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0932023-02-20 20:21:47
붐바스틱 하면 떠오르는 영화
티켓파워는 이런것이다를 보여주는 영화
혹시 음악 중에 붐바스틱 이라는 노래를 아시나요? 워낙 유명한 음악이라 딱 들으면 아?~ 이노래 하실거라고 생각이 돼요!
오늘은 붐바스틱하면 딱 떠오르는 영화가 있어서 가지고 왔어요~ 바로 영화 검사외전인데! 강동원이 신명 나게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유명해진 영화 검사외전 리뷰 시작해 보겠습니다.
기본 정보
장르 : 범죄, 코미디
감독/각본 : 이일형
출연진 : 황정민, 강동원
개봉일 : 2016년 2월 3일
평점 : 8.56
스트리밍 : 티빙, 넷플릭스, 웨이브, 쿠팡, 왓챠
기획 의도
진실 앞에 무대뽀! 다혈질 검사, 살인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다!
진실 따위 나 몰라라! 허세남발 꽃미남 사기꾼, 반격 작전에 선수로 기용되다
감옥에 갇힌 검사와 세상 밖으로 나온 사기꾼!
이들의 예측불허, 반격의 한탕은 성공할 수 있을까?
여담
전국 상영관에 검사외전을 가득 차지하며
2016년 한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대체적으로 호불호가 많이 나눠지며, 스토리는 허술하지만 배우들의 인지도 때문에 흥행에 성공한 영화로 평이 지배적입니다.
후기 및 결말
영화 검사외전 결말을 살펴보자면
재욱의 손아귀에 벗어나려던 치원은 결국 그를 돕기로 결심하며 현재는 정치인으로 활동 중인 재욱의 상사 우종길의 선거캠프에 들어가면서 그의 은밀한 비밀 장부를 손에 넣게 됩니다. 종길은 감옥에 투옥 중인 사람들을 사주하여 재욱을 재판에 못 오게 방해하지만 힘겹게 참석하면서 모든 증거와 더불어 녹음기까지 활용하며 종길의 그동안 모든 사실을 실토하게 되면 재욱이 승소하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영화 검사외전은 단순한 스토리지만 그 속의 황정민과 강동원의 투톱만으로 빛을 발휘하며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가 되는 영화입니다. 단순하고 심플하니 심심할 때 팝콘 영화로 검사외전 추천드립니다!
한줄평 : 붐바스틱! 따따라라~~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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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 갇힌 딸의 무죄를 입증할 마지막 기회를 위해 나서는 아빠 '빌'. 사건의 실체에 가까워질수록 예기치 못한 사실을 알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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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리우드 스타들의 외침, "아시안 혐오 범죄를 멈춰주세요."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에서 한인 등 아시아계 여성 6명을 포함해 8명이 희생되는 총격 사건이 일어났고, 이 사건으로 인하여 아시안 혐오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미국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경찰의 가혹 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지속된 #BlackLivesMatter 시위가 SNS 전반에 번지며 큰 물살을 일으킨 것처럼, 특정 인종을 향한 혐오 범죄를 막기 위해 수많은 인파들이 미국 곳곳에서 #StopAsianHate 팻말을 들고 평화 촛불 시위에 참여하며 그 불을 지피고 있다.
이를 알리기 위해, 파급력이 강한 SNS를 통해 영향력 있는 다수 할리우드 스타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7일 (현지시간), 할리우드 배우 '기네스 펠트로'가 "Stop Asian Hate" 라는 문구가 적힌 사진과 함께 "오늘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깊은 사랑을 전한다. 여러분은 우리나라(미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들어 주었고, 우리는 여러분을 사랑한다."(I send deep love to the Asian-American community today. You make our country better, we love you) 라는 글을 올리며 이 해시태그를 널리 알리기 시작하였다.
출처: CNN
이후, 한국계 미국인 배우 '대니얼 대 킴'은 지난 17일 (현지시간) CNN의 한 방송에 출연하여 아시안 혐오 범죄와 차별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지난 2015년 여동생이 '아시안 혐오 범죄'로 인하여 사망한 아픈 과거를 직접 밝히며, 피해 집단의 일원으로서 뿌리박힌 아시안 혐오 범죄 문제를 언급했다.
출처 : @JohnTheCho 트위터계정
'스타트렉' 시리즈의 한국계 배우 '존 조' 또한 트위터를 통해 목소리를 냈다. 그는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되는 <파친코> 시리즈의 저자,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트위터 글을 공유하였는데, 글에는 "아시안이기에 범죄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수치심은 인종차별자들을 위한 것이다." 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난 20일 (현지시간) 한국계 캐나다인 배우 '산드라 오'가 피츠버그에서 열린 아시안 혐오 반대 시위에 참여하여 직접 확성기를 들었다. 그녀는 열성적인 연설을 통해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의 단결과 연대를 촉구했다. 그녀는 '아시아 혐오 범죄 반대 시위'가 열린 것에 감사를 표하며, 그녀가 속한 아시아계 커뮤니티의 대부분이 그들의 두려움과 분노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첫 번째 '시위'를 통해 많은 이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음에 감사함을 표했다. 그녀는 그들의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그들의 커뮤니티의 단결이라고 말하며, 그들의 형제, 자매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서로 도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침내 그녀는 "아시안이라서 매우 자랑스럽고, 자신은 이 집단에 속한다" (I am proud to be Asian. I belong here.) 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동참하며 사람들의 동참을 이끌어내고 있는 #StopAsianHate 시위가 단순히 일시적인 이슈몰이가 아닌, 사회 전반을 바꾸어 나가는 '운동'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코로나19 이후 아시안 혐오 범죄가 급증한 가운데 지난 2월 24일에는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을 상대로 한 혐오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결의안이 미국 하원에 발의되기도 하였다. 그런 가운데 발생한 이번 사건이 단순 아시안 혐오 범죄 문제 개선만이 아닌 인종 전반에 대한 차별 금지 방안 개선 및 인권 보호 법제화 등의 문제로 확대되는 등 '제도화'를 통해 1차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한 시점이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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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성 마늘 홍보영화인가? 로맨스 영화인가?
이 달달한 유치함에 웃었네요.
곱씹어 볼수록 꼬집을 것들이 난무한 영화였지만, 왜인지 그리웠던 무해한 영화가 제 마음을 녹였나 봅니다.
감동을 받으면 안 되는 희귀한 병에 걸린 여자와 중요한 순간마다 다른 일이 생겨 매번 쓴 고배를 마셔야 했던 남자의 사랑 이야기인데요.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홍수아 배우가 희귀한 감동 병을 앓는 전보영을, 오래전 박카스 CF 훈남이자 드라마에서만 얼굴을 보인 최웅 배우가 참 운이 없는, 최철기 역을 맡았습니다. 어리지도 않고 적당히 무르익은 86년생 두 동갑내기 배우는 꽤 호흡이 잘 맞는 것 같네요.
영화는 이미 알려준 그들의 약점으로 행복함을 방해하더군요.
사랑의 힘으로 다시 꿈을 찾아 컬링을 하는 보영이는 감동을 받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이용해 적당한 불편함과 위기를 심어주었죠.. 철기는 겪어왔던 여러 불운한 일들로 인해 그간 벌이도 시원치 않은 데다, 결혼해 살아야 할 집 한 채는 남의 이야기만 같습니다.
오래전 로맨스/멜로 영화의 단골 소재인 희귀병과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를 이 커플이 어떻게 헤쳐나가는지가 하나의 재미가 되어야겠죠. 그러나, 김우석 감독은 매우 단조롭고 쉬운 방법을 선택했네요. 운으로 해결지어진 그들의 문제 때문에 재미도, 캐릭터의 매력도 반감이 되었답니다.
관심을 모았던 희귀병에 대한 응급 처치는 의성 마늘로 해결을 했고. 집 문제 역시 이 지역 이웃의 좋은 인심으로 임시처방 되었습니다. 이쯤 되면 의성군 홍보 영화였네요.
영화가 제작될 때. 의성군은 ‘팀 킴’을 앞세운 컬링과 마늘 홍보에 주력했는데요. 촬영 장소도 90% 이상이 의성군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의성군의 <감동주의보> 사랑이 남달랐던 만큼, 영화도 의성군에게 가뜩이나 충분했던 마늘 사랑으로 화답하고요.
사실, 영화로만 보면 흠이 참 많은 작품입니다.
뻔한 이야기에 익숙한 감동이기도 하고요. 유치했지만, 저는 이런 순수한 두 청춘의 모습이 아름다웠답니다. 커플의 (마늘) 사랑보다도, 부족한 환경 속에서도 밝게 웃으며, 행복하게 사는 그들의 환한 모습에 마음이 참 따뜻했네요.
이미지 출처 : NAVER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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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승과 확장 사이 갈 길 잃은 정체성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국왕이자 ‘블랙 팬서’인 '트찰라(채드윅 보즈먼)'가 갑작스레 서거하자 와칸다는 위험에 빠진다.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은 비브라늄을 탈취하기 위해 와칸다를 간헐적으로 공격하고, 천재 공학도 '리리 윌리엄스/아이언하트(도미니크 손)'가 만든 탐지기까지 활용해 세계 각지에서 비브라늄을 찾기 시작한다. 이에 '슈리(레티티아 라이트)', 라몬다(안젤라 바셋)', '오코예(다나이 구리라)', '음바쿠(윈스턴 듀크)', '나키아(루피타 뇽오)' 등 트찰라의 가족과 친구들은 제각기 와칸다를 지키기 위한 싸움에 나선다. 한편, 마야 문명의 후예이자 해저 제국 '탈로칸'의 보호자인 '네이머(테노치 우에르타 메히아)'는 지상 국가들의 비브라늄 수색 시도를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이에 심해에 은거 중이던 그는 지상 세계와의 전쟁을 결심하고, 같은 처지에 놓인 와칸다에 동맹이 되거나 전쟁을 각오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낸다.
대서양 바다 위, 와칸다의 거대한 전함이 나타난다. 와칸다의 도발에 발끈한 네이머와 탈로칸 전사들은 이내 전함을 포위한다. 거대한 물 폭탄의 폭발을 시작으로 전함을 차지하기 위한 공성전에 돌입한 와칸다와 탈로칸의 전사들. 바다를 헤엄치듯 하늘을 날아다니며 와칸다 병력을 도륙하는 네이머 덕분에 탈로칸 군은 조금씩 승기를 잡는다. 이에 질세라 슈리와 아이언하트도 피부로 호흡하는 네이머의 약점을 공략한다. 그들은 네이머의 피부를 말려 버린 후 역습을 가한다. 비브라늄을 가진 두 강대국이 전쟁을 펼치는 사이, 대서양은 처절하게 쓰러져 간 왕과 전사들의 피로 물든다.
<블랙 팬서>의 속편이자 MCU 페이즈 4의 마지막 작품인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지상에 숨겨진 국가 와칸다와 심해에 숨겨진 문명 탈로칸의 거대한 전쟁을 향해 숨 가쁘게 달려간다. 그런데 막상 미국도 함부로 건들 수 없는 두 초강대국의 전쟁에서는 박력도, 비장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몰개성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트찰라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시도가 좀처럼 하나의 구심점으로 엮이지 않기 때문이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크게 두 축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트찰라의 죽음으로 인해 새로운 사명을 마주한 인물들의 서사이고, 다른 하나는 와칸다와 탈로칸의 확장된 세계관이다. 전자는 시리즈를 이어갈 새로운 블랙 팬서를 소개하기 위함이고, 후자는 전편이 흑인 영화라는 정체성에 국한되어 있다는 한계를 깨기 위한 노력이다. 종합적으로는 트찰라의 존재감을 다른 방식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후계자의 성장을 통해 트찰라를 추모하면서도 블랙 팬서라는 영웅의 의미를 확대하는 것이다.
우선 영화는 트찰라의 죽음을 추모한다. 추모의 핵심은 계승이다. 트찰라가 남긴 유산을 어떻게 물려받을지가 관건이다. 사실 MCU 속 블랙 팬서는 언제나 복수와 밀접하게 연관된 히어로였다. <시빌 워>에서 테러로 아버지를 잃은 트찰라는 복수를 위해 윈터 솔져를 찾아 죽이는 데 혈안이었다. 그의 아치 에너미인 '에릭 킬몽거(마이클 B. 조던)'도 복수귀다. 그는 자기 아버지와 자신을 버린 와칸다와 국왕인 트차카에게 복수하려 했다. 또 미국에서 성장한 흑인답게 인종 차별로 인한 피해와 억압을 되갚아 주려는 열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새로운 블랙 팬서로 거듭나는 슈리도 다르지 않다. 슈리는 트찰라의 병을 알아채지도 못했고, 인공 하트 허브를 만드는 데도 실패했다. 갑작스레 오빠와 사별한 이후로도 그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어머니 라몬다의 위로나 충고도 듣지 않은 채 왕실의 일원으로서, 또 잠정적으로 블랙 팬서의 후계자로서 주어진 책임을 외면한다. 그러던 그녀는 네이머의 테러로 어머니를 잃은 후에야 그간 거부했던 책무를 다하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아픔과 상실감을 네이머에게 되돌려주기 위해서다. 직접 개발한 인공 하트 허브를 마신 슈리는 꿈속에서 어머니도, 트찰라도 아닌 에릭 킬몽거를 만난다. 세상을 파괴하겠다는 킬몽거의 야심과 슈리의 분노와 상실감이 향하는 방향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슈리는 결국 네이머에게 복수하지 않는다. 대신 그를 용서하고, 그와 동맹을 맺는다. 전편에서 트찰라가 남긴 메시지, 관용을 베풀 때 비로소 상실감이 치유된다는 유지를 마침내 깨달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블랙 팬서>는 복수심을 어떻게 승화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트찰라와 킬몽거는 흑인, 특히 미국 사회의 흑인들을 대변하는 캐릭터다. 그들은 피부색을 이유로 자신들을 차별한 세상에 복수할지 아니면 용서할지를 두고 격렬히 논쟁했다. 마치 마틴 루서 킹과 말콤 x가 대립하듯이. 이 맥락에서 트찰라는 한층 더 성숙해졌다. 그는 고립주의를 포기했다. 와칸다의 문호를 열고, 와칸다의 자원을 활용해 세상을 돕겠다고 선언했다. 킬몽거의 원한과 복수심에는 공감하되 보다 발전적인 방향을 찾아낸 것이다. 이는 킬몽거의 퇴장과 트찰라의 성장이 관객의 뇌리에 각인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슈리는 서로 다른 인물들의 입으로부터 트찰라의 유지를 전해 듣는다. 그녀의 가족과 친구들은 복수가 옳은 선택이 아니라며 끊임없이 그녀를 설득한다. 음바쿠는 네이머와의 전면전이 와칸다 사람들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 거라며 슈리를 말린다. 리리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잃었던 라몬다도 딸이 복수심에 매몰되기를 바라지는 않을 거라고도 덧붙인다. 나키아도 슈리가 환상 속에서 누구를 만났는지 계속 물어보며 복수는 와칸다와 탈로칸 둘 모두를 파멸시킬 것이라고 걱정한다. 슈리가 네이머에게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는 순간에는 라몬다의 영혼이 직접 딸을 설득한다. 그 덕분에 슈리는 복수와 용서 사이의 갈등과 딜레마를 극복하는 데 성공하고, 진정한 블랙 팬서로 거듭나는 길을 선택할 수 있었다.
이는 영화의 러닝타임이 왜 161분에 달할 정도로 길어야 했는지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에게는 각 캐릭터의 세밀한 감정선을 충분히 묘사할 시간이 필요하다. 미처 풀어내지 못한 트찰라의 서사를 서로 다른 캐릭터에게 나누어주고, 그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그의 유지를 계승하며, 더 나아가 그의 죽음을 추모하기 때문이다.
또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트찰라의 유산을 반복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복수가 아닌 용서를, 폭력 대신 연대를 선택해야 한다는 그의 유지를 한 걸음 더 발전시킨다. 그 중심에는 네이머와 탈로칸이 있다. 해저 제국의 등장 덕분에 <블랙 팬서> 시리즈는 단순한 흑백 차별 너머의 메시지까지 포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는 서구의 제국주의적, 식민주의적 역사관을 비판하며 그 피해자들을 대변하고자 한다.
사실 미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 국가들이 비브라늄을 탐내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몇백 년 전부터 반복되어 왔던 역사이기 때문이다. 유럽인들은 금과 은으로 가득한 엘도라도를 꿈꿨고, 후추를 찾아 탐험을 떠났으며, 차를 사기 위해 중국으로 향했다. 그 과정에서 타 대륙 국가들과 전쟁을 벌이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러한 역사를 고려하면 와칸다와 탈로칸에 묻혀 있는 비브라늄은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에 숨겨져 있던 금과 후추, 차 등과 다를 게 없다. 심지어 작중 탈로칸이 마야 문명의 후손이자 콩키스타도르에게 쫓겨난 피해자들이 세운 국가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 덕분에 네이머는 단순한 빌런 이상의 매력을 뽐낼 수 있다. 스페인 정복자들의 만행을 두 눈으로 목격한 그에게는 지상 세계를 경계할 이유와 복수를 다짐할 당위성이 충분하다. 즉, 그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역사의 반복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캐릭터다. 따라서 그는 본질적으로 바닷속의 에릭 킬몽거나 다름없으며, 블랙 팬서의 아치 에너미로서도 부족함이 없다.
더 나아가 이는 미시적이면서도 동시에 거대한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는 토대가 되어준다. 네이머와 슈리는 어머니를 잃은 후 복수심에 불타며, 서로 피 흘리며 싸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마야인과 흑인, 곧 소수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외부의 침략을 받았던 아픈 역사를 공유한다. 그래서 네이머와 슈리의 전쟁은 한 가정의 역사일 뿐만 아니라 소수 문명을 물들인 피의 역사이다. 또 와칸다와 탈로칸의 동맹이 트찰라를 향한 최고의 헌사인 이유이기도 하다. 용서와 연대의 정신으로 무장해 고립주의 노선을 포기한 트찰라의 비전이 실질적으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전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추모라는 핵심 메시지를 적절히 녹여낸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두 축은 좀처럼 하나의 영화로 연결되지 않는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MCU에 새로이 데뷔한 아이언하트가 스토리에 매끄럽게 녹아들지 못했다. 비브라늄 탐지기를 개발한 리리는 슈리와 네이머의 접점이다. 슈리는 리리를 보호하려 하고, 네이머는 리리를 죽이려 하면서 와칸다와 탈로칸은 충돌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아이언하트가 등장해야 할 이유가 제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리리가 슈리와 네이머의 접점이 될 필요는 없었다. 그녀가 아니더라도 비브라늄 탐지기를 만들 만큼 뛰어난 공학자라면 그녀의 역할을 충분히 다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언하트가 클라이맥스 전투에서 눈에 띄는 활약상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시빌 워>에서 블랙 팬서와 스파이더맨이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것과 명백히 대조를 이룬다. 그 결과 아이언하트의 등장은 부자연스럽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고, 결과적으로 네이머와 슈리의 서사가 따로 노는 듯 보이게 된다. 리리 윌리엄스라는 캐릭터의 등장과 존재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그녀의 등장을 계기로 펼쳐지는 와칸다와 탈로칸의 서사가 긴밀히 엮이지는 않는 것이다. 네이머가 탈로칸의 역사를 설명하는 대목이 지나치게 길고 지루한 이유다.
두 번째로는 히어로 영화의 정체성이 약하다는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도 액션의 비중이나 퀄리티가 장르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네이머의 와칸다 공격 정도를 제외하면 기계적으로 찍어낸 전투 장면이 있을 뿐, 개성적인 액션 시퀀스가 눈에 띄지 않는다. 와칸다와 탈로칸 군은 가상의 국가들이고 독특한 기술로 무장했지만 평범한 백병전으로 일관한다. 블랙 팬서에게 기대할 법한 동물적인 움직임도 잘 보이지 않는다. 배 한 척을 사이에 둔 전투가 양 국가의 총력전으로 묘사되는 것도 영화의 스케일에는 걸맞지 않다. 이에 더해 CG도 발목을 잡는다. 탈로칸의 경관을 보여주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바닷속이 지나치게 뿌옇고 흐릿해 건물이나 사람의 구분이 어렵다 보니 바닷속 강대국이라는 느낌이 잘 살아나지 않는다. <아쿠아맨>의 아틀란티스를 떠올려 보면 이는 충분히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라 할 수 있다.
사실 <블랙 팬서>가 흑인 영화로서의 메시지와 슈퍼 히어로 영화로서의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트찰라와 채드웍 보즈먼의 존재감이 결정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이야기가 트찰라와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더 바라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한 헌사이자, 추모 영화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히어로 영화이자 액션 영화라는 정체성을 잃은 듯이 느껴지는 것 역시 사실이다. 장르적 목표와 쾌감을 살려냈다고 보기 어렵다 보니,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 하나하나는 인상적이지만, '블랙 팬서'라는 히어로를 만난다는 느낌은 받지 못하는 것이다. 마치 리오넬 메시가 떠난 바르셀로나 축구를 보는 것처럼. 결국 MCU의 페이즈 4는 트찰라와 채드윅 보즈먼이 떠나간 빈자리만 새삼 느끼며 아쉬움 가득하게 마무리된다.
P(Poor, 형편없음)
아무리 추모에 방점을 찍어도, 오프닝 로고가 최고의 장면이라면 분명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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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일단 첫걸음부터 나가면 죽다 살아날지도 모른다, 담요를 입은 사람
담요를 입은 사람 (Blanket Wearer)
-박정미
시놉시스
주인공 정미는 돈을 사용하지 않고 생존할 방법을 찾아 나선다. 낭비되는 자본을 이용해 식사와 주거를 마련한다. 하지만 자신의 원함에 가깝지 않아, 주인공 정미는 다른 커뮤니티(환경)을 찾아 나선다. 자급자족의 생활을 꾸려나가는 공동체, 자연과 일체 되는 커뮤니티, 히피와의 트럭 여행, 그리고 히치하이킹을 통해 터키, 이란, 인도까지 모험이 이어진다. 이렇게 처음에는 ‘영국에서 돈 없이 1년 살기’라는 프로젝트는 정미의 삶의 목적의식을 찾아 나서는 모험으로 서서히 바뀌어 간다.
4일, 밤에, ‘담요를 입은 사람’을 관람하였다. 원래는 4일에는 영화제에서 영화를 볼 생각이 없었지만 어떤 마음에 이끌려 가볍게 한 편만 보고 가자는 마음을 먹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작품을 탐색할 때, 표기된 영화의 시놉시스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일대기를 다루는 이야기라니, 정적이고 너무 학습적인 내용이지 않을까,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래서 덕분에 별 기대감을 갖지 않고 상영관에 가서, 2시간 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전주에 와서 4일 만에 드디어 울었다. 이후에 ‘이 영화 참 좋다’라는 생각이 내 머리를 지배하는데 어떻게 알려야 할지 막막했다. 정말 좋은데, 어떻게 알릴 수 있지. 그래도 부족한 언어더라도 슬쩍 맛보고 궁금하다 싶은 사람들은 꼭 시간 맞춰서 영화를 관람하는 기회를 얻기를.
영화의 시작은 주인공 ‘정미’가 챗바퀴 같은 삶에 지쳐, 영국으로 떠났지만 거기서도 삶을 위한 돈을 벌고, 돈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이에 분한 정미는 돈 없이 살아보겠다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프로젝트는 반자본주의 활동이나 환경주의 운동에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식사를 하기 위해서 ‘스킵다이빙’을 통해 쓰레기봉투에 버려진 음식을 발굴하고,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폐건물에 주거생활을 꾸리는 ‘스퀏팅’을 한다. 초반의 이야기는 언뜻 ‘자본주의-환경’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아녜스 바르다의 ‘이삭 줍는 사람들’이 많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자본에 의한 낭비와 폐기는 얼마나 많은 배고픔을 외면하고 있는가에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스퀏팅’에 관해서는 방랑자의 모나가 생각나기도 했다. 아녜스 바르다 영화를 좋아한다면 분명 첫인상부터 흥미롭고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정미는 아직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여전히 ‘의존’이 필요하며 ‘돈’이 필요한 상황이란 것이 바뀌어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미는 자급자족의 공동체로 간다.
그러나 공동체란 다른 사람과의 협력과 의존이 필수적이었고, 또다시 길을 떠난다. 여러 목적지에 도착하고, 떠나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정미는 자신이 정말로 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보다 자신의 자아를 들여다보는 수련의 길처럼 변한다. 이런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심지어는 체계적이다까지 생각이 들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계획을 쌓아 만든 탄탄한 일대기를 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는 정미가 자신의 마음 속 소리에 집중하여 계획 없이 떠도는 사이에 생긴 것들이다. 정말 누군가 길을 내려준 것일까.
처음에는 목적의식이 뚜렷한 다큐멘터리일 거라 생각했는데, ‘목적’을 찾아가는 이야기였으며 그 과정이 흥미로워서 나도 정미와 함께 그 모험을 함께한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고 일련의 사건들을 뒤돌아보면 무슨 ‘계시록’이라도 읽은 느낌에 어벙벙해진다. 무계획이란 계획을 실천한다는 것은 이 또한 계획적인 일인 것이다.
내가 갖고 있던 두려움(정미 같은 경우에는 ‘돈’이었다)을 인정하는 방법이나 내 진정한 편안함을 찾기 원한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다소 ‘자기계발’적으로 들릴지 모르더라도 ‘자기성장’을 좋아한다면, 이 영화를 싫어할 수가 없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좁아 너무 아쉽다. 이런 나의 벅찬 마음을 다른 사람도 느껴보면 좋겠다. 이는 절대적으로 공유해야 할 가치이자 태도라 느꼈다.
결국, 구체적으로 왜 좋은지에 관해서 이야기는 못하고 상투적으로만 표현하게 되었는데, 나도 모르게 마음이 이끌려 새로운 정답을 찾은 듯한 기쁨에 도달한 것처럼 다른 사람도 직접 영화를 보고 그 과정을 밟아 갔으면 하는 욕심도 있어 굉장히 일부러 숨겨놓은 것도 있다. 다들 꼭 발견하시길. 그리고 마지막으로 쓸데없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생긴 모험을 하나 소개하자면, ‘산티아고 순례자길’을 꼭 걸어보고 싶다, 세계를 나와 스스로 궁지로 들어가 하나하나 나아갈 때 나는 어떤 삶을 바라게 될까. 정말 ‘나’가 궁금해졌다.
<상영 정보>
05.04. 20:30 담요를 입은 사람 (GV)
(CGV 전주고사관 1관)
05.06. 17:00 담요를 입은 사람 (GV)
(CGV 전주고사관 1관)
05.08. 17:30 담요를 입은 사람
(CGV 전주고사관 6관)
<영화제 기간>
5월 1일~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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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급 영화의 꽃말: ‘누구나’의 영화, <인천스텔라>를 기점으로
C급 영화의 꽃말: ‘누구나’의 영화, <인천스텔라>를 기점으로
당장 오늘 저녁에도 우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심지어 그 방법이 매우 간단하다. 베란다에 방치된 냉장고 택배 박스가 바로 우주선이다. 박스를 접은 뒤, 네모나게 길쭉한 구멍을 옆면에 뚫고 그 안에 탑승하면 우주로 갈 준비는 모두 마쳤다. 만일 냉장고 박스가 없다면 대안책은 어디에나 있다.
“네? 이게 우주선이라고요? 이건 그냥 자동차잖아요.”
극 중 탐사대원이 국장에게 던지는 말이다. 어떻게 우주에 자동차를 타고 갈 수 있어. 어떻게 우주에 택배 박스를 타고 갈 수가 있어. 영화 〈인천스텔라>는 이 ‘어떻게’라는 물음에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던 해답을 제시한다. 별다른 우주복이나 우주 함선, 산소 탱크도 필요없다. 1980년대를 호령하던 ‘스텔라’ 모델의 중고차 한 대만 있다면, 인천의 모 고등학교 운동장을 활주로 삼아 언제든 우주로 출발할 수 있다.
적극적인 패러디: C급 영화의 탄생
<인천스텔라>는 말 그대로 인천의 ‘스텔라’(별)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SF 장르의 독립영화다. 인천이 배경인 이유는 인천영상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졌다는 이유도 있지만, 인간(人)과 하늘(天)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주인공 ‘기동’과 그의 딸 ‘규진’은 밤하늘의 밝은 별을 보며 세상을 떠난 그들의 가족을 추억한다. 그 별은 한 때 기동의 훌륭한 동료 우주 대원이자 아내였고, 규진의 엄마였던 ‘선호’다. 어느 날 규진은 선호가 가지고 있던 프로젝트 파일을 우연히 발견하고, 엄마가 끝내 알아내지 못한 외계 신호를 누군가의 도움으로 해독하는 데에 성공한다. 그리고 규진의 해독을 기반으로 좌표를 알아낸 기동은 탐사팀과 함께 우주선 ‘인천스텔라'를 타고 우주로 향한다. 그리운 아내와 엄마를 생각하며, 기동과 규진은 우주와 지구에서 각자 고군분투한다.
제목과 줄거리를 들었을 때 <인터스텔라>가 떠오른다면 그것은 지극히 감독의 의도에 부응하는 바다. 주인공의 딸 머피처럼 규진이 암호 해독에 성공하게 도와주는 인물은 미래 시간대 우주에서 온 기동이다. 우주에서 조난당한 아빠가 블랙홀에 빠져들어 미지의 공간에 도착하고, 책장 너머로 딸에게 소리치며 들리지 않는 소통에 안간힘을 쓰는 장면은 동일하다. 다만, 전자가 광활하고도 장엄한 우주와 압도되는 스케일의 책장을 보여준다면 후자는 정확히 그 반대다. 평범한 가정집의 적당히 낡아 친숙한 책장을 두드리는 모습과 투박한 블랙홀의 CG 효과가 돋보인다. 쉽게 책장을 보지 않는 딸 규진을 향해 “책 좀 읽어. 책 좀 봐.”라고 외치며 웃음을 자아내기까지 한다. 백승기 감독은 <인천스텔라>를 메이저 우주영화 <인터스텔라>의 ‘자매품 영화'라 소개하고, B급을 넘어 아예 제대로 된 ‘C급' 영화임을 당당하게 표명한다. 제한된 예산으로 만들어야 하는 독립영화의 현실에 기반하여 어설프게 따라할 바에야 ‘제대로 못 만든 영화’를 만들자는 파격적인 선언이다. 이렇게 백승기 감독만의 장르, B급을 넘어선 C급 영화가 탄생했다.
그의 첫 작품은 팀 버튼 감독의 <가위손>을 패러디한 <망치손>이다. 집에 망치가 있었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출발했다. 지하철역에서 촬영한 <은하전철 999>와 300명의 인원을 모으지 못해 3명으로 대폭 축소한 <3>, 가내 수공업 3D 안경으로 구현한 <아바타>까지. 모방이라는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원본에 비해 현저히 낮은 퀄리티와 강화된 유머로 승부하는 그만의 패러디 전략은 일상의 상상력을 내세운다. 백승기 감독이 주축인 영화 제작사 ‘꾸러기’는 C급 전문 영화사라는 타이틀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며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 항상 ‘C’가 있다고 말한다. 그가 소개하는 C급 영화란 카메라(Camera)로 코믹(Comic)하게 찍어서 컴퓨터(Computer)로 편집해 영화관(Cinema)에 내건 창의성의 산물(Creative)이다. 즉, C급 영화야말로 완전한 영화의 본질을 관통한다고 역설한다. 백 감독의 영화는 단순히 원작의 ‘하위호환 모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처럼 의도된 패러디를 통해 새로운 주제와 형식을 전달한다.
‘인천스텔라’만의 기발한 우주를 완성하다
영화 <인천스텔라>는 현실에 기반한 엉뚱한 상상력을 발휘해 우주를 표현한다. 우주에서 온 신호를 해독하기 위해 고작 카세트 CD 플레이어의 버튼을 누른 뒤 헤드셋을 낀다거나, 우주로 가기 위해 학교 운동장에 주차된 빨간 중고차 ‘인천스텔라’에 탑승하는 것처럼 말이다.
심지어 우주로 향하는 그들이 입은 유니폼은 우주복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다. 실제 우주복은 모두가 알다시피 외부의 열을 차단하는 헬멧, 통신 헤드셋과 이어폰, 생명 유지장치 등 복잡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영화 속 그들은 은박 유니폼을 입은 뒤 오토바이 헬멧을 머리에 쓰고, 방한 장갑과 하얀 장화를 낀 채로 너무나도 태연하게 자동차에 올라탄다. 쿠킹 호일을 두른 것처럼 번쩍거리기만 하는 우주복을 착용하고 유유히 우주를 유영하기까지 한다. 다소 어설픈 행색에도 대원들의 얼굴은 사뭇 진지하다. 웃음을 터뜨리는 게 괜히 미안할 만큼.
탐사팀에게 항로를 안내하는 인공지능 로봇이나 멋있는 AI 음성도 없다. 우주복을 입은 곰돌이 그림으로 덧칠한 블루투스 스피커만 덜렁 놓여 있을 뿐이다. ‘LG U+ 클로버 스피커’를 대신하는 ‘세잎클로버’다. 중력을 계산할 때는 공학용도 아닌 가정용 계산기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다. 집에 굴러다니던 계산기와 무선 이어폰만 있다면, 영화 속 장면을 완벽한 싱크로율로 재현할 수 있다.
SF+독립영화+C급= ?
흔한 SF 장르의 우주 영화를 생각하고 이 영화를 감상했다면 의문이 들 수 있다. 광활한 우주를 수놓는 웅장한 풍경도,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픈 계기판과 수식도,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인 근사한 우주선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대신 자리하고 있다. 주인공의 직장은 NASA가 아닌, ASA(아시아항공우주국)이다. 우주 신호를 감지하는 헤드셋과 카세트 플레이어, 블랙홀 시공간을 통제하는 블루투스 스피커, 나아가 새로운 행성 ‘STAR GAM(갬성)’의 토양을 검사하는 홈-매트 훈증기까지.
다른 장르도 아니고, 무려 우주 SF 영화를 집에서 당장 재현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었다니. 상당히 파격적인 도전이 아닐 수 없다. 3,700배 차이가 나는 제작비로 만든 영화는 저예산 인터스텔라를 넘어, 홈 메이드 인터스텔라에 가깝다. ‘이런 것도 영화라고', ‘이 정도는 나도 만들겠다'는 식의 관객의 반응이 예상되지만 백승기 감독은 오히려 이런 반응을 처음부터 바랐다. 실제로 그는 인터뷰에서, ‘이게 영화라면 나도 만들겠다'던 댓글에 “제발 같이 만들자"고 답했다. C급 영화는 누구나 감독이 될 수도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무대다. 할리우드 영화 중에서도 가장 높은 예산과 스케일을 자랑하는 우주 영화를 저예산 독립영화에서 만들어보겠다는 발상은 상당히 위험하지만, 그렇기에 이 영화의 주제와 일맥상통한다.
C급 영화의 꽃말: ‘누구나’의 영화
본래 패러디와 모방은 고급 예술을 따라한 저속하고 값싼 대중예술로 그려지곤 했다. 그러나 고급과 저급, 진짜와 가짜는 이제 분명히 구분되지 않는다. 저속한 대중예술이라 불리던 ‘키치’ 또한 새로운 스타일로써 우리 삶에 빠른 속도로 스며들었다. 과연 B급 감성과 그것을 넘어선 C급 영화는 ‘진짜 예술’을 밀어내는 저급하고 촌스러운 유행일 뿐일까. 더군다나 거대 자본과 투자력을 갖춘 할리우드의 것임이 분명했던 SF 장르를 구현했다면.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시도만으로도 의의가 있는 과감한 도전이다. 이 영화를 단순히 모방 작품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이유도 그들이 그리는 하찮은 우주에서 우리의 일상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스 하나만 있다면 우주로 갈 수 있으며 언제든 우주에 가 닿을 수 있는 존재. 그렇기에 우리는 특별하다. 영화의 주제는 그 모습만큼이나 간단하다.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는 초신성(super nova)은 영화의 영제목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관객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마치 태아의 모양을 본뜬 듯한 별의 폭발은 죽음의 상태를 일컫는 초신성의 뜻과는 달리, 생명의 탄생을 예고한다. 탄생과 소멸을 모두 겪을 수 있는 별은 각자의 인생과 닮아 있다고 말한다. 많은 자본이 투자되거나 화려한 CG와 소품은 없지만 오히려 부족하기 때문에, 우주의 빈 공간을 개개인 모두로 채울 수 있다며 역설한다. 때로는 촌스럽고 유치하고, 어설퍼 조잡해 보이는 장면에서 마침내 우리를 발견해내기까지의 과정은 즐겁다.
거실을 한 바퀴 둘러보면 이곳은 이미 항공우주국의 한 가운데, 우주비행선의 발사대다. 아직 버리지 않은 택배 박스는 이제 우주비행선의 단단한 몸체가 되고, 어릴 적 읽던 전집이 꽂힌 투박한 책장은 다른 머나먼 우주 공간에 있는 가족이 애타게 나를 부르는 차원의 문이 된다. 시공간을 접어 차원의 지름길을 만드는 <인터스텔라>처럼, 인(人)과 천(天)이 단숨에 맞닿는 순간을 부족함 없이 표현한다. 인류를 구해야 하는 거대 자본 SF영화의 사념은 가족을 구하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으로 바뀌지만, 영화가 주는 진리와 울림은 불변한다.
영화 <인천스텔라>에서는 사람이 모두 위대하고 아름다운 별이 된다. 거대 자본과 화려한 CG, 정교한 소품의 부재가 남긴 빈 자리는 사람과 사랑에 대한 애정과 따뜻한 유머가 채운다. 이 C급 세계관에서 우리는 모두 존재 자체로 특별한 항성이다. 분명 <인천스텔라>는 어딘가 이상하고 빈틈이 많으며 개연성이 부족한 영화다. 마치 내가 사는 평범하고 서툰 삶처럼. 그래서 따뜻하고, 그래서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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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쉬운 <비상선언>, 그래도 좋았던 건...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린 현실에서 수많은 재난을 봐왔다. 그 재난을 경험하고 살아난 생존자들도 있고, 반대로 희생당한 사람들도 무척 많다. 그것을 화면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복잡해진다. 자신이 그곳에 있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우연히 그 자리에 있어서 그 악몽을 겪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함께 마음에 자리 잡는다. 그렇게 재난상황은 사람들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본능을 끌어올린다.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생존에 대한 본능은 사회에 보여주는 가면을 치워버리고 진짜 얼굴을 드러내게 한다. 따뜻한 얼굴, 차가운 얼굴, 무심한 얼굴 등 다양한 얼굴은 진정한 세상의 모습을 수면으로 끌어올린다.
그렇게 드러난 얼굴은 생존만을 바라보게 만든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안전을 좀 더 바라보게 만들고 필요한 경우, 보다 나은 안전을 위해 시위를 하기도 한다. 반면에 정치인들은 그 재난의 상황을 이용해 정치적인 생명을 연장하려고 한다. 공무원인 정부 고위 관계자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인과 연결될 수밖에 없는 고위 관계자들은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정치인의 지시를 충실하게 따른다. 그것이 옳고 그른지보다는 일단 자신의 조직 내에서 안정적인 결정에 따르려고 한다. 그리고 그 재난 상황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당장 생존할 기회를 찾게 만든다. 이 가혹한 상황은 모두를 몰아붙인다.
비행기 속 테러와 재난을 함께 다루는 영화 <비상선언>
영화 <비상선언>은 테러와 재난 상황 속 인물들과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모인 외부의 인물들의 얼굴을 담는다. 이 상황을 시작한 건, 테러범인 진석(임시완)이다. 그는 미리 SNS에 비행기 테러를 하겠다는 영상을 올리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타는 비행기의 표를 구매해 탑승한다. 그의 목적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마치 남대문을 불태운 테러나 대구 지하철 참사의 테러범이 했던 것처럼 사회를 향한 분노를 드러내는 것 자체가 목적이다. 정작 테러를 한 진석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즐기려는 목적이 아니다. 단순히 비행기를 탄 모두를 죽이는 것이 그가 유일하게 바라는 것이다. 영화 속 어디에도 그가 다른 사람이 차례로 죽는 것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없다. 단지 그는 치사량 높은 바이러스 하나로 자신이 가진 분노를 표출하고 그 자신도 그 분노에 의해 먼저 현장을 떠난다.
비행기 내부에서는 벌어진 테러의 중심에 다양한 인물이 포진된다. 부기장 현수(김남길), 스튜어디스 희진(김소진)과 과거 비행기 조종사였던 재혁(이병헌)이 진석을 막기 위해 애쓴다. 그들은 테러범인 진석을 막으려 최선을 다하지만 그가 이미 퍼뜨린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승객들은 하나둘씩 감염되기 시작하고 어떤 해결책도 가지고 있지 못한 그들에겐 불안이라는 또 다른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진다. 그와 중에 스튜어디스들과 조종사들은 최선을 다해 사람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쓴다. 비행기 내부의 사람들은 대부분은 지시에 따라 안정을 취하고 있지만 그 사이에서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안전을 위해 사람들을 구분 짓기를 원한다. 영화 중반 이후엔 바이러스 증상 발현자들과 무증상자를 따로 나누게 되고 이는 그 안에서 작은 계급을 만든다. 짧은 시간에 형성된 작은 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영화는 차근차근 보여주고 있다.
비행기 외부에서는 형사 인호(송강호)가 테러리스트인 진석의 뒤를 쫓는다. 그리고 정부 관계자들도 상황실을 만들어 이 상황에 대처하려고 한다. 가장 열심히 뛰는 건 아내가 비행기에 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인호다. 그는 필사적으로 진석의 행적을 수사해 그 상황을 해결할 단서를 찾으려고 한다. 반면에 국토부 장관 숙희(전도연)와 청와대 관계자 태수(박해준)는 관련 관리자들을 모아 대책회의를 하고 그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의견 충돌이 있고, 대통령을 비롯한 윗선의 결정을 기다리는 측면에서 그들의 논의와 결정은 무척 늦은 감이 있다. 피해자 가족이기도 한 개인은 필사적으로 그 상황을 타계하려 노력하지만 정작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정부 관계자들은 늘 한 발 느리게 다음 해결책을 제시한다. 어떤 경우엔 다음 결정을 못하고 지지부진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테러 장르로 시작해 중반까지 이어지는 압도적인 긴장감
지난 수요일 개봉한 영화 <비상선언>은 관객 사이에서 호불호가 심하게 나뉘고 있다. 영화의 구성 자체가 이렇게 호불호가 나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영화의 전반부는 테러 장르라고 볼 수 있다. 테러리스트가 등장하고 그가 하와이행 비행기에 생화학 테러를 벌인다. 그리고 그가 퍼트린 바이러스가 점점 많은 사람들에게 퍼지기 시작한다. 한 명으로 시작했던 감염자는 금방 그 숫자를 늘려간다. 그렇게 비행기 안이 아수라장이 되어가는 과정이 영화 중반까지 담긴다. 중반까지 진행되는 테러 장르는 꽤 훌륭하게 영상에 담겼다. 실제와 똑같은 형태로 만들어진 비행기 세트를 실제로 돌리면서 촬영된 비행 시퀀스는 굉장한 현실감을 주고 긴박감을 더해준다. 여기에 동기를 드러내지 않고 테러를 벌이는 빌런 진석은 영화에 엄청난 긴장감을 선사한다. 또한 지상에서 진석의 뒤를 쫓는 인호의 추적극도 굉장히 빠르고 박진감 있게 담겨있다.
이렇게 무사히 전반부를 마친 영화는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재난 장르로 방향을 튼다. 재난 장르에는 빌런이 사라지고 피해자들과 지상의 가족 그리고 공무원들이 화면을 채운다. 그러니까 목적 자체가 테러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비행기 안의 사람들이 무사히 지상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중점적으로 비추기 시작한다. 피해자 중의 중심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재혁이 전면에 등장하게 되고, 그의 과거 이야기도 덧붙여진다. 그렇게 신파 코드를 덧붙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여기에 사회적인 메시지도 포함되면서 중반까지 응축해왔던 긴장감을 풀리게 만든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해 시간과 사람들의 행동들도 조금은 인위적으로 압축해놓았다는 느낌도 든다. 이런 점에서 영화 <비상선언>의 후반부는 아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후반부에 던지는 사회적인 메시지 자체는 명확하다. 우리가 지금도 겪고 있는 바이러스라는 특수한 상황 앞에서 여론은 급격하게 갈라진다. 그 안에서 여러 의견들을 보고 자신이 어떤 것을 따를지 결정하기도 하지만 사실 어떤 것이 더 옳은 것인지 단번에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영화 속에 피해자들이 탄 비행기의 착륙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그 두 가지 의견 중 어떤 것이 더 옳은가라고 묻는다면 쉽게 답하기 어렵다. 피해자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한 편으로는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같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반인의 의견이 갈리더라도 정부는 피해자를 최대한 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정치인들과 정부 관계자들은 정치적인 안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결정을 한다. 그들의 비겁한 모습 또한 영화 후반부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쉽지만 평가절하되서는 안 될 이야기
영화 <비상선언>은 동일한 재난 상황이 벌어질 때 우리 사회의 단면을 무척 잘 캐치하여 담았다. 이런 모습은 우리가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재난을 통해 겪어온 일이다. 더 과거로 가서 반복적으로 일어난 다양한 한국 내 재난을 떠올릴 수도 있다. 특별한 테러 동기도 찾기 어려운 테러범 진석도 우리 사회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사회에 대한 불만에 가득 차 있는 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대구 지하철 테러 같은 끔찍한 범죄를 일으켰도 남대문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그들이 원하는 건 그저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것뿐이다. 그런 점들이 바로 이 영화가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영화는 테러 장르로 시작해 재난 장르로 마무리가 된다. 비록 후반부 아쉬운 점들은 있지만 이 영화가 평가절하될 만큼 엉망은 아니다. 하이재킹 테러 장르로 보여줄 수 있는 최대의 긴장감을 영화에 담았고 후반부에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고 있다. 여기에 신파적인 장면들 역시 포함되어 있지만 생각보다 그 강도가 세지는 않다. 비록 압축적으로 상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시간의 비약과 너무 딱 맞게 떨어지는 설정들이 들어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이 영화 전체를 엉망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영화에는 피해자와 그들을 돕는 사람들이 있고, 무책임한 정부 관계자도 있기만 그 상황과 결정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관료도 있다. 거기에 피해자 가족들의 모습도 같이 보여주면서 다각도로 영화의 상황을 볼 수 있게 구성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는 임시완이다. 테러범 진석 역할을 맡고 있는데 평범하지만 분노를 깊숙이 숨기고 있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무척 좋은 인상을 가진 그가 사람들에게 무심하게 죽었으면 좋겠다고 내뱉는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다. 송강호나 전도연, 이병헌 같은 탑 배우들도 이 영화 안에서 혼자 따로 놀지 않고 적절하게 잘 맞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를 연출한 한재림 감독은 과거 <연애의 목적>, <연애의 온도> 같은 관계에 대한 영화를 탁월하게 연출했었고, <관상>, <더킹>, 같은 사회고발과 관련한 영화도 완성도 있게 연출한 경험이 있다. 이번 <비상선언>에는 실감 나는 비행기 테러 이야기와 함께 현실에서 실제로 겪고 있는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문제들을 적절하게 이야기에 녹여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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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bbitgumi의 영화이야기 유료 뉴스레터에도 영화 <비상선언>과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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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화장실 사건 15년 후의 결말[꼬꼬무영화리뷰/결말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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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th JIMFF 황동희 배우님 interview ?♀️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작 #나의여신 의 매력적인 황동희 배우님 본격 탐구! ?♀️
? JIMFF X HISTRANGER ?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HISTRANGER가 떴다! JIMFF 공식 웹 데일리팀이 직접 취재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현장을 지금부터 살펴볼까요? 한국경쟁 상영작 [나의 여신]의 황동희 배우님을 하이스트레인저 웹 데일리 팀이 직접 만나보았습니다! ??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8월 25일 대개봉!! ?? ? 씨네픽쳐(스틸컷 퀴즈) 절찬리 진행중!! ? ? 씨네픽 큐큐(Quote Quiz) 절찬리 진행중!! ? ? 씨네픽 숏-퀴즈 절찬리 진행중!! ? 아이폰 다운로드 https://apps.apple.com/kr/app/%EC%94%A8%EB%84%A4%ED%94%BD/id1494842307 안드로이드 다운로드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cinepick.android #씨네픽 매주 목요일 밤 11시 59분 오픈 #CINEPICK #영화 #추천 #박스오피스 #예측 #상금 #100만원 #클릭비 #김태형 #오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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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틸워터> 30초 예고편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 갇힌 딸의 무죄를 입증할 마지막 기회를 위해 나서는 아빠 '빌'. 사건의 실체에 가까워질수록 예기치 못한 사실을 알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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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크로스> 런칭 예고편
[서울의 봄] 황정민X [밀수] 염정아 대세 콤비의 2024 완벽 흥행 크로스! 설 개봉 확정! [크로스] 런칭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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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리우드 스타들의 외침, "아시안 혐오 범죄를 멈춰주세요."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에서 한인 등 아시아계 여성 6명을 포함해 8명이 희생되는 총격 사건이 일어났고, 이 사건으로 인하여 아시안 혐오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미국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경찰의 가혹 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지속된 #BlackLivesMatter 시위가 SNS 전반에 번지며 큰 물살을 일으킨 것처럼, 특정 인종을 향한 혐오 범죄를 막기 위해 수많은 인파들이 미국 곳곳에서 #StopAsianHate 팻말을 들고 평화 촛불 시위에 참여하며 그 불을 지피고 있다.
이를 알리기 위해, 파급력이 강한 SNS를 통해 영향력 있는 다수 할리우드 스타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7일 (현지시간), 할리우드 배우 '기네스 펠트로'가 "Stop Asian Hate" 라는 문구가 적힌 사진과 함께 "오늘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깊은 사랑을 전한다. 여러분은 우리나라(미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들어 주었고, 우리는 여러분을 사랑한다."(I send deep love to the Asian-American community today. You make our country better, we love you) 라는 글을 올리며 이 해시태그를 널리 알리기 시작하였다.
출처: CNN
이후, 한국계 미국인 배우 '대니얼 대 킴'은 지난 17일 (현지시간) CNN의 한 방송에 출연하여 아시안 혐오 범죄와 차별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지난 2015년 여동생이 '아시안 혐오 범죄'로 인하여 사망한 아픈 과거를 직접 밝히며, 피해 집단의 일원으로서 뿌리박힌 아시안 혐오 범죄 문제를 언급했다.
출처 : @JohnTheCho 트위터계정
'스타트렉' 시리즈의 한국계 배우 '존 조' 또한 트위터를 통해 목소리를 냈다. 그는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되는 <파친코> 시리즈의 저자,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트위터 글을 공유하였는데, 글에는 "아시안이기에 범죄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수치심은 인종차별자들을 위한 것이다." 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난 20일 (현지시간) 한국계 캐나다인 배우 '산드라 오'가 피츠버그에서 열린 아시안 혐오 반대 시위에 참여하여 직접 확성기를 들었다. 그녀는 열성적인 연설을 통해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의 단결과 연대를 촉구했다. 그녀는 '아시아 혐오 범죄 반대 시위'가 열린 것에 감사를 표하며, 그녀가 속한 아시아계 커뮤니티의 대부분이 그들의 두려움과 분노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첫 번째 '시위'를 통해 많은 이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음에 감사함을 표했다. 그녀는 그들의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그들의 커뮤니티의 단결이라고 말하며, 그들의 형제, 자매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서로 도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침내 그녀는 "아시안이라서 매우 자랑스럽고, 자신은 이 집단에 속한다" (I am proud to be Asian. I belong here.) 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동참하며 사람들의 동참을 이끌어내고 있는 #StopAsianHate 시위가 단순히 일시적인 이슈몰이가 아닌, 사회 전반을 바꾸어 나가는 '운동'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코로나19 이후 아시안 혐오 범죄가 급증한 가운데 지난 2월 24일에는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을 상대로 한 혐오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결의안이 미국 하원에 발의되기도 하였다. 그런 가운데 발생한 이번 사건이 단순 아시안 혐오 범죄 문제 개선만이 아닌 인종 전반에 대한 차별 금지 방안 개선 및 인권 보호 법제화 등의 문제로 확대되는 등 '제도화'를 통해 1차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한 시점이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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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성 마늘 홍보영화인가? 로맨스 영화인가?
이 달달한 유치함에 웃었네요.
곱씹어 볼수록 꼬집을 것들이 난무한 영화였지만, 왜인지 그리웠던 무해한 영화가 제 마음을 녹였나 봅니다.
감동을 받으면 안 되는 희귀한 병에 걸린 여자와 중요한 순간마다 다른 일이 생겨 매번 쓴 고배를 마셔야 했던 남자의 사랑 이야기인데요.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홍수아 배우가 희귀한 감동 병을 앓는 전보영을, 오래전 박카스 CF 훈남이자 드라마에서만 얼굴을 보인 최웅 배우가 참 운이 없는, 최철기 역을 맡았습니다. 어리지도 않고 적당히 무르익은 86년생 두 동갑내기 배우는 꽤 호흡이 잘 맞는 것 같네요.
영화는 이미 알려준 그들의 약점으로 행복함을 방해하더군요.
사랑의 힘으로 다시 꿈을 찾아 컬링을 하는 보영이는 감동을 받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이용해 적당한 불편함과 위기를 심어주었죠.. 철기는 겪어왔던 여러 불운한 일들로 인해 그간 벌이도 시원치 않은 데다, 결혼해 살아야 할 집 한 채는 남의 이야기만 같습니다.
오래전 로맨스/멜로 영화의 단골 소재인 희귀병과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를 이 커플이 어떻게 헤쳐나가는지가 하나의 재미가 되어야겠죠. 그러나, 김우석 감독은 매우 단조롭고 쉬운 방법을 선택했네요. 운으로 해결지어진 그들의 문제 때문에 재미도, 캐릭터의 매력도 반감이 되었답니다.
관심을 모았던 희귀병에 대한 응급 처치는 의성 마늘로 해결을 했고. 집 문제 역시 이 지역 이웃의 좋은 인심으로 임시처방 되었습니다. 이쯤 되면 의성군 홍보 영화였네요.
영화가 제작될 때. 의성군은 ‘팀 킴’을 앞세운 컬링과 마늘 홍보에 주력했는데요. 촬영 장소도 90% 이상이 의성군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의성군의 <감동주의보> 사랑이 남달랐던 만큼, 영화도 의성군에게 가뜩이나 충분했던 마늘 사랑으로 화답하고요.
사실, 영화로만 보면 흠이 참 많은 작품입니다.
뻔한 이야기에 익숙한 감동이기도 하고요. 유치했지만, 저는 이런 순수한 두 청춘의 모습이 아름다웠답니다. 커플의 (마늘) 사랑보다도, 부족한 환경 속에서도 밝게 웃으며, 행복하게 사는 그들의 환한 모습에 마음이 참 따뜻했네요.
이미지 출처 : NAVER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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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승과 확장 사이 갈 길 잃은 정체성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국왕이자 ‘블랙 팬서’인 '트찰라(채드윅 보즈먼)'가 갑작스레 서거하자 와칸다는 위험에 빠진다.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은 비브라늄을 탈취하기 위해 와칸다를 간헐적으로 공격하고, 천재 공학도 '리리 윌리엄스/아이언하트(도미니크 손)'가 만든 탐지기까지 활용해 세계 각지에서 비브라늄을 찾기 시작한다. 이에 '슈리(레티티아 라이트)', 라몬다(안젤라 바셋)', '오코예(다나이 구리라)', '음바쿠(윈스턴 듀크)', '나키아(루피타 뇽오)' 등 트찰라의 가족과 친구들은 제각기 와칸다를 지키기 위한 싸움에 나선다. 한편, 마야 문명의 후예이자 해저 제국 '탈로칸'의 보호자인 '네이머(테노치 우에르타 메히아)'는 지상 국가들의 비브라늄 수색 시도를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이에 심해에 은거 중이던 그는 지상 세계와의 전쟁을 결심하고, 같은 처지에 놓인 와칸다에 동맹이 되거나 전쟁을 각오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낸다.
대서양 바다 위, 와칸다의 거대한 전함이 나타난다. 와칸다의 도발에 발끈한 네이머와 탈로칸 전사들은 이내 전함을 포위한다. 거대한 물 폭탄의 폭발을 시작으로 전함을 차지하기 위한 공성전에 돌입한 와칸다와 탈로칸의 전사들. 바다를 헤엄치듯 하늘을 날아다니며 와칸다 병력을 도륙하는 네이머 덕분에 탈로칸 군은 조금씩 승기를 잡는다. 이에 질세라 슈리와 아이언하트도 피부로 호흡하는 네이머의 약점을 공략한다. 그들은 네이머의 피부를 말려 버린 후 역습을 가한다. 비브라늄을 가진 두 강대국이 전쟁을 펼치는 사이, 대서양은 처절하게 쓰러져 간 왕과 전사들의 피로 물든다.
<블랙 팬서>의 속편이자 MCU 페이즈 4의 마지막 작품인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지상에 숨겨진 국가 와칸다와 심해에 숨겨진 문명 탈로칸의 거대한 전쟁을 향해 숨 가쁘게 달려간다. 그런데 막상 미국도 함부로 건들 수 없는 두 초강대국의 전쟁에서는 박력도, 비장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몰개성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트찰라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시도가 좀처럼 하나의 구심점으로 엮이지 않기 때문이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크게 두 축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트찰라의 죽음으로 인해 새로운 사명을 마주한 인물들의 서사이고, 다른 하나는 와칸다와 탈로칸의 확장된 세계관이다. 전자는 시리즈를 이어갈 새로운 블랙 팬서를 소개하기 위함이고, 후자는 전편이 흑인 영화라는 정체성에 국한되어 있다는 한계를 깨기 위한 노력이다. 종합적으로는 트찰라의 존재감을 다른 방식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후계자의 성장을 통해 트찰라를 추모하면서도 블랙 팬서라는 영웅의 의미를 확대하는 것이다.
우선 영화는 트찰라의 죽음을 추모한다. 추모의 핵심은 계승이다. 트찰라가 남긴 유산을 어떻게 물려받을지가 관건이다. 사실 MCU 속 블랙 팬서는 언제나 복수와 밀접하게 연관된 히어로였다. <시빌 워>에서 테러로 아버지를 잃은 트찰라는 복수를 위해 윈터 솔져를 찾아 죽이는 데 혈안이었다. 그의 아치 에너미인 '에릭 킬몽거(마이클 B. 조던)'도 복수귀다. 그는 자기 아버지와 자신을 버린 와칸다와 국왕인 트차카에게 복수하려 했다. 또 미국에서 성장한 흑인답게 인종 차별로 인한 피해와 억압을 되갚아 주려는 열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새로운 블랙 팬서로 거듭나는 슈리도 다르지 않다. 슈리는 트찰라의 병을 알아채지도 못했고, 인공 하트 허브를 만드는 데도 실패했다. 갑작스레 오빠와 사별한 이후로도 그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어머니 라몬다의 위로나 충고도 듣지 않은 채 왕실의 일원으로서, 또 잠정적으로 블랙 팬서의 후계자로서 주어진 책임을 외면한다. 그러던 그녀는 네이머의 테러로 어머니를 잃은 후에야 그간 거부했던 책무를 다하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아픔과 상실감을 네이머에게 되돌려주기 위해서다. 직접 개발한 인공 하트 허브를 마신 슈리는 꿈속에서 어머니도, 트찰라도 아닌 에릭 킬몽거를 만난다. 세상을 파괴하겠다는 킬몽거의 야심과 슈리의 분노와 상실감이 향하는 방향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슈리는 결국 네이머에게 복수하지 않는다. 대신 그를 용서하고, 그와 동맹을 맺는다. 전편에서 트찰라가 남긴 메시지, 관용을 베풀 때 비로소 상실감이 치유된다는 유지를 마침내 깨달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블랙 팬서>는 복수심을 어떻게 승화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트찰라와 킬몽거는 흑인, 특히 미국 사회의 흑인들을 대변하는 캐릭터다. 그들은 피부색을 이유로 자신들을 차별한 세상에 복수할지 아니면 용서할지를 두고 격렬히 논쟁했다. 마치 마틴 루서 킹과 말콤 x가 대립하듯이. 이 맥락에서 트찰라는 한층 더 성숙해졌다. 그는 고립주의를 포기했다. 와칸다의 문호를 열고, 와칸다의 자원을 활용해 세상을 돕겠다고 선언했다. 킬몽거의 원한과 복수심에는 공감하되 보다 발전적인 방향을 찾아낸 것이다. 이는 킬몽거의 퇴장과 트찰라의 성장이 관객의 뇌리에 각인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슈리는 서로 다른 인물들의 입으로부터 트찰라의 유지를 전해 듣는다. 그녀의 가족과 친구들은 복수가 옳은 선택이 아니라며 끊임없이 그녀를 설득한다. 음바쿠는 네이머와의 전면전이 와칸다 사람들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 거라며 슈리를 말린다. 리리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잃었던 라몬다도 딸이 복수심에 매몰되기를 바라지는 않을 거라고도 덧붙인다. 나키아도 슈리가 환상 속에서 누구를 만났는지 계속 물어보며 복수는 와칸다와 탈로칸 둘 모두를 파멸시킬 것이라고 걱정한다. 슈리가 네이머에게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는 순간에는 라몬다의 영혼이 직접 딸을 설득한다. 그 덕분에 슈리는 복수와 용서 사이의 갈등과 딜레마를 극복하는 데 성공하고, 진정한 블랙 팬서로 거듭나는 길을 선택할 수 있었다.
이는 영화의 러닝타임이 왜 161분에 달할 정도로 길어야 했는지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에게는 각 캐릭터의 세밀한 감정선을 충분히 묘사할 시간이 필요하다. 미처 풀어내지 못한 트찰라의 서사를 서로 다른 캐릭터에게 나누어주고, 그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그의 유지를 계승하며, 더 나아가 그의 죽음을 추모하기 때문이다.
또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트찰라의 유산을 반복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복수가 아닌 용서를, 폭력 대신 연대를 선택해야 한다는 그의 유지를 한 걸음 더 발전시킨다. 그 중심에는 네이머와 탈로칸이 있다. 해저 제국의 등장 덕분에 <블랙 팬서> 시리즈는 단순한 흑백 차별 너머의 메시지까지 포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는 서구의 제국주의적, 식민주의적 역사관을 비판하며 그 피해자들을 대변하고자 한다.
사실 미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 국가들이 비브라늄을 탐내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몇백 년 전부터 반복되어 왔던 역사이기 때문이다. 유럽인들은 금과 은으로 가득한 엘도라도를 꿈꿨고, 후추를 찾아 탐험을 떠났으며, 차를 사기 위해 중국으로 향했다. 그 과정에서 타 대륙 국가들과 전쟁을 벌이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러한 역사를 고려하면 와칸다와 탈로칸에 묻혀 있는 비브라늄은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에 숨겨져 있던 금과 후추, 차 등과 다를 게 없다. 심지어 작중 탈로칸이 마야 문명의 후손이자 콩키스타도르에게 쫓겨난 피해자들이 세운 국가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 덕분에 네이머는 단순한 빌런 이상의 매력을 뽐낼 수 있다. 스페인 정복자들의 만행을 두 눈으로 목격한 그에게는 지상 세계를 경계할 이유와 복수를 다짐할 당위성이 충분하다. 즉, 그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역사의 반복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캐릭터다. 따라서 그는 본질적으로 바닷속의 에릭 킬몽거나 다름없으며, 블랙 팬서의 아치 에너미로서도 부족함이 없다.
더 나아가 이는 미시적이면서도 동시에 거대한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는 토대가 되어준다. 네이머와 슈리는 어머니를 잃은 후 복수심에 불타며, 서로 피 흘리며 싸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마야인과 흑인, 곧 소수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외부의 침략을 받았던 아픈 역사를 공유한다. 그래서 네이머와 슈리의 전쟁은 한 가정의 역사일 뿐만 아니라 소수 문명을 물들인 피의 역사이다. 또 와칸다와 탈로칸의 동맹이 트찰라를 향한 최고의 헌사인 이유이기도 하다. 용서와 연대의 정신으로 무장해 고립주의 노선을 포기한 트찰라의 비전이 실질적으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전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추모라는 핵심 메시지를 적절히 녹여낸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두 축은 좀처럼 하나의 영화로 연결되지 않는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MCU에 새로이 데뷔한 아이언하트가 스토리에 매끄럽게 녹아들지 못했다. 비브라늄 탐지기를 개발한 리리는 슈리와 네이머의 접점이다. 슈리는 리리를 보호하려 하고, 네이머는 리리를 죽이려 하면서 와칸다와 탈로칸은 충돌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아이언하트가 등장해야 할 이유가 제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리리가 슈리와 네이머의 접점이 될 필요는 없었다. 그녀가 아니더라도 비브라늄 탐지기를 만들 만큼 뛰어난 공학자라면 그녀의 역할을 충분히 다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언하트가 클라이맥스 전투에서 눈에 띄는 활약상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시빌 워>에서 블랙 팬서와 스파이더맨이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것과 명백히 대조를 이룬다. 그 결과 아이언하트의 등장은 부자연스럽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고, 결과적으로 네이머와 슈리의 서사가 따로 노는 듯 보이게 된다. 리리 윌리엄스라는 캐릭터의 등장과 존재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그녀의 등장을 계기로 펼쳐지는 와칸다와 탈로칸의 서사가 긴밀히 엮이지는 않는 것이다. 네이머가 탈로칸의 역사를 설명하는 대목이 지나치게 길고 지루한 이유다.
두 번째로는 히어로 영화의 정체성이 약하다는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도 액션의 비중이나 퀄리티가 장르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네이머의 와칸다 공격 정도를 제외하면 기계적으로 찍어낸 전투 장면이 있을 뿐, 개성적인 액션 시퀀스가 눈에 띄지 않는다. 와칸다와 탈로칸 군은 가상의 국가들이고 독특한 기술로 무장했지만 평범한 백병전으로 일관한다. 블랙 팬서에게 기대할 법한 동물적인 움직임도 잘 보이지 않는다. 배 한 척을 사이에 둔 전투가 양 국가의 총력전으로 묘사되는 것도 영화의 스케일에는 걸맞지 않다. 이에 더해 CG도 발목을 잡는다. 탈로칸의 경관을 보여주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바닷속이 지나치게 뿌옇고 흐릿해 건물이나 사람의 구분이 어렵다 보니 바닷속 강대국이라는 느낌이 잘 살아나지 않는다. <아쿠아맨>의 아틀란티스를 떠올려 보면 이는 충분히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라 할 수 있다.
사실 <블랙 팬서>가 흑인 영화로서의 메시지와 슈퍼 히어로 영화로서의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트찰라와 채드웍 보즈먼의 존재감이 결정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이야기가 트찰라와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더 바라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한 헌사이자, 추모 영화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히어로 영화이자 액션 영화라는 정체성을 잃은 듯이 느껴지는 것 역시 사실이다. 장르적 목표와 쾌감을 살려냈다고 보기 어렵다 보니,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 하나하나는 인상적이지만, '블랙 팬서'라는 히어로를 만난다는 느낌은 받지 못하는 것이다. 마치 리오넬 메시가 떠난 바르셀로나 축구를 보는 것처럼. 결국 MCU의 페이즈 4는 트찰라와 채드윅 보즈먼이 떠나간 빈자리만 새삼 느끼며 아쉬움 가득하게 마무리된다.
P(Poor, 형편없음)
아무리 추모에 방점을 찍어도, 오프닝 로고가 최고의 장면이라면 분명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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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일단 첫걸음부터 나가면 죽다 살아날지도 모른다, 담요를 입은 사람
담요를 입은 사람 (Blanket Wearer)
-박정미
시놉시스
주인공 정미는 돈을 사용하지 않고 생존할 방법을 찾아 나선다. 낭비되는 자본을 이용해 식사와 주거를 마련한다. 하지만 자신의 원함에 가깝지 않아, 주인공 정미는 다른 커뮤니티(환경)을 찾아 나선다. 자급자족의 생활을 꾸려나가는 공동체, 자연과 일체 되는 커뮤니티, 히피와의 트럭 여행, 그리고 히치하이킹을 통해 터키, 이란, 인도까지 모험이 이어진다. 이렇게 처음에는 ‘영국에서 돈 없이 1년 살기’라는 프로젝트는 정미의 삶의 목적의식을 찾아 나서는 모험으로 서서히 바뀌어 간다.
4일, 밤에, ‘담요를 입은 사람’을 관람하였다. 원래는 4일에는 영화제에서 영화를 볼 생각이 없었지만 어떤 마음에 이끌려 가볍게 한 편만 보고 가자는 마음을 먹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작품을 탐색할 때, 표기된 영화의 시놉시스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일대기를 다루는 이야기라니, 정적이고 너무 학습적인 내용이지 않을까,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래서 덕분에 별 기대감을 갖지 않고 상영관에 가서, 2시간 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전주에 와서 4일 만에 드디어 울었다. 이후에 ‘이 영화 참 좋다’라는 생각이 내 머리를 지배하는데 어떻게 알려야 할지 막막했다. 정말 좋은데, 어떻게 알릴 수 있지. 그래도 부족한 언어더라도 슬쩍 맛보고 궁금하다 싶은 사람들은 꼭 시간 맞춰서 영화를 관람하는 기회를 얻기를.
영화의 시작은 주인공 ‘정미’가 챗바퀴 같은 삶에 지쳐, 영국으로 떠났지만 거기서도 삶을 위한 돈을 벌고, 돈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이에 분한 정미는 돈 없이 살아보겠다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프로젝트는 반자본주의 활동이나 환경주의 운동에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식사를 하기 위해서 ‘스킵다이빙’을 통해 쓰레기봉투에 버려진 음식을 발굴하고,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폐건물에 주거생활을 꾸리는 ‘스퀏팅’을 한다. 초반의 이야기는 언뜻 ‘자본주의-환경’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아녜스 바르다의 ‘이삭 줍는 사람들’이 많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자본에 의한 낭비와 폐기는 얼마나 많은 배고픔을 외면하고 있는가에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스퀏팅’에 관해서는 방랑자의 모나가 생각나기도 했다. 아녜스 바르다 영화를 좋아한다면 분명 첫인상부터 흥미롭고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정미는 아직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여전히 ‘의존’이 필요하며 ‘돈’이 필요한 상황이란 것이 바뀌어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미는 자급자족의 공동체로 간다.
그러나 공동체란 다른 사람과의 협력과 의존이 필수적이었고, 또다시 길을 떠난다. 여러 목적지에 도착하고, 떠나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정미는 자신이 정말로 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보다 자신의 자아를 들여다보는 수련의 길처럼 변한다. 이런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심지어는 체계적이다까지 생각이 들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계획을 쌓아 만든 탄탄한 일대기를 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는 정미가 자신의 마음 속 소리에 집중하여 계획 없이 떠도는 사이에 생긴 것들이다. 정말 누군가 길을 내려준 것일까.
처음에는 목적의식이 뚜렷한 다큐멘터리일 거라 생각했는데, ‘목적’을 찾아가는 이야기였으며 그 과정이 흥미로워서 나도 정미와 함께 그 모험을 함께한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고 일련의 사건들을 뒤돌아보면 무슨 ‘계시록’이라도 읽은 느낌에 어벙벙해진다. 무계획이란 계획을 실천한다는 것은 이 또한 계획적인 일인 것이다.
내가 갖고 있던 두려움(정미 같은 경우에는 ‘돈’이었다)을 인정하는 방법이나 내 진정한 편안함을 찾기 원한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다소 ‘자기계발’적으로 들릴지 모르더라도 ‘자기성장’을 좋아한다면, 이 영화를 싫어할 수가 없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좁아 너무 아쉽다. 이런 나의 벅찬 마음을 다른 사람도 느껴보면 좋겠다. 이는 절대적으로 공유해야 할 가치이자 태도라 느꼈다.
결국, 구체적으로 왜 좋은지에 관해서 이야기는 못하고 상투적으로만 표현하게 되었는데, 나도 모르게 마음이 이끌려 새로운 정답을 찾은 듯한 기쁨에 도달한 것처럼 다른 사람도 직접 영화를 보고 그 과정을 밟아 갔으면 하는 욕심도 있어 굉장히 일부러 숨겨놓은 것도 있다. 다들 꼭 발견하시길. 그리고 마지막으로 쓸데없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생긴 모험을 하나 소개하자면, ‘산티아고 순례자길’을 꼭 걸어보고 싶다, 세계를 나와 스스로 궁지로 들어가 하나하나 나아갈 때 나는 어떤 삶을 바라게 될까. 정말 ‘나’가 궁금해졌다.
<상영 정보>
05.04. 20:30 담요를 입은 사람 (GV)
(CGV 전주고사관 1관)
05.06. 17:00 담요를 입은 사람 (GV)
(CGV 전주고사관 1관)
05.08. 17:30 담요를 입은 사람
(CGV 전주고사관 6관)
<영화제 기간>
5월 1일~5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