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3-06 16:09:35
3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3월 3일 ~ 3월 5일
안녕하세요! 영화/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지난 주말은 날씨가 너무 좋았죠! 낮에는 완연한 봄날씨였는데요, 이번 주도 날이 따뜻하다고 하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아직 바람이 차니 외투를 단단히 챙기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지난 주말 동안 치열한 공방전이 있었던 박스오피스 분석 결과를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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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3월 첫 주 극장을 찾은 관람객 수는 총 212만 2천 명, 그중 주말 관람객 수는 104만 3천 명으로 지난주보다 34% 증가한 수치를 보였습니다. 박스오피스 1위는 영화 <악인전>을 성공적으로 연출한 이원태 감독의 신작 <대외비>에게 돌아갔는데요,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호평과 달리 영화에 대한 전체적 평이 아쉬운 가운데 좌석 판매율은 12%를 기록했습니다. 2위의 경우 기존의 애니메이션을 극장판으로 재구성한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에게 돌아갔으며 누적 관객 384만 3천 명을 기록해 역대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작 순위를 다시 쓴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했습니다. 뒤를 이어 가수 임영웅의 콘서트 실황을 담은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이 4위를, 지난 주말 1위를 차지했던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가 네 계단 내려온 5위를 기록했습니다. 개봉 2주 차인 <서치2>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며 6위에 머물렀고, 차태현과 유연석이 주연을 맡아 여러 마리의 개들과의 동행을 그린 힐링 로드무비 <멍뭉이>는 7위로 데뷔했습니다. 아래에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이어나가 볼게요 :)
1. <대외비>(NEW)

한국 영화 <대외비>가 주말 관객 25만 7천여 명을 동원하며 근소한 차이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외화의 강세 속에서 1위라는 칭찬할 만한 성적이지만, 2위를 차지한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와의 관객 수가 2만 명 남짓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 힘겨운 싸움이었습니다.
앞서 <대외비>는 개봉 첫날이었던 지난 1일 18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며 출발했으나 뒤따라 개봉한 <귀멸의 칼날>에게 곧바로 밀리며 목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틀 연속 2위에 머물렀습니다. 이어지는 주말 동안 간신히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에 서는 데 성공했으나 현재 예매 관객 순위가 6위로 떨어진 상황, 오는 8일 개봉하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 할리우드 스릴러 <똑똑똑>, 기개봉작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보다 낮은 순위입니다. 어렵게 손에 얻은 박스오피스 1위지만, 돌아오는 주말 <대외비>의 극장 성적을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2.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NEW)

이번 편에서 탄지로, 젠이츠, 이노스케, 그리고 음주 우즈이 텐겐이 혈귀 규타로, 다키 남매와 벌이는 전투를 담은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가 주말 23만 5천여 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습니다. 좌석판매율은 무려 46.9%로 충성 팬덤의 위력을 입증했는데요, 해당 작품은 극장판 <귀멸의 칼날> 중 7번째 작품으로, 앞서 2021년 개봉했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 편>은 코로나 사태 와중에도 218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3. <더 퍼스트 슬램덩크>(⬇︎1)

지난 1월 4일 개봉해 무려 두 달간 국내 박스오피스를 점령하며 장기 흥행 중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주말 관객 수 11만 4806명을 기록하며 3위에 올랐습니다. 누적 관객 수는 384만 3529명으로, 6년 동안 역대 국내개봉 일본영화 흥행 1순위를 차지하고 있었던 <너의 이름은>의 누적 관객 380만 명의 성적을 제친 기록입니다. 이로써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국내에서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되었는데요, 그간 어느 작품도 도달하지 못했던 400만의 고지를 찍고 그 이상의 신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한편, 슬램덩크에게 역대 흥행 순위 1위의 자리를 빼앗긴 <너의 이름은>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을 통해 이번 주말 다시 한국 관객들을 만날 예정에 있습니다.
이렇게 3위까지의 순위를 확인해 봤는데요, 그럼 씨네픽의 이번 주 142회 예측 이벤트였던 3월 1주 차 박스오피스 예측 이벤트의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한 주 동안에도 많은 씨네픽 유저분들이 박스오피스 순위를 예측해 주셨습니다! 전체 참가자 중 <대외비>의 박스오피스 순위 1위를 예측한 유저는 47%에 머물렀으며, <귀멸의 칼날>이 2위에,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3위에 오를 것으로 예측한 유저는 각각 9%, 18%에 그쳐 낮은 정답률을 보였습니다. <대외비>와 <귀멸의 칼날>이 예상치 못한 접전을 벌이게 되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온 듯한데요,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이번 주 토요일에 더 재미있고 유익한 예측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이어서 나머지 박스오피스 순위도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4.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NEW)

지난해 12월 10일부터 11일 양일간 개최된 가수 임영웅의 전국 투어 앵콜 공연 'IM HERO'를 담은 영화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이 CGV 단독 개봉에도 불구하고 박스오피스 순위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개봉 전에도 압도적으로 높은 예매율 때문에 관심이 모아졌었는데요, 주말 관객 6만 5780명, 누적 관객 13만 4622명을 기록하며 실제 극장가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한편,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은 임영웅의 해외 팬들을 위해 오는 4월 중순 미국과 말레이시아, 태국, 홍콩에서의 개봉 또한 확정 지었다고 밝혔습니다.
5.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4)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가 MCU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개봉 후 2주간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1위를 유지했지만 눈에 띄는 하락세에 여타 마블 영화의 흥행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 때문에 큰 우려의 대상이었는데요, 결국 이번 주말 관객 수 6만 5403명, 누적 관객 150만 9941명으로 간신히 박스오피스 순위 5위를 달성했으며, 좌석 판매율 역시 7%에 머무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다음은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입니다. 복싱 영화 <크리드3>가 미국 개봉 첫 주말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를 제치고 미국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습니다. <크리드3>는 <록키> 시리즈의 스핀오프인 <크리드> 시리즈 3번째 영화로, 국내에서도 지난 3월 1일 개봉했지만 박스오피스 23위에 그치며 전혀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전작들의 개봉 첫 주말 성적이 각각 2960만 달러, 3550만 달러였던 것과 비교해 보면 <크리드3>는 이번 주말 5865만 달러를 벌어들여 시작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뒤를 이어 지난주 각각 1위와 2위를 기록했던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코카인 베어>는 한 계단씩 떨어져 2위와 3위를 기록했으며, 국내에서는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이 매출액 1011만 7806 달러로 4위에 올랐습니다. 마지막으로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적 각성 운동의 하나로 평가받는 1960~70년대 '예수 운동'을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 <지저스 레볼루션>이 5위를 차지했는데요, 해당 영화는 업계 최대 예상치였던 700만 달러를 한참 웃도는 3054만 1391달러의 누적 매출액을 기록하며 눈에 띄는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기독교 영화의 예상치 못한 흥행에 업계는 모두 놀라는 분위기라고 하는데요,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는 55%로 평단의 외면을 받았지만 팝콘 지수와 A+ 시네마스코어는 99%의 점수로 관객들의 호응이 무척 좋은 편입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5>
1. <크리드3> 5865만 달러 (누적 5865만 달러)
2.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1247만 달러 (누적 1억 8679만 달러)
3. <코카인 베어> 1102만 달러 (누적 4128만 달러)
4.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 1011만 달러 (누적 1011만 달러)
5. <지저스 레볼루션> 865만 달러 (누적 3054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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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3월 첫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더 좋은 콘텐츠로 찾아뵐 것을 약속드리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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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지에 대한 공포
30년간 계속된 일가족 연쇄 살인 사건. 유일한 증거는 피해자의 생일이 14일이라는 것과 ‘롱레그스’라는 서명이 적힌 암호 카드뿐. 영원히 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에 남다른 능력의 FBI 요원 ‘리’가 투입되고 지금껏 아무도 알아내지 못한 암호를 해석하는데... 모든 프레임에 악마의 단서가 심어져 있는 지난 10년간 가장 무서운 영화
<롱레그스> 줄거리
이질적일 만큼 새하얀 장소에 나타난 차. 혼자 집 밖으로 나온 아이. 나오는 인물은 아이 하나지만 비워져 있는 차 안, 뒤쪽에서 들려오는 뻐꾹뻐꾹 소리로 아직 드러나지 않은 인물이 공간에 존재함을 인지시킨다. 4:3 비율로 보이는 장면에서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불안하고 스산한 기분을 안기며 시작한다.
주인공 ‘리 하커’는 FBI 요원으로 뛰어난 직감을 인정받고 연쇄 살인 사건에 투입된다. 용의자가 있는 장소를 특정하고 알 수 없는 그림들에게서 정답을 유추해 내는 리의 직감은 기이할 정도다. 단순히 ‘직감이 좋음’이라는 특성으로 치부하기엔 초자연적인 현상 같은 리의 직감.
FBI의 유능한 요원들조차 밝혀내지 못했던 살인사건의 진상은 리의 직감으로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리조차 누군가에게 끌려가듯이 풀어나가고 있기에 분명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주인공을 따라 영화가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살인사건에 대한 의문을 풀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의문은 범인에 대한 것이 아니다. 수사 시작부터 우리는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이 롱레그스임을 알고 있으며, 심지어 얼마 지나지 않아 롱레그스의 얼굴도 알게 된다. 영화 속에서 궁금한 점은 이제 어떤 방식으로 살인을 저질러 왔냐는 것이다. 롱레그스는 어떻게 집에 침입했고 아무 흔적도 없이 빠져나갈 수 있었던 걸까.
<롱레그스>는 얼핏 보면 수사물 형식을 띄고 있다. 신입 요원 리 하커가 연쇄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게 영화 중후반부까지의 내용이니까. 하지만 초반에 미약하게 보여주던 리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나면서 살인 사건, 그리고 롱레그스가 리와 연관이 있음이 보여진다. 리는 그렇게 살인사건에서 한 발짝 떨어진 수사관이었다가 어쩌면 연쇄 살인사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일지도 모르게 되며 리의 개인사는 곧 살인사건의 핵심이 된다.
과거를 4:3 화면 안에서 비추며 이해할 수 없는 기괴한 분위기를 한껏 살렸으며, 사건을 풀어가는 요원들도 이 사건을 벌인 롱레그스도 설명하지 못하고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악마의 존재는 오컬트적인 측면을 강화한다. 잦은 점프 스퀘어로 놀래키기 보다는 영화 자체에 우리가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존재, 즉 악마에 대한 공포를 퍼뜨려 놓으며 불길한 분위기를 영화 진행 내내 유지한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자신의 기억과 주변에 대해 찜찜해 하는 리 하커를 마이카 먼로의 연기가 몰입감을 확 살려준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기괴한 인물, 롱레그스 역시 <롱레그스>가 악마라는 알지 못하는 존재에 대한 공포감을 상승시킨다. 그렇지만 롱레그스가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장면들은 오히려 불길하고 사람이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일지도 모른다는 미스터리한 감정을 반감시키는듯해 아쉬웠다. 하지만 기이한 분위기의 오컬트 영화를 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그런데 15세인 것치고는 꽤나 끔찍한 장면들이 있으니 못 보는 사람들은 유의하길.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롱레그스> 시사회에서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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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재난 영화 추천 '콘크리트 유토피아' 잔인한가요?
콘크리트 유토피아
23.08.09 개봉
드라마, 15세 관람가
한국, 130분
감독: 엄태화
출연: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등
올 여름 최고 기대작 '콘크리트 유토피아'!
실제로 롯데 배급이라 그런가 홍보도 젤 많이 하더라구요
저는 재난 영화를 좋아해서 <더 문>과 함께
가장 기대하는 작품 TOP 2 였어요 ㅎㅎ
사실 '세상이 멸망하고 아파트 한 채만 남았다'는 소재를 빼면
줄거리 자체는 흔하디 흔한 재난 영화이긴 합니다
싱크홀처럼 특출나게 웃긴 것도 아니고
엑시트처럼 재난 상황에 대비할 교훈을 주는 것도 아니고요
이제는 재난 영화에도 새로운 감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그렇다고 재난 영화가 가져갈 수 있는
대표적인 클리셰들을 빼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개중에는 팀원의 배신, 성별/나이/임무로 갈라치기,
서사 있는 캐릭터의 잔인한 죽음 등이 있을 텐데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그것들을 죄다 뺐어요...
나름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했다고 생각했을 텐데
시청자가 기대하는 거와는 정반대로 흘러갔달까요?
트는 주민의 것"
온 세상을 집어삼킨 대지진, 그리고 폐허가 된 서울.
모든 것이 무너졌지만 오직 황궁아파트만은 그대로다.
소믄을 들은 외부 생존자들이 황궁아파트로 몰려들자
위협을 느끼기 시작하는 입주민들.
생존을 위해 주민 대표 '영탁'을 중심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막아선 채
아파트 주민만을 위한 새로운 규칙을 만든다.
덕분에 더 없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유토피아 황궁아파트.
하지만 끝이 없는 생존의 위기 속
그들 사이에서도 예상치 못한 갈등이 시작되는데...!
살아남은 자들의 생존 규칙에 따르거나 떠나거나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줄거리
기대했던 바와 실망했던 바를 함께 나열해 보겠습니다
# '살아남은 자들의 생존 규칙에 따르거나 떠나거나'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 캐릭터들은
정말 황궁아파트 주민이기만 하면 모든 것을 다 퍼 줍니다
외부인을 숨겨 주다 걸렸어도
200번 죄송합니다!! 만 외치면 다시 주민이 될 수 있게 해 줘요
저는 인간의 잔혹함은 끝이 없다는 걸 보여 주려고
내쫓는다거나, 죽인다거나, 심지어 먹는 걸 상상했거든요
혹은 노예로 부려먹을 수도 있었겠죠?
황궁아파트는 정말 유토피아가 맞아요
주민 입증만 할 수 있으면 무슨 짓을 해도 받아줄걸요
친구랑 얘기하다가 나온 건데
월세, 전세로 아파트에 들어온 주민이 있고
그 집의 집주인이 나타나서 빚는 갈등도 재미있었을 거 같아요
# 영탁(세범)을 향한 비난
영탁이 영탁이 아니라는(?) 건 영화 초반부터 많이 보여 줬죠
누가 봐도 황궁아파트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이잖아요
영탁의 신분을 밝히는 게 영화의 절정일 거라 기대했는데
갑자기 외부인들이 처들어오면서
영탁의 신분에 대한 건 갑자기 상관이 없어지게 돼요
모두가 영탁을 쫓아내려고 해서
아파트 vs 영탁 이런 구도로 가는 게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 민성-명화 관계성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딱히 빌런이 없다고 생각해요
굳이 말하자면 명화가 빌런입니다 ㅋㅋ
남편은 목숨 걸고 바깥 세상 나가서 시체 뒤지는데
외부인 숨겨 주는 집안에 음식 퍼다 주질 않나
일 그만하고 그냥 살자며 징징대질 않나...
물론 도덕성, 인간성을 보자면 최고겠죠
하지만 영화 내에서 고구마 백 개 먹은 캐릭터 ㅠㅠ
암튼 캐릭터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민성-명화 부부 관계성보다는
각자의 캐릭터에 치우친 줄거리 위주로 전개해서,
그러다 마지막에만 슬프게 죽어서 그게 좀 아쉬웠어요
사실 슬픈 감정을 느끼기엔
다정한 부부로 보이게 할 만한 이야기가 없었거든요
# 혜원의 역할
박지후 배우님이 항상 같이 무대인사를 도시기에
영화 내에서 당연히 중요한 역할을 하겠거니 했어요
영탁의 신분을 밝혀 주는 증인인 역할... 밖엔 없었죠
그마저도 너무 허무하게 죽어 버렸고요
그 정도 역할은 명화가 충분히 해낼 수 있었지 않나요?
# 부녀회장의 역할
부녀회장은 리더십 있고 전면에 나서는 캐릭터입니다
그러나 이 부녀회장은 영화 내용상...
리더십 있는 척지만 내로남불에 이기적인 인물이었어야 합니다
16세부터 60세 남성은 방범대로
외부에 나가서 식량을 구해 오는 역할을 하는데요
부녀회장의 미성년자 아들도 방범대 역할을 해야 해요
이때 부녀회장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아들을 빼내고, 우리집만 좋은 거 먹고 이러는 게...
그 갈등이 점점 커져 절정에 이르렀을 때 팡하고 터졌을 것 같아요
그러다 아들이 죽게 되었을 때도
부녀회장과 방범대간의 갈등이 눈에 보였을 거 같고요
문제점을 짚어 보니 전체적인 그림이 보입니다
캐릭터가 많은 데 비해 제역할을 다하는 인물이 없다는 거죠
위에서 언급한 캐릭터 외에도
황궁아파트에 몰래 숨어든 엄마와 아들
외부인을 숨겨 줘야만 했던 혼자 사는 남자
황궁아파트에 가장 오래 산 노부부
외부인과 싸우다가 배에 칼을 맞은 남자
등 클리셰로 이어가다 눈물샘 폭발시킬 수 있는 캐릭터가
정말정말정말 많이 나왔거든요
툭하면 우는 저인데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유일하게 울었던 부분은
노부부가 외부인 숨겨 주다 걸려서 사과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장면은 겨우 20초 남짓한 씬이었고요,,
감독님이 클리셰를 따라가기 정말 싫으셨던 게 아니라면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캐릭터를 하나도 못 살린 게 맞습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니 말이죠
예고편만 봤을 때는
황궁아파트 주민 vs 외부인 으로 세력이 나눠지는 줄 알았어요
'황궁아파트에 숨어든 외부인'이라는 캐릭터는 신선했지만
그 스릴 있고도 어려운 구도를
매력적으로 살리지 못했다는 게 아쉬운 것 같습니다
사실 요즘은
줄거리가 아닌 영상미를 따져 보고
영화관에 가서 볼지 말지 정하는 시대인 것 같아요
영화값이 15,000원이나 하기 때문에 ㅠㅠ
그렇게 보면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15,000원까진 아니고... 10,000원 정도면 보기 좋습니다
저는 무서운 걸 정말정말 못 보는 사람인데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너무 무서웠어요
칼에 찔리고 바둑판으로 사람 죽이는 장면도 무섭지만
인간이 얼마나 잔인한가를 보여 주는 장면이 많거든요
시각적보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영화였던 거 같습니다
*스토리: 2/5점
*연출: 3/5점
*영상미: 4/5점
*연기: 5/5점
*OST: 1/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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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곡성> 제친 <파묘>
<파묘>는 16일만에 700만 관객을 넘어서며 나홍진 감독의 <곡성>을 넘어 오컬트 장르 최고 흥행작이 되었는데요. 한국은 지금 파묘들었다. 이번주 주말 박스오피스 씨네픽과 함께해요[국내 박스오피스]
장재현 감독의 <파묘>가 지난 주말에도 흥행 독주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누적 관객 수 804만여 명으로 <서울의 봄>보다 일주일 빨리 800만 관객을 넘겼습니다. 다음으로 <듄: 파트 2>가 누적 관객 수 128만 명, <웡카>가 340만명을 기록하며 각각 2위,3위를 기록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에선 <쿵푸팬더 4>가 <듄: 파트2>를 밀어내고 1위에 올라섰습니다. <쿵푸팬더4>는 모든 쿵푸 마스터들의 능력을 복제하는 빌런 ‘카멜레온’에 맞서기 위해 용의 전사인 자신마저 뛰어넘어야 하는 ‘포’의 새로운 도전을 그립니다. 앞서 <쿵푸팬더> 시리즈는 국내에서 약 13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 전 세계적으로 약 20억 달러의 수익을 낸 드림웍스 최고 흥행 시리즈로 국내에서는 오는 4월 10일 개봉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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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돈과 비극으로 넘쳐나는 세상을 품은 낯선 뮤지컬
이 영화를 어떻게 봐야 할까? 한 마디로 카오스다. 장르도, 이야기, 형식도 하나로 규정짓기 힘들다. 마치 각 요소를 특성만을 가져와 한데 섞은 혼돈의 모양새다. 성을 바꾸는 마약왕의 설정이나, 스페인어 기반의 뮤지컬 형식, 멕시코의 척박한 현실 속 핍박 받는 여성들의 이야기 등 보기만 해도 잘 붙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는 단점보다는 장점으로 발휘되었다. 작년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여우주연상 수상,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다 후보작(13개 부문 노미네이트)만 봐도 그렇다. 영화가 담은 혼돈의 세상이 마치 우리의 인생처럼 느껴져서일까? 평가야 어떻든 <에밀리아 페레즈>는 흥미로운 작품인 것만은 확실하다.
멕시코에 사는 리타(조 샐다나)는 정의로운 법조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변호사가 되었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돈과 권력의 논리에 살인자를 변호하는 처지.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을 찾는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송신자는 마약왕 마니타스(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그는 리타를 향해 자신이 여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고 도움을 요청한다. 여자가 된 이후의 삶을 만들어주면 거액의 돈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리타는 고민 없이 이를 수락하고, 마니타스를 에밀리아라는 여성으로 만든다. 마니타스의 아내 제시(셀레나 고메즈)와 아이들을 챙긴다. 몇 년 후, 리타 앞에 에밀리아가 나타난다. 그리고 또 하나의 부탁을 한다. 과거 자기 가족과 함께 살게 해달라고.
<에밀리아 페레즈>는 마약왕에서 성녀가 되는 구 마니타스 현 에밀리아의 삶을 중심으로 이어간다. 진정 자신의 모습을 찾고 싶었던 트랜스젠더의 삶은 그 자체로 우여곡절이 많다. 새로운 인생을 갖기 위해서 그만큼 과거의 인생을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써야 했던 사회적 가면을 벗어던지고, 진정한 얼굴로 살아가는 걸 선택한다. 물론, 그로 인해 생기는 일들은 기쁨보단 슬픔이 가득 차 있다.
영화는 이런 에밀리아의 선택을 통해 한 사람이 정반대로 변한다고 해도 그가 과연 이전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 수 있겠느냐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작금의 시대에서 사회적 가면을 벗고 자신의 본모습을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처럼도 들린다.
극중 에밀리아는 성만 바꾼 게 아니다. 범죄 집단 내 지위, 가장의 지위를 내려 놓는다. 수술로 인해 180도 바뀐 삶을 즐기는 듯 하지만, 이내 과거의 삶으로 돌아가려 한다. 아이들이 보고 싶어 멕시코로 가고 마니타스의 친척으로 위장해 가족과 함께 산다. 그로 인해 복잡한 문제들이 생긴다. 몸은 에밀리아지만, 마음은 마니타스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감독은 이 캐릭터를 통해 아무리 자신의 본모습으로 살려고 해도 한 번 쓴 사회적 가면은 벗기 힘들다는 걸 보여준다. 이는 인간 본성과 사회적 역할의 첨예한 대립으로 읽히며, 인간에게 정해진 운명을 쉬이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도 확장 해석할 수 있다.
리타와 제시도 마찬가지다. 에밀리아를 도와준 후 거액을 받고 유럽에서 새로운 삶을 살았지만, 결국 멕시코로 돌아오고, 제시 또한 새로운 연인과 사랑을 불태우고 떠나려 하지만, 에밀리아와의 연을 끊어내지 못한다. 영화 초반 “정말로 수술한다 해도 ‘여자’의 몸을 가진 내면의 ‘남자’가 될 수 있다”는 성전환수술 담당 의사의 대사는 이 비극을 예견한 듯하다.
이는 힘든 여성의 삶으로 전이된다. 남성 권위주의적인 세상에서 여성들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목소리도 낼 수 없다. 결국 사회가 지정한 성 역할에 갇혀 살아간다. 마치 새장 속 새처럼. 리타와 제시, 그리고 범죄 조직에 가족을 빼앗긴 멕시코 여성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에밀리아도 잔혹한 세상에서 살아남고자 자신의 자아를 새장에 넣어 놓았으니 앞서 소개한 여성들과 마찬가지의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서사의 맥락과 상관없이 툭툭 튀어나오는 뮤지컬 장면은 가슴속에 응어리진 이들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극 초반. 살인자를 변호해야 하는 리타의 삶을 한탄하는 'El Alegato', 리타와 에밀리아가 만연한 부정부패 사회에 일침을 가하는 'El Mal', 진정한 사랑을 찾아 자유로운 삶을 살고픈 제시의 마음을 담은 'Mi Camino' 그 자체로 멋진 곡이면서도 한풀이 같은 성격이 짙다. 참고로 'El Mal'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을 받았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다양한 장르와 요소를 통해 자유를 갈망한 한 인간의 선택이 저지른 실수가 업보로 돌아와 결국 자신의 발목을 잡는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순간순간 우리나라 드라마보다 더 센 막장극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결국 극 중 뼈저린 반성과 구원의 메시지는 마음을 동하게 만든다. 큰 범주 안에서 인간의 삶을 그린 자크 오디아르의 연출력, 진부한 표현일지 몰라도 온 힘을 다해 이 영화에 자신의 모든 재능을 쏟아부은 조 샐다나의 연기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
영화를 얼룩지게 만든 건 영화 안이 아닌 밖에서 벌어진 이슈다. 에밀리아 역을 맡은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의 과거 SNS에 남긴 문제적 발언, 유럽의 시선으로 너무나 가볍게 담은 멕시코의 암울한 현실(강제 납치와 실종 사건)과 문화적 표현, 멕시코가 아닌 대부분 프랑스에서 대부분 촬영했다는 점 등은 영화가 가진 메시지와 상충하면서 감상을 저해한다. 이는 13개 부문에 올랐음에도 단 2개에 그친 오스카 수상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인다.
극 중 이야기처럼 <에밀리아 페레즈> 또한 업보가 작품의 족쇄가 되어 돌아온 셈.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은 말할 것도 없고) 현실 속에서 비로소 영화가 완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현실의 부정 이슈까지 끌어안은 이 혼돈의 영화는 과연 우리에게 어떻게 기억될까?
사진 제공: 그린나래미디어
평점: 3.5/ 5.0
한줄평: 혼돈과 비극으로 넘쳐나는 세상을 품은 낯선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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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서받지 못한 자
용서받지 못한 자
영화를 서너 번 봤지만, 이번에 보면서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이 영화를 생각했다. 이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거의 드러나지 않는 여성들이 있다. 기존의 영화 해석에서는 주인공 윌리엄 머니의 심리적 변화와 기존의 서부영화가 보여주었던 전형적 틀을 깨는 새로운 형식의 서부영화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영화는 몇 가지 점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깊은 관련이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과거 미국 서부영화에서 뛰어난 총잡이로 활약해 왔고, 영화, TV 시리즈에서도 머플러를 휘날리며, 시가를 물고 악당들을 쓰러뜨리는 총잡이의 아이콘이었다. 심지어 그는 이탈리아에서 만든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에도 출연해 미국 서부영화를 희화화하는 영화에도 출연했으며, 존 웨인 이후 서부영화의 주인공으로 깊게 각인된 인물이다.
이 영화는 과거 화려했던 총잡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총을 놓고 시골에서 농부로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물 간 과거의 총잡이 윌리엄 머니는 어린 아들과 딸을 키우며 외진 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인공 윌리엄 머니 역을 맡은 것은 필연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다른 배우라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과거에 유명하고 잘 나가던 총잡이였기 때문이며, 그 인물이 시간이 흘러 퇴물이 된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 감독의 의도였기 때문이다.
퇴물이 된 윌리엄 머니는 몰락한 서부영화를 상징하며, 이제는 흘러간 한 시대의 영화(榮華)에 조종(弔鐘)을 울리는 영화다. 이야기 전개는 단순하다. 시골에서 평범한 농부로 살아가던 윌리엄 머니에게 스코필드 키드가 찾아와 함께 돈을 벌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윌리엄 머니는 거절한다. 그가 다시 말을 타게 되는 동기는 크게 두 가지다. 키우던 돼지가 콜레라에 걸려 죽게 되면서 먹고 살 길이 막막해져 돈이 필요하게 된 것과, 스코필드 키드가 말한 내용에서, 카우보이에게 어떤 여성이 칼로 난자당했다는 말 때문이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나레이션이 나오는데, 이 나레이션은 처음과 끝에만 나온다. 나레이션은 윌리엄 머니가 어떤 인물인가를 짧고 강렬하게 표현하는데, 여기서 관객이 알 수 있는 내용은 윌리엄 머니가 총을 버리고 시골에 정착하게 된 것은 그의 아내 때문이며, 아내는 두 아이를 남기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악당은 개과천선해서 가정을 이루어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그를 개과천선하도록 만든 사람이 그 악당의 아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언듯 봐도 윌리엄 머니의 두 아이 - 딸과 아들 -는 어리다. 나이로만 보면 윌리엄 머니에게는 손자처럼 보인다. 그의 아내는 겨우 스물 아홉살에 세상을 떠났다. 윌리엄 머니와 아무리 적어도 20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데,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 어떻게 윌리엄 머니를 새로운 인간으로 변화시켰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윌리엄 머니는 죽은 아내를 극진히 사랑하고 있으며, 그는 아내를 만난 이후 11년 동안 총을 잡지 않았다. 그러니 아들의 나이는 많아야 열한 살일 것이고, 딸은 여덟, 아홉 살 정도로 보인다. 윌리엄 머니는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악행 때문에 가능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살았을 것이다. 그는 아내를 만나 과거와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그의 과거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의 인성이 하루아침에 질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도 아니다. 그는 잔인하고 흉포한 인간이지만, 그것이 타고난 인성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그의 삶 전체가 어떤지 관객은 모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여성들이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 모습은 나타나지 않지만 윌리엄 머니의 아내가 중요하게 드러나며, 윌리엄 머니를 움직이는 실질적인 동기는 빅 위스키에서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이 내건 현상금이다. 1870년대 와이오밍주는 준주였으며 미합중국에 포함되기 직전이었다. 이때도 인구가 많지 않았지만, 현재 와이오밍주는 인구가 50만 명에 불과한, 아주 작은 주정부다. 중서부의 거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법보다는 주먹이 가까워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총을 가져야만 했다.
남성들은 총을 갖고 싸우거나, 처음부터 총을 갖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강도떼와 살인자들이 날뛰면 현상금 사냥꾼들이 그 뒤를 쫓았던 시대였다. 보안관은 그 지역의 절대 권력을 가진 사람으로, 이 영화에서 '리틀 빌'이 그런 인물이다. 리틀 빌도 과거에는 무법자, 범죄자로 살았지만, 운이 좋아서 작은 마을의 보안관이 되었고, 그는 절대권력을 휘두르며 지역을 장악하고 있다.
남성들의 폭력이 난무하던 시대에서 여성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보통은 평범하게 살았지만, 살기 어려운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많지 않았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여성이 성매매를 하게 되는 원인은 가부장사회의 구조적 압력 때문이다. 즉, 사회가 여성을 성매매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빅 위스키에 사는 여성들도 자신들이 원해서 성매매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포주에게 묶여 있는 몸이며, 카우보이에게 얼굴을 난자당한 여성은 심각한 피해자였음에도 보상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포주가 카우보이에게 말을 일곱마리 받는 것으로 보안관 리틀 빌이 판결한다. 여성은 피해당사자였음에도 마치 유령 취급을 당하는 것이다.
포주는 여성들을 '재산'이라고 말한다. 즉,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다. 보안관 리틀 빌 역시 여성들을 무시하고, 여성을 가해한 카우보이의 행동을 인정하고 용서한다. 이것은 명백히 남성우월주의자의 모습이며, 여성이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일방으로 당하기만 하는 여성들이 스스로 단결해 가해자인 카우보이를 응징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 영화 전체를 끌고 가는 강력한 동력이 된다. 여성들은 힘들게 모은 돈을 현상금으로 내놓고, 두 명의 카우보이를 죽이는 사람에게 돈을 주겠노라고 소문을 낸다.
여성들이 이런 결정을 한 것은 남들이 보기에 천한 일-물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을 하지만, 스스로 자존과 명예를 지키려는 그들의 최소한의 행동이었다. 자신들(여성들)을 함부로 대하면 어떻게 된다는 걸 본때를 보임으로써 다른 남자들이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도 노린 것이다.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애송이 스코필드 키드의 귀에도 들어갔다. 이 청년은 왕년의 총잡이 윌리엄 머니의 행방을 알고 있었고, 그와 함께라면 카우보이 두 명을 쉽게 처치하고 무려 1천 달러라는 거액을 둘이 나눠 가질 수 있을 거라 계산했다.
하지만, 스코필드 키드가 윌리엄 머니를 발견했을 때, 윌리엄 머니의 몰골은 형편 없었다. 다 늙어가는 시골 촌뜨기 농부였고, 자기 몸도 온전히 가누지 못하는 퇴물 늙은이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키드는 함께 할 생각이 있으면 나중에라도 따라오라고 말하고 먼저 길을 떠난다. 윌리엄 머니는 옛 동료 네드 로건과 함께 키드를 따라간다. 윌리엄 머니의 과거를 가장 잘 아는 네드 로건은 원주민 여성과 둘이 조용하게 살고 있었다. 그 역시 윌리엄 머니와 함께 온갖 악행을 저지른 인물이지만, 지금은 평범한 늙은이로 살아가고 있었다.
현상금을 노린 세 명은 어렵게 빅 위스키에 도착하지만, 윌리엄 머니는 차가운 빗속을 오는 동안 심한 몸살을 앓게 되고, 여기에 리틀 빅에게 걸려 호되게 엊어 맞고 마을에서 쫓겨난다. 키드와 로건은 2층에 있는 여성들을 찾아 올라갔다가 리틀 빅에게 걸리지 않고 도망하고, 셋은 마을 외곽 허물어진 집에서 겨우 모일 수 있었다.
이 세 명의 현상금 사냥꾼을 돕는 사람도 역시 여성들이다. 특히 윌리엄 머니는 리틀 빅에게 죽을 만큼 구타당하고, 몸살까지 앓아서 누군가 돌봐주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었지만, 여성들이 돌아가면서 간호하고, 구완해 정신을 차린다. 즉, 이 영화에서 서사가 이어질 수 있는 바탕에는 여성들의 헌신이 깊게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여성들의 헌신은 사건에 묻혀 관객에게 인식되지 않는다.
카우보이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윌리엄 머니가 쏴죽이고, 다른 한 명은 스코필드 키드가 쏴죽인다. 총잡이라고 큰소리 치던 스코필드 키드는 화장실에 쭈그려 앉은 카우보이를 쏴죽이고, 처음 사람을 죽였다고 머니에게 고백한다. 결국 로건도 살상을 거부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키드도 현상금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남은 건 윌리엄 머니.
그가 다시 총을 잡게 되는 동기는 오랜 친구 로건의 죽음 때문이다. 이 정보를 알려준 사람도 역시 여성이다. 마을 보안관 리틀 빅과 그 일당에게 사로잡힌 로건은 모진 고문을 당하다 죽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머니는 그동안 참았던 분노가 폭발한다. 그는 아내를 만난 이후 술을 끊었지만, 로건이 죽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술을 마신다.
이후 벌어지는 쌀롱에서의 결투는 과거 서부영화에서 보여준 화려하고 멋진 결투가 아니라, 그저 개싸움처럼 서로 죽고 죽이는 참혹한 살인 장면이다. 이것 역시 감독의 의도이며, 서부영화는 더 이상 멋지고 화려한 총싸움도 아니고, 과거의 서부영화가 보여준 환상에서 깨어나라는 감독의 의도가 반영된 장면들이다.
윌리엄 머니는 뛰어난 총잡이가 분명하지만, 그는 총을 잘 쏜다기보다, 죽음 앞에서 초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에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었다. 리틀 빅 일당은 총을 쏘기는 해도 이미 당황하고 있으며, 윌리엄 머니의 명성에 기가 죽었고, 총에 맞지 않으려고 몸을 사리다보니 명중률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윌리엄 머니는 상대를 똑바로 바라보며, 냉정한 태도로 정확하게 상대를 향해 총을 쐈고, 다섯 명을 빠르게 해치울 수 있었다.
싸롱 밖에도 리틀 빅 일당이 있었지만, 윌리엄 머니는 당당하게 외친다. 자신을 향해 총을 쏘면, 그 사람의 가족, 친구도 모두 죽이고 집에 불을 지르겠다는 엄포였다. 이건 실제 벌어지지 않겠지만, 충분히 공포를 느낄 만큼 윌리엄 머니의 과거 악행은 유명했다는 걸 뜻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자들을 건드리지 말라는 말을 남기며 사라진다. 결국 윌리엄 머니가 꼭 하고픈 말은 이 마지막 말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영화가 실화는 아니지만, 윌리엄 머니가 빅 위스키의 악당들을 모두 처치한 이후 와이오밍주는 미국연방에 포함되고, 여성들의 참정권은 미국연방 가운데 가장 먼저 시작되었으며, 악당이 보안관을 하는 불법도 사라지게 된다. 즉, 미국의 흑역사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윌리엄 머니는 두 아이와 함께 살던 곳을 떠나고, 소문에 의하면 캘리포니아주로 갔다고 한다. 와이오밍에 남았던 사람들은 금 때문에 온 경우가 많았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금광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와이오밍을 찾았던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남았고, 많은 사람들은 서쪽 끝 캘리포니아까지 갔다. 윌리엄 머니 역시 더 이상 와이오밍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고, 신변의 위험도 느꼈을 것이다. 그는 도시에 정착해 평범한 노동자가 되지 않았을까. 그가 마지막으로 총을 잡은 건, 그가 갚아야 할 빚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삶에서 진 빚은 피로 갚을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최소한 아내에게 부끄럽지 않은 남자가 되고 싶었던 그의 마음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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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다섯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개봉직후 1위에 올랐던 <댓글부대>를 꺾고 <파묘>가 1위를 재탈환했습니다.
1100만을 앞두고 있는 파묘의 흥행질주는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국내박스오피스]
영화 <파묘>가 신작 공세에도 주말 극장가에서 1위를 지켰습니다. <댓글부대>는 개봉 당일 <파묘>를 제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으나, 하루 만에 1위를 내주게 되었습니다. 1100만을 앞두고 있는 <파묘>의 관객몰이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한편 <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가 23만여 명의 관객을 끌어모아 3위에 올랐습니다.
[북미박스오피스]
<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가 개봉 3일 만에 8000만 달러의 스코어를 달성하며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영화는 상상초월의 거대한 위협에 맞서 힘을 합친 고질라와 콩이 몬스터버스사상 최강의 팀업을 펼치는 액션 블록버스터로 국내에서도 외화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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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1] 사랑과 계급에 관한 이탈리아 영화 마틴 에덴 을 관람하고 왔어요!
이탈리아 영화 마틴 에덴 이 궁금하신 분들는 영상 참고 부탁드려요.
간단한 리뷰도 넣어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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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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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자단의 마지막 여정 엽문4 :더 파이널 [영화리뷰 결말포함]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결말포함된 영상이니 시청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엽문4 이 영화는 원 저작권자의 사용허가를 받은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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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죽을거야. 희망 같은 거 갖지마요." 학교는 생존을 위한 전쟁터로, 친구는 가장 위험한 적으로 변했다. 우리는 함께 살아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 죽기 싫다. 죽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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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4월이 되면 그녀는> 메인 예고편
“영원히 계속될 거라 생각했다 이 연애도, 사랑도, 모두” 사토 타케루 X 나가사와 마사미 X 모리 나나 최고의 배우진과 함께하는 로맨스 드라마˖◛⁺⑅♡ [4월이 되면 그녀는] 11월 13일 개봉 확정 아련한 메인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