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12-19 16:58:31
12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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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령>, 1월 18일 개봉 확정
ⓒ 네이버 영화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린 영화 <유령>이 1월 18일 개봉을 확정했다. 영화에는 설경구부터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배우 등이 출연한다.
<아바타: 물의 길>, 개봉 3일 만에 100만 돌파
ⓒ 네이버 영화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 개봉 3일 만에 100만 돌파에 성공했다. <아바타 : 물의 길>은 제80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작품성을 인정 받기도 하였다.
문근영, '강수연상' 수상
ⓒ 크리컴퍼니
올해 시상식에서 영화인으로서 모범을 보인 배우 故강수연의 50여 년간 한국 영화계에 끼친 업적과
공로를 치하하고 그를 기리고자 '강수연상'을 제정하였다. 그리고 문근영 배우가 첫 강수연상을 수상했다.
해외
심은경, 일본 드라마 <백만 번 말할 걸 그랬어> 출연
ⓒ 유마니테
배우 심은경이 일본 TBS 드라마 <백만 번 말할 걸 그랬어> 출연을 확정했다. 심은경 배우는
뇌신경외과 의사 '송하영'을 연기한다. 송하영'은 '유이'(이노우에 마오)와 예상치 못한 일로
만나서, 서로에 대해 점차 알게 되고 관계를 맺어가는 역할이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블랙 스완> 뮤지컬 제작 도전
ⓒ 네이버 영화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가 최근 인터뷰에서 <블랙 스완>을 뮤지컬로 제작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각색 작업 과정 중에 있고, 제작을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있다고 밝혔다.
씨네랩 에디터 Hizy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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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국열차: beyondness
“제자리를 지키고 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그 모든 게 합쳐서 무엇이 되나? 열차야. 각기 있어야 할 자리를 엄격히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를 합치면? 그게 인류야. 열차는 세계 우리는 인류야”
“이제 자네는 전 인류를 이끄는 성스러운 임무를 얻었어. 자네는 저들을 구원할 수 있어.”
차이가 차별을 만들어내는 사회
온난화를 막기 위해 살포한 CW-7으로 인해 지구는 빙하기가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얼어붙은 세상을 17년 동안 달리는 긴 열차가 있죠. 쉬지 않고 달리는 열차에는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앞 칸과 꼬리 칸으로 나누어 살아갑니다. 앞 칸은 표를 구입해서 열차에 오른 사람들, 꼬리 칸은 혹독한 추위를 피해 표 없이 열차에 올라탄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의 격차는 17년 동안 크게 벌어졌습니다. 달리는 열차라는 사실만 빼면 얼어붙기 전 세상에서 살던 것과 다를 바 없이 살아가는 앞 칸 그리고 그런 앞 칸을 꿈꾸며 살아가는 꼬리 칸은 먹는 것부터 매우 차이가 납니다. 스시도 먹을 수 있는 앞 칸과 다르게 꼬리 칸은 무엇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단백질 블록만을 먹고살죠.
꼬리 칸 사람들도 가만히 있던 건 아니었습니다. 7인의 반란, 맥그리거 폭동 등 밖으로 나가거나 앞 칸을 향해 나아간 사람들이 있었죠. 그들의 끊이지 않는 도전은 영화의 주인공 커티스에게까지 이어집니다. 이미 실패한 전례가 있기에 그들은 더욱 은밀하고 조심스럽게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앞 칸에서 그들을 돕는 정체불명의 조력자가 단백질 블록 안에 메시지를 써 보내주니 더욱 철저하게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경비병들의 총에 총알이 없다는 걸 알아챈 커티스가 반란의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반란은 시작되었고 반란이 혁명으로 번지기까지 촛불을 휘두르며 쉬지 않고 뛰어갔지만 그들이 가는 길에는 수많은 희생이 뒤따랐습니다. 급수 칸 앞에서 폭도 진압을 위해 모인 복면인들과의 전투는 매우 잔혹하고 그들의 죽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어울려서 싸우는 동안 열차의 간부 메이슨은 히죽 거리며 마치 재미있는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것 마냥 구경하고 있었고 그 와중에 커티스를 잘 따르던 에드가도 죽었습니다.
곳곳에 뿌려지는 피와 날선 도끼에 맞아 눈을 부릅뜬 시체, 꼬치 꿰듯 꽂힌 꼬리 칸 사람들의 비명 없는 외침을 보며 그들의 전투가 잔혹하다는 걸 무척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한 생각이 들게 하죠. 서로 죽고 죽이는 이 싸움이 누굴 위한 것일까요?
그들은 자신들의 신념을 위해 싸울 뿐입니다. 자신들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꼬리 칸과 앞 칸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복면인들은 각자의 신념이 있지만 그 신념을 유발하는 ‘차이와 차별’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이 영화의 주제의식과 맞닿아 있기도 하고요.
질서를 지키려는 자와 무너뜨리려는 자
앞 칸의 주요 인물들은 질서(order)를 중요시합니다. 질서는 영화 속 영문 표기에도 나온 것처럼 order, 다른 의미로는 명령이며, 이 명령은 신성한 엔진을 수호해야 한다는 신념에서 나오는 절대적인 것입니다. 영화 초반 메이슨이 “앞 칸이 머리면, 꼬리 칸은 신발이다.”라며 신발을 가리키며 이건 ‘무질서’ 또는 ‘죽음’이라고 표현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질서는 ‘생명’이 되죠. 즉, 질서(명령)는 열차를 지키기 위한 것임을 명시하는 겁니다. 그런 메이슨의 신념은 앞 칸의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피아노를 치며 윌포드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며 황홀감에 눈을 부르르 떠는 교사와 그를 따라 노래를 부르며 ‘윌포드는 위대하다! 엔진은 영원하다!‘고 외치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릴 때부터 광기 어린 ’절대적인 명령(질서)‘을 주입하는 독재자의 그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 속 절대적인 명령은 ‘열차가 달려야 한다.’는 명제입니다. 이 명제 안에서 누구나 역할이 바뀔 수 있습니다. 길리엄을 추억하던 윌포드의 모습은 자신도 길리엄도 열차를 수호하기 위한 같은 역할임을 말하는 듯합니다. 이는 그들의 역할이 열차를 위한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죠. 윌포드가 자신의 자리를 커티스에게 물려주겠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윌포드 역시 열차를 달리도록 해야 하는 자신의 위치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다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요. 앞 칸 사람들 역시 자기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지만 그 자리가 차이와 차별을 만들고 차별로 꼬리 칸과 앞 칸의 대우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앞 칸 사람들은 단지 꼬리 칸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멸종된 열차의 부품 대용으로 사용해버리죠.
부품을 대체하는 꼬리 칸의 모습은 우리가 사회를 구성하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회사에 자신이 없어도 누군가는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고 나이가 들고 쓸모가 없어지면 더욱 젊고 튼튼한 부품으로 바꿔 버립니다. 내가 그 자리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소위 말해 갈려나간다고 표현할 정도로 일을 해야 합니다. 이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겁니다. 앞 칸은 늘 권리를 누려왔고 꼬리 칸은 권리를 얻기 위해 늘 투쟁해야 했습니다. 그 온도 차이를 볼 수 있는데, 앞 칸 사람들은 생존이 아닌 보다 높은 삶의 질에 대해 고민(커티스와 일행이 열차를 지나가면서 보는 모든 장면들이 그렇습니다)하지만 꼬리 칸 사람들은 늘 단백질 블록 하나만을 먹으며 매 순간 생존을 위해 걱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꼬리 칸 사람들은 앞 칸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꿈꾸며 그들을 향해 반란의 횃불을 들게 되는 거죠.
그러하기에 앞 칸은 더욱더 꼬리 칸을 강하게 억압합니다. 그리고 그 억압을 열차 내 무질서를 통제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하죠. 윌포드는 늘 소요를 일으켰습니다. 그동안 실패했다던 7인의 반란, 맥그리거 폭동은 그들의 작품이었고, 영화의 주 내용이 되는 꼬리 칸의 반란 ‘커티스 대혁명’마저도 윌포드와 길리엄이 합작해서 만든 큰 계획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늘 변화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생겨나는 겁니다. 윌포드와 길리엄 그 누구도 작은 변수들이 모여 질서를 어지럽히게 될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변수는 커티스 대혁명에서 조금씩 쌓여서 큰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횃불을 들고 싸우거나 니느웨를 구원한 인물과 같은 이름을 가진 요나의 신비한 능력, 내내 골칫거리였던 크로놀이 폭탄으로 사용된다거나 자신의 팔이 잘리는 걸 무서워했던 커티스가 아이를 구하기 위해 팔을 희생하는 행동 등 변칙적인 요소들이 묶여 기적을 만들어 냈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우연 같았던 모든 변수들이 결코 우연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걸 꿈꾸었기에 변수들을 발생시킬 수 있었던 거죠. 예로 남궁민수는 감옥에 갇히기 전부터 열차 밖을 상상했습니다. 마약 하는 것처럼 하면서 크로놀을 챙겼고, 그중 좋은 질의 크로놀을 골라내 폭탄을 제조했죠. 그 결과 열차는 무너지고 비로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열차 안 또는 열차 밖
윌포드는 열차를 세계라고 했지만 그 세계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대가 잉태되었습니다. 그들은 마치 아담과 이브처럼 아무것도 없는 하얀 열차 밖 세상으로 나오게 되었죠. 그들이 비교적 차별받는 황인과 흑인의 조합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생각일까요. 그들의 조합은 하나의 거대한 질서인 열차를 벗어나게 되었고 북극곰을 보며 열차 밖에도 사람이 생존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열차 밖의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우리의 삶을 생각해보면 좀 더 쉽게 유추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거대한 사회의 질서를 벗어나게 된다면, 거대한 흐름에서 튀어나간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열차 안의 삶과 열차 밖의 삶. 어떤 삶을 지향해야 할까요? 새하얀 설원에서 엔딩을 맞은 영화처럼 그 답은 스스로 내려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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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키 17이 아닌 '18을 통한' 희생과 애도의 메시지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이 개봉한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당연하게도 영화에 대한 평이 이리저리 갈리고, 관객 수를 얼마나 유치했는지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줄짓고 있다. 홍수정 평론가가 “탁월한 이야기꾼이 몰려드는 관중 앞에서 점점 더 몸에 힘을 주는 모습을 볼 때 안타까움을 느낀다”라고 했는데,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는 대목이다.
<미키 17>은 행성을 테라포밍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실험 쥐”처럼, 먼저 우주 밖으로, 행성 밖으로 나가 죽는 것이 임무인 ‘미키(로버트 패틴슨)’를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미키는 ‘익스펜더블’이라는 직책을 맡고 각종 생체 실험, 일종의 “고기 방패”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봉준호의 <미키 17>은 그런 미키의 직업으로부터 다양한 철학적 질문을 끌어낸다. 아무리 미키가 지구에서 큰 빚을 지고서 도망을 다니는 신세라도, 익스펜더블 임무를 미키가 자원한 것이라도 그 반복되는 죽음과 복제의 과정이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시장 경제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을까?
미키의 죽음은 매우 자연스럽고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미키가 죽으면 죽을수록 테라포밍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더욱 커진다. 인류의 새로운 정착을 위해서 미키의 죽음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인류의 정착과 미키의 죽음은 자연스레 불가분의 관계에 놓인다. 미키가 죽어야, 인류가 산다. 그렇다고 미키가 죽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살아나기 때문이겠다.
그렇지만 의문이다. 미키의 기억을 드라이브에 저장하고, 육체만 다시 재생성한 뒤에 새로운 몸에 기억을 덧입힌다면 그것은 ‘미키 1’이라고 불리는 원형과 같다고 할 수 있을지 말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기억을 주입 당하고 새롭게 몸이 기계로부터 제면기 면 뽑히듯 뽑힌 내가 있다면, 그것은 정말 나와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는가?
지구에 살던 시절 미키의 동업자였던 ‘티모(스티븐 연)’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살펴보아야 한다. 티모는 지구에서 “마카롱이 햄버거를 넘어설 만큼 대박 날 사업 아이템”이라는 헛된 희망으로 미키와 사업을 펼쳤다가 단단히 망한다. 사업을 위해 졌던 빚은 수습이 불가능한 상태에 놓였다. 잔인하기로 악명 높은 빚쟁이 ‘다리우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미키와 함께 우주로 도망치지만 결국 다리우스의 부하에게 덜미를 잡힌다. 그러자 티모는 미키에게 간청하기에 이른다. “너는 죽어도 다시 살아날 목숨이니, 다리우스가 건넨 ‘잔인한 제안’을 도와달라”는 것이다. 지키지 못하면 티모는 죽은 목숨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또 한 번 의문을 가지게 된다. 어차피 살아날 목숨이라면 남을 위해 죽어야 하는가? 그럴 수 있대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인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미키의 죽음은 매우 가벼운 것이 된다. <미키 17>이 보여주는 아이러니다. 죽어야 하는 일을 맡았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덕에 계속해서 다시 복제될 힘을 가졌기 때문에 남을 돕는 데에 자기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지에 대한 딜레마까지 얻어야 한다.
현실에서는 어떠한가.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역사에서 여러 희생과 참사를 목격했다. 최근 몇 년 간의 일을 보자면 세월호 참사에서부터 이태원 참사, 화성 아리셀 공장의 대형 화재 참사, 그리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까지 생각해 볼 수 있다. 대부분 안전불감증과 행정의 빈틈으로 인해 벌어진 일들이었다. 우리는 참사들을 계기로 미흡했던 구석을 고쳐볼 기회를 얻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앞으로의 일을 방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외양간을 고치는 계기가 됐던 그 희생자들의 죽음에 관한 가치를 논해야 한다.
미키는 죽어도 다시 살아난다는 특징이 있지만 현실에서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직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작 중 미키의 생명과 존엄성은 그렇다 해도 훼손될 수 없듯, 우리와 함께 살아가던 이들의 희생은 아주 참담하고 슬픈 일이다. 그런 이들이 우리에게 남기고 간 희생의 뒷일은 얼마나 허투루 넘겨서는 안 될 일인가. 바로 그 부분에서 애도와 반성을 통한 진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드러나게 된다.
<미키 17>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애도하는 자’의 유무에도 있다. 그래서 영화에서 계속해서 ‘죽는’ 인물은 누구인가. 미키가 있다. 그리고 영화 초반부에 사고로 목숨을 잃는 ‘제니퍼’가 있다. 재미있는 점은 미키와 제니퍼 모두에게 연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연인이 있다는 점이 재미있는 게 아니라, 죽어버렸거나 죽어야만 하는 이들에게 연인이 있다는 것은 그들의 죽음에 깊이 아파하고 슬퍼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으로 연결된다. 즉, 애도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미키 17>에는 죽음에 슬퍼하는 이들이 많이 없다는 점이 독특하다.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사실 그 정도는 아니다) 미키에게 “죽는 것은 어떤 기분이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죽음을 단순히 무용담 건너 듣듯 대하는 태도들이 인상적이다. 진정으로 미키의 죽음에 아파하고 공감하고, 제니퍼의 사고에 슬퍼하는 이들은 그들의 연인인 ‘나샤(나오미 애키)’와 ‘카이(아나마리아 바르톨로메이)’가 있다. 영화 중반부에서 카이 또한 미키에게 ‘죽는 기분’을 묻거나 미키를 성적으로 대하는 부분에서 그 사실이 살짝 뒤틀리긴 하지만, 카이의 제니퍼를 향한 애도는 어쨌든 가 닿는 지점이 있다.
그리고 외계생명체 ‘크리퍼’가 있다. 크리퍼 종족은 한 개체만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모두가 서식지 밖으로 나와 자신들 모두를 희생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서로를 지키고 기억하고 잃지 않으려는 간절함이 묻어나오는 몇 안 되는 상징물이다.
이렇게 <미키 17>에는 죽는 이들과 그것으로 인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의 희생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슬퍼하는, 애도할 줄 아는 인물들이 존재한다.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애도할 줄 아는 존재들이 영화 종반부에서 인류와 크리퍼 간의 갈등 상황에서 중재 역할의 중심에 위치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우주선 내의 위계질서를 지배하고 있는 인물이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나, 그를 중심으로 한 인물들이 종반부에서는 무력함도 모자라 사실상 전무한 존재감을 띠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미키 17>의 핵심으로 생각하는 ‘미키 18’이 있다. 미키 18은 주인공인 미키의 그다음 복제체면서도 17번뿐 아니라 그 전의 모든 미키들이 겪은 죽음에 대한 부당함에 대해 분노한다. 미키 17은 어수룩하고 둔한 성격에 이전 개체에 대한 애도나 깊은 공감이 부족할 수 있었겠지만 미키 18은 그들에게 공감하고 분노한다는 점이 상징적이다. 그렇기에 미키 18이 영화 종반부에서 미키 17을 살려둔 채로 자신이 자폭하기를 결심했을 것이다. 미키 18이 살아남아 미키 17이 제거되고 계속해서 미키가 복제 실험체로서 남게 된다면, 인류에게는 미래를 향한 진보가 계속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에서 말하고자 한 것은 미키 19, 즉 미래를 향한 진보가 아니다. 미키 17, 과거의 죽음과 희생에 다시 한번 주목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미키 17>은 죽음과 애도에 대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외계생명체인 크리퍼에게도 다른 개체를 동정하고 박애하는 마음이 깃들었듯, 인류에게도 그것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많은 관객이 미키의 실험 쥐 같은 모습에 측은지심을 느꼈겠다고 생각한다. 인간 또한 타인을 동정하는 그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가 단순히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봉 감독이 인류 전체에게 동정과 연민 그리고 애도에 대한 감정을 제고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을 것이라 짐작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이 영화가 흔치 않은 해피엔딩이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속의 인물들처럼 애도하고, 반성하면서 희생된 이들에 대한 기림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이 가득한 세상이라면 우리 인류에게도 희망이 있을 것이라는 감독의 작은 바람이지 않을까.
그렇기에 <미키 17>은 단순 미키 17에만 관심이 쏟아지는 원맨쇼 작품이 아니라, 미키 18에도 마찬가지로 주목해야만 하는 작품일 것이다. 미키 18이 영화 종반부에서 해낸 결단, 그리고 그 결단 속에 숨은 의미와 상징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상업과 예술 그 사이 언저리에 서서 자신만의 철학과 해학을 담아낸 봉 감독의 그 행보를 응원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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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 올해의 힐링영화가 ‘거의’ 확실합니다
춘희는 행복이 낯설다. 행복은 단 한 번도 그녀의 것인 적이 없었다. 여러 이유가 있다. 누군가는 춘희의 부모가 갑자기 한꺼번에 세상을 떠났다는 걸 이유로 꼽을 테고, 누군가는 외삼촌 가족의 구박이 그녀를 힘들게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걸을 때마다 바닥에 자국이 남을 정도로 다한증이 심해 춘희가 사회생활에서 위축된다는 걸 그 원인으로 지목할 것이다. 어쨌든, 춘희가 행복과는 영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춘희가 불행하지 만은 않다는 게 영화 〈태어나길 잘했어〉의 묘한 재미다. 춘희에게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은 사람에게 으레 보이기 마련인 체념, 무심함, 냉소와 같은 정서를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그 반대다. 다한증 수술비 마련을 위해 매일 마늘 까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마음, 맨발로 자는 노숙자를 걱정하며 새 신발을 선불하는 마음, 사람들이 ‘주황’의 말더듬이 증세만 볼 때 그 내용을 듣고 칭찬해주는 마음에서 춘희가 어떤 태도로 살아가는지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주황과 춘희가 알콩달콩 만들어내는 케미가 압권이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뻔한 두 사람의 애정행각이 짜증이 아닌 기분 좋은 미소를 유발하는 건, 어려움 속에서도 차분한 단단함으로 묵묵히 삶을 살아내는 춘희와 주황의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도 귀함을 우리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태어나길 잘했어〉에 결점이 없는 건 아니다. 극 후반부의 조금은 헐거운 감정선은 어리둥절함을 자아낸다. 춘희의 어려움을 ‘치유’의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것도 아쉽다. ‘당신 내면의 아이를 안아주세요’와 같은 명제에 굉장히 비판적인 편이다. 왜 상처받았는지는 도외시한 채 치유 그 자체에만 몰두함으로써 상처를 병리화하는 효과를 자아낸다고 보기 때문이다. 원인 진단과 해결이 아닌, ‘잘 버티는’ 임시방편에만 집착하는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어나길 잘했어〉는 좋은 영화다. ‘네 탓이 아니야’라는 말은 남들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서 가장 먼저 시작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주변에서 아무리 ‘네 탓이 아니야’라고 말해도 자기 자신이 이를 믿지 못하면 수치심과 좌절감은 걷어지지 않는다. 즉, 상처가 생긴 원인을 적확하게 인지하고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태어나길 잘했어’와 같은 강한 자기 확신이 필요하다. ‘문제는 내가 아닌 날 힘들게 한 것들에 있다’는 명제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으로써 말이다.
춘희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도 ‘태도’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증명한다. 관객을 웃게 만드는 춘희의 마음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수술비를 벌기 위해 매일 마늘을 까는 춘희는 자신을 힘들게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성실한 노력의 중요성을 가르쳐준다. 길거리에 누워 있는 맨발의 노숙자에게 신발을 선물하는 춘희는 따뜻한 연대의 마음이 ‘가진 자의 특권’이 아닌 ‘인간 존재의 특권’임을 가르쳐준다. 말을 더듬는 주황을 남들처럼 무시하지 않는 춘희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이를 알아봄으로써 우리의 삶이 더 아름답고 풍성해질 수 있음을 가르쳐준다. 그리하여 춘희는 모든 문제를 개인의 심리 상태로 축소 환원하는 세상에서도, 자기 위로에서 시작하는 더 큰 변화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희망적 명제를 벼려낸다.
춘희가 우연한 계기로 ‘과거의 나’를 마주한다는 건 영화의 주요 설정이다. 여러 영화‧드라마 덕에, 많은 사람이 과거의 나를 만나보는 걸 상상해보곤 한다. 만약 누군가가 ‘과거의 나’를 만나는 상상에 마냥 설레고 기쁘기만 하다면, 그는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일 확률이 높다.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린 주황, 부모님 사후 힘든 시간을 보냈던 춘희에게 과거의 나를 마주하는 건 잊고 지내던 아픔을 상기시키기에 설렘‧기쁨이 아닌 두려움‧긴장을 자아내는 일이었다. 춘희가 과거의 자신에게 ‘부모님과 함께 죽어버리지 그랬냐’고 거친 말을 쏟아내는 장면에서 그가 얼마나 큰 아픔을 견뎌왔는지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춘희는 삶을 대하는 태도로서 과거의 상처를 대면하고 미래로 나아간다. 자신과 자기 주변 아끼는 춘희의 태도는, 그녀가 끝내 한 번도 자기 것인 적이 없었던 ‘행복’에 언젠가는 도달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으로 나아간다. 몇몇 단점으로 인해 〈태어나길 잘했어〉가 올해의 힐링영화가 될 것 같다는 예감에 ‘거의’라는 단서를 붙일 수밖에 없었지만, 나는 춘희에게서 큰 위로를 받았다. 세상이 상처를 주었을지라도, ‘나의 태도’로서 이를 거스를 수 있음을 알려준 춘희와 그 친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세상의 많은 외로운 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최진영 감독의 마음이 당신에게도 전달된다면 좋겠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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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도 겹치면 짙어질까
빗자루질 소리에 잠에서 깨어, 소박하지만 정리된 삶을 살아간다. 일반인들이 무시하는 화장실 청소부라는 직업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묵묵히, 그리고 지나칠 정도로 열심히 닦고 청소한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책을 읽다 잠든다. 항상 똑같은 조용하고 지루한 삶을 사는 것 같은 히라야마(야쿠쇼 코지) 아저씨. 그런 그의 굳어진 얼굴이 풀리며 마음의 평온을 찾는 때가 있다. 바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운전하는 시간, 그리고 코모레비(木漏れ日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일렁이는 햇빛)를 바라보는 시간이다.
히라야마는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며, 사람들과의 거리를 지키고, 자신의 작은 순간순간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그는 화장실뿐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는 자신의 삶을 늘 깨끗하게 닦고 있다. 깨끗하게 콧수염 정리를 하고, 집안 청소를 하고, 몸을 씻고, 빨래를 한다. 또한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영혼이 녹슬지 않도록 가꾼다. 그런 그의 삶을 바라보는 관객은, 그 작은 소중한 삶이 얼마나 눈부시도록 아름다운지 점점 깨달아간다.
그러나 마음이 깊은 사람은 그만큼 큰 상처를 지니고 있는 법이고, 사람은 무언가를 잃어버린 후에야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 히라야마는 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길래 그 정도의 깊이에 도달했단 말인가. 삶의 모든 것에서 소중함을 느끼는 히라야마는, 아마 모든 것을 잃어버렸던 사람이리라. 그 음악과 햇빛 사이로, 히라야마의 깊은 상처는 그림자처럼 드리워진다.
빔 벤더스 감독은 히라야마의 삶 사이에 빛과 그림자가 가득한 꿈을 그려 넣는다. 시각세포는 두 가지가 있다. 색을 인지하는 세포와 빛과 그림자를 인지하는 세포. 밝은 곳에서는 색으로 모든 것을 인식하지만, 빛이 별로 없는 어두운 곳에서는 빛과 그림자만으로 세상을 인식한다. 빛과 그림자만으로 인식하는 세상은, 세상을 더 자세히 볼 수 있게 해 준다. 히라야마는 꿈속에서 무엇을 보는 것일까. 빔 벤더스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에 코모레비에 대해 자막까지 넣어가며 설명을 했지만, 코모레비는 빛이 주체다. 빔 벤더스가 설명한 히라야마의 과거 깨달음의 시점에도 빛이 중요한 모티브라고 했다.
하지만 히라야마의 꿈에서 더욱 선명해지는 것은 바로 그림자다. 히라야마가 자기 전 책에서 읽었던 구절 중에 '影(영: 그림자)'라는 한자가 유독 두드러지며, 나뭇잎의 그림자들이 서로 겹쳐진다. 코모레비는 일렁이는 햇빛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보면 바로 일렁이며 겹쳐진 그림자이기도 하다. 그의 꿈은 그림자가 가득하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히라야마는 자신의 과거를 딱히 말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 과거를 입에 담는 것조차 상처가 되는 그런 깊은 상처일터다. 바로 히라야마가 살고 있는, 불에 탄 흔적이 얼핏 보이는 낡은 집처럼.
나에게도 그런 짙은 상흔의 과거가 있다. 삶의 모든 것이 부서지고, 스스로가 스스로를 가두고, 원망의 화살을 나 자신에게로 돌려 위로의 말이나 손길에게도 피해를 줄까 봐 멀리 떠났던 시절. 그 달동네에는 골목을 굽이굽이 올라가면 동네 사람들이 앉아서 쉬던 커다란 느티나무와 평상이 있었다. 아주 잠시만 있을 수 있었지만 그 평상 나무 그늘에 누워서 느티나무 그늘 사이로 비치는 코모레비를 보는 것이 그렇게도 위로가 되었다. 일렁이는 햇빛은 마치 내 삶이 괜찮다고, 괜찮을 거라고 쓰다듬어주는 것 같았다. 그 위안과 희망은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다. 마치 <쇼생크 탈출>의 앤디가 말했던 것처럼. 그렇게 나도 그 시절을 견뎠다. 히라야마가 코모레비를 보며 잠시 평안해지는 그 미소는 바로 그 시절 나의 미소였다.
히라야마와 같이 맥주를 나누던 '그 남자'는 히라야마에게 물어본다. "그림자도 겹치면 짙어질까요?" 히라야마는 당장 해보자고 한다. 그 남자는 그림자가 똑같아 보인다고 하고, 그림자 전문가인 히라야마는 짙어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과학적으로 생각해 보면, 빛은 파동이기도 하므로 회절현상이 일어난다. 광원이 완벽하게 1개라고 하고 반사하는 물질이 없어도, 그림자 속에 들어간다고 해서 완벽히 빛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그림자 속에도 주변 빛의 회절현상으로 빛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그 회절되는 빛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그림자를 겹치면, 점점 어두워진다. 그림자 속에도 그림자를 만들 수 있다. 겹쳐지는 그림자를 많이 본 히라야마는 그 사실을 알았다.
그림자와 마찬가지로, 상처도 겹치면 짙어진다. 하지만 히라야마는 그렇게 겹치고 겹친 그림자들의 사이가, 바로 코모레비처럼 빛난다는 것을 보았다. 그림자와 그림자의 틈, 상처와 상처의 틈, 아주 작은 공간들, 비어있는 줄 알았던 그곳이 희망이라는 걸, 울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만큼, 그 순간만 존재하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알아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 뒤로 그의 삶은 코모레비와 같아졌다. 그가 항상 흑백 사진으로 남기는 그날그날의 코모레비는, 항상 똑같아 보이지만 다른 소중한 그의 일기인 것이다. 일기는 한자로 日記라고 한다. 히라야마는 말 그대로, 그날의 태양을 기록하고 있다.
깊은 상처는 히라야마에게 모든 날들이 완벽하다는 걸 알게 해 주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도,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난 날도 모두가 완벽하다. 그림자의 뒤엔 빛이, 죽음 뒤엔 생명이, 이별 뒤엔 사랑이, 눈물 뒤엔 웃음이 일렁이고 있기 때문이다. 덧없이 사라져가는 생의 한 뒤켠에, 빔 벤더스의 유서와도 같은 이 작품은 낡은 카세트 테잎의 노래처럼 탁한 빛으로 관객의 마음 속을 비춘다. 그러기에 모든 나날들은 아름답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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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여정 배우, SAG 어워즈 여우조연상 수상
미국 배우 조합상(Screen Actors Guild Awards, 일명 SAG Awards)은 헐리웃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우, 스턴트맨, 성우 등을 회원으로 하는 ‘미국 배우 조합’(SAG)에서 주최하는 시상식으로, 헐리웃의 영화 및 TV 산업에 기여하고 있는 배우들에게 상을 수여해왔습니다.
올해로 27번째 시상식을 맞은 SAG 어워즈는 작년, <기생충>이 <밤쉘>, <아이리시맨>, <조조 래빗>. <원스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제치고 외국영화 최초로 영화부문 앙상블상을 수상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이 수상은 1999년, 로베르토 베니니의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노미네이트된 이후 두 번째 노미네이트이자 첫 번째 수상이었기에 더욱 화제가 되었습니다.
배우를 위한 시상식이니만큼, 송강호를 포함한 10명의 배우들이 이 상을 수상하였지만, 정작 봉준호 감독은 빈손이었는데요. 올해는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이 부문에서 <Da 5 블러드>,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원 나이트 인 마이애미>,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과 경합을 벌였지만, 상은 결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에게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윤여정 후보가 여우 조연상을 수상하며 한국 배우 최초 노미네이트 기록에, 최초 수상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게 되었는데요. 윤여정 배우는 수상 소감을 통해 "동료 배우들이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선택해 줘서 영광"이라 말하며 다른 후보들에게도 감사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윤여정 배우는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즈,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먼 등 유력한 후보들을 제치고 여우조연상을 차지하며, 4월 25일(현지 시간)에 열릴 오스카 시상식에서의 수상을 더욱 기대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윤여정 배우에게 또 하나의 연기상을 안겨준 ‘미국 배우 조합상’의 다른 수상 결과를 살펴보며,
오늘의 리포트 마무리하겠습니다.
영화부문 앙상블상
<Da 5 블러드> - 스파이크 리
<미나리> - 정이삭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 조지 C. 울프
<원 나이트 인 마이애미> - 레지나 킹
★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 아론 소킨
영화부문 여우주연상
<힐빌리의 노래> - 에이미 아담스
★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 비올라 데이비스
<그녀의 조각들> - 바네사 커비
<노매드랜드> - 프란시스 맥도맨드
<프라미시 영 우먼> - 캐리 멀리건
영화부문 남우주연상
<사운드 오브 메탈> - 리즈 아메드
★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 채드윅 보스만
<더 파더> - 안소니 홉킨스
<맹크> - 게리 올드만
<미나리> - 스티븐 연
영화부문 여우조연상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 마리아 바카로바
<힐빌리의 노래> - 글렌 클로즈
<더 파더> - 올리비아 콜맨
★ <미나리> - 윤여정
<뉴스 오브 더 월드> - 헬레나 젱겔
영화부문 남우조연상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 사샤 바론 코헨
<Da 5 블러드> - 채드윅 보스만
★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 다니엘 칼루야
<더 리틀 띵스> - 자레드 레토
<원 나이트 인 마이애미> - 레슬리 오덤 주니어
영화부문 스턴트 상
<Da 5 블러드>
<뮬란>
<뉴스 오브 더 월드>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 <원더 우먼 1984>
TV드라마부문 앙상블 연기상
<베터 콜 사울>
<브리저튼>
★ <더 크라운>
<러브크래프트 컨트리>
<오자크>
TV드라마부문 연기상 (여자)
★ <더 크라운> - 질리언 앤더슨
<더 크라운> - 올리비아 콜맨
<더 크라운> - 엠마 코린
<오자크> - 줄리아 가너
<오자크> - 로라 리니
TV드라마부문 연기상 (남자)
<디스 이즈 어스> - 스털링 K. 브라운
★ <오자크> - 제이슨 베이트먼
<더 크라운> - 조쉬 오코너
<베터 콜 사울> - 밥 오덴커크
<브리저튼> - 레게 장 페이지
코미디 부문 연기상 (여자)
<데드 투 미> - 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
<데드 투 미> - 린다 카델리니
<더 플라이트 어텐던트> - 칼리 쿠오코
<시트 크릭 패밀리> - 애나 머피
★ <시트 크릭 패밀리> - 캐서린 오하라
코미디부문 연기상 (남자)
<더 그레이트> - 니콜라스 홀트
<시트 크릭 패밀리> - 댄 레비
<시트 크릭 패밀리> - 유진 레비
★ <테드 래소> - 제이슨 서더키스
<레미> - 라미 유세프
TV영화/미니시리즈 부문 연기상 (여자)
<미세스 아메리카> - 케이트 블란쳇
<아이 메이 디스트로이 유> - 미카엘라 코엘
<언 두잉> - 니콜 키드먼
★ <퀸스 갬빗> - 안야 테일러 조이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 - 캐리 워싱턴
TV영화/미니시리즈 부문 연기상 (남자)
<퀸스 갬빗> - 빌 캠프
<해밀턴> - 다비드 딕스
<언 두잉> - 휴 그랜트
<더 굿 골드 버드> - 에단 호크
★ <아이 노우 디스 머치 이즈 트루> - 마크 러팔로
TV부문 스턴트상
<더 보이즈>
<코브라 카이>
<러브크래프트 컨트리>
★ <더 만달로리안>
<웨스트월드>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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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부극' 하면 음악이 먼저 떠오르는 이유
아이돌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의 노래 'UNFORGIVEN'을 아시나요? 이 노래는 유명한 서부 영화 음악을 샘플링하여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자세히 들어보면 노랫말과 비트 아래에 익숙한 멜로디가 깔려 있음을 눈치챌 수 있죠. 강렬한 휘파람 소리로 시작하는 원곡은 한 번 들으면 모두가 알만한 영화 <석양의 무법자>의 영화음악입니다.
원곡을 만든 이탈리아의 음악가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는 설령 영화는 알지 못해도 모두 한 번쯤 들어보았을 영화음악을 셀 수 없이 많이 만들어 내며, '영화음악의 창시자'라고 칭송받은 위대한 음악가입니다. 그리고 영화에 숨결을 불어 넣는 음악을 만들었던 그가, 이제 영화가 되었습니다.
"오, 이 음악은!", "앗, 이건?"하며 놀라는 사이에 156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마치 15분처럼 훌쩍 흐릅니다. 영화를 사랑한다면, 영화음악을 사랑한다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입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의 돌비 프리미어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는 2023년 7월 5일 국내 개봉 예정작입니다.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The Glance of Music, Ennio
의사를 꿈꾸던 어린 엔니오 모리꼬네는 트럼펫 연주자였던 아버지의 권유로 음악을 시작했습니다. 트럼펫을 연주하며 순수음악을 만들다가 우연히 영화음악의 세계에 발을 들였죠. 탄탄한 음악적 재능과 노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도전을 거침없이 시도한 그는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영화음악가로 거듭났습니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에는 감미롭고 아름다운 선율도 많지만, 소음으로 들릴 법한 음향도 자주 등장하는데요. 당시는 신경에 거슬리는 음향을 음악으로 사용하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엔니오 모리꼬네는 뛰어난 음악성으로 고정관념을 뒤집는 매력적인 음악을 만들어 냈죠. 그야말로 천재적인 음악가인 셈입니다. 의사를 꿈꿨던 엔니오 모리꼬네를 음악의 길로 인도한 그의 아버지의 선구안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위대한 음악가 한 명을 만나지 못할 뻔했습니다.
엔니오 모리꼬네를 설명하는 키워드로 도전과 개성을 꼽을 수 있을 만큼, 엔니오 모리꼬네는 오리지널리티가 뛰어난 음악가였습니다. 그러나 영화음악가로서 그는 감독에 따라, 영화에 따라 음악의 색을 바꿀 줄 아는 카멜레온 같은 음악가이기도 했죠.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에는 생전 그와 함께 작업했던 유명한 영화감독들이 줄지어 등장해 각각의 케미스트리를 뽐내는데요. 서부극, 치정, 스릴러, 로맨스까지 각양각색 장르의 향연 속에서도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은 한결같이 그 영화의 한 끗이 되어줍니다. 그래서인지 그와 함께 작업한 영화계 인사들은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에 출연해 하나같이 엔니오 모리꼬네가 만든 음악을 흥얼거리며 행복한 표정을 짓습니다. 영화를 완성하는 한 끗을 찾았는데, 저라도 기쁘지 않을 수 없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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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그 장면에 어울리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온전한 주제를 가진 음악을 만들어 냈던 엔니오 모리꼬네. 폭력적인 장면에 강렬한 음악을 더하기보다는 완전히 다른 관점의 음악을 갖다 붙이는 식이었습니다. 영화가 단순한 시청각 자료를 넘어 관객의 마음을 파고드는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그의 음악이 촉매제가 되어준 셈이죠. 장면을 더 풍부하게 만드는 능력은 영화음악가로서 엔니오 모리꼬네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는 엔니오 모리꼬네와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 음악이 삽입된 영화를 번갈아 보여주며 그의 음악 인생을 톺아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요. 삽입된 자료들이 단순한 ‘영상’이 아니라 하나의 ‘영화’로 느껴졌던 건 단연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 덕분이었습니다. 과연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 없이 그 모든 영화가 '완성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마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못할 겁니다. 그의 음악이 빠진 영화는 말 그대로 푸티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게 돼버리니까요. 서부극 세대가 아닌 저도 '서부극' 하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과 함께 말을 타며 총을 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지곤 했던 이유, 그것이 바로 영화음악의 힘이었습니다.
이제껏 영화를 감상하면서 영화음악을 너무 등한시한 건 아닌가 많이 반성했습니다. 영화의 3요소는 분명 내러티브, 영상, 그리고 음향인데 말이에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는 영화에서 음악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1960년대만 해도 질 낮은 음악이라고 평가받던 영화음악을 이러한 경지로 끌어올린 것 역시 엔니오 모리꼬네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가 얼마나 대단한 업적을 남겼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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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는 음악과 함께 흘러가는 한 사람의 인생사를 그리는 작품입니다. 누군가의 인생만큼 재미있는 이야기가 또 어디 있을까요? 세상에는 특별하지 않은 인생은 없기에 인생을 고스란히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는 특별한 영화적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그 자체로 참 재밌게 볼 수 있어 좋습니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삶을 관전하면서 양가적인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는 누가 뭐래도 천재였습니다. 피아노를 두드리지 않고도 책상에 앉아 종이와 연필만으로 머릿속 악상을 음악으로 그려 낼 줄 아는 사람이었죠. '저런 사람이 바로 천재구나. 나는 절대 천재가 될 수 없겠다.' 범주는 다르지만, 창작을 하는 사람으로서 허탈함이 밀려왔습니다.
그러나 엔니오 모리꼬네의 삶에는 배울 점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정규 앨범이 덜 팔린다고 좌절하기보다는 오히려 음악적 아이디어를 실험할 좋은 기회로 여기는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사람이었습니다. 매일 같은 일상에서도 새로운 음악적 영감을 발굴해 내는 창의적인 음악인이었고, 영화음악도 곡 자체로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마인드로 음악을 만드는 자긍심 있는 영화음악가이기도 했죠. 태생적인 한계에서 비롯된 허탈함을 허물어 버리는 위대한 창작가를 향한 존경심이 피어올랐습니다. '재능', '천재'라는 단어가 오히려 그를 가두는 족쇄처럼 느껴졌다면, 그가 얼마나 위대한 인물이었는지 짐작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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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니오 모리꼬네가 음악 속에 녹여낸 주제들은 서두에서 소개했듯이 오늘날에도 수많은 음악가가 그들만의 버전으로 재창조하고 있습니다. 극 중에는 그의 음악을 두고 "Reference constantly"라고 칭하기도 하는데, 정말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창작자로서 받을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요?
많은 사람이 베토벤, 모차르트에 견주는 희대의 천재라고 칭송하는데도 신인 감독들과 작업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는 진정한 '마에스트로', 엔니오 모리꼬네. 영화를 보는 동안 경험했던 전율의 순간들을 다시 경험하기 위해, 이번 주엔 나 홀로 '엔니오 모리꼬네 영화 주간'을 가져봐야겠습니다.
Summary
전 세계가 사랑하는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 그가 직접 들려주는 명작 탄생 비하인드. 그리고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이야기하는 그에 대한 모든 것. (출처: 씨네21)
Cast
감독: 쥬세페 토르나토레
출연: 엔니오 모리꼬네, 클린트 이스트우드, 쿠엔틴 타란티노, 한스 짐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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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독전 2분만에 끝내는 리뷰, 그래서 이선생이 누구야?
** 스포일러에 민감하신 분들은 영화를 보시고 감상해주세요!
** 영화나 특정인물에 대한 비하의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영화 '독전'을 감상했습니다.
이해영 감독의 신작이자, 故김주혁 배우의 유작이죠.
영화의 스타일은 독보적이지만 단점도 명백한 영화였습니다.영화 '독전'을 2분만에 제 나름대로 재밌게 구성해봤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왓챠에서 '진상명' 팔로우 하시면 빠른 평 업데이트를 보실 수 있습니다 :)
#독전 #류준열 #조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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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가지 말까요? / 남과 여 명대사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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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사상> 메인 예고편
끊임없이 착취가 벌어진 성희와 수영의 '삶'과 '몸'.
자본이 숨기려고 했던 노동과 지우려고 했던 존재들.
그들을 품고 있는 ‘사상’.
자본이 할퀴고 간 흔적이 고스란히 배인 사상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이 풍경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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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어부바> 메인 예고편
웃고 즐기고~ 행복 만선이데이~♥♡ 찡하고 유쾌한 혈육 코미디 [어부바] 5월 11일 개봉확정! 온가족 극장으로ㄱ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