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아2023-01-07 10:44:36
짧고 굵었던 박지연 지일주 주연의 강남좀비
살아서 함께 나가요
이수성 감독의 ‘강남좀비’가 지난 1월 5일 개봉했습니다.
티아라의 ‘박지연’ 씨가 출연한다는 소식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던 작품으로 부산행 이후로 오래간만에 보는 한국판 좀비영화입니다.
좀비 영화의 전형적인 주제 의식과 좀비화 되어 가는 과정을 포함한 좀비의 특성들을 스테레오 타입으로 풀어낸 터라 기존 매니아 층들이 보기에는 그다지 거부감은 없을 듯 합니다. 다만 하드고어적인 측면은 좀 덜한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좀비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보다는 재난영화를 보는 듯한 인상을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수성 감독은 ‘미스터 좀비’ 이후로 12년 만에 만든 이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두 주연 배우의 의견을 받아들여 내용을 수정하기도 하였습니다.
태권도 3단인 박지연 씨가 보여주는 의외의 통쾌한 액션과 연결 동작으로 보여주는 발차기 등은 몸으로 좀비에 맞서는 의외의 액션들로 재미를 더합니다.
뜻하지 않게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을 보며 오열하는 씬에서는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의외의 반전에 피식 웃으며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으로 몸이 릴랙스 되는 기분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멘사 회원 지일주 씨의 시나리오 해석력과 여린 듯 강인한 캐릭터를 보여준 박지연 씨, 다양한 조연들의 연기가 어우러져 짧은 시간 관객들을 흡입시키는 영화 ‘강남좀비’ 이야기는 여기서 마칩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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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은 약속을 지키고 자비롭지 않지
감독: 데이빗 로워리
출연: 데브 파텔, 알리시아 비칸데르, 조엘 에저튼, 사리타 초우드리, 랄프 이네슨, 케이트 딕키
러닝타임: 130분
국가: 아일랜드, 캐나다, 미국, 영국
* 이 리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관람 후에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옛날 옛적에 말이지... 이런 일이 있었단다.' 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딱 기사라고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귀족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아서왕의 조카가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를 받는다. 아서왕과 여왕, 원탁의 기사들이 모인다. 아서왕은 평생에 조카를 자신의 옆에 앉힌 적이 없었으나 그날따라 누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조카를 옆으로 불렀다. 마녀라고 불리는 자신의 누이의 아들을 곁에 두기 부담스러웠으리라.
그리고 왕의 부부는 조카 가웨인을 부추긴다. 무릇 기사라면 무용담 하나쯤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이다. 그때 녹색 기사, 나무 기사가 나타난다. 아마도 어머니가 자식이 없는 왕의 자리를 아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만든 상황인 듯 하지만 그걸 아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 나무 기사는 가장 용맹한 자 앞으로 나와서 자신과 대결을 하라고 한다. 자신의 목을 베든 뺨에 상처를 내든 이기는 사람에게는 명예와 재물을 줄 것이나 대신 1년 뒤 북쪽의 예배당에 찾아와 똑같은 상처를 받을 것이라는 조건이었다. 가웨인은 아서왕은 그 성스러운 검을 하사 받고, 대결에 나섰다. 말리는 듯 말리지 않고 부추기는 아서왕 부부의 의중은 알 길이 없었다.
대결이 시작되었다. 자세를 잡는 가웨인가 달리 녹색의 기사는 자신의 도끼를 내려놓고 목을 내밀었다. 자존심을 지키고 목을 내리칠 것이냐, 1년 뒤를 생각해서 살짝 상처만 낼 것인가에 대한 결정은 가웨인에게 달려있었다. 자신에게 이렇게 관심이 쏠린 적이 있었던가... 그는 아서왕에게 빌린 칼을 크게 휘둘러 녹색 기사의 머리를 댕강 잘라버렸다. 가웨인의 승리였다. 하지만 잠시 뒤, 승리의 기쁨도 잠시. 목이 잘린 기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자신의 목을 가지고 떠났다.
약속이라는 게 이렇게나 피 말리는 일이었던가. 계절이 지나고 날이 지나고 그동안 술을 마시고 무용담도 아닌 무용담을 늘어놓고 소문의 주인공이 되어보았다. 그러나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수록 초조함은 늘어만 갔다. 아, 왜 목을 베었을까?
그리고 아서왕이 찾아온다. 그냥 게임일 뿐이라며 부추겼으면서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한다면서 녹색 예배당을 찾아가라고 말이다. 가웨인은 안 가고 싶은 것이 분명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번에도 등 떠밀려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엄마가 메고 있으면 꼭 돌아올 수 있다고 말해준 허리띠를 멘 채로.
여행이라고는 모험이라고는 떠나본 적 없는 그의 여행은 순탄치 않았다. 다섯 가지의 시련을 겪는다고 했다지만 실제로 시련이 맞는지 싶었다. 시련인지 아닌지 하는 것들을 지나오다 보니 사실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영웅담들은 MSG를 팍팍 섞은 것이었다는 슬슬 깨닫게 된다.
중간에는 이미 데드 엔딩이 나왔다. 이것저것 빼앗기고 묶인 채로 시간이 흘러 가웨인은 자연의 일부가 되었다. 뼈다귀가 되어서!
하지만 시간은 거슬러 간다. 옛날이야기를 해주는 그 누군가가 아직은 이야기를 끝낼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거슬러 올라간 가웨인은 방법을 찾아낸다. 그러고 보니 이 이야기는 누가 누구에게 해주는 이야기인 걸까? 분명 화자가 있었는데 그 화자가 누군지 알 길이 없다.
동행하던 이 여우가 가장 유력해 보이기는 하다. 여우의 정체도 궁금하지만 녹색 기사의 정체도 궁금하다. 여우가 녹색 기사는 가까운 사람이라고 말한 것을 보면 엄마나 아서왕이 아닐까 싶다가도, 가웨인의 숨겨진 여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뭐, 이런저런 시련을 겪은 가웨인은 결국 녹색 예배당을 찾았고, 기사를 만난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서 자연치유 중인 그의 곁에서 그가 깨어나기를 기다린다. 잠에서 깨어난 녹색 기사는 가웨인에게 준 것을 그대로 받을 준비가 되었는지 묻는다. 용감하게 자신의 목을 내주려던(사실 아닌 것 같지만) 잠시의 시간을 달라고 하고 달아난다.
달아난 시간 속에서 가웨인은 미래를 맞이한다. 배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전쟁도 하고, 자식을 잃고, 결국 패배의 앞에서 죽음을 선택한다. 정신을 차린 가웨인은 도망가는 선택을 버리고 당당하게 목이 잘리는 엔딩을 선택한다. 아마도 자신의 용감한 모습에 녹색 기사가 감명을 받아서 살려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들어왔던 모든 영웅의 서사가 그리했듯 말이다.
하지만 자연은 약속을 지킨다. 가웨인이 선몽으로 미래를 본 것인지, 혹은 많은 것을 겪고 다시 과거로 돌아온 것인지 알 수 없으나 목을 자르면 목을 자르고, 작은 상처를 내면 상처를 낸 뒤 명예도 주고 친구도 되어주기로 했던 약속은 약속이었다. 엄청 자세하게 다 설명해 줬음에도 목을 딱! 내리친 가웨인이니 녹색 기사는 자비가 없었다. 그가 깨달음을 얻은 것? 그것은 약속과 별개의 문제다.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고 있지만 지금 찾아온 위기처럼 자비롭지는 않다. 자연은 주는 대로 돌려준다. 지금 닥친 현실이 딱 그것을 대변하고 있지 않은가! 자연을 크게 훼손하고 다시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거나 약속하는 것은 지금의 우리 무두와 가웨인,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과 똑 닮아 있다. 그렇게 훼손했으면서 자연이 용서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도 매우 오만이다. 자연은 받은 그대로 돌려준다. 그게 자연의 섭리다.
흔한 영웅 서사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환경 영화였다. 그것으로 좋았다.
영웅의 이야기이면서 장르에 액션이 없는지도 명확한 영화다. 그렇기에 '기사'라는 이름에 현혹되어서 액션을 기대하고 가서 본다면 아주아주 실망할 수 있으므로 그러지 않길 바란다.
영상은 정말 대단하다. 막 화려하다고도 할 수 없고, 밋밋하다고도 할 수 없지만 빠져드는 색감을 가지고 있다. 숲의 색과 마을의 색이 참 곱게 느껴졌다. 그리고 배경 음악은 신의 한 수라고 볼 수 있었다. 배경 음악들은 <그린 나이트>의 세계관과 매우 잘 어울렸고, 상황에 딱 들어맞았다.
그러나 구성이 정신산만한 느낌이 있었다. 다섯 가지의 시련을 좀 더 친절하게 알려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색했을 때 나오는 영화의 설명이 사실 친절하지 않아서 영화를 한 번 본 것만으로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칭찬해 마다하지 않는 영상미와 음향(+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괜찮다고 소문난 원작)을 생각하면 조금은 더 친절해도 되지 않았을까?
배우 얘기를 조금 하면, 주연배우 '데브 파텔'은 정말 엄청 고생했겠다. 얼굴이 익숙해서 어디서 본 배우인가 했더니 <슬럼독 밀리네어리>에서 나온 배우였다. 다른 작품들도 많이 했는데 기억이 안 나니 임팩트 있는 작품은 이게 두 번째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놀랐던 배우는 '케이트 딕키'였다. 아서왕이 왕일 때 여왕의 역할을 맡았는데 암만해도 저렇게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익숙하다 못해 찰떡이어서, 보자마자 기시감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바로 떠오른 그 여인, '리사 아린'이었다. <왕좌의 게임>에서 미친 여자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존 아린의 아내 그 리사 아린이 케이트 딕키였다. 곧 쓰러질 것 같은 얼굴에 중세시대의 의상은 그녀가 아서왕의 배우자인지 존 아린의 배우자인지 헛갈릴 정도였다. 혹시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왕좌의 게임> 인가 싶을 정도로. 그만큼 잠깐의 출연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물론 내가 <왕좌의 게임>을 본 탓일 수도 있지만.
롯데시네마에서 받은 티켓은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을 벤치마킹한 것인지, <그린 나이트>에만 적용되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소장용 굿즈로는 안성맞춤이다. 티켓은 사진 말고 실물로 보시기를 바랍니다!
<이 리뷰는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청받아 관람한 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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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불안함 속을 헤매는 난민의 현실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초청받아 영화제에 참석해 관람한 작품입니다.
[영화 <토리와 로키타> 스틸컷 /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삶을 대변하는 불안한 장면들
토리와 로키타는 벨기에로 넘어온 아프리카 난민들의 삶을 조명하는 영화로 누나 로키타와 동생 토리 두 남매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속에서 로키타는 체류증을 받아서 벨기에에 가사도우미로 정착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 속에서 이미 체류증을 인정받은 토리와 남매 사이라는 것을 인정받아야 하고 복잡한 규정에 맞춰 많은 함정 질문을 피해가며 본인이 꼭 체류해야 하는 난민임을 입증해야 한다.
[영화 <토리와 로키타> 스틸컷 /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두 남매는 극도로 불안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이 환경은 쉽게 벗어날 수도 없고 점점 더 위태로운 환경으로 이들을 내몬다. 이러한 상황들은 영화 속에서 반복되어서 등장한다.
초반부부터 로키타는 공황장애 증상을 보이면서 약을 먹는데, 체류증을 받기 위한 거짓말을 하다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공황을 겪는 모습에서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후 아프리카에 있는 엄마에게 돈을 보내라는 독촉 전화를 받을 때에도, 동생과 강제로 떨어지게 되었을 때에도 로리타의 불안함과 공황은 어김없이 나타난다.
이를 해결해 주는 것은 동생 토리이다. 영화는 난민의 불안한 삶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우정을 주요하게 표현하는데, 로키타가 토리를 아끼는만큼 토리도 로키타에게 큰 위안이 되어준다. 영화 속에서 토리가 로키타의 체류증을 거부한 담당자에게 “누나가 없으면 나는 어떻게 살죠?”라고 말하는데 이 장면에서 이 남매가 서로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영화 속에서는 다양한 복선을 통해서 관객이 조마조마 하도록 만드는데, 대표적으로 이들이 불법적인 마약거래를 한다는 것과 밀입국 브로커로부터 주기적인 협박을 받고 있다는 것으로 언제 무슨 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암시를 꾸준하게 준다. 특히 로키타는 체류증을 받지 못하게 되자 어쩔 수 없이 마약 제조 공장에 들어가서 일하게 된다. 대마초를 기르는 공장은 밖에서 열어주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구조로 불이 나면 비상 버튼을 누르고 전원을 내리라고 안내받는다. 그러자 로키타가 그러고나서 어떻게 탈출하냐고 물어보니 불이 옮겨 붙지 않는 벽이니 기다리면 열어줄 것이라고만 알려주는데, 이는 마치 언제든 불이 나서 로키타가 잘 못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살아간다는 불안감을 관객에게 심어준다. 이후 비슷하게 불안한 복선은 계속 등장하는데 이러한 환경들은 로키타와 토리가 자초했다기 보단 어쩔 수 없이 살아가기 위해 하는 선택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목숨의 위협들이다.
[영화 <토리와 로키타> 스틸컷 /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그럼에도 살아가는 남매의 우정
이런 불안한 환경 속에서 불법적인 현재와 내일이 그려지지 않는 미래를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은 서로의 우정이다. 로키타는 토리를 위해서 더 위험 속에 뛰어들어 돈을 벌고 토리만은 어떻게든 학교에 보내며 잘 때 외롭지 않도록 자장가를 불러준다. 토리 역시 학교에서 주변의 좋은 사람들을 그리라는 숙제에 로키타를 그리고 힘들게 일하는 로키타에게 자신이 그린 그림들을 전해주며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 서슴없이 위험 속에 뛰어든다. 이 둘은 서로를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지만 그 최선이 언제나 스스로를 더 큰 위험에 노출시켜야 상대를 안전한 영역에 남겨둘 수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영화 속에서 둘은 함께 노래하면서 힘을 얻고 교감하는데, 이들이 함께 노래하는 건 처음 한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면서 부르는 장면과 이후 불안한 밤에 잠들기 전, 그리고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로 나뉜다. 상황은 점점 안좋아지지만 둘의 노래는 언제나 즐겁다. 그것이 이들이 함께 있을 때는 위험한 외부의 환경을 잊을 수 있게 되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잘 드러내준다.
다르덴 형제 감독님 인터뷰
[영화 <토리와 로키타> 감독님 사진 /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영화를 만드신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님과 뤽 다르덴 감독님께서 이번에 국내에 처음으로 내한하셔서 영화 상영 후 GV시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인터뷰 내용을 모두 적기엔 너무 긴 관계로 일부 내용만 서술하도록 하겠다.
토리와 로키타는 두 감독님들이 15년 전 작성했던 시나리오를 수정하여 만드신 작품으로 최근 3, 4년 전 음지에서 체류증을 받지 못한 난민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해당 시나리오를 떠올려서 각색 후 제작하게 되셨다고 한다.
처음 시나리오는 엄마와 두 아이의 이야기였고, 엄마만 본국으로 송환당하는 이야기였으나 기사 내용과 난민 업무 관계자분들을 인터뷰하면서 실제로는 마약과 관련된 범죄에 연루된 난민들은 해당 범죄 조직을 벗어나지 못하고 실종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 현실적인 방향과 둘 간의 우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비극적인 남매의 이야기로 수정되었다고 한다.
주인공 배역을 맡은 배우들은 모두 비전문 배우이며 오디션을 통해서 캐스팅 되었고 로키타 역 배우는 오디션 현장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어서 캐스팅 되었고, 토리 배우는 까다로운 기준으로 찾기 힘들었으나 오디션 마감 2일 전에 뛰어난 운동신경과 작고 마른 체구를 가진 토리 역할 배우를 찾게 되어서 캐스팅 했다고 말씀하셨다. 또한 두 배우 모두 뛰어난 노래실력을 가진 것도 주요한 요인이었다고 한다.
[영화 <토리와 로키타> GV 현장 / 출처: 직접 촬영]
재밌었던 일화로 두 감독님은 의견 대립이 없는지 물어본 질문에 의외로 한번도 의견 대립을 겪어본 적 없다고 말씀하셨다. 두분이서 45년간 영화를 함께 만들어 오셨는데 대립이 있었으면 그렇게 하지 못하셨을 거라고… 이와 같은 말씀을 하시면서 농담으로 “우리가 머리 둘 달린 괴물은 아닙니다”라고 말씀하셨다. GV를 하면서 종종 재치있는 농담을 섞어서 답변해 주셨는데, 바로 답하기 힘든 어려운 질문을 받았을 때는 프랑스 속담으로 “제 혀를 고양이에게 주겠습니다”(답변하기 어려울 때 쓰는 속담)라고 대답하셔서 통역하시는 분이 웃음을 터트리기도 하셨다.
두 분이 얼마나 오랜 시간 영화를 함께 만드셨는지 체감할 수 있었던 건 어느 날 뤽 다르덴 감독님께서 현장에 나갔는데 형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아 오늘은 영화 촬영하는 날이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오셨다고 한다. 두 분이 함께 있지 않은 촬영 현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건 두 분은 한명이 흰색 영화를 떠올리고 다른 사람이 검은색 영화를 떠올리면 맞춰서 회색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닌 둘다 자연스럽게 같은 색의 영화를 떠올리고 만든다고 말씀하셨는데 두 분도 그게 어떻게 가능한건지 모르겠다고 하실만큼 신기하게 잘 맞는 형제이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작업 방식에 대해서는 시나리오 작업은 뼈대를 함께 작업한 후에 뤽 다르덴 감독님이 주로 진행하신다고 하셨고 영화 속에서 리듬감을 살리기 위한 방향의 편집이나 연출을 중요하게 생각하신다고 답하셨다.
극중에서 토리와 로키타가 부르는 아프리카 노래는 아프리카 내에서도 10만 명 정도만 남은 부족민이 쓰는 언어로 된 노래로 엄마가 아이들에게 불러주는 자장가의 일종이라고 한다. 해당 노래만 자막으로 번역되지 않았는데 이는 관객의 감정이입을 위한 장치라고 답하셨다.
끝으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위해서 응원의 한마디 씩 남기셨는데.
“모험을 즐기고 뛰어드시길 바란다. 스스로를 믿고 직감을 믿고 하고 싶은 이야기로 영화를 만드셔라. 성공만 너무 신경쓰지 말고 스스로 솔직하게 질문하고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토리와 로키타> 상영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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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까지 피해자가 조심하면서 살아야 되는가
영화 ‘걸캅스’ 개봉 당시 영화관에서 직접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동의 없는 동영상 촬영은 물론이고 그 동영상을 보고, 공유한 사람들 모두 처벌 받아야 된다는 것이었다. 한때 리벤지 포르노로 불리던 디지털 성범죄의 역사는 우리 생각한 것보다 꽤 깊다. 그 오랜 시간 속에 피해자들은 도움을 요청하기를 어려워하고, 가해자가 처벌 받은 경우는 미미할뿐더러 다시 일상 속으로 돌아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생활한다.
나는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고 그 발달 속에서 많은 편의를 누리고 살았으나 이것이 누군가에게는 끔찍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이런 끔찍한 범죄로 인해 피해자는 일상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통으로 여기고 극단적인 경우 자살을 택하기도 한다. 영화를 볼 때 가장 안타까웠던 장면은 그저 일상을 즐기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던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은 불법촬영물과 이것을 공유해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려고 했던 장면이었다. 만약 등장인물인 미영과 지혜, 그리고 다른 여성 경찰관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피해자의 존재는 잊혀진채 가해자는 또 다른 피해자를 이용해 범죄를 저질렀을 것이다.
개인적인 공간인 화장실에서 조차 혹시 불법촬영물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상황이 아니라 편하게 볼 일을 볼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의 일상적인 부분조차 포르노로 소비되고 있는 사회에서 지켜져야 할 것은 이런 불법촬영물에 대한 규제를 더욱 명확히 해서 엄벌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규제가 없다면 가해자가 유포한 불법촬영물이 온라인 상에서 공유되는 동안 피해자는 불안에 떨며 살고 있을 것이고 이걸 본 누군가는 그런 행위를 모방하여 또 다른 범죄를 양산하게 되는 악순환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죽어도 음란물은 죽지 않는다”는 이수정 교수님의 말처럼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으려면 이것을 처벌하고 예방할 수 있는 관련 법들을 만들어야 된다. 나는 이런 성과 관련된 범죄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성인지감수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온전히 존중 받고 보호 받아야 되는 '성'이라는 개념이 상품처럼 사고 파는 개념으로 인식 되어서는 안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성범죄 문화를 근절할 수 있도록 죄를저지른 가해자가 그에 마땅한 벌을 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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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쉬운 <비상선언>, 그래도 좋았던 건...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린 현실에서 수많은 재난을 봐왔다. 그 재난을 경험하고 살아난 생존자들도 있고, 반대로 희생당한 사람들도 무척 많다. 그것을 화면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복잡해진다. 자신이 그곳에 있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우연히 그 자리에 있어서 그 악몽을 겪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함께 마음에 자리 잡는다. 그렇게 재난상황은 사람들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본능을 끌어올린다.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생존에 대한 본능은 사회에 보여주는 가면을 치워버리고 진짜 얼굴을 드러내게 한다. 따뜻한 얼굴, 차가운 얼굴, 무심한 얼굴 등 다양한 얼굴은 진정한 세상의 모습을 수면으로 끌어올린다.
그렇게 드러난 얼굴은 생존만을 바라보게 만든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안전을 좀 더 바라보게 만들고 필요한 경우, 보다 나은 안전을 위해 시위를 하기도 한다. 반면에 정치인들은 그 재난의 상황을 이용해 정치적인 생명을 연장하려고 한다. 공무원인 정부 고위 관계자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인과 연결될 수밖에 없는 고위 관계자들은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정치인의 지시를 충실하게 따른다. 그것이 옳고 그른지보다는 일단 자신의 조직 내에서 안정적인 결정에 따르려고 한다. 그리고 그 재난 상황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당장 생존할 기회를 찾게 만든다. 이 가혹한 상황은 모두를 몰아붙인다.
비행기 속 테러와 재난을 함께 다루는 영화 <비상선언>
영화 <비상선언>은 테러와 재난 상황 속 인물들과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모인 외부의 인물들의 얼굴을 담는다. 이 상황을 시작한 건, 테러범인 진석(임시완)이다. 그는 미리 SNS에 비행기 테러를 하겠다는 영상을 올리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타는 비행기의 표를 구매해 탑승한다. 그의 목적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마치 남대문을 불태운 테러나 대구 지하철 참사의 테러범이 했던 것처럼 사회를 향한 분노를 드러내는 것 자체가 목적이다. 정작 테러를 한 진석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즐기려는 목적이 아니다. 단순히 비행기를 탄 모두를 죽이는 것이 그가 유일하게 바라는 것이다. 영화 속 어디에도 그가 다른 사람이 차례로 죽는 것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없다. 단지 그는 치사량 높은 바이러스 하나로 자신이 가진 분노를 표출하고 그 자신도 그 분노에 의해 먼저 현장을 떠난다.
비행기 내부에서는 벌어진 테러의 중심에 다양한 인물이 포진된다. 부기장 현수(김남길), 스튜어디스 희진(김소진)과 과거 비행기 조종사였던 재혁(이병헌)이 진석을 막기 위해 애쓴다. 그들은 테러범인 진석을 막으려 최선을 다하지만 그가 이미 퍼뜨린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승객들은 하나둘씩 감염되기 시작하고 어떤 해결책도 가지고 있지 못한 그들에겐 불안이라는 또 다른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진다. 그와 중에 스튜어디스들과 조종사들은 최선을 다해 사람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쓴다. 비행기 내부의 사람들은 대부분은 지시에 따라 안정을 취하고 있지만 그 사이에서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안전을 위해 사람들을 구분 짓기를 원한다. 영화 중반 이후엔 바이러스 증상 발현자들과 무증상자를 따로 나누게 되고 이는 그 안에서 작은 계급을 만든다. 짧은 시간에 형성된 작은 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영화는 차근차근 보여주고 있다.
비행기 외부에서는 형사 인호(송강호)가 테러리스트인 진석의 뒤를 쫓는다. 그리고 정부 관계자들도 상황실을 만들어 이 상황에 대처하려고 한다. 가장 열심히 뛰는 건 아내가 비행기에 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인호다. 그는 필사적으로 진석의 행적을 수사해 그 상황을 해결할 단서를 찾으려고 한다. 반면에 국토부 장관 숙희(전도연)와 청와대 관계자 태수(박해준)는 관련 관리자들을 모아 대책회의를 하고 그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의견 충돌이 있고, 대통령을 비롯한 윗선의 결정을 기다리는 측면에서 그들의 논의와 결정은 무척 늦은 감이 있다. 피해자 가족이기도 한 개인은 필사적으로 그 상황을 타계하려 노력하지만 정작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정부 관계자들은 늘 한 발 느리게 다음 해결책을 제시한다. 어떤 경우엔 다음 결정을 못하고 지지부진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테러 장르로 시작해 중반까지 이어지는 압도적인 긴장감
지난 수요일 개봉한 영화 <비상선언>은 관객 사이에서 호불호가 심하게 나뉘고 있다. 영화의 구성 자체가 이렇게 호불호가 나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영화의 전반부는 테러 장르라고 볼 수 있다. 테러리스트가 등장하고 그가 하와이행 비행기에 생화학 테러를 벌인다. 그리고 그가 퍼트린 바이러스가 점점 많은 사람들에게 퍼지기 시작한다. 한 명으로 시작했던 감염자는 금방 그 숫자를 늘려간다. 그렇게 비행기 안이 아수라장이 되어가는 과정이 영화 중반까지 담긴다. 중반까지 진행되는 테러 장르는 꽤 훌륭하게 영상에 담겼다. 실제와 똑같은 형태로 만들어진 비행기 세트를 실제로 돌리면서 촬영된 비행 시퀀스는 굉장한 현실감을 주고 긴박감을 더해준다. 여기에 동기를 드러내지 않고 테러를 벌이는 빌런 진석은 영화에 엄청난 긴장감을 선사한다. 또한 지상에서 진석의 뒤를 쫓는 인호의 추적극도 굉장히 빠르고 박진감 있게 담겨있다.
이렇게 무사히 전반부를 마친 영화는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재난 장르로 방향을 튼다. 재난 장르에는 빌런이 사라지고 피해자들과 지상의 가족 그리고 공무원들이 화면을 채운다. 그러니까 목적 자체가 테러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비행기 안의 사람들이 무사히 지상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중점적으로 비추기 시작한다. 피해자 중의 중심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재혁이 전면에 등장하게 되고, 그의 과거 이야기도 덧붙여진다. 그렇게 신파 코드를 덧붙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여기에 사회적인 메시지도 포함되면서 중반까지 응축해왔던 긴장감을 풀리게 만든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해 시간과 사람들의 행동들도 조금은 인위적으로 압축해놓았다는 느낌도 든다. 이런 점에서 영화 <비상선언>의 후반부는 아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후반부에 던지는 사회적인 메시지 자체는 명확하다. 우리가 지금도 겪고 있는 바이러스라는 특수한 상황 앞에서 여론은 급격하게 갈라진다. 그 안에서 여러 의견들을 보고 자신이 어떤 것을 따를지 결정하기도 하지만 사실 어떤 것이 더 옳은 것인지 단번에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영화 속에 피해자들이 탄 비행기의 착륙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그 두 가지 의견 중 어떤 것이 더 옳은가라고 묻는다면 쉽게 답하기 어렵다. 피해자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한 편으로는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같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반인의 의견이 갈리더라도 정부는 피해자를 최대한 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정치인들과 정부 관계자들은 정치적인 안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결정을 한다. 그들의 비겁한 모습 또한 영화 후반부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쉽지만 평가절하되서는 안 될 이야기
영화 <비상선언>은 동일한 재난 상황이 벌어질 때 우리 사회의 단면을 무척 잘 캐치하여 담았다. 이런 모습은 우리가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재난을 통해 겪어온 일이다. 더 과거로 가서 반복적으로 일어난 다양한 한국 내 재난을 떠올릴 수도 있다. 특별한 테러 동기도 찾기 어려운 테러범 진석도 우리 사회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사회에 대한 불만에 가득 차 있는 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대구 지하철 테러 같은 끔찍한 범죄를 일으켰도 남대문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그들이 원하는 건 그저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것뿐이다. 그런 점들이 바로 이 영화가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영화는 테러 장르로 시작해 재난 장르로 마무리가 된다. 비록 후반부 아쉬운 점들은 있지만 이 영화가 평가절하될 만큼 엉망은 아니다. 하이재킹 테러 장르로 보여줄 수 있는 최대의 긴장감을 영화에 담았고 후반부에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고 있다. 여기에 신파적인 장면들 역시 포함되어 있지만 생각보다 그 강도가 세지는 않다. 비록 압축적으로 상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시간의 비약과 너무 딱 맞게 떨어지는 설정들이 들어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이 영화 전체를 엉망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영화에는 피해자와 그들을 돕는 사람들이 있고, 무책임한 정부 관계자도 있기만 그 상황과 결정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관료도 있다. 거기에 피해자 가족들의 모습도 같이 보여주면서 다각도로 영화의 상황을 볼 수 있게 구성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는 임시완이다. 테러범 진석 역할을 맡고 있는데 평범하지만 분노를 깊숙이 숨기고 있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무척 좋은 인상을 가진 그가 사람들에게 무심하게 죽었으면 좋겠다고 내뱉는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다. 송강호나 전도연, 이병헌 같은 탑 배우들도 이 영화 안에서 혼자 따로 놀지 않고 적절하게 잘 맞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를 연출한 한재림 감독은 과거 <연애의 목적>, <연애의 온도> 같은 관계에 대한 영화를 탁월하게 연출했었고, <관상>, <더킹>, 같은 사회고발과 관련한 영화도 완성도 있게 연출한 경험이 있다. 이번 <비상선언>에는 실감 나는 비행기 테러 이야기와 함께 현실에서 실제로 겪고 있는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문제들을 적절하게 이야기에 녹여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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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매기> 영화 시사회 후기- 성폭행을 당한 오복의 시련과 현실을 보여주다!
오복은 수산시장에서 일하는 중년의 아줌마이고 인애와 지애를 키우느라 힘이 많이 들었지만 열심히 살고 있다. 하지만 수산시장의 술자리에서 성폭행을 당해 억울함을 토로하고 싶지만 수산시장의 상인들을 오히려 오복이 잘못했다는 무책임한 말을 한다. 인애는 오복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공무원인 남편과 결혼하려는 결심이 사라진다. 엄마인 오복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인애는 경찰서에 고발하려고 하지만 경찰들과 상인들도 오복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것을 보고 매우 힘들어한다. 한편 오복의 남편인 무일은 성범죄는 여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말을 하고 오복을 도와주지 않는다. 오복은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세상에 내 편은 나 혼자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과연 오복은 성폭행을 가한 상인들에게 맞서 싸워 이길 수 있을까? 오복의 가족들은 오복의 편을 들어주고 이 문제를 해결하게 될까?
성폭행을 당한 억울한 여성들이
많은 사회에서 자신의 편을 찾기란
무척 힘든 게 사실이다.
하니엘의 갈매기 영화 명언
우연찮게 술자리에서 성폭행을 당해서 억울함을 토로할 수 없는 오복이지만 남편인 무일은 오히려 성범죄를 부추기는 말을 한다.
돈 없고 힘없으면 억울한 일을 당해도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는가?
오복은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런 오복에게 무일은 무책임한 남편이었고 인애와 지애도 오복이 힘들게 살아온 날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 영화에서 오복은 성폭행의 피해자이고 억울함을 알리지만 경찰들은 증거가 없다며 무시하고 수산시장의 상인들은 오히려 오복에게 2차 가해를 한다. 또한 현실에서 일어나는 권력형 성범죄로 인해 고통받는 여성들과 돈 없고 힘없으면 당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에 대한 오복의 입장을 반영한다. 가장의 노릇으로써 오복은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희생하는 중년의 여성이었지만 자신의 처지를 방관하는 무책임한 딸들과 남편을 보며 원망한다. 자신을 위해 살아온 적이 없는 오복은 아마도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 존재하는 여성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잘못은 그 XX가 했는데, 나한테 가만히 있으란다.
한강에 배 한 번 지나간 게 뭔 대수냐고 그런다. 젊은 사람 발목 잡아 좋을 게 뭐가 있난다.
일평생 스스로를 챙겨본 적 없는 오복은 가족도 세상도 외면한 자신을 위해 처음 펄떡인다.
"이 사람 저 사람 죄다 눈치보면 나는 언제 챙겨?"
영화 스토리를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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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방향을 결정하지 못한 DJ
*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시사회에 초청받아 개봉 전 관람 후 작성된 리뷰입니다.
삶의 방향이 갑작스럽게 바뀌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은 갑자기 찾아오고 미처 마음의 준비도 하기 전에 내 삶은 이미 방향을 바꾸어 앞으로 나아간다. 그런 변화를 모두 대비해서 준비할 수는 없다. 아무리 그런 변화에 미리 준비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큰 변화의 시기는 20살 성인이 된 이후일 것이다. 우리는 성인이 되고 처음 느끼는 해방감을 마음껏 즐긴다. 대학에 가고 사회인이 되는 과정에서 각자가 하고 싶은 것을 찾으려 하고 실제로 그 꿈을 위해 또 다른 준비를 하기도 한다. 아마도 이 과정 속에서 오는 변화는 우리가 대처 가능한 예측된 범위 안에서 벌어지는 변화일 것이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일 하나가 더해진다면 삶의 흐름을 쉽게 예측하기 어렵게 된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란 누군가의 죽음이나 사고, 질병 같은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변수들은 삶을 다채롭게 만들기도 하지만 꽤 큰 괴로움을 동반한다.
예상치 못한 출산도 큰 변화 중 하나다. 전혀 준비되지 못한 출산은 미혼부나 미혼모의 길을 가게 만들거나 이른 나이의 결혼 생활로 접어들게 만든다. 출산 자체는 고귀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찾아온다면 그걸 맞는 당사자는 혼란 속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특히, 아직 2–30대 사회인이 막 되려는 시기에 만나게 되는 출산은 생각보다 많은 혼란과 제약을 만든다. 가족과의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고, 자신이 하려던 꿈을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문제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른다. 그래서 그 당사자의 마음을 무척 조급하게 만든다.
DJ를 꿈꾸던 젊은 미혼모의 이야기
영화 <둠둠>의 주인공 이나(김용지)는 젊은 미혼모다. 그에게 갑작스럽게 닥친 출산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유일한 가족인 엄마(윤유선)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이고, 이나 본인도 아직은 아이를 키워낼 심리적, 경제적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게다가 엄마는 자신의 딸이 낳은 아이를 거부한다. 그래서 이나는 교회 지인 부부에게 아이를 맡기고 앞으로의 삶을 다시 구상하기 시작한다. 영화 초반 그의 무표정한 모습은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왜냐하면 이나의 모습이 현실을 직시하기보단 계속 그 결정을 나중으로 미루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는 계속 자신에게 닥친 문제에서 도망치려 애쓰는 중이다.
일단 현재 그가 선택한 것 중, 가장 먼저 한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DJ를 포기하고 일반 직장생활을 하며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일이 무척 지루해 보이지만 이 직업으로 경제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하려 노력하는 중이다.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아 가능하면 소통을 줄이고 멀리 떨어지려 애쓴다. 그렇게 엄마로부터의 독립을 꿈꾸지만 그것은 쉽지 않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엄마를 혼자 두기엔 마음이 불편하고 같이 지내자니 그것도 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낳은 아이로부터도 멀리 떨어져 있다. 그는 아직 아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왠지 그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어 하는 듯한 그의 모습은 생각보다 답답해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아이를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다. 잠깐잠깐 아이를 보러 가서 뚫어지게 아이를 쳐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 앞에 과거에 즐겨하던 DJ 콘테스트에 나갈 기회가 생긴다. DJ를 하면서 음악을 만들고 그렇게 만든 음악을 연주하던 이나에게 그 콘테스트는 자신이 원하는 삶에 다가갈 수 있는 꿈으로 향하는 길이다. 그가 주변부로부터 멀리 떨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음악이고 그걸 실현해줄 도구가 바로 콘테스트다. 그래서 이나는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그 콘테스트에 나갈 준비를 한다. 그가 디제잉을 하는 모습과 음악에 몰두하는 모습을 통해 그가 그 일을 얼마나 좋아하고 앞으로 더 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이나 역을 맡은 배우 김용지는 마치 진짜 고민 속에 있는 인물처럼 보인다.
영화 속에는 필리핀에 자신의 아이를 두고 온 엄마가 나온다. 그는 교회에 봉사활동을 하고 비행기 티켓을 얻으려고 하지만 뜻대로 잘 되지는 않는다. 그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아이를 데려오려 애쓴다. 그 역시 어느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처지다. 주인공 이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나와 다른 점은 필사적으로 아이를 다시 데려오려 한다는 점이다. 그들이 가만히 서로를 바라보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그들 사이에 있는 차이점을 더욱 명확하게 해 준다. 이나는 여전히 선택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반면 필리핀 엄마는 아이를 찾기 위해 하기 싫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작지만 극명한 차이는 이나가 해야 할 길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미래의 꿈과 아이 사이에서 고민하는 주인공
영화 속엔 이나의 출산 직전 장면이 잠깐 등장한다. 그 짧고 긴박한 순간을 통해 그에게 찾아온 것이 그에게 얼마나 혼란스러운 일인지를 보여준다. 엄마는 당황스러워하고 그걸 보는 이나도 당황스럽다. 영화 전반에 이 둘의 관계는 계속 혼란스럽고 당황스럽다. 엄마와 이나의 관계는 완전히 깨진 것 같지만 결국엔 서로를 바라보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유일한 가족이다. 흔들리는 엄마를 닮아가는 이나 본인의 모습이 아이를 데려워 키우는데 큰 벽을 만든다. 그걸 다 잊는 방법은 바로 음악에 몰두하는 것이다.
영화에서 DJ들의 모습과 음악 디제잉을 하는 모습이 그렇게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일 자체가 주인공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이고 그 좋아하는 일과 현실 사이에서의 고민을 전달하는 수단으로써 활용된다. DJ 콘테스트에 나가기 위해 연습을 하고 또 주변의 일들과 떨어지면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이나의 모습은 조금씩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 관객은 이나의 음악이 바뀌어가는 것을 통해 그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미혼모로서의 삶이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그게 바로 불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둡고 낡은 클럽에서도 자신들만의 음악을 하고 미래를 꿈꾸는 이나의 선배 준석(박종환)은 조금 힘겨워 보이지만 불행해 보이지는 않는다.
영화 <둠둠>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삶의 변화 앞에서 미래의 길을 선택하려는 주인공 이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그것에 장애가 될 것 같은 아이는 같은 미래에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래서 선택을 주저하는 이나의 모습이 영화 내내 펼쳐진다. 생각보다 이나의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늘 그렇듯 이런 선택은 쉽지 않다. 그리고 결국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열쇠는 남은 가족에게 있다. 영화는 이나와 엄마의 모습과 그들 나름대로의 노력을 통해 그 모든 것을 하나의 미래에 담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음악영화라기보다는 한 가족의 치유극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야기 속 이나는 무척 조급해 보이지만 결국에는 차분히 자신의 마음을 정리해나간다.
영화는 주인공 이나가 어떤 일을 겪어서 임신을 하게 되었는지, 아이의 아빠가 어디 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단지 그가 지금 현재 겪고 있는 마음의 고민을 영화에 담을 뿐이다. 또한 엄마와 있었던 과거의 모든 일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건 이나 라는 인물의 현재와 미래다. 무엇보다 지나간 과거보다는 지금의 선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전달한다. 가만히 버스에 혼자 앉은 이나의 모습이 꽤 마음에 남는 영화다.
*영화의 스틸컷은 [하이스트레인저]로부터 제공받았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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