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엘2022-03-03 02:44:01
나이트 레이더스 시사회 영화 후기 - 독재로부터 자유를 빼앗기질 않을 권리!
서기 2043년 독재국가인 에머슨이 전쟁을 명분으로 하여 미성년자들을 아카데미라는 곳에 데려가 인간병기로 만든다. 니스카는 자신의 어린 딸인 와시즈를 지키려고 한다. 그러나 와시즈는 아카데미에 끌려가게 되고 그로부터 10개월이 흐른다. 니스카는 자신의 딸을 지키지 못했다는 큰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다. 한편 와시즈는 아카데미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받으며 지낸다. 하지만 외톨이로 지내는 와시즈에게 교관이 다가와 자신의 어머니인 니스카가 자신을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고 큰 실망감을 느낀다. 그렇지만 니스카는 자신의 딸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 때문에 아카데미의 경계에서 매일 원망한다. 그런데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부족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아카데미에 있는 자신의 딸과 아이들을 구출하려고 준비하는데...
근미래의 디스토피아가 얼마나
끔찍한지 알려주는 영화!
하니엘의 영화 잠깐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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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에머슨에게 길들여진 인간병기로 만들어진다면?
자유를 빼앗긴 사람들에게 희망이란 없는 걸까?
이 영화는 2043년의 근미래의 디스토피아를 다루고 있다. 시민들은 식량을 드론으로 배급받는데 형편없는 음식들이다. 그리고 국가의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죽여버리는 독재 국가인 에머슨을 보면서 우리의 삶에 자유가 빼앗긴다면 희망이 없는 채로 살아가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전쟁에 쓰일 인간병기를 만들기 위해 미성년자들을 강제로 끌고 가서 아카데미에서 훈련시킨다. 하지만 미성년자들은 결국 군인으로 키워져 전장에 배치되고 권력의 도구로 쓰이게 된다. 만약 우리도 근미래에 이러한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대처할까? 자유라는 게 없어지면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과 다를 게 없어진다. 모든 것을 국가가 통제하면 사회가 얼마나 비참해지게 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독재가 실행한다 해도 작은 희망을 품을 수 있다. 그 예시가 니스카를 도와주는 인디언 부족들인데 이들은 토착민이면서 자신의 영토를 수호한다. 후반부에 갈수록 에머슨의 군대와 드론들이 쳐들어와 이들과 싸우려고 하지만 자연을 수호하는 와시즈의 능력이 늦게 발휘된 덕분인지 물러나게 된다. 전쟁을 한다는 이유로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자유를 빼앗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드는 영화 '나이트 레이더스'였다.
독재 국가는 독을 탄 음식을 억지로 먹으라고 하는 것과 같다.
하니엘의 주관적인 영화 평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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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펜서(2021)> 리뷰
- 현대 영국 왕실에 관심이 있는 인물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이가 있으니, 바로 다이애나 왕세자비다. 그는 귀족 신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를 중퇴했고, 유치원 보모와 같은 아르바이트를 하다 왕세자와 결혼식을 올렸다. 그랬기에 다이애나에겐 '현대판 신데렐라'라는 수식어가 심심치 않게 따라다녔고, 자연스레 가십의 대상이 되었다. 이 이야기가 아름답게 들리거나, 부러운가? 다이애나는 전 세계가 내연녀의 존재를 아는 왕세자의 부인으로 살았다. 제 마음을 추스르는 것조차 쉽지 않았을 텐데 그는 봉사를 지속하며 영국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적지 않은 사랑을 받았다. 어떠한가, 왕세자가 내연녀를 결국 정리하고 다이애나에게 돌아왔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가? 안타깝지만 20세기 후반의 영국은 낭만으로 가득한 동화와는 질적으로 다른 공간이었다. 그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결말 대신, 프랑스 파리에서 교통사고라는 마지막을 맞이한다. 서른여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 '비운의 왕세자비'라는 별칭까지 획득한 다이애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영감의 원천이 되어 창작물 속에서 영생을 획득했다.*스포일러주의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그렇다면 다이애나를 기억하는 창작물이 그토록 많은데 파블로 라라인 감독은 어째서 <스펜서>를 2020년대에 꺼냈을까. 감독의 전작 중 하나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인 재클린 케네디를 주인공으로 삼은 <재키(2016)>라는 것을 떠올려보면, 그가 다이애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싶은지, 아니 어떻게 복원하고 싶은 지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관객에게 재클린 케네디가 '재키'라는 별칭을 가진 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기억하게끔 해준 전적이 있는 이 감독은 영화를 통해 다이애나에게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같은 왕실의 이름 대신 '스펜서'라는 가문의 이름을 돌려준다. 그가 조명하는 시점은 운명의 물살이 급격히 빨라졌던 결혼의 시작, 혹은 결혼의 끝이 아니다. 왕세자와의 별거가 시작되기 1년 전, 1991년의 12월 24일~26일, 단 사흘에 집중하며, 다이애나와 찰스와의 관계를 집요하게 파헤치는 대신 다이애나가 겪었을 심리적 아픔을 세밀하게 묘사한다(그렇기에 이 영화는 한 개인의 전기적 영화라기보다는, 실제 비극을 기반으로 한 창작 심리극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그 과정은 고통스럽고 결코 가볍지 않지만 끝내 다이애나에게 자유를 선물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영화는 원거리에서 출발한다. 밝지 않은 하늘 아래서 군용 수송 차량이 식재료를 옮기고, 요리사들조차 군인과 다를 바 없이 걷는다. 우울한 색감으로 가득 채우기까지 하여 심리적으로 관객과 영화의 차이를 급격하게 벌린 후 다이애나(크리스틴 스튜어트)가 화면에 잡힌다. 그는 경호원 없이 홀로 운전하고 길을 잃은 상태다. 지도를 꺼내도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어디 그뿐인가? 샌드링엄 별장에 도착한 후에도 다이애나는 시종일관 지각하고, 지정된 옷을 잘못 입으며, 복도와 정원을 방황한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다이애나가 향하는/도착한 곳은 미래가 없는, '잘못된' 시공간이므로.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다이애나는 극 중에서 왕실에서의 삶은 '미래 시제'가 없는 삶이며, 과거와 현재엔 시제 상의 차이가 없는 삶이라고 말한다. 과거와 현재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은 곧 현재가 과거에 먹혔다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현재 없는 현재가 빚어내는 마찰은 영화 곳곳에 등장한다. 어린아이들이 춥다고 불평한들 난방을 허락하지 않는 전통은 개선이라는 이름의 변화를 수용하지 않고 고집스럽다. 총이 위험하다는 것을, 아이가 총을 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냥을 할 나이가 됐다는 말만 반복하는 찰스 왕세자(잭 파딩)의 교육 방침이나, 정부/내연녀가 있는 남성 왕족의 사생활을 모른 척 견뎌야 하는 귀부인으로서의 삶은 현대와 맞지 않는다.유령 같은 과거/전통에 대한 숭배는 개인에 대한 억압으로 귀결된다. 정해진 옷을 입지 않으면 보고가 올라가고, 휴가 기간 개인이 할 수 있는 활동은 정해진 스케줄 하에서만 허락된다. 크리스마스 담화를 통해 여왕은 영국은 자유주의 국가라고 연설하지만 정작 왕실 내부는 온갖 규율로 가득하다. 외부의 파파라치를 차단했다 한들 작은 속삭임조차 모두가 아는 소문으로 변질되고, 밤늦게 디저트를 먹는 것조차 감시당하는 등 숨 쉴 틈이 주어지지 않는다. 찰스 왕세자는 이러한 일상에 대해 최소한 두 개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 명의 인생을 무수한 방향으로 조각내어 거부하고 싶은 시스템조차 몸이 기억하게끔 해야 하는 삶은, 진정 삶이라 부를 수 있을까? 남편을 잃은 슬픔에 40여 년간 검은 상복만을 입었다는 빅토리아 여왕의 방을 사용하는 다이애나는, 커튼을 닫지 않고 옷을 갈아이은 다음 날 모든 커튼이 꿰매져 창 밖을 내다볼 수 없게 된 다이애나는 참을 수 없는 갑갑함을 느낀다. 그러하므로 다이애나에겐 가족과 함께하는 현재 이 순간의 별장보다 썩은 계단의 생가가 더욱 생생하다. 생쥐가 오가고 자칫하면 사고가 날 것만 같은 위험한 공간임에도 그곳엔 삶이, 삶이 존재했었던 흔적이 있으므로.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잘못된 시공간에 도착한 다이애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영화 홍보를 위해 사용된 문구인 "다이애나, 당신의 무기는 당신 자신이에요."라는 말은 다이애나가 본 매기(샐리 호킨스)의 환상이 전한 말이다. 기실, 이 말은 다이애나에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 미래 없는 거대한 과거를 상대하기에 한 개인은 너무도 작고 연약하다. 그저 아름답게 외면을 유지하며 인내하기만 하는 것이 과연 한 인간을 샬레 위에 올려두고 찢어발기는 세상에 대해 진정 올바른 대항법일지 나는 묻고 싶다. 당신의 무기는 당신 자신 뿐이라는 말은 다이애나의 외로운 처지를 부각하기만 한다. 거대한 세상에 편입되었음에도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오로지 자신 뿐인, 왕족임에도 자신을 섬기는 드레서 한 명을 자유로이 부를 수 없어 허상에 매달려야만 하는 다이애나의 고립을.과거와 현재가 동일한 공간에 고여 있음으로써 그가 끊임없이 마주하게 되는 앤 불린(에이미 맨슨)의 환영은 마치 다이애나의 미래를 예언하는 것 같다. 온갖 죄목을 뒤집어쓰고 단두대에서 처형된 헨리 8세의 두 번째 부인. 다이애나는 품위 있게 목숨을 내어놓을 수도 없는 운명이기에 계단 위에서 갈등한다. 그러나 깨닫는다. 그를 둘러싼 시제는 과거일지라도,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은 16세기가 아니라는 것을. 그는 계단을 내려온다. 그리고 매기에게서 사랑스러운 고백을, 치유의 말을 듣는다. "전하께 필요한 건 사랑이에요."다이애나 스펜서가 도달했어야 하는 시공간은 아마 허상이 존재하지 않는 실재의 세계였을 것이다. 타인에게 비치는 모습으로 남아야 한다는 의무감 없는 세계. 자신이 개척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자유가 존재하는 장소. 인간이 한 명의 독단자로서 숨 쉴 수 있는 곳. 사랑에 단서를 붙이는 결혼식이 없는, 그런 곳.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두 시간이 끝나갈 즈음, 다이애나는 자신의 옷을 허수아비에게 입히고 이름을 묻는 익명의 직원에게 스펜서라고 답함으로써 자신의 길을 선택한다. 그곳에서조차 다이애나라는 이름을 말할 수 없었던 까닭은 10년 전 왕실에 편입된 이의 아름다움만을 간직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다이애나' 대신 '스펜서'를 입에 담는 다이애나가 안타깝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그가 결혼으로 잃었던 성/가문/시간을 깨웠기 때문일 것이다.그렇다. 우리가 가십으로 소비하는 환상 이면엔 조개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생성한 진주조차 부수고 삼키려는 개인 또한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았던 것은 무엇이며, 복원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파블로 라라인은 영화를 통해 답한다.* 참고: 네이버 캐스트 '다이애나 스펜서', https://terms.naver.com/entry.naver?cid=59014&docId=3567750&categoryId=59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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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국극 끊어질 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하다.
여성국극 끊어질 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하다.
다큐멘터리란 장르와 의도에 적합한 영화.
“모르겠어요 여성국극이 하고 싶어요 그냥.”
다큐멘터리란 무엇인가 사람들에게 묻는다면 아마 ‘재미없는, 지루한, 사회고발적인’ 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즐겨보는 여행 Youtube 마저 다큐멘터리라고 표현한다면 다큐멘터리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고개를 살짝 갸우뚱 하게 된다.
다큐는 재미가 없는가? 그렇지 않다. ‘김여사’ 라는 말이 있다. 여성 운전자를 낮잡아 비난하는 말로 여성은 운전과 같이 관행적으로 남성이 우월하다고 알려진 환경에 적합하지 못하다는 비아냥이 포함된 말인데, 일반적으로 운전자 수가 남성이 조금 더 많고 사고자 수는 남성이 3.3배나 더 많다.(자료 참조)
그렇다고 ‘김여사’라는 여성혐오 표현을 즐겨쓰는 사람의 입버릇이 고쳐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 사람들은 전체사고가 아니라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거나, 운전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고는 여성 운전자 수가 현격히 높을 것이라고 굳게 믿을지 모른다.
나는 이게 시대착오적이고 잘못된 관행에서 밀려온 사고(思考,事故)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사고든 간에 굳이 성별로 갈라처서 비난해야 한다면 남성을 비난하는 것이 맞다고 알려주고 싶다. 이처럼 너무 확정적으로 진리처럼 갖게되는 이미지가 있는데 다큐도 그렇다.
다큐가 재미없다는 선입견 역시 잘못된 사고에서 나온 이미지다. 사고 비율 처럼 이야기 영화와 다큐영화의 포멧을 둘로 나누고 재미있고 와 없고를 나눌 수 있다면 재미있는 비율이 현격히 높은 것은 아마 다큐영화 쪽 일 것이다.
기록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다큐멘터리 영화의 형태를 고르기에 흥미롭고 볼거리가 풍부하다. 남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감독의 강한 주장에서 시작되는 기획이기 때문에 재밌는 비율이 높은 것도 당연하다.
우리는 결국 다큐멘터리가 재미있다, 없다가 아니라 이 영화가 재미있냐 없냐로 결국 이야기 해야하는 것이다.
여성국극 끊어질 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하다. 라는 3월 19일에 개봉하고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초청받아 보게된 영화는 분명히 재미가 있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재미는 무엇인가?
“모르겠어요 여성국극이 하고 싶어요 그냥.”
영화의 시작장면 중 춘향을 맡아 햇빛과도 같은 목소리라는 평의 주인공 ‘황지영’ 님의 대사이다. 이 영화는 왜 만들어 지고 이토록 어려운 제목으로 개봉을 했는가 라는 궁금증은 이 영화를 만나게 될 관객들의 자연스러운 사고일 것이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목표를 왜 원하는지 관객에게 이해시키는 과정을 서론에서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재밌는 점들 중 하나는 주인공들이 왜 여성국극을 지키고 하고 싶고 사랑하는지 굳이 탐색해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여성국극 끊어질 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하다. > 라는 제목에서 보이듯 사랑하는 이유가 나오지 않는다면 의미가 퇴색되는 거 아닌가 하고 의문이 들 수 있다. 의도를 이해해도 공감하지 않는다면 실패라고 했을텐데 영화는 흥미로운 점으로 이것을 표현하는데 성공했다.
주인공들은 여성국극을 어떻게 접하고 시작했는지 간략하게 이야기 한다. 이것이 사랑에 빠지게 된 설명이라고 하면 빈약한데, 그들은 여성국극을 하고싶어 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장면으로 보여준다.
캠핑카를 타고 다니며 작은 무대라도 가창하고 관객이 아무도 없어도 의자를 닦으며 공연을 준비한다. 아무런 억지 의미부여 없이 그들의 삶을 우리는 관객으로 바라보며 공감하게 된다. 그들의 어려움 까지 안타까워 하지만 동정하는 것이 아니라 관찰하며 그들의 삶을 바라보게 한다.
다큐멘터리는 기록이라는 뜻을 가진 형태의 영화로 감독이나 제작사 등 기록되어야 마땅하고 기록하는 형식이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할 때 그것을 영화로 담게 된다. 영화처럼 시각매체는 스펙타클이라고 불리우는 시각적 쾌감을 자극하고 선사해야할 의무가 있는데, <여성국극 끊어질 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하다. >는 뮤지컬을 극장에서 보는 듯 한 요즘의 극장상황에 맞는 스펙타클을 선사한다.
주요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따라가게 되는 ‘박수빈’과 ‘황지영’님이 모시는 선생님이 그 스펙타클의 예중 하나인데 아흔이 넘은 나이로 허리가 굽고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할머님 이시지만 작은 체구에서 곧은 발성이 극장을 울릴 때 쾌감이 엄청나다.
판소리 등 전통예술은 아마도 너무 클래식 하기 때문에 고리타분 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극장에서 겪은 여성국극의 장면은 몰입되고 즐거운 창의 소리가 좋지 못한 녹음 환경에서도 깔끔하게 들린다.
이렇기에 영화는 지루하지 않으면서 스펙타클 까지 충족하며 재밌는 영화가 된다. 영화로 만들었기에 이렇게 저렇게 하는 의도와 연출된 상황이 들어가고 ‘인간극장’ 식 첨언이 들어가지 않고 그저 묵묵하고 담백하게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일본에 가서 여성극을 보고 아쉬워 하는 장면에서 조차 그 감정에 매몰되고 억지로 끌어내려고 하지 않고 흘러간다. 선생님이 여성국극의 보관된 자료를 보는 장면에서 울음을 터트리지만 영화는 그 장면을 길게 늘어뜨리고 감정이 격해지길 바라는 촌스러운 음악으로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하고 담담하게 또 한번 장면을 이어나간다.
제목이 너무 어려워 처음 입에 안 붙었지만 이런식으로 이어지기에 이 영화가 좋은 것은 아닐까 하고 러닝타임의 절반쯤 지났을 때, ‘박수빈’ 님은 전세대 여성국극 출연자들을 모아서 공연을 하기로 한다.
얼마나 고된지 안절부절 하는 모습도 역시나 담담하게 보여주는데 이때쯤에는 조금 더 캐릭터를 대변하고 변호하는 편집으로 애정했어도 되는 게 아닐까 하는 마음마저 든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처럼 ‘박수빈’님은 은퇴한 출연자들을 하나하나 모으고, 투자 등 자존심을 내려놓고 읍소하는 과정을 지나 공연을 준비하는 시퀀스로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그런 과정과 여성국극의 직업으로서 버티는 과정도 볼 맛이 넘치는 다큐라고 음미하며 몰입중인데, 또 한번 재밌는 이야기로 마음을 설레게 하는것이다. 전통을 중시하는 선배님들, 동선을 넣으면 창을 하지 못한다는 작은 갈등, 각색하면 안되고 무조건 원작 그대로 존중해야 한다는 지적들 마저 그냥 흘러가게 두며 두근 거리는 공연의 실제 장면까지 보여준다.
‘혜자롭다’ 라는 말은 편의점 도시락 ‘김혜자 도시락’ 에서 비롯된 말이다. 편의점 도시락의 빈약함 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풍부한 구성으로 배불리 먹기 좋다라는 의미에서 ‘혜자롭다’는 풍부하다는 말처럼 쓰게 된 것이다.
실제 연배가 많으신 배우 ‘김혜자’를 존경하는 배우들이 많은 것처럼. 캐릭터들이 선생님으로 모시는 무형문화재 이자 선생님인 ‘조영숙’님의 무대 활력을 보면 당연히 존경하고 따르게 된다는 느낌도 비슷한데 영화의 스펙타클도 담당하시고 공연까지 보여주니 이 영화 굉장히 ‘혜자스럽다’ 라고 느껴진다. (혹은 영숙스럽다.)
공연을 준비하시며 집중하시는 모습과 앉아있다가 일어나 창을 하시는 모습 등 실제 공연 장면에서도 여성국극이라는 예술을 모르는 내가 봐도 존경하고 재밌다라고 느끼게 되며 영화는 막바지로 향한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다시 강조하며 장면을 나열하거나 감정적인 몰입을 바라는 후반 강조 부분 하나도 없이 캐릭터들을 따라간다. 보기 편하고 흥미로워 어떻게 끝날까를 궁금하게 될 쯤 좋은 소식으로 그들은 다시한번 무대를 꾸린다.
역사적 상황이 어쩌고 하며 울음을 바라는 피아노 음악을 까는 노잼영화들과는 다르게 흥미롭게 영화는 끝까지 이어진다. 크레딧이 올라갈 때 마저도 여성국극의 주인공들의 노래가 나오며 어깨는 들썩이고 엉덩이는 의자에 그대로 두게 한다.
크레딧과 노래가 끝날 때 즈음에는 제목이 입에 착 붙는다. 이래서 끊어질 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하다고 하는구나. 나마저도 영원하라고 응원하게 된다. 인생에서 겪는 수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들. 저마다 각자의 가치를 빛내며 만나는 현상들.
무엇을 기록하고 어떻게 기억할지 기준을 정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수 많은 어려움에도 이어지고 기록된 이 영화를 다큐멘터리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한번 극장에서 만나라고 권유하고 싶다.
‘재미없는, 지루한, 사회고발적인’ 이라는 편견에서도 벗어나게 해주고 아마 몰랐던 여성국극이라는 스펙터클이 즐겁기 때문에 ‘유수연’ 감독이 영화로 기록되는게 좋겠고 담담하게 기억하는게 관객으로도 좋았기 때문에, 많지 않은 극장수에 상영 시간이지만 충분히 극장에 가볼만 하지 않을까?
영화를 본 후 즐거운 기분에 Youtube에 검색을 하다가 ‘레전드 춘향전’ 공연전체를 보는 놀라움을 만날지 모른다.ㅎㅎ
덧. 참고하면 좋은 감독 인터뷰
https://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3111564
더덧. 운전면허 소지자 현황 통계 자료
https://www.index.go.kr/unity/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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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탄한 서스펜스로 빚은 올해 최고의 엔딩
외롭다. 씁쓸하다. 우울하다. 어쩔 수 없다. 이런 단어들은 글로 표현하기 참 어렵다. 그래서 그 어렵기 때문에 영화나 소설 같은 예술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예술은 분명하게 딱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모호하니까 다방면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게 예술이다. 그러니까 영화를 보는 거 아니겠어?
스릴러라는 장르는 참 든든하다. 서스펜스라는 영화의 요소가 있다. 긴장감을 부여한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쉬운 이 것. 참 어렵지만 장르적인 쾌감이라는 점에서 영화에 잘 넣으면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알든 모르든 참 재미있는 범죄/스릴러 영화. 나의 취향이 이거라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내가 이제까지 본 영화 중 한 60%은 차지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내가 사는 지역에는 상영관이 없어 짜증이 났었다. 근데 vod가 일찍 풀려서 빠르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암튼 이번 6월에도 잘 만든 스릴러 영화가 만들어졌다. 끊임없이 질주하다 달성한 탁월한 엔딩으로 많은 분들의 머릿속에 남을 수작이다. 탁구의 대명사가 될 영화 <실종>이다.
없어지니 보고 싶었던
어디론가 뛰어가는 주인공. 카에데는 어떤 연락을 받고 후다닥 달려가고 있다. 죄송합니다. 저희 아빠가 좀 모자라서요. 아버지가 또 사고를 쳤다. 화가 난 카에데. 여러모로 밉상인 아빠에게 한번 시원하게 짜증을 냈다. 그래도 둘은 부녀관계다. 아빠와 딸 아니랄까 봐, 둘은 친구처럼 서로를 의지하고 있다. 아빠 하라다는 딸 카에데에게 말 한마디를 건넨다. "그런데, 나 누구 본 적 있는 것 같아." "누구?" "연쇄살인마. 그 요즘 현상수배 걸린 그놈."
탁구장을 운영했던 사토시 가족. 사업에 실패하고 여러모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탁구장을 재개하기 위해 드는 돈은 그 연쇄살인마의 현상금으로 충분했다. 신고하고 포상금을 타겠다는 하라다. 뭔 소린가 싶은 카에데. 그러나, 그다음 날에 일이 벌어졌다. 아빠 하라다가 사라졌다. 아무 흔적도 없이. 카에데는 사라진 아빠를 찾기 위해 추적에 나선다. 아버지가 일했던 공사장에 가 본 딸. 거기서 하라다가 봤다던 연쇄살인마 야마구치 테루미를 보게 된다. 처음엔 아닌 줄 알았다. 아니었다. 그 남자는 살인마가 맞았다. 딸은 사라진 아빠의 행적을 찾기 위해 연쇄살인마를 쫓는다. 숨겨져 있는 비밀이 무엇인지 모른 채로.
정통파 스릴러
이 영화는 근본이 탄탄한 스릴러다. 범죄 수법 잔혹하고. 범인 캐릭터 확실하고. 추격극 서스펜스 꼼꼼하고. 정말 범죄/스릴러/미스터리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건 탄탄히 짜여있는 영화다. 일단 범죄 수법이다. 어디선가 본 범죄 방식일 수도 있다. 약간 애니메이션 코난 시리즈에서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들긴 한다. 근데 기시감이 들어도 그 방식이 특이하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중반부쯤에 굉장히 중요한 살인 장면이 있다. 이 살인 장면 자체의 수위가 그렇게까지 세진 않다. 근데 엄청 자극적이다. 순수 연출 방식으로 끌어낸 잔혹함이다. 아마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수많은 살인사건 중에 가장 기억에 남은 살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이 전후의 살인사건 수위는 세다. 근데 이 수위가 센 것만으로 이 영화의 서스펜스가 유지되지 않는다. 전반부의 추격전이 후반부의 어떤 갈등구조로 이어지는 방식은 이야기가 탄탄하기 때문에 이뤄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전반부의 추격전에는 인물의 특성을 경제적으로 활용한 느낌이다. 츤데레인 카에데. 겉으로는 아빠에게 툴툴대지만 아빠에게 의지하고 있다. 근데 여자 중학생쯤 되는 나이다. 여자 중학생이면 사춘기다. 이성에 눈을 뜬 시기다. 남자친구가 되고 싶어 스멀스멀 접근하는 동급생 친구와의 로맨스 코드가 재밌기도 하고 긴장감도 유발하며 극을 이끈다. 또 물리적으로 이 사람은 성인에게 이길 수 없다. 정면대결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여러 수를 둔다. 이 수를 둔 방식이 후반부에게도 작용하며 경제적인 효과를 낸다.
후반부는 잔혹한 살인극이 벌어진다. 악역의 시점에서 극을 이끈다. 이때 앞에서 썼던 살인 장면을 위시로 악역의 인물 설정을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중요하게 작용하는 건 당위성이다. 이 당위성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적으면 스포일러다. 다만 확실한 건 전반부의 추격극과는 다른 방식의 정통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다. 추격하는 사람이 누구고, 당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바꾼 시점 전환은 탁월했다. 아직도 후반부의 장면이 기억난다. 과연 내가 어느 쪽을 응원하고 있는 걸까?라는 회의감이 들 정도로 몰입감이 뛰어나다.
이런 영화의 구성은 왠지 모르게 <셔터 아일랜드>와 <세븐>, <사이코>가 생각난다. 히치콕과 핀처, 스콜세지의 손맛이다. 물 흐르듯이 샤샤삭 지나가는 각본의 몰입감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재미있다. 왠지 모르게 잘 안 보이는 것 같은 정통파 스릴러다. 근데 이 영화는 뭔가 잊히고 있는 것 같은 긴장감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부처 아저씨
이 사람을 예전에서 짤로 본 적 있다. 바로 사토 지로다. 시트콤에서 부처로 분장해서 웃기는 역할을 했었다. 이게 일본 특유의 유머 감성이 있다. 이 유머에 잘 어울리는 목소리 톤과 비주얼이다; 한국인인 나는 일본 영화를 그렇게 자주 볼 일이 없다. 그렇게 기억하고 있던 나. 이 영화에서 아마 선명하게 이 캐릭터가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이 인물을 통해 던지는 질문은 '그렇게 보이지?'다. 사실 아닌 거 같지만 이 인물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끊임없이 감독이 연출로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소화해야 하는 인물의 내면을 복사+붙여 넣기 하듯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저번 <큐어>에서 야쿠로 쇼지를 일본 송강호라고 했듯 이 아저씨는 과연 일본 최민식인 것 같은 느낌이다. 연쇄살인마 역을 맡은 배우보다 더 개성이 강한 역할을 보여주는 베테랑의 면모를 보여준다.
또 카에데 역을 맡은 배우도 귀여웠다. 초중반부에 이걸 코미디라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 신이 있다. 이때 은근슬쩍 넘어가는 영화의 연출을 살리는 좋은 표정연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내면 연기를 잘 소화했다. 짜증이 가득한 얼굴과 잘 맞는 것 같았다. 또 액션부터 감정연기까지 폭발하는 연기를 잘 이행한다. 그리고, 엔딩 신에서 이 배우의 잠재력은 폭발한다.
어디서도 본 적 없던 엔딩
엔딩에 대한 해석을 어느 정도 써도 크게 문제가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거의 대부분의 관객들이 예상 못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단 글쓴이가 보고 나서 헉? 싶었다. 예상하지 못한 급부를 찔렀다. 그리고 설마 그게 아닐 거야 생각했다. 엔딩으로 신이 전환된다. 두 인물을 보여주고 엔딩으로 마무리짓는다.
이 엔딩을 묘사해보자면 텅 비었다. 이 텅 빈 의사표현을 이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으로 성사시켰다. 이 모든 이야기를 지나치면 지치다는 느낌이 든다. 다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영화가 치밀하게 쌓아 올린 이야기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현재 일본의 세태는 비어버린 영화의 정서를 느끼기 충분하다.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는 사람들. 다시 합치고 싶었던 가족. 가본 적은 없지만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두려움과 공포. 방법이 없는 일본 사회가 융합되어 웰메이드 스릴러의 저력이 느껴지는 수작이다. 아마 올해 개봉된 외국영화들 중에서 손 꼽힐 것 같다. 얼마 없던 상영관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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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원 배우의 얼굴만 믿고 설계한 것 같은 '설계자'
모델 겸 저승사자
이 영화의 주인공은 검은색 옷 입고 다니는 남자 영일(강동원)이다. 키 크고 얼굴 조막만 하고 잘생겼다. 누가 보면 모델 지망생정도 되는 사람일 것 같지만 아니다. 영일의 직업은 설계자다. 살인처럼 보일 수 있는 사건을 사고로 위장시키는 게 영일의 일이다. 혼자서는 당연히 불가능하다. 팀원이 있다. 중년의 여성 재키(이미숙), 월천(이현욱), 점만(탕준상)이다. 매번 찾아오는 의뢰에 거부감을 느낄 법도 하지만 영일의 표정에는 변함이 없다. 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의뢰를 해결하는 영일의 팀. 모든 사건을 설계자로서 좌지우지한다는 건 낯선 일이 아니다. 어느 날 영일의 팀에게 의뢰가 들어온다.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함과 동시에 우연한 사고로 꾸며달라는 요청이었다. 사건을 의뢰한 사람은 주영선(정은채)이다. 이 주영선이 누구인가?라는 점이 영일이 받았던 사건들과 의 특이점이다. 바로 주영선은 검찰총장 후보자의 딸이었고 그녀의 아버지는 고위공직자가 되기 직전에 있는 사람이었다. 어려운 사건인 걸 직감하는 영일. 하지만 시선이 많다는 걸 오히려 역이용하기로 한다. 하지만 이런 영일의 바람과는 다르게 일은 점점 꼬여간다. 설계자의 존재를 설계하고 있던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서히 드러나는 영일의 정체. 이 모든 악행을 기획한 사람은 누구일까?
<설계자>를 설계하다
이 영화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쓰고 싶은 것은 아이디어다. 이 아이디어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잘 구현됐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핵심을 보여주는 방식 자체는 신선했다. 이 영화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사건을 조작하는 주인공(영일)에 관한 영화다. 그럼 1차적으로 사건을 조작할 수 있을까/그렇지 않을까에 대해 서로 대립하면서 서스펜스를 만들지 않을까? 영화는 이 1차적인 목적을 충분히 수행하려고 노력한다. 가령 영화에서 얼굴을 클로즈업한 장면이 많다. 이 선택은 당연한 것으로 보이는데, 일이 마무리되지 못할까 봐 초조해하는 인물의 내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또 영화가 인물의 욕망을 단순하게 짠 편이라 영일의 시점만 쫓아가도 이야기의 표면적인 부분을 이해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영화의 리듬이라는 측면에서 쓸데없이 늘어지는 장면이 많음에도 대략적으로라도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가까이 있고 그만큼 크고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재키(이미숙)이라고 생각한다. 글쓴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 사실상 재키가 이 영화에 작동하는 모든 모티브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모티브? 바로 정서다. 이 영화에서 누가 설계자고 설계자 머리 위에 누가 있고 주인공 영일과 대결하는 흑막이 누구고 이런 거 별로 안 중요하다. 물론 이야기를 끌고 간다는 점에서 중요하지만 영화가 말하고 싶은 건 그게 본질이 아니다. 다시 돌아와서. 재키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이유. 재키의 동선이 영일에게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키는지를 중심으로 본다면 사실상 영화의 플롯이 이것과 동일시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월천의 동선도 이해가 된다. 월천만? 점막과 이치현의 행보까지 영화가 같은 모티브를 인물에게 반복시키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거 놓치고 영화 보시면 솔직히 이게 뭔가 싶으실 것이다(사실 안 놓치고 봐도 이게 뭔가 싶으실 것이다). 그냥 단지 이 캐릭터들이 이 결론에 도달하는 걸 보기 위해 이 영화의 가치가 있는 건 아닌 것 같으니 다른 관점에서 관람하시는 걸 제안하는 바다.
설계자 맞아?
이 영화의 두 번째로 큰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야기 구성 방식이다. 이 영화는 상업영화 치고 굉장히 불친절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보여준다. 어떻게? 어떤 관객들의 입장에선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이게 뭐야?”라고 느낄 만큼 맥이 빠질 것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일반적인 플롯을 쓰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교훈극이 아니다. 여러 사건을 연이어 배치시켜서 이 일들이 만든 정서를 영화의 핵심으로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말이 좋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거지 이 단점은 이 영화의 기획의도에 근원적으로 결함이 된다고 생각한다.
우선 첫 번째 이유. 이 영화는 상업영화로서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와 전적으로 다른 길만 골랐다. 상업영화의 큰 덕목이 뭘까? 기-승-전-결의 쉬운 플롯과 이에 따른 간단한 결과물이다. <범죄도시 4>나 <파묘> 같은 영화들이 작가로서의 개성을 포기하고 상업성을 택했다는 걸 많은 팬들이 기억할 것이다(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영화를 기획하고 연출하고 각본을 쓰는 입장에서 이 부분을 염두하고 싶었다면 그대로 가면 된다. 하지만 이 <설계자>는 반대다. 사건들만 연이어 보여줄 뿐 결론을 애매하게 지어 영화의 혼선을 스스로 만든다. 대표적으로 이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방식을 보면 후반부 전개와 아예 통으로 어긋난 것 같다. 한국사회의 수많은 단면을 보여준 다음 그 인물이 그렇게 말하면 신빙성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에필로그로 들어가는 장면을 보면 앞에서 한 인물이 했던 말이 의미가 없어진다. 사실 그 캐릭터도 똑같은 비판을 듣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또 이야기 안에 관객들을 속이는 속임수도 너무 많다. 하우저 TV(이동휘) 같은 캐릭터가 들어간 이유를 관객들이 쉽게 찾을 수 있을까? 글쓴이는 아니라고 본다. 왜? 이 인물이 그렇게까지 필요한 인물이 아니니까. 이 인물을 대표하는 집단은 앞에 이미 나왔다. 그리고 이야기 상에서 어떤 유효타도 만들어내지 못하는데, 이 캐릭터의 악행에 비해 다른 사람들의 리액션이 없는 수준이다. 이 인물이 보여주는 병폐를 보여주기엔 연출이 생동감 넘치지 못했다. 물론 어떤 영화가 이런 할리우드식 전개를 쫓으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상업영화라면 흔히 하는 말처럼 ‘중학교 2학년도 이해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두 번째 이유. 설계자의 설계 치고 허점이 너무 많다. 이 허점을 하나하나 다 손꼽기엔 너무 많아 적기도 힘들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하나만 써보자면, 영일이 기획하는 모든 설계에는 3자가 개입해선 안 된다. 어떤 버스정류장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 심지어 그 버스정류장에 사람이 있는 시기도 새벽녘이 아니다(새벽녘이어도 그 근처에 사람이 있는 건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이 영화는 전부 다 짜기라도 한 것처럼 그냥 단지 거기에 그 사람이 단 한 명만 있단 이유로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 그리고 어떤 측면에선 설계자라는 설정 자체가 굉장히 이상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일이 설계자라는 것 치고 인간관계성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부실하다. 그나마 재키와의 관계가 특별한 것 말고는 이 사람의 용인술은 극을 이끌기엔 터무니없다. 설정을 뒷받침할 만 당위성을 영화가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 이유. 이 영화에서 현실을 다루는 방식은 굉장히 낡았다. 예를 들어보자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와 관련된 내용은 이 고위직의 후보로 임명되는 과정을 다 담았다고 보기엔 어렵다. 대통령은 뭐 하고 여, 야 정치인들은 무얼 하는 걸까? 법무부장관은? 이 인물은 본인의 직업인 검사를 잘 활용하고 볼 수 있는 걸까? 그냥 단지 영화가 1차원적으로 줄거리를 전개하기 위해 해당 직업만 가져오니 인물의 개성도 납작해지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재키도 마찬가지고 월천도 마찬가지고 이치현도 마찬가지다. 이 인물들을 둘러싼 가장 핵심 설정이 이 영화의 사건들과 계속 대치되는 감이 있다. 그래서 영화가 약간 갈길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는 것처럼 보인다. 현실을 담고 싶은 건지. 장르적으로 재미있고 싶은 건지. 아니면 둘 다인건지 명확하게 정하지 못한 채로 기능적인 전개만 돋보인다. 각본 상에 있는 설정들이 상호 간에 충돌하며 '서로 틀렸다'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뭐라는지 모르겠어요
글쓴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 음향 믹싱이다. 플롯이 친절한 것도 아니고. 어떤 캐릭터는 불필요하게 느껴지고. 이렇게 이물감이 심한 영화에 음향까지 안 들리는 건 영화를 더 조악하게 만드는 요소다. 대표적으로 글쓴이는 탕준상 배우가 말하는 거 못 알아들었다. 이 인물 입에서 중요한 대사가 몇 있는데도, 그걸 강조하는데도 못 알아들었다. 탕준상 배우가 비교적 신인이라? 글쓴이는 강동원, 이미숙, 이종석 배우 같은 베테랑의 입에 나오는 대사도 못 알아들었다. 특히 강동원 배우가 맡은 영일 캐릭터는 감정선이 납작한 인물이다. 그러다 보니 저음으로 대사를 전달한다. 믹싱 상태가 좋았어도 안 들린다는 사람 많을 텐데 그마저도 안 좋으니 잘 안 들린다. 그래서 글쓴이가 세 사람을 돌이킬 때 후반부 이미숙 배우의 개인기를 보여주는 장면 말고는 “두두두두”만 생각난다. 이야기의 밀도가 높아지고 싶고 장력이 팽팽하려고 해도 영화가 그럴 여지조차 주지 않는다. 그래서 이야기 구조가 불친절하고 사건마다 개연성이 얼마나 헐렁한지는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게 아니다. 이 <설계자>의 가장 큰 단점은 영화의 기본적인 틀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런 헐렁한 이야기 틀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배우가 있다. 바로 김신록 배우다. 이 영화의 조악한 믹싱에도 이 인물이 어떤 캐릭터인지 스스로 보여준다. 가령 이치현(이무생)과 대화하는 장면을 보면 이 인물은 별다른 연출이 필요 없다. 그냥 말투와 눈빛처리만으로도 이 영화가 기획된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반대 역인 이무생 배우가 광기를 숨기는 캐릭터라면 이 인물은 광기를 드러내는 인물이다. 그런데 사회화된 광기여야 적합하다. 그럼 목소리 톤을 높이는 대신 눈을 이용해서 몰아붙이는듯한 연기가 좋겠지? 이 배우는 그걸 그대로 구현한다. 우리가 알던 김신록 배우의 퍼포먼스와 그렇게 멀리 떨어진 모습은 또 아니지만 영화에서 유일하게 빛난다는 점에선 기록할 만하다.
여전히 4번 타자
이 <설계자>가 개봉하는 현재까지 강동원 배우는 계속해서 패전 투수를 자처하고 있는 듯하다. 사실 한국영화의 팬인 글쓴이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할 따름이다. 비슷한 정도의 잘생김을 가지고 있는 누구는 광고모델로 전직했는데, 이 분은 아직도 영화배우잖아? 그래서 글쓴이는 현재 강동원이라는 배우가 처한 입장이 궁금하다. 과연 좋은 시나리오가 오는데도 이런 선택만 하는 걸까 싶다. 이 영화가 흥행에서 대참패를 기록한다 하더라도 강동원 배우의 위상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강동원 배우의 퍼포먼스가 아쉽지도 않았다. 강동원 배우는 자기의 색을 깔끔하게 소화한다. 영화가 괴작이더라도 강동원 배우는 제 몫을 다 한 것이다. 하지만 어느 한 편으로는 강동원 배우가 흐름을 바꾸지 못할 것 같다는 우려를 표하고 싶다. 강동원이라는 이름 하에 <천박사 퇴마 연구소>나 <인랑>, <골든 슬럼버> 같은 영화들은 초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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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왓챠에서 볼만한 학교 폭력을 다룬 영화들 BEST 7
넷플릭스 왓챠에서 볼만한 학교 폭력을 다룬 영화들 BEST 7
넷플릭스와 왓챠에서 볼만한 영화시리즈입니다. 요즘 벌어지는 '학교폭력 폭로사태'라는 테마에 맞춰서 '피해자' 관점에서 학교폭력을 다룬 영화들을 모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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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시절의 너 (少年的你·2019)
[줄거리] 빚쟁이 어머니와 떨어져 홀로 대입을 준비하는 고3 천니엔(주동우)와 어린 시절부터 홀로 길거리에서 생활한 샤오베이(이양천새)는 둘 다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사랑을 키워가지만...
<소년 시절의 너>는 20세기 홍콩영화처럼 학원폭력을 과잉된 정서로 전시한다. 과잉된 연출 방식이 노리는 것은 ‘입시제일주의’를 주입하려는 어른들을 정 조준한다. 교육의 목적이 자기 계발이 아니라 지위 상승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중국 어른들은 중국 아이들에게 ‘계층에 대한 욕망’을 주입한다. 그 아이들은 친구를 존중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보다는 자신이 밟고 올라서야 할 ‘경쟁자’로 취급한다. 이것이 우리나라 청소년이 전 세계에서 행복도가 가장 낮은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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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왕 (The King Of Pigs·2011)
[줄거리] 회사 부도 후 충동적으로 아내를 살인한 ‘경민(오정세)’은 자신의 분노를 감추고 중학교 동창이었던 ‘종석(양익준)’을 찾아 나선다. 소설가가 되지 못해 자서전 대필작가로 근근히 먹고 사는 종석은 15년 만에 찾아온 경민의 방문에 당황하는데...
소위 ‘일진’, ‘짱’, ‘캡’, ‘학교 통’이 폭력으로 군림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돼지의 왕>은 힘 센 학생의 횡포에 침묵으로 동조하는 아이들은 ‘돼지’라고 묘사하며 학교 폭력의 이면에 대한 성찰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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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Bleak Night·2010)
[줄거리] 한 소년이 죽었다. 평소 아들에게 무심했던 소년의 아버지(조성하)는 아들의 갑작스런 공백에 매우 혼란스러워하며 뒤늦은 죄책감과 무력함에, 아들 기태(이제훈)의 죽음을 뒤쫓기 시작한다. 아들의 책상 서랍 안, 소중하게...
10대 소녀보다 더 예민하고 섬세한 소년들의 갈등과 균열을 이보다 더 사실적으로 그릴 수 있을까? <파수꾼>은 명확한 해답을 공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래 집단 내의 암묵적인 권력관계는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예민하고 복잡하다. 단순해보였던 역학관계의 복잡성과 통제불능성을 보여주면서, 견고해보였던 권력구조가 생각보다 허술하고 붕괴되기 쉬움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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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告白·2010)
[줄거리] 자신이 근무하는 중학교에서 어린 딸 ‘마나미’를 잃은 여교사 ‘유코’(마츠 다카코)는 봄방학을 앞둔 종업식 날, 학생들 앞에서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자신의 딸을 죽인 사람이 이 교실 안에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고백한다...
<고백>은 피해자의 부모가 가해자들을 응징하는 이야기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가해자로 드러나는 학생들은 결국 부모들의 무관심 또는 과도한 관심에 의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학교 폭력'이란 게 결국 기성세대가 떠안아야할 문제라고 확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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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Our Twisted Hero·1992)
[줄거리] 40대의 한병태는 회사를 그만 두고 시작한 지 1년 된 학원 강사다. 사회 속의 권력, 암투에 적응하지 못하고 폐쇄된 학원 공간에서 소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병태에게 어느날 국민학교 동창생인 황영수로부터 최선생(신구)의 부음 소식을 듣는다. 그런 그에게...
"일진"인 엄석대와 그 패거리가 한병태를 "왕따"로 만들고, 복종시킨 다음에는 "빵 셔틀"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소설은 수십년 전 작품임에도 오늘날 교실 내에서의 폭력의 본질이 무엇인지 매우 정확히 바라보고 있다. 집단따돌림을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 스스로가 아니라 결국 어른들과 공권력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내포하고 있다.
한편, 영화는 원작보다 훨씬 더 현대사에 빗대어 어떤 대상을 비판한다. 영화가 비판하려는 대상은, 엄석대 밑에서 부조리에 순응한 자들이 때때로 그 앞잡이 노릇까지 하면서 질서를 수호하려 했던 ‘독재에 순응한 구성원’들이 일말의 반성도 없이 끈 떨어진 권력에 손가락질 하는 군중심리이다. 이때 가장 모자라 보이는 친구 영팔이 ‘니네들도 나쁘다’며 울먹인다. 부조리는 엄석대가 옳지 못함을 알면서도 대항하기를 포기해버렸던 ‘이름 모를 녀석’들에 의해 유지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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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죽거리 잔혹사 (Spirit Of Jeet Keun Do - Once Upon A Time In High School·2004)
[줄거리] 1978년 말죽거리의 봄, 현수(권상우)는 강남의 정문고로 전학온다. 정문고는 선생 폭력 외에도 학생들간 세력다툼으로 악명높은 문제학교. 이소룡 열혈팬이라는 이유로 금새 죽고 못사는 친구가 된 모범생 현수와 학교짱 우식(이정진). 하교길 버스안에서 올리비아 핫세를 꼭 닮은...
<말죽거리 잔혹사>는 <비트>나 <친구>처럼 남학생들의 폭력세계를 다뤘지만, 사내들의 의리와 우정을 찬양하는 영화가 아니다. 내적으로는 영웅(역할모델)이 필요한 십대 사고방식을 탐구한다. 청소년기에 유독 연예인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기 때문이다.
외연은 어떠한가? 독재 체제는 모든 국민들이 독재자 개인을 위해 움직여주기를 바라지만, 대부분의 국민은 자기 자신을 위해 행동한다. 권력에 저항하는 세력을 억누르기 위해 불합리와 불의가 횡행한다. 교실 내의 권력관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이들은 비겁한 어른들을 닮아가거나 폭력에 호소한다. 그래서 “대한민국 학교 X까라 그래!”라는 대사가 유달리 사이다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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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의 형태 (映画 聲の形·2016)
[줄거리] 초등학생 시절 그 애를 정말 많이도 괴롭혔다. 청각 장애가 있던 그 여자애는 늘 웃기만 했지. 그때의 잘못을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수 있을까. 용서받을 자격 따윈 없겠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서 사과할게. 너무 늦지 않았다면...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어떻게 용서를 구해야할까? 관객들은 가해자 이시다의 사과를 지켜보면서 타인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 곧 자기 자신을 구원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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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블로거 영혼아이 TERU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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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미란 코미디 원맨쇼
* <정직한 후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정직한 후보 (2020)
감독: 장유정
출연: 라미란, 김무열, 나문희, 윤경호 등
장르: 코미디
상영시간: 105분
개봉일: 2020.02.12
진실의 주둥이가 불러온 기상천외 선거전
입만 열면 거짓말이 술술 튀어나오는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 그녀는 살아계신 할머니의 목숨까지 팔아 선거에 이용할 정도로 뻔뻔한 철면피다. 할머니의 이름을 팔아 설립한 재단을 앞세워 4선 도전도 무리 없이 진행되려던 찰나 손녀의 버릇을 고쳐놓고자 할머니 '옥희(나문희)'가 기도를 하면서 '상숙'은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하는 신세가 된다. 그동안 거짓으로 포장했던 속마음들이 마치 생리 현상처럼 입에서 주체없이 튀어나오게 되고, '상숙'의 선거전에 크나큰 차질이 생긴다. 보좌관 '희철(김무열)'이 물심양면으로 그녀의 곁을 지키며 어떻게든 리스크를 막아 보려 하지만 거짓말이라는 최고의 무기를 잃은 '상숙'의 상황은 갈수록 악화된다. 이대로 4선의 목표가 좌절되려는 순간, 과감하게 정면돌파를 택하며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유쾌하게 풀어 나간다.
뻔하지만 코믹한, 유쾌함에 충실
<정직한 후보>는 '짐 캐리'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라이어 라이어>를 표절한 의혹이 있는 브라질 영화 <O Candidato Honesto>의 판권을 구매해 리메이크한 작품. 원작의 '변호사'를 '정치인'으로 바꾼 것만 빼면 내용상의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위선과 거짓으로 똘똘 뭉친 유력 정치인이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소재로 써 내려갈 스토리가 워낙 뻔하다보니 작품의 줄거리를 쉽게 예측할 수 있고, 실제 전개 역시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정직한 후보>는 코미디 영화이고, 개인적으로 코미디 장르는 관객을 웃겨야 한다는 본질에만 충실해도 기본은 해냈다고 생각한다. 비현실적인 설정, 식상한 스토리라인을 차치하고서라도 혼을 빼놓도록 웃기면 그만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작은 적어도 가볍고 유쾌한 유머를 날리는데 충실하다. 작품을 이끄는 '라미란'의 역동적인 코믹 연기는 SNL '라미란' 편 혹은 그의 코미디 원맨쇼라 할 정도로 평범한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원톱 주연인 '라미란'을 서포트 하는 두 남자, '김무열'과 '윤경호'의 연기도 함께 돋보인다. '김무열'은 중후한 카리스마 혹은 냉혈한 빌런의 모습으로 더 익숙한 배우이지만 극중 열정 넘치는 해결사, 어딘가 부족한 허당, 어리광을 피우는 남동생 등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캐릭터로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다. 특히 '라미란'과 '김무열'의 케미스트리는 작품의 두 번째 시즌이 탄생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식 전개로 갉아먹은 장점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코미디의 색채는 옅어지고 신파극의 특징을 보인다는 점에서 뒷심이 부족했다. 중반부까지는 스토리가 엉성하더라도 '주상숙'이라는 캐릭터가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상황을 해결하려는 방식들이 웃음을 주고, 작품에 속도감을 붙여주었다. 하지만 할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상숙'이 개과천선을 하고, 과거의 자신을 되돌아보며 썩은 정치인들을 징악한다는 결말은 정치에 관한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은 한국영화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즉, 뻔한 줄거리의 코미디 영화에 고리타분한 한국식 결말까지 더해져 인물의 톡톡 튀는 캐릭터성마저 희미하게 만들어버렸다. 오히려 초반부의 B급 감성을 끝까지 밀고 나갔더라면 코미디를 제대로 해보겠다고 나선 배우들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물론 스토리 상의 비판도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라 본다.
라미란에 의한, 라미란을 위한
<정직한 후보>의 가장 큰 가치는 원톱 주연으로서 코미디 작품을 성공적으로 이끈 '라미란'의 역량과 내공이 제대로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여성 원톱 주연 영화는 활발하게 제작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고, 제작되더라도 흥행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김혜수'가 원톱 주연으로 출연해 200만 관객을 돌파했던 <굿바이 싱글> 정도가 떠오른다.) 그런데 <정직한 후보>는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힘든 시국에도 150만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고, 시즌2 제작도 안정적으로 착수했다. 이는 전적으로 수많은 코미디 작품에 조·단역으로 출연하며 자신만의 유머 코드를 개척한 '라미란'의 기량이 발휘된 결과이며 그녀가 괜히 '청룡영화제'에서 코미디 원톱 주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게 아니라는 것 역시님 증명했다. 그동안 남성 원톱 주연 코미디 영화는 수없이 제작되었고 흥행한 사례도 많지만 여성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정직한 후보>가 작품성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할지라도 여성 원톱 주연 코미디 영화도 충분히 흥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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