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예슬2021-11-25 20:52:49
남들의 시선이 아닌 내 시선으로 살아가기를, <스왈로우>
스왈로우 리뷰
넓고 쾌적한 집, 다정한 남편, 경제적으로 남부럽지 않은 이 배경은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스왈로우를 보며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 사람이 행복해보이는지 자유로워보이는지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이 말은 헌터의 인생에도 적용해볼 수 있다.
먹어서는 안 될 것들을 먹는 헌터를 보며 시각적으로 보기에 불쾌했고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너무 괴롭기까지 했다. 이식증과 헌터가 갖고 있는 서사가 연결성이 있는지는 사실 그렇게 중요해보이지 않았다. 너무나도 완벽해보이는 헌터의 결혼생활이 그렇게 행복해보이지도 않았고 헌터의 외양마저 헌터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헌터의 이야기는 상담실에서 자신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시작된다. 이전까지는 주어진 배경이나 선택에 순응했다면 상담 이후 헌터는 누군가가 자기에게 강요하는 선택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거부하며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남편을 위한 선택이나 태어날 예정인 아이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기 시작한 행동들이 마음에 들었다. 임신중절약을 삼키는 행위를 제목과 연관지어 말한 동아리원의 감상도 인상깊었다. 나는 이 감상문을 보고 무언가를 하기로 마음먹은(스왈로우)것도 제목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내가 마음먹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나는 늘 걱정과 불안을 안고 살아왔기에 그때마다 새로운 다짐을 하기 바빴다.
수없이 삼키고 삼켰지만 별다른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을 때 더욱 좌절했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영화 속 헌터가 수많은 것들을 삼키며 마침내 그것을 실제 현실에서 드러내기까지 오랜 시간을 버티고 이해할 수 없다는 시선을 견뎠던 것처럼 나도 수십번 수백번 그런 다짐을 삼키며 그것을 실제로 드러내볼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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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애의 범위를 넓히다
인간의 선택: 박해와 공존
로봇이 인간 아이의 손을 잡고 천천히 보폭을 맞춰 걸어간다. 다른 로봇은 우는 아이를 품에 꼭 안고 달랜다. 승려복을 입은 로봇들은 반격 의사도 없이 미군의 총에 맞아 쓰러진다. <크리에이터>는 AI 로봇의 존재가 일상화되기를 넘어 정치적, 군사적 문제가 된 미래 사회를 그린다. LA에서 핵폭발 사건이 일어나고 미국은 이를 인간을 향한 AI 로봇의 공격으로 간주한다. 미국은 AI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거대한 미사일 함선을 지구 상공에 띄운 ‘노마드’라는 무기로 공격한다. 반면 뉴아시아는 AI와의 공존을 선택한다. 태국, 네팔과 같은 나라를 바탕으로 설정된 뉴아시아는 불교적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는 듯 보인다. 불교적인 형태의 석상을 돌리자 AI로봇 연구소의 입구가 드러난다. AI로봇들은 뉴아시아의 전통과 문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해 살아가고 있다. 로봇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뉴아시아는 오히려 인간들이 로봇의 보호 아래 살아가고 있다.
미군 장교는 말한다. 사피엔스보다 독한 종이 나타나면 인간도 네안데르탈인처럼 멸종할 것이라고. 미국은 사피엔스의 멸종을 걱정한다. 다르게 보자면 이는 AI로봇을 사피엔스와 대응되는 하나의 종으로 인식한다는 이야기이다. 다만 인간에게는 선택지가 있다. 지구의 다른 모든 종이 악이 아니듯 AI로봇이 절대적 악은 아니다. 무엇을 선택하는지는 인간에게 달려있다. 미국에게 있어 인간의 범위는 미국인에 한정되어 있다. 미국의 전쟁은 인류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닌 AI가 공존의 범주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싸움이다. 공존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선택의 의지다.
구원자의 등장
AI 로봇은 미국인들의 탄압에서 벗어나 자유를 원한다. 이들은 도구나 가축과 같은 노예 상태에서 벗어난 해방을 원한다. 혁명을 모의하고 구원의 메시지를 설파하는 로봇과 승려 로봇의 존재는 이들이 이미 만들어진 목적에 앞서 존재론적 의미를 탐구하는 주체로 우뚝 섰다는 의미다. AI 로봇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알파-오’는 만들어졌다. 자유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파하고 비폭력으로 전쟁을 끝내고자 세상에 왔다. 이름 그대로 로봇들의 구원자다. 아이의 외형을 가진 로봇 ‘알파-오’는 모든 기계들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기계를 끄고 킬 수 있는 힘은 로봇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이고 기계문명에 바탕을 둔 미래사회에서 절대적인 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니르마타의 소재에 접근했던 전직 군인 조슈아(존 데이비드 워싱턴)는 AI로봇의 창조자인 니르마타와 무기 알파-오를 제거하라는 명령에 따라 뉴아시아로 향한다. 하지만 조슈아는 AI 로봇과 미국의 전쟁보다 이전 작전에서 잃었던 아내 마야(젬마 찬)의 행방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AI연구소에서 발견한 알파-오는 마야의 행방을 알고 있었고, 조슈아는 알피라 부르며 마야의 흔적을 따라간다. 알피는 니르마타인 마야에 의해 만들어진 ‘노마드’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무기로 창조된 로봇이 구원자가 될 수 있을까? 감독은 인간과 AI의 공존을 이어주는 매개로 로봇의 창조자인 니르마타와 인간 배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중간자 알피를 내세운다. 니르마타가 인간으로서 로봇에 대한 사랑을 가진 존재라면 알피는 AI 로봇으로서 인간과 로봇에 대한 사랑이 입력된 존재다.
프로그래밍된 태도에 사랑이나 구원 같은 말을 붙여도 될까? 알피가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거나 손바닥을 갖다 대면 모든 로봇과 기계는 그의 통제 아래에 놓이는 기적이 행해진다. 인간의 증오와 그로 인한 공격은 기계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 모든 공격을 멈추는 것이 니르마타의 뜻이라면 알피는 그 뜻을 행하는 자다. 알피의 의지는 인간이자 니르마타인 마야에 의해 계승되었다. 알피는 인간에 대한 증오가 아닌 사랑을 품고 만들어졌다. 그러므로 알피는 로봇과 인간 모두에 대한 사랑을 지닌 구원자다. 알피의 사랑은 로봇과 인간을 아울러 가장 넓은 범위를 감싸 안을 수 있다.
왜 아이일까?
마야와 조슈아 사이에서 잉태된 태아의 배아 스캔을 통해 창조된 것이 알피다. 인간과 로봇의 중간자인 아이가 주인공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로봇을 완전하지 않은 아이의 형태로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기술과 힘이 완전하지 않고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면 적절한 도구나 무기로 기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 아이는 성인이 되기 전까지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다. 알피의 힘은 어마어마한 성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성장은 불확실하다. 로봇은 쓰이기 위해 만들어진다. 그러나 알피는 어디에 쓰일 것인지 분명치가 않다. 평화와 자유라는 목적지에 닿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조슈아의 도움으로 노마드를 격퇴했지만 전쟁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는 일이다.
AI 로봇의 학습은 성장과 차이가 있다. 성장은 약하고 깨어지기 쉬운 시기를 지나야 한다. 알피의 성장은 원격 제어 영향력과 힘을 키우는 것뿐만이 아니다. 알피는 이미 미국의 자본과 기술의 집약체인 무기를 격파했다. 알피는 무기가 아닌 인격체로서 성장해야 한다. 인간과 로봇을 두루 경험하며 내면의 사랑을 키워야 한다. 절대적 힘을 가진 완전한 강자는 공동체를 규합하기 위해 힘을 내세우기 쉽다. 무력한 아이만이 오히려 공동체의 사랑과 보호의 필요성을 역설할 수 있다. 로봇의 보호 아래 유년시절을 보낸 마야는 알피 역시 이를 느끼기 바라지 않았을까. 알피가 어떻게 성장할지 확신할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정보가 프로그래밍되어 있기에 그 미래는 믿어볼 만하다. 바로 인간과 로봇에 대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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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고 마시고 떠나라…하나가 될 테니
왓챠 오리지널 예능 <조인 마이 테이블>(6부작)에는 만나서 주로 먹고 마시고 구경하고 이야기 나누는 장면이 이어진다. 그게 전부인데 예사롭지 않다. 그 발걸음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깨닫게 된다. 우리 사회에 가려져 있는 다양한 국가의 이웃과 가족들이 대한민국 곳곳에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바로 이주민들의 이야기이다.
이주민들은 대한민국의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들은 왜 한국에 정착하게 됐을까. 대학 사제 간인 이금희 아나운서와 <대도시의 사랑법> <1차원이 되고 싶어> 등의 책을 쓴 박상영 작가가 진행자이자 관찰자로 나섰다. 이주민들이 각자 한국에 오게 된 사연, 자신들의 인생 음식을 담은 초대장을 받은 둘은 해당 이주민이 사는 지역을 여행하고 음식을 맛본다.
1화는 예멘 난민으로 2018년 제주에 정착한 이스마일씨가 주인공. 그는 이주민가정지원센터에서 난민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고향의 맛이 그리울 때는 예멘 식당에서 파흐샤(양고기와 야채가 들어간 찌개)를 먹는다. 이스마일의 초대장을 받은 둘은 제주 무사책방에서 만나 여행을 시작한다.
그저 걷고 보는 여행이 아니다. 둘은 방문한 지역의 역사성을 짚어내며 동시에 이주민의 고향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나눈다. 커피하우스에서 예멘 커피를 마시면서 2018년 자국 내전 때문에 500여 명의 예멘 난민들이 제주에 온 이야기를 꺼낸다. 박 작가가 "(예멘이) 단지 아랍국가라는 정보만 있으니까… 특히 예멘에 대해 사람들이 격렬했던 반응은 잘 몰라서, 우리가 아랍에 가진 선입견이나 알지 못하는 무지에서 오는 공포가 컸던 것 같다"고 하자 이 아나운서는 "두렵기 때문에 배타적으로, 인간의 최우선적 목표는 생명과 안전이기 때문에…"라고 말한다.
당시 예멘 난민에 대해 환영하는 의견도 컸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배타적인 시선도 많이 있었다. 둘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또 당시 예멘인들이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이 논란이 된 일을 박 작가는 "난민에게 정보만큼 중요한 게 없다. 무전기처럼 생명줄인 것"이라고 잡아준다. 팩트체킹인 셈이다.
온평리 포구를 거닐면서는 제주 고, 양, 부씨의 시조인 삼신과 바다 너머 벽랑국에서 온 세 공주의 혼인 실화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이 아나운서가 "국제결혼의 시초?"라고 하자 박 작가는 "사실은 이미 우리 가정들이 다문화 가정"이라며 "(자신의) 충청도 어머니와 경상도 아버지가 다문화가정을 이루고 있다. (둘은) 같은 문화권이라고 볼 수 없다"라며 웃는다.
바로 여기에 <조인 마이 테이블>이 지향하는 시선이 담겨 있다. 태초에 인류가 탄생했을 때부터 수 없는 교류를 하고 만남을 주고받은 우리들이 결국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국가와 피부색과 언어와 생각은 다르더라도 우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것을. 그렇기에 국가 경계 너머의 누군가를 단순한 몇 갈래의 시선과 선으로 감히 나눌 수 없다는 것을. 진짜 중요한 건 서로 존중해야 하는 인간의 존엄성과 포용력이라는 것을 이 예능은 조용히 역설한다. 그동안 여러 매체에서 몇 가지의 뉴스와 사건들로만 비쳤을 이주민들의 진짜 이야기가 이 예능을 통해 빛을 낸다.
2화에서는 박 작가가 국내 최대 이주민 밀집 지역인 안산에서 다양한 외국어 간판이 가득한 거리를 걸으며 "글로벌에 와 있네요"라고 말한다. 3화에서는 이 아나운서가 BTS(방탄소년단)가 미국에서 상을 받으며 수상소감을 한국어로 한 사실을 전하며 "미국 본토잖아. 미국 사람들이 주로 (방송을) 보는 건데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이야기하는 거야. 이제는 그런 시대인 거지"라고 한다. 세심한 관찰로 하나하나 살펴볼수록 우리는 오래전부터 이미 섞여 있었다.자칫 다큐멘터리처럼만 흘러갈 수 있었던 이 예능의 균형을 잡아주는 건 맛있는 음식 덕택이다. 보글보글 뚝배기에서 끓는 파흐샤, 프라이팬 기름에 척척 볶아진 나시고랭(동남아식 볶음밥), 활활 타오르는 불 속에서 몇 시간이나 푹 구워진 바비큐의 탐나는 비주얼과 침 고이게 하는 사운드는 이 예능을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1화에서 파흐샤를 먹던 이 아나운서는 방송 끝에 이렇게 말한다. "평화는 다른 게 아니고 음식이고 사랑이야. 음식하고 사랑만 있으면 평화야" 딱 한 마디로 정리해주는, 모두에게 필요한 감수성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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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작들의 지난 흥행 성적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작들의 지난 흥행 성적
'그레이트 뷰티'부터 '기생충'까지
3월 3일 국내 개봉을 앞둔 아이삭 정(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2020)가 최근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고 미국 내 여러 비평가협회 시상식 등에서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SAG 등을 비롯해 소위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불리는 시상식도 여럿 포함되어 있는데, <미나리> 개봉을 앞두고 작년 <기생충>의 경우를 떠올리며 몇 년간의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작들의 흥행 성적을 간단히 짚어보기로 했다. 전적으로 <미나리> 역시 골든글로브에 이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를 수 있겠다는 전망 때문이다. 물론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아카데미 수상과 흥행의 상관관계는 적어도 국내에서는 별로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순서는 지난 연도 순, 통계는 KOBIS 및 BoxofficeMojo, IMDB 기준이다.
<그레이트 뷰티>(La grande bellezza, 2013)
국내 개봉: 2014년 06월 12일
국내 관객 수: 4만 3,060명
전 세계 극장 수익: 2,466만 달러
파울로 소렌티노 감독의 <그레이트 뷰티>는 순 제작비 약 920만 유로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작품. 국내에서는 약 4만 3천 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글로벌 극장 수익은 2,466만 달러.
<이다>(Ida, 2013)
국내 개봉: 2015년 02월 18일
국내 관객 수: 1만 5,493명
전 세계 극장 수익: 1,115만 달러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의 영화 <이다>는 국내 관객 약 1만 5천 명을 동원했으며 글로벌 극장 수익 1,115만 달러 정도를 기록했다. 최근 국내 재개봉 하기도 했다.
<사울의 아들>(Son of Saul, 2015)
국내 개봉: 2016년 02월 25일
국내 관객 수: 2만 3,148명
전 세계 극장 수익: 665만 달러
라즐로 네메스 감독의 영화 <사울의 아들>은 약 150만 유로 정도의 제작비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2만 3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글로벌 극장 수익은 665만 달러 정도를 벌어들였다.
<세일즈맨>(Forushande, 2016)
국내 개봉: 2017년 05월 11일
국내 관객 수: 1만 1,203명
전 세계 극장 수익: 695만 달러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영화 <세일즈맨>은 국내에서 1만 1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글로벌 극장 수익은 약 695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판타스틱 우먼>(Una mujer fantastica, 2017)
국내 개봉: 2018년 04월 19일
국내 관객 수: 7,432명
전 세계 극장 수익: 379만 달러
<판타스틱 우먼>은 순 제작비 확인은 어려웠으나 국내에서 약 7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글로벌 극장 수익은 약 379만 달러로 확인된다.
<로마>(Roma, 2018)
국내 개봉: 2018년 12월 12일
순 제작비: 1,500만 달러
국내 관객 수: 4만 2,569명
전 세계 극장 수익: 114만 달러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로마>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으나 국내외 일부 극장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약 4만 2천 명의 극장 관객 수를 기록했으며 글로벌 극장 수익 역시 사실상 집계하는 의미가 없지만, 통계상 114만 달러로 확인된다.
<기생충>(Parasite, 2019)
국내 개봉: 2019년 05월 30일
국내 관객 수: 1,031만 3,086명
전 세계 극장 수익: 2억 5,882만 달러
<기생충>의 흥행 성적은 봉준호 감독 작품이라는 특성상 아카데미 시상식과 결부지어 생각하는 건 국내에서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 다만 해외에서는 북미를 비롯해 순 제작비 대비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북미에서는 외국어영화 중 흥행 역대 4위에 올랐다. 이는 <와호장룡>, <인생은 아름다워>, <영웅>에 뒤이은 성적이다.
이번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3월 1일에,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4월 25일에 열린다. 작년 <기생충>이 각광받았다는 건 <미나리>에게 있어 굳이 따지자면 긍정적 요인일 수도 부정적 요인일 수도 있다. 일단 향후 시상식 관련 소식들과 결과를 좀 더 지켜보기로 하며, 영화 <미나리>는 곧 시사회를 통해 관람할 예정이어서 며칠 안으로 리뷰를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추가:
영화 <미나리> 리뷰 '내밀하고 진솔한 경험이 우리 삶의 놀라운 찬가가 되다'(2021.02.25.)
https://brunch.co.kr/@cosmos-j/1217
* 본 콘텐츠는 브런치 김동진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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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과 비교하면 한없이 부족하고 모르고 본다면 그저 로맨스인 영화
제가 이번에 본 영화<조제>때문에 최근에 원작 소설과 일본영화<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는 작품을 봐왔었는데요. 이제서야 한국판 리메이크로 재탄생한 영화 <조제>를 보고 왔습니다. 아무래도 똑같은 작품을 3번 연달아 봐서 그런가 같은 내용에는 이제 무감각적으로 변하긴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한국판으로 재탄생한 영화<조제>는 원작들과 비교한다면 확실히 부족한 부분이 많더라고요. 오히려 저는 개인적으로 같은 설정으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갔더라면 지금과 같은 느낌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한국판 조제는 원작을 엉성하게 따라 하려다 보니 원작의 장점이 퇴색되버린 부분이 많은 작품인듯하네요. 자세한 건 리뷰로 시작하겠습니다.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집,
그곳에서 책을 읽고 상상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살고 있는 ‘조제’.
우연히 만난 그녀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영석’은 천천히,
그리고 솔직하게 다가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처음 경험해보는 사랑이 설레는 한편 가슴 아픈 ‘조제’는 자신에게 찾아온 낯선 감정을 밀어내는데…
기억할 거야 너와 함께 한 모든 순간을
이번에 한국판으로 새롭게 리메이크 된 영화<조제>의 스토리는 기존 원작과 별반 다르지 않는 전개를 보여주는데요. 원작에서 츠네오의 경우에는 배우 남주혁이 영석의 이름으로 연기하고 조제는 배우 한지민이 연기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스토리라인은 몇몇의 사건의 나열을 다르게 보여줄 뿐 전체적인 맥락은 별반 다르지 않는데 작중 초반 영석(남주혁)이 휠체어에서 넘어져있는 조제(한지민)를 발견하는 것을 계기로 첫 만남을 가지게 되고 그렇게 영석은 매일 조제의 집에 찾아가서 조제에게 밥을 얻어먹으며 둘 사이의 관계가 가까워지면서 로맨스 드라마를 그리고 있다는 점은 원작과 똑같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1) 새로운 비주얼 - 남주혁과 한지민이 보여주는 한국판 조제
이번에 한국판으로 새롭게 탄생한 영화<조제>는 원작 소설<조제와 호랑이와 그리고 물고기들>의 작품을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그래서 이미 한차례 일본에서 영화화 한 적도 있는 작품이죠.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이번에 새롭게 보여주는 영화 <조제>는 새로운 비주얼로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긴 해요. 일단 기본적으로 배우 한지민과 남주혁의 이 두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배경 자체가 한국이다 보니 한국의 정서가 느껴지는 부분도 적게 남아 표현되고 있어서 원작을 알고 있는 저로서는 이러한 새로운 비주얼 만으로도 새로운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은 있었던 것 같아요.
2) 각색 아닌 각색 - 원작의 사건들을 똑같이 나열
일단 영화<조제>에 관해서 할 이야기는 많지만 가장 근본적으로 해야 될 건 바로 원작에 대한 각색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요. 한국판으로 새롭게 리메이크된 이번 영화<조제>는 솔직히 말해서 각색이라고는 말하기 힘들 정도로 원작 영화와 흡사한 부분이 상당히 많아요. 리메이크란 점에서 조제가 다리를 쓰지 못하는 하반신 장애라는 점, 그리고 영석이 우연히 조제를 만나서 사랑을 나눈다는 점 이건 기본적인 설정이니 당연히 써야 되는 부분이긴 하지만 그 이외에도 원작 영화에서 가져온 내용들을 상당히 많이 가져다 써요. 심하게 말하면 거의 영화 전체적인 부분을 그대로 가져와 썼다고 해도 될 정도죠. 예전에 영화 <골든슬럼버>가 이렇게 영화를 리메이크했다가 혹평을 상당히 많이 하기도 했었죠.
이번 영화<조제>는 원작 영화의 내용들을 사건 하나하나 나열해서 그대로 배열한 느낌인데 각색 아닌 각색이라고 한 이유가 그러한 사건들에서 그저 사물을 바꾼다거나 등장인물을 바꾸는 식으로 등장할 뿐 내용적으로 새롭게 해석한 부분은 전혀 없다는 부분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에요. 원작 영화에서는 그 사건들, 그리고 상황에 따른 대사 하나가 영화의 전체적인 의미를 갖는데 그걸 그저 사건의 나열로만 사용했다는 건 확실히 영화<조제>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버렸다는 이야기가 되는 거죠.
3) 사라진 의미들 - 대사, 물건 하나하나가 중요한 작품인데...
영화<조제>의 스토리는 원작 영화의 사건들을 그저 나열만 하고 있으니 조제라는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대사 그리고 사물에 대한 의미들이 퇴색되버리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원작에서는 휠체어라는 장치를 어떻게 보면 조제 본인의 미숙한 마음을 표현했다는 부분이라던가 호랑이, 물고기 더 나아가 영석의 대학교 후배와 조제와의 관계 등 그런 모든 상황들이 대조되면서 영화 <조제>는 감정적인 서사가 중요한 작품이 되었는데 이번에 리메이크된 한국판 <조제>그러한 의미들이 사라지고 그저 로맨스 드라마, 신파극으로서 보이고 있는 건 조제라는 작품의 존재 의의를 없애버린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이 되네요. 가장 어이없는 부분은 호랑이와 물고기에 대한 부분인데 처음엔 왜 제목이 조제만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 이유를 영화를 보고 나서야 호랑이와 물고기에 대한 부분은 한국판 <조제>에서는 아무런 의미 없이 그저 사용될 뿐이더라고요.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 영화 조제가 기존의 원작들과 차이점을 둘려 했는지 결말에 대한 부분을 바꿨는데 이 부분은 일본 영화에서도 이미 한차례 새롭게 재해석한 부분이기 해요. 원작 소설에서는 조제와 츠네오가 끝까지 함께 살아간다는 느낌으로 결말이 나고 일본 영화에서는 츠네오가 조제에게서 도망치는 결말을 보여주죠. 이번 한국판 조제에서도 영석이 조제에게서 떠나는 건 맞지만 그 이유가 조제가 영석을 놓아준다는 느낌으로 말합니다. 그리고 조제는 이제 혼자서 자동차 운전을 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간다는 연출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끝이 나죠. 이점만 본다면 확실히 각본의 의도가 어떤 식이었는지는 알 것 같은데 애초에 이럴 거면 영화의 전체적인 서사를 조제의 초점으로 새롭게 재해석을 했어야 했다고 봅니다.
4) 중요한 영화의 주체 - 자꾸만 바뀌어 버리는 이상한 연출
원작<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는 엄밀히 말해서 영화의 주체는 저는 남자 주인공 '츠네오'였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작중 초반부터 츠네오의 시점으로 시작해서 조제와의 모든 관계 상황들이 츠네오로서 진행이 되어서 모든 상황과 감정들이 공감하기 쉬웠습니다. 하지만 이번 한국판 영화<조제>는 그러한 영화의 전체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섬세히 연출되어 있지는 않더라고요. 작중 초반에는 영석의 시점으로 진행되다가도 가면 갈수록 조제의 시점으로 바뀌는듯하면서 다시 영석의 생각으로 돌아가고 자꾸만 이렇게 영화를 이끌어 가야 될 중요한 주체가 애매하게만 연출되고 있으니 제가 방금 말한 결말부에 대한 감정이입이 잘 공감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차라리 조제의 입장에서 오히려 조제의 성장으로만 초점을 맞췄다면 이해되지 않는 감정선이 조금 더 편했을 거예요. 당장에 영석과 조제의 갈등 부분도 어떻게 보면 두 사람의 갈등보다는 할머니로서의 갈등인데 할머니를 사용하는 방식도 그렇게 섬세하지 않다는 거에 이미 영화<조제>의 방향성은 그저 로맨스 드라마라는 거에 치중되어 있다고 봐야겠죠.
5) 그저 로맨스 신파 - 이렇게만 본다면 그나마 볼만
원작을 보지 않았다는 가정하에서 보면 그래도 나름대로 볼만한 로맨스 신파극 드라마로 그나마 볼만한 수준이었던 영화이긴 해요. 일단 우연히 만난 두 사람 그리고 여자는 다리를 쓰지 못하는 하반신 장애 이러한 설정들을 고려해보면 확실히 흥미를 끌만한 소재에 대가 그것을 연기하는 배우마저 남주혁과 한지민이니 정말 가벼운 로맨스 영화를 본다는 시점으로 본다면 볼만한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저는 이러한 진부한 로맨스 영화가 취향도 아니거니와 애초에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는 작품을 그저 볼만한 작품으로 만들어졌다는 건 확실히 원작을 본 사람들 입장에서는 추천해드리고 싶은 작품은 절대 아니긴 하네요.
1) 배우 한지민, 남주혁
영화 <조제>가 스토리적인 면에서는 애초에 원작을 따르는 작품이기도 하고 영화 자체의 스토리도 그저 로맨스 신파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는 크게 매력 없지만 그래도 그러한 스토리에서 한국 배우 한지민, 남주혁이 연기를 하고 스크린을 채워간다는 점은 어떤 이들에겐 그래도 나름의 관점 포인트이지 않을까 싶어요. 저의 경우에는 배우를 보고 영화를 선택하는 비중은 거의 2할 정도라서 크게 메리트는 없지만요.
2) 엔딩크레딧 노래
관점 포인트라고 하기도 머 한데 엔딩크레딧 삽입곡에 아이유 노래인 자장가가 나옵니다. 잔잔하게 영화만 보다가 갑자기 엔딩크레딧에서 아이유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영화를 너무 재미없게 봐서 그런가 아이유 노래가 그나마 위안이 되긴 하더라고요. 애초에 엔딩크레딧에 아이유 노래가 삽입된다고 이슈가 된 적도 있던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엔딩크레딧이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관점 포인트가 아니었나 싶네요.
자 이제 저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원작 소설부터 영화화된 모든 작품들 보기 프로젝트가 애니메이션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소설도 읽고 영화도 2편이나 봐서 그런가 이제는 내용에 한해서는 감흥이 없어진 것 같긴 하네요. 그래도 이번 한국판 조제는 개인적으로 다행이라고 생각이 드는 점도 있긴 해요. 원작을 몰랐다면 그저 로맨스 신파극으로만 리뷰를 작성했을 건데 이렇게 원작을 알고 보니 더 많은 게 보인 건 사실이니까요. 이제는 애니메이션판 조제만 남겨두고 있는데 이건 아무래도 내년 1월에 개봉을 하겠죠. 이건 이것대로 기다리고 이상 조제에 관한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 본 콘텐츠는 블로거 민케이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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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도 위에 서있는 우리의 인생, 그리고 선택
-한줄평 아닌 한줄평
두번의 대화, 두번의 다른 선택 앞에 놓여있는 한 사람.
영화는 시대를 반영하고 어떤 부분에서 앞서가기도 뒤처져 있기도 하다. '해탄적일천'은 대만의 1980년대를 중심으로 한 영화인만큼 시대는 뒤처져 있지만 담고 있는 생각만큼은 앞서나가 있다. 대만의 곳곳에 남아있는 일본 문화와 가부장제가 한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시대의 흐름을 통해 그의 중심을 바라볼 수 있었다.
라디오를 통해 들려오는 탄웨이칭의 귀국은 린자리와의 재회를 암시하며 영화의 문을 연다. 린 자리의 오빠의 연인이었던 탄웨이칭은 그와의 만남에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지만 재회의 손을 내밀며 과거에 멈춰버렸던 그들의 관계가 13년 만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킨다. 안부에서 싹트기 시작한 이야기는 린자리의 현재와 과거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이상보다는 현실을, 미래보다는 현재를, 기대보다는 포기를 선택한 오빠는 아버지의 선택을 선택하며 불행해진다. 아버지의 선택은 오빠인 린 자썬에 이어 린 자리에게도 찾아온다. 오빠와는 다르게 고향을 떠나 연인인 청더웨이와 결혼하는 선택을 한다. 즐거웠던 처음과는달리 가정에 소홀한 청더웨이는 어떤 감정도 생각도 나누지 않는다.
어떤 문제도 자신이 직접 대면하지 않던 청더웨이가 갑작스레 사라지며 그때와 같은 상황이 닥쳐온다.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오빠와의 진지한 대화는 극 중 두 번의 선택을 앞두고 이루어진다. 상황은 다르지만 고민하는 바는 같았던 린자리에게 회피가 아닌 선택을 할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게 하는 말이 된다. 어떤 말이 어떤 순간에 닿냐에 따라 달라지는 전체의 삶이 자신의 파도를 선택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도 파도를 일으켰다.
자유만큼 자유로운 건 없지만 행복이 따라 줄지는 모르지만 어떤 결말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회피가 아닌 선택이 주는 어떠한 감정을 향해 나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 누구도 알려주지도 않는 현재진행형은 커다란 파도를 만들어 낸다. 그 파도가 누구를 잡아, 삼켰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바닷가의 그날' 어떤 선택을 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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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정말 모든걸 내려놓고자 해
이 영화의 엔딩부분이 포함되어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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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어느 한 한인민박이었다. 내 앞에는 홍대에서 명예교수를 했던 분이 앉아있었다. 와인이라는 걸 살면서 세번째로 먹어본 날이었다. 어. 나이가 어떻게 되지? 스물셋이요. 군대는? 먼저 해야 할게 있어서요. 왜 한인민박에 왔어? 가격이 싸서요. 돈 아껴서 여기저기 돌아다녀야죠. 프라하 어때? 일단 사람이 많네요. 넌 무슨 사연이 있는 사람 같아보여. 있다면 있죠. 없는 사람이 있나요. 멋쩍게 웃었다. 왜 유럽에 왔어? 왜 유럽에 왔냐는 말을 들었다. 음.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같은 말을 두번 들었다. 달라진다는게 뭐지? 별거 없어요. 뭔가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후회하는 일이 많아서요. 아. 후회. 뭐를 후회하는데? 그냥. 좀 더 잘 살지 못한 것?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14시간에 환승까지 하며 비행기를 탄 건 아니다. 그럼에도 그 전직 교수는 나에게 계속 물었다. 영어는 좀 하나? 좀 한다고 생각해요. 그럼 된거 아냐? 혼자 돈 모아서. 살면서 해본 적 없는걸 도전하겠다는건데. 유럽에 와서 의사소통에 무리 없으면 괜찮은거지 뭘. 하하. 아직 토익 시험 본 적 없는걸요. 교수가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지금 현재를 사는데 무리가 없는데 왜 과거를 마음에 품고 있냐 이 말이야. 아이 뭐. 그럴수도 있는거죠. 그럴수도 있는거죠? 음. 너 내 동생같아서 말해주는건데. 후회는 네 삶을 갉아먹을거야.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와인 반 잔을 들이켰다. 내 삶을 갉아먹는다고. 그래도 어쩔 수 없죠. 어떤 건 마음에 품고 사는게 더 나은 것 같더라구요. 그래. 다 좋아. 20대 청춘 다 괜찮은데. 이별해야 할 때를 아는 것도 멋진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부분이지. 네 하는 이야기 들어보면 알아. 이미 잘 하고 있으니까. 여기 온 것만으로도 네가 원하는건 다 얻었다는 뜻이니 걱정하지 마라. 너 20대의 나같아서 말해주는거야. 분명하게 말해주고 싶은 건 생각이 많은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때도 있지만 역효과도 있다는 거 알아둬라. 네가 해준 이야기가 너의 삶의 좋은 방향이 될거라고 생각해. 그냥 단순히 유럽 여러나라를 다니는게 여행의 목적은 아닐테지. 생각해봐. 이별해야 할 때가 언제고 또 무엇과 작별해야 할지. 다시 받아들여야 할 건 무엇인지.
<이제 그만 끝낼까 해>는 이별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터널 선샤인>의 각본을 쓴 찰리 카우프먼이 감독을 맡았다. 영화의 줄거리를 이야기하기엔 사실 영화는 매우 불친절하다. 그래서 내가 쓴 감상을 이야기하기 위해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쓰고 싶다. 연기 잘하는 배우는 다 나왔다. 제시 플레몬스, 제시 버클리, 토니 콜렛, 데이빗 듈리스가 주인공을 맡았다. 우선 찐따연기라면 헐리웃에서 둘째가면 서러운 제시 플레몬스가 이번에도 어딘가 기가 죽은 남자 역할을 300% 어울리게 소화해냈다. 하지만 더 눈에 띄는 연기를 한 배우가 있다. 토니 콜렛이다. 이 영화의 역할과 <유전>과 <미스 리틀 선샤인>에서의 어머니 연기는 결이 다른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배우는 이걸 성공해낸다. 주변에 있을 또 다른 어머니상을 완벽하게 보여줬다. 이에 대한 이유는 극에서 제이크의 부모가 가져야 할 역할 때문이다. 이 영화가 주는 메세지 상 어머니와 아버지는 비현실적인 느낌이 조금 있어야 한다. 이 여배우는 그런 역할 구분을 무의미하게 극을 장악하며 '이 영화가 대체 뭐지?'라는 혼란을 가중시키는게 크게 기여한다. 아직도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제이크가 좋아하는 초콜릿 케이크를 소개하는 신이다. 케이크에 대해 말하다가 이명이 있다는걸 스스로 여자친구에게 털어놓는데, 이 부분에서 어머니가 아버지와 하는 대화에는 두서가 단 1도 없다. 예를 들어보면 케이크가 손가락을 닮았다고 말하고, 귀에 이명이 있다고 답한다. 그러고 이명이 재미없다고 답한 다음, 거지같은 일은 일어난다고 말한다. 이 다음 이명 증상에 대해 말한다. 이후에 왜 귀가 불편한지 일관성있게 말할까? 아니다. 이것에 대한 이유에 우주의 비밀과 주식 시장 정보가 관련있다고 답한다. 이런 식으로 대체 뭔 소리지 싶을 대화를 감정연기와 표정으로 공포 분위기로 만들어버린다. 이 영화가 당연히 가져야 할 연출 지점 중 하나는 개연성의 붕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에서 오는 부작용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로 유지된다. 물론 다른 배우들도 연기가 좋았지만 난 이 부분에 있어 토니 콜렛이 엄청났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다시 돌아가서, 토니 콜렛의 연기에 대해 말하며 애초부터 이 영화는 말이 안되야 한다고 썼다. 배우들이 이걸 완벽하게 이해하고 감독도 각본을 이 개연성의 붕괴를 위해 각본을 만든 것 같다. 즉 난 플롯이 왜 불친절한지와 이 영화의 메세지가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우선 전자를 생각해봤다. 이 영화가 왜 불친절한지에 대한 이야기다. 제이크가 누구인지에 대해 먼저 쓸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제이크가 누구냐? 학교에 근무하는 노인 경비원이다. 그에게는 꿈이 있었다. 물리학도로서 이름을 날리고 싶었다. 지나가다 본 예쁜 여학생에게 반해 연애도 해보고 싶었고 건강한 부모님과 함께 하하호호 웃으며 살고 싶었다. 모든 인생이 다 그렇지만 완벽하게 모든 걸 다 이뤄주진 않는다. 사실 이 인물은 영화라고 할 것도 없이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나도 이런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을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에게 이 영화가 주는 서늘한 공감이 오래 갔던 이유가 있다. 영화의 전체 줄거리때문이다. 엔딩에서 보면 알 수 있듯 이 영화 전부가 제이크의 망상이다. 제이크는 꽤나 오랫동안 이 꿈(망상)을 꾸며 살았다. 그냥 단순히 '좋은 부인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가 아니라, 여자친구의 외모부터 시작해서 이름, 전공학도, 여자친구의 성격과 우리 부모님과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까지 상상을 꽤나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난 이게 제이크의 일생이 꽤나 비극적이었고,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했기에 망상을 발전시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상상이 깊어지니까 점점 자세해지는 것이다. 이런 가정이 진행될수록 사람은 비참해진다. 왜? 현실이 아니니까. 망상이 구체적일수록 초라한 현실이 대비될 뿐이다. 이에 마찬가지로 제이크의 엄마 대화같이 인물들이 대사를 하는 순서가 두서없고 일반적인 서사를 따르지도 않는 이유도 감독 찰리 카우프먼이 이 비참함이란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또한 이 인물이 이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또 논리순서에 맞게 만들었을 리가 없다. 정리 할 필요도 없고 한다 해도 아무 쓸모 없다. 왜? 보여줄 일이 없으니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거다. 영화가 이것을 의도한 이유는 분명하다. 개인의 내면이 어디까지 붕괴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라는게 나의 생각이다. 어차피 주인공은 우리와 대화 할 생각이 없었다. 할 필요가 없을만큼 이미 제이크는 무너져있었던 존재였다. 매일을 망상 덕에 하루하루를 살던 사람에게 대화가 필요할까. 아닐 것이다. 이 때문에 자아가 붕괴된 인물이 갖는 혼란스러움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영화가 어떤 인물에 대해 고유의 방식으로 표현하며 이를 통해 보편성을 획득했던 방법이 여기에 있다. 만약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 중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어차피 이런 상상을 해봤다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나도 그랬다. 무엇에 대해 후회하며 늘 가정을 만들었다. '아. 이 때 이러지 않았더라면. '내가 어떤 인생을 살았을텐데'식의 상상이다. 그게 두서가 있었나. 아니었다. 우리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처럼 원인과 결과를 분류하지도 않았고 그럴려고 해본 적도 없다. 남에게 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 보통 그런 미련들은 나 혼자서 마음을 키우고 있었다. 영화의 엔딩이 되어 이 각본이 갖는 강력한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낀 이유도 이 지점에 있다. 아. 이거 내 머릿속을 영화로 옮긴거구나. 찰리 카우프먼은 좀 다른 방식으로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구나. 난해한 영화지만 주인공의 엔딩신에서의 선택은 분명한 이유도 이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이렇게 감독은 삶에서 생기는 후회를 이렇게 멋지고 불친절하게 표현했고, 이에 대해 관객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래. 너 이러는거 나도 알아. 그래서 네가 끝내고 싶은건 무엇인데? 이렇게 묻는거다. 이 질문에 대해 말하는 건 또 다른 결이 있다. 난 이게 영화가 주는 메세지와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끝내고 싶은건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영화의 갈등이 어디에서 왔을까와 같다고 생각한다. 여자 주인공에게 끝내고 싶은건 연인관계다. 여자친구는 이 관계를 끝내고 싶었다. 또 얼른 마무리하고 집에 가고싶다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이런 고민으로 영화가 시작해서 주인공 제이크가 마무리지은 선택지로 마무리된다. 이는 처음과 끝의 대비가 '여자주인공이 끝낸 것의 결과가 제이크의 처지와도 같다'라는 암시가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여주인공이 반복해서 하는 독백도 감독이 갈등의 원인(연인관계에서의 결별)과 끝내고 싶은게 무엇인가(영화의 메세지)를 동격으로 놔둔 것의 근거라고 생각한다. 독백에 이런 내용이 있다. 여자친구는 제이크를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존재라는 말이다. 이에 관련한 혼잣말을 하면서 같은 계단을 반복하며 돈다. 이 독백의 근원지는 어디냐? 제이크와의 관계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제이크의 여자친구는 실존하는 존재인가? 아니다. 제이크가 어느 날 봤던 여자 중 한명을 망상으로 발달시킨것이다. 그러니까 제이크의 연애(끝내고 싶은 것)를 주인공 스스로의 자아존중감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영화의 의문점(끝내고 싶은건 무엇인가)이 분명해진다. 제이크가 끝내고 싶었던 건 후회와 미련일것이다. 그리고 이 인물은 이 감정에 지배됐으며 그걸 끝내기 위한 유일한 선택지를 골랐다. 즉 제이크가 겪는 갈등 그러니까 내적 혼란은 본인이 만들었다는 것이다. 난 감독이 이걸 이야기했다고 생각한다. 비극적인 이야기다. 그럼에도 난 감독이 따뜻함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생각한다. 이 해결책 제시를 통해 영화의 메세지는 간단하다. 네 후회와 미련을 이 인물에 투영해서 이제 그만 끝내버리라는 뜻이다. 이에 대한 근거도 있다. 어느 부분은 망상이고 남자, 여자주인공이 나온다. 반면에 어느 지점이 끝나고 주인공의 선택을 보여줄 때 할아버지의 모습이 직접 나온다. 나는 이것이 망상/현실을 감독이 구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앞 문단에서 '왜 감독이 플롯을 복잡하게 설정했는가'와도 이어진다. 이게 만약 네 이야기가 맞다면, 네 후회와 미련과 닮아있다면 내가 그냥 끝내버리겠다. 난 이렇게 받아들였다. 차 타고 시작했던 누군가의 고통스러운 내면을 탐방하는 여행이 차 안에서 정리된다는 것도 이에 대한 다른 근거가 될 수 있다. 이 영화를 시작했던 이유와 작품 내부에서 마무리 된 것이다. 후회와 미련이 자아안에 가득했던 사람이 행복해진다는건 애초에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감독 찰리 카우프먼은 이를 가치관으로 받아들여 관객을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시켰다. 그리고 이 인물이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을 영화 엔딩으로 보여준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작품을 만든 의도다. 난 놓친게 너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한때 나는 자격지심에 사로잡혀 타인의 기준이 내것이었던 적이 있었다. 그 이유로 사람들을 상처주기도 했으며 이런 내 자신이 격하게 싫을 때도 많았다. 그런 생각에 빠질때마다 한가지 결론에 도달한다. 난 근본적으로 비열한 인간이라는 것이다. 자기혐오는 꼬리에 꼬리를 물어 끝이 없어진다. 이 생각을 멈추는 법은 간단하다. 이런 후회와 미련에서 벗어나는 최고의 선택지같은건 없다는걸 깨닫는거다. 또, 여기에 같혀있다가는 앞으로는 못 나아갈 것 같다는 위기감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어차피 돌이킬 수 없다. 시간을 돌린다는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 것인가. 내가 선택할 선택지는 무엇인가. 영화가 말하는게 맞다. 이것들은 애초부터 불필요한 망상이다. 눈 안에서 고립될때까지 가만히 있는 것보다 엔진을 키고 달리는게 우리의 삶에서 가장 필요한 자세일지도 모른다. 영화를 다 본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아니 사실 확실하게 답해야 한다. 날 괴롭히던 것들과 이별해야 할 때가 됐다. 이제 그만 끝낼 때도 됐다.
할말이 많은 영화라 글을 길게 썼다. 난 이 영화에 그정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영화를 차갑고 서늘하다고 해석하는 사람이 많던데, 나는 <이터널 선샤인>이나 <아노말리사>와 같이 이 작품이 공감과 위로를 전해주려고 했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어마어마하게 불친절한 영화다. 그럼에도 난 이 영화를 본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았으며 처음 완주하고 한 일주일 내내 여운이 남았던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프라하에서의 경험이 생각나는 작품이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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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개 드세요 연상호씨, 당신 아직 죄인 아닙니다
** 스포일러에 민감하신 분들은 영화를 보시고 감상해주세요!
** 영화에 대한 비난이나 비하의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영화 '염력'을 개봉하자마자 관람했습니다.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신선한 시도였기에, 많은 호불호가 갈릴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염력의 장단점과 캐릭터 특징을, 2분 안에 주관적으로 압축하여 빠르게 정리해봤습니다. (이 때문에 영상 편집 퀄은 다소 떨어질 수 있습니다)영상 속에 아기자기하게 많은 재미요소가 들어가있으니 재밌게 감상해주세요 :)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왓챠에서 '진상명' 팔로우 하시면 빠른 평 업데이트를 보실 수 있습니다 :)
#염력 #연상호 #류승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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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브라더> 30초 예고편
정의감과 패기로 똘똘 뭉친 강력계 형사 ‘강수’.
어느 날 그에게 마약 밀수입 등의 악질 범죄를 일삼는
거대 조직의 정보가 담긴 발신자 불명의 제보가 들어온다.
범죄 소탕을 위해 조직에 위장 잠입한 ‘강수’는
회장의 오른팔 ‘용식’ 밑에서 조직 생활을 시작하고
각자의 목적을 위해 한 팀이 된 두 사람은 묘한 우정을 느낀다.
“이런 일이 안 어울린다고, 강수 너한테는”
한편, ‘강수’는 계속되는 비밀 수사 중 신분 들통 위기에 처하고
사건을 파헤칠수록 조직과 얽힌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는데…
복수와 배신이 교차하는 세계에 뛰어든 두 남자,
누구도 믿지 못할 팀플레이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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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무명지배: 대환장 특수임무> 예고편
시내에 있는 휴대폰 가게에서 총기 강탈 사건이 벌어지고 그 범인들은 가기라는 여자의 집에 침입하여 몸을 숨긴다.
평소 죽고 싶던 가기는 죽이고 나가라며 범인들을 협박한다.
예전 경찰을 도우며 살아가다 한 번의 사고로 몰락한 마선용은 경찰의 도움이 되고자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하는 일마다 꼬이게 된다.
불꽃놀이가 벌어지는 서산 대교에서 조직폭력배와 학생들 간에 패싸움이 일어나게 되고, 총기를 찾으러 갔다가 구급차에 실리게 되고, 그곳에서 총기 강도 사건의 범인들을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