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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이 기지개를 켜다 말고 갑자기 퇴근한다면
  • 악이 도사리고 있을 때 이 영화의 주인공은 형제 페드로(에지킬 로드리게스)와 지미(데미안 살로몬)이다. 살인사건을 추적하고 있던 형제. 맨 정신으로 볼 수 없는 시체가 여기저기서 보인다. 잔혹하게 살해된 시체에 경악하는 형제. 형제는 연이은 살인사건의 원인을 찾아보기로 한다. 멀리 가지 않아 도착한 결론. 마을 안에 악령이 있다는 말을 듣는다. 본거지로 찾아가 보기로 한다. 한 할머니의 집에 찾아간 형제. 노인은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들은 악령에 씐 채로 썩어가고 있었다. 끔찍한 모습. 형제는 노인의 아들 우리엘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한다. 하지만 악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퇴장하지 않는다. 금기를 어기는 사람들 때문에 서서히 봉인이 풀린다. 서서히, 그리고 잔혹한 지옥도가 형제를 기다리고 있다. 진짜 도사리고 있을 때 이 영화에서 잔인한 장면을 활용하기 위해 사용된 연출방식은 흥미로웠다. 전면에 나타나는 것은 템포조절이었다. 구체적으로, 이 영화는 끔찍한 장면이 나타나는 데 있어 규칙이 없다. 카메라가 영화의 배경을 멀리서 찍는다. 시점쇼트로 형제의 관점이 영화의 카메라가 된다. 여기서 형제가 인식하는 대상을 보여주고 싶으면 사체를 그냥 카메라 안으로 들어오게 연출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아래에서 위로 형제와 사체를 함께 보여준다. 이게 되게 별 거 아닌 연출 같아 보이지만 이 영화가 가진 태도를 함축하고 있다. 악을 대단하지 않게 묘사한다. 그런데 제목 그대로 인물들 근처에 도사리고 있다. 시선을 위에서 아래로 돌리기만 해도 악이 드러나고 있다는 단면을 보여준 것이다. 영화가 처음으로 보여주는 비극에서도 이 태도를 읽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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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란의 칼춤 속 보이는 작금의 현실
  • 혼란의 시대! 말 그대로 <전, 란>은 혼란스럽다. 7년 동안 이어진 임진왜란이 아닌 그 이후를 본격적으로 다룬 이야기에는 전쟁보다 더 어지럽고 혼탁한 세상이 그려진다. 그래서일까. 왜란이 벌어진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놓인 조선의 현실을 마주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낯설지 않다. 지금과도 별반 차이 없는 암울한 사회상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 시절, 조선에서 벌어진 혼란의 칼춤으로 소환된 작금의 현실은 무엇일까? 양민이었지만 빛 때문에 노비가 된 천영(강동원)은 콧대 높은 무신 집안의 종으로 들어간다. 그가 하는 일은 그 집 귀하디 귀한 아들 종려(박정민)가 검을 잘못 다를 때마다 대신 맞는 것. 너무 많이 맞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 천영은 어떻게든 살기 위해 밤마다 종려를 불러 검술을 연습한다. 이후, 천영은 회초리의 위협에서 벗어나 종려의 검술 스파링 상대가 된다. 시간은 흘러, 매번 무과 시험에 낙방하는 종려를 대신해 천영은 무과 시험에 합격하면 면천(免賤, 천민의 신분은 면하고 평민이 됨)을 해주겠다는 약조를 받고, 당당히 장원급제를 한다. 하지만 종려 아비는 면천 대신 천영을 죽이려 한다. 오해의 또아리를 풀지 못한 채 시간은 흐르고 이들은 임진왜란을 맞는다. <전, 란>은 시작부터 “조선시대 양민과 천민은 친구가 될 수 있는가?”란 물음을 던진다. 이 질문의 무게감을 더하듯 영화는 신분과 계급을 떠나 누구든 평등하다는 의미의 ‘대동(大同) 사회’를 꿈꿨던 정여립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대동의 의미는 곧 왕권을 향한 반란으로 해석한 선조(차승원)는 정여립의 목을 광화문 시장에 전시하고, 공포감을 조성한다. 그리고 그곳에 추노에게 붙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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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뒤엎어진 테이블, 그 위에 남은 추한 본성들
  •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요소들 - 붕괴되는 부모 - 사건의 피해자들이 의미하는 것 - 거울 같은 연출 보통의 가족 (A Normal Family, 2024) 뒤엎어진 테이블, 그 위에 남은 추한 본성들 개봉일 : 2024.10.16.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스릴러 러닝타임 : 109분 감독 : 허진호 출연 :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 개인적인 평점 : 4 / 5 쿠키 영상 : 엔딩크레딧 시작 전에 하나 나는 보통 아주 재밌거나 취향에 딱 맞는 영화를 만나면 미쳤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미쳤다는 뭔가 한순간 강하게 후려치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보통의 가족>은 미쳤다기보단 시종일관 우아하게 돌고 있는, 돌아있는 영화라고 표현하려 한다. <보통의 가족>은 왈츠를 추듯 우아하게 합을 맞추는 배우들과 함께 부드럽게 턴을 돌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예상을 벗어나는 이야기의 흐름은 호기심을 일으키고 서서히 상승하는 대비감과 극 전반에 흐르는 클래식 음악은 우아한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한눈 팔 틈을 주지 않는다. <보통의 가족>은 헤르만 코흐의 소설 [더 디너]를 리메이크한 영화로 한 테이블에 모여 식사를 하고 있는, 보통의 가족처럼 보이는 이들의 이면을 거침없이 털어내는 작품이다. 영화는 다른 성격의 두 형제, 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내부인과 외부인 같은 두 여자, 속을 알 수 없는 아이들 사이에 얼룩진 거울 한 장을 대놓고는 동일한 질문을 던진다. “자, 이런 문제가 생겼어. 너는 어떻게 할래?” 동시에 튀어나온 각자의 응답은 서로 얽히고 설키며 새로운 쟁점을 만들고 거울 앞에 앉은 인물들은 시시각각 태도를 바꾸며 식은땀을 흘린다. 땀이 지나간 자리엔 서늘함과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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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뱀의 부활. 다시 한번 요동칠 준비를 마친 전반부
  • 지옥 시즌2 (Hellbound 2, 2024) 뱀의 부활. 다시 한번 요동칠 준비를 마친 전반부 개봉일 : 2024.10.25. (NETFLIX 공개 예정) 관람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 공포, 스릴러, 미스터리 감독 : 연상호 출연 : 김현주, 김성철, 김신록, 임성재, 문소리, 문근영 개인적인 평점 : 3.5 / 5 *본 리뷰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지옥 시즌 2> 1-3회의 내용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지옥 시즌 1>은 지옥사자의 심판이라는 초자연적인 재해 앞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공포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시리즈였다. 20년 전 고지를 받은 정진수 회장은 자신이 느낀 절망, 두려움을 다른 이들에게도 그대로 선사하기 위해 재해와 공포를 엮은 거짓 교리를 전파하는 새진리회를 조직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이 두려움 앞에 바짝 엎드리고 순응하거나, 또는 저항하기도 하며 각자의 지옥을 살아간다. 시즌 1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지옥 시즌 2>는 앞서 쌓아둔 세계관에 누름돌을 올려 만든 더욱 밀도감 있는 세계관을 보여준다. 세상엔 어느 때보다 다양한 믿음과 종교 단체들이 넘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여전히 모두 공포가 팽배한 지옥을 살고 있다. 이런 불안한 세상 속에서 되살아난 정진수는 아담과 이브를 유혹하던 뱀처럼 간악한 혀를 뽐내며 다시 세력을 확보하려 한다. 그리고 정진수가 없는 사이에 세력을 늘린 화살촉,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새진리회. 이들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소도까지. 각자의 교리를 주장하는 여러 단체들이 동시에 충돌하기 시작하며 세상은 전에 없던 혼란으로 빠져든다. 1-3편만 감상한 시점이라 ‘지옥 시즌 2는 이렇다’라는 결론을 내리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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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사회주의에 맞서는 러우예의 영화!
  • 시놉시스 상하이의 쑤저우강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있다. 고독한 사람,자식과 부모,일을 하는 사람,다리에 몸을 던지는 사람 등등... 그중에 비디오 촬영기사는 사람들에게 촬영 의뢰를 받고 일을 한다. 그런데 해피바라는 유흥주점에 있는 사장에게 의뢰가 들어오고 비디오 촬영기사에 눈에 들어온 건 인조 어항에서 춤을 추는 인어쇼를 본 것이다. 인어의 정체는 바로 메리메리라는 여자였고 둘은 커플이 된다. 하지만 메리메리에게는 사연이 있는 것 같이 느껴졌고 비디오 촬영기사가 할 수 있는 건 그녀에게 메시지를 남기거나 전화를 하는 건데... 러우예 감독은 중국 정부의 감시와 블랙리스트 추가에도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의 입맛에 맞게 만드는 중국 영화들은 수면에 올라왔고 그렇지 않은 영화들은 수면 아래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중국 공안의 감시에도 러우예 감독은 끊임없이 영화를 만들었는데 중국의 사회주의 사상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그렇게 중국에 맞지 않는 서방 세계의 자유로움과 다양성이 묻히는 게 20세기 말과 21세기 이후를 살아가는 중국 영화감독들의 큰 골칫거리였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비디오 촬영기사는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으과 핸드헬드 캠코더로 자신의 연인 메리메리뿐만 아니라 마다라는 인물과 메리메리와 닮은 무단이라는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무슨 의미를 주는 걸까라고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다양한 관점들이 있다. 감독이 1980년대 당시 쑤저우강의 혼탁함을 비유하며 중국 인민들의 혼란스러운 정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기도 하고 메리메리가 없는 것에 대해 가지는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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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반의 칼은 백성에게, 백성의 칼은 적에게
  • 과거 한국 사회는 양반과 노비로 철저하게 나뉜 계급 사회였다. 이런 계급적 대비는 많은 한국 영화에서 주요 소재로 사용되곤 했다. 예를 들어 <사도>는 왕과 그의 일족이 주인공이 되어 왕권의 억압과 굴레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야기를 다루며, <관상>은 다양한 계급의 인물들이 얽히며 당시 사회 구조의 이면을 드러낸다. 또 <변호인>은 권력자와 일반 국민의 대립을 현대적 맥락에서 보여주면서, 권력과 억압 속에서 국민들의 삶이 얼마나 억눌려 있는지 조명한다. 이런 계급적 대립 구도는 한국 사회의 역사적 맥락을 기반으로 하여 관객들에게 친숙한 주제를 다루며,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극적인 이야기를 제공한다.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전, 란> 역시 양반과 백성 간의 대립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의 불일치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양반과 노비의 갈등을 묘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양반과 노비가 서로 이해하고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도 포함이 되어 있으며, 그 과정에서 진정으로 서로가 섞일 수 있는지, 친구가 될 수 있는지를 계속 고민하게 한다. 영화 속에서는 양반인 종려(박정민)와 노비인 천영(강동원)이 등장하여 그들의 관계가 변화해가는 과정을 통해 당시 임진왜란 시기의 복합적이고 아이러니한 상황을 조명한다. 양반과 왕, 그리고 노비들이 각기 다른 선택을 하며 서로 엇갈리는 모습은 전쟁의 혼란 속에서 계급과 권력이 어떻게 얽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첫 번째 감정: 노비 천영의 허망함 천영은 억울하게 노비가 된 인물이다. 그의 아버지는 양인이었지만, 가난 때문에 어머니가 노비로 팔려가면서 천영도 덩달아 노비가 되고 만다. 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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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을 위해 억지로 찍어낸 비극의 -The end-
  • 삶을 위해 억지로 찍어낸 비극의 -The end-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SF, 뮤지컬 러닝타임 : 148분 감독 : 조슈아 오펜하이머 출연 : 틸다 스윈튼, 조지 맥케이, 모지스 잉그럼, 마이클 섀넌, 브로나 갤러거 개인적인 평점 : 3 / 5 쿠키 영상 : 없음 <디 엔드>는 <액트 오브 킬링>, <침묵의 시선>으로 국내에서도 긍정적인 평을 받았던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조슈아 오펜하이머의 신작이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SF, 아포칼립스, 뮤지컬 장르가 섞인 영화지만 앞서 그가 보여줬던 깊은 통찰력과 고뇌는 그대로 담겨있는 작품이다. 알 수 없는 재앙이 일어난 듯한 지구. 한 부유한 가족은 소금 광산을 아름답고 편리하게 꾸민 후 그 안에서 삶을 이어간다. 엄마, 아빠, 아들, 그리고 엄마의 친구와 집사, 의사. 이들은 나름의 체계와 각자의 역할을 지키며 균형 잡힌 세상을 만든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소녀가 광산 안으로 흘러들어온다. 바깥세상에서 살다 온 소녀는 가족들이 애써 외면해온 세상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을 건드리기 시작하고 굳건했던 그들의 세상이 조금씩 흔들린다. <디 엔드>는 살기 위해 망각을 선택한 어른들의 이야기다. 영화는 완벽하게 행복해 보이는 가족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모든 게 바다 밑으로 사라진 세상에서 살아남은 이 가족은 행복하고 완전한 가족의 삶을 노래한다. 시들지 않는 꽃, 아름다운 그림, 번영할 우리 가족. 무너진 바깥세상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듯한 이 광산은 외부인의 침입이 불가능한 요새 구조로 되어있고 먹거리를 구할 생태계도 잘 조성되어 있으며 주요 동력이 될 불은 앞으로 100년은 더 타오를 것이다. 이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은 아들이 만들고 있는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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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열하고 애잔하고 기특한 동휘
  • 메소드연기 (Method Actiong, 2024) 치열하고 애잔하고 기특한 동휘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코미디 러닝타임 : 92분 감독 : 이기혁 출연 : 이동휘, 강찬희, 윤경호, 김금순, 윤병희, 공민정 개인적인 평점 : 4 / 5 쿠키 영상 : 없음 국가 : 대한민국 주인공 동휘는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고 싶다. 단, 코미디 연기만 빼고. <메소드연기>의 주인공 동휘는 배우다. 알계인이라는 코미디 영화로 강력한 임팩트를 남기며 데뷔한 그는 여전히 알계인의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들어오는 시나리오는 전부 코미디뿐이고 사람들은 그에게 알계인만을 기대한다. 답답해진 동휘는 정면 돌파를 선언한다. 이제 더 이상 코미디 연기를 하지 않고 메소드연기만을 할 것이라고. 동휘는 알계인 영상을 틀고 깔깔대는 탤런트 킴에게 귀싸대기를 날리고, 쌓여있는 코미디 대본들을 냉동실에 밀어 넣으며 의지를 다진다. 그런데 문제는 ‘알계인 이동휘’가 아닌 ‘메소드연기 이동휘’를 찾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냉정한 현실을 마주한 동휘는 방안에 박혀 고민한다. 그때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러브콜이 들어오고 그가 갈망했던 정통 연기, 메소드연기를 펼칠 드라마 현장이 준비된다. 동휘는 이미지 변신을 위해 열심히 연기를 준비하는데.. 촬영 현장은 그를 놀리듯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배우의 애환과 촬영 현장 이야기가 중심이었던 동명의 단편 영화에 집안의 막내라는 이기혁 감독의 정체성, 가족 이야기를 더해 만들어진 장편 영화 <메소드연기>는 이전보다 더욱 풍부해진 스토리를 자랑하며 영화와 연기, 인생에 대한 투덜거림과 깨달음을 동시에 이야기한다. 영화는 카메라 앞에 선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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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닿을 수 없는 곳을 향해 페달을 밟던 여름들
  •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걸어서는 닿을 수 없는 드랭블루아 - 같은 선에 서있는 앙토니와 아신. 같은 계층인 두 사람 - 앙토니의 짝눈, 외모 변화가 가지는 의미 - 아빠의 바이크, 자켓의 의미. 엔딩 해석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 (And Their Children After Them, 2024) 닿을 수 없는 곳을 향해 페달을 밟던 여름들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성장, 로맨스 러닝타임 : 145분 감독 : 뤼도릭 부케르마, 조란 부케르마 출연 : 폴 키르셰, 앙젤리나 워레스, 질 를르슈, 사이드 엘 알라미 개인적인 평점 : 4 / 5 쿠키 영상 : 없음 1992년 여름 동부 프랑스. 기어가는 벌레, 날아가는 파리 소리마저 크게 들릴 만큼 고요한 숲속 호수. 그 근처를 맴돌고 있던 15세 소년 앙토니는 지루함을 느낀다. “심심해 죽겠어.” 앙토니의 말 한마디가 정적을 깬다. 앙토니와 사촌은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보트를 훔쳐 강너머 누드비치로 향한다. 앙토니는 그곳에서 부유한 집안의 딸 스테파니를 만나 사랑을 느끼고 그의 세상에 편입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다. 8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신인배우상 수상 소식 이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큰 관심을 받은 영화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은 다양한 계층 갈등과 소년의 사랑, 성장을 담고 있는 아름다우면서도 아릿한 이야기다. 한여름에 만난 첫사랑과 설렘, 일탈과 만취의 짜릿함, 무모한 걸 알면서도 내뻗어보는 주먹, 바이크를 타고 시원하게 내달려보는 숲길, 그 아래 흐르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록 음악. 이 영화엔 청춘의 치기와 여름의 낭만이 그대로 담겨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것을 모두 전복시키는 무거운 현실의 불편함도 함께 담겨있다. 앙토니는 특별할 것 없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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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력을 받아들인 자에게 열리는 다음 라운드
  • 클라우드 (Cloud, 2024) 폭력을 받아들인 자에게 열리는 다음 라운드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스릴러, 액션 러닝타임 : 124분 감독 : 구로사와 기요시 출연 : 스다 마사키, 후루카와 코토네, 오구다이라 다이켄, 오카야마 아마네, 쿠보타 마사타카 개인적인 평점 : 3/ 5 쿠키 영상 : 없음 “하여간 특이해”, “이상한 애네” 한국인들의 사랑이 시작되는 대표적인 시그널로 통하는 말이다. 나도 이렇게 사랑에 빠졌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영화에.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영화는 언제나 불분명하고 의아하고 이상하다. 그런데 그래서 다시 찾게 된다. 잠시 헛웃음이 나게 하다가도 금세 진지함을 보이는 그의 영화엔 미묘한 매력이 있다. <클라우드>는 특히 이런 미묘함과 혼탁함이 빛나는 영화다. 주인공 요시이를 맡은 배우 스다 마사키는 혼탁함과 의아함이라는 애매한 요소들을 매력으로 바꾸는데 큰 역할을 한다. 그는 몇 수 앞의 감정을 꿰뚫어 보는 듯한 신묘한 연기를 펼치며 영화 곳곳에 느껴지는 결핍을 메꿔내고 마치 솜사탕을 만들 듯 영화의 몸집을 몇 배로 불려내는 저력을 보여준다. 솔직히 말하자면 <클라우드>는 아무에게나 추천할 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적어도 스다 마사키를 좋아하는 관객에겐 큰 고민 없이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의 주인공 요시이는 리셀러다. 그는 낮에는 옷을 깔끔히 세탁하고 다림질하는 세탁 공장에서 일하고 퇴근 후엔 구김살이 가득한 불법 리셀러 라텔로 활동한다. 그는 오직 감에 의지해 물건을 사재기하고 웃돈을 얹어 재판매하며 돈을 번다. 요시이의 물건이 비싸게 팔리는 요행이 반복될 때마다 그의 통장엔 숫자가 늘어나고 동시에 라텔을 향한 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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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이 오고 우주는 넓어진다
  • SYNOPSIS. 절연한 언니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한 소설가 ‘마키오’는 홀로 남은 조카 ‘아사’의 존재를 알게 된다.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혼자가 된 ‘아사’를 향해 수군거리고 이를 참지 못한 ‘마키오’는 홧김에 ‘아사’를 집으로 데려오는데… 서로 다른 우리가 함께 살 수 있을까? POINT. ✔️ 러블리한 웃음으로 알려져 있던 아라가키 유이가 보여주는, 전혀 다른 얼굴. 내가 알던 그 배우가 맞나 한참 바라보게 할 만큼 캐릭터를 철저하게 그려내는 연기력! ✔️ 서로 다르게 어긋난(違), 나라와 나라(國)의 경계만큼 선명한 타인과 관계 맺기.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다정한 영화 ✔️ 풋풋한 십대 시절부터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모르겠는 마음들까지, 따뜻하게 끌어안아 주는 영화 ✔️ 찡한 포인트도 있지만, 무해한 웃음 포인트도 많은 영화 ✔️ 미술도 아름답습니다. 특히 주인공 직업이 작가라 그런지 문구 맛집... 보고 나면 천천히 시간을 들여 일기를 쓰고 싶어지기도. ✔️ 10월 2일 개봉합니다 내가 교복을 입던 시절부터 의문이었다. 왜 학생 때는 장례식장에서 교복을 입으면 된다고 하는 걸까. 검은색 옷을 찾아 입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닌데. 매일매일 입는 일상의 옷인데, 내 옆에 친구들도 모두 같은 옷을 입고 나란히 앉아 있는 것도 평소와 같은데, 우리는 평소답지 않게 흑흑 울고 있다. 더없이 비일상스러운 감각이 일상의 옷에 스미는 게, 자꾸 슬픔과 역방향으로 툭툭 부딪쳤다. 이 영화에도 중학교 교복을 입고 장례식에 참석하는 아이가 나온다. 사고로 한날한시에 사망한 부모님의 장례식에서 자신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말의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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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사람의 삶에서 잊지 못할 누군가가 된다는 것은
  • 우연을 운명으로 바꾸는 힘은 시간의 축적에 비례하지 않는다. 단 한 번의 순간, 한 마디의 말이면 충분할지 모른다. 망가진 시계를 열어 크고 작은 톱니바퀴를 전부 바꿀 필요는 없다. 작은 톱니바퀴 하나가 멈춰버린 시간을 흐르게 만들지 모르는 일이다. 영화 <만추>는 늦가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가을이 더욱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주인공 애나(탕웨이)의 삶 때문일 것이다. 가정폭력, 남편의 죽음, 7년간의 수감 생활. 그녀의 표정을 앗아간 지독한 세월은 건조하고 쌀쌀한 가을의 공기 안에서 더욱 짙은 고독을 품도록 만들었다. 그런 그녀 앞에 나타난 한 남자는 그녀에게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게 만들어 주었다. 모든 것이 우연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연의 순간을 나누는 동안 감정은 저도 모르게 힘을 지니게 되고 만다. 단 한 번의 순간 애나는 엄마의 부고 소식을 듣고 장례를 치르기 위해 3일간의 시간을 허락받고 시애틀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훈(현빈)을 처음 마주한다. 훈은 이상한 사람이다. 돈 없이 누군가에게 쫓기며 버스에 올라탄 것도 모자라, 처음 보는 애나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돈까지 빌린다. 이토록 기묘한 첫 만남이지만, 그때의 애나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필요로 한 사람이 되었는지 모른다. 고작 30불의 지폐는 7년,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오랜만에 그녀가 사람에게 당당해질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주었다. 훈은 30불을 담보로 애나에게 시계를 건넨다. 사랑이 필요한 여자들에게 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에게 시계는 ‘양심’보다는 ‘작은 미끼’에 가까웠다. 그가 할애하는 시간만큼 돈이 되어 돌아오는 것을 아니까. 계속해서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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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IMFF 데일리] 인디고 걸스의 노래를 색다르게 즐기는 방법
  • 저는 뮤지컬은 좋아하지 않지만, 주크박스 뮤지컬은 상당히 좋아하는 편입니다. 이러한 성향을 갖게 된 데에는 아무래도 <글리>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오래된 명곡을 새롭게 편곡하거나 의외의 곡들을 매쉬업하여 극에 삽입하는 것이 <글리>가 음악을 대하는 방법입니다. 아주 오랜만에 이러한 <글리>의 감성을 되살린 작품을 감상했습니다. 글리터와 둠 Glitter & Doom Summary 인디고걸스의 상징적인 곡들로 풀어낸 환상적인 여름 로맨스 뮤지컬. 뮤지션 '둠'과 자유분방한 '글리터'는 첫눈에 사랑에 빠져 함께 도망칠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29일은 정말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기에 충분한 시간일까? (출처: 제천국제음악영화제) Cast 감독: 톰 구스타프슨 출연: 알렉스 디아즈, 알란 카미시 <글리터와 둠>은 1987년 데뷔하여 포크 음악과 펑크락을 결합한 음악을 선보인 인디고 걸스의 음악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낸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입니다. 이 뮤지컬 영화에는 오직 인디고 걸스의 음악만을 사용해 이야기를 전개하겠다는 외고집이 보입니다. 작품 속에는 'Closer to fine', 'World falls', 'Get out the map' 등의 노래가 적재적소에 쓰이는데요. 조금만 보아도 캐릭터와 장면을 만들어 놓고 인디고 걸스의 노래를 붙인 것이 아니라, 인디고 걸스 노래의 가사와 분위기에 맞춰 이야기를 구상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중 음악을 활용하는 주크박스 뮤지컬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인디고 걸스를 잘 알아야만 즐길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노래 가사와 짜맞추기 위해 넣은 장면들도 튀거나 어색하지 않게 세심하게 만들었으며, 편곡 자체가 완결성을 갖추어 무척 세련되기 때문인데요. 특히 '1 2 3 & Leads & 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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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손’, 무엇을 계승할 것인가
  •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글입니다. 다가올 명절, 어쩌면 당신 앞에 펼쳐질 장면이 있다. 온 가족이 모여서 제사 음식을 준비한다. 아, 물론 여자만이다. 임신한 손녀가 더워 죽겠으니 제발 에어컨 좀 틀자고 하소연해도 들은 척도 안 하고 전이나 똑바로 부치라고 구박하던 할머니는 마치 오늘의 주인공이 자신인 양 느지막이 장손이 행차하자 에어컨을 켜라고 소리를 지른다. 한편 할아버지는 제사 시간을 당기자는 손아랫사람들의 간청이 못마땅하고 오류를 바로잡아 새로 나온 족보의 가치를 장손에게 설명하는 데만 마음이 가 있다. 어디 그뿐인가. 점잖다가도 술만 마시면 난리를 피우는 아버지, 어른이 없을 때면 험담을 하다가도 누구보다 열심히 제사 음식을 준비하는 어머니, 남모를 사정으로 종교에 깊이 빠져 있는 첫째 고모, 비싼 차에 비싼 술을 싣고 밤늦게 도착하는 둘째 고모……. 당신의 성별과 세대에 따라 누군가는 PTSD를, 누군가는 안온함을 느낄 광경이 연달아 펼쳐진다. 그래도 우리는 웃을 수 있다. 연기인지 실제인지 모르겠는 리얼한 장면들이 연달아 이어지는 과정에서 애환이든 공감이든 우리는 그 안에서 자신을 동일시할 인물을 찾을 수밖에 없고, 영화는 이 일상의 아수라장 속에서도 가족 중 누구도 악마화하지 않은 채 놀라운 짜임새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미화美化는 아니다. 오히려 우리 모두가 곪아 터진 현실에도 웃고 있을 뿐이지 않느냐고 묻는다. 이 영화에서, 웃음은 가족의 일상 이면에 자리한 상처로 우리를 인도한다. 시신도 없이 부모의 산소를 꾸릴 수밖에 없던 할아버지, ‘빨갱이질’로 신세를 망친 아버지,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남편을 지극히 돌보는 첫째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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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IMFF 데일리] 후대가 선대에게 보내는 알로하
  • 고향을 떠나는 삶, 감히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내가 나일 수 있는 환경에 있다는 것. 그것이 주는 평화와 안정을 벗어나는 일이니까요. 미주 한인들은 그 두렵고도 낯선 길에 발디딘 사람들입니다. 일본, 중국, 포르투갈, 필리핀, 그리고 한국 등지에서 넘어온 이민자들이 모여 살던 하와이, 그곳의 이민사만큼 집 떠난 자들의 이야기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역사는 또 없을 겁니다. 제2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상영된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하와이 연가>를 통해 상상조차 쉽지 않은 그 삶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하와이 연가 Songs of Love from Hawaii Summary 1902년 조선 땅을 떠난 사람들이 도착한 곳, 하와이. 꿈과 희망을 찾아 떠난 이들이 마주해야 했던 현실, 척박한 환경에서도 그들은 가족과 공동체, 그리고 떠나온 고국을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아무도 몰랐고 아무도 알고자 하지 않았던 121년 전 우리들의 이야기가 광활한 하와이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펼쳐진다! (출처: 씨네21) Cast 감독: 이진영 <하와이 연가>는 세 편의 이야기를 엮은 옴니버스 다큐멘터리입니다. 120년 이민사의 주요 사건을 엮은 '그들의 발자취', 돈을 벌기 위해 하와이로 이주한 남성들과 결혼하기 위해 사진만 보고 고향을 떠난 사진신부 '임옥순'의 이야기를 담은 '할머니의 놋그릇', 하와이에서 추방되어 칼라우파파에서 생을 마감한 '김춘석'의 삶을 좇는 '칼라우파파의 눈물'까지. 한인의 역사가 녹아 있는 하와이 곳곳의 모습을 담은 영상, 역사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 아카이브, 한 마디 말보다 효과적인 애니메이션을 통해 관객에게 하와이 이민사를 압축하는 친절하고 상세한 기록물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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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CFF 데일리] 사과의 무게
  • [SICFF] 사과의 무게 영화 <라스는 웃음버튼> 리뷰 감독] 에이릭 새터 스토르달 시놉시스] 11살 아만다는 새로 전학 온 다운증후군이 있는 라스를 특별히 돌봐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놀랍게도 아만다는 라스와 특별한 우정을 쌓아가지만, 친구들 사이에 속하기 위해 라스를 배신하게 된다. 이로 인해 아만다는 라스와 다른 친구들까지 모두 잃게 된다. 용서 받기 위해, 아만다는 용기내어 자신을 드러내고 진정한 자신이 되어야 한다 #스포일러 유의# 그의 시각으로 세상을 함께 바라보는 것 영화 라는 웃음버튼에서 아만다는 새로운 학기를 맞이해 고학년으로써 신입생과 짝꿍이 될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선생님으로부터 색다른 제안을 받는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라스라는 친구가 전학을 오는데 아만가가 짝꿍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처음에 아만다는 이 상황을 탐탁지 않아 한다. 또래 집단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 이 시점에서 자신과 조금은 다른 라스가 자신의 짝꿍이 되었을 때 자신에게 벌어질 미래의 일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생님은 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친구들 앞에서 라스의 짝꿍을 아만다라고 소개하며 아만다와 라스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해리포터를 좋아하니 친해지기 쉬울 것 같다고 말해준다. 그렇게 서로 짝꿍이 된 라스와 아만다. 아만다는 라스에게 곁을 내주려 하지 않지만 라스는 천천히 아만다에게 다가간다. 조심스럽게 자신의 집에서 같이 놀자며 집을 초대를 하고, 그곳에 라스의 아빠와 라스의 행복한 마법 놀이를 보며 아만다도 그들과 함께 즐겁게 어울리기 시작한다. 서로에게 중요한 존재가 되어버린 라스와 아만다. 아만다는 라스에게 마음의 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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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MZ Docs] 전쟁 속 묻혀있던 개인을 만나다
  • [DMZ Docs] 전쟁 속 묻혀있던 개인을 만나다 영화 <고지 위의 소년들> 리뷰 감독] 이미진, 김세미 출연] Charles PRONAFEL, Rick WAUTERS, Tommy CLOUGH, Tommy TAHARA 시놉시스] 열 아홉 살에 고향을 떠나 이름도 모르는 미지의 나라에 온 청년들이 있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 한반도의 전쟁터로 향하는 배를 탄 UN군 청년들. 모험심으로 가득 찼던 그들은 한국전쟁에서 열 아홉 살에 보지 말아야 할 것들을 목격한다. 아흔 살이 넘은 노병들이 인생의 마지막에 평생 잊을 수 없었던 한반도의 고지들을 떠올린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아름다운 풍경이 지나가는 언덕 위에서 그들은 보았고 무엇을 잃었던 것일까. [출처 : 제16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스포일러 유의 이념이 아닌 개인의 역사에 집중하다 사실 한국전쟁에 대한 영화나 다큐멘터리는 많이 봐왔었다. 그래서 과연 고지 위의 소년들이라는 작품이 한국인에게 한국전쟁에 대해 얼마나 다른 정보를 줄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섞인 채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그런 나에게 영화는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말을 건넨다. 나레이션이 깔리면서 순간 고지 위의 소년들이라는 영화 소개글을 내가 잘못 읽고 들어온 것이 아닐까 싶었다. 분명 한국전쟁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왜 나레이션이 영어로 깔리는 것일까 하는 의문 속에서 노병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UN군으로서 한국전쟁에 참여해 수많은 전선을 지켜냈던 먼나라의 사람들. 그들은 벌써 90살이 되어 카메라 앞에 앉았다. 90살이 넘은 그들이었지만 카메라 속에 비춰진 그들은 아직까지도 한국전쟁이 바로 엊그제에 있었던 것처럼 생생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딱 UN군으로 참전한 노병들의 이야기만 담겼다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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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의 모든 이들에게 비치는 이타적 별빛
  • 온기가 차오른다! 차가운 겨울의 공기가 어느덧 따뜻한 봄의 공기로 변할 때쯤 관객은 비로소 스크린을 투영해 전달되는 온기를 오롯이 받아들인다. 그것도 서서히, 그리고 적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새벽의 모든>은 차갑지만 그래서 더 따뜻함을 느끼고 그 소중함을 알게 되는 영화다. 그 계기는 멀리서 조심스러운 몸짓으로 서로에게 이타적 별빛을 비추는 두 주인공에게 기인한다. 후지사와(가미시라이시 모네)와 야마조에(마츠무라 호쿠토)는 아동용 과학 키트를 만드는 작은 회사의 선후배 사이다. 옆자리에 앉아 있지만, 절대 친하지 않다. 데면데면하던 이들은 서로가 가진 병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가까워진다. 후지사와는 PMS(월경전증후군)로 인해 한 달에 한 번은 억제할 수 없는 짜증을 표출하고, 야마조에는 공황장애로 갑작스럽게 발작을 일으킨다. 병은 다르지만, 그 아픔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이들은 일말의 동질감을 느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서로를 도울 방법을 찾는다. 미야케 쇼가 연출한 <새벽의 모든>을 보면 진부한 격언 하나가 떠오른다.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바로 그것. 극 중 대사에도 나오는 이 말은 후지사와와 야마조에의 현 상황을 말하는 듯하다. 마음의 병으로 끝없이 짙은 어둠이 깔린 터널을 지나고 있는 이들은 새벽이 오기 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행복보다 절망의 순간을 자주 맛보는 이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도와주며 묵묵히 버텨나간다. 다른 작품이었다면 이런 이들의 다음 단계는 ‘사랑’이겠지만, 영화는 관객의 기대를 저버린다. 미야케 쇼는 로맨스 장르의 관습에 전혀 기대지 않는다. 대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이 힘든 세상을 살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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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정당하는 것들마저 꿋꿋이 사랑할 용기
  •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데칼코마니 같은 엄마와 딸 - 엄마와 딸의 위치, 심경 변화 - 수박의 의미 - 덮어둔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의외의 인물 딸에 대하여 (Concerning My Daughter, 2024) 부정당하는 것들마저 꿋꿋이 사랑할 용기 개봉일 : 2024.09.04.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러닝타임 : 106분 감독 : 이미랑 출연 : 오민애, 허진, 임세미, 하윤경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본문에서 인물의 이름은 극 중에서 사용되는 이름인 그린, 레인, 제희(노인)와 엄마로 표기 (엄마의 이름이 잠시 스쳐 지나가듯 나오긴 하지만 의도적으로 엄마의 이름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것 같다고 느껴져 그대로 ‘엄마’로 표기하겠습니다.) <딸에 대하여>는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다른 것 같지만 닮아있는 엄마와 딸. 그리고 딸의 연인과 유한한 삶의 끝에 서있는 노인. 네 여성들의 아픔과 사랑을 재료로 찍어낸 데칼코마니 같은 영화다. 영화는 외적으로 폭발하는 지점 없이 주인공인 엄마의 내면에 집중하며 진득하게 나아간다. 외부 사건의 자리를 대신 채운 짧은 침묵과 방문 사이를 들여다보는 눈, 사랑 위로 자라난 아픈 말들엔 엄마의 두려움과 슬픔이 깃들어있다. <딸에 대하여>의 주인공인 엄마는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중년의 여성이다. 그녀의 딸인 그린은 7년 동안 만난 동성 연인 레인과 동거를 하다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엄마의 집으로 들어오게 된다. 엄마는 자신의 수박은 숟가락으로 대충 떠먹으면서도 딸이 먹을 수박은 예쁘게 썰어 준비하는, 딸을 사랑하는 엄마지만 딸이 함께 데려온 동성 연인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어느덧 중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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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만큼은 아니어도 능력 좋은 동생
  •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며 1341만 관객을 동원했던 형('베테랑')만큼은 아니지만, 동생('베테랑2') 또한 능력이 좋다. 이번 추석 개봉영화로서는 손색이 없을 것 같다. 9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온 '베테랑2'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 해치를 쫓는 내용이다. '베테랑'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듯, 오프닝부터 유쾌한 티키타카가 펼쳐진다. 강력범죄수사대가 도박판을 뒤엎는 모습을 그리며 여전한 합을 선보인다. 코미디와 액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꽉 찬 시퀀스로 관객의 마음을 정신없이 사로잡는다. 그러면서 9년 사이에 서도철이 겪은 세월의 흐름을 담아낸다. 임산부를 죽였으나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 전석우(정만식)의 신변을 해치로부터 보호하는 동시에 해치를 추적한다. 그 사이에 사이버 렉카들의 가짜 뉴스로 피해 입은 이주민 여성을 돕는 아내 주연(진경)의 부탁도 들어줘야 하고, 학교폭력에 휩쓸린 아들 우진(변홍준)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서도철의 피로감이 피부로 와닿게 표현했고, 관객들은 이를 보며 진한 페이소스를 느끼게 된다. 전작처럼 오늘날 사회적 문제들을 '베테랑2'에서도 짚어낸다. 사이버 렉카, 학폭 문제 등이 다뤄진다. 인기와 화제를 등에 업고 있는, 선악을 불분명한 실체 불명의 빌런과의 싸움 또한 시의적절하다. 이를 통해 옳고 그름이 불분명한 시대, '정의로움'이란 무엇을 근거로 판단해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류승완 감독이 전작에 비해 "'베테랑2'는 다크 초콜릿"이라고 정의한 것도 이러한 이유로 보인다. 다만, 무게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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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회 ‘여자’는 과거 연인이었던 ‘남자’를 우연히 만난다 #만남 ‘여자’와 ‘남자’는 새로운 인연과 걷는다 #이별 ‘여자’는 친구의 장례식에서 다시 ‘남자’를 마주한다 함께 걷던 거리 위, 남겨둔 마음을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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