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2-03-02 09:39:02
<나이트 레이더스> 메시지만 강렬한 디스토피아 영화
<나이트 레이더스> 리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영화 <아네트>의 시사회 관람 후기입니다.
2043년, 전쟁으로 황폐화된 땅에는 새로운 제국을 세우려는 독재국가 에머슨이 들어선다. 거대한 새를 연상시키는 드론에 의해 감시받는 세상을 만든 가운데, 에머슨은 시민권이 없는 미성년자 모두를 군인으로 양성하기 위해 아카데미로 끌고 간다. 그러나 에머슨의 통치를 따르지 않는 '니스카(엘레 마이아 테일페데스)'는 딸 '와시즈(브룩클린 르텍시에 하트)'와 함께 숲 속에서 유랑생활을 한다. 그러던 중 와시즈가 큰 부상을 당하고, 약을 구하러 마을에 온 니스카는 도리어 병사들에게 와시즈를 빼앗기고 만다. 딸과 헤어진 후 슬픔에 잠긴 채 살아가던 니스카. 그러 그녀 앞에 마찬가지로 에머슨의 지배에 저항하는 토착민 크리 족 사람들이 나타나고, 니스카는 그들과 함께 딸을 되찾기 위한 반격에 나선다.
제71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와 제46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를 비롯한 세계 유수 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바 있는 <나이트 레이더스>는 다니스 고렛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고렛 감독은 <나이트 레이더스>의 출발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토착민의 삶은 나날이 극심해지는 혐오와 차별 역사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런데도 그간 제삼자에게 토착민의 이야기는 항상 신기하고, 민속적이고, 옛날이야기에 불과했다. 이에 현실에서 목소리를 내기 두려운 사람마저 목소리를 내게 하는 힘이 있는 SF 및 판타지와 같은 장르에 보편적인 역사이기도 한 토착민의 비극을 녹여내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이트 레이더스>는 세계 각지의 토착민, 원주민들이 겪은 구체적인 사건들을 한 데 모아 디스토피아 세계를 묘사하고 있다.
우선 다니스 고렛 감독 본인이 캐나다 사람인만큼 <나이트 레이더스>는 캐나다 역사 속 원주민들의 비극적인 경험을 스크린으로 불러온다. 작중 에머슨은 전쟁에서 패배한 이들에게 두 가지 차별정책을 시행하며, 이는 영화의 주요한 갈등을 유발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하나는 거대한 벽으로 대표되는 분리 정책이다. 에머슨 시민이 사는 곳과 비시민권자가 사는 곳을 철저히 나누고, 비시민권자에게는 드론을 통해 식량을 배급하면서 철저히 통제하려 든다. 이러한 에머슨의 통치 정책은 캐나다 정부가 원주민들에게 시행한 탄압과 강압적 동화 정책과 똑 닮아 있다. 과거 영국령 캐나다 정부는 원주민들의 땅을 강탈하고 그들을 보호 구역에 집어넣었다. 또 보호구역 내에 부실한 인프라를 설치하거나, 보호 구역에서 나오면 연금을 받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본래 유목민이던 이들에게 낯설고 고달픈 생활을 강제함으로써 자신들에게 의존하도록 만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에머슨 아카데미의 존재다. 에머슨 아카데미는 과거 캐나다 정부가 설립한 '레지덴셜 스쿨(Residential School)'의 다른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레지덴셜 스쿨은 반란과 분쟁의 빌미 근절하기 위해 같은 국가관과 동질성을 공유하도록 영국계 캐나다인의 가치관을 원주민들에게 주입하려는 목적으로 세원진 학교다. 이 학교들에서 원주민들은 영어식 이름으로 강제 개명되고, 영어만을 사용할 수 있었으머, 원주민 전통의상 착용을 금지당하고 백인들이 입는 양복, 양장 착용이 강제되었다. 이곳에서 어린 소년소녀들은 교사에게 자주 강간당하기도 했다. 결국 부모 밑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사육되다시피 한 아이들은 가족애를 잃을 수밖에 없었고, 이는 원주민들의 가정과 사회를 더욱 빠르게 파멸로 이끌었다.
영화는 이처럼 레지덴셜 스쿨에서 자행된 악습들을 아카데미라는 가상의 공간 안에서 묘사한다. 에머슨은 어린아이들에게 선진 교육을 통해 삶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그들에게 새로운 이름을 주고, 가족과 떨어져 지내게 하며 정체성을 약화시킨 뒤 철저히 국가에 충성하도록 강제한다. 곧 실제 역사적 사건이 와시즈가 아카데미 내에서 엘리자베스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며 어머니 니스카와의 관계가 단절되는 것, 아이들이 밤이면 기숙사에서 한 명씩 불려 나가 성폭행당하는 것, 그리고 아카데미에서 교육받은 젊은 아이들이 국가의 명령을 거부하지 못한 채 어머니에게 총구를 겨누는 장면으로 바뀌어 재현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딸을 구하기 위해 아카데미에 침투하는 니스카의 모습에는 단순한 모성애를 넘어서는 의미가 숨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나이트 레이더스>는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 족의 역사도 디스토피아 세계에 녹여내고 있다. 이는 본 작의 총괄 프로듀서이자 <토르: 라그나로크>와 <조조 래빗>의 감독을 맡은 바 있는 타이카 와이티티에 게 마오리족 피가 흐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작중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드론의 존재가 단적인 예시다. 드론은 에머슨의 통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신무기로, 미등록 미성년자를 수색 및 추적하고, 전투용 내지는 식량 배급용으로도 활용된다. 이때 드론이 배급한 식량에 바이러스가 숨어 있었던 것은 유럽인들에 의해 새로운 전염병이 퍼져 나갔던 사례들과 오버랩된다.
이에 더해 드론의 존재는 유럽인의 등장과 동시에 당시 기준 최신 무기였던 머스킷 총이 뉴질랜드에 전래되고, 이 무기를 지닌 부족이 그렇지 못한 부족을 착취하고 노예로 만든 사건인 '머스킷 전쟁'이 마오리족 역사에 기록된 것을 연상시킨다.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머스킷 전열 보병처럼 길게 늘어서서 일제히 총을 겨누어 화망을 형성한 채 접근해오는 에머슨 군인들과 빈약한 무장으로 맞서는 크리 족의 모습도 영국군과 마오리 족 사이에 펼쳐진 '마오리 전쟁'의 변형처럼 보인다. 그렇기에 영화 속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인 드론과 와시즈가 지닌 독특한 능력이 더해져 전투의 향배를 뒤바꾸게 되는 전개는 결국 19세기 당대 신무기인 머스킷에 의해 피로 얼룩졌던 역사를 영화적으로 치유하는 장면이나 다름없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대목은 나다와 뉴질랜드 두 사례에 대해 여러 토착민들의 역사가 공유하는 보편성을 맛볼 수 있는 지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스페인군이 침입한 멕시코나 남아메리카의 사례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신무기나 새로운 전염병 때문에 유럽 이주민들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 사례는 지구 이곳저곳에 모두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상이한 지역의 공통된 역사적 사건들을 한 데 모은 <나이트 레이더스>의 조각보 같은 매력이 온전히 스크린에서 전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장르 영화로서의 완성도에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사실 디스토피아 세계를 다루는 장르 영화인 관계로 <나이트 레이더스>에는 다른 영화들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그 유사함의 정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고, 익숙한 설정과 전개를 풀어내는 방식에 있어서도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는다. 그러다 보니 시도 자체는 인상적이었던 영화의 메시지와 감흥도 모두 깎여버리고 만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대표작인 <아바타>와의 비교가 대표적인 사례다. 사실 <아바타>의 경우에도 충격적이었던 시각 효과와 달리, 스토리적인 측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주인공인 제이크 설리가 판도라 행성의 원주민인 나비족의 구세주가 되어 인간의 침입을 막아낸다는 플롯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고 평면적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바타>는 나비족의 역사와 사회, 내외적 갈등, 그리고 그들의 신과 구세주인 에이와와 토루크 막토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주었고, 그 결과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는 강력한 몰입감을 자아내는 데 성공했다.
반면에 <나이트 레이더스>의 메시지와 전개 양측면에서 모두 중심이 되어야 할 크리 족의 이야기는 디테일이 부족하다. 그저 몇 마디의 대사와 설정으로 구성되어 있을 뿐이다. 토착민 출신이지만 토착민과 그렇지 않은 이들 사이에서 살아가던 니스카와 와시즈 모녀의 이야기와 만나는 순간에도 별다른 갈등 없이 흡수되어 버린다. 그렇기에 수많은 역사적 사례들을 한 곳에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작중 크리 족의 서사는 토착민 공동체로서의 특색이 살아나지 않는다. 단지 독재국가가 지배하는 디스토피아 세계에 반대하는 저항군이라는 익숙한 모습만 눈에 들어온다. 이는 <나이트 레이더스>가 결코 인상적인 장르영화는 아닌 이유다.
유사성과 진부함을 넘어서지는 못한 것 외의 한계도 있다. 스릴러 영화인데도 긴장감을 거의 불어넣지 못하는 식이다. 실제로 영화는 제목인 'Night Raiders'가 '밤의 침입자'라는 뜻인데도 불구하고 밤에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을 제대로 그려내지 못한다. 에머슨 아카메디에 갇힌 와시즈를 구출하기 위한 니스카와 크리 족의 습격만 보더라도 작전의 중간 과정부터 아카데미에서 탈출하려는 과정에 이르는 세부 사항들이 지나치게 많이 생략되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해당 시퀀스는 클라이맥스로 고조되는 중간 다리로써 그 부조함을 숨기지 못한다. 그나마 숲에서 숨어 지내던 니스카 모녀와 그들을 습격한 드론 간의 짧은 전투가 세계관을 소개하는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뿐이다. 이처럼 <나이트 레이더스>는 뜻깊고 인상적인 아이디어의 잠재력을 실현하기에는 부족했던, 투박한 장르 영화로 남는 데 그치고 만다.
P(Poor, 형편없음)
어설픈 짜임새 때문에 빛이 바랜 역사적 비극의 영화적 위로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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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의 운명성 속에서 흩어지고 제자리를 찾아가는 진심
해당 리뷰는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3편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영화 <우연과 상상>은 그 제목에 걸맞게 생각지도 못한 우연에 기대어 나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우연한 사건’은 영화에서는 물론 실제 삶 속에서도 종종 중요한 구심점이 된다. 다만 이야기 속의 우연은 압축된 시간의 흐름 안에서 필연적인 운명의 속성을 띤다. 대화와 우연을 동력으로 흘러가는 3개의 이야기 속에서 진실 혹은 진심은 흩어지는 듯하나 그들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간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우연과 상상>을 통해 진실과 소통에 대한 낯익은 주제의식을 가볍고 다채롭게 변주한다.
비밀에 부친 진심의 유출
영화 속 인물들이 숨기고자 했던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드러나고 공개된다. 공개되는 대상과 방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어떤 이야기에서도 꼭꼭 숨겨진 비밀은 없다.
<제1화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에서 패션 모델인 메이코(후루카와 코토네)는 함께 일하는 츠구미(현리)에게 한 남자와의 이야기를 듣고 기시감을 느낀다. 츠구미와 애무와도 같은 깊은 대화를 나눈 상대는 메이코의 전 남자친구 카즈아키(나카지마 아유무)였다. 메이코가 숨기고자 한 진심은 영화 속 인물이 아닌 관객에게 적나라하게 드러나고야 만다.
<제2화 문은 열어둔 채로>. 아이를 낳고 뒤늦게 대학에 입학해 동성 친구가 없는 나오(모리 카츠키)는 사사키(카이 쇼우마)와 비밀리에 섹스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깐깐한 세가와(시부카와 키요히코) 교수 때문에 장래 계획에 차질이 생긴 사사키는 나오에게 세가와 교수를 함정에 빠트리라고 지시한다. 나오는 세가와 교수의 아쿠타가와 수상을 핑계로 교수실로 향한다. 교수실의 문은 열려 있었지만 꽤 선정적인 이들의 대화는 나오의 휴대폰에 고스란히 녹음된다. 이 녹음 파일은 작은 실수로 잘못 전해지고 만다.
<제3화 다시 한 번>은 20년 동안 전하지 못했던 진심에 관한 이야기다. 20년 만에 동창회에 나간 나츠코(우라베 후사코)는 도쿄로 돌아가려는 찰나 보고 싶었던 사람을 우연히 만난다. 하지만 20년 동안 전하지 못했던 감정과 진심 어린 말은 당사자에게 도달하지 못한다.
여기저기로 흩어져 버리는 진심들을 보고 있자면 안타깝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이미 <해피 아워>(2015)와 <드라이브 마이 카>(2021)를 통해 진실한 소통의 어려움을 이야기한 바 있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지만, 이번 영화 <우연과 상상>은 소통과 이해의 주체가 사람이 아닌 진실 혹은 진심 그 자체인 듯하다. 세상에 비밀이 있을 수 있을까. 진심을 숨길 수 있을까. 비밀에 부치고 싶었으나 본의 아니게 드러나게 되는 진실 혹은 진심들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우연과 상상을 통해 진심들은 그들이 가야 할 곳을 향해 움직인다.
우연의 운명적 속성
앞서 말했듯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이번에도 인물들 간의 대화를 통해 극을 이끌어 간다. 메이코와 츠구미는 택시 뒷좌석에서 바에서 나눈 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교수실에서 나오와 세가와 교수는 소설에 대한 대화를 한다. 나츠코는 친구와 손을 마주 잡고 대화한다. 두 인물 간의 대화에 정신없이 빠져들다 보면 사건은 어느새 일단락 된다. 세가와 교수는 자신의 소설에 대해 설명하며 이렇게 말한다. “말이 그것을 원했”다고. 말이 말을, 글이 글을 불러오는 말과 글의 영화다. <우연과 상상> 속에서 말은 그 자체로 힘을 갖고 있다는 듯이 움직인다. 말과 글로써 퍼지고 흩어지는 비밀들로 우연은 예정된 예언처럼 한발 앞서 이들을 기다린다. 그리하여 관객은 우연의 몇 발자국 앞에서 이를 예감하게 된다.
각 이야기의 인물들은 자신이 바라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결말을 맞이한다. 기대했던 상상은 수많은 우연으로 인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메이코는 말한다.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을 믿어볼 생각 있”느냐고. 그건 본인조차 종잡을 수 없는 메이코 자신의 마음이기도 하고, 우리 앞에 펼쳐진 우연이기도 하다. 우연은 그렇게 운명처럼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우연이라기보다 운명에 가까운 관계들이 나오지만, 영화 속 인물들은 이를 우연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눈앞의 우연을 운명이라고 명명하지 않는다. 영화를 보는 관객처럼 제3의 눈으로 보아야 마침내 그것이 운명이었음을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영화를 보는 이들은 말 그대로 전지적 시점으로 우연이라는 것의 움직임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영화 속에서 진심과 진실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된다. 기록은 인간이 순간을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메이코는 자신의 마음을 사진을 찍음으로써 기록한다. 나오는 녹음으로 둘의 대화를 기록한다. 아야와 나츠키는 일종의 역할극을 통해 기억에 각인한다. 어찌 되었든 진심을 담을 곳을 찾아 남기는 것, 그것이 기록이다. 기록은 순간을 포착하고 남김으로써 물질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사람의 마음에 남는다.
세번째 이야기 <다시 한 번>은 ‘제론’이라는 소프트웨어 바이러스에 의해 인터넷상의 모든 정보가 유출된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이 이야기 속 두 사람은 역할극을 통해 기억을 새롭게 재현한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추억을 새롭게 기록하는 것이다. 두 사람의 기록은 앞선 기록과는 사뭇 다르다. 모든 것이 아날로그 시절로 회귀한 시대에서 두 사람은 진심이라는 정보를 서로에게 공개해 버린다. 물질의 힘을 빌리지 않고 서로의 마음에 기록한 진실은 마침내 마음의 깊은 구멍을 메우게 된다. 우연에게 길을 내어주고 진심을 막지 않고 손을 맞잡음으로써 끝내 자유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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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뺄셈의 미학에 심취한 복수물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공허한 시간을 보내던 전직 경호원 '옥주(전종서). 어느 날, 그녀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온다. 유일한 친구이자 유학 중인 줄 알았던 발레리나 '민희'(박유림)가 자기 집에서 맥주 한 잔 하자고 부탁한 것. 하지만 민희 집에 도착한 옥주는 이상한 느낌을 받고, 이내 자살한 민희와 복수를 부탁한다는 편지를 발견한다.
친구의 편지를 단서 삼아 민희의 마지막 소원을 이뤄주기로 결심한 옥주. 그녀는 민희가 남긴 ID를 추적해 여성과의 성관계를 영상으로 남기고 팔아먹는 성범죄자 '최프로'(김지훈)를 찾아내는 데 성공한다. 이에 옥주는 가장 확실하고 잔인하게 최프로와 그의 공범을 징벌할 계획을 짜고, 실천에 옮기기 시작한다.
<발레리나>와 '여백의 미'
‘여백의 미’는 흔히 동양화만의 미학으로 여겨진다. 화폭을 가득 채워서 그림을 그리는 서양화와 달리 동양화에서는 일부러 남긴 여백을 흔히 찾아볼 수 있기에 통용되는 말이다. 이는 그리려는 대상의 외적인 면모보다 본질을 강조하는 방법론이라고 할 수도 있다. 간결하고 압축적인 그림을 통해 숨어 있던 대상의 본질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유도하는 미학적 접근인 셈이다.
물론 일장일단이 있다. 수용자 입장에서는 창작자의 의도나 목적이 와닿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이라면 더욱 그렇다. 많은 대중이 인지하는 최소한의 구성 요건을 갖출 때 창작자의 감성도 두드러질 수 있으니까. 지나치게 많이 생략해 버리면 해당 작품에서 감동을 받기는 어렵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발레리나>는 바로 이 대목을 간과했다. <테이큰> 시리즈부터 <존 윅> 시리즈까지 액션 복수극은 근 몇 년간 쏟아져 나왔다. 이에 <발레리나>는 복수 액션물의 클리셰를 깨기 위해 과감히 빼기의 미학에 도전한 듯하다. 분위기와 액션만으로 시청자를 설득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그저 가장 중요한 요소를 빼먹었을 뿐이다. 영화는 시각 예술일 뿐만 아니라 극예술이라는 사실을.
발레처럼 풀어낸 복수극
<발레리나>는 마치 한 편의 발레를 보여주는 듯하다. 여러 스토리를 자세히 들려주려 하지 않는다. 대신 인상적인 배경 안에서 화려한 액션에 집중한다. 옥주가 아무런 설명 없이 슈퍼마켓에서 강도를 때려잡는 첫 장면만 봐도 목적을 알 수 있다. <발레리나>라는 제목은 옥주의 복수극 그 자체를 의미하는 셈이다.
실제로 <발레리나>는 눈이 즐겁다. 발레의 구성 요소에 대응되는 영화적 장치를 영리하게 활용한 덕분이다. 무대 장치 및 조명과 음악으로써 무용수의 몸짓을 강조하듯이, 액션을 돋보이게 한다.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마약 생산 공장이 대표적이다. 공장은 마치 극장 같다. 옥주는 관객석에서 무대로 나아가듯이 계단을 내려간다. 흰색 천이 쳐진 공연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일련의 액션은 한 편의 발레 공연이나 다름없다.
배경은 스토리 전달의 주된 수단이기도 하다. 이야기를 이해시키는 대신 직관적으로 전하기 때문. 노란 조명에 살림살이가 적은 방은 옥주의 헛헛함을 보여준다. 민희의 집은 화려한 조명과 유리 소품을 조합했다. 밝고 사교적이지만 누구보다 약한 민희의 이야기를 짐작케 한다. 앤틱한 소품이 많은 저택은 쾌락을 추구하고 허영심에 찌든 최프로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마구간을 배경으로 악역 간의 갈등을 고조하기도 한다.
힙합 아티스트 그레이가 만든 음악도 옥주의 액션에 힘을 불어넣는다. 특히 긴 액션이 이어지는 시퀀스에서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3개에서 4개의 곡을 활용해 변주를 주고, 모든 곡이 이어지도록 설계한 점도 인상적이다. 이에 더해 힙합 음악 속에 클래식이 섞인 듯한 사운드는 '다르다'는 인상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발레리나의 '이야기'가 없다
하지만 공간, 조명, 음악의 조합은 실효가 없다. 시나리오가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를 한 편의 '발레극'으로 설계했지만, 정작 '극'적인 요소가 없다. 자연히 눈과 귀가 즐거운 화려함도 점차 평범한 자극이 되어 버린다. 물론 새로운 서사를 전개하기 어려운 장르다 보니 자기만의 스타일, 퍼포먼스에 집중한 의도는 이해가능하다. 그럼에도 영화의 두 기둥 중 하나가 스토리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우기는 어렵다.
특히 제목인 '발레리나'를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실패했다. 발레리나 친구를 잃은 주인공은 복수를 향해 질주한다. 당연히 발레리나와 주인공의 관계가 명확히 제시돼야 했다. 옥주에게 민희가 소중해진 계기와 지키지 못한 이유를 설득력 있게 보여줘야 했다. <발레리나>는 그러지 못했다. 시청자가 채워 넣어야 하는 여백의 미가 과하다. 뻔한 전개를 피하려다 제목이 '발레리나'여야 하는 이유조차 못 보여줬다.
이는 <존 윅> 시리즈와의 결정적인 차이다. 사실 <존 윅>도 개 한 마리 때문에 그 사달이 나는 게 말이 되냐는 비판과 우스갯소리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존 윅>은 1편부터 최소한 주인공에게 개가 어떤 의미이고, 그에게 아내와 함께 하는 삶이 얼마나 귀중한 시간이었는지를 명확히 설명하는 데 성공했다. 복수의 허망함과 굴레를 성찰하는 깊이감도 있었다.
이처럼 중심 플롯의 설득력이 없으니, 세부 플롯도 중구난방이다. 발단과 결과 외에 과정이 부족하다. '조사장'(김무열)과 최프로의 갈등만 봐도 그렇다. 두 남자의 관계는 묘하다. 친구인 듯 보이며서도 아래위가 확실하다. 영화는 이 긴장감을 활용하지 못한다. 최프로의 일방적인 불만만 강조되고, 둘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전에 조사장이 갑자기 퇴장한다. 절정 없이 허망한 결과만 남는 이야기인 셈이다.
현실을 끊어내는 데 실패하다
이러한 스토리텔링 때문에 <발레리나>는 현실과 판타지 사이에서 부유한다. 감독과 주연 인터뷰를 보면 <발레리나>는 철저히 환상 속에 지어진 성과 같은 영화여야 한다. 이충현 감독은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어도 영화적인 판타지로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라고 말했고, 전종서 역시 "현실적으로 처벌이 될 수 없는 것을 영화상에서 통쾌하게 영화적으로 풀어내고 싶다는 것에 대한 것"이라고 밝혔으니.
실제로 영화는 N번방 사건이나 버닝썬 게이트가 연상되는 소재를 철저히 허구의 공간에서 풀어내려 한다. 특히 미국 B급 장르 영화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길가에 휴게소처럼 놓여 있는 식당이 대표적이다. 오프닝에 나오는 슈퍼 마켓도 비치된 제품이나 가게 인테리어, 분위기를 보면 외국 한인 마켓에 가까워 보인다. 옥주가 황무지에서 접선해 총을 구하는 장면도 서부 영화 속 한 장면을 닮았다.
그런데 설명되지 않는 지점이 많다 보니 세계관 구축도 난항이다. 최프로 집 인근에 위치한 오래된 슈퍼처럼 한국적인 요소가 튀어나오는 미세한 지점마다 <발레리나> 만의 세계는 무너지고 만다. 대신 철저히 한국적인 대사와 유머, 레퍼런스가 오히려 부각된다. 철저히 짜인 무대 위에서만 이야기가 전개되어야 하는데, 무대 자체의 결함이 관객에게 노출되는 셈이다.
정작 액션도 아쉽다
그 결과 메인 디쉬라 할 수 있는 액션에서도 단점이 불숙 튀어나온다. <발레리나>의 액션은 '비틀기'가 핵심이다. 뻔할 수 있는 복수극을 다른 스타일로 풀어내려는 시도다. 우연을 통해 클리셰를 비껴가기도 하고, 예상되는 전개를 생략하거나 우회한다. 슈퍼 마켓 씬처럼 템포가 빠르고 속도감이 있는 대목도 눈에 띈다. 그럼에도 2% 부족하다는 인상을 떨치지 못한다. 관습적으로 기대하는 효과까지 과하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단 눈은 즐거울지언정 액션에서 별다른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미 스토리를 가능한 많이 생략하고 압축했기 때문에, 악을 처단하는 복수자의 처절함이나 아픔이 옥주의 몸짓에 깃들기는 어렵다. 혹자는 사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최프로를 단죄하는 결말에서 카타르시스 보다 화염방사기와 주현, 김영옥의 존재가 먼저 생각나는 이상 끝맺음이 확실한 사이다는 아닌 듯하다.
이에 더해 액션 시퀀스가 전반적으로 짧다는 인상이 짙다. 시청자가 통상적으로 익숙한 수준까지 쾌감이 도달하기 않은 채로 액션이 끝난다. 호텔방에서의 육탄전, 마약 제조 공장에서의 총격전이 대표적이다. 목적을 너무 빨리 이루고, 난관도 너무 쉽게 해결하니 영화도 싱겁다. 러닝타임이 괜히 짧은 게 아니구나 싶을 정도다. 이처럼 이충현과 전종서의 조합도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저주를 끝내 피하지는 못한 듯하다.
Poor 형편없음
‘여백의 미’, '빼기의 미학'이라 하기에는 빈 공간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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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 물면 절대로 놓지 않는, 사냥개들
사진출처ⓒ넷플릭스
사냥개들(Bloodhounds, 2023)
채널 : 넷플릭스 오리지널 │ 장르 : 액션·범죄 │ 연출·극본 : 김주환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 원작 : 웹툰 『사냥개들』
출연 : 우도환, 이상이, 허준호, 박성웅, 류수영 외사진출처ⓒ넷플릭스
사냥개 = 사채시장의 ‘일수꾼’
‘사냥개’는 사채시장에서 ‘일수꾼’으로 통용되는 말이라고 한다. 사냥개는 어떤 존재인가. 한 번 주인에게 충성한 사냥개는 집요하게 사냥감을 추적하고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다. 매우 직관적인 제목의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은 사채시장의 사냥개가 된 주인공 두 청년이 벌이는 명쾌 통쾌한 액션활극이다.
주인공 ‘건우(우도환)’는 복싱 신인왕을 거머쥘 정도로 복싱 실력이 좋은 이십 대 청년이다. 그런 건우에게는 사랑하는 홀어머니가 있는데, 지독히도 장사가 어려웠던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어머니가 악랄하기로 소문난 사채에 손을 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건우 어머니가 대출을 받은 ‘스마일 캐피탈’이라는 업체는 불합리한 내용을 계약서에 개미 코딱지만 한 글씨로 기재해 채무자를 기만할뿐더러, 말도 안 되는 불법적인 수수료로 폭리를 취하는 곳이었다.
사진출처ⓒ넷플릭스
20대 복서 건우는 왜 사냥개가 되었나
그 시점에서 만난 ‘최사장(허준호)’은 건우에게 은인이었다. 그 역시 사채업을 하고는 있었지만 일명 ‘선한’ 사채업자로,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이자를 거의 받지 않다시피 해서 돈을 빌려주는 인물이다. 손녀딸처럼 여기는 ‘현주(김새론)’를 경호하려고 고용한 건우에게서 선하고 반듯한 마음을 본 최사장은, 어머니의 빚을 갚으라며 1억을 흔쾌히 빌려주게 되고, 그렇게 건우는 주인을 위해 뭐든 물어뜯을 각오가 되어있는 최사장의 ‘사냥개’가 되어간다.
사진출처ⓒ넷플릭스
흙수저 맨주먹 복서 VS 사채시장 끝판왕
그러던 건우는 우연히 자신과 어머니를 시궁창으로 몰아넣었던 스마일 캐피탈의 ‘김명길(박성웅)’ 대표가 최사장과도 깊은 악연이라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김명길은 깡패용역과 손을 자고 정재계도 주무를 만큼 위험한 인물이기에, 최사장은 어린 건우가 김명길과의 일에 휘말리기를 원치 않는데. 하지만 사냥개에게 어디 후퇴가 있을까. 이미 충성할 각오가 되어있는 건우는 함께 복싱을 하며 만난 형 ‘우진(이상이)’과 ‘김명길 없애기’에 가담하기로 결심한다. 20대 청년과 사채업 최강자의 싸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가슴 졸이며 지켜보는 게 바로 이 극의 최대 재미 포인트다.
사진출처ⓒ넷플릭스
‘액션 알못’이 봐도 카타르시스 폭발
이 드라마는 액션을 빼면 정말이지 시체나 다름없다. 그만큼 액션이 주가 되고 액션신을 위해 이야기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액션이 미.쳤.다. 주인공 건우와 우진은 복싱 신인왕전에서 만난 사이니 그 주먹의 파워는 말하지 않아도 충분하리라. 건우와 우진이 오로지 단련된 체력과 뜨거운 복서의 심장으로, 서른 명이 넘는 용역깡패들을 제치는 수많은 신들은 그야말로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지루하지 않게 짜인 카메라 무빙과 우도환과 이상이의 찰떡 케미로 인해 정말이지 한 신 한 신이 주옥 그 자체다. 게다가 단순히 주인공이 악역을 때려눕힐 뿐 아니라, 서민의 피를 빨아먹는 악덕사채업자를 청소한다는 대의까지 더해지니 짜릿함은 배가 된다. 평소 액션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데도 푹 빠져 볼만큼 정말 대단했다.
사진출처ⓒ쿠키뉴스
배우 김새론의 하차,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더더기 없이 잘 짜인 이야기와 쫄깃한 액션신이 정말 멋진 드라마지만 이 드라마에는 (모두가 아는 그) 우여곡절이 있었다. 바로 ‘현주’ 역을 맡았던 배우 김새론의 하차 소식. 김새론은 극 중 비중도 정말 컸고 연기도 훌륭했지만,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촬영 후반부 하차 소식을 전했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등장한 다른 여성캐릭터로 인해 후반부가 조금 붕 뜬 느낌을 주기는 한다. 하지만 그런 해프닝도 별 탈 없이 메꿀 만큼 다른 배우들의 연기와 호흡이 정말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완벽했기에 큰 방해요소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사진출처ⓒ넷플릭스
우도환&이상이의 케미로 뿌셔버림
특히 우도환과 이상이의 연기는 입이 마르도록 칭찬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다. 평소 배우 우도환을 날렵한 눈 때문에 악역에 적합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그런 그에게서 선함을 발견하고 그 선함을 최대치로 끌어내 건우라는 캐릭터로 녹여낸 감독의 선구안이 정말 놀라울 정도였다. 건우의 절친이자 투톱인 배우 이상이의 연기도 압권이었다. 그냥 두 주인공의 케미스트리로 끌고 가는 드라마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사진출처ⓒ넷플릭스
더불어 김명길에게 또 다른 피해를 입은 재벌로 등장하는 최시원(민범 역)의 연기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민범은 후반부에 건우와 우진을 도와 김명길을 잡는데 일조하는데, 진짜로 저런 의리 있는 호감형 재벌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인상이 깊은 캐릭터였다.
사진출처ⓒ넷플릭스
탄탄한 웹툰 원작에 ‘청년경찰’ 감독 연출!
드라마의 원작은 동명 웹툰인 「사냥개들」이다. 주인공 두 명 건우와 우진 그리고 빌런 김명길과 은인 최사장 캐릭터를 가져왔지만, 배제된 캐릭터도 많으며 설정도 플롯도 원작과는 많은 부분 다르게 각색되었다고 한다. 웹툰을 보지는 않았지만 워낙에 드마라가 흥미진진하게 짜여, 원작에 못 미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감독은 앞서 강하늘과 박서준의 케미가 빛나는 「청년경찰」을 연출했던 김주환 감독이다. 「청년경찰」 때보다 더욱 기술적으로 탄탄해진 액션극이라는 호평을 듣는 「사냥개들」은 아마도 그의 필모 중 최고 작품이 되지 않을까. 연기력이 입증된 주인공들의 굵직한 연기, 지루할 틈 없이 촘촘한 액션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좋아해 마지않을 ‘권선징악’의 카타르시스까지 제대로 담은 드라마 「사냥개들」.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보고 온 「범죄도시3」보다 더 재밌었다는 건 안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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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킬링 이브 1,2,3]: 싸이코패스 살인마와 MI6 요원의 추격전, 그리고 러브스토리
▶싸이코패스 살인마와 MI6 요원의 추격전, 그리고 러브스토리
서로 다른 조직에서, 서로 다른 목표로 일하지만 소름 끼치게 닮은 이브와 빌라넬. 이브는 MI6 요원이고, 빌라넬은 싸이코패스 살인마다. 점차 서로를 알아가는 둘이 느끼는 감정은 공포, 분노가 아닌 사랑이다. 동료를 죽이고 가족을 해친 살인마에게 끌린다는 것, 자신을 좇는 요원에게 끌린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설정이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 일을 어렵지 않게 해낸다.
핵심은 파괴적 여성 욕망이다. 젠더에 따라 굴절된 불평등한 욕망 구조로 인해 여자들의 솔직한 욕망은 늘 파괴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다. 여자들의 욕망이 기존 질서를 뚫고 나오기 때문이다. 순종하지 않는 여성 욕망, 남자가 아닌 여자를 향하는 여성 욕망이 용납되지 않은 이유다.
살인은 파괴적 여성 욕망의 은유다. 빌라넬은 〈킬 빌〉의 우마 서먼처럼, 애초부터 사회에 순순히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없는 ‘여왕벌’이다. 여왕벌이 여왕벌로서 존재하려면 자신을 옥죄는 주변을 ‘파괴’할 수밖에 없다.
이브만이 빌라넬의 파괴를 다르게 독해한다. 이브는 빌라넬의 파괴에서 해방감, 흥분, 전율을 느낀다. 기존의 도덕률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빌라넬에게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오랫동안 함께 일해 온 동료 대신, 서로를 아끼고 사랑했던 남편 대신 빌라넬을 선택한다.
다만 시즌이 지날수록 드라마의 전개가 처진다는 게 아쉬웠다. 이브와 빌라넬의 서로를 향한 ‘기괴한’ 욕망은 어느 순간부터 질질 끌린다. 둘 사이의 강렬함이 소진되니, 불필요한 캐릭터 설명과 개연성 없는 인물이 늘어난다. 시즌제 드라마의 어쩔 수 없는 한계기도 하겠지만 조금 짧더라도, 압축적으로 둘의 사랑을 진득하게 감상하고 싶었다는 아쉬움은 떨쳐지지 않는다.
* 본 콘텐츠는 블로거 률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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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가 이어져야하는 이유
기술이 발전한 만큼 다양한 범죄들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다. 단순한 폭력사건부터 시작해서 지능범죄까지 이런저런 범죄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우리 주변에서 떠난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 범죄 예방과 해결을 위해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들이 동분서주 활동하고 있다. 그런 경찰 덕분에 많은 사람들은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고, 범죄에 노출된 사람들은 사건 해결과 범죄자 처벌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현실에서의 범죄는 피해자에게 무척 잔인하게 느껴진다. 아주 사소한 범죄도 있지만 심각한 살인이나 조직범죄는 우리의 공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가 파고든 영역은 바로 그 지점이다. 대중들이 공포심을 가질만한 사건을 선택해 그걸 더 극적으로 재구성한다. 그리고 마석도 형사(마동석)의 능력을 빌려와 악을 처벌한다. 명확한 선악구도 속에서 마형사가 휘두르는 주먹은 꽤나 통쾌하게 느껴진다.
통쾌하게 범죄를 해결하는 마석도 형사의 세 번째 영화
2017년에 개봉했던 <범죄도시> 1편은 범죄 누아르의 색깔이 강했던 영화다. 장첸(윤계상)이라는 강력한 빌런을 등장시켜 마석도 형사가 속한 강력반 형사들의 대결을 담은 영화는 18세 이상 관람가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680만 명의 관객을 극장에 불러왔다. 2022년에 개봉한 <범죄도시2>는 누아르의 색깔을 조금 덜어내고, 마석도 형사의 주먹에 좀 더 무게를 뒀다. 마형사가 주먹을 휘두를 때 둔탁한 효과음이 들어갔고, 그 주먹을 맞는 범죄자들은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그야말로 핵펀지로 범죄가 박살 나는 과정을 담았다. 이런 통쾌한 설정 때문에 1,000만이 넘는 관객들이 코로나의 해방감을 이 영화로 표출했다.
1년 만에 다시 돌아온 <범죄도시3>는 2편의 구성을 그대로 따라간다. 마석도 형사 특유의 호감형 액션이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통쾌함이 영화 전반에 가득하다. 전편보다 더 많아진 액션과 유머가 더 가벼운 오락영화로서 훌륭하게 쓰이고 있다. 이야기의 구성은 단순해졌지만 전편의 장점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또 한 번 관객들이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첫 주 개봉 이후 500만 명 가까운 관객들이 마석도 형사의 활약을 지켜봤다.
<범죄도시> 시리즈에 등장하는 빌런은 강력한 악으로 등장한다. 1편의 장첸은 모두를 다 씹어먹을 것 같은 극악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장첸의 존재감은 시리즈 전반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2편의 강해상(손석구)도 꽤 강력한 빌런이었다. 주로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하는 그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베트남이든 한국이든 종횡무진 앞으로 나아간다. 나아가며 모든 사람들을 핏조각으로 만드는 인물이었다. <범죄도시3>에 등장하는 빌런은 두 명이다. 주성철(이준혁)과 리키(아오키 무네타카)가 한국 들어온 마약 사업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이 두 인물 모두 꽤 강력해 보이지만 전편들에 등장했던 빌런들에 비해서 무게감은 다소 떨어진다.
새롭게 등장하는 두 명의 빌런
<범죄도시> 시리즈에 등장하는 빌런은 온전한 악이어야 한다. 그래서 이 시리즈에서는 빌런이 가진 이야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1편과 2편의 빌런인 장첸과 강해상은 그들이 벌이는 일을 벌이는 방법과 이유에 대한 서사가 조금은 있었다면, 3편에 등장하는 두 빌런인 주성철과 리키에게는 그런 서사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빌런들이 뭘 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왜 그렇게 잔인하게만 행동을 해야 하는지 영화 속에서는 알기가 어렵다. 그저 돈 때문이라는 원초적인 이유 외에는 다른 서사가 없어 그들이 등장할 때 느껴지는 공포심은 전편에 비해 줄었다.
이번 세 번째 시리즈에서 더 신경 쓴 건, 마석도 형사의 주먹으로 보여지는 타격감이다.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마형사가 범죄자들을 때리는 소리는 더 둔탁해졌다. 천만을 넘은 2편의 성공요인이었던 통쾌한 타격감을 더 강하게 하고 유머를 더 추가함으로써 좀 더 가볍게 마형사의 활약을 지켜볼 수 있게 구성하였다. 그러니까 성공한 요인에 대한 분석을 한 뒤, 그 성공요인에 영향을 준 강점을 더 극대화시킨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적 완성도 측면에서 꽤 많은 것을 포기했지만 이 선택은 나쁘지 않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강력한 호감형 캐릭터인 마석도 형사라는 캐릭터가 이 영화의 약점인 빈약한 서사를 어느 정도는 이해하게 만든다. 이는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가진 호감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배우와 캐릭터의 호감은 앞으로 8편까지 기획된 <범죄도시> 시리즈가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을 만한 동력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 큰 강점 아래에서 부족한 서사를 어떤 식으로 보강하고 변주하느냐다.
서두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범죄들이 존재한다. 그 많은 범죄를 1차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건 일선의 경찰들이다. 경찰들이 실제로 겪은 여러 사건들을 바탕으로 하나씩 영화적으로 재구성하는 이 <범죄도시> 시리즈는 점점 빈약해지는 서사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호응을 불러오고 있다. 볼만한 한국영화가 별로 없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분노의 질주>나 <인어공주> 같은 큰 규모의 할리우드 영화들이 개봉한 가운데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영화 <범죄도시3>가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잘 담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여전히 미해결 되고 있는 여러 범죄들 그리고 솜방망이 판결 등 통쾌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영화 속에서나마 통쾌한 범죄의 해결을 보고 싶어 하게 만들고 있다.
여러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가 계속 되어야 하는 이유
<범죄도시> 시리즈는 아주 호감형 캐릭터인 마석도 형사의 무게감이 크다. 여기에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빌런이 등장하는 것이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의 성공을 좌우할 것이다. 이어지는 시리즈마다 빌런의 양을 늘리기보다는 하나의 빌런을 두고 좀 더 탄탄한 서사를 만들어 그 무게감을 늘린다면 꽤 흥미롭고 긴장감 넘치는 시리즈가 될 것 같다. 내년에 개봉예정인 4편이 성공하고 시리즈가 이어진다면, 영화에 등장했던 여러 빌런들이 한꺼번에 재등장하는 등의 이벤트성 시리즈도 기획해 볼 만하다.
분명 누군가에게는 강점을 비슷하게 반복하는 <범죄도시> 시리즈가 이어지는 것에 불만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세계관 안에서 만큼은 온갖 흉악범죄가 해결되고 통쾌하게 응징당하는 모습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게 되면 식상함이 늘어나긴 하겠지만, 한국에도 마석도 형사라는 영웅 캐릭터가 등장하는 시리즈 영화를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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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 뉴 이어 / A YEAR-END MEDLEY, 2021
작년 설에 개봉한 <새해전야>의 당초 개봉일은 2020년 12월 30일이었습니다.
제목처럼 "새해"를 맞이하려했지만, "코로나19"로 개봉이 연기되며 이대로 이뤄지진 못했습니다.
그래서, 였을까요? - 영화는 17만명에 그치며 쓸쓸히 극장을 퇴장했는데, 이번 <해피 뉴 이어>는 제목대로 개봉을 했습니다.
다만, 그 때와 달리 더 심해진 "코로나19"로 극장과 함께 자사의 스트리밍 서비스 "TVING"에도 공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서복>과 <미드나이트> 다음으로 세 번째 결정입니다)
'과연, 어떤 작품이었는지?' - <해피 뉴 이어>의 감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어느덧, 새해를 앞둔 연말 15년째 남사친에게 고백을 망설이는 호텔리어 ‘소진'의 속도 모른 채 ‘승효’는 여자친구와의 결혼을 발표합니다.
근데, 결혼하는 장소가 자신이 일하는 호텔이고 축가를 불러달라고 하니 표정은 점점 굳어만 간다.
그리고, 호텔 대표 ‘용진’과 하우스키퍼 ‘이영’, 가수 '이강'과 매니저 ‘상훈’, 장수공시생 ‘재용’, 도어맨 ‘상규’와 그의 첫사랑 ‘캐서린’, 그리고 맞선남 ‘진호’까지 이 곳 "엠로스 호텔"로 모여드는데...올 한해, 극장은 행복할 수 있을까?
1. 공식에 충실한 영화, 재미도 충실할까?
앞서 말한 <새해전야>처럼 영화 <해피 뉴 이어>도 크게 다른 점이 존재하는 작품은 아닙니다.
이 기원을 올라서면, <러브 액츄얼리2003>부터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2009>, 그리고 <발렌타인 데이2010>까지 한데 모이기 어려운 배우들을 집합시켜 배우들의 얼굴보는 재미는 보장합니다.
여기에 "옴니버스"구성으로 다들 이야기씩 꽤나 하니 특정 시즌을 노린 작품이라고 욕해도 궁금하실겁니다.
<해피 뉴 이어>도 공식에 크게 엇나가는 작품은 아니라 이를 기대하면서, 보았습니다.해피?, 언해피!
먼저, 영화 <해피 뉴 이어>의 분량을 살펴보면 138분으로 평균 120분 내외로 끝나는 영화들을 생각하면 굉장히 많죠?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많은 것은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 <러브 액츄얼리,2003>가 130분,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2009>이 129분, 그리고 <발렌타인 데이,2010>이 125분이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앞서 언급한 14명의 캐릭터, 이야기로는 총 6개의 이야기가 존재하니 이를 제대로 소개는 커녕 시작도 할지 걱정이 들었는데요.
그리고, 영화는 그런 우려를 그대로 보여주고 맙니다.2. 이게, 없다구요?
아시다시피, "옴니버스"는 <굿모닝 프레지던트2009>가 기록한 255만명이 가장 성공한 작품으로 수요가 적은 장르입니다.
이런 이유로는 이전 <새해전야>에서 밝혔듯이 '많은 배우들이 출연하는 것만 본다면, "멀티캐스팅"과 유사하나 "옴니버스"는 각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개별적으로 전개어 이야기의 연결도 되지 않아 캐릭터별로 이야기를 봐야 하는 관객들의 피로는 다른 영화에 비해 배가 된다. 그렇기에 이야기의 러닝타임은 길어지고, 캐릭터들의 설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단면적으로 소개되어 매력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에서 보듯이 "옴니버스"는 하나의 이야기만을 전개하는 여타 영화들과 다르게, 각 이야기들을 전개하니 관객들이 느끼는 피로감은 더 많은데요.
그래서, "옴니버스"에는 이를 방지한 하나의 장치가 존재합니다.아니, 그렇게 깊은 뜻이?
다시, <새해전야>의 리뷰를 빌려오면, '그렇기에 "옴니버스"에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캐릭터들의 동선을 겹치는 우발적인 장면들 넣는다. 스크린 너머 관객들은 알지만, 극 중 캐릭터들을 모르는 정보의 비대칭으로 만들어지는 재미는 "옴니버스"를 즐기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가 그러한 방법입니다.
이번 <해피 뉴 이어>에서도 이를 살펴볼 수 있지만, 여타 작품들에 비해서 많이 약한 것이 아쉽습니다.
극의 전개를 뒤바꿀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알아도 그만일 정도로 설명으로 그치니 이런 장르적인 재미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실망스런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3. 기본도 없이 잔재주에 치중한다.
그렇기에 지적되는 이야기의 전개에 따른 개연성도 심하게 흔들립니다.
먼저, 극 중 설정상 오랜 짝사랑을 해온 '소진'과 ‘승효'의 관계를 풀어나가기엔 사전 설명이 너무 없어 이에 납득가질 않았습니다.
하물며,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와 <건축학개론> 혹은 <너의 결혼식>같은 작품들도 과거 에피소드만으로 절반을 넘게 할애하는 것을 생각하면 아쉬운 준비 동작인거죠.
다음으로 ‘용진’과 ‘이영’의 관계인데, 이 역시 중간을 빼먹은듯한 설명으로 '이들이 왜, 빠졌는지?'가 아니라 "왜, 싸웠는지?"로 빠져 난감할만큼 이야기가 군데군데 빠진 느낌입니다.
이외에도 ‘상규’와 그의 첫사랑 ‘캐서린’도 '소진'과 ‘승효'에서 지적된 문제가 반복하고, 고딩 커플은 비중도 없으니 이래저래 아쉬운 점들이 많습니다.음악 좀 꺼주세요.
극중 '이강'의 매니저 ‘상훈’이 상대 소속사 사정에게 말하는 장면을 보고있자니 <엽기적인 그녀>가 떠오르는건 저뿐만은 아닐겁니다.
그도 그럴것이 이번 <해피 뉴 이어>의 감독이 이를 연출한 "곽재용"감독이거든요.
물론, "신승훈"의 "I Believe"가 나오지는 않지만 다른 노래를 재생하며 이에 대한 "오마주"가 짙게 묻어 나옵니다.
영화 <해피 뉴 이어>는 노래가 많이 나오는 작품인데, 극 중 시간상 배경이 연말이라 길가에 흘러나오는 캐롤마냥 계속 재생됩니다.
문제는 이게 귀에 들어오지가 않는다는 것인데, 이런 이유로는 이미 앞에서 말했듯이 이야기 전개가 엉망이라 음악으로 분위기를 녹여도 녹여지지 않다는 것이죠.
배우들 얼굴에 해피했다가 한 살 더 먹을 것만 같은 긴 분량과 아무런 내용이 없는 저의 새해 결심을 본거 같아 화만 납니다.※ 쿠키, 이런 비스무리가 있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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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틴 아메리카의 등장, 그리고 2대 캡틴아메리카의 탄생기
#산돌구름 #팔콘앤윈터솔져 #2대캡틴아메리카
"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2021. 03. 23 영상입니다.
유튜브 채널 구독하기: https://www.youtube.com/channel/UC6jj...
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https://www.epidemicsound.com/*영상 타임라인*
00:00 1화 재밌게 봤나요?
00:36 새로운 캡(짭)틴 아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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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주 최신 개봉영화(건파우더 밀크셰이크, 쇼미더고스트, 리스펙트, 좋은 사람, 내가 날 부를때)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9월 2주차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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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Weekend Choic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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