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0932023-01-12 20:48:52
악랄한 보이스 피싱 범죄를 일깨워주는 영화 보이스
전화가 걸려오는 순간 나도 모르게 걸려든다.
다들 한 번쯤은 보이스피싱, 문자, 김미영팀장에게 연락 한 번쯤은 받아보셨죠?! 저도 번호가 털렸나?.. 싶을 정도로 요즘 정말 다양하게 오고 있는데요. 오늘은 보이스피싱이 얼마나 무서운지 일깨워주는 영화 요즘 더 악랄해 지고 있는데, 그 무서움과 악랄함을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 영화 보이스 리뷰해 볼까 합니다.
기본 정보
장르 : 범죄, 액션, 스릴러
감독 : 김선, 김곡
각본 : 배영익
출연진 : 변요한, 김무열, 김희원, 박명훈
개봉일 : 2021년 9월 15일
평점 : 7.86
스트리밍 : 티빙,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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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의도
단 한 통의 전화!
걸려오는 순간 걸려들었다!
부산 건설 현장 직원들을 상대로 걸려온 전화 한 통.
보이스피싱 전화로 인해 딸의 병원비부터 아파트 중도금까지,
당일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 같은 돈을 잃게 된다.
현장 작업반 장인 전직 형사 '서준'은 가족과 동료들의 돈 30억을 되찾기 위해
보이싱피싱 조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중국에 위치한 본거지 콜센터 잠입에 성공한 '서준',
개인 정보 확보, 기획실 대본 입고, 인출책 섭외, 환전소 작업, 대규모 콜센터까지!
체계적으로 조직화된 보이스피싱의 스케일에 놀라고, 그곳에서 피해자들의 희망과 공포를 파고드는
목소리의 주인공이자 기획실 총책 '곽프로'를 드디어 마주한다.
그리고 그가 300억 규모의 새로운 총력전을 기획하는 것을 알게 되는데..
상상 이상으로 치밀하게 조직화된 보이스피싱의 실체!
끝까지 쫓아 반드시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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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영화 보이스는 변요한과 김무열의 두 주연배우가 만나면서 매력 넘치는 캐릭터를 잘 살렸다. 무엇보다 초반 설정이 유능한 형사의 변요한은 보이스피싱 잠입하여 단방에 기획실 총책까지 만나는 설정이 한국의 뻔한 클리셰임에도 불구하고 확실하게 캐릭터를 잘 살렸다.
영화에서는 가로채기 앱, 인출첵, 변작기 등 보이스피싱에 우리가 뉴스에서 봤을법한 수법으로 보이스피싱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과정에 대하여 흥미진진하게 말해주고 있다.
후기 및 결말
영화 보이스 결말을 살펴보자면, 역시 언제나 우리의 주인공 변요한은 악당과 무리를 다 이겨내고 피해자들에게 모든 돈을 다 돌려주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영화 보이스는 딱 보고 난 평은 변요한만 멍멍이 고생하면서 경찰이 못한 일을 다 해냈어요! 정말 영화를 혼자서 힘들게 찍은 게 보이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보이스 영화를 보면서 화가 나는 포인트는 내가 힘들게 번 돈을 이 조직은 하루 만에 100억 원이라는 돈을 손쉽게 버는 게 정말 화가 나요. 매우 화가 나요 보이스피싱이 얼마나 무서움을 일깨워준 영화 보이스 한 번쯤 관람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팝콘 보며! 팝콘 아그작아그작! 하면서 같이 화내면서 보시죠!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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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멸망했지만, 아이는 자란다
세상은 항상 변하고 있다. 28년 전과 지금을 나란히 놓고 보면, 전혀 다른 시대처럼 느껴진다. 기술이 바뀌고, 말투가 바뀌고, 사람들의 태도도 바뀌었다. 무엇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이 느끼는 감정의 결도 완전히 달라졌다. 변화란 겉으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감정도, 생각도, 그걸 담아내는 방식도 점점 다르게 진화해왔다.
영화 <28년 후>는 그런 변화의 끝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다. 28년 전 바이러스가 퍼졌던 영국은 아직도 멸망 직전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사람은 태어나고, 자라고, 어른이 된다. 12살 소년 스파이크(알피 윌리엄스)는 섬에서 자라며 사회의 끝자락을 살고 있다. 본토는 여전히 감염의 위험이 남아 있지만, 그곳으로 나아가는 건 일종의 성장 통과의례처럼 여겨진다. 밀물이 빠질 때 잠시 드러나는 길 하나를 통해 본토에 갈 수 있다. 영화는 그 위험한 여정의 시작과 함께, 스파이크가 처음으로 느끼는 ‘진짜 삶’의 감정들을 풀어낸다. 그것은 생존의 이야기이기 이전에, 성장을 둘러싼 아주 깊고 복잡한 감정의 이야기다.
[첫 번째 감정] 스파이크의 두려움
스파이크가 처음 본토로 나가는 장면은 단순한 탐험이 아니라 하나의 통과의례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발을 내딛는 그 길 위에서, 그는 처음으로 ‘두려움’을 실감한다. 아직 어린 나이의 그는 좀비보다도 그 공기 자체를 무서워한다. 밀물이 빠져 생긴 좁은 길을 따라 도달한 본토는 텅 빈 폐허처럼 보이지만, 언제 어디서든 위험이 튀어나올 수 있는 불확실한 공간이다. 아버지는 그런 두려움에 익숙해지라고 말하지만, 익숙해진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스파이크는 실제로 좀비를 마주하고, 놀라고, 실수하고, 덜덜 떤다. 그 긴장은 그의 몸 전체를 휘감고, 카메라는 그 떨림을 아주 가까이에서 따라간다.
그러나 이 영화가 흥미로운 지점은, 그 두려움이 단일하지 않다는 데 있다. 영화 후반부, 스파이크가 또다시 본토로 돌아가려는 이유는 단순한 모험심이 아니다. 이제는 병든 엄마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또 다른 두려움’이 그를 이끈다. 그는 이제 안다. 세상은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잔혹하고,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을. 그리고 그 상실을 감당하는 것이 어른이 되는 일이라는 것을 몸으로 체험한다.
이렇게 두려움은 점점 형태를 바꾼다. 좀비에 대한 공포에서, 가족을 잃는 상실의 공포로. 그리고 결국 그 두려움은 스파이크를 더 이상 도망치지 않게 한다. 그는 다시 본토로 향한다. 그건 누가 시킨 일이 아니라, 이제는 자신이 선택한 길이다. 아마도 그 순간, 우리는 스파이크가 더 이상 아이가 아님을 알게 된다.
[두 번째 감정] 엄마 아일라의 사랑
스파이크의 엄마 아일라(조디 코머)는 몸 어딘가가 아파서 늘 정신이 흐릿하다. 때로는 현실과 환상을 오가고, 어떤 순간엔 스파이크를 자신의 아버지로 착각하기도 한다. 이건 단순한 증상의 문제가 아니다. 그녀는 기억이 흐려져도 여전히 사랑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사랑은 스파이크를 향한 진심이다. 아일라는 늘 말한다. 자기가 짐이 될까봐 두렵다고. 사랑하기 때문에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고.
영화 중반, 아일라는 스파이크와 함께 본토로 향한다. 아들 스파이크는 엄마를 치료할 수 있는 의사를 찾아나서는데, 아일라는 그곳에서 무언가를 되찾고 싶은 듯한 표정이다. 현실 속에서는 불가능한 재회를, 환상 속에서는 잠시 이룰 수 있으니까. 어쩌면 아버지와의 재회를 꿈꿨을지 모른다. 늘 그리웠던 자신의 보호막이자 따뜻한 존재가 바로 아버지 였끼 때문이다. 마치 스파이크는 그 사실을 알기라도 한듯이, 본토로 건너간 순간부터 엄마를 보호하는 어른이 된다. 아이가 부모를 지키려는 이야기는 언제나 마음속에 긴장을 만든다. 12살의 아이에게는 너무 가혹한, 그건 스파이크의 슬픈 성장일 것이다.
아일라의 마지막 선택은 너무도 조용해서 오히려 울림이 크다. 그녀는 스파이크에게 남겨지는 삶을 선물한다. 그것은 물리적인 보호를 넘어서, 감정의 자립을 가능하게 하는 일종의 선물이다. 죽음 앞에서도 사랑은 어떤 방식으로든 살아남는다. 아일라는 그렇게 아들의 가슴에 살아남는 것을 택한다. 그건 스파이크에게 선사한 마지막 사랑일 것이다. 스파이크가 어떤 어른이 되든지, 늘 마음 한 켠에는 엄마가 살아있을 것이다. 그렇게 그녀의 사랑은 세상에 남았다.
[세 번째 감정] 닥터 켈슨의 통찰
영화 후반, 스파이크는 닥터 이안 켈슨(랄프 파인즈)을 만난다. 그는 짧게 등장하지만, 이야기의 핵심 주제를 건네는 인물이다. 좀비 바이러스가 모든 것을 망가뜨린 이 세상에서, 켈슨은 여전히 죽은 이들을 존중한다. 그는 '죽음은 끝이 아니며, 기억 속에선 살아있다'고 말한다. 그의 말은 종교적이지도, 철학적이지도 않다. 그냥 삶을 오래 살아낸 이의 태도다.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다리 위에 선 듯한 인물.
켈슨은 스파이크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어린아이라고 해서 가볍게 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누구보다 성숙한 감정의 언어로 스파이크를 대한다. 이는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스파이크의 성장에 결정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멘토로 기능한다.
그가 보여주는 존중은, 단지 타인을 향한 예의가 아니다. 감정, 상실, 죽음, 존재. 그 모든 것에 대한 태도다. 그걸 지켜보는 스파이크는 다시 한 번 선택을 하게 된다.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간다는 의미를, 이 인물을 통해 비로소 배우게 되는 것이다.
이건 좀비 영화가 아니라, 성장 영화다
<28년 후>는 <28일 후>와 <28주 후>와 결을 완전히 달리하는 작품이다. 겉으로 보면 바이러스와 좀비가 등장하는 디스토피아 영화이지만, 정작 영화는 좀비 액션보다 인물들의 내면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래서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영화를 성장 드라마로 바라본다면, 그것만으로도 꽤 훌륭하다. 누군가의 감정은 이렇게 위험한 공간에서 피어난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다.
영국만이 감염되었다는 설정은 브렉시트 이후의 영국을 떠올리게 한다. 혼자 살아남았지만 더 고립된 땅. 이런 설정은 꽤 매력적이며, 이후 시리즈가 이어진다면 보다 현실 정치와 맞닿는 이야기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어쩌면 영국 내의 상황 뿐아니라 외부의 이야기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엄마 아일라를 연기한 조디 코머는 극 중에서 매우 복합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흐려진 정신 속에서도 아들을 향한 진심을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닥터 켈슨 역의 랄프 파인즈는 아주 짧은 등장만으로도 이 영화가 단지 생존기 이상의 것임을 증명한다. 그가 등장하는 순간 영화의 무게감이 달라진다. 그의 연기가 영화의 메시지를 진중하게 전달한다. 대니 보일 감독 특유의 빠른 편집과 강렬한 영상, 사운드의 조화는 여전히 살아있다. 스파이크의 감정 변화는 시선의 흔들림, 호흡의 깊이까지 섬세하게 따라가며 관객에게 감정적으로 밀착하게 되는데, 여기에 감독의 편집과 연출력, 사운드가 더욱 더 영화의 감정에 몰입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 거대한 화면과 소리에 의해 그들의 감정이 더욱 가깝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아직 국내 개봉 후 호불호가 극단으로 갈렸기 때문에, 국내 흥행은 미지수지만, 시리즈 전체의 시작점으로서 <28년 후>는 글로벌 흥행성적만 놓고 보면 꽤 인상적인 한 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 영화 속 그 한 걸음이, 다음 세대를 향한 희망의 시작이기를 바란다. 영화가 끝난 이후, 시리즈의 다음편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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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명적 사랑 이야기라고만 하기엔,
넷플릭스 인공지능 님께서 안보겠다고 무시하는 나를 무시하고, 꾸준히 추천해주던 드라마가 있었다. 사실 넷플릭스에 포진해있는 중국드라마는 너무 터무니없는 설정에 로맨스 부어버리기가 주요 플롯인 드라마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하는 편견이 있었기 때문에 왜 넷플릭스는 나에게 보지도 않을 드라마를 추천하는지 너무 짜증이 나려던 찰나에 하다하다 유튜브까지 이 드라마를 추천하기에 도대체 뭔데? 하며 짜증스레 시도한 이 드라마, 굉장히 흡입력 있었다. 이쯤되면, 인공지능 정말로 무섭다. 내 취향을 정말 잘 파악하는구나, 이녀석......
상견니, 한국어로 해석하면, "널 보고 싶어" 인만큼 이 드라마는 로맨스다. 내 글을 한 번 이상 읽어주신 분들이 계시다면, 나는 로맨스를 정말 못본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특별한 특징이 없이 멜로이기만 한, 드라마는 못본다. 이것은 드라마의 웰메이드 여부를 떠나, 내 성격의 지랄맞음 때문이며, 드라마에서 오글거리는 장면을 단 10초도 못 보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일례로, 현재 내 친구들, 지인들은 모두 보고 있는 갯마을 차차차는 친구들의 권유로 8화까지 억지로 보다가 포기했다. 와, 김선호 배우를 꽤 오랫동안 좋아했음에도 로맨스의 벽을 뚫을 수는 없었다. 친구들이 정말 아까워했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끝까지 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우선 첫 째, 이 드라마가 타임루프물이기 때문이었고, 일종의 추리물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에 범인을 찾고, 그 범인의 행동을 유추하는 것만 해도 충분히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추리물 덕후이기에 가능했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만큼 주인공들의 로맨스 감정을 덜 부담스러워하면서 따라갈 수 있었던 데에는 이 드라마의 스릴러적인 요소들이 한 몫 했다.
따라서 내가 이 드라마를 추천하는 것은 많은 이들의 동의를 받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이 드라마의 인물들 간의 로맨스 기류 때문에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본 사람들이 대다수인 것 같고, 나같이 스릴러 부분에 집중해서 본 사람은 크게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1. 운명론적 로맨스 클리셰의 변주
이 드라마를 보면서 생각난 우리 나라의 드라마가 있었다. 찾아보니, 무려 2013년작이었던 드라마 '나인'이다. 두 드라마의 공통점이 있다면, '과거로 돌아가 나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면'이라는 가정을 기반으로 전개되는 시나리오라는 점이다. 하지만 상견니에서 시간 여행을 하는 매개체는 음악이지만 나인에서는 주인공이 향을 피우면, 과거로 돌아가는 내용이었던 만큼 그 매개체가 향이었다.
시간여행을 하는 매개체가 음악이든 향이든 결국 이 드라마의 로맨스 장르적 요소를 극화시키는 부분들이다. '다음 생에, 다른 시간에 존재해도 이 세상에 내 짝은 온리원 너 하나'라는 타임루프적 세계관은 운명론적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키기는 하지만 그것마저도 현 시점에서도 많이 익숙한 플롯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드라마도 굉장히 특이한 드라마인 것 같지만 본질적으로는 운명론적 사랑을 논하는 클리셰가 참 많다.
하지만 클리셰에는 수많은 변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 드라마가 약간의 변주를 꾀한 부분이 있다면, 도플갱어의 존재였다. 천윈루와 황위쉬안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성격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상황이어도 인격이 천윈루냐 황위쉬안이냐에 따라서 상황이 달리 흘러갈 수 있는 긴장감을 조성하기 때문에 같은 몸을 두 인격이 공유한다는 설정이 이 드라마를 비단 운명론적인 클리셰에 갇히지 않게, 덜 진부하게 만드는 포인트였다고 생각한다.
2. 천윈루를 죽인 것은 사람일까, 마음일까
세대는 다르지만 나와 비슷한 얼굴을 하고 살아가는 다른 인격이 있다는 설정이 이 드라마의 또다른 흥미 요소인 이유는 각기 다른 인격은 각기 다른 주체적인 행동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상에서는 같은 얼굴로 태어났지만 상반된 두 여자, 황위쉬안과 천윈루가 등장한다. 황위쉬안은 인기도 많고, 사회성도 좋은 커리어우먼이지만 천윈루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학교에서도 친구 없이 자발적 왕따로 살아가는 컴플렉스 덩어리이다. 그런데 황위쉬안이 천윈루의 몸에 들어가면서 갑자기 학교에서 인기가 많아지고, 자신이 좋아하던 리쯔웨이의 사랑을 받는 황위쉬안의 모습을 보면서 어딘지 모를 공간에 갇혀있던 천위루의 정신은 황위쉬안에 대한 질투에서 비롯된 자괴감을 느낀다. 드라마를 꾸준히 보면서 천윈루가 황위쉬안을 비교하는 데에서 온 자괴감이 결국 언젠가 큰 사단을 낼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만드는데, 그렇다면, 그 자괴감이 천윈루를 죽인 것인지, 아니면 그 자괴감과 상관없이 그녀는 억울한 죽음을 당한 것인지 궁금증을 끝까지 자아낸다. 바로 이 부분이 내가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보게 된 내용적 요소였다.
네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은 것은 세상에게 실망했기 때문이 아니라 세상에 기대가 많기 때문이란 걸
이 드라마를 시공간을 뛰어넘은 운명적 사랑 이야기로만 보지 않은 나에게 이 드라마가 추구하는 궁극적 메시지는 시공간을 뛰어넘은 운명적인 사랑의 구현이 아니라 자존감이 낮은 한 여학생의 삶에 대한 관점 바꾸기 프로젝트의 실현이라고 생각했다. 천윈루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 천윈루 자체로도 얼마나 사랑받는 존재였는지 천윈루 내면의 삐뚤어진 시선을 자각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그 시선을 지적하고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고, 그저 지켜보는 이가 있음을 알게 하는 것만으로도 천윈루는 더 이상 우울의 터널 깊숙이 들어가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천윈루를 죽인 범인을 추적하는 것보다 이런 황위쉬안과 천윈루 사이의 관계성은 모든 캐릭터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드러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작가는 황위쉬안의 몸과 정신을 빌려, 한 인간의 불안한 청춘의 삶을 응원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3. 총평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의 주요 로맨스가 열린 결말로 끝나서 아쉽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마도 열린 결말이다 보니, 우리가 드라마 상에서 봐온 로맨스 씬들이 결국 의미없는 씬들로 소비되고, 내 눈앞에서 주인공들이 꽁냥대는 실체적 로맨스가 없으니, 허탈해서 그런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나는 주요 커플의 로맨스가 끝난 것이 아니고, 내 눈앞에서 이 사람들이 사랑하고 있는 모습을 눈으로 보고 있지 않아도 모든 캐릭터들이 행복한 상황 속에서 이들이 다시 만나 사랑할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더 긍정적이지 않나 생각했다. 많은 관객들이 바라는 것처럼 주요 인물들의 사랑에는 천윈루의 죽음과 모쥔제의 죽음과 같은 크나큰 희생이 따르기 때문이다. 모쥔제까지 포함된 세 사람의 우정이 비극으로 끝나는 것보다는 미래에 새로운 사랑을 그려나갈 그들의 긍정적인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더 낫지 않나 그렇게 정리했다. 그렇게 크나큰 희생을 감수해야할 만큼 대단한 사랑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드라마의 마지막 오토바이씬에서처럼 결국 이들은 어떻게든지 각자의 방식대로 사랑할 것이라는 암묵적 메시지를 넌지시 던져준 결말이 덜 슬퍼서 좋았다.
난 이게 문제다. 모든 사람들이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 현실은 그럴 수가 없으니, 영화에서조차 모든 이들의 공평한 해피엔딩을 바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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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인 거장 감독들의 원픽! 배우 <아담 드라이버> #톺아보기
안녕하세요!
영화/OTT 큐레이션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1월 12일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구찌',
구찌일가의 음모, 욕망, 스캔들을 다룬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가 개봉했습니다.
극 중 구찌를 이끌었던 수장인 '마우리찌오 구찌' 역을 맡은
배우 아담 드라이버에 대해 톺아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2021년 10월 20일 개봉한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에 이어
연일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배우인데요.
할리우드 및 세계적인 거장감독들이 사랑하는 배우, 아담 드라이버 톺아보기!
그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1. 프로필(Profile)이름 : 아담 드라이버 (Adam Douglas Driver)
출생 : 1983년 11월 19일
국적 : 미국
직업 : 배우
2. 아담 드라이버의 성장과정
아담 드라이버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는 법률 사무 보조원이었다고 하네요)
어렸을 때는 꽤나 반항적인 성격으로 영업사원으로 일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미국 해병대에 입대하여 2년 8개월간 군복무한 이력도 있습니다.
결국 사고로 인해 몸을 다쳐 의병 제대를 하게되었다고 합니다. 배우가 되기 위한 운명적인 과정이었을까요?:)
3. '아담 드라이버'의 초기작
아담 드라이버는 여느 배우들처럼 초기에는 영화/드라마의 조연, 단역을 거치게 됩니다.
코엔형제 감독의 <인사이드 르윈>에서도 조연으로 참여하고, 드라마 <걸스>시리즈에서도 애덤 역으로 인지도를 쌓아가기 시작합니다.
아담 드라이버가 배우로서 크나큰 도약을 할 수 있었던 작품은 <헝그리 하트>인 것 같습니다.
아담 드라이버는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배우로서 인정을 받게 됐으며,
그 이후 출연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에서 카일로 렌 역으로 출연하며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아가게 됩니다.
<헝그리 하트>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4. '아담 드라이버'의 주요 필모작
- 2014년 작 <인사이드 르윈>, 알 코디 역
출연진 : 오스카 아이삭, 캐리 멀리건, 저스틴 팀버레이크, 아담 드라이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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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비중은 적었지만 주인공 오스카 아이삭의 음악작업을 위해 코러스를 도와주는 역할을 맡아 매력적인 중저음의 보이스를 들려주었습니다.
- 2014년 작 <프란시스 하>, 레브 역
출연진 : 그레타 거윅, 믹키 섬너, 아담 드라이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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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그레타 거윅의 친구 역할로 더 젋고 더 친근한 아담 드라이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지금보다는 이미지가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정감있는 모습이네요.
- 2015년 작 <위아영>, 제이미 역
출연진 : 벤 스틸러, 나오미 왓츠, 아만다 사이프리드, 아담 드라이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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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연출을 하는 젊은 세대의 역할입니다. 극 중에서 벤 스틸러가 연기하는 다큐멘터리 연출자와는
상반되는 성격으로 힙하고 자유로운 모습으로 벤 스틸러에게 영감을 주기도 하는 캐릭터입니다.
- 2015년 작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카일로 렌 역
출연진 : 데이지 리들리, 존 보예가, 오스카 아이삭, 아담 드라이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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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드라이버는 '다스 베이더'를 잇는 새로운 악의 포스
루크 스카이워커의 조카인 카일로 렌 역을 맡았습니다.
- 2017년 작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카일로 렌 역
출연진 : 데이지 리들리, 마크 해밀, 아담 드라이버, 오스카 아이삭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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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에 이은 두 번째 스타워즈 시리즈 출연작입니다.
사실 국내에서는 카일로 렌 캐릭터의 불호적인 의견도 많은데요.
아담 드라이버에게 연기를 너무 악역으로서의 카리스마가 없어보이게 한다는 이유에서라고 전해지네요.
- 2017년 작 <패터슨>, 패터슨 역
출연진 : 아담 드라이버, 골쉬프테 파라하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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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하이오주의 작은 도시 '패터슨'시에 사는 버스 기사 '패터슨' 역할을 맡았습니다.
극 중 버스 기사 역으로 일상적인 삶을 시로 표현하는 캐릭터입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 요일 별로 매일 시를 쓰며 담담하게 일상을 보냅니다.
- 2018년 작 <블랙클랜스맨>, 필립 역
출연진 : 존 데이비드 워싱턴, 아담 드라이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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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프랑스 최초의 흑인 경찰 '론'과 함께 KKK단에 잠입하기 위해 힘을 합쳐
백인우월주의 단체를 소탕하려는 백인 경찰 '필립'역을 맡았습니다.
- 2019년 작 <결혼 이야기>, 찰리 역
출연진 : 스칼렛 조핸슨, 아담 드라이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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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와중 '찰리' 와 '니콜'이 파경을 맞고 이혼과정에서
서로 싸우며 파국을 맞게 되는 과정을 담은 영화인데요.
극 중 아담 드라이버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연극 연출가 역을 맡았으며 인정도 받고
자수성가한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 2019년 작 <데드 돈 다이>, 로니 피터슨 역
출연진 : 빌 머레이, 아담 드라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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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칸국영화제 개막작.
평범한 동네에 어느 날 좀비가 출현하게 되고 동네경찰인
클리프(빌 머레이)와 로니(아담 드라이버)가 좀비를 소탕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 2021년 작 <아네트>, 헨리 역
출연진 : 아담 드라이버, 마리옹 꼬띠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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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거장감독인 레오 카락스의 작품.
예술가들의 도시 LA, 극 중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역 을 맡았으며
엄청난 달변 솜씨와 노래, 그리고 안무 등이 어우러진 기가막힌
스탠딩쇼를 보여주었습니다.
- 2021년 작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자크 르 그리 역
출연진 : 맷 데이먼, 벤 에플렉, 아담 드라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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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초청작.
극 중 자크 역을 맡은 아담 드라이버는 부조리한 권력과 야만의 시대, 14세기 프랑스에서
친구 '장'의 아내인 마르그리트를 겁탈하고 그것의 침묵을 강요하는
불명예적이고 비도덕한 인물을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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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드라이버>의 주요 필모작을 살펴보니
정말 여러 작품에서 여러 캐릭터를 맡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장감독들의 러브콜을 정말 많이 받았는데요.
앞으로도 다양하고 멋진 모습으로 영화 관객들 앞에
자주자주 찾아와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그럼 씨네랩은 오늘 이것으로 마치고
다음 주에 더 멋있고 아름다운 배우 #톺아보기 시간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
P.S 혹시 #톺아보기 배우로 추천하고 싶거나 관심있으신 배우들이 있으면
주저말고 편안하게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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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약의 신이 되고 싶었던 마약왕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한다. 나는 일단 가죽을 남기기는 싫다. 자연스럽게 죽는 걸 원한다;; 또 이름을 남긴다는 건 왠지 모르게 부담스럽다. 이렇게 내가 콘텐츠를 만들어 글을 쓰는 게 재밌기도 한데 유명해지면 짜증 날 것 같다. 갑자기 들어와서 '돈 받고 광고하냐'라는 식의 댓글만 달아도 짜증 나는데 다양한 미친놈들을 상대하기엔 난 너무 예민한 타입이다.
그래서 보면 좀 신기하다.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랑 종자 자체가 다른 것 같다. 고위 정치인이 되면 따라오는 존경이 다를 것이다. 그런데 사람 하나하나 대응하는 것도 어려운데 그 유명세 얻자고 지역 유지가 되는 건 너무 기가 빨리는 짓이다. 그냥 우리 엄마 아빠랑 같이 살면서 글 쓰며 사는 것이 나에겐 최고인 것 같다. 이런 나는 '마약왕'이 되는 것을 꿈조차 꿀 수 없다. 재밌게 사는 건 당연히 원하는데 마약까지 할 정도로 격하게 재미있고 싶지는 않다. 눈을 한국 외로 돌린다. 수리남의 어느 곳에서 마약왕이 된 남자가 있다고 한다. 또 어떤 남자는 이 마약왕을 파멸시키기 위해 복수를 계획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이다.
타지에서 새로 시작하다
모두들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주인공 강인구도 예외는 아니다. 베트남전 참전 용사였던 아버지. 상이군인이 되어 돌아왔다. 경제난에 부딪힌 강인구 가족. 어머니는 요구르트 배달을 하다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도 트럭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어릴 때부터 가족을 먹어 살려야 했던 인구. 단란주점에서 일을 시작해 돈을 한 푼 두 푼 모으기 시작한다. 절실했던 인구. 이런 인구에게 먹을 것과 학비를 준다는 이유로 유도부에 가입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덕택에 어느 정도 재능이 생긴 인구. 이런 인구는 어려운 삶이지만 그래도 희망을 갖고 살아가려 한다. 동두천 근처 미군 부대 카센터를 위시로 유흥업소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사업 수완도 좋고 사회생활도 곧잘 해서 수입이 일정해진 인구. 네 가족을 이끌고 지하 단칸방에서 아파트까지 이사하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위기가 발생했다. 단란주점을 운영하고 있던 인구. 어떤 손님이 가게에서 행패를 부리기 시작한다. 무슨 일이야? 대응하던 인구. 가게에서 행패를 부리던 행인을 두들겨 패 버린다. 그냥 패기만 해도 머리가 아팠을 걸. 그 두들겨 패 버린 나쁜 놈의 정체는 경찰이었다. 장사가 어려워질 것 같다. 위기에 봉착한 인구. 이에 힘입어 친구 응수는 수리남이라는 나라에서 홍어 장사를 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설득한다.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수리남으로 출국하는 인구. 역시 쉬운 건 없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적응은 한다.
역시 어딜 가든 문제는 있다. 수리남에서 아무 일 없을 리가 없다. 수리남의 조폭 중 한 명이 인구에게 시비를 건 것이다. 문제에 직면하는 인구와 응수. 돈으로도 대응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때 두 남자에게 손을 건네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수리남의 지역 유지 전요환. 전요환은 목사로 수리남 현지인들, 한인들 가릴 것 없이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지역을 이끌고 있었다. 전요환의 강력한 영향력에 홍어 장사가 쉽게 풀릴 것 같았다. 그런데 쉽게 풀리기는커녕 강인구는 전요환에 의해 삶이 크게 꼬이기 시작한다. 돈도 홀라당 까먹고 사랑하는 대상도 잃을 것 같은 인구. 이런 인구는 국정원 요원 최창호와 함께 전요환에 대한 복수를 계획한다.
이유 있는 선택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윤종빈 감독이 신작을 갖고 왔다. 윤종빈 감독은 뭐랄까 절실함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 '절실함'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는 뭐 각자 다르겠지만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최익현이 보여준 이 정서는 어린 시절의 나에게 큰 영향으로 남아있다. 아등바등 살지만 원하는 것을 얻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묘사하는 방식은 다른 감독들에게서 볼 수 없던 방식이었다. '이거 하나만 얻고 나머지는 다 잃은' 인간 본질의 순리를 개성 있는 방식으로 잘 묘사하는 느낌? <군도 : 민란의 시대>에서는 그런 묘사가 잘 기억이 안 난다. <공작>에서 이성민 배우가 연기했던 캐릭터가 이런 걸 잘 드러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이 감독은 캐릭터를 잘 만든다. 수많은 밈을 양산한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만 봐도 그렇다. 최익현, 최형배 캐릭터가 드러내는 생생한 개성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또 <공작>에서 이성민 배우가 연기했던 북한 간부 캐릭터도 극을 이끄는데 적절하다. 이 작품 이후로 글쓴이가 이성민이라는 이름을 기억했으니 말이다.
이 느낌은 엔딩부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실화 바탕으로 이루어진 이 드라마. 인물들은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아마 후회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화와 인물들의 처지 대비는 참 씁쓸하다. 후반부에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서 더 도드라지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 이 정서를 표현할 때 만약 영화면 어떻게 됐을까?라고 생각했다. 조금 어색하다. 전요환이라는 인물을 설명하기 위해서 여러 사건들이 필요했다. 또 국정원 쪽의 치밀함 역시 드러내기 위해서 긴 서사를 보여준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냥 단순히 <오징어 게임>이 잘 돼서, 넷플릭스가 오리지널을 만드는 형태가 이 쪽이 많아서 드라마를 고른 게 아니라 매체 선택 이유와 장르, 내용이 잘 어우러진 건 윤종빈 감독의 영리함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또 캐릭터 설정 역시 빛을 발했다. 일단 두 배우의 캐릭터를 이야기할 수 있다. 바로 황정민 배우가 연기했던 전요환, 박해수 배우가 연기했던 최창호다. 전요환에게는 큰 단점이 있다. 캐릭터가 직접 자기 입으로 이야기하기도 하는 부분이다. 온갖 곳을 싸돌아다니면서 사기를 치고 다녀서 의외라고 생각하는 지점도 있다. 그러나 이 인물의 이런 단점은 인물의 행적에도 충분히 드러난다. 이 때문에 인물 전부를 가로지르는 선택도 한다. 이런 인물의 속성은 극 중 내내 반복되는데 살짝씩만 변형해서 연출한 감독의 능력이 돋보였다. 또 최창호 캐릭터는 살짝 페널티가 있다. 바로 박해수 배우가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자주 나왔다는 점이다. 그럼 당연히 이전 작품들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이를 박해수 배우 자체가 연기를 잘한 것도 있지만 캐릭터를 잘 꾸면서 과제를 해결한다. 최창호는 직업적 특성상 연기를 할 수밖에 없다. 이때 연기를 하는 디테일 설정이 좋아서 관객 몰입에 용이하다. 이 두 캐릭터 설정을 통해 감독의 장점을 잘 만든 셈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 중 화룡점정이 되는 지점이 있다. 이 부분은 직접 보시길 바란다.
최애 배우가 된 것 같아
또 이 영화의 장점을 이야기할 때 황정민 배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배우는 또 엄청난 악역 연기를 맡았다. 이 사람의 악역 연기를 맡았던 기억을 되살리면 바로 <달콤한 인생>의 백사장과 <아수라>의 박성배가 생각난다. 전자는 배우의 연기도 연기였지만 감독의 인물 세팅이 빛났다. 후자 <아수라>의 박성배는 인물 세팅보다 배우의 연기력이 빛났다. 우선 백사장은 비열한 인물이다. 자기 마음 안 든다고 후배를 전화기로 냅다 패거나, 유명한 명장면인 선우와의 아이스링크 결투신에서도 선우가 방심한 틀을 타 습격한다. 후배는 냅다 패는데 눈 돌아간 선우에겐 굽신거리는 이 모습만 봐도 이 인물은 이중적이다. 그리고 하는 말 "인생은 고통이야. 몰랐어?" 극 중 내내 야비하고 비열한 모습만 보여주던 인물이 느닷없이 철학을 늘어놓는 것 역시 자기보다 아래 입장에 있는 사람을 깔보는 이중적인 모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10여 년이 지나 가상의 도시 안남 시로 무대를 옮겨온다. 안남 시장 박성배는 시장이다. 그런데 무늬만 시장이고 사실상 마피아 보스에 가깝다. 이 사람이 시장이란 직업을 유지하는 이유? 법조계와 정치계를 휘어잡기 위해서다. 그러니까 박성배는 절대적인 빌런이다. <달콤한 인생>에서 백사장이 허점을 보이며 퇴장하는 것과 다르게 극의 세계관 전체를 장악하며 인물을 압박하는 것이 박성배다. 그럼 어떤 연기를 해야 할까? '내가 너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어'라는 식의 눈빛, 표정, 제스처, 말투까지 상대 배역을 깔아뭉갤 줄 알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정치인이니만큼 타인을 설득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박성배. 주변에게 을에 입장에서 뭔가를 보여줘야 하지만 그에겐 그런 것 없다. 마이크를 쾅쾅 내려친다던가 휴대전화를 느닷없이 부순다던가 하는 것으로 사람들을 제압한다. 또
이번 악역 '전요환'은 다른 결의 빌런이다. 일단 직업적으로도 다르다. 조폭은 조폭이지만 종교라는 특성이 들어가 있다. 대사마다 '사탄'이라는 단어가 곳곳이 들어간 것이 보인다. 또 목사라는 직업 특성상 인상이 선해야 한다. 그래야 일반 대중들에게 자신의 종교적 목적을 설파하기도 쉽고, 여러 사람들에게 지지를 얻기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배우 황정민은 이 선한 외모를 유지하되 톤을 살짝씩만 변형해서 악당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가령 초반부에 전요환이 첸진과 대면하는 신이 있다. 세상 친절한 얼굴로 몇 마디 나누는 것 같지만 바로 욕을 하면서 태도를 바꾼다. 텍스트상으로 보면 이질감이 들 수도 있는 부분을 황정민이라는 배우는 '이 인간이 어떤 인간인가' 관객에게 간단하게 소개한다. 그리고 이 악당의 특성 중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초중반부쯤에 자기 입으로 '난 이게 제일 어려워'라고 대답한다. 또 황정민 배우가 뽐내는 카리스마와 극 설정으로도 가려질 수 없는 인물의 허점이 있다. 얼핏 보면 박성배와 비슷해 보이지만 전요환은 다르다. 전요환은 겉으로는 외부 환경을 지배할 수 있는 인물로 보이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살짝 다르다. 이 부분은 중후반부를 넘어가서 등장하는 한 인물과도 관련이 있다. '속으면 죽고 속이면 산다'라는 이 드라마의 캐치프레이즈에 주의하시고 보시라. 이 전요환이 실속을 못 챙기는 부분과 엔딩, 캐치프레이즈는 서로 관련이 있다. 아. 엔딩 보고 이해 못 할 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인물이 어떤 소재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염두하고 본다면 이것이 무엇에 대한 상징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번에는 국가정보원 소속 공무원
박해수 배우가 이번에도 넷플릭스 시리즈에 출연한다. <오징어 게임>, <종이의 집 : 공동 경제구역>에 이어 넷플릭스 드라마에서 말 그대로 공무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연기를 못하는데 계속 섭외되는 게 아니다. 이 배우의 연기 역시 결이 달랐다. 우선 <오징어 게임>에서는 지극히 현실적인 역을 맡았다. 서울대 출신의 상우는 연이은 실패 때문에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게 됐다. 오지랖에 가까운 동네 아는 형 성기훈과는 다르게 동료도 배신하며 앞 단계로 나아가는 상우지만 사실 알리에게 따뜻한 모습도 보여주며 입체적인 캐릭터성을 만들었다. 다음 드라마 <종이의 집 : 공동경제구역>에서 맡은 역은 베를린이다. 이 드라마를 보고 난 다음은 '그럭저럭 볼만한 드라마'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면 아쉬운 게 사실이다. 이야기 설계를 잘 짠 드라마다. 그러나 이를 이점을 죄다 붕괴시키는 이상한 연기 디렉팅 덕에 유지태, 김윤진, 이원종 같은 베테랑 배우들도 오그라드는 드라마의 톤은 확실히 단점이었다. 이런 난장판 속에서도 혼자 살아남았던 게 베를린 역의 박해수 배우였다. 분명히 이 사람은 더 반동 인물로서 존재감이 있어야 하는데 극에서 뭔가 창의적인 설정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그냥 연기를 잘해서 눈에 띈 것이다. 오합지졸이 될 뻔한 강도 집단을 이끌며 시선을 집중시키게 만들었던 퍼포먼스 역시 박해수 배우의 개인능력이 빛난 부분이다.
이 <수리남>에서는 앞의 둘과 다르다. 일단 반동 인물이 아닌 국정원을 이끄는 리더 역할이다. 대립되는 전요환이 악랄한 인간이기 때문에 이 사람은 인상이나 말투부터 신뢰감을 주고 시작해야 한다. 처음 최창호가 등장하는 신이 있다. 이때 이 인물은 친구인 척을 한다. 그냥 전형적으로 쨘 하고 등장하는 게 아니라 '남을 속이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다'라는, 인물의 근본적인 속성을 제시하며 시작한다. 그렇게 죄수들의 시선을 돌리고 강인구에게 자기를 소개하는 최창호. 이때 베를린과 조상우와는 다른 발성과 눈빛으로 관객에게 신뢰를 준다. 사실 글쓴이가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를 볼 때 최창호도 그렇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전요환이 정, 재계를 주무르는데 어떻게 믿어? 이 의심은 결국 강인구에게 관객이 감정이입이 된다는 것과 동일하다. 이 강인구가 최창호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때가 몇 번 온다. 이때 최창호는 관객으로 하여금 강인구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밖에 없는 연기를 한다. 무슨 말이냐면, 여러분도 보다 보면 최창호를 욕 할 만큼 몰입감이 좋은 퍼포먼스를 보였다는 뜻이다. 이 외에 전요환을 속이기 위해 하는 연기, 그 와중에도 내면에는 긴장감에 벌벌 떠는 연기를 잘 소화했다. 선하고 올바른 국정원 요원에서 위장 범죄자까지 말투와 눈빛이 극 중에서 여러 번 바뀌는 연기 방식은 정말 대단하다. 연기하고 있는 걸 연기하는 박해수 배우의 테크닉이 돋보인다. 의상 바꾸고 머리 올리니까 진짜 양아치 같았다.
놀랍게도 실화
드라마 처음 재생하면 자막이 나온다. '이 드라마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입니다'다. 찾아보면 이 드라마가 정말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라는 걸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수리남에서 마약왕으로 군림하며 정치권과의 인맥도 유지하던 조봉행 씨. 조 씨는 한국에서 사기를 취고 수리남으로 튀었다. 수리남에서 마약 사업을 운영하는 조 씨. 조 씨는 지역 카르텔들과 협착 관계를 맺고 세계적으로 마약을 유통하며 악명을 떨치다 결국 2011년에 잡혔다고 한다. 당시 인터폴에도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했었다는 기사도 찾아볼 수 있다. 또 이 조 씨의 범죄행각이 질이 안 좋은 게,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물건 배달을 해 달라'라며 부탁을 한다고 한다. 일반인들은 이 물건이 보석이라고 들었어서 그냥 단순히 이송만 해준다. 그런데 갑자기 마약 유통업자가 돼서 이름에 빨간 줄이 그어진다. 이렇게 민간인에게 사기 치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진행하던 조 씨. 이 범죄 수법을 소재로 한 영화가 <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 여러모로 국내외에서 악명을 떨치는 범죄자였다.
실제로 극에 나온 것처럼 국적을 오가며 포획작전을 벌였다고 한다. 수리남 안에서 이 사람을 잡을 가능성은 턱없이 부족했다. 브라질로 옮겨 범죄자를 잡는 것을 시도했지만 실패. 그렇게 국정원의 해결책이 오리무중 안으로 들어갈 때 조 씨에게 K 씨가 등장했다고 한다. 이 K 씨는 조 씨의 사기 피해자로, 3년 동안 그에게 브로커 역할을 연기하며 조봉행의 구속에 크게 기여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갔지만 그에게 결국 내려진 건 징역 10년과 벌금 1억이었다.
단점도 있어
초반부의 살짝 잔잔한 걸 지나가면 초중반부부터 드라마의 속도에는 불이 붙는다. 물 샐 틈 없이 견고한 연출력으로 긴장감을 유지하는 이 드라마.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보여줬던 인간사의 공허함이나 <공작>에서 보여줬던 서스펜스가 양립하며 극을 이끈다. 마피아 게임에서 밤이 되면 사람들을 찍고 죽이는 것이 드라마로 옮겨왔다. 전요환이 무슨 턴이 되면 사람들을 죽이고, 이것의 동기를 인물들의 성격과 결부시키기 때문에 각본이 크게 어렵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액션도 나름 잘 뽑았다. 강인구는 극 중에서 유도선수 출신이다. 그래서 호신술을 보여주거나 순간 반응속도가 빠른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또 중후반부에 액션신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 이 배우가 이런 연기를 하는 걸 처음 봤다. 이 액션신을 하는 배우가 이 드라마에서 최고작을 갱신한 것과는 다르게 몸도 잘 쓰는 좋은 연기였다. 그리고 액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총기 액션이다. 총기 액션을 꼼꼼하게 잘 배치했기 때문에 액션의 시간 할당과 배치를 영리하게 잘 사용한 것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인물들이 말하는 대사의 톤은 좀 아쉽다. 유치하다. 일례로 데이빗 박 캐릭터가 말하는 대사는 전부 어색하다. '여기서 더 관심을 가지면 it could be dangerous'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실제로 윤종빈 감독이 헛똑똑이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어서 한국어, 영어도 둘 다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인물을 연출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를 영어, 한국어 두 언어만 오롯이 쓰인다고 해서 전달하지 못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나름대로의 갈등 설정을 잘 짜 놨기 때문에 이는 충분하고, 오히려 과하다고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런 문어체 같은 대사 톤은 초반부의 전개에 살짝 영향이 있다. 그러나 드라마를 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크게 지장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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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법칙 첫 번째,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인생의 법칙 첫 번째,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최근 한국에서 대만영화 리메이크작인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가 개봉했다. 대만원작이 워낙 팬층이 탄탄하기 때문에 예고편이 공개된 이후, 원작팬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두 영화 모두 보지 않아 비교할 수 없었지만 원작을 뛰어넘는 리메이크작은 드물뿐더러 평이 좋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원작을 먼저 보기로 결정했다. 원작영화를 본 현재 시점에서 ‘과연 한국판이 원작의 흥행 포인트를 잘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로맨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 혹은 현실에 가까운 이야기로 나뉜다. 물론 아름다운 외적 요건을 갖춘 주인공은 로맨스의 필수 요건이다. 다시 앞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결국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야기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대만판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잘 만든 로맨스 영화다. 영화라는 장르가 비주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환상적 이미지를 잘 활용하면서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적절히 배치했다는 말이다.
영화는 제목에 충실하다. 감독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대만의 배경을 그대로 반영한다. 원작 소설의 작가이자 영화의 감독인 구파도는 실제 1994년 ‘그 시절’의 대만과 ‘우리’들을 그대로 소환한다. ‘늑대 7’을 오마주한 영화의 첫 장면, 션자이와 커징턴이 2년 만에 전화를 하는 계기가 된 ‘921 대지진’뿐 아니라, 극 중 인물들이 즐기는 음식과 놀이, 음악은 세대적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 영화가 한국에 처음 개봉했을 때는 중화권에서만큼의 큰 흥행을 하지 못했다. 국가 간 시대배경적 차이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 관객이 사소한 디테일을 이해할 수 없더라도 같은 아시아권인 만큼 문화적 차이가 서구권만큼 크지 않다. 따라서 개봉 이후,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14년이 지난 후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영화는 국경을 넘더라도 변하지 않는 인생의 법칙을 전한다.
인생의 법칙 첫 번째,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왜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겁이 나는 걸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솔직해지기 어려운 이유는 그만큼 그 사람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가 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인간을 비롯한 세상의 만물은 모두 미추를 동시에 가지고 있지만, 멀리서 보았을 때는 하나의 형태가 뚜렷해 보이는 법이다. 션자이는 말한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시작하기 전 설레는 감정이라고. 정말 사귀고 나서는 좋았던 감정이 많이 사라져 버린’다고. 아직 맞닿지 못한 마음은 포장지를 풀지 않은 물건과도 같다. 아름답게 포장된 마음을 두고 션자이와 커징턴은 서로에게 다가갈 용기를 내지 못한다.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되는 이유는 결국 포장을 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생의 법칙 두 번째, 인생은 타이밍이다. 다른 말로 하면 운명의 흐름이 인생을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운명을 이겨내려면 유일하게 션자이와 사귄 아허처럼 용기를 내거나 만화가로 성공한 후지웨이처럼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운명은 언제나 주인을 앞서간다. 션자이는 자신의 마음이 적힌 풍등을 커징턴에게 전하지 못한다. 위급한 상황에서 서로를 먼저 떠올리지만 션자이는 이미 다른 사람의 손을 잡고 있다. 결국 운명의 흐름에 따라간 션자이와 커징턴은 서로가 함께할 평행세계를 상상으로만 남겨둔다.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은 아름답지만 씁쓸하다. 어른이라는 무게는 시간이 흐를수록 용기를 내기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완전한 아름다움은 존재하지 않는다. 포장을 뜯지 않은 물건은 먼지만 쌓이다 언젠가 버려질 뿐이다. 아허의 말처럼 ‘유치하다’라고 말하며 커징턴을 보고 웃는 션자이는 분명 아름답다. 하지만 격투대회가 끝나고 커징턴과의 싸움으로 눈물을 흘리는 션자이 또한, 아름답다. 상처가 난다고 해도 용기를 낼 수 없을까? 다시 뒤돌아 눈물을 닦아주고 용서를 빌며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없을까? 언젠가 다 닳아버린대도 시작하지 못한 사랑은 후회로 남기에 당신은 용기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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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텔링은 이렇게 하는 것
<행복의 노란 손수건>, 담백한 스토리텔링의 정석
오는 4월 2일, <행복의 노란 손수건>이 재개봉한다. 1977년 개봉한 야마다 요지 감독의 이 작품은 당시 일본 아카데미에서 8개 부문을 석권하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최근 과거 명작들의 재개봉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작품 역시 그 흐름에 합류했다.
세 인물의 교차된 서사, 그리고 중심이 되는 유사쿠
<행복의 노란 손수건>은 세 인물, '하나다 킨야(타케다 테츠야)', '오가와 아케미(모모이 카오리)', '시마 유사쿠(타카쿠라 켄)'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서사는 킨야가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고 홧김에 신차를 몰고 홋카이도로 떠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는 유쾌하면서도 한심한 모습으로 영화의 분위기를 환기한다.
아케미는 열차 내에서 간식을 파는 일을 하는 도중에 남자친구의 배신을 알게 된다. 배신의 상대가 자신의 지인이었으며, 그 사실조차 또 다른 지인을 통해 듣게 된다는 점에서 그녀의 상처가 더욱 두드러진다. 충격에 빠진 아케미 역시 홋카이도로 향한다.
한편, 유사쿠는 신비로운 인물이다. 자신의 과거를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으며, 영화 역시 관객에게 전지적 시점을 제공하지 않는다. 유사쿠의 서사는 점진적으로 전개되며, 이를 통해 관객은 캐릭터와 함께 정보를 습득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세 인물의 이야기가 개별적으로 전개되다가 홋카이도라는 공간에서 조우하며 하나의 이야기로 결합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킨야의 서사가, 이후 아케미의 서사가 더해지며, 마지막으로 유사쿠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서사의 무게는 유사쿠에게 집중되며, 킨야와 아케미는 비교적 가볍게 그려진다. 그러나 이들의 존재는 단순한 조연이 아니다. 코믹한 장면을 통해 극의 분위기를 조절하고, 유사쿠의 서사가 전개될 수 있도록 보조 역할을 한다.
특히, 카메라의 움직임은 이러한 구조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한다. 유사쿠가 먼저 들어간 음식점에 킨야와 아케미가 들어오고, 카메라는 이들의 대화를 포착하다가 자연스럽게 유사쿠에게 시선을 옮긴다. 인물 간 관계성을 구축하는 동시에, 유사쿠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강조하는 연출이 돋보인다.
아케미의 서사 부족, 그리고 시대적 한계
그러나 아케미의 서사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는 그녀를 '남자친구에게 배신당한 여성'이라는 틀 안에 가둔 채, 이후 그녀의 내면을 깊이 탐구하지 않는다. 극 중 아케미는 유사쿠의 과거를 듣고 공감하며, 그의 용기를 북돋우는 역할에 머문다. 그녀의 이야기가 보다 주체적인 서사로 발전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다.
이러한 한계는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 영화 초반부부터 여성에 대한 경멸 어린 시선이나,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당시에는 이러한 요소가 코믹한 장면으로 소비되었지만,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문제적 요소로 해석될 수 있다.
결국 아케미는 극의 후반부에서 유사쿠의 서사를 지탱하는 인물이 된다. 그는 유사쿠의 행동과 선택을 평가하고, 그의 변화를 돕는다. 그러나 정작 아케미 자신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그녀가 유사쿠에게 공감하는 이유와, 그의 변화에 동참하는 과정이 보다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면 영화는 더욱 힘 있는 서사를 구축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유사쿠의 서사와 자기연민의 문제
이러한 아쉬움을 지적하는 이유는, 결국 영화가 품고 있는 문제의식이 유사쿠의 자기연민과 이를 정당화하는 서사에 있기 때문이다. 유사쿠는 자신의 과거를 회고하며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극 중 인물들은 그의 변화에 힘을 실어준다. 킨야 역시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유사쿠의 연민이 강조될수록 아케미의 역할이 단순한 조력자로 축소된다는 점이 문제적이다. 만약 영화가 그녀의 서사를 보다 깊이 다루고, 그녀가 유사쿠를 이해하는 과정에 대한 서사적 근거를 제공했다면, 결말은 더욱 강한 울림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그러한 기회를 놓쳤다. 그 결과, 극의 후반부는 다소 공허하게 느껴진다.
담백한 스토리텔링, 완급 조절이 돋보이는 영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의 노란 손수건>은 담백한 스토리텔링과 뛰어난 완급 조절을 통해 높은 완성도를 갖춘 작품이다. 세 인물의 이야기는 하나의 점에서 만나고, 그 점에서 출발한 선은 '노란 손수건'을 향해 나아간다.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는 영화는 아니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치밀하다. 캐릭터를 쫓는 카메라의 움직임, 노란색을 활용한 색채 연출, 감정을 과하게 조율하지 않는 플롯의 전개 방식 등은 이 작품이 왜 명작으로 평가받는지를 보여준다.
재개봉 이후, 이 작품이 현대의 관객들에게 어떤 울림을 줄 것인지 궁금해진다. <행복의 노란 손수건>은 결국 스토리텔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는 작품이다. 오는 4월 2일, 그 답을 다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 자격으로 초청받은 시사회를 다녀온 뒤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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