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엘2022-12-10 20:46:43
어느 한 유대인이 독일 나치에게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이야기
영화 <페르시아어 수업> 시사회 후기
독일 나치 병사들이유대인들을 총살하는 과정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인질은 자신이 페르시아인이라고 병사들에게 거짓말을 하여 독일 나치군이 있는 군사 기지로 끌려가코흐라는 이름의 대위에게 가게 된다. 코흐대위는질에게페르시아어를 가르쳐달라고 명령하고 그 대신질을 독일 나치군의 식사를 담당하는 주방 보조로 일하게 해준다. 잠을 자기 전까지 살아남기 위해페르시아어를 배우는질은코흐 대위에게 페르시아 단어를 가르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막스라는 독일군 병사는질이 페르시아인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지만코흐 대위는 이를 묵인하는데... 과연질은 나치에게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코흐 대위가 무슨 이유로 자신에게페르시아어를 가르쳐 달라고 한 걸까?
거짓말하면 죽는다는 코흐 대위의 협박에 질은 어쩔 수 없이 페르시아어를 외워야 했다.
독일 나치군에게 살아남으려면 무엇이든 해야만 했던 유대인의 이야기!
코흐 대위는 유럽을 지배한 독일 나치군이 연합군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거라 믿고 있었다. 그래서 전쟁이 끝나고질에게페르시아어를 배워 자신의 동생이 있는 이란의 수도 테헤란으로 가서 독일 음식점을 차리려고 했다. 질에게 특별 대우까지 해주면서페르시아어를 배우게 되지만 나중에 독일 나치군이 불리해지면서 이란으로 도망친다. 그리고 자신이 배웠던페르시아어를 공항 검색대에서 말하지만 가짜였다는 것이 들통나고 결국 체포된다. 살아남은질은 연합군에게 구조되는데 나치가 불태워버린 3만 명의 유대인 희생자 명단을 기억하고 줄줄이 말해 놀라게 만든다. 이 영화를 통해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의 독일군의 잔혹한 진압 방식과 전체주의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유대인들을 가축 취급하는 장면들을 볼 수 있었다. 끔찍한 트라우마가 남을 유대인 생존자들은 그때 지옥 같은 삶을 어떻게 버텨냈을지 필자는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실화를 소재로 한 이야기이며
지옥 같은 삶을 살았던 유대인들을
볼 수 있었다.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영화 리뷰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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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나이스 인 러브 - 익숙한 프랑스식 로맨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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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아나이스’의 인생은 오직 그녀 자신을 중심으로 숨가쁘게 돌아간다. 견고할 것만 같았던 ‘아나이스’의 세상은 그녀에게 반한 ‘다니엘’이 아닌, 그의 파트너 ‘에밀리’를 만나면서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본능에 몸을 맡긴 둘의 사랑엔 원칙도, 한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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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4주 최신 개봉영화(애프터 관계의 함정, 퍼펙트 스틸, 아네트,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고장난 론)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10월 4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애프터관계의함정 #퍼펙트스틸 #아네트 #당신은믿지않겠지만 #고장난론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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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티저 예고편
처음부터 사랑에 빠졌던 그 이름 구찌. 내 것이 될수록 더욱 갖고 싶었던 이름. 누구에게도 뺏길 수 없었던 그 이름. 구찌를 갖기 위해 구찌를 죽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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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어떤 '룸'에 갇혀 있나요?
2008년 요제프 프리츨 사건을 바탕으로 한 동명의 소설 『룸』을 영화화 한
레니 에이브러햄슨 감독의 《룸》(2015)
올드 닉은 17살 조이를 납치하고 도망치지 못하게 감금한 뒤 지속적으로 강간한다. 조이는 납치범의 아이인 잭을 낳게 된다. 7년 후 잭은 5살이 된다. 조이와 잭은 '룸'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탈출을 감행한다.
영화는 자극적인 사건(실제 사건보다는 아니지만)을 다루고 있지만 폭력적인 장면들은 절제되어 있다. 폭력적이거나 잔인하거나 고통스러운 장면을 못 보는 사람이라도 무리 없이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극을 이끌어 나간다. 스릴러지만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호불호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작품이다.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살기 위해서는 '연결'이 필요하다
인간이 극한의 상황을 버텨낼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올드 닉에게 7년 동안 지속적인 강간과 폭력을 당한 조이는 아들 잭 덕분에 버텨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모성으로 극복한 시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조이가 살기 위해서는 잭이 필요했고, 잭은 엄마가 필요했다. 그들은 '룸'에 홀로 남겨지지 않기 위한 서로의 버팀목이자 숨구멍이었다.
영화는 잭의 시선을 따라간다. 올드 닉이 오면 잭은 옷장 안에 들어가 숨죽이고 있는다. 우리는 같이 숨죽여 조이의 고통을 가늠할 뿐이다. '룸'에서 태어나 5살이 될 때까지 나가본 적 없는 잭에게 이 작은 방은 세상의 전부다. 조이는 잭을 위해 세상에 대해 말해 주지 않았지만 마침내 탈출을 결심하고 잭에게 현실을 말해준다. '룸' 이외의 세상을 모르는 잭은 진짜 세상을 부정하고 탈출 작전을 미루고 싶어 한다. 그러나 한번뿐인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조이는 계획을 실행한다. 마침내 잭은 태어나 처음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진짜 나무, 진짜 고양이, 진짜 개, 엄마가 아닌 진짜 사람. 작고 더러운 창문을 통해 보이는 하늘이 아니라 진짜 하늘.조이는 잭을 위해 세상으로 아이를 내보낸다. 조이는 그런 잭이 있었기에 닉에게 벗어날 수 있었다. 서로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그들을 버틸 수 있게 만들었고, 세상을 만나게 해 주었다.
처음 세상을 만난 잭
세상을 만난 아이와 사회에 내던져진 엄마
조이와 잭의 탈출 작전은 영화의 약 절반 지점에서 성공한다. 감금과 폭력에서 어떻게 탈출했는지 뿐 아니라 이후의 상황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우리는 가정폭력, 성폭력 피해자들이 견뎌내야 하는 모진 사람들과 사회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다시 행복하게 산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조이는 7년이라는 세월을 잃었다. 17살이었던 그는 성인이 되었고, 엄마가 되었다. '착한 아이'가 되려고 한 선행의 대가는 컸다.
'착한 아이'에서 '엄마'가 된 조이는 7년 전에 멈춰버린 자신의 방과 추억을 복잡한 감정으로 마주한다. 극적인 사건에 이끌리듯 구름 떼 같이 모여든 대중들과 언론은 이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인터뷰어는 조이가 자살을 시도했는지, 잭에게 미안하지 않은지, 닉을 아빠로 인정할 것인지를 질문하며 조이를 배려하지 않는다. 조이를 힘들게 한 건 닉뿐만이 아니다. 쏟아지는 질문과 시선, 그리고 응원조차 그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룸'에서는 살아남아 탈출하기 위해 온 힘을 쏟았다. 하지만 그곳에서 벗어났음에도 조이는 행복하지 않다. 혼란스럽고 불안하다. 조이는 주변의 도움을 거절하고 홀로 견딘다. 결국 조이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된다. 조이가 세상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죽음밖에 없었다. 그리고 잭은 다시 한번 조이의 죽음을 막아주게 된다.
"누구나 서로에게 힘을 주는 거야. 혼자서 강한 사람은 없단다."
우리가 누군가의 혼자됨을 내버려 두지 않는다면 많은 죽음을 막을 수 있다.
약자들의 연대
올드 닉은 이런 말을 한다. '너희들이 먹고 잘 수 있는 건 다 내 덕분이니 감사하라. 직장을 잃어서 나도 힘들다'라고. 부부 사이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화지만 그들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이렇게 미친 소리가 없다. 영화 속 올드 닉은 잔인한 범죄자고 이들은 부부가 아니다. 그런데 이 대화에서 우리는 가족 같은 느낌을 받는다. 경제력으로 가족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행위를 한다면 올드 닉과 다를게 무엇인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가정폭력은 영화 속 올드 닉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탈출에 성공한 잭을 구조한 두 명의 경찰관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 약자를 대하는 태도에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분명히 느껴진다. 여성인 파커 경관은 잭의 말을 기다려주고, 사건의 단서를 얻어 또 다른 피해자를 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반면 남성 경관은 광신교의 짓으로 치부하고 미아보호소에 보내자고 한다. 남자 경관은 불안정하고 횡설수설하는 어린 잭을 도움이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본다. 일상에서 위협적인 상황을 느끼는 경우가 적기 때문일까? 남자 경관은 잭을 보고도 범죄를 예상하지 못한다. 파커 경관과 남성의 차이는 여성이 모성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강자가 아니기에 예민하고 직관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엄마도 '룸'에 작별 인사해야지."
'룸'에서 잭은 자신의 완전한 세계를 만들었다. 그곳에서 잭은 자신만의 행복을 찾았다. 아침마다 방의 물건들에게 인사하고, 쥐와 친구가 되고, 무엇보다 엄마와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잭은 '룸'을 벗어나서도 종종 그곳을 그리워한다. 마지막으로 조이와 잭은 룸을 다시 마주한다. 잭은 테이블, 세면대 그리고 옷장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룸'에게 하는 작별 인사는 다음 문장을 위한 마침표와 같다. 끝내지 않으면 시작할 수 없다. '룸'은 더 이상 공포로 걸어 잠겨 있지 않다. 원한다면 벗어날 수 있다.
"문이 열려 있으면 '룸'이 아니거든"
문은 열렸고, 어디로 갈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우리가 갇혀 있는 그곳은 어디인가. 그 문은 누가 닫았는가. 문을 열자. 혼자서 버겁다면 누군가와 함께 어떻게든 그 문을 향해 나와 '룸'과 작별을 고하고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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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대부> 분석: 가문 내 마이클의 지위 변화에 따른 영화 속 미장센의 변화
가문 내 마이클의 지위 변화에 따른 영화 속 Mise-en-Scene의 변화
Godfather는 마피아 조직의 두목인 돈 코를레오네 가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야기는 돈이 솔로초와 타탈리아 가문에 의해 저격당하자, 본격적으로 전개가 이루어진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영화 속 갈등과 사건이 벌어지며 마이클이 암흑세계로 발을 들이게 된다. 영화는 마이클이 마피아의 세계로 어떻게 점점 스며들고 마침내 코를레오네 가문의 두목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강조하듯 영화의 미쟝센(Mise-en-Scene)은 마이클이 집안 사업의 일에 관여하지 않을 때와 조직원의 일원이 되어 행동할 때가 다르게 나타난다.
첫 번째 변화: 마이클의 외적인 모습
첫 번째 변화로 마이클의 외적인 모습 즉, 의상과 머리 모양이다. 그가 조직의 일에 관여할수록 그의 외적인 모습은 변화한다. 집안 사업에 관여하지 않을 때 마이클은 편안하고 일상적인 옷을 입고 등장하며 머리도 자연스럽게 흐트러진 꾸미지 않은 듯 격식을 차리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마이클이 조직원의 일원으로서 집안 사업에 관여하기 시작하자 그는 편안한 옷이 아닌 짙은 색의 정장을 착용하며 머리도 자연스럽게 흐트러진 머리가 아닌 헤어 제품을 사용하여 앞머리를 올리고 머리를 정리한 것만 같은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그의 외적인 변화와 지위 변화의 연관성은 그가 솔로초와 매클러스키를 살해할 때 분명하게 드러난다. 다른 조직원들처럼 정장 차림으로 둘을 저격한 것은 그가 둘을 살해함으로써 진정한 마피아 조직원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나아가 인상적인 점은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나타나는 마이클의 외적인 변화와 돈의 외적인 모습이 대비된다는 것이다. 마이클이 마피아 수장 자리에 더 가까워질수록 편한 옷이 아닌 정장을 더 많이 입고 머리도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을 보이지만 돈은 대부의 자리에서 내려오며 영화 초반 정장을 입은 모습만 보이던 것과 반대로 편한 옷을 더 많이 입고 등장하며 죽음을 맞이할 때도 일상적인 옷을 입고 사망한다. 따라서 마이클과 돈의 외적 변화는 그들의 지위 변화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변화: 마이클의 위치
외적인 변화에 이어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마이클의 자리이다. 이때 자리란 카메라에 촬영될 때 배우가 촬영되는 피사체로서 존재하는 위치를 의미한다. 마이클이 마피아 조직원이 되기 전 그는 카메라 프레임의 끝에 위치하거나 카메라를 등지는 등 카메라 프레임의 중점에 위치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코니의 결혼식 장면에서 가족사진을 찍을 때 그는 오른쪽 끝에 위치하고 돈이 습격을 받은 후 소니와 조직의 간부들과 같이 앉아 회의할 때도 카메라 프레임의 중앙에 위치한 소니와는 다르게 카메라를 등지고 앉아 있다. 그러나 마이클이 솔로초와 매클런스키를 죽이겠다는 계획을 소니와 톰 그리고 클레멘차에게 얘기하는 장면에서 그는 카메라 프레임의 중앙에 위치한다. 뒤이어서 간부들과 밥을 먹는 장면에서도 카메라를 등지고 앉아있던 이전 모습과는 다르게 카메라 프레임의 중심을 두고 양옆에 소니와 함께 위치한다. 이는 집안 사업에 더 관여할수록 관객이 주목해야 할 중요한 인물임을 프레임에서 마이클의 위치 변화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이후 마이클이 마침내 수장 자리에 오르면서 이를 다시 증명한다. 시칠리아에서 돌아온 마이클은 돈 대신 가문의 수장 자리를 맡게 된다. 조직의 간부들과 돈 그리고 마이클이 한 방에 모여 바르치니를 없앨 방법에 관해 얘기하는 장면의 풀 샷(full shot)에서 마이클은 프레임의 오른쪽에 위치하고 돈은 프레임의 왼쪽이지만 두목 자리를 나타내는 테이블에 근접하여 서 있다. 그러나 돈이 이제 두목은 자신이 아닌 마이클이라고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이클이 돈이 있었던 자리로 이동하며 프레임의 중앙에 위치한다. 해당 장면의 풀 샷(full shot)에서도 마이클은 가운데에 있다. 이는 이제 돈이 더 이상 사업에 관여하지 않으며 마이클이 그 뒤를 맡아 가문의 수장이 되었음을 나타낸다.
세 번째 변화: 장면 전환의 변화
마지막으로 마이클의 지위가 높아질수록 적이 되는 세력을 제거할 때 그의 반응이 변화하는데 이는 영화의 미쟝센(Mise-en-Scene) 중 장면전환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마이클이 조직원으로서 처음으로 적을 제거하기 위한 일환으로 솔로초와 메클런스키를 살해할 때 그는 클레멘차가 당부한 조언을 따르지 못할 만큼 긴장한 상태에 빠져있었다. 화장실에서 나와 바로 그들을 죽이지 못한 마이클은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는다. 그의 긴장하고 머뭇거리는 모습을 카메라는 장면전환 없이 천천히 마이클의 얼굴을 줌인(zoom-in)하여 나타낸다. 반면 가문의 수장이 된 후 다섯 가문의 수장과 바르치니를 제거할 때 영화는 제거하는 장면과 마이클이 코니 아들의 대부가 되기 위해 세례를 받는 두 장면을 교차하여 보여주며 교차로 인한 장면전환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처음 적을 제거할 때의 장면처럼 마이클의 얼굴을 클로즈업(close-up)하여 촬영되었으나 이전과 다르게 살인하는 장면이 계속해서 교차 되어 나오는 장면전환은 제거되는 자들과 마이클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나타내며 마피아의 두목으로서 냉철한 모습과 담담한 모습을 효과적으로 나타낸다. 또한 반대되는 세력을 제거할 때 비교되는 장면전환의 쓰임은 마이클이 ‘대부’로서 완전히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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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턴트맨 | 진심 하나로 무장한 로맨스 코미디 액션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할리우드 최고 액션 스타 '톰 라이더'(애런 테일러존슨)의 스턴트맨 '콜트'(라이언 고슬링). 그는 숱한 영화에서 경력을 쌓으며 승승장구하며, 촬영감독으로 일하는 '조디'(에밀리 블런트)와의 사랑도 키워나간다. 하지만 그의 행복은 갑작스레 끝난다. 스턴트 촬영 중 자기 실수로 허리를 크게 다쳐 버린 것. 자존심에 금이 간 콜트는 그 길로 커리어도, 조디와의 연애도 포기한 채 잠적해 버린다.
그러나 발레파킹을 하며 지내던 콜트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영화 제작자이자 톰의 친구인 '게일'(해나 워딩엄)이 그를 촬영 현장에 복귀시킨 것. 그것도 조디의 데뷔작 촬영장에. 콜트는 조디와의 아련한 재회를 기대하며 촬영장으로 향하지만, 게일은 그에게 예상 못한 미션을 내준다. 바로 종적이 묘연해진 주연 배우 톰을 찾아달라는 것. 그렇게 콜트는 다시 한번 온몸을 내던진다. 사랑과 일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예상과 실상의 괴리감
외국 영화가 개봉할 때 제목 번역은 언제나 양날의 검이다. 초월 번역을 하면 작품의 접근성이나 호감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번역이 영화 내용과 거리가 멀거나 본래 제목에서 멀리 벗어나면 관객의 관람 후 만족도가 낮아질 수 있다. 장르나 내용을 잘못 예상한 나머지 실망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분노의 질주>는 전자다. <The Fast and the Furious>라는 영어 제목 못지않게 카 레이싱 액션 영화라는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전해준다. 반면에 후자의 대표 사례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꼽을 수 있다. <월터 미티의 비밀 생활(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이라는 본래 의미와 동떨어졌기 때문. 자칫 판타지 영화로 오해할 가능성도 덩달아 커진다.
<데드풀 2>와 <분노의 질주: 홉스&쇼> 메가폰을 잡았던 데이비드 리치의 신작 <스턴트맨> 또한 후자다. <스턴트맨>의 영어 제목은 <The Fall Guy>, 직역하면 곧 '추락한 남자'다. 내용도 제목에 충실하다. 스턴트맨 콜트가 인생의 추락을 극복하는 드라마다. 자연히 한국어 제목만으로는 이 이야기를 함축할 수 없다. 이 괴리감 때문일까? <스턴트맨>은 어딘가 허전한 액션 영화라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않다.
'추락한 남자'의 이야기
시작은 화려하다. 예고편처럼 여러 액션 영화 속 콜트의 스턴트 장면을 짜깁기해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이내 새 경로를 잡는다. 빌딩에서 등 뒤로 추락하는 스턴트 촬영 중 허리를 크게 다친 콜트. 그는 업계 최고의 스턴트맨이었다는 자존심을 꺾지 못한 나머지 자기 경력을 포기했다. 조디와의 연애 역시 덩달아 끝났다. 그렇게 그는 한 번에 두 번 추락해 버렸다.
자연히 영화는 두 개의 드라마에 치중한다. 우선 콜트가 사랑의 불씨를 되살리려 노력하는 과정을 쫓는다. 이 대목이 의외로 흥미진진하다. 특히 콜트와 조디가 촬영 중인 영화 주인공 커플의 관계에 몰입해 서로의 감정을 진솔하되 돌려 말하는 화법이 감동적이면서도 웃음 포인트다. 화면 분할 장면처럼. 로맨스 연기에 특화된 라이언 고슬링, 장르 무관하게 연기력을 자랑하는 에밀리 블런트의 호흡 덕분에 사랑 이야기는 더 빛난다.
이에 더해 콜트가 주연 배우의 실종과 얽힌 음모를 파헤치며 자기 경력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대목은 스턴트맨이라는 직업에 존재론적으로 접근해 스턴트맨을 일회용품처럼 쓰다 버릴 수 있다는 편견과 선입견을 비판한다. 스턴트맨에게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없다는 대사처럼. 영화 내에서 얼굴이 비치면 안 되는, 존재하지 않아야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존재의 비애를 잘 끄집어낸다.
서로서로 발목 잡는 플롯
그런데 두 이야기가 잘 융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범죄와 로맨스 사이를 오가는 사이 서스펜스가 끊기기 때문. 콜트가 요트를 타고 펼치는 액션 시퀀스만 봐도 한계가 명확하다. 이 장면은 콜트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탈출하는 절박한 순간이어야 한다. 그런데 콜트가 조디에게 유언 비슷한 말을 전해야 하니 위기가 절정에 이르기 전에 김이 새 버린다.
그뿐만 아니다. 곳곳에 삽입된 개그 장면도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데드풀 2>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지만, 어설프게 균형을 잡으려다가 실패한 듯싶다. 일례로 톰 라이더 실종 사건의 진짜 흑막이 밝혀지는 순간,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는 대목을 더 무섭고, 날카롭고, 긴장감 넘치게 연출할 수 있는 방법은 많았다. 그런데 그 순간마다 과한 유머가 찬물을 뿌리다 보니 이야기의 진가를 확인할 수 없다.
영리하지만 임팩트 없는 액션
액션도 균열을 감추지는 못한다. <스턴트맨>의 액션은 주 재료가 아니라 양념이니까. 물론 아기자기한 맛은 살아있다. 차를 전복시키거나, 실전에 스턴트 기술을 접목하거나, 공포탄 총이나 고무 도끼 같은 소품을 활용해 변칙적인 재미를 주는 식의 액션 연출은 분명 영리하다.
이는 의외의 관음증적 재미로도 이어진다. 다큐멘터리나 메이킹 영상만큼 자세하지는 않지만, 블록버스터 영화 속 액션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놓치지 않기 때문. 데이비드 리치 본인이 스턴트맨 출신이라는 장점을 영리하게 잘 살렸다. 그는 <파이트 클럽>, <오션스 일레븐>, <트로이>,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등에서 브래드 피트의 스턴트를 맡은 바 있다.
하지만 <스턴트맨>의 액션은, 영화 속 대사를 빌리자면, '섹시 베이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일단 <스턴트맨>은 할리우드의 성장을 밑받침한 수많은 스턴트맨을 위한 헌정작이기에 액션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하다. 자연히 극 중 액션은 여러 액션 영화에서 한 번쯤 본 듯한 장면으로 가득하다. <매드맥스>나 <스타워즈>, <분노의 질주>가 대표적이다. 안 좋게 말하자면 클리셰 범벅인 셈이다.
스턴트맨이라는 소재 역시 한계가 명확하다. 스턴트맨이 현실에서 자기 기술을 써먹는다는 콘셉트에 충실하다 보니 과장된 액션을 막무가내로 보여줄 수가 없다. CG로 무장한 고자극 액션에 익숙해진 현재 관객의 눈높이에서는 다소 '순한 맛'이다. 자연히 감독의 전작이 보여준 수준의 아드레날린을 느끼기는 힘들다.
가슴 뭉클한 헌사
그런데도 <스턴트맨>의 끝은 뭉클하다. 톰 크루즈, 제이슨 모모아 같은 배우와 <제이슨 본>을 비롯한 수많은 영화의 오마주로 꾸며진 헌사가 눈길을 사로잡기 때문.
이에 더해 라이언 고슬링과 에밀리 블런트가 스턴트 액션을 직접 소화하는 메이킹 영상을 담은 엔딩 크레디트 덕분에 영화의 진심은 놀랍도록 잘 전달된다. 혼합된 장르 사이에서 방황하는 완성도와는 별개로, 액션 영화 팬이라면 마지막 순간 <스턴트맨>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Acceptable 무난함
로맨스, 스릴러, 코미디, 액션, 스타, 진심까지 있는데 허전한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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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을 대하는 태도
죽음을 떠올리면 두려움이 느껴진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는 그 죽음을 잊고 삶을 살아간다. 죽음이 느껴지는 순간은 누군가 다른 사람의 장례식장에 가거나 큰 사고를 당하는 순간들일 것이다. 잊고 지내다가 그런 순간을 맞이하면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순식간에 두려움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죽음을 피하려 무척 조심하게 된다. 모두에게 결국 찾아오는 죽음은 두려운 존재이지만 그렇게 아주 가끔만 우리를 괴롭힌다.
만약 나의 목숨이 여러 개라면 죽음을 두려워하게 될까. 죽음은 나라는 존재의 소멸을 의미하기도 한다. 완전히 소멸해 버린다는 두려움은 살아있는 모든 존재에게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죽었지만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조금은 더 용감하게 위험한 일에 도전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다른 도전을 하고 위험한 일들도 해나가다 보면, 어쩌면 하나의 생을 살아가는 것보다는 다른 것을 보고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목숨이 하나 밖에 남지 않은 장화신은 고양이
영화 <장화신은 고양이:끝내주는 모험>의 주인공 장화신은 고양이(목소리:안토니오 반데라스)는 9개의 목숨을 가지고 있다. 영화 속 그가 모험을 하는 모습에서는 두려움의 태도를 볼 수 없다.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고 위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유쾌함은 그런 두려움 없는 삶에서 오는 것이다. 죽어도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확신은 그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못하게 한다. 실제로 그는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많은 경험을 했고 그런 삶을 즐긴다.
그는 배부른 왕이나 영주를 괴롭힌다. 엄청나게 축적된 곡물과 돈을 훔쳐 하층민들에게 돌려준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위험에 처하고 실제로 그에게는 엄청난 현상금이 걸려있기도 하다. 많은 사람에게 쫓기는 생활을 하면서도 그는 여유가 넘친다. 그런 그는 모험 중에 여덟 번째 죽음을 맞는다. 잠시 후에 다시 깨어난 그는 크게 신경 안 쓰는 것 같았지만 이제 한 번만 더 죽으면 완전히 죽게 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달라진다.
그때부터 늑대 모습을 한 죽음은 장화신은 고양이를 따라다닌다. 처음 늑대를 본 장화신은 고양이의 반응은 겁에 질린 모습 그대로다. 털이 곤두서고 몸이 떨린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겪어보지 못한 공포가 그에게 찾아온 것이다. 그때부터 그는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특유의 긍정적인 태도도 사라져 버린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살던 그에게 죽는다는 공포는 일반 사람이 느끼는 것에 비해 훨씬 큰 것처럼 보인다.
사실 우리 모두 누군가의 죽음을 종종 겪는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마음을 아프게 하고 또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평소에는 죽음에 대해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저 일상을 살다가 어느 순간 죽음이 공포스럽게 다가오는 때가 있다. 모두의 목숨은 하나지만 매번 죽음의 공포 속에 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장화신은 고양이에게 죽음은 전혀 생각하거나 고민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잠자는 것처럼 잠시 기절했다 깨어나는 과정이 죽음을 느낄 수 있는 전부였기에 8개의 목숨까지 그는 죽는다는 공포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죽음 앞에 두려워하는 장화신은 고양이의 극복기
영화가 보여주는 겁에 질린 장화신은 고양이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그는 겁에 질린 나머지 자신이 살아오던 삶의 모습을 포기해 버린다. 지금까지 자신이 쌓아왔던 명성과 이미지를 모두 버리고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곳으로 숨어버린다. 그가 다른 고양이들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모습 속에는 삶의 활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장화신은 고양이가 공포로 인해 삶의 의지를 잃어버리는 과정이 무척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영화에는 강아지 페로가 장화신은 고양이가 같이 모험을 하게 된다. 페로는 어린 시절부터 버림받았던 캐릭터이다. 그런데 그의 삶의 태도는 무척 긍정적이다. 자신은 늘 버림받았고 운이 안 좋았으며 죽을 수도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삶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친구들에게 버림받으면서도 친구들의 장점을 말하는, 다르게 보면 바보 같은 캐릭터다. 하지만 그런 점 때문인지 그에게는 두려움이나 공포가 적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을 만큼 최선을 다해 친구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돕는다. 자신의 목숨은 하나뿐이지만 다시 아홉 개의 목숨을 가지고 싶어 하는 장화신은 고양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 돕는 페로의 모습은 무척 감동적이다.
장화신은 고양이가 자신의 삶에 처음 찾아온 죽음을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할지 모르는 캐릭터라면 페로는 그가 어떤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약간은 달관한 듯한 페로의 모습은 오랜 삶을 살았던 장화신은 고양이보다 더 성숙해 보인다. 그에게 중요한 건 지금의 삶이고 자신의 옆에 있는 친구들이다.
드림웍스사가 오랜만에 내놓은 영화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은 <슈렉>의 조연으로 등장했던 장화신을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두 번째 영화다. <슈렉>의 세계를 좀 더 확장하여 보여주는 이 영화는 장화신은 고양이와 강아지 페로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과 삶에 대한 철학적 이야기를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고 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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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인생은 '로맨스'입니다.
여전히 MZ세대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테스트는 '영화' 캐릭터 테스트로도 자주 활용되어 왔는데요! 이번에 오픈한 테스트는 꼬이고 얽힌 다양한 관계 속 유쾌한 케미 포텐이 터지는 영화 <장르만 로맨스>의 인생 장르 테스트입니다. <장르만 로맨스>는 평범하지 않은 로맨스로 얽힌 이들과 만나 일도 인생도 꼬여가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버라이어티한 사생활을 그린 영화인데요!베스트셀러 작가 '현'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꼬여버린 관계를 다채롭고 감각적으로 담아낸 영화에서, 과연 이들 6인이 어떤 스토리로 얽히게 되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장르만 로맨스>에는 쿨내진동 이혼부부 '현'과 '미애', 일촉즉발 비밀커플 '미애'와 '순모', 주객전도 스승제자 '현'과 '유진', 알쏭달쏭 이웃사촌 '정원'과 '성경'까지! 작가 '현'을 둘러싼 관계가 버라이어티하게 등장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다양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 <장르만 로맨스>의 '내 인생의 장르 테스트'는 누구나 직접 참여해 자신의 인생 장르를 탐색할 수 있어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공개된 테스트는 7년째 슬럼프에 빠져 한 글자도 못 쓰는 베스트셀러 작가 '현'의 사생활이 각 질문마다 유쾌하게 녹아들어 웃음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현' 몰래 달달한 비밀연애 중인 전 부인 '미애'와 절친 '순모'부터 이웃사촌 '정원'과 놀기 바쁜 사춘기 아들 '성경', 천재적인 재능으로 위기의식을 자극하는 제자 '유진'과의 관게까지, 관객들은 '현'의 다양한 상황에 이입하게 됩니다.
테스트를 마치면 코미디부터 로맨스, 드라마, 미스터리, 판타지까지 내 인생의 장르를 비롯해 <장르만 로맨스> 6인방 중 나와 딱 맞는 궁합이 누구인지 알 수 있어 흥미를 더하는데요. 게다가, 테스트 결과를 SNS에 인증하면 <장르맨 로맨스> 예매권과 굿즈를 증정하는 풍성한 이벤트까지 준비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매일 버라이어티한 우리들의 사생활
내 인생의 장르 테스트하러 가볼까요?
그럼, 오늘도 즐거운 테스트와 함께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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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과 방 사이의 섬
온갖 유형 테스트가 범람하고 있다. 각종 심리테스트나 백문백답처럼 옛날 싸이월드에서 하던 것들이 여전히 0과 1의 세계에 돌아다니는 걸 보면 유행이 정말 돌고 도나 보다. 대부분은 시중에 돌아다니는 MBTI 테스트 변용이라 크게 새로운 내용은 없지만 가끔 해본다. 나도 뭐라고 언어화해본 적 없는 취향을 딱 표현하는 말을 찾아내기도 하고, 친구들이랑 공유하면서 내가 아는 그들의 성향과 내용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어서.
국내 유수의 영화제들도 ‘영화 취향 테스트’ 같은 걸 많이 하던데, 무의식 중의 취향을 확인하곤 한다. 지난 5월 전주에서 내 영화 고르는 기준에 ‘포스터’가 상당히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정확하게는 분위기. 포스터나 예고편 영상에서 풍기는 분위기나 느낌이 좋으면 일단 본다. 설령 시놉시스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시놉시스에 다 담기지 않는 감정이나 장점들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킬링 오브 투 러버스>도 포스터가 마음에 들었으나 시놉시스 읽고는 볼지 말 지 고민했다. 서로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에 동의하고 별거 중인 부부, 결혼과 육아로 단절된 꿈을 되찾기 위해 다시 일을 시작한 아내,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새로운 애인, 그리고 거기서 펼쳐지는 감정의 자기장. 음, K-드라마로 다수의 삼각관계 클리셰에 단련된 K-유교걸은 이런 오픈 릴레이션십의 쿨한 면면이 편치 않다고.
그래도 포스터나 예고편 영상에서 풍기는 분위기 때문에 일단 보고 생각하기로 했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점, 최근 <기생충>이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등 아트영화에서 손꼽히는 작품들을 계속 배급해온 북미 배급사 NEON에서 선택한 작품이라는 설명도 고민을 끝내는 데 일조했다.
영화를 보는 동안은 짧은 시 한 편의 전문을 떠올렸다.
<섬>, 정현종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내가 이 영화에서 본 건 오픈 릴레이션십 안에 놓인 세 사람의 쿨한 감정 놀음도 관능적인 육체 관계도 아니었다. 그보다 좀 더 초라하고 보편적인 인간 감정,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려는 노력과 그 실패에 대한 고민들이었다. 문이 굳게 닫힌 각자 마음의 방, 그리고 방과 방 사이 놓인 섬이었다.
영화는 기승전결을 천천히 쌓아 올리는 게 아니라, 긴장의 한복판에서 대뜸 시작한다. 잠들어 있는 아내 니키와 그 연인 데릭에게 총을 겨누다가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에 한숨을 푹 쉬고는 창문으로 집을 빠져나와 달리는 남편 데이빗의 모습에서.
흐리고 눈 쌓인 회색 지면에서 데이빗은 달리고, 음산하고 불안한 음악이 그 뒷모습을 따라간다. 흔히 생각하는 화성 악기의 느낌이 아니라, 일상의 소음들을 기묘하게 조합해 낸 느낌의 음악이다. 삐걱거리는 소리들이 무너져가는 관계를 드러내고, 차 문 닫는 소리들이 총소리처럼 쾅쾅 울린다. ‘체호프의 총’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그 법칙을 뒤집는 총이라는 생각도 든다. 첫 시퀀스는 그렇게 영화 전체를 멋지게 끌고 가며 영화의 짜임새를 단단히 한다. 시작된 긴장감은 영화 내내 사람을 콱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음악과 함께 사람을 영화에 가둬놓은 건 화면 비율이다. 아주 오랜만에 보는 4:3 비율의 화면이었다. 사실 나는 화면 비율이나 사운드 등을 예민하게 인지하는 사람은 아니다.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4:3 화면비는 모를 수가 없다. 옛날 텔레비전 드라마 비율이었으니까. 극장에서는 무성영화 시절에나 쓰던 비율이었고,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도 사용하지 않은 지 한참이라, 이제 와이드 스크린에 익숙해진 내 눈에는 화면이 좁다고 인식된다.
영화 배경으로 보이는 들판은 너무나 광활하여, 적막하고 쓸쓸할 만큼 넓게 펼쳐져 있는데, 정작 인물들은 운전석에 꽉 끼어서 대화한다. 영화의 많은 순간 운전석에서 같은 각도로 잡히는 데이빗과, 모처럼 잡은 데이트를 자꾸 뚝뚝 끊는 것 같은 아내 니키. 타이트하게 잡힌 얼굴로, 운전석에 고정된 옆얼굴로, 피로한 표정으로, 눈을 보지 않은 채로 하는 대화. 좁은 화면 비 안에서 좁게 멈춰 나누는 대화.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교착 상태가 두 사람의 관계를 고스란히 대변한다.
여전히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안정감이라곤 없이 불편하고 어긋난 두 사람의 삐걱거리는 관계 속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의 데릭은 비집고 들어서려 한다. 여기까지는 전형적인 세 연인의 감정싸움이다.
이 영화를 전형적인 감정싸움 이상으로 넘어가게 하는 데에는 아이들의 존재감도 한몫한다. 어떻게 저렇게 딱 그 나이 아이들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지. 막내들의 옹알거리는 대화나 행동들, 사춘기에 맞아 엄마아빠의 분위기를 정확하게 파악한 큰딸의 혼란스럽고 짜증 나는 마음 같은 것들이 그들의 대사와 표정에 너무나 잘 들어가 있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겠다고 나온 공원에서, 로켓에 흥미를 보이다가도 잘 되지 않으니 토라지는 큰딸의 복잡한 마음도,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뒤돌아서는 누나를 보며 민망한 웃음을 지으면서도 아빠에게 “고마워요”라는 말을 잊지 않는 동생의 뻘쭘해진 마음도.
아이들이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고 돌아보는 그 순간들이 이 영화의 파편 같은 관계들을 끌어모은다. 니키와 데이빗의 전사가 자세히 묘사되지 않지만, 두 사람과 아이들 사이 몇 마디 대사에서 성긴 추측이 가능하다. 서로를 사랑한다 하며 어린 나이에 결혼했고, 아이를 넷 낳았고, 터울이 좀 있는 걸 보니 육아의 무한 굴레에 빠져 있었을 것이고, 당연히 힘들어 허덕이는 순간들이 있었을 테고… 그러다 보니 이 선택을 위해 기각되었던, 사랑에 비해 빛을 잃은 듯 보였던 다른 선택지들을 돌아볼 요량이 아니었을까 추측하게 된다.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에도 동의하는 기이한 행태의 별거를 시작한 데까지. 그 후로도 시간이 점점 소용돌이치며 위태로워질 때까지.
일상의 소리들이 음산하고 불안한 음악을 이뤄낸 것처럼, 불행은 그렇게 일상의 크고 작은 틈에서 쌓이는 것인지 모른다. 차 문 닫는 소리가 끝내 총소리에 이른 것처럼. 배려의 겉옷을 입은 그 마음은, 딱히 크게 누구 잘못도 아니었던 마음들은, 아이들만큼도 못했다. 아장아장 걷는 걸음을 이제 막 벗어난 아이만큼도 서로에게 이르지 못했다.
잘해보고 싶었던 마음들이 실패로 돌아갈 때, 이것이 최선이었나 돌아보게 될 때, 스스로가 초라해질 때, 구질구질한 마음들이 복잡하게 안을 메울 때, 차라리 지지부진한 관계에 깔끔하게 선을 긋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마저 들 때. 더 잘해보려고 내린 선택이 회오리처럼 더 휘몰아쳐, 더 이상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 그때 삶의 문제를 녹이는 실마리는 무엇일까.
긴장감에 휩싸여 보던 영화에서 한 줄기 미소 지을 수 있었던 순간은 아이들 때문이었다. 아이가 넷이나 있는 부부이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보인 마음 때문이었다. 갑자기 화를 팩 내며 돌아가 버린 누나의 행동에 당황하면서도, 누나의 마음이 좋지 않음을 이해하고, 덩달아 마음이 좋지 않아진 아빠를 헤아려 “고마워요”라는 말로 어색한 공기를 뚫는 아이의 마음을 생각한다. 소용돌이치며 끝도 없이 높아져만 가는 긴장감의 끝, 보는 내내 궁금했던 결말에서 툭 터지던 마음도 함께 생각한다.
나의 방을 벗어나 서로의 사이에 있는 섬으로 나아가는 것. 더없이 차가운 온도일 것만 같았던 이 ‘트랜스픽싱(transfixing; 두려움이나 경악으로 얼어붙게 만드는)’ 로맨스의 끝에 발견한 건 초라한 마음까지도 내려놓고 문을 여는 마음, 사랑이었다.
영화 킬링오브투러버스 X 케빈오 Oh My Sun 콜라보 뮤비. 쓸쓸한 배경과 조용한 사랑이 잘 묻어나 있어 좋았다.
*영화사 블루라벨픽쳐스에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영화를 감상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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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나이스 인 러브 - 익숙한 프랑스식 로맨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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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아나이스’의 인생은 오직 그녀 자신을 중심으로 숨가쁘게 돌아간다. 견고할 것만 같았던 ‘아나이스’의 세상은 그녀에게 반한 ‘다니엘’이 아닌, 그의 파트너 ‘에밀리’를 만나면서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본능에 몸을 맡긴 둘의 사랑엔 원칙도, 한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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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4주 최신 개봉영화(애프터 관계의 함정, 퍼펙트 스틸, 아네트,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고장난 론)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10월 4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애프터관계의함정 #퍼펙트스틸 #아네트 #당신은믿지않겠지만 #고장난론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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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티저 예고편
처음부터 사랑에 빠졌던 그 이름 구찌. 내 것이 될수록 더욱 갖고 싶었던 이름. 누구에게도 뺏길 수 없었던 그 이름. 구찌를 갖기 위해 구찌를 죽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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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어떤 '룸'에 갇혀 있나요?
2008년 요제프 프리츨 사건을 바탕으로 한 동명의 소설 『룸』을 영화화 한
레니 에이브러햄슨 감독의 《룸》(2015)
올드 닉은 17살 조이를 납치하고 도망치지 못하게 감금한 뒤 지속적으로 강간한다. 조이는 납치범의 아이인 잭을 낳게 된다. 7년 후 잭은 5살이 된다. 조이와 잭은 '룸'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탈출을 감행한다.
영화는 자극적인 사건(실제 사건보다는 아니지만)을 다루고 있지만 폭력적인 장면들은 절제되어 있다. 폭력적이거나 잔인하거나 고통스러운 장면을 못 보는 사람이라도 무리 없이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극을 이끌어 나간다. 스릴러지만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호불호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작품이다.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살기 위해서는 '연결'이 필요하다
인간이 극한의 상황을 버텨낼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올드 닉에게 7년 동안 지속적인 강간과 폭력을 당한 조이는 아들 잭 덕분에 버텨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모성으로 극복한 시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조이가 살기 위해서는 잭이 필요했고, 잭은 엄마가 필요했다. 그들은 '룸'에 홀로 남겨지지 않기 위한 서로의 버팀목이자 숨구멍이었다.
영화는 잭의 시선을 따라간다. 올드 닉이 오면 잭은 옷장 안에 들어가 숨죽이고 있는다. 우리는 같이 숨죽여 조이의 고통을 가늠할 뿐이다. '룸'에서 태어나 5살이 될 때까지 나가본 적 없는 잭에게 이 작은 방은 세상의 전부다. 조이는 잭을 위해 세상에 대해 말해 주지 않았지만 마침내 탈출을 결심하고 잭에게 현실을 말해준다. '룸' 이외의 세상을 모르는 잭은 진짜 세상을 부정하고 탈출 작전을 미루고 싶어 한다. 그러나 한번뿐인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조이는 계획을 실행한다. 마침내 잭은 태어나 처음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진짜 나무, 진짜 고양이, 진짜 개, 엄마가 아닌 진짜 사람. 작고 더러운 창문을 통해 보이는 하늘이 아니라 진짜 하늘.조이는 잭을 위해 세상으로 아이를 내보낸다. 조이는 그런 잭이 있었기에 닉에게 벗어날 수 있었다. 서로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그들을 버틸 수 있게 만들었고, 세상을 만나게 해 주었다.
처음 세상을 만난 잭
세상을 만난 아이와 사회에 내던져진 엄마
조이와 잭의 탈출 작전은 영화의 약 절반 지점에서 성공한다. 감금과 폭력에서 어떻게 탈출했는지 뿐 아니라 이후의 상황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우리는 가정폭력, 성폭력 피해자들이 견뎌내야 하는 모진 사람들과 사회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다시 행복하게 산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조이는 7년이라는 세월을 잃었다. 17살이었던 그는 성인이 되었고, 엄마가 되었다. '착한 아이'가 되려고 한 선행의 대가는 컸다.
'착한 아이'에서 '엄마'가 된 조이는 7년 전에 멈춰버린 자신의 방과 추억을 복잡한 감정으로 마주한다. 극적인 사건에 이끌리듯 구름 떼 같이 모여든 대중들과 언론은 이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인터뷰어는 조이가 자살을 시도했는지, 잭에게 미안하지 않은지, 닉을 아빠로 인정할 것인지를 질문하며 조이를 배려하지 않는다. 조이를 힘들게 한 건 닉뿐만이 아니다. 쏟아지는 질문과 시선, 그리고 응원조차 그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룸'에서는 살아남아 탈출하기 위해 온 힘을 쏟았다. 하지만 그곳에서 벗어났음에도 조이는 행복하지 않다. 혼란스럽고 불안하다. 조이는 주변의 도움을 거절하고 홀로 견딘다. 결국 조이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된다. 조이가 세상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죽음밖에 없었다. 그리고 잭은 다시 한번 조이의 죽음을 막아주게 된다.
"누구나 서로에게 힘을 주는 거야. 혼자서 강한 사람은 없단다."
우리가 누군가의 혼자됨을 내버려 두지 않는다면 많은 죽음을 막을 수 있다.
약자들의 연대
올드 닉은 이런 말을 한다. '너희들이 먹고 잘 수 있는 건 다 내 덕분이니 감사하라. 직장을 잃어서 나도 힘들다'라고. 부부 사이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화지만 그들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이렇게 미친 소리가 없다. 영화 속 올드 닉은 잔인한 범죄자고 이들은 부부가 아니다. 그런데 이 대화에서 우리는 가족 같은 느낌을 받는다. 경제력으로 가족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행위를 한다면 올드 닉과 다를게 무엇인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가정폭력은 영화 속 올드 닉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탈출에 성공한 잭을 구조한 두 명의 경찰관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 약자를 대하는 태도에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분명히 느껴진다. 여성인 파커 경관은 잭의 말을 기다려주고, 사건의 단서를 얻어 또 다른 피해자를 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반면 남성 경관은 광신교의 짓으로 치부하고 미아보호소에 보내자고 한다. 남자 경관은 불안정하고 횡설수설하는 어린 잭을 도움이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본다. 일상에서 위협적인 상황을 느끼는 경우가 적기 때문일까? 남자 경관은 잭을 보고도 범죄를 예상하지 못한다. 파커 경관과 남성의 차이는 여성이 모성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강자가 아니기에 예민하고 직관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엄마도 '룸'에 작별 인사해야지."
'룸'에서 잭은 자신의 완전한 세계를 만들었다. 그곳에서 잭은 자신만의 행복을 찾았다. 아침마다 방의 물건들에게 인사하고, 쥐와 친구가 되고, 무엇보다 엄마와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잭은 '룸'을 벗어나서도 종종 그곳을 그리워한다. 마지막으로 조이와 잭은 룸을 다시 마주한다. 잭은 테이블, 세면대 그리고 옷장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룸'에게 하는 작별 인사는 다음 문장을 위한 마침표와 같다. 끝내지 않으면 시작할 수 없다. '룸'은 더 이상 공포로 걸어 잠겨 있지 않다. 원한다면 벗어날 수 있다.
"문이 열려 있으면 '룸'이 아니거든"
문은 열렸고, 어디로 갈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우리가 갇혀 있는 그곳은 어디인가. 그 문은 누가 닫았는가. 문을 열자. 혼자서 버겁다면 누군가와 함께 어떻게든 그 문을 향해 나와 '룸'과 작별을 고하고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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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대부> 분석: 가문 내 마이클의 지위 변화에 따른 영화 속 미장센의 변화
가문 내 마이클의 지위 변화에 따른 영화 속 Mise-en-Scene의 변화
Godfather는 마피아 조직의 두목인 돈 코를레오네 가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야기는 돈이 솔로초와 타탈리아 가문에 의해 저격당하자, 본격적으로 전개가 이루어진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영화 속 갈등과 사건이 벌어지며 마이클이 암흑세계로 발을 들이게 된다. 영화는 마이클이 마피아의 세계로 어떻게 점점 스며들고 마침내 코를레오네 가문의 두목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강조하듯 영화의 미쟝센(Mise-en-Scene)은 마이클이 집안 사업의 일에 관여하지 않을 때와 조직원의 일원이 되어 행동할 때가 다르게 나타난다.
첫 번째 변화: 마이클의 외적인 모습
첫 번째 변화로 마이클의 외적인 모습 즉, 의상과 머리 모양이다. 그가 조직의 일에 관여할수록 그의 외적인 모습은 변화한다. 집안 사업에 관여하지 않을 때 마이클은 편안하고 일상적인 옷을 입고 등장하며 머리도 자연스럽게 흐트러진 꾸미지 않은 듯 격식을 차리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마이클이 조직원의 일원으로서 집안 사업에 관여하기 시작하자 그는 편안한 옷이 아닌 짙은 색의 정장을 착용하며 머리도 자연스럽게 흐트러진 머리가 아닌 헤어 제품을 사용하여 앞머리를 올리고 머리를 정리한 것만 같은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그의 외적인 변화와 지위 변화의 연관성은 그가 솔로초와 매클러스키를 살해할 때 분명하게 드러난다. 다른 조직원들처럼 정장 차림으로 둘을 저격한 것은 그가 둘을 살해함으로써 진정한 마피아 조직원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나아가 인상적인 점은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나타나는 마이클의 외적인 변화와 돈의 외적인 모습이 대비된다는 것이다. 마이클이 마피아 수장 자리에 더 가까워질수록 편한 옷이 아닌 정장을 더 많이 입고 머리도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을 보이지만 돈은 대부의 자리에서 내려오며 영화 초반 정장을 입은 모습만 보이던 것과 반대로 편한 옷을 더 많이 입고 등장하며 죽음을 맞이할 때도 일상적인 옷을 입고 사망한다. 따라서 마이클과 돈의 외적 변화는 그들의 지위 변화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변화: 마이클의 위치
외적인 변화에 이어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마이클의 자리이다. 이때 자리란 카메라에 촬영될 때 배우가 촬영되는 피사체로서 존재하는 위치를 의미한다. 마이클이 마피아 조직원이 되기 전 그는 카메라 프레임의 끝에 위치하거나 카메라를 등지는 등 카메라 프레임의 중점에 위치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코니의 결혼식 장면에서 가족사진을 찍을 때 그는 오른쪽 끝에 위치하고 돈이 습격을 받은 후 소니와 조직의 간부들과 같이 앉아 회의할 때도 카메라 프레임의 중앙에 위치한 소니와는 다르게 카메라를 등지고 앉아 있다. 그러나 마이클이 솔로초와 매클런스키를 죽이겠다는 계획을 소니와 톰 그리고 클레멘차에게 얘기하는 장면에서 그는 카메라 프레임의 중앙에 위치한다. 뒤이어서 간부들과 밥을 먹는 장면에서도 카메라를 등지고 앉아있던 이전 모습과는 다르게 카메라 프레임의 중심을 두고 양옆에 소니와 함께 위치한다. 이는 집안 사업에 더 관여할수록 관객이 주목해야 할 중요한 인물임을 프레임에서 마이클의 위치 변화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이후 마이클이 마침내 수장 자리에 오르면서 이를 다시 증명한다. 시칠리아에서 돌아온 마이클은 돈 대신 가문의 수장 자리를 맡게 된다. 조직의 간부들과 돈 그리고 마이클이 한 방에 모여 바르치니를 없앨 방법에 관해 얘기하는 장면의 풀 샷(full shot)에서 마이클은 프레임의 오른쪽에 위치하고 돈은 프레임의 왼쪽이지만 두목 자리를 나타내는 테이블에 근접하여 서 있다. 그러나 돈이 이제 두목은 자신이 아닌 마이클이라고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이클이 돈이 있었던 자리로 이동하며 프레임의 중앙에 위치한다. 해당 장면의 풀 샷(full shot)에서도 마이클은 가운데에 있다. 이는 이제 돈이 더 이상 사업에 관여하지 않으며 마이클이 그 뒤를 맡아 가문의 수장이 되었음을 나타낸다.
세 번째 변화: 장면 전환의 변화
마지막으로 마이클의 지위가 높아질수록 적이 되는 세력을 제거할 때 그의 반응이 변화하는데 이는 영화의 미쟝센(Mise-en-Scene) 중 장면전환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마이클이 조직원으로서 처음으로 적을 제거하기 위한 일환으로 솔로초와 메클런스키를 살해할 때 그는 클레멘차가 당부한 조언을 따르지 못할 만큼 긴장한 상태에 빠져있었다. 화장실에서 나와 바로 그들을 죽이지 못한 마이클은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는다. 그의 긴장하고 머뭇거리는 모습을 카메라는 장면전환 없이 천천히 마이클의 얼굴을 줌인(zoom-in)하여 나타낸다. 반면 가문의 수장이 된 후 다섯 가문의 수장과 바르치니를 제거할 때 영화는 제거하는 장면과 마이클이 코니 아들의 대부가 되기 위해 세례를 받는 두 장면을 교차하여 보여주며 교차로 인한 장면전환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처음 적을 제거할 때의 장면처럼 마이클의 얼굴을 클로즈업(close-up)하여 촬영되었으나 이전과 다르게 살인하는 장면이 계속해서 교차 되어 나오는 장면전환은 제거되는 자들과 마이클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나타내며 마피아의 두목으로서 냉철한 모습과 담담한 모습을 효과적으로 나타낸다. 또한 반대되는 세력을 제거할 때 비교되는 장면전환의 쓰임은 마이클이 ‘대부’로서 완전히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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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턴트맨 | 진심 하나로 무장한 로맨스 코미디 액션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할리우드 최고 액션 스타 '톰 라이더'(애런 테일러존슨)의 스턴트맨 '콜트'(라이언 고슬링). 그는 숱한 영화에서 경력을 쌓으며 승승장구하며, 촬영감독으로 일하는 '조디'(에밀리 블런트)와의 사랑도 키워나간다. 하지만 그의 행복은 갑작스레 끝난다. 스턴트 촬영 중 자기 실수로 허리를 크게 다쳐 버린 것. 자존심에 금이 간 콜트는 그 길로 커리어도, 조디와의 연애도 포기한 채 잠적해 버린다.
그러나 발레파킹을 하며 지내던 콜트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영화 제작자이자 톰의 친구인 '게일'(해나 워딩엄)이 그를 촬영 현장에 복귀시킨 것. 그것도 조디의 데뷔작 촬영장에. 콜트는 조디와의 아련한 재회를 기대하며 촬영장으로 향하지만, 게일은 그에게 예상 못한 미션을 내준다. 바로 종적이 묘연해진 주연 배우 톰을 찾아달라는 것. 그렇게 콜트는 다시 한번 온몸을 내던진다. 사랑과 일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예상과 실상의 괴리감
외국 영화가 개봉할 때 제목 번역은 언제나 양날의 검이다. 초월 번역을 하면 작품의 접근성이나 호감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번역이 영화 내용과 거리가 멀거나 본래 제목에서 멀리 벗어나면 관객의 관람 후 만족도가 낮아질 수 있다. 장르나 내용을 잘못 예상한 나머지 실망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분노의 질주>는 전자다. <The Fast and the Furious>라는 영어 제목 못지않게 카 레이싱 액션 영화라는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전해준다. 반면에 후자의 대표 사례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꼽을 수 있다. <월터 미티의 비밀 생활(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이라는 본래 의미와 동떨어졌기 때문. 자칫 판타지 영화로 오해할 가능성도 덩달아 커진다.
<데드풀 2>와 <분노의 질주: 홉스&쇼> 메가폰을 잡았던 데이비드 리치의 신작 <스턴트맨> 또한 후자다. <스턴트맨>의 영어 제목은 <The Fall Guy>, 직역하면 곧 '추락한 남자'다. 내용도 제목에 충실하다. 스턴트맨 콜트가 인생의 추락을 극복하는 드라마다. 자연히 한국어 제목만으로는 이 이야기를 함축할 수 없다. 이 괴리감 때문일까? <스턴트맨>은 어딘가 허전한 액션 영화라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않다.
'추락한 남자'의 이야기
시작은 화려하다. 예고편처럼 여러 액션 영화 속 콜트의 스턴트 장면을 짜깁기해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이내 새 경로를 잡는다. 빌딩에서 등 뒤로 추락하는 스턴트 촬영 중 허리를 크게 다친 콜트. 그는 업계 최고의 스턴트맨이었다는 자존심을 꺾지 못한 나머지 자기 경력을 포기했다. 조디와의 연애 역시 덩달아 끝났다. 그렇게 그는 한 번에 두 번 추락해 버렸다.
자연히 영화는 두 개의 드라마에 치중한다. 우선 콜트가 사랑의 불씨를 되살리려 노력하는 과정을 쫓는다. 이 대목이 의외로 흥미진진하다. 특히 콜트와 조디가 촬영 중인 영화 주인공 커플의 관계에 몰입해 서로의 감정을 진솔하되 돌려 말하는 화법이 감동적이면서도 웃음 포인트다. 화면 분할 장면처럼. 로맨스 연기에 특화된 라이언 고슬링, 장르 무관하게 연기력을 자랑하는 에밀리 블런트의 호흡 덕분에 사랑 이야기는 더 빛난다.
이에 더해 콜트가 주연 배우의 실종과 얽힌 음모를 파헤치며 자기 경력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대목은 스턴트맨이라는 직업에 존재론적으로 접근해 스턴트맨을 일회용품처럼 쓰다 버릴 수 있다는 편견과 선입견을 비판한다. 스턴트맨에게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없다는 대사처럼. 영화 내에서 얼굴이 비치면 안 되는, 존재하지 않아야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존재의 비애를 잘 끄집어낸다.
서로서로 발목 잡는 플롯
그런데 두 이야기가 잘 융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범죄와 로맨스 사이를 오가는 사이 서스펜스가 끊기기 때문. 콜트가 요트를 타고 펼치는 액션 시퀀스만 봐도 한계가 명확하다. 이 장면은 콜트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탈출하는 절박한 순간이어야 한다. 그런데 콜트가 조디에게 유언 비슷한 말을 전해야 하니 위기가 절정에 이르기 전에 김이 새 버린다.
그뿐만 아니다. 곳곳에 삽입된 개그 장면도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데드풀 2>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지만, 어설프게 균형을 잡으려다가 실패한 듯싶다. 일례로 톰 라이더 실종 사건의 진짜 흑막이 밝혀지는 순간,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는 대목을 더 무섭고, 날카롭고, 긴장감 넘치게 연출할 수 있는 방법은 많았다. 그런데 그 순간마다 과한 유머가 찬물을 뿌리다 보니 이야기의 진가를 확인할 수 없다.
영리하지만 임팩트 없는 액션
액션도 균열을 감추지는 못한다. <스턴트맨>의 액션은 주 재료가 아니라 양념이니까. 물론 아기자기한 맛은 살아있다. 차를 전복시키거나, 실전에 스턴트 기술을 접목하거나, 공포탄 총이나 고무 도끼 같은 소품을 활용해 변칙적인 재미를 주는 식의 액션 연출은 분명 영리하다.
이는 의외의 관음증적 재미로도 이어진다. 다큐멘터리나 메이킹 영상만큼 자세하지는 않지만, 블록버스터 영화 속 액션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놓치지 않기 때문. 데이비드 리치 본인이 스턴트맨 출신이라는 장점을 영리하게 잘 살렸다. 그는 <파이트 클럽>, <오션스 일레븐>, <트로이>,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등에서 브래드 피트의 스턴트를 맡은 바 있다.
하지만 <스턴트맨>의 액션은, 영화 속 대사를 빌리자면, '섹시 베이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일단 <스턴트맨>은 할리우드의 성장을 밑받침한 수많은 스턴트맨을 위한 헌정작이기에 액션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하다. 자연히 극 중 액션은 여러 액션 영화에서 한 번쯤 본 듯한 장면으로 가득하다. <매드맥스>나 <스타워즈>, <분노의 질주>가 대표적이다. 안 좋게 말하자면 클리셰 범벅인 셈이다.
스턴트맨이라는 소재 역시 한계가 명확하다. 스턴트맨이 현실에서 자기 기술을 써먹는다는 콘셉트에 충실하다 보니 과장된 액션을 막무가내로 보여줄 수가 없다. CG로 무장한 고자극 액션에 익숙해진 현재 관객의 눈높이에서는 다소 '순한 맛'이다. 자연히 감독의 전작이 보여준 수준의 아드레날린을 느끼기는 힘들다.
가슴 뭉클한 헌사
그런데도 <스턴트맨>의 끝은 뭉클하다. 톰 크루즈, 제이슨 모모아 같은 배우와 <제이슨 본>을 비롯한 수많은 영화의 오마주로 꾸며진 헌사가 눈길을 사로잡기 때문.
이에 더해 라이언 고슬링과 에밀리 블런트가 스턴트 액션을 직접 소화하는 메이킹 영상을 담은 엔딩 크레디트 덕분에 영화의 진심은 놀랍도록 잘 전달된다. 혼합된 장르 사이에서 방황하는 완성도와는 별개로, 액션 영화 팬이라면 마지막 순간 <스턴트맨>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Acceptable 무난함
로맨스, 스릴러, 코미디, 액션, 스타, 진심까지 있는데 허전한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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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을 대하는 태도
죽음을 떠올리면 두려움이 느껴진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는 그 죽음을 잊고 삶을 살아간다. 죽음이 느껴지는 순간은 누군가 다른 사람의 장례식장에 가거나 큰 사고를 당하는 순간들일 것이다. 잊고 지내다가 그런 순간을 맞이하면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순식간에 두려움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죽음을 피하려 무척 조심하게 된다. 모두에게 결국 찾아오는 죽음은 두려운 존재이지만 그렇게 아주 가끔만 우리를 괴롭힌다.
만약 나의 목숨이 여러 개라면 죽음을 두려워하게 될까. 죽음은 나라는 존재의 소멸을 의미하기도 한다. 완전히 소멸해 버린다는 두려움은 살아있는 모든 존재에게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죽었지만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조금은 더 용감하게 위험한 일에 도전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다른 도전을 하고 위험한 일들도 해나가다 보면, 어쩌면 하나의 생을 살아가는 것보다는 다른 것을 보고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목숨이 하나 밖에 남지 않은 장화신은 고양이
영화 <장화신은 고양이:끝내주는 모험>의 주인공 장화신은 고양이(목소리:안토니오 반데라스)는 9개의 목숨을 가지고 있다. 영화 속 그가 모험을 하는 모습에서는 두려움의 태도를 볼 수 없다.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고 위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유쾌함은 그런 두려움 없는 삶에서 오는 것이다. 죽어도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확신은 그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못하게 한다. 실제로 그는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많은 경험을 했고 그런 삶을 즐긴다.
그는 배부른 왕이나 영주를 괴롭힌다. 엄청나게 축적된 곡물과 돈을 훔쳐 하층민들에게 돌려준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위험에 처하고 실제로 그에게는 엄청난 현상금이 걸려있기도 하다. 많은 사람에게 쫓기는 생활을 하면서도 그는 여유가 넘친다. 그런 그는 모험 중에 여덟 번째 죽음을 맞는다. 잠시 후에 다시 깨어난 그는 크게 신경 안 쓰는 것 같았지만 이제 한 번만 더 죽으면 완전히 죽게 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달라진다.
그때부터 늑대 모습을 한 죽음은 장화신은 고양이를 따라다닌다. 처음 늑대를 본 장화신은 고양이의 반응은 겁에 질린 모습 그대로다. 털이 곤두서고 몸이 떨린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겪어보지 못한 공포가 그에게 찾아온 것이다. 그때부터 그는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특유의 긍정적인 태도도 사라져 버린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살던 그에게 죽는다는 공포는 일반 사람이 느끼는 것에 비해 훨씬 큰 것처럼 보인다.
사실 우리 모두 누군가의 죽음을 종종 겪는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마음을 아프게 하고 또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평소에는 죽음에 대해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저 일상을 살다가 어느 순간 죽음이 공포스럽게 다가오는 때가 있다. 모두의 목숨은 하나지만 매번 죽음의 공포 속에 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장화신은 고양이에게 죽음은 전혀 생각하거나 고민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잠자는 것처럼 잠시 기절했다 깨어나는 과정이 죽음을 느낄 수 있는 전부였기에 8개의 목숨까지 그는 죽는다는 공포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죽음 앞에 두려워하는 장화신은 고양이의 극복기
영화가 보여주는 겁에 질린 장화신은 고양이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그는 겁에 질린 나머지 자신이 살아오던 삶의 모습을 포기해 버린다. 지금까지 자신이 쌓아왔던 명성과 이미지를 모두 버리고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곳으로 숨어버린다. 그가 다른 고양이들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모습 속에는 삶의 활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장화신은 고양이가 공포로 인해 삶의 의지를 잃어버리는 과정이 무척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영화에는 강아지 페로가 장화신은 고양이가 같이 모험을 하게 된다. 페로는 어린 시절부터 버림받았던 캐릭터이다. 그런데 그의 삶의 태도는 무척 긍정적이다. 자신은 늘 버림받았고 운이 안 좋았으며 죽을 수도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삶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친구들에게 버림받으면서도 친구들의 장점을 말하는, 다르게 보면 바보 같은 캐릭터다. 하지만 그런 점 때문인지 그에게는 두려움이나 공포가 적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을 만큼 최선을 다해 친구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돕는다. 자신의 목숨은 하나뿐이지만 다시 아홉 개의 목숨을 가지고 싶어 하는 장화신은 고양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 돕는 페로의 모습은 무척 감동적이다.
장화신은 고양이가 자신의 삶에 처음 찾아온 죽음을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할지 모르는 캐릭터라면 페로는 그가 어떤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약간은 달관한 듯한 페로의 모습은 오랜 삶을 살았던 장화신은 고양이보다 더 성숙해 보인다. 그에게 중요한 건 지금의 삶이고 자신의 옆에 있는 친구들이다.
드림웍스사가 오랜만에 내놓은 영화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은 <슈렉>의 조연으로 등장했던 장화신을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두 번째 영화다. <슈렉>의 세계를 좀 더 확장하여 보여주는 이 영화는 장화신은 고양이와 강아지 페로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과 삶에 대한 철학적 이야기를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고 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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