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04-30 20:49:20
[JIFF 데일리] 기록과 해석의 순간
<사적인 영화> 리뷰

OVERVIEW
2018년 브라질, 우연히 손에 넣은 16mm 필름에 담겨 있던 낯익게 느껴지지만 먼 곳에서 온, 그리고 오래 전에 촬영된 기이한 이미지들에 충격을 받아 이 영상의 기원을 조사하기로 한다.
REVIEW
이 영화의 감독 자나이나 나가타는 오래된 16mm 영사기 점검을 위해 릴을 하나 구입했는데, 선물로 작은 필름 롤이 함께 들어 있었다. 이 롤에는 196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한 가족이 휴가를 보내는 19분 분량의 홈무비가 담겨 있었다. 감독은 이 발견의 순간부터 컴퓨터를 떠나지 않고 인터넷과 모든 도구를 동원해 이 휴양지 이미지의 실제 배경을 알아내는 조사에 착수한다. 무해한 필름 롤과 아마추어 이미지가 주는 정보로 단순한 인터넷 검색에서 끝날 줄 알았던 이 특별한 수사 스릴러 형식의 영화는 결국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시기 일어난 인종과 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드러낸다. (문성경)

"사적인 영화"는 감독이 영사기 점검용으로 "릴+사적인 영화"라는 제품을 온라인 구매하면서 시작된다. 릴과 함께 들어있던 19분 가량의 영상은 누가 봐도 가제 그 이상이 될 수 없을 것만 같은 제목의, 출처 불명의 무성 필름이었다. 그러나 누군가가 이미 편집한 영상이었다. 즉 어떤 의도가 이미 반영된 기록물이었다.
검은 화면에서 타이핑되는 글씨로 시작한다. 타각타각 소리와 함께 화면에 타이핑되는 속도대로, 관객은 감독이 겪은 정보를 고스란히 따라간다. 이 영화는 19분의 풋티지 영상, 그리고 영상 속 정보의 조각을 찾아 따라간 감독의 여정을 관객이 고스란히 따라가게 한다. 영화 <서치>에서 딸을 찾는 아빠의 탐색전을 흥미진진하게 본 사람이라면, 다음 장면을 궁금해 하며 이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시작은 단순하게 크루거 국립공원이다. 얼핏 사파리에 가서 재미있었던 시간을 담은 기록으로도 보일 수 있지만, 감독이 설치한 음악이 고조되면서 계속 의문을 갖게 만든다. 끼긱끼긱 퉁겨지다 득득 긁히며 끊어질 듯 말 듯한 현, 퉁퉁 불규칙적으로 쏟아지는 타음이 불안을 고조시킨다. 기린이 걸어가거나 원숭이가 움직이고 가젤이 뛰고 물 안의 하마들이 지나가는 그 자연스러운 장면들조차 불안해 보인다. 그러면 궁금해진다. 누가 어떤 의도로 이 영상을 편집했을까? 코끼리의 걸음이 왜 반복되고 있을까? 앉아 있는 사자를 왜 재차 비출까? 사파리인데 조금도 경쾌하지 않다.
불안 안에서 궁금해하고 있노라면 전통 옷차림을 한 사람들의 춤이 나온다. 사파리에도 있던 백인 아이가 춤을 지켜보며 슬며시 화면을 지나간다. 불안한 예감은 어두운 냄새를 맡는다. 도시의 길거리와, 현란한 복장의 인력거꾼과, 놀이기구가 있는 해안 도로와, 푸르게 어두운 아쿠아리움, 잔디밭, 사람들, 부유한 옷차림의 백인들과, 들판의 오두막들... 영상이 나아갈수록 어둡고 불편한 감각이 느껴진다.
감독은 꼼꼼하고 성실하게, 차곡차곡 파고든다. 영리한 구성을 따라가다 보몀 어느새 불안은 경악이 된다. 생각지도 못한 얼굴과 이름들을 마주하게 된다. 평화로운 여행의 기록일까 싶었던, 아니 실제로 상당 부분 그랬을 이 영상에는 착취의 역사가 배어 있다. 타인의 피를 팔아 제 배를 불린 사람들의 기억이 스며 있다. “사적인 영화“는 역설적이게도 전혀 사적이지 않은, 역사 교과서에 길이 실릴 사건들과 연결되어 있었다.

보다 보면 궁금해진다. 사적인 기록은 정말 사적인가? 기록은 언제까지 "사적"일 수 있는가? <안네의 일기>가 그랬듯, 기록은 서랍 안에 있을 때만 사적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 읽히면서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고, 가끔은 작가가 상상도 하지 못한 의미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안네가 일기를 쓸 때 안네가 차마 미래를 상상할 수 없었을 것처럼, 19분의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한 이가 이 영화를 상상했을 리 없다. 그냥 값비싼 취미였는지도 모른다. 코끼리가 걷는 장면이 반복되는 게 단순히 재미있어서 별 생각 없이 했는지 모른다. 아이의 미소를 사랑해서 계속 담다 보니 모인 영상들인지 모른다.
그러나 어떤 의도였든, 영상엔 단순히 재미있고 사랑스러운 것만 담기지 않았다. 길 가다 불려와 쭈뼛거리며 카메라 앞에 선 여자의 얼굴에 어린 경계와 불안, 그 자리를 피해보려고 얼굴을 가리는 사람, 환하게 웃는 백인 아이 옆에서 현란한 옷을 입고 등짝보다도 커다란 모자를 쓰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인력거를 끌어야 하는 사람.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해 분리되어야 한다고 허울 좋은 단어를 끄집어내면서도 착취의 순간에는 옆에 있는 걸 불편해 하지 않았던 누군가들의 얼굴. 영국 여왕처럼 차려입은 여자들과 말쑥한 정장을 한 남자들의 만찬, 연설.
마치 그 대조를 의도한 작품이라도 되는 것처럼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는데, 19분의 영상 바깥에서도 동일한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감독은 영상이 촬영된 시점에서 서서히 현재까지 이야기를 끌어온다. 역사가 이 영상이 찍히던 시절의 남아공을 지독한 인종차별의 시절로 기록함에도, 어떤 이들은 해안도로와 수영장과 원색의 옷자락과 환한 미소에서 풍기는 부유한 기운을 잃어버린 천국으로 기억했다. 없던 추억까지 제조해 버리는 힘이 있는 밴 모리슨의 음악을 배경 삼아, "비티지"하고 "레트로"한 색감 속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그러나 모두에게 추억의 풍경일까? 다른 누군가에게도 천국이었을까? 영화는 희생을 담아내지 않고도 희생의 얼굴을 비춘다. 그렇게 누군가의 풍요롭고 여유로운 사적인 기록은 공적인 역사의 순간으로 읽힌다.
다큐멘터리가 역사적 순간을 말할 때, 한 축이 기록이라면 다른 한 축에는 해석이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영화는 해석을 통해 기록과 해석의 존재 의의를 동시에 비춘다. 기록을 읽어내는 과정에 관객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동참시키고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 우리를 내려놓고 묻는다. 1960년대의 일에서 지금 여기 우리는 과연 자유로운지. 여전히 허울 좋은 말에 가려진 차별과 격리로 누군가를 투명하게 만드는 시도들은 없는지. 그 현실을 기록하고 해석하는 눈은 어디에 있는지. 영리한 영화는 이렇게 존재 의의를 스스로 증명한다.
2023. 04. 28 19:30 메가박스 전주객사 9관 (172)
2023. 04. 30 14:00 메가박스 전주객사 9관 (338)
2023. 05. 05 17:00 메가박스 전주객사 10관 (846)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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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제서> 리뷰 - 익숙한 SF언어 세계를 비튼 낯설고 강렬한 감각
11일 개봉작 <포제서>를 관람했습니다
<포제서>를 연출한 감독님의 아버지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이 살짝 잔혹하고 기이한 기운의 영화로 한 획을 그었습니다
<포제서>를 연출한 브랜든 크로넨버그 감독님도 비슷한 영향이 보이는데
살짝 <인셉션>, <매트릭스>,<13층>등의 색깔, <원티드>의 액션을 참조해서 변용한 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아버지 등 가족이 영화감독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고전을 리메이크한 <매혹당한 사람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등을 연출한 소피아 코플라 감독
(미국 영화 여성감독을 대표하는 인물)의 아버지는 느와르 영화의 교과서 <대부>를 연출한 프란시스 포드 코플라 감독입니다
류승완 감독-류승범 배우처럼 감독/배우가 형제인 경우도 있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연출한 코엔 형제는 형제가 연출을 겸합니다
가족 모두가 창작의 세계, 예술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의 작품들의 특성을 다 알지는 못합니다
각자 창작을 하는 인물들은 서로의 창작 세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늘 리뷰하는 <포제서>를 연출한 브랜든 크로넨버그 감독도 아버지의 영향을 상당히 받은 것 같습니다
<플라이>(1986), <비디오드롬>(1983)
아버지의 영화 대표작 을 잠깐 소개합니다
<플라이>는 특정한 개체, 생명체를 기계 등 과학 기술을 이용해 자유자재로 이동시킬 수 있는 기술을 소개하며 전개합니다
그래서 주인공 과학자가 다양한 물체의 위치를 특정 기계를 이용해 성공적으로 마법처럼 바꾸는데요.
과학자 자신의 위치도 자유롭게 이동을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실험 도중에 파리가 끼여서, 주인공 과학자는 파리와 함께 한 몸, 일심동체가 됩니다
피부도 이상해지고, 복잡한 신체적 질환 때문에 고생합니다.
<비디오드롬>은 포르노 콘텐츠를 유통하는 유료방송사업자의 이야기입니다.
이 사업자는 고객들에게 성적 환상을 주는 게 목표였는데요. 극단적인 욕구를 주려고 하다가
선을 넘기 시작합니다. 주인공 방송사업자는 한 교수를 만나 독특한 비디오드롬을 체험하게 되는데요
현실세계와 환각세계의 경계가 모호하게 겹쳐집니다
<포제서>를 연출한 브랜든 크로넨버그 감독의 아버지가 연출한 뛰어난 대표작들은 이런 특징을 지녔는데요
아들 브랜든 크로넨버그의 연출작도 비슷합니다
영화 <포제서>에 등장하는 제목,
포제서 조직은 타인의 몸을 훔쳐 암살의 도구로 사용합니다
포제서 조직은 타겟의 가족이나 지인을 납치한 후, 납치한 대상의 인체에
요원의 의식을 심고 암살작전을 시행합니다.
의식으로 타인의 육체에 들어간 요원들은 사전에 혼돈을 방지하기 위해
납치한 대상의 기억, 상황, 환겨 등에 대해 충북히 학습하고 숙지하는데요
이렇게 타인의 신체에 들어가서 특정한 타겟을 죽이는 것이 내용입니다
타인의 세계, 가상등을 활용하는 비슷한 영화들 <매트릭스>, <인셉션>,<13층>
그리고 소재적으로 가장 유사한 <셀프/리스>까지 비교해보면 여타의 영화와 다를게 없어보입니다
그러나 <포제서>는 포제서의 여성 요원이 남성 고객의 인체에 들어간 후 꼬입니다.
1. 우선 주인공 여성 요원(타샤 보스)의 죄책감, 트라우마가 나날이 깊어지고 있었습니다.
타인을 죽이는 임무를 수행하는 킬러가 반복되는 살인, 죄로 인해 죄책감도 깊어졌습니다.
영화에서는 남편/자녀와의 관계등을 통해 상처가 충분히 회복된 후 킬러 임무를 수행했어야한다고 암시하는데
윤리적으로 떳떳하지 못한 일, 살인 등을 업으로 삼다보니 죄책감이 깊어졌습니다
2. 살인을 청부한 고객 콜린 데이트 (크리스토퍼 애봇)의 고민, 죄책감도 깊었습니다
고객 콜린 데이트는 사적인 욕망, 분노 때문에 자신이 일하는 굵직한 IT 기업의 총수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이 기업이 트렌드를 주도하는 IT기업처럼 묘사되는데 적어도 테슬라, 아마존 등 나스닥을 주름잡는 성장주/기술주 특성의 기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그러나 이 의사결정에 관한 죄책감도 복잡했고, 부부관계도 살짝 불안했고 이런저런 고민이 깊었습니다
3. 죄책감, 트라우마가 있어도 직업의식을 다하고자했던 여성 요원(타샤 보스)의 직업의식
살인 청부를 요청한 콜린 데이트의 망설임 등 감정이 충돌합니다
1.에서 설명한 타샤 보스는 마음이 심란한데도 불구하고 임무를 수행하려다 보니 부작용이 생깁니다
(포제서 시스템은 나름대로 요원의 정신 상태를 감정하기도 합니다.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불안한 요원들은 제외시키는데요
타샤 보스 요원은 무리해서 감지 시스템을 속이고 프로의식을 다해 임무를 완수하고자합니다)
2의 고객 콜린 데이트는 죄책감과 불안, 꼬여버리는 일들 때문에 오히려 자신이 돈을 지불하고 살인을 해달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행동을 수행하는 1 타샤 보스에게 앙심을 품고 불안해합니다.
이렇게 1[돈을 받고 요청한 고객의 신체의 들어가서 살인을 행하는 인물]과 2[돈을 지불하고 시스템의 의식에 의지하는 고객]의
자아가 충돌하다보니 난장판이 됩니다
두 자아의 충돌을 다루는 장면들은 난해하고 다소 경미한 두통을 유발합니다.
문명 시스템에 의해 타인에 침투하는 진영,
돈을 지불하고 타인의 영혼을 이용하여 자신의 영혼을 더럽히지 않고 죄를 행하는 진영 모두 불안한 의식, 날이 바짝 서있습니다
전반적인 소재들은 <매트릭스>, <인셉션>, <13층>의 설정들을 흥미롭게 변용하지만
인물들의 가치관, 문명에 대한 비판등은 바짝 날이 서있습니다.
바짝 날이 서있는 영화의 감각은 문명에 대한 비판의식이 통렬합니다
<포제서>리뷰를 마무리합니다.
- 아버지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님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뛰어난 작품이 많습니다.
2000년대 작 중에서는 <폭력의 역사>, <이스턴 프라미시스>를 추천합니다.
이전 작품중에서는 <플라이>, <비디오드롬> <엑시스턴즈>를 특히 추천합니다.
80년대 <플라이>나 <비디오드롬>은 호러장르 스러운 색깔이 강한 <터미네이터> 1편 느낌이 나면서도
문명에 대한 비판이 강렬합니다.
- 아버지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님 영화들 그리고 리뷰한 <포제서>모두 잔혹한 수위는 조금 있는 편이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포제서> ★★★☆ 7.5
악한 욕망, 다양한 자아, 문명의 냉기가 서로 충돌하는 혼돈의 경게위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타는 SF장르물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 본 콘텐츠는 블로거 리얼리스트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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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슬픈 영화 추천
*본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남은 인생 10년
(23.05.24 개봉)
감독: 후지이 미치히토
출연: 고마츠 나나, 사카구치 켄타로 등
'남은 인생 10년' 보러 다녀왔어요!
영화관 가서 볼 정도의 퀄리티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5월 개봉에도 눈 감고 있었는데
역시나 영화관 가서 볼 정도는 아니구요 ㅠㅠ
본편보다 예고편을 잘 만든 케이스더라고요......
<너의 이름은> OST 부른 RADWIMPS가 노래를 불렀길래 와 이건 백퍼 오열 각이다 싶었는데
그 노래는 엔딩 크레딧에만 나와서 ㅠㅠ 짜게 식음
레드윔프스를 가수로 썼으면 당연히 본편에 부르게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요
센스가없어 센스가~~
다음은 '남은 인생 10년'의 줄거리입니다
스무 살이 되던 해,
난치병으로 로10년의 삶을 선고받은 '마츠리'는
삶의 의지를 잃은 '카즈토'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루하루 애틋하게 사랑한 두 사람
하지만 쌓이는 추억만큼 줄어드는 시간 앞에
결국 마츠리는 카즈토를 떠나기로 결심하는데...
영화 <남은 인생 10년> 줄거리
줄거리는 여느 일본 영화에서 봤을 법한 흔하디 흔한 불치병 여주의 이야기예요 ㅋㅋ
살짝 다른 점이 있다면 남주가 자살을 결심할 정도로 우울감에 빠진 상태란 건데
그래서 더욱 서로의 감정을 치유하는 좋은 관계가 되었고
로맨스로 빠지는 개연성이 완벽해졌어요
다만 아쉬웠던 점은 과정을 너무 질질 끌었단 거
여러 계절이 지날 동안 마츠리와 카즈토는 사귀지 않아요
그들의 친구들이 사귈 동안 썸만 길게 탈 뿐 결국 사귀자고 고백하는 카즈토를
앞으로 몇 년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마츠리가 거절하죠
그런 과정이 두세 번은 반복되는 거 같아요......
사실 '남은 인생 10년'이라는 제목도 그렇고
예고편에서도 마츠리와 카즈토가 행복해 보이는 장면을 그렇게 많이 뿌려 놨다면
행복한 연애, 하지만 곧 헤어져야만 하는… 을 메인 소재로 잡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체감상 썸 8년 연애 1년 반 후회 반 년임
엔딩은 당연히 행복하게 사귀던 둘이 마츠리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이별하게 되고
오열하는 카즈토와 오열하는 관객,, 이 될 줄 알았거든요
근데 자신의 미래를 버티지 못한 마츠리가 죽기 전 미리 카즈토에게 이별 통보를 하고
각자 알아서 잘 살다가 마츠리가 쓴 소설을 보며 다시 그녀를 찾아가는 카즈토
그러나 그녀는... 죽음으로 끝나요
엔딩으로 갈수록 실망이 너무 커졌어요
관객이 울 만한 텀을 꼭 넣어 줘야 하는데
울려고 하면 관계 파탄 또 울려고 하면 다음 스토리
이런 식으로 여러 개의 사건을 겹쳐 버리니까
언제 울어야 하는지... 애매해지더라고요
볼 거라곤 고마츠 나나와 사카구치 켄타로 얼굴뿐인...
아 그리고 카즈토 덥수룩한 머리에서 짧게 자르게 된 것도
잘생긴 얼굴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 막 슬로우 모션 걸고~ 이럴 줄 알았는데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짧은 머리로 생활하고 있는 거로 넘어가서 좀... 실망이었어요......
남주 진짜 잘생긴 거 모르겠었는데 머리 자른 담에 아 잘생긴 얼굴이었구나 싶었단 말이에요 ;;
*스토리: ★☆
*연출: ★★
*영상미: ★★★★★
*연기: ★★★★
*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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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을 빼앗긴 두 남자의 벌거벗은 몸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쓴 글입니다.
얼마 전 한국토지주택공사 LH의 직원 비리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그들이 업무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를 활용해 투기놀음에 나섰고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는 뉴스 때문이었다. ‘내 집 마련’이 중산층임을 입증하는 표지가 되어 모두가 목숨 거는 시대에, 정작 이 꿈을 실현시켜줘야 할 공공기관의 직원이 자기 잇속을 챙기고 있었다는 데 모두가 분노한 사건이었다.
영화 〈사상〉은 이제는 사람들이 더 이상 '분노하지 않는' LH의 또 다른 문제를 다룬다. 〈사상〉에서, LH는 원주민의 주거권·생존권을 위협하는 폭력의 주체다. 부산 사상에 벤처타워가 들어오게 되었다. 보상을 받고 마을을 떠난 사람도 있지만 삶의 공간을 빼앗길 수 없다며 버티는 사람도 있다. 〈사상〉은 각각 자본과 공권력을 대표하는 건설회사·LH와 맞서 오래도록 이어지다 끝내 패배해 버리고만 싸움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 〈사상〉 스틸컷
주인공은 두 명의 중장년 남성이다. 먼저 박성희. 그는 감독의 아버지다. 새로 살 집을 알아보러 다니는 그의 삶은 고단해 보인다. 산업 재해로 검지를 잃은 왼손, 보호대 착용이 필요한 허리, 육체노동으로 거칠어진 발. 그리고 우울. "이 나이 되도록 집 하나 못 산 건 내 팔자려니 싶다",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 생각하니 눈물이 팍 쏟아졌다"는 그의 말은 LH가 늙고 약해진 남성을 집이라는 안식처로부터 몰아내는 무던함과 대비되어 무력감을 자아낸다. 또 다른 주인공 최수영은 굴삭기 기사이자 운동가·활동가다. 그는 사상에서의 싸움을 강제이주의 역사 속에 맥락화한다. 그럼으로써 집·주거권을 체계적으로 박탈해 온 국가·자본의 폭력을 고발한다.
요컨대 〈사상〉의 두 남성 주인공은 모두 무언가를 ‘잃은’ 존재다. 집, 주거권, 삶 그리고 마을 공동체. 이들이 상실한 것이 과연 그리 아름답기만 한 것이었을지에 관한 의문은 잠시 제쳐놓고, 영화가 자본·공권력이라는 체계적 폭력을 재현하는 방식을 살펴보자.
영화 〈사상〉 스틸컷
〈사상〉은 자본과 공권력의 얼굴을 명료하게 그리지 않는다/못한다. 자본·공권력의 악행을 가능케 하는 메커니즘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는다는 소리다. 자본과 공권력은 그저 ‘나쁜 대상’으로 말해지고 보여질 뿐이다. 체제로서의 폭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이토록 느슨하게 조명한 〈사상〉의 연출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거대한 폭력에 대한 적확한 분석을 결여한 채 그저 끝없이 괴로워할 뿐인 감독을 냉소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고민이 필요할까? 그럼으로써 우리는 어떻게 감독이 세상을 느끼고 바라보는 방식에 비판적으로 개입하여 함께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고민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감독이 ‘남성’이라는 점에 주목해 보는 것이다. 자본·공권력이 휘두르는 권력을 비판하는 그는 정작 두 주인공과 자기 자신이 기대고 있는 젠더 권력에는 다소 둔감해 보인다. 〈사상〉을 보는 내내 성차별적인 장면, 발화가 불쑥 튀어나오진 않을까 불안했다. 영화가 '남성적 방식'으로 재현되는 '남성 서사'였기 때문이었다. 박성희의 가족이 모여 제사를 지낼 때 정작 제사 음식을 준비한 여성(그녀가 박성희 가족과 어떤 관계인지는 알 수 없다)은 함께 절하지 않는 장면에서 알 수 있듯, 영화가 낭만적 공동체로 재현하는 '사상에서의 삶'은 자본·공권력과는 다른 또 다른 권력(가부장제)이 작동하는 공간이었을 수도 있다.
감독이 내레이션으로 ‘봉분 같은 아파트’와 ‘밀양 할매들과 함께한 식사’를 대비시킬 때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차갑고 무뚝뚝한 건축물을 따뜻하고 정겨운 할매의 품이라는 젠더화된 비유와 대비시킨다. 삭막한 과학/문명과 여성이 제공하는 포근함의 대비는 오랜 역사를 지닌 성차별적 구도다. 현실의 척박함을 고발하기 위해 밀양 할매들을 호명하는 〈사상〉의 발화는 조금 더 섬세했어야 했다.
영화 〈사상〉 스틸컷
하지만 젠더 권력에 대한 감독의 무관심, 둔감함만으로 〈사상〉을 평가할 순 없다. 〈사상〉이 자본·공권력을 치밀하게 묘파하지 ‘않음으로써/못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중요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사상〉의 '결점'은 영화가 어떤 계보에서 작업되어 왔는지를 살펴봄으로써 만회될 수 있다. 감독의 내레이션이 말해 주듯, 〈사상〉은 4대강 사업, 밀양 송전탑을 기록한 작업의 연장이다. 또한 최수영이 말하듯, 사상에서의 싸움은 1970년대의 강제이주에 대한 저항의 계보에 놓여 있기도 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자본·공권력에 대한 〈사상〉의 두루뭉술한 묘사는 구체적 경험의 지위를 획득한다. 감독과 사상의 주민에게 자본·공권력이 폭력임은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는 너무도 자명한 경험적 사실이다. 즉, 자본·공권력에 대한 〈사상〉의 느슨한 묘사는 영화의 결함이 아닌 영화의 핵심 메시지다. 왜 ‘우리’에게 자명한 것이 ‘당신’들에겐 그렇지 않느냐는 성찰적 물음으로써 권력에 대한 허술한 묘사가 기능하는 것이다.
〈사상〉은 그 어떤 다른 해석도 허락하지 않은 채, 완고한 태도로 자본과 공권력을 불신한다. 공사장에서 발생한 진동으로 무너진 집, 기울어진 벽을 지탱하는 나무 받침대, 밝은 표정의 정치인의 달콤한 약속과 그 약속에서 배제된 자들 등등. 〈사상〉의 이미지들은 마치 자신이 그 자체로 폭력의 증거이기에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다는 듯 스스로를 쓸쓸히 전시한다.
영화 〈사상〉 스틸컷
그리고 두 남자의 벌거벗은 몸. 영화는 박성희와 최수영이 벌거벗은 채로 씻는 모습을 꽤 오랫동안 비춘다. 질병, 장애로 인해 느리게 움직이는 이들의 취약한 몸은 자본·공권력 앞에서 벌거벗겨진 생명의 표상일 수 있다. 또는 시종일관 진지한 남성의 목소리로 자본·공권력을 비난하던 영화가 남성의 몸을 취약성과 연결짓는 이 급작스러운 균열로부터, 고난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 숨쉬는 삶의 리듬이 새겨진 장소로써 벌거벗은 몸을 독해할 수도 있다.
용산참사 이후 10여 년. 이제 아무도 강제철거, 원주민을 내쫓는 재개발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투쟁’이라는 말에 빨간딱지가 붙었던 때는 차라리 나았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빨갱이’의 목소리는 시끄럽게 '들리기'라도 하니 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변화에 너무 빠르게 적응했다. 우리를 분노케 했던 문제의식은 몰아치는 신자유주의 앞에서 증발해 버렸고, 여전히 ‘투쟁’을 외치는 사람은 낡은 구닥다리가 되었다.
이토록 빠르게 도달한 파국 앞에서 벌거벗은 두 남자의 몸*은 우리의 기억을 일깨워 〈사상〉의 문제의식에 동참케 할 수 있을까? 4대강, 밀양, 사상으로 이어지는 투쟁은 사라지지 않고 자본·공권력을 비판하는 동력으로 남을 수 있을까? “원주민을 내쫓고 세워진 미래”에 빼앗긴 자들의 삶을 다시 기입할 수 있을까? 그리하여 우리는 과잉 남성 자의식으로 자본·공권력에 대한 ‘피해의식’에 빠져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사상〉의 감독과 연대할 수 있을까? 〈사상〉은 해소되지 않은 여러 질문을 남기는 영화다.
*영화의 음악이 흥미롭다. 영화에는 중간중간 분절되고 끊어지며 뒤로 감는 듯한 독특한 음악이 나온다. 자본과 결탁한 국가폭력에 짓눌려 어긋나 버린 두 남자의 삶 리듬을 형상화한 것일 수도 있고, 우리 사회를 변주할 새로운 리듬일 수도 있는 이 음악은 '벌거벗은 두 남자의 몸'과 같은 이중적 질문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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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WFF 데일리] 레즈비언 축구팀의 이야기!
감독: 케테반 카파나데
출연: 조지아의 어느 도시의 레즈비언 축구팀
시놉시스
우리의 작고 친밀한 방이라는 이 영화는 레즈비언 축구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선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레즈비언들은 성소수자 혐오 단체에 맞서 싸우지 않고 자신들의 방식대로 서로를 사랑하면서 살아간다. 자신들은 도덕주의자를 싫어하는 듯한데 아마도 유럽의 분위기가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 보니 동성애자들을 혐오하기도 하지만 하나의 성적 취향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을 듯하다.
이 레즈비언들은 축구팀을 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뽐낸다. 여자들로 이루어진 축구팀이라도 남자 축구팀보다 실력이 없는 게 아니다. 다만 이들은 자신이 성적 소수자라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가끔씩 성적 취향에 대해 논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후반에 갈수록 점점 동성애에 대한 논쟁을 격렬하게 하며 성적 소수자들을 혐오하는 것에 무뎌진다.
어떤 한 축구팀 멤버는 자신이 여성이지만 보이쉬한 헤어스타일과 남자처럼 옷을 입으며 다닌다. 자신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이 가지 않지만 그러한 모습을 추구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레즈비언들이 서로를 안거나 키스하는 것을 보여준다. 담배도 거리낌 없이 피면서 술도 마시고 파티를 한다. 아마도 이 영화가 주는 메세지는 동성애자들을 다루지만 자신이 어느 틀에 얽매이지 않고 싶다는 메세지를 주는 것 같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08/25(목) - 09/01(목)
2022-08-27 20:30 - 21:44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8관
2022-08-29 19:30 - 20:44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4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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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빛으로 전하는 감사의 순환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난 97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해 각종 영화제에서 장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영화 <플로우>가 지난 19일 수요일 관객들을 찾아오게 되었다. <플로우>는 고양이X골든리트리버X카피바라X여우원숭이X뱀잡이수리라는 독특한 라인업을 캐치프레즈 삼아 홍보해온만큼 개봉 전부터 그 내용에 있어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바 역시 있다. 그렇게 영화관에서 만난 어느 고양이의 특별한 여정은 기대 이상으로 더 깊은 메세지를 내포하고 있었다.
인간의 흔적이 남아있지만 더 이상 그들이 살아있지는 않은 어느 자연. 우리들의 주인공 ‘고양이’는 영역동물답게 자신의 영역에서 때로는 물고기를 잡고, 때로는 개들에게 쫓기며 일상을 살아간다. 드문드문 보여지는 고양이 관련 상징물들은 이곳에 체류했을지 모를 인간에게 고양이가 존재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듯 보여지나 그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과 공생하는 동물들 만이 삶을 이어 나가고있을 뿐이다. 하지만 사건은 본격적으로 해수면이 차오르며 벌어진다. 이미 오래전 떠난 이들을 기다리는 것인지 아님 그저 자신의 삶을살아가고 있었는지 모를 고양이의 모험은 물에 잠길 위험을 몇 번이나 거듭한 끝에 저 멀리서 떠내려온 배 한 척에서부터 비롯된다.
하지만 이미 배에는 낯선 존재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때부터 관객은 하고 많은 동물 중 왜 고양이가 그 주인공 되었는지 짐작이 가능해진다. 경계심과 겁이 많고 영역에서 생활하는 동물, 물을 꺼리고 무엇이든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동물이기에 대사를 비롯한 장치가 굳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고양이라는 주인공에게 모험은 그 자체로 시련이 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물과 친근하지 않은 고양이의 특성을 십분보이며 그 모험이 쉽지 않을 것을 예고하기도 한다. 무던하지만 의젓하게 키를 잡는 카피바라, 물건을 수집하는 여우원숭이 그리고 다시합류하게 된 골든 리트리버까지 이 만남은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찾아온 홍수라는 재해에 운명적으로 찾아오지만 뱀잡이수리와의 만남 이후부터 이는 필연이 되기 시작한다.
누군가에게 구해진다는 것은 다른 말로 삶을 계속해서 이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의 삶은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단순하다. 생존아니면 놀이이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몸부림치면서 동시에 자신들이 처하게 된 상황에 비관하지 않고 눈앞에 보이는 거울에, 낮잠에, 공에, 반짝거리는 것에 눈을 빛내며 순간을 즐기기도 한다. 그런 고양이에게 찾아온 첫번째 구원의 순간은 리트리버로부터이나 아직은 이를 인식하지도, 특유의 관계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도 못한다. 하지만 두번째 구원의 순간부터 고양이는 이를 인식하기시작한다. 거대한 몸집으로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고래는 물 속으로 가라앉던 고양이를 수면 위로 꺼내줌으로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게해준다. 단순 우연이었을지는 모르나 고양이는 그러한 도움을 점차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세번째, 뱀잡이수리가 고양이를 구하기 위해무리의 우두머리에게 대든 결과로 날개가 뜯겨 나가고 무리로부터 방출 당한 것은 자신을 구해준 행위 그 이상으로 여겨진다. 뱀잡이수리는 더 이상 날지 못해 그들과 함께 배에 오르지만 고양이는 그렇게 한 가지 경험을 체화하게 된다. 누군가에 의해 삶을 이어 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말이다. 이는 후반부 고양이의 변화, 즉 성장과도 이어진다. 속절없이 물 밑으로 가라앉기만 하던 고양이는 이젠 처음 보는 물고기로 가득한 물 속에 뛰어들어 사냥감을 낚기도, 이를 뱀잡이수리와 나누기도 한다. 더 나아가 사이가 딱히 좋지만은 않았던 고향의 개들을 구해주자 뱀잡이수리를 설득하기도 하고 위기의 순간에서 카피바라를 구해주기도 끝에는 자신들과 달리 지상에서는 살 수 없는 고래를 다시 물로 돌려 줄 순 없지만 그를 기억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는 고양이에게만 찾아온 것이 아니다. 특유의 남다른 친화성을 가진 카피바라를 제외하고 모든 이들은 동료 내지는 생존의연대를 깨닫는다. 여우 원숭이들 사이에서는 보물과도 같이 취급되는 거울을 포기하고 고양이를 따라 나서기도 하고 골든 리트리버는 동족들보다 여정을 함께 했던 이들 곁에 남기도 한다. 집단을 이루게 되며 이들은 도움에 대한 개념을 깨닫는다. 이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인간이 애초에 공동체를 형성하고 서로 돕게 되며 점차 개념들을 깨우쳐 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그런 인간보다 더욱이 특별한 이유는 뱀잡이수리 무리와 마찬가지로 같은 종족만으로 꾸려진 공동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로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들을하고 우연, 아니 이제는 필연에 의해 가족이 되어감에서부터 비롯한다.
뱀잡이수리와 고양이의 이별 장면은 해당 영화에 있어 남다른 지점이 되어준다. 인연을 맺은 상대와의 이별, 그리고 여전히 삶을 이어가고자 하는 나와 소임을 다했다 여기는 이와의 차이는 그렇게 빚어진다. 뱀잡이수리와 고양이는 무언가를 공유했지만 가야 할 길은 결국달랐다. 마치 일종의 목적지로 보였던 높은 봉우리는 사실 목적지가 아니라 그 다음으로 넘어가기 위한 이별의 무대였다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영원한 목적지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굴곡만이 존재할 뿐, 그렇게 뱀잡이수리는 만남과 이별 통해 고양이에게 가장 값진 선물을 준 뒤 멋지게 날아오른다.
밀물과 썰물이 광범위하게 반복되는 이 행성 안에서 서로가 도우며 그 삶을 이어 나갔기에 특별했던 것처럼 영화도 아주 다정한 방식으로 고래의 끝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쿠키영상에서 등장한 바와 같이 분명 지금도 어떤 고양이는 배 위에서 용감히 모험을 이어 나가고있을 것이고 또 어느 고래는 마음껏 바다를 누비며 거대한 자연의 순환 속에서 살아 나가고 있을 것이다. 그런 자연 앞에 순응하고 살아간다는 것앞에서 아마 인간이 이룩한 문명은 아주 작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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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가장 어려워요
인간이 가장 어려워요
영화 <디피컬트> 리뷰
감독] 에릭 토레다노, 올리비에르 나카체
출연] 노에미 메를랑, 피오마르마이, 조나단 코헨, 마티유 아말릭
시놉시스] 대출과 빚에 허덕이는 브루노와 알베르. TV 중고거래에서 우연히 만난 둘은 공짜 맥주와 감자칩에 이끌려 얼떨결에 환경 운동에 동참하고,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블랙 프라이데이에 반대하는 캑터스를 만나 환경 운동에 점점 진심이 되어간다. 살기는 어렵지만 사랑은 하고 싶은 두 남자와 환경 문제 외에는 모든 것이 무감각한 여자까지, 갓생을 꿈꾸는 파리지앵 3인의 동상이몽 라이프가 시작된다.
#스포일러 주의#
전천후 사회 문제를 다 다루다니
대부분의 영화는 하나의 소재를 잡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특히 사회 문제를 다룬 작품에서는 정치면 정치, 경제면 경제 이렇게 하나의 줄기를 가지고 이야기를 진전시킨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영화 디피컬트는 그렇지 않았는데 그 문제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그 기능을 하면서 굉장히 유기적으로 이야기를 진전시키고 있어서 새롭게 다가왔던 작품이었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국가를 막론하고 가계부채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는 경제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그리고 환경적으로는 기후 위기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그럼 이런 환경문제와 경제적 위기를 연결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그 원인을 기가막히게 블랙프라이데이에서 찾아낸다. 사람들은 정말 필요한 것인지 고민해보지 않고, 블랙프라이데이라는 할인율에 속아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계속해서 사게 되고, 그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빚을 내게 되고, 과한 물품 소비를 통해 결국 버려지는 물건들이 생기면서 환경 오염이 발생해 기후 위기까지 오게 된다는 논리인것이다.
영화 디피컬트에서는 알베르가 블랙프라이데이 때 티비를 사러 돌진한다. 평범한 가장인줄 알았지만 그는 중고거래를 통해 돈을 벌고 있었다. 공항에서 수화물 관리자로 일하고 있지만 너무 많은 빚 때문에 월급만으로는 그 빚을 감당할 수 없자 중고거래를 통해 일정 수익을 남겨보고자 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물품이 없기 때문에 물품을 사야 중고거래를 할 수 있었고, 결국 돈을 벌기 위해 계속해서 물품을 살 수 밖에 없고, 그 구매행위는 되려 그에게 더 많은 빚의 부담과 함께 환경 오염에도 일정 부분 해악을 끼치고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영화 속에서는 경제적인 가난, 환경 오염으로 인한 기후 위기, 그리고 그 와중에 등장하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까지 정말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이 세가지 문제들이 미리 맞춰진 알람시계 마냥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한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3가지 주제가 복합적으로 진행되다보니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정말 어려워
영화 제목은 디피컬트다. 이를 의식이라도 하듯 영화는 다양한 뉴스에서 “올해는 정말 힘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 “참 힘든 한 해 였습니다.”라는 앵커의 말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언제나 사회는 힘들었음을 보여주는 문장이기도 했지만 결국 가장 어려운 것은 인간이라는 것을 영화는 다양한 유머 요소를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영화 디피컬트는 다양한 반전 요소들을 심어놓았는데,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헨리다. 헨리는 비영리단체에서 빚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구제해주고 올바른 소비습관을 갖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사람들에게 매번하는 말이 있다. ‘이 물건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인가’ 그가 이 말을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yes라고 당당하게 외치며 입장한 곳은 바로 도박장이었다. 심지어 그 도박장에서는 이미 너무 많은 돈을 써서 출입이 금지된 상태였던 것이다. 빚 탕감 및 회생 절차를 돕는 비영리단체 직원이 사생활에서는 도박장을 들락날락거리는 인물이라니. 어쩜 이렇게 모순적일수 있을까.
빚에 허덕이는 알베르와 브루노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돈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다. 공짜라면 환장하는 그들은 공짜 맥주와 감자칩에 홀려 한 세미나에 가게 되고 거기서 엉겁결에 환경 운동에 참여하게 된다. 그들이 과연 선한 의도로 참여한 것일까? 아니였다. 중고거래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알베르는 환경운동에서 쓰지 않는 물품들을 기부하는 부잣집으로 간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들의 물품을 비싼 가격에 되팔 생각을 하고 그들의 일을 돕기 시작한다. 결국 그들은 이를 통해서 짭짤한 수익을 거둬들이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그들이 환경 운동에 참여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사랑이었다. 사랑이 고팠던 그들은 자신들을 서스름없이 안아주는 매력적인 캑터스에게 반해 그녀가 하는 모든 일을 보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한 단체에서 동일한 결과를 보여주는 이들이라도 그 속내는 다를 수 있음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그들의 비폭력적인 시위를 활용해 알베르와 브루노는 프랑스 은행에서 부결시킨 자신들의 파산신청을 조작하기 위해 환경을 오염시키는 가장 큰 연료는 화석연료고 이 회사에 엄청난 지원을 하는 프랑스 은행 앞에서 시위를 해야 한다며 이들을 선동하기에 이르고, 다른 이들이 시위를 하고 있는 와중 프랑스 은행 안으로 잠입해 자신들의 서류에 부결이라고 도장찍힌 것을 수정액으로 수정해 가결로 만들어버린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시위대에 합류한 그들은 경찰에 붙잡히며 환경 단체에서 영웅이 되기까지 한다. 다른 목적을 가지고 환경 운동에 참여했지만 점차 참여하면서 브루노와 알베르는 진심이 되어간다. 결국 마지막에는 자신들에게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고 보상도 없지만 적극적으로 환경 운동에 참여를 하니 말이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인간이 아닌가 싶었다. 주변 사람을 이용만하던 사람이 결국에는 환경 운동에 진심인 사람이 되고, 경제적으로 남을 돕던 사람이 뒤에서는 도박장에서 쫓겨나는 사람이고 예측을 정말 함부로 할 수 없는 인간이야 말로 가장 모순적이면서 어려운 존재라는 것을 영화 속에서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블랙 코미디와 프랑스 영화는 평소에 굉장히 호불호가 갈려서 쉽게 도전하지 않는 장르였는데, 이번 영화 디피컬트는 정말 만족스러울 만큼 만족도가 높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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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22] (브런치작가/영화리뷰/결말x) 진짜 저스티스리그가 찾아왔다!
잭 스나이더가 하차하면서 자신의 버전을 완성하지 못했던 저스티스 리그가 다시 찾아왔습니다.
2017년 조스웨던이 완성한 버전은 여러모로 평가가 좋지 못했죠.
이번 HBO max에서 공개된 영화는 한국에서는 Vod로 공개 되었어요.
4시간의 상영시간이 아깝지 않을만큼 완성도 자체는 조금 올라갔어요.
여전히 완벽한 영화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전 버전에 비해서는 캐릭터 서사가 나아졌고, 액션 장면도 좋아졌어요.
또한 음악감독을 맡은 정키XL의 음악도 영화에 힘을 줍니다.
마지막 전투도 조금 바뀌어서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 합니다.
잭 스나이더의 다음 편이 나오지 않더라도 그래도 좀 더 나은 저스티스 리그를 볼 수 있어 좋네요.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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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의 고스트 버스터즈 다시 출동!!!
1980년대 두 편이 개봉했던 고스트 버스터즈의 세 번째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2016년에 만들어진 여성 중심의 고스트 버스터즈가 있었지만 좀 실망스러웠는데요.
이번에 개봉하는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는 기존 시리즈를 정식으로 이어가는 영화입니다.
기존 시리즈의 감독인 이반 라이트만의 아들인 제이슨 라이트만이 감독을 맡아 기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요.
먹깨비나 머쉬멜로우맨 같은 유령들도 그대로 등장합니다.
오리지널 멤버들도 등장하니 궁금하신 분들은 리뷰 영상을 봐주세요!! :)
제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Ghost Busters' third film, which was released in the 1980s, was released.
There was a women-centered Ghost Busters created in 2016, but it was a little disappointing.
Ghost Busters Afterlife, which will be released this time, is a film that officially continues the existing series.
Jason Reitman, the son of Ivan Reitman, the director of the existing series, is the director and captivates the hearts of existing fans.
Ghosts such as Muk-Kae-bi and Mushmallowman also appear as they are.
The original members are coming out, so if you're curious, please watch the review vide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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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위대한 계약 : 파주, 책, 도시> 메인 예고편
책을 만들면 구속되던 시절
책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이들이 있었다
이들의 꿈에 새로운 도시를 희망한 건축가들이 동참했다
위험한 계약이라 불리던 ‘위대한 계약’
그리고 세계 어디에도 없던 도시의 탄생!
책과 영상과 예술의 문화 허브에서
새로운 미래를 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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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레전드 뮤직 예고편
"역대 최고 훌륭한 뮤지컬 음악!" 감미로운 선율과 따뜻한 로맨스가 담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레전드 뮤직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