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3-22 17:28:18
아카데미 시상식의 숨겨진 비밀들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지난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아카데미 시상식!
그런데 여러분들은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해 얼만큼 알고 계신가요?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관련 정보들을 씨네픽이 모아 봤어요!
레드 카펫의 색깔은 특허 받은 ‘버건디’

아카데미 시상식의 카펫 색깔은 버건디에 가까우며, 복제품을 막기 위해 정확한 색상값은 비밀에 부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아카데미 시상식이 올해에는 무려 62년 만에 레드카펫 대신 베이지 색상의 ‘샴페인 카펫’을 사용해 이슈가 되기도 했어요.
레드카펫 설치를 위해 소요되는 시간은?

시상식에서 사용될 레드카펫을 까는 데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요?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18명의 인부를 동원해 거의 900시간에 육박하는 작업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수상 후보자도 입장권을 구매해야 한다?

모든 수상 후보자에게는 각각 2장의 입장권이 주어지지만, 추가 입장권의 경우 장당 150달러~1000달러, 한화로는 19만원 ~ 130만원 상당의 금액을 지불해야 합니다. 가격은 시상식이 진행되는 돌비 시네마 내 좌석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네요.
애프터 파티 티켓값은 1억 3천만원(!)

전세계 영화인들의 축제인 만큼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 뒤에는 다양한 애프터 파티가 개최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있기있는 건 미국의 연예정보 패션 잡지인 ‘배니티 페어’의 ‘오스카 애프터 파티’라고 합니다. 티켓은 2만5천 달러~10만5천 달러, 한화로는 3천만원~1억 3천만원 상당의 가격에 판매된다고 합니다.
억 단위 상당의 선물이 들어 있는 답례품

개인 부문의 25명의 후보자 전원에게는 억 단위 상당의 선물의 포함된 구디 백이 증정되는데요, 올해는 Miage의 스킨케어 제품, Havaianas의 여행용 가방과 플립플랍 샌들, Blush Silk의 실크 베개커버, PETA의 여행용 베개 외에도 다양한 쥬얼리, 영양제, 신발, 의류, 초콜릿, 데킬라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오스카 트로피는 진짜 금으로 만들었을까?

아카데미 시상식의 트로피는 속이 꽉찬 청동에 24K 도금이 되어 있다고 합니다. 크기는 13.5인치(34.29cm) 정도에 무게는 8.5파운드(3.8kg)정도로, 트로피에 붙일 명패는 미리 만들어 두며 모든 후보자의 이름을 새겨 두기 때문에 거의 200개의 명패가 준비되어 있다고 합니다.
수상자들에게 주어지는 상금은 없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수상자들에게 따로 상금을 수여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그해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연기자들은 평균적으로 다음 영화에 출연할 때 20% 정도 인상된 금액의 출연료를 받게 된다고 합니다.
아카데미 시상식도 ‘리허설’을 한다

매년 깜짝 놀라는 재미가 있는 아카데미 시상식이지만, 전날밤에는 시상자, 공연자, 대리 수상자와 사회자를 모두 불러 가짜 수상자 봉투와 복제 트로피 등을 활용해 리허설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더불어 가짜 수상자를 발표할 때는 “오스카 수상자는 [이 리허설에서만] ~ 입니다.”라고 말한다고 해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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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괴지왕이 정신차리고 만든 액션 영화
용서를 하는 데에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누군가 나를 아프게 했으면 아프게 한 상대방에게 분노를 먼저 표출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상대방이 왜 자신을 아프게 했는지를 생각하다 보면 어떤 경우에는 용서를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살면서 누구나 크고 작은 가해자가 될 수 있고, 그런 것들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할 일도 발생한다. 또한 반대로 피해자의 입장에서 상대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용서를 해야 할 위치에 서기도 한다. 긴 삶 속에서 그렇게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은 반복적으로 각자에게 다가온다. 그저 감정이 실린 분노와 복수보다는 상대방을 좀 더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기도 하다.
영화 <앰뷸런스>는 액션 영화 전문 감독 마이클 베이의 신작이다. 이 영화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윌(야히아 압둘 마틴 2세)이 은행 전문 털이범인 형 대니(제이크 질렌할)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갔다가 우연히 은행털이 범죄에 합류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그들은 은행털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건물에 들어온 앰뷸런스를 타게 되는데, 그 차에는 구급대원 캠(에이사 곤잘레스)과 윌의 총에 맞은 경찰이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이 구급차에 타서 병원을 빠져나가면서 추격전이 시작되게 되는데, 특히나 이 차 안의 윌, 대니 그리고 캠 사이에는 긴장구도가 형성된다.
마이클 베이표 액션 영화 <앰뷸런스>
기본적으로 윌은 우연히 은행털이를 하게 되지만 급박한 상황에서 경찰에게 총을 발포하고 만다. 그렇게 그는 가해자가 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은 그가 그렇게 악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앞에서 제시된 정보를 통해 알고 있다. 반면 대니는 은행털이 전문으로 동생 윌을 끔찍이도 아끼지만 그의 불같은 성격으로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 사이에 있는 구급대원 캠은 대니와 윌을 보면서 자신의 살길을 찾으려고 하는데 그는 대니와 윌 사이에서 두 인물을 아주 세밀하게 파악하는 인물이다.
영화 속 대니는 전형적인 범죄 우두머리지만 직접 특정 인물이나 주변 인물에게 총을 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영화 속 모든 범죄를 조정하고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그는 확실히 가해자에 속한다. 하지만 다른 인물인 윌과 캠은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를 오간다. 감독이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빠르게 진행되는 추격 장면 속에서 누군가는 가해자가 되어 총을 쏘고, 다른 누군가는 피해자가 되어 그 총을 맞는다. 그리고 영화가 그 인물들의 복잡함을 해결하는 방법은 큰 고민 없는 용서다. 길게 이어지는 추격전 속에서 그들은 서로의 진짜 모습을 파악하고 이해하면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응어리를 '용서'라는 것으로 풀어낸다. 그래서 이 영화가 제시하고 있는 액션 장면 이외의 요소들은 캐릭터의 구도를 통해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가해와 용서'라는 테마를 제법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앰뷸런스 안에 있는 세 인물의 감정과 상황을 아주 디테일하게 보여주는 영화는 의외로 앰뷸런스 밖에 있는 인물들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다. 수많은 경찰들이 등장하고, FBI 요원이나 은행 강도 전문 인력들을 등장시키지만 그들이 맡은 영화 속 역할은 그저 장애물 정도로 활용될 뿐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추격 장면에도 그들은 앰뷸런스를 막지 못하는데 다르게 보면 그렇게 외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하나같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앰뷸런스 밖에 있었던 인물 중 기억에 남는 인물은 없다.
2시간이 넘은 영화의 러닝타임은 지루할 틈이 없이 이어진다. 이 영화가 긴장감을 유지하는 방식은 현란하고 빠른 카메라 워크와 폭발 장면을 이용해서다. 조금 지루해질 때가 되면 새로운 폭발이나 사건이 생기고 카메라가 빠르게 움직이면서 앰뷸런스의 안과 밖을 다룬다. 앰뷸런스 안을 비추며 숨 고르기를 하고 관객에게 캐릭터의 감정을 전달하는 반면, 앰뷸런스 밖을 비추는 카메라는 액션의 박진감을 전달하려고 애쓴다. 그런 카메라의 수고 덕분에 영화가 끝날 때까지 엄청나게 빠른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지루할 틈 없이 질주하는 2시간
이 영화에 담긴 액션은 과거 마이클 베이의 영화인 <나쁜 녀석들> 시리즈나 <더록>, <아일랜드> 같은 영화에서 선보인 추격 액션을 다시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제작된 이번 <앰뷸런스>는 마이클 베이 감독 특유의 카메라 워크가 돋보이고, 그가 좋아하는 자동차 파괴 장면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그렇게 등장하는 액션 장면은 과거 전작들에 비해서 과하다는 느낌은 줄어들었다. 그래도 파괴적인 느낌을 주긴 하지만 예전 영화들에 비해서는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집중하는 등장인물을 줄이고, 조금은 단순한 이야기 구조 그리고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자동차 추격 장면으로 과거보다는 영리하게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니를 연기한 배우 제이크 질렌할은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고 터져버릴 것 같은 캐릭터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미 그의 전작인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나 <나이트 크롤러>에서 보여준 연기처럼 꽤 믿을 만한 인물이라는 느낌을 주면서도 폭주하면 무서운 에너지를 뿜어내는 인물을 잘 표현하고 있다. 또한 동생 윌을 연기한 배우 야히아 압둘 마틴 2세는 순수하지만 형을 위해서 조금은 바보 같은 일도 벌이는 인물을 잘 보여주고 있다. 캠 역의 배우 에이사 곤잘레스는 전문적인 구급대원 역할로 윌과 대니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인물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 <앰뷸런스>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 영화다. 특히나 이 영화가 보여주는 액션은 과거 90년대나 2000년대 초반에 나왔던 조금은 투박해 보이고 단순한 액션 영화 스타일을 재현하고 있다. 과거의 스타일이 최첨단 카메라 기술을 만나 꽤 긴장감 넘치는 액션 영화를 만들어냈다. 이야기의 구성의 완성도나 캐릭터의 구도에는 아쉬움이 남지만 극장에서 즐길 수 있는 액션 영화로서는 손색없는 영화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앰뷸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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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먹지 않을 정도의, 딱 그 정도의
사실 이 영화, 꽤 오래 전에 보았다. 아무도 내 게으름의 이유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겠지만 현생이9바쁘다는 핑계로 이제야 적는 점 심심한 사과의 말을 전한다. 이 영화를 보게 된 경위는 아주 간단했다. 그저 해가 바뀐 기념으로 영화나 보러 가자는 가족의 권유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굳이 내가 영화관까지 가서 찾아볼 의지가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물론 반응이 나쁘지는 않은 영화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저 요 근래 나는 영화관을 갈 심적, 물리적 여유가 모두 없어 영화관까지 갈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아무런 정보를 찾아보지도 않고, 그저 관람했다. 그 어떤 편견도 없이, 그 어떤 기대도 없이. 그것이 영화 관람에 있어 장점이었을지, 악영향을 미쳤을지는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싶다.
< 재난 영화가 가져가야할 서사는 모두 다 있다. 그게 전부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재난 영화가 할 일을 다 했다는 것이다. 재난 영화란 모름지기 재난이란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안타까움을 유발하면 반은 성공한 서사라고 본다. 그런 지점에서 이 영화는 매 순간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공무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소방관들이 받는 처우들을 보고 있자면 1차적으로 안타깝고, 매번 불과 싸우며 다치고 데이고, 목숨을 담보로 구조작업에 들어가는데, 나라에 지원을 요청하려면 총대를 매야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또 안타깝다. 그런데 이 모든 서사가 예상이 가능하다. 뭐, 재난영화로 이미 장르가 정해진 상황에서 어떻게 더 대단한 서사가 나올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건 영화가 가진 단점이라고 할 수도, 그렇다고 장점이라고 추켜세울 수도 없는 그저 이 영화의 특징 쯤으로 생각하자.
말하자면, 이 영화는 재난 영화가 가져가야할 서사는 빠짐없이 있지만 다 있어서 이 영화는 기타 다른 재난영화와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다. 어쩌면 재난 영화란 서사에 일종의 공식 같은 것이 존재하기에 다른 영화들 중에서 특출나게 대단한 서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지금 머리를 스쳐가는 재난 영화는 '투모로우'인데, 투모로우를 왜 인상깊게 보았을까 생각해보면 폭설이 와 도시가 황폐해진 그 비현실적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봤던 기억과 함께, 주인공이 미션처럼 닥친 위기를 헤쳐나가는 것을 응원하면서 보았던 기억이 났다. 그런데 소방관에서는 그런 경이로운 그림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인물 간의 관계에 주목한다. 주인공인 철웅은 계속 고뇌하긴 하는데, 그 시간이 길어지며 소방관들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겉도는 모습을 보면서 보는 입장에서는 지루함이 유발되었던 것 같다. 영화 속 캐릭터들 중에서 가장 관객과 비슷한 입장이어야 할 철웅에게 공감이 되지 않고, 철웅이 방황하는 시간 동안 오히려 다른 캐릭터들을 이해하게 되어 버려서 보면서도 이게 맞는 건가 한참 생각했었다. 다만, 인물의 관계성에 집중하는 만큼 영화가 진행될 수록 신파스러운 서사가 등장하는데, 그 신파가 비교적 오글거리진 않는다. 재난 영화 상 당연한 수순 아닌가.
이 영화는 딱히 대단한 흠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만큼 대단히 매력적인 서사는 아니다. 너무 많이 접해온 서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방관이라는 공무를 집행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담은 만큼 이 영화에 대단한 오락성을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서 이것이 최선이었던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불을 낸 원흉이었던 경호 캐릭터는 그렇게 모자라보이는 캐릭터로 그릴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화재 참사의 원인이 한 멍청한 모지리 때문에 일어났었다는 사실은 안타까움을 극대화 시키긴 하지만 차라리 방화 이유는 변하지 않을 지언정 그 캐릭터는 조금 멀쩡하되 다만 비열한 캐릭터였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경호 같은 모지리 같은 사람 때문에 그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면 짜증이 나는 것이 표면적 이유이다. 그리고 더 욕심을 부려보자면, 현실 상황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일을 저지르고 심신미약 등의 이유로 도망가는 일을 많이 봐왔으니 굳이 그런 일말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싶은 내 욕심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계속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저 안타까움을 유발하고 싶은 거라면 그저 악역의 비열함만을 보고 싶지, 경호 캐릭터에게 도망갈 당위를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 말이다.
그것 말고는 이 영화는 존재 이유를 달성했고, 딱히 너무 별로인 지점도 없다. 하지만 이 영화를 두 번 이상 관람할 것 같냐고 하면 솔직히 말하면 그건 아니다. 이 영화 관람료가 좋은 일에 쓰인다던데, 그런 좋은 일에 동참하고자 하는 뜻 있는 분들이 한 번쯤 관람하기는 좋으나 N차 관람은 내용의 매력이 넘쳐나야 가능한 일인데, 그런 지점까지 도달했는지는 아직 미지수이기 때문이다.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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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아이캔스피크>
* 이 영화는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간단한 감상을 원하시는 분은 처음 두 단락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그 아래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으시는 분은 영화를 감상하신 후에 다시 보러 와주시기 바랍니다.
간만에 좋은 영화를 봤다.
이 영화는 말하자면 아주 잘 차린 가정식이라는 인상을 준다. 너무 맵거나 짜지도 않고, 적당히 감칠맛이 도는, 거창하지는 않지만 맛있고 자꾸만 생각나는. 그리고 건강하고 배부른 한 끼 식사.
성급한 일반화일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영화를 보고나서 이토록 개운한 기분으로 영화관을 나서 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이 영화는 한국민들에게 아주 중요한 사건을 다루고 있으면서, 그것을 자극적이지도, 신파적이지도 않게 완급을 잘 조절했다. 사건의 진행은 나름의 개연성을 가지고 있고, 인물들 간의 관계도 촘촘한 편이다. 영화 중간 중간에 숨어 있는 위트들은 어떤 사람도 공격의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 그래서 편하다.
아래에서는 영화 전반에 관한 간단한(혹은 두서없는) 감상을 다룰 것이다.
1. 인간적인 원칙주의자들의 만남이 영화의 두 주인공은 철저한 원칙주의자의 양 끝단에 서 있다. 나옥분(나문희 분)은 도깨비 할머니라고 불릴 정도로 구청 직원들과 시장 사람들을 벌벌 떨게 하는 극성스러운 민원인이며, 유민재(이제훈 분)는 그런 옥분을 상대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서류부터 제출하시라'는 말을 하거나, 자신보다 높은 지위의 상대에게 당당하게 그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원칙주의적인 직원이다.
이런 원칙주의자들은 사실 적이 많다. 사람들은 원칙에 벗어나길 좋아하니까. 옥분에게는 시장과 구청 사람들이 그렇고, 민재에게는 그의 하나 뿐인 동생이 그렇다. 그들이 겪는 갈등은 원칙을 지키려는 자와 그것을 피해 가려는 자의 대립에서 피어나게 된다. 카메라는 그들의 이런 모습을 먼저 조명한다.
언뜻 보기에 옥분과 민재, 이 두 사람은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도 보인다. 옥분은 할 일 없어 허구한 날 구청을 찾아와 민원이나 넣는 극성스러운 할매고, 민재는 토익 950점에, 업무처리까지 탁월해 구청장에게까지 인정받는 능력있는 인재다. 그런 민재는 정도도 모르고 구청 직원들을 성가시게 하는 옥분이 못마땅하다. 더군다나 뜬금없이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억척스럽게 달라 붙으니 그녀에 대한 인상이 좋을 리가 없다. 그러나 사실 이런 원칙주의자들은 오히려 합이 잘 맞기 마련이다. 사실 상 두 사람이 추구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닮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원칙주의는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옥분의 원칙주의는 그녀의 인간에 대한 애정과, 불의에 대한 저항감에 기인한다. 무척 깐깐하고 무작스러워 보이지만 사실 그녀는 사람을 너무 좋아한다. 설령 그것이 오지랖이고 그것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욕을 먹을지언정 그녀는 그 뜻을 굽히지 않는다.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불의와 불합리함들이 사람을 어떻게 다치게 하는지를 그녀는 이미 겪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억척스러움이, 마냥 밉게만 보이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러한 그녀의 사정에 있다. 그녀의 결핍, 그러니까 가정의 부재와 아픈 과거로 인한 상처는 도리어 그녀를 강하게 만들었다.
민재의 원칙주의는 다소 엘리트주의적으로 보인다. 옥분이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할 때 일부러 어려운 단어들을 숙제로 내주고 외워오라고 하거나, 건물 재건축(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과 관련된 일로 구청장에게 편법을 제안하는 것은 얄밉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모습은, 타고난 본성일 수도 있겠지만, 어린 동생을 홀로 부양해야 하는 그의 사정과도 크게 떨어져 있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부모님이 부재한 상황에서 그는 좀 더 단단해지고, 좀 더 능청스럽게 그의 삶을 살아나가야 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옥분의 등장은 그를 난감하게 한다.
결국 두 사람의 원칙주의는 그 성질이 다소 달라보이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인간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한다. 두 사람은 인간적이다. 이러한 원칙주의와 인간미는 두 사람을 단단하게 만들게 하면서, 동시에 서로에게서 닮은 점을 찾고,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이는 관객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두 주인공들의 만남을 애정 어린 눈으로 감상할 수 있게 돕는다.
2. 나는 말하고 싶다!
민재와 옥분의 기나긴 실랑이는 민재가 그녀의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서 끝이 난다. 민재는 온갖 재치있는 교수법을 동원해 그녀를 효과적으로 가르치고, 열정적인 학생인 옥분은 그를 통해 아주 유창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훌륭한 한 사람의 영어 화자로 거듭난다.
이러한 모습은 언뜻 많은 영화에서 그려온 멘토와 멘티의 이야기들을 떠올리게 한다. 재능은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못한 제자가 좋은 스승을 만나서 그의 꿈을 이룬다는 플롯은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말하자면 전형적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좀 더 특별한 것은, 단순히 영어를 능란하게 구사하는 것이 옥분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영어는 말하자면 수단이다. 그녀에게는 많은 동기가 있다. 영어를 할 수 있어야 먼 타지에서 떨어져 사는 그녀의 남동생과 소통할 수 있고, 세계에 그녀와 그녀의 벗들이 겪었던 억울한 사연을 알릴 수도 있다. 그렇기에 그녀는 더 절실했고, 더 열정적이다. 민재가 한 일은, 그런 그녀를 살짝 보조(Nudge)해준 것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재는 아주 좋은 교사다. 그는 학습자의 수준에 맞춰 그녀에게 필요한 것을 적절하게 파악해 가르쳐주는 방법을 알고 있다. 노래를 통해 가사를 외우는 것은 꽤 구시대적인 교수학습법의 일종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효과적이다. 그의 이런 모습은 옥분이 먼저 찾았던 학원 강사의 모습과 대비된다. 그러나 강사의 사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 반에는 너무 많은 학생이 있었고, 따라서 학생 개인에게 관심을 두기에는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바람직한 방법은 학원에서 그녀를 위한 특별반을 마련해주는 것일 텐데, 학원의 입장에서는 그것은 수지가 맞지 않는 일이므로 그다지 끌리는 조건이 아니다. 그러므로 영어 과외를 하는 것이 그녀에게는 최적의 환경인 셈이다. 사실 전문 과외 선생도 아닌 민재를 영어 과외 선생으로 들인다는 것 자체가 좀 넌센스이기는 하지만 영화적인 장치로 이해해 보자.
사족 같이 덧붙이자면, 사실 그녀는 이미 상당한 영어 실력의 소유자다. 그녀는 영어학원에서 민재와 원어민 화자가 대화하는 것을 얼추 이해할만큼 능력이 좋다. 영어를 차치하더라도, 그녀는 각종 민원을 꼼꼼하게 지적해 제출할 정도로 법에 대해서도 잘 아는 편이다. 그녀는 단순히 노력만 열심히 하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아주 영민하고 또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그녀는 그녀의 잘못을 잘 시인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줄 안다. 이는 좋은 학습자의 자세이며, 그녀가 끊임 없이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임을 시사해준다.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그녀가 만약 그녀의 아픈 과거가 아니었더라면, 어쩌면 더 많은 것을 꿈꿀 수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것이 너무나 가슴아팠다. 그러나 현실의 그녀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충분히 멋있기 때문에, 너무 아파하지만은 않을 수 있었다.
3. 사건이 아닌, 인간 나옥분
이 영화에서 특히 높이 평가하는 것 중 하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그녀를 단순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사건'의 대상이 아닌, 그러한 아픈 과거를 지닌 한 사람의 인간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그녀는 누군가의 어머니도, 아내도 아니다.
물론 이는 그녀의 아픈 관거에 기인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점은 오히려 그녀를 누군가의 보조자가 아닌, 그녀의 삶의 당당한 주체로서 바라보게끔 한다. 그녀는 매일 같이 구청을 찾아 또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한 사람의 영웅이자, 정심과 진주댁에게는 소중한 벗이, 그리고 민재와 그의 동생에게는 의지를 하면서도 또 의지가 되는 사랑스러운 이웃이자, 새로운 가족이 되어 준다. 비록 그녀는 일제에 의해 그녀의 삶의 일부를 강제로 빼앗긴 적이 있었지만, 그래서 남들은 다하는 시집도 가지 못하고 속을 앓으며, 죄인처럼 스스로를 숨기면서 살아가야 했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그녀의 의지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을 해 나가며 살아간다.
영화의 카메라는 그녀의 이러한 모습을 조심스럽게 쫒아간다. 관객은 우선 한 사람의 인간인 나옥분을 조명하고, 그녀의 삶을 하나씩 나열해 나간다. 그리고 그것을 천천히, 강압적이지 않게, 개연성있게 그녀가 가지고 있는 아픔으로 끌고 간다. 그리고 그러한 아픔을 무대의 전면으로 내보내면서 소위 '위안 부 피해자'의 문제가 단순히 우리와 동 떨어진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가장 내밀한 이웃에게 벌어지는 일일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이 겪는 아픔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3. 우리에게는 우리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이웃들이 있다.
옥분이 스스로가 위안부 피해자임을 신문을 통해 알렸을 때, 그녀의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그녀를 쉬쉬하고 그녀의 아픈 과거를 덮으려고만 했던 그녀의 어머니와 그 시대의 옛날 사람들과는 다르게, 사람들은 좀 뻣뻣하고 어색하지만 그럼에도 애정어린 방식으로 그녀의 아픔에 함께 고통스러워하고, 그녀를 돕고자 애쓴다. 그녀를 끌어 안는 진주댁과 민재의 모습, 그리고 몰래 문틈에 돈봉투와 편지를 끼워 넣고선 먼 발치에서 허리 굽혀 이사하는 족발집 처녀, 그리고 증언을 위해 미국으로 가는 그녀에게 이것저것 많은 선물을 챙겨주는 다른 시장 주민들이 그러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이웃들의 모습은 그녀가 위안부 증언대에 서지 못할 위기에 처했을 때 다시금 나타난다. 민재를 중심으로 하여 구청 직원들과 주민들로부터 시작된 탄원서는 국민적인 관심을 이끌어 그녀가 그녀의 말을 할 수 있게끔 돕는다. 이러한 전개는 영화 '마션'에서 보았던 것과 또 조금 다른, 한국적인 인간미가 우리 속에 살아 숨쉬고 있는 것 같은 기분 좋은 쾌감을 안겨준다.
인생은 때론 고달프고, 때론 원망스러울 정도로 야박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 안에는 남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를 돕고자 하는 인간애가 있다. 이 영화는 그런 것을 조명한다. 다소 식상한 전개임에도 이것이 싫지 않은 이유다.
4. 사이다 썰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해피엔딩
결국 옥분은 친구인 정심의 소원을 위해, 그리고 그녀가 그녀 자신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 미국으로 가 위안부 피해자 사건이 실존함을 세계에 알린다. 그녀의 증언은 충격적이면서 감동적이다. 그녀는 일본군에게 무조건적인 분노를 표출하지 않고, 조목조목, 그녀의 억울함을 논리적으로 토로한다. 그녀가 한 사람의 증언자로 나섬으로써, 그녀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원칙주의적 면모의 사연을 이해하게 되고, 그녀는 그녀 스스로에게 떳떳한 사람으로서 거듭난다. 그리고 그녀의 아픔으로만 남았던 사건은 세상에 공식적인 범죄로서 공표된다.
건물 상가를 철거하려던 건물주와 시장 주민들(사실 주민'들'이라고 말하기는 좀 어렵다. 나서서 해결하고자 했던 인물은 여태 옥분 하나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녀만이 유일한 민원인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영화 표면상에 나타난 것은 그렇다.)의 갈등은 민재의 중재를 통해 잠정적으로 중단된 것처럼 보인다.
엄밀히 말하면, 이건 시원스러운 '사이다 썰'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일본은 아직까지도 그들의 선조들이 벌인 만행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이러한 까닭에 이 이야기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의 것으로 머문다. 또, 건물 철거 건도 사실은 해결된 것이 아니다. 영화는 건물주가 그의 고집을 철회하겠다 하는 장면 같은 것은 집어 넣지 않았다. 다만 유예될 뿐이다.
이렇듯 영화를 이끌어 가던 두 가지 큰 사건은 사실 상 명확하게 끝맺음 지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화장실을 갔다가 볼 일을 시원스레 마무리하지 못한 듯한 찝찝함은 남아 있지 않다. 왜일까? 그것은 옥분과 민재라는 인물이 이러한 사건들을 언젠가는, 조금씩, 설령 그것이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더라도 그러한 불의를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기 때문이다. 그만큼 믿음직스럽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사실, 이 두 가지 큰 사건을 제외한다면, 이 영화의 자잘한 사건들은 꽤 순조롭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옥분과 구청 직원들, 시장 사람들과의 갈등, 그리고 민재와 민재 동생의 갈등은 사그러들었고, 옥분은 또 다른 증언을 준비하고 있으며, 민재는 준비 중이던 7급 공무원이 된다. 희망적이다.
5. 좋은 배우들, 좋은 연출. 삼시 세끼 먹어도 좋은 영화이제훈과 나문희의 조합, 정말 좋다. 나문희는 우리네 삶 속에서 일상적으로 만나는 할머니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냈고, 이제훈은 그런 그녀의 훌륭한 보조자이자, 그 개인의 이야기에서는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고, 뉘우치고, 그리고 개선해나갈 줄 아는 입체적인 인물로 잘 소화해냈다.
연출에 대해서는 이미 많이 언급했으므로 더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다. 눈물짓게 되는 장면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는 불쾌하지 않다.(불쾌한 신파의 한 예로, '7번방의 선물'은 너무나 고통스럽게 관객의 눈물을 쥐어 짠다.) 억울해서 마지못해 짜내는 종류의 눈물이 아니다. 그것은 순수하게 그녀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민, 그리고 감동에서 우러나오는 눈물이다. 좋은 눈물이다. 필자는 영화관에서 우는 것을 사실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영화라면, 충분히 울 가치가 있다.
이 영화는 여러 사건을 차근차근 놓아서 하나의 큰 사건으로 끌고 가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 과정은 지루하지 않다. 뒷 이야기가 자꾸만 궁금해진다. 뻔하지만 뻔하지 않다. 물론 옥분과 민재의 만남을 위한 장치들(가령 민재의 동생과 영어 학원에서의 만남)나, 옥분을 둘러싼 사건들이 희망적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다소 인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이 정도는 애정어린 시선으로 봐줄만 하다. 중간 중간에 담긴 위트는 재치있다. 재미있는 영화가 되기 위해서 차별과 혐오를 담아야 한다는 것은 괴변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 영화는 몸소 증명해준다. 그것이 없어도 충분히 영화는 재미있을 수 있다. 만약 건강한 영화의 교과서가 필요하다면, 나는 자신 있게 이 영화를 추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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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의 뿌리는 여성을 휘감아 자라나고,
인도보리수는 독특한 일생을 보낸다.
새똥에 들어 있는 씨앗이 다른 나무에 떨어지고, 공중에 뿌리가 솟아나와 바닥까지 자라난다.
숙주였던 나무는 가지로 휘감아 죽이고 이 신성한 나무는 홀로 선다.
<신성한 나무의 씨앗> 오프닝 中
<신성한 나무의 씨앗> 메인 포스터는 굉장히 특이하다. 영화 타이틀이 인물을 강조하는 프레임을 넘어 다른 텍스트의 자리까지 침범하고 있다. 히잡을 쓴 여성의 눈을 가린 안대는 배경과 동일한 색깔을 띠며 마치 한 몸인 것처럼 동화되어 있다. 경직되어 있는 듯한 여성은 채도가 높은 배경과 대조되는 회색빛 무채색으로 온통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을 둘러싼 것들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신성한 나무, 인도보리수
위에서 아래로 하강하는 총알의 모습으로 영화 오프닝이 시작된다. 손에서 책상으로 흩뿌려지는 총알들은 마치 씨앗의 모습과도 같다. 무력을 상징하는 총알은 대상 모를 개개인의 믿음을 낳는다. 그 직후 어두운 복도에서 충성을 맹세하는 이만의 모습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이 영화의 극이 어떻게 진행될지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승진을 약속 받은 이만은 동시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명목의 총을 하사받고, 이는 더 높은 지위와 커다란 권력은 무력을 동반하기 마련임을 드러낸다. 공과 사가 명확하게 분리되어 평화가 지켜져야 할 가정 내에 총이 들어옴으로써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가족 사이에 벌어질 것임을 암시하며 관객의 불안감이 커지기 시작한다.
인도보리수는 인간에게 발견되어 학명을 지니게 된 나무, 그런 단순한 생물의 개념을 넘어 ‘신’이 깨달음을 얻은 나무이자 인도 문화와 종교 내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하나의 표상으로 인식된다는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름 모를 나무는 자신으로부터 자라난 가지에게 죽임 당하고 삼켜지면서 '인도보리수'의 존재가 완성된다. 그 결과물은 보기만 해도 탐스러운 열매이다. 누구에게나 찬양 받는 신성함, 올곧음, 강직함을 맛본다.
그들의 종교란 그렇다. 여성을 짓밟고 무참히 자라난, 무결하고 고결한 신성을 만끽한다. 신은 말했다. 늘 약자를 보듬어야 하고 서로 사랑하며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고 타이른다. 하지만 인간은 나약하기 짝이 없다. 이해관계에 얽혀 본인이 스스로 만든 신념에 갇혀 살아간다. 누군가는 본인을 희생해가며 상대방을 위하지만 누군가는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며 욕망을 채우고 만다. 그러나, 적어도 여성들은 각자의 뚜렷한 입장 속에서 옳고 그름을 아우르는 상식선을 지키며 돕고 도움을 받는다. 가족의 기둥인 엄마이자 현실에 안주하며 다른 이를 쉽게 비난하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이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고 비합리적인 현실에 눈을 뜨는 복합적인 캐릭터, '나즈메'를 신과 같은 모습으로 연출하는 장면이 극중 딱 두 번 나온다. 두 장면은 첫 번째로 발발된 갈등 상황에서 비슷한 타이밍에 나오는데, 아주 대조적으로 드러난다.
나즈메는 딸 '레즈반'의 친구 '사다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국가의 통치에 반발하는 폭동 세력으로 인식하고 딸에게 가까워지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이는 그저 나즈메 스스로 만든 불안감에서 비롯된 상황에 갇혀 자신의 손 안에 있다고 생각하는 딸 레즈반까지 컨트롤하는 것 뿐이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판단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그러나 교정을 걷고 있던 사다프가 우연히 시위대에 휩쓸리는 바람에 큰 부상을 입고 급하게 레즈반의 집에 온다. 나즈메는 사다프의 모습을 확인하고 별 말 없이 그의 눈에 박힌 산탄총 탄환을 아주 조심스럽게 뺀다. 이 장면은 매우 성스럽게 연출되었고, 거의 직후에 동일한 사운드와 연출이 나즈메가 이만의 면도를 해주는 장면에도 나온다. 하지만 나즈메는 피에 물든 탄환을 물에 흘려 보내고 신경질적으로 손을 닦는다. 남성의 폭력에 의해 여성에게 박힌 탄환들은 외면하고, 오로지 본인이 창조한 스트레스만 받으며 맘편히 자라난 남성은 여성 손에 의해 조심히 다뤄지고 깔끔하게 마감되고 있기에 국가적 문제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후반부에 둘째 딸 '사나'가 아빠 '이만'을 밖으로 유인하기 위해 스피커로 가장 좋았던 시절의 가족들 목소리를 들려주는 장면에서 이만은 분노에 휩싸여 스스로 그 스피커들을 망가뜨린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잔상까지 자신의 손으로 없애버린 것이다. 어리석은 감정에 휩싸여 그가 직접 궁지로 몰아 넣었던 아내와 딸들이 살아 돌아오고, 자신이 그렇게도 끔찍하게 아꼈던 총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다. 흙에서 나온 손, 그리고 옆에 남겨진 총. 폭력을 양분삼아 여성을 희생하며 자라났던 나무의 최후였다.
*여성, 삶, 자유!
영화에서 보통 가로 화면과 세로 화면은 철저히 분리되어 있기 마련인데, <신성한 나무의 씨앗>에서는 가로로 진행되는 스토리의 주춧돌로서 세로 화면이 활용된다. 이례적으로 두 가지의 구도가 동일한 목적을 위해 사용된 것이다. 더 나아가, 세로 화면으로 드러나는 상황들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편집 덕분에 관객의 의식이 자연스럽게 전환된다. 세로 화면은 다큐멘터리에서 주로 활용되는 자료화면 그 자체이기에, 사실전달이 주 역할임은 변하지 않으나 극에서 결코 동떨어져 있지 않은 위치를 유지하는 독특한 연출 방식이 돋보인다. '사나'는 그러한 세로 화면을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극중 스토리에 녹여내는 주요 인물이다.
(왼쪽부터) 나즈메, 레즈반, 사나
중후반부의 극을 극도의 긴장 상태에 몰아넣은 '총'의 행방. 나는 오히려 사나가 총을 가지고 있어서 속이 시원했다. 마지막 장면에 나오듯 사나는 엄마아빠가 바라보는 어린아이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항상 인스타그램 릴스를 확인하고, 언니인 레즈반에게 DM을 보내고, 헤드셋을 끼고 노래를 듣는 등 바깥세상과 단절되어 있는 모습이 강조되며 어린이 취급을 받지만 모든 것을 보고 듣고 있었다. 아빠는 옳지 않고 모든 걸 맘대로 하고 엄마는 항상 져준다. 설령 사나에게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물리적인 폭행을 가하지 않았더라도, 간접적인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영향을 끝도 없이 받고 성장해왔으리라 예상된다. 가족간에 존재했던 그 모든 문제의 무게감을 오롯이 받아내다가, 히잡 시위를 이끌어낸 여성들처럼 타파하려고 일어선 것이다.
신념을 지키기 위해 외압을 두려워 하지 않고 행동한 사람들을 결국 죽음으로 몰아넣는 이만. 개인정보가 만천하에 드러나서 두려워하는 그의 옆에 우연히 정차한 운전자는 히잡을 안 쓴 여성의 모습이 보인다. 지극히 평범한 현대 여성의 모습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굉장히 임팩트 있는 균열을 만드는 역할로서 활용된다. 이만은 순간적으로 화가 나 창문을 열지만 결국 아무것도 못한다. 악은 선을 마주하면 두려워하고 움츠러든다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던 거 같다. 가장 차분하지만 극적인 연출, 그야말로 영화다운 연출이었다고 생각한다.
*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극영화의 도구를 잘 빌려온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바라보는 국가 체제의 문제점을 가정 스릴러의 소재를 빌려 굉장히 효과적으로 담아냈다. 잘못에 저항하면 처벌 받는다는 영화 이후의 결과를 알고 있기에 엄격한 기준으로 선별한 배우들과 대부분이 실내인 제한된 장소에서 촬영하는 상황 속에서도 이렇게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정신력과 사명감에 존경을 표한다. 극에서는 주요 사건의 스토리텔링에 집중하기 위해 히잡 시위에 대한 결과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실제 히잡 시위는 여성들에게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다만, 히잡에 대한 선택권과 자유도가 확연히 늘어났으나 아직까지도 국가적으로 시행되는 여성 복장규정과 처벌은 굳건하다고 한다. 감독과 배우의 용기라는 씨앗으로 말미암아, 이란에 자유의 나무가 자라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보낸다.
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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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물 영화 모음.zip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혹시 추리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 계신가요?!
영화를 보면서 추리 게임도 동시에 할 수 있는 추리물 영화!
영화에 몰입하여 범인이 누군지 예상하고,
맞췄을 때는 희열감을 느끼고 못 맞췄을 때는 경탄하는 매력이 있는 장르죠.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추리물 영화 모음집!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용의자 X의 헌신
Devotion of suspect X, 2008
ⓒ 네이버 영화
synopsis
어느 날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남자의 시신이 발견된다. 사망자가 판명되자 전처인 야스코가 용의자로 지목되고,
그녀의 치밀한 알리바이에 형사 우츠미는 물리학자 유카와 교수에게 도움을 청한다.
cine pick!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4주 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 370만 관객을 동원했다.
탄탄한 스토리와 긴장감 넘치는 영화!
셔터 아일랜드
Shutter Island, 2010
ⓒ 네이버 영화
synopsis
탈출이 불가능한 섬 셔터 아일랜드의 정신병원에서 환자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연방 보안관 테디는 동료 척과 섬으로 향하지만 수사에 진전이 없고, 게다가 폭풍까지 불어닥쳐 두 사람은 섬에 갇히고 만다.
cine pick!
수많은 복선과 함께 촘촘한 구성과 디테일이 돋보이며
독특한 미장센과 긴장감 가득한 OST가 영화의 매력을 한층 배가시켰다.
인비저블 게스트
The Invisible Guest, 2016
ⓒ 네이버 영화
synopsis
호텔 방에서 눈을 뜬 남자 옆에는 연인이 싸늘하게 식어 있었고,
범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단, 3시간 안에 사건을 재구성해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
cine pick!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치고 볼 수 없는 영화!
반전의 반전의 반전을 보여줄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2017
ⓒ 네이버 영화
synopsis
폭설로 열차가 멈춰선 밤, 승객 한 명이 잔인하게 살해 당한다.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진 13명의 용의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추리를 시작한다.
cine pick!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화려한 출연진과 화려한 미술이 돋보이며, 일반 추리물 영화와 달리 철학적인 부분이
조금 더 돋보이는 영화이다.
비뚤어진 집
Crooked House, 2017
ⓒ 네이버 영화
synopsis
대부호 애리스티드 레오니디스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손녀 소피아는 탐정 찰스에게 사건을 의뢰하였고, 모든 가족 구성원에게서 살인 동기를 발견한 찰스.
그리고 곧 저택에서 두 번째 살인이 일어난다.
cine pick!
디테일한 미장센과 영화에 대한 몰입감을 높였으며
12명의 명품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서치
Searching, 2018
ⓒ 네이버 영화
synopsis
딸 마고에게 걸려온 부재중 전화 3통. 아빠 데이빗은 그 후 연락이 닿지 않는 마고가 실종 됐음을 알게된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지만 단서는 나오지 않던 중, 데이빗은 마고의 노트북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다.
cine pick!
촬영은 13일, 편집은 2년이 걸린 영화 <서치>.
컴퓨터 화면으로만 진행되는 독특한 진행 방식으로 새로운 추적 스릴러 영화를 탄생시켰다.
나이브스 아웃
Knives Out, 2019
ⓒ 네이버 영화
synopsis
세계적인 미스터리 소설 작가 할런이 85세 생일날 숨진 채 발견된다.
그의 죽음에 탐정 블랑은 죽음의 원인을 파헤치기 위해 파견되고,
할런의 가족들 모두가 용의선상에 오른다.
cine pick!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9%를 달성하였고,
제작비의 7배 이상인 3억 달러를 넘기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이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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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란의 칼춤 속 보이는 작금의 현실
혼란의 시대! 말 그대로 <전, 란>은 혼란스럽다. 7년 동안 이어진 임진왜란이 아닌 그 이후를 본격적으로 다룬 이야기에는 전쟁보다 더 어지럽고 혼탁한 세상이 그려진다. 그래서일까. 왜란이 벌어진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놓인 조선의 현실을 마주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낯설지 않다. 지금과도 별반 차이 없는 암울한 사회상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 시절, 조선에서 벌어진 혼란의 칼춤으로 소환된 작금의 현실은 무엇일까?
양민이었지만 빛 때문에 노비가 된 천영(강동원)은 콧대 높은 무신 집안의 종으로 들어간다. 그가 하는 일은 그 집 귀하디 귀한 아들 종려(박정민)가 검을 잘못 다를 때마다 대신 맞는 것. 너무 많이 맞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 천영은 어떻게든 살기 위해 밤마다 종려를 불러 검술을 연습한다. 이후, 천영은 회초리의 위협에서 벗어나 종려의 검술 스파링 상대가 된다. 시간은 흘러, 매번 무과 시험에 낙방하는 종려를 대신해 천영은 무과 시험에 합격하면 면천(免賤, 천민의 신분은 면하고 평민이 됨)을 해주겠다는 약조를 받고, 당당히 장원급제를 한다. 하지만 종려 아비는 면천 대신 천영을 죽이려 한다. 오해의 또아리를 풀지 못한 채 시간은 흐르고 이들은 임진왜란을 맞는다.
<전, 란>은 시작부터 “조선시대 양민과 천민은 친구가 될 수 있는가?”란 물음을 던진다. 이 질문의 무게감을 더하듯 영화는 신분과 계급을 떠나 누구든 평등하다는 의미의 ‘대동(大同) 사회’를 꿈꿨던 정여립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대동의 의미는 곧 왕권을 향한 반란으로 해석한 선조(차승원)는 정여립의 목을 광화문 시장에 전시하고, 공포감을 조성한다. 그리고 그곳에 추노에게 붙잡힌 천영이 등장한다.
영화는 초반부터 철저한 계급사회가 존재했던 조선 시대에서 양반과 천민의 우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못 박는 듯하다. 천영과 종려는 어렸을 때부터 쌓아온 유대감을 통해 한 때 동무를 꿈꿨던 이들이긴 하지만 왜란을 겪고, 오해와 불신을 거듭한 이들에게 남은 건 분노와 후회가 점철된 칼부림뿐. 계급과 처한 위치에 따른 둘의 대립은 조정과 의병들의 싸움으로 번진다. 이는 생각과 이념이 다른 이들의 싸움처럼 보이고, 결은 다르지만 지금도 이곳 저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과도 흡사해보인다. 청과 적의 싸움 등 입는 옷 색깔, 손에 쥔 환도의 모양만 봐도 영화의 제목처럼 이들이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인지 잘 알 수 있다.
앞서 소개했듯이 <전, 란>의 주요 이야기는 왜란 이후의 이야기다. 선조를 위시한 기존 세력은 무너진 왕권과 사회를 정립해 나가려하고, 천영을 대표로 한 새로운 세력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투쟁한다. 마치 보수와 진보의 싸움과도 같아 보인다.
극 중 왜장 겐신(정성일)이 등장하지만, 영화 속 주적은 배가 고파 시체를 먹는 민중들은 거들떠보지 않고, 의병 활동으로 왜놈들을 물리친 이들에게 공을 인정하기지도 않은 채 무너진 경복궁(왕권) 재건에만 힘쓰는 선조다. 이 왕은 최악의 지도자다. 한 나라의 임금으로서 궁을 버리고 도망가는 건 물론, 피난길에 부실한 음식 투정을 하고, 살기 위해 나룻배에 매달린 백성을 처참히 죽이라 명하는 등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편의 블랙코미디처럼 희화화 하는 선조의 모습은 백성을 일개 종으로 생각하는 인물로 보인다. 이는 누가 지도자를 맡느냐에 따라 변모하는 왕권사회의 헛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부분. 여기에 한 술 더 떠 자신이 가진 권력을 어떻게든 지속하기 위해 친일파를 떠올리게 하는 인물의 등장과 백성들의 고혈을 빼먹는 이들의 행동은 울분과 침통함을 곱절 느끼게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영화는 천영의 성장 서사를 굳건히 다진다. 이는 이름을 통해 드러난다. 자신의 이름에 뜻이 없었던 천영은 종려를 통해 ‘따를 천’, ‘그림자 영’을 받는다. 이후 의병장 자령(진선규)은 ‘하늘 천’, ‘빛날 영’이란 이름을 받는다. 아무 의미 없었던 평민이 세상과의 대립과 싸움을 거쳐 비로소 자신의 진정한 이름을 얻는 과정은 양민도, 노비도, 창의검신도 아닌 본인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한다. 이후 함께 의병 활동을 했던 범동(김신록)의 이름을 따서 그 의미를 부여하는 위치까지 이른다.
다만, 흥미롭게 진행되는 역사적 이야기에 비해 극 중 인물들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주요 인물은 천영과 종려는 역사라는 무게감에 짓눌렸는지 다소 평면적인 캐릭터로 그려진다. 머리로는 울분과 비통함을 알겠으나, 마음까지는 설득되지 못한다. 차승원, 김신록의 연기는 돋보였지만, 이 또한 마음을 이끌어내는 데는 다소 약하다. 대신 알고 있었지만 영상화된 좌절의 역사를 보는 것 자체는 그 의미가 깊다. 극화된 부분임에도 고난의 연속이었던 민중의 삶을 두 눈으로 담을 수 있는 계기는 영화의 큰 의의다. 수위가 높음에도 학생들에게 널리 보여주고 싶은데 특히 마지막 선조가 열라하는 궤짝 장면은 시청각교재로 꼭 쓰고 싶다.
아쉬움을 달래듯, 영화의 가진 주제의 무게감을 덜어내듯 화려한 검술 액션 눈길을 사로잡는다. <군도: 민란의 시대>만 봐도 강동원이 검을 들면 엑션이 산다는 건 당연지사. 이번에도 그의 검술 액션은 멋진 감상 포인트다. 박정민과 정성일의 검술 액션도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마지막 해무가 가득한 해변에서 이들이 검술 대결은 그 자체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전, 란>은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 본디 영화제의 개막작이라고 한다면 그 시대를 반영하는 주제를 갖고 있거나 영화제가 지향하는 주제가 담겨 있기 마련.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OTT 오리지널 영화로서 첫 개막작 선정이라는 의미로 그치지 않는다. 보면 안다. 왜 영화제가 이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정했는지를 말이다. 멋진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 역사를 통한 정치, 사회적 이슈를 활용했는지, 아니면 그 반대였는지는 보는 이들에게 갈리겠지만, 이 영화를 통해 작금의 현실을 떠올리는 건 모두다 마찬가지일 터. 미국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는 이렇게 말했다. “역사를 기억하지 못한 자, 그 역사를 다시 살게 될 것이다.”사진제공: 넷플릭스
평점: 3.0 / 5.0
한줄평: 혼란의 칼춤 속 보이는 작금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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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충' 촬영장소는 실제로 어떤 모습일까? 서울 로케이션 답사영상
? 기생충 촬영지 (로케이션) 답사영상
음... 어르신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카데미의 기운을 받으러 갔습니다!!- 로케이션ㅣ주소
1. 자하문 터널ㅣ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219
2. 돼지 쌀 슈퍼ㅣ서울 마포구 손기정로 32
3. 기택 동네 계단ㅣ서울 마포구 손기정로 6길
4. 기사식당ㅣ서울 마포구 희우정로 72
5. 스카이 피자ㅣ서울 동작구 노량진로 6길 86
6. 올가홀푸드 방이점ㅣ서울 송파구 양재로 71길4
7. 박사장 집ㅣ서울 성북구 선잠로 8길"이 영화는 악인이 없으면서도 비극이고, 광대가 없는데도 희극이다."
- 봉준호, 텐아시아 인터뷰, 2019.05.31.- 기생충의 의의
한국 영화사 최초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두 번째 영국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각본상 수상작, 비영어 영화 최초 SAG 미국 배우조합상 앙상블상, 그리고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영화상 수상작- 스태프
감독: 봉준호
각본: 봉준호, 한진원
윤색: 김대환
원작: 봉준호
제작투자: 이미경, 허민회
제작: 곽신애, 문양권
프로듀서: 장영환
조감독: 김성식
출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 박명훈 외
촬영: 홍경표
미술: 이하준
음악: 정재일
음향: 최태영
편집: 양진모
장르: 드라마, 블랙코미디, 스릴러
제작 기간: 2018년 5월 18일 ~ 2018년 9월 19일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기생충촬영지 #봉준호수상소감 #봉준호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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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특송> 메인 예고편
예상치 못한 배송사고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
어쩌다 맡게 된 발송 불가 수하물에 출처를 알 수 없는 300억까지!
경찰과 국정원의 타겟이 되어 도심 한복판 모든 것을 건 추격전을 벌이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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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사흘> 1차 예고편
2024년 대미를 장식할 역대급 오컬트 호러 영화가 나왔다! 박신양X이민기X이레의 색다른 연기 변신! [사흘] 1차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