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04-30 20:49:20
[JIFF 데일리] 기록과 해석의 순간
<사적인 영화> 리뷰

OVERVIEW
2018년 브라질, 우연히 손에 넣은 16mm 필름에 담겨 있던 낯익게 느껴지지만 먼 곳에서 온, 그리고 오래 전에 촬영된 기이한 이미지들에 충격을 받아 이 영상의 기원을 조사하기로 한다.
REVIEW
이 영화의 감독 자나이나 나가타는 오래된 16mm 영사기 점검을 위해 릴을 하나 구입했는데, 선물로 작은 필름 롤이 함께 들어 있었다. 이 롤에는 196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한 가족이 휴가를 보내는 19분 분량의 홈무비가 담겨 있었다. 감독은 이 발견의 순간부터 컴퓨터를 떠나지 않고 인터넷과 모든 도구를 동원해 이 휴양지 이미지의 실제 배경을 알아내는 조사에 착수한다. 무해한 필름 롤과 아마추어 이미지가 주는 정보로 단순한 인터넷 검색에서 끝날 줄 알았던 이 특별한 수사 스릴러 형식의 영화는 결국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시기 일어난 인종과 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드러낸다. (문성경)

"사적인 영화"는 감독이 영사기 점검용으로 "릴+사적인 영화"라는 제품을 온라인 구매하면서 시작된다. 릴과 함께 들어있던 19분 가량의 영상은 누가 봐도 가제 그 이상이 될 수 없을 것만 같은 제목의, 출처 불명의 무성 필름이었다. 그러나 누군가가 이미 편집한 영상이었다. 즉 어떤 의도가 이미 반영된 기록물이었다.
검은 화면에서 타이핑되는 글씨로 시작한다. 타각타각 소리와 함께 화면에 타이핑되는 속도대로, 관객은 감독이 겪은 정보를 고스란히 따라간다. 이 영화는 19분의 풋티지 영상, 그리고 영상 속 정보의 조각을 찾아 따라간 감독의 여정을 관객이 고스란히 따라가게 한다. 영화 <서치>에서 딸을 찾는 아빠의 탐색전을 흥미진진하게 본 사람이라면, 다음 장면을 궁금해 하며 이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시작은 단순하게 크루거 국립공원이다. 얼핏 사파리에 가서 재미있었던 시간을 담은 기록으로도 보일 수 있지만, 감독이 설치한 음악이 고조되면서 계속 의문을 갖게 만든다. 끼긱끼긱 퉁겨지다 득득 긁히며 끊어질 듯 말 듯한 현, 퉁퉁 불규칙적으로 쏟아지는 타음이 불안을 고조시킨다. 기린이 걸어가거나 원숭이가 움직이고 가젤이 뛰고 물 안의 하마들이 지나가는 그 자연스러운 장면들조차 불안해 보인다. 그러면 궁금해진다. 누가 어떤 의도로 이 영상을 편집했을까? 코끼리의 걸음이 왜 반복되고 있을까? 앉아 있는 사자를 왜 재차 비출까? 사파리인데 조금도 경쾌하지 않다.
불안 안에서 궁금해하고 있노라면 전통 옷차림을 한 사람들의 춤이 나온다. 사파리에도 있던 백인 아이가 춤을 지켜보며 슬며시 화면을 지나간다. 불안한 예감은 어두운 냄새를 맡는다. 도시의 길거리와, 현란한 복장의 인력거꾼과, 놀이기구가 있는 해안 도로와, 푸르게 어두운 아쿠아리움, 잔디밭, 사람들, 부유한 옷차림의 백인들과, 들판의 오두막들... 영상이 나아갈수록 어둡고 불편한 감각이 느껴진다.
감독은 꼼꼼하고 성실하게, 차곡차곡 파고든다. 영리한 구성을 따라가다 보몀 어느새 불안은 경악이 된다. 생각지도 못한 얼굴과 이름들을 마주하게 된다. 평화로운 여행의 기록일까 싶었던, 아니 실제로 상당 부분 그랬을 이 영상에는 착취의 역사가 배어 있다. 타인의 피를 팔아 제 배를 불린 사람들의 기억이 스며 있다. “사적인 영화“는 역설적이게도 전혀 사적이지 않은, 역사 교과서에 길이 실릴 사건들과 연결되어 있었다.

보다 보면 궁금해진다. 사적인 기록은 정말 사적인가? 기록은 언제까지 "사적"일 수 있는가? <안네의 일기>가 그랬듯, 기록은 서랍 안에 있을 때만 사적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 읽히면서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고, 가끔은 작가가 상상도 하지 못한 의미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안네가 일기를 쓸 때 안네가 차마 미래를 상상할 수 없었을 것처럼, 19분의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한 이가 이 영화를 상상했을 리 없다. 그냥 값비싼 취미였는지도 모른다. 코끼리가 걷는 장면이 반복되는 게 단순히 재미있어서 별 생각 없이 했는지 모른다. 아이의 미소를 사랑해서 계속 담다 보니 모인 영상들인지 모른다.
그러나 어떤 의도였든, 영상엔 단순히 재미있고 사랑스러운 것만 담기지 않았다. 길 가다 불려와 쭈뼛거리며 카메라 앞에 선 여자의 얼굴에 어린 경계와 불안, 그 자리를 피해보려고 얼굴을 가리는 사람, 환하게 웃는 백인 아이 옆에서 현란한 옷을 입고 등짝보다도 커다란 모자를 쓰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인력거를 끌어야 하는 사람.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해 분리되어야 한다고 허울 좋은 단어를 끄집어내면서도 착취의 순간에는 옆에 있는 걸 불편해 하지 않았던 누군가들의 얼굴. 영국 여왕처럼 차려입은 여자들과 말쑥한 정장을 한 남자들의 만찬, 연설.
마치 그 대조를 의도한 작품이라도 되는 것처럼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는데, 19분의 영상 바깥에서도 동일한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감독은 영상이 촬영된 시점에서 서서히 현재까지 이야기를 끌어온다. 역사가 이 영상이 찍히던 시절의 남아공을 지독한 인종차별의 시절로 기록함에도, 어떤 이들은 해안도로와 수영장과 원색의 옷자락과 환한 미소에서 풍기는 부유한 기운을 잃어버린 천국으로 기억했다. 없던 추억까지 제조해 버리는 힘이 있는 밴 모리슨의 음악을 배경 삼아, "비티지"하고 "레트로"한 색감 속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그러나 모두에게 추억의 풍경일까? 다른 누군가에게도 천국이었을까? 영화는 희생을 담아내지 않고도 희생의 얼굴을 비춘다. 그렇게 누군가의 풍요롭고 여유로운 사적인 기록은 공적인 역사의 순간으로 읽힌다.
다큐멘터리가 역사적 순간을 말할 때, 한 축이 기록이라면 다른 한 축에는 해석이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영화는 해석을 통해 기록과 해석의 존재 의의를 동시에 비춘다. 기록을 읽어내는 과정에 관객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동참시키고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 우리를 내려놓고 묻는다. 1960년대의 일에서 지금 여기 우리는 과연 자유로운지. 여전히 허울 좋은 말에 가려진 차별과 격리로 누군가를 투명하게 만드는 시도들은 없는지. 그 현실을 기록하고 해석하는 눈은 어디에 있는지. 영리한 영화는 이렇게 존재 의의를 스스로 증명한다.
2023. 04. 28 19:30 메가박스 전주객사 9관 (172)
2023. 04. 30 14:00 메가박스 전주객사 9관 (338)
2023. 05. 05 17:00 메가박스 전주객사 10관 (846)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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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는 잊고 흥겨운 던전 세상으로
아는 사람은 알 거다.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의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는 것을. 그중 한 편이 바로 <던전 앤 드래곤>이다. 2000년 제레미 아이언스가 출연한 이 작품은 말 그대로 망작. 게임팬들에게는 잊고 싶은 과거다.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는 그 과거를 지우고 원작의 명예를 곧추세운다.(제목에도 명예가 들어가 있다!) 과연 이 영화가 장착한 새로운 무기는 무엇일까?
한 때는 명예로운 기사였던 에드긴(크리스 파인)은 남매처럼 지내는 홀가(미셸 로드리게즈)와 감옥살이 중이다. 이들은 도적으로 절도죄와 사기죄로 잡혀 다. 시작은 이러했다. 소피나(데이지 헤드)의 제안으로 ‘부활의 서판’을 포함한 보물을 얻기 위해 코린의 성으로 잠입한다. 에드긴은 ‘부활의 서판’으로 죽은 아내를 되살리려 했던 것. 하지만 일은 틀어지고, 에드긴은 동료 포지(휴 그랜드)에게 딸 키라(클로이 콜먼)를 보살펴달라고 부탁한다. 그 말을 한지도 2년이 지나고 딸을 만나고 싶은 에드긴은 홀가와 기발한 아이디어로 탈옥에 성공, 네버윈터 영주가 된 포지를 찾아가 키라와 재회한다. 하지만 자신을 버리고 갔다는 포지의 거짓말만 믿는 키라는 아빠를 미워할 뿐. 포지 또한 부활의 서판마저 넘겨주지 않는다. 알고 보니 포지와 소피나는 한통속이었던 것. 에드긴과 홀가는 키라와 부활의 서판을 되찾기 위해 새로운 팀을 꾸린다.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가 새로운 출발을 위해 장착한 건 하이스트 코미디다. 에드긴, 홀가 등 도적들을 주인공으로 앞세운 영화는 키라와 부활의 서판을 되찾기 위해 새로운 팀을 만드는 이들의 과정과 악의 무리를 물리치는 서사를 견고히 쌓는다. 바드, 바바리안, 소서러, 팔라딘, 드루이드, 위저드 등 원작의 롤은 그대로 유지하지만, 각 개인의 능력치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이들은 오합지졸. 그 안에서 벌어지는 웃픈 에피소드들은 그 자체로 보는 힘을 갖는다.
영화 속 인물들과 서사는 <오션스> 시리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와 궤를 같이한다. 특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잔향이 짙은데, 이유는 프로듀서가 같기 때문이다. 여기에 <스파이더맨: 홈커밍> 공동 각본가로 참여한 조나단 골드스타인과 존 프란시스 데일리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이로 인해 서로 다른 성격의 팀원들이 하나의 목표를 갖고 티키타카를 이루는 과정은 익숙하지만 보는 재미를 더한다.
그 익숙함은 게임을 몰라도 충분히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에 그 의의가 더해진다. 현존하는 RPG 게임의 시초이며,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보유한 건 원작의 장점이자 족쇄. 이를 위해 감독은 하이스트 장르를 가져와 가족의 소중함, 친구들의 우정을 극대화하고 이를 동력 삼아 원작을 배경으로 한 모험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여기에 기존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적 세계관을 오롯이 반영한 영상이 빛을 발한다. 기사, 화려한 마법, 변신술 등 놀라운 CG로 구현한 영상은 누군가에게는 향수를 누군가에게는 새로움을 전한다. 투구를 얻기 위해 용과 혈전을 벌이는 장면은 물론, 드루이드의 변신술은 그 자체로 관객에게 보는 재미를 부여한다. 특히 아주 작은 벌레부터 올빼미와 곰이 합쳐진 아울베어까지 다양하게 변신하는 모습은 영화 속 세계관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이는 마치 과거 개봉한 영화의 조악한 CG 기술력을 덮는 것처럼도 보인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그 맛을 더한다. 게임 원작 영화 특성상 각각의 능력치가 다른 캐릭터의 역할과 매력 표출이 중요하다. 크리스 파인은 액션보단 머리를 쓰고, 미셸 로드리게즈는 말보다 몸이 앞서는 멋진 액션을 보여준다. 기존 성 역할 고정관념을 깨면서 얻는 B급 코미디를 지향하는 영화의 성격을 인물들의 연기로도 잘 알 수 있다. 다른 배우들 또한 그 역할에 맞는 연기를 보여주며 자신이 맡은 미션을 수행한다.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은 새로운 영화가 아니다. 익숙했던 문법과 장르의 재미를 잘 조합한 흥겨운 분위기의 영화다. 현실의 시름을 잠시 잊기 위해 게임 속 세상을 만나는 것처럼, 고단한 하루를 잊고 영화가 구축한 유쾌한 판타지 모험 세상을 마주해보는 건 어떨까. 던전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으니사진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평점: 3.5 / 5.0
한줄평: 익숙하지만 즐거운 던전의 모험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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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짜 천재 감독의 발상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시놉시스
마크는 괴짜이면서 아이디어가 기발한 영화감독이다. 자신이 있는 영화사에서 영화를 잘못 만들었다는 이유로 퇴짜를 당할 위기에 처하자 마크가 또 한 번의 계획을 세우는데 자신의 숙모인 드니즈가 사는 시골 마을에 내려가서 자신의 팀과 함께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자신과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할 팀원들인 샤를로트와 실비아 그리고 촬영 보조까지 준비는 끝났다! 하지만 마크에게 일이 자꾸만 꼬이기 시작하고 과연 영화 한 편이 잘 완성될 수 있긴 할까?
마크는 뛰어난 아이디어들을 선보이지만 팀원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그의 기발한 상상력은 누구보다 앞서는 것처럼 보여도 인정받기가 어려웠다. 특히 자신의 경쟁자인 막스를 싫어했는데 샤를로트가 막스의 전화를 받자 휴대폰을 뺏어 싱크대에 집어던지고 팀원 중에 알레르기 때문에 기침이 심한 촬영 보조가 있었는데 거리를 심하게 둔다.
그뿐만이 마크의 괴이한 성격은 팀원들에게도 피해를 줬다. 그렇게 팀원들을 떠나보내고 자신이 드니즈와 남게 되자 이때까지 써 온 솔루션북을 만들어 마을 사람들에게 배포한다.
마크가 솔루션북을 제작하기 전에 몇 가지 규칙들이 있었고 그걸 지켜야만 하는 불문율이 있었다. 팀원들은 그의 괴이한 행동을 꺼려 하지만 그래도 마크가 해낸 게 많다. 마크는 자신이 정한 자신만의 규칙으로 숲속의 낡은 집을 사들여 그곳에서 지휘자를 내쫓아 영화 음악을 단독으로 만들어내고 런던으로 가서 스팅이라는 유명 락가수를 섭외해 녹음까지 한다.
자신만의 독특함이 있었지만 성격이 워낙 괴이한 것 때문일까? 팀원들은 그의 노력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건 그가 만든 영화가 끝까지 관객들에게 상영을 할 수 있도록 하도록 노력하는 것이었다.
마크는 분명히 천재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비범한 상상력을 가졌기에 좋은 아이디어들이 그의 머릿속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정신과 약을 먹고 있어서 그런지 약을 끊게 되면 너무 예민한 성격과 자신을 이용한다는 피해 망상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펼친 수많은 노력은 부정할 수가 없는데 마크의 포기하지 않는 끈기도 필자는 본받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마크의 행동은 분명 기이한 게 맞다. 그렇지만 마크가 해낸 걸 나쁘게 볼 수많은 없는 게 맞는 것 같다.
이 영화의 메세지는?
상상력이 비범한 영화감독의 이야기지만 그의 너무 괴짜 같은 성격 때문인지 사람들이 잘 인정해 주지 않는다. 그러나 마크의 노력이 통한 걸까? 마크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인 가브리엘과 연인이 되고 자신이 팀원들과 만든 영화도 상영회가 열려 수많은 관객들과 배우들이 참석하고 끝내 성공을 맛본다. 우리나라 속담에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는데 필자는 그 속담을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넘치면 넘칠수록 좋은 게 더 많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이 영화는 자신의 비범함을 알아주지 않는 천재 감독의 이야기지만 그만큼 열정과 끈기가 대단한 감독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마크의 상상력 하나하나까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써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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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워즈: 제다이의 귀환 - 완벽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웠던 일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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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자신의 아버지 '다스 베이더'에게 패배한 후 1년 뒤, '타투인' 행성을 지배하는 '자바 더 헛'에게 붙잡힌 한 솔로를 구하기 위해 루크 스카이워커 일행은 계획을 짜서 그를 구출하기로 다짐한다. 그렇게 어찌어찌해서 그를 구해내는데 성공하지만, 곧이어 제국군이 '데스 스타 2'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루크는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마지막 전투에 참여해 은하계를 지키려는 과정을 그린 [스타워즈] 시리즈의 3번째 영화다. 일단 상당히 재미있게 봤다. 전작인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처럼 엄청난 걸작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시리즈의 좋은 마무리였다고 생각한다.
시리즈의 좋은 일단락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바로 시리즈를 일단락하는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다는 것이다. 작중 캐릭터인 루크, 한, 레아의 서사를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고, 빌런인 다스 베이더마저 선의 길로 인도하면서, 좋든 싫든 감동적인 피날레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이 점이 가장 두드러지는 '캠프파이어' 시퀀스는 굉장히 감동적으로 연출한 덕분에 축은함과 영화가 끝난 후 긴 여운이 느껴지게 된다. 이렇게 감정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도 좋았지만, 액션신들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물론 지금 보면 살짝 싼 티 나는 장면들이긴 한데, 개봉 시기를 감안해서 본다면 꽤 놀라울 만한 액션신들이 넘쳐난다. 후반부 다스 베이더 액션신도 좋은 편이고, 엔도 전쟁 시퀀스는 이게 87년대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압도적인 비주얼은 보여준다. 거기다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선의 길로 인도할 수 있다는 따뜻한 메시지도 마음에 쏙 들었다.
초반부는 느리고, 후반부는 급했다.
그러나 단점도 눈에 띄는 영화였다. 우선 대표적으로 시리즈 최종 보스에 해당하는 '팰퍼틴'이 생각보다 너무 허무하게 죽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뭔가 분위기 있게 등장하더니, 후반부에는 루크에게 포스 라이트닝을 이용해 고문하다가 결국 다스 베이더에 의해 '던져져' 죽는다. 물론 이것만 보면 문제가 될 게 없어 보이지만, 다스 베이더가 팰퍼틴을 죽이는 장면이 처절하고 참혹하다기보단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어버린 탓에 갑작스러움과 황당함을 감추기 힘들었다. 아니, 명색에 최종 보스라는 양반이 '집어던지기'로 퇴장해버린다는 건 좀 심하지 않나..? 거기다 초반부터 깔아놨던 다스 베이더의 갱생도 루크의 설득량에 비해 너무 극적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었다. 개인적으로 루크가 다스 베이더를 설득하는 장면이 좀 더 나오길 바랐는데, 한참 싸우다 아들이 고문 받는 걸 보자 순식간에 갱생한다는 건 솔직히 급전개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초반부 타투인 시퀀스는 의외로 전개가 느려서 지루함을 느낄 수 있었다.
결론
'제국의 역습'에 비해선 아쉽지만 '새로운 희망'보다는 좋았던 작품. 현재 '스타워즈' 시리즈의 꼴이 말이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이 작품까지는 나름의 재미와 완성도를 갖추고 있으니 한번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평점: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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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번 다시 태어난 고양이가 관객에게 전하는 모험담
박재범 나와
고양이 푸스는 어느 파티에 참석했다. 인싸다. 푸스는 인싸다. 무려 싸움 잘하는 고양이인 푸스. 덩치는 작지만 재빠른 순발력과 검술로 여러 악당들을 때려눕힌 전력이 있다. 이번에는 어떤 저택에서 소유자가 불분명한 금화를 가지고 놀고 있다. 무작정 뿌리는 금화에 신나 함께 놀고 있는 시민들. 알고 보니 이 저택의 소유자는 마을의 성주였다. 개판인 저택에 화가 난 성주. 금세 군사들에게 저 고양이를 잡으라고 명령한다.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는 저택. 저택 내부만 와장창 박살 나면 다행인데, 실수로 마을에 살고 있는 거인을 건드려버렸다. 갑자기 깨어난 잠에 화가 난 거인. 고양이 푸스와 한바탕 전투를 벌인다. 전투를 이기는 것은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그런데, 사고가 일어난다. 거인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세리머니를 할 때 갑자기 날아든 종에 깔린 것이다.
정신을 차리니 어떤 의사와 함께 있다. 진단을 받은 푸스 푸스는 지금 죽은 상태라고 한다. 죽었다고? 천만에! 고양이는 9번의 목숨이 있다고! 항변하는 푸스. 그러나 의사의 답변은 냉정했다. “푸스. 지금 몇 번째 목숨인지 알고 있나?” “아마 이번이 마지막일 거야.” 부정하고 있는 푸스. 찬찬히 세보니 정말 8번 죽었다. 정말 이게 마지막이구나.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을 이젠 받아들일 때가 왔나 보다. 술집 같은 곳에 조용히 앉아있는 푸스. 푸스에게 손님이 찾아왔다. 푸스를 찾아온 동물은 늑대다. 현상금이 걸려있는 푸스를 찾아온 늑대. 푸스는 또 비상한 잔머리로 이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아니었다. 완패한 푸스. 목숨만 딱 걸고 살아남았다. 이젠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지 않으면 이 생을 아예 마무리하게 생겼다. 도망친 푸스.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그렇게 숨어 살고 있었다. 현실의 타성에 젖을 때쯤, 다시 한번 그리고 또 마지막으로 모험을 시작하려 한다.
1편 보고 가야 하나요
작년 2022년부터 영화의 속편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5월 <범죄도시 2>와 <탑건 : 메버릭>부터 시작해 국제적으로든 한국에서든 2편이 갖는 인기가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영화도 이와 유사하게 11년 전 개봉했던 ‘장화 신은 고양이’ 시리즈의 두 번째 영화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앞의 두 영화를 봤던 분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영화와 마찬가지로 이 <장화 신은 고양이 : 끝내주는 모험> 역시 1편의 영화를 봐야 좋다. <범죄도시 2>나 <탑건 : 메버릭>보다 이번작이 더 전편에 대한 의존이 있는 셈이다.
일단 <범죄도시> 1편에서 마석도가 속해있는 팀이 2편에도 나온다. 그리고 ‘장이수’ 캐릭터 역시 2편에 나와서 깨알 같은 웃음 포인트가 되어준다. 뿐만 아니라 몇몇 장면이나 이야기 구성은 1편의 오마주를 따온 것으로 보인다. <탑건 : 메버릭>은 1편을 보고 가야 좋긴 하다. ‘아이스맨’과 주인공간의 갈등이 1편에서 중요했고 2편 역시 그를 승계했지만 이게 영화를 보는데 필수요소는 아닌 듯하다. 그러나 이 <장화 신은 고양이 : 끝내주는 모험>은 영화의 두 번째 주인공의 행보가 1편을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전작을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들이야 OTT의 존재를 모를 수도 있지만 이를 알고 있는 청소년들이나 성인분들은 넷플릭스에서 전편을 감상하길 바란다.
눈호강 칭찬해
영화에서 좋았던 것은 역시 시각적인 쾌감이다. 진짜 고양이들을 불러서 찍진 않았으므로 당연히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들은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냈다. 이를 잘 표현하듯 고양이들은 귀엽게 잘 만들었다. 이 고양이들이’ 슈렉’ 시리즈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이다. 어? ‘슈렉’에 나오는 장화 신은 고양이? 그럼 그 초롱초롱한 표정이 있지 않을까? 이 부분은 무려 예고편에도 나온다. 아무튼 이 시그니처를 바탕으로 귀여운 고양이들의 모습을 러닝타임 내내 감상할 수 있다. 주인공 푸스의 목소리 더빙은 나이가 든 목소리다. 그러나 반대로 푸스가 수염을 덕지덕지 기른 모습이나 우유 마실 때의 제스처가 리얼리티가 살아있게 구현해서 우리 집 고양이 같은 느낌이 있다. 뿐만 아니라 영화에서는 다양한 동물들이 나온다. 이 동물들은 영화 내적으로 어떤 이미지에 대한 암시를 품고 있는 듯하다. 특히 메인빌런인 늑대, 주인공의 조력자인 강아지가 그렇다. 이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영화 내적으로 무언가 암시를 주고 있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특히 이 ‘늑대’에 대한 이미지는 어른들이 보기에 ‘이거 때문에 이렇게 설정했구먼’ 생각이 들기 쉽다. 이를 위해 색감이라던가 조명이라던가 캐릭터의 행보까지 어떻게 해야 이를 설득시킬 수 있는지 잘 고찰한 티가 난다. ‘좀 전형적인 악당 연출법 아니냐’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이 늑대로 구현시킨 어떤 이미지들은 뻔한 느낌이 있다. 그러나 이 인물에 대한 고양이들의 반응, 영화 이야기가 어떻게 변모해 가는지를 본다면 이 캐릭터만의 개성을 나름 입체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또 다른 시각화 소재는 마법이다. 영화에서 마법이 자주 나온다. 극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 ‘소원’은 마법의 한 일종이다. 또 극의 서브빌런이 되는 인물은 마법을 잘 다루는 인물이다. 작품의 주요 무대라고 볼 수 있는 공간 역시 마법에 따라 지형지물이 변하는 곳이다. 뭐 이런 요소가 아니더라도 영화 자체가 판타지적인 설정을 포함하고 있다. 강아지, 고양이가 사람이랑 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비현실적인 설정을 그냥 단적으로 단지 효과로서만 사용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 지도를 활용하는 장면이 있다. 어떤 특색에 따라서 이 지도는 마법을 부린다. 영화에서 구체적으로 이 전제조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그냥 상황을 보여줘서 납득시킨다. 이에 대한 근거를 보여주듯 영화는 특정 장면마다 굉장히 구체적인 시각화를 보여준다. 영화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단단한 토대가 된 셈이다.
그러나 시각화의 측면에서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바로 강아지 페로 캐릭터는 좀 아쉽다. 이 영화, 어른들이 보는데 큰 무리는 없다. 또 어른이기 때문에 재미있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를 즐기는 데 있어 가장 범주가 넓은 관객들은 10대 초반의 아이들이다. 이때 아이들이 보면 찡한 부분도 있고 소소하게 웃긴 부분도 어느 정도는 영화가 품고 있다. 전체적으로 가벼운 영화의 톤이 이에 대한 근거가 될 것이다. 이렇게 아이들이 보다가 좀 놀랄 수도 있을 것 같다. 기괴한 것도 적당히 기괴해야 하는데 보면서 좀 부담스러웠다.
어른들은 쉽게
영화에서 '이건 아이들이 보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싶었던 구석이 있다. 바로 인물 중 하나의 동기부여다. 이 인물의 정체는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다. 바로 키티다. 키티는 1편의 일로 인해서 주인공 푸스와 틀어졌다. 그 틀어진 계기가 영화에서 굉장히 큰 동력이 된다. 그런데 이 키티의 인물 행보가, 후반부까지 쭉 전부 다 모든 관객들에게 이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글쓴이는 이 키티의 행보를 이해할 수 있다. 이때 가졌던 키티의 걱정이나 고민거리가 사실 글쓴이를 포함한 적지 않은 성인들에게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근데 어떤 관점에서 주인공의 소원이나 페로의 일생이나 서브빌런의 바람이 같은 선상에 놓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영화 전체적으로 어른들이 보면 '이런 것도 넣었네' 찾는 재미가 있다. 바로 인문학적인 키워드다. 영화 초반부에 푸스가 가는 동물 보호소, 9번 다시 태어나는 것, 극 중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적인 배경, 성악설을 암시하는 대사, 귀뚜라미, 늑대, 곰 등등 서구권/동양권 가릴 것 없이 과거의 설화와 종교적인 키워드를 변용한 영화 연출이 돋보인다. 특히 늑대라는 등장인물의 카리스마는 영화에서 가장 잘 사용한 인물연출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 동물이 과거 서구권에서 어떤 것을 상징했는지를 찾아보면 감상의 폭이 더 넓어지지 않을까?
영화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사실 간단하다. 이 것에 대한 소중함은 다른 영화들에서 많이 다뤘다. 심지어 지금 개봉 중인 한국영화에도 이런 소재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주는 따뜻함이 좋았던 건 역시 '어떻게'에 대한 고민이 신선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이 소재를 고양이와 강아지로 풀어냈다는 것 자체가 예전에 들어본 적이 없다. 귀여운 고양이 보러 갔다가 생각 외의 부분에서 감동받는 관객 비율이 의외로 크지 않을까? 물론 극후반부에 대사에서 이를 직접적으로 전부 다 때려 박는다는 점은 아쉽지만 감상에 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9번 다시 태어난 고양이가 여러분 앞에 섰다. 그리고 질문한다. '당신의 소원은 무엇인가요?' 근데 그것은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후반부처럼 인생은 결국 이 것들을 찾기 위한 여정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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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신에 홀린 듯, 살벌하게 웃게 되는 마력
귀신에게 홀렸다. 웃음 귀신에게. 도대체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이 연속해서 발생하고, 온갖 장르를 믹싱해 전달하는 기묘한 웃음은 뭔가에 씐 듯 폭소를 터트리게 한다. 아마도 이 마력이 개봉 당시 177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 동력이었을 터. <핸섬가이즈>는 올해 개봉한 우리나라 영화 중 마음 놓고 신선하게 웃은 영화로 기억될 듯하다.
일단 무섭게 생겼다. 가까이 가면 멀어지고 싶게 만드는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은 도시를 떠나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 어느 시골 숲속 오두막집으로 이사를 온다. 부동산 웹사이트 이미지와 전혀 다른 집 상태에도 상구는 덜컥 계약하고, 재필은 못마땅해하면서도 집을 고쳐 살기로 마음먹는다. 한편, 친구들과 여행을 온 미나(공승연)는 마음에 있던 골프 선수에게 배신당한 후, 강가에 있다가 물에 빠진다. 우연히 이를 발견한 재필과 상구는 미나를 새집으로 데려와 지극정성으로 보살핀다. 반대로 여행을 함께 온 친구들은 미나를 납치했다고 오인한다. 그 사이 이 오두막 지하실에서는 오래 잠들어 있던 악령이 깨어난다.
<핸섬가이즈>는 한 가지 장르로 귀속되는 걸 거부한다. 오컬트, 슬래셔, 스플래터, 슬랩스틱 코미디 등 철저하게 장르를 뒤섞는다. 그것도 B급으로. 원작 <터커 & 데일 Vs 이블>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각색한 영화는 호러와 코믹 수위를 조절하고, 오두막집에 악령을 부활시킨다. 국내 관객들에게 황당무계한 영화의 설정이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계속해서 웃게 만드는 건 이 골때리는 스토리에 외모지상주의의 폐해를 담았기 때문이다.
관객도 알고 주변인들도 알지만, 극 중 재필과 상구만 모른다. 그들은 자신들이 되게 잘생기고, 섹시하다고 믿는다. 이 세상 긍정마인드로 살아가는 이들은 생김새 때문에 득보다 실이 더 크다. 마트에서 조우한 미나와 친구들에게 강인한 첫인상을 전하는 건 기본, 동네 경찰 최 소장(박지환)의 검문도 받는다. 정작 이들은 그냥 가만히 있는데 말이다.
문제는 오해다. 무섭게 생긴 이들이 범죄자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은 곧 죽음의 길로 인도한다. 오두막에 와서 박히고, 찔리고, 감전되는 등 부상을 입거나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두 주인공을 오해해서 그 일을 당한다. 이렇듯 영화는 겉모습만 보고 쉽게 판단하는 현대인들의 잘못된 시선에 벌을 주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이 메시지가 전반에 깔린 영화는 자책골처럼 황당하고 당혹스러운 주변인들의 죽음을 연속해서 보여준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납득하기 힘든 각 상황은 뜨악함을 전하기에 충분하다. 이 장면들은 단순 휘발되지 않고 그 연속성을 갖는데, 이는 알게 모르게 준비한 빌드업에 있다. 감독은 한 컷도 낭비하지 않고 특이한 상황의 개연성을 마련하고자 노력한다. 코너를 돌던 차에서 장비가 떨어진다거나, 나무에 피스를 과하게 박거나, 전기선이 자주 빠지는 등 기막힌 장면을 만들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설정은 곳곳에 뿌려진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걸 다 회수하며 관객에게 공포와 웃음을 동시에 전한다는 점이다.
장르를 타는 영화라는 점에서 <핸섬가이즈>의 중요 포인트 중 하나는 인물들이 관객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있다. 호러 장르 경우, 인물들이 현실에서 붕 뜬 느낌을 주기 마련인데, 이 영화에서는 그 균형을 잘 잡는다.
그 중심에는 이성민, 이희준이 있다. 절대 과장하지 않고, 최대한 현실적이고 진중하게 연기하는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웃음을 자아낸다. 진중할수록 그 웃음의 크기가 커지는데,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최고의 호흡을 보여주는 이들의 연기는 관객이 이 특이한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운명을 받아들이게 한다. 홍일점으로 두 배우와 멋진 케미를 보여주는 공승연의 연기도 발군이다. 각 장르에 걸맞게 다른 옷을 입은 것처럼 잘 스며드는 연기를 보여주는 가운데, 초반엔 주변인이었다가 후반부 여성 히어로의 면모도 발휘하는 등 다채로운 매력을 전한다.
물론, 상황이 주는 시끌벅적함과 독특한 설정에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다. 하지만 마음 열고 대환장 호러 코미디를 받아들인다면 영화가 매력적으로 다가올 공산이 크다. 이게 바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영화 스타일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상류사회> <티끌모아 로맨스>의 조감독 출신으로 첫 데뷔작을 성공시킨 남동협 감독의 뚝심 덕분이다. 달라도 너무 다르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핸섬가이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신나게 웃어보자. 참고로 영화의 신스틸러인 반려견 봉구의 매력은 덤이다.사진 제공: NEW
평점: 3.5 / 5.0
한줄평: 귀신에 홀린 듯, 살벌하게 웃게 되는 마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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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지라는 기적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해당 영화는 씨네랩 크리에이터 활동의 일환으로 시사회 참석 후 작성된 글입니다
국내에서는 <러브 액츄얼리>를 비롯해 <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 로맨스 장인으로 더 잘 알려진 배우 휴 그랜트의 신작 <헤레틱> 이 4월 2일 관객들을 찾게 되었다. 아니, 관객들이 그를 찾게 되었다 말해야 할까. 영화 <헤레틱>은 몰몬교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두 소녀를 따라가며 시작된다. 영화는 조금은 생뚱맞게도 콘돔을 비롯해 포르노 스타의 이야기까지 단순 두 주연의 수다로 시작하나 이는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중요한 메세지를 암시한다. 바로 맹목적인 믿음, 이다. 광고를 비롯해 성인물까지 종교 뿐만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무수한 이들이 접하는 것들을 통해 영화는 극초반부터 말하고자 한다. 과연 우리는 생각이 거세 된 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두 소녀가 찾은 집에서 푸근한 노신사 리드(휴 그랜트) 종교에 무척이나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그들을 맞이한다. 하지만 그렇게 찾은 집은 무언가가 이상하다. 그들이 안내받은 소파가 놓인 '거실'이어야 할 것 같은 공간이 그보다는 조금 더 응접실의 형태를 띄고 있는데, 무언가 이질적이다. 리드가 오가는 복도 그리고 반스 자매(소피 대처)의 시선을 따라 간접적으로 그 공간을 체험하다보면 느껴지는 것이 있다. 바로 다른 공간을 의도적으로 감추고 있다는 것. 불 꺼진 어두운 복도 외엔 모든 정보가 차단되어 있는 그야말로 교차로의 역할만 하고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영화는 말한다, 리드와의 만남은 미궁으로 향하는 함정 그 자체라고 말이다.
사실 길거리에서 누군가에게 전도 당하는 경험은 그닥 희귀한 경험이 아니다. 길 찾기를 핑계로 기운 얘길 하는 사람들을 우린 번화가에서 종종 마주한다. 이들이 가진 공통적인 특징이 있는가 하면 바로 대화 주도권을 뺏는 것이다. 자리를 뜨기 위한 핑계를 막기 위함도 있겠지만 이들은 포교를 위해 단시간 안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듣게 해야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아예 말을 섞지 않거나 대답하지 않는 사람들 역시 많을 것이다. 여기 이 자매들 역시 그러하다. 반스 자매에 비해 경험이 없어 보이는 팩스턴 자매(클로이 이스트)는 무언가 께림칙함을 느끼는 반스와 달리 리드의 말에 맞장구 치며 열심히 전도를 이어 나가려 한다. 하지만 이때 공간 외로도 기묘한 일이 한 가지 더 벌어진다. 단순 반스가 발견하는 블루베리 향초의 섬뜩함이 아니다. 리드는 두 소녀들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퍼붓고 있다. 그리고 그 면면을 살펴보면 종교에 대한 관심보다 두 소녀의 의견을 묻는 것이며 더 나아가 어떠한 대답이 이미 준비되어 있음이 느껴진다. 리드의 몰몬경은 인덱스와 노트로 빼곡하며 종교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이 있음이 분명해보인다. 이는 단순 광신이 아닌 그들이 몸담고 있는, 관객이 몸담고 있는 현대사회와 연결된 '믿음'에 대한 시각이다.
이는 본격적으로 리드가 만들어둔 가짜 예배당에서 더욱 심화된다. 두 자매가 믿음과 불신 중 하나를 강요 받는 것과 더불어 리드는 몰몬교 뿐 아니라 3대 종교라 칭해지는 것들이 모두 고전에서 파생된 것임을 밝히며 이는 보드게임 모노폴리의 변형과 다름 없다 비유한다. 특히 그는 몰몬교인 후기성도교회의 창시자인 조셉 스미스가 한낱 인간에 다름 없으며 그저 자신의 편의를 위해 교리를 수정했다 말하며 두 자매가 어떠한 신념 아래 이러한 종교를 영업(sale) 하고 있는지 되묻는다. 관객은 이때 압도적으로 긴 리드의 대사량에도 불구하고 종교에 대해 사고 하게 된다. 신도를 바탕으로 하는 종교들, 매일같이 불행과 기적이 공존하는 세계 그리고 그걸 따라도 따르지 않아도 종교와 마찬가지인 각종 변형들과 대기업의 광고를 맹목적으로 믿는 사람들 다시 말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간선을 말이다. 이때 두 자매는 상반된 문 앞에 서게 되는데 리드의 농간이나 다름 없는 이론에 정면으로 대항하며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지키는 반스와 그가 끼칠 피해를 걱정하며 마치 그의 의견에 설득 당한듯 구는 팩스턴의 선택에 있어서 관객은 마치 리드의 미궁과도 같은 종교로 대표되는 현 시대의 믿음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판단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당신의 믿음은 특정 이론에 선동 된 것은 아닌가?
비록 영화는 이 부분을 끝으로 종교에 대한 설전보단 다소 <나이브즈 아웃> 같은 추리물의 전개로 나아간다. 밀실에서까지 자매에게 어떤 선택과 추리를 강요하는 부분에서는 <셜록 홈즈>의 유명 에피소드인 '주홍색 연구' 의 흔적 역시 가득하다. 그도 그럴 것이 '주홍색 연구' 에피소드 역시 후기 성도 교회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진정한 신의 목격자나 시체 바꿔치기 등과 같은 추리소설 속 장치를 써가며 영화는 종교인인 두 자매를 대상으로 하는 리드의 연구가 팩스턴의 자매의 추리를 통해 결말부에서 그가 믿고 있는 신이 다름 아닌 '통제' 였음이 밝히는데, 이때 계속 언급하고 있는 관객에게 던지는 메세지 맹목적인 믿음과 최종적으로 연결지어진다. 조던 필의 작품을 비롯해 다양한 할리우드 작품들이 소재로나 장치로나 사용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국민 통제 괴담은 시기를 막론하고 미 전역에 퍼져있는 하나의 사상과도 같다. 정부가 수돗물을 통해, 안테나를 통해 국민들을 조종하고 통제하려 한다는 공포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음모이나 정작 광고를 보고 구매를 결정할 때 영상 속 연기하는 배우를 볼 때 무언가를 지시 받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즉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우리는 보편적인 통제 속에서 선택적인 의심만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특정 종교를 사이비라 칭하기도 하고 도믿걸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기도 하며 누군가의 믿음을 비난하곤 한다. 자유의지 없이 보편적이지 못한 단편적인 믿음을 가진 이들이 자유를 되찾길 바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되도않는 시뮬레이션 이론을 펼쳐가며 자신이 열세하고 있다는 것을 들킨 리드처럼 영화는 곳곳에 가장 통제 당하고 있는 듯한 두 자매의 자유 의지를 심어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리드의 미궁이 내포하는 것처럼 그 누구도 현대 사회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부 마찬가지이지만 그럼에도 스스로가 선택하는 것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마치 리드의 계략에 놀아나는듯 그의 미궁 속 가장 어두운 지하까지 스스로 걸어들어간 뒤 탈출에 성공한 팩스턴의 선택부터 결혼 후 가정을 꾸리는 것이 영원의 축복이라 믿는 몰몬교 신자이나 IUD를 삽입한 반스의 선택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조금 과한 연출이라고도 평가되나 죽음의 문턱 앞에서 리드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린 반스의 의지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너를 살리고자 한 나의 의지야 말로 극강의 통제를 흐트러트리는 타인을 위한 나의 선택이라 말이다. 무엇을 믿고 믿지 않을지 선택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다는 매너리즘에 빠진 리드는 그러한 인간의 강한 자유 의지를 보지 못한다. 신의에서 파생된 기적을 믿지 않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이러한 부분들을 세련되게 연출한 작품이라고는 평할 수 없으나 적어도 나의 선택이 뭉개져 보이는 이 현대 사회에서 타인을 살리려는 개인의 의지야 말로 종교에서 묘사하는 기적과 같은 것이라 말하는 작품이었다. 그러니 나 역시 슬픔으로 가득한 현 세계에서 다시 개개인이 만들어낼, 그리고 내가 만들어낼 의지의 기적을 믿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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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한지만#남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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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4. 28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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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이제 시작이다
00:43 캡틴아메리카4가 온다
02:34 1대 캡틴, 크리스 에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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