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1-12-20 00:17:36
삶도 면허처럼, 드라이빙 스쿨.
이태경 배우님을 비롯한
여러 배우님들의 열연으로 더 빛났던
단편영화를 소개합니다.
삶도 면허도 뭔가 금방 해낼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쉽지 않은 그런 상황을 잘 표현한 영화인데요.
바로 드라이빙 스쿨 입니다.
적절한 거리와 너무 붙잡지 않아야 잘 나아갈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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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쥐려는 마음이 오히려 빠져나가게 만든걸까요
최선은 최선을 다하지만 모든 것을 쥘 수 없었습니다.
직업도, 연애도, 면허도.
마지막 기회로 이 모든 것을 다시 쥘 수 있을까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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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자유롭고 싶은 우리,둘의 결말
*이 글은 시사회 초대받은 후 작성되었으며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다들 적당히 참으며 지낸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일어나서,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서, 이유 모를 불편한 상황을 견딘다. 그러다가 문득 하늘을 보며 떠있는 구름과 흘러가는 바람의 자유를 부러워한다. 이제 자유롭고 싶은 우리에게 한 가지 결말을 알려 줄 영화 '우리,둘'을 소개한다.
영화 '우리,둘'
영화 '우리,둘'은 복도를 사이에 둔 집에서 이웃으로 지내는 70대 두 여인 '니나(바바라 수코바)'와 '마도(마틴 슈발리에)'의 사랑을 다룬다. '니나'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로마에서 자유롭게 살아가길 제안하지만, '마도'는 자녀들의 반응을 신경 쓰느라 연인과의 계획을 솔직히 말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한다. 결국 가족들에게 말하지 못한 채 '마도'가 갑작스러운 뇌졸중으로 쓰러진다. 자유롭게 만날 수 없는 그들의 마음은 더욱 커져만 가고 '니나'는'마도'를 되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영화'우리,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미리 만나보세요▼
'마도'를 향한 '니나'의 행동은 나이 든 여성에게 기대하는 온화한 할머니와 다르다. '마도'를 돌보게 된 간병인 몰래 집에 들어와 사랑을 속삭이거나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간병인이 '마도'의 딸에게 오해받도록 자동차를 부순다.
어떤 방법도 서슴지 않는 그녀는 사랑 앞에서 누구보다 솔직하며 때론 거칠고 폭력적이다. 영화'우리,둘'로 데뷔한 필리포 메네게티 감독은 '니나'와 '마도'를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한 명의 자유로운 인간으로 설명한다."I wanted to show age for what it is, with wrinkles and everything,
while also showing that you can be 70 with wrinkles and still be alive and kicking."
주름이 있는 나이를 그대로 보여주면서,당신이 주름이 있는 70세도 되어서도 여전히 살아있고 발길질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감독은 그들의 상황을 긴장감 있는 전개로 풀어내며 로맨스 영화의 클리셰를 깬 실험적인 연출을 시도한다. 일단 영화의 시작부터 자유분방하다. 검은색과 흰색의 원피스를 입은 두 소녀가 나무를 사이에 두고 숨바꼭질을 한다. 흰색을 입은 소녀가 나무 뒤에서 갑자기 사라지고 검은 옷의 아이는 누군가를 잃어버린 듯 이름을 부른다. 아이의 목소리는 까마귀 소리에 가려져 관객에게 들리지 않는다. 음침한 화면과 점점 더 커지는 까마귀 소리가 어우러져 기괴한 분위기가 흐른다. 이후에도 영화는 현장음을 최대한 강조하여 사건을 간접적으로 전달하고 팽팽한 리듬감을 유지한다.
또한, 스릴러 영화에서 들을 법한 효과음을 곁들이거나 '니나'의 집에서 스산하게 촬영된 조형물은 영화 장르를 고민하게 한다. 게다가 '마도'가 말할 수 없는 상태로 눈동자를 좌우로 굴리는 장면의 극단적인 클로즈업은 오싹한 기분마저 든다.
우리는 자유를 위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까?
영화의 결말에서 그들은 자유를 찾기 위해 대가를 치른다. '니나'의 집은 난장판으로 변하고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잃는다. '마도' 역시 두 자녀와의 관계를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럼에도 그들은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치를만한 대가였다는 듯 행동한다.
우리의 자유도 '니나'와 '마도'의 자유만큼 어렵고 무겁다. 자유를 얻는 대가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야 한다면, 누군가의 비난을 받는다면,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면, 과감하게 자유를 선택할 수 있을까?적당히 견딜 수 없는 아침이 찾아올 때, 우리의 결말이 새롭게 쓰여질 것이다.
참고 자료: Nick levine, 'Two of Us, the Queer Love Story That Addresses Cinema’s Problem With Age', AnOther,
https://www.anothermag.com/design-living/13466/new-film-two-of-us-a-covert-queer-love-story-with-a-tw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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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견이란 바다를 가로지르는 실화, 그리고 여성의 힘!
실화, 스포츠, 여성! 영화로 제작하기에 매력적인 요소가 넘치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영화 <여인과 바다>는 우리가 알고 기대하는 범위 내에서의 재미를 전하는 스포츠 전기 영화다. 사회적 편견이 담겨 있는 듯한 높은 파도와 거친 바다를 가로지르며 프랑스에서 영국까지 34km에 이르는 거리를 헤엄쳐 세상을 놀라게 한 트루디 에덜리의 기적 같은 도전은 예상만큼 특별하진 않다. 하지만 쉼 없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어느 순간 감동이 온몸을 적신다. 이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스포츠 전기 영화의 정공법을 따라가려는 마음, 트루디 에덜리만이 아닌 그녀의 도전 뒤에 감춰진 여성들의 이야기를 보여줘야 겠다는 그 의지가 만들어낸 결과다.
트루디(데이지 리들리)는 보기보다 강인하다. 과거 홍역을 심하게 앓고도 살아남았고, 수영이 배우고 싶은 마음에 이를 반대하는 옹고집 아빠의 기를 꺾었다. 과거의 경험은 그녀에게 ‘하면 된다’는 믿음을 갖게 했는데, 그 결과 미국 올림픽 수영팀 최고의 선수가 된다. 많은 기대 속에 출전한 1924년 파리 올림픽. 하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고 실의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 날, 극장에서 영국해협 수영 횡단 도전 소식을 접한 트루디는 잊고 지냈던 열정이 되살아나고, 여성으로서 첫 성공 사례를 만들기 위해 도전장을 내민다.
<여인과 바다>는 스포츠 전기 영화인 동시에 1900년 초 사회적으로 편견과 차별을 받았던 여성들의 삶을 오롯이 옮긴 작품이다. 극 중 독일 이민자의 딸로 태어난 트루디가 직접 맞서 가로질러야 하는 건 바다 뿐만이 아니라 모든 게 가부장적으로 돌아가는 사회다. 당시 노출 1도 없이 온 몸을 감싼 여성들의 수영복만 보더라도 이를 알 수 있다. ‘여자는 안돼’라는 말이 통용되는 사회에서 여성은 결혼해 애 낳고, 살림하는 등 굳어진 성 역할을 이행하는 게 우선이다. 진보적인 성향의 트루디에겐 답답할 노릇. 결국 그녀는 고정관념에 쌓인 이 사회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헤엄쳐나가는데, 그 정점이 바로 영국 해협을 건너는 일이다.
남자들도 어렵다는 영국 해협을 건너겠다는 그녀의 무모한 도전은 현실화된다. 하지만 사회는 그녀의 도전에 박수 대신 “12km도 못 갈 겁니다”, “솔직히 말하면 죽을 겁니다” 라는 악담을 쏟아붓는다. 더불어 미디어는 그녀의 수영 실력이 아닌 수영복, 외모 등 신변잡기에만 관심이 있다. 그만큼 그녀의 성공을 바라는 이는 극히 드물다. 어렸을 때부터 지는 걸 싫어했던 트루디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가부장적 남성 코치가 권하는 평형이 아닌 자신을 수영선수로 이끌어준 여성 코치가 알려준 자유형으로 헤엄친다. 자기 자신을 믿고 바다를 건널 용기를 낸 그녀는 급변하는 조류, 해파리 떼 등 갖가지 위기를 헤쳐 나가면서 끝내 영국 땅을 밟는다.
기적과도 같은 이 실화는 감동적이다. 하지만 여는 스포츠 실화 영화처럼 이 부분은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 이유는 실화의 무게감 때문에 제대로 옮기는 것 자체에 큰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
연출을 맡은 요아킴 뢰닝은 실화가 가진 장점을 살리는 것에 초점을 맞춘 듯 <쿨러닝> <글로리 로드> 등의 디즈니의 대표 스포츠 전기 영화의 정공법을 따라가며 시간이 지날수록 감동의 극대화를 노린다. 장애물이 많으면 많을수록 후반부 감동이 배가되는 스포츠 전기 영화의 공식처럼, 감독은 초반 트루디가 겪어야 하는 사회적 편견과 시선, 그로 인해 꿈이 좌절되는 과정을 차근히 보여준다. 1,500m 장거리 수영 경기처럼 힘을 비축하면서 후반부에 스퍼트를 내는 형식으로, 도전을 통해 이런 부분들이 하나씩 타파되면서 끝내 마주하는 그녀의 모습은 큰 울림을 전한다. 특별함은 없지만, 정공법을 우직하게 따라가면서 실화의 힘을 오롯이 담으려는 감독의 노력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
영화의 감동을 배가 시키는 건 역시나 트루디 역을 맡은 데이지 리들리의 연기다. <스타워즈> 시리즈를 통해 강인한 여성상을 보여줬던 그녀는 이 영화에서도 두려움 없이 자신의 리듬에 맞춰 검푸른 바다에 몸을 던지는 여성을 그린다. 극 중 절대 자신을 물 밖으로 나오게 않게 해달라는 트루디의 말처럼 세상의 편견을 깨기 위해 모든 걸 건 여성이자 인간의 집념을 호소력 있게 연기한다. 촬영 몇 개월 전부터 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 수영을 배웠다는 그녀의 노력도 한몫한다.
영화의 흥미로운 지점은 트루디의 뒤에서 조력자 역할을 충실히 해낸 여성들의 이야기다. 딸들이 자신처럼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언제나 응원을 아끼지 않은 엄마, 함께 수영을 배우며, 해협을 건널 때 페이스 메이커가 되어주는 언니, 그리고 수영 실력을 키워주고 선수로서 활약할 수 있게 도와준 여성 코치 등 여성들의 작은 힘들이 곧 트루디의 성공을 이뤄낸 요소라는 걸 알려준다. 물론, 피상적으로 그리는 부분이 있지만, 이들이 나눈 연대와 사랑은 적지 않은 감동을 전한다.
파리 올림픽 시즌에 맞춰 공개한 <여인과 바다>는 트루디를 통해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며 나약함을 이기는 용기와 할 수 있다는 불굴의 의지를 불태우는 각국 대표 선수들과 오버랩된다.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트루디에게 빛을 선사한 이들처럼, 처절하고도 외로운 싸움을 해 나가는 대표팀 선수들에게 응원이란 작은 불꽃을 선사해 보는 건 어떨까! 올림픽 기간 동안 컴컴한 새벽에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의 불빛이 켜지기를 희망해본다. 참고로 실화 스포츠 영화가 그렇듯 이 영화도 엔딩크레딧 직전에 트루디 에덜리의 실제 모습이 나온다. 끝까지 지켜보길 추천한다.덧붙이는 말
- 1926년 트루디의 영국 해협 횡단 기록은 14시간 31분으로, 기존 남자들이 세운 기록보다 2시간을 단축했다.
- 횡단 성공 이후 트루디는 ‘파도의 여왕’이란 찬사를 얻는다.
- 과거 홍역을 앓고 나서 소리를 잘 듣지 못했던 트루디는 횡단 성공 이후 완전히 청력을 잃는다
- 트루디는 자신처럼 청각장애 아이들을 지도하며 남은 여생을 보낸다.
사진제공: 디즈니플러스
평점: 3.0 / 5.0
한줄평: 디즈니표 스포츠 실화 영화의 장점이 고스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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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 정말 모든 것을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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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에는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 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세명의 인물과 하나의 이유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사이비 스릴러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을 미리 보고왔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어머니를 죽인 살인자를 만나게 된 신부'라는 설정에서 느껴지는 딜레마가 엄청났다. 아주 진득한 드라마를 기대하게 하는 로그라인처럼 영화의 오프닝도 흥미진진했다. 실체를 알 수 없는 '진선교'의 신도가 어두운 숲길을 운전해간다. 어둠의 공포를 이기려는듯 크게 틀어놓은 교리녹음본과 차 안 군데군데 붙은 이상한 부적이 스릴러적 오프닝을 도운의 엄마, 오진숙이 살해 후 매장당하는 시퀀스로 포문을 열었다.
① 어머니의 살인자를 만나게 된 신부, 도운.
갓 신부가 된 도운(신승호)은 어느날 한 신자의 고해성사를 받게 된다. 사람을 죽여도 용서받을 수 있냐는 묻던 그는 도운에게 오래 전 실종 된 어머니 오진숙의 이름을 언급하며 그녀 역시 자신들이 죽였음을 고백한다. 교리와 인간적인 복수심 사이에서 갈등하던 도운은 다음날 그를 찾아갔다가 쓰러져 있는 그를 발견하게 되고, 그의 집 안에 붙어 있는 이상한 부적과 괴한들의 흔적으로 사이비 '진선교'를 쫓던 형사 윤주영을 만나게 된다.② 사이비를 쫓는 형사, 주영
주영은(한지은) 최근 실종 된 대학생의 행방을 좇다 진선교라는 사이비 단체를 추적하며 도운에게 정보를 제공하려는 피해자의 여동생 호연을 통해 심광운이라는 무당을 찾아가게 된다. 그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잊어버리고 싶었던 유산의 트라우마를 경험하지만, 굴하지 않는 집요한 추적으로 피해자들에게 모두 아픈 가족이 있었으며 도운 역시 유가족임을 알게 된다.
③ 아들을 살리고 싶은 사이비, 수연
한편 전신교의 실제적인 행동책인 백수연(전소민)은 겉으로는 남편과 함께 따뜻한 백반집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전신교의 교리에 따라 살아있는 제물을 바친 뒤 목을 잘라 바치는 일종의 희생제의를 저지른 야차 같은 인물이다. 그녀의 남편은 '공실장'이라 불리며 실제적인 행동대장을 맡고 있다. 주영의 수사와 여동생의 폭로로 제물이 될 인물을 물색하기 위해 심광운(박성훈)의 점집과 일종의 제휴를 맺고 마음이 약한 사람들을 찾아왔던 것이 밝혀지고,
여기서부터 영화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백수연을 잡기 위해 실종된 대학생을 제물로 바치는 의식에 동참하게 된 도운은 백수연에게 정체를 들켜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지만, 그 순간 천벌을 내리듯 내리치는 천둥과 광기에 쌓인 도운은 '아이를 살리고자 한다면 내 말을 들으라'는 세뇌로 공실장을 굴복시킨다. 도운의 카리스마에 압도된 공실장은 홀린 듯 아이를 살리기 위해 아내 백수연을 죽이게 된다. 결과적으로 사람을 살해하는 일에 가담하게 된 도운, 일상을 되찾아 고해성사를 받는 그의 앞에 한 꼬마가 찾아온다. 아이는 수연의 아들로, 도운은 그 아이에게 자신의 죄를 고하게 된다. 아이는 고민에 빠진다. 부모의 원수를 용서할 것인가, 말것인가?
흥미로운 인물군상이 있는 스릴러 영화
그러나 아쉬운 전개
연출적으로도 수미상관을 사용해 자신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다른 사람을 죽이다 결국 자신의 가족 모두가 파멸에 빠지게 된 부모의 서사도 흥미로웠고, 이성적인 형사이면서 아이를 잃은 후 자책감과 조용한 분노를 품고 사는 주영의 캐릭터도 입체적이라 사건 안에서 여러가지 반전 요소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은 인물이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전신교(빌런 캐릭터)의 실체였다. 약하게 표현되지만 전신교에 가담한 이들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아픈 가족'이라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왜 목을 자르는 의식과 연결되는지는 납득되지는 않았다. 잔인한 이미지와 약한 가족을 지키고 싶은 욕망은 어떤 관계가 있는걸까? 그 부분이 밝혀졌다면 도운을 비롯한 모든 인물에 대해 더욱 몰입하며 볼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신은 정말 듣고 있을까?
"두려워 말라. 죽은 것이 아니라 잠든 것이다."
도운이 두 부부를 협박하는 장면에서 마치 주문처럼 외던 성경문구는 굉장히 임팩트가 있었다. 궁금했다. 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신승호 배우가 도운역에 캐스팅이 된 이유도 알 것 같았다. 공실장이 미혹되어 아내를 살해하는 전말은 뜨악했지만 그와 별개로 궁금했다. 사제는 정말 신의 목소리를 대변하는가? 신은 눈을 뜨고 이를 지켜 보고 있는가? 그렇다면 세상에 나타난 병과 아픔은 모두 우리가 겪어 마땅한 일인가? 작품 속에서 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인간들은 모두 자신 앞에 나타난 두가지 갈림길 최선을 다한 선택을 할 뿐이었다. 그것을 정의로 평가하거나 부정으로 평가하는 것 역시 인간의 일이고, 순간의 일이다. 일반인에게 신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도운은 사제 역시 한낱 인간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경계의 캐릭터였다. 그래서 이 질문들에 대한 답도 관객 개인에게 맡겨질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신만이 아신다 vs 경계인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의 원작
원작이 있는 이야기일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경계인>이라는 제목으로 오펜 시나리오 대상으로 선정된 고준석 작가의 작품이 있었고 그것을 영화화하면서 제목은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으로 바뀌어 나온 모양이다. 일반적으로 시나리오를 영화의 원작이라고 표현하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제목이 바뀌는 정도라면 리메이크라 느낄 정도의 다른 해석(방향성)이 있지 않았을까? 유추해보게 된다. 원작의 제목을 보니 왜 이 작품 안에서 인물들 한 명 한 명의 서사가 선과 악, 인간적인 이해와 원칙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연으로 직조되어있는지 훨씬 더 잘 이해가 되는 것도 같았다. 아쉬운 점은 많았지만 인물에 들어간 정성이 느껴지는 스릴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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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쿵푸팬더의 후계자 찾기
자기 자신이 가진 내면의 힘을 발견한 이후엔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많은 것을 이미 이룬이 후에도 분명히 해야 할 일은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이 오면 종종 길을 잃기도 한다. 모든 것을 이루었다는 생각은 곧 태도로 이어진다. 지금 가진 것을 계속 가지고 싶다는 생각, 내가 가진 능력을 이용해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신이 최고라는 태도를 만든다. 어떤 사람은 오만해질 것이고, 어떤 사람은 무료함에 빠질 것이다.
사실 인생 속에서 이런 순간들은 꽤 많이 찾아온다. 특히나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60살의 정년이 되기 전, 어느 정도 경력이 쌓였을 때 그런 위치에 가기 마련이다. 업무의 대부분을 이해하고 숙련된 위치에 오르면 자신이 회사의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는 중요한 사람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 그 사람이 일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 사람 혼자만 일할게 아니라면, 누군가는 그가 하는 일과 스타일을 배워 계속 그 일이 굴러가게 만들어야 한다. 결국엔 누구나 후계자가 필요하다.
쿵푸 마스터 포의 후계자 찾기
영화 <쿵푸팬더4>는 쿵푸 마스터의 반열에 오른 용의 전사 포(목소리 : 잭 블랙)의 네 번째 이야기를 담는다. 뚱뚱하고 굼뜬 자신의 모습에서 실망하던 포는 우연히 용의 전사로 지목받고, 내면에 숨겨진 자신만의 힘을 찾는다. 그 과정은 코믹했지만 모든 것은 이미 자기 자신 안에 있다는 가르침을 관객에게도 전달했다. 그렇게 자신만의 힘을 찾은 포는 자신의 생부도 찾고 다양한 악당들을 물리치며 진정한 마스터로 거듭났다.
이번 4편에서는 포의 후계자를 찾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 초반 포의 스승인 시푸(목소리: 더스틴 호프만)는 포에게 이제 후계자를 찾으라는 이야기를 건넨다. 시리즈가 거듭나면서 포는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많은 무술 마스터를 이겨내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무술 스타일도 만들어냈다. 그야말로 이룰 것을 모두 이룬 위치에 가 있는 것이다. 회사로 치면 이제 임원이나 사장의 위치에 올라 더 이룰 것이 없어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포는 자신의 후계자를 찾기 싫어한다.
포는 아직도 자신이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자신의 뒤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포의 말대로 여전히 할 일은 남아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포도 퇴장해야 할 시기가 분명히 온다. 시푸는 이미 많은 마스터들이 물러나고 은퇴하는 것을 봐왔다. 아마도 자신의 기술을 미처 전수하지 못한 채 사라져 간 수많은 마스터들도 목격했을 것이다. 그래서 시푸는 계속 다음 용의 전사를 찾으라는 이야기를 포에게 반복해서 말한다.
영화에는 여우 젠(목소리: 아콰피나)이 등장한다. 그녀는 주변 사람들을 크고 작게 속이며 살아온 사기꾼이다. 포가 머무는 사당에도 찾아온 그녀는 사당 안의 보물들을 건드리며 포를 자극한다. 실제로는 이 영화이 빌런인 카멜레온(목소리: 비올라 데이비스)이 파견한 스파이였지만, 포와 함께 작은 모험을 하면서 포의 따뜻함과 유쾌함에 동화된다. 젠은 자기 자신이 아무것도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저 자신을 키워준 카멜레온의 말을 충실히 따르며, 끌려가는 삶을 살아간다.
팬더 포의 또다른 성장기
포는 젠을 자신의 후계자로 선택하게 되는데, 왜 젠일까? 포의 주변엔 다음 용의 전사가 될 가능성이 더 높은 다양한 전사가 이미 존재한다. 그런데 왜 평범한 사기꾼 젠을 선택한 것일까. 그건 젠의 선함과 용기를 봤기 때문이다. 젠은 사기꾼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존재다. 그것을 포 앞에서 증명했고 자신도 옳은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치 포가 처음 용의 전사가 되었을 때처럼, 젠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내면에 무언가 있다는 것을 믿어주는 포가 있어서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 쓰게 되었다. 포가 처음 용의 전사로서 힘을 쓰게 된 순간도, 자신의 능력을 믿어주는 사람이 있고, 그 힘이 이미 내면에 있다는 것을 본인이 알게 되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순간이다.
<쿵푸팬더4>에서 포는 쿵푸 마스터에서 스승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한다. 오직 자신의 임무와 일만을 생각했던 그는, 젠을 만나면서 비로소 이제 자신이 스승이 될 차례라는 것을 깨닫는다. 또한 자신이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지 못한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래서 이 영화는 포에게 여전히 성장할 것이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의 능력을 나누고 또 전수해야만 그 평화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시리즈의 네 번째 영화인 <쿵푸팬더4>는 지난 시리즈들이 가지고 있었던 긴박함이나 빌런의 강력함이 훨씬 줄어들었다. 능력을 흡수하는 카멜레온을 등장시켜, 모든 쿵푸 마스터들의 능력을 재활용하지만, 조금은 허무하게 제압되고 만다. 포와 젠이 카멜레온을 만나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경쾌하고 리듬감도 괜찮지만, 후반부 카멜레온과의 대결은 무척 싱겁게 마무리되고 만다.
포는 자신의 후계자를 찾아서 내면의 평화를 찾았다. 앞으로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세계관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로는 등장인물이나 배경을 달리하여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잭 블랙의 목소리 연기는 여전히 유쾌하지만, 무적의 5인방이 등장하지 않고 그 외에 매력적인 캐릭터가 없다는 점은 이 시리즈의 동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영화의 스틸컷은 [왓챠]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https://youtube.com/shorts/IG8-zWN9vfg?si=2JiLVW8Z2XUbzF59
https://www.notion.so/Rabbitgumi-s-links-abbcc49e7c484d2aa727b6f4ccdb9e03?pv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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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크릿 윈도우
시크릿 윈도우
스티븐 킹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지금까지 스티븐 킹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만 50편이 넘는다. 스티븐 킹의 소설은 공포, 호러에 바탕을 둔 장르소설로 분류하지만, 환타지, SF, 추리, 심리, 액션 등 거의 모든 장르를 넘나들기 때문에, 스티븐 킹의 작품 세계를 하나로 규정하기 어렵다.
'리타헤이우드와 쇼생크 탈출'처럼, 소설보다 영화가 더 유명한 경우도 있지만, 스티븐 킹의 소설을 영화로 만드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그 가운데 성공한 작품을 보면 '캐리', '미저리', '쇼생크 탈출'처럼 드라마적 요소가 강한 작품이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한국에서 번역 출판산 스티븐 킹의 소설을 거의 다 읽은 독자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샤이닝'이고, '샤이닝'과 같은 계열의 심리 스릴러 작품들이 다른 작품들보다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 '시크릿 윈도우'도 '샤이닝', '미저리'와 같은 심리 스릴러에 속하며, 주인공의 정신 분열을 영상으로 잘 드러내고 있다. 물론, 중반 이후에는 관객이 이야기의 전개를 눈치 챌 수 있어 드라마틱한 반전은 일어나지 않는다.
원작 소설은 '소설을 훔친 남자 Secret Window, Secret Garden'로 중편 소설이며, 소설가 '모튼'을 찾아오는 남자 '슈터'와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영화보다는 소설을 읽는 재미가 더 크다. 스티븐 킹의 최대 장기인 심리 묘사를 통해 독자는 주인공의 감정에 거의 동질화할 정도로 깊게 이입하며, 주인공이 왜 이상하게 변해가는지, 서서히 광기를 띄며 미치광이로 변해가는 과정을 공감하게 된다.
모튼은 뉴욕주에 있는 여름 별장에서 살고 있다. 그의 집을 청소하고, 식사까지 챙겨주는 마음 좋은 아주머니 - 당연히 임금을 준다 - 가 있고, 그는 노트북 컴퓨터에 워드를 띄워 놓고 소설을 쓰려 하지만, 소설은 쉽게 써지지 않는다. 하루 하루를 빈둥거리며 낮잠을 자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모튼.
어느 날, 누군가 찾아온다. 챙이 있는 모자를 쓰고, 키가 크며, 조금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불쑥 원고 다발을 내밀며, 내 소설을 표절한 파렴치한 놈이라고 모튼을 향해 소리지른다. 모튼은 황당하고 불안하다. 자신은 결코 다른 사람의 작품을 표절한 적이 없다고 맹세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남자는 표절한 작품을 원래대로 돌려 놓으라고 협박한다.
'슈터' 역을 하는 배우는 '존 터투로'로, 코엔 형제의 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오, 형제여, 어디로 가는가'에서도 조지 클루니와 함께 중요한 역을 맡은 '피트'가 존 터투로인데, 코미디 영화에서는 우스꽝스러운 연기가 돋보이지만, 이 영화처럼 심리 스릴러 영화에서는 진지하고 무서운 연기를 보여주는 뛰어난 배우다.
주인공 '모튼'을 연기하는 조니 뎁은 '팀 버튼'의 영화에 자주 출연했고, '짐 자무시' 감독의 영화에도 나온다. '가위손'으로 이름을 크게 알린 이후, 헐리우드 최고 배우 가운데 한 명으로 유명하다. 이 작품은 그가 진지하면서도 분열적 인물을 연기하는 걸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다.
'샤이닝'에서는 잭 토렌스가 '오버룩 호텔'에서 관리인으로 가족과 함께 지내는 동안, 극심한 고립감, 호텔에 존재하는 거대한 악령의 영향,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 소설을 쓰지 못하는 초조함 등이 뒤섞이면서 미치광이로 변해가는 과정을 눈부시게 썼다면, 이 작품에서는 외부의 악령이나 미지의 힘에 의한 영향 없이, 오로지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자아의 분열만으로 변해가는 개인의 정신과 심리를 잘 보여주고 있다.
모튼이 여름 별장에서 지내는 건, 아내와의 이혼 수속 때문에 별거 중이라 그렇다. 그는 뉴욕에 있는 집을 나와 이곳 여름 별장에서 혼자 지낸다. 아내 에이미는 새로 만난 남자 테드와 살고 있으며, 이혼 수속은 모튼이 도장만 찍으면 끝나는 상황인데, 모튼은 선뜻 도장을 찍지 못하고 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모튼은 아내의 불륜 현장을 급습해 에이미와 테드가 모텔에서 벌거벗고 있는 장면을 봤다. 에이미는 엄연히 모튼과 결혼한 상태로, 모르는 남자와 불륜을 저지른 것이다. 모튼은 심한 배신감과 분노로 피가 끓었지만, 이혼을 결심하고 집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날 갑자기 '슈터'라는 남자가 찾아와 자기 소설을 표절했다는 말을 하니, 모튼으로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슈터'가 타고 온 자동차 번호를 보니 '미시시피주'였다. 남쪽 먼 곳에서 일부러 찾아왔다면 돈이나 뜯어낼 목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양아치는 아닌 듯 하고, 무엇보다 '슈터'의 표정은 진지하고 심각했다.
하지만 상황은 모튼에게 유리했다. 모튼이 '시크릿 윈도우'를 발표한 시기는 1992년이었고, 슈터가 자기 작품을 표절했다고 밝힌 창작 연도는 1994년이었으므로, 오히려 슈터가 모튼의 작품을 표절했을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하지만 슈터는 모튼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하고, 증거를 가져오라고 다그친다. 그러면서 모튼이 키우던 개를 죽이고, 모튼과 슈터가 대화를 나눌 때 차를 타고 지나가던 마을 주민도 죽였으며, 모튼의 변호사도 살해한다. 그 모든 것이 모튼이 증거를 내놓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었다. 심지어 모튼의 아내 에이미까지도 그냥 두지 않겠다고 협박한다. 그러면서 에이미가 살고 있는 집에 불을 질러 집이 모두 타버리고, 에이미는 애인 테드와 함께 작은 아파트로 이사하게 된다.
이 와중에 에이미와 테드는 이혼 협상을 위해 변호사와 대동해 모튼을 만나지만, 모튼은 이혼서류에 싸인을 해주지 않고 버틴다. 에이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모튼의 여름 별장으로 달려가 이혼 서류에 싸인하라고 말하는데, 이때 모튼은 사라지고, '슈터'가 나타난다. 모튼의 모습으로.
모튼은 아내의 불륜으로 증오가 불타오르고 있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그는 한때 잘 나가던 소설가였으나 그가 소설을 쓰느라 보내는 시간 동안 아내 에이미는 마치 버림받은 사람처럼 소외당하고 있었다는 걸 알지 못한다. 에이미가 다른 남자를 만나게 된 것도 오로지 에이미의 탓만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모튼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다시 잘 나가는 소설가가 되려고 새로운 작품을 쓰려 하지만, 소설은 마음대로 써지는 것이 아니어서 몹시 초조하고 답답한 심정이다. 여기에 아내의 불륜이 준 충격으로 그의 내면은 이미 분열되고 있었고, 미움, 증오, 초조, 우울한 감정이 뒤엉켜 증폭하면서 그 내면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자아를 만든다. 그가 바로 '슈터'다.
실제로 '다중인격'과 관련한 사례는 많은데, '싸이빌'에서는 주인공이 열여덟 명의 인격을 가진 것으로 나온다. 다중인격자의 특성은 주로 어렸을 때 극심한 고통을 겪으면서 새로운 인격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의 자아로는 그 고통을 견디기 힘들기 때문에, 고통을 상쇄하고, 현실을 잊을 수 있는 전혀 다른 인격을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모튼의 경우, 다중인격으로 보기 어렵다. 그가 만든 '슈터'라는 인물은 자신이 하지 못하는 더러운 일을 맡아서 하는 존재이긴 하지만, 그것이 내면의 분열을 통해 새로운 인격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기 보다는, 오히려 매우 영리하고 교활한 방법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마치 자신이 아닌, 정신분열 상태에서 다른 존재가 나타나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보이기 위한 계획된 행동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즉, 모튼은 매우 뛰어난 싸이코패스이거나 머리 좋은 살인자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경찰의 추적을 받으며, 용의자로 분류되지만 '슈터'가 저지른 여러 건의 살인은 결정적으로 증거가 없다.
슈터를 보지 못했다는 이웃 주민과 변호사는 차와 함께 강물에 가라앉았고, 아내 에이미는 집 뒤뜰에 묻혔다. 에이미의 실종은 테드의 증언으로 모튼의 여름 별장으로 갔다는 것이 확실해졌지만,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모든 정황이 모튼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섣불리 체포, 기소를 할 수 없는 것이 경찰의 딜레마인 것이다.
모튼은 자신의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광기를 분명 느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이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다는 걸 알았고, 에이미의 배신으로 더욱 확실해졌다. 소설은 써지지 않고, 작가의 명성은 사라졌으며, 미래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변호사는 시간당 2백 달러를 주어야 하고, 이혼하면서 재산도 거의 다 사라졌다. 모튼에게 남은 것은 고통과 증오, 분노 뿐이고, 스스로를 파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면서 극단적으로 행동하는데, 그는 또한 냉정한 계산으로 일종의 게임을 즐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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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별을 받아들이는 마지막 간이역
영화 <만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를 보러 가서 광고로 접한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홍보 티저 영상 속에서는 한 아이가 왕따를 당하는 듯한 모습이 보여서 이와 관련된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이별과 성장을 다룬 굉장히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시놉시스
소중한 건 기다리는 게 아니야, 찾으러 떠나는 거야!
새로운 세상을 알려주는 루가 봄과 함께 사야카 곁을 떠났다. 사야카를 처음 겪는 이별이 낯설기만 하다. 오래 전 아들을 잃은 할아버지 후세와 함께 헤어진 이들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려 한다. 사랑하는 존재들과 이별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은 한 역에서 이별을 받아들이고 다시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간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아름답게 풀어낸 추억의 한 장면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사야카와 루가 행복하게 초원을 뛰오는 장면이다. 어찌보면 무미건조할 수 있는 장면이지만 슬로우 모션과 클로즈업을 활용해서 둘 사이의 행복감이 그대로 전해질 수 있는 미장센을 선보였다. 상당히 긴 시간을 사야카와 루의 행복한 모습을 담아내는데 쓰고 있었다. 대사 없이 장면으로만 쭉 이어지는 전환들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었을텐데 오히려 그 행복한 장면들을 계속해서 보고 싶게끔 만들었던 연출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아마 누구나 어렸을 때 티없이 행복해하며 뛰놀았던 시절이 있기에 자연스럽게 회상을 하게되면서 그 장면을 흐믓하게 바라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공허함을 표현하다
편견일수도 있겠지만 사실 나는 어린 배우가 공허함을 표현하기에는 그 감정의 폭이 얕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사야카 역을 맡은 닛츠 치세의 연기는 정말 대단했다. 현장학습을 다녀온 사이 세상을 떠난 루를 잃은 사야카는 루와 함께 놀았던 비밀기지, 함께 기차를 보았던 기차역, 그리고 루가 있었던 동물병원을 혼자 돌아다니면서 루의 흔적을 찾고, 추억에 잠긴다. 그리고 동물병원에서 루가 죽었다는 말을 다시금 들으면서 클로즈업 된 사아캬의 눈에는 정말 한순간에 사랑하는 존재를 잃은 사람의 공허한 눈빛이 담겨있었다. 어떻게 어린 소녀가 그 공허함을 표현할 수 있었을까?
극 중에서 닛츠 치세는 크게 울지 않는다. 눈에 눈물이 차올라도 펑펑 우는 장면은 없다. 눈물을 참아내면서 사랑하는 존재를 떠나보낸 분노, 우울함, 외로움, 공허함과 같이 있었던 순간을 생각하며 스쳐지나가는 즐거움, 행복, 따뜻함이라는 감정을 눈에 오롯이 표현해낸다. 그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감정이 배가 되어 전달됐고 관객이었던 나는 펑펑 울 수밖에 없었다.
이별을 받아들이는 소녀의 이야기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초반에는 도대체 영화 이름이 왜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행복한 사야카와 루, 그리고 루를 떠나보낸 외로운 사야카의 모습만이 비쳐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초반 이상할 정도로 사야카와 루가 열중해서 땅을 파는 장면을 길게 보여준다. 철길과 같은 곳을 열심히 파고 결국에는 이 철길이 무엇인지는 밝혀내지 못한다.
루가 죽고 나서야 비로소 이 철길이 무엇인지 밝혀진다. 바로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태워가는 간이역이었다. 이 곳에서 사야카는 루를 떠나보낸다. 그 사이 재즈바 할아버지와 친구를 맺고 함께 여행을 가서 각각 자신들을 떠난 루와 아들을 맘나면서 이별을 받아들일 준비를 했고, 할아버지 마저 병환을 돌아가신다. 사야카는 자신의 친구였던 루와 할아버지를 이곳에서 다시 만나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면서 이별을 받아들인다. 그리소 루스라는 새로운 강아지를 만나 현실을 살아간다. 이별 후 직면하는 다양한 감정들을 고스란히 느끼며 진정으로 이별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존재를 보내주는 그 과정을 굉장히 담담하게 잘 풀어낸 작품이었다.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8살 소녀가 갑자기 찾아온 이별을 경험하면서 그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한층 성장하는 모습을 잘 담아낸 작품이었다. 담담하게 풀어낸 이야기가 꽤 오랫동안 심금을 울렸다. 간만에 감성적으로 촉촉하게 젖을 수 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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