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작가2022-06-03 01:38:53
[메이의 새빨간 비밀] 초간단 3분 리뷰
디즈니플러스 [메이의 새빨간 비밀]
줄거리
학교에서는 쿨한 척하지만 집에서는 엄마한테 꽉 잡혀사는 13살 소녀 메이.
악몽을 꾸고 일어난 날 아침, 거울을 봤더니 자신이 레서판다로 변해버렸다!
감상포인트
1. 사춘기 소녀들의 자연스러운 욕구를 '레서 판다'라는 소재로 풀어냄.
2. 결말은 진부하긴 하나, 소재와 전개 면에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했음.
3. 논란이 있는 것이 흠결, 아예 없었으면 좋았을걸.
감상평
처음 봤을 때는 신기했다. 동양권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그것도 '동양인 소녀' 이야기를 다루면서 갈등을 친구들과의 우정으로 풀어 냈다는 점에서. 솔직히 디즈니에서 동양권 문화를 다룰 때는 가족 이야기로 눈물 짜내겠다는 선전포고이기 때문에 '오? 제법 발버둥 쳤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결말은 역시나 싶다. 따지고 보면 메이가 앞 세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이 가장 전통을 지키는 방향인 것이다. 레서판다가 되었던 선조가 메이를 끌어안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이 그러하다. 메이는 오히려 전통성을 지키는 방향을 택했다. 그리고 그것은 '자기 내면의 욕구를 그대로 인정하고 표출하는 것'이다.
결말뿐만이 아니다. 동양인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여전히 달라지는 게 없다. 영화의 감독이 동양인이라고 해서 색다른 이야기를 뽑아낼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증명을 한 셈. 왜냐하면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고, 디즈니에서 일하면 디즈니의 법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디즈니 룰'을 적용하고 지켜야만 영화가 제작될 테니 당연한 이야기다.
동북공정에 대한 부분은 아쉽다. 항상 언급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조금만 신경 썼다면 논란이 생기지 않게 만들 수 있었을 텐데. 뭐, 그렇다고 엄청 아쉽지는 않다. 그렇게 애정 쏟아부을 만큼 매력이 넘치는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다. 디즈니 플러스 구독자인데, 저녁 먹을 때 뭐 볼지 고민되면 한 번쯤 보라고 할 만한 정도니까.
별점
★★☆(2.5 / 5.0)
바짓가랑이 붙잡고 꼭 보라고는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소매 걷어붙이고 보지 말라고도 못하겠는 그런 영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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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너의 노래가 되어
OVERVIEW
에덴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으로 지금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1893년, 뤼미에르 가족은 휴가를 보내기 위해 라 시오타에 머문다. 루이 뤼미에르와 오귀스트 뤼미에르는 유명한 <기차의 도착>(1895)을 비롯한 초기작들을 이곳에서 촬영했고, 기술이자 장치, 그리고 예술로서 영화를 발명했다. 작은 마을 라 시오타에 얽힌 가장 중요한 이야기 두 가지는 그곳에서 영화가 탄생했다는 것(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이야기다)과 지난 두 세기 동안 마을의 주요 산업이었던 조선소에 관한 것이다. 에덴극장은 이 두 이야기의 예상치 못한 교차점에서 발견되며, 그 모습은 아주 최근까지도 지속된다.
REVIEW
남프랑스에 있는 라 시오타는 오래된 휴양 도시이며, 마르세이유 부근에 있어서인지 조선업도 활발했던 도시였다. 1893년, 뤼미에르 가족은 휴가를 보내기 위해 라 시오타를 방문하는데, 루이와 오귀스트 뤼미에르 형제는 이곳에서 <기차의 도착>를 촬영하면서 최초의 영화를 발명하게 된다. 그렇게 라 시오타는 ‘영화의 발상지’로, 또 2세기에 걸쳐 기간산업이었던 조선업이라는 두 가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도시로 알려져 왔다. 그리고 이곳에서 1889년 연극 공연을 위해 문을 연 에덴극장은 1899년 뤼미에르 형제의 작품들을 상영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관으로 기록되고 있다. 물론 1980년대 조선업의 불황과 맞물려 에덴극장도 위기에 처하지만, 극장을 살리려는 움직임 덕분에 지금은 라 시오타와 에덴극장이 ‘영화의 성지’가 되었다. 알랭 베르갈라 감독은 2021년 가을, 벨기에의 다르덴 형제를 초청하여 <소년 아메드>를 비롯한 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이 유서 깊은 극장에서 보여주며 다르덴 형제와 함께 라 시오타의 이곳저곳을, 그리고 영화의 기원을 돌아본다. (전진수)
벽과 벽 사이가 프레임이 되어 바다를 담으며 시작하는 이 영화는, '라 시오타 La Ciotat'라는 이름의 독특한 항구도시를 조망한다. 세계 최고(最古)의 영화관이 있고 조선소가 있는 곳이다. 바로 이곳에서 그 유명한 최초의 영화, 사람들을 혼비백산하게 했다는 기차가 촬영되었다. 1890년대에 뤼미에르 형제가 <열차의 도착>을 촬영한 바로 그 역으로, 또 한 쌍의 형제 감독이 등장한다. 은은한 음악까지 깔려 마치 호그와트에 도착한 마법사들처럼 보이는 이들은 이번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의 감독이기도 한, 다르덴 형제다.
다르덴 형제는 라 시오타 곳곳을 거닐며 뤼미에르 형제와 최초의 영화, 최초의 영화관까지 쭉 이어간다. 중간중간 비춰지는 라 시오타의 풍경을 당시 필름 프레임대로 가르고 흑백 처리하여 보여주는데, 덕분에 뤼미에르 형제가 보았을 장면들을 그려보게 만든다. 이어 다르덴 형제의 귀한 대담도 들을 수 있다. 다르덴 형제는 에덴극장에 앉아 뤼미에르 영화를 분석하고,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연출된 장면인지 세심하게 설명한다. 동시에 다르덴 영화의 구석구석에 묻어 있는 뤼미에르 형제의 흔적도 톺아본다. 전주국제영화제 마스터 클래스에서 다르덴 형제의 말을 꼭꼭 씹어 먹었을 어떤 이들처럼, 거장 다르덴 형제 또한 거인의 어깨에 서서 한 발자국 나아온 이들이다. 영화의 역사 안에서 모두 이어져 있다.
이 도시의 풍경과 빛에 반해 정착했다는 뤼미에르 아버지에게 사진 촬영 기술을 물려받고, 더 발전시켜 뤼미에르 형제는 영화라는 세계를 만들어냈다. 기술로 부를 이룬 가족이었다.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할 수 없었을 일이다. 기술은 현실을 담기 위한 수단이다. 다르덴 형제는 삶이 현재하는 순간, 나타나는 순간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것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비단 영화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를 삶의 순간들을 기다리며, 기대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을 메운다. 기대와 고민이 없다면 반짝이는 찰나를 포착할 수 없을 테니까, 우리는 결국 기대와 고민의 향방대로 사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기대와 고민의 결이 비슷한 사람들은 결국 같은 파도를 타고 만날 수밖에 없다.
라 시오타의 주민들과 에덴극장도 같은 파도를 탔다. 80년대 철거될 위기에 놓였던 극장은 조선소의 흥망성쇠와 명맥을 함께하는 한편, 도시의 역사와도 결을 나란히 한다. 2차 세계 대전 시기 극장 일부가 붕괴되고 복구되었던 기억도, 전후 아마추어 영화가 대중화되면서 누군가의 짧은 사적 기록을 모두가 바라보던 시절도, 새로운 고객층을 유치하기 위해 바와 게임기를 설치하며 쇄신하던 모습도.
화가, 사진가, 평론가… 다양한 사람들이 머무르고 정착할수록 이 작은 도시는 새로운 색을 입고, 극장도 함께 새로운 기억을 덧입는다. 뤼미에르의 영화 속에 담긴 노동자들의 모습은 끝내 일터를 지켜낸 라 시오타 지역 주민들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영화와 일상이 서로 둥근 원을 이루면서 작은 도시가 그렇게 ‘영화로워’지는 과정을 보는 일은 경이로웠다.
동일한 파도를 탄 조선소와 극장에 몇 번이고 위기는 찾아왔다. 1980년대 말 찾아온 조선소 폐쇄의 위기는 그 중에서도 심각해 보였다. 피할 수 없을 흐름처럼 보였다. 그러나 라 시오타 조선소 노동자들은 조선소 폐쇄라는 상황 앞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저항의 수단을 다 활용하여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끈질기게 일터를 지켜냈다. 10년씩 저항해서 조선소를 지켜낸 사람들은 20년씩 저항해서 극장도 지켜냈다. 그게 가능해? 가능했다.
그게 가능했던 건 예술이 시민의 삶과 유리된 무엇이 아닌, 일상의 기쁨으로 존재했기 때문이다. 에덴극장의 영화사적 의미를 꼼꼼하게 짚으면서도, 이 다큐멘터리는 그 지점을 놓치지 않는다. 영화사적 의미뿐 아니라 동시대를 사는 극장이었던 것이다. 영화사적 명맥을 이어가고자 한다면, 동시대의 흐름에서 사라져선 안된다는 뜻이 된다.
1990년대 초반 극장은 시청에 팔렸지만, 시청은 극장을 역사기념물로 지정하면서도 역사 속에만 존재하게 하지 않았다. 싹 밀고 주차장을 만든다거나 하는 짓은 더더욱 하지 않았다. 긴 시간 들여 세심하게 시설을 복구하고, 협회에 운영을 맡겨 여전히 극장으로 기능하도록 했다. 시민들의 애정과 현명한 행정의 아름다운 협력 결과, 에덴극장은 영화사적 의미를 가득 품고 여전히 편안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원주 아카데미 극장도 그렇게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다르덴 형제가 만난, 당시의 조선소 노동자의 노래가 기억에 남는다. 수염이 하얗게 성성하지만 여전히 풍채가 좋은 남자의 입에서는 그 시절의 노래가 곧장 흘러나왔다. 다르덴 형제는 “중요한 사회 운동에는 모두 노래가 생긴다”는 멋진 말로 그 노래에 반응했다. 상영이 끝나고 나온 영화의 거리 곳곳에는 원주시의 아카데미 극장 철거를 반대하는 전단의 연보라색 글씨가 노래처럼 나부끼고 있었다.
극장은 "캄캄하고 어두운 낯선 길 혼자라 느껴질 때 슬픔은 너로 인해 조금씩 위로가 되고 요동치는 내 맘속 세상은 나를 잔잔히 흐르게" 하는 곳이다. "아주 조금이라도 남았다면 우리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아직은 아니야 끝이 아니"어야 할 것이다. 너의 노래가 되어. (따옴표 속 글자와 제목은 샤이니의 “너의 노래가 되어“에서 인용)
2023. 04. 28. 10:30 CGV전주고사 3관 (104)
2023. 05. 01. 20:00 CGV전주고사 8관 (461)
2023. 05. 04. 13:30 CGV전주고사 3관 (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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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엄마들의 헌사와 희생에 바치는 아름다운 이야기
엄마의 고생의 끝은 과연 어디까지인 걸까? 우리가 알고 있는 엄마라는 존재는 자식을 위해 대가 없이 헌신하는 존재이다. 여기 <딸에 대하여>라는 영화가 있다. 여기서 나오는 엄마라는 역할은 몹시 고달프고 슬프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아픔을 홀로 껴안고 누구에게 말하면 치부가 될까 봐 꼭꼭 숨기고 다닌다.
요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하고 있는 엄마의 모습은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것보다도 일단 자신의 외로움을 달랠 재희라는 간병 대상을 꼼꼼히 챙기며 아끼고 간병인으로서 사랑을 베푼다. 일단 여기 요양원에서도 재희는 후원 재단까지 세울 정도로 젊은 날을 힘차게 살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찾지 않을 그저 노인네라고 여기고 있다.
간병인으로서 또는 외로운 존재로서의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엄마라는 존재는 자신도 재희처럼 독거노인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가족의 울타리라는 안정감이 필요하다고 느끼며 고집을 피우고 말썽까지 피우는 재희를 섬세히 돌본다. 요양원의 과장에게도 핀잔을 들으며 일을 하는 엄마라는 존재가 얼마나 고달프고 힘들었을까?
그리고 엄마라는 존재는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간절함을 가진 존재이다. 자신의 딸이 대학교의 강사지만 해임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동성애자였다는 것도 안다. 그린과 레인 둘은 동성 커플이다. 서로 잘 살아보려 했으나 그게 어려운 현실이기에 그린은 레인과 함께 자신의 엄마 집에서 얹혀 살아간다. 그리고 그린은 대학 강사 해임을 대학교에 따지며 복직시켜달라는 시위에 동참한다.
그 모습을 본 엄마는 마음이 찢어지고 산산이 조각난다. 자신의 딸이 적당한 남자와 만나 결혼하고 가족을 만들어야지 재희나 자신처럼 혼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메세지는 우리들의 일상에 늘 존재하고 필요로 하는 엄마의 존재를 크게 부각시키며 세상의 수많은 엄마들의 버팀목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가장으로서 늘 혼자만 문제를 안으며 살아가려는 이 시대의 엄마들에게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 엄마가 있기에
우리는 편하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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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브스턴스 | 미치는 대신 미친 척하는 바디 호러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이름을 걸 정도로 영화계를 주름잡았던 스타 배우 '엘리자베스'(데미 무어). 하지만 현재 그녀는 한 TV 에어로빅 쇼 진행자로 전락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서 프로그램에 임하던 그녀에게 갑작스러운 소식이 전해진다. 50살 생일날, '프로듀서 하비'(데니스 퀘이드)가 “어리고 섹시하지 않다”는 이유로 그녀를 해고한 것.
충격에 빠진 엘리자베스는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한 뒤 병원에 실려간다. 그곳에서 그녀의 인생은 180도 달라진다. 한 젊은 남성 간호사로부터 젊고 완벽한 신체를 만들 수 있다는 약물, '서브스턴스'를 소개받은 것. 7일이라는 기간만 잘 지키면 원래 몸과 젊은 몸 모두 부작용이 없다는 말에 엘리자베스는 기꺼이 약물을 주사한다. 그렇게 탄생한 '수'(마가렛 퀄리)는 엘리자베스를 대신해 두 번째 인생을 누리기 시작한다.
샹그릴라 신드롬과 엔디미온
샹그릴라 신드롬. 제임스 힐턴의 1933년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평생 늙지 않고 영원한 젊음을 누릴 수 있는 가상의 지상낙원, '샹그릴라(Shangri-La)'의 이름을 본뜬 말이다.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늙지 않고 젊게 살고 싶은 욕구가 확산되는 사회적 현상을 의미한다. 이 신드롬은 21세기에도 유효하다. 인기 연예인의 관리 비법은 언제나 관심사다. 중장년의 전유물도 아니다. 최근에는 세대 막론하고 저속노화 열풍이 불고 있다.
젊음을 향한 열망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그리스에서는 달의 여신 셀레네와 목동 엔디미온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셀레네는 절세의 미남 엔디미온에게 반한 나머지 그가 잠들었을 때마다 그와 그의 양들을 지켜주었다. 사랑이 더 커진 셀레네는 그의 미모가 영원하기를 바랐다. 그녀는 제우스에게 부탁하여 그가 영원히 변함없이 깨어나지 않는 잠을 선사했고, 잠든 그와 관계를 가져 '메나에'라고 불리는 50명의 딸을 낳았다.
그런데 엔디미온 이야기는 샹그릴라 신드롬에 경종을 울리는 비극이기도 하다. 엔디미온은 영원한 젊음도, 가족도 전혀 알지 못하는 고통 속에 빠진 채 평생을 살았다. 태어나서 성장을 했다가 노화하여 안식, 즉 죽음에 이르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벗어난 대가인 셈이다. 코랄리 파르자 감독의 <서브스턴스>는 이 오래된 경고를 재해석한다. 신선한 연출, 파격적인 이미지, 달라진 시대상황을 곁들여서.
탁월한 시작
<서브스턴스>는 시작부터 범상치 않다. 잘 나가는 할리우드 스타였던 엘리자베스가 TV 에어로빅 쇼 진행자로 전락한 과정을 보여주는 시퀀스만 봐도 영화에 압도된다. 일반적인, 예측가능한 형태를 완전히 빗겨나가기 때문. 익숙한 형태는 다음과 같다. 엘리자베스가 화려한 시상식에 초청받고, 정신없는 파티를 즐기는 컷이 연달아 나온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면서 출연 제의가 끊기고, 어두운 방에서 좌절하는 그녀를 카메라가 비춘다.
<서브스턴스>의 카메라는 전혀 다른 광경을 보여준다. 카메라는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배치된 엘리자베스의 별을 바로 위에서 비춘다. 별이 처음 제작된 후에는 그 주변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화려하게 터지고 여러 행사가 개최된다. 그녀의 별을 보러 온 팬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상황이 달라진다. 별 현판에는 금이 가고, 사람들은 마구 밟고 다닌다. 그녀의 이름을 아예 모르는 행인들이 늘어나고, 심지어 먹던 햄버거를 떨어져서 소스가 묻어도 치우는 시늉만 하고 지나간다. 이 짧은 컷들의 조합만으로도 정상에서 서서히 내려온 엘리자베스의 현재 상황, 감정, 욕망, 결핍이 모두 전달된다. 직관적인 이해가 가능한 이 오프닝은 배우의 부재 덕분에 더욱 인상적이다.
놀라운 이미지의 향연
이미지 활용 능력도 탁월하다. 젊음과 탐욕이라는 두 키워드가 스크린에서 넘쳐흐르는 듯하다. 엘리자베스의 몸을 비집고 나온 수가 처음으로 자기 얼굴과 몸을 거울에 비춰보며 만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엘리자베스가 진행자였던 에어로빅 쇼의 새 출연자 오디션 장면도 마찬가지다. 수의 신체 곳곳을 비추는 대목은 마치 여성의 젊음과 육체미를 노골적으로 찬양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그와 대비되는 음식의 이미지는 기괴한 만큼 소름 끼친다. 하비는 엘리자베스와 식당에서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그녀의 해고 소식을 전한다. 더 젊고, 아름다운 신체를 지닌 진행자가 필요하다면서. 이 자리에서 하비는 새우를 게걸스럽게 까먹는다. 저작활동은 손과 입가가 더러워지는 것도 개의치 않고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엘리자베스의 심경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 그의 욕망을 대신 보여주는 듯하다.
수가 유명해질수록 엘리자베스의 폭식증이 심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수가 음식을 광적으로 먹어치우는 모습뿐만 아니라, 그녀가 식사를 마친 후의 잔해가 더 눈에 띈다. 그녀가 먹어 치운 음식의 잔해는 앙상하고 피폐하다. 닭을 먹으면 기름이 흥건한 접시 위에 살점이 일부 붙은 뼈만 남긴다. 이 잔해더미는 수에게 생명력을 뺏긴 채 나날이 껍데기만 남고 생기를 잃어가는 엘리자베스의 모습과 같다.
개인이 아닌 시스템
독특한 오프닝과 이미지의 조합은 <서브스턴스>의 메시지가 극대화되는 환경을 마련해 준다. 겉보기에 <서브스턴스>의 메시지는 엔디미온과 셀레네의 사랑 이야기와 같다. 젊음을 욕망하다가 자기 인생을 파괴하는 주인공에 대한 비판이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생애 과정을 부정하고 이를 벗어나려는 탐욕과 그 선택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서브스턴스>는 한 발짝 더 나아간다. 젊음을 욕망하고,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개개인의 노력을 탓하지 않는다. 개인의 욕구를 부추기는 시스템을 최종적으로 비판한다. 그 중심에는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쇼 비즈니스가 있다. 즉, 영화나 TV 같은 미디어가 젊어지고 싶고, 젊음만이 좋은 것이라는 욕망을 끊임없이 주입한다는 것. 젊음을 유지하지 못한 사람은 가치가 없는 인물로 매도하는 시스템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말이다.
수가 밤에 거대한 광고판을 보는 장면만 봐도 알 수 있다. 자기 화보를 보던 그녀는 7일이 지났는데도 원래 몸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엘리자베스의 몸이 더 빨리 늙고 미라로 변해도, 젊은 몸을 유지하기로 결심한다. 그러지 않으면 수도 언제든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으니까. 엘리자베스가 하루아침에 에어로빅 쇼에서 해고됐듯이. 즉, 지금과 같은 시스템 하에서 개인은 젊어지지 않아도, 젊어지려고 해도 자기 자신을 파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에어로빅쇼 스튜디오 복도의 모습도 흥미롭다. 좁고 긴 복도는 오직 한 방향으로만 나아가야 할 것 같은 갑갑함을 조성한다. 실제로 엘리자베스가 해고당할 것이라는 소식도 듣고, 자기 물품과 무성의한 선물을 받는 공간도 모두 이 복도다. 즉, 이 복도는 TV 쇼에서 살아남을 정도로 젊고 매력적이면 안 된다는 강박과 시스템의 원리를 시각화한 공간인 셈이다.
시스템을 향한 반란
클라이맥스는 충격적인 이미지로써 쇼 비즈니스 시스템의 내재적 문제를 직격한다. 엘리자베스의 몸이 뒤틀린 괴물의 생김새만 봐도 그렇다. 이 괴물은 코 대신 가슴이 얼굴에 달렸다. 여성 지원자들의 몸매를 품평하던 면접관들의 말 그대로다. 그들의 성희롱이 단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인 만큼, 엘리자베스라는 괴물은 영화가 지적한 모든 문제가 한 데 모여 형상화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극장 시퀀스도 호불호가 나뉠지언정 분명 의미심장하다. 괴물이 된 엘리자베스는 무대 위에 오른 뒤, 온몸으로 피를 내뿜는다. 무대와 관객석은 피바다로 변하고, 자리에 앉아 있던 관객들도 모두 피칠갑된다. 이는 호러라는 장르적 쾌감 못지않게 서사적으로도 중요한 갈무리다. 시스템의 피해자인 엘리자베스가 시스템에 종사한 모든 이들에게 복수하고, 그녀의 피에 그들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헝거게임>에서 캣니스가 화살을 날리는 장면을 연상할 수도 있다. 그녀는 매번 헝거게임이라는 시스템을 유지한 이들에게 활을 쐈다. 게임메이커에게, 스노우 대통령에게, 코인 대통령에게. 그렇게 그녀는 헝거게임 게임장을, 더 나아가서 판엠이라는 시스템 자체를 전복했다. 캣니스에게 활과 화살이 있었다면, 엘리자베스에게는 피가 있었던 셈이다. 차이점이라면, 캣니스는 성공했고 엘리자베스는 실패했다는 것 뿐이다.
파격이 빠진 반란
그런데 엘리자베스의 반란은 보이는 것에 비해 감정적으로는 그다지 놀랍지 않다. 물론 그녀의 반란 자체는 인상적이다. 군더더기 없는 전개 덕분에 그녀의 이야기는 세련됐고, 깔끔하다. 약물을 만든 흑막에 대해서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엘리자베스와 수 외의 인물은 최소한의 역할만 하고 빠진다. 자연히 엘리자베스와 수의 관계, 그들의 욕망이 낳은 비극에만 몰입할 수 있다.
다만, 큰 틀에서 보면 충격적인 이미지나 기교에 비해 내용물이 예측가능하다. 더 젊은 '나'가 무절제한 삶을 누리고, 무분별하게 젊음에 취해 살다가 본래 자기 자신과 함께 파멸한다는 이야기는 여러 SF 영화 등에서 익숙하다. 즉, 오프닝 시퀀스나 식사 장면, 그리고 엘리자베스 몸에서 수가 빠져나오는 장면에서의 발칙한 상상력이 서사적인 측면에서는 발휘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현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관통한 <서브스턴스>의 통찰은 중요성에 비해 충분히 날카롭지 않다. 시각적으로는 놀랍도록 기괴한 경험을 했지만, 이미지가 남긴 충격에 이야기의 메시지가 묻혀 버린다. 엘리자베스가 자기 별 현판 위에서 최후를 맞이하는 수미상관 결말이 오프닝만큼 뇌리에 각인되지는 않는 이유다. 결국 <서브스턴스>는 2%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우지 못한 채 막을 내린다.
Acceptable 무난함
선 넘은 이미지를 빛바래게 한 선을 지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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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4주 차 개봉작,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이번 주에는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영화부터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스릴러까지!!
다양한 극장 개봉작부터 OTT 공개 예정작이 기다리고 있는데요.
그럼 5월 넷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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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영화
안녕하세요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18분
감독: 차봉주
출연: 김환희, 유선, 이순재 등
개봉: 2022.05.25
배급: (주)디스테이션
줄거리
외로운 세상 속에서 죽음을 결심한 열아홉 수미(김환희).
‘죽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수간호사 서진(유선)의 제안에 따라 늘봄 호스피스 병동을 찾아간다.
이 사람들이 곧 죽을 사람들이라고?! 예상치 못한 유쾌함과 따뜻함이 수미를 반기고,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가는 그들에게 점차 스며들며 세상의 온기를 배워가기 시작하는데…관전 포인트
곡성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 김환희부터 데뷔 67년 차 명배우 이순재까지!
믿고 보는 배우들의 만남과 인생의 가치를 조명하는 따뜻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가정의 달인 5월에 가족과 함께 보기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더 노비스
ⓒ 네이버 영화
개요: 스릴러 | 미국 | 97분
감독: 로런 해더웨이
출연: 이사벨 퍼만, 에이미 포사이스 등
개봉: 2022.05.25
배급: 영화사 진진
줄거리
대학 신입생 ‘알렉스’는 교내 조정부에 가입한 후 동급생 ‘제이미’에게 경쟁심을 느낀다.
늘 최고를 갈망하는 ‘알렉스’는 팀 1군에 들기 위해 훈련을 거듭하고, 스스로를 극한으로 내몰기 시작하는데···
관전 포인트
<위플래쉬>를 비롯해 <헤이트풀8>,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등 40편이 넘는 베테랑 사운드 제작진인 로런 해더웨이의
감독 데뷔작인 <더 노비스>는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또한 <오펀: 천사의 비밀>으로 국내에서 알려진 배우인 이사벨 퍼만이 출연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한국 | 90분
감독: 김희성
출연: 조동혁, 이완, 임정은 등
개봉: 2022.05.25
배급: (주)이놀미디어
줄거리
최대 청부폭력조직 '백정파'는 무자비함으로 악명 높은 해결사, 일명 '도깨비'를 앞세워 일대를 장악한다.
그러나, 베일에 싸인 ‘도깨비’ 두현은 친형제 같았던 영민의 죄를 뒤집어쓰고 10년의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한편, 두현이 사라진 사이, ‘도깨비'행세를 하며 조직을 차지한 영민은 두현의 출소 소식을 듣고 불안에 휩싸인다.
영민은 두현을 먼저 치기로 하고 새 삶을 시작하려던 두현은 결국, 진짜 ‘도깨비’의 부활을 선언하며 영민과 조직을 상대로 싸움을 시작하는데...관전 포인트
제1회 아산충무공 국제액션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상을 수상한 김희성 감독이 참여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강렬한 액션으로 눈을 뗄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할 것으로 예상한다.
몬스터 싱어: 매직 인 파리
개요: 애니메이션 | 프랑스 | 90분
감독: 비보 버거론
출연: 바네사 파라디, 션 레논, 아담 골드버그 등
개봉: 2022.05.26
배급: (주)다날엔터테인먼트
줄거리
1910년 대홍수로 에펠탑마저 물에 잠긴 파리는 안개 낀 도시 곳곳에서 목격된 미스터리한 괴물로 떠들썩하다.
소문의 주인공은 바로 거대 벼룩 ‘프랑코’ 아름다운 목소리와 마음씨를 가졌지만 무서운 외모 때문에 쫓기던 그는
우연히 인기 가수 ‘루실’을 만나 가면을 쓴 가수로 데뷔한다. 그들의 환상적인 공연은 대성공을 거두지만 ‘프랑코’를 수상히 여긴경찰이 포위망을 좁혀오고 친구들은 ‘프랑코’를 지키기 위해 비밀 작전을 세우는데!
관전 포인트
세계 명작인 '오페라의 유령'을 기반으로 재탄생한 애니메이션 <몬스터 싱어: 매직 인 파리>는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의 동심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캐릭터와 중독성 강한 음악으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오마주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08분
감독: 신수원
출연: 이정은, 권해효, 탕준상 등
개봉: 2022.05.26
배급: 트윈플러스파트너스(주)
줄거리
엄마 영화는 재미없다는 아들과 늘상 밥타령인 남편, 잇따른 흥행 실패로 슬럼프에 빠진 중년의 영화감독 지완.
아르바이트 삼아 60년대에 활동한 한국 두 번째 여성 영화감독 홍은원 감독의 작품 <여판사>의 필름을 복원하게 된다.
사라진 필름을 찾아 홍감독의 마지막 행적을 따라가던 지완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모자 쓴 여성의 그림자와 함께 그 시간 속을 여행하게 되는데...관전 포인트
이정은 배우의 첫 단독 주연작으로 기대를 모은 <오마주>는 도쿄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워싱턴한국영화제 등에
초청을 받았고, 피렌체한국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홍은원 감독에 관한 이야기이자 한국의 모든 여성 영화감독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OTT 공개 예정작
스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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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드라마 | 영국 | 116분
감독: 파블로 라라인
출연: 크리스틴 스튜어트, 샐리 호킨스, 티모시 스폴 등
공개: 2022.05.25
스트리밍: 쿠팡플레이
줄거리
왕비가 되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찾기로 결심한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새로운 이야기
관전 포인트
이동진 평론가는 <스펜서>를 "마침내 인형의 집을 나서는, 거꾸로 쓴 신데렐라 이야기"라고 평론했다.
126개 부문에서 노미네이트와 더불어 42개 부문에서 수상할 정도로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나의 집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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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다큐멘터리 | 덴마크 | 89분
감독: 요나스 포헤르
개봉: 2022.05.27
스트리밍: 왓챠
줄거리
가장 보편적인 공간인 '집'의 의미를 물으며 시작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아민'으로 불리길 원하는 한 남성에게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준다. 누나의 원피스를 입고 장 클로드 반담에 빠져있던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해맑은 소년이 코펜하겐의 성공한 학자가 되기까지 25년의 시간 동안, 그는 무채색의 시간 속을 걸어왔다.
진정한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과거를 직면해야 했던 한 남자의 실화를 다룬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관전 포인트
선댄스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고,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 장편 국제영화상,
장편 다큐멘터리상 3개 부문에서 노미네이트 되며 기대를 모은 <나의 집은 어디인가>.
가묘한 이야기 4
ⓒ 넷플릭스
개요: SF | 미국
크리에이터: 더퍼 형제
개봉: 2022.05.27
스트리밍: 넷플릭스
줄거리
미국 인디애나주 호킨스에 사는 단짝 친구들이 마을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사건들을 쫓는 미스터리 스릴러.
관전 포인트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글로벌 히트작 <기묘한 이야기>가 2년만에 새로운 시리즈로 다시 찾아왔다.
폭풍 성장한 주인공들의 모습이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지만, 예고편에 등장한 마인드 플레이어의 위협적인 목소리가 공포를 유발했다.
시즌 4에서는 또 어떤 기묘한 일들이 일어날지 두려운 한 편, 기대감을 자아낸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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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린 너머 세계 속으로… 영국]영국 첩보 영화의 새로운 바람; 영화 [블랙백]리뷰
이 글은 영화 [블랙백]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그렇다. 편애를 했다.
이미 포스터를 본 순간부터 사로잡혀 버려서 손가락 발가락 가리지 않고 하염없이 꼽아 가며 이 영화를 기다렸다. 내가 좋아하는 점은 다 갖고 있는 작품을 만난 순수한(?) 관객의 입장으로 지내온 기다림의 세월이 정말 오랜만이라 이 두근거리는 마음이 부정맥인 줄 알았다니까 글쎄?
내게 심장의 위치를 정확히 알게 해 준 이 스파이 영화는, 굳이 따지자면 본 시리즈 같은 화려한 액션보다는 스카이 폴 이후의 007 시리즈에 좀 더 가깝다. 한국 영화로 치자면 [공작]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모든 장면들은 푸른색으로 대표할 수 있을 만큼 차갑고 정제되었지만. 영화 속의 모든 대사들은 날이 번쩍 선 채로 뜨거운 붉은 불씨가 되어 상대방에게 날아가 꽂힌다.
특히 조지(마이클 패스밴더)의 경우는 캐슬린(케이트 블란챗)을 비롯한 자신의 동료들을 의심해야 하는 이중 삼중고 속에서 이 푸른 이성과 붉디붉은 몽롱한 감정 사이를 적절히 오고 간다. 그의 필모를 통틀어서 이토록 심약하고 불안정한 그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패스밴더는 섬세하게 흔들리면서도 절벽처럼 냉정하게 행동한다.
분명 그에게는 지옥 같았을 2주였을 것이다. 그는 복잡한 머릿속을 들키지 않으려는 듯. 입을 꾹 닫고 앞만 바라보며 그 기간을 버텨냈지만. 차마 숨길 수 없었던 그의 마음은 아름다운 파랑과 붉음으로 그의 주변을 물들이며 이 인물이 얼마나 번뇌 속에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긴장감은 서서히, 하지만 확실하게 쌓이는데 영화 속에서는 이를 그 어떤 폭력적인 장면 하나 없이도 해낸다. 켜켜이 쌓인 이 불안과 두려움들 때문에. 영화의 말미로 갈수록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의 압박감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가장 큰 몫을 하는 것은 식사 장면과 거짓말 탐지기 장면이라 할 수 있다. 돌이켜 보면 그 어떤 대사도 계산되지 않은 채 인물들의 입을 떠나지 않았고. 질문에 답을 하는 자들의 답변에 단 한 번도 정보가 담기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음식을 서빙하는 일일 직원의 느낌으로 영화를 들여다봤을 때. 그들이 나누는 모든 대화들이 무작위로. 혹은 술에 취했다.라는 핑계로 흘려듣거나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서 뭐 저런 걸 얘기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기 쉽다.
하지만 일이 끝난 뒤 부부의 집을 나서며 앞치마를 벗어던질 때가 되면. 아 이게 이런 말이었구나. 라며 모공이 송연해지는 감각이 온몸을 덮쳐온다. 그 자리에서 입을 떡 벌린 채 멈춰 서서는 휙 뒤돌아 굳게 닫혀버린 조지와 캐슬린의 대문을 한참이고 쳐다봐야만 한다.
이 영화가 우리의 뒤통수를 까는(?) 모든 과정은 이토록 간결하고 깔끔하다. 그러면서도 명확하다. 그들의 실력처럼. 그리고 그들의 냉정하지만 불타오르는 모든 감정들처럼.
사진출처:다음 영화
이토록 콩깍지가 씌어서 찬양 아닌 찬양을 했지만. 이 영화가 가진 장점을 비틀면 누군가에겐 반드시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앞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본 시리즈]나 [헌트]처럼 눈에 박힐만한 총격전, 혹은 추격전은 찾기 힘들다. 또한 요즘 영화답지 않게 짧은(93분) 러닝타임 덕에 쉴 새 없이 진행되는 반전의 반전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못하다. 이로 인해 갈등의 해소와 불안의 반복에서 오는 카타르시스의 영향력이 다소 약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들이 일하고 있는 배경이나, 커리어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적기 때문에 조금은 불친절한 영화로 기억될 가능 성도 있다.
하지만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조지가 자신의 부인이 용의자가 되는 순간부터 손을 벌벌 떠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누구보다도 감정적일 것만 같던 캐슬린이 가장 냉정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모든 과정들 만으로도. 마치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맛보는 듯한 영화이기에 시간을 투자한 것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만족스러우면서도 여운이 남았으며 행복했다.
[이 글의 TMI]
1. 영화관에서 팝콘 안 먹기 1회 성공
2. 상영관에 사람이 거의 없어서... 너무 좋았다(?)
3. 회사 너무 가기 싫다.
#블랙백 #스티븐소더버 #케이트블란쳇 #마이클패스밴 #마리사아벨 #영국영화 #느와르 #스릴러 #영화추천 #최신영화 #영화리뷰어 #영화해석 #결말해석 #영화감상평 #개봉영화 #영화보고글쓰기 #Munalogi #브런치작가 #네이버영화인플루언서 #내일은파란안경 #영화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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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 인 더 다크 2 / Don't Breathe 2, 2021
지난 2016년에 개봉한 영화 <맨 인 더 다크>는 북미 2주 연속 1위와 벌어들인 총수익 $157,100,845는 제작비 990만 달러의 약 17배에 달하는 영화입니다.
국내에서도 1,003,406명으로 스타 배우와 감독 없이 100만을 넘겼으니 속편을 만드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그렇게, 일찍이 속편을 결정했으나 문제는 곧바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연출과 각본을 맡았던 "페더 알바레즈"는 바로, <밀레니엄 시리즈>의 <거미줄에 걸린 소녀2018>와 <카오스 워킹2021>에 참여했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습니다.
결국, 이번 2편에서는 감독이 아닌 제작과 각본으로 물러나 시리즈를 이어나갔지만 지난 북미에서의 결과는 신통치가 않았습니다.물론, "코로나19"라는 특수적인 상황을 치울 수 없지만 들려오는 혹평은 저를 비롯한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팬들에게는 아쉬움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요.
과연, 어떤 문제로 이런 말들이 오갔는지? - 영화 <맨 인 더 다크 2>의 감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영화는 전작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끔찍한 사고로부터 도망쳐온 "노인"은 "노먼"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그의 옆에는 "피닉스"라는 딸이 있습니다.
그렇게,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던 어느 날 "노먼"은 "피닉스"를 노리는 자들이 자신의 집에 침범했음을 감지하며, 잊고 있던 그 기억을 되살리는데...캐릭터는 여전한데, 상황은 달라졌네.
1. 언제, 액션 영화가 되었지?
앞서 말했듯이 제목에 쓰여있는 숫자로 보듯이 전작과의 비교는 필수불가결한 수순입니다.
무엇보다 2편은 어렵다고 하지만, 가장 쉬운 숫자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장점을 그대로 보완하되 단점은 고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평가와 흥행은 보장되니까요.
문제는 '이를 알고 있다'라는 전제하에 깔아두어야 하는데, 영화 <맨 인 더 다크 2>는 아쉽게도 이 점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액션이 이렇게나 많았나?
전작 <맨 인 더 다크>는 퇴역 군인의 집을 털기 위해서 찾아온 10대 청소년들이 되려 죽을 위기와 노인의 추악한 비밀까지 보게 되는 것이 주 내용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역관광당하는 이들에게 속 시원하거나 되려, 도둑들을 응원하는 '누가 악당이지?'라는 이성적인 물음까지 건네왔습니다.
물론, <맨 인 더 다크>를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이성보다는 생존이라는 본능을 앞세운 스릴감이었지만요.
근데, 이번 속편에서는 이런 악의 대결이 아닌 <테이큰>의 "리암 니슨"과 <존 윅>을 보여줍니다.2. 언제부터 착한 역할이었다고?
앞서 말했듯이 영화 <맨 인 더 다크>의 큰 매력은 '누가 악인이지?'라는 질문에 섣불리 답하지 못하는 캐릭터 간의 구도입니다.
그런 점에서 "노먼"의 나쁨은 굳이, 이번 영화가 아니더라도 전작에서 보고 왔다면 전부 다 아실 겁니다.
그렇다면, 그를 위협하는 캐릭터들의 악함을 설명하는 것이 맞겠죠.
이를 위해 이번 속편에서는 "노먼"의 옆에 "피닉스"라는 딸을 등장시키는데, 이게 시리즈의 정체성을 헤친 결정적 패인으로 보입니다.애들은 좀...
그의 옆에 딸을 배치함으로 영화는 자연스레, "악 VS 악"의 구도가 아닌 "선 VS 악"의 구도를 띄게 만듭니다.
물론, 전작에서도 이런 모습이 전혀 없던 건 아니었습니다.
눈이 안 보이는 퇴역군인의 집을 턴다는 아이디어부터 "선 VS 악"의 구도를 띄운 채 시작했으니까요.
그러나 <맨 인 더 다크 2>는 이 구도를 전작과 다르게, 떨쳐내지 못하는데 이런 이유에는 이들의 동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전작에서는 이유를 설명하고 행동에 옮겼다면, 이번 속편에서는 이를 밝히지 않고 "피닉스"의 시점에서 집에 침범한 이들에게서 벗어나려는 장면을 보여주니 "악 VS 악"의 구도로 더 나가질 못합니다.3. 늘 10대하고만 싸울 수는 없잖아요.
그렇게, 영화의 달라진 전체적인 분위기는 영화의 장르마저 뒤바꿉니다.
영화 <맨 인 더 다크>의 원제는 'Don't Breathe'를 직역하면, '숨도 쉬지 말라'라는 긴장감이 전체적으로 깔린 작품입니다.
어찌 보면, "점프 스케어"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공포스러운 장면이 자연스러우나 이번 속편에 들어선 영화는 공포가 아닌 액션 영화로 변모했습니다.
극 중 책상을 방패 삼아 가스 폭발을 막아내거나 물에 누워있어 물결로 상대방들의 위치를 추리해 총으로 제압하는 모습은 <테이큰>의 "리암 니슨"이 아닌가 싶습니다.감독은 정체성을 캐릭터라고 생각하나 봐요.
제가 생각한 <맨 인 더 다크>의 정체성이 "스릴감"이라고 했지만, 정작 연출자가 생각하는 정체성은 "노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극 중 본드로 코와 이 구멍을 다 붙여 적을 제압하는 모습은 그의 전투력이 여전하다는 것을 말해주거든요.
근데, 문제는 그가 상대하는 캐릭터들의 극 중 설정이 그와 마찬가지로 퇴역 군인들로 대등하게 그려내어 전작에서 보여준 "역관광"같은 모습을 기대하긴 어려웠습니다.
아무리 여전한 주인공이라고 할지라도 그가 상대하는 적들까지 여전히, 철딱서니 없는 10대 청소년들은 아니니까요.4. 말과 주먹이 많아진 어르신
그리고 이번 속편에 들어오면서, 가장 아쉬운 건 판이 커졌다는 것입니다.
전작에서는 그의 집에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면, 이번 속편에서는 "피닉스"를 납치한 놈들의 아지트까지 확대되니까요.
전작에서 스릴감을 펼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장치였던 집은 그가 살아온 공간으로 설명이 가능해 외부에서 들어온 캐릭터들과 관객들이 더 무서움을 느끼게 해주었죠.
그런 부분에서 판이 커진 이번 속편은 이런 긴장감마저 스스로 무너뜨리니 아쉬울 따름입니다.이렇게, 말씀이 많으셨나?
여기, 또 달라진 것을 확인하자면 달라진 "노먼"의 캐릭터입니다.
'이렇게, 말이 많았나?'싶을 정도로 많은 대사량을 쏟아내는데, 극 중 자신의 딸 "피닉스"에게 자신의 추악한 과거를 밝히고 용서를 구하는 장면까지 이번 영화에서 '그들의 관계가 어떤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는데요.
문제는 이 과정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위기가 있는데 이를 극복하는 단계가 상당히 급할 뿐이더라 예상치 못한 정도를 지키는 악당의 모습(aka. 애견인)까지 전개에 대한 아쉬움이 생겨나옵니다.
물론, 예상한 엔딩이기에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저를 비롯해 영화 <맨 인 더 다크 2>를 보러 온 관객들이 이 장면을 기대해서 CGV까지 보러 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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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기 전 봐도 좋은 영상"이 영상 그대로 여사친에게 설명해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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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난 여사친조차 없넹......이게 나라냐!!!!!"
- 테넷 과학 리뷰 제작 후기 by 건데
- 테넷 스태프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제작: 크리스토퍼 놀란, 에마 토머스
각본: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존 데이비드 워싱턴, 로버트 패틴슨, 엘리자베스 데비키 외
장르: 액션, 스릴러, SF, 첩보[2]
제작사: 신카피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촬영 기간: 2019년 5월 19일 ~ 2019년 11월 12일
개봉일: 2020년 8월 26일
음악: 루드비히 고란손
주제곡: 트래비스 스캇 - The Plan
편집: 제니퍼 레임
촬영: 호이트 반 호이테마
개봉 포맷: 2D · 4DX (2.20:1)[A]
Dolby Cinema (2.20:1[A] Dolby Vision|Atmos)
IMAX (1.90:1 / 2.20:1) 용산 IMAX 레이저 로고 (1.43:1 / 2.20:1)
상영 시간: 150분
제작비: 2억 500만 달러-시놉시스
당신에게 줄 건 한 단어 ‘테넷’
이해하지 말고 느껴라!시간의 흐름을 뒤집는 인버전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세상을 파괴하려는 사토르(케네스 브래너)를 막기 위해 투입된 작전의 주도자(존 데이비드 워싱턴). 인버전에 대한 정보를 가진 닐(로버트 패틴슨)과 미술품 감정사이자 사토르에 대한 복수심이 가득한 그의 아내 캣(엘리자베스 데비키)과 협력해 미래의 공격에 맞서 제3차 세계대전을 막아야 한다!
#테넷리뷰 #테넷해석 #테넷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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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과 달 리뷰 - 상실의 고통을 가진 두 여자의 러블리한 치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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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남편의 첫사랑이 목하 열애 중이었던 곳으로
나 홀로 뚝 떨어지게 된다면?
남편과 사별 후 평소 남편이 살고 싶어 했던 제주도로 이사 온 민희는
성격 좋은 동네 이웃 목하와 그의 음악하는 아들 태경을 만나 친분을 다지게 된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출발,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고 생각한 순간,
목하가 남편의 첫사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본의 아니게 상실의 아픔을 분노 게이지로 다스리게 되는 민희,
평온했던 일상 속 잊고 지냈던 오만년 전 ‘구 남친’의 기억을 강제 소환당한 목하.
두 여자의 예측 불가, 밀고 밀리는 관계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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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키퍼스> 메인 예고편
고립된 섬에 나타난 시체와 금괴
그날 이후, 모든 게 바뀌었다!육지와 동떨어진 스코틀랜드의 작은 무인도.
이 섬의 등대를 관리하는 ‘토마스’, ‘제임스’, ‘도널드’는
난파된 보트에서 남자의 시신과 금괴가 든 나무상자를 발견한다.
시신을 없애고, 금괴를 나누어 가지기로 한 세 사람.
그러나 상자를 찾아 낯선 사람들이 섬에 나타나고,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100년간 풀리지 않은 ‘그날’의 미스터리
숨겨진 진실이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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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오퍼 : 대부 비하인드 스토리> 메인 예고편
우아하게 탄생한 걸작은 없다! 영화 역사상 최고의 걸작에 숨겨진 최악의 비하인드! 한 편의 영화를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이들의 이야기. 왓챠 익스클루시브 ⟨오퍼 : 대부 비하인드 스토리⟩ 12월 28일 왓챠 독점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