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10-28 17:41:47
만약에... 이들이 만난다면?
씨네픽 유니버스_if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바로 씨네픽 SNS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인 유니버스를
새로운 버전으로 준비를 해봤는데요.
서로 다른 작품 속 인물이 한 세계관에서 만난다면 어떨까요?
그럼, 지금부터 만약에 유니버스 시작해볼까요?٩( ᐛ )و
<별에서 온 그대> 천송이 X <시크릿 가든> 김주원
만약 <별에서 온 그대> 속 사고뭉치 한류 여신 ‘천송이’와
<시크릿 가든> 속 오만한 성격의 백화점 사장 ‘김주원’이 만난다면?
<호텔 델루나> 장만월 X <도깨비> 김신
만약 <호텔 델루나> 속 1340년을 살아온 호텔 델루나의 사장 ‘장만월’과
<도깨비> 속 940년을 살아온 도깨비 ‘김신’이 만난다면?
<진검승부> 진정 X <천원짜리 변호사> 천지훈
만약 검찰 역사상 전무후무한 또라이 이단아 검사 ‘진정’과
법계의 짱돌 같은 이단아 변호사 ‘천지훈’이 만난다면?
<손 the guest> 최윤 X <검은 사제들> 최부제
만약 원칙을 중시하는 얼음과 같은 성격을 가진 ‘최윤’과
밝지만 안에 깊은 상처를 간직한 ‘최부제’가 만난다면?
여러분들 서로 다른 두 작품 속 등장인물 중에 한 극에서 보고 싶었던
등장인물이 있으신가요? 있으시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씨네랩 에디터 Hizy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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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올드 오크 - 희망은 믿음 위에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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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북동부의 폐광촌에서 오래된 펍 ‘올드 오크’를 운영하는 ‘TJ’는 어느 날 마을로 들어선 낯선 버스에서 사진작가가 꿈인 소녀 ‘야라’를 만난다
마을 주민들은 불쑥 찾아온 ‘야라’네 가족과 다른 사람들을 반기지 않지만 ‘TJ’와 ‘야라’는
‘올드 오크’에서 특별한 우정을 쌓아가는데···
“중요한 건 무언가를 함께 한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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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의 반전의 반전이 살아 있는 19금 스릴러 / 기생충 같은 집? / 생각보다 높은 수위 / 한 명만 다 나옴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히든페이스"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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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토토리! 우리 둘만의 여름> 티저 예고편
아름다운 대자연으로 캠핑 여행을 떠난 ‘베가’와 ‘빌리’.
5살 나이에 딱 걸맞게 모든 게 신나기만 한 ‘빌리’와 달리,
9살 나이에 걸맞지 않게 어른스러운 ‘베가’는
병원에 있는 엄마의 특명을 받아 아빠와 동생 챙기기에 바쁘다.
그런데 아뿔싸! 아빠가 강가 바위 틈으로 추락했다!
아빠를 구하기 위해 왔던 길을 거슬러 가보지만,
곧 드넓은 숲속에서 길을 잃고 만다.
모든걸 포기하고 싶은 그 순간, 떠오른 엄마의 한마디.
“포기할 거야? 아니면 슈퍼히어로가 될 거야?”
내 안의 슈퍼파워를 깨우는 마법의 주문!
다 함께 외쳐봐! 토~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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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질> 메인 예고편
배우 황정민 '인질'로 잡혔다!
평소와 똑같던 어느 새벽,
서울 한복판에서 증거도, 목격자도 없이 대한민국 톱배우 '황정민'이 납치된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 속
살기 위한 극한의 탈주가 시작되는데…
관객들을 사로잡을 리얼리티 액션스릴러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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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 둘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이번 주 개봉, 공개 예정인 작품들을 소개해드릴 예정인데요.
11번째 한국을 방문한 톰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이 오는 12일 개봉한다고 합니다. 사전 시사회 역시 열기가 뜨거웠는데요. 이번주 개봉작 같이 보실까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Mission: Impossible - Dead Reckoning - PART ONE
ⓒ 네이버영화
개요: 액션, 모험 | 미국 | 163분
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
출연: 톰크루즈, 헤일리 앳웰, 빙 라메스 등
개봉: 2023.07.12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가장 위험한 작전, 그의 마지막 선택 모든 인류를 위협할 새로운 무기를 추적하게 된 에단 헌트(톰 크루즈)와 IMF팀은 이 무기가 인류의 미래를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전 세계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가운데, 이를 추적하던 에단 헌트에게 어둠의 세력까지 접근하고 마침내 미스터리하고 강력한 빌런과 마주하게 된 그는 가장 위험한 작전을 앞두고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의 생명과 중요한 임무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CINE PICK!
영화 ‘미션임파서블: 데드레코닝 파트원’(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이 12일 개봉을 앞두고 압도적인 예매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전 예매량만 16만이 팔렸으며 이전 톰크루즈의 작품 <탑건: 매버릭> <미션임파서블: 폴아웃>을 넘어선 수치입니다. 엘리멘탈 이후 극장가에 또 다른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가 되는 영화입니다.
조디악
Zodiac
ⓒ 네이버영화
개요: 범죄 | 미국 | 157분
감독: 데이비드 핀처
출연: 제이크 질렌할, 마크 러팔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재개봉: 2023.07.12.
배급: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시놉시스
1969년 샌프란시스코의 신문사 앞으로 날아온 연쇄살인범의 편지와 암호문. 그렇게 세상을 공포로 몰아넣고 홀연히 사라져 버린 '조디악 킬러'. 하지만 이 희대의 살인마를 잊지 않은 사람들의 인생을 건 추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CINE PICK!
조디악 사건을 다룬 영화는 꽤 많지만, 실화를 충실히 다루며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은 작품입니다.
2007년 제60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진출했으며, 많은 걸작들이 있지만 조디악은 데이비드 핀처의 영화 중 꼭 봐야 하는 영화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꽤 긴 러닝타임을 하고 있지만 봉준호 감독님은 이에 대해 "느리게 서서히 스며드는 결코 서두르지 않는... 천천히 스며드는 공포감과 무력감 같은 게 있어요. 흔하게 겪을 수 있는 영화적 체험은 아닌 거 같아요"라고 말을 덧붙인 바 있습니다.
디어 마이 러브
My Sailor, My Love
ⓒ 네이버영화
개요: 멜로, 로맨스 | 핀란드, 아일랜드, 벨기에 | 103분
감독: 클라우스 해로
출연: 제임스 코스모, 브리드 브레넌 등
개봉: 2023.07.12.
배급: ㈜뮤제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아일랜드의 바닷가 마을, 딸 ‘그레이스’가 소개한 가사도우미 ‘애니’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 ‘하워드’ 두 사람은 삶도 사랑도 처음인 것처럼 서로에게 빠져든다. 하지만 둘의 관계를 인정할 수 없는 딸 ‘그레이스’는 ‘애니’에게 아버지를 떠나 달라 부탁하는데...
CINE PICK!
은퇴한 선장 그리고 가사도우미로 만난 두 사람이 바닷가 외딴집에서 다시 삶과 사랑을 시작하는 영화 <디어 마이 러브> 핀란드 감독 클라우스 해로가 <원스> <내 사랑> 제작진과 만나 아름다운 아일랜드 바닷가 풍광을 배경으로 애틋한 러브 스토리를 담아내었다고 합니다. 인생 막바지에 찾아온 두 남녀의 순수한 사랑에 로튼토마토 100%를 기록하며 전 세계 관객들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작은 정원
Little Garden
ⓒ 네이버영화
개요: 다큐 | 한국 | 86분
감독: 이마리오
출연: -
개봉: 2023.07.12.
배급: (주)시네마달
시놉시스
“평균 나이 75세, 영화 좀 찍는 언니들이 온다!” 강릉의 대표적인 구도심 명주동의 이웃 모임 ‘작은 정원’ 언니들은 3년간 배워오던 스마트폰 사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영화를 찍기로 마음먹는다. 평균연령 75세,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단편극영화 <우리동네 우체부>가 영화제에 초청이 되고 수상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다큐멘터리 영화 만들기이다! 과연 언니들은 다큐멘터리를 완성할 수 있을까?
CINE PICK!
이마리오 감독이 연출한 이 다큐멘터리는 강원도 강릉시 명주동에 사는 할머니 8명이 단편 극영화 한 편과 장편 다큐 한 편을 제작하는 이야기를 담아내었습니다. 할머니들의 모임 이름인 <작은 정원> 모임은 2011년 텃밭 가꾸기를 함께하며 만들어져 2016년부터 지역 영화인들이 결합하면서 스마트폰 사진 촬영과 영화 제작을 배우는 모임으로 발전했다고 합니다. 이후 제작한 영화들이 서울노인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고, 이마리오 감독은 "노년의 삶을 풍요롭게 하려면 공동체도 필요하다... 영화 제작은 그들이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매개체가 된다"라고 말을 덧붙였습니다.
극장판 피노키오 위대한 모험
Pinocchio: A True Story
ⓒ 네이버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가족, 판타지, 모험 | 헝가리 | 84분
감독: 바실리 로벤스키
출연: -
개봉: 2023.07.13.
배급: 와이드 릴리즈㈜, 태양미디어그룹
시놉시스
외로이 살던 제페토 할아버지가 남자아이 모습의 나무 인형을 만들고 피노키오라는 이름을 붙이고 함께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을 구경하고 싶던 피노키오는 우연한 기회에 서커스단과 함께 공연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벨라’라는 친구를 만나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은 진짜 사람이 아니라 ‘벨라’의 관심을 받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좌절하고 그녀에게 인정받는 진짜 인간이 되기 위해 위대한 모험을 떠난다! 피노키오는 과연 진짜 인간이 되어 ‘벨라’의 사랑을 얻을 수 있을까?
CINE PICK!
피노키오의 위대한 모험을 담아낸 영화 <극장판 피노키오 위대한 모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떠나는 피노키오의 위대한 모험을 그린 작품입니다. 공개된 포스터는 영화의 주인공인 피노키오를 중심으로 각각의 캐릭터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피노키오’는 유쾌하고 즐거운 성격의 사람이 되고 싶어 모험을 떠나는 목각 인형이고 유머러스하고 말이 빠른 말 ‘티볼트’ 그리고 마음에 늘 그늘이 있는 피노키오가 사랑하는 ‘벨라’, 피노키오를 만들어서 아들로 여기는 자상한 ‘제페토’ 할아버지까지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이 모여 만들어낼 이야기는 관객들의 큰 호응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다섯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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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욱신욱신하는 모든 이의 이름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지금 우리의 의학발전은 인정하기 싫게도 과거 사람들에게 행해진 생체실험 덕분이라는 말이었다. 그래, 인정하기 싫게도, 맞는 것도 같다. 수많은 이에게 규칙적으로 바닷물 주사를 투여하지 않았다면 비브리오 패혈증의 존재는 보다 늦게 알려졌을 것이다. 바닷물이 혈액을 대신 할 수 있다는 거짓으로 판명된 가설 대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지금은 인간에겐 하진 않고 실험용 동물을 쓴다. 매정하게 말하자면 과정은 비인간적이었으나 결과는 인간을 위하는 것일 때도 있다. 그 판단을 어떤 사람도, 어떤 시대도 쉽게 내릴 수는 없다. 우리는 시대 아래서 자유롭지 못하다. 시대가 펼쳐놓은 판에, 말이 되어 이리저리 움직인다. 시대가 만약 신이라면 참 체계적인 큰 손이 아닐까. 때맞춰 부딪히는 이념을 널어두고, 갈등을 만들어내면서 사람을 시험한다. 우리는 시험당하고 시험하는 존재이다. 태어날 때도 내 원이 아니었건만 사는 것도 내 원이 아닌 바에야 이게 대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러나 '소용'은 애당초 성립되지 않는 말이다. 쓸모가 있고 득이 되는 것. 살아가는 것은 쓸모와 득으로는 나눌 수 없는 것이다. 영화 <동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게 그 말을 속삭이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말했다. 일제강점기 하에서 윤동주와 송몽규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윤동주는 당대에는 빛을 발하지 못했으나 그의 시는 대대손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오래오래 남아있다. 송몽규는 일제강점기에서 열심히 앞장서 싸웠으나 결국 이름 하나 남기지 못했던 사람이라고. 이준익 감독 또한 윤동주는 과정은 좋지 않지만 결과가 좋았고, 송몽규는 결과는 없지만 과정은 훌륭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윤동주의 아름다운 결과와 함께 과정이 아름다웠던 송몽규를 함께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름을 훗날 길이길이 남기는 것은 누구나 꿈꾸는 일이다. 내 이름이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 칭송을 받는다면야 그보다 좋을 일은 없다. 그러나 동주와 몽규가 그랬을까. 둘이 그 말을 들으면 어떻게 반응할지 상상해보았다. 동주와 몽규에게만은 적어도 과정과 결과, 그런 이분법을 두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의문이다. 그게 영화에서 불편하던 포인트였던 것 같다. 그건 마치 영화 구석구석 드러나던 선택지와 같다. 처음 영화 시작부터 나타났던 신앙과 공산주의에 대한 고민. 일본순사가 교실을 박차고 들어와 내밀던 개인주의냐 전체주의냐, 일본사람이냐 아니냐, 하던 불편한 선택지. 혹은 아버지가 내미는 진로선택의 일침과도 같았다. 이과냐, 문과냐. 문학을 공부하는 것이 무슨 쓸모냐 의사가 되어 사람을 구하는 것이 쓸모지. 마지막 자기 확신에 빠져 있는 일본 취조인의 이야기와도 같다. 야만이냐, 문명이냐. 국제법에 대강 끼워맞춰서 자발적인 듯 보이게 진술서를 받으면 문명이고, 그런 것조차 모르는 무지한 조선인은 야만이고. 이분법은 수많은 경우와 변수를, 이야기의 목을 댕강 잘라버린다. 마찬가지다. 과정과 결과는 그들이 원하지 않았을 이분법이다. 무엇이 과정이고, 무엇이 결과인가. 나에겐 동주와 몽규 모두 과정도 좋았고, 결과도 좋았다. 평생을 애써 자신이 뜻하는 바에 다가가려한 과정이 훌륭하다. 한스럽게 숨을 거뒀지만 이렇게 지금 다시 살아나 남은 우리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게 하는 결과가 훌륭하지 않은가.
아주 확고하게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동주는 몽규의 그림자이자 2인자였다. 마지막엔 무려 동주가 절규하면서 몽규의 그림자인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정말 그런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동주가 수동적이며, 재능이 없고, 목적과 이유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동주는 몽규에 비해 수동적인 것처럼 보인다. 동주가 먼저 몽규를 부르지 않는데 비해 몽규는 영화 내내 '동주야'하면서 그를 부른다. 가장 귀에 많이 익은 대사이기도 하다. 동주가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은 여자에게 쭈뼛쭈뼛하면 몽규는 모르는 척 도와준다. 날 선 대화로 서로에게 흠집이 되는 말을 나눈 직후에도. 먼저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고 기뻐하기는 커녕 동주 상심하지 않게 말할 것을 먼저 고민하는 몽규다. 그는 당선되지 않아 시를 꽁꽁 매어두는 동주에게 직접 잡지를 만들어 시를 발표하자고 제안한다. 원하던 대학에 붙고도 동주가 붙지 않으면 바로 대안을 찾느라 바쁘다. 몽규는 기분이 상한 동주가 좋아하는 정지용, 백석의 시집을 가져다 주면 이윽고 동주가 자신과 눈을 맞추리란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몽규와 동주의 관계는 극단적으로 몽규의 일방적인 적극성과 헌신, 동주의 일방적인 소극성과 고집으로 이뤄진 것인가? 형만한 아우없다더니 역시 동주는 몽규같은 형을 만나 재능을 알아봐주고 뒤늦게 날개를 펴게 된 건가? 아니다. 몽규와 동주는 서로 다른 사람이다. 그 선을 넘지 않으면서 서로를 소중히 하려고 노력한다. 몽규는 시보단 산문의 힘을, 현실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을 중요시하고 동주는 문학, 시 그 자체의 울림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중요시한다. 몽규는 다른 이를 말로 설득하고 총을 들고, 동주는 시를 계속 쓴다.
어느 순간 몽규에게 동주는 동주이면서. '윤 시인'이다. 동주말마따나 시집도 안내고 등단도 안했는데 왜 시인이라고 당당하게 소개할 수 있는걸까. 그건 영화 속에 나온 것처럼 동주가 그림자도 2인자도 아니며, 전혀 수동적인 사람도 아니기 때문이다. 드러나지 않을지언정 시에 대한 그의 뚝심은 영화 내내 흔들리지 않는다. 그가 존경하던 정지용 선생님이 시를 그만 쓰라고 하는데도 그는 꿋꿋하게 내내 우리말로 시를 쓰고 모아둔다.
다카마쓰 교수가 그에게 시를 써보는 게 어떻냐고 물었을 때 그의 기분은 어땠을까. 동주는 사실은 시를 쓰고 있다고 대답했다. 출판을 하지 않아 시인은 아니지만 시를 쓰고 있다고. 그 때 다카마쓰교수는 조선어로 된 시라서 출간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며 한 마디를 날렸다. 그가 쟁여두고 있어서 출간하지 않았던 이유보다도 더 큰 이유는 시대가 정해놓은 한계이기도 했다. 그것을 교수가 지적한 것이다. 당신 잘못이 아니라 시대의 잘못이라고. 출간이 자유로웠다면 그는 아마 못이기는 척, 부끄러워하면서도 출간했을 것이다. 그가 부끄러운 것은 시를 줄곧 써서 현실을 바꾸지 못하고 숨어드는 것 같은 자책이다. 하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자신있게 자신의 생각을 담은 그 시를 선뜻 낼 수 없는 시대때문이다. 다른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울리지 못하고 혼자만의 우물에서 울리는 파장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시대가 막아놓은 둑에서도 물 한방울씩을 알뜰히 모아두고 있었을 뿐인데.
영화에선 쿠미라는 일본인 학생의 도움으로 영어로 시집을 출판하려 했다. 겁이 없이 진행된 해외 출간. 수동적인 이미지의 동주라면 마지막까지 쿠미가 알아서 빨리 출간을 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엔 그 원고를 쿠미가 아니라 동주가 직접 보내겠다고 한다. 그 소심하고 겁많은 사람이. 그걸 하려고 그는 잡힐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몽규와 함께 가지 않고 하루를 꼬박 기다렸다. 그건 수동적인 사람이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 실제로 윤동주는 직접 한정판이나마 출판을 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고, 출판이 실패하고 다른 사람에게 원고를 넘겨두기도 했다. 동주는 학교의 필수적인 교련도 거부하고, 창씨개명도 최대한 늦게 하려한다. 그 거짓부렁이 진술서에도 서명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런 윤동주의 과정이 좋지 않고, 결과만 좋다고 할 수 있을까.
몽규 역시 마찬가지다. 몽규는 결과가 없지만 과정이 좋은 사람인가. 과정과 결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다. 동주와 몽규 사이의 과정과 결과를 생각해보면 의미는 달라진다. 동주를 '대기는 만성이다'하면서 질투에 휩싸이게 할 정도로 이른 나이에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술가락'이 있다. 홀연히 독립군 활동을 하고 돌아오고 공부를 시작하곤 잡지 <문우>를 직접 발간했다. 거기엔 동주의 시도 있지만, 몽규의 우리말 뜻인 꿈별이라는 이름으로 쓰인 시 '밤' 이 있다. 조선일보에 실렸던 <하늘과 더불어>까지. 영화에 나오지 않았으나 영화를 보고 나면 동주의 시만큼 몽규의 작품도 좋고 궁금해져서 나눠본다.
< 술가락 >
- 송한범(송몽규 아명)
우리부부는 인제는 굶을 도리밖에 없엇다.
잡힐 것은 다 잡혀먹고 더잡힐 것조차 없엇다.
「아- 여보! 어디좀 나가 봐요!」 안해는 굶엇것마는 그래도 여자가 특유(特有)한 뾰루퉁한 소리로 고함을 지른다.
「………」 나는 다만 말없이 앉어 잇엇다. 안해는 말없이 앉아 눈만 껌벅이며 한숨만 쉬는 나를 이윽히 바라보더니 말할 나위도 없다는 듯이 얼골을 돌리고 또 눈물을 짜내기 시작한다. 나는 아닌게 아니라 가슴이 아펏다. 그러나 별 수 없었다.
둘 사이에는 다시 침묵이 흘럿다.
「아 여보 조흔수가 생겻소!」 얼마동안 말없이 앉아 잇다가 나는 문득 먼저 침묵을 때트렷다.
「뭐요? 조흔수? 무슨 조흔수란 말에 귀가 띠엿는지 나를 돌아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아니 저 우리 결혼할 때… 그 은술가락말이유」
「아니 여보 그래 그것마저 잡혀먹자는 말이요!」 내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안해는 다시 표독스운 소리로 말하며 또 다시 나를 흘겨본다.
사실 그 술가락을 잡히기도 어려웟다. 우리가 결혼할 때 저- 먼 외국 가잇는 내 안해의 아버지로부터 선물로 온 것이다. 그리고 그때 그 술가락과 함께 써보냇던 글을 나는 생각하여보앗다.
「너히들의 결혼을 축하한다. 머리가 히도록 잘 지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이 술가락을 선물로 보낸다. 이것을 보내는 뜻은 너히가 가정을 이룬뒤에 이술로 쌀죽이라도 떠먹으며 굶지말라는 것이다. 만일 이술에 쌀죽도 띠우지 안흐면 내가 이것을 보내는 뜻은 어글어 지고 만다.」 대개 이러한 뜻이엇다.
그러나 지금 쌀죽도 먹지 못하고 이 술가락마저 잡혀야만할 나의 신세를 생각할 때 하염없는 눈물이 흐를 뿐이다마는 굶은 나는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없이 「여보 어찌 하겟소 할 수 잇소」 나는 다시 무거운 입을 열고 힘없는 말로 안해를 다시 달래보앗다. 안해의 빰으로 눈물이 굴러 떨어지고 잇다.
「굶으면 굶엇지 그것은 못해요.」 안해는 목메인 소리로 말한다.
「아니 그래 어찌겟소. 곧 찾아내오면 그만이 아니오!」 나는 다시 안해의 동정을 살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없이 풀이 죽어 앉어잇다. 이에 힘을 얻은 나는 다시 「여보 갖다 잡히기오 발리 찾어내오면 되지 안겟소」 라고 말하엿다.
「글세 맘대로 해요」 안해는 할 수 없다는 듯이 힘없이 말하나 뺨으로 눈물이 더욱더 흘러내려오고잇다.
사실 우리는 우리의 전재산인 술가락을 잡히기에는 뼈가 아팟다.
그것이 운수저라 해서보다도 우리의 결혼을 심축하면서 멀리 ××로 망명한 안해의 아버지가 남긴 오직 한 예물이엇기 때문이다.
「자 이건 자네 것 이건 자네 안해 것-세상없어도 이것을 없애서 안되네」 이러케 쓰엿던 그 편지의 말이 오히려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런 숟가락이건만 내것만은 잡힌지가 벌서 여러달이다. 술치 뒤에에는 축(祝)지를 좀 크게 쓰고 그 아래는 나와 안해의 이름과 결혼 이라고 해서(楷書)로 똑똑히 쓰여잇다.
나는 그것을 잡혀 쌀, 나무, 고기, 반찬거리를 사들고 집에 돌아왓다.
안해는 말없이 쌀음 받어 밥을 짓기 시작한다. 밥은 가마에서 소리를 내며 끓고잇다. 구수한 밥내음새가 코를 찌른다. 그럴때마다 나는 위가 꿈틀거림을 느끼며 춤을 삼켯다.
밥은 다되엇다. 김이 뭉게뭉게 떠오르는 밥을 가운데노코 우리 두 부부는 맞우 앉엇다.
밥을 막먹으려던 안해는 나를 똑바로 쏘아본다.
「자, 먹읍시다.」 미안해서 이러케 권해도 안해는 못들은체 하고는 나를 쏘아본다. 급기야 두 줄기 눈물이 천천이 안해의 볼을 흘러 나리엇다. 웨 저러고 잇을고? 생각하던 나는 「앗!」하고 외면하엿다. 밥 먹는데 무엇보다도 필요한 안해의 술가락이 없음을 그때서야 깨달앗던 까닭이다.
<밤 >
- 꿈별(송몽규 필명)
고요히 침전(沈澱)된 어둠
만지울듯 무거웁고
밤은 바다보다 깊구나
홀로 헤아리는 이 맘은
험한 산길을 걷고
나의 꿈은 밤보다 깊어
호수군한 물소리를 뒤로
멀-리 별을 쳐다 쉬파람 분다
< 하늘과 더불어>
- 꿈별
하늘-
얽히여 나와 함께 슬픈 쪼각하늘
그래도 네게서 온 하늘을
알 수 있어 알 수 있어..
푸름이 깃들고
태양(太陽)이 지나고
구름이 흐르고
달이 엿보고
너하고만은 너하고만은
아득히 사라진 얘기를 되풀고싶다
오오- 하늘아-
모-든것이
흘러 흘러 갔단다.
꿈보다도 허전히 흘러갔단다.
괴로운 사념(思念)들만 뿌려 주고
미련도 없이 고요히 고요히...
이 가슴엔 의욕(意欲)의 잔재(殘滓)만
쓰디쓴 추억(追憶)의 反(반)추만 남아
그 언덕을
나는 되씹으며 운단다.
그러나
연인(戀人)이 없어 고독(孤獨)스럽지 않아도
고향(故鄕)을 잃어 향수(鄕愁)스럽지 않아도
인제는 오직-
하늘속의 내맘을 잠그고 싶고
내맘속의 하늘을 간직하고 싶어
미풍(微風)이 웃는 아침을 기원(祈願)하련다.
그 아침에
너와 더불어 노래 부르기를
가만히 기원(祈願)하련다.
몽규는 연희전문학교에 들어가 2등으로 졸업했다. 그 때 그는 분노할 때 분노하는 사람이었다. 2등 상이 어이없게도 대동아공영, 일본의 군국주의를 정당화하는 책이었고 받자마자 이따위 것을 상으로 준다며 집어 던져버렸다. 그것이 세상을 바꾸게 하지는 못했더라도, 그 자리에 있던 불편한 사람들의 마음은 아마 세상 속 시원하게 바꿔주었을 것이다. 동주와 일본으로 유학길을 떠날 땐 다시 교토제대에 합격했던 코스를 보면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은 얻을 수 있었던 능력자였다. 다만 동주와 마찬가지로 시대가 관여하는 일, 독립군 활동, 일본 내 유학생을 규합하려던 사건 등은 일이 목적대로 이뤄지는 것이 쉽지 않았을 뿐이다. 몽규는 영화에서 동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딪히고, 싸우고, 도전하며 멋진 형이자 동반자로 등장했다. 끝까지 동주보다 먼저 태어나 조금 늦게 세상을 떠났으니 참 인연은 인연이다. 그의 좋은 결과는 간략하게 설명하려 한다.
이 쯤되면 영화의 제목이 왜 <동주>여야만 했는지는 의문이다. 영화의 포인트 상으론 몽규도 같이 담겼어야 할 텐데 말이다. 게다가 왜 영화는 흑백이었을까. 어느 한 순간도 빠짐없이. 하지만 알 것도 같다. 영화를 보고 나면 동주, 몽규, 이렇게 성을 떼고 부르게 된다. 멀리 있는 분들이 가깝게 느껴진다. 동주는 윤동주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동주야, 하고 부르던 몽규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영화에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살아남아 동주의 시를 같이 고민하고, 동주의 시를 출간해준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동주는 대명사인 것이다. 마음의 색이 흑백으로 강제로 물들고, 모든 선택이 흑백같이 이분법으로 재단되던 시대에 좋은 과정을 보여주려 끊임없이 노력하고도 자신을 부끄러워했던 이들, 우리는 설사 모른다 하더라도 이토록 좋은 결과를 우리에게 이렇듯 감사하게 건네준 수많은 이들의 숨, 눈빛, 목소리, 마음이 담겨 있는 대명사. 들으면, 부르면 마음 한 켠이 욱신욱신해지는 그 모든 이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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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호>240억 제작비라는게 믿기지 않을 퀄리티 서사만 좀 좋았다면...
말도 많고 계획대로 안된 영화이긴 했지만 듣어 기나긴 시간을 뚫고 개봉하게 된 한국의 최초 우주SF영화 <승리호>가 넷플릭스를 통해서 공개가 되었습니다. 한국 SF영화라는 점에서 상당히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이기도 한데요. 확실히 영화 시작부터 한국 영화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한 CG를 통해서 우주와 영화 승리호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전체적인 영화 구도에 대해서는 리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겠지만 저는 일단 한국 영화 최초의 SF 장르라는 점에서 충분히 장점이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자세한 건 리뷰로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2092년, 지구는 병들고 우주 위성궤도에 인류의 새로운 보금자리인 UTS가 만들어졌다.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하는 조종사 ‘태호’(송중기) 과거,
우주 해적단을 이끌었던 ‘장선장’(김태리)
갱단 두목이었지만 이제는 기관사가 된 ‘타이거 박’(진선규)
평생 이루고 싶은 꿈을 가진 작살잡이 로봇 ‘업동이’(유해진).
이들은 우주쓰레기를 주워 돈을 버는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다.
어느날, 사고 우주정을 수거한 ‘승리호’는 그 안에 숨어있던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다.
돈이 절실한 선원들은 ‘도로시’를 거액의 돈과 맞바꾸기 위한 위험한 거래를 계획하는데…
영화 <승리호>전체적인 이야기를 먼저 살펴보면 작중 등장하는 세계관에서의 지구는 방사능으로 오염돼서 이제는 인간이 살수 없는 땅으로 등장하는데요. 그래서 우주로 이민해서 생활하는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게 바로 UTS입니다. 하지만 우주 위성 궤도인 UTS는 오로지 부유층 즉 계급이 높은 사람들만 살수 있는 사람이었고 UTS 시민은 5%밖에 되지 않죠. 나머지 95%는 지구에서 살고 있거나 다른 우주정거장에서 생활하면서 하루하루 벌어가고 있는 하층민이죠. 그중에서 작중 주인공이 되는 태호를 비롯한 장선장, 타이거 박, 업동이의 승리호가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데 이들은 우주쓰레기를 주워다가 파는 청소선입니다. 그렇게 이들은 여느 때나 다름없이 우주쓰레기를 줍고 있는데 이들이 주운 우주적 쓰레기 안에 한 아이가 숨어있었고 이 아이의 이름은 도로시로 대량상무기라는 걸 알게 되는데요. 그렇게 이들은 그 아이를 비싼 돈에 팔아넘기려고 하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화려한 CG"
제작비 240억
일단 영화 얘기에 앞서 이번 영화<승리호>의 화려한 CG에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는데요. 과장을 조금 보태서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할리우드 우주SF영화와 비교하더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우리 한국 CG의 기술력에 놀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승리호의 메이킹 영상을 보면 작중 등장하는 모든 장면들이 CG로 만들어진 세상이라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실제로 배우들도 연기하면서 실제 영화 장면들을 상상하면서 연기를 했다고 하니 이번 영화 <승리호>얼마나 많은 CG 작업이 들어갔을지 상상이 안될 정도더라고요. 무엇보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승리호와 다른 쓰레기 청소선과의 대결 장면은 가장 멋진 장면이 아니었나 싶기도 해요.
영화 승리호의 제작비에 대해서는 이미 개봉 전에도 알려진바라서 어느 정도 프레임을 끼고 보기도 했는데 만약에 240억이라는 제작비를 알리지 않고 저에게 물어봤다면 저는 아마 더 많은 제작비로 부르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도 그럴게 한국 영화 중에서 가장 제작비가 높은 설국열차를 제외하더라도 약 300억 가량 투자한 영화가 <백두산>, <군함도>, <디 워> 등을 생각하면 이번 영화 승리호는 240억이라는 제작비임에도 단연 1순위로 화려한 CG를 보여준 작품이 아니었나 싶네요.
"한국의 우주 SF영화"
새로운 장르의 시작
CG의 장점을 제외하더라도 영화 <승리호>는 한국 영화 최초 우주 SF 영화라는 타이틀에도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지금까지 한국 영화는 장르 영화에 대해서 다양한 도전을 보여주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승리호라는 장르 영화의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받아 마땅하다고 판단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죠. 그렇다고 한국 영화의 장르 영화에 도전을 하지 않은 건 아니긴 해요. 크리처 영화로서 <7광구> 그리고 <미스터 고>라고 하는 CG가 많이 들어간 작품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장르 영화의 도전은 흥행에 실패하면서 장르 영화의 발전은 없다시피 했지만 한국 최초의 좀비 영화<부산행>으로 다시금 장르 영화의 성공으로 인해 지금 현재는 다양한 영화가 등장하고 있죠.
이런 점에서 보았을 때 승리호는 상당히 도전적인 시도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절대 제작될 수 없다고 생각했던 SF 장르를 만들어냈으니 그 시작만으로도 이제는 한국에서 더 다양한 장르 영화의 시도를 예상해 볼 수 있으니 말이죠. 만약에 결과도 좋다면 더욱 좋은 상황이기도 하고요.
"적절히 감동 섞인 이야기"
특별함 없는 이야기
본격적으로 영화 이야기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영화<승리호>는 CG와 한국 최초 우주 SF 영화라는 점을 제외하면 그렇게 특별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품은 아니에요. 일단 작중 등장하는 이야기는 작중 등장하는 승리호 선원들이 어느 날 자신들이 주운 쓰레기 우주성에서 숨어있는 아이가 뉴스에 등장한 대량살상무기 도로시라는 걸 알게 되고 그 아이를 비싼 돈에 팔기 위해서 도로시를 필요로 하는 자에게 팔아넘기려 하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승리호 선원들과 도로시와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사실 도로시는 대량살상무기가 아니라 지구를 지킬 수 있는 중요한 아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적대되는 세력과 싸우면서 생기는 전형적인 선과 악의 구도로 그려진 특별한 이야기를 보여주지는 않아요. 다른 관점으로 본다면 우리나라 영화의 전형적인 감동 이야기인 거죠.
"이색 or 무색 캐릭터들"
특별함 없는 이야기
영화 <승리호>에서 가장 아쉽다고 느껴졌던 부분은 바로 캐릭터입니다. 전체적인 이야기가 단순한 구도를 띄고 있다 하더라도 캐릭터가 매력적이면 재밌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영화 승리호에서 캐릭터적인 부분에서는 매력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작중 초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정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처럼 막무가내 캐릭터를 그리면서 그러한 캐릭터들이 사건을 해결한다는 구도를 원했지만 중후반부도 넘어가면서 승리호 선원들의 과거사 그리고 서사를 풀면서 이색적인 캐릭터가 무색으로 변해버립니다. 그냥 작중 등장하는 캐릭터는 좋은 사람이었던 거죠.
하지만 저는 작중에서 가장 문제라고 생각되는 캐릭터는 바로 메인 빌런 UTS 설립자 설리번을 포함해서 그 외적인 캐릭터들이라고 생각되는데 영화 승리 호의 이야기에서 도로시(꽃님이)와 승리호 선원들을 둘러싼 이야기만을 전개하면서 외적인 부분에 한해서는 디테일이 상당히 부족한데요. 그로 인해서 조연들의 캐릭터의 개연성, 당위성이라는 게 부족해요. 특히나 설리번의 경우에는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권선징악의 악으로 일회성 캐릭터로 버려진다는 게 상당히 아쉽더라고요.
" 시리즈 영화? "
깊이가 너무나도 약한데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영화<승리호>에서 가장 기대했던 포인트는 우리나라 한국 영화에서 오리지널 시리즈 영화가 탄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실제로 영화<승리호>의 기획 단계에서 이미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제작한 영화라고 했는데 그런 것치고는 세계관의 깊이가 상당히 약하지 않나 싶어요. 일단 기본적으로 승리호 세계관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SF 우주영화들과 비교한다면 그 규모가 생각보다 좁다고 생각이 드는 게 <스타워즈>,<스타트렉> 등과 같은 영화들과 비교한다면 영화 승리호의 세계관은 태양계 그중에서도 그냥 화성까지 밖에 다루지 않는 수준으로 나옵니다. 그런 걸 생각한다면 더 이상의 세계관 확장은 어디까지 갈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죠.
세계관을 떠나서 어떻게 보면 작중 세계관에서 가장 이야기를 잘 뽑아낼 수 있는 UTS 시민과 이 시민 즉 계급사회로 인해서 이뤄지는 이야기들을 더 다루면 좋았을 텐데 설리번의 폭로와 죽음으로 이마저도 이미 1편에서 해결된 상황이죠. 그렇게 된다면 만약에 2편이 제작된다고 한다면 1편에서 나름 떡밥으로 남겨진 태호의 딸 순이와 꽃님이의 나 로봇인데 과연 이 둘의 설정으로 뽑아낼 수 있는 이야기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밖에 들지 않는 영화였던 것 같아요.
" 글로벌한 느낌 "
영화 <승리호>를 보면서 한국 영화의 CG 기술력에도 놀랐지만 일단 그보다 더 영화가 상당히 글로벌했다는 게 나름의 재밌는 관점 포인트가 아니었나 싶어요. 승리호가 중국 자본이 들어간 영화라고 해서 혹시 중국이 스토리에 가미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을까 싶었는데 작중 등장하는 중국인은 또 다른 쓰레기 청소선 중에 하나였고 그뿐만 아니라 정말 여러 나라 국가가 등장해서 자기 나라 언어들을 하면서 서로 얘기를 한다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작중 세계관에서는 통역기를 통해서 얘기하는 거로 묘사되면서 말이죠. 그런 와중에 한국말도 들리니까 한국 영화가 아니라 글로벌한 영화라고 하고 싶기도 하고요.
" 한국의 퀄리티 "
솔직히 영화<승리호>는 무조건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아니에요. 일단 기본적으로 영화의 CG 퀄리티, 한국의 SF 우주영화라는 프레임을 제외하고 본다면 서사에 한해서는 너무나도 단순하고 어떤 면에서는 개연성마저 무너진 부분도 많으니까요. 그렇기에 영화 <승리호>의 유일한 관점 포인트는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서 평가가 극명하게 나뉠 것 같아요. 이야기를 중요시 여긴다면 영화 <승리호>는 지금까지 우리가 한국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과 비슷할 테이고 그게 아니라면 평작 수준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싶네요.
정말 기대한 만큼이나 아쉬운 점도 많은 영화 <승리호>를 리뷰해보았는데요. 정말 뜯어보면 뜯어볼수록 아쉬운 점만 남게 되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어요. 더 좋은 방향으로 갈수 있는 영화일 수도 있는데 말이죠. 그럼에도 한국 영화 최초 SF 우주영화라는 점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화려한 CG를 보여준 데에 한해서는 그저 감탄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이러한 영화를 일단 극장에서 볼 수 없다는 게 어느 한편으로는 또 아쉽기도 하네요. 앞으로 승리호가 어떤 평가를 받고 많은 사람들에게 모을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시리즈 영화로서의 시작은 개인적으로 가능성이 커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상 영화<승리호>리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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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백하게 그려낸 우정의 곡선
퍼스트 카우 (First Cow, 2019)
개봉일 : 2021.11.04. (한국 기준)
감독 : 켈리 라이카트
출연 : 존 마가로, 오리온 리, 린 어벌조노이스, 토비 존스
담백하게 그려낸 우정의 곡선
최근엔 역동적이거나 무게감 영화를 주로 접하며 감정과 체력을 쭈욱 소모해왔는데, 오랜만에 정말 고요하고 부드러운 영화, <퍼스트 카우>를 만났다.
<퍼스트 카우>는 19세기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한, 두 남성의 순도 높은 우정을 그린 영화다. 처음 영화 정보를 접했을 때, 19세기 서부 개척 시대가 배경이라기에 나는, 당연하게도 카우보이와 총, 사나이들의 대결, 무법자들. 그리고 <장고:분노의 추격자> 같은 영화의 분위기를 떠올렸다. 내가 서부 영화를 잘 모르는 탓도 있겠지만, 보통 서부영화라 하면 이런 느낌을 떠올리지 않나?..
근데, <퍼스트 카우>는 진득한 발차기로 내 예상을 저~멀리 걷어냈다.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지옥의 격언> 중 일부인 “새에게는 둥지, 거미에게는 거미줄, 인간에겐 우정을”이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주인공 쿠키와 킹 루의 우정을 아주 진하고 담백하게 담아낸다.
퍼스트 카우 시놉시스
19세기 서부 개척 시대, 사냥꾼들의 식량을 담당하는 쿠키는 표적이 되어 쫓기는 킹 루를 구해준다. 몇 년 후 정착한 마을에서 재회한 이들은 마을의 유일한 젖소의 우유를 훔쳐 빵을 만들어 돈을 벌기로 하는데… “우리에게는 지금이 기회야”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영화 중 첫 번째
<퍼스트 카우>는 켈리 라이카트 감독 작품 중, 국내에 정식 개봉하는 첫 번째 작품이다. 사실 처음 <퍼스트 카우>라는 영화에 눈길이 가게 된 건, <문라이트>,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제작사로 유명한 A24가 제작한 신작이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감독의 이름은 다소 낯설었지만, 소위 ‘영화 보는 눈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제작사에서 나온 영화라 하니 일단은 기대가 됐다. 그리고 이 영화는 나의 기대감을 제대로 충족시켜 주었다. 무해하고, 부드럽고, 따뜻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든 생각인데,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작품도 연이어 더 많이 수입되었으면 좋겠다. 셀린 시아마 감독이 <타.여.초>를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 이름을 알린 후, <워터 릴리스>, <톰보이>, <걸후드>가 연이어 개봉했던 것처럼 말이다. 구석진 곳까지 훑어내는 꼼꼼하고 따뜻한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시선이 참 좋아서, 그녀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졌다. 현재 네이버를 통해 구매가 가능한 작품도 2편 있던데.. 올해 안에 꼭 보는 걸로.
새로운 서부영화의 매력
서부영화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총과 인물들의 대결구도, 액션 요소들을 깔끔하게 털어낸 <퍼스트 카우>는 서부 영화라기보단 서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인간의 우정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4:3의 다소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화면과 움직임 없는 카메라. 그 안을 가득 채우는 푸릇한 자연의 풍경과 인물들의 숨소리. 영화가 끝났을 때 옆좌석 어딘가에선 “이거 완전 자연 다큐멘터리다.”라는 감상평이 들리기도 했다. 그만큼 이 영화의 모든 순간이 자연스럽고 또 아름답다.
<퍼스트 카우>는 아슬아슬한 사건과 신경 써 만들어낸 리듬감 같은 것에 힘을 주지 않는다. 작품 밖의 인물이 앞서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려고 한다기보단, 그저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다. 특정한 배경 안에서 살아 숨 쉬는 두 주인공은 아주 천천히 극을 이끌어가고, 나는 서서히 그 안으로 스며들었다.
척박한 개척지에서 피어난 우정과 신뢰
이제 막 새로운 개척지가 생겨나고, 내가 살아갈 자리 하나를 꿰차는 게 모두의 목표였던 '서부 개척 시대'. 친구와 우정 같은 것을 챙길 틈 없이 부지런히 내 이득을 주워 담고 다녀야 했던 그 시대적 배경 속에서 우연한 기회에 만난 쿠키와 킹 루는 서로에게 대가 없는 선의를 베풀고, 요란하진 않지만 깊은 우정을 나눈다.
결과를 위해 과감하게 행동하고 투자하는 킹 루와 한 수 앞을 더 대비해야 한다며 신중을 기하는 쿠키. 중국 출신으로 그 당시 오리건 주 근방에서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도전이었던 킹 루와 가족의 부재를 딛고 성공하기 위해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는 유대인 쿠키. 킹 루와 쿠키는 사회적으로 큰 파워를 갖지 못하는 출신을 가졌지만, 꼭 성공해 호텔과 빵집, 농장을 갖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킹 루가 벼랑 끝에 몰렸을 때, 우연히 짧은 만남을 갖게 된 두 사람은 차후 새로운 정착지에서 운명적으로 다시 마주하게 된다. 둘은 그렇게 동거를 시작하고, 아주 각별한 친구 사이가 된다. 쿠키와 킹 루 사이에 많은 말이 오가진 않지만, 그들의 군더더기 없는 몸짓에서, 불안함 없이 고정되어 있는 눈빛에서 깊은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엔 두 사람 중 누구든 언제든 떠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들의 우정은 내 예상보다 두터웠다.
지금도, 앞으로도 함께. 변치 않는 우정
이야기는 천천히 흘러가고 인물들은 감정을 나눈다. 그들을 둘러싼 자연과 시간은 정직하게 흘러간다. 그 사이 킹 루와 쿠키는 도망쳐온 과거를 터놓고, 함께 이뤄나갈 미래를 이야기한다. 과거엔 사회적 약자이자 쫓기는 처지였지만, 각박한 사회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해 줄 친구를 만난 쿠키와 킹 루는 새로운 기회를 잡으려 한다.
마을 유일의 소는 두 사람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자 위험한 도박이었다. 성공이, 새로운 개척지로의 출발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순간, 팩터 일행에게 쫓기던 두 사람은 절벽 앞에서 탈출의 갈림길을 마주한다. 의외였다. 이대로 끝인가 싶었는데, 그들은 다시 함께 살았던 오두막으로 돌아와 어깨를 맞대고 새로운 길로 향한다.
꿈을 이루는 것도,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는 것도 해내지 못했지만, 품고 있던 꿈만큼이나 빛나는 우정을 가슴에 품고 두 사람은 그대로 잠이 든다. 그리고 그들의 흔적은 변치 않고, 아주 먼 훗날까지 남아 꽃과 함께 아름답게 장식된다.
서로를 향했던 조용한 시선, 뚝뚝한듯하지만 배려가 담겼던 손길, 친구의 지친 어깨를 끌어올려 주던 팔, 맞잡은 손. 우정을 표현하는 이 모든 것들이 잔잔하게 빛나던, 따뜻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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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5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최근 국내외 영화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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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송중기, 영화 <화란> 긍정 검토
ⓒ 하이스토리 디앤씨
배우 송중기가 영화 <화란> 출연을 제안 받고 긍정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하는 위태로운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느와르 영화이다.
CGV, 어른들을 위한 장르 영화 기획전 개최
ⓒ CGV
CGV에서 6월 30일부터 7월 20일까지 3주간 어른들을 위한 장르 영화 기획전 'Cinema Adult Vacation'을 연다고 한다.
<레베카>, <펄프 픽션>, <레 드 로켓> 등 국내 미개봉작을 포함한 총 14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제 1회 청룡 시리즈 어워즈, 국내 최초 OTT 콘텐츠 시상식
ⓒ 청룡시리즈어워즈
국내 최초로 OTT 시리즈 콘텐츠 시상식인 청룡시리즈어워즈가 내달 19일 개최한다.
넷플릭스, 디즈니+, 시즌, 왓챠, 티빙 등 한국에서 서비스되는 콘텐츠를 대상으로 한다.
작품상, 남녀주연상, 남녀조연상, 예능인상 등 총 13개 부문에서 시상이 열린다.
마녀2, 11일만에 손익분기점 넘기다
ⓒ 네이버 영화
박훈정 감독의 영화 <마녀2>가 개봉 11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27일 기준, <마녀2>의 누적 관객 수는 224만 1,523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디즈니 + 진심 하우스, 체험형 팝업 하우스 오픈
ⓒ 디즈니+ 진심 하우스
디즈니+ 콘텐츠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팝업 하우스를 홍대에 오픈했습니다.
보고 싶은 콘텐츠를 고르면 아이패드와 헤드셋을 제공해준다고 합니다.
해외
엘비스, 3050만 달러 돌파
ⓒ 네이버 영화
오스틴 버틀러 주연의 영화 <엘비스>가 북미 주말 매출액을 3050만 달러(한화 약 392억 달러)를 돌파하였다.
<엘비스는> 7월 13일에 국내 개봉 예정이다.
기묘한 이야기,윌 생일 변경 검토 중
ⓒ 넷플릭스
시즌 2 에피소드에서 언급된 윌의 생일로 시즌 4의 특정 장면이 다르게 해석되자,
더퍼 형제는 윌의 생일을 배우 입 모양에 맞춰 3월 22일에서 5월 22일로 바꿀 생각이라고 밝혔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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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답게 살기 위하여
스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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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운칠기삼(運七技三)이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내가 노력한 만큼의 보상을 받는다면 그건 굉장히 운이 좋은 일이다.
마이클 샌델도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그렇게 말한다.
반대로, 열심히 살지 않았다고 해서 인간답게 살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공정하지 못함에 분노하지만, 만약 그 불공정이 자신에게 이익을 가져다 준다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운이 좋았다며 겸양의 미덕을 보일지도 모른다.
40년 동안 목수로 일해온 댄은 누구보다 열심히 산 사람이다.
안타깝게도, 열심히 한 만큼의 대가가 돌아온 것 같지는 않다.
우선 치매를 오래 앓은 아내의 병원비를 대느라 돈이 하나도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심장병 때문에 일을 더 할 수도 없다.
이제 나라의 복지에 기대야 할 상황이다. 의사는 질병수당을 신청하라고 했지만 반려되었다.
질병수당 대신 실업수당을 신청하려고 했으나 40년 동안 나무만 만진 사람이 갑자기 컴퓨터로 문서를 제출하기는 쉽지 않다.
전화로 물어보고 싶은데 대기 시간만 50분. 대기 중에도 요금은 책정된다.
구직활동은 건강 문제로 불가하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적극 활용하라는 정부의 지침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업수당도 못 받는다.
옆집 청년은 중국산 나이키 신발을 되팔아서 돈을 번다. 젊은 사람은 저런 식으로도 돈을 버는데 댄에게는 복지 수당을 받는 것조차 너무 버겁다.
집에 있는 가구들을 하나씩 팔아가며 그나마 버티고 있다.
구직을 해야 하지만 약속 시간에 늦었다는 이유로 상담이 거절된 케이티는 두 자녀를 데리고 이민온 미혼모다.
케이티와 그의 아이들은 인간의 기본적인 의식주도 갖추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겨우 얻은 집은 촛불로 난방해야 할 정도로 형편 없고,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아이들에게 줘야 할 통조림을 먹고 죄책감에 오열할 정도로 먹을 게 없다.
센터에서 댄을 만난 이후 댄에게 조금씩 도움을 받는다. 40년 경력의 목수 댄은 집도 척척 고쳐주고 아이들에게 장난감도 만들어준다.
한편, 당국의 부당한 대우와 부조리한 복지 제도에 분노한 댄은 다 필요없다며 질병수당 명단에서 자신을 제해줄 것을 요청한다.
그러고는 건물 밖 담벼락에 페인트로 쓴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댄의 그래피티 퍼포먼스에 사람들은 환호하지만 어쨌든 범법이므로 댄은 연행된다.
이후 집 안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좌절하고 있는 댄에게 케이티가 찾아온다.
도움을 받았으니 댄을 돕겠다는 것. 법과 제도가 할 수 없는 일을 인간은 한다.
케이티는 결국 구직도 하지 못하고, 밑창이 떨어진 운동화를 신는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는 아이들 때문에 성매매에 뛰어든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핼리가 그랬던 것처럼. 이들을 함부로 비난할 수 없다.
사실 기회마저도 운이다. 기회가 있는데 왜 잡지를 못하냐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기회가 온다고 다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한 사람을 이해하는 건 얼마나 어려운가. 앞뒤상황 맥락없이 비난하는 건 또 얼마나 쉬운가.
댄은 케이티를 어둠 속에서 끌고 나온다.
케이티는 댄의 질병수당 심사 항고에 동행한다. 질병수당을 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이야기를 가장 비극적으로 만드는 방법이 무엇인가. 주인공이 성공을 눈앞에 두고 허무하게 죽어버리는 것이다.
댄은 화장실에서 심장마비로 죽는다.
케이티는 그가 심사에서 낭독하려고 했던 선언문을 결국 그의 장례식에서 읽는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한 사람의 시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다니엘 블레이크의 죽음 이후로 바뀐 것이 있을까. 당사자의 죽음으로 항고는 기각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 이후, 케이티의 삶이 조금은 나아졌기를, 댄과 비슷한 입장에 놓인 사람들이 복지 혜택을 받기가 조금은 편해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선별적 복지제도는 복지를 받아야 할 사람이 내가 얼마나 불쌍한지 증명해야 하고, 증명하지 못하면 자격을 박탈당하기 마련이다.
내가 얼마나 비참한지를 잘 설명해야만 혜택을 받는다.
그래도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 '젊었을 때 돈 좀 벌지. 남들 돈 벌 때 뭐 했냐', '노력을 안 하니까 저렇게 사는 거다', 또는 '난 저렇게 살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만 같아 씁쓸하다.
*
스마트폰 없는 사람에게, 컴퓨터 못 만지는 사람에게 너무도 가혹한 세상이다.
마르크스가 노동과 자본에서 인간의 소외를 말한 지가 벌써 200년이 다 되어 간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간소외는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다. 인간의 노동력이 필요하지 않은 세상이 코 앞에 있다.
모든 것을 돈으로 보는 세상이 숨막힌다. 모든 가치의 척도가 돈이다.
가난하다고 해서 인간성을 잃어야 할 이유는 없다.
매년 겨울마다 생각한다. 길거리에 노숙자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재기를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고 해서 겨울에 얼어 죽어야 할 이유는 없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 선별적으로 급식 카드에 돈을 받고, 돈까스 하나 먹었다고 비난받아야 할 이유도 없다.
우생학이 따로 있는가. 예전에는 종의 개량이었다면, 이제는 돈을 잘 버는 인간만 살아남아라, 하게 된 것뿐이다.
아무튼 이 영화는 인간에 관한 이야기다.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 마지막 문장을 떠올려 본다.
"아 바틀비여, 아 인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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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올드 오크 - 희망은 믿음 위에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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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북동부의 폐광촌에서 오래된 펍 ‘올드 오크’를 운영하는 ‘TJ’는 어느 날 마을로 들어선 낯선 버스에서 사진작가가 꿈인 소녀 ‘야라’를 만난다
마을 주민들은 불쑥 찾아온 ‘야라’네 가족과 다른 사람들을 반기지 않지만 ‘TJ’와 ‘야라’는
‘올드 오크’에서 특별한 우정을 쌓아가는데···
“중요한 건 무언가를 함께 한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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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의 반전의 반전이 살아 있는 19금 스릴러 / 기생충 같은 집? / 생각보다 높은 수위 / 한 명만 다 나옴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히든페이스"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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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토토리! 우리 둘만의 여름> 티저 예고편
아름다운 대자연으로 캠핑 여행을 떠난 ‘베가’와 ‘빌리’.
5살 나이에 딱 걸맞게 모든 게 신나기만 한 ‘빌리’와 달리,
9살 나이에 걸맞지 않게 어른스러운 ‘베가’는
병원에 있는 엄마의 특명을 받아 아빠와 동생 챙기기에 바쁘다.
그런데 아뿔싸! 아빠가 강가 바위 틈으로 추락했다!
아빠를 구하기 위해 왔던 길을 거슬러 가보지만,
곧 드넓은 숲속에서 길을 잃고 만다.
모든걸 포기하고 싶은 그 순간, 떠오른 엄마의 한마디.
“포기할 거야? 아니면 슈퍼히어로가 될 거야?”
내 안의 슈퍼파워를 깨우는 마법의 주문!
다 함께 외쳐봐! 토~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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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질> 메인 예고편
배우 황정민 '인질'로 잡혔다!
평소와 똑같던 어느 새벽,
서울 한복판에서 증거도, 목격자도 없이 대한민국 톱배우 '황정민'이 납치된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 속
살기 위한 극한의 탈주가 시작되는데…
관객들을 사로잡을 리얼리티 액션스릴러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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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 둘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이번 주 개봉, 공개 예정인 작품들을 소개해드릴 예정인데요.
11번째 한국을 방문한 톰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이 오는 12일 개봉한다고 합니다. 사전 시사회 역시 열기가 뜨거웠는데요. 이번주 개봉작 같이 보실까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Mission: Impossible - Dead Reckoning - PART ONE
ⓒ 네이버영화
개요: 액션, 모험 | 미국 | 163분
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
출연: 톰크루즈, 헤일리 앳웰, 빙 라메스 등
개봉: 2023.07.12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가장 위험한 작전, 그의 마지막 선택 모든 인류를 위협할 새로운 무기를 추적하게 된 에단 헌트(톰 크루즈)와 IMF팀은 이 무기가 인류의 미래를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전 세계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가운데, 이를 추적하던 에단 헌트에게 어둠의 세력까지 접근하고 마침내 미스터리하고 강력한 빌런과 마주하게 된 그는 가장 위험한 작전을 앞두고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의 생명과 중요한 임무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CINE PICK!
영화 ‘미션임파서블: 데드레코닝 파트원’(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이 12일 개봉을 앞두고 압도적인 예매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전 예매량만 16만이 팔렸으며 이전 톰크루즈의 작품 <탑건: 매버릭> <미션임파서블: 폴아웃>을 넘어선 수치입니다. 엘리멘탈 이후 극장가에 또 다른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가 되는 영화입니다.
조디악
Zodiac
ⓒ 네이버영화
개요: 범죄 | 미국 | 157분
감독: 데이비드 핀처
출연: 제이크 질렌할, 마크 러팔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재개봉: 2023.07.12.
배급: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시놉시스
1969년 샌프란시스코의 신문사 앞으로 날아온 연쇄살인범의 편지와 암호문. 그렇게 세상을 공포로 몰아넣고 홀연히 사라져 버린 '조디악 킬러'. 하지만 이 희대의 살인마를 잊지 않은 사람들의 인생을 건 추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CINE PICK!
조디악 사건을 다룬 영화는 꽤 많지만, 실화를 충실히 다루며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은 작품입니다.
2007년 제60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진출했으며, 많은 걸작들이 있지만 조디악은 데이비드 핀처의 영화 중 꼭 봐야 하는 영화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꽤 긴 러닝타임을 하고 있지만 봉준호 감독님은 이에 대해 "느리게 서서히 스며드는 결코 서두르지 않는... 천천히 스며드는 공포감과 무력감 같은 게 있어요. 흔하게 겪을 수 있는 영화적 체험은 아닌 거 같아요"라고 말을 덧붙인 바 있습니다.
디어 마이 러브
My Sailor, My Love
ⓒ 네이버영화
개요: 멜로, 로맨스 | 핀란드, 아일랜드, 벨기에 | 103분
감독: 클라우스 해로
출연: 제임스 코스모, 브리드 브레넌 등
개봉: 2023.07.12.
배급: ㈜뮤제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아일랜드의 바닷가 마을, 딸 ‘그레이스’가 소개한 가사도우미 ‘애니’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 ‘하워드’ 두 사람은 삶도 사랑도 처음인 것처럼 서로에게 빠져든다. 하지만 둘의 관계를 인정할 수 없는 딸 ‘그레이스’는 ‘애니’에게 아버지를 떠나 달라 부탁하는데...
CINE PICK!
은퇴한 선장 그리고 가사도우미로 만난 두 사람이 바닷가 외딴집에서 다시 삶과 사랑을 시작하는 영화 <디어 마이 러브> 핀란드 감독 클라우스 해로가 <원스> <내 사랑> 제작진과 만나 아름다운 아일랜드 바닷가 풍광을 배경으로 애틋한 러브 스토리를 담아내었다고 합니다. 인생 막바지에 찾아온 두 남녀의 순수한 사랑에 로튼토마토 100%를 기록하며 전 세계 관객들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작은 정원
Little Garden
ⓒ 네이버영화
개요: 다큐 | 한국 | 86분
감독: 이마리오
출연: -
개봉: 2023.07.12.
배급: (주)시네마달
시놉시스
“평균 나이 75세, 영화 좀 찍는 언니들이 온다!” 강릉의 대표적인 구도심 명주동의 이웃 모임 ‘작은 정원’ 언니들은 3년간 배워오던 스마트폰 사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영화를 찍기로 마음먹는다. 평균연령 75세,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단편극영화 <우리동네 우체부>가 영화제에 초청이 되고 수상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다큐멘터리 영화 만들기이다! 과연 언니들은 다큐멘터리를 완성할 수 있을까?
CINE PICK!
이마리오 감독이 연출한 이 다큐멘터리는 강원도 강릉시 명주동에 사는 할머니 8명이 단편 극영화 한 편과 장편 다큐 한 편을 제작하는 이야기를 담아내었습니다. 할머니들의 모임 이름인 <작은 정원> 모임은 2011년 텃밭 가꾸기를 함께하며 만들어져 2016년부터 지역 영화인들이 결합하면서 스마트폰 사진 촬영과 영화 제작을 배우는 모임으로 발전했다고 합니다. 이후 제작한 영화들이 서울노인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고, 이마리오 감독은 "노년의 삶을 풍요롭게 하려면 공동체도 필요하다... 영화 제작은 그들이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매개체가 된다"라고 말을 덧붙였습니다.
극장판 피노키오 위대한 모험
Pinocchio: A True Story
ⓒ 네이버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가족, 판타지, 모험 | 헝가리 | 84분
감독: 바실리 로벤스키
출연: -
개봉: 2023.07.13.
배급: 와이드 릴리즈㈜, 태양미디어그룹
시놉시스
외로이 살던 제페토 할아버지가 남자아이 모습의 나무 인형을 만들고 피노키오라는 이름을 붙이고 함께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을 구경하고 싶던 피노키오는 우연한 기회에 서커스단과 함께 공연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벨라’라는 친구를 만나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은 진짜 사람이 아니라 ‘벨라’의 관심을 받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좌절하고 그녀에게 인정받는 진짜 인간이 되기 위해 위대한 모험을 떠난다! 피노키오는 과연 진짜 인간이 되어 ‘벨라’의 사랑을 얻을 수 있을까?
CINE PICK!
피노키오의 위대한 모험을 담아낸 영화 <극장판 피노키오 위대한 모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떠나는 피노키오의 위대한 모험을 그린 작품입니다. 공개된 포스터는 영화의 주인공인 피노키오를 중심으로 각각의 캐릭터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피노키오’는 유쾌하고 즐거운 성격의 사람이 되고 싶어 모험을 떠나는 목각 인형이고 유머러스하고 말이 빠른 말 ‘티볼트’ 그리고 마음에 늘 그늘이 있는 피노키오가 사랑하는 ‘벨라’, 피노키오를 만들어서 아들로 여기는 자상한 ‘제페토’ 할아버지까지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이 모여 만들어낼 이야기는 관객들의 큰 호응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다섯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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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욱신욱신하는 모든 이의 이름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지금 우리의 의학발전은 인정하기 싫게도 과거 사람들에게 행해진 생체실험 덕분이라는 말이었다. 그래, 인정하기 싫게도, 맞는 것도 같다. 수많은 이에게 규칙적으로 바닷물 주사를 투여하지 않았다면 비브리오 패혈증의 존재는 보다 늦게 알려졌을 것이다. 바닷물이 혈액을 대신 할 수 있다는 거짓으로 판명된 가설 대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지금은 인간에겐 하진 않고 실험용 동물을 쓴다. 매정하게 말하자면 과정은 비인간적이었으나 결과는 인간을 위하는 것일 때도 있다. 그 판단을 어떤 사람도, 어떤 시대도 쉽게 내릴 수는 없다. 우리는 시대 아래서 자유롭지 못하다. 시대가 펼쳐놓은 판에, 말이 되어 이리저리 움직인다. 시대가 만약 신이라면 참 체계적인 큰 손이 아닐까. 때맞춰 부딪히는 이념을 널어두고, 갈등을 만들어내면서 사람을 시험한다. 우리는 시험당하고 시험하는 존재이다. 태어날 때도 내 원이 아니었건만 사는 것도 내 원이 아닌 바에야 이게 대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러나 '소용'은 애당초 성립되지 않는 말이다. 쓸모가 있고 득이 되는 것. 살아가는 것은 쓸모와 득으로는 나눌 수 없는 것이다. 영화 <동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게 그 말을 속삭이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말했다. 일제강점기 하에서 윤동주와 송몽규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윤동주는 당대에는 빛을 발하지 못했으나 그의 시는 대대손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오래오래 남아있다. 송몽규는 일제강점기에서 열심히 앞장서 싸웠으나 결국 이름 하나 남기지 못했던 사람이라고. 이준익 감독 또한 윤동주는 과정은 좋지 않지만 결과가 좋았고, 송몽규는 결과는 없지만 과정은 훌륭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윤동주의 아름다운 결과와 함께 과정이 아름다웠던 송몽규를 함께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름을 훗날 길이길이 남기는 것은 누구나 꿈꾸는 일이다. 내 이름이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 칭송을 받는다면야 그보다 좋을 일은 없다. 그러나 동주와 몽규가 그랬을까. 둘이 그 말을 들으면 어떻게 반응할지 상상해보았다. 동주와 몽규에게만은 적어도 과정과 결과, 그런 이분법을 두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의문이다. 그게 영화에서 불편하던 포인트였던 것 같다. 그건 마치 영화 구석구석 드러나던 선택지와 같다. 처음 영화 시작부터 나타났던 신앙과 공산주의에 대한 고민. 일본순사가 교실을 박차고 들어와 내밀던 개인주의냐 전체주의냐, 일본사람이냐 아니냐, 하던 불편한 선택지. 혹은 아버지가 내미는 진로선택의 일침과도 같았다. 이과냐, 문과냐. 문학을 공부하는 것이 무슨 쓸모냐 의사가 되어 사람을 구하는 것이 쓸모지. 마지막 자기 확신에 빠져 있는 일본 취조인의 이야기와도 같다. 야만이냐, 문명이냐. 국제법에 대강 끼워맞춰서 자발적인 듯 보이게 진술서를 받으면 문명이고, 그런 것조차 모르는 무지한 조선인은 야만이고. 이분법은 수많은 경우와 변수를, 이야기의 목을 댕강 잘라버린다. 마찬가지다. 과정과 결과는 그들이 원하지 않았을 이분법이다. 무엇이 과정이고, 무엇이 결과인가. 나에겐 동주와 몽규 모두 과정도 좋았고, 결과도 좋았다. 평생을 애써 자신이 뜻하는 바에 다가가려한 과정이 훌륭하다. 한스럽게 숨을 거뒀지만 이렇게 지금 다시 살아나 남은 우리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게 하는 결과가 훌륭하지 않은가.
아주 확고하게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동주는 몽규의 그림자이자 2인자였다. 마지막엔 무려 동주가 절규하면서 몽규의 그림자인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정말 그런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동주가 수동적이며, 재능이 없고, 목적과 이유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동주는 몽규에 비해 수동적인 것처럼 보인다. 동주가 먼저 몽규를 부르지 않는데 비해 몽규는 영화 내내 '동주야'하면서 그를 부른다. 가장 귀에 많이 익은 대사이기도 하다. 동주가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은 여자에게 쭈뼛쭈뼛하면 몽규는 모르는 척 도와준다. 날 선 대화로 서로에게 흠집이 되는 말을 나눈 직후에도. 먼저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고 기뻐하기는 커녕 동주 상심하지 않게 말할 것을 먼저 고민하는 몽규다. 그는 당선되지 않아 시를 꽁꽁 매어두는 동주에게 직접 잡지를 만들어 시를 발표하자고 제안한다. 원하던 대학에 붙고도 동주가 붙지 않으면 바로 대안을 찾느라 바쁘다. 몽규는 기분이 상한 동주가 좋아하는 정지용, 백석의 시집을 가져다 주면 이윽고 동주가 자신과 눈을 맞추리란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몽규와 동주의 관계는 극단적으로 몽규의 일방적인 적극성과 헌신, 동주의 일방적인 소극성과 고집으로 이뤄진 것인가? 형만한 아우없다더니 역시 동주는 몽규같은 형을 만나 재능을 알아봐주고 뒤늦게 날개를 펴게 된 건가? 아니다. 몽규와 동주는 서로 다른 사람이다. 그 선을 넘지 않으면서 서로를 소중히 하려고 노력한다. 몽규는 시보단 산문의 힘을, 현실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을 중요시하고 동주는 문학, 시 그 자체의 울림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중요시한다. 몽규는 다른 이를 말로 설득하고 총을 들고, 동주는 시를 계속 쓴다.
어느 순간 몽규에게 동주는 동주이면서. '윤 시인'이다. 동주말마따나 시집도 안내고 등단도 안했는데 왜 시인이라고 당당하게 소개할 수 있는걸까. 그건 영화 속에 나온 것처럼 동주가 그림자도 2인자도 아니며, 전혀 수동적인 사람도 아니기 때문이다. 드러나지 않을지언정 시에 대한 그의 뚝심은 영화 내내 흔들리지 않는다. 그가 존경하던 정지용 선생님이 시를 그만 쓰라고 하는데도 그는 꿋꿋하게 내내 우리말로 시를 쓰고 모아둔다.
다카마쓰 교수가 그에게 시를 써보는 게 어떻냐고 물었을 때 그의 기분은 어땠을까. 동주는 사실은 시를 쓰고 있다고 대답했다. 출판을 하지 않아 시인은 아니지만 시를 쓰고 있다고. 그 때 다카마쓰교수는 조선어로 된 시라서 출간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며 한 마디를 날렸다. 그가 쟁여두고 있어서 출간하지 않았던 이유보다도 더 큰 이유는 시대가 정해놓은 한계이기도 했다. 그것을 교수가 지적한 것이다. 당신 잘못이 아니라 시대의 잘못이라고. 출간이 자유로웠다면 그는 아마 못이기는 척, 부끄러워하면서도 출간했을 것이다. 그가 부끄러운 것은 시를 줄곧 써서 현실을 바꾸지 못하고 숨어드는 것 같은 자책이다. 하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자신있게 자신의 생각을 담은 그 시를 선뜻 낼 수 없는 시대때문이다. 다른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울리지 못하고 혼자만의 우물에서 울리는 파장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시대가 막아놓은 둑에서도 물 한방울씩을 알뜰히 모아두고 있었을 뿐인데.
영화에선 쿠미라는 일본인 학생의 도움으로 영어로 시집을 출판하려 했다. 겁이 없이 진행된 해외 출간. 수동적인 이미지의 동주라면 마지막까지 쿠미가 알아서 빨리 출간을 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엔 그 원고를 쿠미가 아니라 동주가 직접 보내겠다고 한다. 그 소심하고 겁많은 사람이. 그걸 하려고 그는 잡힐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몽규와 함께 가지 않고 하루를 꼬박 기다렸다. 그건 수동적인 사람이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 실제로 윤동주는 직접 한정판이나마 출판을 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고, 출판이 실패하고 다른 사람에게 원고를 넘겨두기도 했다. 동주는 학교의 필수적인 교련도 거부하고, 창씨개명도 최대한 늦게 하려한다. 그 거짓부렁이 진술서에도 서명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런 윤동주의 과정이 좋지 않고, 결과만 좋다고 할 수 있을까.
몽규 역시 마찬가지다. 몽규는 결과가 없지만 과정이 좋은 사람인가. 과정과 결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다. 동주와 몽규 사이의 과정과 결과를 생각해보면 의미는 달라진다. 동주를 '대기는 만성이다'하면서 질투에 휩싸이게 할 정도로 이른 나이에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술가락'이 있다. 홀연히 독립군 활동을 하고 돌아오고 공부를 시작하곤 잡지 <문우>를 직접 발간했다. 거기엔 동주의 시도 있지만, 몽규의 우리말 뜻인 꿈별이라는 이름으로 쓰인 시 '밤' 이 있다. 조선일보에 실렸던 <하늘과 더불어>까지. 영화에 나오지 않았으나 영화를 보고 나면 동주의 시만큼 몽규의 작품도 좋고 궁금해져서 나눠본다.
< 술가락 >
- 송한범(송몽규 아명)
우리부부는 인제는 굶을 도리밖에 없엇다.
잡힐 것은 다 잡혀먹고 더잡힐 것조차 없엇다.
「아- 여보! 어디좀 나가 봐요!」 안해는 굶엇것마는 그래도 여자가 특유(特有)한 뾰루퉁한 소리로 고함을 지른다.
「………」 나는 다만 말없이 앉어 잇엇다. 안해는 말없이 앉아 눈만 껌벅이며 한숨만 쉬는 나를 이윽히 바라보더니 말할 나위도 없다는 듯이 얼골을 돌리고 또 눈물을 짜내기 시작한다. 나는 아닌게 아니라 가슴이 아펏다. 그러나 별 수 없었다.
둘 사이에는 다시 침묵이 흘럿다.
「아 여보 조흔수가 생겻소!」 얼마동안 말없이 앉아 잇다가 나는 문득 먼저 침묵을 때트렷다.
「뭐요? 조흔수? 무슨 조흔수란 말에 귀가 띠엿는지 나를 돌아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아니 저 우리 결혼할 때… 그 은술가락말이유」
「아니 여보 그래 그것마저 잡혀먹자는 말이요!」 내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안해는 다시 표독스운 소리로 말하며 또 다시 나를 흘겨본다.
사실 그 술가락을 잡히기도 어려웟다. 우리가 결혼할 때 저- 먼 외국 가잇는 내 안해의 아버지로부터 선물로 온 것이다. 그리고 그때 그 술가락과 함께 써보냇던 글을 나는 생각하여보앗다.
「너히들의 결혼을 축하한다. 머리가 히도록 잘 지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이 술가락을 선물로 보낸다. 이것을 보내는 뜻은 너히가 가정을 이룬뒤에 이술로 쌀죽이라도 떠먹으며 굶지말라는 것이다. 만일 이술에 쌀죽도 띠우지 안흐면 내가 이것을 보내는 뜻은 어글어 지고 만다.」 대개 이러한 뜻이엇다.
그러나 지금 쌀죽도 먹지 못하고 이 술가락마저 잡혀야만할 나의 신세를 생각할 때 하염없는 눈물이 흐를 뿐이다마는 굶은 나는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없이 「여보 어찌 하겟소 할 수 잇소」 나는 다시 무거운 입을 열고 힘없는 말로 안해를 다시 달래보앗다. 안해의 빰으로 눈물이 굴러 떨어지고 잇다.
「굶으면 굶엇지 그것은 못해요.」 안해는 목메인 소리로 말한다.
「아니 그래 어찌겟소. 곧 찾아내오면 그만이 아니오!」 나는 다시 안해의 동정을 살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없이 풀이 죽어 앉어잇다. 이에 힘을 얻은 나는 다시 「여보 갖다 잡히기오 발리 찾어내오면 되지 안겟소」 라고 말하엿다.
「글세 맘대로 해요」 안해는 할 수 없다는 듯이 힘없이 말하나 뺨으로 눈물이 더욱더 흘러내려오고잇다.
사실 우리는 우리의 전재산인 술가락을 잡히기에는 뼈가 아팟다.
그것이 운수저라 해서보다도 우리의 결혼을 심축하면서 멀리 ××로 망명한 안해의 아버지가 남긴 오직 한 예물이엇기 때문이다.
「자 이건 자네 것 이건 자네 안해 것-세상없어도 이것을 없애서 안되네」 이러케 쓰엿던 그 편지의 말이 오히려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런 숟가락이건만 내것만은 잡힌지가 벌서 여러달이다. 술치 뒤에에는 축(祝)지를 좀 크게 쓰고 그 아래는 나와 안해의 이름과 결혼 이라고 해서(楷書)로 똑똑히 쓰여잇다.
나는 그것을 잡혀 쌀, 나무, 고기, 반찬거리를 사들고 집에 돌아왓다.
안해는 말없이 쌀음 받어 밥을 짓기 시작한다. 밥은 가마에서 소리를 내며 끓고잇다. 구수한 밥내음새가 코를 찌른다. 그럴때마다 나는 위가 꿈틀거림을 느끼며 춤을 삼켯다.
밥은 다되엇다. 김이 뭉게뭉게 떠오르는 밥을 가운데노코 우리 두 부부는 맞우 앉엇다.
밥을 막먹으려던 안해는 나를 똑바로 쏘아본다.
「자, 먹읍시다.」 미안해서 이러케 권해도 안해는 못들은체 하고는 나를 쏘아본다. 급기야 두 줄기 눈물이 천천이 안해의 볼을 흘러 나리엇다. 웨 저러고 잇을고? 생각하던 나는 「앗!」하고 외면하엿다. 밥 먹는데 무엇보다도 필요한 안해의 술가락이 없음을 그때서야 깨달앗던 까닭이다.
<밤 >
- 꿈별(송몽규 필명)
고요히 침전(沈澱)된 어둠
만지울듯 무거웁고
밤은 바다보다 깊구나
홀로 헤아리는 이 맘은
험한 산길을 걷고
나의 꿈은 밤보다 깊어
호수군한 물소리를 뒤로
멀-리 별을 쳐다 쉬파람 분다
< 하늘과 더불어>
- 꿈별
하늘-
얽히여 나와 함께 슬픈 쪼각하늘
그래도 네게서 온 하늘을
알 수 있어 알 수 있어..
푸름이 깃들고
태양(太陽)이 지나고
구름이 흐르고
달이 엿보고
너하고만은 너하고만은
아득히 사라진 얘기를 되풀고싶다
오오- 하늘아-
모-든것이
흘러 흘러 갔단다.
꿈보다도 허전히 흘러갔단다.
괴로운 사념(思念)들만 뿌려 주고
미련도 없이 고요히 고요히...
이 가슴엔 의욕(意欲)의 잔재(殘滓)만
쓰디쓴 추억(追憶)의 反(반)추만 남아
그 언덕을
나는 되씹으며 운단다.
그러나
연인(戀人)이 없어 고독(孤獨)스럽지 않아도
고향(故鄕)을 잃어 향수(鄕愁)스럽지 않아도
인제는 오직-
하늘속의 내맘을 잠그고 싶고
내맘속의 하늘을 간직하고 싶어
미풍(微風)이 웃는 아침을 기원(祈願)하련다.
그 아침에
너와 더불어 노래 부르기를
가만히 기원(祈願)하련다.
몽규는 연희전문학교에 들어가 2등으로 졸업했다. 그 때 그는 분노할 때 분노하는 사람이었다. 2등 상이 어이없게도 대동아공영, 일본의 군국주의를 정당화하는 책이었고 받자마자 이따위 것을 상으로 준다며 집어 던져버렸다. 그것이 세상을 바꾸게 하지는 못했더라도, 그 자리에 있던 불편한 사람들의 마음은 아마 세상 속 시원하게 바꿔주었을 것이다. 동주와 일본으로 유학길을 떠날 땐 다시 교토제대에 합격했던 코스를 보면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은 얻을 수 있었던 능력자였다. 다만 동주와 마찬가지로 시대가 관여하는 일, 독립군 활동, 일본 내 유학생을 규합하려던 사건 등은 일이 목적대로 이뤄지는 것이 쉽지 않았을 뿐이다. 몽규는 영화에서 동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딪히고, 싸우고, 도전하며 멋진 형이자 동반자로 등장했다. 끝까지 동주보다 먼저 태어나 조금 늦게 세상을 떠났으니 참 인연은 인연이다. 그의 좋은 결과는 간략하게 설명하려 한다.
이 쯤되면 영화의 제목이 왜 <동주>여야만 했는지는 의문이다. 영화의 포인트 상으론 몽규도 같이 담겼어야 할 텐데 말이다. 게다가 왜 영화는 흑백이었을까. 어느 한 순간도 빠짐없이. 하지만 알 것도 같다. 영화를 보고 나면 동주, 몽규, 이렇게 성을 떼고 부르게 된다. 멀리 있는 분들이 가깝게 느껴진다. 동주는 윤동주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동주야, 하고 부르던 몽규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영화에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살아남아 동주의 시를 같이 고민하고, 동주의 시를 출간해준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동주는 대명사인 것이다. 마음의 색이 흑백으로 강제로 물들고, 모든 선택이 흑백같이 이분법으로 재단되던 시대에 좋은 과정을 보여주려 끊임없이 노력하고도 자신을 부끄러워했던 이들, 우리는 설사 모른다 하더라도 이토록 좋은 결과를 우리에게 이렇듯 감사하게 건네준 수많은 이들의 숨, 눈빛, 목소리, 마음이 담겨 있는 대명사. 들으면, 부르면 마음 한 켠이 욱신욱신해지는 그 모든 이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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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호>240억 제작비라는게 믿기지 않을 퀄리티 서사만 좀 좋았다면...
말도 많고 계획대로 안된 영화이긴 했지만 듣어 기나긴 시간을 뚫고 개봉하게 된 한국의 최초 우주SF영화 <승리호>가 넷플릭스를 통해서 공개가 되었습니다. 한국 SF영화라는 점에서 상당히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이기도 한데요. 확실히 영화 시작부터 한국 영화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한 CG를 통해서 우주와 영화 승리호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전체적인 영화 구도에 대해서는 리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겠지만 저는 일단 한국 영화 최초의 SF 장르라는 점에서 충분히 장점이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자세한 건 리뷰로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2092년, 지구는 병들고 우주 위성궤도에 인류의 새로운 보금자리인 UTS가 만들어졌다.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하는 조종사 ‘태호’(송중기) 과거,
우주 해적단을 이끌었던 ‘장선장’(김태리)
갱단 두목이었지만 이제는 기관사가 된 ‘타이거 박’(진선규)
평생 이루고 싶은 꿈을 가진 작살잡이 로봇 ‘업동이’(유해진).
이들은 우주쓰레기를 주워 돈을 버는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다.
어느날, 사고 우주정을 수거한 ‘승리호’는 그 안에 숨어있던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다.
돈이 절실한 선원들은 ‘도로시’를 거액의 돈과 맞바꾸기 위한 위험한 거래를 계획하는데…
영화 <승리호>전체적인 이야기를 먼저 살펴보면 작중 등장하는 세계관에서의 지구는 방사능으로 오염돼서 이제는 인간이 살수 없는 땅으로 등장하는데요. 그래서 우주로 이민해서 생활하는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게 바로 UTS입니다. 하지만 우주 위성 궤도인 UTS는 오로지 부유층 즉 계급이 높은 사람들만 살수 있는 사람이었고 UTS 시민은 5%밖에 되지 않죠. 나머지 95%는 지구에서 살고 있거나 다른 우주정거장에서 생활하면서 하루하루 벌어가고 있는 하층민이죠. 그중에서 작중 주인공이 되는 태호를 비롯한 장선장, 타이거 박, 업동이의 승리호가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데 이들은 우주쓰레기를 주워다가 파는 청소선입니다. 그렇게 이들은 여느 때나 다름없이 우주쓰레기를 줍고 있는데 이들이 주운 우주적 쓰레기 안에 한 아이가 숨어있었고 이 아이의 이름은 도로시로 대량상무기라는 걸 알게 되는데요. 그렇게 이들은 그 아이를 비싼 돈에 팔아넘기려고 하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화려한 CG"
제작비 240억
일단 영화 얘기에 앞서 이번 영화<승리호>의 화려한 CG에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는데요. 과장을 조금 보태서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할리우드 우주SF영화와 비교하더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우리 한국 CG의 기술력에 놀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승리호의 메이킹 영상을 보면 작중 등장하는 모든 장면들이 CG로 만들어진 세상이라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실제로 배우들도 연기하면서 실제 영화 장면들을 상상하면서 연기를 했다고 하니 이번 영화 <승리호>얼마나 많은 CG 작업이 들어갔을지 상상이 안될 정도더라고요. 무엇보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승리호와 다른 쓰레기 청소선과의 대결 장면은 가장 멋진 장면이 아니었나 싶기도 해요.
영화 승리호의 제작비에 대해서는 이미 개봉 전에도 알려진바라서 어느 정도 프레임을 끼고 보기도 했는데 만약에 240억이라는 제작비를 알리지 않고 저에게 물어봤다면 저는 아마 더 많은 제작비로 부르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도 그럴게 한국 영화 중에서 가장 제작비가 높은 설국열차를 제외하더라도 약 300억 가량 투자한 영화가 <백두산>, <군함도>, <디 워> 등을 생각하면 이번 영화 승리호는 240억이라는 제작비임에도 단연 1순위로 화려한 CG를 보여준 작품이 아니었나 싶네요.
"한국의 우주 SF영화"
새로운 장르의 시작
CG의 장점을 제외하더라도 영화 <승리호>는 한국 영화 최초 우주 SF 영화라는 타이틀에도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지금까지 한국 영화는 장르 영화에 대해서 다양한 도전을 보여주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승리호라는 장르 영화의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받아 마땅하다고 판단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죠. 그렇다고 한국 영화의 장르 영화에 도전을 하지 않은 건 아니긴 해요. 크리처 영화로서 <7광구> 그리고 <미스터 고>라고 하는 CG가 많이 들어간 작품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장르 영화의 도전은 흥행에 실패하면서 장르 영화의 발전은 없다시피 했지만 한국 최초의 좀비 영화<부산행>으로 다시금 장르 영화의 성공으로 인해 지금 현재는 다양한 영화가 등장하고 있죠.
이런 점에서 보았을 때 승리호는 상당히 도전적인 시도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절대 제작될 수 없다고 생각했던 SF 장르를 만들어냈으니 그 시작만으로도 이제는 한국에서 더 다양한 장르 영화의 시도를 예상해 볼 수 있으니 말이죠. 만약에 결과도 좋다면 더욱 좋은 상황이기도 하고요.
"적절히 감동 섞인 이야기"
특별함 없는 이야기
본격적으로 영화 이야기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영화<승리호>는 CG와 한국 최초 우주 SF 영화라는 점을 제외하면 그렇게 특별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품은 아니에요. 일단 작중 등장하는 이야기는 작중 등장하는 승리호 선원들이 어느 날 자신들이 주운 쓰레기 우주성에서 숨어있는 아이가 뉴스에 등장한 대량살상무기 도로시라는 걸 알게 되고 그 아이를 비싼 돈에 팔기 위해서 도로시를 필요로 하는 자에게 팔아넘기려 하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승리호 선원들과 도로시와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사실 도로시는 대량살상무기가 아니라 지구를 지킬 수 있는 중요한 아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적대되는 세력과 싸우면서 생기는 전형적인 선과 악의 구도로 그려진 특별한 이야기를 보여주지는 않아요. 다른 관점으로 본다면 우리나라 영화의 전형적인 감동 이야기인 거죠.
"이색 or 무색 캐릭터들"
특별함 없는 이야기
영화 <승리호>에서 가장 아쉽다고 느껴졌던 부분은 바로 캐릭터입니다. 전체적인 이야기가 단순한 구도를 띄고 있다 하더라도 캐릭터가 매력적이면 재밌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영화 승리호에서 캐릭터적인 부분에서는 매력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작중 초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정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처럼 막무가내 캐릭터를 그리면서 그러한 캐릭터들이 사건을 해결한다는 구도를 원했지만 중후반부도 넘어가면서 승리호 선원들의 과거사 그리고 서사를 풀면서 이색적인 캐릭터가 무색으로 변해버립니다. 그냥 작중 등장하는 캐릭터는 좋은 사람이었던 거죠.
하지만 저는 작중에서 가장 문제라고 생각되는 캐릭터는 바로 메인 빌런 UTS 설립자 설리번을 포함해서 그 외적인 캐릭터들이라고 생각되는데 영화 승리 호의 이야기에서 도로시(꽃님이)와 승리호 선원들을 둘러싼 이야기만을 전개하면서 외적인 부분에 한해서는 디테일이 상당히 부족한데요. 그로 인해서 조연들의 캐릭터의 개연성, 당위성이라는 게 부족해요. 특히나 설리번의 경우에는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권선징악의 악으로 일회성 캐릭터로 버려진다는 게 상당히 아쉽더라고요.
" 시리즈 영화? "
깊이가 너무나도 약한데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영화<승리호>에서 가장 기대했던 포인트는 우리나라 한국 영화에서 오리지널 시리즈 영화가 탄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실제로 영화<승리호>의 기획 단계에서 이미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제작한 영화라고 했는데 그런 것치고는 세계관의 깊이가 상당히 약하지 않나 싶어요. 일단 기본적으로 승리호 세계관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SF 우주영화들과 비교한다면 그 규모가 생각보다 좁다고 생각이 드는 게 <스타워즈>,<스타트렉> 등과 같은 영화들과 비교한다면 영화 승리호의 세계관은 태양계 그중에서도 그냥 화성까지 밖에 다루지 않는 수준으로 나옵니다. 그런 걸 생각한다면 더 이상의 세계관 확장은 어디까지 갈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죠.
세계관을 떠나서 어떻게 보면 작중 세계관에서 가장 이야기를 잘 뽑아낼 수 있는 UTS 시민과 이 시민 즉 계급사회로 인해서 이뤄지는 이야기들을 더 다루면 좋았을 텐데 설리번의 폭로와 죽음으로 이마저도 이미 1편에서 해결된 상황이죠. 그렇게 된다면 만약에 2편이 제작된다고 한다면 1편에서 나름 떡밥으로 남겨진 태호의 딸 순이와 꽃님이의 나 로봇인데 과연 이 둘의 설정으로 뽑아낼 수 있는 이야기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밖에 들지 않는 영화였던 것 같아요.
" 글로벌한 느낌 "
영화 <승리호>를 보면서 한국 영화의 CG 기술력에도 놀랐지만 일단 그보다 더 영화가 상당히 글로벌했다는 게 나름의 재밌는 관점 포인트가 아니었나 싶어요. 승리호가 중국 자본이 들어간 영화라고 해서 혹시 중국이 스토리에 가미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을까 싶었는데 작중 등장하는 중국인은 또 다른 쓰레기 청소선 중에 하나였고 그뿐만 아니라 정말 여러 나라 국가가 등장해서 자기 나라 언어들을 하면서 서로 얘기를 한다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작중 세계관에서는 통역기를 통해서 얘기하는 거로 묘사되면서 말이죠. 그런 와중에 한국말도 들리니까 한국 영화가 아니라 글로벌한 영화라고 하고 싶기도 하고요.
" 한국의 퀄리티 "
솔직히 영화<승리호>는 무조건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아니에요. 일단 기본적으로 영화의 CG 퀄리티, 한국의 SF 우주영화라는 프레임을 제외하고 본다면 서사에 한해서는 너무나도 단순하고 어떤 면에서는 개연성마저 무너진 부분도 많으니까요. 그렇기에 영화 <승리호>의 유일한 관점 포인트는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서 평가가 극명하게 나뉠 것 같아요. 이야기를 중요시 여긴다면 영화 <승리호>는 지금까지 우리가 한국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과 비슷할 테이고 그게 아니라면 평작 수준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싶네요.
정말 기대한 만큼이나 아쉬운 점도 많은 영화 <승리호>를 리뷰해보았는데요. 정말 뜯어보면 뜯어볼수록 아쉬운 점만 남게 되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어요. 더 좋은 방향으로 갈수 있는 영화일 수도 있는데 말이죠. 그럼에도 한국 영화 최초 SF 우주영화라는 점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화려한 CG를 보여준 데에 한해서는 그저 감탄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이러한 영화를 일단 극장에서 볼 수 없다는 게 어느 한편으로는 또 아쉽기도 하네요. 앞으로 승리호가 어떤 평가를 받고 많은 사람들에게 모을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시리즈 영화로서의 시작은 개인적으로 가능성이 커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상 영화<승리호>리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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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네이버 블로거 민케이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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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백하게 그려낸 우정의 곡선
퍼스트 카우 (First Cow, 2019)
개봉일 : 2021.11.04. (한국 기준)
감독 : 켈리 라이카트
출연 : 존 마가로, 오리온 리, 린 어벌조노이스, 토비 존스
담백하게 그려낸 우정의 곡선
최근엔 역동적이거나 무게감 영화를 주로 접하며 감정과 체력을 쭈욱 소모해왔는데, 오랜만에 정말 고요하고 부드러운 영화, <퍼스트 카우>를 만났다.
<퍼스트 카우>는 19세기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한, 두 남성의 순도 높은 우정을 그린 영화다. 처음 영화 정보를 접했을 때, 19세기 서부 개척 시대가 배경이라기에 나는, 당연하게도 카우보이와 총, 사나이들의 대결, 무법자들. 그리고 <장고:분노의 추격자> 같은 영화의 분위기를 떠올렸다. 내가 서부 영화를 잘 모르는 탓도 있겠지만, 보통 서부영화라 하면 이런 느낌을 떠올리지 않나?..
근데, <퍼스트 카우>는 진득한 발차기로 내 예상을 저~멀리 걷어냈다.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지옥의 격언> 중 일부인 “새에게는 둥지, 거미에게는 거미줄, 인간에겐 우정을”이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주인공 쿠키와 킹 루의 우정을 아주 진하고 담백하게 담아낸다.
퍼스트 카우 시놉시스
19세기 서부 개척 시대, 사냥꾼들의 식량을 담당하는 쿠키는 표적이 되어 쫓기는 킹 루를 구해준다. 몇 년 후 정착한 마을에서 재회한 이들은 마을의 유일한 젖소의 우유를 훔쳐 빵을 만들어 돈을 벌기로 하는데… “우리에게는 지금이 기회야”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영화 중 첫 번째
<퍼스트 카우>는 켈리 라이카트 감독 작품 중, 국내에 정식 개봉하는 첫 번째 작품이다. 사실 처음 <퍼스트 카우>라는 영화에 눈길이 가게 된 건, <문라이트>,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제작사로 유명한 A24가 제작한 신작이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감독의 이름은 다소 낯설었지만, 소위 ‘영화 보는 눈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제작사에서 나온 영화라 하니 일단은 기대가 됐다. 그리고 이 영화는 나의 기대감을 제대로 충족시켜 주었다. 무해하고, 부드럽고, 따뜻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든 생각인데,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작품도 연이어 더 많이 수입되었으면 좋겠다. 셀린 시아마 감독이 <타.여.초>를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 이름을 알린 후, <워터 릴리스>, <톰보이>, <걸후드>가 연이어 개봉했던 것처럼 말이다. 구석진 곳까지 훑어내는 꼼꼼하고 따뜻한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시선이 참 좋아서, 그녀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졌다. 현재 네이버를 통해 구매가 가능한 작품도 2편 있던데.. 올해 안에 꼭 보는 걸로.
새로운 서부영화의 매력
서부영화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총과 인물들의 대결구도, 액션 요소들을 깔끔하게 털어낸 <퍼스트 카우>는 서부 영화라기보단 서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인간의 우정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4:3의 다소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화면과 움직임 없는 카메라. 그 안을 가득 채우는 푸릇한 자연의 풍경과 인물들의 숨소리. 영화가 끝났을 때 옆좌석 어딘가에선 “이거 완전 자연 다큐멘터리다.”라는 감상평이 들리기도 했다. 그만큼 이 영화의 모든 순간이 자연스럽고 또 아름답다.
<퍼스트 카우>는 아슬아슬한 사건과 신경 써 만들어낸 리듬감 같은 것에 힘을 주지 않는다. 작품 밖의 인물이 앞서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려고 한다기보단, 그저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다. 특정한 배경 안에서 살아 숨 쉬는 두 주인공은 아주 천천히 극을 이끌어가고, 나는 서서히 그 안으로 스며들었다.
척박한 개척지에서 피어난 우정과 신뢰
이제 막 새로운 개척지가 생겨나고, 내가 살아갈 자리 하나를 꿰차는 게 모두의 목표였던 '서부 개척 시대'. 친구와 우정 같은 것을 챙길 틈 없이 부지런히 내 이득을 주워 담고 다녀야 했던 그 시대적 배경 속에서 우연한 기회에 만난 쿠키와 킹 루는 서로에게 대가 없는 선의를 베풀고, 요란하진 않지만 깊은 우정을 나눈다.
결과를 위해 과감하게 행동하고 투자하는 킹 루와 한 수 앞을 더 대비해야 한다며 신중을 기하는 쿠키. 중국 출신으로 그 당시 오리건 주 근방에서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도전이었던 킹 루와 가족의 부재를 딛고 성공하기 위해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는 유대인 쿠키. 킹 루와 쿠키는 사회적으로 큰 파워를 갖지 못하는 출신을 가졌지만, 꼭 성공해 호텔과 빵집, 농장을 갖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킹 루가 벼랑 끝에 몰렸을 때, 우연히 짧은 만남을 갖게 된 두 사람은 차후 새로운 정착지에서 운명적으로 다시 마주하게 된다. 둘은 그렇게 동거를 시작하고, 아주 각별한 친구 사이가 된다. 쿠키와 킹 루 사이에 많은 말이 오가진 않지만, 그들의 군더더기 없는 몸짓에서, 불안함 없이 고정되어 있는 눈빛에서 깊은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엔 두 사람 중 누구든 언제든 떠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들의 우정은 내 예상보다 두터웠다.
지금도, 앞으로도 함께. 변치 않는 우정
이야기는 천천히 흘러가고 인물들은 감정을 나눈다. 그들을 둘러싼 자연과 시간은 정직하게 흘러간다. 그 사이 킹 루와 쿠키는 도망쳐온 과거를 터놓고, 함께 이뤄나갈 미래를 이야기한다. 과거엔 사회적 약자이자 쫓기는 처지였지만, 각박한 사회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해 줄 친구를 만난 쿠키와 킹 루는 새로운 기회를 잡으려 한다.
마을 유일의 소는 두 사람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자 위험한 도박이었다. 성공이, 새로운 개척지로의 출발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순간, 팩터 일행에게 쫓기던 두 사람은 절벽 앞에서 탈출의 갈림길을 마주한다. 의외였다. 이대로 끝인가 싶었는데, 그들은 다시 함께 살았던 오두막으로 돌아와 어깨를 맞대고 새로운 길로 향한다.
꿈을 이루는 것도,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는 것도 해내지 못했지만, 품고 있던 꿈만큼이나 빛나는 우정을 가슴에 품고 두 사람은 그대로 잠이 든다. 그리고 그들의 흔적은 변치 않고, 아주 먼 훗날까지 남아 꽃과 함께 아름답게 장식된다.
서로를 향했던 조용한 시선, 뚝뚝한듯하지만 배려가 담겼던 손길, 친구의 지친 어깨를 끌어올려 주던 팔, 맞잡은 손. 우정을 표현하는 이 모든 것들이 잔잔하게 빛나던, 따뜻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