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8-05 16:00:55
8월 1주차, OTT 종료예정작 추천
<엑시트> <기생충><대니쉬 걸>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8월의 첫째 주 금요일입니다.
오늘만 지나면 주말이 기다리고 있죠!
8월이 지나면 더 이상 볼 수 없는, 넷플릭스와 왓챠의 종료 예정작을 추천해드리려고 하니
주말 동안 이 영화를 봐보면 어떨까요?-?
그럼, 지금부터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엑시트
08.14
넷플릭스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대학교 산악 동아리 에이스 출신이지만, 졸업 후 몇 년째 취업 실패로 눈칫밥만 먹는 용남은
온 가족이 참석한 어머니의 칠순 잔치에서 연회장 직원으로 취업한 동아리 후배 의주를 만난다.
어색한 재회도 잠시, 칠순 잔치가 무르익던 중 의문의 연기가 빌딩에서 피어 오르며
피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도심 전체는 유독가스로 뒤덮여 일대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용남과 의주는 산악 동아리 시절 쌓아 뒀던 모든 체력과 스킬을 동원해 탈출을 향한 기지를 발휘하기 시작하는데…
cine pick!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의 기존 재난 영화와 완전 다른 분위기의 짠내나고 코믹한 분위기인 <엑시트>.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신선하고 독특한 영화의 매력으로 인기를 끌어 900만 관객 수를 넘어섰다.
기생충
08.14
넷플릭스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전원 백수로 살 길이 막막하지만 사이는 좋은 기택 가족.
장남 기우에게 명문대생 친구 민혁이 연결해 준 고액 과외는 모처럼 싹튼 고정 수입의 희망이다.
기우는 온 가족의 기대 속에 박 사장 집으로 향한다.
cine pick!
칸 영화제를 시작으로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기생충>.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넘어섰으며, 전세계적으로도 끈 인기를 끈 영화이다.
빅쇼트
08.14
넷플릭스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2005년, 모두를 속인 채 돈 잔치를 벌인 은행들. 그리고 이를 정확히 꿰뚫고 월스트리트를 물 먹인 4명의 괴짜 천재들.
20조의 판돈, 세계 경제를 걸고 은행을 상대로 한 진짜 도박!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cine pick!
골든 글로브, 영국 아카데미, 호주 아카데미 주요 부문에서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로튼 토마토 신선도 87%으로 높은 지수를 유지한 영화 <빅쇼트>
크리스찬 베일, 스티브 카렐, 라이언 고슬링, 브래드 피트 등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들의 모두 나온 영화.
대니쉬 걸
08.15
넷플릭스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서로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파트너인 화가 에이나르와 게르다.
게르다는 에이나르에게 모델 대역을 부탁하게 되고 캔버스 앞에 선 에이나르는 또다른 자신의 모습과 마주한다.
cine pick!
<킹스 스피츠> <레미제라블>를 연출한 톰 후퍼 감독의 작품!
1920년대 '릴리 일베'의 특별한 일대기를 다룬 동명 소설 '대니쉬 걸'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생의 마지막 한 걸음
08.15
왓챠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일본 서부에 있는 50m 높이의 산단베키 절벽은 인기 있는 관광지이자 잘 알려진 자살 장소이다.
후지야부 목사는 1999년부터 이곳의 수문장을 맡아왔다.
그는 자살할 목적으로 이 곳을 방문했던 사람들의 사연을 들어주고 거처를 마련해주며 그들이 삶을 재건할 수 있도록 돕는다.
cine pick!
힘이 들 때 보면 좋을 것 같은 다큐멘터리 <생의 마지막 한 걸음>
제16회 EBS 국제다큐영화제 상영작 중 하나이다.
씨네랩 에디터 Hizy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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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주차, 위클리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지난 한 주, 국내외 영화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해 보는 '위클리 뉴스' 차례가 왔습니다!
그럼, 지난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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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어부바>, 5월 극장 개봉
출처 | 네이버 영화
정준호, 최대철 주연의 <어부바>가 5월에 극장 개봉을 확정했습니다.
가족에 관한 코미디 영화로, 가정의 달인 5월에 맞춰 개봉 시기를 정한 것 같습니다.
코미디 영화에 출연하며, 유쾌한 웃음을 선사했던 두 배우가 만나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제3회 5.18영화제, 12일부터 시작
출처 | 씨네허브
‘5·18 영화제’는 5·18 민주화운동이 젊은 세대에게는 점점 잊혀져가는 과거의 역사가
되어가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보고자 기획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제3회 ‘5·18 영화제’는 5월12일부터 5월19일까지 온라인 영화제로 개최하며,
‘5.18 영화제’ 개막식과 수상작 시상식은 2021년 5월12일 오후2시, 서울시청 8층다목적홀에서
개최하고 www.cinehubkorea.com, TBS 유튜브로 생중계 된다고 한다.
황동혁 감독, 차기작 언급
출처 | 넷플릭스
새 작품으로 ‘노인 죽이기 클럽(Killing Old People Club·가제)’을 구상하고 있고, ‘오징어게임’보다 더 폭력적인 내용이 될 거라고 밝혔습니다.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황동혁 감독은 이미 25페이지 분량의 글을 써놓은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안녕하세요>, 5월 개봉 확정
출처 | 네이버 영화차봉주 감독의 <안녕하세요>가 5월 개봉 확정과 동시에 티저 포스터를 공개했습니다.
<안녕하세요>는 혼자 남겨진 열아홉 수미와 '죽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수간호사 서진을 만나
세상의 온기를 배우는 휴먼 드라마입니다.
해외
정호연, <가정교사>로 美 스크린 데뷔출처 | 사람엔터테인먼트
지난 6일, 배우 정호연이 릴리 로즈 뎁, 르나트 라인제브와 함께
조 탤봇 감독의 신작 <가정교사>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정호연은 위 배우와 함께 공동 주연을 맡았고, 스페인에서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브리 라슨, 분노의 질주 10 합류
출처 | 빈 디젤 인스타그램
지난 9일,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주연 배우 '빈 디젤'이 자신의 SNS를 통해
브리 라슨이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합류한다는 소식을 직접 전했습니다.
<분노의 질주10>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할 영화이고, 2023년 4월 개봉 예정이다.
윌 스미스, 10년 동안 아카데미 참석 금지
출처 | AP 뉴시스
시상식에서 폭행을 저지른 배우 윌 스미스가 미국 아카데미 행사에서 10년 동안
참석 금지를 하고, 윌 스미스의 남우주우연상 수상을 취소하지 않았습니다.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의 합병
출처 | 워너 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지난 8일, 워너 미디어와 디스커버리가 워너 브러더스 디스커버리라는 이름으로
공식적으로 합병을 마무리했다고 전했습니다. 향후 양사의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인
HBO맥스와 디스커버리 플러스가 통합된 스트리밍 서비스가 출시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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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해일이 아니었다면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 담당 형사 해준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를 만나 남편의 죽음 앞에서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는 서래에 수상함을 느끼고 용의선상에 올린다. 하지만 사건 조사를 통해 서래를 알아가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져만 가는데.....
1. 낯선 단어들의 조합
서래는 진술 과정에서 꽤나 문체적인 단어를 쓴다. '마침내 죽을까봐'라던지, '한국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이 결혼했다고 해서 좋아하기를 중단합니까?'라던지. 대사가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하다. 하지만 흔히 쓰지 않는 단어의 조합으로 흠칫거리게 하는 그런 소설. 그런 점이 이 영화를 더 신비하고 미스터리하게 만든다.
그런 서래의 모습이 그녀를 용의자로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마치 진술을 연습해온 느낌 때문이었다. 하지만 해준은 애써 자신의 의심을 거둔다. 그녀를 의심하기엔 그의 애정이 더 깊었기에 평소였으면 깊게 파고들었을 의심스러운 부분도 밍기적거린다. 그렇게 그는 한 순간의 실수로 '붕괴'됐고, 영화는 붕괴 이후부터가 진짜다.
2. 박해일이 없다면
이 영화의 연출과 음악, 배경 모두 박찬욱 감독스럽고 작품성은 평가의 여지가 생각한다. 세계의 영화 전문가들이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인정한 영화이기에 내 평가는 그저 취향의 문제로만 치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 대한 내 취향은 '기묘하게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영화에 박해일 배우가 캐스팅되지 않았다면 이 캐릭터가 납득될 수 있었을까 생각했다. 해준은 냉정하게 말하면 중년의 미남자가 인생이 지루해져 딴 여자에 한눈 판 인물이다. 생각보다 이해받기 쉽지 않은 상황 설정이었다. 그런데 이 남자를 이해하게 된다. 평소의 내가 하던 생각이 아니라서 그저 낯설게 느껴졌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면 박해일이라는 배우가 가진 얼굴과 느낌 때문이었던 것 같다. 중년의 나이에도 소년의 느낌을 유지하고 매너가 넘치는 캐릭터가 합해지니 불륜하는 캐릭터임에도 여심을 안 흔들 수 있었을까. 아마도 관객들은 '저 남자가 내 남자였으면' 싶었던 게 아닐까. 불륜이어도 저런 '잘생기고 매너 좋은 남자'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고 결론지었다. 박해일 배우가 가진 소년미가 아니었다면 그 판타지가 구현되지 않았을 것 같다. 그 나이에 담백한 소년미를 가진 배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영화 속 음악과 분위기는 굉장히 고급진 느낌으로 포장했지만 결국 이 영화는 여자들의 팬픽에서 느낄 법한 판타지를 충족시켰던 게 아니었을까. 팬픽, 웹소설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이 스토리가 말도 안되는 건 알지만 원초적으로 충족받고 싶은 이성에 대한 판타지'를 확인시켜 주는 장르이기 때문이지 않은가. 이 영화를 볼 때 서사적으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런 남자는 세상에 없는 거 알지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여자들의 판타지를 확실하게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서사는 팬픽스러운데 문체적인 대사들로 가득찬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영화라니. 이 모든 조합만으로 이 영화는 한 번쯤은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3. 사랑은 타이밍
해준이 서래에 대한 사랑을 놓았을 때 서래의 사랑은 시작된다. 영화는 해준의 '붕괴' 이후가 진짜인데 그 때 이후로 서래의 집착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서래의 사이코스러워 보일 법한 사랑은 해준이 그녀를 버린 후에야 시작되지만 두 사람의 타이밍이 안 맞았기 때문에 이 사랑은 파국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서래의 마지막 선택은 해준에게도 관객에게도 많은 잔상을 남긴다. 남자에게 잊지 못할 상처를 남겨 절대 잊지 못하게 만드는 심리는 다분히 병적이지만 결국 이게 이 영화의 미장센이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너무 사랑해서 내가 가질 수 없다면 상처를 줘야겠다는 마음이라니. 이 결말이 초반에 팬픽, 웹소설스러운 부분을 단번에 한 편의 소설처럼 느끼지게 만들었다. 기승전결이 완벽한 소설 말이다.
4. 총평
박찬욱 감독의 팬분들이야 당연히 이 영화를 보시겠지만 박찬욱 감독 영화에 잘 모르는 분들도 이 영화를 보셨으면 좋겠다. 그의 영화 치고 꽤나 대중적이고 진입 장벽이 낮다. 입문하기에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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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니스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듯
MBTI에서 끝자리 P를 담당하는 인간으로서, 나는 충동적이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뭔가 헛헛함을 털어낼 수가 없어 영화라도 보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작정 밤 10시에 영화 예매에 돌입해 요새 관심있었던 챌린저스를 보았다.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젠데이아 배우의 팬심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게 왠걸 젠데이아로 시작해 두 남자 배우로 끝나는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로맨스가 주된 내용인 영화는 서사에서 기대할 것은 딱히 없기 때문에 캐릭터가 매력있으면서도 공감을 살 수 있어야 하거나 서사에서 설정값이 독특한 지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테니스를 주제로 하는 만큼 설정값이 특이한 지점이 있었고, 세 캐릭터 모두 매력있었기 때문에 너무너무 잘만든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1. 인간의 관계성을 상징하는 테니스
"테니스는 관계야" 라는 타시의 대사가 있다. 공을 주고받으면서 상대의 강점, 약점을 모두 알 수 있으니 그럴 것이다. 인간관계도 그렇다.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말을 나누는 행위를 공을 주고 받는 행위와 같다고 한다면, 대화 과정에서도 이 사람의 장점, 단점, 그리고 건드리면 안되는 선이 어디인지 알 수 있게 된다. 테니스는 승부를 보는 게임이기 때문에 상대의 단점을 파고들어 허점을 찔러야 한다면, 인간 관계에서도 누군가와 싸워야할 때, 관계가 진전될 수록 보이는 단점에서 비롯된 상대의 허점을 찔러 안해도 될 말을 하게 된다. 이런 인간관계의 관점에서 많이 알수록, 그리고 친해질수록 범하게 되는 실수는 영화 속 인물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타시:
여주인공 타시는 두 남자 주인공인 아트와 패트릭의 사랑을 받는 여자이다. 타시는 두 남자의 마음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알게 모르게 그들의 마음을 저울질한다. 패트릭은 저돌적이고 자신만만한 허세가 매력인 인물이고, 아트는 겸손해보이고, 수줍어 보이지만 내면의 야망을 숨기는 타입이다. 이 두 캐릭터의 차이를 두고 보았을 때, 타시의 애정을 갈구하는 두 남자의 대결에서 누가 이긴 걸까. 타시는 누굴 가장 사랑했던 걸까. 나는 타시가 두 남자의 성격적인 부분에서 매력을 느꼈다기 보다는, 두 남자의 테니스 실력을 사랑했던 것 같다. 테니스를 사랑하고 잘하고자 하는 그들의 마음을 이용해 더 재밌는 테니스를 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녀는 승부의 화신이었던 것이다. 마치의 자신을 떠올릴때면 '승리'가 자동으로 떠올릴 수 있게끔 말이다.
패트릭과 아트:
패트릭과 아트는 주니어 국제대회에서 복식으로 금메달을 따며 환상의 콤비를 보여주며 둘도 없는 친구사이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타시가 두 남자 중 누구를 선택한 걸까 궁금해하지만 나는 오히려 두 남자는 정말로 타시를 사랑한 것일까 의심이 든다. 타시를 일종의 트로피로 생각하고 두 남자는 서로를 사랑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증거로 아트는 타시와 먼저 사귀었던 패트릭을 질투하며 조용히 이간질을 하기도 하지만 패트릭은 바로 의도를 눈치채면서도 화 한 번 내지 않고, 그저 웃기만 한다. 아트 또한 패트릭과의 과거를 대수롭지 않은척 하면서 기억하지 못하는듯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도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가 신경쓰인다는 것을 그를 격하게 부정하는 모습에서 느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두 사람의 서로를 향한 애정은 두 남자가 타시에게 동시에 애정표현을 하다 타시가 얼굴을 슥 빼면서 두 남자가 키스하는 장면에서 이미 다 드러나있었던 것을 깨달았다. 두 남자의 애정을 확인한 타시의 그 순간의 표정은 내가 사랑받지 못했다는 실망감보다는 '한 건 했다'는 표정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얘네 둘 이용하면 꽤나 재밌어지겠는데?'하는 느낌이었달까. 두 남자는 승리의 상징인 타시를 얻기 위해 경쟁하면서도 서로를 향한 애정을 놓지 못하는 것 같아보인다. 그들에게 타시는 개인적인 욕망을 의미하다가도 일종의 트로피 같기도 하다.
그러니 마지막 두 사람의 숨차는 랠리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고, 약점을 파고든다는 느낌보다는 '잘 지냈냐, 이 새끼야'라고 애정어린 대화를 하는 것 같다. 여기에서 타시의 테니스 관계론이 성립한다. 두 남자의 관계를 보고 있자면 관객은 두 남자에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고, 이들을 애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두 사람을 보고 있자면, 인간은 모두 관계를 논할 때, 일정부분 거짓말을 하고 있진 않은지 고민해보게 된다. 아트는 타시에게 사랑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지쳐있고, 패트릭도 타시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타시의 케어를 받는 아트가 부러운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타시도 아트를 겉으로 사랑한다고 하며 코칭을 하지만 사실은 테니스를 사랑하는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현 상황에 충실하기 위해, 혹은 체면을 위해 그들은 자신을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내 자신에게 포커스를 맞추게 된다. 누군가 감정을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하면 솔직을 가장한 거짓을 고하는 내 자신을 보면서 한심함을 느낀다. 어쩔 때는 나는 누군가의 관심이 필요한 인간인가 싶다가 정작 관심을 받으면 바로 도망쳐버리고 싶어지는 내 자신을 그들의 테니스 랠리에 비추어 고민해 보게 된다. 나는 내 인간관계에 얼마만큼 충실하고 솔직한지. 얼마나 앞으로 나아갈 용기가 있는지.
2. 마치 스포츠 광고 같은
이 영화는 세 사람의 관계성에 포커스를 두지 않아도 이미 테니스 경기를 보는 듯 혹은 나이키, 아디다스 광고를 보는 듯한 영상미도 일품이다. 선수들의 땀을 잘 보이게 하는 연출이나 공에 카메라를 붙이고 관객들로 하여금 그들의 랠리에 참여할 수 있게끔 했던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경기장면 하나하나 모두 세련미를 강조하고자 했다는 지점에서 박수를 치고 싶다. 세 배우의 화보집을 보는 듯한 이 지점이 이 영화를 오락영화로만 소비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음악도 마치 트렌디한 광고음악같아서 ost도 따로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관객분들도 음악 얘기 해주시던데 정말 음악이 특별하다. 그 음악들을 듣고 있자면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런웨이다'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좋다.
총평
가볍게 영화 보고 싶은 분들, 가볍지 만은 않은 영화 보고 싶은 분들 모두에게 추천한다. 젠데이아 배우의 멋있음을 보고 싶은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잘모르는 배우 새로이 덕질하고 싶다 하는 분들도 이 분들은 어떠냐는 소개를 하고 싶게 만든다. 좋은 영화는 한 번봐서는 제대로 보았다고 할 수 없으니 한 번더 봐야겠다. 요새 좋은 영화들이 참 많이 개봉해서 좋다.
그나저나올해 쓴 글들은 거의 다 괜찮았던 영화였던 것 같다.
어, 아닌가. (이전 썼던 글 다시 보고 오겠음)(확인하고 옴) 음, 맞다. 내 취향을 저격했냐 아니냐를 떠나서 만듦새가 좋은 영화들이었다고 생각하는 영화들만 글쓰게 되어서 기쁘다. 그 기쁨에 이 영화가 들어가서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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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램덩크' 원작 잘 모르는데 이 영화 봐도 될까요
봄날은 바로 지금
영화의 카메라는 북산고와 산왕고의 토너먼트로 향한다. 땀냄새나는 코트. 10명의 선수들이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 전력적 열세인 북산고. 그렇지만 이번 경기에서 모든 걸 다 걸어야만 한다. 이 관문을 넘지 못하면 다섯 명의 학생들이 오랫동안 바라왔던 전국제패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전력 차를 극복하는 것 같다. 경기 초반, 비등하지만 앞서 나가고 있는 북산고. 의외로 별로 차이 나지 않는 것 같다. 이대로만 가면 되겠는데? 이렇게 가만히 있을 산왕고가 아니다. 산왕고의 벤치가 뭔가 심상치 않다. 전략을 바꾸는 산왕고. 전략을 새롭게 도입하며 경기의 흐름을 바꾸려고 한다. 고전하는 북산고. 특히 강백호와 송태섭은 뭔가 문제가 있는 듯하다. 특히 태섭의 얼굴 표정에는 비장함이 서려있다.
무언가 놓고 온 게 있었나. 다른 선수는 안 그랬나 싶지만 유독 태섭이 승리를 원했던 이유는 색다르다. 태섭은 어린 시절에 아버지를 잃었다. 가장이 없어진 집안. 남은 것이라곤 형 송준섭과 동생 송태섭, 그리고 여동생과 어머니다. 농구선수였던 형 준섭. 준섭이는 농구를 놓을 수 없다. 농구선수로서의 출세를 꿈꾸던 준섭.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에 어선을 탔다. 태섭은 눈물을 흘린다. "나랑 같이 농구 한 판 하기로 했잖아!" 배를 타기 전에 형의 손을 잡을 수 있었지만 화가 난 마음에 거절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준섭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혼자 남은 태섭. 형이 남기고 간 농구공을 잡아, 새로운 무언가를 향한 도전을 꿈꾸려고 한다. 이제 태섭이가 코트에 우뚝 설 일만 남았다. 영화는 태섭의 이야기와 산왕전을 엇갈리게 제시하며 그가 왜 절실할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준다.
원작 보고 가야 되나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보고 가는 것이 좋다. 시간이 없다면 인물이 누구인지 정도는 알고 가는 것이 좋다'다. 글쓴이는 영화 중반부까지는 잘 집중이 됐다. 그러나 중후반부 즈음에 살짝 졸아서 밖에 나갔다 왔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면 '이야기가 흥미롭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다. 글쓴이는 산왕전의 결과가 궁금했다. 송태섭을 처음 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물 서사와 산왕전이 엇갈리는 영화의 형식이 가끔 흐름을 깬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송태섭 서사가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봤던 것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소담한 감성이 중심이긴 하다. 이런 연출 방식을 좋아하는 분들은 송태섭 서사를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이걸 잔잔하게 받아들인다면, '특정 인물'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이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의 템포를 확 바꾸지는 못한다. 이는 영화에서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에서 중후반부 이야기 전개를 통해 '왜 이렇게 영화를 보여줬는지' 다 설명하긴 하지만 어느 정도는 불친절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글쓴이는 사실 원작을 보고 가는 게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면 강백호, 서태웅, 정대만, 채치수, 송태섭, 안 선생님이 누구인지, 산왕고는 극 중 어떤 위치인지 정도는 무조건 알고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솔직히 글쓴이는 90년대생 중에 슬램덩크 짤 단 한 번도 안 본 사람 1만 명도 안 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살짝의 배경지식은 다들 갖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해가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히 원작을 봤던 분들이라면 흥미롭게 받아들일 부분이 많다. 만화에서, 영화 주인공인 송태섭은 존재감이 부족하다고 한다. 이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인물의 특성은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작을 많이 봤던 팬들이라면 송태섭이 다른 북산고 멤버들과 어떤 관계인지 잘 모를 테니 이에 대해 보여주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질 것이다. 또한 강백호와 서태웅이라는 슬램덩크 시그니쳐들과는 다른 이미지에서 극을 시작한다는 점이 아는 이야기를 좀 더 다르게 전달할 수 있다는 강점으로 작용한다. 또 원작 이야기를 모르는 입장에서는 영화가 살짝 뻔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팬들 입장에서야 송태섭 서사가 신선하지 모르는 관객들 입장에선 그냥 다 똑같은 농구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이 송태섭 이야기로 만든 가족드라마와 스포츠 영화는 기존에도 있었다. 글쓴이는 생각을 깊게 하지 않아도 <스텐바이, 웬디>와 <족구왕>이 생각난다. 이뿐인가? 이 두 작품 외에도 이와 유사한 영화들은 수도 없이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비슷한 서사가 많다고 해서 이야기 흐름을 바꾸기엔 위험부담이 있다. 자기가 만든 만화를 뒤엎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극전개에 있어 좀 다른 방식으로 아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주인공을 바꾸는 게 제격이다. 같은 일을 받아들이더라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끼는 인간의 속성을 반영한 것이다.
질감과 운동
영화 전반적으로 '참 따뜻하다' 싶었던 것은 극의 색감이다. 영화 전체적으로 무조건적으로 화사하진 않지만 따뜻한 색감을 잘 활용했다. 가령 이 영화의 가장 첫 번째 시퀀스는 태섭이 형 준섭과 이별하는 장면이다. 처음부터 감정적으로 센 장면을 배치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영화를 보다 보면 '왜 태섭의 이야기를 영화에서 엇갈리게 제시했을까' 의문이 든다. 초반에 이 인물이 이것에 대해서 그렇게 깊은 의미부여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바로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는 뭔가 따로 노는듯한 송태섭의 서사를 고립되어 있는 공간감과 살짝 탁한 색감으로 소화한다. 러닝타임동안 태섭에게 이 상실의 이미지가 가장 중요한데, 이를 연출로 잘 보여준 셈이다. 혼자 있어 외롭고, 어두운 세상을 받아들이는 주인공의 관점을 영화언어로 보여준 것이다. 이는 극후반부 엔딩과 대비된다. 글쓴이는 엔딩 신과 초반부의 장면 색감이 좀 차이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는 첫 장면과 마지막에 등장하는 한 인물의 입장 변화를 색감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이 송태섭 서사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산왕전이다. 살짝 잔잔한 톤으로 전개되는 송태섭 서사와는 반대로 산왕전은 인물들의 농구경기가 중요하다. 그러나 이 중요성과는 반대로 산왕전의 초반부를 볼 때 뭔가 어색하다고 느껴졌다. 약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보는 느낌? 그런데 초중반부를 넘어가면 극 이해에 큰 문제가 없다. 이 영화는 인물들의 운동능력에 대한 큰 동선을 잘 잡았다. 스포츠에 정답은 없다. 공 갖고 하는 운동이면 닥터 스트레인지가 와도 예상할 수 없는 이야기가 흘러간다. 당연히 농구에서도 리바운드나 덩크슛 같은 상황이 매번 다르게 나타난다. 이를 잘 이해하듯 영화 내적인 이야기에서 인물들의 상황에 맞게 움직임을 잘 짰다. 이 덕에 농구경기라는 영화 이야기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생동감이 생긴 것이다. 그중 제일 좋았던 운동 묘사는 산왕고의 전략 변경이다. 산왕고가 경기를 다르게 운영함으로써 북산고 멤버들이 어떻게 느낄지를 잘 표현해서 영화의 생동감을 살렸다.
영화여야만 해
글쓴이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 또래들이 좋아하는 <원피스>나 <나루토> 같은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았다. 당연히 이 <슬램덩크> 시리즈 역시 보지 않았다. '불꽃남자 정대만' '강백호' '포기를 모르는 남자지' '하나도 성장하지 않았어'같은 유행어들은 알았지만 그게 슬램덩크 것이라고는 알지 못했다. 이 영화에 대한 평이 하도 좋아서 표 예매하기 20분 전에 부랴부랴 인물들에 대해 읽어본 게 전부다. 영화 보기 전에 생각했던 것이 '이거 좀 전형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건 아닌가' 싶었다. 금세 티켓값 10000원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냥 원래 계획대로 안 보는 게 나았나?
글쓴이는 영화를 보기 잘했다고 느낀다. 이유는 이 영화는 영화여야만 하는 이유를 잘 보여줬기 때문이다. 원작의 연장선상? 만화를 본 분들이라면 그렇게 느끼실 수도 있다. 그러나 후반부에서 핵심 인물이 다른 인물에게 어떤 대사를 한다. 질문의 형식이다. 이 대사가 영화의 핵심을 드러내는 직접적인 질문이긴 하지만 작품 형식에서 이 문장에 힘을 빡 주는 연출을 보여줬기 때문에 이 작품 자체의 오리지널리티가 된다고 생각한다. 또 영화가 갖고 있는 다른 핵심 소재는 용서와 화해다. 이 영화에서 인물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용서/분노/혐오를 조금씩을 갖고 있는 듯하다. 강백호나 정대만도 양아치였던 시절이 있고, 서태웅과 강백호는 라이벌이다. 이런 식으로 각자가 마음속에 어떤 마음을 품고 있다. 이 마음속의 응어리를 농구경기를 통해 해소한다는 점에서 '왜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가'에 대한 답변이 된다고 생각한다. 왠지 모르게 영화의 엔딩을 보고 나서 내가 농구경기를 다 뛴 느낌이 들었다. 후반부에 많은 분들이 언급하는 '그 청각효과'때도 마찬가지다. 극장이 고요한 느낌이 <드라이브 마이 카> 이후 오랜만이었다.
물론 원작 만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만큼 행복한 기억이 없을 것이다.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에서 이제 '톰스파'가 아닌 다른 두 스파이더맨이 등장한다는 사실은 이제 스포일러가 아니다. 이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짧은 기간에 3명의 주인공을 만들어냈다. <탑건 : 메버릭>이 36년 만의 후속작을 낸 것과는 대비된다. 이렇게 짧은 기간으로 인물들을 찍어냈기 때문에 시리즈 내적으로 다른 스파이더맨과의 차이점을 만들어야 한다. 이 차이점은 관객에게 하여금 '이 스파이더맨을 볼 때 내가 어떤 상태였지' 생각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영화는 이렇게 추억팔이가 갖는 힘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강백호, 서태웅, 정대만, 채치수 등 주요 인물들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봐 농구공을 건네는 듯하다. 어린 시절 만화를 보던 그 때에서 시작해 그동안 잘 지냈구나 싶은 안도감이 드는 것이다. 자, 원작 만화와 영화까지 20여 년이 걸렸다. 긴 시간 동안 품어온 여러분의 미련은 무엇일까? 태섭이가 질문하고 있다. 답할 준비가 됐다면 코트로 달려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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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밤마다 다른 사람 같은 남편의 낯선 모습.
2023년 9월 6일에 개봉한 장편 영화<잠>는 유재선 감독의 데뷔작이다.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 주간, 제56회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토론토 미드나잇 매드니스 섹션, 판타스틱 페스트와 같은 영화제에 초청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 영화는 일상에서 가질 수 있는 공포를 극대화하여 차별화된 공포를 선보인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공포의 주체가 됐을 때의 상황 포착하여 더욱 몰입감 있게 다가온다. 과연 나라면 그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게 된다.
자다 깬 현수가 내뱉은 혼잣말은 정말 누군가가 들어온 것처럼 일상을 공포로 가득 메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일들이 점차 크기를 키워 가기 시작하는데, 몽유병을 진단받으며 치료할 수 있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하지만 그런 결심도 무색하게 밤마다 낯선 사람이 된 것 같은 현수의 이상 행동은 점차 더 위험해진다. 심지어는 곧 태어날 아이까지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두려워진다. 믿기 힘든 광경은 온갖 노력을 하는 수진에게 있어서 몽유병인지 현수 안에 깃든 초자연적인 존재인지 알 수 없어지게 만들기 시작한다. 과연 수진과 현수는 그 상황을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사람이 폭력의 주체로 변해갈 때, 마주하는 공포를 포착한다. 그 대상이 결코 나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생각이 아니라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믿음에서 찾아오는 신뢰였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이상행동을 하는 현수보다 더 두렵게 다가오는 건 계속해서 이어지는 상황으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수진이었다. 나아지지 않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초자연적인 힘을 빌리기까지 하면서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것인데, 그 과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굉장히 광기 어리다. 몽유병 당시 자기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현수와는 다르게 수진은 현수의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에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랬기 때문에 설명되지 않는 것을 증명하고 이전과 같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발버둥을 친 것이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봤던 현수가 수진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준 것 또한 '함께' 상황을 견뎌줬던 수진 때문이었다. 정말 이 영화의 결말 뒤엔 극복한 두 사람이 서 있을까.
영화를 보고 나면 '잠'이 두려워진다. 편안한 공간에서 잠을 깊이 자야 하지만 그러지 못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상황이 밤이 오지 않길 바라는 상황으로 이어져 더욱 두렵게 느껴졌다. 극 중 현수가 앓고 있는 몽유병은 수면장애이기 때문에 잠이 든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움직여 이상행동을 보이는 증상이다. 걸어 다니는 것뿐만 아니라 타인을 공격하는 행동을 하므로 더욱 위험할 수 있다. 당사자가 기억을 못 한다는 사실과 주변 사람에게 남는 기억이 다르기 때문에 그 부분이 잘 드러났다. 잠과 관련된 영화가 많기 때문에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잠과 그 과정을 다뤄낸 이야기 전개 또한 예상을 뛰어넘는다. 가장 익숙하고 필수적인 '잠'을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낯설게 만드는 영화의 화법이 신선하면서도 또 색다르게 느껴졌다. 결말 부분은 상당수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감독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지는 영화였다. 무엇보다 정유미 배우와 이선균 배우의 연기가 너무 인상 깊게 남았다.
영화의 결말이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은 쉽게 풀리지 않은 부분을 해석의 여지로 남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열린 결말에 3가지 가설을 세워봤다.
첫 번째, 수진의 망상이었다.
우선, 수진의 망상이라고 생각하게 된 부분은 몽유병을 앓는 현 수로 인해 잠 못 이루는 밤이 길어지며 받게 되는 스트레스로 인해 본인 또한 수면에 상당한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있지 않았던 일을 착각하는 일도 상당해 병원에도 가게 된 것 같다. 현수는 노력하는 수진을 저버리고 싶지 않아서 말에 따라줬고 그 끝에도 점점 심해져 가는 수진을 위해서 '연기'한 것이다. 실제로 오랜 기간 동안 잠들지 못해 눈이 새빨개지고 정신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것을 보면 망상의 일부분처럼 여겨진다.
두 번째, 진짜 빙의된 상황이었다.
실제로 현수가 밑의 집 할아버지에 빙의됐다. '누가 들어왔어요'라는 말은 정말 빙의가 돼서 한 말이다. 또한, 할아버지 사망 후 귀신이 된 날짜와 현수의 몽유병 증상이 나타난 날짜가 동일하다. 또한 특히 '개', '아이'라는 말을 한 것을 보면 할아버지가 틀림없다. 부적을 붙이고 굿을 하는 행위를 통해서 악영향을 모두 막았고 수진의 모든 행위가 할아버지가 무사히 정각 전에 성불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특히 딸을 말을 듣고 현수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통해서 현수의 몸에 할아버지가 깃들어 있음을 보여준다.
세 번째, 그저 몽유병이다.
현수는 심각한 수면장애인 몽유병을 앓고 있었다. 오래된 단역 배우 생활을 전전하며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누가 들어왔어요'라는 말은 드라마 대본의 대사였다. 치료를 받아 봤지만 어려움을 겪었고 마침내 치료에 성공하게 된다. 반면, 수진은 계속해서 이어지는 상황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에 설명되지 않는 것을 납득하기 쉬운 것을 믿게 되었다. 원래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거리가 먼 일들을 생각하고 행한다.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믿고 싶은 것을 믿는 인간의 본연의 모습이 수진을 통해 드러났다. 현수는 그런 수진을 위해 그녀가 믿고 싶은 현실을 '연기'한다. 의사가 말했듯 이상 행동이 늘 일어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미신과 관련된 행위는 우연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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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X뮤지컬 <스위니토드> 악마를 보았나?
* 영화 및 뮤지컬의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대학 가면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위시리스트 중 하나가 조승우 배우가 나오는 뮤지컬을 보는 것이었다. 물론 돈이 있어도 쉽사리 볼 수 없다는 걸 깨달았고 이쯤 되니 자포자기한 상태였다. 이상하게도 올해는 좀 달랐다. 별 기대 없이 <스위니 토드> 좌석을 살펴보다가 덩그러니 나 여기 있소, 하는 자리를 발견했다. 취소표인 모양이다. 세상 살고 볼 일 아닌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갑자기 가능한 순간이 온다니. 어느새 공연장에 그 티켓을 쥐고 앉아있었다. 감회가 새로운 어느 수요일 저녁이었다. 누군가가 오지 않기로 한 그 자리가 내가 올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자꾸 얘기하면 주책이 될 수도 있으니 1절만 하자. 소리를 듣자마자 귀가 즐겁고 저절로 지어진 웃음이 내려가지 않았다. 이름 세 글자로 기대하고 믿을 수 있고, 다른 이를 즐겁게 하는 건 대단한 능력이다.
뮤지컬 <스위니 토드>를 기다리면서 살펴보니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이 유독 많았다. 왜 아니겠나. 막장 드라마랑 비교해도 보통을 넘는다. 벤자민 바커의 아내이자 조안나의 어머니인 소중한 루시를 강간하고, 그 조안나를 입양해서 심지어 아내로 들이려는 터핀 판사의 비뚤어진 욕망.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돌아와 복수가 잘 풀리지 않자 불특정 다수의 목을 긋는 적나라한 살인 방식을 선보이는 이발사(스위니 토드/벤자민 바커), 심지어 그 시체에서 나온 고기로 파이 수익 창출을 이끌어내는 가게 주인 러빗 부인. 그 사이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앤소니와 조안나의 사랑인지 도피인지 모를 곁다리 이야기. 아, 러빗 부인이 말하지 않은 중요한 이야기도. 듣도 보도 못할 만큼 살벌하다. 터핀 판사와 비들, 스위니 토드와 러빗 부인. 법조계의 독주를 막으려는 미용업계와 요식업계의 콜라보. 듣기 좋기보다는 불편하고 독특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음악에, 중반부터 결말까지 유혈이 낭자하다. 피비린내 나는 복수란 누구 하나 웃는 사람을 남겨두지 않는다. 어느새 붉게 물든 피가 누구의 피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오죽하면 왜 이렇게 자극적이고 보기 힘든 인물을 주인공으로 다뤘을지 의문도 들었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든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다거나, 혹은 이중적인 사람의 모습을 다루는 게 극적이어서? 상상해보자. 복수를 꿈꾸는 연쇄 살인 이발사와 인육 파이를 파는 공범 파이 가게 주인. 공연으로 볼 때 우리는 그들이 마구 살인을 하기로 다짐하는 노래에 박수를 치고 N차 관람을 하고 있지만, 현실이었으면 우리는 세상이 미쳐 날뛴다면서 욕을 한 바가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고? 스위니 토드 원작 이야기가 실화 바탕이라는 설이 있어서 그렇다. 당시 런던에 돌던 소문이긴 했다고 하고. 실화일 때와 아닐 때 와 닿는 느낌이 좀 다르다. 날카로운 이발사의 칼날이 내 목이라고 피해 갔을까 싶은 정도의 서늘함?
무대는 확실히 이런 이야기를 펼쳐도 안전하게 느껴진다. 여러 인물을 고루고루 중요하게 잘 다뤄주었고 유혈이 낭자한데도 그리 잔인하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우울한 이야기 속에서도 연기나 대사가 가볍고 재치가 있어서 부담감도 적었다. 풍자와 언어유희가 가득했고, 내용을 예측하지 못하고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Worst Pie in London이나 Pirelli's Miracle Elixir, A Little Priest 등의 가사가 흥미롭다. 여자 취향이 같은 터핀 판사와 스위니 토드의 오묘한 듀엣곡 Pretty Woman도 빼놓을 수 없고. 스위니 토드가 폭발하는 Epiphany, Wait과 By the Sea 등 러빗 부인의 몽환적인 넘버가 자주 생각난다.
팀 버튼 감독의 영화 <스위니 토드>는 또 다르다. 뮤지컬과 전개는 거의 같지만 분위기가 무겁다. 차이점은 몇몇 넘버가 생략되거나 대체되었다는 점. The Ballad of Sweeny Todd, 첫 노래가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대체되었다는 것. (이발사의 탈을 쓴 악마라는 가사도, 간담이 서늘한 삑- 소리도 넘어갔다. 터핀 판사가 조안나에 대한 사랑과 욕망을 표현하는 넘버와, 조안나와 앤소니의 Kiss me, 터핀 판사와 비들의 Ladies in Sensitivities, 비들과 러빗 부인이 부르던 Parlour Song이 생략되었다. 거지 여인의 19금 대사도 날아갔고 가발 장수인 것으로 준비하는 과정은 줄어들고 정신병원에서 조안나를 구출할 때 정신병원 운영자를 애도하게 되었다. 조안나는 빠져나오고도 악몽에 시달릴 것 같다며 걱정했다. 통통 튀던 러빗 부인이 좀 더 차분해졌고 유머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특유의 암울함이 잘 살아난다.
영화가 가볍지 않았기 때문에 잊고 있던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이 이야기가 가진 큰 장벽들. 정당화하기 어려운 지점. 개인적인 복수를 하는 선을 넘어 왜 수많은 불특정 다수까지 이유 없이 살인하기에 이르렀을까. 복수하고 싶은 터핀 판사나 비들 정도만 처리하는 게 더 깔끔했을 텐데 다른 사람들은 무슨 죄가 있는가. 왜 모르는 사람들을 죽여 파이 재료로 쓰고 먹는단 말인가. 부가적인 의문은 복수의 방식. 꼭 스위니 토드가 직접 손으로, 친구 같은 이발용 칼로 해야 하는 것인가.
그 의문의 실마리는 영화와 뮤지컬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먼저 루시의 강간 장면. 루시는 추방당한 남편을 기다리다가 터핀 판사의 꼬임에 넘어가 가장무도회에서 강간을 당한다. 가면을 쓴 수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말리기는커녕 재미난 요깃거리라도 되듯 깔깔대며 웃어댔다. 스위니 토드(구 벤자민 바커)가 어떻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냐면서 탄식하는 부분이 실마리가 된다. 터핀 판사만큼이나 야속했던 건 무슨 상황인지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어차피 사람들이 서로에게 관심도 없고 돕지도 않으며 남의 불행을 조롱하고 즐기기까지 하는데 소중한 존재일 리 없다. 인간이 인간답지 않은지 오래되었으니까.
이 아까운 기회를 놓쳤으니!
There's a hole in the world like a great black pit
And it's filled with people who are filled with shit
And the vermin of the world inhabit it
But not for long...
세상의 밑바닥 검은 구멍엔
똥만 먹는 버러지가 설쳐대
망할 씨발 새끼들의 썩은 내
다 집어치워
They all deserve to die
Tell you why, Mrs. Lovett, tell you why
Because in all of the whole human race
Mrs. Lovett, there are two kinds of men and only two
There's the one staying put in his proper place
And the one with his foot in the other one's face
Look at me, Mrs Lovett, look at you
죄다 죽어야 해
당연히 그래야지 당연히
여기 위대하신 인류의 역사엔
딱 두 종류의 인간뿐이네
하난 똥이나 처먹고 사는 놈
아님 남한테 똥을 사 먹이는 놈
No, we all deserve to die
Even you, Mrs. Lovett, even I
Because the lives of the wicked should be made brief
For the rest of us death will be relief
We all deserve to die!
우릴 봐 우리 꼬라지를 봐
죄다 죽어야 해
당신도 이런 나도 똑같아
추잡한 쓰레긴 꺼져줘야 좋고
우린 뒈져야 삶이 편안하고
죄다 죽어야 해
뮤지컬 Sweeney Todd - Epiphany 중
두 번째는 스위니 토드가 부르는 Epiphany 가사에서 볼 수 있다. 토드는 인간과 세상에 대해 시니컬한 입장이다. 반사회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해 본 생각이다. 경제적인 계급이 있다면 사람은 크게 두 부류. 자기 자리에서 할 일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다른 사람을 억압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단다. 아마 그 뒤에 가사를 하나 붙여주자면 후자가 훨씬 잘 산다는 얘기였을 것이다. 토드는 순진하고 능력 있는 이발사 바커였을 때 전자에 속했지만 모든 것을 잃은 입장. 그가 한 발 더 나아간 건 죽음에 대한 생각부터였다. 어차피 사람은 죽지만 죽음이 두 부류의 인간 모두에게 필요하다. 나쁜 사람들은 일찍 죽어주는 게 이롭고, 선한 사람들은 죽음이 오히려 구원이 될지도 모를 만큼 힘들게 살고 있는 세상이다. 아무도 믿지 못하니 행동으로 이루는 것 역시 본인의 몫이다.
칼 들고 살인을 논하는데 다정해보이는 요상한 투샷
TODD:For what's the sound of the world out there?
세상을 채우는 이 소리
LOVETT: What, Mr. Todd? What, Mr. Todd? What is that sound?
뭔 소리죠 뭔 소리죠 말해봐요
TODD:Those crunching noises pervading the air!
씹고 씹히는 경쾌한 소리
LOVETT:Yes, Mr. Todd! Yes, Mr. Todd! Yes, all around!
네, 맞아요! 네, 맞아요! 잘 들려요!
TODD:It's man devouring man, my dear!
서로 잡아먹는 인간들
BOTH:And [LOVETT: Then] who are we to deny it in here?
새삼 놀라울 것도 없잖아
TODD:The history of the world, my love --
인류의 역사는 언제나
LOVETT:Save a lot of graves, Do a lot of relatives favors!
말해줘요, 말해줘요, 어떤 거죠
TODD:Is those below serving those up above!
누가 먹히고 또 먹느냐지
LOVETT:Ev'rybody shaves,
So there should be plenty of flavors!
중간에서 잘하면요 살아남죠
TODD:How gratifying for once to know
정말 공평하지 누구나
BOTH:That those above will serve those down below!
결국 술 한 잔의 안줏거리
TODD:Have charity towards the world, my pet!
손님은 누구나 평등해
LOVETT:Yes, yes, I know, my love!
그럼요, 평등해
TODD:We'll take the customers that we can get!
누구든 오시면 감사하게
LOVETT:High-born and low, my love!
부자도 거지도
TODD:We'll not discriminate great from small!
우린 절대로 차별 안 해
No, we'll serve anyone,
Meaning anyone,
뭐 먹어도 좋고,
먹혀도 좋아
BOTH:And to anyone
At all!
어디 아무나
와 봐
뮤지컬 Sweeney Todd - A little Priest 중
그리고 문제의 인간 고기 파이가 나오게 되는 곡 <A little Priest>도 마찬가지다. 살인은 그렇다 치고 식인이라니 엄청난 장벽이긴 하다. 너무 먹고살기가 힘들어 고기 없는 고기 파이 집을 하던 러빗 부인에게야 굴러 들어온 덩치 큰 고기를 놓치고 싶지 않고 토드야 갖다 묻어버리는 것보다 돈도 벌면서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게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 고양이 고기나 사람 고기나 같은 고깃값으로 쳐지는 걸 보면 돌아가는 상황이 알만 하다.
하나 신기한 건 왠지 모르게 파이를 사는 사람들 역시 공범이 되어버리는 듯한 이상야릇한 기분이 든다는 점. 맛있다면서 매일 가게를 찾아왔을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이 사라진 것에 관심이나 있었을까? 파이 가게는 1층이고 이발소는 2층,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들어온 손님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알 수도 있었을 테지만 아무도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이발소나 파이 가게나 모두 흥할 뿐이다. 미식가도 맛있다고 칭찬했다니까. 갑자기 왜 어디서 고기가 났을까란 의문은 없지만 본인에게 피해가 되는 악취 같은 것에만 민감할 뿐이다. 거지 여인도 아는 사실을 사람들은 모른다. 애초에 보고 들을 생각이 없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Epiphany>와 마찬가지로 <A Little Priest>에서도 후렴구에 계급에 관련된 이야기가 함께 나온다. 개인적인 이유로 시작했을지언정 사회적인 의미를 부여하자니 당사자들에게 신나는 부분이 생긴다. 사람은 위아래로 나뉘고,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자를 억압하고 착취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들이 누구를 죽인다고 큰 문제라도 됐겠나. 토드와 러빗 부인의 쾌감은 자신들이 듣도 보도 못한 혁명을 시작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마치 물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게 당연했는데,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걸 확인한 기분. 가지지 못한 이들이 가진 자들의 목숨으로 돈을 번다니. 그래 놓고 차별 없이 가진 자와 가지지 않은 자 모두를 면도+파이 세트 명부에 올려놓은 건 뜨악한 부분이다. 방금 전까진 차별당했다고 얘기한 것 아니었나? 왜 가지지 못한 자들까지 팀킬을?
하지만 여기서 가진 자들만 죽인다면 토드와 러빗 부인은 영웅이 되어버린다. 러빗 부인은 그러기엔 토드를 간절히 원하고 혼자만 한적한 삶을 누리려는 소박한 욕망이 있는 소시민. 토드는 개인적인 분노와 원한에 사로잡혔을 뿐만 아니라 인내심도 없다. 토드로 자칭 개명하면서 멘탈도 개조되었고 인간에 무관심해진 건 본인도 마찬가지. 과한 일반화 같지만 토드에게 루시를 험한 꼴 당하게 만들고 조안나를 돌봐주지 않은 그 나머지 사람들도 다 못된 사람들이다. 토드에겐 어차피 인간이란 한 부류인 셈. 아주 나쁜 가진 자들과 조금 덜 나쁜 가지지 못한 자들. 직접적으로 원한이 있는 자들과 간접적으론 없어져도 상관없는 자들.
러빗 부인 말대로 토드는 기다렸어야 한다. 터핀 판사와 비들의 목만 따도록 기다리면서 차라리 고양이 목이나 따면서 파이 가게 재료를 충당했어야 한다. 그의 정체를 알고 협박한 피렐리까지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말이다. 차라리 차별을 해서 죽였으면 두 부류의 사람들 중에서 한쪽의 욕만 먹었을 것이다. 무차별한 살인, 동기 없는 살인, 선착순 살인. 둘의 칼이 목을 가리지 않겠다는 가사는 무섭고 노래는 신나는 저 곡을 기준으로 결말은 파국으로 가게 된다.
러빗 부인과 토드의 서비스 마인드가 드러나는 곡이었지만 실제로 그들은 저렇게 완전히 차별 없이 손님을 대하지 않았다. 혼자 온 사람들만 죽였고 동행이 있는 사람들은 보내주었다. 아, 무엇보다 성별적인 차별이 좀 있다. 이발사다 보니 등장한 손님이 대부분 남자였던 것. 어른은 죽이면서 아이에겐 약한 모습을 보이는 이중적인 면모도 있었다.
알고 보니 루시였던 거지 여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죽이고, 그렇게 노래를 불러대던 조안나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죽일 뻔한 건 토드가 혼자 있는 사람을 골라 죽이면서, 복수에 판단력이 흐려지면서 생긴 부작용이다. 그렇다고 러빗 부인을 파이 가게 주인에 걸맞게 오븐에 던질 줄은 몰랐다. 면도칼로도 죽이지 않고 불에 타게 한 걸 보면 어지간히 러빗 부인이 루시에 대해 말하지 않아서 분노한 모양이다. 하긴 매일같이 같이 있어서 루시를 얼마나 찾았는지도 잘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 심지어 미안하다는 말 대신 '당신이 좋아서 그랬어요'라는 러빗 부인의 말이 더 소름 끼쳤을 수도 있다. 루시가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는 걸 알았다면, 조안나의 얼굴을 먼저 봤다면 토드의 분노가 다르게 펼쳐질 여지가 있었을까.
어리석은 이발사 벤자민 바커, 루시, 조안나
스위니 토드의 부제는 플릿 가에 사는 악마의 탈을 쓴 이발사(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 악마의 탈을 쓴 이발사라 하지만 정말 악마는 어디에 있는가? 누구이고 무엇인가? 피를 묻히지 않았다 뿐이지 직권으로 가볍게 교수형을 내리고, 강간이며 온갖 범죄를 저질러도 용인되는 터핀 판사? 그의 옆에서 함께 즐기고 있었던 비들과 수많은 이름 모를 '윗사람들'? 악에 받쳐 어떻게 사는지 모를 "아랫사람들'? 멀리서 찾을 것 없겠다. 비들이 토드의 손에 이끌려 2층으로 올라갈 때, 터핀 판사가 토드를 찾아와서 콧노래를 부를 때 아, 원하던 대로 토드가 이들을 죽일 수 있을까 내심 응원했던 내 마음?
스위니 토드에서 본 악마는 인간을 두 부류로 나누는 그 선에 있다. 위와 아래를 나누는 선,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를 나누는 선. 무관심과 소외, 억압과 착취, 돈과 권력의 남용으로 만들어진 부조리한 그 선. 그 선이 벤자민 바커를 스위니 토드로 만들고, 터핀이 루시와 조안나를 탐하게 했고, 루시를 거리에 나앉게 했으며, 벤자민의 오랜 친구 면도칼을 범행도구로 만들었다. 러빗 부인은 벤자민 바커의 죄를 어리석음이라고 했다. 사람을, 사회를, 세상을 모른 어리석음. 그걸 어리석음이라고 부르고, 사람들이 알면서도 입을 닫게 한 그 보이지 않는 선에 악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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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손] 끝장리뷰 | 발(하체) 상징 | 결말해석 | 수평과 수직 | 멀고 가까움 | 가부장제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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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손](2024)은 씨네랩 측에서 제공한 시사회권으로 감상하였습니다)
[장손] (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수평과 수직, 멀고 가까움
Chapter 2 가부장의 진실, 하체의 문제, 결말해석
00:00 장손 개봉
01:34 수평과 수직
05:25 가부장제 비판
08:07 하체의 문제
09:07 결말해석
11:56 별점 및 한 줄 평
12:12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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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브 투 헤븐」 넷플릭스 19금 드라마 솔직리뷰(*스포없음)ㅣ무브투헤븐
? "무브 투 헤븐" 넷플릭스 드라마 리뷰영상(*스포없음)
- 솔직한 한줄평: 스위트홈보다 낫다야, 진작에 좀 이렇게 만들지- "무브투헤븐" 정보
장르: 드라마
공개일: 2021년 5월 14일
러닝 타임: 시즌 1 (총 10화, 505분)
제작: 넘버쓰리픽쳐스, 페이지원필름
채널: 넷플릭스
제작: 김미나, 정재연
연출: 김성호
극본: 윤지련
원작: 김새별, 전애원의 논픽션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출연: 이제훈, 탕준상, 홍승희 외
시청 등급: 영등위 18세이상 청소년 관람불가- 시놉시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김새별, 전애원의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원작으로 한다
감옥에서 갓 출소한 상구가 아스퍼거 증후군을 지닌 조카
그루의 후견인이 되고 유품정리업체 '무브 투 헤븐'을 운영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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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공각기동대 에스에이씨_2045> 시즌 2 티저 예고편
근미래 SF 애니메이션의 금자탑 《공각기동대》 시리즈, 카미야 켄지와 아라마키 신지가 2045년의 미래를 그린다. 전신 의체 사이보그 쿠사나기 모토코가 이끄는 공안 9과가 다시 한번 전뇌 범죄에 맞선다. 대망의 시즌 2, 곧 공개 예정.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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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돈 룩 업> 티저 예고편
혜성 충돌이 임박했다. 《돈 룩 업》의 주인공은 무명의 두 천문학자.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거란 사실을 발견한 두 사람은 언론사를 있는 대로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재앙을 온 인류에 경고하기 위해. 애덤 매케이 각본과 연출. 《돈 룩 업》, 올겨울 공개 예정.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