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mmunity
- 영화게시판
수다2025-07-2530 views
[천하제일 SF영화 대회] 냉소보다 강한 다정함의 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크레마


1. 작품소개
[제목]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2022)
[개봉] 2023-10-12 [등급] 15세이상관람가 [시간] 139분 [장르] SF, action, comedy [감독]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출연] 양자경(에블린 왕), 스테파니 주(조이/조부 투파키), 키 호이 콴(웨이먼드 왕)
[시놉시스] 미국에 이민와 힘겹게 세탁소를 운영하던 에블린은 세무당국의 조사에 시달리던 어느 날 남편의 이혼 요구와 삐딱하게 구는 딸로 인해 대혼란에 빠진다. 그 순간 에블린은 멀티버스 안에서 수천, 수만의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모든 능력을 빌려와 위기의 세상과 가족을 구해야하는 운명에 처한다.
|
2. 이 영화가 천하제일 SF영화인 이유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말 그대로 정신이 없었다. 눈앞에 쏟아지는 정보, 빠르게 전환되는 화면, 멀티유니버스라는 이색적인 세계관.
SF 장르 마니아까지는 아닌터라 내게는 그 모든 것이 더 새롭게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떠오른다.
‘좋은 영화는 결국 다시 생각나게 되는 영화’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SF 장르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철학적인 메시지와 인간적인 온기가 있다.
최첨단 멀티버스를 넘나드는 스펙터클한 세상 속에서도, 결국 세상을 지켜내는 힘은 다정함이다.냉소가 아닌, 함께 살아가려는 의지.
그 점에서 이 영화는 그 어떤 드라마 장르보다 더 휴먼니즘적이다.
3. 영화 속 가장 좋아하는 장면
; 배우가 된 에블린과 백만장자가 된 웨이먼드
가끔은 상상하게 된다.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의 나는 어땠을까?"
영화는 그런 상상을 멀티버스라는 설정으로 구체화시킨다. 에블린은 수많은 세계에서 다른 삶을 마주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건, 배우가 된 에블린이었다. 그녀는 웨이먼드와 결혼하지 않았고, 자신의 꿈에 집중해 세계적인 배우가 되었다.
웨이먼드 역시 다른 우주에선 백만장자가 되어 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말한다.
"다른 생에서는 당신과 함께 세탁소도 하고 세금도 내면서 살고 싶어"
부와 지위를 손에 넣은 이들이지만, 결국 가장 원했던 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평범한 삶이었을지 모른다.
이 장면은 화려함 속에 스며든 쓸쓸함이 <화양연화>를 떠오르게 해, 유독 마음에 남았다.
삶의 선택은 언제나 뭔가를 포기하는 일이기도 하다. 득과 실이 항상 동반된다.
주인공 에블린은 물질적 성공보다 웨이먼드와의 삶을 택했다. 그것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함께 살아간다는 태도이자 다정함을 선택한 용기였다.
4.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 외유내강 캐릭터 '다정한 웨이먼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웨이먼드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는 가장 다정한 사람이라서.
그의 첫 인상은 왜소한 체격과 부드러운 말씨를 평범한 아저씨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를 만만하게 봤다간 오산이다.
알파 세계의 웨이먼드는 전투 능력을 지닌 전사형 인물이지만, 진짜 우주를 구한 건 이 세계의 다정한 웨이먼드다.
에블린의 딸 조이는 또 다른 우주에서 조부 투파키로 흑화해 등장한다. 이민자이자 성소수자로서 겪어온 뼈 아픈 현실은 그녀를 무의미함에 빠지게 했고,
그녀는 모든 걸 빨아들이는 블랙홀을 만들어낸다. 에블린은 딸을 되찾기 위해 수많은 우주를 오가며, 공격해오는 적들에 맞서 싸운다. 하지만
수많은 멀티 유니버스를 거치면 강력해진 최종 빌런 조부 투파키를 무력으로 제압하긴 어렵다.
더구나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딸의 얼굴하고서 말이다.
그때, 웨이먼드가 던진 대사는 참으로 유의미하다.
“제발 다정함을 보여줘. 특히나 뭐가 뭔지 혼란스러울 땐.”
에블린은 그의 말대로 무력이 아닌 다정함으로 세상에 맞선다. 결국 세상을 구한 건 ‘싸움’이 아니라 ‘태도’였다.
그리고 이 장면은 고전 우화 <북풍과 태양>을 떠올리게 만든다. 아무리 거센 바람도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지 못했지만, 태양은 말없이 따스함으로 그의 옷을 벗겼다는 우화를 말이다.
다정함은 무력보다 강하다. 그것이 웨이먼드가 증명한 진정한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