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2-06-07 16:11:40
지나온 과정에서 지나치지 않은 감정 속을 유영하다
영화 <매스> 리뷰
테이블에서 펼쳐지는 대화는 네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공간 자체의 긴장감과 대화가 동시에 펼쳐진다. 비극적인 사건 이후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감정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에서 마주하는 두 부모의 조우 속, 진정한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책으로도 꼭 만나고 싶은 영화, 매스를 소개한다.
가해자 부모와 피해자 부모가 대화를 나누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사건이 일어난 이유에 대한 이해를 위해 이야기를 듣지만 폭발하는 감정을 온전히 누르기는 힘들었다. 감정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그 감정을 배제하지 않고 펼쳐지는 대화는 날카롭다고 생각했던 흐름을 유지한다. 숨 막히는 공간에서 더 숨 막히게 만드는 자리 배치는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약간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그 자리에서 다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수많은 대사는 그들이 겪어 왔던 고통과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것이었다. 어떤 시선에도 치우치지 않으며 건네는 따뜻한 위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평생 용서할 수 없을 거로 생각했던 사람의 용서는 고통에 따라 끊임없이 고통받는 이들이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고통은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을 갉아먹기에 변하지 않는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이다.
네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며 보이는 표정이나 시선, 목소리를 통해 그들의 감정이 더욱 극대화된다. 대사로 표현되는 감정들이 더 이상 만질 수도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어떤 대상에 대한 그리움이 먹먹하다. 가해자의 부모이기 때문에 온전한 슬픔과 그리움을 표출할 수 없었던 가해자 부모의 표정이 떠오르며 그 감정이 커진다. 용서할 대상이 불명확한 이 상태에서 모두가 용서와 화해의 과정을 거칠 수는 없겠지만 계속 대화하고 또 대화하면서 이러한 과정을 나눠야 할 것이다.
화면이 검게 변해도 빛만큼은 사라지지 않는 모습에 영화의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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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한국에서 왔고, 이름은 '윤여정' 입니다.
지난 오스카 이후 441일이 지난 후에야 열린 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결과가 드디어 공개되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안에서 열린 지난 시상식과는 달리, 할리우드 최대 이벤트인 본 시상식은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오프라인으로 개최되었습니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맹크>가 10개 부문 노미네이트로 가장 많은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으며, 플로리안 젤러 감독의 장편 데뷔작 <더 파더>와 샤카 킹의 전기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스토리가 담긴 <미나리>,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 다리우스 마더의 <사운드 오브 메탈>, 애론 소킨 감독의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이 작품상을 포함하여 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그 뒤를 이었습니다. 또한, 에메랄드 페넬 감독의 데뷔작 <프라미싱 영 우먼> 또한 작품상을 포함하여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작품상’ 후보에 오른 작품들의 저력을 과시하였습니다.
관심이 집중되던 부문 중, 제일 먼저 스타트를 끊은 건 바로 <노매드랜드> 였습니다. <노매드랜드>의 출연 배우이자, 실제 노매드인 '스웽키'와 함께 참석한 클로이 자오 감독은 작품상과 감독상을 모두 거머쥐며, 이날 시상식의 히로인이 되었습니다. 특히, 이전 감독상 수상자인 '봉준호' 감독이 감독상 시상자로 등장하였기에, 오스카 최초로 두 명의 동양인 감독이 등장하여 의미 있는 장면을 연출되었습니다. 클로이 자오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하여, <허트 로커>의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에 이어 이 상을 수상한 두 번째 여성 감독이 되었는데요. 클로이 자오 감독의 차기작은 마블의 <이터널스>이기에, 그녀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바입니다.
그리고, 모두의 염원대로 <미나리>의 윤여정 배우가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미나리>의 제작사인 플랜 B의 설립자이자 배우 '브래드 피트'가 시상자로 나서 윤여정 배우를 호명하였는데요. 윤여정 배우는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영국 BAFTA에서의 수상소감에 이어, 이번에도 '촌철살인' 수상소감을 전세계에 전했습니다. 먼저, 본 영화의 제작자인 '브래드 피트'를 만나게 되어 영광이라는 말을 전한 뒤, "저는 한국에서 왔고, 제 이름은 윤여정입니다. 많은 유럽 사람들이 내 이름을 여영 혹은 정이라고 부르지만 모두 용서해드리겠습니다"라고 그녀 다운 수상소감을 전해 또 한 번 큰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뒤 이어, 그녀와 함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들을 언급하며, 배우들 모두 각자의 영화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 해냈기에, 우리는 '경쟁'일 수 없다.고 말해 모두를 배려하는 연륜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이어, 또 한번 윤여정 배우가 전세계 시상식을 휩쓸며, 전세계에 '한국' 영화를 각인시킬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전세계 박스오피스 5위에 달하던 한국 영화계가 이를 기점으로 다시 살아나길 바라며, 오늘 오스카를 빛낸 이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결과
- 작품상
★ 노매드랜드
더 파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맹크
미나리
프라미싱 영 우먼
사운드 오브 메탈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 감독상
★ 클로이 자오, <노매드랜드>
토마스 빈터베르그, <어나더 라운드>
데이빗 핀처, <맹크>
정이삭, <미나리>
에머랄드 펜넬, <프라미싱 영 우먼>
- 남우주연상
★ 안소니 홉킨스, <더 파더>
리즈 아메드, <사운드 오브 메탈>
채드윅 보스만,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게리 올드만, <맹크>
스티븐 연, <미나리>
- 여우주연상
★ 프란시스 맥도맨드, <노매드랜드>
비올라 데이비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앤드라 데이, <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vs. 빌리 홀리데이>
바네사 커비, <그녀의 조각들>
캐리 멀리건, <프라미싱 영 우먼>
- 남우조연상
★ 다니엘 칼루야,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 여우조연상
★ 윤여정, <미나리>
- 각본상★ 에머랄드 펜넬, <프라미싱 영 우먼>
- 각색상★ 플로리안 젤러&크리스토퍼 햄튼, <더 파더>
- 촬영상
★ <맹크>
- 편집상★ <사운드 오브 메탈>
- 미술상
★ <맹크>
- 의상상★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 분장상
★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 음악상
★ <소울>
- 주제가상
★ "Fight For You",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 음향상
★ <사운드 오브 메탈>
- 시각효과상
★ <테넷>
- 국제 장편영화상
★ <어나더 라운드>, 토마스 빈터베르그
- 장편 애니메이션상
★ <소울>, 피트 닥터
- 단편 애니메이션상
★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사랑해>, 윌 맥코맥
- 단편 영화상
★ <투 디스턴트 스트레인저스>, 트라본 프리
- 장편 다큐멘터리상★ <마이 옥토퍼스 티처>, 제임스 리드
- 단편 다큐멘터리상
★ <콜레트>, 안소니 지아치노
다시 한번,
올해 오스카를 빛낸 모든 분들께 감사인사 드리며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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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첫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극장판으로 개봉예정인 <유미의 세포들>
4월 1주차 개봉예정작 시작합니다!
댓글부대
Troll Factory
ⓒ 네이버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한국 | 93분
감독: 김다희
출연: -
개봉: 2024.04.03.
배급: CJ CGV, 롯데컬처웍스(주)롯데시네마
시놉시스
“사랑이의 마음이 나를 웃음 짓게 했고 불안이의 걱정이 나를 나아가게 했어” 오랜 꿈이던 작가가 되기 위해 퇴사 후 공모전을 준비하기로 결심한 유미. 완벽한 글쓰기 일정을 만드는 ‘스케줄 세포’부터 글감을 찾기 위해 뛰어다니는 ‘작가 세포’와 허리띠를 졸라매는 ‘자린고비 세포’까지 모두가 유미의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걱정이 유미의 ‘불안 세포’를 점점 자라나게 하고 바비와의 흔들리는 관계로 흑화한 ‘사랑 세포’까지 세포들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며 세포 마을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는데…
CINE PICK!
네이버 웹툰과 드라마로 인기를 끈 ‘유미의 세포들’이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개봉합니다. 원작의 드라마판의 애니메이션을 담당한 로커스 스튜디오가 제작을 맡고, 당시 애니메이션을 연출한 김다희 감독이 본작을 연출했습니다.
비키퍼
The Beekeeper
ⓒ 네이버영화
개요: 액션, 모험, SF | 스페인, 프랑스 | 115분
감독: 애덤 윈가드
출연: 댄 스티브슨스, 레베카 홀,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개봉: 2024.03.27.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시놉시스
법 위에 있는 비밀 기관 '비키퍼' 그곳의 전설로 남은 탑티어 에이전트 '애덤 클레이'는 기관의 눈을 피해 자취를 감추고 양봉가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거대 보이스 피싱 조직으로부터 유일한 친구 '엘로이즈'를 잃게 된 그는 피의 복수를 위해 잠재웠던 진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전 세계가 열광할 NEW 킬링 액션 유니버스가 시작된다!
CINE PICK!
<분노의 질주 시리즈> 각본, <수어사이드 스쿼드>, <퓨리>를 연출한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의 2024년 작품으로 전세계 박스오피스 7주 연속 1위를 석권하며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혔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비밀기관 비키퍼 요원으로 일하다 은퇴한 설정으로 ‘인간병기’의 모습을 선사하며 짜릿한 액션을 보여준다 합니다.
오멘: 저주의 시작
The First Omen
ⓒ 네이버영화
개요: 공포 | 미국, 이탈리아 | 119분
감독: 아르카샤 스티븐슨
출연: 넬 타이거프리, 타우픽 바롬, 소냐 브라가, 랄프 이네슨, 빌 나이 등
개봉: 2024.04.03.
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시놉시스
수녀가 되기 위해 로마에 가게 된 ‘마거릿’(넬 타이거 프리).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그때, 믿음을 뒤흔드는 어둠의 그림자를 마주한다. 서서히 조여오는 끔찍한 공포가 마침내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 6월 6일 6시 사탄의 아이가 태어나고, 믿음이 향하는 곳이 뒤바뀐다!
CINE PICK!
<오멘>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오멘: 저주의 시작>은 ‘666’이라는 숫자로 대표되는 악마의 자식, 데미안이 탄생한 과정을 다룰 예정이라고합니다. 미드 <왕좌의 게임>으로 주목을 받은 넬 타이거 프리와 영국의 명배우 빌 나이가 주연을 맡으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키메라
LA CHIMERA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이탈리아 | 132분
감독: 알리체 로르와커
출연: 조쉬 오코너, 알바 로르와처, 이사벨라 로셀리니, 캐롤 두아르테
개봉: 2024.04.03.
배급: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시놉시스
잃어버린 사랑을 찾는 도굴꾼 이야기 도굴꾼 아르투에겐 땅속 유물을 감지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부의 꿈에 도취된 동료들 사이에서 그는 잃어버린 연인, 베니아미나를 찾아 헤맨다.
CINE PICK!
제 76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작품으로 <행복한 라짜로> 영화로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감독은 이탈리아의 떠오르는 여성 감독으로 이탈리아 영화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본인만의 창의성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 감독입니다. .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cine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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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발견한 단일한 결핍의 조각
<헤어질 결심>은 사랑과 추적, 그 사이를 위태로이 오가는 수사극이다. 영화는 숨기는 것 없이 오히려 투명히 사건들을 조망한다. 관객은 해준의 시선이 되어 서래를 미행하고, 함께 쫓는다. 그렇기에 해준이 서래를 의심하는 것인지, 사랑하는 것인지 아리송한 채로 그저 서래를 따라가게 된다.
누군가 내게 ‘그래서 해준은 서래를 사랑한 게 맞나요?’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나는 당연하게도 서로 사랑했다고 생각했으므로, 그 질문에 당황했다. 처음에 서래에게 호감을 가진 것은 맞으나, 사건의 진상을 알고 난 후 배신감을 느끼며 그녀를 떠났으므로 ‘사랑까지는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 해당 질문의 의도였다. 나는 왜 해준이 서래를 사랑했다고 단정지을 수 있었나.
해준은 서래의 곁에서만 잘 잔다. 그녀의 숨소리를 듣고, 그녀의 잠든 얼굴을 바라볼 수만 있다면, 코로 숨 쉬는 기계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서래가 남편(기도수)을 살해했음을 알게 되고, 새로운 사건으로 그녀를 의심할 때조차도 해준은 서래와 함께여야만 잘 잔다. 서래의 존재만이 해준을 편안하게 한다.
해준은 이과 여자와 결혼했다. 계산적인 아내와 사는 것이 나쁘지는 않았겠으나, 당돌하고 마음 가는 대로 뛰어드는 서래의 행동들은 해준이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16년 8개월’을 세고 있는 아내에게 ‘그걸 세고 있냐’며 대꾸하던 해준은 서래의 공백 ‘402’일은 애쓰지 않아도 쉽게 뱉어 낸다. 초밥을 먹자는 아내에게 ‘아무 초밥이나 먹기 싫다’고 답하던 해준은 고급 초밥을 주문해 서래와 함께 먹는다.
해준은 붕괴되지 않을 수 있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서래를 체포하고, 미결 사건을 만들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고, 그러지 못했다. 그에게는 자신의 품위보다 서래가 더 중요했다.
그렇기에 해준의 감정은 명백히 사랑이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깨닫지 못한다. 해준은 똑바로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지, 잘 보는 사람이 아니다. 해준은 계속해서 사랑의 이유를 찾으려 한다. 이유를 궁금해하지 않는 서래를 붙들고, 그는 ‘당신이 꼿꼿해서 좋다’며 고백한다. 서래가 꼿꼿한 사람이라서, 바다를 좋아해서, 죽은 남편의 사진을 보여달라 청해서. 여러 이유들이 존재했으나, 꼿꼿하지 않은 서래의 모습이 등장하자 혼란에 빠진다. 그는 서래를 사랑하는 이유를 잃었고, 그렇기에 이유 없는 본인의 감정을 깨달을 수 없다.
어쩌면 내게 ‘해준이 서래를 사랑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사람은 정확히 해준의 시점에서 영화를 감상하였는지도 모르겠다.
서래에게 해준은 어떤 존재일까. 해준은 서래에게 상흔을 남기지도, 어긋난 소유욕을 보이지도, 실내흡연에 불쾌해하지도 않으며, 고급 초밥을 사주고 칫솔과 방수 밴드를 쥐여 주는 사람이다. 비록 엉터리일지라도 중국식 요리를 만들고, 중국어를 공부하고, 코트가 흠뻑 젖도록 우산을 기울여 주는 사람이다.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저녁은 아이스크림으로 때우던 서래의 모든 결핍은 해준으로 인해 채워진다. 해준이 서래로 인해 숨통이 트였다고 한다면, 서래는 해준으로 인해 비로소 완전해지는 것이다.
해준과 헤어질 결심을 하기 위해 새로운 남자와 결혼했지만, 되레 덧난 결핍은 되찾고 싶은 마음으로 거듭났을 것이다. 친절했던 그 남자를 단 한 번이라도 보기 위해, 그녀는 살인이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서래는 새로운 사랑을 통한 ‘헤어질 결심’에 실패했다.
서래는 두 번째 ‘헤어질 결심’을 행한다. ‘내가 언제 사랑한다는 말을 했냐’며 사랑을 깨닫지 못하는 해준을 보고 그녀는 차라리 재난이 되기를 택한다. 슬픔이 잉크처럼 번지는 듯 했던 여자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사랑에 빠져 죽었고, 일련의 사건들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해준은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 해준에게 서래는 영원한 미결로 남을 것이다.
서래는 해준이 밤에 잠도 못 자고 본인의 사건에만 매달리기를 원했으나, 미결이 되어버린 서래를 떠올리며 해준은 오히려 잘 잘지도 모르겠다. 비록 상상 속일지라도 그녀와 함께이니.
사랑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도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영화. 틀림없이 서럽지만 울음보다는 쓸쓸함이 어울린다. 심란하고도 아리송하고 아득히 아름다우며 애달프다. 영화가 감추고 있는 대상은 어디에도 없지만, 무수한 감정들을 관통하는 지각은 거듭 떠올려도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에게도 영원히 미결로 남을 서래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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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은 업데이트가 덜 끝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의 한글 패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종전이 선언된 한반도. 분단의 상징이었던 공동경비구역 JSA는 공동경제구역 JEA로 전환되고, 남북의 공동 화폐 생산을 위한 조폐국이 설립된다. 그러나 남북의 경제협력이 예상과 달리 더욱 극심한 빈부격차와 사회적 혼란을 유발하자, 평양에서 서울로 왔지만 꿈과 달랐던 현실에 분노한 '도쿄(전종서)'는 무장 강도가 되어 경찰의 추적에 시달리는 신세가 된다. 그런 그녀에게 불공정한 사회에 반격을 가하자고 제안한 '교수(유지태)'. 그의 설득에 넘어간 도쿄는 북한 출신 수배범 '베를린(박해수)', 땅굴 은행털이범 '모스크바(이원종)'와 '싸움꾼 덴버(김지훈)', 해커 '리우(이현우)' 등과 한 팀이 되어 조폐국을 점거하고, 인질극을 벌이며 4조 원 규모의 지폐를 찍어낸다. 한편, 조폐국 밖에서는 남한 협상 전문가 '선우진(김윤진)' 경감과 북한 특수작전부대 '차무혁(김성오)'대위로 구성된 공동 대응팀이 갖가지 방안을 동원하며 강도들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하이스트 장르의 핵심
당연한 말이겠지만, 하이스트 장르의 핵심은 '강도'라는 행위에 달려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강도라는 행위를 어떻게 부각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강도짓을 하는 사람에게 주목할 수 있다. 은행을 턴다면, 그들이 은행을 터는 동기와 목적, 그 강도 행위에 담긴 상징성이 다른 결의 서스펜스를 이야기에 불어넣을 수 있다. 또한 강도 행위 자체를 강조할 수도 있다. 은행을 털고 도주하는 일련의 과정이 낳는 긴박함과 쾌감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그래서 두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하이스트 장르물은 어딘가 나사가 빠진 듯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아미 오브 더 데드>가 대표적이다. 이 영화는 공개 당시 좀비 영화로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지만, 하이스트 영화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아쉬움이 크다. 영화는 좀비가 점령한 라스베이거스에 침투해 은행 금고를 강탈한다는 이야기를 잘 살려내지 못했다. 감독의 개인사에서 비롯된 아픔과 깨달음이 투영된 드라마는 인상적이었지만, 하이스트 영화로서 갖추어야 할 액션과 장르적 쾌감은 부재했었기 때문이다. 역대 넷플릭스 전체 2위를 차지한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의 한국판 리메이크,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 1도 같은 맥락에서 문제를 노출한다.
<종이의 집> 한국어판 각색의 핵심
리메이크 작품으로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 1>가 갖는 가장 큰 차별점은 통일 직전 한반도라는 배경 설정이다. 사실 김지운 감독의 <인랑>에서도 볼 수 있었던, 통일을 앞두고 혼란에 빠진 한반도라는 설정은 그리 낯설지 않다. 그런데도 이 설정을 굳이 활용한 것은 해당 내용이 리메이크로서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의 반영이라 볼 수 있다. 단지 하회탈이나 한국 전통 악기인 꽹과리, 징 등의 전통적인 사운드가 더해진 배경음악 같은 외적인 요소 외에도 한국적 특성을 녹여내려 한 시도인 것이다.
실제로 이는 강도 행위의 이유, 목적, 상징성과 캐릭터의 성격을 완전히 뒤바꾼다. 즉, 드라마는 강도 행위 자체가 아닌 행위자에게 주목한다. 교수가 조폐국 강도를 계획한 이유만 봐도 알 수 있다. 원작에서 교수는 자신의 병원비를 위해 은행 강도를 시도하다가 죽은 아버지의 계획을 물려받는다. 반면에 한국판에서 교수는 디스토피아로 변해가는 통일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목적으로 조폐국에 침입한다. 이는 교수의 과거사가 드러나는 6화부터 올해 하반기에 나올 파트 2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남북 경제협력계획에 참여했던 교수는 자신의 비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잘 살고자 하는 욕망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그의 과거는 현재 그의 범죄 행각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자신이 주장한 욕망에 의거한 경제 부흥이 자본주의의 병폐를 극대화하자 본인이 직접 이 문제를 충격적인 방식으로 공론화하는 모습에는 명암이 한 데 존재한다. 덕분에 인질극의 기획자이자 자신의 여자에게 따뜻한 카페 주인이라는 그의 이중성도 더욱 돋보인다.
또한 강도짓이 이처럼 단순히 돈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거시적 안목에서 이루어진다는 서사는 도쿄의 캐릭터성도 바꿔 놓는다. 원작 속 도쿄는 어디로 튈지 모를 감정적인 면모가 두드러지는 캐릭터였지만, 한국판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교수의 계획과 신념에 진심이다. 작중 과거사가 드러난 이들 중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한국의 자본주의 사회에 크게 다치고 또 실망했기 때문에, 교수의 계획대로 한국 사회에 멋지게 복수하고 싶은 욕망은 그 누구보다도 강렬하다. 이에 더해 생존과 욕구에 충실한 베를린의 역할도 빛난다. 교수와 도쿄가 개인적 욕망을 거시적 안목에서의 욕망과 일치시키는 반면, 북한 수용소에서 폭동 후 탈출한 수배자인 베를린은 개인적 이익에만 충실하다. 그는 사익과 일치될 때에만 교수의 계획을 따르며, 박해수의 연기력이 더해져 그의 악랄함은 더욱 배가된다. 인질들을 남북으로 갈라 치거나 공포심으로 인질을 통제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베를린은 교수와 도쿄의 대척점으로서 모든 에피소드에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변화가 와닿지 않는 이유
이처럼 <종이의 집> 리메이크는 새로운 배경 설정을 통해 첫 화부터 하이스트 장르와 거시적 서사를 결합하는 각색을 시도한다. 문제는 강도 사건의 행위자에 주목한 변화, 그 중심에 위치한 통일 직전의 한반도라는 배경 설정을 세련되게 묘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전반적인 세계관을 설명하기 위한 1화에 어설픈 연출이 집중되다 보니 남은 다섯 에피소드 역시 덩달아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다. 먼저 한국 영화의 여러 클리셰가 눈에 띈다. '선수 입장'이라는 워딩만 없을 뿐, 그에 버금가는 "대기들 타시고" 혹은 "오빠, 쓸데없는 짓 하다가 대가리에 빵꾸 나"와 같은 대사는 긴박해야 할 강도 작전의 김을 빼버리는데 일조한다. BTS를 굳이 강조하는 연출은 그들의 인기에 탑승하려는 얕은 술책처럼 보인다. 빈곤을 겪는 여성을 다시 한번 성매매 현장에 빠뜨리는 전개 또한 넷플릭스 작품에게서 기대할 법한 신선한 매력을 느끼기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작중 북한에 대한 묘사가 낡은 화법에 의존한다는 점이 아쉽다. 1화는 북한 사람들이 무조건적으로 남한을 선망하고 남한의 발전된 사회상에 무지할 것처럼 묘사한다. 북한 사람들이 모두 문명과 거리가 멀 것이라는 편견을 담아내며 한국 영화나 드라마 속 북한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는 작품의 화자이면서 동시에 교수의 계획과 신념을 보충해주는 인물인 도쿄라는 캐릭터의 완성도를 저해한다. 단지 서울말을 쓰기 때문이 아니다. 평생을 지방에서 살았어도 서울에 올라온 후 사투리를 전혀 쓰지 않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도쿄의 서울말은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그녀가 북한 사람으로서 무시당하지 않고 남한에서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무장한 인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다만 북한 자체를 평면적으로 묘사한 결과 도쿄라는 캐릭터가 교수에게 설득되고, 그를 신뢰하며, 그의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는 모습이 입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그녀는 단순히 한국 문화가 좋아서 남한으로 향했다가 배신당한 후 적개심을 갖게 되었다는 작위적인 서사 안에 갇혀 버린다. 특히 그녀가 교수와 함께 작품의 주제 의식을 책임지는 캐릭터이다 보니 결국 이 문제는 드라마 전반의 완성도까지 하락시킨다. 드라마의 메시지 자체도 덩달아 얕아지기 때문이다.
강도 행위도, 행위자도 잡지 못한 하이스트 장르물
이처럼 강도 사건의 행위자에 주목한 각색이 불완전한 가운데, 심지어 강도 행위 그 자체를 묘사한 장면들도 그리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조폐국 내외에서 벌어지는 인질극의 전개가 원작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이스트 장르물은 인물들의 드라마만큼이나 그들이 벌이는 강도 행각 자체를 예상치 못한 장면들로 채워 넣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반전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모든 위기 상황이 어떻게 귀결될지 알 수 있으니 8명의 강도가 벌이는 인질극도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 1은 하이스트 장르물이 충족시켜야 할 두 요소를 모두 놓친 것이다.
물론 원작을 보지 않은 입장이라면 충분히 몰입하여 즐길 수 있는 대목이 존재한다. 특히 여론전을 펼치는 부분은 교수의 계획에 내포된 정치적 함의와 맞물려 꽤나 흥미롭다. 파트 1의 후반부에 등장하여 리메이크작이 진정으로 보여주고 싶은 듯 보이는 거시적 서사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또한 고립된 조폐국 내부에서 인질극의 긴장감을 극도로 높여주는 베를린과 조폐국장의 관계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조폐국장 조영민 역을 맡은 박명훈의 생생한 발암 연기 덕분에 악역인 베를린에게 공감하게 되는 아이러니함은 각자의 욕망에 충실해야 하는 작중 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 대목들도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 1을 구해내지는 못한다. 마지막 에피소드까지 볼 수 있게 하는 응급처치는 될지언정, 이미 장르물로서 차포를 다 뗀 하이스트 드라마를 소생시킬 힘까지는 없다.
물론 이 작품이 엄연히 '파트 1'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필요는 있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6화는 파트 1과 2를 나눌 분기점에 불과하며, 작중 조폐국 강도 사건과 인질극은 아직 종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을 한 작품으로 본다면 파트 1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중 발단과 전개 혹은 발단과 전개 및 위기의 일부까지만 보여준 채로 끝난 것이다. 따라서 파트 1의 정확한 평가는 파트 2가 공개된 후에야 가능할 것이다. 장윤주의 '나이로비'가 대표적이다. 예고편에서부터 부자연스러운 스타일링과 대사를 지적받은 나이로비 캐릭터는 사실 캐릭터에 대한 설명 자체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매 에피소드마다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의 과거사가 부각되는 만큼, 이 문제는 충분히 파트 2에서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가기 위한 중간다리에 불과했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영화 자체의 완성도 덕분에 호평을 받은 것을 보면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 1을 향한 비판은 충분히 일리 있다. 조폐국과 주변 경관의 CG가 상당히 부자연스럽다거나, 조폐국 내부도 세트장 티가 많이 나는 것,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일관성 있게 통일되어 있지 않다는 인상만으로도 드라마의 부족한 완성도는 감춰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파트 2까지 기다리지 않더라도 지적할 수 있는 확실한 문제다. 그렇기에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 1을 보고 나서 실망감은 쉬이 감춰지지 않는다. 단지 리메이크 작품으로서 시도된 각색의 방향성으로부터 파트 2가 보완하고 또 온전히 완성할 한 편의 드라마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있을 뿐이다.
P(Poor, 형편없음)
야심한 목표와 허술한 계획의 만남. 파트 2에서의 업데이트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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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아한 올드머니 패션 착용한 주인공 영화 8선
지금 떠오르고 있는 올드머니룩 ! 올드 머니(oldmoney)의 뜻은 말 그대로 오래된 돈, 유산, 상속받은 돈으로 오랜기간동안 부를 축적한 상류층을 뜻한다고 합니다. 브랜드 로고 대신 부유층만 알 수 있는 브랜드, 혹은 고급스러운 소재로 실루엣만으로 부유함을 표현하는 룩들이 대표적인 예라고 하는데요.
켄달제너, 기네스팰트로, 다이애나비가 올드머니룩의 유명인들이라고 하죠. 한국에서는 드라마 안나에서수지와 정은채 배우가 올드머니룩을 완벽히 소화해 내면서 큰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올드머니룩은 부유층을 다룬 영화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패션인데요. 부유층을 다룬 영화들 속 올드머니룩을 착장한 주연 배우들 같이 한번 만나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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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안나 윈투어의 어시스턴트로 일한 경력이 있는 미국의 작가 로렌 와이스버거가 집필한 소설이 원작인데요. 직장에 실제로 있을것 같은 캐릭터들로 개봉 20주년이 다가가는 이 영화는 지금 봐도 재밌고 여성팬층이 매우 두터운 작품입니다. 실제로 원작 소설보다 나은 이야기 전개로 호평을 받고 미란다 역의 메릴 스트립 연기는 크게 호평을 받았습니다. 패션잡지회사에 관련된 영화다보니 등장인물들의 뛰어난 패션감각으로 뉴요커들에 대한 환상을 가중시키는 데 한몫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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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대표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의 이탈리아 로마를 배경으로 한 영화며 2014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 2014 골든글로브상 외국어 영화상 수상 2014년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비영어 영화상 수상작으로 세계 3대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 트리플 크라운을 거머쥔 작품입니다.
중장년층의 부유한 세계를 그린 <그레이트 뷰티>는 주인공이 로마의 사교계를 돌아다니며 많은 인물들을 만나게 되는면서 점점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사치스러운 생활의 공허함을 느끼는 과정을 거칩니다. 위의 주인공의 감정과 대비되는 화려한 세계는 풍자와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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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 스펜서 왕세자비를 주인공으로 한 실화 소재의 영화이며 2022년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 전세계 27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크리스틴 스튜어트 주연의 <스펜서>는 영화계 동료, 언론, 평단, 관객들의 극찬을 받은 작품입니다. 특히 의상이 이 영화에서 돋보이는데 <작은 아씨들> <안나 카레니나>로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한 재클린 듀런이 맡았고 그시절 패션 아이콘이기도 했던 다이애나비의 의상을 구현하기 위해 수년간 다이애나의 패션을 수집하며 완성도를 높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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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드>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2회 연속으로 수상한 세계적인 거장 미카엘 하네케의 작품으로 가족들을 통해 인간의 위선과 이중성에 대해 고찰한 이야기인데요. 이 영화의 제목인 <해피엔드>는 해피 엔딩의 의미가 아닌 행복이 끝난다는 의미에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영화 속 '로랑'가는 프랑스에서 건설업으로 부를 축적한 부르주아이지만 자살을 몇 번이고 시도하다 실패한 조르주, 아들 피에르에 대한 강한 집착을 가지고 있는 앤, 바람을 계속 해서 피는 토마스 등 고상한 줄만 알았던 가족들의 이중성이 점점 표면우로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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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따라 평이 갈리는 우디앨런 작품 중 수작이라고 뽑히는 영화로 특히 과거를 잊지 못하는 신경쇠약의 여성을 잘 연기해낸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로 큰 호평을 받으며 86회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게 되었습니다. 줄거리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에르메스, 루이비통, 펜디, 샤넬, 로저 비비에 등 다양한 고가의 명품 브랜드들의 의상이 등장하는데 케이트 블란쳇의 이름값을 이용해 간신히 마련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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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엠 러브>는 누구나 부러워 하는 귀적적인 삶이지만 알 수 없는 권태로움을 느끼는 엠마의 공허감과, 매력적인 쉐프인 아들의 친구 안토니오에게 감춰져 있던 열정으 른끼며 사랑에 빠져드는 상류층 여성의 은밀한 욕막을 표현해낸 영화로 미술, 의상 뿐만아니라 틸다 스윈튼의 우아한 몸짓과 카리스마를 강렬히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배우 뿐만 아니라 <아이 엠 러브>의 스태프들이 이탈리아 상류층 재벌가문의 캐릭터를 구현하는데 깊은 고심을 했고, 각 캐릭터에 맞는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 의상을 찾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고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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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뉴욕의 상류 사회에 진입하기를 열망하는 밑바닥 인생의 삶과 애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달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인간적 서정을 느끼면서도 부와 상류층의 상징인 보석상 '티파니'를 동경하기 때문에 꿈과 현실의 괴리감을 피할 수 없는데요. 또 가난한 작가와 사랑을 나누면서도 부자를 찾아 헤메는 이야기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인 동시에 빈부격차의 문제점들을 안고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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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이자 할리우드 영화의 패러디이며 1973년 국제영화비평가협회상 최우수감독상, 1973년 아카데미영화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부뉴엘 영화 중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작품입니다. 미란다 공화국의 대사 돈 라파엘이 6명의 부르주아들과 함께 근사한 만찬을 가지려 하지만 그때마다 기이한 상황에 처하며 좌절을 겪는 과정을 부뉴엘 특유의 통렬한 유머감각으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오늘은 '올드머니패션' 주제로 영화를 다루어보았는데요 앞서 추천드린 영화는 패션뿐만아니라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수작들이기도 합니다. 즐겁게 영화 즐겨주시길 바라며 저는 다음주에 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큐레이터 AMY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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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
모든 존재는 태어난 이상 삶을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자주 품곤 한다. 삶의 의미와 목적을 탐구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고 모호한 문제다. 때로는 그 질문을 깊게 고민하면서 존재론적인 문제에 매달리기도 하고, 때론 이 고민이 답답하고 불편해 외부로 짜증과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이런 고민들은 철학적으로 매우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뚜렷한 답을 찾기 어렵다. 우리는 그저 삶의 한가운데에서 갑자기 불쑥 솟아오르는 의문들을 마주할 뿐이다.
삶의 의미를 고민하는 순간들은 특별히 예측할 수 없다. 연애, 결혼, 아이의 탄생, 그리고 누군가의 죽음과 같은 중요한 사건들이 있을 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인간 존재의 사이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특히 죽음은 삶의 끝을 알리는 동시에, 그 자체로 큰 고통을 동반한다. 그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은 삶의 고통과 죽음을 연결해 우울함에 빠져들기도 한다. 사춘기는 이러한 생각들이 더욱 예민해지는 시기이다. 몸과 마음의 변화를 겪으며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이 더욱 깊어지고, 많은 청소년들이 불안과 혼란 속에서 이러한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이 성장의 시기에는 죽음에 대해 고민하고,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과정이 깊어진다. 청소년들은 자주 자신이 세상 속에서 어떤 존재인지, 삶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철저히 질문하게 된다. 이는 필연적으로 불안과 혼란을 동반하는데, 이 혼란을 잘 견뎌내는 것만이 삶의 복잡성을 받아들이고, 성숙한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이 과정에서 죽음은 그 자체로 하나의 철학적인 화두로 등장한다.
[첫번째 감정] 리디아의 혼란
영화 <비틀쥬스 비틀쥬스>의 리디아(위노나 라이더)는 삶 전체가 혼란스러운 인물이다. 그녀는 과거 <비틀쥬스> 1편에서 이미 사춘기를 겪으며 죽음을 동경하던 청소년이었다. 당시 리디아는 세상에 대한 혼란스러운 감정과 죽음에 대한 동경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이 영화의 설정에 따르면, 죽은 사람들은 현실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비슷하게 존재할 수 있으며, 죽음 이후에도 일종의 시스템 안에서 살아간다고 묘사된다. 그래서 리디아는 죽음이 곧 끝이 아니라는 생각에 빠지며, 죽은 사람들조차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안도감을 느꼈다.
리디아는 죽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그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그녀에게 삶의 불편함과 혼란스러움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만들었다. 죽음이 곧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리디아는 죽음을 동경하게 되었다. 하지만 비틀쥬스(마이클 키튼)라는 혼돈의 존재와 마주하면서, 실제로 죽음이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삶 역시 혼란스럽고 예측 불가능하며, 죽음도 그렇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1편에서 리디아는 이러한 깨달음을 통해 삶을 이어가는 힘을 얻었다.
이번 영화 <비틀쥬스 비틀쥬스>에서 리디아는 중년이 되어 등장한다.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된 리디아는 사춘기 시절과는 또 다른 혼란에 직면한다. 딸 아스트리드(제나 오르테가)와의 관계는 원활하지 않으며, 결혼 생활 역시 만족스럽지 않다. 그녀는 여전히 삶의 혼란 속에서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시 한 번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된 리디아는 자신이 청소년 시절에 가졌던 의문들을 다시 꺼내어 묻는다. 이번에도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녀는 딸에게 자신이 겪었던 혼란을 물려주고 싶지 않지만, 딸은 엄마를 부끄러워하고 그들 사이의 소통은 단절된다. 어쩌면 리디아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모습이 투영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 역시 비슷한 시기에 혼란과 방황을 겪고, 그 답을 찾으려 애썼으니까.
[두번째 감정] 아스트리드의 혼란
리디아의 딸 아스트리드 또한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여있다. 어머니와의 소통 문제,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겹쳐 그녀는 끊임없이 불안감을 느낀다. 아스트리드는 어머니처럼 죽음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거나 유령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어쩌면 이는 그녀가 아직 삶과 죽음의 경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스트리드는 죽음이란 것이 그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둘러싼 가족의 죽음, 특히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연이어 세상을 떠나며 겪는 혼란에 직면하게 된다.
죽음이라는 테마는 아스트리드에게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팀 버튼의 세계관에서는 죽음은 그저 자연스러운 일처럼 묘사된다. 죽음은 삶의 일부일 뿐이며, 죽음 자체는 슬픔의 대상이 아니다. 아스트리드는 이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결국 어머니 리디아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아스트리드가 죽음을 통해 깨닫게 되는 것은 삶의 의미이기도 하다. 그녀는 어머니가 자신 곁에 늘 있었음을 깨닫고, 그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죽음은 한편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러운 현상처럼 묘사된다. 팀 버튼이 창조한 이 세계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는 희미하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의 죽음조차 비극으로 다뤄지지 않으며, 그저 일상의 한 부분처럼 느껴진다. 이는 죽음이 곧 삶의 일부이며, 둘은 별개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삶과 죽음이 연결되어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세번째 감정] 비틀쥬스의 혼란
비틀쥬스는 그 자체로 혼란을 상징하는 캐릭터다. 그의 존재는 리디아와 아스트리드가 겪는 혼란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비틀쥬스는 스스로 혼란을 일으키는 존재이지만, 흥미로운 점은 그가 아무 때나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누군가 그의 이름을 세 번 불러야 소환된다는 것이다. 이는 혼란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상황에서 누군가에 의해 촉발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리디아나 아스트리드가 겪는 혼란이 결국 비틀쥬스를 소환하게 된다는 설정은, 우리가 삶에서 겪는 혼란이 결국 외부의 영향과 내부의 불안이 결합해 터져 나오는 방식과 유사하다.
비틀쥬스는 단순히 악당이나 장난스러운 존재가 아니다. 그는 리디아와 아스트리드, 그리고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혼란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전달한다. 그가 끊임없이 일으키는 혼란은 마치 우리 삶의 불확실성과도 같다. 비틀쥬스는 우리가 직면한 혼돈을 극대화시키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나가는 인물들처럼, 관객들 또한 그 혼란 속에서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팀 버튼 감독은 독특한 상상력과 기괴한 미학으로 유명하다. <비틀쥬스> 1편은 80년대 당시에도 파격적인 연출로 주목을 받았고, 이번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그 후속편으로서 팀 버튼다운 세계관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그가 30년 만에 이 시리즈를 다시 꺼내든 이유는, 아마도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시 한 번 탐구하고자 하는 그의 철학적 고민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1편이 내포했던 혼란과 유머, 그리고 기괴함은 여전히 살아있으며, 2편에서는 중년의 리디아를 통해 성숙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영화 속 배우들의 연기는 이러한 복잡한 감정들을 잘 전달한다. 위노나 라이더는 리디아로서의 혼란과 방황을 탁월하게 표현했고, 제나 오르테가는 신세대 캐릭터인 아스트리드를 통해 새로운 시각에서 삶과 죽음을 탐구한다. 비틀쥬스를 연기한 마이클 키튼 역시 특유의 괴짜스러움을 유지하면서도 캐릭터의 혼란스러운 본질을 완벽하게 살려낸다.
결국 이 영화는 혼란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것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 영화 속 리디아나 아스트리드는 자신의 삶 속에서 보이지 않았던 따뜻함과 사랑을 영화 말미에서야 발견한다. 그것이 곧 삶의 의미이자 살아가야할 이유다. 또한 영화의 맨 마지막, 리디아의 새엄마인 딜리아(캐서린 오하라)이 죽음 이후 아무렇지 않게 저 세상 열차를 타는 모습은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여야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3QpAc6i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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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매리 연쇄살인사건 범인은?! - 라떼극장 EP.14
영화 흥신소 - 라떼극장 EP.14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영화 "차우"를 보며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려보자
범죄없는 마을로 공인(?)받은 곳 삼매리에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사건을 풀기위해 형사 경찰 포수 생태연구가 등 각계 전문가(?)들이 모이지만
문제 해결은 커녕 피해만 늘어난다.
삼매리는 다시 범죄없는 마을로 거듭날수 있을까?
괴수와의 사투를 벌이는 괴작 '차우(2009)'
신형사가 건강 챙긴다면 몰래챙긴 음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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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언더그라운드> 티저 예고편
모두가 잰걸음으로 땅 위 삶을 향해 지하를 거쳐만 갈 때
'언더그라운드'에는 이 반듯한 공간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도 시끄럽게만 돌아가는 세상 아래
지하에서의 삶은 어떠한지 그들에게 다가간다
도시를 지탱하는 지하의 노선도, 언더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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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쿠사마 야요이: 무한의 세계> 마스터피스 예고편
여성 아티스트 역대 경매가 1위
국내 미술 경매가 해외 아티스트 중 1위
미술 전시 중 세계 최다 관람객 동원
‘호박’, ‘무한 거울의 방’ 등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현대 미술의 거장,
쿠사마 야요이
성차별과 인종의 편견을 무너뜨린 독보적인 스타일!
압도적 존재감의 명작들을 처음으로 스크린에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