 적 있다). 아이디어의 태동이야 어쨌든, 웨스 앤더슨은 '텍스트의 영화화'라는 프로젝트에서 일종의 '메타 Meta - 형식' 적인 목표를 품었다. 앞서 언급했듯 그것은 이야기가 출연하는 형식 - 조건을 밝히는 것이다.
배우들로 하여금 지문을 그대로 읊게 하고, 드르륵거리며 세트를 옮기며, 인위적인 마임을 선보이는 건 영화/연극의 핵심인 '제4의 벽'을 명시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캐릭터의 의식이나 행동에 대한 묘사가 지극히 문어(文語) 적인 이유가 원작이 소설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흔히 '제4의 벽'을 철저히 숨기는 것은 '이야기'를 형성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여겨지고, 피치 못해서든 실수이든 '제4의 벽'을 드러내는 것은 창작자의 역량 부족으로 비판받는다. 카메라/조명/음향 등의 기술적 한계는 물론, 연출/편집의 유려함이나 대본의 '개연성'문제 역시 '제4의 벽'개념의 연결선상이다. '그럴 듯' 해야 관객이 작품을 '현실'로 여기고(속고) 그 뒤에 비로소 '이야기'가 따라붙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로알드 달 시리즈]에 따르면, 과연 그런가?
일단 관객들은 [로알드 달 시리즈]를 현실의 반영으로서 몰입하지 않는다.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을 수 있지만, 일단 웨스 앤더슨은 그것을 기대하지 않았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배우들이 카메라 밖 스텝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독특한 연출뿐만이 아니다. 대본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로알드 달 시리즈]는 딱히 기승전결이나 '개연성' 같은 걸 챙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영화에 몰입하고, '이야기됨'을 감각한다. 즉, [로알드 달 시리즈]에서 '이야기'의 형성 조건이란 '제4의 벽을 숨기기/ 그럼으로써 관객들을 속이기'가 아닌 셈이다. 대신 웨스 앤더슨은 다른 걸 숨긴다. 마치 공백을 가리키는 손가락, 마임처럼.
이를테면 「쥐잡이 사내」의 '이야기'는 결말에서 비로소 형성된다. '쥐잡이 사내'에 따르면 건초더미 속에 숨어있는 쥐들은 무언가 맛있는 것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에 미끼를 먹지 않았다. 그러나 쥐가 먹었을 '맛있는 것'의 정체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망부석같이 놓여있는 거대한 건초더미만 있을 뿐.
「독」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불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독뱀을 쫓기 위해 영화 내내 온갖 난리(?)를 쳤지만, 정작 이불을 걷어내자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꿈을 꾸셨나 봐요"라는 인도인 의사의 말 한마디에 흥분해 뱀처럼 독을 쏘아대는 해리만 있을 뿐이다(결국 뱀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밝혀지지 않는다). 「기상천외한 헨리슈가 이야기」에서 결국 헨리슈가의 정체가 누구인지는 공백으로 남았고(작중에서 그는 누구나 알만한 유명인이며 '곧 밝혀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백조」 속 괴롭힘당하는 어린 소년 '왓슨'이 어떻게 됐는지도 알 수 없다. 명료하게 해석될 수 없는 내레이션만 남았을 뿐이다.
[로알드 달 시리즈]가 숨긴 것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무엇을 숨겼는지를 안다면,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은 이미 발각된 것이니까. 간략한 위치에 어떤 공백이 있다는 어렴풋한 사실 정도를 뉘앙스로 풍기는 것으로 이야기는 출연한다.
4편의 단편 중에 일반적인 의미에서 가장 온건하게 이야기 꼴(?)을 갖추고 있는 작품은 「기상천외한 헨리슈가 이야기」 이지만, 가장 '힘'이 느껴지는 건 그 대척점에 있는 「쥐잡이 사내」인 점은 의미심장하다(「쥐잡이 사내」의 로튼 토마토 지수는 만점이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TV는 달이라고 백남준이 말했던가. 최초의 이야기일 다양한 문명의 신화들이 대체적으로 '밝히기'보단 '숨기기'에 급급했던 것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본래 이야기란 행간과 자간이고, 씬과 씬, 컷과 컷 사이의 어둠이다. 그곳에 마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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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4주 최신개봉영화
10월의 마지막!
10월 4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10월 4주 개봉영화 5편!
애프터: 관계의 함정 After We Fell , 2021
애프터 그 세번째 이야기!
소설 발간보다 영화화가 먼저 성사된 원작 '애프터'는 40개국에서 30개의 언어로 출간되어
1,100만 부가 판매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화려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원작의 메가 히트에 힘입어 탄생한 '애프터' 프랜차이즈는 1편으로 제작비 대비 400%의 월드와이드 수익을 창출하고
4편까지 영화화되는 대성공을 거두면서 이 시대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았죠.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1편 '애프터'는 21개국 박스오피스 1위를 휩쓸었으며, 2편인 '애프터: 그 후' 그리고 3편인 "애프터: 관계의 함정"이 개봉을 합니다.
"애프터: 관계의 함정"은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할 '애프터: 너에게 가는 길'을 관람하기 위해
꼭 정주행을 해야 할 '애프터'의 클라이맥스를 담은 작품입니다.
그동안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은 '테사'의 가족 이야기와
'하딘’ 본인도 알지 못했던 숨겨진 과거가 모두 밝혀지며 전작에서의 모든 떡밥을 회수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여성 감독, 작가, 프로듀서, 배우가 완성한 여심저격 찐공감 100% 로맨스 탄생!
첫번째 추천영화 "애프터 관계의 함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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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스틸 Naked Singularity , 2021
리들리 스콧 감독의 선택!
영화 "퍼펙트 스틸"은 인생을 바꿀 한방을 노리는 국선 변호사 ‘캐시’의 완벽한 절도를 그린 하이스트 무비입니다.
‘넘버 13’을 연출한 ‘그것’ 리부트판의 각본을 쓴 체이즈 팰머 감독의 신작입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존 보예가, '그것' 시리즈의 빌 스카스가드, '레디 플레이어 원'의 올리비아 쿡, '미드웨이'의 에드 스크레인까지
쟁쟁한 할리우드 기대주를 모두 모은 캐스팅으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2021년 제64회 샌프란시스코 국제영화제’ SFIFF 관객상 최고의 장편 부문을 수상하며 그 재미를 증명 받았죠
'글래디 에이터', '마션' 등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한
두번째 추천영화 "퍼펙트 스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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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트 ANNETTE , 2021
'홀리 모터스' 이후 9년 만의 귀환
2012년 '홀리 모터스'로 전 세계 시네필들의 마음을 훔쳤던 레오 까락스 감독이 9년 만에 신작 "아네트"로 귀환했습니다.
레오 카락스 감독이 만든 최초의 음악영화입니다.
영화 "아네트"는 예술가들의 도시 LA에서 오페라 가수 안과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가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며 함께 인생을 노래하지만,
갈등으로 인해 생기는 빛과 어둠을 담은 작품입니다.
영화 ‘결혼 이야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오르며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한 아담 드라이버가 주연과 제작을 맡았으며,
영화 ‘라 비 앙 로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마리옹 꼬띠아르가 함께 호흡을 맞췄습니다.
전설적인 뮤지션 ‘스팍스’와 함께한 레오 까락스 감독의 첫 음악 영화,
지금껏 본 적 없는 시네마틱 뮤지컬의 탄생!
세번째 추천영화 "퍼펙트 스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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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アジアの天使 , The Asian Angel , 2021
이케마츠 소스케, 최희서, 오다기리 죠, 김민재, 김예은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은 서로 다른 마음의 상처를 가진 일본과 한국의 가족이
서울에서 우연처럼 만나, 운명 같은 여정을 떠나는 힐링 드라마입니다.
제작 단계부터 한국과 일본의 초호화 캐스팅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습니다.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감독 이시이 유야는
현재 일본 영화계를 대표하는 젊은 거장으로 평가받는 감독입니다.
국내에서는 2014년 개봉한 '행복한 사전'으로 일본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제치고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감독상 등 주요 부문을 포함해 8개 부문을 휩쓸었습니다.
다정한 위로와 상냥한 유머로 상처 입은 모두에게 마법같은 위안을 선사할
네번째 추천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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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론 Ron’s Gone Wrong , 2021
'인사이드 아웃', '인크레더블 2' 제작진이 선사하는 새로운 모험
영화 "고장난 론"은 최첨단 소셜 AI 로봇 비봇이 아이들의 친구가 되는 세상 속 스릴 넘치는 모험과 특별한 우정을 다룬 이야기 입니다.
영국 박스오피스에서 가장 높은 흥행을 기록한 애니메이션 영화 '아더 크리스마스'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던
사라 스미스가 공동연출, 공동각본, 총괄제작을 책임졌고, 아카데미 수상작 '인사이드 아웃'과 골든 글로브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굿 다이노'로 따듯하고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장 필립 바인과
'코코', '인크레더블 2', '몬스터 대학'의 베테랑 스토리텔러 옥타비오 로드리게즈가 함께 연출을 맡았습니다.
그 결과 "고장난 론"은 걷기, 말하기, 게임, 셀피, SNS 등 무한능력과 함께 모든 아이들에게 친구가 되어주는
최첨단 소셜 AI 로봇인 비봇을 탄생시켰고, 그 완벽한 기술력의 총아라 할 수 있는 비봇 사이에 고장난 ‘론’이라는 변수를 첨가시키며
황당하고 위험한 사건을 겪지만 그로 인해 신나고 짜릿한 모험까지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디즈니, 픽사의 흥행 계보를 이을 로봇 캐릭터 ‘론’의 탄생!
다섯번째 추천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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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비 알고리즘] 빛나고 행복했던 우리의 꿈, 나의 로봇 친구
[무비 알고리즘 Movie Algorithm]:
[무비 알고리즘]에서는 다양한 영화들을 하나로 묶어본다. 너무나 달라보이는 영화들. 하지만 영화 하나하나를 조금씩 살펴보면, 우리는 그것들에게서 어떠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이번 무비 알고리즘의 연결고리는 ‘로봇 친구’이다. 지금부터 로봇 친구라는 연결고리로 묶인 네 편의 애니메이션 영화들을 살펴보자.이른 아침, 나를 깨우는 기계 소리. 윙윙거리고, 철컥거리는 그 소리에 잠깐 놀라지만 이내 나를 행복하게 하는 그것의 목소리. “친구야, 일어나!” 녹슬지 않을까, 꺼져버리지 않을까, 늘 곁에서 보살피고 신경 써야 하는 나의 친구. 하지만 그 친구의 따뜻함과 사랑은 그 귀찮음과 수고를 이겨내게 한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나에게 가장 행복한 날들을 선물한, 평생의 친구. 나의 ‘로봇 친구’들을 소개한다.
<아이언 자이언트 The Iron Giant>
- 영화: 아이언 자이언트 (1999)
- 감독: 브래드 버드
- 출연진: 제니퍼 애니스톤, 해리 코닉 주니어, 빈 디젤 外
‘회색 빛 친구’
냉전시대가 한창이던 1957년, 미국의 한 시골 마을. 근처 바다 한가운데로 대형 고철 덩어리 ‘아이언 자이언트 (빈 디젤 分)’가 불시착한다. 마을에 사는 아홉 살 소년 ‘호가드 휴즈 (일라인 멜리언솔 分)’는 우연한 계기로 그 고철 덩어리를 만나 그를 구해주게 되고, 그에게 자이언트라는 이름을 지어주게 된다.
이렇게 그 둘은 친구가 되어, 즐거운 시간들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정부 요원 ‘켄트 맨슬리 (크릭스토퍼 맥도날드 分)’가 마을을 찾아온다. 그는 자신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아이언 자이언트의 존재를 장군에게 알리면서, 두 친구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최강 우주병기이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착하기만 했던 아이언 자이언트. 그리고 말썽꾸러기이지만, 아이언 자이언트를 누구보다 사랑했던 호가드. 과연 그들의 우정은 변함없이, 영원할 수 있을까.
‘나를 움직이게 하는’
영화는 작가 ‘테드 휴스’가 쓴 SF 동화 ‘The Iron Man’을 원작으로 한다. 하지만, 거대 로봇과 소년의 우정이라는 원작의 설정만을 사용했을 뿐, 영화는 상당 부분 수정을 거쳐 탄생했다. 따라서 동화 같이 마냥 따뜻한 느낌을 물씬 풍기는 원작보다 칙칙하고 현실적이어서 우리에게 생각할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소년과 거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은 많이 있지만, 영화의 주인공은 거인이 아닌 거대 로봇이다. 이로 인해, 생명체의 따뜻함과 기계의 차가움이 느끼게 해주는 온도차와, 점점 더 가까워지게 하는 온기는 작품 속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겉으로 보았을 때 차갑고 무서워 보였던 자이언트. 하지만, 기계인 자이언트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결국 열기인 것처럼, 그의 말과 행동은 뜨거운 온기를 내뿜는다. 자신을 발견하고 사랑해준 호가드와 초월적인 우정을 나누는 자이언트는 영화 내내 호가드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인다. 친구와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자이언트의 대사 ‘슈퍼맨’은 수많은 애니메이션 영화들을 통틀어 놓고 보더라도 상징적이고 기억에 남는 대사였다.
‘내가 되고 싶은 것’
영화는 실사 영화보다 공감이 어려운 애니메이션이며, 인물에게 몰입할 시간조차 부족한 짧은 러닝타임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감독 ‘브래드 버드’의 눈부신 재능은 작품에 관객들을 빠져들게 한 것을 넘어서, 무생명체인 로봇에게서 인간보다 더 깊은 사랑을 느끼게 만들었다. <토이 스토리>와 <니모를 찾아서> 등 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감독이지만 그는 해당 작품을 본인이 가장 아끼는 작품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아마 감독 자신의 자전적 경험이 영화에 담겼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감독은 자신의 누나가 남편에게 총기로 살해당하는 아픈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사건을 겪고 “총에게 영혼이 있다면?, 그 총은 자신이 총이 되고 싶지 않다면?”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한 감독의 아픔과 생각은 자연스럽게 자이언트에게 녹아 들었다.
아이언 자이언트는 사실 지구 침공을 위한 정찰기였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작중에서 엄청난 위력을 보여주는데, 정작 자이언트 본인은 자신이 사람들을 해치는 총이 아니라고 말한다. "네가 무엇이 될지는 너 자신이 선택하는 거야”라는 ‘딘 맥코핀 (해리 코닉 주니어 分)’의 말. 그 말에 대한 대답이라도 하듯, 자이언트는 결국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을 불태워 모두의 친구 슈퍼맨이 되었다.
<빅 히어로 Big Hero 6>
- 영화: 빅 히어로 (2014)
- 감독: 돈 홀, 크리스 윌리엄스
- 출연진: 라이언 포터, 스콧 애짓, 다니엘 헤니 外
‘너의 선물, 나의 선물’
샌프란소쿄에 살고 있는 14살의 천재 소년 ‘히로 (라이언 포터 分)’. 형과 유달리 가까웠던 히로는 형인 ‘테디 (다니엘 헤니 分)’의 죽음 이후, 좌절하게 된다. 그러나 테디가 만든 헬스케어 로봇 베이맥스와 우정을 나누며, 다시 이겨내게 된다. 결국 그들은 형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파헤치기로 결정한다. 그 과정에서 히로는 테디의 대학 친구들과 팀을 이뤄 ‘빅 히어로 6’를 결성하고, 테디의 원수인 ‘스푸키맨’의 정체를 밝혀내려고 한다. 과연 그들은 테디의 죽음의 이유를 밝히고 온전히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얗고 푹신푹신한’
해당 영화 역시 원작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마블 코믹스의 동명의 애니메이션이 그 원작이다. 그러나, 작품 속 베이맥스는 평소 우리가 흔히 생각했던 마블의 슈퍼히어로들과는 정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하얗고 푹신푹신한 힐링 로봇인 베이맥스는 정말 보기만 해도 귀여워 곡 안아주고 싶다는 마음을 저절로 갖게 만든다. 또한 필자는 베이맥스가 동그랗고 하얘서 히어로가 아닌 사랑스러운 곰인형을 보는 것 같다고 느꼈는데, 5살만 어렸다면 부모님께 사달라고 졸랐을 것 같은 정도였다.
작품에는 베이맥스뿐만 아니라, 테디의 친구들로 구성된 언럭키 어벤져스 느낌의 ‘빅 히어로 6’팀도 등장해 화려한 액션신 을펼친다, 이로 인해 슈퍼 히어로 영화의 느낌도 살짝 느껴진다. 또한 ‘샌프란소쿄’라는 이름의 샌프란시스코와 도쿄를 합쳐놓은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동서양의 문화가 만든 독특한 분위기도 느껴진다. 특히 영화는 주인공의 이름이 ‘히로’인 것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작품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이로 인해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던 연출과 오마주를 찾는 재미도 있다.
‘너만을 위한 나’
이렇게 시각적 재미를 뒤로 하고 스토리를 놓고 보더라도, 영화는 히로와 베이맥스의 우정을 전형적이지만, 단단하게 표현했다. ‘상실의 그림자 속에서 피어난 우정’ 이 말이 베이맥스와 히로를 설명하는 가장 적합한 말인듯 하다 사고로 형을 잃어 완전히 고립된 히로 앞에 나타난 베이맥스는 히로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족이 되었다. 어딘가 뚝딱거리고 서투르지만 진심으로 히로를 걱정하는 베이맥스의 마음과, 베이맥스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점차 활력을 되찾는 히로를 보며 우리를 미소 짓게 된다.
사실 포스팅을 위해 영화를 다시 보기 전에는, 내가 처음 영화를 보았을 때 단순히 베이맥스의 귀여운 외모에 홀려 영화 전체를 미화하여 기억한 것은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작중에서 슬퍼하는 히로를 위로해주기 위해, 베이맥스가 틀어주는 녹화된 형 테디의 영상 기록을 틀어주는 장면을 비롯해 섬세하게 쌓여가는 둘의 ‘친구되기’ 과정들을 보고 역시 <빅 히어로>는 따뜻하고 좋은 영화가 맞다는 확신을 했다.
영화 속에서 베이맥스는 히로에게 "나는 당신의 건강 관리를 위해 존재합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베이맥스는 단순히 건강을 돌보는 로봇이 아니라, 히로의 마음을 치유하고 성장을 돕는 존재이다. 이처럼 "빅 히어로"는 우정이 단순한 친구 관계를 넘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함께 성장하게 만들어 결국 모두를 ‘히어로’로 만들어준다는 것을 보여준다.
<와일드 로봇 The Wild Robot>
- 영화: 와일드 로봇 (2024)
- 감독: 크리스 샌더스
- 출연진: 루피타 뇽오, 페드로 파스칼, 캐러린 오하라, 빌 나이, 킷 코너, 마크 해밀 外
‘처음 널 만난 순간부터’
운송 중 사고로 인해 유니버설 다이나믹스社(사)의 한 로봇이 야생에 떨어지게 되었다. 그 로봇의 이름은 ‘로줌 유닛 7134 (루피타 뇽오 分)’. 인간을 돕기 위해 설계된 최첨단 로봇이었다. 그렇게 야생에 떨어진 로줌은 야생의 생활을 익히던 중, 한 기러기의 알을 구하게 되고 그 알에서 기러기가 태어난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로줌를 따라다니는 기러기. 그렇게 로줌은 그 기러기의 엄마가 된다. 결국 로줌은 새에게 ‘브라이트빌 (킷 코너 分)’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그를 돌보고 교육시키는 임무를 스스로에게 입력시킨다
브라이트빌이 겨울 이주를 위해 비행법을 배우는 동안, 로줌은 여우 ‘핑크 (페드로 파스칼 分)’와 함께 동물들과 협력하며 섬 생태계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브라이트빌이 자신이 남들과 다른 것과 로줌이 자신의 부모를 실수로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그들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로줌을 찾으러 유니버설 다이나믹스社(사)의 로봇들이 섬에 도착하는데, 과연 로줌과 브라이트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로봇 생존기’
대부분의 로봇이 나오는 영화가 그러하듯이 로봇 캐릭터는 낯선 곳에 도착해 경계 받는 미지의 존재처럼 등장한다. 해당 영화에서 로줌은 정말 특별한 환경에서 새롭게 살아간다. 로줌이 도착한 곳은 인간의 손길 하나 닿지 않은 자연이었다. 언어조차 통하지 않는 자연. 그곳에서 로줌은 모든 동물들의 언어를 빠르게 습득하고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최첨단 기계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자연에 적응하는게 아니라 숲 속의 동물들은 그를 더욱 경계하고, 어울리려 하지 않는다.
결국, 로줌은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그들의 지혜를 흡수하기시작했다. 먹이를 구하고, 집을 짓고, 위험에 대처하는 방법을 익히면서, 로줌은 점차 야생에 적응해 간다. 동물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며, 자연의 일부로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나가는 로줌의 모습은 따뜻한 감동을 준다. 인간 혼자 자연에서 살아가는 것도 이질감이 들 텐데 철로 이루어져, 반짝반짝 광이 나고 눈에서 레이저를 쏘는 로봇이 ‘자연에서 살아남기’를 찍듯 살아가는 모습은 어딘가 더 특별하게 보여졌다.
‘내가 되는 것’
작품은 ‘로줌, 핑크, 브라이트빌이라는 세 존재의 우정과 가족애’를 다룬다고 생각해도 좋지만, 평생 남을 위해서만 살아왔던 누군가가 자신만의 의지와 마음을 갖는 영화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입력된 값으로만 행동하고, 타인의 만족을 위해서만 살아가던 로줌은 브라이트빌을 키우면서 점점 의지와 사랑, 모성애를 갖게 된다. 브라이트빌이 행복해하는 것을 보며 로줌이 행복해지는 것은 결국 로줌이 다시 타자에 의해 행복이 결정된 것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브라이트빌은 로줌에게 어느 순간 타자가 아닌, 가족이 되었다. 어렸을 때는 로줌을 졸졸 쫓아다니다가 사춘기가 되자 로줌과 다투기도 하고, 집에 돌아와 후회하며 다시 사과하려는 브라이트빌의 모습은 영락없는 가족의 모습이었다. 종을 초월한 두 존재의 교감은 우정과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로줌과 브라이트빌은 모두 프로그래밍이 된 존재다. 로줌은 자신이 아닌 사용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살아야 했으며, 브라이트빌은 자신의 아픈 몸에 좌절하며 살아야 했다. 하지만 그 둘 모두 입력된 한계를 이겨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서로가 곁에 있어줬기 때문이다.
로줌에게 사랑으로 길들여진 여우 핑크, 로줌에게 로즈라는 이름을 선물한 브라이트빌. 어린왕자는 섬을 떠났지만, 장미는 섬에서 평생 어린왕자를 기다려 왔다. 그리고 계절이 지나 어린왕자가 다시 장미 곁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장미에게 진심을 다해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제서야 그들은 서로의 소중한 관계를 다시 정의한다.
<로봇 드림 Robot Dreams>
- 영화: 로봇 드림 (2023)
- 감독: 파블로 베르헤르
- 무성 영화
‘손을 맞잡고’
어느 때와 다를 것 없던 조용한 밤, 오늘도 혼자 냉동식품과 TV 앞에 앉은 ‘도그’는 문득 옆집 창문을 보게 된다. 자신과 다르게 행복한 그들. 처량한 자신의 신세에 도그는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이 때 TV에서 방송되는 한 광고. 도그는 광고를 보더니 홀린 듯이, 주문 버튼을 누르게 된다. 다음날 도착한 상자. 상자를 열고 헐레벌떡 그것들을 조립하니, 멀끔한 ‘로봇’ 하나가 눈을 떴다. 자신만을 바라보고 사랑해주는 친구를 얻는 도그. 도그는 로봇과 함께 뉴욕 곳곳을 누비며 잊지못할 행복한 여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해변에 놀러가 물놀이도 하며, 여유를 즐기게 되는데 집에 갈 때가 되자 로봇이 물에 녹슬어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혼자 로봇을 옮길 수 없었던 도그는 눈물을 참고, 로봇을 둔 채 집으로 향한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마자 수리 도구를 들고 돌아온 도그. 그러나 해변은 내년 6월까지 폐쇄되었다. 그렇게 이별하게 된 도그와 로봇. 과연 그들은 다시 만나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함께 추는 춤’
<로봇 드림>은 앞선 로봇 친구들이 나오는 영화와는 확연히 다른 영화였다. 가장 큰 차이점은 로봇과 도그(인간)의 관계가 완전히 수평적으로 그려졌다는 점이었다. 로봇과 인물/생명체가 능력이든, 역할이든 차이점이 명확하였던 앞선 영화들과는 달리 로봇 드림 속 도그와 로봇의 관계는 정말 ‘친구’였다. 물론, 로봇을 처음에 조립하고 생명을 불어넣은 것은 도그라고 할 수 있지만 작품 속에서 도그는 창조자나 사용자로 그려지지 않았다.
로봇이 사용자를 위해서 수직적으로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본인 모두가 행복을 느끼는 존재로 묘사된 것은 작품의 큰 매력이다. 이러한 수평적 관계가 가능했던 것은 로봇과 도그 모두가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둘 다 말을 할 수 없는 존재였고 영화 역시도 대사가 없는 무성영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었기에 한 인물이 일방적으로 표현하고 말하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두 주인공 모두에게 우리는 최대한 공평하게 이입할 수 있었다.
‘녹슨 꿈에 빠져’
로봇 드림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필자는 로봇을 통해 도그가 외로움을 이겨내고 자신이 이루고 싶어하는 꿈을 이루게 되는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될수록 꿈을 꾸는 대상은 도그가 아니라 로봇이었다. 추운 겨울, 홀로 해변에 남아 도그를 그리워하던 로봇. 다리를 하나 잃으면서도 계속해서 도그의 집으로 향해 도그를 만나는 로봇의 꿈들은 항상 슬픈 결말로 끝이 났다. 우정에 관한 영화이지만, 그들이 함께 있었던 시간은 9월이 전부였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가 없이 1년을 보냈고, 다시 9월이 되었을 때 그들 곁에 있던 것은 서로가 아니었다.
영화는 두 주인공을 분리시키고, 꿈과 상상으로 서로를 그리워하는 장면들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이렇게 물리적 거리를 고정하고, 둘의 마음과 생각에 온전히 빠져들게 하니, 오히려 둘 사이의 사랑은 더욱 애틋하게 느껴졌다. 영화는 현실과 꿈을 계속해서 반복시킨다. 오즈의 마법사 속 양철 나무꾼이 되어, 도그가 있는 뉴욕으로 향하는 꿈을 꾸는 로봇. 그가 그 꿈에서 걷던 걸음은 유난히 쓸쓸해 보였다. 로봇의 주위에는 수많은 꽃들이 함께 있고, 로봇의 목적지에는 빛나는 무지개가 떠있지만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 꿈이 얼른 끝나 로봇이 그만 상처받기를 바라게 되었다.
그들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노래했던 <September- (Earth, Wind & Fire)>. 영화 초반 그들이 이 노래를 들으면서 공원에서 함께 추던 춤은 영화의 마지막 엔딩에서 다시 한번 반복된다. 그러나 그들 곁에는 서로가 없었다. 스쳐가는 인연을 다시 붙잡을 수 있지만 놓아준 그들. 로봇판 환승연애의 느낌으로 서로를 과거에 묻어두기로 한 그 결정은 모순적이게도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위하고 사랑하는지를 느끼게 했다.
행복했던 9월의 순간은 분명 너무나 짧았다. 하지만, 그랬기에 그들은 서로를 위해 최선을 다해 모든 걸 바쳤다. 그랬기에 언젠가 <September>이 거리에서 흘러나와 다시 그 순간을 생각했을 때 변함없이 미소 지을 것이다.
‘가장 따뜻한 너’
내가 다가가서 전원을 켜줘야 비로소 움직이는 로봇처럼, 우정을 위해서는 누군가가 먼저 다가가는 것도 필요하다. 친구 사이에서 싸우고 또 멀어질 때도 있지만 어느 순간, 친구와 항상 잡았던 그 손이 그립다면 용기를 내어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낸 작은 용기는 차갑게 식었던 나의 손과 너의 손을 금새 따뜻하게 만들 것이다.
너무나 익숙해져 소홀해진 이후에 지나간 순간들을 뒤돌아 보지 말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늘 내 곁에 있던 너의 눈을 마주하고 말하자. “고마워. 서로의 곁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게 만들 너와 나, 그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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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블루 자이언트' 돌비시네마 시사회 후기
블루 자이언트
23.10.18 개봉
애니메이션, 12세 관람가
일본, 120분
원작: 만화 <블루 자이언트>
출연: 야마다 유키, 마미야 쇼타로, 오카야마 아마네 등
안녕하세요 오늘은 만화책 원작의 애니메이션
'블루 자이언트' 시사회 다녀온 후기를 쓰려고 합니다!
무려 코엑스 메가박스 돌비시네마에서 관람해서 ㅎㅎ
사운드 빵빵~하게! 관람하고 왔는데요
"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세요?"라는 밈이 떠오르게 만드는 ㅋㅋ
재즈를 소재로 한 신선한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당
“세계 최고가 될 거야, 반드시”
언제나 강가에서 홀로 색소폰을 불던 고등학생 ‘다이’는
세계 최고의 재즈 플레이어에 도전하기 위해 도쿄로 향한다.
“실력이 안 되면 같이 안 할 거니까”
우연히 재즈 클럽에서 엄청난 연주 실력을 뽐내는
천재 피아니스트 ‘유키노리’를 만나 밴드 결성을 제안하고,
“나도 드럼을 칠 수 있을까?”
‘다이’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평범한 대학생이던 ‘슌지’가
열정 가득한 초보 드러머로 합류하면서
밴드 ‘JASS 재스’가 탄생한다.
“전력을 다해 연주하자! 분명 전해질 거야”
목표는 최고의 재즈 클럽 ‘쏘 블루’!
10대의 마지막 챕터를 바친 JASS 재스의
격렬하고 치열한 연주가 지금,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영화 <블루 자이언트> 줄거리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이 본 편은 아니지만
작화, 영상미가 <슬램덩크>랑 맞먹는 수준이었어요
색소폰, 피아노, 드럼을 연주하는 캐릭터들의 움직임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역동적이라고 느껴졌고
연주 내내 주인공들만 보여 주는 게 아니라
관객부터 과거 회상, 외경 등의 그림을 보여 주는데
그게 정말 환상적이더라고요... 짜임새가 좋아요
애니메이션은 일본이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것처럼
실사랑 비슷한 수준의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이라면 분명히 실사로도 낼 수 있을 거 같은데 ㅎㅎ
나온다면 최상의 퀄리티가 아닐까 벌써부터 기대!
다만 줄거리 면에 있어서 큰 갈등이 없는 게 아쉬웠어요
다이가 도쿄로 상경해 색소폰을 부는 것부터
피아니스트 유키노리를 만난 것
친구인 슌지에게 드러머를 제안하는 것까지
너무 순조로운 전개고
오히려 유키노리와 슌지에게 여러 서사가 주어졌어요
특히 드럼에 대해 1도 모르던 슌지가
드럼에 관심을 갖게 되고 손이 다 까져라 연습하는 것까지
이거 너무나 주인공 서사잖아요
슌지가 주인공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너무 몰아져 있었어요 ㅠㅠ
그리고 유키노리는...
연주회 전 날 큰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손을 잃게 되죠
교통사고 장면 당시 극장 안에 사람들이 막 기겁하고
울고 하셨을 만큼 정말 안타까웠는데,,, ㅠㅠ
결국 연주회는 참여하지 못 하고
앵콜에 나와서 왼손으로라도 다같이 연주하는 게
모두의 눈물을 자아내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어요
다이에게는 가족의 서사가 조금 더 부여됐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곧 개봉하는 '블루 자이언트'!
만화로 이미 너무 잘 된 작품이라
기대하는 분들 많은 거로 아는데 ㅎㅎ
개봉하자마자 극장으로 뛰어가자구용
아! 엔딩크레딧 후 쿠키 하나 있습니다
다이와 유키노리의 눈물 나는 에필로그가 나와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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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 어린이와 애니메이션에 대하여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만의 특별한 프로그램, 바로 씨네키즈 플러스 입니다!
씨네키즈 플러스 뒤에 붙은 번호는 연령별로 차이가 있는 아이들의 특성을 반영해서 5,10,14 로 나누어져 구성됩니다.
제가 본 씨네키즈 플러스 10은 규칙과 질서의 세계에 적응해가는 아이들을 위해 다른 각도로 세상을 바라보거나, 예술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선별했다고 합니다. (자세한 설명은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상영 영화는 "피벗" 입니다.
*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은 지양해야 하는 표현이지만, 애니메이션의 주제 상 구분하여 적겠습니다.
영화 피벗의 주인공은 농구를 좋아하고 여성스러운 옷들 (드레스나 원피스) 보다는 캐쥬얼한 옷들을 좋아합니다. 화장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인공의 어머니는 자꾸 화장품과 원피스들을 건네주는데요, 그 사이에서 주인공은 어머니의 말을 들을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얘기할 것인지 갈등하는 내용을 담은 애니메이션입니다. 원피스의 꽃들이 눈을 달린 몬스터처럼 변하는 연출 방식이 좋았습니다!
두번째 상영 영화는 "여름눈"입니다.
영화의 제목이 여름눈인 이유는 여름과 눈은 공존할 수 없는, 일어나면 안되는 일이기 때문에 이 애니메이션의 상황이 벌어나질 않기 위해서 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해녀가 돌고래를 만나 구해주는 모습이 애니메이션 적으로 감각적으로 표현되어 눈이 즐거웠던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환경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작품이었습니다!
세번째 영화는 "돼지공은주" 입니다.
돼지공은주는 보면서 동화책을 토대로 제작되었다는게 느껴졌다. 어린이 동화에서 느껴질만한 상상력이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시놉시스는 평범한 5학년 공은주가 자신을 짝사랑하던 남자애로부터 돼지공주라는 별명을 얻게 된 이후, 집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반지를 받게 되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반지라는 소재는 좋았지만, 반지를 발견하게 되는 계기도 개연성이 높지는 않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난다는 것이 다른 영상들에서 많이 나왔던 반전요소이기에 조금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엄마의 대사를 통해서 모든 설정과 얘기를 말해준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전하려는 메세지는 좋았습니다!
네번째 영화는 하회, 허! 이다.
이 작품은 중간에 랩이 들어가서 신선하다고 느껴졌던 애니메이션이다. 전통적인 느낌과 노래를 섞어서 신명나게 표현한 점이 좋았습니다.
다섯번째 영화는 "내 이름은 말룸" 입니다.
말룸은 자신의 이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말룸이 자신의 이름을 알게 된 후 세상이 변하는 모습을 노래와 함께 너무 아름답게 잘 표현한 영화였습니다.
씨네키즈 플러스 10은 제가 가장 처음으로 본 애니메이션들이었는데요! 다양한 영화를 한번에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 장편과 달리 단편, 애니메이션들은 영화제가 아니면 따로 찾아보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영화제에 오시면 단편과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영화제에서만 누릴 수 있어요!!! 아이들과 손잡고 와서 보기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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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버전의 내가 되고 싶어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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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까지도 종종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도 '나'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생각하고 느끼는 내가 모두의 마음속에 하나씩 있다니.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나는 또 '나'라는 것으로 태어나서 지금과 같이 생각하고 느끼고 말하는 무언가가 될까. 지금 나의 이 비루한 영혼(같은 게 있다면)이 다시 태어나도 또 내가 될까.
(이 주제와 관련하여 존 페리,『개인의 동일성과 불멸성에 관한 대화(2017)』를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어릴 적에는 내가 갖지 못하여 소망했던 것들, '피아노를 가진 나'라든지, '공놀이를 잘하는 나'라든지, '가출한 나' 같은 모습들을 상상하곤 했다. 내 상상 속에서는 내가 빛이 들어오는 거실에서 피아노를 땡땡 치고 엄마는 옆에서 책을 읽고, 발야구를 할 때 저 멀리까지 공을 뻥 차고, 밤거리를 헤매는 내가 있었다. 현실의 나는 피아노도 없고 소위 말하는 '개발'이지만.
닥터 스트레인지는 <어벤저스: 엔드게임>에서 수억 가지의 경우의 수를 보고 왔다. 그 이후로 각자의 유니버스에 살고 있던 스파이더맨이 어쩌다 한 자리에 모였고, 로키는 여러 모습의 로키를, 완다는 다른 삶을 사는 완다를 만났다. MCU는 멀티버스가 전 세계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하나씩 있었음을 간파한 듯하다.
그러나 나는 히어로도 아니고 초월적인 힘을 가지지도 않은 평범한 인간이다. 마블의 멀티버스는 특별한 존재들만의 우주이니 나같은 미물과는 관계없는 이야기다. 특별한 존재들이 세상을 구할 때 나는 행인1로 지나갔다가, 우주가 뒤바뀔 때는 또 사라졌다가 하는 NPC에 불과하다.
한편, A24의 영화들은 그 행인1들을 조명한다. MCU에서 우주괴물이 지구를 괴롭힐 때 으악 소리 한번 못지르던 행인1들은 A24의 영화에서 방황하는 레이디 버드가 되기도 하고, 미국으로 이민가서 미나리를 키우기도 하고, 집도 절도 없어 아이를 입양보내야만 하는 플로리다의 미혼모가 되기도 한다.
멀티버스가 이제는 흔한 소재가 되어버린 데다 너무 긴 제목 탓에 큰 기대 없이 영화관에 앉아 있었다. 나는 '이제 울어라!'하는 장치만 나와도 쉽게 울어버리는 울보긴 한데 멀티버스 액션 코믹 영화를 보면서 울 생각은 없었다.
어쩌면 망한 버전의 나
미국에서 코인세탁소를 운영하는 에블린과 웨이먼드 부부가 있다. 이들은 홍콩에서 무작정 이민을 온, 이를테면 <첨밀밀>의 소군과 이요 같은 사람들이다. 에블린의 앞에는 수만 개의 영수증이 펼쳐져 있다. 국세청에서는 이들의 비용처리를 문제삼아 세탁소가 문을 닫을 판이다.
아들을 원했던 에블린의 아버지는 에블린이 태어날 때부터 실망했다. 웨이먼드와 결혼한다 하여 또 실망했다. 이제는 늙고 병들어 그렇게 싫어했던 딸과 함께 살아야 하는 형편이다. 에블린은 언제나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었지만 사업가로 성공한 모습을 보이지도 못하고, 딸 조이는 몸에 문신이 있는 동성애자라 아버지 앞에 떳떳하게 내놓을 수가 없다.
사업은 망하기 직전인데다 딸은 엇나가고, 에블린 혼자서 동분서주하는 마당에 웨이먼드는 왜 이리도 태연한가. 치열하게 사는 에블린의 눈에 허허실실 웃기만 하는 웨이먼드는 한심하기만 하다. 빨래주머니에 장난스럽게 눈알 스티커를 붙이는 것마저도 꼴보기 싫다.
이 부부와 달리 미국에서 나고 자란 딸 조이가 국세청에 따라가 통역을 해주기로 했는데, 할아버지 앞에서 애인과 자신의 관계를 '친한 친구'라고 설명하는 에블린을 보고 조이는 집을 나가버린다. 아버지에게 그렇게 인정받고 싶었으면서 정작 자신도 딸을 인정하지 못하는 도돌이표.
불안한 마음으로 국세청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안. 웨이먼드는 갑자기 에블린의 귀에 이상한 장치를 꽂고 핸드폰으로 뭔가를 설정한다. 이상한 행동을 하라는 쪽지까지 써서 준다. 쪽지를 쓴 종이는 사실 웨이먼드가 준비한 이혼서류였다. 웨이먼드도 에블린에게 상처를 받아 이혼을 준비하고 있었던 거다.
웨이먼드의 알 수 없는 행동, 깐깐하기로 소문난 국세청 직원 디어드리의 으름장, 에블린은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그때, 웨이먼드는 자기가 남편 웨이먼드가 아닌 다른 우주에서 온 웨이먼드, '알파 웨이먼드'라고 밝힌다. 우주에는 수많은 에블린과 웨이먼드가 있고, 다른 우주의 에블린에 의해 흑화된 '조부 투파키'가 우주를 망치고 있으니, 이 세계의 에블린이 조부 투파키를 없애라는 것.
다른 우주의 에블린에게 접속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평소에 하지 않을 이상한 짓을 하는 것. 여러 멀티버스 영화에서 학습하였듯 멀티버스는 선택에 의해 갈라진다. 이후 등장인물들은 평소에는 죽어도 하지 않을 기묘한 짓거리들을 하며 다른 우주의 자신에게 접속한다.
다른 우주의 디어드리는 에블린과 웨이먼드를 공격한다. 알파 웨이먼드는 남편 웨이먼드와는 다르게 싸움도 잘하고 책임감도 있다. 왜 수만 명의 에블린 중 이 에블린이어야 했나. 그 질문에 알파 웨이먼드는 답한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실패만 한 유일한 에블린이기 때문에. 바꿔 말하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선택의 가능성이 너무도 많은 에블린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다른 버전의 수많은 나
노벨문학상을 수상자인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가 쓴 <선택의 가능성들>이라는 시가 있다. '무엇보다 무엇을 더 좋아한다.'라는 구절이 반복되는데, 선택이란 아주 작은 차이들과 아주 짧은 순간의 결정들로 이루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때로 그 찰나의 순간들로 인한 나비효과는 어마어마하다.
에블린이 웨이먼드를 따라 가는 택시를 타지 않았다면?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영화는 에블린이 했을지도 모를 수많은 선택의 가지에서 살아가는 에블린들을 소환한다. 웨이먼드를 따라가지 않은 에블린은 배우가 되고, 가수가 되고, 요리사가 되고 쿵후 마스터가 되고, 피자집 광고판을 돌리는 아르바이트생이 되고, 어떤 물건이 되고... '모든 것(everything)'이 된다.
에블린은 빠르게 다른 에블린이 되는 방법을 습득한다. 이마에 검은 동그라미를 찍고 다니는 디어드리와 싸우며 배운 적도 없는 쿵후로, 요리사의 칼질로 악의 세력들을 무찌른다. 그리고 마침내 조우한 조부 투파키. 조부 투파키는 다름아닌 딸 조이였다.
아시아인인 엄마 에블린은 조부 투파키를 보자마자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 딸이 참 착한데, 나쁜 것이 우리 딸을 조종하는구나!
조부 투파키는 에블린의 혹독한 훈련으로 정신이 분열되면서 순식간에 이 우주, 저 우주로 다니며 모습을 바꾼다. 에블린은 딸의 모습을 한 조부 투파키를 없앨 수가 없다. 그렇다면 싸워보자. 싸워서 설득하자. 원래의 착한 내 딸 조이로 돌아오도록.
에블린은 조부 투파키의 정신이 깨진 방법과 동일하게 수없이 많은 나를 헤집고 다닌다. 정신을 분열하는 데 성공한 에블린은 이제 어떤 버전의 에블린도 될 수 있다. 더 이상 참고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에블린. 요리사 에블린은 부정하게 손님을 끄는 경쟁자를 고발하고, 다른 버전의 웨이먼드에게 상처주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조부 투파키는 에블린을 데리고 '베이글'로 간다. 베이글이란 모든 것을 흡수하는 검은 원이다. 디어드리의 이마에 찍혀있던 검은 원은 베이글의 상징이었다. 조부 투파키가 우주를 어지럽힌 이유는 에블린을 만나서 같이 죽기 위해서였다. 죽고 싶은데 너무 많은 나로 살아가느라 죽지도 못했으니, 같이 사라지자고, 이 무한히 반복되는 우주에서 이제 벗어나자고.
그러나 엄마 에블린은 딸을 보낼 수 없다.
할리우드식 인드라망
다시 원래의 세탁소 에블린. 한창 파티가 열려 흥겨울 때 국세청 직원 디어드리가 찾아온다. 세탁소는 이제 압류될 것이다. 온갖 버전의 에블린이 되어 본 에블린은 모든 것이 환멸스럽다. 야구 배트로 창문을 때려 부수고, 될 대로 돼라 싶다.
웨이먼드는 디어드리와 몇 마디 나누더니 다 해결됐다며 에블린을 위로하는데, 어떻게 했냐고 하니 그냥 부드럽게 말했을 뿐이란다. 디어드리도 그의 방식대로 에블린을 위로한다. 아, 지금까지는 온갖 버전의 에블린이 되어 힘으로, 또는 분노로 일관했는데 싸움에서 이기는 다른 방법도 있었다. 마치 매서운 바람이 아닌 햇볕이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처럼.
그토록 싫어했던 웨이먼드의 눈알 스티커를 이마에 붙인 에블린. 이 눈알 스티커는 '제3의 눈'이 되어 초월적인 힘을 발휘한다. 에블린은 조부 투파키와 함께 모든 우주에서 싸우고 싸운다. 모든 생물 버전의 에블린과 조부 투파키와 다 싸우고 나니 이제 무생물인 돌이 되기에 이른다.
돌이 된 조부 투파키는 절벽 끝에서 굴러 떨어지는 것을 선택한다. 그때 에블린은 조부 투파키가 굴러떨어진 낭떠러지에 같이 떨어지는 것을 선택한다.
그리고 모든 우주의 에블린이 되어 선택한다. 에블린이 상처 준 웨이먼드, 경쟁자였던 요리사, 애인이었던 디어드리... 에블린 없이 혼자서 베이글로 들어가 소멸되고자 하는 조부 투파키.
조부 투파키는 묻는다. 이제 그 어떤 모습의 에블린으로 살 수도 있는데, 속썩이는 딸 조이도, 망하기 직전의 세탁소도, 답답한 웨이먼드도 없는 인생, 화려한 배우, 가수, 요리사, 쿵후 전문가, 무엇도 될 수 있는데 왜 다시 돌아왔냐고. 영화 포스터에 쓰인 문구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 어떤 인생을 살아도 나는 너를 구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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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다라를 형상화한 포스터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는 무척이나 불교적이다. 멀티버스가 우주괴물의 싸움터가 될 수도 있는 한편 무척이나 철학적인 소재이기도 하다. 불교 용어인 인드라망은 우주의 무한한 하늘나라 중 제석천(인드라)에 쳐진 구슬 그물을 말한다. 구슬에는 삼라만상의 모든 것이 비친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에 불교에서 나는 하나의 내가 아니라 모든 것이다. 유일신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것을 부처로 본다.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부처가 되어야 한다. 무아지경이라는 말처럼, 실체가 있는 '나'는 없다. 색깔도 모양도 형식도, 기쁨도 슬픔도 없다. 고로 나의 실체는 없고 세상 모든 것이 '나'이니, 타인에게 친절하고 다정한 것은 결국 나에게 친절하고 다정한 것과 같다.
나는 늘 내가 아니고 싶었지만 나는 내가 아닐 수 없었다. 뭔가를 잘하는 나, 바보같은 나, 칭찬받는 나, 못된 나, 괄시받는 나를 한 사람의 나로 통합하여 받아들이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어떤 모습의 '나'는 갖다 버리고 싶을 정도로 끔찍하다.
그래도 어떤 우주에는 대학을 안 간 버전, 다른 전공을 한 버전, 취업을 한 버전, 결혼을 한 버전, 부자가 된 버전, 뭔가를 이뤄낸 버전, 좋아하는 사람에게 나쁜 말을 하지 않는 버전 등등의 내가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왠지 조금은 덜 외로워진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모든 것, 모든 곳에 동시에 내가 있으니.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감독 :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주연 :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 콴, 제이미 리커티스
상영시간 : 139분
개봉일 : 2022년 10월 12일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시사회에 참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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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질 결심, 사랑의 시간차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영화
?Rabbitgumi 입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이 개봉했습니다.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탔던 영화인데요.
탕웨이와 박해일이 주연을 맡았죠.
이번에는 박찬욱 감독의 전작들과는 다르게 좀더 말랑말랑한 영화에요.
여전히 미장센은 아름답고 화면전환도 무척 좋습니다.
두 배우의 연기도 좋죠!
이 영화가 어땠을지 좀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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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이런 좀비 영화는 없었다! /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 일본 저예산 좀비 영화 / 충격적인 반전과 재미 / 배꼽 빠짐 주의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후기입니다.
어찌보면 쿠키영상이 전부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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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해피 뉴 이어> 티저 예고편
올 연말도 혼자 쓸쓸히 보내시나요?? 12월 29일! 소중한 인연을 만나는 '호텔 엠로스' 문이 활짝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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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노회찬6411> 메인 예고편
시커메진 한국 정치의 판을 바꾸고자 했던 사람
서민의 언어로 그들의 속을 시원하게 대변했던 사람
함께 비를 맞으며 약자와 공감하고자 했던 사람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길 희망했던 사람
누구나 악기 하나 정도는 다룰 수 있는 사회를 꿈꿨던 사람
지금 더욱 그리운 이름
노회찬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