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3-03 09:36:37
짙은 여운을 남기는 찰리 카우프만의 영화들
<존 말코비치 되기>, <이터널 선샤인>, <아노말리사> 등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눈 깜짝할 새에 또 한 주가 빠르게 지나가고 어느덧 주말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요, 이번 주말은 모두 어떻게 보낼 계획이신가요? 여러분의 고민을 줄여드리기 위해 씨네랩은 오늘도 재미있는 영화추천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이번엔 미국의 천재적인 영화감독이자 각본가, 찰리 카우프만(Charlie Kaufman)의 작품들을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카우프만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유명인의 머릿속에 들어가는 통로를 발견하기도 하고(존 말코비치 되기), 세상 사람들 모두의 목소리가 똑같이 들려 괴로워하거나(아노말리사), 이별의 고통 때문에 기억을 제거하는 시술을 받기도 합니다(이터널 선샤인). 카우프만의 매력은 인간의 다양한 욕망과 그로부터 비롯된 자아의 분열을 그만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그려내는 것인데요, 기괴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카우프만의 작품세계에 한번 빠져들고 나면 좀처럼 헤어 나오기 어려우실 거랍니다.
찰리 카우프만은 누구?

먼저 찰리 카우프만에 대해 소개해 드릴게요. 카우프만은 원래 1990년대 초부터 후반까지 TV 코미디 시리즈와 시트콤 시리즈의 작가로 활동하다가, 1999년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의 각본을 쓰며 전 세계 영화인들이 주목하는 창작자로 떠올랐습니다. 해당 작품으로 그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르고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뒤이어 <어댑테이션>, <이터널 선샤인> 등의 각본 작업으로 꾸준히 사랑받던 카우프만은 2007년 <시네도키, 뉴욕>을 통해 드디어 감독으로 데뷔하는데요, 안타깝게도 비평가들의 극과 극을 달리는 상반된 평가, 열악한 극장 성적으로 인해 이후 영화 제작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쓰는 족족이 제작에 실패하는 고배를 마시던 카우프만은 감독 데뷔 8년 만인 2015년, 듀크 존슨과 함께 애니메이션 영화 <아노말리사>를 공동 연출하는 데 성공해 해당 작품으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 장편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이후 카우프만은 2020년 장편소설 <Antkind>를 출간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 영화 <이제 그만 끝낼까 해>를 통해 다시 한번 평론가들의 호평을 얻었습니다.
올해 1월 카우프만은 삼성이 기획한 'Filmed #withGalaxy'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갤럭시 스마트폰을 활용해 촬영한 단편영화 <자칼과 반딧불이>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영화와 관련된 한 인터뷰에서 차기작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라이언 고슬링을 염두에 두고 쓴 각본이 있으며, 라이언 고슬링이 실제로 제작 및 출연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제작이 무사히 성사되어 두 사람의 협업을 볼 수 있게 된다면 영화팬으로서 이보다 더 좋은 소식이 없겠네요 :)
찰리 카우프만의 영화들
존 말코비치 되기(1999)
Being John Malkovich

감독: 스파이크 존즈
출연: 존 쿠삭, 카메론 디아즈, 캐서린 키너, 존 말코비치 등
장르: 판타지, 코미디
러닝타임: 112분
불경기에 부르는 곳이 없는 인형술사 크레이그. 생계는 아내 로테에게 맡긴 채 거리에서 인형극을 하다가 행인에게 얻어맞는다. 절망에 빠져 새 일을 찾기로 한 크레이그는 어느 날 주특기인 손놀림으로 '레스터 회사'에 서류정리 사원으로 일자리를 얻게 된다. 회사는 뉴욕시의 한 빌딩인데 7과 1/2층(7층과 8층) 사이에 사무실이 위치하는 기괴한 곳이다. 첫날부터 동료 여직원 맥신에게 반하지만 그녀는 냉담하고, 낙심한 그는 어느 날 서류를 정리하다 사무실의 캐비닛 뒤에 숨겨진 문을 발견한다. 문을 열고 작은 통로 안으로 들어가자, 갑자기 어둡고 습기 찬 터널로 빨려 들어가게 되는데 그곳은 바로 배우 '존 말코비치'의 뇌로 들어가는 관문이었다!
15분 동안 존 말코비치의 뇌 속에 머물 수 있고, 그의 감각을 모두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크레이그가 이 사실을 로테와 멕신에게 알리자 맥신은 통로를 이용해 돈을 벌려하고, 로테는 통로에 직접 들어가 해방감을 느낀다. 얼마 뒤 맥신이 말코비치를 유혹하러 갔다가 그 안의 로테와 사랑에 빠진 것을 알게 된 크레이그는 질투에 사로잡혀 로테를 집에 감금하고 말코비치 속으로 들어간다. 한편, 말코비치는 이상함을 느끼고 맥신의 뒤를 밟았다가 사람들이 돈을 내고 통로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분노하지만, 곧 머릿속을 점령한 크레이그에게 조종당하고 마는데...
자아의 성질과 영혼의 실존 말이야,
내가 과연 나일까? 말코비치가 말코비치일까?....
이 관문이 얼마나 골치 아픈 형이상학적 문제인지 모르겠어?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는 영화 <그녀>로도 유명한 스파이크 존즈가 연출, 찰리 카우프만이 각본을 쓴 1999년도 영화입니다. 인형을 조종하는 남자가 우연히 배우 존 말코비치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블랙코미디 판타지로, 이루지 못한 꿈과 욕망 때문에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려는 남자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정체성에 대해 질문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카우프만이 시나리오를 완성했을 당시에 할리우드 대부분의 제작사들이 '내용은 기발하지만 영화로 만들기 어렵다'라며 제작을 거부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에게 시나리오가 닿았고, 코폴라가 자신의 사위였던 스파이크 존즈 감독에게 연출을 맡기며 두 사람의 협업이 시작되게 되었다네요. 두 사람은 이 영화로 제7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각 감독상, 각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독특한 카메라 워킹 또한 이 영화의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현실의 인물들을 비출 때 일반적인 눈높이로 고정되어 있던 카메라가 주인공들이 말코비치의 몸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핸드헬드를 활용한 1인칭 시점 숏으로 바뀌어 관객들 역시 말코비치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느끼게 하기 때문입니다.
어댑테이션(2002)
Adaptation.

감독: 스파이크 존즈
출연: 니콜라스 케이지, 메릴 스트립, 크리스 쿠퍼, 틸다 스윈튼 등
장르: 드라마, 코미디
러닝타임: 114분
<존 말코비치 되기>로 명성을 얻은 시나리오 작가 찰리 카우프만(니콜라스 케이지)은 괴짜 난초 수집가 존 라로쉬(크리스 쿠퍼)에 관한 저널리스트 수잔 올리안(메릴 스트립)의 논픽션 책 <난초도둑>을 각색하라는 주문을 받는다. 소심하고 사색적인 찰리는 각색이 풀리지 않자 신경쇠약을 일으키는데, 찰리의 경박한 쌍둥이 동생 도날드(니콜라스 케이지 1인 2역)는 시나리오 강좌에서 배운 상업영화 공식에 맞춰 써낸 스릴러 각본이 비싼 돈에 팔리는 쾌거를 올린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찰리는 경멸해 온 시나리오 강좌를 청강하고 원작자가 숨긴 진실을 찾기 위해 올리안과 라로쉬의 뒤를 밟는다.
머리카락을 자르자. 머리칼이 많은 척 남들을 속이면 안 돼...
비참하잖아. 그냥 자신감을 갖자. 여자들도 그런 거 좋아하지.
남자도 매력이 필요해. 살아 있어서 죄송하다고 사과해야 할 거 같아.
호르몬 때문인가. 그럴지도 몰라.
호르몬 불균형하거나 뇌에 문제가 있어서 불안이 생기는 거지.
치료받아야 해. 그런데 못생긴 건 어떻게 하지.
그건 치료도 안 될 텐데...
<어댑테이션>은 <존 말코비치 되기>에 이어 스파이크 존즈와 찰리 카우프만이 다시 한번 손을 잡은 영화입니다. 수잔 올린의 소설 <난초도둑>을 각색한 작품으로, 찰리 카우프만은 이 작품을 통해 허구의 인물이자 자신과 똑같이 <존 말코비치 되기>로 명성을 얻은 시나리오 작가 '찰리 카우프만'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가 책 <난초도둑>의 각색 작업 중 고뇌에 빠져 상상과 일상이 혼합되는 내용을 다뤘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 내용이 모두 허구일까요?
찰리 카우프만이라는 각본가는 실재하고, <난초도둑>도 실재합니다. 게다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책의 원작자인 '수잔 올린', 난초 수집가 '존 라로쉬' 모두 실제 인물이죠. 그러나 영화 속 찰리 카우프만이 상상하고 쓴 것처럼 수잔과 존은 내연 관계였던 적이 없으며 카우프만의 쌍둥이 형제 도날드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이렇듯 영화는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강박에 시달리는 찰리를 중심으로 진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창작의 고통 속에서 분열하는 시나리오 작가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문학 작품 원작의 영화를 떠올렸을 때 상상하기 어려운 방식의 독특한 접근이죠. 실제로 원작자 수잔 올린은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정말 깜짝 놀랐다고 전하면서도 '삶과 집착'이라는 책의 주제에 충실함과 동시에 갈망, 실망과 같이 더욱 미묘한 부분들에 대한 통찰을 담은 것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해요.
영화 <어댑테이션>과 책 <난초도둑>에 등장하는 '유령 난초'는 정서경 작가가 쓴 한국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서도 등장합니다. 너무나 다른 성격의 작품들이지만 인간의 욕망과 개인의 파멸, 성공, 갈등을 주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비슷할 지도 모르겠네요. 함께 감상하며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터널 선샤인(2005)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감독: 미셸 공드리
출연: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커스틴 던스트, 마크 러팔로 등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SF
러닝타임: 107분
조엘은 아픈 기억만을 지워준다는 라쿠나사를 찾아가 헤어진 연인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우기로 결심한다. 기억이 사라져 갈수록 조엘은 사랑이 시작되던 순간, 행복한 기억들, 가슴속에 각인된 추억들을 지우기 싫어지기만 하는데... 당신을 지우면 이 아픔도 사라질까요? 사랑은 그렇게 다시 기억된다.
제발 이 기억만큼은 남겨 주세요,
이것만큼은...
<이터널 선샤인>은 만드는 영화마다 환상적이고 독특한 영상미를 자랑하는 미셸 공드리와 찰리 카우프만이 협업한 두 번째 작품입니다. 미셸 공드리 감독은 뮤직비디오와 광고 연출로 먼저 주목을 받은 뒤 영화 <휴먼 네이처>로 영화감독 데뷔를 했는데요, <휴먼 네이처>가 찰리 카우프만과의 첫 번째 협업 프로젝트였으나 그리 좋은 평을 듣지 못했고, 두 번째로 함께한 작품인 <이터널 선샤인>이 두 사람 모두의 커리어에 큰 족적을 남기게 됩니다. 흥행과 비평 면에서 모두 성공을 거두었고,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각본상을 수상하는 등 공드리와 카우프만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됩니다.
제목인 '이터널 선샤인'은 영화에서 나오듯 알렉산더 포프의 시 'Eloisa to Abelard'의 한 구절인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무구한 마음의 영원한 햇빛)'에서 인용했다고 해요. 주연 배우로는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커스틴 던스트, 마크 러팔로 등이 출연했으며 전체적인 줄거리는 헤어진 뒤 서로의 기억을 삭제하지만 결국 또다시 사랑에 빠지고 마는 연인의 이야기입니다. 괴롭게 만드는 기억으로부터 도망치는 것, 망각하는 것은 정말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요? 적어도 사랑에 관해서,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에 대해서 찰리 카우프만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이터널 선샤인>의 주인공 조엘은 연인이었던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우던 중 결국 참지 못하고 제발 멈춰 달라고 애원하죠. 영화는 헤어진 연인을 완전히 잊고 싶기도 하고, 또 영원히 기억하고 싶기도 한, 연애가 끝난 뒤 복잡하게 꼬여버린 사람의 심리를 기괴하리만치 환상적인 영상미와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냅니다. 반복되는 연애, 사랑, 실패. 그럼에도 눈물 나게 아름다웠던 그때의 우리를 기억한다면 그 지긋지긋한 인생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되죠. <이터널 선샤인>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인생영화로 손꼽히며 개봉 이래 오랫동안 회자되는 로맨스 영화인 이유는 사랑을 경험해 본 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소재를 그 누구도 시도한 적 없었던 방식으로 아름답게 그려낸 찰리 카우프만의 글과 이를 뒷받침해 준 미셸 공드리의 뛰어난 연출력 덕분일 것입니다.
시네도키, 뉴욕(2008)
Synedoche, New York

감독: 찰리 카우프만
출연: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캐서린 키너, 새디 골드스타인, 미셸 윌리엄스 등
장르: 드라마, 코미디
러닝타임: 123분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사는 연극연출가 케이든. 교외에서 지역 극장을 운영하는 그의 삶은 황량해 보인다. 화가인 아내 아델은 자신의 경력을 쌓고자 어린 딸 올리브를 데리고 그를 떠나버린다. 묘하게 솔직해서 마음이 끌리는 극장직원 헤이즐과의 새로운 관계는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끝나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인생의 무상함에 괴로워하던 그에게 거대한 연극무대를 올릴 일생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는 뉴욕의 창고에서 실물 크기의 도시를 만들어 자신의 삶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극으로 올려 잔인하리만큼 정직하고, 진실된 인생을 그려볼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연극 속의 삶과 케이든의 실제 삶의 경계가 뒤엉키며 그가 맺은 모든 관계들은 한계에 다다르게 되는데…. 케이든은 과연 이 위대한 예술작품을 완성할 수 있을까?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살고 있어요.
그리고 이들 중 아무도 엑스트라는 없어요.
그들 모두는 자기 나름의 이야기를, 삶을 살고 있어요.
그래서 그들 각자의 삶은 주목받아 마땅해요.
<시네도키, 뉴욕>은 그간 각본 작업만 하던 찰리 카우프만의 감독 데뷔작인데요, 제61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며 첫 선을 보였고 이후 토론토, 시카고, 오스틴, 런던, 시체스 등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들에 연이어 초청되며 평단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BBC 선정 21세기 가장 위대한 영화 20위에 랭크되었던 <시네도키, 뉴욕>은 찰리 카우프만의 영화들 중에서도 가장 난해하기로 손꼽히며, 그만큼 관객 평이 크게 갈리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강박에 사로잡혀 사는 연극 연출가 '케이든'의 연극 그 자체인 삶과, 또 삶 그 자체인 연극을 소재로 했으며 수십 년 동안 다양한 사건들을 거치며 늙어가다가 끝내 죽음에 이르는 주인공 역할은 2014년 약물 과다 복용으로 안타깝게 사망한 명배우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 맡았습니다.
영화의 제목 중 일부인 '시네도키 Synedoche'는 사물의 한 부분으로써 그 사물 전체를 가리키거나, 그 반대로 전체로써 부분을 가리켜 비유하는 것을 뜻하는 '제유'라고 합니다. 찰리 카우프만의 이야기가 자주 그러하듯, <시네도키, 뉴욕>에서도 현실과 극의 경계는 수없이 여러 번 허물어지고 시공간 역시 제멋대로 왜곡됩니다. 상징과 은유로 가득한 영화이기 때문에 두 번, 세 번 볼수록 의미가 남달라 지는 작품이라고 많이들 이야기하는데요, 외로운 삶 속에서 끝없이 투쟁하는 주인공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가슴 한편이 아려오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아노말리사(2015)
Anomalisa

감독: 찰리 카우프만, 듀크 존슨
출연: 제니퍼 제이슨 리, 데이빗 듈리스, 톰 누난 등
장르: 애니메이션, 코미디, 판타지
러닝타임: 90분
남편이자 아빠 그리고 [고객을 어떻게 대할까]라는 저서로 존경받는 작가 '마이클 스톤'은 일상에 찌들어있다. 전문적인 고객서비스에 대한 연설을 위해 신시내티로 출장을 간 프레골리 호텔에서 마이클은 인생의 반려자가 될지도, 되지 않을지도 모를 제과회사 세일즈 담당자 '리사'를 만나면서 자포자기의 권태로운 삶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는데...
인간이란 무엇일까요?
아픔은 무엇일까요?
산다는 건 무엇일까요?
누구에게나 사랑할 사람이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아노말리사>는 찰리 카우프만이 2005년에 썼던 희곡을 원작으로 만든 스톱 모션 방식의 성인 애니메이션 영화인데요, 베니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오르는 등 평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었습니다. 극 중에서 주인공 '마이클'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같은 사람이라고 인식하게 되는 병인 '프레골리 증후군'과 유사한 정신병을 앓고 있습니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목소리가 똑같은 남자 목소리로 들리는 것입니다. 아내와 아들도 있고 커리어적으로도 훌륭한 삶을 살고 있지만 더없이 외로운 마이클은 출장을 간 곳에서 우연히 다른 사람들과 다른 목소리를 가진 여자 '리사'를 만나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아노말리사>의 주인공은 찰리 카우프만의 손에서 탄생한 여러 캐릭터가 그러하듯 고독과 망상, 불안함에 빠져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끝까지 보고 나서의 감상이 관객마다 천차만별일 것으로 느껴지는 영화인데요, 찰리 카우프만의 다른 영화들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이 작품 역시 만족스럽게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매우 정교한 스톱모션 기술 또한 이 영화의 백미로,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만이 낼 수 있는 미묘한 분위기가 영화의 메시지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신선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이제 그만 끝낼까 해(2020)
I'm Thinking of Ending Things

감독: 찰리 카우프만
출연: 제시 플레먼스, 제시 버클리, 토니 콜렛, 데이빗 듈리스 등
장르: 드라마, 공포, 스릴러
러닝타임: 134분
우리는 언제 만난 걸까. 언제까지 만나게 될까. 새로 사귄 남자 친구와 여행을 떠나는 여자. 그의 부모님이 사는 외딴 농장에 가는 길.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흔들린다.
자신의 죽음이 필연적임을 아는 동물은 인간뿐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른 동물들은 현재에 산다.
인간은 그럴 수 없기에 희망을 발명한 거다.
<이제 그만 끝낼까 해>는 찰리 카우프만이 2020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 스릴러 공포 영화입니다. 찰리 카우프만이 처음으로 호러 장르에 도전한 작품이기도 하며, 캐나다 작가 '이언 리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제시 플레먼스가 주인공 '제이크' 역을, 제시 버클리가 '제이크의 여자친구' 역을, 토니 콜렛과 데이비드 슐리스가 각각 '제이크의 부모님' 역을 맡아 열연을 선보였습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소 찝찝할 수 있는 우울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주인공들은 서로 아귀가 맞지 않는 대화를 나누고, 시간과 공간은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알 수 없게 뒤섞여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의 결말에 다다르면 여자 주인공이 줄곧 읊조렸던 "이제 그만 끝낼까 해"의 의미와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기이한 현상들의 전말이 밝혀집니다. 전개 방식 자체만으로도 영화적 성취가 큰 작품이며, 찰리 카우프만의 전매특허인 뒤틀린 인간 심리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입니다. 제시 버클리와 제시 플레먼스, 그리고 정말 압도적인 토니 콜렛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요.
이렇게 찰리 카우프만의 영화 여섯 편을 만나 봤는데요, 어떠셨나요?
이미 카우프만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도, 처음 접해보시는 분들께도 좋은 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재미있는 영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즐겁고 평안한 주말 보내세요!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우리 다음에 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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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무료한 목요일에 활기를 더해줄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한눈에 정리해 드릴게요 :)
그럼, 3월 넷째 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존 윅' 촬영 중 실수로 사람 머리를 벤 키아누 리브스
ⓒ Esquire
키아누 리브스가 <존 윅> 시리즈의 액션 씬을 촬영하던 중 실수로 누군가의 머리를 베어 버린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액션이 많은 <존 윅> 촬영장에서 어떤 종류의 사고가 발생했는지 묻자 키아누 리브스는 "실수를 한 적이 한 번 있는데요, 어떤 남성분의 머리를 제가 그만 칼로 잘라 버렸어요. 정말 끔찍했죠... 그리고 또 차에 치인 사람도 있었어요. 바로 병원에 갔고, 다행히도 괜찮았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또한, <존 윅 4>와 관련해서는 그가 그동안 찍었던 영화들 중 가장 육체적으로 힘든 촬영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12주 간의 훈련 과정을 거친 완전히 새로운 수준의 액션이었다고 말하며 특히 쌍절곤을 활용한 액션이 매우 어려웠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키아누 리브스가 출연한 <존 윅 4>는 4월 12일 국내 개봉 예정에 있습니다.
박성웅 주연의 '웅남이', 평론가 혹평 논란 속에 박스오피스 2위 등극
ⓒ 네이버 영화
지난 수요일 개봉한 한국 영화 <웅남이>가 23일 목요일 기준 누적 관객 수 5만 4783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습니다. 개봉 이후 이틀 연속 2위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좌석판매율과 좌석점유율이 현재 상영작 가운데 1위로 실 관람객 수치가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해당 현상에 대해서 이용철 평론가가 씨네21을 통해 공개한 20자평 '여기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을까'가 낳은 개그맨 폄하 논란에 의한 반사이익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아닌 연출자인 개그맨 박성광을 직접적으로 저격한 평가란 점에서 해당 평가가 뭇매를 맞았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관객들 사이에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라는 분위기가 퍼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입니다.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11편 공개
ⓒ 나인아토엔터테인먼트, 바로엔터테인먼트
올해 4월 27일에 시작되는 전주국제영화제가 한국경쟁 부분 선정작 11편을 공개했습니다. 한국경쟁 부문은 연출자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을 선보이는 섹션으로 국내 신인 창작자들의 등용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데요, 전주국제영화제 측은 올해 총 111편의 작품이 출품되었으며 이 가운데 심사를 거쳐 극영화 8편, 다큐멘터리 2편, 실험 다큐멘터리 1편이 각각 선정되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심사를 맡았던 관계자는 다양한 색채의 영화들이 출품된 와중에 퀴어 장르가 특히 대세로 떠올랐으며 SF 장르의 영화, 영화 또는 예술 제작 과정을 다룬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선정된 작품으로는 박수연, 이유미 주연의 청춘 퀴어 드라마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어른이 되어가는 두 소녀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한소희 주연의 <폭설>, 여성 소리꾼 정의진의 이야기를 다룬 <수궁>, 탈북민 여성의 삶을 연대기 순으로 묘사한 <믿을 수 있는 사람>, 뇌졸중으로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사시회에 참석할 수 없게 된 여배우의 이야기를 다룬 <우리와 상관없이> 등이 있습니다.
'듄', '닥터 스트레인지' 각본가 넷플릭스 영화 '기어즈 오브 워' 합류
ⓒ The Coalition
영화 <프로메테우스>, <닥터 스트레인지>, <듄>의 각본을 집필한 것으로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 존 스페이츠가 넷플릭스 영화 <기어즈 오브 워>에 합류했다는 소식입니다. 영화 <기어즈 오브 워>는 무려 4천만 장이 팔렸던 동명의 유명한 비디오 게임을 실사화한 작품으로, 존 스페이츠는 해당 게임에 대해 역대 최고의 액션 게임 중 하나라고 평가하며, 자신이 이번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어 무척 기쁘고 흥분된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홍콩에서 돌연 상영 취소된 '곰돌이 푸: 피와 꿀'
ⓒ BloodDisgusting
ⓒ CNN
23일 홍콩에서 개봉 예정이었던 영국의 공포영화 <곰돌이 푸: 피와 꿀>이 돌연 상영 취소되는 사태가 발발했습니다. 기술상의 이유로 상영이 취소되었다고 보도되었지만 배급사 측은 당혹감을 표하며 자신들 역시 취소 사유를 알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상황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의식한 검열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그간 중국 정부는 시진핑 주석이 '곰돌이 푸'와 닮았다는 이유로 관련 콘텐츠를 제한해 왔으며 2021년 홍콩에서는 '국가 안보의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영화의 상영을 금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례 개정안이 통과돼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습니다. 한편, <곰돌이 푸: 피와 꿀>은 4월 중에 국내에서도 개봉될 예정이며, 일각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친근하고 귀여웠던 이미지의 곰돌이 푸를 저작권이 만료되자마자 일순간에 잔혹하고 끔찍한 캐릭터로 변모시켰다는 점에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폴 메스칼 주연 '글래디에이터2'에 배리 키오건 합류 논의 중
ⓒ Metro UK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을 맡은 <글래디에이터 2>에 배리 키오건이 출연할 수도 있다는 소식입니다. <글래디에이터 2>는 12개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며 작품상을 비롯해 총 5개의 상을 수상했던 200년 블록버스터 히트작 <글래디에이터>의 속편인데요, 앞서 영화 <애프터썬>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폴 메스칼이 전작에서 사망한 주인공 '막시무스'의 연인 '루실라'의 아들이자 이번 작품의 주인공인 '루시우스'를 맡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었습니다. 한편 <킬링 디어>, <덩케르크>, <체르노빌>, <그린 나이트>로 유명한 배리 키오건은 최근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에서의 연기로 올해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으며, 트레이 에드워드 슐츠 감독의 신작 영화에 제나 오르테가, 위켄드와 함께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져 많은 영화팬들의 기대감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현기증> 리메이크작 출연 논의 중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 Looper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걸작 <현기증>이 리메이크된다는 소식과 함께 주연 배우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맡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영화는 BBC 드라마 <피키 블라인더스>의 작가 스티븐 나이트가 대본을 쓰고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그의 아내이자 영화 제작자인 수잔 다우니가 함께 제작을 준비 중에 있다고 합니다. 한편, 원작인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은 고소공포증을 앓는 형사와 미스터리한 여인을 주인공으로 한 스릴러 영화로 2012년 영화 전문지 '사이트 앤드 사운드'에서 <시민 케인>을 제치고 역대 최고의 영화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올해 7월 개봉 예정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로 먼저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며, 박찬욱 감독의 HBO 드라마 <동조자>의 주연 배우로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내년 크리스마스에 개봉하는 조던 필 감독의 4번째 영화
ⓒ NPR
<겟 아웃>, <어스>, <놉>으로 연달아 호평을 받고 있는 조던 필 감독의 신작 영화가 내년 크리스마스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에 있다고 합니다. 이는 <아바타 3>와 <소닉 3>가 개봉하는 2024년 12월 20일보다 일주일 늦은 날짜인데요, 조던 필 감독은 그가 앞서 발표했던 세 편의 영화 때와 마찬가지로 영화에 대해서는 그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덕분에 작품의 제목도, 장르도, 출연 배우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인데요, 그가 과연 어떤 작품으로 다시 관객들을 찾아올지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씨네랩이 들려드리는 오늘의 씨네뉴스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느덧 휴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네요! 따뜻한 봄날씨와 함께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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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근도 양심도 꽉꽉 찼네
이 글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좋아요와 댓글은 미천한 창작자에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사진출처:매일경제 TV
버젓이 방송에 나와 전세사기를 고백하는 것이 덤덤해진 시대가 와버렸다. 자신의 인생을 바쳐 모은 돈으로 계약을 했을 집이었기에. 피해자에게 주어질 보상금 정도로 그들의 다친 마음에 밴드 하나 못 붙여줄 것은 뻔하디 뻔하다. 잡혀야 할 사람들은 잡히지 않고. 피해자들은 이 모든 사태에 괴로워하며 목숨을 버리는 일까지 생긴다. 그뿐인가. 인생으로는 모자라 영혼까지 끌어다 은행에 저당을 잡히고 들어왔을 집인데, 반드시 박혀 있어야만 했을 철근조차도 제대로 박혀있지 않단다. 어째서 피해자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각자도생의 길을 걸어야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은 내 이야기는 아니고 뉴스에서 나오는 남의 이야기이니. 가슴을 쓸어내리며 내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한숨을 몰래 내쉬어 보기도 한다.
영화는 정확히 이 시점에서 시작한다.
집.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한국 사람이라면 폭발적으로 떠올릴 수 있을 온갖 미묘한 생각들과 서러움을 영리하게 이용하기까지 한다. 덕분에 영화 초반에 보여주는 아파트의 역사부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부동산의 가격이 폭주하는 것을 보여주는 불과 5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관객들은 자신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영화의 상황 속으로 순순히 빨려 들어간다.
덕분에 영화가 제대로 된 설명조차 없이 모든 아파트를 날려버리고, 덩그러니 황궁 아파트만을 중심에 남겼을 때도. 관객들은 당황하지 않는다. 이미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황궁아파트 속으로 들어가 문을 꽁꽁 걸어 잠근 뒤 이므로.
사진출처:다음 영화
영화가 영리하다 못해 섬뜩하다고 생각하게 하는 두 번째 지점은 바로 입주민회의다.
남은 주민들이 느끼고 있는 마음. 어떻게 보면 입 밖으로 꺼내 말하지 못했을 뿐, 위기 상황이라면 그런 생각을 가진다 해서 욕할 수 없는 마음속 이야기들을 입주민 회의라는 형식으로 빌어 귀로 전달한다. 모든 아파트가 무너지고 달랑 자신들의 집만 남은 상황이지만. 이 무심하면서도 일상에 착 달라붙어 있는 상황 덕에. 여태껏 드림팰리스 주민들에게 받아왔던 차별들에서 오는 서러움을 얘기하는 장면들 조차 낯설지 않다.
자신들이 받았던 차별들을 오롯이 돌려줘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에게서도. 입주민이 아닌 다른 이방인들을 바퀴벌레라고까지 부르며 소탕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에게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올라오지 않는다. 영화는 너무도 정확히 한국 사회가 집을 기준으로 사람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까발리고 있고. 또한 쓸데없이 정의로운 인물을 대놓고 앞장 세워 교훈질을 하지 않는다. 그저 관객들의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경험들도 함께 끌어올려 저 말도 맞지.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렇게 황궁 아파트 주민들은 바퀴벌레 소탕 작전을 시작한다. 본인들은 그것이 자정작용이라 믿었고 자신들은 이제 이곳에서 행복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난리 법석 속에서도 꿋꿋하게 우뚝 서 있는 황궁 아파트만큼. 자신들도 그렇게 온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아파트와 자신의 존망(Johnna 망함 아님)을 동일시한다.
사진출처:다음
아파트 주민들의 은은한 광기에 팔에 돋은 소름이 겨우 가라앉을 때가 되어서야. 그들이 간과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생각나게 한다. 바로 모든 닫힌 시스템은 부패한다는 것.
이대로만 가면 남들이 죽건 말건 영원히 안전할 것만 같던 황궁 아파트는 고인 물이 되기를 자처하더니 그 속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아주 조금씩. 천천히 썩어 문드러지기 시작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아파트 단지를 커다란 고름주머니로 만드는 것도, 그러면서도 가장 지키려 애쓰는 사람도. 바로 영탁(이병헌)이다. 그는 황궁 주민의 DNA가 전혀 없으며, 극우뇌를 가진 사람도 아닌 일명 "바퀴벌레"에 불과했지만. 주민들의 집을 향한 열망에 올라타, 실컷 가짜이면서도 진짜인 행세를 한다. 그것도 꽤나 훌륭하고 성공적으로.
어리바리했던 영탁이 광기에 사로잡힌 인물로 변화하기까지 겪는 아주 극단적인 감정의 변화를 이병헌이라는 배우는 정말 점진적으로. 하지만 이질감 하나 없이 절묘하게 이뤄낸다. 그 어떤 주민의 욕망보다도 강렬하면서 그 어떤 바퀴벌레보다도 맹렬하게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려 애쓰는 모든 모습을 보면서. 이 배우의 연기 스펙트럼은 끝이 없겠구나. 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디스토피아적이지만 너무 현실과 맞닿아 있어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게 만들었던 영화 전체에 비해, 마지막 부분은 누가 보아도 희망이라는 게 있기는 하다.라고 말해준다는 점은 통상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뻔하게 헬기를 타고 온 구조대에 의한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나, 눈물파티를 하려는 시도조차 없다는 점은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모든 껍데기들은 황궁아파트와 함께 조용히 마지막을 맞이한다.
황궁 아파트는 망했지만(?) 영화 자체는 마치 황궁 아파트와 같았다. 건축물로 치자면 아낌없이 들어갔어야 할 철근들이 제자리에 굳건하게 박혀있고. 모든 것이 설계도대로 맞아떨어져서 자아내는 탄성도 영화 중간중간 가감 없이 흘러나올 만큼 훌륭했다. 모조리 쓰러진다 해도, 저 멀리서도 보일 만큼 듬직하게 제자리를 지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소한 이 영화만큼은, 철근도 양심도 꽉꽉 차 있는 셈이다.
[이 글의 TMI]
1. 비교하고 싶진 않지만. 아마도 시간이 된다면 한국영화 빅 4에 관한 이야기를 쓸 것 같다.
2. 다음 주부터 휴가 아아아악!!!!
3. 휴가비 받은 걸로 일단 책부터 사봅니다.
#콘크리트유토피아 #엄태화 #최신영화 #영화리뷰 #브런치작가 #이병헌 #박보영 #박서준 #김선영 #Munalogi #네이버인플루언서 #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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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가 아닌 삶에 의미를 찾지 못하는 한 소녀
영화 <오펀-천사의 비밀>을 보고 한동안 충격에 빠졌었는데, 여기의 주인공 여자아이가 성인이 되어 찍은 영화가 개봉한다고 해서 굉장히 기대를 했던 영화 <더 노비스>. 조금은 다른 계열이지만 스릴러 장르에 최적화된 이사벨 퍼만의 연기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했던 것 같다.
영화 <더 노비스> 시놉시스
대학 신입생 알렉스는 교내 조정부에 가입을 한 후 동급생 제이미에게 경쟁심을 느낀다. 늘 최고를 갈망하는 알렉스는 팀 1군에 들기 위해 훈련을 거듭하고 스스로를 극한으로 내몰기 시작한다. 과연 그녀는 제이미를 꺾고, 무사히 국가대표로 발탁될 수 있을까?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더 노비스>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던 영화 음악
엄청나게 무서운 장면이라든지, 보기 힘든 장면 혹은 잔인한 장면이 없이도 이 작품을 보는 내내 심장이 쫄깃했던 이유는 바로 음악 때문이었다. 영화 음악이 없었다면 그저 강에서 노를 젓고 있는 모습이었을 뿐이고, 로잉머신에서 훈련하고 있는 상황일 뿐인데, 굉장히 스산한 음악을 사용하거나, 환청을 넣음으로써 그 조여오는 압박감을 굉장히 효과적으로 표현해내고 있었다. 특히, 불안에 떨며 손톱을 물어뜯거나 손가락으로 물건이나 자신의 몸을 계속 긁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과정에서 저 손톱이 부러지면 어쩌나 싶을 정도로 음악을 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계속해서 심적인 압박감을 영화 음악을 통해서 표현해내고 있다. 극도의 텐션감을 계속해서 주면서 주인공의 심리를 관객이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였다. 아마 더 노비스의 감독 로런 해더웨이가 위플래쉬의 음향감독 출신이다보니 이런 청각적 요소의 역할을 잘 풀어낸 것이 아닐까 싶다.
팀의 바탕은 존중이다
알렉스는 최고라는 단어에 엄청나게 집착한다. 그래서 대학 역시 자신이 가장 못하는 과목이었던 물리학과로 들어가 최고의 성적을 받아내기 위해 자학적으로 자신을 몰아 세운다. 이는 조정 경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체구가 작다는 신체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연습하면서 광적으로 집착하며 자신의 경기력을 끌어올린다. 하지만 알렉스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자신이 나가는 조정 경기는 1인 경기가 아닌 팀 경기라는 사실이다.
조정은 한 사람의 뛰어난 경기력으로 승패가 갈리는 것이 아니라 팀원과의 호흡을 통해서 경기력이 좌지우지되는 스포츠다. 자신의 성공과 성장에만 집착했던 알렉스는 팀원들과 잘 지내지 못했고, 존중을 하지도, 받지도 못했다. 그렇기에 알렉스는 팀원들과 잘 지내는 제이미에게 패하고 만다. 알렉스는 다른 팀원들이 자신과 배를 탈 때는 열심히 하지 않았다며 승부조작이라고 억울함을 표현하지만 제이미는 그래서 진 것이라며 알렉스가 패배한 원인을 말해준다. 혼자만 잘났기에 다른 사람을 돌보지 않았기에 존중 받지 못한 팀원이 알렉스를 따르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이다.
강약 조절은 필요하다
모든 것에 1위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있었던 알렉스. 보는 내내 너무나도 안타까우면서도 경외심이 들었다. 과연 저 정도로 미쳐서 일을 해본 적이 있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저정도로 노력할 수 있다는 것에 존경을 표하지만 그렇게까지 치열하게 제 자신을 학대하며 살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알렉스의 주변 인물들은 여유를 가지라고 그녀에게 항상 말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여유는 가질 수 없다며 최고가 아닌 인생은 쓸모가 없다고 외친다.
과연 어떤 인간이 모든 요소에서 1등일 수가 있을까? 자신이 피나도록 노력한다고 최고가 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라면 모든 사람들은 누구나 최고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이 쓸 수 있는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고, 그렇기에 강약을 조절하며 자신이 힘을 써야하는 방향에 조금 더 많은 노력을 하고 다시 에너지를 채우며 여유를 갖는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자신을 헤칠 뿐이다. 결국 알렉스도 최고가 아닌 삶을 가치가 없다던 자신의 신념이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번개치는 강에서 혼자 조정 경기를 마치고 돌아와 선수리스트에서 자신의 이름을 지워버리고 돌아 나온다. 본인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면, 그 결과가 꼭 1등, 최고가 아니더라도 만족하고 나올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을, 그리고 그 분야가 자신의 주력 분야가 아니라면 더더욱 강약조절이 필요함을 잘 전달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영화 <더 노비스>는 스포츠 스릴러의 그 긴장감을 잘 풀어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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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재개봉하기 전에 노래 들으며 쓰는 영화 리뷰
얼른 개봉하길 바랐던 알라딘 속편은 안 나오고 알라딘 4DX 재개봉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릴 때, 애니메이션으로 보아 익숙한 이야기이지만 실사화 되면서 약간의 각색과 다채로움이 섞여 나름의 매력을 뿜어내어 1200만 명의 관객이 동원되었었다. 음악과 볼거리로 가득 찼던 만큼 여전히 나의 음악 플레이 리스트에 저장되어 있는 알라딘의 시작부터 끝까지 달려 가보자.
영화의 처음은 아빠가 아이에게 배 위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며 시작된다. 양탄자, 마법, 그리고 램프라는 단어와 함께 웅장하고 거대한 무언가가 음악과 몰려들어오며 본격적인 이야기의 서막을 알린다. 선택된 자만 들어올 수 있다고 말하는 동굴 속, 그리고 경이롭고 놀라운 신비한 Arabain Night를 예고하며 전환되며 보이는 알라딘. 그는 원숭이 '아부'와 함께 좀도둑질을 하며 살아가는데,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쟈스민을 도와주게 되면서 One Jump Ahead를 시작하게 된다. 경쾌하면서도 빠르게 움직이는 알라딘은 관리의 시선을 피하며 익숙한 듯 도망치는데, 쟈스민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점점 가까워진다. 하지만 어긋난 타이밍은 그들의 거리마저 멀게 만든다. 그 행동을 책임지기 위해 왕궁으로 들어가게 된 알라딘은 쟈스민을 만날 수 있을까.
왕궁으로 돌아온 쟈스민은 무례한 이웃나라 왕자를 만나게 되고 억지로 결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여자는 술탄이 될 수 없다는 자파에 의해 쟈스민은 침묵(speechless)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알라딘은 날렵하게 궁으로 들어가 쟈스민의 방 앞까지 도달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나오는 중에 자파에게 납치된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끊임없이 동굴 속의 보석을 찾으려는 자파는 알라딘을 이용하여 램프를 가져오라고 시킨다. 자파의 배신과 아부의 순발력으로 램프 속의 Friend Like Me로 지니 설명서를 듣게 된다. *알라딘이 납치된 것을 모르는 쟈스민과 쟈스민을 그리워하는 알라딘의 desert moon은 뒤늦게 공개가 되었다.
지니 설명서를 통해 소원을 빌게 된 알라딘은 재스민 앞에 Prince Ali의 웅장함으로 나타나 A Whole New World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소원을 빌고 마음이 커질수록 본연의 내면과는 멀어지는 알라딘의 모습에 지니는 진심 어린 걱정을 하지만 스스로를 속인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검은 욕망의 손길은 알라딘에게 다시 뻗쳐온다. 알라딘은 위기를 겪으며 그동안 잃어왔던 자신을 되찾고 쟈스민은 speechless를 통해 꿈꿔왔던 꿈을 이룬다. 기존 애니메이션의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왔지만 쟈스민의 독립성이 유독 두드러지는 실사 영화라서 더욱 재미있었다. 몇 가지의 아쉬움을 제외하고는 뮤지컬 영화와 디즈니 실사 영화로서의 매력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내가 바꾼 것은 너의 겉모습일 뿐, 너의 내면은 그대로야.
너 자신의 원래 가치를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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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 둘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설 극장가를 노린 2월 2주차 개봉예정작들
범죄스릴러, 코미디, 드라마! 준비는 다 됐어. 고르기만 하면 돼.데드맨
Dead Man
ⓒ 네이버영화
개요: 범죄 | 한국 | 108분
감독: 하준원
출연: 조진웅, 김희애, 이수경 등
개봉: 2024.02.07.
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목숨값 단돈 500만원! 이름값 1000억? 이름에 살고, 이름에 죽는다! 인생 벼랑 끝, 살기 위해 이름까지 팔게 된 ‘이만재’.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바지사장 세계에서 탁월한 계산 능력 하나로 가늘고 길게 버텨온 그가 큰 거 한방 터뜨릴 절호의 기회를 잡는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1천억 횡령 누명과 자신의 사망 기사! 살아있지만 죽은 사람, 즉 ‘데드맨’이 되어 영문도 모른 채 중국의 사설감옥에 끌려간 ‘이만재’. 정치 컨설턴트 ‘심여사’가 그의 앞에 나타나 목숨값을 담보로 위험한 제안을 하고, ‘이만재’ 때문에 아버지가 죽었다고 주장하는 ‘공희주’가 등장하면서 1천억짜리 설계판의 배후를 찾기 위해 의기투합한 세 사람의 추적이 시작되는데…
CINE PICK!
설 극장가를 노린 다수의 작품중 가장 높은 예매 추이를 보이고 있는 <데드맨>. 쉼게 만나볼 수 없는 조진웅X김희애 조합과 영화 <괴물>의 각본가 하준원 감독이 연출을 맡으며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데요. 한국 영화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바지사장’의 신선한 소재, 감각적인 영상과 탄탄한 캐스팅까지 많은 요소들이 관객의 기대를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도그데이즈
Dog Days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20분
감독: 김덕민
출연: 윤여정, 유해진, 김윤진, 정성화, 김서형, 다니엘 헤니 등
개봉: 2024.02.07.
배급: CJ ENM
시놉시스
깔끔한 성격의 계획형 싱글남 ‘민상’. 영끌까지 모아 산 건물을 개똥밭으로 만드는 세입자 수의사 ‘진영’ 때문에 매일 머리가 아프다. 오늘도 ‘진영’과 티격태격하던 ‘민상’은 동물병원에서 한 성격하는 할머니를 만나는데, 다름 아닌 세계적 건축가 ‘민서’! 갑자기 길에서 쓰러지게 되며 유일한 가족인 반려견 ‘완다’를 잃어 버리고만 ‘민서’. 동네에 살고 있는 케이팝 작곡가 ‘선용’과 ‘정아’ 가족이 완다를 보살피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민서’는 자신을 구해준 MZ 배달 라이더 ‘진우’ 와 함께 완다를 찾아 나선다. 한편 ‘선용’의 후배인 밴드 리더 ‘현’ 은 자리를 비운 여친의 반려견 ‘스팅’을 돌보던 중 스팅의 대디를 자청하며 나타난 여친의 전남친 ‘다니엘’ 의 등장에 기가 막힐 따름인데…! 특별한 단짝 덕분에 엮이게 된 이들의 기분 좋은 갓생 스토리가 시작된다!
CINE PICK!
영어로 Dog Day는 일년 중 가장 더운 날이란 뜻으로,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데 쓰이는 단어입니다. 뜻과 같이 영화속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여러 인물들이 강아지와 함께 얽혀가는 이야기를 그렸는데요. 설날에 온가족이 볼 수 있는 마음 따듯해지는 인간미 넘치는 코미디 드라마 입니다.
소풍
Picnic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14분
감독: 김용균
출연: 줄나문희, 김영옥, 박근형, 류승수
개봉: 2024.02.07.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60년 만에 찾아간 고향, 16살의 추억을 만났다. 요즘 들어 돌아가신 엄마가 자꾸 꿈에 보이는 은심. 마침 절친이자 사돈 지간인 금순이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오자, 은심은 금순과 함께 고향 남해로 떠나기로 한다. 그곳에서 우연히 자신을 짝사랑하던 태호를 만나며 잊고 지낸 추억을 하나둘씩 떠올리게 되는데… “다음에 다시 태어나도 네 친구 할 끼야” 한 편의 시가 되는 우정, 어쩌면 마지막 소풍이 시작된다.
CINE PICK!
절친이자 사돈 지간인 두 친구가 60년 만에 함께 고향 남해로 여행을 떠나며 16살의 추억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며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의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가 선보알 예정이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가수 임영웅의 자작곡이 OST로 삽입되며 짙은 여운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아가일
Argylle
ⓒ 네이버영화
개요: 액션, 코미디 | 미국 | 139분
감독: 매튜 본
출연: 헨리 카빌,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샘 록웰, 두아 리파 등
개봉: 2024.02.07.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시놉시스
내가 쓴 베스트셀러 스파이 소설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현실감 넘치는 스파이 세계를 구현한 책 [아가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베스트셀러 작가 ‘엘리’ 소설의 마지막 권을 앞둔 그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수많은 적들에게 둘러싸이고 그녀 앞에 갑자기 추레한 행색의 현실 스파이 ‘에이든’이 나타나 그녀를 구해준다. 그는 그녀의 소설 [아가일] 속 사건이 현실이 되었고, 그로 인해 ‘엘리’가 전 세계 스파이들의 표적이 되었다고 말한다. 자신을 쫓는 전 세계의 스파이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엘리’는 소설의 다음 챕터를 쓰고 그 안의 단서를 바탕으로 현실의 레전드 요원 ‘아가일’을 찾아야만 한다!
CINE PICK!
영화 ‘킹스맨 시리즈’를 여눌한 매튜 본의 8번째 장편 영화로, 킹스맨을 사랑했던 관객들이라면 충분히 매력을 느낄 영화 입니다. 특유의 B급 취향을 상당한 연출로 끌어올리는데 강한 감독으로 액션연출과 영상미, 서사성까지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주며 꾸준히 호평을 받아온 감독입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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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너의 노래가 되어
OVERVIEW
에덴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으로 지금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1893년, 뤼미에르 가족은 휴가를 보내기 위해 라 시오타에 머문다. 루이 뤼미에르와 오귀스트 뤼미에르는 유명한 <기차의 도착>(1895)을 비롯한 초기작들을 이곳에서 촬영했고, 기술이자 장치, 그리고 예술로서 영화를 발명했다. 작은 마을 라 시오타에 얽힌 가장 중요한 이야기 두 가지는 그곳에서 영화가 탄생했다는 것(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이야기다)과 지난 두 세기 동안 마을의 주요 산업이었던 조선소에 관한 것이다. 에덴극장은 이 두 이야기의 예상치 못한 교차점에서 발견되며, 그 모습은 아주 최근까지도 지속된다.
REVIEW
남프랑스에 있는 라 시오타는 오래된 휴양 도시이며, 마르세이유 부근에 있어서인지 조선업도 활발했던 도시였다. 1893년, 뤼미에르 가족은 휴가를 보내기 위해 라 시오타를 방문하는데, 루이와 오귀스트 뤼미에르 형제는 이곳에서 <기차의 도착>를 촬영하면서 최초의 영화를 발명하게 된다. 그렇게 라 시오타는 ‘영화의 발상지’로, 또 2세기에 걸쳐 기간산업이었던 조선업이라는 두 가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도시로 알려져 왔다. 그리고 이곳에서 1889년 연극 공연을 위해 문을 연 에덴극장은 1899년 뤼미에르 형제의 작품들을 상영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관으로 기록되고 있다. 물론 1980년대 조선업의 불황과 맞물려 에덴극장도 위기에 처하지만, 극장을 살리려는 움직임 덕분에 지금은 라 시오타와 에덴극장이 ‘영화의 성지’가 되었다. 알랭 베르갈라 감독은 2021년 가을, 벨기에의 다르덴 형제를 초청하여 <소년 아메드>를 비롯한 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이 유서 깊은 극장에서 보여주며 다르덴 형제와 함께 라 시오타의 이곳저곳을, 그리고 영화의 기원을 돌아본다. (전진수)
벽과 벽 사이가 프레임이 되어 바다를 담으며 시작하는 이 영화는, '라 시오타 La Ciotat'라는 이름의 독특한 항구도시를 조망한다. 세계 최고(最古)의 영화관이 있고 조선소가 있는 곳이다. 바로 이곳에서 그 유명한 최초의 영화, 사람들을 혼비백산하게 했다는 기차가 촬영되었다. 1890년대에 뤼미에르 형제가 <열차의 도착>을 촬영한 바로 그 역으로, 또 한 쌍의 형제 감독이 등장한다. 은은한 음악까지 깔려 마치 호그와트에 도착한 마법사들처럼 보이는 이들은 이번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의 감독이기도 한, 다르덴 형제다.
다르덴 형제는 라 시오타 곳곳을 거닐며 뤼미에르 형제와 최초의 영화, 최초의 영화관까지 쭉 이어간다. 중간중간 비춰지는 라 시오타의 풍경을 당시 필름 프레임대로 가르고 흑백 처리하여 보여주는데, 덕분에 뤼미에르 형제가 보았을 장면들을 그려보게 만든다. 이어 다르덴 형제의 귀한 대담도 들을 수 있다. 다르덴 형제는 에덴극장에 앉아 뤼미에르 영화를 분석하고,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연출된 장면인지 세심하게 설명한다. 동시에 다르덴 영화의 구석구석에 묻어 있는 뤼미에르 형제의 흔적도 톺아본다. 전주국제영화제 마스터 클래스에서 다르덴 형제의 말을 꼭꼭 씹어 먹었을 어떤 이들처럼, 거장 다르덴 형제 또한 거인의 어깨에 서서 한 발자국 나아온 이들이다. 영화의 역사 안에서 모두 이어져 있다.
이 도시의 풍경과 빛에 반해 정착했다는 뤼미에르 아버지에게 사진 촬영 기술을 물려받고, 더 발전시켜 뤼미에르 형제는 영화라는 세계를 만들어냈다. 기술로 부를 이룬 가족이었다.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할 수 없었을 일이다. 기술은 현실을 담기 위한 수단이다. 다르덴 형제는 삶이 현재하는 순간, 나타나는 순간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것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비단 영화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를 삶의 순간들을 기다리며, 기대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을 메운다. 기대와 고민이 없다면 반짝이는 찰나를 포착할 수 없을 테니까, 우리는 결국 기대와 고민의 향방대로 사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기대와 고민의 결이 비슷한 사람들은 결국 같은 파도를 타고 만날 수밖에 없다.
라 시오타의 주민들과 에덴극장도 같은 파도를 탔다. 80년대 철거될 위기에 놓였던 극장은 조선소의 흥망성쇠와 명맥을 함께하는 한편, 도시의 역사와도 결을 나란히 한다. 2차 세계 대전 시기 극장 일부가 붕괴되고 복구되었던 기억도, 전후 아마추어 영화가 대중화되면서 누군가의 짧은 사적 기록을 모두가 바라보던 시절도, 새로운 고객층을 유치하기 위해 바와 게임기를 설치하며 쇄신하던 모습도.
화가, 사진가, 평론가… 다양한 사람들이 머무르고 정착할수록 이 작은 도시는 새로운 색을 입고, 극장도 함께 새로운 기억을 덧입는다. 뤼미에르의 영화 속에 담긴 노동자들의 모습은 끝내 일터를 지켜낸 라 시오타 지역 주민들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영화와 일상이 서로 둥근 원을 이루면서 작은 도시가 그렇게 ‘영화로워’지는 과정을 보는 일은 경이로웠다.
동일한 파도를 탄 조선소와 극장에 몇 번이고 위기는 찾아왔다. 1980년대 말 찾아온 조선소 폐쇄의 위기는 그 중에서도 심각해 보였다. 피할 수 없을 흐름처럼 보였다. 그러나 라 시오타 조선소 노동자들은 조선소 폐쇄라는 상황 앞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저항의 수단을 다 활용하여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끈질기게 일터를 지켜냈다. 10년씩 저항해서 조선소를 지켜낸 사람들은 20년씩 저항해서 극장도 지켜냈다. 그게 가능해? 가능했다.
그게 가능했던 건 예술이 시민의 삶과 유리된 무엇이 아닌, 일상의 기쁨으로 존재했기 때문이다. 에덴극장의 영화사적 의미를 꼼꼼하게 짚으면서도, 이 다큐멘터리는 그 지점을 놓치지 않는다. 영화사적 의미뿐 아니라 동시대를 사는 극장이었던 것이다. 영화사적 명맥을 이어가고자 한다면, 동시대의 흐름에서 사라져선 안된다는 뜻이 된다.
1990년대 초반 극장은 시청에 팔렸지만, 시청은 극장을 역사기념물로 지정하면서도 역사 속에만 존재하게 하지 않았다. 싹 밀고 주차장을 만든다거나 하는 짓은 더더욱 하지 않았다. 긴 시간 들여 세심하게 시설을 복구하고, 협회에 운영을 맡겨 여전히 극장으로 기능하도록 했다. 시민들의 애정과 현명한 행정의 아름다운 협력 결과, 에덴극장은 영화사적 의미를 가득 품고 여전히 편안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원주 아카데미 극장도 그렇게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다르덴 형제가 만난, 당시의 조선소 노동자의 노래가 기억에 남는다. 수염이 하얗게 성성하지만 여전히 풍채가 좋은 남자의 입에서는 그 시절의 노래가 곧장 흘러나왔다. 다르덴 형제는 “중요한 사회 운동에는 모두 노래가 생긴다”는 멋진 말로 그 노래에 반응했다. 상영이 끝나고 나온 영화의 거리 곳곳에는 원주시의 아카데미 극장 철거를 반대하는 전단의 연보라색 글씨가 노래처럼 나부끼고 있었다.
극장은 "캄캄하고 어두운 낯선 길 혼자라 느껴질 때 슬픔은 너로 인해 조금씩 위로가 되고 요동치는 내 맘속 세상은 나를 잔잔히 흐르게" 하는 곳이다. "아주 조금이라도 남았다면 우리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아직은 아니야 끝이 아니"어야 할 것이다. 너의 노래가 되어. (따옴표 속 글자와 제목은 샤이니의 “너의 노래가 되어“에서 인용)
2023. 04. 28. 10:30 CGV전주고사 3관 (104)
2023. 05. 01. 20:00 CGV전주고사 8관 (461)
2023. 05. 04. 13:30 CGV전주고사 3관 (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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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킬러의 보디가드2 - 킬러의 아내의 보디가드" 보기 전, "킬러의 보디가드"
결말포함 스토리 요약 그리고 영화 속 메시지, 속편 정보- 킬러의 보디가드 영화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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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라이언 레이놀즈, 새뮤얼 L. 잭슨 외
장르: 액션, 코미디
음악: 아틀리 외르바르손
제작사: 밀레니엄 픽처스, 크리스털 픽처스
배급사: 라이언스게이트, JNC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2017년 8월 18일 한국 2017년 8월 30일
상영 시간: 118분
제작비: $30,000,000
북미 박스오피스: $75,468,583 (최종)
월드 박스오피스: $176,586,701 (최종)
대한민국 총 관객수: 1,721,757명 (최종)- 킬러의 아내의 보디가드(킬러의 보디가드2) 영화정보
장르: 액션, 코미디
감독: 패트릭 휴즈
각본: 톰 오코너
제작: 크리스타 캠벨, 라티 그로브맨, 매튜 오툴
주연: 라이언 레이놀즈, 새뮤얼 L. 잭슨, 셀마 헤이엑 외
촬영: 테리 스테이시
음악: 아틀리 외르바르손
제작사: 밀레니엄 미디어, 서밋 엔터테인먼트, 캠벨 그로브맨 필름
배급사: 라이언스게이트
개봉일 미국 2021년 6월 16일
#킬러의아내의보디가드 #킬러의보디가드2 #킬러의보디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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