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3-22 10:29:11
물 관련 영화.zip
<에린 브로코비치>, <랭고>,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안녕하세요!
다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바로 오늘!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입니다.
인구와 경제활동의 증가로 인하여 수질이 오염되고,
전 세계적으로 먹는 물이 부족해지자,
유엔이 경각심을 일깨우 위하여 정한 날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물과 관련된 영화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에린 브로코비치
Erin Brockovich, 2000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무직의 싱글맘 에린은 변호사 에드의 보조로 취직한다.
어느 날, 캘리포니아의 발전소가 도시의 식수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맨손으로 그들과의 전면전을 펼친다.
cine pick!
<내 남자친구의 결혼 사고>,<노팅 힐>의 주연 줄리아 로버츠가
주인공으로 참여한 영화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더 감동적인 영화이자
희망과 에너지가 주는 영화이다.
Streaming Service
웨이브, 왓챠, 쿠팡플레이, seezn
랭고
Rango, 2011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모하비 사막에 툭 떨어진 카멜레온 '랭고'는 얼떨결에 마을의 영웅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랭고는 보안관을 맡게 되는데...
예측 불허한 사건들 속에서 랭고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펼쳐질까?
cine pick!
어른들을 위한 철학 애니메이션 영화.
동물 캐릭터가 매우 매력적이고,
물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
Streaming Service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The Shape of Water, 2017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어느 날 실험실에 온몸이 비늘로 덮인 괴생명체가 수조에 갇힌 채 들어오고,
엘라이자는 신비로운 그에게 이끌려 조금씩 다가가게 된다.
박사가 그를 해부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탈출시키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cine pick!
물을 통해 사랑에 대한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는 영화.
제90회 아카데미 최다 노미네이트 직이자,
제74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과 제75회 골든 글로브 감독상, 음악상 수상!
Streaming Service
디즈니 플러스
다크 워터스
Dark Waters, 2019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대형 로펌의 변호사 ‘롭 빌럿’은 세계 최대의 화학기업 듀폰의 독성 폐기물질 유출 사실을 폭로한다.
그는 사건을 파헤칠수록 독성 물질이 우리 일상 속에 침투해 있다는 끔찍한 사실을 알게 되고,
모든 것을 건 용기 있는 싸움을 시작한다.
cine pick!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더 무섭게 다가오는 영화 '다크 워터스'
이 영화를 보면서 수질 오염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Streaming Service
웨이브, 티빙, Apple TV+
인베이젼 2020
Invasion, 2020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첫 우주 침공으로부터 3년이 지난 지구. 인류는 상처를 이겨내고
조금씩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평화도 잠시, 다시 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물이 존재하는 그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은 상황. 하지만 인류는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cine pick!
인간에게 필수적인 '물'이 목숨을
위협하는 도구로 사용된다면 어떻게 될까.
굉장히 궁금증을 자아내는 소재를 사용한 영화.
Streaming Service
seezn
씨스피라시
Seaspiracy, 2021
출처 | Rotten Tomatoes
synopsis
그가 사랑하는 바다가 죽어간다. 인간이 그 경이의 세계를 파괴한다.
그리하여 카메라를 들고 바다로 나간 감독.
그가 맞닥뜨린 것은 전 세계에 걸친 부패의 그물이었다.
cine pick!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영화.
절망감을 느끼게 만드는 영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을 하게 만드는 영화.
Streaming Service
넷플릭스
----------- 씨네랩 에디터 Hizy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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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WFF 데일리] 다르고 같은 두 여성(女性)
감독: 소데 유키코
출연: 카도와키 무기, 미즈하라 키코, 코라 켄고, 이시바시 시즈카, 야마시타 리오
시놉시스: 도쿄 상류층에서 자라난 하나코, 그리고 지방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도쿄에서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는 미키. 지극히 다른 출신 배경을 가진 20대 후반의 두 여자는 한 남자를 계기로 만나게 되고, 서로 다른, 그러나 같은 세계를 발견한다.
*이 글은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내부인과 외부인
도쿄에서도 중심가에 사는 상류층 하나코는 가족 모임에 도착해 약혼자와 헤어졌다고 통보한다. 친구 무리 중에서도 이쓰코와 하나코 자신을 제외하고는 모두 결혼했을 만큼 혼기가 찬 나이라 하나코의 가족과 지인들은 모두가 그의 맞선을 추진하는데 앞장선다. 이상한 상대들만 나타나 잘 안 풀리던 중에 하나코는 형부 소개로 어느 자문 변호사를 만나고 그와 결혼하게 된다. 남편이 될 코이치로는 해운업에 정계 진출까지 한, 하나코의 집안보다 더 높은 계급의 사람이다. 자상한 성격으로 보이는 코이치로를 믿으며 결혼의 순서를 차차 밟아가던 중에 하나코는 미키의 존재를 알게 된다.
영화는 미키의 등장과 함께 영화의 초점을 하나코의 결혼이 아닌 두 사람의 '다름'으로 옮겨간다. 결혼할 남편의 여자인 미키를 하나코는 질투나 분노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미키에게 코이치로를 짧게 만난 게 전부인 자신보다 그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거라 여겨 만나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미키 또한 이 만남에 당황하기는커녕 자신은 그와 소위들 말하는 그런 사이도 아니었고 앞으로는 더 만나지 않을 테니 안심하라 말한다. 이 특이한 만남 이후 하나코와 미키는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하나코에게는 작은 변화를 가져온다.
다르고 같은 두 여성(女性)
이 영화가 두 사람의 다름에 주목하는 방식은 그것을 너무 드러내 놓고 대조하는 것처럼도 느껴지는데 4부 구성 중 1부가 '내부', 2부가 '외부'로 이름 지어진 것부터 두 사람의 다름이 부각된다. 하나코가 도쿄 중심가(쇼토)에 사는 상류층이라면, 미키는 지방의 작은 마을에서 상경해 근근이 먹고사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자라온 환경, 생활태도부터 시작해 모든 것이 다른 존재다. 미키의 입장에서 이를 실감하는 장면이 많은데 대학에서 만난 상류층 친구가 4200엔 애프터눈 티 세트를 망설임 없이 주문하는 걸 보는 장면이나 자신이 포크를 떨어뜨려 당황하는 사이 바로 직원을 손짓으로 부르는 하나코를 보는 장면이 그렇다.
이 영화는 이 '다름'을 단순히 대조하는 데 치중하는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이런 다름 속에서도 같아질 수밖에 없는 여자들, 특히나 일본에 사는 여성이 부딪힐 수밖에 없는 어떠한 환경에 주목한다. 3부 '결혼'에서 하나코가 결혼을 하면서 하나코는 이전과는 다른 삶에 버거워지기 시작한다. 시어머니는 자식은 언제 낳을 거냐며 부부를 압박하고, 일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 형부에게 일자리를 묻지만 형부는 남편과 상의해보라 답한다. 무엇보다 남편이 정계 진출을 시작하면서 좋았던 두 사람 사이는 소원해지기 시작한다.
하나코는 우연히 자전거를 타고 가는 미키를 보게 되고 이들은 재회한다. 미키의 집에 가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길지 않지만 두 사람 간의 유대감을 형성하기에 충분하다. 자신과 별다를 것 없는 고민을 가진 하나코를 보며 미키는 상류층도 자신 고향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고민을 한다는 게 의외라 한다. 부모의 직업(혹은 환경)을 답습하는 처지에 대한 동질감이 형성된다. 미키는 하나코에게 조언한다. "사소한 감정이나 일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된다"라고.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며 그것만 해도 성공한 거라 말하는 미키의 모습은 하나코가 자신의 현재를 돌아보는 계기를 만든다.
환상 속의 도쿄
동질감을 느끼고 연대하는 관계는 하나코와 미키 두 사람 간에만 있지 않다. 하나코 친구들의 모임에서 한 친구가 "남자들은 살림 돌보며 일할 정도만 하길 원하잖아"라고 말하자 모두가 공감하며 웃는 장면은 하나코의 상황이 개인의 경험에서 그치지 않고 여성이 겪는 상황으로 확장시켜 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더불어 이 영화가 섬세하게 느껴진 건 여성 간의 연대와 더불어 가업을 잇는 것을 목표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코이치로의 상황과의 연대로도 확대되는 것이었는데, 내용상 그와의 로맨스를 넣을 법함에도 그런 부분을 거의 배제하다시피 한 것은 이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다.
영화 후반 미키와 리에의 대화에서 리에는 자신들이 사는 도시 도쿄를 "사람들의 동경이 만들어낸 환상 속의 도쿄"라 칭한다. 도쿄는 도쿄에 사는 사람들을 양분 삼아 삼킨다면서. 미키와 리에는 대학 시절 이후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다시 전과 같이 가까워진다. 도쿄로 상경한 같은 지방 출신이어서, 미키가 피치 못할 집안 사정으로 대학을 졸업하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 도쿄는 바깥에서 들어오기도, 그 안에 있음을 유지하기도 힘든 것이기 때문에, 함께했던 미키가 리에는 반가웠을 것이다. 한편에는 하나코가 이쓰코와 함께 있다. 방황의 시기를 거친 그는 집안 간 사정으로 소송 없이 조용히 치른 이혼 후 이쓰코의 매니저가 되어 있다. 도쿄 안의 내부인과 외부인은 서로 다른 위치에서 저마다 분리되어 있지만 자기의 길을 찾아 나선다. 영화의 엔딩에서, 3층의 코이치로와 2층의 하나코가 서로를 바라보며 웃듯 영화는 사람들의 동경 속에서 커져만 가는 환상 속의 도쿄를 살아내는 도쿄인들을 위한 잔잔한 위로를 담아낸다.
Schedule2022-08-27 13:00-15:05 <그 아이는 귀족>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3관2022-08-29 16:30-18:35 <그 아이는 귀족>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4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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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CFF 데일리] 사춘기 소녀의 한여름날 로드 무비
Summary
부모님의 이혼 후 떨어져 살던 자매가 여름방학을 맞아 외할머니집에서 조우한다. 마치 단편소설을 읽는 듯 담백하고 따뜻한 이야기 (출처: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Cast
감독: 이바야시 유카
출연: 노기시 코노하, 이케다 노노카, 이와이도 세이코
'여름방학' 하면 어떤 기억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개학 일주일 전 몰아 쓰던 일기, 왠지 모르게 붕 뜨는 마음, 특별한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기대감, 그리고 눈 깜짝할 새 찾아오던 개학 날 아침 같은 것이 생각납니다.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영화 마루 섹션에 출품된 <환상의 반딧불>은 사춘기 소녀의 기본값 표정을 장착한 '카나타'라는 친구의 여름방학 이야기입니다. '카타나'에게 중2 여름방학은 어떤 기억으로 남았을까요? '카나타'와 같은 표정을 지었던 어린 날이 있다면, 말 못 할 고민을 참고 견딘 사춘기 시절이 있다면, 당신은 지금 당장 <환상의 반딧불>의 여름날로 떠날 준비가 되었습니다.
⊙ ⊙ ⊙
'카나타'는 사춘기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15살 소녀입니다. 그의 사춘기는 질풍노도와는 사뭇 거리가 멉니다. 함께 당번을 맡은 친구가 자리를 비워도 군말 없이 맡은 구역을 다 청소하고, 엄마가 일하는 가라오케 바에서도 늦은 시간까지 묵묵히 일손을 돕는 그런 어린이죠. 선생님이 우스갯소리로 던진 "당번의 일이라면 곰도 퇴치하겠네!"라는 말에 "최선을 다해봐야겠죠."라고 담담하게 답하는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속내를 알 수 없는 무표정으로 맡은 일에만 성실히 집중하는 것이 바로 '카나타'의 일상입니다.
그렇게 엄마의 가게 일을 도우며 방학을 보내던 '카나타'는 자신의 앞을 지나가는 한 대의 자동차를 목격합니다. 차 안에는 화기애애한 모습의 아빠와 어떤 여성, 그리고 동생 '스미레'가 있었죠. 묵묵히 제 할 일을 해나가던 '카나타'는 그렇게 한동안 가만히 멈춰 서 있습니다.
불평불만이 하나도 없는 이 아이를 바라보고 있자면, 자기주장은 뒤로 한 채 어른들의 말만 곧이곧대로 따르는 수동적인 아이인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카나타'의 여름방학을 차분하게 담아내면서 이 아이가 체념의 태도를 통해 결핍과 허전함을 견뎌내고 있었다는 걸 드러냅니다.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아빠 그리고 동생과 따로 살게 된 '카나타'는 반으로 갈라진 가족의 한 켠에서, 우주선처럼 둥둥 떠 있는 것 같은 전학 온 학교에서, 외로움과 쓸쓸함을 겪습니다. 나만 빼고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상황을 애써 모른 척하기 위해 '카나타'가 택한 방법이 남들의 부탁을 고스란히 들어주는 것이었죠. 어차피 자신이 바라는 일이 이뤄지지 않을 거라면, 적어도 다른 사람이 바라는 일은 이뤄주자는 마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카나타'는 자신이 바라는 일들을 꾹 참습니다. 이를테면 아빠의 햄버그스테이크를 다시 먹어보는 것과 같은 아주 작고 소박한 바람들을 말이죠.
⊙ ⊙ ⊙
'카나타'의 결핍이 드러나는 영화의 전반부를 지나면, 할머니 댁을 찾은 언니 '카나타'와 동생 '스미레'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말 없는 언니 '카나타'와 달리 동생 '스미레'는 밝고 명랑하기 짝이 없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언니가 그저 반갑기만 한 '스미레'의 얼굴에서는 웃음기가 가시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반딧불이를 보고 싶어 하던 '스미레'의 바람으로, 자매는 할머니 댁에서 짙은 여름 속으로의 여행에 나섭니다. 언니와 동생의 로드 무비가 시작되는 시점이죠.
반딧불이가 없는 시기라는 걸 알면서도 동생의 애원으로 길을 나선 '카나타'는 힘들어 주저앉은 '스미레'를 보고, 결국 쌓인 울분이 터져 버리고 맙니다. '카나타'의 눈에는 '스미레'가 참는 법 없이 제 하고 싶은 대로만 응석 부리는 것으로 보였죠. 그러나 '스미레' 역시 자신만의 방식으로 결핍의 상황을 이겨나가고 있었습니다. '카나타'는 체념으로, '스미레'는 명랑함으로, 그 방식이 조금 달랐을 뿐이죠.
'스미레'와의 여정을 통해 굳게 닫아둔 마음의 문이 슬며시 열린 언니 '카나타'는 반딧불이를 보고 싶어 하는 동생을 위해 손전등으로 '환상의 반딧불'을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결핍되었던 웃음과 미소를 오래간만에 되찾습니다. 짧고 작은 여행을 마친 '카나타'는 더는 꾹 참지 않기로 합니다. 자매를 찾으러 온 부모님을 보고, 아빠에게 달려가 안기는 용기를 내보기도 하죠. 동생과 함께 놀던 장난을 혼자 다시 해보며 피식 웃음 짓기도 하고요.
영화는 국내에 <환상의 반딧불>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됐으나, 개인적으로는 영제인 <The Wonder of a Summer Day>가 작품 전체의 흐름과 더 잘 어울리는 듯합니다. 표정 하나 없이 늘 참기만 하던 한 아이의 외로운 나날들에 반짝임을 채워 준, '단 하루의 어느 멋진 여름날' 말이죠.
⊙ ⊙ ⊙
<환상의 반딧불>은 색감과 대비를 활용해 녹음이 우거진 여름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영화입니다. 차분하고 따뜻한 연출이 여름방학이라는 단어가 연상시키는 묘한 느슨함의 분위기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아마도 앞으로 '여름' 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Schedule in SICFF
2023.09.15(금) 롯데시네마 은평 7관 11:00
2023.09.18(월) 롯데시네마 은평 7관 13:30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기간: 09월 13일 - 0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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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사랑한 과거는, 상상력이 만든 환상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랑한 과거는, 상상력이 만든 환상일지도 모른다
<미드나잇 인 파리>는 오프닝부터 관객을 영화와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나 역시도 그랬다. 파리의 아침부터 밤까지, 화창한 날씨부터, 흐린 날씨, 그 속에서 움직이는 파리지앵들의 모습까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는 파리의 아름다운 풍경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짧은 오프닝 시퀀스만으로도 파리에 대한 낭만을 불러일으키는 이 영화는 1920년대 파리를 향한 또 다른 낭만을 가진 주인공 ‘길 펜더’와 그의 연인 ‘이네즈’가 함께 모네의 정원을 찾은 장면으로 이어지며 시작된다.
1920년대 파리를 동경하는 길 펜더는 잘나가는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이지만, 소설가라는 진짜 꿈을 간직한 채 글을 쓰고 있다. 어느 날 밤, 길은 우연히 골목길에 나타난 오래된 자동차를 타고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그곳에서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등 오랫동안 존경하던 작가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자신이 이상적으로 여겨온 시대를 생생하게 체험한다. 이후 길은 의상 디자인을 배우러 파리에 온 ‘아드리아나’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는 1920년대가 아닌 1890년대 ‘벨 에포크’ 시절을 동경하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 간 1890년대에서도 또 다른 인물들이 르네상스 시대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며 길 펜더는 과거는 언제나 동경의 대상일 뿐이며 ‘황금시대’라는 것이 결국 상대적인 것임을 깨닫게 된다. 결국 그는 아드리아나와의 인연을 정리하고 현재의 삶으로 돌아온다.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는 언제나 더 아름답게 보이기 마련인 것처럼, 지나간 세대에 대한 동경은 우리의 ‘상상력’이 주는 환상일지도 모른다. ‘왜 이렇게 늦게 태어났을까’ 한탄하며 90년대 영화와 오아시스, 라디오헤드의 시대를 사랑하고,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뒤섞이며 현재의 스스로를 부족하게 생각하던 나에게 이 영화는 단순한 위로를 넘어, “황금시대는 바로 지금”이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내가 90년대를 동경하는 것처럼, 먼 훗날의 누군가는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동경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모든 동경은 상대적인 것이고, 무의미한 비교에 지나지 않는다.
길의 여정은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는 가브리엘을 만나며 마무리된다.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마치 운명처럼 그 둘은 다리 위에서 만나게 되는데, 자정이 되었음에도 길은 예전처럼 과거를 향해 떠나지 않는다. 길은 지금 이곳, 현재에 머무르기로 선택한 것이다.
<미드나잇 인 파리>는 '지금 여기'에 충실한 삶이야말로 결국 나만의 황금기를 만드는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길 펜더가 환상을 거두고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듯, 나도 영화를 통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기로 했다. 또한, 이 영화는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영화를 통해 파리 여행에 대한 꿈이 생겼고, 몇 년 전 그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속 배경이 되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에 서서 그 순간을 재현해보며, '지금'이라는 시간의 가치를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현재를 살아가면서도 그 사이 사이에 낭만의 단편들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인생의 황금시대가 아닐까? 과거를 쫓기보다 현실 속에서 빛나는 순간들을 채워가야 한다는 것, 그것이 이 영화가 내게 남긴 가장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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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깨진 살점 위에 짓는 집
영화 <사상, 2020>은 부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내가 부산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몇 가지 정보를 검색해보았다. 먼저, 부산에는 사상구(沙上區)라는 지역이 있는데, '모래 위에 지은 집'이라는 부제처럼 한자 역시 모래 사, 위 상을 쓰고 있었다. 다음으로 이 지역과 오랜 인연이 있는 장제원 국회의원이 세 번째 당선되어 직무 수행 중인 곳이다. 마지막으로 작품에서 환경정비지역으로 지정되어 재개발이 추진되는 만덕5지구는 사상구가 아니라 북구에 속한다.
영화 <사상, 2020> 포스터
<사상 공단과 성희의 살>
감독의 아버지이기도 한 성희는 사상 공단에서 열심히 일했다. 사상 공단은 낙동강 주변 저지대에 조성된 공업단지로 1970년대 중반부터 부산 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다. 계획적으로 공장들을 모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업체들도 열악한 환경이었고, 난개발로 심각한 도시문제들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성희는 이곳에서 일하며 가정을 꾸리고, 아버지의 이름을 얻었다. 아버지의 이름값을 치르고자 환갑이 가까운 나이까지 열심히 일했지만, 집 한 채도 손에 쥐지 못했다. 거기에 더해 사상 공단은 성희의 손가락까지 잡아먹었다. 무시무시한 기계가 깨문 자리는 살점이 으깨져 이어 붙이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손가락이 있던 빈자리에는 형체를 알 수 없는 통증이 둥둥 떠 있다.
성희는 사상 공단에서 열심히 일했다.
<만덕5지구와 수영의 살>
수영이 사는 만덕5지구는 북구에 속하는 지역이지만, 사상 공단이 형성되던 시기 동구와 영도구에 살던 무허가 판자촌 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켜서 만든 동네이다. 변두리 지역의 땅을 겨우 얻은 주민들은 자신들이 살 집을 직접 짓고 제반 시설을 만들었다. 그로부터 30년이 넘게 지나고 보니 소위 없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던 마을은 도시의 경관을 해치는 지저분한 것이 되어있었다. 새롭고 깔끔한 아파트는 헌 집뿐 아니라 그 속에 들어있는 헌 사람들까지 밀어낸다. 때때로 이 사람들은 잘 보이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수영은 굴삭기를 돌리는 생업을 포기한 채 위태로운 탑을 쌓고 그 위에서 빠진 앞니로 치킨을 뜯으며 개발 논리 앞에 묵살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온몸으로 외쳤다. 결국 만덕5지구는 수영의 허리를 비틀어놓았다.
수영은 만덕5지구에서 행복하게 살았다.
<으깨진 살점과 도시의 불협화음>
만덕5지구를 비롯한 모든 개발은 으깨진 살점 위에서 이루어진다. 곳곳에 설치된 지뢰처럼 영화 속 공간의 살점을 밟을 때마다 작품은 비명과도 같은 불협화음을 내지른다. 창문 프레임으로 보여주는 색 빠진 그림도 어딘지 모르게 스산하고 을씨년스럽다. 성희와 수영처럼 쇠를 주무르고, 땅을 파며 이 나라에 돈이 잘 돌게 했던 아버지들의 몸은 지난 시간을 담은 하나의 기록이자 증거가 되었다. 사상구가 아니더라도 으깨진 살점의 비명은 여기저기에서 들을 수 있다.
불협화음에 귀를 기울이면 으깨진 살점의 비명이 들린다.
132분의 러닝타임 속에 9년의 시간이 흐른다. 하나의 이야기로 쭉 연결되는 서사보다는 특정 공간을 중심으로 조각난 파편을 모으는 작업으로 구성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치 으깨진 살점처럼.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활동, 10년의 기록 <오지에서 온 다큐멘터리> 온라인 기획전이 10월 27일 수요일까지 열린다. 성희의 아들, 박배일 감독의 다른 작품도 감상해볼 수 있다.
https://www.indieground.kr/indie/notice.do?mode=view&articleNo=1189
[인디그라운드X오지필름] 오지필름 10주년 기획전 '오지에서 온 다큐멘터리' (10.14(목)~10.27(수)) |
인디그라운드의 사업 소식, 공지사항, 뉴스레터를 제공합니다.
* 해당 리뷰는 씨네 랩(CINE LAB) 크리에이터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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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의 힘, 이야기의 뚝심
7★/10★
사실 처음엔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코로나 팬데믹을 비롯한 제작상의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텅 빈 연극 무대에 몇 개의 소품만 놓고 연기하는 배우들을 다소 조악한 카메라로 담아내는 극 영화를 마주한다는 것이. 온갖 촬영 장비와 CG로 더 ‘리얼한’ 화면을 구성하는 게 영화 성패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지금, 독립영화라 하더라도 ‘형식의 실험’을 이유로 대기에는 아무래도 궁색해 보인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진실의 힘, 이야기의 뚝심 앞에서 초반의 당혹감은 금세 사라졌다. 거짓말이 아니다. 자발적으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구조하러 현장에 갔으나, 되레 공권력의 책임이 부재한 곳을 ‘어설프게’ 메우려 했다는 이유로 공권력에 의해 기소당한 민간 잠수사들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카메라의 공백을 애도와 연대의 마음으로 가득 채운다.
두바이에 ‘큰 건’이 잡혀 있던 민간 잠수사 나경수는 팀 막내가 세월호 참사 현장의 구조 활동에 자원했다는 소식에 팀원들을 데리고 사고 현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찬가지로 자발적으로 모인 다른 민간 잠수사들과 팀을 이뤄 혹시 생존해 있을지도 모를 참사 희생자, 그리고 희생자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일을 맡는다. 작업은 고됐지만 지원은 부재했고, 해경은 자신들이 방기한 구조를 지원하기보다는 현장을 감추기에만 급급했다. 그러다 결국 사달이 난다. 열악한 상황에서 혹사하던 민간 잠수사 한 명이 사고로 사망한 것이다.
국가의 대응은 기가 막혔다. 검찰은 오히려 민간 잠수사에게 희생의 책임을 물었다. 민간 잠수사들의 구조 활동을 지휘했다는 이유로 과실치사로 기소당한 한 잠수사에게 검사가 묻는다. 왜 안전 수칙을 위반해가면서까지 위험한 작전을 계속했느냐고. 민간 잠수사들은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국가와 달리 사고 희생자들을 마음 깊이 진심을 다해 구하고자 했다. 그게 전부였다. 이들은 물속에서 희생자의 시신을 보고도 울 수 없었다. 시야가 흐려져 구조 작업과 작업자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눈물로 슬픔을 달래지 못한 잠수사들의 몸과 마음에는 병이 생겼다. 무책임한 국가의 책임 전가가 더해져 그 병은 점점 더 깊어져 갔다. 누군가는 구조 과정에서 마주한 희생자들의 환영에 현실을 잡아먹혔고, 누군가는 심각한 잠수병 후유증에 시달렸으며, 누군가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들은 송사마저 ‘외주’로 치렀다. 어느 유명 로펌의 사회공헌 활동으로, 마찬가지로 국가의 책임을 외주받았다가 책임을 떠안은 잠수사들의 사건이 변호된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신자유주의 한국의 모순 그 자체라는 세간의 진단은 틀리지 않았다.
나경수 역을 연기한 이지훈 배우를 비롯해 카메라의 빈 곳을 채우며 민간 잠수사들이 겪은 고통의 시간으로 관객을 들이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무척 인상적이다. 국가의 잔인한 추궁에 정말로 자신에게도 죄가 있을지 모른다고 자책하며 트라우마로 괴로워하는 잠수사의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에서 유족과 연대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이 지점에 다다른 우리는 분명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세월호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영화는 끝나지 않은 세월호를 말하는 가장 적확한 방법일지도 모른다고. 아직도 세월호냐는 비아냥 섞인 물음에 가장 정확한 답은 어쩌면 ‘우리는 영원히 세월호를 말할 것이다’일지도 모른다. 세월호는 그들이 조롱하듯 경제적 보상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 책임과 연대, 애도와 추모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세월호를 주제로 한 여러 영화가 있었다. 자녀를 떠나보낸 부모가 세월호를 놓지 않고 자신의 깊은 슬픔을 ‘공적 추모’로 승화해내는 과정을 담아낸 〈장기자랑〉(2023)과 〈목화솜 피는 날〉(2023), 참사 직전 우정에서 사랑으로 나아가는 두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선보인 〈너와 나〉(2023), 슬픔과 애도를 사회적 자원 삼아 더 크고 넓은 연대를 모색하는 가슴 벅찬 이야기 〈세월: 라이프 고즈 온〉(2024)과 〈바람의 세월〉(2024) 등등. 〈바다 호랑이〉는 세월호 영화의 기존 계보에 더해 왜 세월호를 계속 이야기해야 하는지, 그럼으로써 우리 개개인과 우리 사회가 무엇을 성찰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우리’의 범주는 어떻게 깊어지고 넓어질 수 있는지를 또다시 분명하게 증명한다. 아직도 말해지지 않은 더 많은 세월호 이야기는 앞으로도 오래도록 발화될 것이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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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믿음을 믿으십니까?
종교가 있는 친구에게 물은 적이 있습니다. "믿음은 어떻게 생겨?" 친구는 한동안 고민하다가 이렇게 답해주었습니다. "믿으니까 그냥 믿는 거지." 분명하면서도 모호한 답변에 마음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 믿음이란 뭘까?
- 믿음은 어떻게 작동할까?
- 믿고 있는 것이 진실이라고 어떻게 확신할까?
- 만약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결되지 못한 채로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던 질문들은 '이 영화' 이후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클럽 제로> 프라이빗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클럽 제로>는 2023년 1월 24일 국내 개봉 예정작입니다.
클럽 제로
Club Zero
엘리트 기숙사 학교에 새로 부임한 영양 교사 '노벡'은 아이들에게 의식적 식사를 가르치는 특별한 수업을 진행합니다. 의식적 식사는 말 그대로 의식적인 섭취를 통해 과식을 줄이고 주체적으로 음식을 먹는 식사법입니다. 어떤 아이는 아무런 의심 없이 의식적 식사법을 따르고, 어떤 아이는 친구 그룹에 머물기 위해 의식적 식사법을 따릅니다. 또 어떤 아이는 끝까지 거부하다가 학점을 잘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의식적 식사법을 따르죠. 의식적 식사법을 따르게 된 배경은 각기 다르지만, 아이들은 점차 의식적 식사와 영양 교사 '노벡'을 향한 믿음을 갖게 됩니다.
아이들이 의식적 식사를 받아들이자 '노벡'은 음식을 아예 섭취하지 않는 극단적인 식사법을 권하기 시작합니다. 올바른 믿음을 가진 몇몇 사람들만 절식의 이점을 누리며 '클럽 제로'의 일원으로 살고 있다는 말과 함께 말이죠. 아주 적은 양의 음식만을 의식적으로 섭취하던 아이들은 결국 '클럽 제로'의 규칙에 따라 아무것도 먹지 않기에 이릅니다.
⊙ ⊙ ⊙
그럼, 이쯤에서 '노벡'이 제시한 의식적 식사를 실천하는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음식을 먹기 전에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쉽니다. 눈앞의 음식에 정신을 집중하고, 최대한 천천히 음식을 섭취합니다.
적은 양의 음식을 천천히 섭취하는 것에 충분히 적응했다면, 다음 단계는 한 번에 한 가지 종류의 음식만 먹는 것입니다. 역시 음식을 먹기 전에는 심호흡하고 음식에 온전히 집중해야 합니다.
마지막 단계는 절식입니다. 음식을 먹어야만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의식적으로 신체와 정신을 통제합니다.
글로 읽어서는 크게 와닿지 않는 설득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어떻게 이 식사법을 믿고 따르게 된 걸까요? '노벡'은 은밀한 전술을 통해 아이들의 믿음을 조종합니다. 처음에는 과식이 신체, 정신,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 얼마나 해로운지를 설명하며 납득 가능한 수준에서 가르침을 전합니다. 적게 먹는 것이 어떻게 몸의 자정 작용을 일으키고, 어떻게 하고자 하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하며, 어떻게 세상을 더 지속가능하게 하는지 설명하죠.
그런데 섭식을 통한 변화를 이야기하던 '노벡'의 논점이 조금씩 섭식 그 자체로 옮겨가기 시작합니다. 그럴싸한 명분들은 사라지고, 섭식이 단지 관습적인 것일 뿐이라는 급진적인 주장으로 전환되죠. 평생 먹지 않고 사는 것이 과학적으로 가능하냐고 묻는 아이에게는 "자신이 직접 몸으로 증명했기에 답을 찾으려 들 필요가 없다"는 말로 홀려 버립니다.
교육과 보호를 목적으로 엄격하게 통제된 공간인 엘리트 기숙사 학교에서, 선생님은 최고의 권위자입니다. 아이들은 가르침으로 포장된 조종을 피하기가 어렵죠. 일순간 '노벡'을 깊이 신뢰하게 된 아이들에게 절식은 또 하나의 이상적이며 바람직한 새로운 식사법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믿음이 눈을 가린 아이들에겐 생기를 잃어가는 서로의 얼굴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 ⊙ ⊙
의식적 식사법을 웰니스, 자아실현, 지속가능성을 위한 식사법으로 소개한다는 면에서 '노벡'의 말은 언뜻 현혹적이기도 합니다. 이 가치들은 영화 밖 현실에서도 간헐적 단식, 미라클 모닝, 채식주의와 같은 새로운 움직임을 일으킨 촉매제니까요. 이렇듯 변화들은 으레 그래왔던 관습('하루 세 끼를 먹어야 건강하다', '잠은 충분히 자야 한다', '영양소를 고루 섭취해야 한다')과는 다른 모습을 띱니다. 과거엔 관습만을 단 하나의 진실로 여기는 보수적인 경향이 있었지만, 다양성의 시대인 요즘은 다릅니다. 오히려 관습만을 정답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배척당하기 쉽죠. 관습을 부수는 새로운 움직임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조성된 겁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급진적인 사상들은 더 자유롭게 세상 밖으로 나오죠.
그런데 만약 <클럽 제로>의 의식적 식사법처럼 진실과 동떨어져 보이는 사상이 '관습을 깨부수는 새로운 움직임'인 양 모습을 드러낸다면 어떨까요? 누군가 당신에게 세상을 바꾸는 바람직한 식사법이라며 의식적 식사를 제안한다면, 당신은 그것을 가짜 진실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그것이 급진적인 움직임인지, '급진'의 탈을 쓴 어불성설인지 구분할 수 있을까요?
영화를 보면서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생각은 그저 관습일 뿐이라고 말하는 '클럽 제로'와 '지구는 둥글다'는 사실이 관습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잘못된 가설일 뿐이라고 말하는 지구 평면설 추종자들이 겹쳐 보였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사상이 진짜 진실이고, 이 시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급진적인 움직임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에겐 그들의 말이 '급진'의 탈을 쓴 어불성설로 들리죠. 그러나 하지만 아주 먼 과거로 돌아가 보면, "지구는 둥글다!"고 말하는 제가 '클럽 제로'나 오늘날의 지구 평면설 추종자처럼 진실과 동떨어져 보이는 사상을 따르는 사람이었을 겁니다.
관습을 깨부수는 움직임들이 계속해서 생겨나는 이 세상에서,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배우는 이 세상에서, 진짜 진실을 쫓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과연 제가 믿고 있는 것들 중 진짜 진실은 몇 개나 될까요? 자기만의 세계 안에서만 존재하는 진실을 진실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클럽 제로>는 누구도 진짜 진실을 알아차릴 수 없으며, 진실은 결국 나의 세계 안에서 형성된 하나의 믿음일 뿐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썩은 해골물을 맛있게 꿀꺽꿀꺽 마셨다는 원효대사처럼 말이죠. 비슷하게 <클럽 제로>에서도 아이들 중 한 명인 '엘사'가 '의식이 섭식을 통제한다'는 자신만의 진실을 피력하고자 먹은 것을 게워 낸 뒤 그 토사물을 다시 섭취하는 시위를 벌입니다. '엘사'의 현실에서는 그것이 진실이기에 토사물을 다시 먹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진실은 믿음이 만드는 허상이라면, 우리는 믿음을 어떻게 믿어야 할까요?
⊙ ⊙ ⊙
<클럽 제로>는 소재도 급진적이지만, 연출도 그러합니다. 평범하게 구성해도 무방한 공간들을 형형색색의 화려한 색으로 채우고, 러닝타임 내내 신경에 거슬리는 난타음, 기계적인 줌인, 슬로우 모션 같은 촬영기법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죠. 이러한 연출들로 영화는 한 편의 잔혹동화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비현실적인 기묘함이 영화 속 세계에서는 당연한 현실이었다는 걸 생각해 볼 때, 어쩌면 그 세계 안에서 절식은 채식주의와 비슷한 수준의 급진적 움직임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끝까지 진실과 탈진실, 그리고 믿음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영화, <클럽 제로>였습니다.
Summary
최고급 기숙사 시설에서 학생들에게 일대일 특별 교육을 제공하는 엘리트 학교의 새로운 영양교사로 임명된 ‘미스 노백’. 건강을 유지하면서 학습 능력을 키우는 ‘의식적 식사법’을 가르치는 ‘미스 노백’의 다정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수업에 아이들은 점차 빠져들게 되고 더 극단적이고 위험한 식사를 이어가는데… (출처: 씨네21)
Cast
감독: 예시카 하우스너
출연: 미아 와시코브스카, 마티유 데미, 엘자 질버스테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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