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2-11-29 23:54:20
절망으로 갈라진 땅에 희망을 심는 따뜻함이 한 움큼.
영화 <베르네 부인의 장미 정원> 리뷰
낯선 것에서 오는 괴로움보다 익숙한 것에서 오는 어려움이 더욱 어려운 법이다. 삶의 위기에 봉착했을 때 어떤 방법으로 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힘든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될 거라는 마음으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을 통해 희망이라는 꽃을 피워낸다. 봄처럼 싱그럽고 따스한 햇빛과 향기로운 장미로 가득한 영화 '베르네 부인의 장미 정원'을 소개한다.
장미 그 자체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베르네는 라마르젤이 운영하는 대량 품종 개발 회사에 밀려 여러모로 힘듦을 겪고 있다. 정성을 다해 가업을 이어보려 하지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대기업을 상대하는 일 뿐만 아니라 부족한 일손, 부족한 품종으로 인해 장미정원까지 잃을 처지에 놓이게 된다. 주변의 모든 것을 처분하면서까지 장미정원을 지키려는 모습에 늘 곁을 지키는 직원 베라가 신규 직원을 채용하며 변화를 도모한다. 큰 도움이 되지 않는 탓에 더욱 어려움을 겪지만 장미 콩쿠르에서 우승하기 위한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생각난 베르네. 과연 그가 꿈꾸던 대로 장미정원을 지킬 수 있을까. 장미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라마르젤은 온갖 희귀 장미 품종을 독점하는 것도 모자라 소규모 장미 정원을 사들여 몸집을 키우고 있다. 도무지 이길 수 없는 상대에 끊임없이 좌절하지만 지키고 싶은 마음은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생각이 피어오르게 했고 위험하지만 모든 상황을 반전시킬만한 기회를 만들게 된다.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다소 빈약하고 허술하기 짝이 없지만 자신의 내면에 꽃 피우고 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순간, 아쉬움의 감정이 사라진다.
사람의 누구나 자신만의 관심사가 있고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 이상 보이지 않는 것들이 분명 존재한다.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던 것에서 자신의 길을 발견하기도 하는 모습은 지나고 보면 정말 놀랍다. 전공과 지금 하는 일이 다른 건 나 또한 마찬가지기 때문에 그 과정을 겪는 이들을 보면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 기존에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해보고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더더욱 좋다. 우리는 익숙한 것에 화를 내고 낯선 것에 친절하다. 모두가 신경 쓰지 않았던 꽃에서 믿음으로 가득한 행복의 희망을 발견하듯 정성스레 가꾼 마음의 씨앗이 예쁘게 피어난 이들처럼 우리도 우리만의 장미정원을 가꿔보는 건 어떨까.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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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어른인가 아이인가
한 남자의 비리 사건이 터진다. 이 남자는 죄책감 때문인지 회피하고 싶었는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가족들을 남겨두고, 죽어버린다. 유일하게 집에 남은 딸아이는 경찰의 표적이 되어 중요한 참고인이 된다. 경찰은 아이가 아버지의 남은 비리 재산의 행방을 알고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아이를 보호라는 명목 하에 감시를 하기 시작한다. 아이는 미성년자이지만 이미 다 커서 알 거 다 아는 어른 이임을 감안하고 이 아이에게서 아버지가 남긴 남은 지산에 대한 힌트를 얻고자 아이에게 무언의 압박을 가한다. 그런 그 아이는 자살을 기도하고, 그 자살사건에 현수가 투입된다. 그런데 과연 이 아이는 아버지의 비밀을 알고 있었을까? 이 답을 하기 전에 우린 이 18살을 더 자세히 이해해보아야 할 것 같다.
1. 어른 아이, 18세를 대하는 어른들의 자세
이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두 가지 상반되는 대사가 있었다.
"18살이면 다 큰 거죠."
"아직 어린애잖아요."
비리 사업가의 딸을 두고 내린 상반된 평가. 과연 이 아이는 정말 다 큰 걸까.
요주의 아이, 세진은 경찰의 시선으로는 다 큰 아이로 간주되어 어른의 세계로 인도되었다. 경찰은 세진을 다 큰 아이로 간주되었지만 여전히 어린 나이로 인해 어른에게 물어보듯이 취조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세진에게 뭔가 더 확실한 정보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세진이 머무는 집 곳곳에 cctv를 심어놓았다. 하지만 세진은 사생활 침해라며 항의했지만 정보가 더 나올 수도 있는 상황에서 세진의 이런 항의는 세진에 대한 의심만 더 높아지게 하는 행동일 뿐이었다. 경찰의 입장에서는 세진을 섬으로 보내 요양도 시켜주고, 원하는 요구조건을 모두 들어주었는데도 불구하고, 고작 cctv 단 거 가지고 항의를 하는 세진이 정말 거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경찰은 참고인으로서 당연히 감수해야 할 부분을 다 커서 알 거 다 알만 틈 성장한 세진이 어린 나이를 내세워 미운 어린아이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세진이의 자살 소식에 태풍을 핑계로 시신을 찾으려는 노력은 별로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고, 귀찮은 아이니 빨리 사망 처리하려고 했던 것일 수도 있다. 이 아이가 죽은 이유에 경찰의 지분이 아예 없지 않음을 경찰 집단이 이미 빨리 간파하고, 이 아이의 잔상을 빨리 잊고 싶은 진짜 다 큰 어른들의 비정함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비슷하게, 어른들은 고등학생 나이 때의 아이들의 성장을 평가할 때, 어른 특유의 '내가 다 살아봐서 알아'라는 식의 관점과 함께 상황적 요소와 자신의 주관을 섞어 평가한다. 예를 들면, 집안의 웃어른이 돌아가셨을 때, 혹시 웃어른이 유산 상속자를 18세 미성년자 손자에게 몰빵하셨을 때, 18세 아이에게 무엇인가 설득하려는 주위 친척 어른들이 이 아이를 회유하는 타이밍에 잘 나오는 멘트 중에 "너도 이제 다 컸으니, 알 거 아니냐"라는 뉘앙스의 멘트를 날리시는 분들이 있다. 요맘때 학생들이 주요하게 쓸모가 있을 때에는 머리는 커버렸지만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임을 어른들은 잘 인정하려 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세진이를 두고 보이는 경찰의 태도를 두고, 이 미성년자가 필요한 존재일 때에는 어른 취급을 해주며 존중하는 척해주다가도 아이의 쓸모가 다하면 버려버리는 모습에서 아직 완벽하게 성인이 되지 못한 아이가 어른에게 느꼈을 환멸은 어느 정도였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유일하게 세진을 아껴주던 형사 형준마저 자신을 이용했고, 새엄마도 자신을 찾아주지 않는 이 상황에서 18세 아이가 느꼈을 좌절을 그 시기를 거쳤지만 그 시기에 대해 잊어버린 어른들은 이해할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어른들의 비정함과 다 컸지만 아직 어른이 되진 않은 18세의 연약함을 비교하게 만들어 준다.
필요에 의해 어른들은 18세 미성년자를 다 컸으니, 어른의 세계에 협조하라고 압력을 넣었지만 그 다 큰 아이는 여전히 아이였고, 어른이 요구하는 덕목은 아직 갖지 못한 것이 당연했다. 어른들은 ' 다 컸다'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어 본인이 18세였던 시기를 망각하고, 세진을 다 큰 '아이'임을 무시해 버렸고, 그 무시의 결과는 아이에게 더한 못을 박았음을 세진의 경찰에 대해 표시한 반감을 통해 알 수 있다.
2. 아무것도 몰랐냐는 말의 비정함
이 영화에서 세진과 그녀의 죽음을 쫓는 경찰, 현수는 비슷한 심리적 상태를 보인다. 희미해져 가는 정신을 붙잡고자 자신의 몸을 해하면서까지 정신을 차려보려고 하고, 악몽을 꾸면서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깨고, 허한 동공으로 분노에 이글거리는 듯한 표정을 짓는 세진을 통해 현수는 자신의 과거를 본다. 그래서였는지 직감적으로 이 아이는 다른 경찰의 예상과는 다르게 경찰이 혹할 만한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아빠가 비리를 저지르고, 오빠가 감옥에 가있는 상황에 아무것도 모르고 해맑게만 살아온 자신의 잘못도 일정 부분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자책감으로 인해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있음을 알았다.
"너는 내가 어떻게 남편이 그렇게 오래 바람나도록 아무것도 모를 수 있냐고 물어봤었지. 근데 있지, 나 진짜 아무것도 몰랐었다. "
이 현수의 대사에서 정말 모르고 살았던 나에게 어떻게 그렇게까지 모를 수 있냐는 상식 가득한 주변인의 대사는 참으로 가슴 아플 수밖에 없다. 그 말은 내 바보 같음을 비난하는 것 같기도 하거니와 해맑게 살았던 나 자신을 자책하며 반추하게 되는 말이기 때문이다. 세진의 경우도 같았다. 아빠가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지도, 오빠가 감옥에 갈 만한 일을 저지르는 줄도 모르고 나만 행복하게, 해맑게 살아온 것에 대해 어린아이가 얼마나 자책을 하고 살았는지 세진의 cctv 속 얼굴과 팔에 상처가 그 시간의 암울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나마 새엄마는 세진의 연약함을 잘 알았지만 본인의 상황의 불안정함을 이겨내는 데에 치중하느라 세진은 잠시 뒤로 미루어진 존재였다. 오히려 마주한 적도 없는 현수만이 세진의 외로움, 자책감, 무력감을 이해했다.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 경험을 겪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동질감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른이 되어도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는데, 다 큰 사람 취급을 당한 아직 어린아이는 주변 사람들의 배신이 얼마나 크게 다가왔을 것인지 우리도 예상만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결코 공감까지는 이루어낼 수 없을 것이다. 겪어보지 않는 한.
사건의 주인공이 아닌 주변인들이 쉽게 내뱉는 말들은 생각보다 상처가 많이 된다. 당하고만 있었던 나의 바보 같음을 저주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주변 사람들의 위로라는 가면을 쓴 팩트 폭력들은 생각보다 위로가 안된다. 이처럼 다른 이들이 그들이 살아온 인생에서 기반한 편견이 담긴 팩트 폭력은 전혀 상처 받은 이에게 위안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인생에서 큰 현타를 얻고, 무너지기 일보직전의 사람에게는 각자의 상식을 담은 충고, 조언보다는 그저 입을 닫고, 조용히 옆에 있어주는 사람이 최고의 사람이다. 혹시 당신의 인생에도 아무 충고, 평가도 없이 밥 먹자고 끌고 나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진정한 내 사람이니, 붙잡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3. 내 몸에 흐르는 피를 확인해 내가 살아있음을 깨닫는다.
현수와 세진 모두 타인의 시선에서 바라볼 때, 자해와 비슷한 행위를 한다. 타인이 바라볼 때, 팔에 상처를 내는 행위는 자살 기도로 해석할 수도 있고, 고통에 몸부림치다 정신을 놓고, 자신의 몸을 해하는 정신병적 행위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현수의 대사를 보면, 자해성 행위의 또 다른 정의를 고려해보게 된다.
"넌 내가 죽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아? 징계 피하려고 내 팔을 그렇게 찧었던 것 같아? 아니, 일이라도 해야 잠깐이라도 잊을 수 있는데, 마비 때문에 일까지 못하면 나 진짜 어떻게 될까 봐. 제발 마비가 풀렸으면 해서 그랬어. 죽으려고 그랬던 게 아니라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그랬다고. 그 애도 그랬을 텐데, 아무도 없어."
다른 이들은 자신의 몸을 해하는 일은 죽을라고 하는 일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몸을 해하는 이유 중에 정신적인 고통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몸에 상처를 내서 피를 봐서라도 살아있음을 확인하려고 하는 경우도 꽤 많다. 정신의학에서도 이런 분석이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오래도록 무감각하고 무기력한 일상 속에서 공허함에 시달린 이에게, 자해를 할 때의 고통과 피가 흐를 때 느껴지는 일련의 자극적인 감각들은, 마치 살아있음을 깨닫는 감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아무런 의미 없는, 마치 죽은 듯한 하루하루를 살아갈 때, 스스로를 상처 내고 다치게 하는 행위, 죽음으로 가까워지는 행위로 인한 자극이 역설적으로 살아있다는 자각을 되살려 주는 것이다.
[출처] 내 몸에 피가 흐르면, 나는 살아있음을 느껴요.; 자해 속에 숨겨진 마음|작성자 두두
그리고 비슷한 예시로, 일본 소설 중에서 스트로베리 나이트라는 소설이 있는데, 그중에서
야구라고는 손에 꼽을 정도로 거의 해본 적이 없었지만 눈동냥으로 배운 기억을 되살려서 가슴을 공이라 상상하고 있는 힘껏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방망이는 쩍 인지 철석인지 모를 소리를 내면서 멋지게 가슴 위를 떄리고 정확히 턱에서 멈췄다.
“으아아아아아아!”
덜커덩덜커덩, 침대 채로 쓰러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여자는 거칠게 몸부림쳤다. 왼쪽 가슴은 한입 베어 먹은 토마토처럼 살덩이가 쑹덩 날아가고 없었다.
환호성과 피비린내가 뒤섞였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빨간색이었다. 나도 기분이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살아 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출처] 스트로베리 나이트 : 혼다 데쓰야
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은 살인자가 살인을 저지를 때에 심리를 묘사하는 부분이다. 현수와 세진은 자신의 몸을 해치지만 이 소설 속에서는 그 반대로 살인자가 사람을 죽일 때에 느끼는 쾌감의 근원이 피를 보고, 피의 색깔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끼는데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다. 현수와 세진이 살인자와 같은 부류로 분류한 것은 아니지만 현수와 세진이 자기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행위를 한 사람이라는 점과 몸을 해쳐서 피를 보고서라도 살아있음을 느끼려고 한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이 살인자가 피를 통해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부분을 떠올리게 되었다. 다른 이나 자신의 몸을 해쳐야만 볼 수 있는 피라는 존재는 참 아이러니하게도 색깔 때문인지, 인간의 몸속에 존재한다는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참 기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몸을 죽이는 일이 나의 생존을 확인하는 일이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현수와 세진은 희미해져 가는 맨 정신을 붙잡기 위해서 피라는 매개체를 생각해낸 거라면, 살인자의 경우, 피를 자신의 쾌락으로 여기는 점이 다르다. 현수와 세진에게는 생존의 문제라면, 살인자에게는 쾌락의 도구인 것이다.
4. 그럼에도 살아가다.
영화 속에 이런 대사가 있다.
생각보다 인생은 길다.
이 대사가 결국 영화의 궁극적 메시지다. 인생이 잠시 망가졌을지언정 당신의 전체 인생은 아직 진행형이다. 자신이 문제 생겨 곪아 터질 때까지도 해맑게 모르고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자책하고 해할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배신한 다른 이에게 맞설 힘을 길러야 함을 이 영화는 외치고 있다. 내가 나를 해하고 싶을 만큼 자괴감이 드는 문제는 분명 나만 잘못해서 생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남 탓하지 말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이렇게 자신을 해할 만큼 자책만 하는 것도 결코 손뼉 쳐 줄 일은 아니다. 자책하고, 자신을 해할 시간에 문제를 이렇게 만든 다른 인간들을 응징하거나 문제를 말끔히 잊고 살아갈 깡, 패기, 똘끼가 조금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영화는 말하고 있다. 다른 이들도 함께 만들어낸 문제에 본인만 파괴당하는 것은 너무 억울한 것 아닌가. 나에게 해를 끼쳐 존재 이유를 찾지 말고, 이젠 소소하더라도 꾸준한 성과로 존재 이유를 찾으시길. 우린 아직 죽을 이유보다는 살 이유가 더 많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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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심을 부르는 공포의 춤사위
제목부터 강렬한 <씬>은 정확히 <파묘>가 가져온 기류에 편승하는 영화가 아니다. 오컬트 장르의 외피 쓴 이 작품은 하나씩 진실이 밝혀지면서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관객을 이끈다. 결국 보기 좋게 빗겨나가는 이야기의 마지막 종착역은 ‘속았다’는 혼잣말을 하게 만든다. 과연 감독이 관객을 데려간 곳은 어디일까? 악령의 소굴일까 아님, 못다한 이야기를 펼쳐내려는 감독의 야심일까?
신인배우 시영(김윤혜)은 영화 촬영을 위해 지방에 있는 폐대학교로 향한다. 독립영화계에서 나름 인지도가 있는 감독 휘욱(박지훈)의 신작 주인공이라는 설렘도 잠시, 그녀는 생각보다 더 열악한 환경을 마주한다. 이보다 더 안 좋은 건 사전에 어떠한 설명도 없이 이상한 춤을 춰야 하는 상황. 게다가 예전 작품에 함께 출연했던 채윤(송이재)과 더블 캐스팅이라니. 일단 왔으니 준비한 건 보여줘야 하는 마음으로 시영은 기묘한 춤을 춘다. 하지만 그게 화근이었을까? 평범했던 촬영장은 좀비처럼 날뛰는 이들로 인해 곧 아비규환이 되고, 시영과 스탭들은 살아남기 위해 이곳에서 탈출을 시도한다.
<씬>은 강령술처럼 보이는 춤을 시작으로 악령을 불러와 살육의 현장을 보여준다. 영화 촬영 현장으로만 알았던 시영과 스텝들은 한순간 악령에게 저당 잡힌 좀비들의 먹잇감이 되고, 이곳을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좀비들과의 사투를 그리는 영화는 오컬트와 좀비물의 결합처럼 보인다. 감독은 여기에 제목처럼 인간의 원죄에 대한 미스터리 구조를 심어놓으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후반부의 문을 연다.
<씬>이 흥미로운 건 진실의 빗장을 차례로 열어젖히면서 공포감을 증대시키는 것에 있다. 알지 못했을 때 느끼는 공포의 진폭을 이용, 이 일이 일어난 이유, 이상한 것을 계속 보는 시영의 과거, 복면을 쓴 의문의 사람들 등 설명되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를 계속해서 부여한다.
미스터리 구조도 한층 더 견고하게 가져가는데, 주요 인물의 이야기를 각 챕터로 구성하면서 보이지 않았던 진실을 조금씩 드러낸다. 진실의 실마리를 알고 싶어하는 관객들의 목마름을 조금씩 축이는 구성은 일단 합격점.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가 알던 인물들의 민낯도 공개되면서 오리무중이었던 퍼즐이 하나씩 맞춰져 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숨겨진 진실이 공개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영화는 오히려 맥이 풀리는 순간을 전한다. 과한 숨김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나 할까. 반전을 위해 흩어 뿌린 떡밥들은 오롯이 회수되지만, 그 과정으로 인해 영화의 집중력을 해친다.
여기에 후반부 감독의 야심이 느껴지는 부분이 나온다. 시리즈로서 이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가려는 속내가 내비쳤을 때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느껴진다. 특히 죄에 대한 이야기의 무게감을 덜어내고 장르적으로 가볍게만 소비되는 건 아쉬운 구석이다. 반전 구성을 좀 덜어내고, 원죄에 대한 이야기에 더 집중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아쉬움에도 계속해서 이야기를 따라가게 만드는 것은 배우들의 몫. 극을 이끄는 김윤혜는 물론 송이재, 박지훈, 이상아 등 각자 숨겨진 비밀을 조금씩 드러내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잘 그려낸다. 특히 초반부 김윤혜와 송이재의 기이한 춤은 <서스페리아>의 잔향이 느껴지지만, 그 자체로서 공포감을 자아내기에는 충분하다. 후반부에도 이 기이한 춤은 이어지니 비교해서 보면 좋을 것 같다.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평점 2.5 / 5.0
한줄평: 겹겹이 쌓인 반전이 오히려 역효과. 그래도 뒤통수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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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둘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다시 한 번 누적 천만 관객 돌파에 성공할지! <베테랑 2>가
추석 극장가를 겨냥해 개봉합니다. 전작의 주연이었던 황정민에
이어 정해인이 새롭게 합류하면서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베테랑 2>의 손익 분기점은 350만 명으로, 누적 천만 관객 돌파에
성공한다면 어벤져스, 신과함께, 겨울왕국, 아바타, 범죄도시 시리즈에
이어 여섯 번째로 쌍천만 관객을 기록하는 영화 시리즈가 됩니다.
베테랑2
I, THE EXECUTIONER
개요: 범죄, 액션 | 한국 | 118분
감독: 류승완
주연: 황정민, 정해인
개봉: 2024.09.13.
배급: CJ ENM
가족들도 못 챙기고 밤낮없이 범죄들과 싸우는 베테랑 형사 '서도철'과 강력범죄수사대 형사들. 어느 날, 한 교수의 죽음이 이전에 발생했던 살인 사건들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며 전국은 연쇄살인범으로 인해 떠들썩해진다. 이에 단서를 추적하며 수사를 시작한 형사들.
하지만 이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연쇄살인범은 다음 살인 대상을 지목하는 예고편을 인터넷에 공개하며 또 한 번 전 국민을 흔들어 놓는다. 강력범죄수사대는 서도철의 눈에 든 정의감 넘치는 막내 형사 '박선우'를 투입한다. 그리고 사건은 새로운 방향으로 흐르게 되는데...
스픽 노 이블
Speak No Evil
개요: 스릴러, 공포 | 미국 | 110분
감독: 제임스 왓킨스
주연: 제임스 맥어보이, 맥켄지 데이비스, 스쿳 맥네이리, 알릭스 웨스트 레플러, 아이슬링 프란쵸시, 댄 허프
개봉: 2024.09.11.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악은 보지 말고, 듣지 말고, 절대 말하지 말 것 휴양지에서 처음 만나 우연히 함께 휴가를 보내게 된 두 가족. 패트릭은 자신의 집으로 루이스의 가족을 초대한다. 다시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라 예상한 것도 잠시, 거절할 수 없는 호의와 불편한 상황들이 계속되며 불길한 두려움을 느끼고 집에 돌아가려 하던 중 숨겨진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우리가 끝이야
IT ENDS WITH US
개요: 멜로/로맨스, 드라마 | 미국 | 130분
감독: 저스틴 밸도니
주연: 블레이크 라이블리, 저스틴 밸도니, 브랜든 스클레너, 제니 슬레이트
개봉: 2024.09.13.
배급: 소니픽처스코리아
릴리는 가정폭력의 아픔을 뒤로하고 보스턴에서 꽃집을 열며 새 삶을 시작한다. 매력적인 의사 라이얼과 사랑에 빠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폭력적인 면을 알게 된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릴리는 과거 첫사랑 아틀라스와 우연히 재회한다. 과거와 현재의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며, 자신에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결국 릴리는 자신의 삶과 사랑을 위해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린다.
장손
House of the Seasons
개요: 가족, 미스터리, 드라마 | 한국 | 121분
감독: 오정민
주연: 강승호, 우상전, 손숙, 차미경, 오만석, 안민영, 정재은, 서현철, 김시은, 강태우
개봉: 2024.09.11.
배급: 인디스토리
3대 대가족이 모두 모인 제삿날 일가의 명줄이 달린 가업 두부공장 운영 문제로 가족들이 다투는 와중, 장손 ‘성진’은 그 은혜로운 밥줄을 잇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설상가상 갑작스레 맞닥뜨린 예기치 못한 이별로 가족 간의 갈등은 극에 달하는데… 핏줄과 밥줄로 얽힌 대가족의 70년 묵은 비밀이 서서히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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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슷한 듯 다른 사후세계에 담긴 기회의 이야기
대만영화라는 사실만 알고 시사회에 참석한 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대만영화가 조금 오글거린다는 특징이 있긴 하지만 그 특유의 청춘스러움이 재밌기에 개인적으로 호에 가까운 장르라 기대를 하고 참석했다. 그렇게 사후세계가 등장하다니,, 초반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재밌게 봤던 영화였다.
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시놉시스
샤오미만 사랑해온 직진남 샤오룬. 하지만 청혼하려던 순간 갑작스런 사고로 저승에 가게 된다. 환생하고 싶으면 붉은 실로 커플 매칭을 하는 월하노인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데, 하필 사사건건 부딪히던 핑키와 파트너가 됐다. 드디어 이승으로 내려온 월하노인 샤오룬과 핑키. 그런데 이게 웬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우리가 인연을 맺어줘야 할 인간이 샤오룬이 평생 사랑했던 단 한 사람, 샤오미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신과함께 베이비 버전~~
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를 다 보고 나서 느낀 점은 신과함께 베이비, 아가야 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분위기 자체가 밝고 명랑하다보니, 그리고 저승에서 가서 죽은 사람들이 다시 사람으로 환생하기 위해 월하노인이 되어 이승세계의 사람들의 사랑을 엮어주는 큐피트의 역할을 하는 모습들이 주를 이루다보니 극 자체가 밝게 진행디고 있었다. 그래서 한 생명의 과오를 평가하면서 환생의 여부를 따지기 보다는 영혼에게 월하노인이 되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다시금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도록 마지막 기회를 주는 모습을 보면서 영화 <신과함께>와 기본적인 사후세계의 등장인물이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지만 한 번의 기회를 더 준다는 점에서 대만과 달리 우리 하국 저승세계가 좀 야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기회의 제공과 자신의 업보를 씻다는 설정이 구파도 감독의 영화 노선과 일치하는 것 같았다. 과거에 집중하기 보다는 앞으로서의 개선가능성을 더 우선시하고 좋은 영혼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희망적인 주제를 전달하고 있었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의 중요성
하지만 영화가 마냥 밝은 것은 아니다. 영화는 삶의 죽음과 환생이 반복되면서, 수많은 환생을 지켜보며 자신의 복수를 다짐하는 인물로 인해 급 공포영화가 되는 장면들이 곳곳에 존재했다. 그래서 좀 당황스럽긴 했다. 밝고 밝고 밝다가 갑자기 어두침침,,, 공포영화,, 이런 느낌이어서 눈을 가려야 하는 건지 봐야하는 것인지 타이밍을 못 잡아서 섬뜩한 장면드을 다 봐버리고 말았다.
영화 속 악인은 의적대장이었으나 부하들의 배신으로 죽음을 맞이한 인물이었다. 살생을 많이 했기에 황천길 바코드에는 검정색 구슬밖에 없었지만 여라대왕의 배려로 지하세계를 관리하는 직책을 받는다. 하지만 500년 동안 자신의 부하들이 계속해서 환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화를 다스리지 못하고 악귀가 되어 이승에 찾아와 전쟁을 기억하지 못하는 부하들을 다 죽이기에 이른다. 마지막으로 과거 자신의 목을 베었던 샤오미를 찾아가 죽이려 하지만 월하노인 샤오룬이 등장하면서 이를 막아선다. 단 한번도 자신이 살려준 생명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던 악귀는 샤오룬이 자신의 전생을 기억해내고 자신이 매미였을 때 자신을 개미에게서 살려준 악귀를 향해 감사하다 머리를 조아리자 처음 받아본 감사의 인사에 행복감을 느끼고 소멸한다.
이 장면을 보면서 도대체 그동안 저 악귀가 영화의 분위기에 상반되면서까지 등장해야할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이해를 못하다가 고맙다는 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려주고자 마지막까지 등장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퍼즐을 맞추는 재미
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는 초반 보다보면 도대체 필요도 없는 장면들을 굳이 왜 저렇게 잡아주는 것일까? 하는 씬들이 유독 많이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장면들이 영화에서 복선으로 작용한다.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야 혹은 결정적인 순간이 되어서야 그 퍼즐들을 플래시백으로 촤라락 맞춰주면서 의미없는 장면은 없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데 그 하나씩 딱 들어맞는 장면들이 굉장한 쾌감을 선사한다. 어찌보면 영화 장면들이 튄다고 생각이 들 수 있었지만 알고보니 복선장치였고, 돌이켜보니 전생이었던 제목처럼 만년이라는 세월을 환생하며 보여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는 그저 뻔한 대만청춘영화라고 생각했었는데 사후세계에 대한 이야기와 작품의 연결성이 이색적이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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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한국영화를 사랑하게 된 이유
떠나려 하네. 저 강물 따라서. 익숙한 노래 가사가 생각난다. 그 시간들도 다시 돌아오진 않아. YB의 윤도현이 부르는 노래다. 난 YB의 음악을 좋아했다. 내가 10대 때에 TV 프로그램이 있었고 거기에 YB가 나왔다. 당시 주류였던 아이돌 음악을 별로 안 좋아했던 나. 지금 생각해보면 딱히 이유는 없지만 아이돌의 음악을 그렇게 좋은 음악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26살의 나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 4만 번 이상을 생각했다. 물론 시간은 기차처럼 뒤로 돌아오지 않는다. 행복했던 시간. 후회되는 과거.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데'하는 미련. 만약과 가정은 잔인하게 사람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근데 그런 인간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터닝포인트는 보통 한 번만 찾아오지 않는다. 인생은 고통의 연속 아닌가? 한번, 두 번, 세 번 계속 일어나서 사람을 병들게 만든다. 강물 따라 비행기를 타 한국을 떠나도 그 안에서 계속되는 루틴이 사람을 질리게 만든다. 이게 잠깐 들고 끝나면 아무 문제없겠지만 웬만하면 흑역사는 누적되니 괴롭다. 난 21살 때 이 누적되는 흑역사들이 참 싫었다. 엄마, 아빠에게도 병이 있다는 사실 자체도 제대로 말하지 못한 채 우울함에 장식되고 있었다. 나라는 존재에 점점 회의감이 들기 시작할 때, 새로운 취미에 눈 뜨고 싶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게 됐다. 그리고 한국영화의 팬이 됐다. 나에게 이런 의미가 있는 작품이니 만큼 여러분에게도 권하고 싶다.
1. 무엇에 관한 작품인가요?
처음 시퀀스를 보면 익숙한 느낌이 들 것이다. 어딘가 사연이 많아 보이는 남자 영호. 몸을 이리저리 비틀면서 일행들의 마이크를 뺏어 노래를 부른다. 노래도 부르다 말고 갑자기 철로 위로 올라가는 영호. 갑자기 만난 사람이 느닷없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거라고 생각할 사람은 아마 드물 것이다. 한 명을 남기고 다른 친구들은 트로트 음악에 춤사위를 벌이고 있다. 선로 위에 올라간 영호. 그렇게 모든 걸 포기한 채로 영호는 기차에 몸을 던지기로 한다. '나 다시 돌아갈래!'라는 비명과 함께.
영화는 이 사건을 기점으로 영호의 과거를 좇는다. 그가 어떤 과정을 겪었기에 그런 선택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격동의 한국사를 천천히 살펴본다.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정통으로 맞은 영호. 그렇게 자기의 선택지를 고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사회의 희생양이 된 인물이 영호다. 이 영화는 왜 사회에게 상처를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우리에게 '얼마나 한국사에 상처가 많은가'와 '당신이 돌아가고 싶을 만큼 행복한 때는 언제인가'라고 묻는다. 이 영화는 그런 작품이다.
2. 어떤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세 단어로 정의할 수 있다. 상처. 역사. 공감. 상처는 인물의 상처를 들여다보기 때문에. 역사는 우리 한국사회의 과정과 인간의 삶이 큰 관련이 있단 걸 보여주기 때문에. 공감은 감독 이창동이 해결책이 아닌 절규로 인물의 최후를 묘사했다는 것에서 그렇게 생각한다. 피할 수 없는 운명에 상처받은 이들에게 설루션이 아닌 '혼자가 아니다'라는 것을 세 가지 키워드로 보여준다.
3. 이 영화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근데 한국적이다. 이게 이 영화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전부를 관통하는 장점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엔딩을 서두에, 오프닝을 결론부에 배치하는 거야 그렇게 찾아보기가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근데 분명하게 구분되는 차이점은 이런 내용을,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 건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을 보장한다. 뭐랄까. 이 영 호라는 인간이 질이 구린 인간인 거야 초반부만 봐도 느껴지는데, 어쩐지 모르게 이 인물에게 느껴지는 공감이 있다. 근데 그 기분을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다. 세상에게 상처를 받는 이유가, 어쩌면 그가 피할 수 없는 어떤 요인들 때문이었다는 것이 그 때문일 수도 있다. 또, 그 아픔을 겪고 나서 보여주는 리액션이 우리의 인생과 그렇게 멀지 않음도 그것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질이 구린 인간에게 느껴지는 연민과 위로'는 다른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피할 수 없는 역사에 좌절하는 인간이 보여주는 리액션'은 우리나라 사람이기 때문에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감독이 이창동이기 때문에 볼 수 있는 탁월한 완성도도 그 특이함과 장점을 경험할 수 있다.
4) 난이도가 있는 영화인가요?
영화가 어렵지는 않다. 근데 보는 건 좀 힘들 수도 있다. 감독이 연출을 잘 만들어 인물에게 이입을 잘하게 만들었다.
5) 배우들의 연기는 어떠한가요?
설경구. 문소리. 작년 2021년에 활동했던 배우들이기도 하다. <자산어보>와 <세 자매>로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인 두 사람이기도 하다. 이 둘의 신인시절이 담겨 있는 영화다. 후에 <오아시스>로 재회하는 둘이지만 '뇌성마비에 걸린 여성을 사랑하는 남자'보다 오히려 더 뛰어나다고 볼 수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안에 거대한 화와 상처를 품고 있는 영호. 대놓고 감정연기를 하는 것보다 내면에 화를 품었다는 걸 드러내기가 어렵지 않나? 정말 친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런 아픔이나 결핍을 알기 어려우니까. 배우 설경구는 주인공 영호의 심리상태를 관객이 이해할 수 있게끔 아주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이걸로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니 평단의 인정을 받았단 뜻도 될 듯. 문소리도 <오아시스>만큼이나 고난도는 아니었겠지만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감독 이창동이 이런 쪽으로 배우의 연기를 뽑아내는 걸 잘하는 것 같다. <밀양>에서의 송강호 배우나, <버닝>에서의 스티븐 연의 연기나 뭐랄까 우리 주변에 실제로 있을 법 한 인물을 잘 설정한다는 느낌이다.
6) 줄거리 외의 부분은 어떤가요?
보통 이 부분에 대해 쓸 때는 미장센에 대해 썼다. 근데 사실 이창동 감독의 영화가 미장센이 두드러지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상미가 안 좋은 뜻은 결코 아니다. 그냥 평범한 영화 같다는 뜻이다. 사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미장센이 어쩌고는 신경 쓰이지 않는다. 플롯 연출이 워낙 탁월해서 조용히 영호의 마음에 스며든다.
7) 이 영화를 보기 전 알아야 할 사실이 있나요?
아마 10대 때 한국사 과목을 들었던 사람이라면 우리나라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알고 있을 것이다. IMF, 5.18 광주사태 등등. 우리나라 국민이기 때문에 알고 있는 사실들을 상기시키기만 한다면 될 것 같다.
8)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반복되는 상처에 마음이 괴로운 사람들. 다시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 생의 끝까지 왔다고 느끼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어떤 삶이든, 당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요소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이 박하사탕을 먹고 조금이라도 더 눈물을 쏟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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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린 너머 세계속으로…프랑스] 5시부터 7시까지 아녜스 바르다
아녜스 바르다 <5시부터 7시까지 클레오>
씨네랩 크리에이터 챌린지 <스크린 너머 세계 속으로… 프랑스>
많은 사람들에게 프랑스 영화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키워드는 단연코 누벨바그(La Nouvelle Vague)일 것이다. 프랑수아 트뤼포를 비롯해 장 뤽 고다르, 클로드 샤브롤, 자크 리베트, 에릭 로메르 등의 걸출한 영화 감독들을 주축으로 일어난 프랑스 영화 사조를 지칭하는 누벨바그는, 영화 평론지 「카이에 뒤 시네마 Cahiers du Cinéma」를 주축으로 활동했던 영화인들에 의해 등장했다. 이들은 미국식 할리우드 영화의 범람과 고전적 기성 영화의 흐름에 저항하는 작가주의적이고 전위적인 촬영 기법들을 활용하며 프랑스 영화계의 새로운 흐름을 형성했다.
씨네랩에서 보내주신 추천작 리스트에서 프랑스아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 등의 누벨바그 작품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어쩐지 샛길로 새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드는지라, 괜시리 리스트에 없는 감독들의 이름을 하나 둘 떠올리다 카이에 뒤 시네마를 중심으로 활동한 감독들과는 약간의 거리를 유지하며 단편 영화와 기록 영화로 작품 활동을 이어간 좌안파의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5시부터 7시까지 클레오>를 골라보았다.
‘누벨바그의 대모’로 불리는 아녜스 바르다는 단편으로 시작해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넘나들며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1962), <행복>(1964), <방랑자>(1985), <이삭 줍는 사람들과 나>(2000)를 비롯한 다수의 작품을 제작해온 벨기에 출생의 프랑스 감독이다. 누벨바그의 흐름에 동참해 관습적인 영화 구조를 해체하고, 여성 감독으로서 주체화 된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전면적으로 등장시켰다.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의 주인공 클레오 또한 주체성의 렌즈에 포착된 여성 캐릭터이다. 가수로서 활동을 이어가던 클레오가 암 진단 결과를 기다리며 죽음의 불안을 경험한다는 내용의 영화는 그녀가 파리 시내를 배회하는 시간의 흐름을 러닝타임과 거의 일치시키는 독특한 형식으로 진행된다. 때문에 관객은 클레오와 함께 그녀가 경험하는 순간의 인상들을 흡수하고, 그녀의 불안을 더 가까이 마주하게 된다.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클레오는 불길한 점괘 하나를 받는다. 병으로 죽음이 찾아온다는 뜻일까. 그녀가 마지막으로 뽑아든 타로 카드는 13번의 Death, 죽음이다. 절망한 클레오의 주변인들을 하나하나 거쳐 완전한 타인에게 다다르기까지의 여정을 영화는 13개의 장으로 나누어 보여준다. 클레오에게 죽음이란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함께 하는 공포와 두려움, 불운의 대상이지만 마지막 13번째 장을 지나서야 죽음(Death) 카드의 진정한 의미가 드러난다.
죽음의 진정한 의미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영화의 색채 대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죽음의 대립쌍으로서의 삶, 그리고 흑백 영화의 검은색과 하얀색이라는 대립적 색채 구조는 노골적으로 삶과 죽음의 메타포를 형성해 나간다. 거기에 아름다움과 추함이라는 대립쌍 또한 중첩된다. 점괘를 받고 나서는 클레오는 ‘추함이야말로 죽음을 뜻하지,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한 난 살아있는거야.’라며 자신을 위안한다. 그럼에도 죽음에 대한 공포로 한바탕 눈물을 쏟아낸 그녀가 상점에서 고른 모자는 검은색의 겨울용 털모자다. 죽음의 색과 계절. 고심 끝에 고른 모자를 쓰고 나서려던 그녀의 바람이 ‘화요일에 새 물건을 가지고 다니면 재수가 없다’는 알젱의 일축으로 무너진다. 그러나 정작 알젱이 고른 ‘재수가 좋은’ 택시의 번호는 새로 받은 번호라는 아이러니. 이후 그녀는 동료 작곡가들과 발매할 곡을 고르다, 장송곡과 같은 비장한 노래를 검은 배경으로 카메라를 또렷이 응시하고 부르게 된다. 관객과 마주치는 그녀의 시선과 고조되는 현악기의 배경음이 초현실로 우리를 이끈다.
<당신 없이는 Sans Toi>
아름다움은 황폐해지고
잔인한 겨울 속에 버려진 나는 빈 껍데기일 뿐이에요
당신 없이는, 당신 없이는.
절망에 갇힌 채로 투명한 관 속에 누워 내 몸은 썩어가요
당신 없이는, 당신 없이는.
당신이 오는 그 날 까지
나는 가만히 기다릴 거에요
나 홀로 창백하고 외롭게
노래가 끝나자마자 화면이 줌아웃되고, 클레오가 꿈에서 깨어난 듯 관객을 현실로 불러온다. 잠시 잊고 있었던 절망에 다시 사로잡힌 그녀는 온통 검은색 외출복으로 갈아입고는 친구를 만나러 길을 나선다. 친구에게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순간, 카메라는 어둠이 가득한 다리 밑을 지나가는 클레오를 비춘다. 이렇게 클레오를 따라다니는 검정-겨울-어둠의 이미지는 7시를 향해 가며 중첩되고, 더욱 짙어진다.
전환은 흥미롭게도 친구의 애인이었던 라울이 보여준 영화를 통해 일어난다. 라울은 <맥도날드 다리의 연인들>이라는 짧은 영화를 보여주는데, 이 영화에는 검은 선글라스를 조심하시오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영화는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연인을 배웅하던 남성이 계단에서 넘어져 영구차에 실려가는 연인을 목격하고는 슬퍼하다, ‘선글라스 때문에 세상이 까맣게 보였던’ 것임을 깨닫고는 멀쩡한 모습의 연인에 안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카메오로 등장하는 장 뤽 고다르 감독을 찾아보는 것은 덤.) 영화를 보고 친구와 헤어지는 길, 클레오는 상점에서 샀던 검은 겨울용 모자를 친구에게 선물로 주어 보낸다. 클레오가 죽음의 불안에서부터 처음으로 도약하는 순간이다. 죽음의 불안으로부터 인간이 탈피하는 계기가 ‘영화’라는 감독의 연출은 꽤나 의미심장하다. 영화는 인간의 유한성을 망각하고 뛰어넘게 하는 직접적 계기가 된다. 죽음이라는 실존적 한계 상황 앞에 클레오와 같이 인간은 허무주의에 빠지게 되고,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러나 정작 죽음은 선글라스와 같이 한꺼풀 벗겨낼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뒤에는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
결국 클레오를 죽음의 공포로부터 해방시킨 것은 삶이 아니라 죽음의 수용이었다. 앙투안느를 만나 두려움에 피하고만 있던 의사와의 면담을 가질 용기를 얻게 된 그녀는 의사로부터 두 달간 화학치료를 받으면 건강해 질 수 있다는 답변을 받는다. 완전히 사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죽는 것도 아닌 조건부의 상태에 놓였음에도 그녀는 행복함을 느낀다. 우연히 의사를 만나기 전부터 의사로부터 죽음을 선고받는 대신 앙투안느와의 현재를 즐기기로 한 순간부터, 클레오는 플로랑스로 변화한다. 봄이라는 뜻의 그녀의 본명처럼, 겨울 뒤에 찾아오는 새로운 시작. Death 카드의 진정한 의미이다. 죽음은 새로운 삶으로의 이어짐을 의미한다. 죽음이라는 한계 상황을 인간이 이겨내는 법은 영원한 생이 아니라, 죽음의 수용으로 주어지는 남은 삶의 찬미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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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넷' 영화리뷰 및 과학해설(*스포없음)
영화 보기 전 봐도 좋은 영상"이 영상 그대로 여사친에게 설명해주면
여친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근데...난 여사친조차 없넹......이게 나라냐!!!!!"
- 테넷 과학 리뷰 제작 후기 by 건데
- 테넷 스태프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제작: 크리스토퍼 놀란, 에마 토머스
각본: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존 데이비드 워싱턴, 로버트 패틴슨, 엘리자베스 데비키 외
장르: 액션, 스릴러, SF, 첩보[2]
제작사: 신카피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촬영 기간: 2019년 5월 19일 ~ 2019년 11월 12일
개봉일: 2020년 8월 26일
음악: 루드비히 고란손
주제곡: 트래비스 스캇 - The Plan
편집: 제니퍼 레임
촬영: 호이트 반 호이테마
개봉 포맷: 2D · 4DX (2.20:1)[A]
Dolby Cinema (2.20:1[A] Dolby Vision|Atmos)
IMAX (1.90:1 / 2.20:1) 용산 IMAX 레이저 로고 (1.43:1 / 2.20:1)
상영 시간: 150분
제작비: 2억 500만 달러-시놉시스
당신에게 줄 건 한 단어 ‘테넷’
이해하지 말고 느껴라!시간의 흐름을 뒤집는 인버전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세상을 파괴하려는 사토르(케네스 브래너)를 막기 위해 투입된 작전의 주도자(존 데이비드 워싱턴). 인버전에 대한 정보를 가진 닐(로버트 패틴슨)과 미술품 감정사이자 사토르에 대한 복수심이 가득한 그의 아내 캣(엘리자베스 데비키)과 협력해 미래의 공격에 맞서 제3차 세계대전을 막아야 한다!
#테넷리뷰 #테넷해석 #테넷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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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포함】로리콘의 충격적인 최후
#롤리타 #로리타 #lolita
안타까운 소식이 끊이질 않습니다
시국이 정말 뒤숭숭한 요즘이 시국 이 시점에서
우리에 책임은 없는가
우리를 되돌아봤으면 합니다영화 롤리타를 통하여
성과 성욕 그리고
올바름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작가 슈라 원칙
1.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2. 어그로를 끌지 않는다
3. 수익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
4. 함부로 남을 비방하지 않는다※ 연락처
adonai0919@gmail.com※ 트위치
https://www.twitch.tv/sura_chtr※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writerTrack: Syn Cole - Gizmo [NCS Release]
Music provided by NoCopyrightSounds.
Watch: https://youtu.be/pZzSq8WfsKo
Free Download / Stream: http://ncs.io/GizmoBut he knows the way that I take;
when he has tested me,
I will come forth as gold.
Job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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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형제의 위험한 질주와 폭발하는 리얼 액션! #앰뷸런스 보는 순간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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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사운드 오브 데스> 메인 예고편
실험적인 음악과 소리를 연구하는 알렉시스.
폭력의 소리를 수집하는 그녀는 끊임없이 목마름을 느낀다.
어느 날, 행인의 우연한 죽음을 목격한 그녀,
죽음의 소리만이 자신의 쾌감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이후 죽음의 음악을 만들기 위한 살육을 시작한다.
노숙자, 레코드 샵 오너, 하프 연주자…
알렉시스는 죽음의 비트를 찍어 나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