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2-03-02 09:39:02
<나이트 레이더스> 메시지만 강렬한 디스토피아 영화
<나이트 레이더스> 리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영화 <아네트>의 시사회 관람 후기입니다.
2043년, 전쟁으로 황폐화된 땅에는 새로운 제국을 세우려는 독재국가 에머슨이 들어선다. 거대한 새를 연상시키는 드론에 의해 감시받는 세상을 만든 가운데, 에머슨은 시민권이 없는 미성년자 모두를 군인으로 양성하기 위해 아카데미로 끌고 간다. 그러나 에머슨의 통치를 따르지 않는 '니스카(엘레 마이아 테일페데스)'는 딸 '와시즈(브룩클린 르텍시에 하트)'와 함께 숲 속에서 유랑생활을 한다. 그러던 중 와시즈가 큰 부상을 당하고, 약을 구하러 마을에 온 니스카는 도리어 병사들에게 와시즈를 빼앗기고 만다. 딸과 헤어진 후 슬픔에 잠긴 채 살아가던 니스카. 그러 그녀 앞에 마찬가지로 에머슨의 지배에 저항하는 토착민 크리 족 사람들이 나타나고, 니스카는 그들과 함께 딸을 되찾기 위한 반격에 나선다.
제71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와 제46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를 비롯한 세계 유수 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바 있는 <나이트 레이더스>는 다니스 고렛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고렛 감독은 <나이트 레이더스>의 출발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토착민의 삶은 나날이 극심해지는 혐오와 차별 역사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런데도 그간 제삼자에게 토착민의 이야기는 항상 신기하고, 민속적이고, 옛날이야기에 불과했다. 이에 현실에서 목소리를 내기 두려운 사람마저 목소리를 내게 하는 힘이 있는 SF 및 판타지와 같은 장르에 보편적인 역사이기도 한 토착민의 비극을 녹여내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이트 레이더스>는 세계 각지의 토착민, 원주민들이 겪은 구체적인 사건들을 한 데 모아 디스토피아 세계를 묘사하고 있다.
우선 다니스 고렛 감독 본인이 캐나다 사람인만큼 <나이트 레이더스>는 캐나다 역사 속 원주민들의 비극적인 경험을 스크린으로 불러온다. 작중 에머슨은 전쟁에서 패배한 이들에게 두 가지 차별정책을 시행하며, 이는 영화의 주요한 갈등을 유발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하나는 거대한 벽으로 대표되는 분리 정책이다. 에머슨 시민이 사는 곳과 비시민권자가 사는 곳을 철저히 나누고, 비시민권자에게는 드론을 통해 식량을 배급하면서 철저히 통제하려 든다. 이러한 에머슨의 통치 정책은 캐나다 정부가 원주민들에게 시행한 탄압과 강압적 동화 정책과 똑 닮아 있다. 과거 영국령 캐나다 정부는 원주민들의 땅을 강탈하고 그들을 보호 구역에 집어넣었다. 또 보호구역 내에 부실한 인프라를 설치하거나, 보호 구역에서 나오면 연금을 받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본래 유목민이던 이들에게 낯설고 고달픈 생활을 강제함으로써 자신들에게 의존하도록 만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에머슨 아카데미의 존재다. 에머슨 아카데미는 과거 캐나다 정부가 설립한 '레지덴셜 스쿨(Residential School)'의 다른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레지덴셜 스쿨은 반란과 분쟁의 빌미 근절하기 위해 같은 국가관과 동질성을 공유하도록 영국계 캐나다인의 가치관을 원주민들에게 주입하려는 목적으로 세원진 학교다. 이 학교들에서 원주민들은 영어식 이름으로 강제 개명되고, 영어만을 사용할 수 있었으머, 원주민 전통의상 착용을 금지당하고 백인들이 입는 양복, 양장 착용이 강제되었다. 이곳에서 어린 소년소녀들은 교사에게 자주 강간당하기도 했다. 결국 부모 밑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사육되다시피 한 아이들은 가족애를 잃을 수밖에 없었고, 이는 원주민들의 가정과 사회를 더욱 빠르게 파멸로 이끌었다.
영화는 이처럼 레지덴셜 스쿨에서 자행된 악습들을 아카데미라는 가상의 공간 안에서 묘사한다. 에머슨은 어린아이들에게 선진 교육을 통해 삶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그들에게 새로운 이름을 주고, 가족과 떨어져 지내게 하며 정체성을 약화시킨 뒤 철저히 국가에 충성하도록 강제한다. 곧 실제 역사적 사건이 와시즈가 아카데미 내에서 엘리자베스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며 어머니 니스카와의 관계가 단절되는 것, 아이들이 밤이면 기숙사에서 한 명씩 불려 나가 성폭행당하는 것, 그리고 아카데미에서 교육받은 젊은 아이들이 국가의 명령을 거부하지 못한 채 어머니에게 총구를 겨누는 장면으로 바뀌어 재현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딸을 구하기 위해 아카데미에 침투하는 니스카의 모습에는 단순한 모성애를 넘어서는 의미가 숨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나이트 레이더스>는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 족의 역사도 디스토피아 세계에 녹여내고 있다. 이는 본 작의 총괄 프로듀서이자 <토르: 라그나로크>와 <조조 래빗>의 감독을 맡은 바 있는 타이카 와이티티에 게 마오리족 피가 흐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작중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드론의 존재가 단적인 예시다. 드론은 에머슨의 통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신무기로, 미등록 미성년자를 수색 및 추적하고, 전투용 내지는 식량 배급용으로도 활용된다. 이때 드론이 배급한 식량에 바이러스가 숨어 있었던 것은 유럽인들에 의해 새로운 전염병이 퍼져 나갔던 사례들과 오버랩된다.
이에 더해 드론의 존재는 유럽인의 등장과 동시에 당시 기준 최신 무기였던 머스킷 총이 뉴질랜드에 전래되고, 이 무기를 지닌 부족이 그렇지 못한 부족을 착취하고 노예로 만든 사건인 '머스킷 전쟁'이 마오리족 역사에 기록된 것을 연상시킨다.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머스킷 전열 보병처럼 길게 늘어서서 일제히 총을 겨누어 화망을 형성한 채 접근해오는 에머슨 군인들과 빈약한 무장으로 맞서는 크리 족의 모습도 영국군과 마오리 족 사이에 펼쳐진 '마오리 전쟁'의 변형처럼 보인다. 그렇기에 영화 속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인 드론과 와시즈가 지닌 독특한 능력이 더해져 전투의 향배를 뒤바꾸게 되는 전개는 결국 19세기 당대 신무기인 머스킷에 의해 피로 얼룩졌던 역사를 영화적으로 치유하는 장면이나 다름없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대목은 나다와 뉴질랜드 두 사례에 대해 여러 토착민들의 역사가 공유하는 보편성을 맛볼 수 있는 지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스페인군이 침입한 멕시코나 남아메리카의 사례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신무기나 새로운 전염병 때문에 유럽 이주민들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 사례는 지구 이곳저곳에 모두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상이한 지역의 공통된 역사적 사건들을 한 데 모은 <나이트 레이더스>의 조각보 같은 매력이 온전히 스크린에서 전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장르 영화로서의 완성도에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사실 디스토피아 세계를 다루는 장르 영화인 관계로 <나이트 레이더스>에는 다른 영화들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그 유사함의 정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고, 익숙한 설정과 전개를 풀어내는 방식에 있어서도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는다. 그러다 보니 시도 자체는 인상적이었던 영화의 메시지와 감흥도 모두 깎여버리고 만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대표작인 <아바타>와의 비교가 대표적인 사례다. 사실 <아바타>의 경우에도 충격적이었던 시각 효과와 달리, 스토리적인 측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주인공인 제이크 설리가 판도라 행성의 원주민인 나비족의 구세주가 되어 인간의 침입을 막아낸다는 플롯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고 평면적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바타>는 나비족의 역사와 사회, 내외적 갈등, 그리고 그들의 신과 구세주인 에이와와 토루크 막토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주었고, 그 결과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는 강력한 몰입감을 자아내는 데 성공했다.
반면에 <나이트 레이더스>의 메시지와 전개 양측면에서 모두 중심이 되어야 할 크리 족의 이야기는 디테일이 부족하다. 그저 몇 마디의 대사와 설정으로 구성되어 있을 뿐이다. 토착민 출신이지만 토착민과 그렇지 않은 이들 사이에서 살아가던 니스카와 와시즈 모녀의 이야기와 만나는 순간에도 별다른 갈등 없이 흡수되어 버린다. 그렇기에 수많은 역사적 사례들을 한 곳에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작중 크리 족의 서사는 토착민 공동체로서의 특색이 살아나지 않는다. 단지 독재국가가 지배하는 디스토피아 세계에 반대하는 저항군이라는 익숙한 모습만 눈에 들어온다. 이는 <나이트 레이더스>가 결코 인상적인 장르영화는 아닌 이유다.
유사성과 진부함을 넘어서지는 못한 것 외의 한계도 있다. 스릴러 영화인데도 긴장감을 거의 불어넣지 못하는 식이다. 실제로 영화는 제목인 'Night Raiders'가 '밤의 침입자'라는 뜻인데도 불구하고 밤에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을 제대로 그려내지 못한다. 에머슨 아카메디에 갇힌 와시즈를 구출하기 위한 니스카와 크리 족의 습격만 보더라도 작전의 중간 과정부터 아카데미에서 탈출하려는 과정에 이르는 세부 사항들이 지나치게 많이 생략되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해당 시퀀스는 클라이맥스로 고조되는 중간 다리로써 그 부조함을 숨기지 못한다. 그나마 숲에서 숨어 지내던 니스카 모녀와 그들을 습격한 드론 간의 짧은 전투가 세계관을 소개하는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뿐이다. 이처럼 <나이트 레이더스>는 뜻깊고 인상적인 아이디어의 잠재력을 실현하기에는 부족했던, 투박한 장르 영화로 남는 데 그치고 만다.
P(Poor, 형편없음)
어설픈 짜임새 때문에 빛이 바랜 역사적 비극의 영화적 위로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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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드코어 헨리
이 영화는 뭐라 정의하기 힘든 영화이다.
진짜 FPS를 하는 기분이 드는 영화이다. 1인칭 게임 울렁증이 좀 있는 나로선 오묘했다.
콜 오브 듀티와 울펜슈타인을 3~4 시간하면 좀 어지러운데, 이 영화가 딱 그러했다.
액션은 상당히 시원시원 해서, 마치 '둠' 또는 '울펜슈타인'을 하는 느낌이다.
음악도 상당히 빠른 템포라서 액션이 더 시원하며, 루즈하다는 느낌이 없다.
이 영화의 특징으로는 1인칭 시점이라는 것이다.
(쉽게말해서 머리에 캠을 달고 찍었다는 소리다.)
영화는 FPS 좋아하는 사람이 보면, 굉장히 시원하고 짧고 굵은 액션을 선사해서 좋아할 것이다.
스토리는 그냥 일반적인 액션영화 스토리이다.
이 영화를 높게 평가할 점은 러닝타임 96분을 전부 1인칭 시점으로 전개한 점과 주인공의 대사 없이 유쾌하며, 시원한 액션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주인공만의 대사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의사소통 하는 것이 일품이다.)
1인칭 시점으로 액션영화를 보니, 사실감과 재미는 극대화됬다.
청불등급에 맞게 시원한 액션과 피튀기는 액션이 더해져서 영화는 충분히 과격하다.
3인칭 시점에 적응되있던 나라 그런지, 충분히 재미있고, 실험정신도 좋다.
그러나, 시원시원한 액션과 스토리랑은 별개로 그냥 안맞는 느낌이였다.
(아마 이런 류의 영화를 처음 접해서 그런 것 같았다)
영화 자체만 놓고보면, 러닝타임도 길지 않아 잠깐 즐기기에 제격이다.
다만 액션의 수위가 어느정도 있으니, 잔인한 영화를 못 본다면, 비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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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을 찾는 여정 그 자체가 '모험'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터널같은 현실을 걷고 있을 때,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처럼, 내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다. 답답한 마음으로 꽉 차 있을 때는 ‘맞아. 잘될거야.’라는 말을 듣고 싶어 타로를 보기도 한다. 과학적근거나 확률과는 상관없이 오직 마음의 위안을 위해, 그저 괜찮다는 말 한마디가 필요할 때도 있으니까. 지금 하는 이 선택이 맞는 걸까? 불안과 걱정으로 가득 찬 삶의 여정에, ‘촤라락 – 이 쪽이야.’ 하고 답을 주는 나침반이 있다면, 이 세상은 걱정 없는 유토피아가 될까?
생각만 해도 가지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 ‘진실만을 알려주는 황금 나침반’이 있는 세상은 하늘의 마녀, 바다의 집시, 얼음의 곰이 존재하는 현실세계의 평행세계다. 이 세계의 사람들은 ‘데몬’이라고 불리는 분신, 혹은 영혼같은 동물을 하나씩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 세계의 학자는 ‘일레시오미터’ 라는 숨겨진 것을 모두 드러내는 황금나침반을 발명하는데, 내가 그렇게 바라던, 너무도 유용할 것 같은(!!!!) 이 나침반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권력집단 메지스테리움.
모두가 ‘진실’에 닿을 수 있다는 것은, 누군가에겐 축복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자신의 절대적인 권력을 방해하는 ‘적’이 되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황금나침반을 모두 없애 버렸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진실에 다가가는 것 자체가 커다란 모험이 되는 그런 세상을 살아가야 하게 되었다. 영화 <영화 나침반>은 단 하나 남은 황금 나침반을 가지게 된 소녀 라라의 이야기다. 메지스테리움의 사제가 두꺼운 책을 찾아 며칠동안이나 해석해야 하는 나침반의 지표를 바로 읽을 수 있는 특별한 아이. 라라는 권력을 차지 하기 위해 벌이는 거대한 전쟁을 막기 위해 여정에 오른다.
그 길에서 만난 ‘진실’들은 라라에게 잔혹함 그 자체다. 아이들이 사라진 이유는 어른들의 잔혹한 실험 때문이고, 그 실험을 주도하는 악인은 자신을 낳아준 엄마이고, 평생을 삼촌으로 알고 있었던 사람은 아빠였다. 그리고 엄마는 아빠를 죽이려고 한다. 혼란스럽고 충격적인 진실들 앞에서 라라는 주저 앉아 좌절하고 우는 대신, 헤쳐 나가기로 한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우리는 언제나 진실을 알고 싶어 하지만, 그 진실이 너무 괴로울 때는 모른 척 눈감아 버리는 것이 더 쉬운 선택일 때가 있다. 외면하고 싶은 진실을 직면하고, 맞선다는 것은 얼마나 큰 용기 인지, 그래서 평행세계가 아닌 현실세계에서도 진실을 찾는 것은 언제가 큰 모험이다. 나는 자주 생각한다. 진실을 마주할 모험을 떠나기를 주저 하지 않는 사람이길. 쉬운 길 대신, 옳은 선택을 하는 사람이길. 그 마음 자체가 황금나침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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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방향을 결정하지 못한 DJ
*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시사회에 초청받아 개봉 전 관람 후 작성된 리뷰입니다.
삶의 방향이 갑작스럽게 바뀌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은 갑자기 찾아오고 미처 마음의 준비도 하기 전에 내 삶은 이미 방향을 바꾸어 앞으로 나아간다. 그런 변화를 모두 대비해서 준비할 수는 없다. 아무리 그런 변화에 미리 준비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큰 변화의 시기는 20살 성인이 된 이후일 것이다. 우리는 성인이 되고 처음 느끼는 해방감을 마음껏 즐긴다. 대학에 가고 사회인이 되는 과정에서 각자가 하고 싶은 것을 찾으려 하고 실제로 그 꿈을 위해 또 다른 준비를 하기도 한다. 아마도 이 과정 속에서 오는 변화는 우리가 대처 가능한 예측된 범위 안에서 벌어지는 변화일 것이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일 하나가 더해진다면 삶의 흐름을 쉽게 예측하기 어렵게 된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란 누군가의 죽음이나 사고, 질병 같은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변수들은 삶을 다채롭게 만들기도 하지만 꽤 큰 괴로움을 동반한다.
예상치 못한 출산도 큰 변화 중 하나다. 전혀 준비되지 못한 출산은 미혼부나 미혼모의 길을 가게 만들거나 이른 나이의 결혼 생활로 접어들게 만든다. 출산 자체는 고귀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찾아온다면 그걸 맞는 당사자는 혼란 속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특히, 아직 2–30대 사회인이 막 되려는 시기에 만나게 되는 출산은 생각보다 많은 혼란과 제약을 만든다. 가족과의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고, 자신이 하려던 꿈을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문제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른다. 그래서 그 당사자의 마음을 무척 조급하게 만든다.
DJ를 꿈꾸던 젊은 미혼모의 이야기
영화 <둠둠>의 주인공 이나(김용지)는 젊은 미혼모다. 그에게 갑작스럽게 닥친 출산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유일한 가족인 엄마(윤유선)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이고, 이나 본인도 아직은 아이를 키워낼 심리적, 경제적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게다가 엄마는 자신의 딸이 낳은 아이를 거부한다. 그래서 이나는 교회 지인 부부에게 아이를 맡기고 앞으로의 삶을 다시 구상하기 시작한다. 영화 초반 그의 무표정한 모습은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왜냐하면 이나의 모습이 현실을 직시하기보단 계속 그 결정을 나중으로 미루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는 계속 자신에게 닥친 문제에서 도망치려 애쓰는 중이다.
일단 현재 그가 선택한 것 중, 가장 먼저 한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DJ를 포기하고 일반 직장생활을 하며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일이 무척 지루해 보이지만 이 직업으로 경제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하려 노력하는 중이다.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아 가능하면 소통을 줄이고 멀리 떨어지려 애쓴다. 그렇게 엄마로부터의 독립을 꿈꾸지만 그것은 쉽지 않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엄마를 혼자 두기엔 마음이 불편하고 같이 지내자니 그것도 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낳은 아이로부터도 멀리 떨어져 있다. 그는 아직 아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왠지 그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어 하는 듯한 그의 모습은 생각보다 답답해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아이를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다. 잠깐잠깐 아이를 보러 가서 뚫어지게 아이를 쳐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 앞에 과거에 즐겨하던 DJ 콘테스트에 나갈 기회가 생긴다. DJ를 하면서 음악을 만들고 그렇게 만든 음악을 연주하던 이나에게 그 콘테스트는 자신이 원하는 삶에 다가갈 수 있는 꿈으로 향하는 길이다. 그가 주변부로부터 멀리 떨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음악이고 그걸 실현해줄 도구가 바로 콘테스트다. 그래서 이나는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그 콘테스트에 나갈 준비를 한다. 그가 디제잉을 하는 모습과 음악에 몰두하는 모습을 통해 그가 그 일을 얼마나 좋아하고 앞으로 더 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이나 역을 맡은 배우 김용지는 마치 진짜 고민 속에 있는 인물처럼 보인다.
영화 속에는 필리핀에 자신의 아이를 두고 온 엄마가 나온다. 그는 교회에 봉사활동을 하고 비행기 티켓을 얻으려고 하지만 뜻대로 잘 되지는 않는다. 그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아이를 데려오려 애쓴다. 그 역시 어느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처지다. 주인공 이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나와 다른 점은 필사적으로 아이를 다시 데려오려 한다는 점이다. 그들이 가만히 서로를 바라보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그들 사이에 있는 차이점을 더욱 명확하게 해 준다. 이나는 여전히 선택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반면 필리핀 엄마는 아이를 찾기 위해 하기 싫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작지만 극명한 차이는 이나가 해야 할 길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미래의 꿈과 아이 사이에서 고민하는 주인공
영화 속엔 이나의 출산 직전 장면이 잠깐 등장한다. 그 짧고 긴박한 순간을 통해 그에게 찾아온 것이 그에게 얼마나 혼란스러운 일인지를 보여준다. 엄마는 당황스러워하고 그걸 보는 이나도 당황스럽다. 영화 전반에 이 둘의 관계는 계속 혼란스럽고 당황스럽다. 엄마와 이나의 관계는 완전히 깨진 것 같지만 결국엔 서로를 바라보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유일한 가족이다. 흔들리는 엄마를 닮아가는 이나 본인의 모습이 아이를 데려워 키우는데 큰 벽을 만든다. 그걸 다 잊는 방법은 바로 음악에 몰두하는 것이다.
영화에서 DJ들의 모습과 음악 디제잉을 하는 모습이 그렇게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일 자체가 주인공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이고 그 좋아하는 일과 현실 사이에서의 고민을 전달하는 수단으로써 활용된다. DJ 콘테스트에 나가기 위해 연습을 하고 또 주변의 일들과 떨어지면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이나의 모습은 조금씩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 관객은 이나의 음악이 바뀌어가는 것을 통해 그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미혼모로서의 삶이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그게 바로 불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둡고 낡은 클럽에서도 자신들만의 음악을 하고 미래를 꿈꾸는 이나의 선배 준석(박종환)은 조금 힘겨워 보이지만 불행해 보이지는 않는다.
영화 <둠둠>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삶의 변화 앞에서 미래의 길을 선택하려는 주인공 이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그것에 장애가 될 것 같은 아이는 같은 미래에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래서 선택을 주저하는 이나의 모습이 영화 내내 펼쳐진다. 생각보다 이나의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늘 그렇듯 이런 선택은 쉽지 않다. 그리고 결국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열쇠는 남은 가족에게 있다. 영화는 이나와 엄마의 모습과 그들 나름대로의 노력을 통해 그 모든 것을 하나의 미래에 담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음악영화라기보다는 한 가족의 치유극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야기 속 이나는 무척 조급해 보이지만 결국에는 차분히 자신의 마음을 정리해나간다.
영화는 주인공 이나가 어떤 일을 겪어서 임신을 하게 되었는지, 아이의 아빠가 어디 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단지 그가 지금 현재 겪고 있는 마음의 고민을 영화에 담을 뿐이다. 또한 엄마와 있었던 과거의 모든 일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건 이나 라는 인물의 현재와 미래다. 무엇보다 지나간 과거보다는 지금의 선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전달한다. 가만히 버스에 혼자 앉은 이나의 모습이 꽤 마음에 남는 영화다.
*영화의 스틸컷은 [하이스트레인저]로부터 제공받았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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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쓸삼잡
현재 넷플릭스에서 가장 핫한 작품 <삼체>
2015년 아시아 최초로 SF의 노벨문학상이라고 불리는 휴고상을 받은 중국 작가 류츠신의 '삼체'를 원작으로
삼아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팽팽한 긴장감으로 드라마를 완성시켰다고 하는데요.
<삼체>는 400년 뒤 미래에 올 위협에 대비한다는 독특한 설정과 함께 '인간은 왜 사는가'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웰메이드 드라마라고 하니 오는 주말 <삼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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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개봉예정, 제작확정 영화 모아보기
디즈니는 사랑이야
우리의 마음을 다시 한번 저격할 애니메이션의 명장 디즈니의 제작확정 작품과 개봉예정된 작품들 모아 가져왔습니다! 주토피아, 겨울왕국 등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들과 뉴 페이스의
작품들까지 같이 만나보시죠 까먹기전에 저장해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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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닉스, 양면성의 우화
1945년 6월, 온 얼굴에 붕대를 감고 피투성이가 된 채 독일 국경으로 입국하는 한 여자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아우슈비츠에서 얼굴에 총상을 맞고 생존한 유대인 가수 넬리(니나 호스)는 베를린으로 돌아와 성형수술을 받는다. 친구 레네(니나 쿤첸도르프)에 의하면 그녀의 가족은 모두 적었고, 피아니스트인 남편 조니(로널드 제르펠트)는 아내가 수용소로 끌려간 직후 이혼을 신청하고 사라진 상태다.
레네가 이스라엘 이민을 준비하는 동안 그녀는 사랑하는 남편 조니를 찾아 나선다. 나이트클럽 ‘피닉스’에서 마침내 재회하지만, 아내가 죽었다고 믿는 조니는 얼굴이 변한 넬리를 알아보지 못한다. 비통함을 느낄 새도 없이 조니는 ‘넬리와 닮은 넬리’에게 아내가 살아 돌아온 것처럼 연기해달라고 주문한다. 유산을 노리는 남편 앞에서 넬리는 결국 자기 자신을 연기하기로 결심한다.
1. 멜로드라마와 필름 누아르의 기묘한 동거
크리스티안 페촐트는 독일(유럽)의 역사를 멜로 형식으로 풀어내는 감독이다. 그는 “러브스토리가 들어 있는 사회의 구조는 사랑 그 자체만큼 중요하다"라는 명언을 남긴 더글라스 셔크의 제자라 볼 수 있다. 그의 영화는 통속적인 사랑이야기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지만, 차츰 현실의 모순을 깨닫도록 설계되어있다.
영화는 두 가지 축으로 미스터리를 쌓아 올린다. 첫째, 유산 상속을 노린 거짓 연극이 준비하는 동안 남편이 아내를 알아볼까를 흥미진진하게 그린다.둘째, 비유대인인 남편이 혼자 살아남으려고 유대인인 아내를 고발했는지에 대한 정황적 의심이다.
영화 「피닉스」는 위베르 몽텔레의 소설 'Le Retour des cendres (재로부터의 귀환)'(1965)를 각색했다. 감독은 원작에서 핵심적인 아이디어만 가져와 독일 역사에 대입한다. 그러면서 ‘트라우마를 숨기려는 이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숨김을 어떻게 영화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까? 페촐트 감독은 필름누아르의 가르침을 따른다. 인물을 빛과 어둠의 간극 사이에 배치한다. 넬리의 성형 수술한 얼굴을 검은 베일로 감춘다거나 인물들이 주로 밤거리를 배회하거나 어둑한 지하실에 머물게 한다. 영화가 점점 주인공을 밝은 빛에 노출시켜 혼란스러웠던 정체성과 상실감을 회복해나감을 관객에게 알린다.
2. 넬리의 이중적 위치
영화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오인의 모티브’를 적극 활용한다. 감독은 ‘정체성의 혼란’을 멜로드라마 형식으로 풀어냈다. 그래서 주인공 넬리는 이중적 위치에 처해진다.
첫째, 상실감이다. 넬리는 얼굴에 총상을 입었기 때문에 성형수술 전후로 남편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외모가 바뀐다. 수술 이후 그녀는 남편의 흔적을 찾아 옛 집터를 방문하는 장면이 연달아 등장한다. 넬리의 얼굴이 다른 모습으로 ‘재건’되었듯 전후 베를린에 사는 주민도 과거와는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없음을 의미한다.
둘째, 정체성의 혼란이다. 그녀는 남편 조니의 제안으로 자기 자신을 연기하게 된다. 이는 <현기증(1958)>의 여주인공 매들린(주디)이 겪은 딜레마와 유사하다. 두 영화의 연관 지점은 둘 다 프랑스 소설을 원작으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 행복했던 시절의 과거로 도피하고 싶은 피해자의 비극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3. 조니의 이중적 위치
감독에 의하면 프레스턴 스터지스의 <레이디 이브(1941)>을 참고했다고 밝힌 만큼 조니는 <레이디 이브>의 찰스와 많이 닮았다. 피닉스가 등장하는 시점부터는 필름 누아르 <과거로부터(1947)>의 영향이 짙게 배어 나온다. 설명은 이쯤 해두고 왜 조니가 이중적 위치에 처하게 되는지를 고찰해보자!
첫째, 넬리는 피닉스 바에서 조니를 발견하지만, 그는 남편이 아닌 동명이었다. 그녀는 조니라는 남자를 뒤쫓아 으슥한 골목에 들어서게 된다. 그때 그 남자는 넬리의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핸드복을 낚아채 내용물을 확인한다. 처음엔 노상강도라고 여겼지만, 후에 이 의미가 밝혀진다.
둘째, 남편 조니가 가짜 연극을 꾸밀 때 넬리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수용소에서 겪었던 일을 물어보면 어떻게 하냐?’며 조니를 설득한다. 그녀는 아우슈비츠에서 겪은 끔찍한 경험을 어디서 읽은 것이라고 대충 둘려대며 이야기한다. 수감자들은 아우슈비츠에 끌려온 신입 유태인을 직접 수색한다고 말한다. 어느 날 그녀가 어떤 소녀의 몸수색을 맡았는데, 그 안에서 소녀 엄마의 옷자락이 나왔다며 당시를 회고한다. 몸수색은 도대체 어떤 의미를 지닐까? 잠깐 영화 오프닝을 되짚어보면, 국경 심문에서 경비병이 굳이 그녀의 얼굴을 신분증과 대조해본다. 이것은 영화에서 ‘신분확인’이 주제라는 것과 ‘검문검색’이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암시였다.
돌이켜보면 동명이인 조니가 그녀에게 노상강도짓을 한 것은 일종의 몸수색이었던 것이다. 그 검문검색을 거친 뒤에야 진짜 남편 조니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의 황당한 유산상속 계획에 동참하며 그의 지하실에 머물게 된다. 그는 그녀에게 일정기간까지 누구와도 접촉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곳에 머물 것을 종용한다. 얼떨결에 지하실에 감금된 그녀는 또다시 수감된 셈이다. 그렇다면 첫 번째 경우의 동명이인에게 몸수색을 당하고 두 번째 경우의 남편 조니에게 수감되었다는 이중성에 갇히게 된다. 이것은 다음 4장을 읽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4. 두 남녀의 동상이몽
영화는 전후 독일 사회와 생존자들의 트라우마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 ‘가짜가 돼버린 현실의 경험’ vs ‘진짜가 되어가는 가상의 역할극’의 구조를 가져간다. 그러기위해 피해자와 방관자의 관계를 비대칭적으로 놓는다. 넬리는 남편 생각을 하면서 아우슈비츠에서 버텼지만, 조니는 아내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유산이나 챙길 궁리 한다. 심지어 아내를 밀고했을 가능성도 있다. 친구 르네의 경고에도 넬리는 남편 곁을 맴돌며 행복했던 결혼생활의 부활을 꿈꾼다. 그렇기 때문에 넬리는 남편의 계획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불가능한지 조니를 납득시켜다 둘 사이의 견해 차이를 뒤늦게 깨닫는다. 그것이 완벽하다고 부를만한 엔딩과 조응한다.
먼저 피해자인 넬리의 입장에서 남편, 친구들, 친분이 있는 여관 주인 등 그녀 주변의 유럽인들은 변절해서 나치에 협력했다. 르네는 두 사람의 이스라엘 이민을 추진하면서 유럽인을 용서할 수 없다고 넬리를 설득한다. 즉 넬리는 홀로코스트 이전의 관계를 끊어내고 새로운 땅으로 이주하거나 남편을 포함한 유럽인을 용서하고 베를린에서 함께 사느냐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녀는 남편을 사랑했기에 후자를 택한다. 끝끝내 유럽인을 용서할 수 없었던 르네는 절망한 끝에 권총으로 자살한다. 이것이 복선이다. 어쨌든 그녀는 남편을 택했고, 그의 지하실에서 외출을 금지당했다. 그렇게 또 한 번의 수감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반대로 가해자 조니 역시 수감자이다. 앞서 말했듯이 수감자가 새로 온 신입을 검문검색하는 경우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는 어떤 수용소에 갇혀있을까? 그가 머무는 지하실에 가구나 살림도 별로 없고, 가진 돈도 2달러가 전부다. 즉, 조니는 전후 패전의 멍에를 짊어지고 있다. 가난뿐 아니라 고통받은 자들에 대한 죄책감과 부끄러움 역시 오롯이 그의 몫이다. 그렇게 그도 '양심의 가책'이라는 거대한 철장 안에 갇힌 셈이 된다.
5. 제목이 가진 이중성
피닉스는 죽어도 부활한다는 전설 속의 불새를 뜻한다. 그럼 도대체 무엇이 ‘불사’라는 의미일까? 제목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첫째, 극 중 미군을 위한 나이트클럽의 이름이다. 당연하게도 전후 세계질서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갔다는 의미다. 자세히보면 영화 속 피닉스는 독일식 카바레도 아니고 미국식 클럽도 아닌 어중간한 공간으로 묘사된다. 원래 이곳은 카바레였음이 분명하다. 그래서 쇼걸이 등장하는 무대가 있고, 악단이 배치되어 있다. 이는 주인공 넬리가 가수이고 남편 조니가 피아니스트인 이유이기도 하다. 이것은 오늘날 독일문화의 단면이기도 하다. 독일 음원차트만 봐도 미국 팝송이 다수를 차지하고, 독일인들은 미국적 사고방식과 대중문화에 노출되어있다. 오프닝에서 독일어보다 영어가 먼저 등장하는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마땅하다.
둘째, 역사가 반복된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이해를 돕기위해 히틀러는 왜 반유대주의를 외쳤을지부터 살펴보자, 먼저 배후중상설(Dolchstoßlegende)을 근거로 들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 독일은 사실 전투에서 사실 전투에서 지지 않았으나 유대인과 사회주의자와 공산주의자들의 병역기피, 탈영, 파업선동, 간첩질 때문에 전쟁에서 졌다는 인지부조화적 음모론이다. 1929년 대공황이 닥치자 자본가·은행가 유대인 이미지로 말미암아 반유대주의가 폭발적으로 계층을 가리지 않고 널리 퍼지게 된다. 러시아가 공산화되자 그 배후에 유대인이 있다는 유대-볼셰비즘설(Judeo-Bolshevism)이 널리 퍼졌으며, 유대인이 세계 지배 음모를 꾸민다는 시온 의정서가 신봉되었고, 헨리 포드가 반유대 언론을 후원하면서 나치에게 영향을 미쳤다. 헨리 포드는 나치 독일에 막대한 자금을 후원하기도 했다. 이 분위기를 교묘하게 파고든 나치당이 정권을 잡게 되고, 제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키는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땅에서 인종청소는 현재 진행 중이다. 그것도 유태인 스스로가 그런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 (4.5/5.0)
Good : 오인의 모티브, 멜로드라마와 필름 누아르의 독창적 계승
Caution :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으면 오독할 수 있다.
●독일 음악가 쿠르트 바일이 쓴 <Speak Low(1943)>은 전형적인 재즈음악이다. 재즈는 잘 알다시피 미국 남부가 고향이다. 주제가조차 이중성에 위치하고 있는 셈이다.
●넬리가 남편과 파리에서 쇼핑을 했다는 정황이 드러난다. 테오도르 헤르츨이 주도한 시오니즘은 드래퓌스 사건에서 촉발되었으니 이 역시 그런 맥락을 깔고 있다.
●600만의 유대인, 1100만 명의 슬라브인, 50만의 집시(룸인), 연합군이나 레지스탕스의 포로 중에 유색인의 경우 현장에서 처형되거나 강제 노동·절멸 수용소로 보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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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로버트 패틴슨, 조이 크래비츠, 폴 다노 외
장르: 슈퍼히어로 영화, 추리물, 스릴러, 느와르, 범죄, 드라마, 액션
촬영: 그레이그 프레이저
음악: 마이클 지아키노
촬영 기간: 2020년 1월 28일 ~ 2021년 3월 13일
제작사: DC Films l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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