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2-09-05 13:33:50
한계를 정할 수 없는 한계에 가로막히다.
영화 '리미트' 리뷰
제한된 시간 내에 한계(limit)를 넘어서기 위한 사투를 그대로 담아낸 추격 액션 스릴러 영화 '리미트'를 소개한다. 노자와 히사시의 소설 '리미트'가 원작인 이승준 감독의 신작이다. 아동 연쇄 유기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는 예상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여러 신념이 부딪히는 순간이 다소 날카롭게 표현된다. 예측 불허의 상황과 결코 내려놓을 수 없는 두 가지 역할 사이에서 각 인물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아이를 향해 뻗어오는 손길과 그를 뿌리칠 수 없는 아이가 교차된다.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공간에서 저항하지도 못한 채 납치된 아이를 찾기 위해 수사가 진행되지만 범인의 추적이 쉽지 않다. 딸의 유괴 소식에 쓰러진 피해자 엄마를 대신해 소은이 엄마 대역을 맡게 되고 부족한 단서로 인해 수사에 난항을 겪는 와중 소은에게 수상한 전화가 걸려온다. 그 전화로 인해 최악의 상황에 치닫게 된 소은은 사건을 해결하면서도 자신의 전부와 다름없는 이를 위해 한계를 넘어선 추적을 감행하며 누구도 모를 치열한 추격전이 펼쳐진다.

여러 번의 총격전 속에서 충동적인 인물들과 대치하는 순간에 다다르며 영화에서 엄마라는 존재는 각기 다르게 표현되는 것을 보여준다. 누구에게는 나를 버린 존재, 혹은 모든 것을 다 줄 수 있는 존재가 되는데, 이는 빼곡하게 들어찬 기억들로 인해 은연중에 묻어나는 편견으로 자리 잡아 사소하고 살아가고 있는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이 부분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지만 누구에게나 같은 모성애가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이정현, 문정희, 진서연을 주축으로 이루어진 영화는 최상의 조합이라고 할 만큼 기대감을 자아냈다. 그리고 엄마판 테이큰이라고 할 만큼 처절한 액션과 감정 표현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그 긴박감에 비해 매끄럽지 않은 각본이 몰입감을 떨어뜨린다. 여러 선택의 개연성과 부족한 이야기 구조에는 뛰어난 연기로 가득 메워도 역부족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준 것이다. 뻔함에 촌스러움을 더한 뻔뻔함에 모든 선택지의 흩어짐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짧은 시간 내에 풀어내기엔 부족한 서사와 매끄럽지 않은 이야기가 아쉽게 느껴진다. 이제는 여성 서사의 시작이 아닌 한계를 넘어서는 이야기를 보고 싶다.
Relative contents
-
- #톰과 제리 / Tom and Jerry, 2021
0. 경기력은 갖췄다면...
야구, 축구, 그리고 농구 같은 스포츠와 달리 "프로레슬링"은 경기력만으로 풀어가는 스포츠가 아닙니다.
거의 대명사급 "WWE"의 마지막 약자 "E"가 "오락"을 뜻하는 'entertainment'인 것을 생각하면, 접근하기가 어려운 스포츠인데요.
그런 점에서 영화 <톰과 제리>는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요?
먼저, 이들이 구사하는 "스턴트" 즉, 경기력에 있어서 이들에게 뭐라고 하는 이들은 없을 겁니다.
다만, 이들의 문제는 "프로모"를 찍는 것입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프로레슬링"은 여느 스포츠와 다르게, 합이 존재하는 데 이를 "스토리"라고 말합니다.
주로 "왜, 이들이 붙는가?"에 대한 동기인데, 1940년부터 나온 <톰과 제리>에서 이들이 붙는 경위는 돌고 돌아 "먹이 사슬"에 의한 본능이었습니다.
이에 이들에게 마이크를 쥐여줄 수도 있겠지만, 이들이 말하는 것에 이미 실패를 본 적이 있기에 이번 영화는 이를 "클로이 모레츠"를 비롯한 인간 캐릭터들에게 맡기는데요.
과연, 이들의 엔터테인먼트는 어땠는지? - 영화 <톰과 제리>의 감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마다 꿈을 안고 뉴욕에 도착한 "톰"과 "제리"는 만나자마자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데요.
그러다가, 한 호텔에 입성한 "제리"는 그렇게 꿈꾸던 내 집 마련에 성공하나 "호텔"의 입장에서 쥐가 돌아다니는 것은 반갑지 않는 소식인데요.
이에 "카일라"는 "톰"과 함께 "제리"를 호텔 바깥으로 내보내려 계획을 짜지만, 번번이 막히고 마는데...
TV와 스크린은 많이 다르죠?
1. 그저, 실현이 외관에 그치지 않는다.
먼저, 영화 <톰과 제리>의 실사화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명탐정 피카츄2019>과 <수퍼 소닉2020>의 영화 제작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문제는 이를 어떻게 실현시킬지는 영화 외적으로 가장 이슈였습니다.
특히, <수퍼 소닉>은 개봉일을 연기하면서 디자인을 전면 수정하는 일까지 일어났으니 이는 가벼이 넘길 일은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톰과 제리>는 기존 영화들이 "진짜"에 가깝게 만들었다면, 기존 작품에 있는 것을 꺼내오기로 선택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클로이 모레츠"를 비롯한 사람들과 건물과 같은 공간들은 그대로 두고, "톰과 제리"를 비롯한 동물들은 그대로 애니메이션과 유사하게 영화는 전개하는데요.
어색하게 보일 법도 하지만, 이는 되려 장점으로 적용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질감 없는 모습도 있겠지만, 이 영화의 액션도 이에 적지 않는 영향이 미칩니다.
기존 작품들을 본 팬들은 알겠지만, 단출한 제목에 비해 이 영화가 꺼내는 액션의 수위는 꽤 있습니다. 앞에서 "WWE"가 "의자"와 "오함마(?)", "사다리", 그리고 "테이블"이 전부라면 <톰과 제리>는 미사일까지 나오는데요.
이처럼 극 중 프라이팬에 맞게 몸이 변형되거나 번개에 맞는 것을 생각하면, 영화의 실사화는 캐릭터의 외관 말고도 액션에도 큰 영향이 있음이 확인될 겁니다.
2. 여전한 실력과 진화된 동작들
흔히, "프로레슬링"에서 선수들이 자신의 승리를 확정시키는 기술을 "피니시"라고 합니다.
그리고 자주 쓰는 기술을 "시그니처 무브"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톰과 제리>의 피니시와 시그니처 무브가 무엇인지를 확인해봐야겠죠?
그런 점에서 영화는 기존 작품을 따라 하면서도 시대에 맞게 변형시켜 자신의 장점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 확인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톰과 제리"의 효과음이 클래식 음악에 맞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기존 작품에서 몇몇 효과음과 음악에 맞게 액션을 취하는 것이 <톰과 제리>가 자주 선보이는 모습입니다.
이전 작품이 "클래식"에 한정되었다면, 이번 <톰과 제리>는 시대가 바뀐 만큼 "R&B"와 "힙합"같은 비교적 최신 트렌드까지 반영해 처음 보는 관객들에게도 흥미를 일깨웁니다.
이외에도 함정을 이용한 모습들도 종종 보여주는데요.
초반 공원에서 "제리"가 보여주는 주먹이나 문 뒤에 있는 "스파이크", 그리고 쥐덫을 이용한 장면들은 저와 같은 올드팬들에게 예우를, 새로운 팬들에게는 관심을 충분히 이끌만한 장면이라 생각할 만큼 좋았습니다.
3. 마이크를 쥐여주면 안되는 건가...
이렇게, 외관과 액션에서 합격점을 받은 <톰과 제리>의 입담은 어땠을까요?
결과부터 말하면, 경기력에 비하면 형편없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근데, 이런 문제는 이전 시리즈에서도 확인이 된 겁니다.
그렇기에 "카일라"를 맡은 "클로이 모레츠"를 매니저 삼아 이를 대체하려 한 건데, 그마저도 신통치가 않습니다.
영화 <톰과 제리>가 관객들에게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갈등"입니다.
이를 "클로이 모레츠"와 "마이클 페냐", 그리고 "톰과 제리"까지 각각의 입장 차를 보여주며, 각 캐릭터들을 연결 지어 다른 에피소드로 흥미롭게 전개하는데요.
하지만 후반부 "카일라"가 "톰과 제리"의 말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신기하게 쳐다보는 직장 동료처럼 관객들도 그렇게 바라보게 될 만큼 급박스럽게 얘기됩니다.
비록, 영어를 할 줄 아는 동물들은 아니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영화 <톰과 제리>가 무엇을 말하려는지는 굉장히 쉬운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알아듣지 못하는 건 이를 연결 지으려는 솜씨가 "메주"라는 것인데, 이런 이유에는 갈등을 빚어냈던 인물들이 너무 쉽게 힘을 합친다는 것입니다.
"톰과 제리"를 비롯하여 "카일라"와 "테렌스"도 극과 극의 캐릭터임과 동시에 이야기 내내 갈등을 비치는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이내 화해하니 흔히, 말하는 선역과 악역이 어쩔 수 없이 힘을 합치는 클리셰가 쉽게 성사되니 아쉬움이 컸습니다.
4. 자막을 읽지 말고, 더빙으로 들어라!
그럼에도 이번 <톰과 제리>의 2회차는 저번 1회차보다 더 만족스러운 느낌입니다.
그 이유에는 아는 만큼 보이는 장면들입니다.
"디즈니랜드"를 염두에 둔 "쥐들의 세상"이라는 단어에 "저작권"을 의식하는 대사나 극 중 초반 톰이 지하철에 올라오는 간판에 "조커"가 있다거나 "배트맨"을 대사나 장면에서 보여주는 오마주가 상당히 많았는데요.
이외에도 "한니발 렉터"를 연상하는 강아지의 모습은 "씨네필"들의 2회차를 유도하기에 충분할 겁니다.
그리고 "더빙"에 대한 만족감이 큽니다.
이전 1회차가 4DX로 몸이 바쁜 것도 있지만, 자막으로 보아 눈도 그에 못지않게 많이 바빴습니다.
근데, 자막의 문장들이 가독성이 자연스럽게 떨어지지 얹아 이를 되짚으니 영화에 온전히 집중하기 힘들었는데요.
하지만 번 더빙은 대사들을 "구어체"로 번역해야 하기에 진짜 대화하는 느낌이라 의미 전달이 이전 자막보다 더 좋았습니다.
오히려, <톰과 제리>를 재밌게 보시려면 "더빙"을 보실 것을 꼭 추천하는 바입니다. :)
-
- 공감이라는 무기가 세상을 바꾸는 순간
누구나 가지고 있는 능력은 다르다. 그래서 다양한 직업이 생기고, 세상은 각자의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운영되어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자꾸만 정해진 방식대로만 살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회사에서는 매뉴얼대로, 학교에서는 성적대로, 사회에서는 통념대로 살아가는 것을 은근히 강요받는다. 그런 길이 틀리다고 할수 없다. 그 통념은 역사와 경험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은 것일 테니까. 하지만, 과연 그게 유일한 길일까. 몇 가지의 통념만이 옳은 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애니메이션 원작을 실사화한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는 그 통념에서 벗어난 소년 히컵(메이슨 테임즈)의 이야기다. 모두가 드래곤을 물리치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마을에서, 히컵은 싸우지 않고 드래곤과 친구가 된다. 다리를 다쳐 더는 날 수 없게 된 드래곤 투슬리스를 도우며, 히컵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기 시작한다. 영화는 히컵과 투슬리스를 통해 묻는다. 서로 대립하지 않고 살수 있는 길은 정말 있는 것인지, 만약 있다면 그걸 이끌 수있는 리더는 무엇을 가지고 있어야하는지.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는 히컵의 감정 변화를 이용해 그 답을 하고 있다.
[첫번째 감정] 히컵의 무기력
히컵은 바이킹 마을의 족장인 스토이크(제라드 버틀러)의 아들이다. 하지만 아버지로부터도, 마을 사람들로부터도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전투 실력은 없고, 무기를 다루는 능력도 부족하다. 겁이 많고, 엉뚱한 발상만 내세우니 마을 사람들은 히컵을 골칫덩이 취급한다. 아버지는 그를 전투에 참여시키지 않고, 대장장이 보조로만 남겨둔다. 마치 '넌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거기만 있어'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이다. 스토이크는 자신의 아들이 자신과 같이 전투적인 리더가 되었으면 하지만, 매번 사고만 치는 모습에 실망한다.
이런 상황에서 히컵이 느끼는 감정은 무력함이다. 자신이 아무 쓸모없는 존재 같고, 도움이 되기보단 민폐만 끼치는 사람 같다고 느낀다. 그는 외롭고 작아지고 점점 말이 없어지고, 심지어 마을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 영화 초반, 드래곤과의 전투 장면에서 히컵은 자신이 개발한 신무기를 들고 나가지만 다른 사람의 전투에 피해를 주고, 드래곤 사냥에도 실패한다. 이는 모두에게 실망만 안겨주게 된다. 그 순간 관객은 히컵의 무기력과 부끄러움을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 히컵 역시 힘없는 모습으로 구석으로 향할 뿐이다.
이 감정은 단지 캐릭터의 문제만이 아니다. 많은 자녀들이 부모에게서 '너는 왜 이것밖에 못 하니'라는 실망을 느끼고, 스스로를 쓸모없다고 여기며 위축된다. 히컵의 모습은 그런 아이들의 감정과 맞닿아 있다. '나는 여기서 뭘 할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히컵의 눈빛은, 우리가 청소년 시절에 느꼈던 외로움과 무기력의 흔적과 닮아 있다. 영화는 많은 기대를 받는 청소년들이 느끼는 무기력함을 히컵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두번째 감정] 히컵의 공감력
히컵은 사실 드래곤과의 전투에서 자신이 개발한 무기로 드래곤 한 마리를 잡아냈다. 뒤늦게 뒷산에서 한 마리의 부상을 입은 드래곤을 발견했고 그게 바로 전설의 드래곤 투슬리스였다. 마을 사람들처럼 그를 죽일 수도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처 입은 투슬리스를 도와주고, 스스로 만든 꼬리지느러미 장치를 달아준다. 히컵이 드래곤에게 드러내는 감정은 공감이다. 적이라 여겨지던 존재에게도 마음을 열고, 이해하려는 마음을 보여줌으로써 다른 사람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그의 공감력은 관찰력과 만나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는 투슬리스를 도와주는 과정에서 다른 드래곤들의 특성을 알아가고, 드래곤들이 단순히 적대심을 가지고 있는 적이 아님을 알게 된다. 이는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의 다른 구성원이 미처 보지 못한 것을 알아채고, 배척당한 존재와 함께하는 능력이 바로 히컵이 가진 잠재력이었다. 히컵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감에 그치지 않고, 인간과 비인간 존재 사이의 공감까지 확장시킨다. 그가 만든 변화는 단순한 화해가 아니라, 하나의 역사적 전환점이다.
히컵은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법을 고민한다. 전면전에 나서는 대신, 대화하고 이해하며 협력의 가능성을 본다. 마을 사람들은 이를 처음엔 이해하지 못하지만, 히컵의 방식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차츰 깨닫게 된다. 영화는 말한다. 진짜 리더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는, 바로 이 공감력이라고.
[세번째 감정] 히컵의 지도력
히컵은 카리스마 넘치는 전형적인 리더는 아니다. 호통을 치거나 강하게 끌고 가는 리더도 아니다. 오히려 조금 자신감 없이 보이기도 하고, 강력해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는 공감과 신뢰를 바탕으로 주변을 조금씩 변화시킨다. 드래곤들과의 공존을 통해, 마을은 더 이상 위협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오히려 더 강한 공동체로 성장하게 된다. 혼자만이아니라 주변 모두에게 그 방법을 공유함으로서 평화의 영역은 더욱 넓어지게 된다.
히컵의 지도력은 현대적이고 감정적인 방식의 리더십이다. 현실에서 말하자면, 누구보다 강하게 지시하는 정치인보다, 의견을 듣고 조율하고 이해하며 함께 가려는 사람과 더 가깝다. 히컵은 자신의 약함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오히려 그 약함을 통해 모두를 하나로 묶는 힘을 가진다. 강한 리더보다 더 큰 울림을 주는 인물이다.
이야기의 결말부에서, 히컵은 마을의 새로운 리더가 된다. 그는 전쟁 대신 공존을 택했고, 그 선택은 모두를 지켜낸다. 지도자의 힘은 카리스마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는 걸 히컵은 보여준다. 그건 오늘날 우리가 가장 갈망하는 리더의 모습이기도 하다. 특히나 엄청난 위기가 다가왔을 때, 절대 악처럼 보이는 존재가 등장했을 때, 인간과 드래곤의 장점을 합쳐서 이겨내게 만드는 것이 바로 히컵의 지도력이었다.
가장 성공적인 실사영화
<드래곤 길들이기>는 2010년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으로 첫 선을 보였던 이야기를, 원작 감독 딘 데블로이스가 그대로 실사화한 작품이다. 원작의 감성과 메시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현실감과 생동감을 더했다. 특히 드래곤이 날아다니는 장면의 입체감은 4DX나 IMAX로 볼 때 훨씬 더 극대화된다. 투슬리스의 생생한 표정과 움직임은 고양이와 강아지의 특성을 결합해 구현됐는데, 반려동물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더 깊게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히컵과 투슬리스의 관계를 통해 말하는 메시지인 '낯선 존재를 향한 두려움을 넘어서는 용기,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방식의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준다. 실사화의 함정인 어색한 연기나 어설픈 CG를 완벽히 비켜간 작품이다. 디즈니식 PC주의가 살짝 묻어나긴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해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간다. 자세히 신경쓰지 않으면 그냥 스쳐지나갈 수 있게 설정되어 있다. 여러 인종이 공존하는 이유를 설정상 설득력 있게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디즈니의 실사화는 원작의 정서를 훼손하거나,서사 구조를 무리하게 바꾸면서 팬들의 비판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 특히 정치적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거나, 캐릭터의 성격이나 외모를 과하게 변경하면서 이야기의 감정선이 무너진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드래곤 길들이기>는 다르다. 원작의 구조와 감정을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실사화로 옮길 때 필요한 감각적인 변화는 세심하게 조율했다. 그래서 실사화라는 형식이 기존 애니 원작이 가진 이야기의 밀도를 좀 더 증폭시킨다는 느낌이다. 어색한 변형 없이도 현대적인 감각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디즈니 실사화보다 더 균형감 있고, 감정적으로도 더 진실한 작품이다.
결국 <드래곤 길들이기>는 ‘실사화는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가장 설득력 있게 답하는 영화다. 이야기의 본질은 그대로 두되, 감각은 훨씬 확장시키고, 감정은 더욱 깊어지게 만든다. 아이와 함께 보기에도 좋고, 어른들이 혼자 보기에도 충분히 울림이 있는 작품이다. 꼭 특별관에서, 바람이 불고 소리가 터지는 그 감각으로, 히컵과 투슬리스의 비행을 함께하길 바란다.
-
- 상영은 돌아와도 우리의 순간은 돌아오지 않아 ! "Carpe diem"
얼마 전,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가 재개봉을 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지금 이 순간을, 현재를 마음껏 즐기라는 용기를 주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만나기 전, 처음 이 영화를 만나 가슴 설레던 순간을 돌이켜보며 리뷰를 적으리라 마음먹었다.
지하철에서 인상 깊은 한 광고를 보았다. ‘많은 전자기기와 책을 보는 탓에 우리나라 청소년 대부분이 근시안이다.’라며 안경 교정을 추천하는 광고였다. 시력이 약하여 가까이 있는 것은 잘 보아도 멀리 있는 것은 잘 보이지 않는 것을 일컫는 근시. 나는 이 광고를 보고 근시안은 단지 시력을 말하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 교육 체제 아래 우리 사회 청소년들은 당장 주어진 일을 해내는 것에 급급해 스스로 미래를 마음껏 상상해 볼 시간도,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잃어버린 시야로 살아가고 있다. 이런 청소년들의 모습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속에서도 볼 수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는 매사에 소극적이고 자신감이 없으나 점차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토드 앤더슨’, 강압적인 아버지에게 늘 순종해왔지만, 이제는 스스로 꿈을 찾아가려는 ‘닐 페리’, 우연히 만난 소녀에게 빠져 사랑을 배우는 ‘녹스 오버스트리트’, 당차고 과감히 도전을 즐기는 ‘찰리 달튼’, 모범생이지만 현실적이고 기회주의적 면모를 가진 ‘리처드 카메론’까지 다양한 성향을 지닌 학생들이 등장한다. 뚜렷한 개성과 성향을 지닌 서로 다른 다섯 소년은 키팅 선생을 만나면서 내적 성장과 변화를 겪는다. 소년들이 다니는 웰튼 아카데미는 ‘헬(Hell)튼 아카데미’ 라고 불릴 정도로 학생 전원 기숙사 생활은 물론, 엄격한 규율과 통제를 내세우며 학생들의 아이비리그 진학을 목표로 하며, 앞서 소개한 다섯 소년 역시 의사, 법조인 등 부모님들이 원하는, 사회에서 인정받는 진로를 염두에 두고 입학한 학생들이다. 그러나 웰튼 아카데미의 우수 졸업생이었던 키팅은 웰튼 아카데미가 추구하는 교육과는 달리 학생들에게 틀에 박힌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고할 것을 권유한다. 그는 시라는 문학을 통해 학생들 내면에 잠재 되어있는 가능성을 일깨워주고, 형식적이고 보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모한다. 키팅 선생의 남다른 교육 방식은 영화의 초반부터 드러나는데, 첫 수업 시간, 키팅은 학생들에게 어떻게 시에 하나하나 점수를 매기고 평가할 수 있겠냐며 책의 서문 찢게 한다. 엄격한 교육과 교과서적인 틀 안에서 자라온 학생들은 책을 찢으라는 선생의 말에 당황하고 주저하며 쉽게 책에 손을 대지 못하지만, 이내 모두 각자만의 방식으로 책을 찢어나가기 시작한다. 주저하던 학생들이 하나둘 직접 손으로 책을 찢어가는 해당 장면은 키팅 선생으로 인해 학생들이 점차 변화해 나갈 것을 암시함과 동시에 학생들이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내딛는 첫 발걸음을 의미하는 듯 하고, 이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까지 알 수 없는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특히 인상 깊은 장면을 골라야 한다면, 두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첫 번째는 키팅 선생이 수업 시간에 시 발표를 주저하는 토드를 이끌고 앞으로 나가 내면에 있는 생각들을 자유로이 뱉을 수 있게 해주는 장면이다. 어느 날 숙제로 해온 시를 발표해오라는 말에 숙제를 하지 못했다며 자신이 써온 시를 감추려하는 토드의 모습을 본 키팅은 토드를 교탁 앞으로 데리고 나가 칠판 위에 걸린 사진을 보고 연상 되는 것들, 그냥 지금 당장 머리에 떠오르는 것들을 주저 없이 말하게 하는데, 쉬이 시도하지 못하고 망설이던 토드는 이내 키팅 선생의 적극적인 유도를 따라 떠오르는 생각들을 과감히 내뱉기 시작한다. 이 장면은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라는 소설『데미안』의 한 구절을 연상하게 하기도 한다. 매사 소극적이고 주저하던 토드가 처음으로 스스로 한정 지었던 틀을 깨고 나와 더 큰 세상을 맞닥뜨린 순간이었다. 우물쭈물 조금씩 말을 내뱉다 키팅 선생의 열정적인 지도로 점차 과감하게 에너지를 발산하는 토드의 모습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기도 하는 한편, 과거 인물과 같은 이유로무언가를 실행에 옮기지 않았던 아쉬운 기회들을 후회하게 한다. '이러면 안 된다'는, '난 이렇게 행동할 수 없다'는 평소 토드의 이성적 자아와 그보다 더 깊은 내면에 묻어두었던 자유로운 상상들이 충돌해 소용돌이처럼 밖으로 뒤섞여 나오는 것이다. 이 장면을 담은 카메라의 앵글 또한 인상적인데, 빙글빙글 돌며 빠른 속도로 흔들리는 카메라 앵글은 당황스러운 상황 속 자신조차도 처음 접하는 낯선 모습에 혼란스럽기도, 벅차기도 한 토드의 마음을 더욱 드러내는 듯 하다.
두 번째로 떠오르는 장면은 닐 페리의 죽음이다. 우여곡절 끝에 올린 연극이지만 그 무대조차도, 자신의 진심조차도 아버지에게 철저히 무시 당하자 닐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선택을 한다. 그의 죽음은 내면이 엿보이는 차분하고도 온화한 표정과 함께 마치 연극의 한 장면처럼 묘사된다. 공연 전날 밤, 아버지의 말에 더 반박하지 않고 닐은 그저 차분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아버지를 향한 미움이나 제 뜻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 아닌 차분하고 온화한 말투와 순종적인 미소에서는 자신의 환경 내에서는 스스로 결정하고 해나갈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느낀 닐의 좌절과 체념, 그리고 삶의 의미에 대한 회의와 상실이 느껴진다. 가족 모두가 잠든 사이 그는 아버지의 서랍 속에 숨겨져 있던 권총으로 서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는데, 이러한 그의 죽음은 마치 안톤 체홉<갈매기>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시킨다. 연극 <갈매기>에서 권총으로 목숨을 끊는 것을 택한 뜨레쁠레프는 그의 사망 장소가 서재였다는 점, 그 죽음이 자살이었던 점, 권총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닐의 죽음과 유사한 면모를 가졌기 때문이다. 감독의 의도였을지, 아니면 그저 우연이었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이러한 닐의 죽음은 비록 현실에서는 아버지로 인해 연극이라는 소중한 꿈에 다가가지 못했어도, 생의 마지막 순간만큼이라도 연극을 하고 싶었던 간절한 꿈을 이룬 것으로 보이며 그의 꿈을 향한 열망과, 꺾여진 희망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영화의 마지막, 학생들은 학교를 떠나는 키팅을 바라보며 하나둘씩 책상 위로 올라가 그들만의 존경과 지지를 표한다.
아이들이 책상 위로 올라갈 때까지 로우 앵글(Low-angle)로 아이들의 하반신과 그 사이로 보이는 놀란 교장의 당혹한 표정을 담고 있던 카메라는 아이들이 모두 올라선 후 하이 앵글(High-angle angle)로 전환되어 책상 위에 올라선 소년들이 바라보는 키팅 선생의 모습을 비춘다. 이러한 구도는 소년들을 거대한 인물처럼 보이게 하며, 그들이 기존과는 다른 위치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음을 나타낸다. 그리고 바로 뒤이어 카메라는 다시 로우-앵글로 돌아와 키팅 선생의 시선에서 바라본 소년들의 모습을 담는데, 이것은 변화한 소년들과 그러한 소년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키팅의 마음 또한 함께 깊이 느낄 수 있게 하며 그들의 관계성을 돋보이게 한다. 특히 관계성이 돋보인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교실에 있던 학생들 중 일부만이 토드의 행동에 함께 참여했다는 점 때문이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극 중 키팅이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책상에 올라가지 않은 학생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묵묵히 교과서만을 바라보고 있다. 이 점은 기존과 다른 새로운 사상이 유입되었을 때, 새로운 사상에 찬성하고 따르는 쪽이 있다면 그에 반대하는 쪽 역시 존재함을, 새로운 사상에 동의하지만 행여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올까 두려워 동조하지 못하는 다수 또한 있음을 생각하게 만들며 우리 사회를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부모와 학교,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아이들이 서명하도록 강요하는 교장, 가부장적인 가정과 사회적 격차 등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는 우리의 양심에 손을 얹어보게 하는,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진정한 교사와 학교, 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정말 누려야 하는 건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왜 사는가?’.
그리고 외친다. “Carpe diem!”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고, 걱정하는 대신 용감하게 하고 싶은 꿈들을 펼치라고 말이다.
-
- 해외영화 기대작 모음 - 전기영화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어느새 주말이 코앞으로 다가왔네요!
신나는 금요일의 기운을 받아 오늘은 개봉 예정인 전기 영화 모음을 가져왔어요 :)
올 여름 개봉을 앞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부터
<스타 이즈 본>을 통해 성공적으로 감독 데뷔를 마친 브래들리 쿠퍼의 <마에스트로>까지.
제작 중에 있는 핫~한 전기영화 여덟 편과 그 주인공들을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펜하이머(2023)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 킬리언 머피, 에밀리 블런트, 맷 데이먼 등
ⓒ 네이버 영화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지만 자신이 개발한 무기 때문에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사망한 것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렸던 미국의 물리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영화입니다. 오펜하이머 평전인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로버트 오펜하이머>를 원작으로 했다고 하며, 유니버설 픽쳐스에서 단독 배급을 맡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오펜하이머' 역은 킬리언 머피가, 그의 아내 '캐서린' 역은 에밀리 블런트가 맡았으며, 이외에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맷 데이먼, 플로렌스 퓨, 라미 말렉, 데인 드한, 조쉬 하트넷, 마이클 케인 등이 출연해 호화 캐스팅으로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게리 올드만이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해리 트루먼' 역을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팬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죠.
오펜하이머, 킬리언 머피 ⓒ Magnum Photos, Esquire
IMAX 흑백 아날로그로 찍은 최초의 영화이며, 감독이 밝힌 바에 따르면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흑백 장면들은 실제 역사를, 컬러 장면들은 오펜하이머의 관점을 뜻한다고 합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영화 제작 시 CG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는 감독으로 유명한데요, 이번 작품 역시 세계 최초의 핵실험이었던 '트리니티 실험' 재현을 CG 없이 성공했다는 사실이 공개하며 다시금 화제가 되었습니다. 국내 개봉은 미국과 마찬가지인 올해 7월 21일로 확정되었으며, 앞서 공개된 포스터 이미지와 예고편을 통해 영화팬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오드리 헵번(제목미정)
감독 |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 루니 마라
ⓒ Park Circus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본즈 앤 올> 등을 연출한 루카 구아다니노가 감독을 맡고 <캐롤>, <그녀>, <나이트메어 앨리>의 루니 마라가 주인공을 맡은 오드리 헵번 전기영화가 제작될 예정입니다. 각본의 경우 <커런트 워>, <더 기버: 기억 전달자>의 마이클 미트닉이 맡는다고 하네요. 오드리 헵번은 영국에서 활동했던 벨기에 출신의 배우로, '세기의 연인', '세기의 미녀'라고 불리울 정도로 전세계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또 지금까지도 그 미모가 두고두고 회자되는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60년대의 대중문화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배우이기도 하죠.
오드리 헵번, 루니 마라 ⓒ Vogue
오드리 헵번이 오랫동안 칭송받는 이유는 그녀의 작품활동과 세련된 스타일링, 전 세기에 걸쳐 감탄을 자아내는 외모뿐만 아니라 연예게 은퇴 후 몸담았던 자선사업 활동 때문이기도 합니다. 유니세프 대사로서 인권운동에 활발히 참가했고, 제3세계 오지 마을에 가서 직접 아이들을 도와주었습니다. 자선 활동 중 아름답게 미소짓는 오드리 헵번의 진정성 있는 따뜻한 모습은 그녀의 젊을적 모습만큼이나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한편, 루니 마라의 캐스팅과 관련해서 오드리 헵번의 아들 숀 헵번 페러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알지 못했지만, 루니 마라의 캐스팅은 기쁘다"라고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현대판 오드리 헵번'이라고 불리우며 오드리 헵번과 꼭 닮은 외모로 유명한 릴리 콜린스가 배역을 맡지 못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팬들도 많았는데요,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력과 스타성을 인정받은 루니 마라 역시 좋은 연기를 보여줄 것으로 보여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짐 존스(제목 미정)
감독 | 미정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 Bio.
기독교계 사이비 종교 '인민사원'의 지도자이자 미국 역사 최대의 집단 자살 사건의 주동자 '짐 존스'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제작될 예정입니다. 1931년 미국에서 태어난 짐 존스는 대학생 시절 사회주의와 기독교에 심취해 있었는데, 처음 목회 활동에 나섰을 당시에는 인종 통합, 사회정의, 평등, 빈민구제 등의 가치를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이 따랐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1960년대에 들어서 비뚤어진 사상에 빠지기 시작한 존스는 신도들을 데리고 1974년 남아메리카의 가이아나로 떠나 '존스 타운'이라는 마을 꾸리고 정착, 신도들의 왕과 다름없는 존재로 군림하게 되었고, 1976년 11월 18일, 짐 존스는 미성년자 276명을 포함한 무려 900명이 넘는 신도들을 데리고 수 없이 연습했던 집단자살을 행하였으며, 이 사건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제작될 영화는 해당 사건과 짐 존스의 생애를 다룬 '제프 구인'의 책 '더 로드 존스타운'을 바탕으로 할 예정이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짐 존스' 역할에 캐스팅을 확정하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영화 '베놈'의 각본을 쓴 '스콧 로젠버그'가 기획과 각본을 맡아 작업 중에 있으며, 촬영 및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왼쪽부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짐 존스, 조셉 고든 레빗 ⓒ Vanity Fair, People.com, Popsugar
한편, 동일한 소재를 바탕으로 또 한 편의 영화가 제작 중에 있는데요, 바로 영화 <화이트 나이트>입니다. 한국말로 '백야'라고 불리는 현상인 '화이트 나이트 White Night'는 짐 존스가 신도들에게 지속적으로 자살을 연습시켰던 행위를 칭했던 말이라고 합니다. 영화는 이 비극적인 사건의 생존자 중 한 명인 '데보라 레이튼'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했으며, 아역배우 출신으로 <500일의 썸머>, <인셉션> 등을 통해 스타가 된 조셉 고든 래빗이 '짐 존스'를, <렛 미 인>, <마담 싸이코> 등으로 유명한 클로이 모레츠가 신도 '레이튼' 역살을 맡았으며, 연출 및 감독은 노르웨이 출신의 여성 감독 안네 세비스퀴가 맡았다고 합니다.
고잉 일렉트릭
감독 | 제임스 맨골드
출연 | 티모시 샬라메
ⓒ CNN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작가, 화가이며 아름다운 가사로 전 세계 사람들을 매료시켰던 밥 딜런의 전기 영화가 제작됩니다. 밥 딜런은 대중음악사 최정상에 위치한 아티스트로, 포크를 현대 예술로 탈바꿈시킨 역사적인 인물로 평가받는 아티스트인데요, 가사를 통해 참신하고 시적인 표현들을 창조해낸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가수로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밥 딜런을 대표하는 호칭으로는 '시대의 목소리', '포크의 왕', '포크의 신', '음유시인' 등이 있으며, 대표곡으로는 'Blowin' in the wind', 'Like a rolling stone', 'Knocking on heaven's door' 등이 있습니다.
밥 딜런, 티모시 샬라메 ⓒ star tribune, GQ
이런 밥 딜런의 역할을 맡을 배우는 대체 누구일까요? 바로 최근 몇 년 새 할리우스의 대스타로 떠오른 티모시 샬라메에게 그 역할이 떨어졌습니다. 영화의 제목은 <고잉 일렉트릭 Going Electric>이며, 영화 <로건>, <포드VS페라리>로 극찬을 받았던 제임스 맨골드가 감독을 맡았습니다. 2020년 초 티모시 샬라메의 캐스팅이 밝혀졌을 때에 많은 팬들이 기뻐했는데요, 아쉽게도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제작이 무기한 연기되었던 전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작년 말, 티모시가 인터뷰를 통해 <고잉 일렉트릭>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해당 작품이 자신에게 큰 선물이라고 밝혀 업계 측은 영화의 크랭크인을 올해 초 정도로 예상한 상태라고 합니다. 티모시 샬라메는 전작 <본즈 앤 올>에서의 연기로 호평을 받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는 오르지 못해 팬들의 아쉬움을 사기도 했습니다. 전설적인 가수 밥 딜런으로서의 티모시 샬라메는 어떤 모습일지 큰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프레드 아스테어(제목 미정)
감독 | 폴 킹
출연 | 톰 홀랜드
ⓒ Vladatk.gov.ba
미국의 배우이자 댄서로 유명한 프레드 아스테어의 전기영화가 제작됩니다. 1950년대의 댄디한 미국 패션 아이콘으로 여겨지도 하는 아스테어는 역대 최고의 춤꾼 중 한 명으로 손꼽히며, 함께 콤비를 이루었던 진저 로저스와의 작업은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크나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아스테는 76년 동안이나 활동했으며, 그만큼 굉장히 많은 양의 작품을 남겼는데요, 그의 누나 '아델' 또한 뮤지컬 계에서 유명인사였습니다. 원래는 아델이 굉장한 인기를 누렸고, 아스테어는 그녀를 상대하는 보조역 정도였는데, 아델이 영국 귀족과 결혼하는 동시에 은퇴하자 솔로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당당하게 최정상 배우의 자리에 올라서게 되었습니다.
프레드 아스테어, 톰 홀랜드 ⓒ Posterazzi, USA Today
그러나 1987년 세상을 떠난 아스테어는 유언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가 영화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의 전기 영화 제작 소식이 고인의 바람을 무시한 처사라는 팬들의 불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스테어의 삶을 소재로 한 영화가 두 편이나 제작 중인데요, 우선 조금 더 주목을 받고 있는 쪽은 '스파이더 맨' 시리즈로 팬층이 두터운 톰 홀랜드가 주연을 맡은 영화입니다. '패딩턴' 시리즈의 제작자 폴 킹이 연출을 맡고 소니가 제작에 참여하며, 프레드 아스테어와 누나 아델의 관계를 다룰 예정이라고 합니다. <빌리 엘리어트>의 작가인 리 홀이 현재 각색 중에 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또다른 작품은 <프레드 앤 진저>로 알려진 뮤지컬의 영화화 버전으로, 아마존의 투자를 받아 조나단 엔트위슬이 감독, 제이미 벨과 마가렛 퀄리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톰 홀랜드 버전과 달리 프레드 아스테어와 그의 할리우드 콤비 진저 로저스의 관계가 주요 내용인 작품이기 때문에 시기상 좀 더 나중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프레드 아스테어라는 동일한 인물을 공교롭게도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제이미 벨과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이었던 톰 홀랜드가 각각 맡게 되어 더욱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비 마이 베이비
감독 | 미정
출연 | 젠데이아 콜먼
ⓒ Okayplayer
1960년대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3인조 걸그룹 '로네츠'의 리드 보컬 '로니 스펙터'의 전기 영화가 제작될 예정입니다. 'Be My Baby', 'Baby, I Love You', 'Best Part of Breaking Up' 등의 곡들을 히트시켰고, 그중에서도 'Be My Baby'가 대성공을 거두며 그룹을 당시 가요계의 최정상에 올려 놓았습니다. 해당 곡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비열한 거리>를 비롯해 <더티 댄싱> 등 여러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 음악으로 줄곧 쓰이며 사랑받기도 했는데요, 최근 가장 핫한 영화배우로 통하는 젠데이아가 로니 스펙터 역을 맡아 연기할 예정입니다.
로니 스펙터, 젠데이아 콜먼 ⓒ Posterazzi, USA Today
A24와 New Regency가 제작에 참여하며, 스펙터 본인이 빈스 월드론과 함께 썼던 자서전 <Be My Baby>를 바탕으로 스펙터의 커리어 초반기, 특히 그룹 로네츠의 탄생과 이후 로네츠가 필 스펙터의 음반사와 계약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이후 로니 스펙터가 필 스펙터의 불행한 결혼생활과 이혼, 음악 권리권을 찾기 위한 싸움 또한 다뤄진다고 합니다. 로니 스펙터는 한때 그녀의 매니저였으며 후에 그녀의 남편이 된 조나단 그린필드와 함께 영화의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다고 전해졌었는데요, 안타깝게도 작년 초 암 투병 끝에 78세의 나이로 별세해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스파이더맨 시리즈', '듄', HBO 드라마 '유포리아' 등을 통해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젠데이아가 로니 스펙터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되는 바입니다.
마에스트로
감독 | 브래들리 쿠퍼
출연 | 브래들리 쿠퍼, 캐리 멀리건, 맷 보머 등
말년의 번스타인으로 분장한 브래들리 쿠퍼, ⓒ Yahoo Finance
미국의 지휘자이자 작곡가,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떨쳤던 레너드 번스타인의 전기영화 소식입니다. 번스타인은 2021년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해 골든 글로브 작품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을 차지한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원작 뮤지컬의 작곡을 맡기도 했었는데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마에스트로>에서는 전설적인 음악가였던 그의 생애와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고 합니다.
레너드 번스타인, 브래들리 쿠퍼 ⓒ Getty Images, Wikipedia
영화 <스타 이즈 본>을 통해 감독으로서도 성공적인 데뷔를 마친 브래들리 쿠퍼가 감독, 각본, 연출, 제작에 주인공 레너드 번스타인 역까지 맡았습니다. 특히 촬영현장의 파파라치 컷을 통해 몰라볼 정도로 완벽한 분장을 한 브래들리 쿠퍼의 모습이 공개되어 화제였는데요, 영화가 공개된다면 오스카 연기상 후보는 따놓은 당상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마틴 스콜세이지와 스티븐 스필버그, 토드 필립스가 제작자 명단에 끼어 있어 또 한번 화제가 되었으며, 번스타인의 아내였던 '펠리시아' 역은 캘리 멀리건이, 애인 관계였던 클라리넷 연주자 역은 맷 보머가 맡아 영화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헐크 호건(제목 미정)
감독 | 토드 필립스
출연 | 크리스 헴스워스
ⓒ WVNS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프로레슬링 업계의 최정점으로 군림했던 전설적인 선수 '헐크 호건'의 전기영화도 제작될 예정입니다. 넷플릭스가 제작하며, 블래들리 쿠퍼 등 여러 제작자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토드 필립스가 감독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인공 헐크 호건은 '토르' 역할로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하며 완벽한 근육질 몸매의 크리스 헴스워스가 낙점되었습니다.
헐크 호건, 크리스 햄스워스 ⓒ People.com, Refinery
영화는 헐크 호건이 처음 레슬링 스타로 떠오른 젊은 시절을 그릴 예정이며, 실제로 헐크 호건은 예전 인터뷰에서 자신의 전기 영화가 나온다면 토르의 주인공 배우가 적격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어 적절한 캐스팅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물론 헴스워스는 해당 영화 출연에 대해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육체적으로 변모하는 과정에 엄청난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는데요, '토르' 때보다 더 몸을 키워야 하며, 발음 엑센트와 호건의 기본적인 태도, 언행, 레슬링 세계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금까지 개봉 예정에 있는 전기 영화들과 배역을 맡은 배우들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요, 이밖에도 원글에 다 담지 못한 반가운 소식들이 많습니다. 무성영화 시절의 전설적인 배우이자 감독인 '버스터 키튼'의 삶을 다룬 TV 시리즈 주역을 맡은 '라미 말렉',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의 차기작이며, 밴드 '그레이트풀 데드'의 실질적 리더였던 '제리 가르시아'의 생애를 다룬 영화에 출연하는 '조나 힐', 레게 전설 '밥 말리'의 전기영화에 출연 예정인 '킹슬리 벤 아디르'의 소식까지.
기대되는 작품들이 많은 가운데, 모쪼록 모든 작품들이 큰 이변없이 성공적으로 제작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글을 마무리해보려 합니다.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랄게요 :)
-
- 현실에서 미웠을 법한 인물을 조금 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영화'의 힘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로스트 도터> 시사회를 관람한 후 작성한 리뷰글입니다.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
그런 영화가 있다.
영화를 보면서 극중 인물에 이입하며 느낀 복잡한 감정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이어지는.
영화를 보며, 그리고 보고 난 후 느낀 감정이 마구 요동쳐서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이 복잡한 감정이 오래 지속되어 극장을 떠난 후에도 내 머릿속과 마음 속을 사로잡고 있는.
<로스트 도터>가 내겐 그런 영화였다.
영화관을 떠난 뒤에도 영화 속 주인공인 레다와 니나라는 인물에 대해 한참을 생각했다.
<로스트 도터>는 참 복잡한 영화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며 관객들이 각자 얻어가는, 생각하게 되는, 깊이 고민하게 되는 것들이 다를 것이다.
본 리뷰에서는 내가 유독 깊이 생각하고 집중했던 점들에 주력해볼 예정이다.
영화의 주된 이야기는 '레다(올리비아 콜먼)'의 그리스 휴가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레다는 이전에 결혼을 하고, 두 딸을 낳고 키우다가 '엄마'로서 요구되는 모성애가 깃든 역할들을 견디기 어려워서(혹은 견뎌내지 못하고) 도망쳤다.
그녀는 남편과 어린 두 딸을 두고 몇 년 간 집을 떠나 있었고, 그리고 바람도 폈다.
시간이 흘러 중년이 된 레다는 휴가로 온 그리스에서 어린 딸을 가진 젊은 여자 '니나(다코타 존슨)'를 보고 자신의 옛 기억을 떠올린다.
레다는 자신의 과거(제시 버클리)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그리고 닮은 모습을 보이는 니나를 보고 휴가 내내 자유롭지만 어딘가 불안하고 죄책감에 쌓여 있는 모습을 보인다.
- 자식들은 끔찍한 부담이에요.
영화의 초반부에 그녀가 자신의 딸들을 소개하는 장면이 있다.
첫째 딸은 자신을 흡수해버리고, 둘째 딸은 자신이 예쁜 것을 모른다고.
하지만 두 딸을 소개하는 레다의 모습에서는 왜인지 모를 슬픔이 느껴지곤 한다.
그리고 레다는 '나는 내 자식들이 나와 다른 모습을 보일 때가 예쁘다. 왜냐하면 그것은 내 책임이 아니니까.' 라는 말을 남긴다.
나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나를 안 닮은 것이니까, 즉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내 책임이 아니니까.
영화 속에서 꾸준히 교차되어 보여지는 어린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젊은 레다는 가족보다 '나 자신의 삶'을 더 중요시여겼던 사람이다.
한 가정의 구성원이자 한 남자의 아내,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로서 요구되는 역할에 대한 책임감보다는 '나의 꿈', '나의 일'을 더 중요하게 여겼던 사람이다.
그래서 '엄마'로서 요구되는 희생을 견뎌내지 못한다. 혹은, 그 희생을 견뎌내는 것을 포기한다.
영화의 주요 사건은 레다가 니나가 잃어버린 딸을 찾으면서, 그리고 니나의 딸의 인형을 훔치면서 시작된다.
레다는 니나의 딸의 인형을 보고 젊은 시절, 첫째 딸 비앙카에게 건넨 자신이 아끼던 인형을 떠올린다.
젊은 시절의 레다는 자신이 아끼던 인형에 비앙카가 낙서를 하자 욱해서 그 인형을 창문 바깥으로 던져버렸다.
젊은 시절의 레다는 딸에게 종종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였고, 그녀에게 자꾸 말을 걸고 장난을 치는 딸의 행동이 거슬린다고 느끼곤 했다.
과거에 욱해서 딸이 보는 앞에서 인형을 냅다 던져버린 행동에 대한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아끼던 인형에 대한 미련에서 비롯된 것인지, 정신을 차린 순간 레다는 자신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니나의 딸의 인형을 가져왔음을 깨달았다.
니나는 레다의 젊은 시절과 참 많이 닮아 있다.
자식의 보챔을 거슬려 하고, 아이를 사랑하지만 종종 우울해 보이고, 그리고 바람을 피고.
자유와 사랑을 찾아 3년간 자식과 남편을 떠나 있던 레다가 잠시 집에 돌아오자 첫째 딸 비앙카는 이전처럼 그녀에게 먼저 말을 걸거나, 장난을 치거나 하지 않는다.
그리고 조심스레 그녀에게 과일껍질로 뱀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과일껍질을 끊기지 않게 길게 잘라서 뱀 모양을 만드는 것은 예전부터 레다가 자주 해주던 것이었다.
레다는 과일껍질을 다 자르고 슬픈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황급히 떠난다.
아마도 비앙카가 조심스레 건넨 이 말은 과일껍질로 뱀을 만드는 그 긴 시간 동안 엄마가 떠나지 않았음 싶어서 아닐까, 하고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아직 어리지만 또 엄마가 떠날 것을 알아버렸기에 최대한 그 시간을 늦추기 위해서.
니나와 니나의 딸, 그리고 그녀의 남편, 그녀의 지인들은 영화 내내 (레다가 가져간) 니나의 딸의 인형을 찾는데 온 신경을 쓴다.
레다는 그 인형을 돌려주려다가도 자꾸 타이밍을 놓치고, 선반에 넣어둔 인형이 잠시 없어져서 혼자 전전긍긍하곤 한다.
레다가 인형을 가져간 것을 들킬 것 같은 마음에 스크린 너머의 관객인 나도 계속 불안하곤 했다.
그러던 중 마침내, 그리스를 떠나기 전 레다는 니나에게 인형을 건넨다. 그리고 자신이 인형을 가져갔다고 말한다.
왜 인형을 가져갔냐는 니나의 질문에
나는 버릇없는 엄마니까.
라고 대답한다.
이전까지는 계속 자신이 인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자꾸 상황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이던 레다는 이 순간만큼은 달랐다.
변명을 하지 않았다.
휴가 내내 자신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행동들로 인해 죄책감을 느끼고, 공허해보였던 그녀는 자신의 잘못을 완전히 인지했다.
그리스를 떠나던 중, 해변에서 깜빡 잠이 들었던 레다는 잠에서 깬 뒤 비앙카에게 전화를 건다.
동생과 함께 있던 비앙카는 그녀의 엄마에게 이런저런 일상을 이야기한다.
레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오렌지 껍질로 뱀을 만들며 전화기 너머에서 두 딸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런 레다를 비추며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레다'를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은 비난적이지 않다.
100%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행동을 무작정 비난하지 않는다.
이러한 카메라의 시선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도드라진다.
레다에게 그저 담담하고 심심한 위로 한 마디를 전하는 것 같다.
그럴 수 있다, 라고.
레다를 바라보는 주된 시선이 비난적이지 않아서 관객들도, 나도 마냥 그녀를 질책하지 않을 수 있던 것 같다.
참 많은 생각이 복합적으로 드는 영화이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엄마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남편과 두 아이에게 상처를 준 레다는 이기적이다.
그녀에게는 자신의 자유와 사랑을 찾아 떠난 것이라는 자신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런 그녀를 마냥 칭찬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또 마냥 질책할 수도 없었다.
나는 그런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내가 부모라면, 부모로서 주어지는 그 역할들을 성실히 이행해낼 수 있을까?
희생을 감수하면서 꾹 참고 그 책임을 견뎌낼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아직까지는 '아니오'이다.
나 자신을 향하지 않는 맹목적인 희생이란 마냥 쉬운 것이 아니다.
한 가족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다. 특히 나의 역할이 '부모'라는 것은 더더욱.
그래서 아직 나는 자신이 없다.
그래서 레다를 더 질책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래서, 자신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죄책감과 아픔을 뒤늦게 절실히 느낀 레다를 향한 이 영화의 위로 어린, 담담한 시선이 더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마치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서.
영화에는 그런 힘이 있다.
현실에서 마주했다면 마냥 미웠을 인물도 영화 속의 주인공이라면 조금 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영화 속 주인공을 마냥 비난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 영화가 그런 힘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기적인 그녀의 행동을, 그리고 그녀가 느낀 죄책감과 고통을 이 영화는 보듬어준다. 그녀를 토닥여준다.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나도 그런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로스트 도터>는 오는 14일 개봉한다.
-
- 3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극장가의 위기는 팬데믹 이후 매년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최근 극장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가 총 5,470만 달러로 올해 최저 주말 수익을 기록했습니다.파라마운트의 신작 <노보케인>이 누적 수익 870만 달러로 1위를,
<미키 17>과 <블랙 백>이 누적 수익 약 750만 달러로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하며
한 주말 동안 단 한 편의 영화도 1,000만 달러를 넘지 못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썰렁한 극장가에 곧 개봉을 앞둔 디즈니의 실사영화 <백설공주>가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펼친 인상적인 가창력과 연기력을 뽐낸 레이첼 지글러가 주연을 맡은 <백설공주>는
북미 개봉 첫 주 5,000만~5,600만 달러의 성적을 기대받고 있습니다.
국내 극장가 역시 한산하긴 마찬가지입니다.
1위를 차지한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은 주말 관객 수 32만 명을 불러들여 누적 관객 수 26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인기 애니메이션을 극장판으로 제작한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이 누적 관객 수 20만 명을 돌파하며 2위를,
교황 선거를 다룬 <콘클라베>가 지난주에 이어 3위에 올랐습니다.
가장 최근 개봉했던 디즈니 프린세스 실사 영화인 <인어공주>가 국내 누적 관객 수 64만 명에 그친 가운데,오는 19일 개봉하는 새로운 프린세스 실사 영화 <백설공주>는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요?
-
-
- 【결말포함】K-좀비는 더이상 그만
#영화 #반도 #리뷰
액션, 드라마│한국│116분
감독 연상호│출연 강동원, 이정현전대미문의 재난 그 후 4년
폐허의 땅으로 다시 들어간다!
4년 전, 나라 전체를 휩쓸어버린
전대미문의 재난에서 가까스로 탈출했던 ‘정석’(강동원).
바깥세상으로부터 철저히 고립된 반도에
다시 들어가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제안을 받는다.
제한 시간 내에 지정된 트럭을 확보해
반도를 빠져 나와야 하는 미션을 수행하던 중
인간성을 상실한 631부대와 4년 전보다
더욱 거세진 대규모 좀비 무리가 정석 일행을 습격한다.
절체절명의 순간,
폐허가 된 땅에서 살아남은 ‘민정’(이정현) 가족의 도움으로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하고
이들과 함께 반도를 탈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잡기로 한다.
되돌아온 자, 살아남은 자 그리고 미쳐버린 자
필사의 사투가 시작된다!#리뷰문의
adonai0919@gmail.com#트위치
https://www.twitch.tv/sura_chtr#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writerTrack: Syn Cole - Gizmo [NCS Release]
Music provided by NoCopyrightSounds.
Watch: https://youtu.be/pZzSq8WfsKo
Free Download / Stream: http://ncs.io/GizmoBut he knows the way that I take;
when he has tested me,
I will come forth as gold.
Job 23:10
-
- 디즈니+ <사운드트랙#1> 티저 예고편
강아지상 대표주자 박형식? 고양이상 대표주자 한소희? 이들의 멍냥꽁냥한 캐미가 궁금하다면? 로맨스 뮤직? 드라마 [사운드트랙 #1] 3월, 디즈니+에서 확인하세요!
-
-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티저 예고편
"안녕하세요, 정다은 간호사입니다” 정신병동에 처음 근무하게 된 다은이 마주할 다이나믹한 일상 우리들에게 ‘다시’ 좋은 아침이 올까요?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11월 3일,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